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이자 교육의 현장을 지켜봐 온 시민으로서, 저는 문득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과연 학교는 아이들에게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 처음 큰아이가 초등학교 문턱을 넘을 무렵, 저의 고민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현실적이었습니다. 내성적인 아이가 낯선 환경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혹여나 학교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상처받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했습니다. 당시의 저에게 교육이란 ‘이미 정해진 환경’이었고, 저는 그저 우리 아이가 그곳에 잘 ‘적응’하기만을 바라는 평범한 학부모에 불과했습니다.
" 좋은 학교는 학부모가 함께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참여하게 된 참교육학부모회의 강의에서 제 인생을 바꾼 한 문장을 만났습니다. “좋은 학교는 학부모가 함께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제게 신선한 충격이자 새로운 가능성이었습니다. 학교를 주어진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가꾸고 변화시킬 수 있는 유기적인 공동체로 바라보게 된 시발점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교육 정책에 관심을 두고 학부모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이런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은 “우리가 직접 그런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변모했습니다.
그 실천의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와글와글 놀이터’였습니다. 큰아이가 저학년이던 시절, 매주 월요일 오후면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만났습니다. 거창한 프로그램이나 교구는 없었습니다. 그저 두 시간 동안 마음껏 뛰어노는 것,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처음엔 네 명으로 시작했던 모임이 어느덧 수십 명의 아이로 북적였습니다. 아이들은 놀이 속에서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갈등을 해결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저는 그 천진난만한 모습들을 지켜보며 교육의 진정한 주체는 아이들이며, 어른의 역할은 그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꿈의학교’와 독서 모임으로 이어지며 저와 아이들 모두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당시 경기교육이 지향했던 ‘혁신교육’의 흐름과 마을교육공동체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습니다. 학교의 문턱이 낮아지고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로 당당히 설 수 있었던 그 시절, 우리는 학교 안팎이 연결되는 소중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물론 모든 시도가 완벽했던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시행착오도 있었고 형식적인 운영에 그친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학교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교육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문법이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 와글와글 놀이터의 힘 "
제가 목격한 가장 경이로운 장면은 사회적 실천의 현장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선 아이들은 이미 완성된 ‘시민’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보며 교육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결국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주체적인 시민’을 길러내는 데 있어야 함을 다시 한번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경기교육의 현실을 바라보는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과거 우리가 쌓아온 신뢰와 협력의 가치들이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이 다시 보수적이고 관리 중심적인 방향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특히 가장 안타까운 변화는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때 혁신학교를 함께 일구던 파트너였던 두 주체는, 이제 ‘민원인’과 ‘대응 주체’라는 차가운 관계로 멀어지고 있습니다.
아이의 성장은 결코 가정이나 학교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교사와 부모가 서로를 신뢰하며 아이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올바른 성장의 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변해도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계가 단절된 지금이야말로 ‘신뢰와 협력’이라는 교육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협력과 성장의 언어로 이어가는 경기교육으로 "
2026년, 우리는 다시 중요한 선택의 시점에 서 있습니다. 이번 선택은 단순히 한 명의 교육 행정가를 뽑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교육 철학을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저는 경기교육이 경쟁의 언어가 아닌 ‘협력’의 언어로, 관리의 시스템이 아닌 ‘성장’의 시스템으로 다시 설계되기를 바랍니다. 학부모를 교육의 ‘동료’로, 교사를 존중받는 ‘파트너’로 대우하는 문화가 회복되어야 합니다.
교육은 효율성이나 단기적인 성과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숭고한 영역입니다. 아이들의 삶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진심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숙의하고 토론하며 만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성적의 굴레에서 벗어나 조금 덜 경쟁하고, 조금 더 서로를 배려하며 어울릴 수 있는 학교를 꿈꿉니다. 배움이 교과서에 머물지 않고 삶과 연결되며, 아이들 개개인이 이미 한 사람의 존엄한 시민으로 존중받는 현장을 소망합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얻은 결론은 분명합니다. 교육은 바뀔 수 있고, 그 변화의 시작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2026년의 경기교육이 다시 한번 그 가능성의 힘을 믿고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의 삶을 중심에 둔 방향, 조금 더 따뜻하고 공정하며,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교육을 향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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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5
설이 지나고 비대해진 몸뚱이를 바라보다 동네 산책에 나섰다. 피부에 와닿는 바람이 묘하게 따뜻해진 걸 보니 겨울의 끝자락인가 보다. 동네의 둥그런 잔디밭을 세 바퀴 돌면 1km. 때로는 걷고 때로는 뛰는 나의 러닝 트랙이기도 하다. ‘동네’라고 부르는 이곳은 나의 집이자 일터인 ‘위스테이 별내’ 아파트다. 어느덧 이곳에서 여섯 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다.
