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화요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화센터에서는 4.16 세월호참사 이후 생명과 안전을 위한 활동을 되돌아보는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생명과 안전을 위한 활동을 톺아보다"경기시민사회 온라인 자료관 포럼이 열렸습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함께 마련한 이번 포럼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경기도 내 시민사회 단체의 참사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다양한 활동 사례를 기록하고 아카이빙 하기 위한 것입니다.
포럼 장소에는 안산, 수원, 의정부, 광명, 여주 등 경기도 각 시민사회가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추모하고 기억했는지 보여주는 각종 사진과 기록물, 노란 리본, 노란 종이배, 배지와 피켓 등을 전시했습니다. 전시품마다 손 글씨로 꾹꾹 눌러쓴 ‘살아있으라, 잊지 않겠다, 진상 규명을 하자’는 바람이 눈길을 끕니다. 노란 리본을 만들고 종이배를 접는 누군가의 무수한 손길이 느껴집니다. 한데 모아 살피니 그 정성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오늘 포럼에서 나누게 될 이야기도 아마 이런 생명에 대한 정성 어린 목소리가 아닐까 기대해 보게 됩니다.
416연대 이태호 상임집행위원장
포럼은 416연대 이태호 상임집행위원장의 기조 발제로 시작했습니다. 4월 16일의 약속 운동이라 지칭하는 4.16 운동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권리 옹호와 실현, 생명 존중 안전 사회로의 전환을 지향합니다. 애도와 기억의 공동체로 피해자와 연결된 시민의 자발적인 다중 연결망을 형성해 왔습니다. 한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법제도 마련을 위해 활동했습니다. 다른 재난 참사 피해자와 연대하며 상처 입은 치유자로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10주기를 맞아 기억 공동체를 강화하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완수하며 재난 참사 피해자 연대를 강화하고 생명 안전 운동으로 확장하는 것이 4.16운동의 중장기 활동 방향이라고 밝혔습니다.
‘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표현이 인상 깊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찾아 연대하는 모습을 보며, 고통을 나누는 모습이 마냥 안타깝기만 했는데 ‘서로의 치유자가 될 수 있는 거구나’ 그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한 걸음 나아간 것만 같습니다. 기억 공동체, 고통의 연대가 새로운 서사를 만들었다는 발제 내용도 있었는데요, 세월호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극 ‘기억여행’, ‘연속, 극’과 영화 ‘장기자랑’, ‘바람의 세월’, ‘목화솜 피는 날’ 등 문화예술로 재탄생한 작품들 속에서 시민들은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추모와 기억을 함께 이어갔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10주기 연극_연속, 극 (출처 : 4.16재단 홈페이지) 영화 ‘바람의세월’ 포스터
이야기 마당에 앞서 구리, 남양주, 양평, 용인, 포천, 화성의 시민사회 단체 활동가들의 세월호 기억 활동을 영상으로 만났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참사 당일에 대한 기억을 잊지 못한다는 활동가들이 많았습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인식과 치밀어 오르는 분노, 알 수 없는 죄책감을 감당할 수 없어 함께 모여 나눈 것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시민 분향소를 설치하고 노란 리본과 바람개비를 만들고 생명안전조례 입법을 위해 애쓰는 등 여러 활동을 했습니다. 이날 함께한 영상은 경기시민사회 온라인 자료관 ‘톺’(https://gcsarchive.or.kr/kr/)에서 곧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어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산시민 모임 장윤정 님, 수원 4.16연대 유주호 집행위원장, 4.16 안산시민연대 김은호 공동대표, 세월호참사를밝히는의정부대책회의 정영희 대표, ㈜안전누리교육원 진임순 대표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산시민 모임 장윤정
“고양시에서는 2014년 5월 마두역에서 서너 명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첫 서명대가 펼쳐졌습니다. 당시 화정역과 정발산역 미관 문화 광장을 거점으로 한 시민 활동팀도 있었습니다. 피케팅, 전단지 나눔, 리본 만들기 등을 지속적으로 했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산시민 모임 장윤정 님 발표 中
4.16연대 유주호 집행위원장
“경기도가 전국 광역단체 중에서 산업재해가 제일 많은 광역단체인 거 아십니까?
