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경권이란?
월경권은 모든 여성이 월경 중에도 건강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의미합니다. 이는 월경용품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 여건을 보장하고, 월경 중에도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환경과 편의를 제공하는 권리입니다. 월경 빈곤은 이러한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문제로, 생리용품을 구매할 수 없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월경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한국에서도 2016년에 '깔창생리대 사건'을 계기로 월경 빈곤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이후 월경권 보장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깔창생리대 사건’과 월경권의 관련성
깔창생리대 사건은 2016년에 한국 사회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사건으로,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들이 생리용품을 구입할 여유가 없어 신발의 깔창을 생리대 대용으로 사용한 사건을 말합니다. 이 사건은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으며, 여성 청소년들이 생리대조차 구입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하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2016년 서울의 한 청소년 보호기관에서 일부 여학생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생리대를 구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입니다. 이들은 생리 기간 동안 수건, 휴지, 신발 깔창 등을 사용해 위생적인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고, 이에 따라 생식기 질환 등에 걸릴 위험도 매우 높았습니다. 이러한 현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월경 빈곤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습니다. 이 사건은 특히 저소득층 여성들이 생리용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을 조명하며, 월경을 관리하는 것 자체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불가능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이를 계기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생리용품 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등의 대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채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전문위원, ''그날이 아니라 '월경'입니다...이제 '월경권을 이야기합시다', 프레시안(21.5.6.)
이 사건 이후, 월경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생리용품에 대한 접근성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습니다. 이를 통해 생리용품 구입을 위한 경제적 지원, 무상 지급 등의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습니다.
● 월경권과 사회적 인식 변화
월경은 역사적으로 '부끄러운 것', '숨겨야 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많은 여성들에게 월경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월경용품 구매나 관리에서 불편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월경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으며, 월경권이 건강권의 일부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는 월경을 공적인 주제로 다루기 시작했으며, 이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에서부터 월경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월경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이를 공공 담론으로 끌어내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출처 : 미리캔버스
● 월경권을 위한 글로벌 움직임
월경권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인권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여러 비정부 기구와 인권 단체들은 여성과 소녀들이 깨끗하고 안전하게 월경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유엔은 여성과 소녀들의 월경 관리에 대한 접근성 보장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도 다수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국제적인 노력은 월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 월경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법적 근거
월경권이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성의 건강권, 인권, 그리고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법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은 근거들을 들 수 있습니다.
1. 건강권의 보장 : 월경권은 헌법에 보장된 건강권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헌법 제10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건강권은 이러한 존엄과 가치의 중요한 부분으로, 특히 여성의 생리적 과정인 월경을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권리는 건강권의 필수 요소입니다. 따라서, 월경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은 건강상의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기본적인 헌법적 권리의 침해로 볼 수 있습니다.
2. 차별 금지 및 성평등 실현 : 법적으로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들도 월경권 보장의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직장에서의 성차별을 금지하며, 여성의 건강권과 관련된 지원을 요구합니다. 월경이 여성에게 필수적인 생리적 과정이라는 점에서, 여성들이 직장 등에서 월경 중에도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월경으로 인해 여성들이 불편을 겪거나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상황은 성차별의 일종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법적 성평등 원칙에 어긋납니다.
3. 아동 및 청소년 보호 : 아동복지법과 같은 법률은 아동과 청소년의 건강과 복지를 보호하는 법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특히,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월경 빈곤으로 인해 교육의 기회를 놓치거나 건강에 해를 입는 것은 아동 복지의 측면에서 큰 문제로 인식됩니다. 이에 따라 생리용품 지원 정책은 청소년들의 교육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법적 의무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4. 국제적 인권 기준 : 국제적으로는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과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규약(ICESCR)에서 여성이 차별 없이 건강을 보장받고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월경권은 이러한 인권적 기준에 부합하는 권리로, 국가가 이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제도와 지원을 마련하는 것은 국제적 인권 기준에 따른 의무입니다. 월경권을 보장하지 않는 사회는 여성의 건강과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법적으로 중요한 사안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따라서 월경권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가 법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건강권, 차별 금지, 청소년 보호, 그리고 인권과 관련된 필수적인 권리입니다. 이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은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생리용품의 종류 및 발전
생리용품에는 생리대, 탐폰, 생리컵, 위생팬티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각각의 제품들은 사용 편의성, 위생, 경제성, 환경적 영향 등에 따라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생리대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생리용품으로, 피부에 부착하여 생리혈을 흡수하는 일회용 패드입니다. 장점으로는 사용이 간편하고 위생적이며, 다양한 크기와 흡수량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사용법이 쉬워 초보자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단점으로는 일회용이라는 특성상 매번 교체해야 하고,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여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피부가 민감한 사람은 장시간 착용 시 발진이나 자극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탐폰은 체내 삽입형 제품으로, 생리혈을 내부에서 흡수하는 방식입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운동, 수영 등의 활동 중에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탐폰은 체내에 삽입되므로 외부에 따로 부착할 필요가 없어 활동성을 높여줍니다. 하지만 탐폰의 단점은 삽입 방식이 처음 사용자에게 불편할 수 있으며, 독성 쇼크 증후군(TSS)이라는 드문 질병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일정 시간마다 교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위생 관리가 철저하지 않으면 감염의 위험이 있습니다.
생리컵은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져 체내에 삽입해 생리혈을 모으는 용품입니다. 생리컵의 장점은 한 번 구매하면 장기간 재사용이 가능해 경제적이며,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대 12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어 교체 빈도가 적고, 외부에 부착되지 않기 때문에 활동성이 높은 점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삽입과 제거 과정이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으며, 특히 공공장소에서 세척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위생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하며, 세척 시 위생 상태를 철저히 유지해야 합니다.
위생팬티는 팬티 자체에 흡수 기능이 있는 제품으로, 별도의 생리용품을 부착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장점으로는 추가적인 용품이 필요 없으며, 착용감이 편안해 일상 생활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세척 후 재사용할 수 있어 환경적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으로는 생리량이 많은 경우 흡수량이 부족할 수 있으며, 외출 중 교체나 세척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보통 생리량이 적은 날에 사용하거나 다른 생리용품과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생리용품은 각 개인의 생활 방식과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으며, 각각의 장단점을 이해한 후에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월경 중에도 편안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리용품의 종류와 특징을 잘 알고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경기도의 월경권 지원 정책
경기도는 월경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도는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생리용품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 '경기도 여성 청소년 보건위생물품 지원 조례'를 통해 청소년들이 월경용품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해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리용품을 구매하기 힘든 가정의 부담을 줄이고자 합니다. 이 정책은 저소득층 가정의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용품 구입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한, 경기도는 월경권을 지원하는 정책 외에도 여성 건강과 관련된 여러 복지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노년층, 여성 근로자들을 위한 건강 관리 및 생활 복지 정책도 함께 시행하여 사회적 약자들의 건강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월경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여성이 겪는 일상 속의 불편함과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월경권은 단순히 여성의 생리주기를 관리하는 문제를 넘어서, 여성의 건강과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양한 생리용품의 접근성을 높이고, 월경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기도의 정책적 지원은 이러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모든 여성이 건강하고 존엄하게 월경을 관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조회수 31
2025-01-15
몇 년 전,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매우 재밌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동료 변호사보다 조금은 느리고 엉뚱하여 좌충우돌하지만 결국 문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며 훌륭하게 일을 수행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는데요. 지금까지도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로써 종종 챙겨 보곤 합니다. 최근에도 다시보기 영상을 찾아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장애인분들의 고충은 얼마나 클까?” 나아가 “왜 길거리에 이분들이 많이 안 보일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습니다. 분명 무언가 사회구조적인 원인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관련 문제와 해결책을 조사해 보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웹진에서는 또 하나의 사람,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의 삶과 이들의 등에 날개를 달아주는 시민들의 노력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정확한 정의가 무엇일까요? 자폐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는 일반적으로 생후 3년 이내에 나타나는 신경 발달 장애 중 하나로 반복적인 관심이나 행동의 특징과 사회성 및 언어 능력의 결핍을 특징적으로 보이는 장애를 말합니다.1) 대표적으로 눈 맞추기, 표정, 제스처 사용이 적절하지 않거나 빈도가 낮고 발달 수준에 적합한 또래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애를 가집니다. 또한 상동적이고 반복적인 운동 양상(손이나 손가락을 흔들고 비꼬는 등)을 보이거나 물건의 어떤 부분을 지속해서 집착하는 등의 반복적 행동를 보입니다.2)
특히 해당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민간이나 지역에서 운영하는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한데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원사업의 실효성과 접근성이 낮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일보에서 발달장애인 가족 1,07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복지관 이용 대기 기간 질문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1년 이상이라고 답했고 해당 지역은 17개 광역지자체 중 9개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원인으로 지자체의 행정구역 별 복지관 위치 분배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3)
▶ 지자체의 행정구역 별 복지관 위치 분배 방식은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의 치료에 있어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예로 광주가 울산보다 발달장애인 등록수(광주 8,300명 VS 울산 5,300명)가 많은 것에 비해 대기 기간이 적었던 이유로 광주는 7곳의 복지관이 행정구역마다 골고루 위치했지만 울산은 4곳에 불과했다는 점을 뽑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지자체가 더욱 적극적인 장애인 복지 정책과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출처-한국일보)3)
의료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지부 '2021년 발달장애인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 등 전국 45곳) 이용 대기 비율을 보면, 제주의 발달장애인은 27.9%가 1년 이상을 대기했는데요. 이외 경기(19.7%), 서울(18.3%), 광주(18.1%)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습니다. 긴 대기 기간만큼 자폐스펙트럼 장애 발견 시기는 3.1세, 4.6세에 진단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기 발견의 최적 시기인 3세보다 사실상 늦은 편이므로 골든 타임을 놓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4)
무엇보다 부족한 지원은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의 사회 진출을 더디게 할 수도 있는데요. 예로 '장애 유형별 고등학교 졸업자 진학 및 취업률'(교육부 자료,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 제공)에 관한 통계를 볼까요?
