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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추리 마을, 대추가 많이 나서는 아니고..
    2025년 6월, 아주대학교에서 열린 세계영상사회학대회 프로그램 중 하나로, 평택 대추리 평화마을을 찾았다. 대추가 많이 나서 대추리였을까? 그것은 아니었고, 가을이면 너른 들판에서 큰 수확을 했기에 대(大: 큰 대)추(秋: 가을 추)리로 이름 지어진 마을이었다. 상상만 해도 평화로운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증을 가지고 황새울 기념관과 대추리 박물관을 차례로 방문하였다.
     
     
    - “평화는 총칼로 지켜지지 않는다.”
    황새울 기념관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문장이었다. 그 아래엔 손 글씨로 이름을 빼곡히 새긴 나무가 서 있었다. 아마도 주민들의 이름인 것 같다. 그곳에서 미군 기지 확장을 저지하려던 주민들의 투쟁과 기억을 마주했다.
     
     
    황새울 기념관 내부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대추리의 세 번의 쫓겨남
    대추리는 강제 이주의 역사를 세 번이나 겪었다. 1942년, 일본군이 비행장을 건설하며 첫 번째 이주를 겪었고, 1952년 주한미군 주둔으로 두 번째, 그리고 2004년, 한미 간 기지 이전 협정에 따라 다시 세 번째 이주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엔 자신의 땅을 일군 주민들이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 “여기는 원래 뻘이었어요 뻘.”
    황새울 기념관 전시 사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황새울이라 불리던 이 논은, 주민들이 말 그대로 “직접” 바다를 메워서 만든 땅이다. 내 돈 내산 정도가 아니라 내 몸으로 내가 만든 땅. 그래서인지 황새울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앞장선 사람들은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었다. 오래 살기만 해도 정이 드는 것이 땅인데, 직접 만든 땅이라니. 지키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었겠다고 공감이 되었다.
    정부는 기지 확장을 위해 토지보상을 진행했지만, 농민 대부분은 땅을 팔지 않았다. 결국 2005년 말, 국방부는 법원을 통해 강제로 토지를 수용했고, 그 순간부터 마을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되었다.
     
     
    황새울 기념관 전시 사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1,000명 vs 12,000명
    “새까맣게 올려오는 군대와 경찰이 무서웠어. 학생들을 개처럼 끌어내고 학교를 부숴버리는데, 하루 종일 살이 떨리는 겨... 이거~ 미쳐버리겠더라고...” - 대추리 박물관 사진 캡션 중
     
     
    대추리 박물관 전시 사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2006년 5월 4일, 대추리에 1만 2천 명의 경찰과 군인이 진입했다. 마을 주민과 연대자 약 1천 명은 학교를 중심으로 저항했고, 500명이 연행되었다. 정부는 상징적 거점이던 학교를 파괴했고, 마을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였다. 마을은 고립되고 주민들은 싸움을 이어가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 마을 주민들은 더 이상 갈 수 없는 논 앞 철조망을 막대기로 두드리며 울분을 토했다.
     
     
    대추리 박물관 내부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아름다운 저항의 역설
    폭력과 고립, 체포가 이어졌지만 마을 사람들은 끝까지 공동체를 지키고자 했다. 공동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결국 정부와 협상 끝에 새로운 마을로 이주하게 되었고, 지금의 황새울 기념관 옆 마을은 주민들이 직접 설계하고 계획한 공동체 공간이다. 황새울 기념관과 대추리 박물관은 황새울의 저항을 기록하고 기억하게 하는 장소로 남아 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개성 있고 아름다운 집들을 마주할 수 있는데, 나름대로 다시 마을의 삶을 일구며 살려는 주민들의 의지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 평택, 그리고 태평양까지
    이 싸움은 단지 한마을의 일이 아니었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태평양 전략’을 내세우며 중국을 견제했고, 평택은 그 전략의 주요 거점으로 기능했다. 이후 강정 해군기지를 비롯한 아시아 각지에 미군 기지가 확장되었다. 대추리의 싸움은 단지 마을 하나의 문제가 아닌, 국제정치의 격랑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 평화를 지키는 평택평화센터
     
     
    대추리 박물관 전시 사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대추리 주민 공동체의 저항의 정신은 평택평화센터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평택평화센터는 미군 주둔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사고와 다양한 문제를 시민의 시각으로 풀어가는 평화운동 단체다. 미군 기지 감시, 범죄 피해 상담, 제도 개선, 평화교육, 미군 기지 순례, 역사기행, 평화영화제까지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단체의 설립 배경 또한 특별하다. 2002년 미군 기지 확장 계획 발표 이후 평택 시민들은 ‘미군기지확장반대 평택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서탄면 금각리의 논 605평을 한 평씩 매입하는 ‘605명의 평화 지주 운동’을 전개했다. 결국 정부의 토지 강제수용으로 고향에서 쫓겨났지만, 시민들은 그 공탁금으로 기지 문제를 알리고, 대중과 함께 싸우기 위한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 플랫폼이 바로 2007년 10월 20일에 설립된 평택평화센터다.
     
     
    “우리가 짊어진 운명이 우리 마을만의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가 이 싸움에 걸려 있었음을 알았기에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 황새울 기념관 벽면 글 중
     
     
    진보 정권이라도 국가폭력은 가능하다는 현실, 미군 기지라는 구조적 문제, 패권 다툼과 권력의 전쟁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주민들의 삶터. 비록 황금 들녘은 사라졌지만, 황새울은 여전히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저항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건네고 있다.
    
     

     
     
    내가 만든 땅이 전쟁터가 된다면
    심지

    조회수 26

    20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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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미리캔버스 @PIXABAY
     
     
    
    ● 청소년 마약 문제의 심각성
     
    청소년 마약 문제는 단순한 비행 청소년의 일탈이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사회 문제입니다. 과거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은 이미 그 지위를 상실하였으며,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10대와 20대 사이에서 마약류 범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마약사범은 사상 처음으로 2만 7천 명을 돌파하였고, 이 중 10대 마약사범은 1,477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13년과 비교하면 무려 34배가 넘는 수치로, 청소년 사이에서 마약 사용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경고 신호입니다.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비정기적 접촉이 아닌, 일상 속에서 마약이 접촉 가능한 실질적인 위협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SNS와 인터넷을 통해 비대면으로 마약을 구입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청소년은 별다른 거리낌 없이 마약을 접하게 됩니다. 실제로 청소년의 84%가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구할 수 있다"라고 응답한 사실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냉정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청소년들이 범죄 집단의 주요 타깃으로 전락했음을 뜻하며, 단순 사용을 넘어 유통에까지 가담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청소년기는 인간의 정신적·신체적 발달이 한창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마약에 노출되면 중독성과 회복 불능의 뇌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경가소성이 활발한 청소년기의 뇌는 자극에 민감하고 빠르게 변화를 수용하기 때문에, 한 번의 마약 복용만으로도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청소년기의 마약 중독은 이후 성인기까지 단약과 재발을 반복하게 만들며, 삶 전체를 마약에 잠식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마약이란?
     
    마약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일시적인 기분 상승, 환각, 진정 등의 효과를 유발하는 물질로, 반복 사용 시 신체적·정신적 의존을 초래하는 중독성 약물입니다. 일반적으로 마약류에는 필로폰, 코카인, 대마, 헤로인뿐 아니라 펜타닐, 프로포폴, 펜터민 등의 향정신성의약품도 포함됩니다. 이러한 물질은 의료 목적 외의 비의학적 사용 시 심각한 중독, 뇌 기능 손상, 사회적 고립, 범죄 가담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특히 마약은 한 번의 복용으로도 강한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어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청소년의 경우 뇌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청소년 마약사범 급증 현황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3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10대 마약사범 수는 1,477명으로, 이는 2022년 481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2013년에는 불과 43명에 불과했으나 10년 만에 약 34배 이상 급증한 것입니다. 특히 전체 마약사범 중 10~20대의 비율은 35.6%에 달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마약 범죄의 중심이 점차 저연령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과거에는 성인층 중심으로 발생하던 마약 범죄가 이제는 청소년과 청년층을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특히 10대 마약사범이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선 것은 단순한 일탈이 아닌 구조적인 위험을 시사합니다. 마약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단순 투약을 넘어 유통이나 전달책으로 이용되기도 하며, 이는 청소년기 범죄 전력화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적 손실이 매우 큽니다. 더 나아가 이들은 마약 전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 진입이 어려워지고, 학교 및 직업생활에서도 배제되며 장기적인 사회 부적응 문제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국가의 인적 자원 손실로 이어지며, 예방과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 온라인 중심 유통 구조의 변화
     
    최근 마약 유통의 구조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마약 거래가 주로 대면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현재는 SNS, 텔레그램, 다크웹 등을 활용한 비대면 온라인 거래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마약 판매자들은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플랫폼에서 은어와 이모티콘 등을 활용해 홍보하고, 구매자와는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익명성이 보장된 앱을 통해 접촉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마약을 찾는 이들에게는 쉽게 접근 가능한 통로가 되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과 청년층에게 큰 유혹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통계를 보면, 온라인 마약 유통 적발 건수는 2018년 1,482건에서 2022년 9,269건으로 약 6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온라인 기반 마약 유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물리적 접촉 없이도 마약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이러한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익명성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 마약 유통 조직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SNS와 같은 오픈된 공간에서의 마약 광고뿐 아니라, 지인 추천을 위장한 메시지를 통해 접근하는 경우도 많아, 청소년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연루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처럼 마약 유통 방식의 디지털화는 단순한 거래 채널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감시 및 단속 체계를 무력화시키며 마약 범죄의 은밀성과 확산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디지털 감식 기술의 강화, 청소년 대상의 사이버 범죄 예방 교육이 시급히 요구됩니다.
     
