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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2023년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사업 참여단체를 만나다!_경기우리도사회적협동조합

작성자: 봉봉맘 / 날짜: 2023-10-18 / 조회수: 824

 

여기, 이곳에 사람이 있다.

 

 

1010일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와 편견을 없애고 올바른 지식을 보급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정신건강협회(WFMH)가 제정한 세계정신건강의 날이다.

자료에 의하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전 세계인구의 12%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이 중에서 4분의 1만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늘어나고 있는 우울증은 세계적으로 약 154백만 명에 이르고 있지만 이로 인한 개인과 가정의 고통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비용도 막대하며 사회적 고립, 삶의 질 저하, 높은 자살률을 나타내기도 한다.

메스컴에서는 최근 신림동이나 성남 백화점에서 발생한 범죄처럼 이해관계가 없는 타인에 대한 공격이 일어날 때마다 정신질환을 맨 처음 거론한다. 그리고 우리는 정신질환에 대한 무지에 가까운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이러한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특히 한국 사회에 퍼져 있는 정신질환과 정신질환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은 오히려 치료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 외에도 잠재적 환자를 키우는 환경을 만든다.

 

정부나 지자체는 정신질환과 장애를 가지고 있는 당사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한 지속적인 활동과 당사자의 인권을 지키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와 치료 후 사회에 다시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의학과 병상 수는 2019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1.24개로 OECD 국가 중에서 4번째(일본, 벨기에, 독일 순)로 많았지만 인구 1,000명당 정신과 의사 수는 0.08명으로 한참 낮았다. 이러한 격리와 약물 위주의 치료 방식은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인을 신체장애인과는 다른 관점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사회복귀를 목표로 하는 지속적인 상담과 인지치료가 아닌 사회와 격리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폐쇄병동의 수가 다른 선진국보다 더 많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사회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이들의 권리와 인권을 국가뿐 아니라 우리 또한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2023년도 지원단체 중 하나인 심리. 사회적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 가족의 회복과 동행하는 단체 경기우리도’”의 이한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인터뷰를 한 날은 경기도의희에서 1회 경기도 정신질환 등 심리사회적 당사자 권리보장 대토론회가 열린 날이기도 했다. 1시간 정도 진행된 인터뷰 후에는 정신질환 등 정신적 장애를 겪고 계신 당사자와 가족, 사회복지사 등 관련된 분들의 생생한 의견을 듣는 소중한 토론회에 참여하였다.

 


 

 

Q. 안녕하세요? 대표님이 생각보다 젊은 분이시네요. 먼저 단체명이 경기우리도인데 무슨 뜻인지 설명을 해주신다면?

이한결 대표 : 제가 정신건강 사회복지사로 오래 근무하다 보니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을 오래 봐왔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의 치료와 관리를 병원보다 우리가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 15명이 모여 만들었습니다.

 

Q. 그럼 회원은 몇 분이나 되나요?

이한결 대표 : 단체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따로 회원모집은 하지 않았지만 정신건강 질환을 진단받은 분,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함께 하고 있습니다.

 

Q. 단체를 만드실 때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이한결 대표 : 어려움이 많았죠. 요즘 시민단체가 다들 어려운 걸로 아는데 특히 저희단체는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이 심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당사자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Q. 그렇다면 경기도 내 정신질환인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관련 조례가 필요한데 조례는 기존에 만들어져 있었나요?

이한결 대표 : 아니오. 경기도에 관련한 조례가 없어서 저희가 제안할 조례안은 만들어 놓았고, 곧 조례안 발의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또한 오늘과 같은 토론회를 계속 기획해서 입법과 행정이 하루속히 뒷받침되어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야겠지요.

 

 

Q. 그럼 오늘 토론회에는 어떤 분들이 참석하시나요?

이한결 대표 : 정신질환인 당사자와 가족, 사회복지사, 경기도 의원, 경기도 정신건강과 담당자, 그 외 관심 있는 분들이 오십니다.

   

Q. 현재 경기도에는 정신질환이나 심리사회적 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은 얼마나 계실까요? 그리고 이분들을 위한 센터나 기관은 있나요?

이한결 대표 : 경기도에 거주 중이면서 정신질환 및 심리사회적 장애를 겪고 계신 분은 156,336명이며 그중 정신장애인 등록을 하신 분은 20,146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신장애인으로 등록을 하게 되면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약간의 도움은 받을 수 있지만 취업이나 기타 사회생활을 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에 85%가 넘는 분들은 등록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신질환인 가족도 정신적,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데 가족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아직 없습니다. 현재 경기도에는 당사자를 돌봐주는 곳이 별로 없습니다. 가족의 입장에서 당사자를 돌봐주는 곳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데 말이죠. 처음 정신질환이 발병했을 때 당사자나 가족의 절망감은 굉장히 큽니다. 또한 약물 복용으로 인한 외모의 변화와 말이 어눌해지는 등 행동의 변화가 당사자의 자존감을 끌어내립니다. 그리고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많아 당사자와 가족은 더 힘들어지면서 사이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Q.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 경기우리도는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요?

