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모두를 위해 필요한 배리어프리, 장벽을 넘어 모두를 위한 세상으로
안녕하세요. 2026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에디터 Hana입니다.
저는 비장애인으로서 계속 경기도와 수도권에서 생활하며 지냈는데, 관공서, 공원, 산, 바다 등 다양한 공간에 다녀가며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유아, 유모차에 탑승한 어린이, 노인, 젋은 휠체어 이용자 등) 특히 학교와 비교하면, 외부에서는 휠체어 이용자가 더 자주 보입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년도 등록장애인 현황 통계>에서는 등록장애인의 수가 2,627,761명으로 2024년 기준인 2,631,356명보다 3,595명이 감소했으나, 2025년에도 여전히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5.1%라는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절대 무시할 수 있는 비율이 아닙니다.
장애는 여러 유형으로 나뉩니다.
(1) 내부장애: 신장, 호흡기, 간 등 신체 기능에 장애가 있어 외관으로는 쉽게 알아보기 힘든 유형
(2) 정신장애: 비슷하게 외관으로는 크게 다른 점이 없지만, 자기조절, 신체 표현, 언어, 지적 능력 등이 불충분-불완전하여 적응하기 힘들어 행동 및 정서에서 특징을 찾아볼 수 있는 유형(지적장애, 자폐, 정신장애 등)
(3) 외부장애: 신체 기능에 장애가 있는 유형(시각, 청각, 뇌병변, 지체, 안면, 언어 등)
위와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제도적인 보호를 받기 위해서 시-군-구에 엄격한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무분별한 등록을 막기 위해 시-군-구에 등록하는 절차는 불가피합니다만, 이러한 등록 절차가 낳는 폐해도 있습니다. 예시로 ‘3개월 이상의 투석 기록(신장 장애), 질환이 발생한 후에도 충분히 치료하였으나 장애가 고착화된 경우(6개월 또는 2년)’ 등의 기준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공백기가 생기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따라서 공백기에는 장애인 등록이 불가해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만약에 기준이 미달된다면, 장애가 있음에도 비장애인으로 등록되어 계속 지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까지 고려한다면, 통계 그 이상으로 더 많은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비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사회에서는 점차 배리어프리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물리적-심리적-제도적 장벽이 되는 요소를 없애는 모든 것을 의미하며 배리어프리 활성화 정책-사업을 실현하거나 경사로 설치 기준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배리어프리를 실천합니다. 지자체, 시민 단위의 활동부터 국가에서의 홍보 활동 등 여러 활동이 있다 보니, 배리어프리는 공익, 사회적경제 등에서도 자주 관심을 두는 주제입니다.
대표적으로 경사로,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이 덕분에 휠체어-유모차 이용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오랫동안 걷거나 계단을 오르기 힘든 고령자, 화물 등을 고층까지 운반해야 하는 사람들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취지는 장애인이 일상을 사는 데에 생기는 불편함을 개선하자는 의미였지만, 이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배리어프리의 목표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PEOPLE/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지향하며 연령, 성별, 국적, 장애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제품, 건축, 서비스 등을 이용하고, 누릴 수 있게 합니다.

이번에 방문한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토당청소년수련관의 경우에는 공원 안에 시설이 있어 경사가 낮은 공원 입구에서 경사로를 따라 올라갈 수 있고, 시설 내에도 경사로, 엘리베이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시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건물의 구조를 넓게 잡아둠으로써 배리어프리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배리어프리, 모두를 포용하기 위해 넘어야 할 한계점
배리어프리의 취지가 정말 좋지만, 아직 넘어야 할 한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오래전에 건설한 시설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건물의 구조를 변경하기 어려워 경사로 설치 외에는 다른 방법으로 배리어프리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건물 구조의 한계로 경사로가 좁거나 경사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번째, 배리어프리는 지체·시각·청각·발달장애 등 다양한 장애 유형의 접근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실제 논의와 정책은 경사로, 엘리베이터처럼 물리적 이동 장벽을 없애는 데 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배리어프리 정책은 휠체어 사용자를 포함한 지체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이동편의시설 확충 중심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건복지부의 「2025년도 등록장애인 현황」에 따르면 등록장애인 262만 7,761명 가운데 지체장애인은 42.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청각장애인(17.1%), 시각장애인(9.3%), 지적장애인(9.0%), 뇌병변장애인(8.9%)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배리어프리 정책 역시 이처럼 다양한 장애 유형별 접근의 어려움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과 사업이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수가 배리어프리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됩니다. 배리어프리가 단순히 경사로, 에스컬레이터 설치처럼 기존의 방법뿐만 아니라 그 외의 다양한 방법으로도 실현할 수 있기에 소수인 장애 유형을 생각하는 것도 정말 필요합니다.
실제로 지금의 배리어프리는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시설(경사로, 엘리베이터 등)을 중심으로 설치-운영됩니다. 물론, 오래전부터 운영했던 시설에는 점자 건물 안내도도 일부 있고, 몇몇 미술관 및 박물관 등에서는 자막, 해설 등을 제공하지만, 보편적인 배리어프리 사례는 아닙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시-청각장애인을 포함한 몇몇 장애인들은 배리어프리를 체감하지 못하는 현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처음에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이하 ‘HAFS’)가 2024년(18~20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교내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던 중, 버튼에 붙여진 점자가 반대로 설치되었던 충격적인 사실, 그리고 카페, 문화시설, 정류장 등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메뉴판, 팜플렛 등이 구비되지 않았던 점을 계기로 배리어프리 점자를 직접 설치하는 ‘Project Tob(Trail of Braille)’를 시작했습니다.
Project Tob의 꿈은 “즐겁게 여행하면서 세상을 바꾸자!”입니다.
또한, Project Tob 부원들은 유엔 공보국 협력 NGO인 <미래희망기구>의 제안으로 UN 출판 도서 및 장애인 권리 선언 등 6권의 책을 녹음하고, 국내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맹학교 중 한 곳에 전달했습니다.


2026년에는 Project Tob 2기(20~22기)가 시작됩니다.
2기를 맞이하며 “모두에게 배울 기회가 있는, 모두에게 즐길 기회가 있는, 모두에게 권리를 주장할 기회가 있는 배리어프리 사회(Barrier Free Socity)”를 목표로 활동을 더욱 활기차게 이어갔습니다.
먼저, 국내 최대 규모 시각장애인 복지센터(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센터) 산하 기관 <설리번학습지원센터>에 방문해 라벨점자도서 제작 교육(2026.3.)을 진행해 점자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닷의 점자 닷패드를 사용하며 그림, 글자, 점자 버튼을 통해 비장애인의 문장, 단어가 점자로는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교육을 통해 역량을 강화한 후, 교내에서 펀드레이징(2026.3.)을 기획-진행해 활동 자금 약 1,200,000원을 모았습니다. 점자 키링/학교 굿즈 판매 및 시각장애인 체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교내 구성원인 청소년, 교사, 그 외의 근로자들에게 시각장애인 및 배리어프리에 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었습니다.


펀드레이징으로 확보한 금액은 점자 라벨도서 만들기 사업에 사용했습니다. 먼저, 기증받은 도서 30권을 한글로 타이핑하고, 한국점자인쇄라는 점자 인쇄 기업에 타이핑한 내용을 전달해 점자로 번역한 점자 라벨을 받았습니다. 점자 라벨은 Project ToB 부원들이 한번 검토한 후, 도서에 부착해 점자 도서를 완성했습니다.


완성한 점자 도서는 지난 7월 8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 기증했습니다. 점자 도서 1권당 약 20장 정도의 분량(전체 약 600장)의 도서를 기부했으며 실제로 도서를 읽을 유아-어린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와 내용을 점자책으로 번역해 준비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실제 점자책은 책 위에다 점자를 부착한 모습이었으며 제목, 내용마다 꼼꼼하게 부착해 시각장애인도 동화를 읽고, 이해할 수 있게 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이후,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전문가(사회복지사 등)를 만나 시각장애인이 직접 겪는 점자, 불편함 등에 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어 관련 체험 활동을 진행했는데요. 바로 ‘[2차 시도] 목소리가 빛이 되는 순간(Guide)’입니다.
이 활동은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는 동행자 및 당사자 체험 활동으로, 한 명이 안대를 쓰고, 파트너가 가이드가 되어 구체적인 말로만 안내하는 활동입니다.
비장애인의 경우에는 거리에 관한 개념을 어느 정도 인지하기 쉽지만, 실제 시각장애인은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기 쉽지 않아 걸음걸이, 보폭 등으로 짐작하여 걸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동행하는 사람을 붙잡고 이동하는 경우가 꽤 있으며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을 체감해보고, 시각장애인의 삶에 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과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점자도서관에 방문해 기부한 도서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과 점자책에 관한 설명도 들었습니다. 사회복지사의 말에 따르면, 안대와 지팡이를 짚는 시각장애인의 이야기, 시각장애인을 위한 센서 제품들(보행 보조기기, 스마트 안경 등)이 사람들의 움직임만으로도 감지되어 센서가 울리는/오류가 많은 애로사항, 시각장애인이 생활할 때는 보조인 및 자신의 감각에 의지하는 현실, 전자책을 읽을 때에 온라인에서는 줌으로 소통하고, 보호자(부모님, 그중 주로 엄마)가 대독을 도와준다는 점, 점자를 읽는 시각장애인들도 맞춤법에 상당히 예민하다는 경험 등 궁금할 만한 경험들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HAFS Project Tob 부원들은 점자책을 만드는 기간이 6개월(점역 프로그램 1차 변환 후, 점역사 및 교정사의 소리 내어 읽는 과정)이 걸린다는 점, 그래프나 그림을 만드는 과정(점자 프린터로 출력 후, 점을 하나씩 수작업으로 추가해 입체적으로 제작), 후천적 시각장애인을 기준으로 꾸준한 교육 시에 점자 활용까지 약 1년/장인처럼 읽으려면 약 4~5년이 걸린다는 점 등 다양한 질문을 통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술, 경험이 어떤 상황인지를 상세하게 배웠습니다.
작은 관심에서 시작해 배리어프리로 세상을 배운 Tob 프로젝트!

1)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황은서 A: 안녕하세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HAFS’) 국제계열 3학년(20기)이자 ToB에서 2년 차로 함께하고 있는 황은서입니다. Tob는 처음에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우리의 활동이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의 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에 많은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사회에 보이지 않는 베리어들을 없애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지안 A: 안녕하세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국제계열 3학년(20기) 이지안입니다. 저는 사회의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데 관심이 많아 이를 계기로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Tob 활동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겪는 학습의 사각지대를 이해하고, 이를 해소하는 데 작게나마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반수은 A: 안녕하세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국제계열 3학년(20기) 반수은입니다. 뇌과학 관련 진로를 희망하고 있으며 작년부터 Project ToB 멤버로 활동해 왔습니다.
2) Project Tob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Tob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HAFS 인권문화제 부스에서의 체험이었습니다. 안대를 쓰고 학교 복도를 걸어보았는데,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던 공간들이 시각장애인에게는 커다란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 주변의 작은 문제부터 찾아보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학교 주변 카페들의 메뉴판이었습니다. 실제로 점자 메뉴판을 갖춘 카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휴대용 점자 인쇄기로 점자 라벨을 제작해 메뉴판에 부착한 뒤, 이를 카페들에 무료로 보급하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활동의 영향력을 넓힐 방법을 고민하다가 시각장애인의 자립에는 어릴 때부터의 점자 교육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교내 펀드레이징 및 점자도서 제작 활동으로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3) 이번 기증에서 겪은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A: 점자책 기증을 준비하며 가장 많았던 에피소드는 바로 점자 라벨 붙이기에서 나왔습니다. 라벨을 잘못 자르거나 잘못 붙이거나 혹은 라벨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몇 페이지들은 직접 볼로기로 일일이 뽑아서 하기도 했습니다. ㅎㅎ) 그 때문에 여러 번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여러 번 확인해야만 했었고, 오탈자가 있으면 고치는 과정을 수없이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에겐 사소한 실수가 이 책을 읽을 시각장애인 분들에게는 엄청나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라는 가장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을 직접 방문해서 시각장애인분들이 점역된 책을 사용해 공부하는 법을 배웠는데, 복잡한 그래프와 긴 글, 심지어 사진들까지 점자로 만지며 배울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복지관 관계자분들께 점자의 인식과 현실에 대해 여쭤보며 다음 방향성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ToB가 시각장애인분들께 직접 한발 다가갈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4) 청소년으로서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두고, 알아가려는 노력이 왜 필요할지, 그리고 경기도 청소년이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두고, 알아가면 생기게 될 긍정적인 변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배리어프리는 “모두가 결계 없이 함께하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형성하는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사회에 이제 막 들어가는 과정을 겪고 사회에 대해 올바르게 적응해야 하는 시기인 청소년기야말로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리어프리 자체가 ‘장애는 특별한 소수기 때문에 도와줘야 한다.’라는 일차원적인 생각뿐만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문제가 다양한 이들에게는 어떻게 인식이 될지 아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기에서는 학교-사회에서 정식적으로 체험하고 배우는 과정이기에 이런 상황을 점차 겪을 수 있고 배리어프리를 미리 알게 된다면, 사회에 불편을 겪는 자들을 도울 수 있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배리어프리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주위에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깨닫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도 미치고 동아리원들도 직접 사회에서 배리어프리가 어떻게 실천되는지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가지면 이렇게 작은 실천이 누적되어 사회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5) 향후 활동 계획, 목표가 궁금합니다!