본 자료에서는 2022년 특수교육 대상 고교 졸업자 6천762명 중 지적장애인(4천386명)과 자폐스펙트럼 장애인(806명) 등 발달장애인이 5천192명으로 76.8%를 기록한다고 보여주는데요. 이 중 특수학교 내 고교 졸업자의 직업 교육인 '전공과'를 제외한 일반대학·전문대학 진학률은 20%에 그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장애유형별로 발달장애인의 대학·전문대학 진학률을 분석해 보자면 청각장애인 61.5%, 건강장애인 55%, 의사소통장애인 50.9%, 학습장애인 50.6%, 시각장애인 49.4%, 정서·행동장애인 40.3%, 지체장애인 35.9%, 지적장애인 12.9%를 기록하였고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은 10.4%의 최저치를 기록하였습니다. 취업률(취업자 수/졸업자 수 백분율)은 청각장애인 8.5%, 지적장애인 13%, 시각장애인 2.6%, 지체장애인 1.8%, 의사소통장애인 10.9%, 학습장애인 6.9% 등으로 기록하였고 자폐스펙트럼 장애인 5.5%로 낮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5)
▶ 발달 장애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낮고 비진학 미취업 비율은 높은 편이므로 세상 바깥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에서 뒤처지며 일종의 은둔 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연합뉴스)6)
이러한 문제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의 사고사(자살 포함) 비율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눈여겨볼 수 있는데요. 즉, 이들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것은 ‘삶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사망 평균 연령이 23세라는 점은 사회 전반적인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복지와 관련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우게 합니다.7)
구체적으로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을 위한 고등 교육 및 평생 교육 확대, 취업 시장 확보, 전문 인력 및 예산 확보 등의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들의 권리 신장과 사회적 위치 개선 등의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행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관련 시민사회단체들과 활동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올림장애인인권교육센터
▶ 2023년 3월 9일 푸르메소셜팜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현장이다. 다올림장애인인권교육센터에서는 장애인 관련 교육 이외에도 인권 교육,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등 ‘사람’의 가치에 집중하는 강의를 주로 제공하고 있다. (출처-다올림장애인인권교육센터)8)
다올림장애인인권교육센터는 주로 장애인 인권 신장/사회적 이해 등과 같은 장애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교육을 만드는 단체인데요! 더불어 강사진 양성과 지역 인권 운동에도 함께 참여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당 단체는 2019년 고용노동부 강사 지원사업 공식 수행기관으로 선정되고 2023년 보건복지부 공식 교육기관으로 지정되며 더욱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들을 제공해 왔는데요. 특히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관련한 강의와 지원사업이 전무한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로 ‘발달장애인 인권 강사’ 사업을 들 수 있는데요. 실제 발달 장애를 갖고 계신 장애인분들을 강사(ex.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1·2급)로 양성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파트너 강사 자격도 취득하게 도와주는데요. 2019년 기준 7명의 지체장애인, 그리고 4명의 발달장애인 파트너 강사를 배출하였고 이후 매년 약 300번이 넘는 강의를 제공하게끔 지원해 꾸준한 성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9) 결과적으로 강사분들에게 실제 취업 기회를 마련하여 자기 계발과 사회 활동을 독려하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교육 이외에도 2021년에는 용인 장애인 인권영화제를 용인시 장애인 단체들과 연합해 개최하며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교감의 장을 만드는 활동을 하였는데요. 2023년에는 용인시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기획한 동백 호수공원 인권 축제에 참여해 ‘인권 트리 만들기’ 부스를 운영하였고 KEN(Korea-EU CSO Network)포럼에도 참가해 ‘다양성’에 대해 고민하며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10)
황성환 대표는 향후 계획으로 인권 교육센터에 대한 재정 지원 항목의 부재로 예산이 지원되지 않고 수익모델과 후원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지만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라는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단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는데요.11) 밝은 미래가 기대되는 만큼 많은 시민분의 지원과 참여가 있길 바랍니다:)
사단법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 2018년 5월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는 광화문 만인소’가 열렸다. 당시 정부의 기존 지원 정책이 수정되며 논쟁이 일게 되자 장애인 자식을 둔 엄마·아빠들의 단체 시위가 이어졌다.12)(출처-투데이신문)
2022년 4월 19일 사단법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발달장애인들의 고충을 토로하며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촉구를 주장하는 1박 2일 집중 결의대회를 진행하였는데요. 당시 정부의 발달장애인 활동 서비스 시간과 예산 감소, 차기 정부의 ‘재활과 치료 중심’이 우선이 된 지원 정책에 대한 갈등이 신호탄이 됐습니다. 연대에 참가한 약 3,000명의 시민 중 일부는 삭발, 삼보일배, 단식 등 강력한 투쟁을 통해 국가 차원의 주거권·노동권·소득 등을 보장하라는 시위를 이어 나가기도 하였는데요. 단체의 요구사항은 대표적으로 △주간 활동 서비스를 중심으로 낮 시간 서비스 확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권리 중심 발달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3만 개 도입 및 제도화 등이 있었습니다.13)
또한 부모연대는 경복궁역 근처 인수위 앞까지 1.1km 정도를 행진한 후 마무리 집회에서 탁미선 부회장이 인수위 관계자에게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와 면담요청서를 건넸습니다. 이후 경복궁역에 마련한 단식농성장에서 문화제가 진행됐는데요. 당시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발달장애인 동생을 둬 시위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주목을 받은 결의대회가 됐습니다.14) 이처럼 시민들의 조직된 힘은 국회의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입법이 진행될 수도 있는 만큼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한국자폐인사랑협회는 2006년 12월 창립 이후,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의 실태 조사 및 정책 개발을 위한 교육 연구 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단체의 목표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우리 사회에서 소외당하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특히 발달장애인의 재산관리와 관련한 교육 사업을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15) 사실 일반적인 의·식·주 생활의 지원이나 교육은 들어봤어도 재정 관리에 특화된 교육이 있다는 점에서 큰 인상을 받았는데요. 어쩌면 장애인 분들의 금전적 피해가 상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활동은 매우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적인 강의로 발달장애인의 재산 관리를 위한 방법, 신탁에 대한 자세한 설명 등과 같은 수업이 있는데요.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는 현직 세금 전문가의 최신 정보를 토대로 일반인에게도 다소 복잡한 금융 지식을 쉽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뿐만 아니라 보조인, 거래처, 후견인 등과 같이 관계된 사람들에게 유익한 강의인 무연고 장애인의 상속 처리 절차도 있는데요. 해당 수업에서는 상속 대상, 계좌 관리, 관련 법 등에 관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편 금전 이외에도 가장 유익할 수 있는 범죄 피해 관련 지원에 관한 교육도 있는데요. 장애인 대상 학대 등 범죄 피해와 관련된 법, 장애인이 조사받을 시 의사 표현의 문제로 인한 대응법, 피해자 구제 지원 등 정의를 위한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료 수강료와 접근성이 쉬운 온라인 강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배려심을 느낄 수 있는데요.16) 관심 있으신 분들은 상단 홈페이지 링크를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 한국자폐인사랑협회의 오티즘트러스트 에듀 사이트에서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을 위한 무료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상속과 유언, 장애인 관련 금융제도, 장애인 신탁 등 여러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들이 삶을 영위해 나가는 데 걸림돌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수강 신청 절차도 비교적 간단해 큰 어려움 없이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출처- 오티즘트러스트 에듀 홈페이지)17)
지금까지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이 처한 현실과 이들을 돕기 위한 시민단체의 활동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글을 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만약 장애가 있었다면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저도 여러분들과 같이 심장이 뛰고 숨 쉬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한편 스스로 그동안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을 편견 없이 바라봐 왔는지, 이들을 위해 행동한 무언가 있었는지 돌이켜보기도 하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발달 장애인을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이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데 동참해 보는 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조회수 401
2024-12-26
기록이 들려주는 외침
존엄, 공감, 연결, 기억, 아픔, 외면, 윤리, 동료시민, 유가족, 트라우마, 심리적 외상, 회복, 정의, 고립, 개인, 추모, 이별, 의혹, 국가, 소명, 한계, 불안, 부조리, 상실, 모욕, 연대의 힘... 이런 숱한 단어들이 붙었다, 떨어졌다, 이어졌다, 튕겨나갔다 하며 머릿속을 맴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소위 참사라 이름 붙일 수밖에 없는 재난들을 떠올리면 도덕적, 윤리적으로는 물론이고 합리적, 상식적으로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일들이 버젓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세월호 참사가 앗아간 앳된 학생들 세대가 청년세대가 되어 이제 막 그들의 꿈을 펼쳐나가려고 하는 시점에 다시 한번 그 세대의 많은 생명을 일시에 잃게 한 이태원 참사는 그래서 더 가혹하다. 세월호 참사 때는 자신의 목숨만 앞세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했고, 이태원 참사 때는 그 좁고 짧은 골목으로 젊은이들이 몰려 생때같은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 이는 어처구니없이 비현실적이나 상징적으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잘라내 보여주는 듯하여 섬뜩하다. 상황과 원인은 달랐으나 마치 세월호의 데자뷰인듯 참사 이후 보인 정부와 대통령의 대응, 그리고 그 이후 일어난 일들은 구석구석 비도덕적이고 비겁하고 잔인했다.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과 그 가족, 친지, 친구들의 존엄은 그 어디에서도 존중되지 않았다. 그래서 시작된 싸움이 730일을 넘기고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은 참사 2주기를 맞아 “참사라는 이름 앞에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들 곁에서 우리 역시 서로에게 기대어 우리가 듣고 목격한 것을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라며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 이태원 참사 가족들이 길 위에 새겨온 70일의 이야기’를 펴냈다.
