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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혼자 남겨진 사회

    세대별 사례 탐구를 중심으로 본 현대사회의 외로움 보고서

     

    아무도 몰랐다

    냉장고 안에는 오래된 음식이 있었다. 현관 앞에는 며칠치 우유가 쌓여 있었다. 택배 기사가 초인종을 눌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발견됐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고독사라는 단어는 특별한 사건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뉴스와 지역사회 현장에서 흔히 접하는 사회문제가 되었다. 혼자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 연락이 끊긴 뒤 며칠 혹은 몇 달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죽음은 이제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는 노년층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청년과 중장년층에서도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1인가구 증가, 경제적 불안, 인간관계 단절, 디지털 중심 사회 변화는 사람들을 점점 사회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고독사는 단순히 혼자 죽는 현상이 아니다. 살아 있는 동안 관계가 끊어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고립사라는 표현도 함께 사용된다.

     

    고독사와 고립사,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고독사란 무엇인가

    고독사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상태에서 혼자 사망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1인가구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반드시 혼자 사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 있어도 관계가 단절되어 있다면 고독사의 위험은 존재한다.

    고독사의 핵심은 단순한 혼자 죽음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부재다. 즉 살아 있는 동안 누구와도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다뤄진다.

     

    고립사란 무엇인가

    고립사는 사회적 관계와 교류가 거의 없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다가 발생하는 죽음을 의미한다. 고독사가 결과 중심의 개념이라면 고립사는 그 과정에 초점을 둔 표현이다.

    직장을 잃고 사람들과의 연락이 끊기며 사회활동이 중단되고, 결국 건강관리와 생활 유지가 어려워지는 과정 자체가 사회적 고립이다.

    즉 고립은 삶의 과정이고, 고독사는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숫자가 말하는 현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고독사 위험군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 1인가구의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 2023년 기준 국내 1인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약 35%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세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혼자 사는 시대라는 의미다.

    고독사 사망자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남성 비율이 높으며 50~60대 중장년층 비중이 가장 크다. 최근에는 경제적 불안정과 취업난 속에서 청년층 고립 문제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초고령사회가 본격화되면 노년층 고독사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왜 사람들은 고립되는가

    1) 관계 단절의 시대

    과거에는 동네 공동체와 대가족 문화가 존재했다. 이웃 간 왕래가 있었고 서로의 안부를 자연스럽게 확인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개인 중심 구조로 변화했다. 아파트 생활은 익명성이 강해졌고, 사람들은 서로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다. 편리함은 늘었지만 관계는 줄어들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인간관계 단절은 더욱 심화됐다.

     

    2) 경제적 불안

    실직과 빈곤 역시 중요한 원인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사람들을 사회관계 밖으로 밀어낸다.

    직장을 잃으면 인간관계도 함께 끊기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실패에 대한 자존감 하락은 스스로 사회와 거리를 두게 만든다.

    특히 중장년 남성층은 은퇴 이후 관계망이 급격히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3) 디지털 사회의 역설

    스마트폰과 SNS는 연결의 도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깊은 외로움을 만들기도 한다.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실제로 대화할 사람은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년층은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사회적 소외를 경험하기도 한다.

     

    4) 가족 구조의 변화

    비혼 증가와 이혼, 1인가구 확대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예전에는 가족이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가족 내부에서도 관계 단절이 늘어나고 있다.

    연락하지 않는 가족은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돌봄 관계는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고독사의 현장 사례(출처.한국장례협회)

    사례 1 은퇴 후 혼자가 된 중년 남성

    수도권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수개월 전 직장을 잃은 뒤 사람들과 연락을 끊었다. 가족과의 왕래도 거의 없었다.

    주민들은 조용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했지만 정작 그의 일상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발견 당시 집 안에는 배달 음식 용기와 약봉지가 쌓여 있었다.

     

    사례 2 청년 고립의 그림자

    취업 준비를 하던 20대 청년은 장기간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며 은둔 생활을 이어갔다.

    원룸생활을 하였으며, 체납고지서와 이력서, 빈통장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숨진 뒤 2주가 경과한 후에 발견되었다..

    청년 고립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불안과 우울, 사회적 단절이 지속되면 심각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례 3 – 혼자 남겨진 노년 여성

    남편 사별 이후 홀로 생활하던 80대 여성은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외출이 줄었다.

    동네 복지사의 방문이 끊긴 뒤 점차 사회와 단절됐다.

    이웃들은 가끔 보던 모습이 사라졌지만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몇 주 뒤 관리비 연체 문제로 집을 찾은 관계자에 의해 발견됐다.

    마지막으로 그의 이름을 부른 사람은 누구였을까..

     

    고독력혼자 견디는 힘이 아니라 연결을 유지하는 힘.

    세 사람의 이야기에서 공통점이 있다.

    고립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조금씩, 천천히, 아무도 모르게 진행이 되었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수 있을까.

    최근 심리학과 사회학에서는 고독력이라는 표현이 주목받고 있다. 고독력은 단순히 혼자 견디는 힘이 아니다.

    외로움을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혼자 있는 시간을 삶의 균형 속에서 활용하는 능력이다.

    현대사회에서 혼자 사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고립되지 않는 것이다.

    혼자 살아도 사회와 연결되어 있고, 자신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세대별 고독력 키우기

    청소년·청년 세대 - 디지털 관계를 넘어 실제 관계 만들기

    청년층은 온라인 소통에 익숙하지만 실제 인간관계 경험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청년 고립은 "혼자 있기 좋아서"가 아니라 "관계를 시작하기 어려워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 모임 참여, 독서모임 및 동호회 활동, 봉사활동 참여, 공동체 프로젝트 경험 등 만나고,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② 중장년 세대 - 일 외의 관계망 만들기

    중장년층은 직장을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해온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은퇴 이후 관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고립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취미 공동체 만들기, 지역 활동 참여, 평생학습 프로그램 참여,

    걷기 모임, 문화모임 참여 등 특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버티려는 태도는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

     

    ③ 노년 세대 작은 연결을 꾸준히 유지하기

    노년층은 건강 악화와 이동 제한으로 인해 쉽게 고립된다.

    매일 한 번 전화하기, 경로당 및 복지관 이용, 마을 프로그램 참여,

    라디오와 공동체 활동 참여, 디지털 교육 받기처럼 작은 연결이라도 꾸준히 유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노년층에게는 누군가 자신의 안부를 기억하고 있다는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

     

    공동체 회복이 필요한 시대

    고독사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하는 공동체 과제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안부 확인 서비스와 AI 돌봄, 반려식물 사업, 주민 관계망 사업 등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사람을 살리는 것은 사람의 관심과 연결이다.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는 일, 동네 가게에서 안부를 묻는 일,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하는 작은 행동들이 관계를 이어주는 시작이 된다.

    최근 공동체라디오와 마을미디어 활동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의 목소리는 관계를 만든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다시 사회와 연결된다.

    특히 시니어와 1인가구에게 공동체 미디어 활동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활력과 사회적 관계 회복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혼자 살아도 혼자 남지 않기 위해

    현대사회에서 외로움은 특별한 감정이 아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의 감정이다.

    하지만 외로움이 단절이 되고, 단절이 고립이 되며, 결국 삶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고독력을 키운다는 것은 혼자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돌보고, 타인과 연결되며,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다.

    혼자 살아가는 시대일수록 더 필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작은 연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연결은 제도가 아니라 잘 지내세요?”라는 짧은 안부 한마디에서 시작될 수 있다.

     
     
    고독사와 고립사, 그리고 ‘고독력’이라는 새로운 삶의 힘
    럭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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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20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5월을 가정의 달이라들 한다.

    가정이란 뭘까?

    아내는 밖에서 일하고 남편이 두 아이 육아와 살림을 맡은 가정은 어떤 풍경일까?

    집사람아빠가 엄마를 쉬게 하자며 이웃 아빠들과 연대했다.

    그림작가이자 안산 해양동 마을활동가, 학교 앞 교통안전지도를 하는 김인찬 자율순찰대 회장을 만나 보았다.


    아이들의 행복한 하루를 기원하는 인사말과 호루라기가 들린 자율순찰대의 두 손
     

    Q ‘자율순찰대란 이름이 낯선 분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려요.

    2021년부터 준비하고 2022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안산 그랑시티 자이 아파트 단지에서 자율순찰대를 구성하여 지금까지 활동 중인 김인찬입니다. 현재 해양동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단체의 운영진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어요. 매일 아침이면 비가오나 눈이오나 학교 앞으로 나가 아이들의 안전한 등굣길을 위해 교통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2026년 4월 현재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 해솔초, 해솔중 등굣길 교통안전지도_횡단보도 보행신호 한 번에 많게는 50명~80명의 초중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넙니다_장소 하늬울 공원 관리사무소 앞 횡단보도
     
     
    2023년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 두 번째 해 3월 봄(새 학기)_장소 하늬울 공원 관리사무소 앞 횡단보도
     

    Q 자율순찰대 활동을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자율방범대랑은 다른 거죠?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릴 수 있는데, 자율방범대는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지구대와 협력해 야간 순찰하는 관소속 단체예요. 반면 자율순찰대는 제가 이곳에 이사 오기 전 단체에서 아이를 키울 때 엄마를 좀 쉬게 하자는 순수한 취지에서 시작됐어요. 주말 낮에 아빠들이 애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모임이죠. 토요일에는 아빠들이 직접 짠 놀이 프로그램으로 가족 관계를 회복하는 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2016년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을 하기 이전 호수동에서의 아버지 모임_엄마를 쉬게 하자_주말 아빠들과 계획한 놀이 프로그램_5월 행사 진행 전 안내사항 전달 및 논의_빨간 상의 녹색 가방에 등을 보이고 있는 사람이 본인_장소 안산진흥 초등학교 운동장
     

    그리고 지금 이곳 새로 형성된 단체에선 아빠들과 평일 밤에 단지와 학교 주변을 돌며 활동을 하는 과정이 쌓이다 보니 자율순찰대의 형태를 띠게 된 겁니다. 이전 단체와 달리 지금 이곳 우리 단체는 예산이나 회비를 일절 받지 않는 자율 모임도 됐어요. 이전에 회비가 개입되면서 권력 싸움이 일어나는 걸 겪었거든요. 지금의 자율순찰대는 회비도 없고,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단체의 활동 경우 시의 보조지원을 받을 때도 보조금 전액을 주민들과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투명하게 사용하고 조직 구성도 수평적인 구조를 유지했어요.

     
    2022년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 시작 첫 해_자이 아파트 단지 내 야간 순찰 중_장소 그랑시티자이 아파트 단지
     

    Q 이전에 무슨 일을 하셨길래 육아에 그렇게 적극적일 수 있었을까요?

    평생 그림 그리는 일을 해왔어요. 90년대에는 출판사 단행본 프로덕션에서 수작업 극화를 그렸고, 지금은 컴퓨터로 삽화와 일러스트를 그리는 작가입니다. 옛날엔 종이 원고를 들고 합정동 출판사를 직접 찾아다녔는데, 수십 명의 출판사 직원이 원고 말풍선에 식자를 일일이 붙이던 풍경이 눈에 선하네요. 원고 한 장에 7~8천 원 받으며 고생도 많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해 다 컴퓨터 작업이 됐죠.

     
    그림만 그려 온 삶_90년대엔  종이 원고에 수작업으로 그림을 그렸고 지금은 데생부터 인물 터치, 배경 칼라 터치까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하는 시대가 2000년대 초부터 조금씩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애들이 좋아하는 판타지 그림을 그려 유치원 봉사도 가고, 같이 놀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직접 만들었어요. 서울에서 35년을 살다 2009년에 아내 직장을 따라 안산 고잔동으로 이사 왔는데, 삭막한 서울과 달리 조용하고 녹지가 많아 참 좋더라고요.