A: 동화책 점역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교내 2차 펀드레이징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굿즈, 점자 키링 등을 제작해 판매하며 재료비를 마련할 계획이며 저희가 동화책 30권을 기부한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외에도 시각장애를 가진 초등학생이 쉽고 재밌게 점자를 학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서를 점역하여 기부할 예정입니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학습 격차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갈 것입니다. 시각장애인의 수학 학습을 위한 교재를 제작하고,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다양한 문화와 진로 등을 묻는 인터뷰 프로젝트를 계획 중입니다.
시각장애인에게 학습 시 겪는 불편과 어려움을 묻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나가며 “점자로 시작하는 시각장애인의 학습 격차 해소”라는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배리어프리는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수혜자)들이 직접 체감하여 의견을 제기하면, 이를 정부 및 지자체에서 반영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왔습니다. 즉, 당사자의 목소리와 의견을 거치며 배리어프리는 이용자의 편의를 수용할 수 있게 변화해왔던 것입니다. 이동 약자의 막힘없는 이동(배리어프리)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인 <계단뿌셔클럽>, 장애인의 여행을 위한 여러 단체 및 기업들(무빙트립, (사)그린라이트 등)처럼 장애인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간격을 좁히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넓게 본다면, 일자리, 보조기기 등 생활 전반으로 확대하는 기술-제도적인 변화도 포함됩니다.)
한편, 이를 뒷받침할 법제화 및 의무화도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장애인의 권리를 역으로 침해하거나 불편함을 끼치는 사례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소상공인의 사정을 듣지도 않고, 무작정 도입하려고 하니, 정책 실현 과정에서 마찰이 생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목적은 근린시설의 배리어프리 확대였지만, 반발이 심했다는 뉴스가 있었고,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서 반기지 않았던 정책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정책과 실제 현장에서 실현되는 배리어프리의 실효성을 위해 현장을 확인하고,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해 당사자들이 만족하는 배리어프리가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에디터 역시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두고, 현장에서 상시로 점검하는 사람으로서 청소년들이 배리어프리 활성화를 위해 생각했었고, 경사로, 엘리베이터 등 배리어프리 시설이 많지만, 여전히 불편함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지역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배리어프리가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습니다.
지금도 지자체, 정부, 단체, 기업에서 여러 방법으로 배리어프리를 활성화하는 움직임이 보이지만, 그중에서 향후 자라날 청소년들의 활동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배리어프리를 실천하는 모습이 더 와닿았던 것만 같습니다.
무엇보다 점자 동화책 발간, 캠페인 등의 활동을 통해 학교, 점자도서관 기부까지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공익 활동에서는 고민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는 과정, 실행력이 정말 중요하다.”라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HAFS 청소년들이 시작한 Project Tob는 시각장애인 배리어프리를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청소년들이 다른 장애 유형을 위한 배리어프리 활동을 시작한다면,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에 한층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청소년들이 배리어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상황을 체감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게 성장할 수 있었으면, 그리고 배리어프리가 지역으로 확대되어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경기도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청소년들의 배리어프리 활동이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 https://test.kbuwel.or.kr/Braille
- https://nise.go.kr/onmam/front/M0000155/agency/list.do
- https://youtu.be/YrWWIXkrGFE?si=mhb-9KBjdd2jViez
- https://www.043w.or.kr/www/contents.do?key=151
- https://barrierfreefilms.or.kr/board_hrgp25/679
- https://blog.naver.com/ggsic/223294444290
- https://www.nrc.go.kr/portal/html/content.do?depth=td&menu_cd=04_01_02
- https://www.nrc.go.kr/portal/html/content.do?depth=td&menu_cd=04_01_01
- https://www.nrc.go.kr/portal/html/content.do?depth=td&menu_cd=04_01_03
-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3883
- 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2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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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7※「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공동체 안전강사, 그들이 지키는 우리 동네
큰 사고는 늘 제도의 허점을 드러냅니다. 세월호 참사도 그랬습니다. 국가 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반성과 함께,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위기의 순간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사회 전반에 던져졌습니다.

그 움직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공동체 안전강사'입니다. 이들은 관공서가 주도하는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주민들이 늘 오가는 도서관, 협동조합 강의실, 경로당 같은 생활 공간을 직접 찾아가 교육합니다. 크고 화려한 행사가 아니라, 작지만 꾸준한 만남을 통해 마을의 안전 감수성을 조금씩 높여가는 방식입니다.
올해로 이 활동은 4년째를 맞이했습니다. 한 번의 교육으로 끝나지 않고 해마다 이어지는 이 활동이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마을에 어떤 변화를 남기고 있는지를 이번 호에서 짚어보고자 합니다.

1. 공동체 안전강사,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공동체 안전강사는 특별한 국가자격을 가진 외부 전문가가 아닙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온 주민이 직접 자격과정을 이수하고, 스스로 마을의 강사가 되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을 운영하는 곳은 청소년이꿈꾸는사월 공동체이며, (재)4·16재단과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을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4·16재단은 세월호 가족과 국민이 함께 세운 비영리 민간 재단으로,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는, 일상이 안전한 사회"라는 비전 아래 생명과 안전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4·16생명안전공원 조성이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입니다.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따라 설립된, 국내에서 유일하게 법으로 정해진 모금·배분기관입니다. 아동과 청소년, 장애인, 노인, 여성, 지역사회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국민의 성금을 공정하게 나누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이처럼 신뢰할 수 있는 두 기관의 후원을 받는다는 사실은, 공동체 안전강사 활동이 특정 개인의 의욕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검증된 체계 위에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격과정을 마쳤다고 곧바로 혼자 강의에 나서는 것도 아닙니다. 먼저 경험 많은 선배 강사의 수업에 동행하며 실제 현장을 참관하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뒤에야 독립적으로 교육을 맡게 됩니다. 이런 단계적인 양성 방식은 강사에 따라 교육 품질이 들쭉날쭉해지는 것을 막고, 어느 마을에서든 일정한 수준의 교육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공동체 안전강사가 다루는 내용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넓어졌습니다. 처음에는 화재 발생 시 대처 요령, 비상구를 찾는 법 같은 기본적인 생활 안전 지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여기에 지진이 났을 때의 행동 수칙, 화재 발생 인명피해 자료 같은 근거 자료를 곁들여,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구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안전 수칙의 필요성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교육 범위는 민주시민교육까지 확장됐습니다. 재난 상황에서의 행동 요령만이 아니라, 평소 이웃을 살피고 서로를 돌보는 태도 역시 넓은 의미의 안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화재 대피 상황에서 거동이 불편한 이웃을 먼저 챙기는 태도, 낯선 이웃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작은 습관까지도 이제는 이들의 교육 안에 포함됩니다.
2026년부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강의실에서의 이론 수업을 넘어 실외에서 진행하는 대피훈련도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머리를 감싸고 몸을 낮추는 동작을 실제로 반복해서 몸에 익히는 방식입니다. 지식으로만 알고 있는 것과, 몸이 먼저 반응할 정도로 익힌 것 사이에는 실제 위기 상황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 그동안 현장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교육을 듣는 대상 역시 폭이 넓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부터 성인, 시니어, 장애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참여자가 있으면 대피 동선을 미리 점검하고, 참여자 구성에 따라 설명 속도나 용어, 실습 강도를 매번 다르게 조정합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나란히 앉아 같은 내용을 배우는 풍경은, 이 활동이 지향하는 '안전은 예외 없이 모두의 몫'이라는 가치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3. 매년 반복되는 배움, 강사들의 보수교육
공동체 안전강사에게는 한 번의 자격취득으로 끝나지 않는 배움의 과정이 있습니다. 해마다 진행되는 전문 보수교육이 그것입니다. 새롭게 알려진 재난 대응 지침이나 실제 사고 사례를 분석해 교안에 반영하고, 강사들끼리 서로의 수업 방식을 참관하며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됩니다. 한 강사가 현장에서 얻은 노하우가 다른 강사들에게 공유되면서, 전체적인 교육의 질이 함께 높아지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수교육 체계 덕분에 공동체 안전강사는 한때의 캠페인성 활동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전망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강사가 해마다 같은 마을을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보니, 교육이 거듭될수록 강사와 주민 사이의 신뢰도 함께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4년이라는 기간은 한 사람의 강사가 초보에서 숙련자로 성장하기에도, 마을 주민들에게 익숙한 얼굴로 받아들여지기에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4. 안전누리교육원 진임순 대표에게 듣다
이 활동을 현장에서 이끌어 온 안전누리교육원 진임순 대표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Q. 처음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마을 단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화재나 지진 같은 기본적인 생활 안전교육에서 출발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안전이라는 게 단순히 대처 요령을 아는 것 이상이라는 걸 느꼈어요."
Q. 교육 내용이 민주시민교육까지 넓어진 배경이 궁금합니다.
"평소에 서로를 돌아보는 태도가 쌓여야 정작 위급한 순간에도 서로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난 대응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이웃을 돌보는 마음까지도 안전교육의 범위로 넣게 됐습니다."
Q.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싶으신가요?
"마을에서 시작한 작은 교육이 지역 전체의 안전망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계속 기록하고 싶습니다. 대피훈련처럼 몸으로 익히는 교육도 앞으로 더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공동체 안전강사 활동이 마을에 남기는 의미는 교육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 과정은 경력단절여성이 다시 전문 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육아나 가사로 오랫동안 일을 쉬었던 여성들이 자격과정을 거쳐,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안전교육 전문가로 다시 서게 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력단절여성에게 재취업의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 오랜 공백 기간과 낯선 업무 환경에 대한 부담, 자녀 돌봄과 병행해야 하는 현실적인 제약까지 겹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동체 안전강사 과정은 학력이나 이전 경력보다 마을에 대한 이해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교육 일정도 마을 단위로 비교적 유동적으로 편성되는 경우가 많아, 가사나 돌봄과 병행하며 활동을 이어가기에도 수월한 편입니다.

