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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통계청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규모가 975,000명이다. 추산되고 있는 미등록자 수 419,000명을 합하면 130만 명 규모이다. 기타 이주민들의 인력까지 합치면 2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3년간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주노동자는 272명에 달한다. 4년간 한국에서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100명 중 10명은 이주노동자였다.

    지난 118일 전북 김제에 위치한 특장차 제조업체에서 일을 하던 '강태완(TAIVAN 타이왕)'님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사망은 한 해 100건이 넘게 발생하고 있다 보니, '강태완'님 사건 초기에도 언론에서는 '김제 이주노동자 사망'으로 얘기했다. 수십 건의 이주노동자 산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의 삶 이전 '미등록 아동'의 삶을 산 강태완님의 사연은 '미등록 이주아동'의 문제를 한국사회에 다시금 깨우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미등록 이주아동'

     

    한국은 현재 미등록 이주아동을 약 2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이주민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했거나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 중 부모의 체류자격 상실, 난민 신청 실패 등 다양한 이유로 법적 체류 자격이 없는 아이들을 말한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학습권이 보장돼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는 다닐 수 있다. 하지만 미등록이란 신분으로 인해 졸업 후 대학과 취업은 할 수 없다. 또한 보호막이 되어주던 학생 신분이 사라졌기에 언제든 강제출국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살게 된다.

     

    은유 작가 '있지만 없는 아이들'(창비)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은 공부할 권리는 있지만 살아갈 자격은 없는 모순된 현실에서 '있지만 없는 아이들'로 자라나는 것"이라 얘기한다.

     

     

     

     

     

     

    2만 명이 넘는 이주 아동들이 '있지만 없는 아이들'로 살아간다. 그리고 40만 명의 미등록 이주민 중 한명이 된다...

     

    '호준(한국 가명)과 호이준(몽골 가명) 사이'

     

    '강태완'씨도 2만 명이 넘는 미등록 이주아동 중 한명이었다. '강태완'씨는 다섯 살의 나이에 부모님을 따라 한국으로 왔다. 다른 한국 아이들처럼 학교에 갔고 본명 '타이왕' 대신 '태완이'로 자랐다.

     

    "중학교 때 친구랑 싸우게 됐는데 친구 부모님이 경찰을 부른다고 하셔가지고 담임 선생님께서 이제 경찰까지 오게 되면 한국에서 쫓겨나게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씀을 하셨고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인지를 하게 됐어요. 제가 체류 자격이 없다는 것을" - 지금 여기서 꿈을 키우는 이주아동(이주와인권연구소) - 고 강태완님 인터뷰

     

    남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은 눈치를 보는 삶을 살게 만들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태완님은 학교라는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강제 출국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이삿짐을 나르고 공장을 전전했다. '미등록'이라는 신분은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배우고 싶은 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처음 구한 일이 이삿짐 일이었는데. 처음에 일을 구해서 엄청 기뻤고 일하게 해주셔서 너무 고마워가지고 근데 막상 일해 보니까. 거기 아저씨들은 이사 한 건 하면 8만원, 경력 많은 아저씨들은 15만원 이렇게 주는데 저는 하루에 막 두세 건씩 이사하고 5만 원 주더라고요." - 미등록 이주아동과 함께사는 세상을 꿈꾸다.(국가인권위원회 유튜브) - 고 강태완님 인터뷰

     

    20여 년을 한국에서 살았고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고 스스로를 '한국인'이라 말했지만 법적으로 '미등록'이 되어 사회에서는 가려진 존재가 되었다.

     

     

    기회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정신이 없던 20217. 법무부는 자진 출국 신고를 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미등록 이주민들에게 다시 입국할 기회를 준다고 발표했다. '미등록' 신분으로 살던 태완님은 체류자격을 받기 위해 몽골로 자진 출국했다. 5살에 떠나온 몽골은 '본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 태완님에게 '본국'은 몽골이 아닌 한국이었다.

