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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2026년 3월 24일 화요일 오후 2시,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4.16생명안전교육원 미래희망관 4층 민주홀을 찾았습니다. 이날 열린 ‘4.16생명안전 웨비나 4차’는 <기후 위기와 재난, 모두의 안전을 묻다>라는 주제로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현장과 4.16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안산에서 오랫동안 안전교육 활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이 웨비나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질문 앞에 다시 서는 일이었습니다. 기후 위기가 만들어내는 재난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 동네,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되고 있었습니다.

     


    416생명안전교육원에 부착된 안내포스터

     

    기후 위기로 인한 한국 사회의 재난 경험 

    첫 번째 발표는 녹색전환연구소 황정화 연구원이 맡아주셨습니다. 스크린 가득 펼쳐진 자료에는 충격적인 통계가 담겨 있었습니다. 기상특보 발령 현황을 보면 2010년과 2024년을 비교할 때 경보와 주의보 모두 급격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온열 환자 수는 2024년 3,704명에서 2025년 4,460명으로 1년 만에 크게 늘었습니다.

    또한 1910년부터 100년간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9도 상승했지만, 최근 10년 만에 0.9도 오르면서 기온 상승이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제기되었습니다. 2025년 여름 평균 기온은 25.7도, 평균 최고 기온은 30.7도로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한 해로 기록되었습니다.



    '기후 위기로 인한 한국 사회의 재난 경험'을 주제로 발제하는 황정화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황정화 연구원은 지금의 재난은 단지 불운이 아니라 기후 변화가 원인이며, 이는 이미 확정적인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목표로 해야 할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습니다.

    “재난을 운 좋게 피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재난을 당하고도 회복할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재난 이후 심리 회복과 관계 회복, 두 가지 모두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강릉의 산불 피해 사례를 인용하며, 보상과 재기를 이뤄냈어도 마을과 이웃이 사라진 상실감이 회복을 가로막는다는 이야기는 자리에 앉은 모든 이의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연대하고 연결될 수 있다는 경험, 피해자를 수동적인 지원 대상이 아닌 회복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 기후 재난 대응의 핵심 원칙이라는 발표였습니다.


    폭염과 재난, 더위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두 번째 발표는 환경정의 활동가 김명철 선생님이 맡아주셨습니다. 기후 위기 당사자들을 직접 취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발표였습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온열 질환 추정 사망자 29명 중 70%가 어르신과 장애 당사자였습니다. 신체적, 생물학적 취약성뿐 아니라 경제적 취약성과 주거 취약성이 복합적으로 겹칠수록 피해가 커진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폭염과 재난, 더위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주제로 발표하는 김명철 환경정의 활동가
     

    발표에서 소개된 사례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실제 삶의 이야기였습니다. 고시원 거주자는 복도에 에어컨이 한 대 있지만 온도 조절 권한은 관리자에게만 있었습니다. 시원한 공기를 쐬려면 방문을 열어야 하는데, 그러면 사생활이 침해되기 때문에 결국 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달장애 당사자는 낮에는 지하철에서, 밤에는 공원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이분에게 가장 필요한 대책이 무엇이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옥상 탈출’이었습니다.

    동자동 쪽방에 거주하는 어르신은 에어컨도 없이 여름을 버티면서, 공공임대주택 신청 대기 번호가 260번 대였다고 하셨습니다. 2년이 지났어도 겨우 몇 십번 대로 내려갔을 뿐이었습니다. 어르신이 바라는 집은 “욕실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결코 과한 바람이 아닌데도 현실에서는 너무 멀었습니다.