이는 한 개인의 재취업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습니다. 마을 공동체가 스스로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고, 그렇게 길러진 인재가 다시 마을을 돌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 과정을 거쳐 또 다른 진임순 대표가 마을 곳곳에서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세월호 참사가 남긴 물음은 여전히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물음을 잊지 않고 마을에서부터 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하나의 희망입니다. 생활 속 재난 대응 교육에서 출발해 시민의 태도를 가르치는 일로, 그리고 경력단절여성의 새로운 진로로까지 뻗어가는 공동체 안전강사의 걸음은 이제 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거창한 구호보다 반복되는 실습이, 일방적인 강의보다 눈높이를 맞춘 대화가 마을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들은 지난 4년간 몸으로 보여줬습니다. 이들이 남긴 것은 단지 화재 대피 요령이나 지진 발생 시 행동 수칙 같은 지식만이 아닙니다. 위기 앞에서 이웃을 먼저 살피는 마음, 낯선 이에게도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려는 꾸준함이야말로 이들이 마을에 남긴 진짜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시니어까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배우는 이 교실이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그리고 그 배움이 실제 위기의 순간 얼마나 많은 이웃을 지켜낼지는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이 걸음이 5년, 10년으로 이어지며 더 많은 마을에 안전의 씨앗을 심어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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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5※「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잘 나가던 은행원이 ‘현모양처’ 꿈을 안고 결혼했다. 남편의 잇따른 사업 실패와 채무, 도박으로 결혼생활은 18년 만에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생계형 한부모 여성노동자는 닥치는대로 일했다. 식당 아줌마, 공장 노동자, 국민건강보험 전화상담사를 거쳐 지금도 비정규직 일자리로 먹고산다. “이혼 10년을 살아내니 내 삶에 눈이 뜨였다”라 고백하는 이문옥 님을 소개한다.
여성에게 일과 가정이란 무엇인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들어보자.
Q 현재 행정복지센터 비정규직 직원이다. 맡은 일이 무엇인가?
안산시의 7개월짜리 계약직 ‘디딤돌’ 일자리로 행정복지센터에서 일상생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독거 어르신들을 방문해 안부와 일상의 문제들을 돕고, 사무실에선 행정 보조도 한다. 3월부터 시작했으니 어느새 6개월째다. 안산에서 두 딸을 키우며 쉬지 않고 일해온 30년 차 ‘일하는 엄마’다. 최근 몇 년은 계약직으로 일하고, 끝나면 또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며 일을 찾아서 일한다. 며칠 전 국세청 홈택스에 들어갔다가 체납관리단 모집 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해 뒀다.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일자리라 내 조건에 맞더라.

Q 1996년까진 일 잘하는 여성 은행원이었다. 좋은 보수의 일자리를 버리고 서울에서 안산으로 오게 된 계기는 결혼이었나?
결혼을 앞두고 은행에서 퇴사해야 했다. 당시 내 월급이 200만 원이 넘었다. 여상 졸업하고 입사해서 2년 만에 주임 달고, 3년 만에 계장 달 만큼 진급도 빨랐다. 하지만 은행 일이라는 게 현금을 직접 다루고, 매일 마감 시간에 맞춰 정산하니까 항상 팽팽한 긴장 속에 살았다.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라는 중압감에 시달리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위장병으로 병원 가기 일쑤였다.
<고용보험법>도 없던 시절이라 여성은 결혼하면 퇴사하는 게 규정이었다. 언니들 중엔 비밀리에 결혼하고 쉬쉬하며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8년 경력자로 과장 시험을 앞두고 결혼 날짜가 잡혔다. 그때는 ‘현모양처’가 되는 게 여자의 행복인 줄 알았다. 모아놓은 돈으로 신랑을 도왔다.

Q 낯선 안산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는데, 현모양처 할만하던가?
주산 부기 타자 학원 선생 소개로 그의 동생을 만났다. 선생을 믿고 만났는데, 막상 보니 결혼 준비에 대책이 없더라. 5남매의 막내지만 집에서 도움이 없었다. 첫 단추부터 싸했지만 ‘내가 참고 노력하면 되겠지!’ 하고 내 돈을 꿔주며 결혼했다. 안산에서 남편이 빵 배달 대리점을 시작했다. 100% 현금거래라 저녁마다 현금을 셀 땐 금방 돈을 벌 것처럼 보였다.
총판으로 사업을 넓히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사업 자금이 부족하니까 내 돈 천만 원에, 8년 부은 국민연금 환급금까지 다 깨서 대줘야 했다. 하지만 그는 밤마다 도박과 게임에 빠져들더라. 현금이 줄고, 거래처 미수금이 쌓이는데, 확인해 보면 이미 돈을 당겨쓰고 날려버린 상태더라. 내 명의로 은행 대출, 보험약관 대출, 사채와 카드까지 메꾸다가 결국 마지막 벼랑에 몰리더라.
Q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빚더미에 이혼이라니, 쉬운 결정 아니었을 거 같다.
2012년부터 내가 이혼을 요구했지만 2014년에야 끝났다. 결정적인 계기는 우리 큰애였다.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담임 선생님이 ‘한부모 가정’이며 저소득층 자녀장학금과 급식비 지원 안내문을 보냈다. 내가 딱 깨달았다. ‘아, 내가 남편 울타리를 못 버리면 빚에 쫓기다가 아이들의 미래까지 망치겠구나.’ 서류상으로라도 깨끗하게 정리해야 애들 공부를 시키겠더라.
남편은 서류 정리를 안 해주려 버텼다. 내가 “법원에 가서 서류 사인만 해주면 우리 생활엔 아무 변화 없게 해주겠다”, 설득했다. 법원 상담관한테 “이렇게 어려운 상황인데 처리해 주는 게 맞다”라는 말을 듣고서야 서명하더라. 4주간의 숙려기간 후 서류가 정리되던 날, 서운함이나 슬픔은 1%도 없었다. ‘아, 이제 드디어 이 지옥 같은 늪에서 벗어났구나!’ 엄청난 해방감만 느꼈다.

Q 애 둘 딸린 이혼녀로서 새출발할 때, 마음이 여유가 없었을 거 같다.
애 둘 데리고 나와서 바로 동사무소에 찾아갔다. “내가 애 둘이랑 살길이 뭐냐?” 물었더니 LH 임대주택을 가르쳐 주더라. 바로 신청했는데 떨어졌다. 다른 조건은 다 똑같은데 ‘청약저축’이 없어서 가점을 못 받았다더라. 기가 막히고 서러워서 직원한테 그랬다. “청약저축에 넣을 돈 있었으면 애들 생활비에 다 보탰지, 이런 게 있는 줄 알고도 안 넣었겠냐.”
그길로 은행으로 달려가 “청약저축 제일 적게 넣는 금액이 얼마냐?” 물었다. 매달 2만 원씩 차곡차곡 부었다. 1년 남짓 지나 다시 LH 공고가 떴다. 아이 둘 손잡고 임대주택 후보지를 직접 둘러본 후, 교통과 편의시설이 좋은 중앙동으로 정했다. 마침내 당첨 통보를 받고 집 문을 열었을 때, 온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한부모로 기초생활수급 주거 급여 대상이 되었다.
Q 한부모 여성 가장으로서 생계를 홀로 책임지며 걸어온 길에 박수를 보낸다. 노동자로서 해온 일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노동의 역사를 약술해 보자.
홀로서기 본격 시작은 식당 아줌마였다. 아는 동생이 쌈밥집을 열며 도와달라 했다. 남들은 10분 만에 하는 쪽파 한 단을 나는 눈물 흘리며 2시간 다듬었다. 하루 12시간 노동하고 한달 150만 원, 눈물이 나더라. 1년 하니 온몸이 만신창이로 골병이 들었다.
핸드폰 부품 공장에서 3년 가까이 일했다. 시급 4,860원을 받으며 주야간 잔업에 주말 특근까지, 어떨 땐 24시간 근무로 뼈가 부서져라 일했다. 일이 끊기면 용역 과장한테 주말 알바를 받아내고, 큰애까지 알바를 시켰다. 요양보호사 교육원을 거쳐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원을 하다, 비정규직 병원동행 매니저, 일상생활 매니저까지 이어 왔다.

Q 국민건강보험 상담 일은 어떻게 하게 됐나? 일하던 중, 100일 만에 1,000명의 조합원을 모아 노동조합을 세우고 역사를 쓴 비밀이 뭐였나?
국민건강보험 상담원으로 들어가니, 간접고용 용역업체 구조가 참 야속했다. 1년마다 용역이 바뀌면 퇴직금을 정산해 버려서 경력이 다 끊기고, 화장실 갈 시간조차 제대로 없는 열악한 조건이었다. “용역업체 중간 착취 말고 공단에서 직접 고용해라. 우리도 인간답게 일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슴속에서 끓어올랐다.
2019년에 뜻있는 동료들과 결의하고, 100일 동안 비밀 작전으로 조합원을 모았다. 10주 만에 1,000명의 조합원을 조직해 창립총회를 열었다. 대의원 선거로 내가 부위원장이 되었다. 노동조합이 결성되었지만 사측과의 충돌은 심했다. 조합원들의 단결과 투쟁으로 휴가와 생리휴가를 자유롭게 쓰고, 눈치 안 보고 화장실 갈 수 있는 기본권리를 쟁취해 냈다. 동료들이 나를 두고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조의 역사적 인물”이라 불러줄 때, 보람을 느꼈다.
Q 노조활동을 통해 안산여성노동자회로 연결된 건가? 여성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과 삶의 태도에 변화가 있었을 거 같다.
처음엔 ‘노동조합’의 ‘노’자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일할 때 팩스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안내문이 들어왔길래, 강의 들으러 간 게 안산여성노동자회와의 첫 인연이었다. 교육 후 수강생들과 후속 모임으로 책 모임을 만들고,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며 토론한 게, 지금 10년 차 페미니즘 토론모임 ‘이프’의 시작이었다.
여성노동자회 활동을 통해 세상과 노동을 보는 눈이 180도 달라졌다. “내가 겪는 부조리와 차별이 내 개인 탓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2023년부터 안산여성노동자회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여성들이 존엄하고 평등하게 일하는 세상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탠다.
특히 안산여성노동자회 회원 소모임 '뚜뚜(뚜벅뚜벅 걷기)'의 모임지기로서 한달에 한번 회원들과 함께 뚜벅뚜벅 걷고 여행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

Q 한부모 여성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전남편과의 관계는 깨끗이 정리됐다. 그러나 이혼 후 홀로서기로 힘들 때 일로 연결되어 오랫동안 마음 쓰던 인연이 있었다. 나는 그의 일을 봐주고 그는 경제적으로 나를 좀 도와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가 자기 맘대로 전화해서 내게 요구하고 자기 말만 하는 등 이기적인 태도를 보였다. 예전의 나라면 속 끓이며 끌려다녔을 텐데, 아주 단호하게 선을 긋고 관계를 정리했다.
남의 기분이나 사정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의 주도권을 딱 쥐고 나니, 가슴이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시원하더라. 타인이나 부모, 자식이나 남편에게 의지하려 했던 마음을 완전히 털어내고, 내 힘으로 바로 서는 것이 진짜 해방이고 자립이라는 것을 배웠다.
Q 박봉의 일용직·계약직 노동을 전전하면서도 마침내 여성노동운동에 헌신하기까지, 살아온 과정에 큰 박수를 보낸다. 문옥 님만의 노동과 삶의 철학이 있다면?
비록 내가 매달 큰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사글세 걱정하며 사는 것도 아니다. 은행원 시절부터 몸에 밴 절제된 생활 습관이 있어서 헛돈을 쓰지 않으니까, 적은 수입으로도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가끔 생각한다. 은행 입사 동기 남자들은 퇴직하기까지 은행원인데 여직원은 왜 퇴사하게 했을까? 나는 왜 지금까지 계약직을 전전할까? 이게 바로 사회 구조적인 불평등이더라.
그럼에도 내 손으로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해서 두 딸을 키워낸 건 내 자부심이다. 얼마 전 알고 지내던 70대 언니가 사기를 당해 힘들게 지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 형편도 박봉이지만 푹푹 찌는 더운 날 시원한 음식이라도 한 그릇 사드시라고 10만 원을 송금했다. 내 가슴이 시키는 대로, 적지만 힘든 이웃에게 베풀 수 있게 마음이 넉넉해진 게 감사하고 뿌듯했다.
Q 엄마로서, 딸들과의 관계도 궁금하다. 험난했던 노동과 삶을 곁에서 지켜보며 자란 두 딸에게 지금 전하고 싶은 마음은 무엇인가?
두 딸은 내 인생의 가장 찬란한 보석이자 버팀목이다. 빚더미 속에서 이혼하고, 식당에서 공장에서 고생하는 걸 본 아이들이라선지 참 바르게 자라주었다. 한때 둘째 아이와 오해가 생기기도 했지만, 고등학교 졸업 무렵 둘이 떠난 대부도 여행을 잊을 수 없다. “엄마가 먹고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버텨온 시간”을 전했을 때 아이가 “엄마 고생 많이 했구나 몰랐어”라며 이해해 주었다.
아이들에겐 늘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하지만, 당당하게 일하고 불의에 맞서 노조로 싸운 엄마를 본 게 아이들에게 ‘어떤 역경이 와도 스스로 일어서는 힘’이 되리라 믿는다.
Q “이혼 후 10년을 거치고서야 비로소 내 삶에 눈이 열렸다”라고 했다. 여성의 삶에서 참 의미있는 말이다. 앞으로 꿈꾸는 삶과도 연결된 말로 들린다.
결혼생활 후반 10년간 결혼의 문제를 처절히 인식했다. 이혼 후 홀로서기 10년을 버텨내며,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열렸다. 전에는 부모나 남편을 의지했고 아이들을 중심으로 살았다. ‘현모양처’말고, ‘이문옥’ 자체가 삶의 주인이 되었다. 그 누구를 의지하거나 매이지 않게 되었다.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고, 세상을 보는 눈이 점점 너그러워지고 연대하게 됐다.
큰 욕심은 없다. 적십자 봉사회(고잔1 봉사회), 안산-유기농먹거리와 건강개선지원사업 반찬도시락 참여, 노란리본 희곡산책 낭독극에 참여하며, 프롭테라피와 줌바 댄스도 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며 봉사하고 연대하며 살고 싶다. 내 힘으로 일해 내 삶을 책임지며, 이웃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 노동자 이문옥으로 하루하루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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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3※「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로 그리는 환경교육, 시흥YMCA에게 길을 묻다

