※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1. 손 안의 기술이 세계를 바꾸는 시대
"이 앱 하나면 됩니다." 시각장애인 제이슨 뮬러가 냉장고 문을 열며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댄다. 화면 너머 어딘가의 자원봉사자가 실시간으로 말한다. "왼쪽 두 번째 칸에 우유가 있고, 유통기한은 내일까지예요." 통화 시간은 채 2분이 되지 않는다. 기술이 만들어낸 이 짧은 연결이, 누군가의 하루를 바꾼다.
같은 시각, 아마존 열대우림 깊은 곳에서는 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낡은 스마트폰이 24시간 숲의 소리를 듣고 있다. 멀리서 전기톱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인공지능은 0.5초 만에 그것을 감지하고 현지 감시단에게 알림을 보낸다. 불법 벌목꾼이 나무를 쓰러뜨리기 전에 단속 인력이 현장에 도착한다.
그리고 2007년 케냐. 선거 폭력이 번져나가던 나이로비의 한 카페에서 블로거와 인권활동가들이 모여 노트북을 펼쳤다. 언론이 통제되고 구호 단체들이 어디에 도움이 필요한지 파악조차 못하던 그 순간, 시민들이 보내오는 문자메시지 한 통 한 통이 구글 지도 위에 점으로 찍히기 시작했다. 그 지도는 세계가 케냐의 실상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던 창이 되었다.
세 가지 이야기는 서로 다른 나라, 서로 다른 문제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디지털 기술이 더 이상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적은 자원으로도 기술이 사람을 연결하고 사회적 난제를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샤히디(Ushahidi), 레인포레스트 커넥션(Rainforest Connection), 비 마이 아이즈(Be My Eyes).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조금씩 고쳐온 이 세 단체의 이야기는 경기도의 공익활동 생태계에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2. 시민의 증언이 지도를 그리다: 우샤히디(Ushahidi)

출처 : 경향신문 라이프 ‘증언한다! SNS로 만드는 협력적인 세상 ’ 우샤히디‘ 2011.02.05.
2007년 12월, 케냐 대통령 선거 결과가 발표되던 날 나이로비는 불길에 휩싸였다. 선거 부정 논란이 번지며 부족 간 유혈 충돌이 시작됐고, 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1,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약 60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그러나 정작 세계는 그 참상의 규모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정부의 언론 통제와 국제 취재진 접근 제한 속에서 피해 지역의 실상은 철저히 가려졌다.

출처 : 전자신문 오리 오콜로 우샤히디 창업자 2011.09.21.
이때 나이로비의 인권변호사 오리 오콜로(Ory Okolloh)가 자신의 블로그에 한 가지 제안을 올렸다. "누군가 아는 사람이 있다면, 피해 상황을 지도 위에 표시해주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 글을 본 에릭 허스만(Erik Hersman), 줄리아나 로탁(Juliana Rotich), 데이비드 코비아(David Kobia)가 72시간 만에 플랫폼을 개발했다. 그것이 우샤히디의 시작이었다. 스와힐리어로 '증언'을 뜻하는 그 이름처럼, 플랫폼의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시민들의 목소리였다.
작동 방식은 단순했다. 시민이 문자메시지, 이메일, 웹사이트를 통해 현장 상황을 제보한다. 폭력 발생 지점, 화재 위치, 구호 요청 지역 등이 담긴 그 정보들은 구글 지도 위에 실시간으로 점으로 표시된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됐다. 인터넷이 없어도 됐다. 구형 피처폰으로 짧은 문자 한 통을 보내는 것만으로 누군가는 지도 위의 증언자가 될 수 있었다.
케냐 사태 이후 우샤히디의 가능성을 알아본 국제사회의 반응은 빨랐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당시, 우샤히디 플랫폼은 미국 터프츠대학교 학생들과 해외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몇 시간 만에 아이티 현지 버전으로 배포되었다. 생존자들이 보내오는 문자메시지는 영어와 크리올어 통역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분류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지도는 미 해병대와 구호 단체들이 구조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실질적으로 활용되었다. 기존의 구호 체계가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에서,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만든 지도가 생명줄이 된 것이다.