    쪽방촌 주민들의 연간 탄소 발자국은 3.98톤으로 한국인 평균 12.7톤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기후 위기를 만든 책임은 훨씬 작은데, 피해는 훨씬 크게 받는 불균형이 숫자로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에너지 바우처 정책, 무더위 쉼터 정책 등의 한계도 짚었습니다. 지원 제도가 있어도 모르거나, 지원금이 초과될까봐 에어컨을 켜지 않고, 대피소까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은 이용조차 어렵습니다. 또한 관련 정보가 발달장애 당사자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형식으로 전달되어 실질적으로 무용지물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알아보는 '재난 속 지역공동체' 

    세 번째는 2023년 7월 15일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현장에서 활동해온 김혜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의 발표였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극한 호우 속에서 미호강 인근 제방이 무너지며 약 6톤의 강물이 430미터 지하차도로 유입되어 14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당한 참사였습니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발생한 명백한 인재였습니다.

    충북도의 지하차도 침수 통제 기준은 50cm, 청주시는 30cm였는데 서울·부산의 10~15cm와 비교하면 매우 느슨한 기준이었습니다. 미호강 폭 확장 계획이 오랫동안 지연되다 급하게 추진되면서 안전을 무시하고 제방 절개가 먼저 이루어진 점도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충북도와 청주시의 재난안전본부가 각자 따로 대응하며 정보 공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드러났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충북도는 당시 3년 연속 재난안전 평가 우수 기관이었습니다. 형식적인 훈련과 현실 대응 사이의 괴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이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알아보는 재난 속 지역 공동체 구축 방안'에 대해 발표 중인 김혜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참사 4일 만에 충북 시민사회, 노동단체, 진보 정당이 결집해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4.16재단이 피해자 권리 교육을 지원했고,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위와도 연대했습니다. 시민 주도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지역 자원을 총동원해 사고 경위를 밝혔고, 이는 2025년 국회 국정조사로 이어졌습니다. 국정조사 결과보고서에는 재난 대응 체계 전면 개편, 피해자 중심의 회복과 배상이라는 대안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록 최고 책임자인 충북도지사는 불기소 처분 상태이며, 충북도의회는 추모 조형물 예산을 삭감하고 ‘혐오 시설’이라는 말로 2차 가해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합동 분향소는 아직도 청주시청 좁은 별관에 머물러 있습니다. 


    경북 산불로 알아보는 재난 속 시민사회의 역할


    마지막으로 4.16재단 부설 재난피해자권리센터의 김서린 활동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2025년 3월 20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무려 10일간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과 경남 산청·하동·울산 등 10개 시군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총 10만 3,879헥타르의 산림이 소실되어 1987년 산불 피해 통계 작성 이래 단일 산불 중 최대 규모로 기록되었습니다. 사망자 31명, 총 이재민 3,509명, 피해액 1조 818억 원으로 2022년 동해안 산불의 4.51배에 달하는 규모였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만 약 366만 톤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산불 직후 성명을 내고, 피해 실태 조사, 시민사회 간담회, 주민 간담회, 언론 보도 모니터링, 토론회를 체계적으로 이어나갔습니다. 임시 대피소에서 원불교 단체가 식사를 배급하고, ‘덕 프라미스’라는 단체가 비누 받침대를 제공하는 등 국가가 채우지 못한 빈틈을 시민사회가 채우는 모습이 현장 곳곳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안동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에는 5개 피해 지역 주민 40명이 모였습니다. 지역별 주민대책위원회는 있었지만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이 자리가 서로를 연결하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실태 조사 결과에서는 고령 피해자 지원 체계 미비, 임시 주택의 사생활 침해, 재난 심리 회복 체계 부족, 피해 주민의 권리 보장 부재 등이 핵심 과제로 도출되었습니다.

    새로 조성될 마을에 대해 피해 주민들이 바라는 모습을 물었을 때, “에너지 자립 마을”, “공동체가 활발한 마을”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더 나은 공동체를 꿈꾸는 목소리가 남아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경북 산불로 알아보는 재난 속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 발제한 김서린 4.16재단 부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활동가


    이날 웨비나에서 네 명의 발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모두 하나였습니다. 기후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오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아프고, 홀로인 사람에게 더 깊이, 더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재난 앞에 서는 일은 곧 불평등의 문제를 마주하는 일입니다.