기후위기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뉴스에서도, 학교에서도, 동네 게시판에서도 흔하게 마주친다. 그러나 위기를 이야기만 하는 것과, 그 위기에 대응할 교육 체계를 갖추는 것은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다. 한 사람의 목소리로는 만들 수 없고, 결국은 여러 단체가 손을 맞잡아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에서 이 물음에 가장 구체적으로 답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가 시흥시다. 시흥시는 환경부 지정 환경교육도시이며, 관내 여러 환경단체와 중간지원조직들이 힘을 모아 시흥 환경교육플랫폼이라는 협력체계를 함께 꾸려가고 있다.
시흥시는 2023년 환경부로부터 법정 환경교육도시로 지정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하나다. 환경교육도시는 환경교육 추진 기반과 성과, 앞으로의 계획이 우수한 지자체를 환경부가 선정해 지원하는 제도로, 지정 이후 시흥시는 환경교육 전담 조직을 꾸리고 지역 환경교육 종합계획을 세우는 등 기반을 차근차근 다져왔다. 시흥환경교육플랫폼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태어난 결과물 중 하나다.


1. 시작 : 사라진 네트워크의 빈자리에서 시작된 논의
시흥시에는 원래도 환경교육과 관련한 네트워크가 존재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시점엔가 그 네트워크는 활동을 멈추었고, 시흥의 환경교육은 한동안 구심점 없이 각 단체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흩어져 이어가는 모양새였다. 상황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건 시흥시가 환경부 지정 환경교육도시로 선정되면서부터다. 관내에 있는 여러 환경단체와 중간조직들 사이에서 "이제는 통일된 환경교육을 함께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가기 시작했고, 그 논의는 지난해 실제 발족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지금의 환경교육플랫폼이다.

2. 다시 나아가기 위해 연대하다.
환경교육은 흔히 한 기관, 한 프로그램의 몫으로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역 안의 여러 주체가 자원과 정보를 나누지 않으면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한 단체가 아무리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그 단체가 힘이 빠지는 순간 지역의 환경교육 전체가 함께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흥이 겪었던 '네트워크의 공백'은 바로 이런 취약함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단체가 필요했다. 공동으로 대처할 곳이 필요했다." 서종호 사무총장이 이 지점을 짚으며 꺼낸 말이다. 개별 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환경교육을 이어가는 것과, 여러 단체가 하나의 창구를 통해 목소리를 모으는 것은 확연히 다른 무게를 가진다. 흩어져 있던 목소리들이 하나의 이름 아래 모이면, 행정을 상대할 때도, 사업을 기획할 때도 훨씬 단단한 근거를 갖게 된다. 사무총장 말에 따르면 경기도 안에서도 이런 형태의 환경 교육 협력체는 흔치 않다고 한다. 그만큼 시흥의 시도는 의미 있는 실험이기도 하다.

3. 시흥YMCA의 동행
여기서 한 가지,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환경교육플랫폼은 시흥YMCA가 만든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플랫폼의 중심에는 시흥에코센터가 있고, 시흥환경교육네트워크가 간사단체로서 실무를 지원하는 구조다. 시흥YMCA는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여러 단체 가운데 하나이며, 주도적인 위치에 있지는 않다.

사무총장은 인터뷰 내내 이 부분을 몇 번이고 다시 짚었다. "우리가 만든 게 아니라서, 이건 꼭 참고해달라"는 당부가 유독 또렷하게 남았다. 여러 단체의 몫으로 돌려놓으려는 태도였다. 환경교육 플랫폼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여러 단체가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 맡으며 함께 걸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시흥YMCA는 그 여정에서 성실한 동행자의 자리를 택하고 있었다.

4. 거버넌스 구축: 협력 구조로 단단해지는 환경교육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단체는 생각보다 많다. 규모가 크지 않은 단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활동하다 보니, 서로의 활동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과제였다. 최근에는 시흥시 차원의 기후 관련 행사를 여러 단체가 함께 시도했고, 올해부터는 이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환경기금의 지원을 받아 홍보를 진행한 환경교육주간에는, 6월 초를 기점으로 열 개 단체가 각자의 장소에서 체험 활동을 열었다. 한 곳에 모여 큰 규모의 통합 행사를 만드는 단계라기보다, 각 단체가 자기 자리에서 준비한 활동을 열고 서로의 소식을 공유하는 정도라고 사무총장은 담담히 말했다.

의미 있는 지점은 또 있다.
시흥에코센터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환경교육사 2급 양성기관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 인터뷰가 이뤄질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이런 인증을 받은 곳은 천안과 시흥, 단 두 곳뿐이었다. 이후 2026년부터는 경남환경재단이 새롭게 지정되며 세 곳으로 늘었지만, 수도권 안에서는 여전히 시흥이 유일하다. 시흥에코센터를 중심으로 이 네트워크가 발족한 배경에는 이런 전문성의 축적도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여러 단체가 모였다는 것을 넘어, 실제로 환경교육 인력을 길러내는 인증 체계까지 지역 안에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각 단체가 개별적으로 따내던 공모사업들도, 이제는 네트워크 차원에서 모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사업 하나하나를 개별 단체가 따로 준비하고 보고하던 방식에서, 네트워크가 창구가 되어 자원을 나누는 방식으로 옮겨가는 것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변화가 아니다. 단체 간의 신뢰가 쌓여야 가능한 일이고, 동시에 그 신뢰를 다시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올해부터는 현장에서 거버넌스 형태를 갖추기 위한 준비를 여러 단체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방향이 뚜렷하게 그려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5. 동마다 마을학교가 있는 도시
네트워크 활동이 실제 시민의 삶에는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을까. 사무총장은 조심스럽게 답했다. "단체 규모가 크면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겠지만" 하고 운을 뗀 뒤, 시흥의 사례로 와글학교와 댓골마을학교를 꺼냈다. 댓골마을학교에서는 우유팩이나 폐건전지를 모아오면 화장지나 식용유로 바꿔주는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거창한 캠페인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시흥시에는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동마다 마을학교가 다 있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촘촘한 구조다. 다만 모든 마을학교가 환경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중에서도 시흥시 차원에서 환경 관련 활동을 이어가는 마을학교들이 있는 것이다. 시가 직접 관여하는 사업이기에 가능한 특이점이라고 사무총장은 짚었다. 동 단위까지 촘촘하게 퍼져 있는 마을학교의 존재는, 환경교육이 생활권 안으로 스며들 수 있는 잠재적인 통로이기도 하다. 동네 마을학교에서 반복되는 작은 실천들이 결국 더 오래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인터뷰 내내 떠나지 않았다. 댓골마을학교의 사례는, 아직 시흥 전역으로 넓게 퍼지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다른 동의 마을학교들이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6. 민(民)과 관(官) 사이, 예산이라는 현실
네트워크가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방향은 무엇일까. 사무총장의 답은 환경 정책이라는 것이 민간이나 행정 어느 한쪽만의 힘으로 주도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함께 참여하겠다는 의제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예산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늘 따라붙는다. 좋은 취지만으로는 지속되기 어렵고, 결국 누가 어떤 자원을 대고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시흥에는 이미 몇십 년째 활동을 이어온 환경교육 연합이 있다. 그 안에서도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 캠페인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 등 성격이 저마다 다른 여러 단체가 얽혀 있다. 성격이 다른 단체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모이다 보니, 지향점을 맞추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다. 여러 단체가 모여 만든 네트워크이다 보니 한계도 뚜렷하다는 것이 솔직한 진단이다. 예산이 없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쉽게 나서기 어렵고, 상급 기관과의 협의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환경교육네트워크가 아직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정식 등록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보니 직접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그래서 지금은 시흥YMCA라는 단체명을 빌려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환경교육주간 행사 역시 시흥YMCA가 사업을 수주하고 공모를 통해 각 단체에 나누어주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름을 갖추지 못한 네트워크가 이름을 가진 단체의 어깨를 빌려 걸음을 떼고 있는 셈이다. 겉으로 드러난 활동의 화려함 뒤에는, 이렇듯 아직 제도의 틀 안에 자리 잡지 못한 현실이 함께 있었다. 여러 단체가 뜻을 모아 만든 협의체라 하더라도, 법인격이나 고유번호증 같은 최소한의 행정적 장치가 없으면 지원 사업 하나에 지원서를 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결국 그 빈틈을 메우는 몫은 시흥YMCA처럼 이미 법인격을 갖춘 단체의 몫으로 돌아가고, 그 단체 역시 넉넉한 여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지역을 위해 기꺼이 짐을 나누어 지고 있는 셈이었다.
"지역의 색을 담은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환경교육을 하는 이유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교육이 실제 환경 보호라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 이 지점에서 사무총장은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전제를 달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었다. 표준화된 교보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지만, 지역마다 처한 환경 의제가 다른 만큼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교육 프로그램과 교보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은 갯벌이 의제이고, 어느 지역은 대기질이 의제일 수 있다. 하나의 틀로 모든 지역을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각 단체가 필요에 따라 이를 각색해서 쓸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이런 작업을 해낸다면, 개별 단체 차원이 아니라 네트워크 차원에서 함께 추진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사무총장은 덧붙였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구상이지만, 네트워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언젠가 여러 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역 맞춤형 콘텐츠를 만드는 날이 온다면, 그 출발점은 오늘의 이 인터뷰에서 나온 소박한 바람일지도 모른다.
시흥 YMCA의 뿌리
시흥의 환경 활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체가 하나 더 있다. 시흥에서 가장 오래 활동해온 시흥 환경운동연합이다. 전국 단위의 플로깅 활동은 물론, 철새를 비롯한 생태 모니터링까지 폭넓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이런 활동들이, 지금의 환경교육 플랫폼이 설 수 있는 토양이 되어주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시흥YMCA가 있다. 시흥YMCA가 가장 공을 들여온 활동은 생태환경 보전이다. 터널 건설을 반대하며 생태 보존을 지켜낸 운동은 지금까지도 시흥YMCA를 대표하는 활동으로 꼽히며,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30년 가까이 청소년활동을 중심에 두었던 단체가, 어느새 생태를 지키는 일에도 오랜 시간 발을 담가온 것이다. 처음부터 환경단체로 출발한 곳이 아니기에, 시흥YMCA가 걸어온 궤적은 조금 다르게 읽힌다. 청소년의 삶을 고민하던 자리에서 출발해, 그 삶을 둘러싼 자연과 지역 사회, 그리고 인권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넓어져 온 셈이다. 청소년활동과 환경활동, 인권활동이 서로 멀지 않다는 것을 시흥YMCA의 걸음이 보여주고 있다. 이번 환경교육플랫폼 참여 역시, 그런 오랜 확장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 밖의 활동 연혁은 시흥YMCA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함께 걷는다는 것
환경교육플랫폼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시흥의 단체들은 저마다 다른 역사와 방식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몇십 년째 생태를 지켜왔고, 누군가는 마을 단위에서 우유팩과 폐건전지를 모으며, 누군가는 아직 정식 등록조차 마치지 못한 채로 활동을 이어간다. 그 사이에서 시흥YMCA는 동행자의 자리를 지키며, 네트워크의 한 축을 묵묵히 받치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국을 나서며 든 생각은 하나였다. 완성된 체계를 자랑하는 것보다, 지금 가진 한계를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어쩌면 더 단단한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 네트워크가 다른 단체의 이름을 빌려 사업을 이어가고, 큰 통합 행사 대신 몇 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체험을 여는 지금의 모습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음이다. 예산도, 제도적 근거도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여러 단체가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가며 걷고 있다는 것. 그것이 지금 시흥의 환경교육이 서 있는 정직한 자리다. 그리고 그 걸음의 한편에는, 30년 가까이 지역과 함께 걸어온 시흥YMCA가 여전히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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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9※「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쓰레기의 여정을 따라갑니다.
하루에 자신이 버리는 쓰레기의 양을 가늠해 보신 적 있나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쓰레기는 여전히 지구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론으로만 배운 내용은 잘 와닿지 않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군포시에서는 우리가 쓰레기를 버리고 난 이후에 이루어지는 쓰레기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일상 속 쓰레기 자원화와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하는 공익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종량제봉투를 묶어 집 앞에 내놓고, 플라스틱과 종이를 분리수거함에 넣고 나면 우리는 대개 ‘처리됐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때부터 쓰레기의 진짜 여정이 시작됩니다. 수거차에 실리고, 무게가 재어지고, 선별되고, 소각되고…. 그 이후에 쓰레기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쓰레기 투어’에 동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군포시청 앞 등나무 아래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나이 든 노인부터 이제 막 초등학교에 발을 들여놓은 어린이까지, 쓰레기 투어에 동행할 이들은 각기 나이와 배경은 달랐지만, 쓰레기의 여정에 동행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곧바로 버스에 올라 이날의 일정을 확인했습니다.