이한결 대표 :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적 진단을 받아야 정신질환인으로 인정이 되며, 약물과 입원 치료 위주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의 지나친 의존은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약물을 중단하기도 하고 잦은 재발로 절망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재발을 받아들이고 예방적 차원에서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데 말이죠. 그래서 저희는 약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과 동료지원서비스에 집중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료지원서비스는 정신질환 및 심리사회적 장애를 먼저 겪은 동료가 현재 이로 인하여 고통에 있는 당사자를 도와주는 제도입니다. , 멘토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인데 같은 고통을 겪은 사람이라야 한다는 조건이 일반적인 멘토와 다른 점입니다.

   

Q. 그런데 대표님, 동료의 도움을 받는 것은 좋은데 약을 끊게 되면 병세가 더 악화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이한결 대표 : 동료지원서비스를 실시하는 나라는 많습니다. ‘동료지원서비스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동료지원쉼터’, ‘동료지원센터와 함께 권장하는 모범 프로그램입니다. 이는 진단치료보다 개인의 선호, 의지 등을 반영한 지역사회의 서비스로 우선 선택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외국에서 동료지원서비스가 출현한 배경을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19세기에는 정신병동 내 부조리에 관하여 정신질환인 당사자가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고 20세기에는 병원에서 퇴원한 당사자가 단체를 결집하여 장애운동, 인권운동, 흑인운동과 합류하면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1980~1990년에는 동료지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당사자 단체를 중심으로 동료지원이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0년대에 들어서야 정신재활시설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동료지원가 직군개발,’ ‘동행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010년대에는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등 당사자 단체가 증가하며 동료지원이 발전하게 되었으며 2020년에 들어오면서 서울에 동료지원쉼터가 생겼습니다.

 

Q. 방금 하신 말씀 중에 우선 선택을 보장한다.’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가요?

이한결 대표 : 여기서 우선 선택이라 함은 자기 결정권, 회복에 대한 권리, 강제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합니다. 당사자가 자신의 질환이 어떤 것인지, 복용하고 있는 약의 효능과 부작용, 약물 외 다른 치료 방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고 치료의 방법을 본인 스스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Q. 제가 알기로는 경기도에도 정신건강을 위한 기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동료지원서비스와 같은 프로그램은 없나요?

이한결 대표 : 경기도 예산이 투입되는 정신건강증진 관련 기관을 분류해보면 정신재활시설이 65개소, 정신의료기관이 435, 정신건강복지센터가 38개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의료서비스와 입원을 통한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과 일반 상담을 위한 기관이며 정신장애를 안고 있는 당사자 및 가족을 위한 단체는 한 개도 없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당사자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주로 밤에 병세가 악화되어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데 서울에 있는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6시면 문을 닫습니다. 야간에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구요, 또 한 가지는 정부나 지자체가 위와 같은 기관이 아닌 당사자들이 조직한 단체에 직접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관에 지급하는 예산은 병실 늘리기나 리모델링, 간병인에게 지급하는 등 실질적으로 당사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아까 말씀드렸던 동료지원서비스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지원은 없는 거지요. 그래서 당사자들이 함께 운영하는 경기우리도가 설립된 이유입니다.

 

Q. 말씀을 들어보니 정신의료기관이 있는 편인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정신의료적 치료의 한계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이한결 대표 : 짧은 면담 시간, 그리고 공실로 둘 경우 병원 측은 손해를 보게 되어 정신과 폐쇄병동이 많습니다. 그래서 정신의료기관의 치료는 불필요한 입원과 약물에 의한 치료가 대부분입니다. 약에 의해 심해지는 신체적 증상(입마름, 눈떨림, 둔한 몸짓)과 정신적 증상(멍함, 기억상실)도 있는데 약을 끊으면 안된다고 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단약에 대한 불안감도 커집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사회와 당사자를 단절시키는 입원 치료는 그들의 인권을 침해합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격리일까요?

