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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노조하면 왜 남성 노동자를 떠올렸지?

    인터뷰가 계속될수록 내 안에 올라오는 질문이었다. 80년대 마산수출자유지역 여공으로 일하다 TC전자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조위원장이 된 사람. 16개월의 옥고를 치른 후, 안산과 서울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 경기지부장, 서울지부장을 역임한 사람. 고등학교 급식조리원들의 연장근로 수당 2.5배 쟁취하고, 서울 초등돌봄전담사 4시간 시간제 노동자들의 차별 시정 소송을 대법원 승소로 이끈 사람. 김정임 님은 싸우는 만큼 세상이 변한다.”라고 말한다. 그의 이야기는 대한민국 여성 노동운동의 역사였다.

     
     / ⓒ인터뷰이 제공
     

    Q 역대급 폭염에 건강하게 활동하며 일하는 일상이 궁금하다.

    현재 요양보호사로 주 5일 일하고 있다. 요즘 퇴근길에 더워서 서점에 들른다. 책 보며 마음을 식히다가 선선할 때 집에 와서 저녁 먹고, 공원 산책하며 운동한다. 한 달에 한 번 수지 에니어그램 강사 모임에 참여하고, 줌(Zoom)을 통해 화상으로 스님과 책을 읽는다. 인사동에서 써클댄스도 추고 친구와 만나 노래방에서 목청껏 노래도 부른다. 8월에는 딸과 사위들 생일에 부모님 제사까지 집안 행사로 바쁘지만 아주 즐겁게 보내고 있다.

     

    Q 요양보호사로 좀 멀리 출퇴근한다고 들었다.

    영등포에서 마곡으로 출근한다. 돌보는 어르신은 69세 파킨슨병으로 요양 등급 2급이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식탁과 의자를 깨끗이 닦는다. 파킨슨병 환자는 거동이 불편해 음식을 자꾸 흘리기 때문이다. 나는 식사 수발하고, 목욕시키고, 빨래 청소 음식 조리까지 한다. 가끔 휠체어로 공원산책도 하고 같이 장도 보고, 수명산 도서관에서 큰 글자 유아용 책을 빌려와 읽어드리거나 색칠 공부, 누워서 하는 요가 동작도 함께 한다.

    왕복 출퇴근 시간만 2시간 넘지만, 서로가 잘 맞아 정성으로 마주하고 있다. 예전에 안산에서 서울로 경기도 전역으로 하루 4시간 출퇴근하며 활동하던 경험이 쌓여서 힘든 줄 모르고 한다. 한 달에 120~150만원 4대 보험 빼면 빠듯한데, 큰 빚 없이 자립해서 감사하다.

     

    Q 강사로 활동한다는 수지에니어그램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소개한다면?

    '수지에니어그램'180장의 카드를 가슴과 양팔에 붙였다가 떼어가며 내가 누구인지, 나답게 사는 게 뭔지 참 나를 찾는프로그램이다. 수산나(수지) 선생님이 대안학교 청소녀들을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 시작했는데 전국에 10개 센터와 해외에 2개센터를 두고 있다. 나는 9번 유형인데, 생명을 살리고 사람을 넉넉하게 품어주는 넓은 품과 조용한 힘이 있는 유형이다. 나를 제대로 알면 나다운 삶을 살게 된다. 2018년부터 지인들에게 성당, 학교, 상담실과 집에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나눔을 하였고 일하는여성아카데미 교육위원으로 강의해 왔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부담 없이 수지에니어그램을 하는 게 꿈이다.

     
     / ⓒ일하는여성 아카데미
     

    Q 청년 시절 마산수출자유지역 노동자로 들어갔고, 그 지역에서 노동 운동한 걸로 안다.

    나는 거제도 출신이고 15녀 중 셋째 딸이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며 당연히 대학에 갈 줄 알고 모범생으로 공부했는데, 어머니가 강하게 반대했다. 남동생을 대학 보내야 한다는 이유였다. 울며 싸우다 결국 대학을 포기했다. 인문계 졸업하고 대학 안 가면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동네 친구를 따라 공장에 취업하러 마산으로 갔다.

    고등학교까지 시켜놨더니 왜 공장에 가냐.”

    내가 공장 간다니까 어머니는 울고불고 말리다가 쌀 한 되박을 싸서 보내주셨다. 마산 수출자유지역에 있는 일본계 전자 회사에 들어가 도장 날인 작업을 했다. 나중에는 임금과 환경이 훨씬 좋은 미국계 다국적 기업 ‘TC 전자로 이직해 본격적인 공장 노동자로 일했다.

     

    Q 공장 생활 중 삶의 커다란 전환점을 맞았다고 했다. ‘아욱실리움 기숙사가톨릭여성회관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가톨릭고등학교에 다닌 인연으로 살레시오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아욱실리움 기숙사에 들어가 공장에 다녔다. 거긴 수녀님들과 함께 매일 새벽미사를 하였고, 1980년 광주 항쟁 비디오도 거기서 처음 볼 수 있었다. 가톨릭 여성회관에서 이경숙 선생님이 진행하는 여성교실강좌를 들었는데, 내 눈이 번쩍 뜨이는 이야기였다. 그동안 부모님으로부터 받아온 성차별, 공장에서 여성 노동자로서 '공순이'라 불리며 받아온 차별이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노동조합이 무엇인지 알게 된 계기였다.

     

    Q 그러다 노동운동에 투신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이었나?

    1987년 노동자 대투쟁(7~9월 전국적으로 분출한 노동자들의 노동쟁의와 민주화운동) 당시 하루가 다르게 옆 공장들은 노조를 만드는데 우리 회사만 노조가 없었다. 어느 날 과장이 나를 불렀고, 현장분위기가 시끌시끌하고 일이 제대로 되지 않자 조회대 앞에 모아 놓고, 조용히 시키라며 나한테 마이크를 주었다. 내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여러분 어떻게 할까요? 일할까요? 나갈까요?” 뜻밖에도 모두 나가자!”“나가자!”소리쳤다. 순식간에 1,500명이 넘는 여공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와 임금 인상하라!” “인간답게 살고 싶다!”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회사는 목요일부터 4일간 휴업을 선포했고 우리들은 분임장 60명이 모여 아욱실리움 기숙사에 모여 밤새워 노조를 결성하였다, 월요일 노조 결성보고를 홍보하러 갔다가 회사 간부들에게 잡혀가 빨갱이라는 욕을 먹고 노조 간부였던 친구 2명과 함께 대구새마을연수 보내졌다. 2주후 회사로 복귀하니 60여명을 모아 놓고 노조강제 해산을 하게 했다. 그리고 기술과와 설비과로 부서이동을 당하였다. 온갖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19885월 비밀리에 여성 동지들과 노조를 재창립했다.

     
      / ⓒ인터뷰이 제공
     

    Q 노조를 와해하려는 구사대의 폭력이 대단했을 텐데 어떻게 계속 싸울 수 있었나.

    노조를 재창립하자 회사는 남자 구사대(救社隊, 노동운동 파괴를 목적으로 회사측이 만든 노동자 조직) 300명을 동원해 무자비한 폭행을 저질렀다. 온몸이 멍들고 집단 구타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이 소식이 창원 지역 남성 노동자들에게 전해지면서 지역 전체의 투쟁으로 번졌고, 결국 회사로부터 노조 인정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위장 폐업을 시도했고, 우리는 기계 출고를 막으며 1년 가까이 공장 점거 투쟁을 해야 했다. 198912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공권력이 투입되어 전원 연행되었고, 나는 업무방해 및 폭력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1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마산교도소와 원주교도소 독방에서 꼬박 실형을 살고 19915월에 출소했다.

     

    Q 감옥 생활은 어땠나? 감옥에 가기 전과 후를 비교해 달라.