군포시 쓰레기 투어는 군포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지속협)에서 준비한 행사였는데요. 지속협은 군포시 자전거 교실, 군포환경한마당 등의 행사를 기획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날 행사에 함께한 설은혜 차장님은 지속협의 역할과 쓰레기 투어의 목적을 다시 한번 확실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지속협은 UN이 만든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시군구 단위로 만들어진 민관 협력 기구예요. 그래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후, 환경 보호, 사회·경제 등 다양한 영역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활동은 환경 보호의 영역에 있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냥 ‘쓰레기를 잘 버려야 한다’라고 말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쓰레기를 잘 버려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드리고자 쓰레기 투어를 기획하게 되었고 현재 3년째 진행하고 있답니다.”
이번 쓰레기 투어의 목표를 들으면서 이번 여정에서 ‘쓰레기’에 대해서 다시금 배우게 될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목적지, 타지만 모두 재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 군포시환경관리소

쓰레기 투어가 향한 곳은 군포시환경관리소였습니다. 이곳은 탈 수 있는 쓰레기들이 모여 소각되는 공간입니다. 참가자들은 먼저 군포시환경관리소 담당자님에게 소각장 시설 전반에 관해 설명을 들으면서 이곳에서 어떻게 쓰레기가 처리되는지 공부했습니다.

실내 교육장에서는 먼저 쓰레기 처리와 자원순환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군포시환경관리소는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들이 모여 소각되는 곳입니다. 군포시의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 겉에는 플라스틱, 음식물, 건전지, 도자기, 캔 등을 버리지 말라고 적혀 있는데요. 이 쓰레기들은 모두 타지 않는 쓰레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건전지나 부탄가스처럼 소각할 경우 폭발을 일으켜 위험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쓰레기의 경우, 폭발하게 되면 소각 설비를 멈추게 하기 때문에 쓰레기 처리 전반에 큰 어려움을 초래하게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분리배출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군포시환경관리소에서 배운 것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소각된 재와 열이 자원으로 재활용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 쓰레기 소각로는 1,100℃ 이상으로 타오르기 때문에 이 열을 판매하여 수익금을 군포시로 보내고 있습니다. 쓰레기가 소각되고 남은 재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재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요. 비교적 무거운 바닥재와 흩날리는 비산재가 있습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바닥재도 매립했는데요. 2~3년 전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업체로 보내 벽돌로 만들어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과 재까지 놓치지 않고 자원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쓰레기에도 많은 이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교육장을 벗어나 현장을 돌아보면서 실제로 쓰레기가 소각되고 있는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카메라를 살펴보고 질의응답도 하면서 쓰레기 소각 과정을 현장감 있게 느껴보았습니다.

현장에 들어서자, 여러 대의 모니터와 시설 계통도, 각종 설비 상태를 확인하는 장비들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평소에는 쓰레기봉투 하나만 생각했지만, 이곳에서는 반입량, 처리 과정, 설비 상태, 안전관리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이 현장을 보면서 쓰레기 처리란 단순히 ‘치우는 일’이 아니라 도시가 멈추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생활 기반시설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답니다.
두 번째 목적지, 다시 자원이 되기 위한 긴 여정 – 군포도시공사 새활용타운
다음 목적지는 군포도시공사 새활용타운이었습니다. 새활용타운은 재활용으로 분류되는 쓰레기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음식물부터 알루미늄 캔, 플라스틱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쓰레기가 모두 여기로 모입니다. 도착하고 나니 수많은 트럭과 지게차들이 분류한 쓰레기들을 나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에서도 담당자님께서 쓰레기 처리 과정에 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중에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쓰레기를 처리하시는 분들의 고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 대한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예산 문제 등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현대화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군포도시공사 새활용타운은 종량제 봉투에 담겨 온 재활용 쓰레기들을 사람이 하나하나 칼로 뜯어서 사람이 분류하는 상황입니다. 에어컨 설치도 미비한 상황이구요. 게다가 재활용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인분, 동물 사체,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 오물이 묻은 쓰레기 등을 무분별하게 버리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문제는 이것을 사람이 분류하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충격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입니다. 부디 쓰레기를 올바르게 분리배출해 주시기를 바라요.”

실제로 새활용타운 내부를 잠깐이나마 둘러보는 과정에서 본 현장은 생각보다 더 열악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새활용타운에서는 폐식용유와 EM을 활용한 비누를 만드는 등 재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EM 비누는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하고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완전히 굳는 데 최소 4주가 소요된다고 하는데요. 이런 까다로운 조건에도, 비누를 계속 만들면서 친환경 제품 활용 습관을 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군포도시공사 새활용타운에서는 쓰레기를 버릴 때 제대로 비우고, 헹구고, 올바르게 분리배출해야 자원으로 활용되는 과정이 수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쓰레기가 나를 떠나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무심코 버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처음부터 잘 버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재활용품’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재활용품이라고 내놓았다고 해서 모두가 실제 재활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재질이 섞여 있거나 오염이 심하면 다시 쓰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제대로 분리된 자원은 다시 원료가 되거나 새로운 제품으로 태어날 수 있죠.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거창한 기술 이전에 생활 속 작은 습관입니다. 음료병은 비우고, 라벨은 떼고, 뚜껑은 분리하고, 음식물이 묻은 용기는 헹구는 일. 귀찮아서 미루기 쉬운 행동들이지만, 현장에서는 그 차이가 아주 크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목적지, 쓰레기는 묻혀도, 자원은 돌아오는 거야!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점심시간을 지나 군포시 쓰레기 투어는 더 큰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바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입니다. 차량이 이동하는 동안 오전에 본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이어졌습니다. 쓰레기는 수거되고, 처리되고, 일부는 재활용되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남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요? 수도권매립지는 그 질문에 답을 주는 장소였습니다.

수도권매립지는 서울의 쓰레기를 매립하던 난지도를 대체하여 만들어진 곳으로, 현재는 서울시, 인천시(옹진군 제외), 경기도(연천군 제외)의 쓰레기를 매립하는 공간입니다. 제1 매립지와 제2 매립지의 매립은 종료되고 현재는 제3 매립지에 매립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매립지라고 하면 막연히 쓰레기가 쌓여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은 폐기물을 관리하고 자원화하며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한 거대한 시스템이 질서정연하게 돌아가고 있는 공간입니다. 수도권매립지의 규모는 약 1,600만㎡로, 축구장이 약 2,300개 들어갈 정도로 거대합니다. 이 때문에 수도권매립지 견학은 전시관에서 전체 전경 모형을 보며 설명을 들은 후, 버스를 타고 현장을 둘러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전시 공간에서는 폐기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처리되는지 차근차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입된 폐기물은 계량과 검사를 거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리되며, 매립이 필요한 경우에도 침출수와 가스, 악취, 비산먼지 등을 관리해야 합니다. 매립은 그냥 땅에 묻는 일이 아닙니다. 오염 물질이 주변 환경으로 퍼지지 않도록 시설을 갖추고, 발생하는 물과 가스를 모아 처리하며, 매립이 끝난 뒤에도 사후관리를 이어가는 복합적인 작업입니다. 특히 쓰레기를 매립하는 규모가 큰 만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서는 쓰레기의 자원화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었습니다. 음식물류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는 바이오 가스화 과정을 거치고, 하수슬러지는 일정한 처리 과정을 통해 복토재나 보조연료 등으로 활용됩니다.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가스 역시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매립가스 발전소로 보내져 에너지로 활용합니다. 쓰레기의 자원화를 위해 많은 첨단 기술과 인력이 동원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혐오시설로 여겨지곤 하는 쓰레기 매립지가 지역사회와 충돌 없이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쓰레기를 매립한 부지는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가스를 배출하고 부피가 줄어들면서 지대가 가라앉게 되는데요. 이 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린 이후에 이 공간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제1 매립지는 안정화가 완료되어 골프장으로 활용하고 있고 이외에도 체육시설이나 야생화단지를 조성하여 매립지 근처 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매립은 분명히 불가피한 일이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가고 있는 것이죠.