우샤히디의 역할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초기, 우샤히디 플랫폼에는 단 일주일 만에 200개 이상의 코로나19 관련 지도가 새로 개설되었다. 스페인에서는 'Frena La Curva(곡선을 꺾어라)'라는 프로젝트가 우샤히디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봉쇄령 속에서 식료품·의료 자원이 필요한 시민과 이를 제공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연결했고, 이 모델은 스페인어권 23개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케냐에서는 'Map Kibera' 프로젝트가 우샤히디 플랫폼을 활용해 빈민가의 코로나19 확산 경로와 구호 자원 현황을 지도화했으며, 이는 케냐 정부가 손 씻기 시설 설치 위치를 결정하는 공식 자료로 활용되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130개국 이상에서 1,800개가 넘는 배포 사례가 만들어졌다. 위기 때마다 거버넌트 체계가 미처 닿지 못하는 곳을 시민의 집단지성이 채워온 것이다.
우샤히디의 진정한 혁신은 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데 있다. 누구든 내려받아 어디에든 적용할 수 있다. 지진이 나도, 선거 부정이 벌어져도, 홍수가 와도. 현재 우샤히디 플랫폼은 160개국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수십만 건의 위기 데이터를 집약해왔다. 대규모 예산도, 거대 조직도 필요 없었다. 시민들이 '지금 여기'에서 겪고 있는 것을 직접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 그것으로 충분했다.
커뮤니티 매핑의 힘은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확인되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메르스맵'은 감염 경로와 환자 발생 병원을 지도 위에 실시간으로 표시했다. 정부의 공식 발표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방문자가 500만 명을 넘어설 만큼 시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정보 창구가 되었다.
2020년 코로나19 초기에는 마스크 재고 부족 사태 속에서 시민들이 직접 마스크 판매처와 재고 현황을 공유하는 '마스크 시민지도'가 자발적으로 운영되었고, 서울시는 선별진료소·확진자 동선·클린존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코로나19 서울지도'를 운영해 시민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장애인 접근성 분야에서도 커뮤니티 매핑은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비영리 사단법인 커뮤니티매핑센터(대표 임완수)가 운영하는 '베프지도'는 휠체어 사용자, 임산부, 노약자 등 교통약자를 위해 엘리베이터·경사로 유무와 출입문 형태 등 공공·문화시설의 접근 정보를 시민이 직접 수집·공유하는 플랫폼이다. 2016년 국민대학교 학생 158명이 3일 만에 3,000건 이상의 데이터를 입력해 '장벽 없는 세상' 지도를 완성한 사례는, 전문가가 아닌 시민의 참여만으로도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 문제를 가시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018년에는 평창 동계 패럴림픽 관람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지도가 같은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기술과 시민 참여가 만나는 방식은 각 나라마다 다르지만, 커뮤니티 매핑이 가진 가능성은 국경을 넘어 동일하게 작동한다.
3. 버려진 스마트폰이 숲을 지킨다: 레인포레스트 커넥션(Rainforest Connection)

지구 산소의 20%를 생산하고, 지구상 생물종의 절반 이상이 서식하는 열대우림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불법 벌목은 그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문제는 열대우림의 규모다.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 우림, 콩고 분지, 아마존. 수백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숲을 인력으로 감시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출처 뉴욕타임즈 “ Topher White installing a solar-powered listening unit in a rainforest on the Indonesian island of Sumatra in July. 2019.10.20.
구글 출신 엔지니어이자 음악가인 토퍼 화이트(Topher White)는 2012년 보르네오 긴팔원숭이 보호 프로젝트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가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현지 감시단 바로 곁에서 불법 벌목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그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울창한 숲은 소리마저 흡수했고, 전기톱 소리는 불과 몇 백 미터 거리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화이트는 문득 생각했다. 귀가 없는 게 문제라면, 귀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레인포레스트 커넥션(RFCx)이 개발한 해법은 역발상에서 나왔다. 버려지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작은 태양광 패널을 연결해, 이른바 '가디언(Guardian)'이라 불리는 기기를 만든다. 이 기기를 나무 꼭대기, 빛이 잘 드는 곳에 설치하면 된다. 가디언은 24시간 주변의 소리를 녹음하고, 오디오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한다. 그리고 클라우드에서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소리를 분석한다. 전기톱 특유의 고주파 진동, 벌목 트럭의 엔진음,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 AI는 수만 건의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소리들을 자연음에서 걸러낸다. 이상 징후가 감지되는 순간, 현지 보호구역 감시단의 스마트폰에 알림이 전송된다.