    내가 감옥에 가기 전 농성장에서 동지들과 농성장 사수팀과 재정팀으로 다양한 재정사업을 했다. 볼펜 판매 양말 판매 대학축제 때 김치전 판매도 하고, 서울 본사 대사관 부산 영사관등을 다녔다. 교도소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독서와 편지쓰기였다. 원주교도소 독방에 홀로 수감되어 너무 외롭고 힘들 때 그에게서 편지가 왔다. 답장으로 마음을 나누었고, 출소하는 날 원주교도소 정문으로 그와 TC동지들이 대형 버스로 꽃다발과 두부를 들고 찾아왔다. 그도 나처럼 구속된 경험이 있어 노동자의 삶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했던 것 같다. 그 후 1992년에 우리는 결혼했고 두 딸을 낳았다.

     

    Q 경남의 여성 노동 활동가가 어떻게 안산시민이 되었나?

    2003년 남편이 서울에서 일하게 되면서 나를 올라오라 했다. 나는 마산창원 여성노동자회에서 일하며 지역 활동을 하고 있었다. 안산여노 회장과 남편이 먼저 만나 아파트 전세를 얻으니 나도 아이들과 함께 이사와서 다음 날부터 안산여성노동자회로 출근했다. 여성 노동자복지센터와 고용평등상담실을 맡았다. 한부모자녀들과 체험학습 등, 실업계고등학교 노동법·최저임금 내 권리찾기 등 강의활동과 직장 내 성희롱예방교육 강사 활동을 하였다.

    특히 직장 내 갑질과 최저임금 위반으로 힘들어하던 청소 노동자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를 노동부 진정으로 처벌받게 하고, 출산·육아휴직 상담, 홈플러스 매대 노동자 상담으로 수많은 여성 노동자를 노조 조합원으로 연결했다. 한양대 안산캠퍼스 청소미화원 조합원들과는 풍물과 민요를 함께 배우고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 ⓒ인터뷰이 제공
     

    Q 그러다 안산을 넘어 전국여성노동조합 경기지부장과 서울지부장이 된 건가.

    안산시흥지부, 부천지부. 영양사지회. 사서지회가 주춧돌이 되어 전국여성노동조합 경기지부를 창립하였고 나는 안산여노 고용평등상담실 일과 안산시흥지부장를 겸하다 경기지부 조직국장이 되었다. 이후 경기지부장이 되었다. 안산 한양대 청소미화원 조직과 안산 지역 고등학교 급식조리원들의 처우개선 투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중식·석식으로 하루 4시간 넘게 연장근로를 하는데 학교는 2시간만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하였다. ‘연장근로근로기준법이 바뀌는 시점이었다. 조리원들은 억울해하며 어떻게 하면 일한 만큼 댓가를 받을 수 있는지 상담해 왔다. 공동교섭을 요구했으나 경기도 교육청은 사업주가 아니라며 교섭에 임할 수 없다고 했다.

    1년 가까이 고등학교를 돌며 교섭을 벌인 결과 연장근로 수당을 1.5배가 아닌 2.5배로 받는 단체협약을 타결해 냈다. 또한 서울지부장 시절에는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을 조직하여 4시간 시간제 초등돌봄전담사들의 차별 시정 투쟁을 시작하여 지노위 중노위 지법 고법 대법원까지 가서 차별 시정 판정을 받았고 그동안 차별 받았던 것을 보상받았다. 노동조합을 하면서 억울하면 싸우는 만큼 세상이 변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급식 조리원들도 초등돌봄전담사들도 똘똘 뭉쳐 싸운 결과다. 유능한 김재진 노무사님과 공감 변호사님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연대해 준 덕분이다.

     
     / ⓒ인터뷰이 제공
     

    Q 안산여성노동자회에서의 활동과 연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가?

    안산여노에서 근무할 때 고용평등상담실 상담이 주 업무였다. 직장 내에서 여성노동자가 받는 성차별과 불합리한 차별에 대한 상담전화를 받고 무료 변호사를 선임하여 행위자인 상사가 처벌받고 억울한 노동자가 제 자리로 돌아갈 때 행복했다.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이 삭감되니 퇴사했다. 그래도 한 달 한 번 뚜뚜(뚜벅뚜벅 걷기)’ 소모임 회원들과 함께 걷고 여행한다. 늘 일에 쫓기고 바빴지만, 페미니즘 토론토임 이프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줌이라 퇴근 후 할 수 있어 좋다. 무디어지기 쉬운 여성 노동과 성평등 이슈를 다양한 연령의 남녀가 함께 책과 영화로 토론한다.

     
     / ⓒ인터뷰이 제공
     

    Q 평생 여성 노동운동을 해왔고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해 싸워왔는데, 중년에 가장 저임금 돌봄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이런 여성의 노동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20대 때는 공장에서 산업역군이라며 착취당하고, 30~40대에는 IMF를 거치며 비정규직으로 내몰렸는데, 60이 된 지금도 최저임금 수준의 돌봄 노동자다. 그동안 대학원도 나오고 사회복지사, 평생교육사 등 자격증을 땄지만 중년 여성노동은 여전히 단시간·저임금 비정규직이다. 급식, 청소, 돌봄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 노동임에도 적정임금도 정당한 대우도 거리가 멀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며 그렇게 싸웠는데 딸 세대마저 2년 계약직을 전전하는 걸 볼 땐 마음이 아팠다. 싸우는 만큼 세상이 변하는 걸 경험했는데, 세상은 여전히 쉽게 바뀌지 않는구나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요즘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평정심을 찾으려 한다.

     

    Q 현재 삶에 어려움, 또는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말해 달라.

    남편과의 관계가 숙제로 남아 있다. 동지적으로 잘 살 줄 알았는데 그는 지금 나 말고 다른 곳이 좋다고 멀리 떠나 산다. 내가 오래 가슴에 품어온 버킷리스트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10월에 1617일로 친구들과 함께 다녀오게 됐다. 그리고 곧 태어날 첫 손주 만날 날을 설레며 기다리고 있다. 노동조합 활동할 때 가장 당당하고 에너지 넘쳤던 것처럼, ‘수지 에니어그램이라는 좋은 도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따뜻한 활동을 마음껏 펼치며 살아가고 싶다.

     / ⓒ인터뷰이 제공

     

     

    여공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장까지
    꿀벌

    조회수 114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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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와 마을을 잇다”…경기마을교육공동체, 31개 시군 연대로 새로운 출발

     
      /경기도 31개 시군 연대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7월 11일 공식 출범했다 ⓒ에디터 다참

     

    저출생, 학교 통폐합, 지역 소멸, AI시대…. 급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학교 교육만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다시 경기도 곳곳의 마을을 연결했다.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멈췄던 경기도 마을교육 네트워크가 31개 시군을 아우르는 ‘경기마을교육공동체’로 다시 출범했다. 학교와 마을, 행정과 시민이 함께 교육을 책임지는 새로운 교육자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7월 11일 화성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열린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출범식에는 교육활동가와 교사, 학생, 학부모, 정치권, 교육청 관계자들이 참석해 교육자치 플랫폼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했다.

     /31개 시군 지부는 각자의 마을교육 영역에서 홍보 피케팅을 준비해 와 알리고 있다. ⓒ에디터 다참

     


     

    멈췄던 연대, 다시 하나로…경기도 31개 시군 광역교육네트워크 출범

     

    이번 출범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이는 구명옥 추진위원장이 소개한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출범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경기마을교육공동체협의회가 활동했지만, 이후 중단됐다”라며,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활동가들이 다시 힘을 모아 광역 네트워크를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6년 3월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공식 출범한 이후 14개 분과를 중심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경기도 31개 시군으로 조직을 확대했다”라며, “오늘 창립총회는 그동안 준비해 온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마을교육공동체는 그동안 정책 협약과 교육정책 제안, 회원 조직 정비, 네트워크대회 개최 등을 추진하며 광역 조직의 기반을 다져왔다.

     
      /이영식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초대 이사장이 출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더 큰 조직보다 더 단단한 교육공동체를 만들겠습니다”

    출범식 직전 대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이영식 초대 이사장은 “31개 시군이 함께하는 광역 네트워크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고, 누군가는 제 생각을 망상이라고도 했지만, 오늘 이 자리는 기적처럼 만들어졌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풀뿌리 교육운동을 넘어 교육자치 플랫폼으로 사람을 잇고, 마을을 잇고, 미래를 잇는 새로운 역사를 31개 시군이 함께 만들어 가겠다”라고 선언했다.