쓰레기 투어의 막바지에는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정제하여 연료로 활용하고 있는 온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이곳에서 자란 화분을 하나씩 나누어 주셔서 이날의 방문을 기념하는 특별한 선물이 되었답니다. 이곳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수도권 생활폐기물 처리 방식이 점점 ‘그대로 묻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도 무조건 매립되는 것이 아니라, 소각 등 처리 과정을 거친 뒤 남은 잔재물을 최소화해 관리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땅은 한정되어 있고, 매립지는 지역사회와 환경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폐기물을 줄이고, 다시 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활용하고, 마지막에 남는 것만 안전하게 처리하는 쪽으로 쓰레기 처리 방향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설을 담당해 주신 선생님의 마지막 말은 쓰레기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지금까지 수도권매립지에서 쓰레기가 매립되기 전처리 과정과 매립 과정, 자원화 과정에 대해 설명드렸는데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쓰레기의 자원화보다 중요한 것이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자원화를 한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쓰레기의 양이 줄어드는 것만 못합니다.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쓰레기는 최대한 자원화하되, 여러분들께서도 쓰레기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찾아 보시기를 바랍니다.”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면 그 모든 시설과 기술에도 한계가 생기기 마련이죠. 가장 좋은 쓰레기는 결국 생기지 않은 쓰레기라는 사실을, 쓰레기 투어의 마지막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 투어의 준비물에도 그 메시지가 숨어 있었습니다. 안내문에 적힌 준비물은 텀블러와 손수건이었습니다. 하루짜리 견학이지만 일회용품을 줄이는 실천을 함께하자는 뜻이었습니다. 쓰레기 투어를 마치고 군포로 돌아오는 길에 지속협에서 준비한 퀴즈 상품과 기념품도 손수건, 자투리 천 카드 지갑, 자투리 천 앞치마 겸 행주 등 지속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것들이었는데요. 생각해 보면 환경을 살리기 위한 공익활동의 실천은 거창한 시설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카페에 갈 때 텀블러를 챙기는 일, 종이 타월 대신 손수건을 쓰는 일, 장바구니를 들고 나가는 일, 필요한 만큼만 사고 남기지 않는 일, 배달 용기를 줄이는 일, 분리배출 전에 한 번 더 헹구는 일.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여 쓰레기의 양을 줄이고, 처리시설의 부담도 덜어줍니다.
‘쓰레기 투어’라는 이름은 조금 낯설었지만, 다녀오고 나니 참 잘 지은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레기 투어라는 이름 때문에 ‘버린 뒤’를 보러 온 줄 알았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계속 ‘버리기 전’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쓰레기의 끝을 보러 갔다가, 오히려 생활의 시작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오늘 내가 무엇을 사고, 어떻게 쓰고, 어떻게 버릴지에 따라 쓰레기의 양도, 자원순환의 가능성도 달라집니다. 버리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긴 여정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을 조금이라도 짧고 가볍게 만드는 일은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덜 사고, 오래 쓰고, 제대로 나누어 버리는 작은 습관. 2026년 군포시 쓰레기 투어가 시민들에게 남긴 가장 큰 메시지는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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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30※「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명과 이동의 불편 속에 살아가는 노령 참전 어르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조용한 방 안에서도 멈추지 않는 소리
“귀에서 계속 소리가 납니다.”
어르신은 창문을 닫고 잠시 말을 멈췄다.
주변은 조용했다.
하지만 어르신의 귀에는 조용하지 않았다.
‘삐—’
‘웅—’
누군가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가 하루 종일 이어진다.
밤에도,
식사할 때도,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도.
젊은 시절 전쟁터에서 들었던 폭음과 긴장 속의 시간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몸 어딘가에 남아 있다.
전쟁은 끝났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이다.
보훈의 달을 맞아 우리는 묻는다.
우리는 참전을 기억하고 있는가.
아니면 기념하고만 있는가.
살아남은 이후의 시간
전쟁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전장을 떠올린다.
그러나 전쟁은 총성과 함께 끝나지 않는다.
그 후의 삶으로 이어진다.
특히 고령의 참전 어르신들에게 남은 것은 훈장보다 더 긴 시간의 신체적 변화일 수 있다.
청력 저하,
이명,
관절 기능 저하,
보행 어려움,
만성 통증,
사회적 고립.
이 문제는 하나씩 따로 오지 않는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면 외출이 줄고,
외출이 줄면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되고,
움직임이 줄면 건강이 더 악화된다.
이동권 문제는 결국 삶의 문제로 연결된다.

현장 메모
“병원 한 번 다녀오면 하루가 끝나요”
오전 8시 40분.
한 어르신이 집 문을 나선다.
천천히 계단 손잡이를 짚는다.
잠시 멈춘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다시 숨을 고른다.
목적지는 병원이다.
왕복 이동시간 약 세 시간.
진료 시간은 10분 남짓.
하지만 어르신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진료가 아니라 이동이다.
버스 시간 확인.
승하차.
대기.
귀가.
하루 일정 대부분이 이동에 쓰인다.
그리고 다음 예약을 고민한다.
“몸이 힘든 것도 힘든데 자꾸 밖에 나가기 어렵게 돼요.”
그 말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점점 좁아지는 생활반경을 의미했다.
오전 10시 17분, 11시17분
복지기관 셔틀을 기다리는 어르신.
“오늘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요.”
그 말 속에는 이동의 피로뿐 아니라 생활의 축소가 담겨 있었다.
복지는 있는데 닿지 않는 사람들
현재 다양한 복지서비스가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 이용률과 체감은 다르다.
왜일까.
첫째, 정보 접근의 어려움
둘째, 신청 과정의 복잡성
셋째, 이동의 부담
넷째, 도움 요청에 대한 심리적 부담
특히 고령층은 디지털 환경 변화 속에서 더욱 멀어진다.
앱 예약,
온라인 신청,
전자 안내.
제도가 있어도 닿지 못하면 복지가 아니다.
지역 복지 관계자가 말하는 현장의 과제
Q. 가장 필요한 변화는 무엇입니까.
A. 서비스 확대보다 전달 방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복지가 아니라 찾아가는 복지가 되어야 합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가요.
A. 이동지원, 동행지원, 통합 안내, 방문 상담입니다. 특히 고령 보훈대상자는 건강·복지·교통이 함께 연결되어야 합니다.
공익적 해결은 가능한가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시도되고 있다.
문제는 규모와 지속성이다.
다음과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① 찾아가는 보훈·복지 통합서비스: 한 번 방문으로 건강 상담, 복지 안내, 생활 지원, 이동 상담까지 함께 연결.
② 이동권 지원 확대: 병원 동행 서비스, 생활 이동 차량, 예약 지원, 근거리 순환 이동체계 구축
③ 청각 건강 관리 체계: 정기 청력 확인, 이명 상담, 생활 적응 교육, 보청기·보조기기 접근 개선
④ 지역 안전망 구축: 통장, 주민, 복지관, 자원봉사, 병원을 연결하는 공동체 네트워크.
우리 동네가 실천할 수 있는 다섯 가지
□ 보훈 어르신 이동 동행단 운영
□ 세대공감 방문 인터뷰
□ 디지털 안내 지원
□ 건강·복지 통합상담
□ 생활 불편 신고 창구 확대
전쟁은 끝났지만 공동체의 역할은 끝나지 않았다
누군가는 긴 시간을 견디며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질문받고 있다.
그분들이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무엇을 준비했는가.
보훈은 기억의 의식이 아니라 삶의 조건이다.
이동할 수 있는 권리.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권리.
그 권리가 보장될 때,
비로소 감사는 현실이 된다.
그리고 그때,
보훈은 과거를 기념하는 일이 아니게 된다.
현재를 책임지는 일이다.
현충일 추모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후의 364일도 중요하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 병원을 갈 수 있는지,
혼자 생활하지 않는지,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지.
그 질문이 보훈의 시작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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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9※「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활동가 /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경기연대회의)는 경기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모인 연대체입니다. ‘연대’, 익숙하기도 하지만 또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 단어는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습니다.
경기연대회의는 그 사전적 의미처럼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모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변화를 도모합니다.
경기연대회의의 활동은 굉장히 폭이 넓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큰 31개 시군구가 있는 경기도의 다양한 사안에 대해 시민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정책을 감시하는 활동부터 도민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문제에 대해 대응합니다. 지역을 넘어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사건에 대해서도 개입합니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던 내란 사건에서도, 미국의 전쟁 범죄에 대해서도, 남북한의 평화통일 문제에서도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전하고,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렇게 폭넓은 활동을 해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죠.
그 모든 일을 어느 단체, 또는 특정 개인이 해나갈 수 없기에 함께 하는 단체들이 나누어 책임을 집니다. 말 그대로 ‘연대’가 이루어집니다. 때로는 촘촘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서로에게 의지하고 기대면서 조금씩 경기연대회의는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운영위원장은 경기연대회의의 ‘연대’가 조금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매년 연대회의를 구성하는 단체가 돌아가며 책임을 나눠왔는데 2026년에는 다산인권센터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지역사회에는 인권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다산인권센터는 ‘인권에는 양보가 없다’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인권 현장에서 활동해 온 단체입니다. 국가폭력의 피해자, 직업병 산업재해 노동자,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 재난피해자 등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약자의 곁을 지켜왔습니다.
법과 제도를 바꾸는 일,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에도 함께였습니다.
‘인권’이 있는 곳이 다산인권센터의 현장이었습니다. 그 현장은 전국 곳곳이기도 했고, 지역사회 어딘가이기도 했습니다. 경기연대회의와 다산이 연결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지역민의 일상,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경기연대회의의 활동과 방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연대를 이어가는 책임으로 운영위원장이라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대’의 마음을 나누고 다산이 만들어왔던 활동이 연대회의에 긍정적 영향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고민으로 운영위원장 단체를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살아가기 팍팍한 요즘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전쟁의 폭음에 평화로운 일상과 생명이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흔드는 전쟁의 광기는 우리 일상까지 스미고 있습니다. 전쟁 위기와 파병 문제는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당면한 전쟁 문제 외에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문제는 수두룩 합니다. 더 깊어지는 사회적 불평등, 차별과 혐오의 문제 등 그 어느 때보다 인권과 변화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지역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지역사회는 지역민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더욱 인권에 기반한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경기연대회의가 만들어가야 할 활동에, 다산인권센터의 인권에 대한 고민이 더해져 조금 더 힘 있게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해봅니다.

2026년 여럿이 천천히, 힘을 북돋우며 나아가기
올해 경기연대회의는 여러 가지 사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대응입니다. 지방선거는 지역사회의 주요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가는 정치인을 뽑는 중요한 시공간입니다. 정당, 인물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정책과 공약이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합니다. 경기연대회의는 지난해부터 경기지역에 필요한 정책을 정리하여 각 정당과 후보에게 제안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도민들의 의견과 참여로 만든 정책이야말로 모든 이들에게 실효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행정감사 모니터링입니다. 우리가 제안한 정책들이 잘 반영되고 있는지, 또 도의회의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그 결과를 사회적으로 알릴 예정입니다. 선거 때만 도민들의 편에서 표를 달라 읍소하지만 당선된 이후에는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도의원 성희롱 사건, 뇌물수수 사건 등만 보더라도 경기도의회에 비리와 부정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고 도의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시민들의 감시와 행동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활동가들의 지속가능성과 성장을 위한 활동입니다. 더 많은 활동가가 시민사회운동에 함께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현재 시민사회운동을 하는 활동가가 지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활동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늘 시민사회단체에 던져진 중요한 질문입니다. 그 질문을 답을 찾기 위해 방향을 모색해보려 합니다. 저연차 활동가들이 시민사회 활동을 좀 더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활동가들의 네트워크와 쉼을 위한 활동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담론도 필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현해 나갈 사람입니다.
시민사회운동의 저변을 확장할 수 있도록 방향을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이 모든 계획이 지역사회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계획대로 천천히 밀고 나가다 보면 무엇이라도 하나 단단한 토대가 만들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 길을 경기연대회의의 동료 활동가들과 힘을 북돋우며 나아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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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경기시민사회연대회의 목표 ① 지방선거 대응 정당·인물이 아닌 정책 중심의 선거 문화를 만들기 위해, 도민 의견을 모아 각 정당과 후보에게 경기 지역에 필요한 정책을 제안합니다. ② 행정감사 모니터링 제안한 정책이 제대로 반영되는지, 도의회가 역할을 다하는지 시민의 눈으로 감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합니다. ③ 활동가 지속가능성 지원 시민사회운동을 이어갈 사람을 키우기 위해, 저연차 활동가 교육과 활동가 간 네트워크·휴식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