그리고 외국에서는 동료지원서비스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폐쇄병동에서의 격리 치료를 한 달만 받아도 200만원 ~ 400만원 정도의 입원비를 개인이 부담합니다. 주로 약물치료인데도요. 그리고 퇴원해서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약을 타러 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돌봄과 관찰이 없습니다. 그래서 재발이 계속되고 당사자가 사회로 복귀하는 것이 점점 멀어지면서 등록장애인의 80%가 빈곤의 늪에 빠집니다.

 

Q. 그렇다면 경기우리도에서 하고 싶은 사업을 다시 한번 정리해 주신다면?

이한결 대표 : , 첫 번째는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전문 종사자, 경기도 의원, 경기도 행정공무원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통해 정신질환과 심리·사회적 장애의 인식 개선과 편견을 없애기 위한 캠페인 및 행동과 이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조례의 제정입니다. 두 번째는 이를 바탕으로 당사자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구요. 마지막으로는 동료지원서비스를 좀 더 확대하여 경기도 내 시·군에 이러한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센터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Q. 경기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이한결 대표 : 조례가 하루빨리 통과되고 단체 운영 및 사업에 관한 예산이 안정적으로 지원됐으면 합니다.

 

Q. 제가 인터뷰 전에 경기우리도를 검색해 봤는데 찾지 못했어요. ‘경기우리도의 소식은 어떤 경로로 알 수 있을까요?

이한결 대표 : 경기우리도가 올해 설립되고 예산이 부족하여 아직 홈페이지를 만들지 못했지만 유튜브에 경기동료지원센터를 검색하시면 단체 소식과 후원계좌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동료지원센터(경기우리도) 유튜브 채널 : https://www.youtube.com/@gg_center

 


 

 

경기우리도의 이한결 대표와 인터뷰 후 2시간 정도 진행된 1회 경기도 정신질환 등 심리·사회적 당사자 권리보장 대토론회에 참석하여 당사자와 가족의 절절한 이야기를 접했다. 토론회에 참석하신 분들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종현 위원장, 경기도 사회서비스원 안혜영 원장,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신석철 상임대표와 이승주 투쟁조직위원, 한국정신장애인가족지원가협회 이진순 회장,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이항규 이사,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송원찬 센터장, 한국동료지원가네트워크 현승익 대표, 수원마음사랑 김환희 사무국장, 경기도 정신건강과 이어진빛 과장 등이 참석하여 축사 및 발제 및 참가자들의 질문에 응답을 해주었다.

 

문제라고 정의된 사람들이 진단하는 진짜 문제에 관한 해법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부제의 토론회는 그간 사회와 제도권에서 소외되고 차별받은 당사자와 가족의 아픔이 절망을 넘어 분노로 다가왔다.

 

토론회장을 꽉 채운 사람들,

우리가 언제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애써 외면했던 사람들의 외침이 이렇게 간절한지 몰랐다. 좀 더 나은 삶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자격으로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누리고 싶다는 그들의 말들은 결코 특별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라고 말문을 연 정신질환인 당사자인 남성분과 아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시민의 권리를 위해 30년간 발로 뛰어다닌 노모의 일갈은 그동안 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세상에 외쳐왔는지 짐작하게 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사회를 신자본주의를 넘어 야수자본주의라고 말한다. 이러한 초경쟁사회에서 우울증, 불안증 등 심리사회적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다. 경쟁과 성과가 우선시 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실패를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개인의 책임으로 쉽게 돌려버린다는 생각과 함께 문득 전에 읽었던 책의 구절이 생각난다.

신자유주의적 성과사회에서 실패하는 사람은 사회나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실패의 책임을 돌리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신자유주의 자기 착취적 질서 속에서 사람들의 공격성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겨냥한다. 이러한 자기 공격성으로 인해 피착취자는 혁명가가 아니라 우울증 환자가 된다.

- <‘심리정치중에서 > 

 

이러한 현상 속에서 한국 사회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은 1위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은 최저이다. 낙인과 같은 부정적인 인식은 누구나 감기처럼 스쳐 지나갈 수도, 평생을 함께 살아갈 수도 있는 질병을 대부분의 당사자와 가족은 세상에 알리기를 두려워한다. 이는 치료받을 시기를 놓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복귀하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점차 강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노동시장에서의 배제는 이들을 경제적 최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만들어 사회적 고립과 갈등을 심화시킨다.

 

여러 의견과 현실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니 국가와 지역사회가 이들의 문제를 시급하게 논의하고 지원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이번 토론회가 정신질환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과 함께 조례 제정을 위해 한걸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아래 자료는 토론회 자료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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