실제 효과는 통계로 나타났다. RFCx가 가디언을 설치한 인도네시아 숲 구역에서 불법 벌목 활동이 배포 후 첫 해에 급격히 감소했다는 현지 파트너 기관의 보고가 이어졌다. 페루, 가봉, 카메룬, 브라질 등에서도 유사한 성과가 보고되고 있다. 현재 RFCx의 기술은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배포되어, 수백만 헥타르의 열대우림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기술의 정교함만이 아니다. 폐스마트폰을 재활용한다는 발상은 이미 존재하는 자원의 가치를 새롭게 본 것이다. 전 세계에서 매년 수억 대의 스마트폰이 버려진다. RFCx는 그 안에 여전히 작동하는 마이크와 프로세서가 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전자 폐기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역설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4. 1분 30초의 자원봉사: 비 마이 아이즈(Be My Eyes)

덴마크의 은퇴한 장인(匠人) 한스 요르겐 빌헬름센(Hans Jørgen Wiberg)은 스물다섯 살에 시력을 잃었다. 수십 년을 시각장애인으로 살면서,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작은 좌절을 경험했다. 냉장고 속 음식이 언제까지 먹을 수 있는 것인지, 지금 입고 있는 셔츠 색깔이 무엇인지, 처음 가는 길에서 방향을 잃었을 때. 불편함 자체보다 더 힘든 것은 그때마다 주변 사람에게 부탁하는 미안함이었다.

2012년, 그는 한 컨퍼런스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나를 잠깐 도와줄 수 있는 눈이 전 세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 눈과 내가 연결될 수만 있다면." 3년의 개발 끝에 2015년 출시된 비 마이 아이즈(Be My Eyes)는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앱의 작동 방식은 명쾌하다. 시각장애인 사용자가 도움이 필요한 순간 앱을 열고 요청 버튼을 누른다. 동시에 전 세계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들의 스마트폰에 알림이 울린다. 먼저 응답한 자원봉사자와 화상 통화가 연결되고, 자원봉사자는 상대방 스마트폰 카메라가 보여주는 화면을 통해 상황을 설명한다. "지금 손에 든 약통에 '하루 세 번, 식후 30분'이라고 쓰여 있어요." 통화는 보통 1~2분이면 끝난다. 언어 장벽을 고려해 150개 이상의 언어별 자원봉사자 풀이 운영된다.
수치는 이 앱이 얼마나 빠르게 세계를 연결했는지 보여준다. 출시 직후 단 몇 주 만에 전 세계 10만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등록했다. 현재는 시각장애인 사용자와 자원봉사자를 합쳐 전 세계 600만 명 이상이 150개국에서 이 앱을 사용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대 시각장애인 사용자 비율이 수십 대 일에 달하기 때문에, 요청이 들어오면 평균 수 초 안에 연결이 이루어진다.
비 마이 아이즈가 공익활동의 관점에서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마이크로 볼런티어링(Micro-volunteering)'이라는 개념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자원봉사는 시간을, 장소를, 그리고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요구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 특정 센터에 나와, 정해진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비 마이 아이즈는 그 전제를 완전히 해체했다.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점심시간 10분의 여유 시간에, 잠들기 전 침대에서도 자원봉사는 가능하다. '의미 있는 일'이 반드시 거창한 헌신을 요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 앱은 수백만 명에게 경험으로 가르쳐주었다.
2023년 비 마이 아이즈는 기능을 한 단계 확장했다. 앱 내에 GPT-4 기반의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자원봉사자가 없는 시간대에도, 혹은 자원봉사자에게 말하기 어려운 내용(예: 의료 정보 확인, 은행 서류 읽기)을 처리할 때 AI가 대신 응답할 수 있게 됐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 자원봉사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이다.
5. 세 가지 사례가 공유하는 것
우샤히디, 레인포레스트 커넥션, 비 마이 아이즈. 이 세 단체를 나란히 놓고 보면 몇 가지 공통된 설계 원칙이 눈에 띈다.
첫째, 세 곳 모두 '있는 것으로 시작했다'. 우샤히디는 이미 모든 사람 손에 들려 있는 피처폰의 문자메시지 기능을 활용했다. 레인포레스트 커넥션은 매립지로 향하던 폐스마트폰을 주웠다. 비 마이 아이즈는 이미 전 세계 수십억 명이 갖고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와 마이크를 도구로 삼았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의 용도를 다시 상상하는 것이 혁신의 출발점이었다.
둘째, '문제의 당사자'가 설계 과정에 있었다. 우샤히디는 직접 폭력 사태를 목격한 케냐인 활동가가 만들었다. 레인포레스트 커넥션은 실제 열대우림 감시의 한계를 몸으로 겪은 자원봉사자가 시작했다. 비 마이 아이즈는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 단체들이 실제로 작동하는 이유는, 만드는 사람들이 문제의 무게를 직접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셋째, 세 곳 모두 '연결'을 기술의 핵심으로 삼았다. 복잡한 알고리즘이나 거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울 수 있는 사람 혹은 자원을 연결하는 것. 그 연결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술이 동원되었다. 기술이 목적이 아니라 통로인 것이다.