     
    ● 청소년 뇌 발달과 중독의 심각성
     
    청소년기의 뇌는 전전두엽(frontal cortex)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로, 충동 조절과 이성적 판단 기능이 미성숙합니다. 전전두엽은 나이가 차면서 완성되며, 일반적으로 20대 중반 이후에야 성숙해지는데, 이 시기 청소년은 감정 중심 뇌와 이성 중심 뇌의 불균형으로 인해 중독에 취약합니다. 또한, 청소년기는 신경가소성이 매우 활발한 시기로, 뇌 구조를 변화시키기 쉬운 상태입니다. 이 시기에 마약 복용은 시냅스 및 뇌 회로를 영구적으로 손상시켜, 학습, 기억, 감정 조절 기능 등에 장기적·비가역적인 부작용을 남깁니다. 예를 들어, 알코올이나 니코틴 노출은 전두엽 및 보상 경로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고, 이는 성인보다 훨씬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청소년이 마약에 중독될 경우, 단순 투약에서 그치지 않고 단약과 재발을 반복하며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강합니다. 초기 노출이 중독 회로를 강화해, 반복 복용 시 강박적 사용과 끊기 어려운 의존 상태로 전이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개인의 건강, 대인 관계, 학업·직업능력 등 전 생애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합니다.
     
    이처럼 충동 제어가 미흡한 뇌 발달 미성숙기, 신경가소성과 결합된 마약 노출은 청소년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며, 중독과 재발을 통해 삶의 경로를 바꾸는 심각한 사회적·개인적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미디어와 유명인의 영향
     
    최근 연예인의 마약 투약 논란과 영화·드라마 속 반복적인 마약 묘사는 청소년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유명인의 일탈이 자극적으로 보도되거나, 콘텐츠 속에서 마약이 자극적 소재로 등장할 때, 청소년은 이를 비현실적이거나 남의 일로 인식하기보다는 일종의 유행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청소년 마약류 범죄 실태 및 대응 방안 연구’에 따르면, 마약을 처음 접한 동기로 ‘호기심’과 ‘지인의 권유’를 꼽은 응답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였습니다. 이는 청소년기 특유의 감정적 불안정성과 더불어, 미디어 환경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콘텐츠 제작자와 미디어 종사자의 책임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특히 SNS를 통해 확산되는 유명인의 마약 관련 뉴스와 자극적인 장면들은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으며, 이를 모방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감시와 교육적 개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식욕억제제, 일명 ‘나비약’으로 불리는 펜터민(Phentermine)과 같은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펜터민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원래는 비만 환자의 단기 치료 목적에 한해 사용되도록 허가된 약물이지만, 다이어트 효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미용 중심 문화의 영향으로 청소년 사이에서 남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SNS나 인터넷을 통해 ‘살 빠지는 약’이라는 식의 왜곡된 정보를 접하며, 의사의 진단 없이 무리한 처방을 받기 위해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이른바 ‘약물 쇼핑’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모 명의로 약을 처방받거나, 지인을 동원해 대리 처방을 받는 등의 불법 행위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펜터민이 단기 복용 시에도 심각한 부작용(불면증, 불안, 우울증, 심박수 증가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장기 복용 시 중독 가능성까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청소년이 가장 많이 처방받은 마약류 약물이 식욕억제제 계열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드러납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청소년기 외모 중심 가치관과 잘못된 사회적 압력이 빚어낸 구조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약물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병·의원의 처방 및 관리 시스템 강화와 더불어, 청소년 대상의 바른 몸 이미지 교육과 약물의 위험성에 대한 체계적인 예방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 사회적 인식 변화와 대응의 필요성
     
    최근 마약 문제가 청소년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국민의 인식 또한 급변하고 있습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9%가 현재 한국 사회의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하였으며, 92%는 마약 범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약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전체 마약사범 중 구속된 비율은 12%에 불과하며, 1심 판결에서 집행유예(40.6%)나 3년 미만의 단기 형량(30.7%)에 그친 사례가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이러한 미약한 처벌은 범죄 억지력 확보에 실패하고 있으며, 특히 마약 유통 및 밀매자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형사적 제재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국민 48%가 ‘유통·밀매’를, 33%가 ‘제조·생산’을 가장 중하게 처벌해야 할 마약 범죄로 꼽은 것은 이러한 배경을 반영한 것입니다.
     
     
    ● 예방 중심의 접근과 공동체의 역할
     
    마약 문제 해결의 핵심은 사후 처벌이 아닌 ‘사전 예방’입니다. 단속과 처벌이 단기적인 억제책이라면, 예방 교육과 정신건강 지원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은 매우 효과적인 접근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국민 84%가 이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마약의 폐해를 주입식으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청소년이 자신의 스트레스와 감정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마음공부’와 자기조절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는 충동적으로 마약에 손을 대는 청소년들의 심리적 기반을 흔드는 근본적인 예방책입니다.
     
    또한 종교 공동체, 지역사회, 시민단체는 단순한 설교나 규율 중심의 접근을 넘어서,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한 심리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청소년을 위한 멘토링 및 예방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마약 중독은 사회에서 고립되었을 때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따뜻한 공동체의 존재는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연대하여 마약 문제에 대응할 때, 비로소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건강한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무너진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
    주야

    조회수 70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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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세 작은도서관 오현정 관장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마을활동도 공익이다 시리즈 1]
     
    “마을에서 일 벌이는 여자, 오현정”
    ㅡ도서관부터 ESG 네트워크까지, 그녀가 만드는 연결의 지도
     
     
    “책을 좋아했어요. 술 마시는 대신, 책 읽는 놀이터 하나쯤은 있었으면 했죠.”
     
    서울살이를 접고 화성으로 내려왔을 때, 그는 낯설고도 허전한 마을에 살기 시작했다. 놀이터도, 사람도, 책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만들기로 했다. 작은 도서관 ‘만세 도서관’. 처음엔 ‘내 아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는데, 정작 아이는 사춘기여서 오지 않았다. 대신 동네 아이들이 왔다. 엄마들이 따라왔다. 그렇게 오현정의 마을살이는 시작됐다.
     
     
    만세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 중인 시니어 봉사자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처음엔 아무도 안 왔어요. 프로그램을 준비해도… 그래서 책을 들고나갔어요. 상인들에게, 주민들에게, 길 위의 사람들에게.”
     
    에코백 하나로 시작한 책 배달은 책수레가 되었고, 이웃과의 대화가 되었고, 결국엔 마을의 얼굴을 바꾸는 손길이 되었다. 벽화도 그렸다. 각국의 국기를 함께 그리고, 쓰레기가 넘치던 길목에 맥문동을 심었다. “남의 나라 국기 아래엔 쓰레기를 못 버릴 테니까요.” 농담 같지만, 깊은 배려가 깃든 전략이었다. 그렇게 쌓인 이야기는 마을을 바꾸고, 활동가들을 모았고, 네트워크가 되었다. 오현정은 화성 마을만들기네트워크의 사무국장을 거쳐 운영위원장을 지냈고, 지금은 경기도 마을만들기네트워크의 상임대표로 활동 중이다.
     
    “어떤 정권이 바뀌었고, 갑자기 마을공동체센터를 직영하겠다고 했어요. 그때 우리 활동가들이 직접 시장실에 들어가 담판을 지었죠. 성명서에 주민들의 이름을 담아.”
    시민이 행정을 견인한 순간이었다.
     
     
    깨끗한 마을 만들기 활동 홍보 배너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그녀는 공모사업을 ‘포기’한 적도 있다.
     
    사업비를 위해 하려던 일을 거꾸로 맞추고 있는 나를 보게 되면, 우리는 방향을 잃어요. 그래서 기꺼이 포기했어요. 우리가 갑이에요. 활동가들이요.” 그 말에선 단호함과 자유가 동시에 들렸다.
     
    화성은 도농복합 도시다. 아파트 단지의 촘촘한 네트워크와 농촌의 오랜 단연차들이 교차한다. 그는 이 복합성 안에서 마을마다의 고유한 결을 존중하며, 소외되지 않도록 손을 뻗는다. 그리고 지금, 그는 ESG 시민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다. 행정과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테이블에 앉는 구조다. “기업의 사회 공헌과 시민단체의 실천이 연결되면, 활동가에게도 인건비가 생기고, 시민 기금도 자라나요. 우리가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어요.”
     