     

    "말도 안 통하고 모르는 말을 쓰고 모르는 데 와가지고 항상 뭔가 불안하고 여기도. 여기 도착한 순간부터 (한국이) 항상 그리웠어요. '집에 가고 싶다' 이런 느낌" - 국가인권위원회 [미등록 이주아동과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다] - 고 강태완님 인터뷰], 미등록 이주아동과 함께사는 세상을 꿈꾸다.(국가인권위원회 유튜브)

     

    같은 해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법무부가 미등록 이주아동 구제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태완님은 구제대책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한국에서 20년이 넘게 살았고, 본국에 대한 기억보다 한국에서의 추억이 더 많았지만 '국내 출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상에 들지 못했다.

     

    국내에서 출생하고 15년 이상 국내에서 체류하고 국내 중·고교에 재학 중이거나 고교를 졸업한 불법 체류 외국인(아동)의 경우 임시 체류자격(G-1)으로 2025년까지만 체류할 수 있다.

    나수진 기자 이주 인권 단체들 법무부 미등록 이주 아동 조건부 구제 대책, 90% 이상 적용 안돼... 아동권리 보정해야”, NEWS&JOY

     

     

    높은 자격요건을 갖고 있는 법무부의 '구제대책'은 수많은 시민단체로부터 비판받았다. 그 결과 20221월 구제 대상 요건이 완화된 개선안이 나왔다. 아동의 체류 기간을 15년 이상에서 6년 이상으로 줄이고, 국내 출생 및 영유아기(6세 미만)에 입국한 사람들을 포함했다. 또한 범칙금 납부 능력이 없는 부모에게는 범칙금을 감면받을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태완님도 구제대책을 신청했고 마침내 유학(D-2) 체류자격을 받게 되었다. 대학 졸업 이후 태완님은 전북 김제에 있는 전기 특장차 회사에 연구원으로 취직했다. 사는 곳이 아닌 전북 김제로 간 이유는 법무부가 추진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때문이었다. 이 사업은 인구소멸 지역에서 취업하는 외국인에게 거주(F-2)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사업이다.

     

    그렇게 지난 6월 체류자격을 받았지만, '영주권'을 갖지 못하고 태완님은 떠났다.

     

    태완님의 사망 소식에 한국 언론에서는 '이주노동자 사망'으로 나왔다.

     

     

     

    곁에 있지만 없는 사람들

      

    지금 여기서 꿈을 키우는 이주아동(이주와인권연구소) - 고 강태완님 인터뷰

     

    구제대책을 통해 체류자격을 얻은 강태완님은 자신과 같은 '미등록 이주아동' 들을 지지하는 캠페인 영상을 촬영했다. 또한 한겨레와 인터뷰를 통해 험난했던 구제대책 과정을 보여줬다. 구제대책의 필요성을 알리고 미등록 이주아동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태완님이 할 수 있는 '움직임'이었을 것이다.

     

    법무부의 구제대책은 장벽을 낮췄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한계가 명확한 대책도 2025331일에 종료가 된다.

     

    꼭 외국인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한국이 됐으면 좋겠다는 강태완님의 소망은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았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사회는 결코 살만한 세상이 아닐 것이다.

     

    끝으로 12월 강태완님의 장례식이 진행되었다. 118일 사고가 발생한지 36일 만에 진행 된 장례였다. 태완님 발인과 동시에 태완님이 인터뷰로 응원했던 ‘Let us dream: 지금 여기서 꿈을 키우는 이주아동캠페인의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태완님이 떠나간 한국이 이주민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곳이 되기 위해 많은 연대와 정부의 변화를 바란다.

     

    링크 : https://letusdream.campaignus.me/

     

     

    곁에 있지만 없는 사람들
    라이언

    조회수 1342

    2025-01-17
  • 이주배경청소년과의 동행, 경기한국어랭기지스쿨

    사단법인 더큰이웃아시아 상임이사 이용근

     

    5월이다. 5월 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에는 어린이가족이 빠지지 않는다. 막 싹 트기 시작한 연두빛 새싹들이 싱그러운 녹음을 더해가는 5, 과연 모든 어린이들이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며 밝게 노래할 수 있을까?