6.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이 세 가지 해외 사례는 경기도에서 공익활동을 이어가는 단체와 활동가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공익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활동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시민들에게 얼마나 낮은 문턱으로 닿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우샤히디의 사례는 기술이 시민의 집단적 경험을 가시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기도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지역 문제들, 예를 들어 복지 사각지대, 환경 오염, 소외 계층의 이동 불편 등이 시민들의 참여로 지도 위에 실시간으로 기록된다면 어떨까. 예산이나 전담 인력이 없어도, 이미 시민들의 손 안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그것은 가능하다.
레인포레스트 커넥션은 '버려지는 것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시사점을 준다. 공익활동 현장에는 이미 많은 자원이 있다. 다만 그것이 연결되지 않고 흩어져 있을 뿐이다. 경기도 내 활동 단체들이 보유한 데이터, 네트워크, 경험이 공개되고 공유될 때 그것은 다른 단체들의 자원이 될 수 있다.
비 마이 아이즈의 마이크로 볼런티어링 개념은, 자원봉사와 시민 참여의 문턱을 낮추는 데 직접적인 힌트를 준다. '하루를 내야 할 수 있다'고 알려진 자원봉사는 바쁜 현대인에게 높은 장벽이다. 그러나 '출퇴근길 1분'으로 가능한 참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기도 공익활동 역시 참여의 단위를 잘게 쪼개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술은 만능이 아니다. 우샤히디가 케냐 사태를 해결하지 못했고, 레인포레스트 커넥션이 불법 벌목 자체를 없애지는 못했다. 비 마이 아이즈가 시각장애인 인프라 전반을 개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세 단체는 기술을 통해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했고, '닿지 않던 곳에 닿게' 했다.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조금씩 달라졌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간절함
세 사례의 창업자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기술자이기 이전에 문제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이었다. 오리 오콜로는 자신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막고 싶었다. 토퍼 화이트는 자신이 직접 본 숲의 파괴 앞에서 무력하고 싶지 않았다. 한스 요르겐 빌헬름센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매일 경험하는 작은 불편을 해소하고 싶었다. 그 절실함이 기술을 불러들였고, 기술은 그 절실함에 응답했다.
경기도에서 활동하는 공익단체와 활동가들도 그런 절실함을 가진 사람들이다. 디지털 전환(DX)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기술 도입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왜'라는 질문이다. 누구의 문제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느냐가 먼저다.
우샤히디의 지도는 지금도 세계 어딘가의 재난 현장에서 켜지고 있다. 열대우림 나무 꼭대기의 가디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소리를 듣고 있다. 누군가의 스마트폰에는 방금 종료된 1분 30초짜리 화상 통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공익활동은 그렇게, 작고 구체적인 연결들이 쌓여 만들어진다.
참고 자료
Ushahidi 공식 홈페이지 - About : https://www.ushahidi.com/about/
Ushahidi - Haiti Crisis Mapping (2010) 활동 기록 : https://www.ushahidi.com/case-studies/
Rainforest Connection 공식 홈페이지 : https://rfcx.org/
Rainforest Connection - How It Works : https://rfcx.org/technology
Be My Eyes 공식 홈페이지 - About : https://www.bemyeyes.com/about
Be My Eyes - Impact Report (2023) : https://www.bemyeyes.com/impact
Meier, P. (2011). New Information Technologies and Their Impact on the Humanitarian Sector. International Review of the Red Cross, 93(884).
White, T. (2014). Using Machine Learning to Listen for Illegal Logging. Guardian Tech Accelerator Report.
한국정보화진흥원 (2020). 해외 시빅테크 사례 연구 및 국내 적용 방안. NIA 연구보고서.
조회수 99
2026-06-11
1. 8,000km의 거리감, 스마트폰 화면 너머의 세계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켭니다. 화면 속 뉴스는 쉴 새 없이 잔혹한 소식들을 쏟아냅니다. 우크라이나의 무너진 아파트, 가자지구의 울부짖는 어머니, 수단의 끝없는 피난 행렬. 하지만 이내 화면을 쓸어 넘기면 맛집 정보와 지인의 일상 사진이 그 자리를 대체합니다. 참혹한 전쟁의 풍경은 손가락 까딱 한 번에 너무나 쉽게 휘발되고 맙니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타인의 고통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고통을 ‘나의 문제’로 감각하는 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멀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거기 참 안됐네. 빨리 끝냐야 할 텐데...“

미국의 미사일피격으로 사망한 이란 초등학생 175명 장례식(2026.3.4.)