     
    마을 속 SDGs 활동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오현정의 활동엔 늘 ‘사람’이 있다.
     
    상처도, 회복도, 시작도, 모두 사람에서 온다. 유방암 수술 이후, 활동을 쉬었을 때도 “동료들이 매일 집에 와서 밥을 먹여줬어요. 그 덕에 금방 나았죠.” 가끔은 번아웃이 오기도 한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곁에서 “같이 하자"라고 말해주는 동료가 있어 다시 일어난다.
     
    마을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회의할 땐 다들 고래고래 소리 지르지만, 끝나면 ‘밥 먹자’고 해요. 그게 마을이에요.”
    갈등을 모른 척하지 않고, 회의실에서 풀고, 안 되면 내려놓는다. “우리가 돈 벌려고 하는 일 아니잖아요. 안 하면 그만이죠.”
     
    그가 꿈꾸는 건,
     
    서로 돌보는 마을. “셰어하우스요. 각자 방은 있지만, 공유 부엌에서 함께 밥 먹고, 안 오면 ‘왜 안 와?’ 하고 연락해 주는. 그런 곳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평생교육협동조합도 준비 중이다. 나이와 경력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배움으로 성취를 느끼게 하는 곳. “시니어가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이 마을을 배우는 곳.” 
     
     
     
    작은 도서관에서 시작해, 평생교육대상 수상자이자 마을 정책 기획자까지. 하지만 그는 말한다. “처음엔, 그냥 내가 놀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고민은 안 해도 돼요. 그냥 시작하면 돼요. 실패하면 포기해도 돼요. 그걸로 충분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친 활동가들에게 말한다.
    “쉬어도 돼요. 마을은 혼자 지키는 게 아니에요. 내가 없어도 누군가는 지켜줄 거예요. 이미 만들어놓았으니까, 그걸로 충분해요.”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마을에서 일 벌이는 여자, 오현정
    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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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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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장고는 꽉 찼어도 정작 먹을 건 별로 없듯 우리들 옷장도 비슷하지 않나요? 분명 계절마다 옷 한두 벌은 사는 것 같은데 마땅히 입을 만한 옷은 왜 늘 없는 건지? 체형에 잘 맞고 예쁜 옷은 기분을 좋게 만들지만 옷이 만들어지고 폐기되는 과정에 대해 조금만 자세히 안다면 맘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소위 패스트패션이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패스트패션이란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제작되고 유통되는 옷을 말합니다. 계절마다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1~2주일을 주기로 신제품을 선보입니다. 옷을 제작할 때 드는 어마어마한 물과 염색 폐수, 면화 재배를 하는 데 쓰는 해로운 살충제, 인건비가 싼 동남아시아 방직공장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등 옷 한 벌에 수만 가지 문제가 한데 엮여 있습니다. 패스트패션 의류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 대량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폐기 또한 대량으로 빠르게 진행됩니다. 이 옷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언젠가 뉴스를 통해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펼쳐진 버려진 옷들의 산을 보았습니다.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판매되지 않거나 중고로 넘어온 옷들, 참혹하게 폐기된 옷들의 산을 보며 소름이 돋았습니다. 더 이상 옷이 산듯하고 예뻐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은 우리 일상의 한 요소이자 개인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패스트패션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예쁨을 놓치지 않고 슬기로운 옷 살이를 하는 방법을 찾는 현장을 소개합니다.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에 있는 ‘가치 가게’에서 ‘옷, 장 해방일지’라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행사의 부제가 흥미를 끕니다. ‘한 옷 하는 사람들, 그때 그 안목을 판매합니다.’ 벼룩시장이나 아나바다 장터와 비슷할 수 있지만 누군가의 취향, 누군가의 안목을 살피고 또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끗 다르게 느껴졌고 호기심도 생겼습니다. 누가 어떤 모양의 옷을 팔까? 나와 비슷한 취향을 만날 수도 있을까? 한 옷 한다는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수 세권로 140 B01 가치가게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가치가게에 들어서자 이미 행거에 판매할 옷들이 바지런히 걸려있습니다. 내 옷장에서는 비록 좀비처럼 잠들어 있었을지 몰라도 깨끗이 다리고 정리해 새로 숨결을 불어 넣으니 근사한 모양입니다. 가격은 대부분 오천 원 안팎, 제 지갑이 여러 번 열렸다가 닫힙니다. 판매자로 참여한 분들의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20대 때 처음 남의 결혼식 갈 때 홍대 앞에서 샀던 옷인데 그때 이후로는 입은 적이 없어서 가져왔고, 제가 어깨가 좀 있는 편이라서 퍼프가 안 어울려서 퍼프가 있는 옷들은 거의 안 입게 되길래 가져왔어요”
     
     
    판매자 서예람 님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예람님은 아프리카 케냐에서 2달 정도 머문 경험이 있는 데 그곳 사람들은 아이나 어른이나 새 옷을 입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벌이가 넉넉하지 않았던 20대 때 취향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이 빈티지였고 여전히 빈티지를 좋아하며 최근 들어서는 속옷을 제외하고는 새 옷을 산 적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동네 가까운 곳에 이런 옷장 공유 행사가 있어 반갑게 참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판매자 최보라 님은 행거 옆에 전시한 도자기가 먼저 눈에 띕니다.
     
     
    판매자 최보라 님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제가 아끼는 거니까 내놓을 때 많이 망설였어요. 팔지 말지는 가서 생각하자 마음을 먹고 왔는데, 가치가게 이용자라면 기꺼이 믿고 맡길 수 있겠다 싶어서 이렇게 아끼는 도자기와 옷을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물건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이야기 마당도 열렸습니다. 이번 기획을 하게 된 계기부터 과정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야기 마당을 진행한 김성연 가치가게 운영위원은 특별히 2권의 책을 함께 읽은 것이 이번 행사를 여는 씨앗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소연 님의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돌고래, 2023)와 복태와 한군 님이 함께 쓴 <죽음의 바느질 클럽>(마티, 2024) 이 바로 그 책입니다.
     
     
     
    김성연 가치가게 운영위원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두 권의 책 가운데 인상적인 구절을 발췌해 보았습니다.
     
    “슬플 때는 슬퍼서, 기쁠 때는 기뻐서 옷을 샀다. 하지만 쇼핑센터에서 새 옷을 사 들고 집에 돌아와도 옷장 앞에 서면 나는 늘 작아졌고 불안했고 불행했다. 거울 앞에서 새 옷을 입은 내 모습을 둘러보는 순간에도 트렌드는 시시각각 바뀌고 있었다. 새 옷에 만족하는 유효기간은 턱없이 짧았다. 어쩌면 옷이 많을수록 더 화가 났는지도 모른다. 옷이 이렇게 많은데 입을 옷은 없다니? 쇼핑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내 삶을 고립시켰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26쪽
     
    “수선하는 시간을 낭비라고 여기며 한심해하는 이들도 있다. 그 시간에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무엇이 더 생산적이란 말인가? 기후 위기를 앞당기는 일? 신속하게 새 물건을 구입하는 일? 그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벌려고 애쓰는 일? 진짜 낭비가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매 순간 낭비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는 마음은 비효율적이지 않다. 알뜰함은 귀한 가치이고 바느질은 정성이 깃든 노동임을 수선을 하며 깨달았다” <죽음의 바느질 클럽> 151쪽
     
    패스트패션의 민낯을 알고 싶다면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읽으면 됩니다. 저자는 소비하면 할수록 더욱 심해지는 불안과 고립감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이런 마음을 넘어서 정성스레 수선하는 마음까지 가닿은 <죽음의 바느질 클럽>까지 읽는다면 내 취향을 지켜가며 지구를 해치지 않는 슬기로운 옷 살이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옷 판매뿐만 아니라 옷을 수선하는 방법도 알려 주었는데요 <죽음의 바느질 클럽> 책에 나오는 치앙마이식 바느질도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치앙마이식 바느질로 수선한 옷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가치가게에서는 매주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이면 생활 기술자들이 다양한 수선 기술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옷부터 가방, 우산까지 고칠 수 있는 제품도 다양하니까요 한 번쯤 참여해 봐도 좋겠습니다.
     
    최근 패스트패션 산업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를 가장 강하게 하고 있는 나라는 패션 강국 프랑스입니다. 패스트패션 제품에 대해 환경 부담금을 부과하고 패스트패션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는데요, 더불어 2023년부터 옷을 수선하는 사람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신발을 수선하면 7유로(약 11,300원), 의류는 최대 25유로(약 45,000원)를 수선 업체에서 환급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이런 실용적인 정책이 마련된다면, 우리도 보다 많은 시민이 수선에 기꺼이 동참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행사 현장에 다녀온 후 패스트패션에 대한 공부로 확장할 수 있었던 기사와 동영상 자료를 아래 공유합니다. 전국을 휩쓴 물난리 통에 기후 위기 불안이 커진 이즈음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나의 소비와 취향이 더 이상 지구를 해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공유하고 실천할 때입니다.
     