세월호 참사가 304명의 우주를 잃은 거잖아요. 이태원 참사가 159명의 우주를 잃은 거고요. 그분들의 명예를 회복해야 합니다. 저는 끊임없이 거리에서 시민들과 손잡고 지속적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됐을 때 우리가 원하는 안전사회가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수원 4.16연대 유주호 집행위원장 발표 中
안산시민연대 김은호 공동대표
“4.16 참사가 우리에게 준 질문은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우리 일상의 의제로 삼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안산의 와동에서는 마을교육공동체를 형성해 지역 주민과 마을 아이들이 함께 안전한 사회를 위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이웃 대화모임을 통해 서로를 돌보고 성장하는 안전망을 만들었어요. 이런 저희의 경험을 다른 지역 사회와도 나누고 연대하려고 합니다.” -4.16 안산시민연대 김은호 공동대표 발표 中
세월호참사를밝히는의정부대책회의 정영희 대표
“세월호 운동이 생명 안전 운동으로 전환되려면, 기후 위기 문제를 벗어날 수 없을 거예요. 환경과 생명, 생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참사 이후 혼자 슬퍼하지 않고 피해자들만의 일이 아닌 사회화하는 것들, 추모와 애도를 사회화하는 그런 역할을 시민 참여로 할 수 있음을 그간 활동을 하며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세월호참사를밝히는의정부대책회의 정영희 대표 발표 中
㈜안전누리교육원 진임순 대표
“세월호특별법을 통해 만들어진 예산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안전한 교육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안전 캠페인을 하는 활동 중에도 위험한 상황에 아이들이 놓이는 경우가 발생하였고 이를 계기로 아이들에게도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청소년을 포함한 성인들의 안전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연령층에 맞춰 재밌는 안전교육을 다양한 방법으로 운영하다 보니 지금의 맞춤형 안전교육의 형태로 자리 잡혔습니다. 세월호 이후에 우리가 바뀐 것은 우리도 무엇인가의 노력을 통해 더 안전한 사회로 바꿀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을 갖게된 것 입니다.” -(주)안전누리교육원 진임순 대표 발표 中
지난 10년의 활동을 짧은 시간 안에 갈무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분노와 고통으로 시작된 세월호 추모 활동이 서로를 돌보는 생명 안전을 위한 기억운동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라는 것만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간의 활동에 얼마나 정성을 다했고 또 그 안에서 많은 시민이 애도의 뜻을 전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을 나오며 10년 전 세월호 참사 초반 마을에서 열렸던 촛불 집회에 아이들을 데려갔던 기억이 퍼뜩 떠올랐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제 아이가 벌써 고등학생입니다. 지난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다고 할 때 세월호 아이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새삼 씁쓸하고 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날 이후 세상은 얼마나 안전해졌을까요? 되돌아보면 이태원과 충북 오송, 최근 화성의 아리셀 참사까지 세상엔 여전히 아픔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책임자 처벌은 요원하고 대책 마련도 미비하지만 그래도 참사 피해자의 곁을 지키며 함께한 시간까지 의미 없다 할 수 없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참사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거듭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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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2024년 5월 11일 토요일 오전 10시 평촌 중앙공원 다목적 운동장에서
‘안양시 향우협의회 한마음 어울마당’이 개최되었다.
한마음 어울마당은
이북5도민향우회, 호남향우회, 충청향우회, 영남향우회, 강원도민회,
제주도민회 이렇게 총6개의 협의체가
1년에 한번 정기적으로 모여 향토 음식 맛자랑,
노래자랑 및 장기자랑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하는 행사이다.
안양시장과 시의원, 지역 국회의원 들이 내빈으로 참석하였으며
향우회원의 가족들도 참여하였다.
가족단위로 친목을 도모하며 음식을 나누어 드시고,
여흥의 시간도 함께 하여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이번 행사의 백미는 단연코 향토 음식 맛자랑이었다.
각 지역 향토 음식이 출품되었고, 고무적인 것은 이북5도민향우회가
준비한 다채로운 향토 음식 주위에 타지방 향우회원과 내빈들이
이북5도민향우회가 만든 향토 음식 앞에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품평회 후 시식도 하였다.