궁상맞지 않게 풍요의 마음으로
최근 읽은 책 「커먼즈의 재생」에서 읽은 인상 깊은 구절이 있습니다. ‘가난한 것과 궁상맞은 것은 다르다’ 가난한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정신 상태를 표현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난하지만 풍요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불과 몇 십년 전 우리 사회는 가난했습니다. 비록 가난했지만, 주변의 이웃과 지역사회 공동체에서 서로 연결하며 그래도 마음만은 풍요로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급격한 경제성장, 편리와 편의가 최우선이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물질적 풍요의 격차는 극심해지고 편리와 편의를 유지하기 위해 환경이 파괴되고 누군가는 밤새도록 일을 합니다. 나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미워하고 경쟁하고 밀어냅니다.
마음이 참으로 궁상맞아졌습니다. ‘궁상맞다’는 것은 경제적인 상황이 아니라 마음이 가난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너무도 궁상맞아지고 있습니다.
이 궁상맞은 마음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마음의 빈곤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의 답을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 시민사회 운동이 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지역사회 공공의 영역을 확장하고, 시민들의 단단한 연대를 만들어가는 것. 그래서 우리 사회 민주주의와 인권이 폭넓어지는 것. 우리 지역사회가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시민들을 연결하고 변화를 모색하겠습니다. 경기연대회의가 내는 길에 함께 발맞춰 동행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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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6※「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17일 화요일 오후 2시 안산 지역 시민사회, 사회적경제, 문화예술, 마을, 노동, 청년, 장애인, 이주민 단체 등 130개 단체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저마다 활동하는 영역도 다루는 이야기도 달랐지만, 이들이 이날 모인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모두가 안전한 도시는 어떻게 가능한가.” 이 질문 하나를 붙들고 지난 1년을 준비해 온 안산 시민사회가, 마침내 시민추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출범을 선언하는 날이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12년이 흘렀습니다. ‘4.16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고 다짐해 왔던 말들이, 실행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 날인 거죠. 저 역시 안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AN전도시에 SAN다’ 시민추진위원회 출범식에 다녀온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전체회의 : 지난 1년의 여정을 돌아보다
본격적인 출범식에 앞서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회의에서는 지난 1년간의 추진 경과와 2026년 주요 활동 계획이 공유됐어요. 회의를 이끈 김은호 4.16안산시민연대 공동대표이자 공동추진위원장은 이렇게 운을 뗐습니다.
“2024년, 우리는 안산을 생명과 안전의 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담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생명안전도시 안산 만들기 프로젝트가 작년부터 시작되었고, 지난 1년의 여정은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여정1. 여덟 번의 포럼이 쌓아올린 공통의 언어
그중 2025년 8월부터 10월까지 총 8회에 진행된 ‘안산생명안전포럼은’ 이 모든 준비의 출발점이었습니다.
1강 ‘위험사회의 이해와 시민의 안전한 권리’로 시작한 포럼은 2강에서 안전권이 헌법과 국제 인권 규범에 근거한 사회적·국가적 책임임을 짚었고, 3강에서는 광주 5·18 사례를 통해 회복적 도시 모델의 가능성을 탐색했습니다. “기억은 과거를 묻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반복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광주가 인권 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약속을 제도와 문화로 확장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4강은 경주 지진 사례를 통해 ‘마을이 곧 매뉴얼’이라는 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재난 발생 후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매뉴얼이 아니라 서로의 얼굴을 아는 관계다.”
5강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시 재난·안전 분야 실태 연구 용역 결과가 발표되었죠. 결론은 냉정했습니다. “안산시는 생명안전도시를 만들어갈 충분한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세권 중심의 고밀도 복합 개발에 집중하면서 생명과 안전이 외면되고 있다.”
6강에서는 거버넌스 전략을 논했습니다. “작더라도 시민이 직접 정책을 이야기하는 경험을 쌓으면, 그것이 행정의 방향을 바꾼다.” 7강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 시민사회 활동에 대한 성찰적 진단이었어요. “우리는 쉽게 연결되어 있지만, 뭘 할 수 있는 힘은 약해졌다”는 뼈아픈 자기 점검이었죠.
그리고 마지막 재난과 안전에 관한 지역사회 커뮤니티의 역할을 다룬 8강까지, 총 여덟 번에 걸친 포럼은 안산 시민들의 공통 언어를 만들어냈어요. 그것은 바로 안전은 특정 사고에 대응하는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조건이라는 것,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와 도시의 책임이라는 것, 그리고 시민 참여 없이 지속가능한 안전 정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정2. 아홉 번의 워크숍이 연결한 다양한 목소리

포럼 이후에는 전체 비전 수립 워크숍 2회, 노동·마을·이주민·여성·청년·청소년·장애인 7개 부문 워크숍을 합해 총 9회 워크숍이 이어졌고, 150여 명이 참여해 각자의 경험으로 도시 안전을 이야기했어요. 포럼이 공통의 언어를 만드는 자리였다면, 워크숍은 그 언어를 각 부문의 현장으로 가져간 과정이었습니다. "나의 안전이 도시의 안전"이라는 인식이 확장되고, 서로 다른 부문의 주체들이 연결되면서 비로소 이번 출범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여기에 지역 23곳, 30회에 걸친 '찾아가는 사업 설명회'를 통해 100명 이상의 활동가들이 공감대를 함께 형성한 것도 빼놓을 수 없어요. 이 모든 과정이 쌓여, 130개 단체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죠.
정식 출범 : 다른 목소리, 하나의 결론
이어진 출범식에서 가장 핵심적인 순서는 ‘안전약자 릴레이 발언’이었어요. 청년, 장애인, 이주민, 노동자를 대표하는 네 명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자신이 살아온 현장의 이야기를 꺼내놓았습니다.
가장 먼저 청년 대표로 나선 영화감독 김윤정 씨가 2014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처음 광장에 나섰던 기억을 꺼내 놓았어요. 당시 친구를 잃은 많은 또래들이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25시 광장’에 모였고, 그 역시 처음 그곳에서 목소리를 냈다고 했습니다. 스물여섯이 됐을 때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스물여덟이 됐을 때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났어요.
“왜 우리는 삶의 시간을 지나올 때마다 또 하나의 참사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는 걸까요. 참사는 한순간에 일어나지만, 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불안은 우리의 일상 속에 계속 존재합니다. 안전은 구조입니다. 누구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위험을 말할 수 있는지, 책임지는 시스템이 있는지 그 구조가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은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안산나무를심는장애인야학 교장 김선영 씨는 장애인의 일상에서 안전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구체적으로 전했습니다. 저상버스가 언제 올지 몰라 불안과 초조함으로 기다리는 시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면 집 밖을 나올 수도,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 재난 매뉴얼 속에 장애인은 빠져 있는 현실까지. 청각장애인은 대피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없고, 시각장애인은 누군가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화재나 붕괴 사고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어요.
“장애인 안전은 복지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입니다. 사고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입니다.”
와이즈우멘협회 대표 도르카스 씨는 이주민의 목소리를 전해주었어요. 안산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위험한 노동 환경과 정보 비대칭으로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생명과 안전은 국적을 넘어 모든 사람의 권리입니다. 위기 상황이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모든 이주민이 차별 없이 예방, 지원, 구조, 보상 체계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안산지회장 황순화 씨는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했습니다. 2025년 3월 기준, 185명이 결원인 상황에서 만성적인 인력 부족은 학교 급식 노동 현장에서 산재 사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검진 대상 중 폐결절 등 이상 소견을 보인 급식실 노동자는 3,981명에 달했고, 폐암으로 15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200여 명이 폐암 의심 진단을 받았다고 해요.
“노동자가 아프고 떠나는 급식실에서 안전한 급식은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안전은 사고가 난 뒤에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에 지켜야 할 권리입니다.”
네 사람의 상황과 이야기는 각자 달랐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였어요. 안전은 개인이 알아서 챙겨야 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지자체가 구조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것. 그리고 그 구조를 바꾸는 힘은 바로 시민의 참여에서 온다는 것.
출범 선언문 : 함께 외친 세 마디

이어서 출범 선언문 낭독이 이어졌어요. 공동추진위원장들이 함께 단상에 올라 선언문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선언문은 이렇게 시작됐어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묻습니다. 생명과 안전은 이 사회에서 어디에 놓여 있어야 하는가. 우리는 그 질문 앞에서 다짐했습니다. ‘4.16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지금도 사회적 재난과 일상의 위험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기억은 남아 있지만 변화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선언문의 핵심 다짐은 세 가지였습니다. ▲ 생명과 안전을 도시 운영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세우겠다, ▲ 위험이 집중되는 사람들의 삶을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겠다, ▲ 시민의 참여가 도시를 변화시키는 힘이 되도록 하겠다.
“함께 만드는 변화! 모두가 안전한 도시! AN전도시에 SAN다!” 낭독이 끝나자 박수와 함께 울려 퍼진 슬로건은 출범식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2026 활동 계획 : 기억이 정책이 될 때까지


시민추진위원회가 올해 추진하는 활동은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됩니다.
첫째, 시민 공론 형성이에요. 가장 먼저 3월 17일부터 4월 5일까지 ‘생명안전도시 안산 시민 설문조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데, 목표는 안산 시민 1,000명 이상입니다. 전체 회의에서 위성태 사무국장은 “130개 단체가 각각 10명씩만 조직해도 1,300명이 됩니다. 천 명, 2천 명, 만 명까지 한번 우리의 실력대로 해봅시다.”라고 독려했고, 현장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졌습니다.
4월 11일에는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아 안산문화광장에서 '304개의 노란 테이블' 시민 대토론회가 열립니다. 304는 희생자의 수이자, 시민 1,000명이 직접 둘러앉아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테이블의 수이기도 합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시민이 직접 논의하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둘째, 시민 참여 확대예요. 5월 한 달간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벌이고, 5월 9일 오후 3시에는 안산문화광장에서 생명·안전 시민대행진 ‘노란 빛 동행’이 펼쳐질 예정이라고 해요. 시민들과 함께 거리로 나가 안산의 안전을 우리 사회 전체의 의제로 만드는 자리기도 합니다.
셋째, 정책·제도 변화 추진입니다. 시민 공론의 결과를 생명 안전 정책 요구안으로 정리해 6·3 지방선거 출마 후보와 정당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전체 회의에서 정책 협약 무용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시민추진위원회 측은 “약속해놓고 당선되면 아무것도 안 지키더라는 말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행을 관철하기 위한 후속 액션까지 철저하게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넷째, 시민 참여 거버넌스 구축입니다. 올해 하반기 8월부터 11월까지 시민 참여 안전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하는데요, 교육 4회와 워크숍 1회로 역량을 키운 뒤, 법·조례·위원회·현장을 시믿늘이 직접 점검하고 모니터링합니다. “모니터링 → 시민공론 → 정책 요구 → 캠페인”의 선순환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맺음말 : 현장을 기록하며
이날 전체회의에서 나온 한 마디가 오래 머릿 속을 맴돌았습니다. “우리는 쉽게 연결되어 있지만, 뭘 할 수 있는 힘은 약해졌다.” 130개 단체가 모였음에도, 연결이 실행의 힘으로 전환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솔직한 성찰이었습니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 12주기이자, 안산시 승격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거기에 6·3 지방선거까지 맞물린 해이기도 하지요. “역사적인 도시 전환의 분기점이 돼야 한다”는 말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안산은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피해를 경험한 도시입니다. 그 아픔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도시의 정책과 구조를 실제로 바꾸어 내는 것, 그것이 시민추진위원회 스스로가 부여한 역할입니다. 취재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면서, 안산의 이번 실험이 경기도, 나아가 대한민국의 다른 도시에서도 롤모델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워크숍 참가자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안산에서 진짜 안전한 도시, 생명의 도시가 탄생한다면, 아마 세계적인 롤모델이 되지 않을까요.”
기억이 정책이 되고, 정책이 일상이 되는 날을 향한 안산 130개 단체의 발걸음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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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1※「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함께 책임을 지는 일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활동가 / 경기시민사회단채연대회의 운영위원장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경기연대회의)는 경기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모인 연대체입니다. ‘연대’, 익숙하기도 하지만 또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 단어는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습니다.
경기연대회의는 그 사전적 의미처럼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모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변화를 도모합니다.
경기연대회의의 활동은 굉장히 폭이 넓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큰 31개 시군구가 있는 경기도의 다양한 사안에 대해 시민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정책을 감시하는 활동부터 도민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문제에 대해 대응합니다. 지역을 넘어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사건에 대해서도 개입합니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던 내란 사건에서도, 미국의 전쟁 범죄에 대해서도, 남북한의 평화통일 문제에서도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전하고,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렇게 폭넓은 활동을 해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죠.
그 모든 일을 어느 단체, 또는 특정 개인이 해나갈 수 없기에 함께 하는 단체들이 나누어 책임을 집니다. 말 그대로 ‘연대’가 이루어집니다. 때로는 촘촘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서로에게 의지하고 기대면서 조금씩 경기연대회의는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운영위원장은 경기연대회의의 ‘연대’가 조금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매년 연대회의를 구성하는 단체가 돌아가며 책임을 나눠왔는데 2026년에는 다산인권센터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지역사회에는 인권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다산인권센터는 ‘인권에는 양보가 없다’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인권 현장에서 활동해 온 단체입니다. 국가폭력의 피해자, 직업병 산업재해 노동자,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 재난피해자 등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약자의 곁을 지켜왔습니다.
법과 제도를 바꾸는 일,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에도 함께였습니다.
‘인권’이 있는 곳이 다산인권센터의 현장이었습니다. 그 현장은 전국 곳곳이기도 했고, 지역사회 어딘가이기도 했습니다. 경기연대회의와 다산이 연결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지역민의 일상,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경기연대회의의 활동과 방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연대를 이어가는 책임으로 운영위원장이라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대’의 마음을 나누고 다산이 만들어왔던 활동이 연대회의에 긍정적 영향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고민으로 운영위원장 단체를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살아가기 팍팍한 요즘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전쟁의 폭음에 평화로운 일상과 생명이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흔드는 전쟁의 광기는 우리 일상까지 스미고 있습니다. 전쟁 위기와 파병 문제는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당면한 전쟁 문제 외에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문제는 수두룩 합니다. 더 깊어지는 사회적 불평등, 차별과 혐오의 문제 등 그 어느 때보다 인권과 변화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지역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지역사회는 지역민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더욱 인권에 기반한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경기연대회의가 만들어가야 할 활동에, 다산인권센터의 인권에 대한 고민이 더해져 조금 더 힘 있게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해봅니다.