정기총회가 열리는 3월이 오기 전, 비교적 조용한 2월을 보내는 중에 입주민 카페에 새 글이 올라온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쥐불놀이를 하고 나물을 나눠 먹자는 돌봄소위원회의 글이다. 글을 보니 비로소 또 다른 계절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나는 절기니 풍습이니 하는 것들에 무심했다. 골목 놀이의 기억을 간직한 나름 ‘끼인 세대’였지만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아내느라 공동체적 감각은 점점 흐려졌다. 그나마 아이 숙제를 핑계로 큰 명절에 한복을 입히고 귀여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SNS에 기록하는 날이 내게는 절기였다.
하지만 이곳에는 일반적인 달력 대신 계절의 흐름에 삶을 맡기는 ‘공동체력’이 흐른다. 봄이 오면 길 건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을 위한 새 학기 등교 봉사를 시작으로, 여린 잔디가 돋기 전 큰 돌과 잡초를 골라내는 ‘울력’을 위해 중앙 잔디밭에 모인다. 놀이터 옆 동네 텃밭에는 당첨된 가구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8월이 되면 개인 텃밭을 거두고 배추, 무, 갓 등을 심어 김장 거리를 준비하고, 첫서리가 내리고 나면 그 밭에서 난 식재료로 다 함께 모여 김장을 한다. 중간중간 단오에 멱을 감거나 물놀이를 즐기고, 삼복 행사를 챙기는 것도 빠지면 섭섭하다.




근본이 아파트인 만큼 여름 무렵 열리는 라인별 반상회도 빠질 수 없는 한 해 숙제다. 새로 이사 온 이가 있다면 이때 얼굴을 익히고 밥을 나눠 먹으며 식구가 되는 시간이다. 반상회에서 주거 관련 갈등 문제는 단골 소재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다 감정이 격해질 때는 각 동에서 활동하는 갈등조정소위원회 위원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낯섦과 긴장감을 나누고 서로 돕고 묻는 과정에서 공동체는 다시금 생명력을 얻는다.
한 해의 마지막 행사로 12월에 열리는 마을 잔치가 있다. 공동체 화폐인 ‘별’을 사용하는 행사로 다양한 체험과 먹거리, 공연이 차려진다. 큰 행사라 하더라도 조금은 어설프고 촌스러움도 묻어난다. 전문 업체의 손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 전부 주민이라 그렇다.


일하러 가보면 특히 ‘누구 엄마’들이 많은데, 다들 자녀의 이름이 아니라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며 주체적으로 활동한다. 특별히 엄마들이 많은 이유는 단순히 시간적 여유 때문만은 아니다. 공동체를 향한 돌봄의 감수성이 보다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한 시간에 머물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며 누군가의 성장을 기원하는 일, 공동체와 돌봄의 철학은 맞닿아있다.
조합에서 진행하는 양성평등, 돌봄 교육은 가족의 범위를 해체하고 확장하는 일을 한다. 교육에는 주로 타인의 안녕을 기민하게 살피고, 언제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없으나 누군가를 위해 재능을 단련하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한다. 돌봄의 대상을 내 아이에서 이웃으로, 온 동네로 넓힌 이들은 이제 집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거실에서 나와 마을의 여러 무대에서 마주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준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흐름에 따라 연결된 마을 활동을 하나하나 쌓다 보면 어느새 삶의 자리가 달라지는 경험을 한다. 누군가는 환경 운동가로, 누군가는 정원사나 요리사로, 혹은 에디터로 마을에 필요한 활동가가 되어 다시 태어난다. 따로 배우지 않아도 온기를 느끼며 해낸 경험들이 강렬한 자극이 되는 것이다. 안전한 공동체 안에서 자유롭게 역량을 펼쳐본 이들이라면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그때 주식을 샀더라면…’과 같은 과거의 후회보다 현재의 온기에 집중한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이곳이 더할 나위 없는 배움의 장이다.

위스테이 별내는 입주 전 협동조합원으로 가입한 무주택자에게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내 집이 아닌 8년 임대주택으로, ‘사는(Buy) 집’이 아니라 ‘살기(Live) 위한 집’을 찾은 사람들이 모였다. 아파트를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은 주거 문제의 대안적 해결과 지속적인 공동체 운영을 미션으로 삼고 491세대를 이끌어간다. 이웃들과 언제든 얼굴을 마주할 수 있도록 법정 기준 대비 2.5배에 달하는 면적을 공용 커뮤니티 시설로 조성했다.