     
    참고 자료)
     
    

     
     
    가득 찬 옷장, 하지만 입을 옷이 없다면?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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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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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구미 건설현장 온열질환 산재 사망, 진상규명·재발방재대책 촉구 기자회견'사진 / 출처: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2025년 7월 7일, 경북 구미시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20대 베트남 국적 이주노동자가 폭염 속에서 쓰러져 끝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당시 구미 지역에는 35도를 웃도는 폭염 특보가 발효되어 있었으며, 체감온도는 40도를 넘는 등 매우 위험한 작업 환경이었습니다. 사망한 노동자는 낮 1시 이후 작업을 중단한 한국인 노동자들과 달리 오후 4시까지 작업을 지속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는 작업 도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며, 동료들이 신고해 119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병원 이송 도중 사망하였습니다. 병원 측은 체온이 40.2도에 달했으며, 급성 온열질환으로 인한 심장 쇼크와 호흡 곤란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산재 사고를 넘어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인권 사각지대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해당 사업장은 '폭염 시 야외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고용노동부의 지침을 일부 이행했지만,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이를 철저히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내국인 노동자와의 작업 시간 차별이 있었고, 현장에서 냉방 장비나 충분한 휴식처 등 기본적인 보호 장비도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이 노동자는 고용허가제 하에 단기계약으로 체류 중이었으며, 한국어 소통이 어려워 작업 지시나 안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폭염 경보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자나 사업주는 그에게 제대로 된 휴식이나 대체 작업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노동계에서는 이를 명백한 인권 침해 사례로 보고 있으며,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이주노동자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소모품'처럼 다뤄지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건설업, 농축산업, 제조업 등 고위험 분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낮은 임금, 장시간 노동, 안전장비 부족, 언어 장벽 등의 이중고를 겪고 있으며, 이는 온열질환이나 안전사고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시간·환경 기준을 국내 노동자와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며, 특히 재난 상황에서는 이들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노동계 또한 “사업장 변경 제한 등 구조적인 억압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한,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단순히 폭염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제도적·구조적 차별 속에서 이주노동자의 생명이 방치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동자의 권리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제도 개선과 현장 점검 강화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 이동노동자 인권 증진을 위한 주요 정책
     
    가. 이주노동자 인권 보장 정책토론회
    2025년 7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와 전남노동권익센터는 광주광역시청 대회의실에서 ‘이주노동자 인권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 개선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특히 ‘사업장 변경 제한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이 집중 조명되었습니다. 한국의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노동자는 원칙적으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으며, 이는 ILO(국제노동기구)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지적해 온 문제입니다. 발제자들은 이러한 제도가 이주노동자를 ‘사업주에게 종속된 신분’으로 만들며, 강제노동과 다름없는 현실을 초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주노동자의 여권을 압수하거나, 이직을 막기 위해 협박·감금을 동반한 사례들이 현장 사례로 공유되었고, 이는 명백한 국제 인권 기준 위반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법적·제도적 개선안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참석자들은 “이주노동자를 단순노동력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고, 실질적 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나. 지역 참여형 권익 증진 사업
    경기도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는 2025년 ‘지역 참여형 이주노동자 권익증진 사업’을 통해 이동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정착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민간단체, 노동조합, 이주 단체 등 지역사회 주체들과 협력하여 이주노동자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경기도는 특히 이주노동자 밀집 지역에 ‘현장 상담소’를 운영하여 노동권 침해 사례를 직접 접수하고, 전문 상담사와 통역사를 배치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용 안정성 강화, 산재 처리 지원, 의료 지원, 주거 안전점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맞춤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해당 사업은 중앙정부의 정책과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지역 현실에 맞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특히 공공기관의 접근성이 낮은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포괄적 보호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 전국 단위 요구안 및 연대 활동
    2025년 5월 노동절을 전후해, 이주노동자 단체들과 민주노총은 공동으로 ‘이주노동자 10대 정책 요구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요구안은 현재 이주노동자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포괄적으로 반영하며, 실질적인 제도 개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주요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 임금 체불 방지 및 강제 송금 폐지, 안전한 기숙사 제공, 산업안전 규정의 실효성 확보, 체류권 보장 및 추방 위협 중단, 이주노동자 전담 상담소 확충, 모국어 통역 시스템 구축, 폭력·성희롱 피해자 보호 체계 마련, 노동조합 가입 권리 보장, 공공의료 접근성 확대 등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이 같은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대규모 집회, 캠페인, 국제 연대 활동도 벌이고 있으며,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 인권이사회에도 관련 실태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과의 연대는 이주노동자 이슈를 ‘주류 노동운동’의 핵심 의제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의 관심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정부·지자체 대책
     
    가. 고용노동부 폭염 안전 특별대책반 운영
    2025년 7월 9일, 고용노동부는 여름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됨에 따라 건설업·물류업·조선업 등 야외 고위험 사업장을 대상으로 ‘폭염 안전 특별대책반’을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올해 들어 기후 변화로 인해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극심한 더위와, 이로 인한 온열질환 사고가 우려되면서 마련된 조치입니다. 특별대책반은 전국 주요 산업현장을 중심으로 현장 점검을 시행하고 있으며, 특히 “2시간마다 최소 20분 이상 휴식”과 같은 기본 안전 수칙의 이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감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침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폭염 시 근로자 건강보호 지침’에 근거한 것으로, 실외 노동자들의 신체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열사병 등의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또한, 대책반은 33도 이상 기온이 지속될 경우 적용되는 ‘폭염특별안전관리지침’의 준수 여부를 중점 점검하고 있습니다. 이 지침은 고온 시 작업시간 단축, 냉방 휴게시설 제공, 작업장 내 냉방장비 운영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미이행 시 과태료 등 행정처분 대상이 됩니다. 아울러,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질식 재해 가능성도 동시에 점검하고 있어, 폭염 외 위험요소에 대한 복합적 대응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나. 예산 및 물품 지원 확대
    정부는 폭염 대응을 위한 현장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예산도 대폭 확대하였습니다. 기존의 폭염 대응 예산 200억 원에 더해, 2025년에는 추가로 150억 원을 확보하여 총 35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기 쉬운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을 우선 대상으로 하여 이동식 에어컨, 제빙기, 산업용 선풍기 등 폭염 대응 장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들 장비는 7월 말까지 각 현장에 배치될 예정입니다. 또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원콜(One-Call) 서비스’를 통해 기업의 요청 시 현장에 필요한 안전장비를 신속히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단순한 장비 제공을 넘어, 산소·가스 측정기, 환기 시스템, 개인 호흡보호구 등 현장 특성에 따른 맞춤형 안전장비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아울러 산업안전공단은 이동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폭염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우선 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작업 특성과 건강 상태를 고려한 폭염 대응 매뉴얼도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대응은 단발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인 산업안전 체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성
     
    그렇다면 앞으로 더 무더워질 날씨에 발맞추어 이동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바뀌어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2025년 여름, 경북 구미에서 이주노동자가 폭염 중 사망한 사건은 단순한 산재가 아닌, 한국 노동 현장의 구조적 차별과 인권 부재를 드러낸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고용노동부의 특별대책반 운영, 폭염 장비 지원 확대 등 다각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제도 변화는 미비합니다. 특히 이주노동자와 이동노동자는 고용형태나 체류 신분에 따라 폭염에도 차별적 처우를 받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단순한 관리 부실이 아닌 인권의 문제입니다.
     
    우선적으로, 폭염 고위험 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 기준 마련이 시급합니다. 현재의 폭염 지침은 권고 수준에 불과하여, 사용자의 자율에 맡겨지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이를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에 명시하고, 일정 온도 이상에서는 의무적인 작업 중지와 냉방 휴식 제공을 법적으로 강제해야 합니다. 플랫폼 노동자와 여성 이주노동자처럼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도 포함한 법적 보호의 범위 확대가 필요합니다.
     
    둘째, 현장 인권 감시 체계의 실질화가 요구됩니다. 노동 감독관의 인원 및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특히 이주노동자 밀집 사업장에는 외국어 통역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이 상시 투입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노동자 본인의 참여가 보장된 작업환경 감시 체계를 도입하여, 일방적 점검이 아닌 협력형 안전 관리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제도 개혁을 통해 이주노동자 인권보호를 제도화해야 합니다. 사업장 변경 제한은 이주노동자를 ‘신분 종속’ 상태로 몰아넣는 구조로, ILO 협약과 국제 인권 기준에 어긋납니다. 체류권 보장, 자유로운 직장 이동, 폭력·착취 피해자 보호 체계 마련 등 실질적인 권리 보장이 이뤄져야 하며, 이에 대한 이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국가 차원의 기구 마련도 시급합니다.
     