아바이순대, 어복쟁반, 이북식 왕만두, 녹두전, 게장, 새우장 등
다채로운 이북식 음식은 양념이 진하지 않고, 맛이 담백하다고
이구동성으로 타지방 향우회원들과 내빈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북식 음식은 순수하고 담백하다.
결코 짜거나 맵지 않고 진한 향이 나지 않는다.
지극적이지 않아 좋다.
이북5도민 어르신들은 음식을 드시며, 그 옛날 어머니가 해주신
정성스럽고 맛깔나는 음식을 회상 하셨을까...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이북5도민 어르신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 어르신들의 건강과
다복함 그리고 행복하심을 간절히 염원한다.
[지역 향우회 현황] 경기도 지역의 향우회 조직은 본회를 중심으로 다시 시·군민 향우회, 청년회, 여성회, 산악회 등의 부문별 조직으로 세분화 되어 있다.
경기도 안산시의 호남향우회는 30만명에 육박하며, 충청향우회는 13만명, 영남향우회 8만명,제주도민회 7천명으로 추계되고 있다.
[지역 향우회의 순기능] 지역의 향우회는 사회적 책임감을 배양하는 촉매 역할도하며, 리더쉽과 협업능력 향상, 자아존중감과 행복감 증진이라는 순기능적인 역할을 한다.
향우회는 객지에서 고향 친구나 고향이 같은 사람끼리 애향심으로 단결하여 상호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결속력을 공고히 하여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향우회의 비영리법인 설립] 민법 제32조는 “학술, 종교, 자선, 기예, 사교 기타 영리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 또는 재단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이를 법인으로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향우회 및 동창회와 같은 사교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도 비영리법인의 설립이 가능하다.(출처 : NPO법률지원 매뉴얼/서울지방변호사회)
경기지역 비영리법인 설립과 관련한 상담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활동 상담소’를 통해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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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진달래, 벚꽃, 철쭉 등 차례로 봄꽃이 피더니 계절이 어느새 여름의 문턱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생명이 피어나는 봄은 역설적으로 영문도 모른 채 짧은 생을 마감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시절이기도 합니다. 2024년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안산에서는 ‘기억식’과 더불어 여러 추모행사가 열렸습니다. 행사 가운데 희생자들의 기억물품을 모은 특별전 ‘회억정원’에 다녀왔습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붉은 여행용 트렁크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숨을 잠깐 멈추게 됩니다. 수학여행 짐을 꾸렸던 참사 전날의 마냥 설레었던 10년 전의 시간이 상기되기 때문입니다. 트렁크의 주인은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찍고 싶었을 겁니다. 새로 산 옷, 치약, 칫솔, 드라이기 등을 넣었을 트렁크가 이제는 유류품으로 남았습니다. 세월호에서 수습된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유류품을 모아 작가들이 ‘세월호 참사 유품시’를 기록했습니다. 참사의 아픔과 상실의 기억을 공유하고, 안전한 사회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여행용 캐리어
널 낳은 날 여행이 시작되었지
기다가 걷다가 달리다가
비로소 네 스스로 처음 짐을 꾸린 날
어디로 가는지 왜 몰랐을까
나의 여행이 시작되었던
네가 나를 낳은 그날
몸으로 낳은 아이를 잃고, '비로소 네 스스로 처음 짐을 꾸린' 아이를 마음속에 묻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 전혀 낯선 길로 들어선, 유가족의 고통과 훼손된 마음이 느껴집니다. ‘회억정원’ 특별전에서는 이와 같은 세월호 유류품을 바탕으로 탄생한 예술창작품 6개와 유가족들이 제공한 희생자들 유품 37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시된 예술창작품은 4.16재단에서 2023년 진행한 “4.16 세월호참사 유류품을 활용한 예술창작품 아이디어 스케치 공모전” 당선작입니다. 유류품 가운데는 유난히 신발이 많습니다.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의 신발뿐만 아니라 제주도를 오가던 화물 트럭 운전자들, 가족 여행객들, 여행이나 작업을 위해 떠난 길이었기에 이동하기 편리한 운동화 차림이 많았을 것입니다. 전시된 작품 가운데 ‘안전화’는 유류품 중 짝이 없는 희생자의 신발을 모델로 삼아 잃어버린 다른 쪽의 신발을 도자기로 제작했습니다. 잘 관리되지 않으면 깨지기 쉽고 회복도 어려운 도자기의 특성을 살려 우리 삶에서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 그대로 반영하고자 했다고 작가 황미경은 밝히고 있습니다.