각종 동아리와 육아 모임 등 장르와 나이를 뛰어넘는 다양한 일상 모임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까닭은, 아파트 설계 단계에서 600명이 넘는 조합원이 공간 디자인에 직접 참여한 덕분이다. 당시에는 직접 살아보지 않았기에 실제 생활하며 생기는 구체적인 문제까지 다루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1년간 46번이나 의견을 조율하며 훈련한 경험은 앞으로의 갈등을 견디는 힘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뒤적이다 작년 5월 ‘꽁날(공동체의 날)’에 있었던 김밥 말이 행사 사진에 눈이 머물렀다. 각자 집에서 가져온 속재료를 길게 늘어놓고 일렬로 서서 하나로 연결된 ‘김밥 기차’를 만드는 행사로, 10m로 시작해 매년 조금씩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사진 속 이웃들이 김밥 옆구리가 터질세라 소중하게 들어 올리는 모습이 벅차다. 서로를 맞잡은 그 손들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마을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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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시선으로 더 나은 미래 정책을 고민하는 경기도 청년활동가 박시우(청년다음랩연구소)
청년 당사자로서 ‘모두의 지속 가능한 다음’을 고민하게 된 계기
어렸을 적부터 ‘장래희망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번듯한 정답을 하나 골라 말하곤 했습니다. 직업명을 듣고 별다른 질문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반응이 익숙해질 무렵, 어느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질문을 마주했습니다.
‘당신이 살고 싶은 사회는 어떤 모습입니까?’
폭우로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고 산불로 삶의 터전이 사라졌다는 기사, 즐겁게 떠난 수학여행에서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 이태원 거리에서 또래 친구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 사회초년생 청년 노동자나 실습생들이 일하다가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가 주변 학교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기사… 10대에서 20대까지 자라오면서 잊기 어려웠던 기사들의 내용입니다.
나의 교육도, 집도, 일터도, 살아갈 지구마저도 무엇 하나 지속가능하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이대로 정말 괜찮은 것인지 함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했습니다. 모두의 삶이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한 발 나아가고 싶은데, 도대체 무엇부터 해야 하는 것인지 막막했습니다.
해결되어야 하는 현실의 문제들은 무엇인지 당사자로서 고민하고,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계획하고 시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상상하고 싶었습니다. <청년다음랩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청년 다음학교’나 ‘청년정책 실험실’에 참여하게 된 계기도, 그 답을 찾아가기 위한 한 걸음이었습니다.
특히, 올해 초에는 수많은 시민이 광장에 모여 제가 진정 바라는 사회의 모습은 무엇인지 외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경쟁과 격차 속에서 무기력해지는 아이들을 방임하지 않는 사회, 포기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회,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존중하는 차별 없는 사회, 모두가 공동체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회, 일터와 집과 거리가 안전한 사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어떤 정부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는지 다함께 고민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청년미래사회정책을 상상하는 프로젝트에 함께 진행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우리들의 ‘피로’에도 대안이 필요하다.
저는 대학생 당사자로 구성된 연구팀 ‘우리 사이’의 팀원으로 속하여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대학생의 일상이 된 아르바이트, 학업을 병행하기 위해 휴식과 여가 시간을 줄이며 피로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는 주변 대학생 친구들을 떠올리며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자 했습니다.
‘공교육’은 공적 주체에 의해, 공적 재원으로, 공적 절차에 따라 운영되는 교육으로 공익을 목적으로 합니다. 헌법 제31조 1항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헌법에 명시된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는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공교육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한 교육 현실은 ‘입시 전쟁’이었습니다. 청소년들의 삶이 중노동에 가까운 학습 노동과 치열한 입시 경쟁 스트레스에 놓여 있기에 한국의 공교육은 ‘위기’라고 합니다. ‘청소년 자살률 1위’, ‘과도한 사교육비’, 어디서부터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대학생 당사자인 우리 연구팀은 공교육이 된 ‘대학 교육’을 상상해 보는 것부터 출발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대학 교육이 초·중·고등학교 교육처럼 공교육에 포함되어 대학 등록금이 무상화된다면, 대학생들에게 어떤 생활적 변화가 있을지 알아보고자 ‘공교육에 포함된 대학 교육이 주는 생활적 변화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나와 관련된 연구 주제를 직접 발굴하고 실현가능한 연구 주제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팀원들과 정책연구를 지원하는 코치님과 함께 다듬어지지 않은 질문이더라도 하나씩 쌓아가며 길을 찾아나가는 경험 자체를 배우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인식 조사의 참여 대상은 사립대학교에 다니고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대학생으로 설정하였으며, 연구팀원들 주변의 대학생 12명을 대상으로 1:1 인터뷰를 진행해 시사점을 도출하였습니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대학생 인터뷰이들과 인터뷰 시간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고, 시험공부와 장시간의 알바로 잠을 5시간밖에 못 잔 인터뷰이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충분히 생각하고, 몰입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팀원들과 종합했을 때, 경제적 어려움으로 등록금 이외의 대학 교육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는 대학생들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 학습권 침해에 대한 실태조사와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생에게 익숙한 ‘국가장학금’ 제도를 낯설게 보기