     

    Q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쉽지 않은 구조잖아요.

    집사람이 도로 포장하는 건설회사에 다니는데 경력이 30년이 넘은 베테랑 부장이에요. 능력자라 회사에서도 꼭 필요한 사람이고 저보다 수입도 훨씬 좋았죠. 솔직히 저는 그림 그리며 도와주는 처지라 수입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첫애 태어나면서 제가 집안일을 전담하기로 했죠. “당신이 밖에서 잘 버니까 내가 안살림을 할게한 거예요. 출산 휴가만 몇 달 쉬고 집사람이 출근하면서, 육아하고 살림하는 걸 제 역할로 받아들인 거죠.

     

    Q 100% 독박육아를 직접 하셨다고요? 만만하지 않았을 거 같은데요?

    집사람은 산후조리원도 안 갔어요. 제가 집안일은 몹시 서툴렀고 집에서 산바라지도 한다고 했지만, 매우 부족했죠. 집사람이 출근한 후엔 짜놓은 모유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데워 먹이고, 분유 타는 법부터 기저귀 가는 법까지 책으로 익혔어요. 제 일은 아무래도 뒤로 밀리는 거죠. 근데 이게 하루 이틀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애한테만 24시간 몰입하다 보니 어느 순간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려워지더라고요. 신경이 예민해져서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고, 택배 아저씨가 벨 누르는 것도 싫어서 문을 안 열어준 적도 있어요. 고립되니 사람 보는 게 무서운 거죠. 지독하게 우울증을 겪었습니다. 밖에서는 남편이 애 봐주니 좋겠다라고 칭찬했지만, 제 내막은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우울에 갇히더라고요.

     

    Q 임신출산육아로 여성이 겪는 산후우울증을 남성으로서 경험하셨네요. 이게 생물학적인 문제가 아니 게 보이네요. 어떻게 빠져나오셨나요?

    ,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면 그럴 수 있는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애가 걷기 시작하면서 탈출구를 찾았어요. 애 데리고 공원 나가서 놀게 하며 거기 비슷한 엄마들이 보이더라고요. 저 혼자 남자라 처음엔 어색했죠 물론. 차츰 육아하는 엄마들 수다떠는 거 듣고 섞여서 물어보고 애 이야기도 하면서 마을 사람들과 교류가 시작된 거죠.

     

    또 하나는 인터넷이었어요. 애들 잘 때 게시판에 글 남기고 소통하면서 숨구멍을 틔웠죠. 밖을 못 나가니까 바깥 환경을 촬영한 케이블 TV 코너 같은 거 열심히 보고 글을 올렸어요. 댓글 하나 달리나 기다리고, 안 달리면 서운해하면서요. 그렇게 손가락으로라도 세상과 연결되려 애쓴 시기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병적인 집착이었지만 그때는 그게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Q 아들 둘을 키우셨는데, 그 힘든 육아를 둘이나 할 결심을 하셨을까요?

    원래 둘째 계획이 있었지만, 첫째를 키워보니 너무 힘들어서 4년이라는 터울을 두고 낳았어요. 둘째 때는 더 적극적으로 밖으로 나가 다른 부모들과 어울렸죠. 그런데 두 아이 성향이 참 달라요. 큰애는 무덤덤한 보통 남자애인데, 둘째는 섬세하고 여성성이 강해요.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아기자기하게 놀죠. 초등학교 땐 엄마 옷을 입고 나와 예쁘냐고 묻기도 했는데, 처음엔 덜컥 겁이 났어요. 사회가 보수적이니 군대 가서 적응 못 할까 봐 일부러 남자가 그러면 안 된다라며 화도 내고 갈등도 많았죠. 이제 중3이 된 아이를 보며 깨달았습니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것도 결국 제 편견이었다는 걸요. 이제는 아이의 개성을 존중합니다.

     

    Q ~ 멋진 말씀이에요. 그렇게 사셨다면 참 보람 있게 느끼시겠어요.

    결혼 후 남자도 집 안일 한다고 받아들인 점이 제 삶에서 가장 큰 보람이에요. 시작은 육아였지만 놀이터에서 만난 힘든 엄마들의 처지를 보며 아빠들이 하루라도 애들을 맡아 엄마들을 쉬게 하자라고 마음을 모았죠. 공식 단체도 아닌 아빠들 동호회처럼 시작해, 토요일 아침 8시면 애들을 싹 데리고 나갔어요. 용산전쟁기념관도 가고 병점 빙상장도 갔어요. 대부도 선감 학생수련원 12일 여름캠프로 바지락을 캐며 아이들을 돌본 아버지들과 그 시간과 경험으로 이곳에선 자연스럽게 새로운 다른 아버지들과 구성한 마을을 살피는 자율순찰대로 이어진 겁니다.


    2017년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을 하기 이전 호수동에서의 아버지 모임_엄마를 쉬게 하자_주말 아빠들과 계획한 놀이 여름캠프 프로그램_8월 행사 진행 중 게임 우승팀 및 순위 결과 발표 순간_빨간 상의 마이크를 든 진행자 본인_장소 대부도 선감 학생수련원 1박 2일 여름캠프
     

    Q 5월을 흔히 가정의 달이라고 하죠. 가정에 대해 말씀 좀 더 해주세요.

    5월과 12월은 좋아하는 달이기도 해요. 가정의 가장이라면 우리 사회에선 왠지 돈 잘 벌고 강한 남자 같지만, 저는 그렇지 못해요.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좀 더 노력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죠. 처음에는 내 아이, 내 가족만을 생각했는데 아파트 단지와 마을과 함께 행사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진행하면서 관심이 점점 확장됐어요.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우리 가족에게 소홀했던 부분이 많아 아쉽고 집사람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대한민국에서 남편 역할과 아빠 역할로 어려워하시는 분들에게 제가 배우고 아는 장점들을 공유하고 도움이 되고 싶어요. 저도 한쪽으로만 치우친 생각은 버리고 아이들을 다그치기보다 눈높이를 맞추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이제는 젊은 분들에게 제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역할을 넘겨주고, 가족을 조금 더 챙기고 싶습니다.

     

    Q 말씀 듣다 보니 집사람이란 단어가 낯설어요. 집에서 육아하고 살림하는 사람은 선생님이었는데, 바깥일 하는 부인을 계속 집사람이라 하셔서요. 이상하지 않나요?

    하하하, 맞는 말씀이네요. 관습이 무섭네요. 어디 가서 솔직히 남자가 집사람이라 말하지 못하잖아요. 사실 제가 군대 특공대 출신이라 진짜 남자 중의 남자를 꿈꿨고 강한 남성성에 집착했더랬어요. 그런데 직접 살림을 해보니 제 안에 모성이자 부성 같은 여러 성격이 나오더라고요. 폭군 네로가 시를 썼듯 제 안에도 여러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주방에선 앞치마를, 밖에서는 밀리터리 복장을 하고 교통지도를 하고 있으니까요. 필요할 때 필요한 자아를 꺼내 쓰는 거지, 바깥사람 집사람 이분법 이상한 거 맞네요.


    2026년 4월 현재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 해솔초, 해솔중 등굣길 교통안전지도_횡단보도 보행신호 한 번에 많게는 50명~80명의 초중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넙니다_장소 하늬울 공원 관리사무소 앞 횡단보도
     

    Q 그런 점에서 부인과의 파트너십이 궁금해요. 부인은 만족하셨나요?

    가끔은 아내도 힘들어하죠. 직장 동료들이 남편 자랑이나 집 사는 걱정 할 때 아내는 공감하기 어려웠나 봐요. 회사에서 힘든 일 있을 때 저에게 화살이 돌아오기도 했고요. 처음엔 미안해서 서둘러 자리 잡으려 했지만, 지금은 서로의 상태를 인정하는 단계예요. 아내가 기다려준 덕분에 제가 더 능동적 활동과 아직도 서툰 살림을 할 수 있게 됐죠. 아내가 밖에서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안에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게 우리만의 파트너십입니다.

     

    Q 기혼 여성의 고용중단처럼 선생님은 직업적 성공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여성들의 고용중단과 닮은 점이 있긴 하죠. 벌이가 적은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저는 그림을 놓은 적은 없어서 계속하고 있어요. 대신 지역 활동가로서 얻는 보람이 큽니다. 안산의 역사와 환경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거든요. 여기가 원래 갯벌이었다는 사실도 신기하고, 산책하다 로드킬 당한 고라니를 보면 신고하고 센터에 연결하는 일도 제 업처럼 합니다. 동네에 발을 붙이고 산다는 건 이런 구석구석을 살피는 일이라고 믿어요.

     

    아이들 등교가 끝난 후 학교앞 도로 뒷정리
     

    Q 지역 활동가로 살도록 가치관에 영향을 준 게 뭘까요?

    이북이 고향이신 아버지와 할머니의 영향이 커요. 아버지는 항상 통일전망대에서 북녘을 보며 눈물지으셨죠. 그런 환경 탓인지 탈북민이나 고려인 문제에 마음이 많이 쓰여요. 제 뿌리가 거기 있다 보니 소수자나 이방인들에게 포용적인 시선을 갖게 됐죠. 마을 활동하며 권력다툼도 보았기에 저는 회비 없는 자율 모임을 지향해요. 누가 저를 밀어내면 그냥 물러납니다. 햇볕이 외투를 벗기듯, 제가 지속 가능하게 그 자리에 있으면 욕심부리던 사람들은 떠나고 결국 제 역할이 돌아오더라고요. 저는 대장이 아니라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Q 매일 아침 아이들의 등굣길을 지키는 일, 단순해 보이지만 대단한 일이죠.

    위험한 길에서 교장 선생님까지 나와 등굣길 교통지도 하시는 걸 보고 자원해 시작한 지 벌써 5년이네요.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아이를 위해 차를 끌고 와 불법 유턴을 하며 다른 아이들을 위협하는 부모님들을 봐요. 아이들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말이죠. 제가 서 있는 그 짧은 멈춤이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에, 그리고 아침마다 고생 많으시다라고 인사해 주시는 학부모님들과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며 매일 아침 길 위에 섭니다.


     
    손편지 앞면_2022년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 시작 그해 9월 가을_등굣길에 항상 인사하던 2학년 예준이_자율순찰대 활동으로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 주셔서 고맙다고 아침 등굣길에 전해 준 손 편지_장소 하늬울 공원 관리사무소 앞 횡단보도
     
    고마운 음료 선물_2024년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 3년 차_아침 출근길에 어느 입주민이 아이들을 위해 수고가 많다고 음료를 전해 주셨습니다_특별한 일이 없는 한 월, 화, 수, 목, 금 매주 5일_아침 30분 동안 수고는 이 같은 절대 작지 않은 소중한 마음에 힘을 얻습니다_장소 하늬울 공원 관리사무소 앞 횡단보도
     
    2023년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 2년 차 겨울_코로나19 팬데믹에서 차츰 일상이 정상적으로 돌아 올 시기_아직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아침 등굣길 교통안전지도 및 등교맞이를 막 마친 오전 9시_해솔초 학부모들과 기념촬영_학부모들께서 등굣길 교통안전지도로서 해솔초 해솔중 아이들을 위해 봉사해 주심에 항상 큰 감사를 전해 주셨습니다

     

    Q 그림작가 김인찬으로서, 그리고 마을 활동가로서 앞으로 꿈꾸는 모습은 무엇인가요?