    넷째, 온열질환 대응 인프라의 지속적 확충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생수나 제빙기 제공을 넘어, 이동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접근 가능한 ‘휴식처’, ‘그늘막’, ‘응급의료체계’ 등을 공공 인프라로 확보해야 합니다. 서울시의 생수 나눔 캠페인처럼 지역 특화 대응도 중요하지만,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과 예산 지원 체계가 병행되어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폭염 대응 논의는 기후 위기 시대 노동권 보호의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노동자의 건강은 생명’이라는 원칙 아래, 단기적인 재난 대응을 넘어서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산업안전 기준과 노동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의 관점에서 기후정책과 노동정책을 통합하는 접근이 요구됩니다. 더 이상 이주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적 개혁과 인권 중심의 정책 설계가 절실합니다.
    

     

     

    “일하다 죽었다”…노동자에게 여름은 왜 더 치명적인가
    주야

    조회수 275

    202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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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청플 2기’ 5차 회의 현장 스케치
    - 네트워크, 청년들이 성장과 변화를 만들다 -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위원회 ‘청플 2기’는 지난 8월 12일(화),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제5차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번 회의는 다가오는 제2차 청년 활동가 간담회와 1박 2일 네트워크 캠프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일정과 회의 운영 방안을 논의하였습니다.
     
    ※참고)
    - 4차 회의 후기글 보러가기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제2차 청년 활동가 간담회
    “n 년 뒤, 나는 여전히 활동가일까?”
     
    오는 8월 30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북부(의정부)에서 열리는 제2차 청년 활동가 간담회를 앞두고, 청플 위원들은 북부 청년 활동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과 홍보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회의에서는 많은 청년 활동가들이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참여 독려와 연계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눴습니다.
     
    또한 간담회 이끔이 최승환 위원은, 사전회의를 통해 패널과 사회자가 미리 만나 서로 친목을 다지고, 프로그램 진행 방식과 조율 사항을 함께 점검하며 준비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번 간담회는 청년 활동가들이 자신의 의견을 나누고 네트워크를 넓히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캠프
    “쉼, 그리고 (    )”
     
    10월 18~19일 진행될 1박 2일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캠프는 ‘바인딩 북 만들기·휴식·방탈출·네트워킹’ 프로그램으로 준비되고 있습니다. 특히 ‘신입 활동가 성장 스토리’를 모티브로 한 팀 빌딩 방 탈출 프로그램은 위원들의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캠프 홍보는 9월 부터 시작되며, 간담회 참여 청년 활동가를 비롯해 다양한 청년들에게 참여를 독려할 예정입니다.
     
    이번 캠프를 통해 청년 활동가들은 단순히 모이는 것을 넘어, 자신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서로의 활동을 지원하며 격려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청플 2기 위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하는 모습은 더욱 인상적이었으며, 앞으로도 이들의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8월 30일 제2차 청년 활동가 간담회를 시작으로, 9월에는 캠프 전 마지막 회의인 6차 정례회의가 구리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이어 10월에는 1박 2일 동안 진행되는 네트워크 캠프가 청년 활동가들을 기다리고 있으며, 활동 마무리와 성과 공유를 위해 11월에는 군포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평가회의와 해단식이 진행됩니다.
     
     
    청플 2기 5차 정례회의 후 단체사진 촬영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위),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아래)
     
     
    청플 2기의 활동은, 단순히 모임을 이어가는 것을 넘어 지역 청년 활동가들의 참여와 교류를 최대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다양한 만남을 통해 청년 활동가들은 자신의 활동을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지역 공익활동 생태계 속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버티는 힘이 결국 변화를 만든다"라는 말이 있고, “협치는 끝없는 대화이자, 나를 바꾸는 과정”이라 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현장과 목소리가 한 주의 사회적 풍경을 채우며, 연대와 변화를 향한 길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현장스케치]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청플 2기’ 5차 회의 - 네트워크, 청년들이 성장과 변화를 만들다
    럭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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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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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평화통일교육 활성화 워크숍 현장 취재기
    “통일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다”
     
     
    파주에서 열린 평화통일교육 워크숍이 2025년 6월 21일부터 22일까지, 경기도 파주 홍원연수원에서 「2025 평화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과 DMZ 일대 탐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경기도평화통일교육단체협의회가 주최하고 평화통일교육 전국 네트워크가 후원했습니다. 전국에서 온 평화통일교육 활동가, 교사, 연구자 약 85명이 모여 광복 80년·분단 80년의 의미를 되새기며 평화와 통일교육의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통일교육의 새로운 전환 과제
     
    첫날은 이창희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외래교수가 발제를 맡았습니다. 주제는 “광복 80주년 대통령 탄핵과 6.3 조기 대선”으로, 통일교육 전환의 필요성을 짚었습니다.
     
    이 교수는 세 가지 과제를 강조했습니다. 민주주의의 회복력, 시민이 참여하는 평화 프로세스, 사회적 합의가 그것입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병현 공주교육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의 위기관리”를 키워드로 국제정세와 연계한 교육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임상순 평택대학교 교수는 대학 내 통일교육의 필요성을 짚으며, 대학이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차승주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 객원연구원은 공화주의적 관점에서 통일교육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교사들은 현실적인 어려움도 토로했습니다. 교과서 중심 수업 구조, 정치적 민감성, 교사 안전 문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참가자들은 통일교육을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예비 평화시민 훈련’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교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평화교육
     
    참가자들은 10개 그룹으로 나눠 모둠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왜 통일교육이 잘 안될까?”였습니다. 원인으로는 청소년 세대의 탈정치화, 낡은 이념 프레임, 교사의 부담이 언급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참가자들은 프로젝트형 수업, 모의 회담, 글쓰기, 시청각 자료 활용, 국내외 비교 학습을 제안했습니다. 현장 교사들은 수업 적용 방안도 나눴습니다. 초등학교는 감성 중심 콘텐츠, 중학교는 DMZ 생태와 전쟁 기억, 고등학교는 민주시민교육과 연계한 체험 수업, 대학은 플랫폼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통일교육은 시험문제가 아니라 생활 속 평화하기다.”라는 말이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분단의 땅을 걸으며 느낀 평화
     
    둘째 날은 DMZ 일대를 직접 탐방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됐습니다. 현장에서 참가자들은 전쟁과 분단의 흔적을 몸으로 경험했습니다. 먼저 북한군 묘지를 참관했습니다. 이곳은 6·25 전쟁 당시 전사한 북한군과 중공군의 유해가 안장된 곳입니다. 참가자들은 “적군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울렸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올랐습니다. 맑은 날씨 덕분에 북한 개풍군 마을이 맨눈으로 보였습니다. 참가자들은 망원경으로 북녘을 관찰하며 “분단된 현실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라는 감정을 나눴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사람의 이야기로 본 통일
     
    서울 A 중학교 교사는 “통일은 학생들에게 딱딱했는데, 오늘 현장을 걸으며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라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습니다. 경북지부 교육 활동 가는 “북한군 묘지를 방문한 경험은 강렬했다. 단순히 적이 아닌 인간의 죽음이 주는 메시지가 컸다”라고 전했습니다. 대학생 봉사단 참가자는 “통일전망대에서 북쪽 마을을 보며 역사적 문제를 본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평화통일교육을 위한 실천 방향
     
    이번 워크숍은 우리들에게 몇 가지 과제를 남겼습니다. 첫째, 교과서 중심을 넘어 경험 기반 학습으로 전환해야 하며, 역사, 지리, 윤리, 시민교육을 융합하는 방식의 필요성입니다. 둘째, 청소년 참여형 콘텐츠를 제작하여 영상, 연극, 프로젝트 수업 등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통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교육부와 교육청의 재정 지원과 연수 강화였습니다. 넷째, 현장과 연계한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DMZ 탐방을 정규화하고, 평화도서관과 통일마을 같은 지역 자원과 협업하는 대안이었습니다.
     
     
    통일은 과정 속에서 자란다
     
    이번 2025 평화통일교육 활성화 워크숍은 분단을 정치적 언어가 아닌 사람의 언어로 이야기한 자리였습니다. 북한군 무명 묘 앞에 서 있었던 순간, 오두산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한 마을을 바라본 순간, 참가자들은 통일이란 결국 사람과 일상에서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확인했습니다.
     
    “통일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다.”
    이 작은 발걸음이 교실 속에서, 또 시민들의 삶 속에서 평화를 키우는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2025 평화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
    럭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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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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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왕시 내손동. 오래된 주택과 신도시 아파트가 공존하는 이 마을에는 ‘골목에서 피어난 예술’이 있다. 그 시작은 한 예술가의 조용한 시도였다. 그리고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골목은 전시장으로, 주민은 예술가로 변해갔다. ‘내손반디불’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은 이 문화공동체의 시작과 철학을 대표 박준하 작가이자 대표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박준하 작가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Q. ‘내손반디불’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독일에서 공부할 때 그들이 가진 문화와 예술에 대한 생각이 무척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자존심과 자긍심을 한국에 돌아와서 제가 하는 예술 활동을 통해서 알리고 전파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근대 문화의 역사를 되살리고 싶었습니다.
     