       

    빠르게 늘고 있는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주민’(migrants)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약 28,100만명 정도가 모국이 아닌 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전체 세계 인구의 약 3.6%를 차지하며, 그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이주민의 숫자는 급증하지만 여전히 사회의 소수자인 탓에 인간으로서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이주민이 늘어나는 속도가 전 세계에서 1위다. 10년 사이에 무려 3배가 늘어났다. 이 속도도 엄청난데, 이주민 자녀들이 늘어나는 속도는 그보다 2배 더 빠르다. , 10년이면 6배가 늘어나는 식이다. 그 유형도 무척 다양해지고 있다. 사회적인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이주민 자녀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게 현실이다.

       

    이주배경청소년을 아시나요?

    청소년복지지원법18조를 보면 이주배경청소년이 정의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낯선 말이다. 이 법에 따르면, 다음에 해당하는 청소년이 이주배경청소년이다.

    1. 다문화가족지원법2조제1호에 따른 다문화가족의 청소년

    2. 그 밖에 국내로 이주하여 사회 적응 및 학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부르는 다문화 청소년은 대한민국 국적자와 외국 국적자 사이에 국제결혼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자녀로서 국내 출생 국제결혼가정 자녀를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 사회에서 훨씬 다양한 유형의 이주배경청소년들이 있다. 중도입국 청소년, 외국인가정 자녀, 탈북청소년, 3국 출생 북한이탈주민 자녀 등이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주로 결혼이민자가 한국인 배우자와 재혼한 후 본국의 자녀를 데려온 경우가 많고, 국제결혼가정의 자녀 중 외국인 부모의 본국에서 성장하다 청소년기에 재입국한 청소년도 포함되어 있다. , 외국에서 태어나 자란 후 초··고 학령기에 한국으로 이주해왔기에 학교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언어소통 지원 등 많은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들이다.

    외국인가정 자녀는 주로 일자리를 위해 한국으로 이주해온 노동이주가정 자녀로서 부부 모두가 외국인인 가정의 청소년을 말한다.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사실상 가족 동반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합법적 체류 신분의 외국인가정 자녀들이 많지 않았으나, 요즘은 가족 동반이 가능한 전문 취업 비자로 변경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크게 늘고 있어서 외국인가정 자녀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요즘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고려인 동포, 중국 동포 등 외국국적동포의 자녀들도 외국인가정 자녀에 속한다.

    탈북청소년은 북한이탈주민 중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집단을 말한다. 북한이탈주민이 탈북 후 제3(주로 중국)에서 출생한 자녀는 3국 출생 북한이탈주민 자녀라고 보면 된다. 이 외에도 난민, 미등록 아동 등 다양한 이주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이 있어, 이주배경청소년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주배경청소년에 대한 통계 제각각

    이주배경청소년의 유형은 갈수록 다양해지는데 반해 이들을 통합적으로 조사하는 통계조차 없이 각 부처별로 필요한 현황만 제각기 분류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실제 이주배경청소년이 얼마나 될지 정확히 알 길이 없다. 이런 상태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주배경청소년 관련 정부 통계>

    그나마 이주민의 현황에 가장 가까운 통계가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통계다. ‘외국인주민은 대한민국에 90일 이상 장기체류하는 등록외국인, 한국국적 취득자(혼인귀화자, 기타사유 국적취득자), 허가받은 체류기간을 초과한 미등록체류자를 모두 포함한다. 그리고 국내에서 출생해서 국경을 넘지 않고 계속 한국에만 거주했어도 외국인주민의 자녀까지 외국인주민의 통계에 포함하고 있다. 이주민 자녀에 대해서는 특별한 정책이 필요할 수도 있기에 그 규모를 국가에서 파악하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2023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외국인주민 자녀(18세 이하)299,440명으로 전체 외국인주민수(2,258,248)에서 13.3%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손길이 절실한 중도입국 청소년 

    외국에서 출생하여 성장기에 한국 사회에 이주해 온 중도입국 청소년은 한국어 능력이나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가 훨씬 어려운 상태다. 실제 중도입국 청소년의 취학률(학교 다니는 비율)7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 기회에서의 소외가 취업에서의 소외로 이어져 결국 사회에서 주변화되는 신분구조가 굳어질 우려가 있다.