    경기도 31개 시군 전체를 하나의 학습공동체로 연결해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교육의 주체가 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이영식 이사장은 “지역을 돌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함께할 사람이 줄어 들었다’, ‘모일 공간이 없다’, ‘혼자 버텨 왔다’라는 이야기였다”라며, “마을교육 활동가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사업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찾아갈 수 있는 공동체와 함께 기댈 수 있는 동료”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조직이 아니라 가치의 연결”이라며, “학교와 마을, 교육청과 지방정부, 대학과 기업, 주민과 시민이 함께하는 교육자치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더 큰 조직이 아닌 서로 기대고 도와 줄 수 있는 더 단단한 공동체를 지향하겠다는 의미이며, 교육이 지역을 살리고 지역이 다시 교육을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학교와 마을의 벽을 허물겠습니다”

    교육청의 역할도 분명했다. 마을교육 활동가들이 지역에서 교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행정의 문턱을 낮추고, 학교와 지방정부를 연결하는 지원 체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마을교육공동체를 ‘벽 깨기 교육’의 연장선으로 소개했다.

    안 교육감은 “학교와 지역, 교육청과 시청의 벽을 허무는 것이 우리 교육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20년 넘게 이야기해 왔다”라며 “마을교육공동체 시즌2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즌2의 핵심 과제로 ▲31개 시군 전체가 참여하는 조직 ▲읽기(R)·문화예술(A)·스포츠(S)를 중심으로 한 ‘RAS 교육’ ▲교육청과 지방정부가 함께하는 협력체계를 제시했다.

    이어 “학교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시설이 필요하면 시설을 지원하고, 예산이 필요하면 예산을 지원해 마을교육공동체가 날개를 달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밝혔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마을교육공동체 시즌2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마을이 우리들의 교실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마을교육 활동가들만이 아니었다.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는 마을교육이 정책을 넘어 일상 속 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안성 공도초등학교 4학년 박지후 학생은 “예전에는 학교 안에서만 배우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마을 곳곳이 교실이 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라며, “어린이들의 꿈이 마을 안에서 더 크게 자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고 제안했다.

     /김아리 학생과 이슬기 학부모가 마을교육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김포 양곡고등학교 2학년 김아리 학생도 “학교와 학원만 오가던 마을이 이제는 배움과 놀이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설렜다”라며 “마을 어른들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학부모 이슬기 씨는 “학부모는 단순한 교육의 소비자가 아니라 마을의 자원이 아이들에게 잘 연결되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라며 “학교 담장을 넘어 교육의 동반자로 함께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학교도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현장에서 마을학교를 운영해 온 김봉수 남창초등학교 교장은 학교와 마을의 협력이 가져온 변화를 소개했다.

    그는 “마을은 열심히 노력했지만 학교가 함께하지 못해 허공의 메아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학교장과 마을학교장을 함께 맡으면서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라며, “학교도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앞으로 시즌2에서는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명옥 추진위원장이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추진해야 할 6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지속가능한 교육생태계 구축을 위한 6대 과제

    이날 출범식에서는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도 발표됐다.

    구명옥 추진위원장은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제정 추진 ▲마을교육공동체 기본법 제정 추진 ▲경기도 31개 시군 거점 마을학교 운영 ▲마을교육공동체지원센터와 마을교육대학 설립 추진 및 마을교육사 양성 ▲주민 참여형 교육자치 실현 ▲돌봄과 배움이 연결되는 지역 교육공동체 구축 등 여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현장의 실천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과 제도를 함께 만들겠다”라며,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변화도 함께라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출범식은 단순히 새로운 단체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학교와 마을이 따로 존재하던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 전체가 아이들의 배움을 책임지는 새로운 교육자치 모델을 함께 선언한 자리였다.

    그리고 이날 제시한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풀어가야 할 숙제는 결코 녹록지 않아 보인다. 구명옥 추진위원장의 말처럼 현장의 실천을 반드시 법적·제도적으로 연결해야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31개 시군을 연결하는 광역 네트워크를 넘어 교육정책을 제안하고 현장을 잇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학교와 마을을 잇다 : 경기마을교육공동체, 31개 시군 연대로 새로운 출발
    다참

    조회수 142

    2026-07-23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94223일 오전 6,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앞바다. 해저 탄광 장생탄광(長生炭鉱)에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당시 갱 안에 있던 183명은 탄광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 중 다수가 조선에서 끌려온 노동자들이었다. 사고는 단 몇 시간 만에 183명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오랫동안 역사의 기록 바깥에 머물러야 했다.

     

    이 사고는 천재지변이 아니다. 인재이고, 산업재해다. 해저탄광은 안전을 위해 해저면으로부터 47m 이상 깊이에서 작업해야 했다. 그러나 장생탄광의 가장 깊은 곳에서 해저면으로부터 깊이가 법적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37m였다. 너무 얕게 판 탄광이었고, 그것이 바닷물 유입으로 이어졌다. 규정을 어긴 채 운영되던 탄광이었다. 더 많은 석탄을 캐내기 위해 안전을 무시한 결과였다. 위험한 작업환경 탓에 일본인들은 그곳에서 일하기를 피했고, 그 자리를 강제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들이 채웠다. 게다가 그들은 창씨개명으로 이름마저 바뀐 상태였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뒤에도, 그들은 본래의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고, 가족들은 사고 사실조차 알 수가 없었다. 식민지 지배의 구조가 죽음 이후까지 사람의 흔적을 지운 셈이었다.

     

    그 이름을 되찾으려는 시도가 시작된 건 사고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1990년대였다. 1991년에 일본 시민단체 장생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새기는 모임’)이 발족했다. 일본 시민들은 조선인 희생자 명부를 발견하고, 한국으로 편지를 보냈다. 희생자들의 창씨 성이 아닌, 본래 성을 찾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국가도 기관도 아닌, 평범한 시민들의 손에서 출발한 연락이었다. 그 편지 한 통이 한국 유족회 창설로 이어졌고, 이후 추모비도 세울 수 있었다. 오랫동안 이름 없이 바다 아래 잠들어 있던 희생자들에게, 비로소 추모의 공간이 생긴 것이다.


    [사진 1] 빗속의 장생탄광 수몰사고 희생자 추모비. 나란히 선 두 기둥에는 각각 '강제연행 한국 조선인 희생자', '일본인 희생자'라고 새겨져 있다. 두 기둥이 분리된 데는 이유가 있다. 희생자 중에는 조선인뿐 아니라 일본인도 있었지만, 조선인 유족회는 일본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새기는 모임'은 그 마음을 받아들여, 두 개의 기둥을 따로 세웠다.

     

    이 흐름의 중심에 있는 단체가 바로 새기는 모임이다. 일본 현지에서 활동하는 시민 모임으로, 탄광 현장 안내와 추모 행사, 유족과의 연대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현재 이노우에 요코(井上洋子)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교류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2019년에는 문재인 정부에 장생탄광 현장 방문을 요청하는 서한을 직접 보내기도 했다. 이 요청은 실제로 이어져, 행정안전부 담당 부서가 현장을 방문했고, 이후 한국 정부는 유족 약 80명의 DNA를 보관하기로 했다. 언젠가 유골이 수습될 때 유족과 연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림 자료화면 : 오마이 포토 2026.02.27. 김지운

     