    거창한 건 없어요. 건강하게 이 활동들을 오래 하는 게 꿈이죠. 제가 없으면 없어질 모임이 아니라 작게라도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저는 육아와 살림을 통해 여성들의 노고를 뼈저리게 배웠고 공공성의 가치를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수직적 권력이 아닌 수평적 관계 속에서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을 만드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2026년 4월 그랑시티 자이 1, 2차 아파트 대상 FC그랑시티 조기축구동호회 자체 축구경기 중 안내 사항 전달_조회 시간_장소 해양 천연잔디운동장
     
     
    “엄마를 쉬게 하자” 아빠는 집사람이자 자율순찰대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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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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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대받는 한 끼가 만드는 아이들의 이바쇼

    어린이 식당운동은 도쿄 외곽의 작은 동네 골목에서 시작되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큰 재난으로 일본 사회는 어두워졌고, 아동 빈곤율은 치솟았다. 방학에도 돌봐줄 사람이 없이 배회하는 동네 아이들의 모습은 누구나 안쓰러웠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는 좌절감이 사람들 사이에 스며있었다. 

    그때 도쿄의 한 채소가게 주인 『곤도히로시』는 달랐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2012년 여름. 동네 아이들 몇몇을 자신의 채소가게로 불러 모아서 식사를 대접하고, 어린이 식당이라고 명명했다. 이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 움직임은 2026년 일본 전역에 12천 개가 넘는 거점으로 확산되었다. 어린이 식당은 빈곤 아동만을 위한 급식소가 아니다. 어린이 식당은 아이와 어른, 이웃과 이웃이 밥상 공동체를 통해 무너진 지역 사회의 관계를 회복하는 마을의 거실이다.

    이 운동의 핵심 키워드는 이바쇼(居場所)’. 이바쇼는 한국어로는 단번에 해석하기 어려운 단어라고 한다. 장소를 뜻하면서도 내 모습 그대로 있어도 되는 곳, 평가받지 않는 곳, 기댈 사람과 믿을 만한 사람이 있는 곳을 의미한다. 또한 장소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람에게도 당신은 나의 이바쇼입니다라는 식으로 쓸 수 있다고 한다. 우리말로는 충분하지 않지만 안식처비빌 언덕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우리 사회의 아이들 또한 재난의 시대를 살고 있다. 코로나19가 남긴 가장 아픈 상흔은 고립단절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세상은 부모 외에는 믿을 사람도, 기댈 곳도 부족한 각박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학교 문을 나서면 돌봄 시설과 학원을 전전하며 저녁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영양분이 아니다. 자신을 온전하게 반겨주는 사람, 그리고 내가 이곳에 존재해도 좋다는 안도감, 이바쇼(내 자리가 있는 곳)’의 경험이다.

     

     

    공릉동 어린이 식당 작은 숲’, 마을의 느슨한 연대가 차려낸 식탁

    서울 공릉동에서도 이 따뜻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어린이 식당 작은 숲2011년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개설 이후 15년간 다져온 꿈마을공동체’(다양한 사람과 단체가 느슨하게 연결된 지역 네트워크이며, 마을 교육공동체)의 자발적인 에너지가 응축된 결과물이다이곳의 식탁은 어느 한 기관의 힘으로만 차려지지 않는다. 지역의 작은 교회와 성당, 주민자치회와 작은 도서관, 학교와 복지관, 마을협동조합원 등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식당을 열고 있다.

     

    어린이 식당에 온 손님들과 운영진
     

    이곳의 식당은 2024년 말부터 매달 열리고 있다. 여러 단체가 힘을 모으고 있고,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돌아가며 책임을 나누니, 음식을 만드는 일은 1년에 한 번만 담당하면 된다. 완벽한 급식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어린이와 이웃이 만나 이야기를 꽃피우는 관계의 식탁이다. 그래서 이곳의 이름은 어린이 식당이라고 표기한다. 오타가 아니라 어린이어른의 만남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마을 기업 나눔과 이음은 알록달록한 비빔밥을 준비하고, ‘한살림 북서울노원지구는 생명의 가치를 담은 정성 어린 주먹밥을 만든다. 시간을 내어서 일부러 방문한 주민자치회장님은 달콤한 디저트를 선물한다. 여기에 수공예 작가 모임인 마디상회는 라탄 바구니와 꽃병으로 식탁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소박한 한 끼지만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아이들의 얼굴은 싱글벙글 즐겁다. 친구와 함께, 부모님과 같이 온 아이도 있고 가끔 혼자 온 아이도 식당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외롭게 서 있다. 즐겁게 음식을 준비하고 어른들이 다가가 환대하며, “어린이 식당에 왔구나! 어서 오렴이라고 다정한 말을 건 낸다. 청소년들은 손님으로도 오지만 테이블 매니저로도 함께한다. 동네 형, 누나들은 아이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맵기는 어떻게 해줄까?”, “요즘 학교에서 재밌는 일은 뭐야?”라 물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내는 유능한 일꾼이 된다.

     

    어린이 식당을 마치고,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는 작은숲 운영위원회

    지속 가능한 어린이 식당 운동을 위한 다섯 가지 원칙

    우리는 식당을 운영하며 일본 어린이 식당 운동본부인 무스비에가 정한 다섯 가지 원칙을 가슴에 새긴다.

    첫 번째는 자발성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아이를 아끼는 마음과 베푸는 즐거움에서 스스로 시작하는 일이다.

    두 번째는 다양성이다. 모든 아이의 개성이 다르듯, 식당 또한 엄격한 매뉴얼로 정형화되지 않고 운영 주체의 형편에 맞게 저마다의 색깔을 지닌다.

    세 번째는 포용성이다. 특정 대상만을 위한 선별적 서비스가 아니기에, 저소득을 증명할 필요 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네 번째는 공익성이다. 어린이가 영업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종교적 강요나 사익 추구의 수단이 되어서도 안 된다.

    마지막은 지역성이다. 아이들이 돌봄 시설을 찾아 멀리 가지 않아도 골목에서 친구와 이웃을 만날 수 있을 때, 마을은 비로소 살맛 나는 공동체가 된다.

    이러한 다섯 가지 원칙은 어린이 식당이 단순히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복지나 교육 서비스를 넘어, 평범한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작은 변혁(무브먼트)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실제로 이 원칙들은 식탁에 앉은 아이들과 식탁을 여는 이웃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공동체 식탁에서 만난 사람들은 아파트 층간소음 갈등의 대상에서 반가운 이웃으로 전환된다. 일 중독과 빈둥지증후군으로 상실감에 빠져있던 중년의 시민들에게는 사회적 양육자라는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준다. 아이들의 미소로 연결된 시민들은 아동친화도시라는 행정의 선언을 살아 숨 쉬게 만들 수 있다.


    어린이 식당 활동가 대회

    어린이 식당이 만들어내는 변화의 에너지는 공릉동을 넘어서 전국으로 번져가고 있다. 그 열기를 확인한 자리가 바로 20251016일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 어린이 식당 활동가 대회였다. 서울, 경기 뿐 아니라 제주, 부산, 대구, 광주, 충북 전국에서 어린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 어린이 식당을 해본 사람들, 어린이 식당 운동이 지역에서 펼쳐지길 희망하는 사람들 85명이 모였다. 그 사람들은 복지관 사회복지사, 청소년센터 직원, 협동조합 구성원, 일반시민과 학부모들로 다양했다. 우리는 이 운동의 확산 가능성을 실감했다.

    이후 내가 일하는 노원구 지역에도 어린이 식당이 퍼져나가고 있다. 상계동에 위치한 청소년센터로, 경춘선 숲길 작은 도서관으로, 중계동 어린이도서관 근처 작은 공간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다. 타 지역에서 어린이 식당 사례를 듣고자 찾아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어린이 식당 운영진

    문턱을 낮추면 마을 곳곳이 식당이 된다.

    어린이 식당은 거창한 전용 건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엄청나게 많은 아이들에게 매일같이 최고의 음식을 제공할 필요도 없다.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역시 작은 싱크대 하나로 식당을 운영한다. 마을의 문턱을 조금만 낮추면 우리 곁의 모든 공간이 아이들의 식탁이 될 수 있다. 낮 시간에 비어있는 주민센터 회의실, 마을회관, 작은 도서관, 동네 작은 교회나 성당, 심지어 학부모들이 모이는 작은 카페 공간도 훌륭한 식당이 된다. ‘누가 밥을 주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맞이하는가이다.

    마을 곳곳에서 식당이 펼쳐질 때, 아이들은 어른을 신뢰하게 되고 어른들은 아이 뿐 아니라 삭막한 이 도시를 함께 돌보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된다. 경기도 전역에, 그리고 우리가 사는 모든 동네에 이 관계 회복의 식탁이 차려지기를 소망한다.

     

    어린이 식당 5월 홍보지
    어린이 식당, 관계 회복을 위한 가장 따뜻한 초대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센터장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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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6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모르는 이웃과 인사하면서, 마을이 다시 시작됐어요”라는 말로 성남시 마을공동체 초록리더창작소의 엄혜경 활동가 인터뷰를 시작했다. 

    조용히 지나치던 이웃이 어느 날 인사를 건네고 낯설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웃고, 아이와 어른이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나누게 되었는데 이 작은 변화의 중심에는 한 마을 활동가의 꾸준한 움직임이 있었다.


    낯섦에서 시작된 관계

    “원래는 아는 사람들끼리만 활동했어요.”

    엄혜경 활동가는 처음 마을 공동체는 익숙한 관계에서 출발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새롭게 깨달았다고 했다. 진짜 공동체는 ‘아는 사람’이 아니라 ‘모르는 이웃’과 함께할 때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도 처음엔 동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는데, 먼저 인사를 건네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같이 하실래요?”라고 말하자 마을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마음의 문을 열었고 관계를 이어가는 공동체가 된 것이다. 
     


    성남시 마을공동체 초록리더창작소 활동 모습


    성남시 마을공동체 초록리더창작소 활동 모습


    보람, 사람의 변화에서 오다

    엄 활동가는 ‘사람이 달라지는 순간’을 활동의 가장 큰 보람으로 꼽는다. 인사를 나누지 않던 이웃들이 서로 얼굴을 알게 되고 함께 활동하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지고, 익숙함을 넘어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는 경험 말이다.

    “새로운 사람들이 오면서 더 재미있어졌어요. 기존에는 아이디어가 한정적이었는데, 훨씬 다양해졌거든요.”

    엄 활동가는 신나 하며 말했다. 공동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결국 ‘사람’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어려움, 멈춰버린 참여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활동을 하며 가장 힘든 순간은 역시 사람들이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때다. 

    “행사를 공지해도 사람들이 잘 참여하지 않을 때가 가장 힘들어요.” 

    그의 말 속에서 깊은 시름이 느껴졌다. 그는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을 때마다 코로나 시절을 연상하게 된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마을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축제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지만 코로나 이후로 사람들은 점점 모임을 꺼리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며 아쉬워했다.  

    “2022년 이후로는 사람들이 모이는 걸 좀 부담스러워하더라고요.”

    그래서 활동가는 그 변화 속에서 다시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스스로를 위한 변화의 시간을 만들어 낸 것이다. 


    변화, 다시 이어지는 연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결되고자 하는 노력 덕분에 마을은 다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공동체 인원들과 작년부터 계속 소문을 내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다시 모이기 시작했고 매주 1~2회 꾸준한 만남을 갖게 되었다. 

    행사를 하고 남은 재료들은 활용한 소규모 활동을 했고 온라인을 통한 지속적인 연결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작은 시도들이 이어지며 사람들은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내가 움직이면 사람들이 모여요.” 

    생기가 넘치는 엄 활동가의 목소리에는 '살리는' 모습에서 비롯된 희망과 소망이 담겨 있었다.