    Q. 오픈 스튜디오에서 시작된 활동이 공동체 문화 예술로 확장되었네요.
    (‘내손에 반딧불’, 박준하 작가의 오픈 스튜디오 이름이다.)
    아무리 작은 빛이라고 해도 어둠에 삼켜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리적인 빛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희망을 은유하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2017년 10월, 선선한 토요일 오후에 열린 의왕 <반딧불 축제>와 잘 어울리는 말입니다. 그날 저녁 축제 장소인 ‘내손동 에너지연구원 앞 공터’에서는 400여 개가 넘는 빛 우산과 작은 등불들이 수놓아졌습니다. 작은 빛들이 모여 커다란 빛으로 마을을 비추는 모습이 주민들 간의 정다운 관계를 시각화한 모양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내손동 마을 축제 사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Q. ‘내손의 반딧불 축제’는 어떤 행사인가요?
    <반딧불 축제>는 의왕시 내손동의 지역 문화공간인 ‘내손의 반딧불’이 경기 생활문화 플랫폼 사업으로 진행한 <내손안의 내손동>의 결실을 맺는 축제입니다. ‘내손의 반딧불’이 추구하는 것은 지역주민들에게 예술적 표현의 기회를 제공하며, 예술이 생활과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눈여겨볼 만한 ‘빛’으로는 주민들이 직접 만든 반딧불이 등만이 끝은 아니었습니다. 마을의 건물들을 미디어 파사드로 이용하여 지역주민들이 그간 일상을 담아 만든 영상과 기록 영상, 작가들의 작품 등을 모아 상영했습니다.
     
     
    갈뫼 작은도서관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Q.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계신데 아카이브 활동도 하시나요?
    예술 활동을 하면서 창작하는 일이 굉장히 어려워요. 그리고 그런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가까이하고 읽는 습관을 갖는 거죠. 제 딸이 자연스럽게 책을 친구처럼 여기고 자주 들여다보며 친근하게 지낼 수 있는 벗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이곳은 어르신들에게는 자신 이야기를 포토에세이 책으로 펴낼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청소년들에게는 언제든지 와서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도 되기도 합니다.
     
     
      
    갈뫼 작은도서관에서 청소년들의 활동 모습과 작품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Q. 이 활동이 10년 가까이 지속된 비결은 무엇일까요?
    두 가지예요. 하나는 ‘지속성’, 다른 하나는 ‘주민성’이에요. 매년 조금씩이라도 멈추지 않고 했다는 점. 그리고 늘 주민이 주체였다는 점이 우리 공동체를 지켜준 힘이었어요. 지원이 없던 해도 있었지만 작게라도, 같이, 꾸준히 해왔습니다.
     
    Q. 앞으로 내손반디불이 지향하는 방향이 있다면?
    ‘예술의 생활화’와 ‘생활의 예술화’예요. 예술이 일부 사람들의 일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고, 삶이 예술이 되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평생학습을 통한 의왕시 동아리들과 연대하여 그 가치가 높은 수준으로 향상되기를 지향합니다. 그게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해온 일이자, 앞으로도 해나갈 길입니다. 내손반디불이 그걸 보여주는 작지만 확실한 모델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는 8월 31일, 갈뫼 작은 도서관에서 청소년들이 직접 창작한 대본으로 꾸미는 AI 활용 청소년연극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반딧불은 작다. 하지만 어두운 밤을 밝힌다. 박준하 작가와 내손반디불이 그려온 10년의 궤적은, 예술이 어떻게 삶을 바꾸고 공동체를 잇는지에 대한 살아있는 기록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손동 골목 어딘가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을 그 반딧불의 불빛을, 우리는 더 많은 지역에서 마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라지는 골목에서 다시 태어난 예술
    럭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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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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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쑤~~” 민요나 판소리를 부를 때 자주 쓰는 추임새다. 흥을 돋우고 소리꾼을 응원하며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마법의 소리다. 안산에는 한 20년 “얼쑤!”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광폭 시민 활동가 얼쑤 김미숙의 일문일답 추임새를 들어 보자. “각자도생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로, 얼쑤!”
     
     
    후원하고 활동하는 단체 목록을 세어보니 26개더라. 조금만 소개해 달라.
     
    안산YWCA의 평생회원이자 현재 회장이다. 활동비를 받는 자리가 아닌 비상근 활동가다. 4.16안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안산평화연대 공동대표, 안산 기후위기 비상행동 공동대표기도 하다. 오라는 데 많고, 가야 할 데도 많다. 사랑하는 4.16합창단 소프라노 단원, 시화호생명지킴이와 안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이자 강사이며 (사)안산공동체미디어 단원FM에서 환경 방송 ‘얼쑤의 얼쓰Earth’를 진행하고 있다.
     
    안산·시흥 지역 노동자들의 생활안정과 권익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사)일하는 사람들의 생활공제회 ‘좋은이웃’의 생활안정팀에서 오래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캄보디아 노동자들과 만나 잔치 음식도 해 먹고 지지하는 만남을 6번 진행하는데, 8월에는 여행도 간다. 양계장에서 일하는 한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는 한 달에 휴일이 두 번뿐이다. 이동의 자유도 이웃과의 소통도 없다. 외부에서 병원균이 옮겨 와 닭이 조류독감에 감염될 수 있다는 이유다. 모임에서 뭐가 좋았냐 물으니, 올 때 전철도 타고 나무도 보고 자동차도 보고, 사람들과 얘기한 거라고 하더라.
     
     
     
    안산환경운동연합 활동사진(왼), 안산YWCA 활동사진(오) / 사진출처: 얼쑤
     
     
    단원FM 활동사진(왼), 4.16합창단 활동사진(오) / 사진출처: 단원FM, 4.16합창단
     
     
    단체 상관없이 제일 신경 쓰는 건 탈핵이다. YWCA가 2년마다 집중 과제를 선정하는데 10년 넘게 ‘탈핵’이 있다. 우리 아이 초등학교 6학년 때 환경운동연합, 안산YWCA 등이 버스 한 대로 월성 원전 이별 퍼포먼스에 갔다. 후쿠시마 핵폭발 사고는 정말 무서웠다. 핵에너지가 안전하고 경제적이라 하지만 잘못된 정보다. 고장도 잦고 터지면 끝이다. 탈핵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운동이 중요하다.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에서는 작년에 발전 수익으로  사회 기여를 1억 원 했다. 발전 수익을 낼 수 있고,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미친 귀한 사례다. 그래서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홍보위원으로 활동하며 햇빛발전에 대해 홍보하고 조합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열심히 권유하고 있다.
     
     
    월성 원전 이별여행 / 사진출처: 얼쑤
     
     
    여성 단체 YWCA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이를 낳고 나니 환경이 망가진 게 보이더라. 내가 배워서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 무언가 기여하고 싶었다. 당시에 돌도 안 된 아기의 사교육을 위해 선생님을 집으로 부르는 주변 사람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이와 직접 재미있게 놀고 싶어 아이를 안고 도서관, 서점, 미술관을 다녔다. 아이 교육에 대해 좀 더 배우고 싶어 찾아간 게 YWCA였다.
     
    처음 권유받은 게 NIE(Newspaper In Education) 지도사였다. 당시 N.I.E.가 붐이었다. 신문을 활용한 교육 자료로 아이들의 생각을 키우는 활동이다. 심화 과정 수료 요건이 60시간인가 80인가 봉사 후 보고서 제출이었다. 5살 딸아이를 데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N.I.E. 교육 봉사를 했다. 2년, 3년 계속하니 ‘검증된 강사’ 소리 들으며 강의 요청을 받았다. 새로 문을 연 지역아동센터나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작은 도서관에서 봉사 수업을 하다 보니 입소문이 나고 점점 강사 경험이 쌓였다. ‘시화호생명지킴이’라는 단체도 찾아가 교육을 받고 지역에 봉사하게 되었다. 지금 내 주업이 강사다. 독서 강사, N.I.E. 강사, 환경 강사 등으로 영역이 넓어졌다.
     
     
    아이 잘 키우려던 엄마가 광폭 시민 활동가가 된 어떤 전환점이 있었나?
     
    4.16세월호 참사였다. 단체라고는 YWCA, YMCA, 시화호생명 지킴이, 환경운동연합 정도만 알다가 4.16 참사를 계기로 수많은 시민과 연결되었다. 안산에 연대하는 작은 시민단체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 이상하게 여겼던 이 사회가 그래도 여기까지 굴러온 건 이분들 덕분이겠구나, 알겠더라. 시간이 되면 달려가 힘을 보태고, 행동하고 후원하게 됐다. 내 삶이 '각자도생'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로 전환했다.
     