    심리·정서적으로도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다. 청소년기에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이주해서 살아갈 경우 외상과 같은 큰 사고나 공포를 경험한 후에 나타나는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세계에, 정서적 지지기반이 없거나 취약한 곳에 홀로 놓여지는데서 오는 공포감이 상당하리라.

    게다가 부모의 재혼 후 나중에 중도입국하는 경우, 청소년기 짧은 시기에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 청소년들의 심리ㆍ정서적 측면까지 고려해 세심한 상담과 지지가 절실한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가 함께 중도입국 청소년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기도교육청이 새로 시작한 경기한국어랭기지스쿨

    한국어가 어려워 수업은 물론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입국 초기 중도입국 이주배경청소년들을 위해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경기한국어랭기지스쿨(Korean Language School)’을 새로 문 열었다.

    경기한국어랭기지스쿨은 새로운 유형의 위탁형 대안학교다. 언어 소통을 위해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도록 교육과정이 편성되어 있으나, 학력 인정을 위한 최소한의 기초교과 수업도 병행 운영함으로써 대안학교에서 수행한 학생들의 출결과 수업내용은 원적학교 수업으로 그대로 인정된다.

    2013년부터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해온 다문화 위탁형 대안학교1년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이 학교보다 좀 더 한국어교육에 집중하는 단기교육과정으로 올해 새롭게 시작한 한국어교육 중심 위탁형 대안학교가 경기한국어랭기지스쿨이다. 현재 경기도 8개 도시에서 11개 학교가 운영 중이고, 이 중 화성시에 개교한 학교가 화성오산 글빛한국어교실이다.

        

    지난 41일 화성시남부종합사회복지관 청소년실을 빌려서 문을 연 글빛한국어교실은 2024년 경기도교육청 경기한국어랭기지스쿨공모사업으로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을 통해 사단법인 더큰이웃아시아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글빛한국어교실은 주 5일 일6교시 전일제 수업으로, 한국어교원의 한국어 수업과 초등정교사의 기초 교과 수업(수학, 과학, 사회) 및 심리정서지원 수업(캘리그라피, 토탈공예 등 예술활동)과 특성화(방과후)수업을 통한 세계시민교육과 체험프로그램 등으로 운영된다. 안전한 학교생활과 한국사회 적응력 향상을 위한 화재예방, 교통안전, 폭력예방, 교외생활교육 등 생활지도 교육도 병행한다.

    글빛한국어교실에는 현재 제암초, 정남초, 원동초, 한울초 재학 4~6학년 12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이들은 중국,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베트남 등에서 온 다문화가정 중도입국자녀와 외국인가정 자녀들로, 1학기 60일간의 위탁교육 과정을 마친 뒤, 각자의 원적 학교로 돌아간다. 2학기 과정에는 새로운 학생들을 위탁받는데, 마찬가지로 다문화학생 밀집 지역인 남양읍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가정 자녀

    고령화, 저출산율, 노동력부족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우리나라도 이제 이민정책은 피할 수 없는 국가정책이 되었다. 이로 인해 정부에서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선별 이민을 본격 추진해서 한국에서 계속 살 수 있는 전문 비자로 변경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금까지 시한부 체류를 허용하던 고용허가제 비전문 취업 비자(E-9/H-2)의 이주노동자들이 보다 장기적인 정주를 허용하는 전문적인 취업 비자(E-7/F-2/F-4)로 변경하게 되고, 이들은 가족을 초청할 수 있어서 요즘 외국인가정 자녀들 또한 빠르게 늘고 있다.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화성시 소재 초··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이주배경 학생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 사이에 5.8배 증가했는데, 그 중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외국인가정 학생은 무려 23.4배나 증가하였다. 