    성남시 마을공동체 초록리더창작소 활동 모습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활동하는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에피소드를 묻자 엄 활동가는 마을 축제에서의 세대 간 협력이었다고 이야기 한다. 

    “할머니들과 아이들이 같은 옷을 입고 함께 악기를 연주했어요.” 

    같은 조끼를 입고, 같은 리듬을 맞추며 세대가 하나 되는 순간. 그 장면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마을이 하나 되는 경험’이었다. 이 말을 하는 말소리에는 생기가 넘쳤다. 


    공동체의 힘, 갈등보다 신뢰

    의외로 이 공동체에는 큰 갈등이 없었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서로 크게 부딪히는 일이 없어요. 사람들이 대체로 온화하고, 신뢰가 있어요.” 

    빠르게 밀어붙이는 리더십보다는 천천히 함께 가는 방식. 그래서 더 오래 지속되는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 기록이 한 활동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 마을 공동체가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기를 바란다. 


    한 줄 기록
    “마을은 사람이 만들고, 관계가 이어갈 때 살아난다.”

     



        

    마을을 잇는 손길
    살리고 세우고 액션

    조회수 412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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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공익을 말할 때 보통 거창한 장면을 떠올리곤 합니다. 이름이 붙은 운동, 조직화한 캠페인, 많은 사람이 모인 현장 혹은 뉴스에 등장하는 활동가들의 모습일 수도 있겠네요. 개인보다는 공익을 생각하는 사람은 무엇인가 특별하거나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내 코가 석 자다’라는 자조적인 말이 내 마음 밖으로 새어 나오는 순간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는 춘삼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뉴스레터 <공익ON>은 군포의 한 동네의 작은 빵집에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이 작은 빵집을 운영하는 사람은 고재영 대표인데요. 구호보다는 루틴으로, 특별한 자격보다는 진실한 마음으로. 일상의 공익을 실천하는 분입니다. 여러분도 <공익ON> 3월호의 주인공인 고재영빵집의 고재영 대표님을 함께 만나보시면서 함께 일상 속 공익활동의 비밀을 파헤쳐 보지 않으시겠어요? 
     


    <공익ON> 3월호의 주인공인 고재영빵집의 고재영 대표님

     

    일상 속 공익활동의 비밀, 첫 번째. “저는 군포에서 빵집하는 고재영입니다.” 

    군포시 오금동 퇴계 1차 아파트 상가 1층에 위치한 고재영 빵집은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빵을 사랑하는 마음과 빵으로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고재영 대표님은 늘 간결하게 자신을 소개합니다. ‘군포에서 빵집을 하는 고재영입니다’. 이 담백한 말 안에는 어떠한 과장도 없죠. 하지만 고재영 대표가 매일 문을 열고, 반죽을 치대고 오븐을 달구는 그 공간에서는 작지만 분명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늘 변함없이 빵을 구워내고 있는 고재영 대표님


    고재영 대표가 꾸준히 하고 있는 공익활동 중 하나는 빵을 기부하는 것입니다. 매화종합사회복지관, 늘푸른 노인복지관, 군포시노인복지관, 1388공유냉장고, 군포시노인요양센터, 늘푸른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비롯한 여러 곳에 빵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식단에 늘 유의해야 하는 당뇨 환자를 위한 현미미강건강 빵을 만들기도 했죠. 고재영 대표는 자신이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해 나갔습니다. 고재영 대표에게 빵은 추억이자, 현실이고 동시에 사랑이었습니다. 그런 빵을 나누면서 자신의 따뜻했던 추억과 사랑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빵으로 추억과 사랑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헌혈증을 모아서 기부하는 활동에도 동참했습니다. 현재는 민원이 제기되어 잠시 쉬어가고 있지만, 시민들이 헌혈증을 가지고 가면 식빵과 바꾸어 주고 필요시 위급 환자에게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20여 년 동안 약 3,000여 장이 기부되었답니다. 이 역시 고재영 대표의 빵에서 시작된 활동입니다. 고재영 대표는 이 활동을 통해서 여러 공익활동에 대한 참여를 권유받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다시 참여하게 된 활동이 바로 ‘미리내 가게 운동’입니다. 그는 군포에서 1호로 미리내 가게에 참여한 사람이기도 한데요. 미리내 가게 운동은 전국 약 600여개의 점포가 참여하고 있는 공익활동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이탈리아의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운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은 다음 사람을 위해 카페에 간 사람이 미리 돈을 내주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고재영빵집 역시 누군가 뒷사람을 위해 빵을 더 계산하고 가면 빵조차 사 먹기 어려운 이들이 빵을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고재영 대표의 공익활동은 현재까지도 빵에서 시작해서 점차 더 많은 사람을 위한 공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활동에는 중요한 공익활동의 전환이 숨어 있는데요. ‘도와주는 사람’과 ‘도움받는 사람’을 구분하기 보다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도움이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는 점입니다. 손님은 자신의 선의를 남기고, 가게는 관리를 하면서 이어주고 이를 통해 누군가는 도움을 받죠. 그렇게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이 다시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하면서, 누군가 주체가 되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도움의 선순환 속에 있게 되는 것입니다.

    고재영빵집은 거창하지 않은 단순한 방식으로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업을 이어 나가면서도 주변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으려는 노력이 지금의 고재영빵집과 고재영 대표를 만든 것이죠.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하려고 하지 마시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로 다른 이들을 도울 방법을 떠올려 보는 것이 일상 속 공익의 첫걸음이 아닐까요? 

     

    일상 속 공익활동의 비밀, 두 번째. “내가 시작한 공익활동이지만, 모두의 도움으로 완성된다.”


    고재영 대표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는 늘 자신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소감보다는 활동에 참여해 준 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줍니다. 가령, 이사 갔던 주민이 다시 자신의 빵집을 찾아와 크리스마스 때 저소득층을 위해 케이크값을 미리 내고 가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는 이야기나, 멀리서 빵을 배달하는 손님이 주문한 금액보다 더 결제하면서 미리내 가게 운동에 동참해 주었다는 이야기는 모두 그의 남다른 ‘자랑’입니다. 가수를 하는 분들은 노래교실 무료 이용권을 놓고 가기도 한다는 그의 말에는 일상처럼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향한 자랑스러움이 묻어 있으니 말입니다. 
     


    군포시자원봉사센터 홍보 기자단으로 활동하는 고재영 대표님

     

    고재영 대표님의 공익 실천은 빵을 매개로 하고 있지만 결국 사람을 향합니다. 군포시자원봉사센터 홍보 기자단, 군포시직업체험처, 교육부인증진로체험기관, 군포시 1388 청소년지원단으로 활동하고 군포시 100인 위원회의 지역경제 소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지역의 프로그램에 적극적인 관심을 두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죠. 그리고 이런 이유로 고재영 대표님이 유독 관심을 두고 하는 활동 중 하나가 바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지원입니다.
     


    (위, 아래) 청소년들에게 재능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고재영 대표님

     

    고재영빵집은 교육기부 진로체험 인증기관이 되어 파티시에(patissier)라는 직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고재영 대표님은 경기도교육청에서 진행한 휴먼 라이브러리 활동에 참여하면서 빵집과 나눔에 대해서 학교마다 찾아다니면서 강의를 진행하기도 하면서 인생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이기도 한 청소년기에 더 많은 학생이 자신의 직업과 기부, 공익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그의 값진 노력입니다. 특히 요즘 청소년기에 있는 학생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동체와 단체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이 사라지기도 했는데요.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인 만큼 그들이 일상 속 공익활동에 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우리가 모두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공익활동이지만, 모두의 참여와 관심으로 이어지고 완성된다는 사실을 늘 잊지 않는 것이 오래 행복한 마음으로 공익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의 비밀이 아닐까요? 
     

    일상 속 공익활동의 마지막 비밀. “공익활동은 원래 우리 삶의 일부였습니다.”


    사실 고재영 대표의 빵집은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후기가 여럿 나오는 군포 맛집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매장에 들어서면 여러 표창장과 활동 인증서들이 놓여 있죠. 방송 출연도 여러 번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빵집에 더 많은 표창장과 상이 놓여도, 맛집을 인증하는 후기들이 계속 쌓여가도 그가 공익활동에 참여하면서 떠올리는 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김제의 시골 마을입니다. 

    고재영 대표님은 전라북도 김제 시골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그곳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기억은 ‘무엇이든 함께 했던 기억’이라고 하는데요. 어려운 일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나서던 사람들, 밥을 안 먹은 사람이 있으면 들어와서 한술 뜨고 가라고 권했던 목소리가 고재영 대표를 자연스럽게 나눔의 길로 이끌었다고 합니다. 김제농업고(현 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에서 식품가공과를 나와 제빵사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여러 제과점에서 일을 배웠죠.

    이후 먼저 군포시에 자리 잡고 있던 처형을 따라 군포에 자리를 잡으며 고재영빵집을 열기까지 아주 바쁜 삶을 이어왔습니다. 가정을 꾸리고 먹고 살길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도 그렇듯,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죠. 군포시로 오기 전에도 고재영 대표님은 굿네이버스에 기부하는 등 일상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에서 무엇인가 빠진 것만 같은, 부족한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이든 자연스럽게 나누고 함께 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자신을 부르는 것만 같은 자신 안의 마음에 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고재영빵집을 열면서는 화려한 결과보다는 지속성과 선순환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군포소상공인 소셜클럽 일원으로서 코로나-19로 고생하는 보건소에 물품을 기부한 모습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 중인 고재영 대표님


    그 옛날 우리가 자연스럽게 나누었던 따뜻한 정의 회복을 꿈꾸며, 고재영빵집은 오늘도 매일 같은 시간에 가게 문을 열고 닫습니다. 공익활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 아닐까 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큰 이벤트를 만드는 것도 물론 나름의 역할이 있지만 오래 이어지는 작은 실천을 유도하는 것이 공익의 확산에 있어서는 필수적이죠. 고재영 대표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익활동의 방향이 ‘우리가 잊었던 것을 기억해 내는 것’에 있음을 시사합니다. 바쁜 일상에 존재해 왔지만, 우리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마음을 되돌아보는 것이 바로 일상 속의 공익을 실천하는 마지막 비밀이 아닐까요? 

     

    안녕, 2026! 올해는 일상 속의 공익을 실천하는 해!