    우리 집이 단원고등학교 근처 빌라 101호다. 302호가 단원고 2학년 4반 고 박수현 군의 집이었다. 2002년 3월에 이사 와서 제일 처음 사귄 이웃이 수현이 엄마 영옥 언니였다. 언니는 “배추전 먹으러 와.” “떡볶이 했으니 올라와.” 하고많은 날 우리를 불러주거나 음식을 갖다주었다. “밥이 똑떨어졌어, 밥 한 공기 줄 수 있어?” “언니 달걀 좀 주세요.” 이게 우리 일상이었다. 수현이가 고2 때 우리 딸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외동인 딸에게 수현이는 가장 가까운 오빠요, 놀이 상대이었다. 수현이는 연년생인 누나의 가방을 들어주고, 밤이 늦으면 누나 마중을 나가는 동생이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2014년 4월 16일, 집에서 컴퓨터로 N.I.E. 수업 자료를 만들다 인터넷 속보를 본 거다. 세월호와 단원고, 이걸 보는 순간 수학여행 간 수현이 생각이 나 바로 영옥 언니한테 전화했다. “걱정하지 마, 다 구했대. 그래도 다 젖었을 테니 깨끗한 옷 챙겨서 지금 형부랑 내려가는 중이야.” 그랬다. “너무 다행”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놀란 가슴에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 게 없어 밥을 물에 말아 후루룩 먹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애들을 못 구했다는 거다.
     
     
    세월호가 내 이웃의 일이자 내 일로 연루되었군요.
     
    그날 아이가 학교에서 오길래 “수현이 오빠가 어떻게 됐는지 모른대. 우리 같이 학교로 가볼까? 사람들이 모여 소식을 듣는 것 같아.” 말하며 단원고에 갔다. 4월 16일,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랐던 첫 번째 촛불 기도회로 4.16활동이 시작됐다. 멈출 수가 없었다. 영옥 언니가 진상 규명이라든가 서명 활동을 계속하니 나는 뭐라도 언니를 도와야 했고 돕고 싶었다. 참사 4일째, 남편과 아이랑 셋이 진도 체육관에 갔다. 영옥 언니와 은희 언니와 유가족이 된 지인들을 보았다. 두 언니는 당시 내 인생의 롤 모델이었다. 울고 소리 지르고 쓰러지고, 민간 잠수사가 어떻고, 왜 찍어, 카메라 뺏고, 막 드잡이하고, 그걸 다 보았다. 사복 경찰이 진짜 많았다.
     
     
    얼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 사진출처: 얼쑤
     
     
    감히 그분들만큼 큰 아픔, 슬픔에 빠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그 슬픔을 같이 겪었다. 너무 끔찍한 세월이었다. 영옥 언니가 진도에 계시면서, “뉴스에서 나오는 거 저거 다 거짓말이야”라며 진실을 알려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뜨거운 폰을 얼마나 눌러댔던지 오른쪽 집게손가락이 아파서 아직도 잘 못 쓴다.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거의 20년 가까이 지낸 지인하고 의절하는 일도 있었다. 참사 후 며칠 안 돼서 노란 리본 이미지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쓰는데, 저작권에 걸린다고 1인당 몇백만 원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딸 학교 보내기 전에 노란 리본으로 머리를 묶어주고 뒤통수를 찍어서 그걸 지금까지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다. 못 바꾸겠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세월호 참사는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군요?
     
    그렇다. 나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언니와 함께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했다. 대학을 왜 가는지 몰랐다. 그런데 내가 대학에 갔더라면 더 일찍 진보적인 사상을 접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했을 텐데, 모르고 살아 너무 안타깝더라. 나는 부당한 일을 보면 조용히 떠나는 식으로 살았다. 일만 하다 결혼했고, 아이 낳고서야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는 거리를 둘 수 없는 내 일이었다. 우리 애는 수현이네 집에서 먹고 놀기 좋아했다. 오빠 놀아 줘, 하면 수현이는 뭐 하고 놀까, 물어보며 다리에 미끄럼을 태워주는 오빠였다. 수현이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유치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커서 오빠랑 결혼한다고 했다. 수현이가 부모님에게 무언가 사 달라고 하면 “넌 1층 장모님한테 가서 얘기해라” 놀림받을 정도였다. 그런 수현이가 우리 곁을 떠나 너무 안타까웠다.
     
     
    참사가 아이한테도 큰 영향을 미쳤을 거 같은데 괜찮은지?
     
     
    2014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찾은 얼쑤 가족 / 사진출처: 얼쑤
     
     
    아이가 한동안 수현이를 입 밖에 못 내더라. 딸은 모태신앙이었는데 참사 후 하나님은 없다 했다. 수현이 오빠가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던 거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 수업 중에 자꾸 다른 책을 읽었다. 왜 그러느냐니까 “내일 죽을지도 모르잖아. 지금 안 읽으면 모르고 죽잖아.” 그랬다. 수현이 오빠를 며칠 만에 찾았냐 하길래 일주일쯤이라 했더니, 배 안에서 하루만 살고 죽었으면 좋겠다더라. 살아 있었으면 얼마나 슬프고 고통스럽고 무섭고 춥고 보고 싶고 그랬겠냐고. 딸아이는 여주로 고등학교를 갔는데, 어느 날 택시 기사가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안산이라 했더니 ‘세월호!’ 라며, “말 잘 듣는 애들은 가만히 있어서 다 죽고, 말 안 듣는 애들만 살았다”라고 하더란다. 아이가 “그 기사를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났다”라면서, 그 자리에서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세월호의 기억은 여전히 아이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애도하고 있었다.
     
     
    시민 활동가로서 바쁜 중에 4.16 합창단 활동도 한다.
     
     
    4.16합창단 공연장에서 얼쑤 가족(왼쪽부터 친언니 만주벌판, 얼쑤님 어머니, 얼쑤)과 단원고 2학년 5반 이창현 군 엄마 최순화님 / 사진출처: 얼쑤
     
     
    4.16합창단이 생길 때부터 마음이 갔는데 몇 년 전에야 결합했다. 친언니 ‘만주벌판(별명)’도 단원이다. 좋은 목소리와 건강한 정신을 주신 엄마도 합창단 행사로 자주 본다. 아픔이 있는 곳에서 노래로 폭넓게 연대하니 참 좋다. 최근엔 전태일 의료 센터 건립을 위한 공연도 했다.
     
     
    현재 가장 마음 쓰는 활동이나 고민도 좀 나누자.
     
     
    2025 안산YWCA 김미숙 회장(얼쑤) 취임식이 진행되었다. / 사진출처: 얼쑤   
     
     
    아무래도 YWCA 회장이라는 중책이 마음 쓰인다. 지금 회원 증모 기간인데, 이걸 내가 잘 못한다. 대신 남편이 평생회원에 가입하게 했고, 내년에 우리 딸 돈 벌면 평생회원 가입시키려 한다. YWCA는 기독청년여성회(Young Women Christian Association)이다. 나도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지만, 기독교 신앙이 왜 필요한가, 계속 질문한다. 내가 나가는 교회와 한국 기독 교회들이 정말 예수를 따르는지, 세상의 빛과 소금인지, 우는 자와 같이 울고 웃을 때 함께 좋아해 주는가, 의심스러웠다.
     
    남편은 교회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내가 “왜 교회를 비판하지 않아?”라고 하면 그는 "나는 좋은 것만 들으려고해, 부분적으로 동의되지 않는다 해서 굳이 기분나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라는 식이다. 답답함을 느끼지만, 그 말이 또 틀린 건 아니다. 나는 일부 교회가 없어져도 된다고 본다. 교회 안에만 하나님이 계시는 게 아니니까. 헌금도 교회 말고 사회로 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인데, 남편은 다르다. 그가 우리 가정의 주 수입을 담당하니 내 뜻대로 할 수 없다. 내 수입은 사회로 12조 13조도 낸다. YWCA가 있어서 사회 정의나 연대의 갈증이 해소되고 내 신앙을 이어가는 거 같다.
     
     
    YWCA 활동가로서 정체성을 좋아하는군요?
     
    그렇다. 7월 초 YWCA 신입 직원 교육이 있었다. 작년에 못 해서 올해 교육 대상이 꽤 많았다. 사람들은 삼성이나 SK에 입사 지원할 때 그 회사에 대해 공부한다. 그런데 모 법인에 대해서는 모르고 오는 사람이 태반이다. 회장으로서 YWCA의 100년 역사와 안산YWCA의 40년 역사를 강의하며, “YWCA를 알고 나면 내가 참 좋은 기관에서 일하고 있구나, 자부심을 느낄 거예요.”라고 말해 줬다. YWCA가 교회는 아니지만, 이젠 교회보다 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목소리와 행동을 계속해야 한다.
     
     
    안산YWCA 소속으로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연대활동을 하고 있는 얼쑤님 모습 / 사진출처: 안산시민사회연대, 4.16안산시민연대
     
     
    YWCA 회장으로서 자부심 뿜뿜인데, 어려움은 없는지?
     