이태원 참사 1주기에 나왔던 기록집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 생존자와 유가족이 증언하는 10.29 이태원 참사’가 주로 그 자리에 함께 있거나 희생자들의 곁에서 삶을 나눈 그들의 형제, 자매, 친구들의 목소리를 담았다면, 2주기 기록집은 그들의 부모, 친지들의 뼈아픈 외침을 실었다. 또한 멀리서도 들려오는 외국인 희생자의 부모, 친지의 외침도 함께 실렸다. 참사의 문제, 참사를 보는 관점,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면밀한 고민을 바탕으로 기획된 순서였음을 두 책을 다 접하면 비로소 알게 된다.
이태원참사 2주기 이후 유가족협의회는 작가기록단과 함께 전국을 돌며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진실을 찾기 위해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2월 3일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북부 대회의실에서도 북토크가 열렸다. 이날은 특히 경기도 공익 기록활동가들과 함께 하는 자리였고 그만큼 기록의 의미가 깊이 각인되고, 기록이 들려주는 외침이 시공간을 꽉 채워 공명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싶다.
12월3일 북토크 현장 모습
이 자리에는 희생자 이주영님의 어머니와 아버지이시자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시기도 한 이정민님과 작가기록단의 박내현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4기 에디터인 라이언(이경엽)님이 함께 하였다. 라이언님의 사회로 1부에서는 기록활동가 및 참여자 네분이 유가족의 목소리를 대신하여 책 속의 발언을 낭독해주었고 2부에서는 이정민님의 목소리로 궁금한 이야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야 할 이야기들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이 분의 굵직한 음성 저 아래 가슴 깊이 지난 2년간 끊임없이 반복되었던 무너짐과 일어섬, 절망과 각오, 분노와 삭힘, 냉대와 위로, 투쟁과 극복의 날들을 버텨올 수 있었던 힘이 느껴졌는데, 그 원천은 딸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손잡은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함께 외친 정의에 대한 갈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깊이를 감히 누가 알랴?
작가기록단이 책의 여는 말에 쓴 다음의 소제목들은 각기 다른 유가족들이 들려준 이야기의 핵심을 잘 묶어 표현하고 있다. 낭독을 통해서도, 이주영님의 아버지 이정민님을 통해서도 공통적으로 아픔과 호소, 그리고 그것을 넘는 결기의 외침들을 들을 수 있었지만 아울러 그 안에는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도 담겨있었다.
‘유가족, 슬픔을 껴안고 책임을 걸머진 이들의 연대’
‘유가족, 그 이름 너머’
‘뜻밖의 삶이 우리를 기다린다’
1주기에 나온 책이 주로 이태원, 할로윈을 왜곡하며 편견과 혐오, 의혹을 부추겼던 프레임에 저항하는 이야기였다면, 2주기에 나온 책은 2년의 투쟁 기록의 타임라인을 따라 유가족들이 그야말로 ‘길’위에 서있던 기록이라는 작가기록단의 박내현님 설명대로,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이 기록집에는 혼자 슬픔으로 무너졌다가 유가족들을 만나며 살아야 할 이유, 싸워야 할 이유를 찾아 힘을 얻어 가는 부모들의 한결같은 고백이 실려 있다. 이들의 물음은 정당하다 못해 뼈저리게 정확하다. 왜 애도하기만도 버거운 유가족들이 국민을 지키고 보살피는 게 책임인 국가의 무능과 무책임을 떠안아야 하는지, 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고 회피하기 위해 편법과 무뢰한을 일삼는지, 왜 알 권리, 안전할 권리,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존엄을 짓밟고 왜곡하는지, 그것이 무엇을 누구를 위함인지, 피해자가 당연한 조치를 요구하는 과정이 왜 이리 험난해야만 하는지 등등.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자 이주영 아버지 이정민님의 마무리 말씀은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였다. 희생된 딸, 아들들을 위해서도, 남은 자식들과 앞으로 살아갈 이 땅의 온전한 미래를 위해서도. 그 싸움이 지난할지라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 용기를 얻고 힘을 내어 갈 수 있다고, 그런 공감의 확산과 실천에 동참해 주는 분들에게 고맙다고.
북토크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록집을 읽으면 좀 더 가까이, 깊이 유가족들의 마음과 상황, 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혼자 살 수 없는 세상,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잘 사랑하며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고통과 슬픔에도 그치지 않았던 730일의 걸음’을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으며 답을 찾는다. ‘재난참사 피해자’라는 이름 그 안에는 어떤 아픔과 부당함이 있는지 ‘참사가 물었다, 어디로 나아갈 테냐고’라는 질문에 함께 대답할 용기를 가짐으로써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작가기록단이 유가족들을 인터뷰하여 이런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우리는 몰랐을 것이다. 참사가 무엇을 뜻하는지, 희생자들이 어떻게 애도되고 기억되어야 마땅한지, 피해자들은 과연 누구인지, 피해자들의 권리는 무엇인지, 누가 무엇을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우리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투사가 될 수 있는지, 누가 누구를 어떻게 도우며 살 수 있는지, 인간이 얼마나 존엄한 존재인지, 그 존엄은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지, 공감이 얼마나 필요한지, 기록이 어떤 힘을 갖는지.
조회수 425
2024-12-20
세션별 토론 '세션1' <공익활동 기록, '재미'와 '의미'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저는 최근 2024년의 연말을 맞이하면서 매우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요. 바로 11월 9일 ‘2024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컨퍼런스 [너와 나의 연결, 공익 기록]’에 참여했답니다~ 이번 시민기록컨퍼런스는 파주 지혜의 숲 ‘지지향’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웹진을 통해 세션 토론 [“공익활동 기록, ‘재미’와 ‘의미’ 모두 잡을 수 있을까?”]와 ‘참여자 네트워크’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하는데요! 경기도 공익 기록활동가를 비롯한 다양한 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계속 집중해 주세요!
세션 1은 고승혁 좌장(소프트콘 컴퍼니 대표)님의 진행으로 윤명희 교수님(前 파주중앙도서관장), 임민아 대표님(미디어랩 ‘이유’ 대표) 그리고 심지 님(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3, 4기 아카이브 에디터) 총 네 분과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파주’는 남북 경계의 지역으로 분단과 동시에 종전과 평화를 상징하는 지리적 특성이 있는데요. 윤명희 교수님은 이러한 특성을 담아내 파주의 역사적인 기록들을 후대에 잘 전수하는 것이 도서관의 역할이라 생각하셨다 합니다. 따라서 파주 중앙도서관에서 지역기록화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처음 시작은 도서관 서비스 ‘휴먼 in Paju’ 였습니다. 파주에서 40년 이상 살아온 분들의 기록을 ‘시민채록단’이 발굴 및 출판하여, 도서관에 코너를 마련해 전시했는데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민간 기록을 공공 기록으로 남길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을 더 체계화했습니다. 현재는 파주의 기억을 기록하는 조직 및 아카이브 시스템이 구축되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파주중앙도서관은 시민과 함께 하는 풀뿌리 기록화 사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날 윤명희 교수님께서는 기록화 사업에 참여했던 시민분들이 자신만 알고 있던 기록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며 기쁨과 사회적 유대감을 느낀다고 얘기해주셨습니다. 이같이 공익활동 기록의 ‘재미’와 ‘의미’ 둘 다 잡을 수 있는 지점은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임민아 대표님은 아마추어리즘을 통한 시민기록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전문 장비가 필요한 전통적 미디어와 달리 오늘날 우리는 손 안의 스마트폰만으로도 많은 걸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시민기록은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순간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날 것’입니다. 임 대표님은 유튜브 채널(커뮤니티플랫폼 이유TV)의 ‘임사장이 간다!’ 코너를 통해 아마추어리즘 시민 기록을 실천 중이신데요. 오직 스마트폰과 셀카봉만으로 지역의 역사, 시민사회 활동 등 현장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시민 기록에서만 나올 수 있는 유머도 있는데요. 부천 협동조합 지역신문사인 ‘콩나물 신문사’는 종합 언론사 신문에 실리지 않는 ‘지역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독자들에게 쉽고 재밌게 다가가기 위해 신문 1면을 백지로 내어 아이들의 낙서장으로 활용되거나, 명절 기간에는 윳놀이 판을 인쇄해 배부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이 전문적이지 않아도 시민기록을 통해서 ‘지역과 사회를 위해 누가 어떻게 힘쓰고 있는지’를 ‘재밌게’ 전달할 수 있는데요. 재미와 의미에 더불어 지속성을 위해 ‘성취감’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따라서 바람직한 공익 기록 활동의 지원은 기획된 사업에 시민들을 참여시키는 방식보다 그들이 직접 기획 및 주도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윤명희 교수님과 임민아 대표님의 유익한 발제를 들어보았는데요! 아카이브 에디터로서 저도 ‘공익활동 기록이 재미있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많이 던져보곤 했었는데, 두 분의 발제 내용을 들으며 많은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두 분과 심지 에디터님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는데요. 그 내용은 심지 에디터님의 웹진에서 확인해 주세요!