    <공익ON> 3월호의 주인공인 고재영빵집의 고재영 대표님을 만나보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저는 공익활동에 임하는 내 마음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심의 크기보다는 지속의 길이가 중요하다는 아주 간단한 사실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실천하고 계시는 고재영 대표님을 보면서 공익활동의 본질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게 되었답니다. 흔한 격언이기는 하지만, 성공의 비결은 바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죠. 빵이 발효를 거쳐야 비로소 제맛을 내듯, 실천도 그만큼의 시간과 지속이 필요한 것이죠. 오늘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재영 대표님의 빵집과 꼭 똑같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분의 공간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일상은 과거의 어떤 따뜻한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될까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질문을 하고 싶은 날입니다. 여러분의 일상 속 공익도 따뜻한 봄에 태양을 만난 새싹처럼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언제나 한결 같이 일상 속 공익을 실천하는 고재영 대표님 

     


     

    혼자여도 공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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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539

    202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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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활동의 취지는 ‘밝은 미래’를 이루어 나가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의 힘을 합쳐야 하죠. 하지만 세상이 ‘나’도, ‘너’도 아닌 ‘우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단순한 진리는 세상의 비정함 앞에 쉽게 잊히기 마련입니다. 공익활동가들은 이런 세상에 ‘우리’라는 이름으로 뭉쳐 ‘미래’라는 횃불을 지키는 이들입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올 초, ‘우리’라는 이름으로 뭉칠 청년들을 모집했습니다. 물방울이 뭉치면 거대한 물결이 되듯, 청년들이 하나의 흐름을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모은 ‘로우’라는 이름의 단체였죠. 많은 청년들이 지원했고 누구보다 간절한 이들이 모여 한 해 동안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청플 해단식 및 평가회의가 진행된 군포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에디터 직접 촬영
     
    
    그리고 11월 25일 오전, 군포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그간 하나 되어 자유로운 흐름을 만들었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만들어온 멋진 물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 자유롭고 푸른 물결, 청플의 2025년
     
    행사의 시작은 유명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장님의 축사로 시작되었습니다. 유명화 센터장은 청플 1기와는 다른 2기의 활동에 주목하면서 청플 2기 위원들의 활동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축사를 하고 있는 유명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장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지난 1기 때는 청플이 어떤 활동을 할까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을 갖고 있었다면, 2기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꿈꾸는 것들을 다른 청년들과 어떻게 나눌지까지 생각하셨더라고요. 그렇게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해서 1년을 잘 보내는 과정을 보면서 청년들에 대해 사람들이 요즘 하는 이야기들이 정말 틀렸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협동심과 빛나는 아이디어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는 참 밝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간 이야기했던 청년의 모습은 정말 일부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제가 비영리 영역에서 활동한 지가 벌써 30년 가까이 되었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세상과 맞서는 데 늘 두려움이 없었어요. 신체 조건이 좋거나 돈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저에게는 ‘언제나 함께 할 누군가가 있다’라는 생각이 늘 큰 힘이 됩니다.
    저의 자산이기도 해요. 그러니 여러분도 이 네트워크를 기반 삼아서 활동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 팁을 드리자면, 전국을 여행하시면서 그 지역의 공익활동지원센터를 검색해서 방문해 보세요. 가서 공익활동 관련 정보를 얻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여러분 2025년 청플 활동을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주시고 활동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함께 한 공익 활동을 또 널리 펼쳐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지난 1년 동안의 청플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모습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축사가 마무리된 이후에 1년 동안의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플 2기는 경기도 곳곳을 다니면서 총 6회의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간담회, 공익활동 페스타 그리고 각종 행사들을 위해서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이었죠.
     
    청플 2기 위원들은 천천히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면서 과거의 활동을 추억했습니다. 청플이 수행했던 청년활동가 간담회나 공익활동 페스타, 1박 2일로 진행된 네트워크 캠프 등 여러 활동을 보면, 익숙한 사람들과만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공익활동가들과 만나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연대하려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2025년 청플의 활동을 돌아보면서 활동의 의의를 고민해 보고 있는 청플 위원들 / ⓒ에디터 직접 촬영
     
     
    청년 활동가 간담회의 경우 이전에는 경기도 남부에서 열렸던 만큼, 올해는 경기도 북부에서 개최하여 거리 문제로 기존에는 참여하지 못했던 공익활동가들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 자리에는 경기도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활동가들이 많이 참여하여 지속가능한 공익활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고 합니다. 사실 지속가능성이라는 것이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전국에서 온 청년 활동가들과 함께 현재를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면서 함께 공익활동의 미래를 그려나갔던 기록을 보니, 저마저도 그 자리의 희망찬 기운에 젖어 드는 것 같았습니다.
     
    함께 한 기록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활동은 1박 2일 네트워크 캠프였습니다. 청플 위원들은 원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려는 의도로 기획된 프로그램이었지만,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면서 더 진지하게 소통하게 된 것을 매우 높게 평가했습니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러 만남이나 모임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것이 하나의 대세처럼 이루어지기도 했는데요.
     
    물론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람들과 대면하면서 얻을 수 있는 공감과 친밀감 형성은 온라인 소통이 이루기 어려운 부분이죠. 청년 활동가들은 기술적으로 온라인 소통이 누구보다 용이했지만, 1박 2일 동안 한 자리에서 지내면서 공익활동에 관해 지니고 있는 고민과 포부를 나누면서 진정한 ‘우리’가 되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위원들도 “캠프가 친밀감 형성의 결정적 순간이었다.”라는 한 위원의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해서일까요? 청플의 행사 및 간담회 출석률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고 하는데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왜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푸른 물결은 곧 쪽빛 바다가 된다.
     
    청플의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이후, 평가 회의가 이어졌습니다. 활동을 그저 돌아보는 것만으로는 미래를 준비하기 어렵죠. 그간의 활동 의의와 어려운 점을 다시 돌아보고 다음에 이어질 청년의 공익활동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가한 청플 위원들이 모두 돌아가면서 청플 활동의 소회를 밝혔답니다.
     
    “1년 동안 만나서 무엇인가를 같이 했던 것이 무엇보다 가장 뿌듯한 일이었습니다. 이 네트워크와 인연을 이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평가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청플 위원들 / ⓒ에디터 직접 촬영
     
     
     
     
    “저는 무엇보다도 너무 ‘재미있었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어디에 갈지를 선정하는 과정도 너무 재미있었고 공익활동을 하는 다른 위원님들을 만나서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가고, 접점을 찾는 일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특히 우리끼리 단순히 노는 소비성 시간이 아니라,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이어서 정말 유익했습니다.”
     
     
    각자의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밝히고 있는 청플 위원들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개인적으로 올해가 공익활동에 참여한지 10년 차인데, 번아웃이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몸도 많이 망가졌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청플에 지원하게 되었는데, 지원하면서 과연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제가 처음에 했던 고민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게 된 것 같아서 너무 기쁩니다.”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는 청플 위원들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몇몇 위원들의 이야기만 들어보아도 청플에서의 활동이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두 진지하게 공익활동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고, 더 많은 활동가가 이 고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도모했다는 것도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활동에 대한 소회는 다음 기수의 청플 활동을 위한 건전한 제언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저희가 여러 공익활동지원센터로 이동하면서 회의를 했죠. 그런데 작년에는 각자 일하는 곳에 가서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시간이 있었다면 올해는 인원이 많아서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이 현실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는 했습니다.”
     
    아무래도 청플에 참여하는 인원들이 많다 보니 소통의 한계가 생기기도 했었는데, 이 부분은 다음 청플을 운영하는 데 있어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이야기가 오가면서 더 나은 청플, 더 멋진 청년의 공익활동을 위한 청사진을 그렸답니다.
     
    이렇게 평가 회의를 마무리하고 난 뒤, 해단식이 있었습니다. 청년 네트워크 캠프 “쉼 그리고 ( )” 영상을 시청하고 감사장을 수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간의 활동을 영상으로 시청하는 모습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후 청플 위원들은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감사장을 받았습니다.
     
     
     
    감사장을 수여 받는 청플 위원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한 해의 활동을 모두 마무리했다는 후련함과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아쉬움이 교차하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함께 활동한 기록과 인연은 오래도록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청플 2기 위원들의 단체 사진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미래’의 뜻을 사전에 검색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때’라는 뜻으로 지금의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시간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서로 구분되지 않는 하나의 시간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답니다.
    과거는 현재에 영향을 주고, 현재는 곧 미래가 되니까요. 좋은 선례를 만드는 것과 현실에 충실한 것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그만큼 밝은 미래를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것이죠.
     
    오늘은 청플이 ‘우리’라는 이름으로 2025년을 보낸 것을 추억하는 자리였습니다. 오늘은 아직 오지 않은 때를 향한 사랑 고백이자, 이미 지나간 한 해를 향한 작별 인사이지만 현재의 어려움을 언제나 함께 씩씩하게 이겨나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기꺼이 ‘우리’가, 이 푸른 물결이 되어 주시지 않을래요? 언제까지고 기다리겠습니다.
     

     
    청년 활동가의 1년, 서로를 버팀목 삼아 쌓아 올린 청플 2기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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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5
  • 인류는 한 몸, 한 뿌리에서 나온 영혼

     

     

    정혜실((사)안산공동체미디어 단원FM 본부장)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 입구에는 이란인 사디1)가 쓴 시가 있다.

                              사디책                                                                                                                                                   사디인물사진

    121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인권선언의 날이다.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 세계 2차 대전을 겪은 후 국제사회가 더 이상의 전쟁을 원치 않으며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뜻에서 제정한 날이다. 잔혹한 인종 청소가 있었던 나치즘을 경험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전 세계가 확인했다.

    나치즘의 해악은 정상성의 기준을 세워 비정상적이라고 규정한 사람들을 눈앞에서 없애고자 한 것이다.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대상은 장애인들이었다. 또한 이성애중심의 사고를 하던 이들은 인구를 재생산하지 못하는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성소수자들을 없애려고 했다. 그리고 누구나 익히 아는 끔찍한 말살정책이 유대인을 향해 일어났다. 이와 같이 우리라는 범주에 포함되지 않거나 비정상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정당해온 행위에 대하여 증오범죄라고 명명하며, 그렇게 죽게 된 상태를 일컬어 제노사이드(Genocide)라고 부른다. 차이가 차별의 이유가 되었다. 차별받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파괴했으며, 살던 곳으로부터 추방하고, 가두고, 착취하고, 잔인하게 살해하였다.

    세계인권선언 1조는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고 선언한다. 예외 없는 모든 사람이며, 모두가 존엄하고 권리는 평등한 존재가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 몸이며, 한 뿌리에서 나온 영혼이다. 타인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 될 수 있는 것은 선언 때문이 아니라 인류가 같은 사람이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의 아픔에 공명하지 못한 채 잔인해질 수 있다면 결코 사람일 수 없다고 사디는 시를 통해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제노사이드에 희생되었던 아픔의 역사를 기억하자며 홀로코스트를 잊지 않도록 고통의 장소로 기념하는 이스라엘 민족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전쟁을 일삼고, 사람들을 격리하고, 살던 곳을 파괴하고, 감시와 통제를 넘어 영토를 장악하고 키우던 올리브나무를 쓰러뜨린 땅위에서 호화로운 호텔과 집을 짓고 그 위에서 이들의 참사를 구경하거나, 동조하거나, 폭력에 뛰어들고 있다.

    제노사이드의 피해자들이었던 그 후손들이 이제는 제노사이드를 저지르는 가해자가 되었다. 살던 곳에서 떠나 유랑하던 디아스포라(Diaspora)된 존재였던 그들은 정착의 욕망을 시오니즘(Zionism)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드러내어 팔레스타인들이 살던 곳을 야금야금 빼앗아 가다가 급기야 모두 차지하겠다는 야욕으로 전쟁을 일삼으며 강탈 중이다. 이러한 행위에 저항하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은 한국주재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전쟁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전쟁반대포스터

    1945년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대한민국이 전쟁을 겪고 분단이 되어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이라는 강대국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작년 123일은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을 이용하여 전쟁 도발을 통한 권력의 영구 장악을 획책하던 전 대통령이 계엄포고령을 선포하기도 했다. 늘 정권에 따라 평화모드에서 전쟁위기 발발까지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휴전 국가체제인 것이다.