    그리고 그 '언젠가'가 현실이 됐다. ‘새기는 모임은 시민들의 후원금을 모아 2024, 오랫동안 닫혀 있던 탄광 입구(갱구)를 다시 여는 작업을 시작했다. 여러 시민과 단체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일이었고, 자원한 잠수부들이 직접 수중 작업에 나섰다. 20258월과 20262월에, 각각 유골 한 구를 수습하는 데 성공했다. 유골에 붙어 있던 치아 덕분에 유전자 감식도 가능해졌다. 20261월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장생탄광 DNA 감정 추진이 합의됐고, 한국 정부는 같은 해 5월 발굴 유해를 대상으로 DNA 감정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2] 2024년 재개방된 장생탄광 갱구. 파란 방수포와 모래주머니로 둘러싸인 갱구 입구에 "희생자의 존엄 회복을 위해, 일본정부의 신속한 유해 수습과 반환을 요구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갱구까지 이어지는 접근로는 탄광을 운영했던 회사의 자손이 소유한 사유지로, 작업에 있어 협조를 얻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작업 중 잠수부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의 이름은 웨이 수, 대만 국적의 베테랑 잠수사였다. 웨이 수는 장생탄광 유해 발굴 소식을 듣고 국적은 다르지만,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고 싶다고 자원한 사람이다. ‘새기는 모임은 그를 추모하는 의미로, 1년간 유골 수습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림 자료화면 : 현대불교 2026.02.09. 관음종 웨이 수 잠수사, 왕생극락 기원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바다 아래 있던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기억하고, 이름을 돌려주려는 사람들도 있다. 국경을 넘은 편지에서 시작해, 유족회와 추모비로, 정부 방문 요청으로, 갱구 재개방으로 이어진 이 흐름은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새기는 모임의 활동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묵묵히, 오래,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계속되고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KBS 508회 수몰83갱구를 열었다. https://youtu.be/WsWUD5KRnZU?si=W02zGBzdtFreWSVE

     

     

    바다 아래 잠든 이름들을 찾아서 – 장생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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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29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도입 풍요 속의 빈곤, 그리고 나눔의 역설

    세계 10대 농업 수출국 중 하나인 네덜란드. 좁은 국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농업 기술로 막대한 식품을 생산하는 이 나라에서, 동시에 수십만 명이 식품 지원 없이는 한 주를 버티지 못하는 현실이 공존한다. 풍요와 결핍이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이 역설은 비단 네덜란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나라이면서, 동시에 결식 아동, 독거 노인, 저소득층의 먹거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음식은 단순한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먹는 것을 함께한다는 것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음식을 나누는 방식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단순한 구호 활동이 지역 공동체를 잇는 공익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푸드뱅크(Voedselbank) 운동은 이 가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2002년 로테르담의 한 부부가 시작한 작은 나눔에서 출발해, 오늘날 전국 179개 거점과 500개 이상의 배급 포인트를 갖춘 시민 주도 공익 네트워크로 성장한 이 운동은, 음식 나눔이 어떻게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2. 푸드뱅크의 탄생 로테르담의 한 부부에서 시작된 이야기

    세계 최초의 푸드뱅크는 1967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탄생했다. 존 반 헹겔(John van Hengel)이라는 자원봉사자가 지역 교회 급식소에서 일하다가, 슈퍼마켓에서 버려지는 멀쩡한 식품들을 모아 가난한 가정에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였다. 그의 아이디어는 미국 전역으로 퍼졌고, 이후 유럽으로 건너가 1984년 프랑스에서 최초의 유럽 푸드뱅크가 열렸다. 벨기에가 1986년에 뒤를 이었다.

    네덜란드는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었다. 2002, 로테르담에 사는 샤크(Sjaak)와 클라라 시스(Clara Sies) 부부가 네덜란드 최초의 푸드뱅크를 설립했다. 두 사람은 사업 실패로 직접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후, 과잉 생산된 식품과 빈곤층의 식품 부족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싶었다. 이들이 세운 비영리단체 '마이너스플러스(MinusPlus)'는 처음에 30가구에 식품을 전달하는 작은 프로젝트였다.

    초기에는 기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러다 200211, 지역 신문에 기사 하나가 실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기사가 나간 다음 날부터 전화가 폭주했다. 차량, 창고, 로고 디자인 지원이 쏟아졌고, 도움을 원하는 가정과 식품을 기부하겠다는 기업이 동시에 몰려왔다. 20032월에는 TV 뉴스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로테르담의 작은 실험은 급격히 확산되었다.

    20059월 전국에 22개였던 푸드뱅크는 불과 석 달 만인 12월에 40개를 넘어섰다. 2008년에는 경제 위기를 계기로 전국 단위 재단인 '스티흐팅 푸드뱅크 네덜란드(Stichting Voedselbanken Nederland)'가 결성되었고, 2013년에는 '네덜란드 푸드뱅크 연합(Vereniging van Nederlandse Voedselbanken, VNV)'으로 재편되어 공식 전국 조직으로 자리잡았다.

     

    3. 구조와 운영 방식 시민이 만들고 시민이 운영한다

    오늘날 네덜란드 푸드뱅크 네트워크는 전국 179개의 독립 푸드뱅크와 500개 이상의 배급 포인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 거대한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한다는 점이다. CEO부터 식품 포장 담당자, 배송 기사까지 모든 역할이 무보수 자원봉사로 이루어진다. 전국적으로 약 11,000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 중이다.

    운영 방식은 명확하고 효율적이다.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 사이, 자원봉사자들이 슈퍼마켓, 식품 제조사, 유통 업체를 돌며 판매하지 못하는 잉여 식품을 수거한다. 유통 기한이 임박했거나 포장이 손상됐지만 식품으로서는 문제가 없는 것들이다. 목요일에는 수거한 식품을 가정별 꾸러미로 포장하고, 금요일에는 이용자들이 직접 푸드뱅크를 방문해 꾸러미를 가져가거나, 거동이 어려운 경우 배달을 받는다. 로테르담 지부의 경우 주당 약 80,000kg의 식품을 처리하며 6,700가구를 지원한다.

    식품 공급의 안정성은 오랜 협력 관계 덕분에 가능해졌다. 푸드뱅크 연합은 알버트 하인(Albert Heijn), 점보(Jumbo), 리들(Lidl), 알디(Aldi) 등 네덜란드 주요 슈퍼마켓 체인과 장기 계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잉여 식품을 공급받는다. 2016년에는 이 협력 체계를 더욱 공식화하는 대형 계약이 체결되었다. 네덜란드 정부도 2018'음식 낭비 제로(United Against Food Waste)' 캠페인을 통해 기업이 잉여 식품을 기부할 경우 법인세 전액 공제 혜택을 부여해 식품 기부를 제도적으로 촉진했다.

    지원 대상은 명확한 기준을 갖는다.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이고 의무적인 지출(임대료, 의료비, 채무 상환 등)을 제외한 가처분 소득이 거의 없는 가구가 대상이다. 지원은 원칙적으로 일시적이다. 푸드뱅크의 철학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자립을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지역 푸드뱅크는 채무 상담, 취업 연계, 지역 복지 서비스 등 다른 공익 기관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이용자의 자립을 지원한다.

      

    4. 음식 너머의 공동체 나눔이 만드는 사회적 연결

    네덜란드 푸드뱅크 운동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음식 지원 자체를 넘어선 공동체적 기능이다. 연구자들은 푸드뱅크가 단순한 식품 재분배 기관을 넘어, 빈곤과 고립 속에 있는 사람들이 사회와 연결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만나고, 자원봉사자와 이용자가 관계를 형성하며, 지역 사회의 유대가 만들어진다.

    암스테르담의 푸드뱅크 지부는 주당 1,300가구에 약 5유로(7,000)의 비용으로 식품 꾸러미를 전달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대규모 지원이 가능한 이유는 자원봉사 기반 운영 구조와 기업의 잉여 식품 기부 시스템 덕분이다.

    네덜란드의 식품 나눔 운동은 푸드뱅크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붜르트뷔크(BuurtBuik, 동네 배)' 같은 이니셔티브는 슈퍼마켓과 레스토랑의 잉여 식품으로 지역 주민이 함께 무료 식사를 만들어 나누는 방식으로, 음식 나눔이 동시에 고립과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장이 된다. 자원봉사자와 이웃들이 함께 모여 요리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이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테이스트 비포 유 웨이스트(Taste Before You Waste)'2012년 설립된 단체로 음식 낭비 방지와 공동체 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암스테르담, 위트레흐트 등에서 매주 '낭비 없는 저녁 식사(Wasteless Dinner)'를 열어 버려질 뻔한 식품으로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며 음식 낭비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 헤이그에서 활동하는 '버르스 앤 브레이(Vers & Vrij)'는 지역 레스토랑의 남은 음식을 도시 곳곳의 공용 냉장고 26개에 채워두는 방식으로 누구나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게 한다. 신뢰와 연대를 원칙으로 운영되며, 각 냉장고는 월 약 250명에게 식품을 제공한다.