참여자 네트워크 "당신에게 공익기록이란?"
세션 토론이 끝나고 시민기록컨퍼런스 참가자 모두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모두 돌아가며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공익기록은 무엇이며,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정책협력팀 이수정 과장님은 “공익기록이란 ‘4기 아카이브’이다”라는 감동적인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이 밖에도 참가자분들이 너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답니다. 이렇게 각자 사는 지역, 나이, 직업 등은 다를지 몰라도 공익 기록에 관심과 열정으로 모여 교류하는 자리가 정말 의미 있었는데요. 준비된 시간이 길지 않아 내심 아쉬웠답니다,,(다음엔 더 많은 활동을 길게 했으면..!)
이렇게 ‘2024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컨퍼런스 [너와 나의 연결, 공익 기록]’을 성황리에 마쳤는데요! 공익기록의 가치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기록의 방향성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너무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이번 시민기록컨퍼런스가 출판단지가 위치한 파주에서 개최된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책은 정보 전달의 역할도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교류하도록 돕는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공익 기록도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공익 발자취를 기록하고, 사회 구성원들을 연결하며 더 나은 사회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두 가지가 매우 닮아있지 않나요? 앞으로도 공익 기록에 대해 고민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길 바라며 이번 웹진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조회수 692
2024-12-18
● 국제결혼이주여성의 실태
국제결혼이주여성은 주로 외국 출신의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한 경우를 지칭합니다. 이 여성들은 주로 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국제결혼을 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언어, 문화, 경제적 이유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여성의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들이 직면하는 여러 가지 사회적, 법적, 경제적 문제들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결혼 생활의 불안정성과 가정 내 폭력 문제, 사회적 차별 등이 국제결혼이주여성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고 있습니다.
● 국제결혼이주여성의 삶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과 취업 차별로 인해 겪고 있는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입니다. 가정폭력의 경우, 결혼이주여성 10명 중 4명 이상이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 중 42.1%가 가정 내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변했으며, 이 중 일부는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적, 정서적 폭력까지 포함됩니다. 이러한 폭력은 여성들이 언어 장벽과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쉽게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장기간 고통 속에 머무르게 만듭니다.
(출처–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00797.html)
또한, 결혼이주여성들은 취업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차별을 경험합니다. 대부분의 이주여성들은 낮은 임금을 받는 단순 노동직에 종사하거나, 취업 기회조차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사회 내에서 여성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추가적인 복합 차별을 받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주여성들이 직장 내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성차별적 대우를 받는 일이 빈번합니다.
(출처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30823000543)
이와 같은 문제들은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적 장치와 지원 시스템의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가정폭력에 대한 법적 보호와 상담 서비스가 강화되어야 하며, 국제결혼이주여성이 안정적으로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취업 기회를 보장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 국제결혼이주여성의 현황
국제결혼이주여성의 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2020년 기준 약 200,000명 이상의 이주여성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이며, 중국 조선족 출신의 여성들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출처 – 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2430)
국제결혼은 특히 농촌 지역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결혼 생활 중 이주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고 농촌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노동 참여는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만, 동시에 이주여성들에게는 과중한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국제결혼이주여성 중 상당수는 결혼 초기 언어적 장벽을 겪으며,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한 경우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들 중 많은 이들이 가정 내 폭력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에 대한 법적 보호 및 사회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CNN방송은 2020년 8월 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한국의 결혼이주여성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이민제도와 사회에 만연한 인종 및 성 차별로 신음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이주한 여성들의 이혼율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결혼 생활의 불안정성과 연관이 있습니다.
(출처 – https://www.yna.co.kr/view/AKR20200803127600009)
● 국제결혼이주여성이 겪고 있는 문제점
1. 언어 및 문화적 차이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이 가장 먼저 직면하는 문제는 언어 장벽입니다.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거나 능숙하지 않은 이주여성은 가정 내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이는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사회생활에서도 언어 장벽으로 인해 고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화적 차이도 큰 문제로 작용합니다.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문화나 가족 중심적 생활 방식이 외국인 여성들에게는 낯설 수 있으며, 이러한 차별에서 오는 갈등은 종종 가정 내 폭력이나 차별로 이어집니다.
2. 가정 내 폭력 및 학대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이 경험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가정 내 폭력입니다. 많은 이주여성이 남편이나 시댁으로부터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폭력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결혼 생활의 불안정성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중차대한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주여성들이 결혼 비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한국에 머물러야 하며, 이로 인해 가정 내 폭력을 참아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폭력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적 문제와 법적 지식 부족으로 인해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3. 법적 보호의 미비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은 종종 법적 보호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가정 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나 이혼 후 체류 자격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을 때, 이주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법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혼 후 체류 자격을 상실하는 경우, 본국으로 강제 송환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되어 피해 여성들이 가정 폭력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법적 보호 미비는 여성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4. 사회적 차별 및 편견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외국인으로서의 차별과 편견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소위 ‘백인’이나 ‘선진국’에 대한 인식과 ‘유색’, ‘개도국’, ‘후진국’에 대한 태도가 다른 것도 큰 문제가 됩니다. 한국 사회는 단일 민족 의식이 강하고 외국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이주여성들은 이로 인해 배제되거나 차별받는 경험을 종종 합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이러한 차별이 더욱 두드러지며, 이는 이주여성들의 사회적 통합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 국제결혼이주여성 지원 사례
1. 한국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외국인으로서의 차별과 편견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단일 민족 의식이 강하고 외국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이주여성들은 이로 인해 배제되거나 차별받는 경험을 종종 합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이러한 차별이 더욱 두드러지며, 이는 이주여성들의 사회적 통합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2. 일본
일본은 국제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사회 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어 교육과 직업 훈련을 통해 이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이주여성들의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고, 심리 상담 및 법적 지원을 제공합니다.
3. 독일
독일은 국제결혼이주여성들에게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제공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독일에서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언어 교육 프로그램과 문화 적응 교육을 제공하며,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보호 시설과 법적 지원이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주여성들이 노동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직업 훈련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국제결혼이주여성 문제 해결방안
1. 언어 교육 및 문화 적응 지원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국제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를 익힐 수 있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언어 장벽을 해결하는 것이 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가정 내에서 의사소통 문제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게다가 접근성, 육아, 돌봄노동으로 참여가 어려운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의 현실을 고려하여 개선될 필요성도 있습니다.
2. 가정 내 폭력 방지를 위한 법적 보호 강화
가정 내 폭력을 예방하고, 피해를 입은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이 안전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긴급 보호소와 상담 서비스를 확대하고,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이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결혼 비자와 체류 자격을 분리하여 가정 폭력 상황에서 여성들이 비자 문제로 인해 결혼 생활을 유지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정책적 변화도 필요합니다.
3. 사회적 차별 완화 및 인식 개선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잘 통합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 캠페인을 강화해야 합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줄이고, 다문화 사회로서의 한국의 변화를 수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이주여성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들이 사회적 경제적 기회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 경기도의 국제결혼이주여성 지원 정책
경기도는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정보(출처 : 경기도청 누리집)
경기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주여성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주여성들이 언어 장벽을 극복하고, 직업 훈련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한, 경기도는 가정 내 폭력 피해자를 위한 긴급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주여성들이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이주여성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의료 서비스와 심리 상담 지원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이러한 지원 정책은 이주여성들이 가정 내에서 겪는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 한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은 언어적, 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뿐만 아니라 가정 내 폭력, 법적 보호 미비, 사회적 차별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법적 보호, 언어 교육 및 문화 적응 지원,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에 있어서도 국제결혼이주여성이 한국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시각보다는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이 이주여성들의 인권 보호와 사회 통합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조회수 959
2024-11-20
소식과 정보를 전하기 위해서 발로 뛰어야 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죠. 우리가 얻는 대부분의 정보는 미디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판단이 정보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그만큼 우리의 삶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지, 옳은 정보인지에 대해 늘 비판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죠.
그렇다면 여러분, 미디어에서 제공하고 있는 정보가 얼마나 ‘성평등’한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우리는 언제나 어떤 입장에 속해있기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성평등에 대해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항상 우리와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군포여성민우회성폭력상담소에서는 2024 군포시 양성평등문화확산사업의 일환으로 <성인지·성평등 관점으로 보는 미디어 리터러시 시민강좌&워크숍>을 개최하였습니다.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뜻깊은 자리에 여러분도 함께하시겠어요?