    1947년 영국의 지배를 받던 팔레스타인 영토에 두 개의 국가를 허용하는 국제사회의 인정 결과가 2025년 현재의 분쟁을 만든 것이다. 해방되지 못한 팔레스타인 국가는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되어 온 역사인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있었지만 선언에 쓰인 말처럼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우린 날마다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너무나 잘못이 선명해서 비난하기도 싶고, 저항하기도 싶다. 다만 세계를 움직일 힘이 우리에게 없을 뿐이다. 그래서 우린 쉽게 남의 일로 치부하며 외면할 수 있기도 하다. 왜냐하면 내가 사는 땅위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 전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 팔레스타인 전쟁에 말이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그래서 한국석유공사가 연류되어 있다며 서명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또는 대한민국의 기업이 이 전쟁에 가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문제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한다. 일상을 살아가는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저 먼 나라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서 일어난 2014년 세월호참사도, 2022년의 이태원참사도, 그리고 2024년 화성 아리셀참사도 못 본채 하거나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자들도 있다. 안산이라는 지역의 권력 없는 부모를 둔 아이들이어서, 또는 놀러가다가 당한 참사여서, 아니면 3D업종인 더럽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담당해 온 파견·일용직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목숨을 동등하게 대하지 않는다. 진상규명은 더디고 책임자 처벌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남은 자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유학생이라는 신분으로 한국에서 공부를 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미등록신분으로 남아 일하다가 단속 추방을 피해 숨어 있다가 25살의 베트남여성 뚜안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노동자로 필요해서 불러들인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왜 죽었는지 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한 줌 재가 되어 유골함에 담겨 차가운 밀실에 남겨 있다.

    2만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의 임금 체불액2025년 기준으로 1인당 503만원, 전체 1,108억 원이라고 한다.2) 그런가하면 혹한의 날씨에 열악한 기숙사에서 거주하다 사망하는 사례도 있다.3)

    일부 시민들과 정치인들은 K-팝과 드라마·영화 산업으로 인해 전 세계의 환호를 받고 있기에 소위 국뽕에 취해 있거나 심한 나르시즘에 빠져 있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정작 이 나라에 들어와서 살아가며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이주민들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거나 착취의 대상으로 삼고 있어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결혼이민자, 전문가, 유학생, 이주노동자, 난민, 동포 등 체류자격으로 등급을 매겨 차별한다. 우리는 다양성을 말하지만, 실상은 다른 방식의 차별을 만들 뿐이다. 이제 그 차별을 넘어 계엄이후 극우집단들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혐오하고 증오를 선동하는 가짜뉴스들을 내보내고 있다.

    대림동 거리에서는 이들의 혐중시위로 인해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영화적 재미를 위해 중국인들을 범죄자로 그려온 영화들을 보며 사람들은 웃고 즐기고 있다. 그러는 사이 커져 온 편견은 고정관념이 되고 다시 차별을 일으키고, 차별은 혐오로 변하여 그들을 쫒아내라며 추방을 부르짖는 무리들이 되어 나타나게 만들었다.

    코로나19 때는 우환에서 발생한 질병이라며 모든 원인을 중국인 탓을 했다. 검증되지 않은 사실은 진실이 되었고, 중국인들과 동포들은 마치 죄인처럼 숨어 지내야만 했던 적도 있다. 그렇게 누적되어 온 사건들이 폭발적으로 계엄 때 계엄의 이유가 또는 원인이 되어 비난의 화살을 고스란히 맞아야 했던 것이다. 외국인혐오는 이방인이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로서 특정 종족이나 민족, 인종 등에 대하여 우월감을 느끼든, 열등감을 느끼든 우리는 너희들과 다르다라는 정서나 의식과 관련된 개념이다. 다르다는 것은 배제를 해야 한다는 의식을 포함하기에 차별을 정당화한다. 4)그러한 차별은 결국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폭력이 되어 제노사이드로 이어진다.

                                                         혐오의 피라미드

    혐오의 대상이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등을 향해 일어난 후에 그 다음은 누구를 향할 것인가. 어린이, 노인, 가난한자, 학력이 낮은 자, 신분이 낮은 자, 그냥 싫은 자인가. 세계인권선언 제2조에는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의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이, 이 선언에 제시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한다.

    2018년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소에서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열렸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보고서를 대응하는 팀을 꾸려 함께 활동한 적이 있고, 직접 제네바까지 다녀왔다. 당시 큰 이슈는 제주도로 입국한 난민을 반대하고, 대구 이슬람성원 건축을 반대하고 무슬림을 혐오하는 문제와 단속추방을 피해 달아나다 추락하여 사망한 미얀마 이주노동자 사건 등이 있었던 때였다. “국민이 우선이라는 말들이 넘치던 때였다. 당시 유엔은 대한민국정부에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인종혐오발언에 대한 대처에 관한 일반권고 35(2013)에 비추어, 혐오발언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조치를 취하고, 미디어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를 계속 주시하여 인종적 우월성에 기반한 관념을 전파하거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식별하고 그 행위를 조사하여 유죄판결이 있는 경우 개인이나 단체에 적절한 처벌을 가하라고 했다.

    2025, 유엔은 다시 대한민국 정부에 차별금지법제정과 혐오표현 규제, 미등록이주민보호, 이주구금개선, 난민권리 보장, 시민권 접근성 확대 등 여섯 분야를 특별히 강조되는 권고로 지정하였다.

    2025년 경기도는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해 인종차별금지조례를 제정하였다.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다수당인 여당이 포괄적차별금지법제정을 통해 전국적으로 해나가야 할 차별 철폐 과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다름이 다양성이 되어 풍성한 삶이 각자에게 주어질 수 있어야 하고, 서로 상호 돌봄 속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완성되고 연결되는 존재여야 한다. 사디의 시처럼 한 몸이자 한 뿌리의 영혼인 우리가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며 살아 낼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람인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의 날 우리가 다시 곱씹을 것은 모든 사람은 존엄하며 평등한 존재라는 것이다.

    1) 
    사디는 필명으로 본명은 아부모하마드 모슈레포딘 모슬레흐 벤 압돌라 벤 사라지이다. 중세 페르시아의 실천 도덕의 시인이다. 2) https://www.khan.co.kr/article/202502181500001#ENT 경향신문, 조혜령기자, 2025.02.18
    3)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19691.html 한겨레신문, 이나영기자 2025.09.19. “영하 18도 한파에 숨진 이주노동자... 2심서 한국정부 책임판단
    4) 김세균, 김수행 외 (2006), 유럽의 제노포비아, 문화과학

     
     