우리가 보내는 안타까움의 시선 뒤에는 항상 은연중에 ‘그곳은 먼 나라 이야기’라는 안도감이 숨어 있습니다.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단단한 심리적 방어벽이 우리를 감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훈의 달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는 과거의 전쟁을 기억하고 순국선열을 추모하지만, 지금 이 순간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해서는 기이할 정도로 무감각합니다.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과연 그곳의 전쟁이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걸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정말로 안전한가? 인류는 지속적으로 평화를 이야기했지만 현실은 왜 전쟁의 연속일까?
2. 남의 전쟁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청구서
전쟁은 미사일이 폭발하는 영토 안에서만 머물지 않습니다. 그것은 국경이라는 물리적 장벽을 가볍게 뛰어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촘촘한 가닥이 되어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세계를 뒤흔든 거대한 두 개의 전쟁은 이를 너무나 극명하게 증명합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남긴 상흔
2022년 2월에 일어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글로벌 곡창지대이자 원자재 대국인 두 나라의 충돌은 밀과 옥수수 가격의 폭등으로 우리에게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밀과 옥수수 가격의 폭등은 사료 가격을 상승시켰습니다. 이로인해 도산한 축산 농가가 엄청 늘어났으며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도미노처럼 치솟아 마트 매대와 골목길 밥상에 고스란히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전 세계 해바라기유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던 우크라이나의 공급망이 끊기자, 국내 식용유 가격이 무섭게 치솟는 이른바 '식용유 대란'이 현실화되었습니다. 해바라기유 수입 중단은 대두유(콩기름)와 팜유 등 대체재의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폭등시켰고, 이는 고스란히 동네 치킨집 사장님의 한숨과 가정집 장바구니의 비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에너지 자원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구조 속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 공급망 차단은 산업 전반의 생산 비용 증가를 가져왔습니다. 이는 고스란히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실질 소득을 감소시켰고, 사회 전반에 ‘먹고사는 문제’의 불안을 심화시켰습니다.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중동 전쟁 위기가 주는 충격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중동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심장부이며,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이 지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 한국 수입 원유의 6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국내 유가를 상승시켰습니다. 주유소의 기름값 숫자가 바뀔 때마다 서민들의 소비 심리는 얼어붙었고, 해운·조선·해외 건설 산업은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습니다. 물가 상승과 금리 고공행진은 자영업자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미사일 한 발이 한국의 어느 골목길 식당의 폐업으로 이어지는 이 긴밀한 연결고리, 이것이 바로 남의 전쟁이 우리에게 청구서입니다.
3.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평화
우리가 경제적 수치와 물가 상승률을 논하는 사이, 전쟁의 현장에 서 있는 당사국 국민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전쟁은 인간의 존엄성을 완전히 말살합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학생이었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난민이 됩니다. 머리 위로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폭격의 공포 속에 밤을 지새우고, 단 한 모금의 깨끗한 물과 한 조각의 빵을 구하기 위해 몇 시간을 줄 서야 합니다. 전력과 가스가 끊긴 겨울, 추위 속에서 아이들은 병들어가고, 병원마저 포격으로 무너져 간단한 치료조차 받지 못해 목숨을 잃습니다. 어제까지 함께 밥을 먹던 가족의 시신을 무너진 잔해 속에서 맨손으로 파내야 하는 비극, 그것이 전쟁을 겪는 인간의 처절한 현실입니다.
우리는 이 끔찍한 비극 앞에서 결코 자유로운 관전자일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전쟁이 완전히 끝난 평화 국가가 아니라, 잠시 전쟁을 멈춘 '휴전(Armistice)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1953년 휴전협정 이후 우리 역사에는 언제든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었던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가 수없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를 흔든 큰 전쟁위기들
① 1968년 1·21 사태와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1968년 1월 21일 북한 특수부대의 청와대 습격 시도에 이어 1월 23일에는 미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가 영해 침범의 이유로 북한군에 나포되면서 한반도는 당장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극한의 군사적 대치 상태에 놓였다.
② 1976년 판문점 도끼 사건 - 공동경비구역 판문점에서 미군이 미루나무를 자르려고 하자 북한군은 자신들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중단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싸움이 벌어져 미군 2명이 사망한 사건. 미국은 핵 탑재가 가능한 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출격시키는 등 전면전 직전까지 갔다.