    이 모든 이니셔티브들이 공통으로 지향하는 것이 있다. 식품 낭비를 줄이는 환경적 목표와 빈곤층을 지원하는 사회적 목표, 그리고 이웃 간의 연결을 만드는 공동체적 목표가 하나로 묶인다는 점이다. 음식은 그 모든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는 매개가 된다.

     

    5. 수치로 보는 현황 성장의 이면에 있는 과제  

    2026년 초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네덜란드 푸드뱅크 이용자 수는 전년도 144,750명에서 7.5% 증가한 155,600명으로 늘었다. 연합 측은 보충 연금이 없는 고령자, 자영업자, 저임금 근로자 등 새로운 계층이 점점 더 식품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요금 급등이 겹치면서 20224분기 이용자가 전 분기 대비 30% 급증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네덜란드 푸드뱅크 네트워크는 총 4,000만 킬로그램의 식품을 190,000명에게 배분했다. 이는 동시에 엄청난 양의 음식물 낭비를 막은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푸드뱅크의 성장 자체가 역설적인 측면도 있다. 연합 측은 이 지원이 어디까지나 임시적이어야 하며, 복지 국가가 충분한 안전망을 갖추고 있다면 장기 이용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용자의 9%가 최대 허용 기간인 3년 내내 푸드뱅크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풍요로운 사회에서도 구조적 빈곤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푸드뱅크 연합은 단순한 식품 배분에 그치지 않고, 네덜란드 정부에 빈곤 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정책 제언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친다. 2026년 초에는 의회 원내교섭단체 대표들에게 서한을 보내 노동 참여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취약 계층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시민 주도 공익단체가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6. 한국 푸드뱅크와의 비교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한국에도 푸드뱅크가 있다. 1998IMF 경제 위기 직후 노숙인과 결식 아동 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한국 푸드뱅크는, 현재 전국 푸드뱅크 1개소, 광역 17개소, 기초 푸드뱅크 297개소, 기초 푸드마켓 131개소 등 총 450여 개소가 운영 중이다. 2022년 기준 월평균 약 41만 명이 이용하고, 한 해 약 1,517억 원 상당의 식품이 지원됐다.

    구조적으로 보면 한국 푸드뱅크는 보건복지부의 지도·감독 아래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위탁 운영하는 반관반민 체계다. 광역 자치단체와 기초 자치단체의 행정 체계 안에서 작동하며, 정부 예산이 운영의 핵심 재원이 된다.

    네덜란드 푸드뱅크와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난다. 네덜란드 모델은 완전한 시민 주도 자원봉사 체계로 운영되며, 운영 비용의 상당 부분을 기업 후원과 자원봉사로 충당한다.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제도적 지원을 하지만, 운영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시민 자원봉사 조직이다. 반면 한국 모델은 정부 보조금과 행정 체계에 의존하는 구조가 강하다. 이로 인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민 자발성과 지역 밀착성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측면도 있다.

    또 다른 차이는 네트워크의 성격이다. 네덜란드의 각 지역 푸드뱅크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도 연합 조직으로 연결되어 있다. 지역별 필요와 특성에 맞게 운영 방식을 조정할 자율성이 있으며, 지역 기업, 교회, 지역 단체와의 협력 관계를 각자 구축한다. 한국의 경우 전국 단위 물류 체계와 행정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만, 지역 단위의 자발적 공동체 형성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음식 나눔이 지역 공동체를 잇는 문화적 기능, 즉 함께 먹고 함께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웃과 연결되는 경험은 네덜란드의 붜르트뷔크나 테이스트 비포 유 웨이스트 같은 풀뿌리 이니셔티브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한국의 경우 공동체 식사 문화가 사라지는 추세와 함께, 먹거리 지원이 '물건을 전달하는 행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7.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네덜란드 푸드뱅크 운동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수 있는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음식은 공익활동의 강력한 접점이다. 먹거리는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누구나 공감하며, 가장 일상적인 방식으로 공익에 참여하게 만든다.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농산물 잉여 문제와 저소득층 먹거리 지원 문제는 동시에 존재한다. 지역 농산물 잉여를 취약 계층에 연결하는 방식, 지역 기업과 식품업체의 잉여 물품을 지역 내에서 순환시키는 구조 설계는 충분히 가능한 과제다.

    둘째, 자원봉사가 공익 생태계의 뼈대가 된다. 네덜란드 푸드뱅크가 전국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11,000명의 자원봉사자가 이 모든 것을 운영한다. 공익활동의 지속 가능성은 재정만큼이나 사람의 참여에 달려 있다. 자원봉사자 참여를 공익활동의 중심에 놓고, 그 경험이 의미 있게 기록되고 공유될 때 생태계는 자생력을 갖는다.

    셋째, 나눔은 고립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급격한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인해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붜르트뷔크처럼, 음식을 함께 준비하고 나누는 활동이 이웃 간 연결을 만들고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는 방식은 경기도의 다양한 시·군에서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다. 먹거리 복지가 단순한 지원을 넘어 공동체 형성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무리 음식 한 꾸러미가 만드는 세계

    2002년 로테르담의 샤크와 클라라 시스 부부는 한 달에 30가구에 식품을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시작한 운동은 매주 155,000명 이상을 먹이고, 수천만 킬로그램의 음식이 쓰레기가 되는 것을 막으며, 수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지역 공동체를 잇는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이 성장은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이웃의 어려움을 보고, 버려지는 음식이 아깝다는 생각으로, 가능한 것부터 시작한 것이었다. 경기도 곳곳에서 공익활동을 이어가는 단체들과 활동가들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변화는 종종 가장 일상적인 것, 가장 구체적인 것에서 시작된다. 음식 한 꾸러미, 이웃의 밥 한 끼, 함께하는 식사 한 번이 공동체를 잇는 씨앗이 될 수 있다.

     


     

    참고 자료

    - Voedselbank Rotterdam 공식 홈페이지 역사 : https://voedselbank.nl/20jaar/verhaal/lesje-geschiedenis

    Canon Sociaal Werk Nederland 2002년 푸드뱅크 로테르담 : https://mobile.canonsociaalwerk.eu/nl/details.php?cps=47

    IsGeschiedenis 푸드뱅크의 역사 : https://isgeschiedenis.nl/nieuws/de-geschiedenis-van-de-voedselbank

    IamExpat 네덜란드 푸드뱅크 : https://www.iamexpat.nl/expat-info/dutch-news/food-banks-netherlands

    Leiden International Centre 네덜란드의 푸드뱅크 : https://www.leideninternationalcentre.nl/get-advice/blogs/food-banks-in-the-netherlands

    Food Bank Limburg South 일반 정보 : https://www.voedselbanklimburg-zuid.nl/en/algemene-info/

    NL Times 2023년 이용자 안정화 : https://nltimes.nl/2023/03/06/number-people-requiring-food-bank-help-stabilized

    PMC Food insecurity and the covid pandemic: uneven impacts for food bank systems in Europe :

    BuurtBuik Amsterdamian 소개 : https://amsterdamian.com/see/photos/food-waste-initiatives-netherlands/

    Taste Before You Waste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tastebeforeyouwaste.org/

    - 전국푸드뱅크 공식 홈페이지 기관 소개 : https://www.foodbank1377.org/introduce/foodbank.do

    -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복지넷 푸드뱅크 사업 소개 : https://www.bokji.net/ssn/bin/08.bokji

     

    음식으로 잇는 지역 공동체-네덜란드 푸드뱅크
    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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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11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권리가 되는 안산을 꿈꾸며

    안산시 장애인권리보장 정책실현 시민대토론회를 다녀와서

    2026429|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

     
      / 투쟁을 하는 장애인, 하트를 하는 정치인 ⓒ에디터 윤작가

     

    [ 토론회 순서 ]

    좌 장 권달주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


    발 제 안산시 장애인 정책의 현재와 대안 / 김병태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안산시지부 지부장]


    사례1 장애인 이동권은 삶이다 오성현 (상록수IL센터 동료상담가)

    사례2 장애인 학습권 보장하라 임영채 (경기IL센터협의회 안산시지부 동료상담가)

    사례3 우리도 일하며 살고 싶어요 김문경 (상록수IL센터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노동자)

    사례4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멋에 산다 임현수 (전국장애인탈시설연대 경기지부장)


    토론1 안산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역할 이재민

    토론2 장애인 평생교육 김선영 (안산나무를심는장애인야학 교장)

    토론3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조례의 필요성 조은소리

    토론4 안산시 장애인 탈시설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과제 전유리

    토론5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 이동권의 행정 장벽 철폐와 주거 선택권의 확장 김정아

    토론6 장애인건강보건관리종합계획의 의의와 한계, 안산 지역에서의 실천 과제 팔도


    종합토론 질의·응답

     

     
     / 자료집과 순서와 목차 ⓒ에디터 윤작가
     
    우리나라에서 휠체어가 다니기 제일 좋은 곳

    우리나라에서 휠체어가 다니기 가장 좋은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공항이다.