    인류는 한 몸, 한 뿌리에서 나온 영혼 - 세계인권의 날을 맞이하여
    정혜실((사)안산공동체미디어 단원FM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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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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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 개요와 최근 동향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해외 취업사기 및 인신매매형 범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고수익 아르바이트나 해외 일자리를 미끼로 청년들을 현지로 유인한 뒤 여권을 빼앗고, 불법 도박 콜센터나 보이스피싱 조직에 강제 투입시키는 방식입니다. 범죄에 협조하지 않으면 감금, 폭행, 고문 등을 당하며, 일부는 사망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외교부는 10월 16일부터 캄폿주 보코산, 바벳시, 포이펫시를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하고, 수도 프놈펜은 ‘적색경보’로 상향해 출국 자제를 권고했습니다. 특히 프놈펜은 다수의 국내 금융사가 진출한 지역으로, 현지 주재원과 직원들의 신변 안전 확보가 긴급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신한·우리·KB·BNK 등 주요 금융사들은 비상 연락망 구축, 야간 이동 제한, 위험지역 출입 통제 등 내부 대응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는 납치·감금 피해자의 귀국을 위한 항공료, 숙박비, 구조활동비 등 긴급 예산도 편성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 취업사기 수법과 범죄의 실태
    최근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취업사기 사건은 단순한 채용 사기를 넘어선 국제적 조직범죄의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특히 고수익 해외 일자리, 단기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청년들을 유인한 뒤, 현지에서 감금, 폭행, 강제 노동 등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불법 콜센터, 보이스피싱 조직, 도박 사이트 운영 등에 가담하게 되며, 거부할 경우 고문과 협박을 당하기도 합니다. 사기 수법은 치밀하고 조직적입니다. 대부분은 온라인 커뮤니티, SNS, 심지어는 지인의 소개를 통해 접근하며, ‘비자 무료’, ‘숙식 제공’, ‘초보자 가능’이라는 문구로 신뢰를 유도합니다. 일단 계약을 체결하거나 현지에 도착하면 여권을 압수당하고,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되며 사실상 인신매매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일부 피해자는 조직 내부 감시를 피해 탈출하거나, 가족 또는 외교부를 통해 구조 요청을 보내기도 하지만, 탈출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한인구조단에 따르면 이 같은 취업사기는 2023년 말부터 본격화되었으며, 2025년 들어 매달 20~30건의 구조 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20대 초반 대학생이나 취업 준비생들이 주된 대상이며, 대부분이 경제적 압박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배경으로 이러한 제안을 수락하게 됩니다. 피해자 중 일부는 감금된 채 범죄에 가담하다가 현지 경찰에 체포되어 한국으로 송환되는 사례도 있으며, 이는 단순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전락하는 이중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범죄가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스캠 산업’으로 불리는 구조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캄보디아 현지에는 약 20만 명에 달하는 다양한 국적의 인력이 조직적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취업사기를 기반으로 한 인신매매, 금융 사기, 도박 운영 등 다양한 범죄에 연루되어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관련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강화하고 있으나, 범죄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어 사전 예방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평소 친분이 있던 지인의 소개로 피해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경고나 주의 촉구만으로는 실질적인 피해를 막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캄보디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취업사기는 한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명백한 국제 범죄이며, 강제노동과 인신매매, 폭력 등이 결합된 심각한 인권 침해입니다. 피해자 다수는 귀국 후에도 정신적 충격과 사회적 낙인 등으로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법적, 심리적 지원체계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한국 청년 고용시장과 구조적 배경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청년 대상 취업사기 사건은 단순한 개별 범죄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 배경에는 장기화된 청년 고용난과 구조적인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5.1%로, 전년 동월 대비 0.7% 포인트 하락하였습니다. 이는 17개월 연속 하락세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후 최장기간 기록입니다. 반면 전체 고용률은 같은 기간 63.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청년층만이 고용 회복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청년 인구 감소로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청년층이 원하는 ‘질 높은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으며, 기존 산업 구조가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반도체 등 한국 경제를 주도하는 산업은 자본 집약적인 특성상 고용 창출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여기에 ‘경력직 선호’ 현상이 더해져 신입 청년의 취업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플랫폼 산업의 급성장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퀵서비스 등 플랫폼 기반의 일자리는 늘었지만, 고용 안정성과 사회안전망이 부족해 장기적인 커리어로는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청년들이 단기 일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력 없는 노동자’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청년 고용의 불안정은 ‘쉬었음’ 인구의 증가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기준,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50만 4천 명을 넘었으며, 이는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50만 명을 돌파한 수치입니다. 현재도 40만 명 안팎의 인원이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은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며 사실상 사회적 단절 상태에 놓여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큽니다. 정부는 청년고용 장려금, 구직 지원 프로그램 등으로 수천억 원의 재정을 투입하였지만,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습니다.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부족하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정책이 폐지되거나 축소되는 등 혼선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실질적인 ‘고용 사다리’ 복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많은 청년들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고용난 속에서, 일부 청년들은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비현실적인 유혹에 쉽게 노출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생활비 부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청년들의 심리를 압박하고 있으며, "열심히 일해도 벼락 거지"가 된다는 절망감이 팽배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캄보디아 사건은 단지 외국에서 발생한 범죄가 아니라, 대한민국 내부 고용 시스템의 균열과 청년 안전망 부재가 초래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외교부 및 금융권의 대응
    최근 캄보디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 청년 대상 취업사기 및 인신매매형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외교부와 국내 금융권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외교부는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캄보디아 내 고위험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하였습니다. 특히 2025년 10월 16일부터는 캄폿주 보코산, 바벳시, 포이펫시 등을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하였으며, 수도 프놈펜도 ‘적색경보(3단계)’로 상향 조치했습니다. 적색경보는 현지 체류자의 긴급용무 외 출국과 여행 예정자의 여행 취소·연기를 권고하는 단계로, 이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됩니다. 이러한 경보 조치는 해당 지역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프놈펜 지역에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수출입은행, BNK 금융그룹 등 다수의 금융기관이 진출해 있으며, 이들은 직원 안전 확보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야간 외출 제한, 위험지역 출입 금지 등의 내부 지침을 마련하였고, 가족을 포함한 전 직원 대상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역시 현지 법인을 통해 유사한 안전 수칙을 운영 중이며, 수출입은행은 현지 사무소와 비상연락체계를 유지하며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BNK 금융그룹은 한발 더 나아가 현지 피해자 지원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법인(BNK캐피탈)은 약 1억 원 규모의 긴급예산을 편성하여, 납치·감금 피해자의 국내 송환을 위한 항공료 및 숙박비, 구조 활동에 필요한 차량 렌트비, 통역비, 유류비 등을 현지 한인회를 통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귀국 후 건강검진 등의 사후 지원도 병행할 계획입니다. 이와 더불어, BNK는 고수익 해외 아르바이트와 관련한 사기 예방 홍보물을 제작하여 캄보디아 공항에 배포할 예정입니다.
    이는 단순한 예방 캠페인을 넘어 범죄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입니다. 이처럼 외교부와 금융권의 대응은 단순한 사후조치에 그치지 않고, 현지 정보 수집, 피해자 구조, 예방교육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사들은 자사 직원의 보호는 물론, 현지 한인 사회와 협력하여 전체 한국인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취업사기의 수법이 날로 정교해지고 있고, 온라인을 통한 피해자 유인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대응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정착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국 외교부와 금융권의 협업은 단기적 위기관리 차원을 넘어, 향후 해외 진출 청년과 기업에 대한 구조적 안전망으로 확장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각 기관 간의 정보 공유 체계 구축, 비상 상황 발생 시 신속한 구조 프로토콜 마련, 실질적인 예산 지원 확보 등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 민간 구조 활동과 피해 지원
    캄보디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년 대상 취업사기 사건에 대해 민간 차원의 구조 활동과 피해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단법인 한인구조단은 현재까지도 캄보디아 내 피해 청년들을 구조해 귀국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캄보디아 한인회 및 현지 네트워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감금 상태의 피해자를 파악하고, 물리적 감시가 느슨한 순간을 포착해 신변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구조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인구조단에 따르면 2023년 말부터 이 같은 사건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2025년 들어서는 한 달 평균 20~30건에 달하는 구조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중 많은 수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이나 취업 준비생으로, 경제적 압박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해외 고수익 일자리에 응한 경우입니다.
    이들이 구조 요청을 보내는 경로는 다양한데, 일부는 탈출 후 구조단에 직접 연락하기도 하고, 또 일부는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 요청이 접수되기도 합니다. 구조된 피해자들은 단순히 귀국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감금, 폭행, 협박 등의 심각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으며, 일부는 국내에 돌아와서도 후유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이어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한인구조단은 귀국 후 건강검진, 심리 상담, 법률 지원 등 다양한 회복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외교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일부 금융사와 기업도 민간 구조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BNK 금융그룹은 약 1억 원의 긴급 예산을 편성해 귀국 항공료, 숙박비, 차량 렌트비, 통역비 등 구조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현지 한인회를 통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사후 구조활동에 참여한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현재 민간 구조 활동의 가장 큰 문제는 지속성과 재정적 한계입니다. 한인구조단과 같은 민간단체는 자발적인 기부와 협찬에 의존하고 있어 구조 활동의 범위와 속도에 한계가 있으며, 현지 위험지역에 대한 정보 접근이나 구조 실행력도 정부 차원의 협조 없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피해자들이 귀국 이후에도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법적 책임을 질 우려가 있다는 점도 구조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실제로 일부 피해자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강제로 가담했다는 이유로 국내법상 처벌을 받거나 수사 대상이 되기도 하며, 이는 피해자 구제라는 근본적 취지를 훼손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민간 구조 활동이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구조지원 예산 확대, 민관 협력체계 구축, 피해자에 대한 법적·심리적 보호 장치 마련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피해자들이 범죄의 ‘가해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신속한 사실 확인과 법적 구제 절차도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민간의 역할이 분명히 중요한 시점이지만, 이들이 감당하기에는 점점 복잡해지는 국제 범죄 구조에 있어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 앞으로의 해결 방안을 위한 제언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청년 대상 취업사기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부주의나 범죄 집단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은 구조적인 청년 고용불안, 국제 범죄 조직의 확산, 국가적 대응 체계의 미비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입니다. 따라서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를 위한 다섯 가지 제언입니다.
    첫째, 해외 취업 정보의 국가 인증 및 검증 시스템 도입이 시급합니다. 현재 해외 일자리 관련 정보는 대부분 민간 에이전시나 SNS를 통해 유통되고 있어, 취업 희망자가 허위 정보에 쉽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나 외교부 차원에서 검증된 해외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국가 차원의 ‘해외 취업 인증 플랫폼’을 운영하여 국민들이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청년 대상 사기 예방 교육의 전국적 확대가 필요합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취업사기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대부분 일회성으로 그치고 있습니다. 교육 대상도 제한적이며 홍보도 미흡합니다. 교육부와 협력해 고등학교, 대학교, 청년센터 등에서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실효성 있는 예방 교육이 필요하며, 학부모 대상 프로그램도 병행해야 합니다.
    셋째, 위기 상황에 대응 가능한 외교 인프라와 구조 프로토콜 강화가 필수입니다. 현재 피해 구조는 대부분 민간단체나 한인회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외교부는 주요 고위험 지역에 ‘해외 국민 보호 전담 인력’을 상주시켜 위기 발생 시 신속하게 구조에 착수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해야 합니다. 또한 피해자 구조와 송환에 필요한 예산도 상시 확보해야 합니다.
    넷째, 피해자에 대한 법적·심리적 보호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일부 피해자는 강제 가담한 범죄로 인해 한국 귀국 후에도 처벌을 받거나 낙인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법적 구제 절차와 함께 정신 건강 회복을 위한 상담, 의료 지원, 일상 복귀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하며, 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섯째, 청년 고용의 질적 개선과 고용시장 구조 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청년들이 해외 고수익 일자리라는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려면 국내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과 신성장 산업 분야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청년 대상 맞춤형 직무 교육 확대, 경력 단절 청년 지원 등이 병행되어야 하며, 청년층이 장기적인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고용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이 조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청년을 안전하게 보호하지 못한 구조적 실패를 드러낸 것입니다. 이제는 경고가 아닌 실행의 시간이 필요하며, 정부, 지자체, 민간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청년들이 더 이상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왜 캄보디아로 갔나… 일자리의 붕괴가 부른 비극
    주야

    조회수 3356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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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2025 공익활동 페스타의 주제세션4 이야기를 해볼까요? 세션 4의 제목은 공익활동의 혁신과 전환. 데이터가 시민사회의 공유 자산으로 활용되는 디지털 민주주의 실험 사례들이 소개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있는 환경을 시민사회가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할지 그 인사이트를 얻는 시간이었지요.
    참여단체들이 공동주관한 본 세션은 비영리IT지원센터 정지훈 이사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온 오프라인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으고자 특별히 타운홀에 접속해 자유롭게 의견 남기는 타운홀 미팅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세션 4 사회: 정지훈 이사(비영리IT지원센터)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발표 1. ‘코팩츠 타일랜드 사례’로 보는 태국 시민들의 가짜뉴스 대응활동
     
    첫 번째 순서는 온라인과 동시통역으로 진행한 해외사례 발표인데요. 멀리 태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발표자는 방콕의 사회적기업 ‘오픈드림’을 설립하고 팩트체킹 플랫폼 ‘코팩츠 타일랜드’에서 활동하는 파티팟 수숨파오(Patipat Susumpao)님입니다.
     
     
    발표 1: 온라인 동시통역으로 진행한 해외사례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발표자는 2021년 태국에서 <가짜뉴스 수사게임 606>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스토리를 따라 미션에 도전하면서 에코챔버 효과를 인지하게 되는 게임이라고 해요. ‘에코챔버 효과’란 반향실, 즉 닫힌 공간에서 메아리를 듣듯이, 기존 관점의 정보만을 반복적으로 수용함으로써 확증편향을 점점 더 강화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정보만 계속 받아들이는 현상이라니, 유튜브 알고리즘에 조종당하는 우리의 모습이 떠오르죠?
     
    606게임은 캐릭터와 채팅도 하고 정보의 진실/허위 여부를 체크해가면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올바른 종합정보를 입력해야만 미션이 완료돼요. 흥미로운 게임 요소 때문에 20만 명 이상이 다운을 받았다는데요. 사후 테스트 결과, 무려 플레이어의 95%가 이 게임을 통해 에코챔버 효과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고, 10~15%가 가짜정보 조사능력을 향상시켰습니다. 가짜뉴스 대응에도 재미있는 게임을 활용해야 할 이유를 보여주네요. 코팩츠 타일랜드는 앞으로 여러 지역에서 팩트체커를 양성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온라인 플랫폼에 이 인력들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발표 2. AI와 함께한 2년
     
    두 번째로 구구컬리지 박용 대표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구구컬리지는 ‘99%를 위한 교육’이라는 모토 아래, 교육 불평등 해소에 힘쓰는 비영리단체입니다. 검정고시 온라인 학습사이트를 개발·운영하면서 여기에 AI를 활용한 경험을 나눴습니다.
    재작년에 DO MAT이라는 수학 검정고시 앱을 새로 개발할 때는 10년 치 기출문제 풀이를 작성하다 보니 콘텐츠 제작에만 4개월이 소요됐다고 해요. 그런데 인공지능 비서를 활용한 이후 제작 기간이 1주일로 단축되었습니다. 물론 콘텐츠 전담자의 고충도 크게 덜었죠. 그 덕에 수학뿐 아니라 전 과목 5년 치를 업로드할 수 있었습니다.
     
     
    발표 2: 박용 대표(구구컬리지)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구구컬리지의 다른 한 축은, 비영리단체가 사용하면 좋을 도구들을 모아놓은 TOOLS99입니다. 지출결의서, 결과보고서 등 각종 서식을 공유합니다.
    열심히 작성해 봤자 아무도 읽지 않는 비영리단체의 회의록도 이제는 AI로 분석합니다. 내용 요약 및 화자별 분석으로 회의록의 가독성을 높였더니 회의의 밀도가 같이 높아졌다고 해요. 구구컬리지 사이트에 들어가면 무료 분석이 가능합니다. 적용 범위를 시의회 자료까지 넓혀서 AI를 활용한 회의록 분석과 예산안 시각화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구구컬리지의 최근 행보는 ‘1%를 위한 앱’입니다. 비영리단체들을 컨설팅하면서 시장 논리와는 반대로 소수자를 위한 앱을 개발하고 있죠. 구구컬리지의 바람대로 거대 IT기업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온라인 공간도 시민자산화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발표 3. 변화가 모이는 내 손안의 광장, 빠띠
     
    세 번째 발표자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권오현 대표입니다. 연결된 시민들이 함께 협력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이것이 빠띠가 던지는 질문입니다. 빠띠는 시민들이 대화하고 행동하는 디지털 광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매월 10~20만 명의 시민들이 빠띠 플랫폼의 온라인 캠페인과 공론장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발표 3: 권오현 대표(빠띠)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그 밖에도 1 대 1 오프라인 대화실험 ‘별별대화’, 주제별 이슈 글쓰기 ‘쓰다 프로젝트’, 코로나 때 공익 마스크 앱으로 잘 알려진 공익 데이터랩 등 다양한 디지털 민주주의 실험이 빠띠에서 펼쳐집니다. 얼마 전에는 이태원 참사 포스트잇 메시지를 시민들이 함께 디지털로 옮기는 작업도 했다는군요.
    빠띠의 발표를 듣자니 기술력보다 중요한 건 역시 기술의 방향이었습니다. IT분야 발표가 이렇게 따뜻할 수도 있다니! 누군가는 연결이 세상을 망친다고 하는데요.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연결 대신 우리에게는 안전, 신뢰, 존중 같은 좋은 연결이 필요합니다. 주요 테크기업의 목표가 단순히 축적과 연결이라면 빠띠의 목표는 더 나아가 공유와 협력입니다. 빠띠처럼 공공선에 기여하는 시민협력 플랫폼을 통해 일상의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를 바랍니다.
     