    역사 인물 최용신 선생은 안산의 자랑이자 YWCA의 자랑이다. YWCA에서 공부하고 농촌 계몽 운동(을) 하셨는데, YMCA로 아는 사람들이 있더라. 최근에는 내가 어느 단체에 가니 안산 YMCA에서 오신 얼쑤라고 소개를 해서 ‘YWCA’라고 바로잡곤 한다. 최용신 기념관 관련 기사에도 몇 년에 한 번씩 YMCA라고 나온다. 재작년에도 메일로 항의했다. 시에서 발행한 책자도 스티커로 다 수정하게 한 적 있다. 남성이 디폴트인 사회라 여성 단체를 더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얼쑤 / 사진출처: 얼쑤
     
     
    ‘회장님’, ‘이사님’ 호칭 보다 ‘얼쑤’가 좋다. 사람들은 ‘얼쑤’ 말고 ‘회장 김미숙’을 쓰라 한다. 공적인 자리에서야 어쩔 수 없지만, 활동가로서는 ‘얼쑤’가 편하다. 지금까지의 내 활동을 보고 “대단하다, 기왕이면 학위를 좀 업그레이드해서 더 많이 강의하고 돈도 더 받아봐”라고 말한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러면 지역에서 적은 돈만 줄 수 있는 데서 누가 활동하나.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지.” 더러는, “왜 그렇게 활동이 많냐", “정치할 거냐” 한다. 정치하란 말은 10년 전부터 들었지만, 내 대답은 같다. 너무 열심히 하다 병나서 죽을 거라고. YWCA 회장만으로도 ‘거룩한 부담감’이 큰데 더는 아니다.
     
    효순이 미선이 저금통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우리 딸이 재작년엔가 “엄마 생일 선물 뭐해줄까?” 하다가 “엄마는 물건은 안 좋아하니까 엄마 이름으로 기부해 줄게.” 그러더니 효순이 미선이 평화공원 짓는 데 딸이 5만 원을 기부해 준 적 있다.
     
    그때그때 마음 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위해, 내 할 만큼만 한다.

    

     
     
     
    “회장님”보다 활동가 “얼쑤”가 좋아요!
    꿀벌

    조회수 514

    20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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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아가며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질문을 떠올립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이 사회는 왜 이렇게 돌아가는 걸까?”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이런 질문들은 쉽게 묻혀버립니다. 혹은 답을 찾기도 전에 “그런 게 뭐가 중요해”라는 말에 스스로 입을 닫아버리기도 하고요. 때로는 이런 고민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만큼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진행된 ‘청년질문학교’는 그런 질문을 마음껏 꺼내놓을 수 있는 곳입니다. 누구도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며 ‘질문하는 태도’를 배워보는 자리입니다. 정답을 찾기보다 질문을 잊지 않는 것, 그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안내 표지판(왼), 굿즈(질문&스티커)(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올해로 4번째를 맞는 ‘청년질문학교 시즌4’는 “내가 만들 다정한 세계에서”라는 부제를 달고 진행됐습니다. 이번 청년질문학교는 ‘평등평화세상 온다’라는 단체가 주최했는데요. 6월 20일부터 7월 4일까지 3주 동안 매주 금요일 저녁, 청년들이 모여 강연을 듣고, 이야기 나누고,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 프로그램으로는 7월 12일부터 13일까지, 경기도 화성의 용주사에서 1박 2일 템플스테이도 함께 했습니다.
     
    이번 시즌의 주제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평화”였습니다. ‘평등평화세상 온다’의 임윤희 사무국장은 청년질문학교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전쟁과 혐오, 배제와 고립의 시대에 살고 있어요. 이런 현실 속에서 ‘평화’는 멀리 있는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지금 여기서 시작할 수 있는 삶의 ‘방식’입니다. 나의 평화는 타인의 평화와 연결되어 있고, 작은 질문 하나가 함께 살아갈 사회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강연을 통해 다양한 평화의 얼굴을 만났는데요. 광장과 연대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배제 없는 사회를 상상해 보기도 하고, 전쟁 없는 일상을 꿈꾸며 일상과 평화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우리 사회 구조 속에 무수히 존재하는 외로움을 직시하고, 그 상황들을 끊어내기 위해 시도하는 새로운 시선을 모색해 보기도 했어요.”라고 청년질문학교에서 준비한 강연들에 관해 설명해 주기도 했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1강 '정보라 작가' / 사진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3주 동안 진행된 청년질문학교의 강연도 참 흥미로웠습니다. 첫 번째 시간(6월 20일)에는 소설가 정보라 작가가 함께했습니다. 『다시 만날 세계에서』, 『아무튼 데모』, 『저주 토끼』 등의 여러 작품을 통해 혐오와 차별, 그리고 평화의 감각을 전해온 정보라 작가가, 청년들과 함께 “우리가 만드는 다정한 세계”를 주제로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 모든 소수자성과 취약성과 교차성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포용하고 이 모든 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남의 인생을 다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존재하니까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이번 청년질문학교의 특징 중 하나는, 강연이 시작되기 전에 강연자가 직접 쓴 책의 한 구절을 함께 낭독하는 시간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첫 시간에는 정보라 작가의 『다시 만날 세계에서』의 한 부분을 공유했습니다.
     
    정보라 작가는 ‘연대의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소수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 등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연대의 모습들을 나누며, ‘연대’라는 것이 멀리 있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강연을 통해 ‘다정한 세계’와 ‘연대’에 대해 새롭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2강 '이용석 작가' / 사진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두 번째 시간(6월 27일)에는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평화는 처음이라』를 쓴 이용석 작가가 청년들을 만나 “우리의 일상과 전쟁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옥분 할머니가 영어를 배워야 했던 이유는 바로, 전쟁 때 겪은 일을 국제사회에 증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옥분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 ‘위안부’였습니다. 평소 ‘위안부’였던 과거를 숨기고 살아왔지만 절친한 친구이자 아픈 과거를 공유한 정심이 쓰러지자, 정심을 대신해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위안부’로 끌고 간 여성들에게 저지른 끔찍한 전쟁범죄를 증언하기 위해 나섭니다. 미국 의회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영어로 떳떳하고 당당하게 증언하는 장면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동적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강의를 시작하며 이용석 작가의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의 한 부분을 낭독했습니다. 바로 ‘옥분 할머니’의 이야기였습니다. 이용석 작가는 전쟁과 평화를 거창한 이야기로만 다루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전쟁들이 우리와 얼마나 가까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려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전쟁에 쓰일 무기들을 지원하고 있고, 우리는 그 무기를 만드는 기업의 제품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해주었습니다. 이날 강연을 통해 참가자들은 평화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문제라는 것을 질문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3강 '턱괴는여자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마지막 세 번째 강연(7월 4일)에는 ‘턱괴는여자들’의 정수경·송근영 대표가 함께했습니다. ‘턱괴는여자들’은 인문학과 공감 능력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으며 연구하고, 책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는 팀입니다. 이날 강연의 제목은 “서로 마주 보며 오래된 소외 끊기”였습니다
     
    “이제 외로움의 땅을 파헤치는 여정을 시작한다. 외로움의 구조를 읽어내고, 그 원인을 개인에게 전가하던 단편적인 구조를 읽어내고, 그 원인을 개인에게 전가하던 단편적인 관례를 끊어내며, 외로움을 형성하는 단단한 토대에 끼어들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맑은 눈의 연대를 도모한다.”
     
    강연의 시작은 역시 책 낭독으로 열었습니다. ‘턱괴는여자들’의 책, 『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의 한 구절을 함께 읽었습니다. 강연은 “과연 외로움은 개인적인 감정일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세상의 다양한 외로움을 조명했습니다. ‘턱괴는여자들’은 외로움을 사회구조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나누었습니다. 브라질의 사진가 카로우 셰지아크가 양로시설의 노인들을 찍은 사진을 함께 보며, 외로움이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문제라는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우리 모두는, 특히 이 시대의 청년들은 관계에서도, 일터에서도, 세상에서도 ‘평화’보다는 구조적인 폭력과 소외, 혐오와 차별 속에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런 일들은 뉴스 속에서만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요. 청년질문학교는 그런 문제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누구나 질문하고, 쓰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자신과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갔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강사 저서 전시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청년질문학교 시즌4 템플스테이 / 사진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청년질문학교는 앞으로 어떤 질문을 이어가게 될까요? 이에 대해 ‘평등평화세상 온다’의 임윤희 사무국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번 강연을 통해 평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마주하고, 질문을 통해 나와 사회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앞으로는 그 질문을 우리 삶으로 옮겨보려 해요.
     
    참가자들과 함께 템플스테이를 하며 일상의 속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개인의 평화를 되짚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이제는 그 경험과 질문을 담아 에세이집을 만들 예정입니다. 각각의 에세이는 질문에서 시작된 여정의 기록이 될 거예요. 나의 평화가 사회의 평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글을 통해 그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다가오는 8월 23일(토) 오후 4시, ‘평등평화세상 온다’ 공간에서 ‘청년질문학교 시즌4 에세이집 출판기념회’도 열린다고 하니 함께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정말 필요한 건 정답을 강요하는 사회가 아니라, 질문을 품고 살아도 괜찮은 사회가 아닐까요? 안산에서 매년 이어지고 있는 ‘청년질문학교’는 그 소중한 ‘시작’을 청년들에게 건네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작은 질문 하나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저도 질문해도 될까요?”
    레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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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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