    캐리어를 끄는 사람들 때문에 공항 바닥은 반질반질하다. 턱도 없다. 경사로도 있다. 엘리베이터가 아주 넉넉하다. 모든 이동 동선이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건 휠체어 타는 장애인을 위해서가 아니다. 캐리어를 끄는 비장애인이 불편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씁쓸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오래도록 이런 세계에서 살아왔다.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진 편의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조건이 되는 세계. 그러나 그 '다른 누군가'는 처음부터 설계의 이유가 아니었던 세계.

    429,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안산시 장애인권리보장 정책실현 시민대토론회'는 그 씁쓸함에 정면으로 맞서는 자리였다. 회의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얼굴에는 오래 참아온 사람들 특유의 조용한 단단함이 있었다.

    기다림이라는 이름의 차별

    발제를 맡은 김병태 지부장이 첫 말을 꺼냈다. "장애인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헌법과 UN 장애인권리협약이 보장하는 당당한 권리의 주체입니다." 안산에 살아가는 32천여 명의 장애인 시민들이 예산의 효율성이라는 벽 앞에서 더 이상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선언이었다.

    이동권 사례를 발표한 오성현 님의 말은 그 선언을 삶의 언어로 번역해주었다.

    "어쩌다 시간에 맞게 딱 콜이 잡히는 날에는 정말 로또라도 맞은 것처럼 기분 좋은 날입니다."

    하모니콜. 안산시의 특별교통수단이다. 관내 평균 대기시간 28, 관외 38. 출퇴근 시간대에는 최대 2시간을 기다린다. 하루 이용 횟수는 4번으로 제한되어 있다. 눈비가 오면 더 오래 기다린다. 오성현 님은 퇴근도 못 한 채 휠체어에서 잠이 든 날이 있다고 했다.

    비장애인에게 이동은 그냥 나가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이동은 계획이고, 기다림이고, 운이다. 같은 도시에 살면서, 같은 시민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발제에서는 차량 1대당 운전원 2.5명 확보와 일일 16시간 운행 전면 보장, 수도권 즉시콜 시스템 도입, 와상장애인 전용 특별교통수단 도입이 요구됐다. 또한 모든 버스정류장과 보도의 배리어프리 전수조사, 소규모 상업시설 경사로 설치 비용 전액 지원도 제안됐다. 이것들은 요청이 아니라 권리다. 공항 바닥이 반질반질한 것처럼, 당연해야 할 것들이다.

     
     / 좌측부터 사례발표자 김문경님, 임현수님, 발제자 김병태님 ⓒ에디터 윤작가

    배움과 일, 그리고 존엄

    임영채 님이 조용하게 말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데, 우리에게 배움은 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안산에서 장애인이 교육받을 수 있는 공간은 '안산나무를심는장애인야학' 단 한 곳뿐이다. 장애 성인의 54.4%가 중졸 이하의 학력에 머물러 있다.

    배움이 닫히면 지역사회로 나가는 문도 함께 닫힌다. 장애인 평생교육지원센터 신설과 문해교육 기본교육과정 지원, 이것은 교육부의 일이 아니라 안산시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다.

    권리중심맞춤형공공일자리에서 일하는 김문경 님의 말은 달랐다. 이전 직장에서 그는 늘 눈치를 봐야 했다. 낮은 임금과 비장애인 중심의 환경 속에서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일은 생계를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존엄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실현하는 중요한 기반입니다."

    토론에서는 안산형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 조례 제정이 제안됐다. 최중증장애인 100명 고용, 12개월 근로계약, 3년 위탁 보장. 숫자들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이 있다.

    얼마 전, 수어 통역을 했던 농인 이야기가 생각났다. 공공일자리 주차요금 징수 업무에 농인이 지원했다. 주차장을 오가며 요금을 받는 일이다. 요즘은 카드로 결제하니 말이 필요 없다. 카드 받고, 계산하고, 인사하면 끝이다.

    그런데 안 된다고 했다.

    수어 통역을 통해 일단 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만두겠다고 했지만, 무조건 안 된다고 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안 된다고 했다. 말이 안 들리면 일을 못 한다는, 설명되지 않는 논리. 농인은 말을 못 듣는 게 아니라 다르게 소통할 뿐인데.

    공항 바닥이 반질반질한 건 설계의 문제다. 농인이 주차요금을 못 받는다는 건 상상력의 문제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너무 많은 곳에서 상상하기를 멈추어 있다.

     
     / 좌측부터 발제자 김병태, 좌장 권달주, 사례발표자 오성현, 임영채 ⓒ에디터 윤작가

    시설 밖 세상으로

    임현수 님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그는 어릴 적 경기도 광주의 '향림원'이라는 시설에서 살았다. 20132월의 어느 밤, 선생님이 장애인 동료들을 벽에 세우고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 역시 빗자루와 글루건 심으로 발바닥과 손바닥을 맞고 발이 부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 2015년 다른 시설로 옮겨졌지만 폭력의 그림자는 그대로였다. 시설 밖으로 나가 살고 싶다고 말했을 때, 원장은 욕을 하며 탈시설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마침내 2024102, 그는 세상으로 나왔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제가 결정하고 제가 책임지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매일 느낍니다."

    탈시설 5개년 로드맵, 지원주택 조례 제정,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자립생활센터 역량 강화. 이것들이 실현될 때, 임현수 님 같은 사람이 10년을 더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토론회 마지막, 지방선거 후보자가 물었다. 탈시설 비율이 몇 퍼센트냐고. 담당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다.

    "시설에 있는 사람이 정확히 몇 명인지, 자립을 원하는 사람은 몇 명인지 통계조차 없습니다. 그런데 몇 퍼센트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숫자가 없다는 것은 존재를 세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지 않은 것은 보지 않은 것이다. 보지 않은 것은 없는 것으로 취급한 것이다.

     
     / 토론자는 명패와 동일함 ⓒ에디터 윤작가

    저녁 7시 수업을 듣고 싶었던 친구에게

    토론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한 친구가 떠올랐다. 수어 교실에서 만난 전동휠체어를 탄 그 친구. 회사에 농인 동료가 생겨 수어를 배우러 온다고 했다.

    저녁 7시 수업인데 그는 항상 5, 6시에 와 있었다. 궁금해서 물었다. 오후 4시에 퇴근하자마자 하모니콜을 부른다고 했다. 퇴근 시간대에는 콜이 잘 안 잡힌다고. 저녁도 거른 채 빵 하나로 끼니를 때우며 일찍 오는 게 낫다고 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갈 때는?

    9시에는 콜이 더 안 잡힌다고 했다. 11시에 콜이 잡혀서 집에 간 적도 있다고. 추운 겨울, 온기 하나 없는 복지관 입구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 모습이 눈에 밟혔다.

    그러면 일찍 가지, 라고 내가 말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어렵게 왔는데 수업은 다 듣고 가고 싶어요."