     
    참여업체 안내판: 구구컬리지(좌) & 빠띠(우)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끝으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온라인 자료관 ‘톺’과 ‘공익위키 프로젝트’에 대한 짧은 소개가 있었고, 빠띠의 타운홀 미팅에 남긴 질문들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좋은 앱을 개발해도 이용자가 너무 늘면 도리어 서버 비용 때문에 중단해야 하는 현실, 그래서 친환경 전기를 사용하고 전기 절약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데이터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싶다는 구구컬리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아예 서버를 덜 쓰는 방향으로도 해법을 모색 중이라고 합니다.
    팩트체크 교육이나 팩트체크 컨텐츠 제작을 미디어 리터러시와 연계해서 지역의 공익활동 단체가 지속적으로 해나가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주제세션4 강연장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제는 공익 캠페인도 인플루언서가 참여해야 반응이 뜨겁다네요. 공익단체가 해온 고유한 활동을 인플루언서나 AI에게 알려서 일반 시민들의 핫한 관심과 만나게 하는 것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입니다. 기술이 그 만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도 2025 공익활동 페스타 4세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우리의 미래는 한층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는데요. 그럴수록 기술의 변화를 위기 아닌 기회로 여기면서 적극적인 도전으로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자고, 60초 영상 시대에 긴 글 남겨봅니다.
    
     

     
    [현장스케치] 2025 공익활동 페스타 주제세션4: 공익활동의 혁신과 전환
    참비움

    조회수 980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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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미리캔버스 @PIXABAY
     
     
    
    ● 청소년 마약 문제의 심각성
     
    청소년 마약 문제는 단순한 비행 청소년의 일탈이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사회 문제입니다. 과거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은 이미 그 지위를 상실하였으며,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10대와 20대 사이에서 마약류 범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마약사범은 사상 처음으로 2만 7천 명을 돌파하였고, 이 중 10대 마약사범은 1,477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13년과 비교하면 무려 34배가 넘는 수치로, 청소년 사이에서 마약 사용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경고 신호입니다.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비정기적 접촉이 아닌, 일상 속에서 마약이 접촉 가능한 실질적인 위협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SNS와 인터넷을 통해 비대면으로 마약을 구입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청소년은 별다른 거리낌 없이 마약을 접하게 됩니다. 실제로 청소년의 84%가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구할 수 있다"라고 응답한 사실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냉정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청소년들이 범죄 집단의 주요 타깃으로 전락했음을 뜻하며, 단순 사용을 넘어 유통에까지 가담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청소년기는 인간의 정신적·신체적 발달이 한창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마약에 노출되면 중독성과 회복 불능의 뇌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경가소성이 활발한 청소년기의 뇌는 자극에 민감하고 빠르게 변화를 수용하기 때문에, 한 번의 마약 복용만으로도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청소년기의 마약 중독은 이후 성인기까지 단약과 재발을 반복하게 만들며, 삶 전체를 마약에 잠식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마약이란?
     
    마약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일시적인 기분 상승, 환각, 진정 등의 효과를 유발하는 물질로, 반복 사용 시 신체적·정신적 의존을 초래하는 중독성 약물입니다. 일반적으로 마약류에는 필로폰, 코카인, 대마, 헤로인뿐 아니라 펜타닐, 프로포폴, 펜터민 등의 향정신성의약품도 포함됩니다. 이러한 물질은 의료 목적 외의 비의학적 사용 시 심각한 중독, 뇌 기능 손상, 사회적 고립, 범죄 가담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특히 마약은 한 번의 복용으로도 강한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어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청소년의 경우 뇌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청소년 마약사범 급증 현황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3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10대 마약사범 수는 1,477명으로, 이는 2022년 481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2013년에는 불과 43명에 불과했으나 10년 만에 약 34배 이상 급증한 것입니다. 특히 전체 마약사범 중 10~20대의 비율은 35.6%에 달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마약 범죄의 중심이 점차 저연령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과거에는 성인층 중심으로 발생하던 마약 범죄가 이제는 청소년과 청년층을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특히 10대 마약사범이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선 것은 단순한 일탈이 아닌 구조적인 위험을 시사합니다. 마약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단순 투약을 넘어 유통이나 전달책으로 이용되기도 하며, 이는 청소년기 범죄 전력화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적 손실이 매우 큽니다. 더 나아가 이들은 마약 전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 진입이 어려워지고, 학교 및 직업생활에서도 배제되며 장기적인 사회 부적응 문제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국가의 인적 자원 손실로 이어지며, 예방과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 온라인 중심 유통 구조의 변화
     
    최근 마약 유통의 구조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마약 거래가 주로 대면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현재는 SNS, 텔레그램, 다크웹 등을 활용한 비대면 온라인 거래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마약 판매자들은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플랫폼에서 은어와 이모티콘 등을 활용해 홍보하고, 구매자와는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익명성이 보장된 앱을 통해 접촉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마약을 찾는 이들에게는 쉽게 접근 가능한 통로가 되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과 청년층에게 큰 유혹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통계를 보면, 온라인 마약 유통 적발 건수는 2018년 1,482건에서 2022년 9,269건으로 약 6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온라인 기반 마약 유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물리적 접촉 없이도 마약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이러한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익명성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 마약 유통 조직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SNS와 같은 오픈된 공간에서의 마약 광고뿐 아니라, 지인 추천을 위장한 메시지를 통해 접근하는 경우도 많아, 청소년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연루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처럼 마약 유통 방식의 디지털화는 단순한 거래 채널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감시 및 단속 체계를 무력화시키며 마약 범죄의 은밀성과 확산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디지털 감식 기술의 강화, 청소년 대상의 사이버 범죄 예방 교육이 시급히 요구됩니다.
     
     
    ● 청소년 뇌 발달과 중독의 심각성
     
    청소년기의 뇌는 전전두엽(frontal cortex)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로, 충동 조절과 이성적 판단 기능이 미성숙합니다. 전전두엽은 나이가 차면서 완성되며, 일반적으로 20대 중반 이후에야 성숙해지는데, 이 시기 청소년은 감정 중심 뇌와 이성 중심 뇌의 불균형으로 인해 중독에 취약합니다. 또한, 청소년기는 신경가소성이 매우 활발한 시기로, 뇌 구조를 변화시키기 쉬운 상태입니다. 이 시기에 마약 복용은 시냅스 및 뇌 회로를 영구적으로 손상시켜, 학습, 기억, 감정 조절 기능 등에 장기적·비가역적인 부작용을 남깁니다. 예를 들어, 알코올이나 니코틴 노출은 전두엽 및 보상 경로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고, 이는 성인보다 훨씬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청소년이 마약에 중독될 경우, 단순 투약에서 그치지 않고 단약과 재발을 반복하며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강합니다. 초기 노출이 중독 회로를 강화해, 반복 복용 시 강박적 사용과 끊기 어려운 의존 상태로 전이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개인의 건강, 대인 관계, 학업·직업능력 등 전 생애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합니다.
     
    이처럼 충동 제어가 미흡한 뇌 발달 미성숙기, 신경가소성과 결합된 마약 노출은 청소년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며, 중독과 재발을 통해 삶의 경로를 바꾸는 심각한 사회적·개인적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미디어와 유명인의 영향
     
    최근 연예인의 마약 투약 논란과 영화·드라마 속 반복적인 마약 묘사는 청소년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유명인의 일탈이 자극적으로 보도되거나, 콘텐츠 속에서 마약이 자극적 소재로 등장할 때, 청소년은 이를 비현실적이거나 남의 일로 인식하기보다는 일종의 유행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청소년 마약류 범죄 실태 및 대응 방안 연구’에 따르면, 마약을 처음 접한 동기로 ‘호기심’과 ‘지인의 권유’를 꼽은 응답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였습니다. 이는 청소년기 특유의 감정적 불안정성과 더불어, 미디어 환경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콘텐츠 제작자와 미디어 종사자의 책임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특히 SNS를 통해 확산되는 유명인의 마약 관련 뉴스와 자극적인 장면들은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으며, 이를 모방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감시와 교육적 개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식욕억제제, 일명 ‘나비약’으로 불리는 펜터민(Phentermine)과 같은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펜터민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원래는 비만 환자의 단기 치료 목적에 한해 사용되도록 허가된 약물이지만, 다이어트 효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미용 중심 문화의 영향으로 청소년 사이에서 남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SNS나 인터넷을 통해 ‘살 빠지는 약’이라는 식의 왜곡된 정보를 접하며, 의사의 진단 없이 무리한 처방을 받기 위해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이른바 ‘약물 쇼핑’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모 명의로 약을 처방받거나, 지인을 동원해 대리 처방을 받는 등의 불법 행위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펜터민이 단기 복용 시에도 심각한 부작용(불면증, 불안, 우울증, 심박수 증가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장기 복용 시 중독 가능성까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청소년이 가장 많이 처방받은 마약류 약물이 식욕억제제 계열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드러납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청소년기 외모 중심 가치관과 잘못된 사회적 압력이 빚어낸 구조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약물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병·의원의 처방 및 관리 시스템 강화와 더불어, 청소년 대상의 바른 몸 이미지 교육과 약물의 위험성에 대한 체계적인 예방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 사회적 인식 변화와 대응의 필요성
     
    최근 마약 문제가 청소년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국민의 인식 또한 급변하고 있습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9%가 현재 한국 사회의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하였으며, 92%는 마약 범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약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전체 마약사범 중 구속된 비율은 12%에 불과하며, 1심 판결에서 집행유예(40.6%)나 3년 미만의 단기 형량(30.7%)에 그친 사례가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이러한 미약한 처벌은 범죄 억지력 확보에 실패하고 있으며, 특히 마약 유통 및 밀매자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형사적 제재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국민 48%가 ‘유통·밀매’를, 33%가 ‘제조·생산’을 가장 중하게 처벌해야 할 마약 범죄로 꼽은 것은 이러한 배경을 반영한 것입니다.
     
     
    ● 예방 중심의 접근과 공동체의 역할
     
    마약 문제 해결의 핵심은 사후 처벌이 아닌 ‘사전 예방’입니다. 단속과 처벌이 단기적인 억제책이라면, 예방 교육과 정신건강 지원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은 매우 효과적인 접근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국민 84%가 이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마약의 폐해를 주입식으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청소년이 자신의 스트레스와 감정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마음공부’와 자기조절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는 충동적으로 마약에 손을 대는 청소년들의 심리적 기반을 흔드는 근본적인 예방책입니다.
     
    또한 종교 공동체, 지역사회, 시민단체는 단순한 설교나 규율 중심의 접근을 넘어서,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한 심리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청소년을 위한 멘토링 및 예방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마약 중독은 사회에서 고립되었을 때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따뜻한 공동체의 존재는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연대하여 마약 문제에 대응할 때, 비로소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건강한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무너진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
    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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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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