③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과 미국의 영변 핵시설 정밀 폭격 준비로 당시 주한미군 가족들이 철수 계획을 세우고 시민들이 라면과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등 극심한 전쟁 공포가 휩쓸쓸었다.
④ 2010년 연평도 포격전 - 한국 해군의 해상 포격 훈련에 대해 북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 군인과 민간인이 사망한 사건. 정전 협정 이후 최초로 대한민국 영토와 민간인을 향해 직접적인 포격이 가해졌다.
⑤ 2015년 휴전선 지뢰 사건 -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 수색 중 휴전선에서 지뢰폭발로 우리 군 2명이 부상을 당한 사건. 이로 인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이어졌고,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는 등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⑥ 2017년 북·미 전면전 위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북의 완전 파괴로 화답을 하자, 북이 다시 괌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응수하면서 전쟁위기가 일촉즉발로 높아진 사건.
이 역사적 사건들이 증명하듯 우리 사회의 평화는 안전한 평화가 아닌 불안전한 평화기반 위에서 반복되는 전쟁위기를 맞으며 살고 있습니다. 대만-중국 전쟁설,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재무장화도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불안감입니다. 중국-대만 전쟁 시 미군이 개입을 하면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참전할 여지가 높습니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 보듯이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자 이란은 미군기지가 있는 중동 8개 나라를 공격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주한미군 기지가 있습니다.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풍경은 당장 오늘 밤이라도 이 땅에서 재연될 수 있습니다.
○ 분단과 군사독재문화로 인한 갈등과 혐오의 문화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휴전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오랜 분단 구조가 우리 내부 사회에 심어놓은 갈등과 혐오문화입니다.
적대적 분단은 우리 사회에 오랜 기간 광범위하게 우리의 인식, 마음을 병들게 했습니다. 색깔론과 종북몰이와 같은 이념갈등은 나와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간주고,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는 반인권적, 반민주적 인식을 온 사회에 만연시켰습니다.
국민의 행복과 권리를 통제하려고 한 12.3내란의 명분도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였습니다. ‘스타벅스를 빨갱이 없는 청정지역으로 만들자’는 등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분단을 자양분으로 해서 갈등과 갈라치기가 계속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분단은 우리 사회에 평화감수성을 약화시켰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시체팔이를 한다’며 낙인을 찍고, 단식농성장 바로 앞에서 ‘폭식투쟁’이라는 반인륜적인 행태를 서슴지 않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들을 향해서도 위로와 진상규명 대신 차가운 모욕과 냉소를 퍼부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을 두고 ‘북한군 개입설’과 같은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역사적 진실과 희생자들의 아픔을 모독하는 행위까지 버젓이 자행됩니다. 이런 행위를 단순히 생각의 차이로 치부할 수 없으며, 자유민주주의 허용 범위로 볼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 모든 야만성은 오랜 시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분단문화'와 '군사독재문화'가 만들어낸 흑백논리의 산물입니다. 휴전선 너머의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는 안보 못지않게, 우리 안의 이분법적인 적대감을 거둬내고 사회 내부의 폭력성을 치유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회복해야 할 진짜 '우리의 평화'입니다.
4. 평화는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경기평화교육센터
국가 권력과 군사력의 논리는 언제나 거대한 담론만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우리 시민사회의 역할은 그 틀 자체를 흔드는 것입니다.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공감의 영역에서, 단절이 아닌 ‘연결’로 평화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거대한 국제정치를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 곁에 있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사회 내부의 상처와 갈등을 평화적으로 치유해 나갈 ‘평화 감수성’의 크기는 교육을 통해 키울 수 있습니다.

평화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경기평화교육센터(이하 센터)는 바로 이러한 믿음 위에서 숨 쉬는 단체입니다. 센터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교육으로 기여하자’는 생각으로 지난 2012년에 첫발을 내디딘 시민단체입니다.
분단의 오랜 아픔을 치유하고 무력 충돌의 위기를 극복하는 근본적인 힘은 결국 평화를 사랑하는 깨어있는 시민과 미래 세대의 의식에서 나온다는 신념으로 달려왔습니다.
▣ 경기평화교육센터 주요 교육 및 시민참여 프로그램
① 미래 세대를 위한 학년별 학생 대상 교육 — 초등·중등 학생들의 평화 감수성을 깨우는 〈그림책을 활용한 평화통일교육〉과 〈놀이로 만나는 평화통일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는 대표 프로그램.