[워크숍이 진행된 군포시공익활동지원센터 전경]
워크숍은 군포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첫째 날의 강연은 ‘성인지적 관점의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질문으로 만들어가는 변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워크숍 활동 자료]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성평등네트워크팀의 ‘노새’(본명: 홍연지) 활동가가 강연을 진행하였습니다. 강사님은 미디어가 무엇인지에서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진행했습니다. 앞서 저는 지엽적으로 ‘정보를 얻는 수단’ 정도로 표현했었지만, 사실 미디어는 훨씬 넓은 의미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의사소통, 의미를 공유하는 것으로 우리가 이용하는 콘텐츠를 매개하는 모든 수단을 말합니다. 전달되는 내용을 기준으로 정보, 교육, 오락, 매체로 분류하거나 혹은 표현 형식에 따라 활자, 음성, 영상 세 가지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미디어는 강력한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영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송법 등을 바탕으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미디어가 법적 규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미디어가 지니는 파급력의 정도를 실감케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설명에 집중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사실 미디어가 지닌 영향력에 대한 연구는 19세기 초 신문의 대중화 이후로 계속해서 연구되었던 부분입니다. 미디어의 폭력성, 선정성이나 나이, 역할, 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경우 수용자는 그것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여러 이론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다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의제 설정 이론입니다. 미디어가 특정 이슈를 더 많이 보도할수록 사람들은 그 정보가 더 중요하다고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그 정보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해도 말이지요. 예를 들어서 국가에 전 국민의 도움이 필요한 재해가 발생했다고 해봅시다. 하지만 방송에서 양배추의 효능에 대해서만 방영한다면, 사람들은 재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양배추의 효능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게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프레임 이론입니다. 이는 수용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미디어가 제공한다는 이론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진로가 잘 맞지 않아 해당 분야에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디어에서 해당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정도의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면, 해당 미디어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접한 수용자는 진로 적합성에 대한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고 자신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만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는 문화 개발 이론이 있습니다. TV를 많이 보는 시청자일수록 그 미디어가 추구하는 가치와 닮아가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들은 모두 미디어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디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지만, 미디어를 제대로 수용하고, 활용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죠. 이렇듯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합니다. 미디어가 점차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대에서는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국, 호주 등 해외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기 위한 기초 교육을 이미 시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점에는 내가 받아들인 정보가 믿을만한 것인지 판별하며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있습니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SNS에서 보는 여러 가지 정보들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35%만이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정보를 수용하는 데에 있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연령과 반비례하는 성향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층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비판적인 수용을 넘어서서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정보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미디어의 종류가 다를 뿐, 여전히 미디어를 접하는 빈도가 높은 현대인은 누구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죠.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관점이 어떤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관점이라는 것은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 혹은 처지를 뜻하는 말이죠.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을 때 고려해야 하는 관점으로 특히 대두되고 있는 것은 ‘성인지적 관점’입니다.
과거에 비해 성인지적 관점에 대한 인식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성인지적 관점이 고려되지 않은 일들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과거 한 약품의 효능 실험을 마친 뒤, 제약회사가 약을 출시하였던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남성에게는 효과가 있는 반면 여성에게는 효과가 없는 데 더해 부작용이 생기는 등 문제가 있었는데요.
[성인지적 관점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는 참가자들]
알고 보니 제품의 효능 실험을 남성 위주로 하는 바람에 여성에게 약품이 투여되었을 경우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습니다. 여성의 경우에는 임신, 출산 등으로 인해 호르몬의 변화가 더 다양하기에 약품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여성이 제외되었던 것이죠. 현실에서 일어난 것이 맞을까 싶은 일이지만, 제약회사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입니다. 성인지적 관점은 이렇듯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만큼 ‘미디어 리터러시’에서도 성인지적 관점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성인지적 관점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인지 감수성은 성별, 성별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서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밖에도 성인지적 관점에서는 성평등 의식, 실천 의지, 성 인지력 등이 포함됩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라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은 이런 질문을 사람들에게 던졌다고 합니다. “9명 정원인 미국 대법관 자리에 여성이 몇 명이어야 충분한가?” 다른 사람들은 4명 혹은 5명 등을 정답으로 이야기했지만, 그녀는 ‘9명’이라고 답했다고 하죠.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대법관 자리에 9명 모두 남성이 앉았을 때는 아무도 놀라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면서 말이죠. 능력만 된다면, 여성도 얼마든지 필요한 자리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일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성평등이라는 것은 특정 성별에 대한 고정 관념을 갖지 않도록 해주는 데에 핵심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앞서 이야기했던 성인지 관점의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할 듯합니다. 이날의 강연을 맡은 노새 강사님은 성인지 관점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크게 세 가지로 정의하여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는 미디어의 제작 관행과 규칙을 이해하고 그 안에 담긴 재현과 언어의 의미화 과정을 성찰함으로써 미디어가 재생산하는 성차별적 이데올로기와 담론을 읽어내는 내용을 ‘미디어 리터러시’로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미디어는 의도와 목적을 갖고 생산됩니다. 우연히, 아무도 만들지 않았는데 미디어로 송출되는 경우는 없죠. 설령 조작되지 않은 일상을 송출한다고 해도, 그 일상을 미디어를 통해 전달하려는 것에 의도와 목적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렇기에 우리는 그저 현실을 반영한 것뿐이라고 하더라도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고 있는 현실의 모습이 적합한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날 강연에서는 다양한 시각 자료를 활용하여 그간 우리가 모르고 있던 미디어 속 불평등의 예시를 확인하였습니다. 우리가 아무런 의심 없이 봤던 장면에 이토록 많은 예시가 숨어 있다니, 놀라움을 이루 말할 수 없는 수강자들을 보며, 비판적인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날 강연은 미디어가 전달하고 있는 정보, 미디어가 재현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무엇이든지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의심하고, 그것에 문제가 있다고 알아차리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그런 비판적인 시각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조금 더 평등한 사회를 위해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강연에서도 미디어 속 재현의 무비판적 수용은 재현을 생산한 사람의 관점에서 미디어를 수용하게 되는 것이므로 당연하게 보던 것을 당연하지 않게 보기 위한 다르게 보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두 번째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
두 번째 강연은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성평등네트워크팀 ‘영지’(본명: 박영지)활동가의 정부홍보사업 성별영향 평가에 대한 강연이었습니다. 1차 강연 때 강연을 통해 알아보았던 성인지, 성평등 관점을 실제 정부홍보사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제적인 내용을 함께 알아가 보는 방식으로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성인지, 성평등이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막상 어떤 식으로 고쳐 나가야 하는지를 아는 것은 쉽지 않은데요. 이번 강연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성인지, 성평등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강연은 정보홍보사업 정책평가 자문단으로 참여했던 강사님이 직접 강연해 주셨습니다. 정부홍보사업에는 성별영향 평가 기준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크게 다섯 가지 정도의 카테고리가 있고, 그 안에 세부적인 평가 항목들이 존재하는데요.
첫 번째는 성역할 고정관념 및 편견 관련 항목입니다.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내용이 있는지, 혹은 ‘여성다움’ 혹은 ‘남성다움’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 살피는 것입니다. 가령, 교사를 묘사할 때 여성으로만 묘사하거나, 건축가, 생산기술직을 묘사할 때는 남성만으로만 표현하는 등의 홍보물은 성고정 관념을 되려 강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이 항목은 그런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살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성차별적 표현이나 비하, 외모지상주의 관련 항목입니다. 성차별적 언어 표현을 사용하거나, 특성 성, 인물, 집단을 비하거나 열등하게 묘사하지는 않는지, 외모지상주의, 외모차별, 희화화 혹은 신체를 부각해 성적 대상화하는 표현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를 들자면, 작품 등을 묘사할 때 흔히 사용하는 ‘남성적이다’ 혹은 ‘여성적이다’라는 표현이 해당됩니다. ‘강인하다’, ‘섬세하다’ 등의 대체 표현이 있음에도 기존에 사용해왔던 성차별적 사용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예로는 장애 및 이주민을 희화화하거나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노화나 나이 듦에 대해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것이 해당될 수 있습니다. 비단 남녀와 관련된 고정관념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불평등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고정관념을 굳히는 것은 하루라도 빨리 시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 항목은 폭력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는 폭력에 대한 통념을 표현하고 있지는 않은지, 부부나 연인 혹은 친구 등 가까운 사이의 폭력을 개인 간의 문제이거나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하게끔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는 항목입니다. 폭력과 관련한 표현 중 유의해야 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피해자다움’ 혹은 ‘가해자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도록 만드는 표현입니다. 특히 피해자가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목소리를 내면 ‘피해자답지 않다’라는 비난이 따라오는 경우가 지금까지도 종종 있는데요. 피해자를 항상 울고 있거나 움츠린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도 차별 표현에 해당합니다. 혹은 성범죄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할 때 선정적이거나 과도하게 폭력적인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례로는 부부 혹은 연인 간의 폭력을 ‘사랑싸움’ 등으로 표현하면서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생각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든 연인의 다툼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혹여 폭력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을 갖게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다음은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과 관련한 항목입니다. 과거, 혈연 중심의 가족 형태와는 달리 현대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고 있죠. 그런데 정부의 홍보물에서 가족의 이미지를 특정 유형으로만 한정하게끔 하는 홍보물을 제작해서는 안 되겠죠. 또한 가족 내 역할을 성별에 따라 고정하는 내용이 포함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가령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운 아버지’ 등의 표현을 사용하거나, 가족 돌봄의 주체를 여성으로 한정하는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안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항목은 성별 대표성 불균형과 관련한 항목입니다. 이 항목의 경우, 특정 성별 혹은 연령에 치우쳐 있거나 특정 성별 혹은 연령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특정 직업군과 관련한 설명을 하면서 남성 혹은 여성 픽토그램이나 아이콘 등만 사용하는 경우 혹은 ‘다양한 시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면서 특정 성별, 연령, 피부색에 한정하여 표현하는 경우가 안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의 항목들과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평등이라는 말 안에는 남성과 여성의 평등이라는 국소적인 의미만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회 구성원 전체의 평등을 도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정부홍보사업 성별 영향 평가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정책 홍보물을 보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보고 있는 시민의 모습]
[정책 홍보물을 보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내용을 발표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
두 번째 강연은 여러 정책 홍보물을 보고 참가자들이 직접 홍보물을 평가해 보는 시간도 마련되었습니다. 자신이 평가한 내용을 다른 참가자들 앞에서 발표하면서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서로 다른 처지에 있고,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보니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서로 발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번 워크숍을 마치고 나서 소감을 물으니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내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다’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이건, 미디어가 주는 정보가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미디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을 때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 누구도 지금 사회가 잘못되었는지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죠. 너무 가까이 있어서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과 협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공익활동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마음 맞춰 모두가 해내는 것에 그 가치와 목표가 있죠. 이 글을 접하고 계시는 여러분도 내 주변부터 차근차근 되새겨 보는 시간을 마련하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힘을 보태보세요!