전시제목 "회억정원"의 의미가 궁금했습니다. 기억이나 추억이 아니라 왜 ‘회억’일까요? 회억(回憶)은 1940년대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말한 단어 ‘Eingedenken’의 번역어입니다. 과거 시점에 박제된 기억과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죽음에 대한 사회 공동의 책임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함을 되새기게 합니다. 안타까운 죽음을 의미 있는 생명으로 이어주느냐는 우리의 “연대와 실천으로서의 기억”에 달려있다고 전시 도록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연대와 실천으로 함께하는 기억의 자리에는 혐오와 차별이 아니라 꽃, 생명안전의 꽃이 피어나길 바랍니다. 아이들의 유품을 담은 전시장을 정원으로 꾸민 이유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10년 전 과거의 그이를 기억하는 새로운 기억의 교차, 특별전 "회억정원"은 이제야 눈물을 닦고 고통의 언저리 대신 아이들의 꿈을 회고하는 유가족들의 한 걸음 내딛은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된 유품을 자세히 살폈습니다. 후라이팬, 팔레트, 킥복싱 도복 등 세상에 다양한 꽃들만큼 아이들이 아끼던 물건도 다채롭게 빛납니다.
이태민의 후라이팬
“이태민에겐 열 살 터울의 동생이 있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막내를 챙기는 것은 태민의 몫이었다. 어린 동생을 돌보다 자연스럽게 요리사를 꿈꾸게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요리학원에 다니며 한식 자격증을 따고 양식 과정을 배우는 중이었다.”
빈하용의 붓과 팔레트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빈하용은 연필과 스케치북만 있으면 다른 장난감이 전혀 필요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림을 진로로 삼고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2014년 4월 사용하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관되었다.”
김민성의 킥복싱 도복
“김민성은 직업군인으로 진로를 정한 뒤 몸을 단련시키기 위해 킥복싱을 시작했다. 험한 운동이라 아빠가 반대했지만 민성의 진지한 태도에 아빠가 출장 간 사이 엄마가 등록을 해줬다. 수학여행 가기 전날도 밤 열두시까지 운동을 하고 돌아왔다.”
안주현의 일렉 기타
“이모에게 기타를 선물 받은 뒤 안주현은 독학으로 기타를 익혔다. 어느 날 퇴근한 부모님을 소파에 앉혀놓고 몇날며칠 연습한 곡을 들려주었다. 수학여행 가서 장기자랑으로 기타를 연주한다며 들떠있던 주현에게 이모가 값비싼 기타를 선물했다. 그 기타는 아직 바다 속에 있다.”
전시 해설을 맡은 주현군의 어머니 김정해씨는 자신의 얼굴보다 아이의 유품인
기타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습니다. 김정해씨의 핸드폰 배경화면은 주현군의 기타입니다. 핸드폰을 볼 때마다 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쌓였을까요?
마침 단체 관람객이 찾은 날이라 전시를 여는 마음을 담은 유가족의 소소한 이야기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이 전시가 솔직히 10년 만에 처음 열리는 전시거든요. 이렇게 우리 아이들이 평소 사용했던 정말 우리 아이들의 손때가 묻어 있고, 아이들의 감정이나 성별이 살아있는 작품들을 이렇게 부모님들이 꺼내기까지는 너무 아픈 시간이었어요.