    추석에는 혼자 전철을 타고 수원 스타필드에 다녀왔다고 했다. 처음으로 혼자 나들이를 한 것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쳤다. 전동휠체어는 무거워서 아무도 들어줄 수 없다. 보도 턱에 막혀 집으로 돌아간 날도 많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토론회를 끝까지 들어보며 작년에도 했던 말들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아마, 내년에도 반복될 것이다.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는 말들이 구호로만 머무는 한.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왜냐하면 언젠가 이 질문들이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더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행복하게 살 것인가'.

    공항 바닥이 반질반질한 건 캐리어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처음부터 휠체어를 위해 설계된 도시가 생겨날 것이다. 그 도시에서는 장애인 이동이 로또가 아닌 당연한 일상이 될 것이다. 농인이 주차요금을 받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거창한 미래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일상이다. 그 평범함이 모든 사람에게 권리가 되는 안산을, 나는 오늘도 꿈꾼다.

     

     
      / ⓒ에디터 윤작가

    2026429,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평범한 일상이 권리가 되는 안산을 꿈꾸며
    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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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11
  • [기획] 마음건강 절대 지켜! —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따스하게 보듬고, 삭막한 일상 속에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는 다정한 치유의 숲을 일구어내는 연대의 발걸음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웹진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이 패어가는, 현대인들의 쓸쓸하고 고단한 마음의 그늘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가는 치열한 경쟁의 일상, 멈추지 않는 불안과 번아웃의 파고 속에서 오늘날 수많은 청년들과 직장인, 그리고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공익활동가들은 늘 마음 한구석에 멍든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아파도 아프다 말하기 어렵고, 지쳐도 쉴 곳을 찾기 힘든 이 삭막한 세상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과연 어디에 기댈 수 있을까?"

    "우리는 과연 나 홀로 방에 갇혀 앓는 고통의 장막을 걷어내고, 서로의 손을 잡으며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온전한 품으로 안아줄 수 있는 ‘정신 건강과 상호 돌봄’의 둥지를 어떻게 넓혀갈 수 있을까?" 마음의 병을 숨겨야 할 부끄러움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치유해야 할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며, 경기도 구석구석에 따뜻한 공감의 숲을 일구어가는 감동의 여정을 깊이 조명한다.

    ‘마음건강 절대 지켜!’가 품은 3가지 핵심 가치와 비전

    1. 숨기거나 참지 않고, 당당히 아픔을 나누는 ‘마음 편한 공론장’

      • 정신 건강 문제를 개인의 유약함이나 탓으로 돌리던 차가운 시선을 거두고, 누구나 언제든지 자신의 불안과 우울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소통의 장 마련.

      • "마음의 상처를 돌보는 일은 가장 용기 있고 자랑스러운 생존의 방식"이라는 철학 실천.

    2. 전문가에게만 의존하지 않는, 이웃이 이웃을 살피는 ‘풀뿌리 마음 돌봄 네트워크’

      • 거대 병원이나 상담 센터의 높은 문턱을 넘어, 동네 주민과 동료 활동가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일상적 상호 치유 체계 구축.

      • "가장 가까운 곳에서 건네는 따뜻한 눈빛 한 줄기가 백 마디 약보다 강한 치유가 된다"는 통찰.

    3. 경기도 31개 시·군 골목마다 퍼져나가는 ‘정신 건강 친화적 일상 공방’

      • 일회성 스트레스 해소를 넘어, 도민들이 일상 속에서 명상, 예술 치료, 숲길 산책, 자연 치유 등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촘촘히 엮어내기.

      • "모든 도민이 마음의 평화를 누리며 오래도록 함께 웃을 수 있는 다정한 공생의 무대" 완성.

    마음건강 절대 지켜!
    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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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8-09
  • [기획] 근로자의 날 톺아보기 : 역사 & 노동 필수 상식 - 핏줄과 땀방울로 아스팔트 위에 새겨낸 노동의 존엄, 그리고 오늘날 경기도의 일상에서 깊이 되새기는 권리의 뼈대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웹진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새벽, 거리를 깨우는 노동의 찬란한 발걸음

    매년 5월 1일이 되면 우리는 당연한 듯 일터를 쉬어가며 ‘근로자의 날’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 하루의 휴일이 단순히 주어긴 달콤한 달력의 숫자가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와 피와 땀으로 쟁취해낸 뼈아픈 투쟁의 역사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온전히 기억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우리는 과연 매일 마주하는 일터에서 노동의 가치를 온전히 존중받고 있으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웹진에서는 5월 1일 노동절의 깊은 역사적 뿌리를 더듬어보고, 오늘날 경기도의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노동의 권리와 필수 상식을 깊이 조명한다.

    근로자의 날을 관통하는 3가지 역사적 뿌리와 노동 필수 상식

    1. 8시간 노동제를 외치며 아스팔트 위에 섰던 치열한 역사 (메이데이의 탄생)

      • 19세기 말 미국 시카고, "하루 8시간 일하고, 8시간은 잠을 자며, 나머지 8시간은 인간다운 삶을 누리게 해달라"며 목숨을 걸고 총궐기했던 노동자들의 숭고한 함성에서 시작된 메이데이(May Day)의 유래.

      • "노동은 착취의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실현하는 가장 신성한 권리"임을 전 세계에 선언한 역사적 기점.

    2. 법정 휴일이자 유급 휴일, 근로자의 날의 정확한 법적 의미

      • 근로자의 날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 휴일로, 이날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한 휴일근로수당이 반드시 지급되어야 한다는 필수 노동 상식.

      • 공무원(국가·지방공무원)은 사립학교 교원 등과 함께 별도의 근로기준법이 아닌 국가공무원복지규정 등을 따르기 때문에 이날 정상 출근하는 등 업종과 고용 형태별 적용 기준의 차이 이해하기.

    3. 경기도 구석구석, 모든 일하는 사람이 차별받지 않는 노동 인권의 숲

      • 5인 미만 사업장,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이주노동자 등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수많은 노동자들이 여전히 겪고 있는 부당한 차별과 권익 침해의 현실 직시.

      • "어떤 형태의 노동이든 정당한 대우를 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과 경기도형 노동 존중 정책의 필요성.

    현장의 온기로 채워졌던 뜨거웠던 노동의 교감과 다짐의 시간들

    근로자의 날을 맞아 경기도 내 노동자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모인 자리에는, 일터의 고충을 나누고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는 따뜻한 온기로 가득했다.

    • 현장 노동자들의 진솔한 목소리 나눔 세션: "내가 흘리는 땀방울이 부당하게 취급당하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어야 한다"며 일터에서의 경험을 나누고 눈시울을 붉히던 뭉클한 순간들.

    • 노동 필수 상식 퀴즈 및 권리 찾기 브레인스토밍: "내 휴일 수당은 제대로 계산되고 있을까?", "우리 동네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위해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며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나누던 도민들의 진지한 눈빛들.

    • 응원과 다짐의 피날레: "비록 우리의 일터가 때로는 고되고 차가울지라도,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차별 없이 존중받는 공정하고 평화로운 경기도가 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 걷겠다"며 환한 미소와 박수로 마무리된 연대.

    근로자의 날 톺아보기 : 역사 & 노동 필수 상식
    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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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31
  • [현장스케치] 2022 비영리 회계 스텝업! 인사급여, 세무신고 매뉴얼 - 까다로운 세금과 급여 정산의 벽을 넘고 든든한 실무의 날개를 단 순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웹진

    마감일만 되면 다가오는 세무의 공포, 그리고 반가운 구원투수

    시민사회의 최전선에서 도민들을 위해 헌신하는 비영리 민간단체와 공익활동가들. 사업 기획부터 현장 실행까지는 누구보다 프로답게 해내지만, 매달 돌아오는 인사급여 관리와 분기별·연말별 세무신고 시즌이 되면 깊은 한숨을 내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상근활동가 4대보험 신고는 어떻게 해야 하지?", "원천세 신고와 지급명세서 제출 기간을 놓치면 큰일 나는데..." 전문 세무 인력을 상시 두기 어려운 영세 비영리 단체들에게 4대보험, 원천징수,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 신고는 늘 거대한 산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장의 가장 깊은 가려움을 시원하게 긁어주기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마련한 핵심 실무 교육, ‘2022 비영리 회계 스텝업! 인사급여, 세무신고 매뉴얼’. 복잡한 세무와 급여의 장벽을 산뜻하게 넘어섰던 그 알찬 현장 속으로 초대한다.