시사점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인터뷰이와 인터뷰 진행자 모두 ‘국가의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등록금 인상을 통제해 왔고, 이미 국가장학금을 통해 공적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 등록금 2천만 원 시대?’, 반값 등록금 운동으로 대학의 등록금 상한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의학 계열뿐만 아니라 2010년대에 이미 모든 계열의 등록금이 천만 원 이상으로 치솟았을지도 모릅니다. 인터뷰를 통해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와 국가장학금 연계 규제, 대학 재정지원으로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는 정책적 효과를 통해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이 실질적으로 완화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높은 보증금으로 청년으로서 주거 공간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지금의 현실에, 그에 준하는 ‘돈’의 무게가 하나 더 얹어졌을 일상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숨이 막힙니다. 2000년대 초중반의 학생들이 이미 살인적인 등록금을 감당해 내고 있었다는 것조차 이번 연구를 하며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국가에서, 지역의 단체에서, 부모님의 기업에서 다양한 형태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왜 만들어졌는지 과거의 상황을 통해 비로소 인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국가장학금’을 통해 공적 재원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서울에 내 집 한 채를 대출 없이 마련하겠다는 말처럼 서울에 있는 대학에 대출 없이 다니겠다는 말 역시 절대 닿을 수 없는 꿈으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다양한 활동과 학습에 집중해야 할 학생들을 저임금 아르바이트로, 더 착취적으로 일상을 구성하도록 몰아넣어서는 안 되기에 등록금 인상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이 더욱 느껴졌습니다.
동시에, 인터뷰를 통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가장학금 정책은 소득분위별, 계열별 차등을 두고 지원하고 있고, 성적 등의 자격조건을 갖춰야 하는 등 지원을 받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바탕에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 기조가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공고한 철학은 저를 포함한 주변 청년들이 대학 교육이 공교육화된다면 어떤 생활적 변화가 있을지 다양한 상상을 펼쳐보기 어려운 배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사립대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대학들이 계속해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의문스럽게 다가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국가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대학을 운영하는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왜 막대한 등록금이 사립재단의 재산 축적에 사용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장학금 제도가 우리에게 당연해진 것처럼, 등록금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대학 교육도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이 되어갈 수 있지 않을지 하는 기대와 함께 연구를 마무리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일상이 어떤 변화를 거쳐 구성되었는지 알게 되는 경험은 뜻밖이었습니다.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문제가 이 전에 비해 나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희망과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민도 연구자가 될 수 있다.
2025년 3월 22일, 청년다음정책실험실의 5개 팀이 최종 연구결과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피드백 청취를 진행하는 결과공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5개의 연구 주제는 ‘공교육에 포함된 대학교육이 주는 생활적 변화에 대한 대학생 인식조사’, ‘학교와 지역이 함께하는 미래교육공동체 가능성 탐구’, ‘집 · 주거비부담 완화를 위한 부동산 정책 청년 인식조사’, ‘청소년 · 청년의 사회참여활동 영향 연구’, ‘넷제로 시대 공공교통 활성화를 위한 액션플랜 연구’였습니다.

사진1. 청년다음정책실험실 결과공유회

이미지1. 공교육에 포함된 대학교육이 주는 생활적 변화에 대한 대학생 인식 조사 표지
‘우리 사이’ 팀은 전문가 특강과 자료를 통한 탐색을 바탕으로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의 도입 배경’을 정리하고, 인터뷰이들의 고민과 질문을 참고하여 ‘사립대학 등록금 관련 Q&A’를 제작하여 결과 공유회 보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첫 번째 발표 순서라 긴장되었지만, 공유회에 초청한 인터뷰이들이 인터뷰 중 들었던 질문들을 해소하고 새로운 관점의 고민을 이어나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다른 팀의 발표를 들으며, 5개의 연구 주제들이 서로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청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복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공유회와 리뷰 모임에서, 1기 청년다음정책실험실에서 고등교육 분야의 주제로 연구를 진행한 참여자들의 소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전 연구 결과 남았던 질문이나 실제 대학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사례를 덧붙여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연구하고, 새롭게 알게 된 인사이트를 서로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변화를 만드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당사자로부터 출발한 상상에는 힘이 있다.
사회의 변화가 너무 거대해 보일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한 걸음은 무엇인지 함께 객관화하고, 실제로 실천해 보는 경험이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당사자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에 몰두하기보다 ‘빠르게 돈을 모아야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압박을 받으며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막막한 미래 속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청년들의 밀접한 현실에서부터 시작된 상상일 수 있음을 기억하고, 앞으로 자기 문제를 주체적으로 고민해 가는 청년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그 기회를 만들어가는 일을 계속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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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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