그 앞에 시간을 참고 견뎌 이렇게 ‘회억정원’이라는 전시를 하게 됐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아이들의 소견을 한 번 더 보시고 아이들의 어떤 꿈을 발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10년 동안 이렇게 달려오는 동안 저희만 이렇게 했다면 아무것도 이루어진 게 없을 것 같아요. 앞에서 계신 여러분들이 저희와 함께해 주셨기 때문에 저희가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고 앞으로도 달려갈 꿈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추모 성악 공연도 함께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추모곡 '내 영혼 바람 되어'가 위로하듯 전시장에 스며듭니다.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여태 참사 진상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되지 않아 상처와 고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회억정원" 특별전을 보며,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마다 회억정원을 가꾸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전시품 앞에서 골똘한 어린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무책임한 어른 때문에 생명을 잃은 형과 누나들이 그저 안타까울 것입니다. 이들의 희생이 거듭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한 세상을 아이들에게는 물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회억정원’은 오는 어린이날까지 이어집니다. 아직 전시를 못 본 분들은 행동하는 한 걸음을 떼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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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6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독립영화 ‘장기자랑’이 개봉했다. ‘막이 오르면 모두가 주인공이 된다’는 카피와 슬픔을 넘어서는 세월호 가족 극단의 분투를 담았다 해서 개봉 전부터 올해 나만의 세월호 추모 방법으로 영화 관람을 손꼽아 기다렸다. 영화 개봉 당시 수원에는 상영 극장이 없어 안산까지 가야 했다.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두 시간 남짓 걸렸다. 시내버스에서 바라본 안산에는 검은 상복 차림 시민이 눈에 많이 띄었다. 바로 어제가 추모제였으니 밝은 차림을 하고 노란 리본 하나 없이 영화를 보러 온 내가 송구스러웠다. 극장에 도착했지만, 영화에 대한 마땅한 안내를 찾기 어려웠다. 그 흔한 포스터도 눈에 띄지 않았다. 여기는 안산이지 않은가? 상영관 주변에 추모할 수 있는 뭐라도 있었다면 어떨까? 멀티플렉스 극장의 무신경함에 속이 상했다. 처음에 텅 비어 있던 객석이 드물게라도 채워져서 다행이었다.
출처-4.16 재단 홈페이지
영화 초반에는 세월호 가족극단 ‘노란리본’이 어떻게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연극이나 무대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 그저 보통 고등학생을 둔 엄마들이다. 수인, 동수, 예진, 애진, 영만, 순범, 자신의 이름보다 2학년 몇 반 누구 엄마로 더 많이 불리는 이들은 아이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려니 뭐라도 해야 했고, 그것이 연극이었다고 한다. 이번 ‘장기자랑’은 9년 전 그날 아이들이 무사히 제주에 도착했더라면, 수학여행에서 했을 장기자랑 무대를 엄마들이 아이들 대신에 펼쳐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으로 시작됐다.
극 중 인터뷰처럼 엄마들은 슬픔을 꾹꾹 녹이며 아프면서도 웃을 수 있는, 평범한 일상 가까이 다가가 보려 애쓰는 그런 사람들이 됐다. 서로 주인공을 맡고 싶은 욕심도 부린다. 아이들도 엄마들처럼 그랬을 것이다. 조금 더 주목받는 배역을 맡으려고 몰래 연습도 하고, 의상도 고르고 했을 것이다. 실제 수학여행을 가던 날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예진이는 친구에게 장기자랑 때 입을 옷과 모자를 빌렸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예진 엄마 박유신 씨 모습에서 그날 들떴던 예진의 모습이 겹친다. 영화는 아마도 참사 희생자라는 말에 이들 모두를 납작하게 가두지 말고, 저마다 개성과 꿈, 욕심이 있는 살아 숨 쉬었던 개인임을 잊지 말아 달라 당부하는 것 같다.
영화 ‘장기자랑’ 中 (출처-4.16 재단 홈페이지)
엄마들은 연극을 준비하며 시기 질투도 하고, 의견이 달라 갈등도 빚지만 슬픔에 관한 한 굳은살이 웬만큼 밴 분들 아닌가? 작은 칭찬 한마디에 벼렸던 맘을 풀기도 하고, 속 좁은 자신을 돌아보며 다시 함께할 맘을 먹는다. 오랫동안 인내심 있게 이들을 지켜본 감독의 카메라가 없었다면 표현하기 힘들었을 장면이다.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 등 뭐 하나 확실히 되지 않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일지 알면서도, 한 걸음씩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엄마들을 보니 오히려 내가 위로받는 기분이다.