    인사급여 및 세무신고 스텝업 교육이 품은 3가지 핵심 솔루션

    1. 상근자부터 프리랜서까지, 헷갈리기 쉬운 인사급여 정산 뼈대 세우기

      • 근로기준법을 바탕으로 한 비영리 단체 급여 대장 작성법과 4대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취득·상실 신고의 기본 원칙 완벽 숙지.

      • 상근 직원뿐만 아니라 강사, 외주 인력 등 다양한 형태의 인력 운영에 따른 올바른 인건비 책정 및 지급 노하우 전수.

    2. 날짜별·종류별로 짚어보는 세무신고 족집게 가이드

      • 매달 진행해야 하는 원천세 신고부터 반기별 간이지급명세서, 그리고 연말정산과 종합소득세 신고에 이르기까지 놓치기 쉬운 세무 일정 총정리.

      • 홈택스를 활용한 전자신고 방법과 가산세를 예방하는 실전 체크포인트 대공개.

    3.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충전과 실무 멘탈 케어

      • "세무서에서 연락 올까 봐 늘 조마조마했다"는 초보 실무자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고 든든한 동료애 다지기.

      • 복잡한 법조문을 단체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낸 실무 매뉴얼을 통해 당장 내일부터 적용 가능한 업무 역량 확보.

    현장의 온기로 채워졌던 뜨거웠던 배움과 소통의 시간들

    이번 교육 현장은 딱딱하고 지루한 세법 강의가 아니라, 실무자들의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드는 속 시원한 해답과 유쾌한 웃음으로 가득했다.

    • 실전 질의응답 세션: "활동가 중도 퇴사 시 4대보험 정산은 어떻게 하나요?", "자원봉사자 교통비 지급 시 세금 처리는요?" 등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현실적인 질문과 명쾌한 피드백의 교감.

    • 나만의 세무 캘린더 만들기 팁: 1년 동안 단체가 반드시 챙겨야 할 세무·노무 마감일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하는 실전 팁 공유.

    • 응원과 다짐의 피날레: "이제 세무신고 날짜가 와도 두렵지 않다"며 서로를 격려하고 환한 미소로 마무리된 감동의 연대.

    투명한 급여와 든든한 세무 관마실로 그려가는 경기도 공익의 내일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공익활동은 뜨거운 열정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람의 대가를 챙기는 정직한 기록 위에서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얻는다.

    까다로운 인사·세무의 장벽을 당당히 넘어서며 투명하고 건강한 시민사회를 가꾸어 나가는 경기도의 공익활동가들. 경기도 구석구석에서 피어나는 이 야무지고 든든한 배움의 손길들이, 모든 도민이 신뢰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기도의 내일을 활짝 열어주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현장스케치]2022 비영리 회계 스텝업! 인사급여, 세무신고 매뉴얼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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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13
  • 초고령화 사회, 일하는 사람들의 나이가 바뀐다

    우리는 전례 없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은퇴 이후의 삶이 길어졌지만, 정작 법적인 은퇴 연령은 여전히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할 의지와 능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이른 나이에 주된 일자리에서 떠밀리듯 나와야 하는 '조기 은퇴'는 개인의 빈곤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최근 노동 현장과 시민사회 전반에서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웹진에서는 세대 간 상생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정년 연장이 왜 필수적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올지 깊이 있게 짚어본다.

    정년 연장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

    1. 초고령화 및 인구 절벽 시대의 불가피한 선택

      •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는 인구 절벽 시대에 숙련된 고령 노동력의 활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오랜 세월 현장에서 쌓아온 이들의 경륜과 노하우를 사장시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2. 노인 빈곤율 해소와 존엄한 노후 보장

      •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을 기록하고 있다. 법정 정년 연장은 은퇴 시기를 늦춰 소득 공백기를 줄이고, 어르신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며 존엄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안전망이다.

    3. 일하는 삶의 연속성과 사회적 기여 확대

      • 은퇴는 단순한 직업의 상실을 넘어 사회적 관계망으로부터의 고립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년 연장은 개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생산적인 활동을 이어가며 삶의 활력과 자존감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다.

    정년 연장이 가져올 긍정적 파급효과

    • 첫째, 숙련된 기술과 경험의 세대 전수

      • 고령 노동자의 노하우가 정년 연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청년 세대에게 전수되면서, 노동 시장 전체의 생산성과 기술력이 한 단계 도약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 둘째, 연금 재정 안정화 및 복지 부담 완화

      • 은퇴 시기가 늦춰짐에 따라 국민연금 수급 시기가 늦춰지고 납부 기간이 늘어나,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국가 연금 재정의 부담을 덜어내는 데 기여합니다.

    • 셋째, 숙련 노동력 부족 해소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 중소기업과 영세 사업장 등 고질적인 구인난을 겪고 있는 현장에 숙련된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지역 경제의 뿌리를 튼튼하게 지탱할 수 있습니다.

    세대 간 상생의 지혜로 풀어가는 은퇴 이후의 내일

    물론 정년 연장 논의가 마냥 쉽지만은 않다. 청년층의 신규 채용 축소에 대한 우려나 기업의 인건비 부담 증가 등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뇌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년 연장은 단순한 법 개정을 넘어, 임금체계 개편(임금피크제 보완 등)과 청년 고용을 연계하는 정교하고 입체적인 보완책 속에서 다뤄져야 한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가진 일의 자리에서 존중받고, 세대가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손잡고 달리는 사회. 정년 연장을 향한 진지한 고민과 사회적 대화가 경기도와 대한민국 전역에 건강한 상생의 온기를 불어넣기를 기대해 본다.

    정년 연장의 필요성과 파급효과
    디딤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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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6-10
  • 일하는 사람들의 존엄과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노동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을 넘어, 한 개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립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핵심적인 활동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고용 구조와 무한 경쟁 속에서 노동자가 처한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 개정, 4대 보험 확대, 유연근무제, 일·가정 양립 지원,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및 각종 복지 포인트 등 노동복지제도의 필요성은 날로 강조되고 있다. 노동복지제도는 노동자의 기본적 권익을 보호하고, 예기치 못한 실직이나 질병, 사고로부터 삶의 붕괴를 막아주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수행한다.

    빛과 그림자: 노동복지제도가 마주한 역효과의 딜레마

    하지만 모든 제도가 순기능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노동복지제도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역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목소리도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1. 영세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재정적 압박과 고용 위축

      • 대기업이나 공공기관과 달리 자금력이 취약한 영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게는 촘촘한 복지 의무와 비용 부담이 과도한 멍에가 될 수 있다.

      • 복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기피하거나 고용을 축소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구해야 할 청년과 취약계층이 오히려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2. 제도적 사각지대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 정규직 중심의 든든한 복지 혜택과 달리,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등 비정형 노동자들은 여전히 법적·제도적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 보호를 받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노동시장 내부의 이중구조가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3. 규제 중심 접근으로 인한 노·사 간 갈등

      • 복지 제도가 강제적 규제와 처벌 위주로 설계될 경우, 기업과 노동자 간의 상생과 협력이 아닌 불신과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상생의 길을 모색하며: 지속 가능한 노동복지를 위하여

    노동복지제도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는 시대적 과제이지만, 그 부작용과 역효과를 외면한 채 제도를 밀어붙일 경우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노동 복지는 제도의 그물망을 촘촘히 짜는 것뿐만 아니라, 제도의 이면에서 신음하는 영세 기업과 사각지대의 비정형 노동자들을 아우르는 정교한 보완책을 함께 마련하는 데 있다.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배제됨 없이 존중받고, 기업 역시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 균형 있는 노동복지 생태계. 상생과 연대의 지혜를 모아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노동복지제도의 필요성과 역효과에 대한 의견
    디딤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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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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