② 시대를 이끌어갈 청년 대상 교육 — 깊이 있는 세미나와 토론을 통해 평화적 시선을 확장하는 〈피스리더〉와 청년 동아리 〈워너피스〉를 통해 사회 곳곳에서 평화의 목소리를 낼 청년 리더 양성.
③ 일상에서 실천하는 시민 교육 — 〈통일 톡투유〉, 〈가족이 함께하는 평화캠프〉, 〈제1기 경기도민 평화학교〉 등을 통해 시민들의 평화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④ 현장에서 숨 쉬는 평화통일기행 — 파주·김포·강화도 등 접경지역에서의 평화통일기행을 통해 시민들은 분단의 아픔과 평화의 소중함을 눈과 가슴으로 생생하게 느끼기 위한 프로그램.
경기평화교육센터가 펼치는 이 모든 교육의 지향점은 명확합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공감의 언어로 평화감수성을 키우고,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감각을 갖게 하는 데 교육으로 기여하는 것입니다.
5. 나가며: 평화를 원하거든 평화를 준비하라
로마 시대의 군사 전략가 베게티우스가 남긴 유명한 격언이 있습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 오랫동안 이 말은 인류의 안보 논리로 지배해 왔습니다. 하지만 역사가 우리에게 보여준 진실은 다릅니다. 전쟁을 준비하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상대방의 불안을 자극하고, 이는 끝없는 군비 경쟁과 ‘안보 딜레마’를 낳아 결국 더 참혹한 전쟁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낡고 위험한 선언을 뒤집어야 합니다.
“평화를 원하거든, 평화를 준비하라”
평화는 더 큰 미사일 위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고통을 응시하는 공감의 시선, 적대를 멈추려는 단호한 대화, 내 안의 낙인과 혐오를 거둬내는 성찰, 그리고 국경과 이념을 넘어 연대하는 시민사회의 힘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 속 타인의 눈물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우리 이웃의 아픔이 곧 나의 아픔으로 연결되는 순간 전쟁과 폭력을 막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평화의 감수성’은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경기평화교육센터가 뿌리는 평화교육의 씨앗들이 거대한 세계 평화의 숲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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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7※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의 역할
현대 사회는 기후 위기, 디지털 격차, 지역사회 해체 및 급격한 고령화 등 기존의 공공 행정 시스템만으로는 온전히 대응하기 어려운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난제들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연대를 토대로 이뤄지는 공익활동은 사회적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높이는 핵심적인 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경기도민과 공익단체들의 활동을 증진하고 지원하기 위해 경기도와 시민사회가 협력하여 설립한 중간지원조직으로서 ‘공익활동으로 연결된 생동하는 경기시민사회’를 구축하는 데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활동하고 있는 6기 아카이브 에디터들의 시민 기록 활동은 단순히 공익 활동 현장의 이벤트를 스케치하는 수준을 넘어, 공익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가시화하고 데이터화 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주요한 지적 자산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본 글에서는 미국, 영국 및 북유럽의 선진적인 공익활동 지원 모델을 통해 이를 경기도 31개 시·군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전략적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합니다.

이미지 제작 6기 아카이브 에디터 남철우(디어)
미국 아쇼카의 시스템 체인지 모델
공익활동 패러다임을 단순한 ‘시혜적 복지’에서 ‘사회적 혁신’으로 전환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아쇼카Ashoka를 들 수 있습니다. 1980년 빌 드레이튼에 의해 설립된 아쇼카는 ‘Everyone a Changemaker 모두가 체인지메이커’라는 비전 아래, 전 세계적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회적 기업가들을 발굴하여 지원했습니다.
이들의 핵심 전략은 ‘아쇼카 펠로우Ashoka Fellow’ 시스템입니다. 선정된 활동가들에게는 최대 3년간의 활동 지원금Stipend이 제공되는데, 이는 단순한 생활비 보조를 넘어 활동가가 경제적 제약 없이 사회적 난제 해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임팩트 투자입니다. 지원금 규모는 선정된 개인의 필요와 지역별 물가 수준을 고려하여 유동적으로 조정되며, 이를 통해 활동가는 시스템 차원의 변화를 끌어내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경기도공익활동센터의 미션인 '활동가의 사회적 가치 실현 지원'이 단기적인 프로젝트성 예산 지원을 넘어, 활동가가 혁신가로서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 장기 인프라 구축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경기도 역시 이러한 혁신가 발굴 및 육성 시스템을 하나의 참고 모델로 삼아, 도내 숨은 공익 인재들이 전문적인 사회 혁신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회적 임팩트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지 제작 6기 아카이브 에디터 남철우(디어)
경계를 넘는 연대와 리더십 : 영국 ‘코먼 퍼포즈’
코먼 퍼포즈Common Purpose는 공익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리더십’과 ‘영역 간 연대’에 집중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지원 조직입니다. 이들은 공공기관, 영리 기업, 시민사회라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리더들을 연결하여 지역사회의 복합적인 난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경계를 넘는 리더십Crossing Boundaries Leadership’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코먼 퍼포즈 활동에서 주목할 점은 협력의 모든 과정을 치밀하게 기록하고 공유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모든 서사를 아카이빙하여 대중에 공개합니다. 이러한 기록 방식은 다른 지역 사회나 단체들이 유사한 문제를 겪을 때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지식 자산Knowledge Asset’으로 활용됩니다.