2026년 여럿이 천천히, 힘을 북돋우며 나아가기
올해 경기연대회의는 여러 가지 사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대응입니다. 지방선거는 지역사회의 주요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가는 정치인을 뽑는 중요한 시공간입니다. 정당, 인물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정책과 공약이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합니다. 경기연대회의는 지난해부터 경기지역에 필요한 정책을 정리하여 각 정당과 후보에게 제안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도민들의 의견과 참여로 만든 정책이야말로 모든 이들에게 실효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행정감사 모니터링입니다. 우리가 제안한 정책들이 잘 반영되고 있는지, 또 도의회의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그 결과를 사회적으로 알릴 예정입니다. 선거 때만 도민들의 편에서 표를 달라 읍소하지만 당선된 이후에는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도의원 성희롱 사건, 뇌물수수 사건 등만 보더라도 경기도의회에 비리와 부정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고 도의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시민들의 감시와 행동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활동가들의 지속가능성과 성장을 위한 활동입니다. 더 많은 활동가가 시민사회운동에 함께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현재 시민사회운동을 하는 활동가가 지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활동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늘 시민사회단체에 던져진 중요한 질문입니다. 그 질문을 답을 찾기 위해 방향을 모색해보려 합니다. 저연차 활동가들이 시민사회 활동을 좀 더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활동가들의 네트워크와 쉼을 위한 활동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담론도 필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현해 나갈 사람입니다.
시민사회운동의 저변을 확장할 수 있도록 방향을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이 모든 계획이 지역사회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계획대로 천천히 밀고 나가다 보면 무엇이라도 하나 단단한 토대가 만들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 길을 경기연대회의의 동료 활동가들과 힘을 북돋우며 나아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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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경기시민사회연대회의 목표 ① 지방선거 대응 정당·인물이 아닌 정책 중심의 선거 문화를 만들기 위해, 도민 의견을 모아 각 정당과 후보에게 경기 지역에 필요한 정책을 제안합니다. ② 행정감사 모니터링 제안한 정책이 제대로 반영되는지, 도의회가 역할을 다하는지 시민의 눈으로 감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합니다. ③ 활동가 지속가능성 지원 시민사회운동을 이어갈 사람을 키우기 위해, 저연차 활동가 교육과 활동가 간 네트워크·휴식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

궁상맞지 않게 풍요의 마음으로
최근 읽은 책 「커먼즈의 재생」에서 읽은 인상 깊은 구절이 있습니다. ‘가난한 것과 궁상맞은 것은 다르다’ 가난한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정신 상태를 표현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난하지만 풍요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불과 몇 십년 전 우리 사회는 가난했습니다. 비록 가난했지만, 주변의 이웃과 지역사회 공동체에서 서로 연결하며 그래도 마음만은 풍요로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급격한 경제성장, 편리와 편의가 최우선이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물질적 풍요의 격차는 극심해지고 편리와 편의를 유지하기 위해 환경이 파괴되고 누군가는 밤새도록 일을 합니다. 나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미워하고 경쟁하고 밀어냅니다.
마음이 참으로 궁상맞아졌습니다. ‘궁상맞다’는 것은 경제적인 상황이 아니라 마음이 가난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너무도 궁상맞아지고 있습니다.
이 궁상맞은 마음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마음의 빈곤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의 답을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 시민사회 운동이 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지역사회 공공의 영역을 확장하고, 시민들의 단단한 연대를 만들어가는 것. 그래서 우리 사회 민주주의와 인권이 폭넓어지는 것. 우리 지역사회가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시민들을 연결하고 변화를 모색하겠습니다. 경기연대회의가 내는 길에 함께 발맞춰 동행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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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31※「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젊은 20대 돌봄 노동자는 독감 확진 후에도 출근했다.
그리고 사망했다.
지난 2월 14일, 경기도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 교사에게 벌어진 일이다.
그는 1월 27일 B형 독감 확진을 받고 사흘간 근무한 후 1월 30일 오후 조퇴했다. 그리고 31일에 입원한 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2월 14일, 20대 돌봄 노동자는 결국 사망했다. 사인은 B형 독감으로 인한 연쇄 구균 독성쇼크 증후군과 패혈성 쇼크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황당하고 원망스럽다. 밥 먹고 살려고 일하는 건데, 아픈 몸을 제때 돌보지 못하고 출근해야 하는 상황은 모순적이다. 일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걸까? 인간은 목적 그 자체여야 한다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팠던 노동자라면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회사 업무에 차질이 생길 때, 회사에 눈치가 보였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출근을 못 한 만큼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는 걱정, 나를 대신해 업무를 떠맡을 동료에 대한 미안함, 해고라는 두려움. 이 셋 중 하나 이상을 경험한다.
병가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의무 사항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업무와 관련 없는 질병이나 부상은 무급으로 허용되나, 회사 규정에 따라 유급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많은 근로자들이 소득 감소에 따른 생계 유지 어려움을 예상해 아픈 몸을 일으켜 회사로 출근한다. 카드값과 월세, 자녀 학원비, 부모 요양비 등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술이나 입원 등으로 출근조차 하지 못하면 소득 감소로 인한 타격을 고스란히 노동자 개인이 겪는다. 비상금 대출을 알아보거나 지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아프면 쉴 권리 보장 3법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9개 시민사회노동단체가 모여서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2025년 9월에 출범했다. 공동행동의 주된 목적은 제대로 된 상병수당 제도화의 실현이다. 공동행동은 2024년 7월,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아프면 쉴 권리 보장 3법’ 발의 기자회견을 했는데, 3법이라고 하면, 「국민건강보험법」,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을 의미한다.

개정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질병 또는 부상으로 소득에 손실이 있는 경우 상병급여를 지급하고, 지급액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상병급여(또는 상병수당)란 업무 외 부상이나 질병으로 일을 못 할 때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이며 2022년부터 시범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에 정식 사업을 목표로 하였으나 2027년으로 다시 연기되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질병 휴가를 연간 60일 범위에서 유급으로 보장하고, 평균임금 해당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되 국가가 일정한 경우 질병휴가급여를 직접 지원하여 사용자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사회보장 최저기준에 관한 조약’을 통해 유급질병휴가를 법률로 보장하도록 각 국가에 권고하였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보편적 공적 제도로서 도입하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은 업무상 재해 인정과 산재 요양급여 결정하기 전에 「국민건강보험법」상 상병급여를 노동자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산재 요양급여 결정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아프면 쉴 권리 보장 3법’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노동자가 소득 감소라는 생계 위협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보호한다. 개정안을 읽으면서 필자에겐, “아프면 걱정하지 말고 쉬어라. 소득을 유지할 수 있게 하겠다.”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이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2024년 11월 14일에 상임위원회에 법안이 처음 소개되었고 소위원회로 넘겼으나, 현재 2026년 지금까지 소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계류중이다)
공동행동 출범식에서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이 “우선 ‘쉬겠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아프면 쉴 권리’는 월급 보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유급병가나 유급휴가가 있더라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 인력이 없어, 나의 휴식이 곧 동료의 독박 노동으로 이어지는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이다. 인력 공백을 개별 노동자의 희생으로 메우는 구조가 노동자를 제때 쉴 수 없게 한다. 내가 휴식을 가질 때, 내 업무로 인해 옆자리 동료가 야근해야 하는 상황인 게 눈앞에 뻔히 펼쳐진다면 무리해서라도 출근하게 된다. 동료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보육교사 근로환경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2018)를 살펴보면 어린이집 내 휴가사용에 대한 분위기는 자유롭지 않으며(63.9%), 그 이유로는 ‘동료가 힘들어진다’(34.9%)가 가장 높았다. 이미 1인분의 업무를 하는 내 동료에게 전가하는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평소에 모든 직원이 70~90% 업무량을 맡는다면 어떨까? 소프트웨어 개발과 프로젝트 매니저로 20년 넘는 경력을 가진 디마르코는 『SLACK』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100% 가동률을 목표로 하는 조직은 역설적으로 가장 비효율적인 조직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모든 직원이 1인분의 업무량을 갖고 있다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시스템이 마비되거나 동료들의 과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직이 건강하게 작동하려면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남은 자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돌봄 종사자는, 자신의 공백으로 인해 동료뿐만 아니라 돌봄의 대상 또한 희생될 처지에 놓인다. 「경상남도 사회서비스 종사자 처우개선 연구∥-돌봄노동자를 중심으로」(2020)을 살펴보면,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기관 이용자들에 대한 서비스 공백에 대한 우려’(28.5%)가 가장 높았다. 보육교사도 “보육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15일간의 유급휴가를 여름과 방학기간에 몰아 쓸 수 있을 뿐 개인의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가 견고하다.
이러한 노동 환경에서 노동자는 아프면 안 된다. 상상해 보자. 어느 출근 날, 눈을 떴는데 온몸이 아프다. 출근은커녕 몸도 일으키기 어렵다. 당신은 직장 상사에게 뭐라고 말할 것인가? “안녕하세요. 부장님. 제가 몸이 너무 아파서요. 죄송하지만 오늘 출근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다. 아프면 잘못한 것이다.
질병이나 부상이 있는 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노동 환경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아픈 몸을 지워버린다. 건강하고 효율적인 몸만을 기본값으로 여긴다. 그러지 않을 때는 개인 관리 부족으로 떠넘긴다. 건강은 선이고, 질병이나 부상은 악이 된다. 그러나, 질병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노동 현장이 질병을 포용하기 위해선 사회가 먼저 질병이 있는 몸 또한 시민으로 인정하고 사회 정책과 제도를 수립하여야 한다. 그리하였을 때, 노동 현장에서도 안 아픈 상태로 복귀할 때까지만 유예해 주는 방식이 아닌 아픈 몸을 가친 채로도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늦었지만, 더 늦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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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