조회수 714
2024-08-28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는 조금 고독한 편을 택한다. 천만 관객이 들었다는 영화를 나까지 볼 이유는 없다. 이때쯤 주인공에게 위기가 닥치고 기막힌 계기로 고난을 극복하는, 다음에 무슨 장면이 나올지 뻔히 예상되는 영화도 피한다. 그러다 보니 볼만한 영화도 함께 볼 친구도 사라졌다. 영화 편식자인 나에게 ‘공동체 상영회’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공동체 상영회를 처음 접한 건 장혜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을 통해서다. 2018년 당시 수원에는 이 영화의 개봉관이 없었는데 내가 활동하던 수원시평생학습관(이하 학습관) 연구원이 관객이 모인다면 영화 상영은 물론이고 감독을 초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길 했다. ‘어른이 되면’은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던 친동생 혜정과 혜정을 시설 밖으로 데리고 나온 언니 혜영, 두 자매의 이야기다. 장애인 탈시설 문제는 뉴스에서 가끔 접했을 뿐 잘 몰랐었는데 자매의 웃기고도 고달픈 일상을 보니 탈시설이란 누가 알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이미 생존 그 자체라는 걸 알았다. 부끄럽기도 했고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기쁨도 있었다.
제공: 시민기획단 나침반
무엇보다 상영회에 함께한 관객들의 반응이 인상 깊었다. ‘어른이 되면’을 보기 위해 처음 학습관에 찾아왔다는 분은 휠체어를 탄 자녀와 함께였다. 아이를 데리고 극장에 가기가 편치 않았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볼 수 있다니 너무 반갑고 좋다는 반응이었다. 장애인의 탈시설 주장에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분의 고백도 있었고, 공감은 하지만 탈시설이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며 가능성을 보았다는 관객도 있었다. 복합 상영관에서 이 영화를 혼자 봤더라면 미처 가닿지 못했을 생각들이다. 여러 관객과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고 또 들으며 공동체 상영의 매력에 빠졌다.
제공: 시민기획단 나침반_2022년 인디그라운드 커뮤니티시네마 기초지원 교육 中
공동체 상영에 관심을 두고 자료를 찾아보니 상업 극장에서 주목받지 못한 독립예술영화와 관객이 만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모임이 이미 전국에 여럿 있음을 알게 되었다.
출처: [인디그라운드]_이슈페이퍼02_커뮤니티시네마의 사회적 가치와 확산 방안, 발제자 김남훈 中
독립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의 도움을 받아 수원에서 커뮤니티시네마로 활동하게 되었고 이후 공동체 상영회를 지속적으로 열었다.
제공: 시민기획단 나침반
공동체 상영회를 여는 데 중요한 것은 상영 공간이다. 지금까지 학습관의 공간을 빌어 상영회를 열었는데 전문 상영관이 아니다 보니 스크린의 상태나 음향 등이
아쉬웠다. 다행히 수원을 비롯해 경기도 내 고양, 부천 등 10곳에 미디어센터가 있어 든든한 공공 상영 공간으로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지역의 미디어센터와
경기영상위원회가 함께 독립영화 기획전 ‘인디 한 편’을 진행하기도 했다.
공동체 상영을 하는 영화 대부분이 멀티플렉스나 OTT에서 접하기 어려운 독립예술 영화들이다. 독립예술 영화는 자본의 생태계에서 생존이 쉽지 않다. 따로 살피고 보존해야 한다. 다양한 생각과 예술 표현을 살리다 보면 자연히 약자, 소수자와 손잡게 된다. 잘 들리지 않고 잘 보이지 않는 세상의 이면에 조명을 비추는 영화들, 이 독립예술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바로 공동체 상영의 의미다.
출처: 경기영상위원회 인스타그램
가까운 곳에서 공동체 상영회에 참여해 보고 싶다면 ‘2024 경기도 소규모영화제’ (이하 소규모영화제)에 주목해 봐도 좋겠다. 8월부터 11월까지 고양, 수원, 용인, 양평, 오산 등에서 9개의 소규모영화제가 펼쳐진다. 무료 상영이고 영화 제작진이나 영화 주제와 관련한 초대 손님과 관객과의 대화도 마련된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점도 특별한 경험이다.
내가 속한 모임에서는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 동안 소규모영화제의 일환으로 ‘제3회 영화로운 시네마’를 연다. 우크라이나 전쟁 속 그곳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파편들의 집>과 고독한 사람들의 자기 찾기와 해방을 담은 극영화 <절해고도> 등을 만날 수 있다. 융합연구자 정희진 선생님과 씨네21 이다혜 기자 등의 해설과 관객과의 대화도 준비했으니 함께 공동체 상영의 특별한 친밀감을 느껴 보기를 바란다.
현장에 찾아가기 어려운 사정이라면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누구나 무료로 회원 가입을 할 수 있으며 ‘온라인 상영관’에서는 주기적으로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한다.
오는 8월 30일까지 ‘과거의 흔적, 현재의 궤적’이라는 주제로 <미싱타는 여자들><퀸의 뜨개질> 등 5편의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다.
공동체 상영회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공동체 상영에 관심을 가지면서 공공 도서관이나 공공 미술관은 있는 데 왜 공공 상영장은 없을까? 질문이 생겼다. 영화를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렸으면 좋겠기에 해보는 질문이다. 공공 상영장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더라도 각 시도에서 운영하는 미디어센터와 마을의 책방, 주민 센터, 카페 등이 공공 극장을 대신하고 있다.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언젠가 마을마다 공공 상영장이 생길지도 모른다. 영화를 통해 다양한 생각과 가치들이 밀도 있게 이야기된다면, 불안한 혐오와 차별의 시대를 건너는 징검다리 하나는 놓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조회수 876
2024-08-24
출처: 여성환경연대
안녕하세요~ 4기 아카이브 에디터 심지입니다. 5월에는 뜻깊은 날들이 많은데요. 혹시 5월 28일도 기념일이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매년 5월 28일은 세계 월경의 날입니다! 2013년 독일의 비영리단체 ‘워시 유나이티드(WASH United)’가 월경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정한 기념일입니다. 평균 여성의 월경 기간인 5일과 월경 주기인 28일의 의미를 담아 5월 28일로 지정하였습니다.
출처: WASH United 홈페이지
‘그날’이 아니라 ‘월경’이에요.
여러분은 ‘월경’과 ‘생리’ 중 어떤 표현이 익숙하신가요? 생리는 월경을 에둘러 표현한 단어입니다. 생리적 현상이라고 할 때 ‘생리’로 돌려 말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생리’조차도 제대로 불리지 못하고 ‘그날’이나 ‘마법’으로 불려왔어요. 월경용품 광고에서조차 ‘그날’로 통용되고 있죠. 또 최근의 월경용품 광고에서 여자친구를 살뜰히 챙기는 자상한 남자친구 역할로 남성배우들이 등장하였는데요. 이는 매우 세련되어 보이지만 사실, 월경하는 여성을 배려 받아야 하는 약자로 설정하는 기존의 담론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임신/출산과 직결되는 월경의 의미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연상시켜 공적 공간에서 월경 경험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또 월경하는 몸은 더럽거나 부정한 몸으로 인식되었으며, 여성이 월경혈을 묻히거나 월경용품을 보이는 것에 대해 자기 몸을 관리하지 못하며 조신하지 못한 여성이라고 보는 여성혐오가 만연했습니다. 저도 초경을 했을 때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월경용품을 구입하면 검은색 봉지에 담아야 한다고 배우곤 했습니다. 학교 화장실에 생리대를 교체하러 갈 때면 가방에서 남들 눈에 보이지 않게 후다닥 주머니에 넣어가곤 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이 월경 경험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리는 만무했지요.
출처: 여성환경연대
여성들의 월경운동
이처럼 여성들의 월경 경험이 인정되지 못하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며 1999년, 월경 경험을 드러내는 “월경페스티벌”이 처음으로 개최되었습니다. 대학 내 여성들의 모임과 ‘불턱’이 주최하여 월경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들을 생산해냈는데요. 축제 참여자들이 각 의제에 대한 서명 운동 등에 동참하며 생리대 부가가치세 면제, 월경 여성에 대한 수영장 할인제, 대안생리대, 생리공결제의 문제들을 공론화시키는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월경 드러내기’의 목표를 매우 성공적으로 달성했다고 할 수 있겠죠? 2007년 이후 맥이 끊겼던 월경페스티벌은 여성환경연대와 여러 여성단체들의 연합으로 2018년, “어떤 피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라는 제목으로 재차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여성환경연대는 “블러디 페미니스트” 팟캐스트에서 여성 건설근로자의 월경, 여성 지체장애인의 월경 등 다양한 월경 경험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보편적이라고 여겨지는 월경만이 아니라 소외되었던 다양한 월경하는 몸들을 초대하며 계속해서 또 다른 월경을 드러내는 것이지요.