이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생산하는 콘텐츠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공익활동의 지적 토대를 다지는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경기도 31개 시·군이 가진 각기 다른 현안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협력 모델의 아카이빙은 앞으로 주목해볼 만한 과제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제작 6기 아카이브 에디터 남철우(디어)
디지털 아카이빙과 포용적 참여: 북유럽의 오픈 데이터 플랫폼 사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디지털 기술을 공익활동에 적극적으로 접목하여 포용성과 투명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웨덴의 시민 참여형 오픈소스 플랫폼 협동조합인 디지뎀Digidem Lab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공공데이터를 시민사회에 전면 개방하고, 시민들이 직접 공익 정보를 생성하고 공유할 수 있는 오픈 아카이빙 플랫폼을 구축하여 운영합니다.
누구나 차별 없이 정보에 접근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러한 환경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핵심 가치인 ‘다양성 존중’과 ‘차별 없는 참여’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수단이 됩니다. 디지털 아카이브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을 보관하는 창고가 아니라, 시민들이 실시간으로 공익 이슈를 인지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행동 촉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에디터가 센터 홍보채널인 홈페이지 공익웹진,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발신하는 정보들은 이러한 디지털 생태계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지리적으로 넓고 인구 밀도가 높은 경기도의 특성상 북부와 남부를 유기적으로 잇는 디지털 네트워크와 아카이빙의 강화는 생동하는 시민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지 제작 6기 아카이브 에디터 남철우(디어)
사회적 책임을 기록하는 공익활동의 등대
해외 사례를 통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역할에의 시사점은 크게 세 가지 전략적 축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기록의 전문성과 서사적 가치 부여입니다. 단순한 행사 스케치를 넘어, 공익활동이 창출하는 사회적 임팩트를 정교한 논리와 감동적인 서사로 담아내는 전문적인 아카이빙이 필요합니다. 둘째, 네트워크의 거점화 및 지식 공유의 활성화입니다. 에디터는 도내 활동가들을 연결하는 허브로서, 지역 간의 우수 사례가 선순환될 수 있도록 정보를 유통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셋째, 포용적 참여를 이끄는 다각적 콘텐츠 생산입니다. 텍스트 위주의 원고뿐만 아니라 인포그래픽, 카드뉴스 등 도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포맷을 활용하여 공익활동의 문턱을 낮춰야 합니다.
저는 지난 수년간 200회 이상 대외활동에 참여하며 ‘기록되지 않은 활동은 기억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제를 선정한 배경 역시 경기도의 역동적인 공익활동이 해외 선진 시스템을 참고하여 더욱 강력한 사회적 자본으로 축적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저를 비롯한 6기 아카이브 에디터는 이러한 전략을 현장에서 실천하는 ‘시민기록자’로서, 경기도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증명하고 기록하는 활동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결국 공익활동의 본질은 시민이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는 데 있으며, 그 변화의 궤적을 기록하는 행위는 곧 시민사회의 역사를 쓰는 숭고한 일입니다. 해외의 혁신적인 조직들이 증명했듯, 철저한 기록과 투명한 정보 공유는 시민의 신뢰를 구축하고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유일한 길입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함께 구축해 나가는 공익활동 아카이브는 단순한 기록의 집합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하는 등대가 될 것입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6기 아카이브 에디터들은 올 한 해 동안 현장의 뜨거운 숨결을 정교하게 기록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공익활동이 모든 도민의 일상이 되고, 시민의 참여와 지지가 확장되는 생동하는 경기 시민사회를 앞당기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고 문헌
Ashoka Official Website (ashoka.org) - 'Fellowship Selection Process & Stipend'
Common Purpose UK (commonpurpose.org) - 'Crossing Boundaries Leadership'
Digidem Lab Sweden (digidemlab.org) - 'Open Source Participation Platfo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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