‘장기자랑’ 1주차 상영관 지도(경기, 충청, 영동권) / (출처-4.16 재단 홈페이지)
상업 영화의 틈 속에서 개봉관을 찾기 어려운 ‘장기자랑’과 같은 영화는 보통 공동체 상영을 통해 만나게 된다. 공동체 상영이란 관객이 직접 상영회를 기획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영화를 관람하는 방법이다. 온라인에 검색해 보니 ‘장기자랑’ 공동체 상영을 한 지역이 여럿, 눈에 띈다. 특히 부산 초록영화제 팀은 지난해 내가 활동하며 만났던 팀이어서 반갑다. 독립예술영화 유통 배급 지원센터인 인디그라운드(영화진흥위원회 산하)의 커뮤니티 시네마 지원 사업에 함께 참여했었는데, 아쉽게 올해는 지원 사업이 중단됐는데도 초록영화제 팀이 ‘장기자랑’ 상영회를 연 소식을 접하니, 수원에서도 상영을 추진하고 싶은 조바심이 든다.
공동체 상영의 백미는 영화 상영을 한 후 영화감독이나 출연자 등과 관객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같은 자리에서 호흡하며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나누는 대화의 밀도는 어떤 강연이나 토론회와 비교할 수가 없다. 주인공 엄마들이 들려줄 영화 밖 영화 이야기가 궁금한데 접할 기회가 없었다. 공동체 상영이 필요한 이유다.
출처-초록영화제 인스타그램, 관악공동행동 웹페이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지역 영화관은 지역민들의 친교, 대안적 영화 상영, 소수민족의 문화생활 참여, 특히 지역 노동시장과 지역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를 본 적 있다. (지속 가능한 독립예술영화관을 위한 정책 제안’, <인디그라운드 연속 정책 포럼 2차 자료집> 中) 여기서 지역 영화관이란 상업 영화를 상영하는 멀티플렉스가 아니라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을 말한다. 경기도의 경우 부천과 파주에 있다. 경기 남부에는 전용관이 없고 대신 지역 미디어센터가 그 기능을 대신한다. 수원미디어센터는 매달 정기상영회를 열고 관객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한다.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 프로그램 가운데는 매주 토요일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는 ‘영화수다’를 진행하는데 대상 영화가 독립예술 영화 외에 상업 영화도 포함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시민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마련한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수원미디어센터 독립다큐 ‘성덕’ 관객과의 대화 모습
내가 공동체 상영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지난해 실제 공동체 상영을 기획한 경험으로부터 시작됐다. 인디그라운드 지원으로 ‘밀려난 자리’란 상영회를 열었는데. 재개발, 재건축 바람에 밀려나는 사람들과 동물권 이야기가 주제였다. 수원도 구도심이 재개발돼 신축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시점이라 더욱 이 주제에 관심이 갔다. 집값, 땅값 등 부동산 서사에 익숙한 우리를 그곳에 살던 사람들, 그곳에 살던 고양이에 시선을 맞춰보라는 영화의 제안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재건축 지역인 둔촌주공아파트에서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를 진행한 활동가
이인규 작가에게 한 관객이 왜 그토록 둔촌주공아파트를 떠나지 못하는지 물었다. “내가 사랑하는 공간이, 추억이 서린 곳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게 너무 슬펐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답변을 통해, 사적 욕망이 공공의 사유로 확장되는 사례를 알게 되었다.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지 않았다면 애써 생각하지 않았을 대목이다.
독립영화 불시착 in 수원-‘밀려난 자리’ 이인규 작가와의 대화 모습 / 출처-시민기획단 나침반
영화 ‘장기자랑’에서 패션모델을 꿈꿨던 순범이 엄마 최지영 씨는 참사 이후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다. 그 이유를 영화에서 이렇게 밝힌다.
“왜 그래야 했는지 알아야 하니까 멈출 수 없고 몸으로라도 표현할 수밖에 없어서”라고.
이 절실한 마음을 함께 나눌 ‘장기자랑’ 공동체 상영이 수원에서도 이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기자랑’은 순식간에, 극장에서 사라졌다. 대신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에서 유료로 볼 수 있다. 혼자보다는 함께 이야기 나눌 부분이 많기에, 공동체 상영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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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