월경 금기를 깨고 드러내는 운동들이 지속적으로 다양한 단체와 주체를 통해 이뤄져왔습니다. 2003년에는 ‘피자매 연대’가 대안 생리대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였는데요. 깨끗함을 강조하는 생리대 광고들은 일회용 생리대에 흡수된 월경혈을 곧장 휴지통에 버려야 하는 쓰레기로 묘사했지만 월경혈을 쓰레기통으로 버리지 않고, 대안 생리대를 손으로 빨고 직접 혈을 씻고 다시 사용하는 경험은 이전에 없던 몸에 대한 긍정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2004년도에는 한국여성민우회의 목소리로 시작한 생리대 부가세 면제가 이뤄졌고, 2006년에는 생리공결제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에는 정부에서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게 무상으로 생리대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경기도는 2021년부터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여성운동은 2017년 여성환경연대를 중심으로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을 고발하고 2019년에 생리대 전 성분 표시제를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월경은 부정도 긍정도 아니다
월경에 대한 사회적 변화를 위해 청소년들의 월경 교육에 힘을 쏟는 여성운동이 다양한 지차제,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통해 이루어져왔습니다. 생리대와 탐폰 사용 방법, 초경 경험, 부모님과의 소통 등 터부시되는 월경을 드러내는 시간들을 가지는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월경을 시작하였을 때 월경파티 등을 통해 축하해 주는 가족들의 모습도 많이 보이는데요. 하지만 “너도 드디어 여자가 되었다”, “너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이니, 이제부터 더 조신해야 하고 몸조심해야 한다”와 같은 말을 한다면, 월경과 이어진 임신과 출산을 ‘여성성’의 징표처럼 여기게 만들게 되기 때문에 안 하느니만 못한 월경파티가 될지도 몰라요. 여성이라고 모두가 월경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며, 월경하는 사람이 모두 여성인 것만은 아니에요. 월경은 인류의 거의 절반이 겪는 보편적인 신체 현상으로 다뤄야 합니다. 그리고 월경에 부정적 의미와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동안 여성들을 정상성의 범주 안에 가두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과 그렇지 않은 몸, 주기적으로 월경을 하는 건강한 몸과 그렇지 않은 몸 등으로 나누며 억압해온 권력에 대해 질문할 수 있어야 해요.
폐경이 아니라 완경이에요
한편 월경하는 몸을 위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완경을 경험하는 여성들을 위한 여성운동도 등장하였습니다. 월경이 끝난 상태를 ‘폐경’이라고 부르는 것은 완경기 여성에게 부정적 의미를 부여하는데요. ‘폐경’은 여성으로서의 삶이 끝났다거나 더 이상 임신할 수 없는 몸이라는 결핍, 결여의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폐경’ 대신 ‘완경’을 사용하면 여성이 스스로의 몸을 더 긍정할 수 있는 용어로 바꿀 수 있습니다. 완경과 관련한 대표적 활동으로 ‘달고리(DALGORI)’의 완경파티 ‘완두콩파티’가 있는데 ‘부정적인 의미로 인식됐던 중년 여성의 갱년기와 완경(폐경)에 대한 건강한 이해를 돕고 새로운 삶의 도약으로 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합니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월경운동들은 여성들의 경험, 그것이 가치 있다는 전제로 월경 경험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월경에 대한 사회적 편견들을 제거해왔습니다. 수많은 경험들이 만나 수다를 떨게 될 때, 그동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된 것들이 정치적 문제였음을 깨닫게 되고 여성들은 피의 연대를 맺으며 월경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자기 몸에 대한 인식의 변화, 당당하게 월경을 말하는 것, 월경에 필요한 제도와 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는 모든 것이 조금씩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이제 더 나아가서 월경하는 여성에 일반적으로 포함되기 어려운 장애여성 또는 희발월경여성, 무월경여성, 완경여성, 트랜스여성들의 다양한 월경이 더욱 드러나고, 월경하는 몸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네이버영화
끝으로, 월경과 관련한 콘텐츠 하나를 추천해 드려요.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2018)>인데요. 이 다큐는 생리컵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여성의 몸과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열어갑니다. 김보람 감독님은 월경과 생리대의 ‘연대기’와, 자신의 몸에서 벌어지는 일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의 결정적 ‘연대’의 순간을 담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 모두의 다양한 몸이 인정되고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칠게요.
<참고자료>
씨네플레이. 누구나 겪지만 아무도 같지 않은 월경 이야기 : <피의 연대기> (최종검색일: 24.05.20.)
조회수 955
2024-07-24
지난 3월 17일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에서 방글라데시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어 라마단 행사를 한다고 하여 다녀왔습니다. “함께 만드는 미래, 용인 르네상스 평화로운 공동체”라는 타이틀의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이하, 센터)는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은 용인시의 약 18,900여 명 외국인들의 소통의 장, 만남의 장이 되고 휴식과 도움이 되는 소중한 곳입니다. 센터는 1)외국인 주민의 지역사회 정착, 2)외국인 주민의 생활편익 향상, 3)외국인 주민의 한국문화 수용성 강화, 4)내·외국인 간 소통과 화합의 기반 구축, 5) 내·외국인 간 상호문화 이해 증진, 6) 용인시 글로벌 다문화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기관입니다.
처인구청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구청에 주차를 하고 찾아갔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이 있는 건물 3층으로 올라가니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 라는 간판이 반겨줍니다.
‘이프타르 마흐필 2024’라는 행사의 시작은 아직 남았으나 일찍 도착하여 방명록에 이름을 작성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반가운 얼굴인지 안부도 묻고 인사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 우선 ‘라마단’이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의 행사는 어떤 행사인지 먼저 알아볼까요?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9번째 달의 이름이며 영어의 SEPTEMBER과 같은 뜻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슬람을 믿는 사람인 무슬림은 ‘라마단’ 한 달 동안 알라(하나님)의 명령으로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 단식을 합니다. 해 뜨기 직전 일찍 아침식사를 하고 해가 지는 저녁까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하루를 보내다 해가 지면 그날의 단식을 깨고 물을 마시고 저녁을 먹습니다.
단식을 통해 배고픔을 느껴보면서 세상에 있는 가난한 자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라마단’ 단식의 의미 중 하나입니다. 이 기간 중에는 먹는 것만 끊는 것이 아니라 나쁜 생각, 나쁜 말, 나쁜 행동도 최대한 자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슬람 문화에서는 ‘라마단’기간 동안 주위를 돌아보며 가난한 이웃에게 자선을 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습니다. 단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큰 보상을 받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친구들과 친척을 초대하여 저녁 식사 파티를 하곤 하는데 그 저녁 식사의 이름이 ‘이프타르’입니다. 하여 이날의 행사는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의 방글라데시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어 ‘이프타르’ 저녁 식사를 준비하여 함께 저녁을 먹고 ‘라마단’의 축복과 행복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타국에서 함께 하는 전통 행사여서 그런지 용인시뿐만 아니라 경기도 여러 곳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안성’, ‘평택’ 등 멀리서 오신 분도 계셨고, 아이들까지 데리고 온 가족들도 많았습니다. 먼 거리를 아이들과 함께 오는 동안 자국 사람도 만나고 자신의 문화 행사에 참여한다는 생각에 얼마나 설레고 즐거운 마음이었을지 상상되어 저 또한 설렜습니다.
‘이프타르’의 저녁 식사 시간은 일몰 이후에 진행됩니다. 매일 일출과 일몰시간이 조금씩 달라지니 식사 시간도 달라집니다. 저녁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모여서 서로 이야기도 하고 강의를 듣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별한 행사를 경험하기 위해 참석한 한국 분들도 계셨는데,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 센터장님, 용인 경찰서 외사계, 그리고 경기사랑나눔후원회에서도 참석하여 ‘이프타르’ 행사를 축하해 주었습니다. 특히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의 김용국 센터장님께서는 “‘라마단’의 숭고한 의미를 존중하고 한 달간 단식을 행하는 모습이 감동적입니다”라는 인사 말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는지 이 신발의 개수만으로도 열기가 느껴지시나요? 경기도 여러 곳에서 모인 인원이 약 250명에서 300명 정도 된다고 하네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국 이슬람의 중심인 이태원 이슬람성원에서 조차 대규모 ‘이프타르’ 식사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주민 커뮤니티를 주최로 한 이 행사는 열렬한 정성으로 준비해서 그런지 규모가 아주 역대급인 것 같습니다. 행사일은 3월 17일 일요일 저녁이었는데 토요일 밤부터 방글라데시 커뮤니티 회원들이 모여 재료를 준비하고 일요일 새벽 인근 공장 기숙사 식당을 빌려 요리를 시작하여 약 300인분의 음식을 만들어 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도시락을 1인당 두 개씩 준비해 주었습니다. 왼쪽에는 과일, 방글라데시 콩요리, 튀김 요리, 대추야자가 들어 있고 오른쪽에는 ‘브리야니’라고 하는 양고기 볶음밥이 들어 있었습니다. 대추야자는 아랍어로는 ‘따무르’라고 하는데, 대추야자를 따서 자연 건조한 것으로 한국의 대추와는 달리 아주 당도가 높고 열량이 높아 보통 단식 후 물을 마시고 제일 먼저 먹는 것이기도 합니다. 방글라데시 음식이 인도,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라 개인적으로는 아주 맛있게 잘 먹었지만, 향신료에 예민하신 분들의 입 맛으로는 호불호가 강할 듯 합니다.