    부모 중 한명이 한국인이고 태어날 때부터 한국어를 생활언어로 쓰는 환경에서 자라는 국제결혼 다문화가정과 달리 부모 모두 외국인인 외국인가정 자녀는 집안의 일상 생활언어가 부모의 모국어인 환경에서 자라나기에 훨씬 더 많은 사회적인 돌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국적자 중심으로 만들어진 다문화가족지원법의 지원 대상에서 이들 외국인가정과 외국인가정 자녀들은 빠져있다. 또한 국적자만 지원하는 한국의 보육지원시스템의 혜택에서도 외국인가정의 영유아 자녀들은 벗어나 있다. 한달에 40~50만원, 두명이면 100만원 정도 부담하면서 한국에서 자녀를 키울 수 없어서 본국의 조부모께 보냈다가 학령기에 다시 데려오는 경우도 상당하다. 중도입국 청소년의 험난한 길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에 계속 살 지역사회 구성원 외국인가정

    이들 외국인 가정의 상당수는 어려운 경쟁과 자기관리를 통해 전문 비자로 변경한 이주노동자들이기에 대부분 한국에 계속 살기를 원한다. 결국 몇 년 뒤에는 영주권이나 국적을 취득해서 한국사회 구성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적을 가지지 않았다고 미래에 국민이 될 외국인가정 자녀들을 보육과 교육의 사각지대에 방치해서는 안된다.

    어떤 정책이든지 시기가 있다. 지금 시기에 필요한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미래에 그보다 훨씬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들여도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없게 될 것이다. 외국인가정 자녀들에 대한 지원이야말로 바로 지금,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전국 최초로 외국인아동 보육료 전액 지원하는 화성시

    화성시는 2017년 안산시를 뛰어넘어 외국인근로자전국 1위 도시가 되었다. 그래서 노동이주민과 그 자녀 관련 정책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모델을 만들어나갈 책무가 화성시에 놓여있다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외국인아동 보육료 지원'을 위해 10년 가까이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통해 함께 노력해 왔다.

    지난 2014년에 수립한 "화성시 제3기 지역사회복지계획(2015~2018)"<6-7. 복지사각지대 (미취학)이주민 자녀 지원>을 반영한 것을 시작으로 해서, 4기 지역사회보장계획에도 <6-6. 외국인근로자 자녀 보육 지원>을 반영하고, 2023년부터 시작된 제5기 지역사회보장계획에도 <-3-1. “외국인근로자 자녀 보육료 지원>을 반영하면서 '복지사각지대 외국인가정 자녀 미취학 아동 보육료 지원'을 우리 화성시 다문화-외국인주민 정책의 첫째 과제로 삼아 그 실현을 위해 한길을 달려왔다.

    그리고 2022년 지방선거 시기 '화성시사회복지사협회' 이름으로 우리 법인 ()더큰이웃아시아에서 제출한 다문화 정책 중 제1의 정책으로 제안한 바 있었다. 다행히도 이 정책이 화성시장직 인수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면서, 화성시장님의 큰 결단으로 지금의 '외국인가정 자녀 100% 무상보육'을 실현하게 된 것이다.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환대와 동행을 위해... 

    사실 아직 우리가 갈길은 여전히 멀다. ‘청소년 무상교통을 자랑스럽게 추진하는 경기도와 화성시에서 외국인 아동·청소년의 무상교통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는걸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의 재난 상황에서 외국인 배제 정책으로 한때 홍역을 앓았던 것 역시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외국인 역시 똑같이 세금을 내는 주민이건만, 그리고 인구구조상 이주민에 대한 전향적인 이민정책을 펼치고 있는 지금도 외국인에 닫힌 정책은 여전하다.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환대가 조례의 선언적 문구에서 그치지 않고 생활 구석구석에까지 뿌리내려 우리 이주아동과 그 가족들도 활짝 웃을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나가기를 소망한다.

     

     

     

     

    [기획] 이주배경청소년과의 동행, 경기한국어랭기지스쿨
    사단법인 더큰이웃아시아 상임이사 이용근

    조회수 2524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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