여자분들과 아이들은 따로 준비된 강의실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도 나누기도 했습니다.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 로비를 꽉 채운 참여자들을 보면 그날의 활기가 생생히 전달됩니다. 방글라데시 자조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알럼씨를 만나 잠깐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습니다.
•행사에는 어떤 분들이 초대되었나요?
“이번 행사는 방글라데시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다양한 무슬림도 함께 초대했습니다. 한국의 몇몇 기관에도 초대를 하여 행사를 함께 즐기고자 했습니다.”
•자조모임’이 이주민들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요?
“외국인들에게는 이런 (자조)모임과 활동을 통해 한국 생활에 대한 정보도 얻고 어려운 일은 도움을 받기도 하기 때문에 의미가 큽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있는 행사 준비 과정에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가 큰 도움을 줘서 쉽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라마단’행사 진행을 위해 센터 직원들 역시 늦게까지 퇴근을 미루고 함께해 주었습니다. 잠깐이긴 하지만 직원분들과 나눈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센터에서 일을 하다 보니, 나 역시 타지에 가면 외국인이고 도움을 받아야 할 입장이 될 텐데 그런 마음들 때문에 더 돕고자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라며 ‘라마단’행사를 함께하는 마음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300여 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석하여 식사를 함께 하고 모임을 갖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어떻게 이 행사를 진행하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 김용국 센터장님에게 질문을 드려보았습니다.
•행사는 어떻게 진행하게 되었나요?
“먼 외국에서 지내며 느끼는 향수와 가족과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클 텐데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먹고 마시며 노는 행사가 아닌 ‘라마단’의 숭고한 의미를 갖는 일이라 일요일 늦게까지 진행되는 행사이지만, 직원들도 동의하여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문화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다”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 김용국 센터장-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 센터장님과의 대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입니다.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보지 않고, 다른 것을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며 고치려 하지 않는 것, 그저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본다면 좀 더 다양한 것을 즐기고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늦게까지 정리한 센터 직원들과 행사를 주최하고 음식을 준비한 방글라데시 커뮤니티 회원들, 이 행사에 참여한 모두가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 한걸음 내딛는 시간 이었습니다. 함께한 경험이 하나씩 쌓여 다름을 존중하고 오해와 편견 없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나아가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내년 ‘라마단 이프타르’에는 더 많은 한국인들이 참가하여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였으면 합니다. 다름을 이해하는 문화 전달자가 더욱 많아지길 바라며, 작은 경험이 하나씩 모이고 모여 우리 사회의 모든 다양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의 시작이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조회수 1142
2024-04-15
언 땅이 풀릴 즈음 산수유, 개나리, 민들레 노란 꽃들이 봄의 전령처럼 이 나라 땅 구석구석 생명을 깨운다. 마치 언 땅속에 묻혀있었듯이 우리 가슴속에 묻혀있던 노란 리본도 잊힐세라 피어난다. 지난 10년 그 뿌리 얼마나 질기게 퍼졌으려나. 그 10년은 그냥 지나지 않았으므로.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두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그 중 ‘520번의 금요일’은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2014년부터 2023년까지의 10년을 기록한 책이고, 다른 하나는 세월호 생존자, 형제자매, 그 곁의 이야기를 담은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이다. 두 권의 책 모두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기획하고 4.16 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100명을 훌쩍 넘는 이들을 인터뷰, 취재하여 글로 옮겼다. 이 두 책의 출간 기념으로 특별기획전시 ‘520번의 금요일 그리고 봄’이 진행 중이어서 이를 마주하러 갔다.
마주침이 아닌 마주함에는 일종의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이 전시를 마주한다는 것은 10년 동안 마주해야 했던 황당함과 참혹함, 일상과 비상, 비현실 같은 현실, 절망과 희망, 죽음과 삶, 미움과 사랑, 무지와 인내, 추함과 거룩한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상의 거울을 마주해야 함을 의미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세월호와 함께 뒤집힌 인생의 숱한 기억들을 마주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해서 되도록 담담한 마음을 앞세우고 전시공간을 찾아갔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는 서울 중구 창경궁로 6 부성빌딩 7층에 있다. 건물 안팎으로 7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까지 아무런 간판도 안내판도 없다. 건물주나 건물 입주단체들이 그런 안내를 반대한다니 이 세상 읽기가 다시 곤혹스러워진다. 그래도 ‘우리함께’는 그다지 크지도 않고 문 연지 석 달 밖에 되지 않는 새 공간이지만 앞으로 오로지 공감으로 채워져 나갈 공간이어서 그런지 이미 따뜻한 기운이 배어있었다.
“재난 참사 피해자의 화답에 빚져 우리가 오늘을 살았다. 이제 우리가 당신들이 살아갈 내일을 만들 힘을 채워갈 차례다.”라는 문장이 현재 연대하고 있는 여덟 재난참사 피해자 단체들이 겪은 사건 연대기 위에 적혀있다. 재난피해자가 스스로 중심이 되어 피해자들의 사회적 치유에 힘을 보태고 이들의 권리 증진과 정책, 제도 변화, 시민의식 개선에 앞장서리라는 다짐이 굵고 진하게 눈을 뚫고 들어왔다. 한편 이들이 직접 이렇게 나설 수밖에 없는 사회 현실은 또 다른 돌덩이로 가슴에 떨어졌다. 왜 이래야만 하는가. 우리 사회에서는 어찌 이리 인간의 존엄이 무시되고 특권과 자기방어만 난무하는가.
이제 ‘520번의 금요일 그리고 봄’을 마주할 차례다. 금요일은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흘린 눈물의 증언집인 ‘금요일엔 돌아오렴’의 책 제목이 말하듯 2014년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학생들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날이었다. 당시 세월호에는 단원고 학생이 325명 교사 14명 인솔자 1명 포함, 총 476명이 탑승하고 있었고 그중 299명 사망, 5명 실종, 172명이 생존했다. 기가 막히게도 전 국민이 방송을 통해 배가 침몰하는 과정을 목격하였고 충분히 구할 수 있었던 귀한 생명들, 특히 막 피어나는 보호 받아 마땅할 학생들이 속수무책으로 바다 깊이 묻히는 걸 듣고 보았으니 국가가 가라앉았다고 전 국민이 망연자실, 처절히 애통해하던 그 해 봄날들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짝 피는 봄꽃처럼 그 비통함을 잊지 않겠다던 노란리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찬 가슴, 거친 길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그리고 10년.
‘520번의 금요일’은 열두 개의 키워드: 그 섬, 인양, 조직, 갈등, 국가, 기억, 각성, 차이, 가족, 몸짓, 편견, 합창을 중심으로 그 숱한 사연의 조각들을 모아 슬프고도 처연하며 그런가 하면 질기고 감동적인 출렁이는 파도 같은 조각보를 지었다. 전시공간도 딱 그렇게 꾸며졌다. 가운데는 텅 비어 있고 양옆으로는 은은한 색색의 천을 늘어뜨려 ‘10가지의 금요일’이란 주제의 칸을 이룬다. 그 안에서 각기 다른 사람들이 녹음한 목소리로 책 속 이야기의 낭독을 들을 수 있다. 서서히 변해가는 아름다운 천 색깔은 10년간 있었던 변화의 번짐을 상징한다고 한다. 입구 중앙에 세워진 벽 뒤쪽에는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에서 발췌한 글들이 전시되어 있어 이를 읽고 마음속에 각인하며 베껴 쓸 수 있도록 빈 공책과 펜이 놓여있다. 그리고 맞은편 창가 전면을 덮은 푸른 천에 “어쩌면 새로운 질문과 마주할 당신과 함께”라는 문구가 박혀있다. 이제 우리 다시 새로운 질문을 마주할 때라고 말없이 외치듯이.
지난 10년간 이대로는 안 된다 외치며 진실과 정의, 생명과 안전이 지켜지는 사회를, 어른이 제대로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그야말로 온 힘을 다해 한발 한발 움직여온 유가족협의회, 전국 각지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함께 한 수많은 사람들의 투지와 노력은 결코 끊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너무나 당연히 일어나야 할 일조차도 숱한 절망과 분노, 통한과 인고의 파도를 넘어야만 가능했으며 참사의 멍은 여전히 진하고 아픈 채, 세월호 추모공원 건립은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막막해도 멈출 수 없다. 그 비장함의 무게를 주춧돌 삼아 4.16재단 부설로 국내 최초 재난피해자들의 권리 증진을 주목적으로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 함께’가 문을 열었고 다시 더 큰 힘을 모아 생명과 인간의 존엄을 위한 우리 사회의 변화를 한 층 한 층 쌓아갈 것이다.
세월호참사 10주기를 맞으며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진실과 책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에 실천으로 답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미래를 꿈꿀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0주기 기록집 특별기획전시 ‘520번의 금요일 그리고 봄’
- 장소 : 서울 중구 창경궁로 6, 부성빌딩 7층(재난피해자권리센터 전시실)
- 전시 기간: 2024. 3. 11.(월) - 4. 19(금) 11시~19시 주말, 공휴일은 쉼
- 해설시간 : 3월 21일(목), 3월 28일(목), 4월 4일(목), 4월 11일(목) 13시~18시 (전시해설시간 : 1시간 소요) 해설은 별도 신청 필요
- 전시해설 신청문의 : 재난피해자권리센터 02-2285-2014
4.16참사 작가기록단의 친절한 해설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시일정은 변경될 수 있으니 해설 신청문의를 참고해주세요.
전시실에 걸려있는 두 장의 사진 중 하나
조회수 1054
2024-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