    4.16 이후 안산에서 안전교육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서 다시 다짐하게 됩니다. 안전은 지식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혼자 아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웃이 안전한지, 내 마을이 괜찮은지, 함께 묻고 함께 행동하는 것이 진짜 안전의 시작이라는 것을 오늘 이 자리가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습니다.
     

     


    기후 위기와 재난, 모두의 안전을 묻다
    안산사라

    조회수 45

    2026-04-01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지난 3월 17일 화요일 오후 2시 안산 지역 시민사회, 사회적경제, 문화예술, 마을, 노동, 청년, 장애인, 이주민 단체 등 130개 단체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저마다 활동하는 영역도 다루는 이야기도 달랐지만, 이들이 이날 모인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모두가 안전한 도시는 어떻게 가능한가.” 이 질문 하나를 붙들고 지난 1년을 준비해 온 안산 시민사회가, 마침내 시민추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출범을 선언하는 날이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12년이 흘렀습니다. ‘4.16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고 다짐해 왔던 말들이, 실행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 날인 거죠. 안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민추진위원회 출범식에 다녀온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시민주진위원회 전체회의 및 출범식 장소 입구 포스터사진


    4.16안산시민연대 공동대표 김은호 공동추진위원장 진행모습


    전체회의 : 지난 1년의 여정을 돌아보다

    출범식에 앞서 먼저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회의에서는 지난 1년간의 추진 경과와 2026년 주요 활동 계획이 공유됐어요. 회의를 이끈 김은호 4.16안산시민연대 공동대표이자 공동추진위원장은 이렇게 운을 뗐습니다.

    “2024년, 우리는 안산을 생명과 안전의 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담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생명안전도시 안산 만들기 프로젝트가 작년부터 시작되었고, 지난 1년의 여정은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여덟 번의 포럼이 쌓아올린 공통의 언어

    그중 2025년 8월부터 10월까지 총 8회에 진행된 ‘안산생명안전포럼은’ 이 모든 준비의 출발점이었습니다.

    1강 ‘위험사회의 이해와 시민의 안전한 권리’로 시작한 포럼은 2강에서 안전권이 헌법과 국제 인권 규범에 근거한 사회적·국가적 책임임을 짚었고, 3강에서는 광주 5·18 사례를 통해 회복적 도시 모델의 가능성을 탐색했습니다. “기억은 과거를 묻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반복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광주가 인권 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약속을 제도와 문화로 확장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4강은 경주 지진 사례를 통해 ‘마을이 곧 매뉴얼’이라는 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재난 발생 후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매뉴얼이 아니라 서로의 얼굴을 아는 관계다.” 

    5강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시 재난·안전 분야 실태 연구 용역 결과가 발표되었죠. 결론은 냉정했습니다. “안산시는 생명안전도시를 만들어갈 충분한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세권 중심의 고밀도 복합 개발에 집중하면서 생명과 안전이 외면되고 있다.”

    6강에서는 거버넌스 전략을 논했습니다. “작더라도 시민이 직접 정책을 이야기하는 경험을 쌓으면, 그것이 행정의 방향을 바꾼다.” 7강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 시민사회 활동에 대한 성찰적 진단이었어요. 우리는 쉽게 연결되어 있지만, 뭘 할 수 있는 힘은 약해졌다는 뼈아픈 자기 점검이었죠. 

    그리고 마지막 재난과 안전에 관한 지역사회 커뮤니티의 역할을 다룬 8강까지, 총 여덟 번에 걸친 포럼은 안산 시민들의 공통 언어를 만들어냈어요. 그것은 바로 안전은 특정 사고에 대응하는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조건이라는 것,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와 도시의 책임이라는 것, 그리고 시민 참여 없이 지속가능한 안전 정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홉 번의 워크숍이 연결한 다양한 목소리

    포럼 다음에는 전체 비전 수립 워크숍 2회, 노동·마을·이주민·여성·청년·청소년·장애인 7개 부문 워크숍을 합해 총 9회 워크숍이 이어졌고, 150여 명이 참여해 각자의 경험으로 도시 안전을 이야기했어요. 포럼이 공통의 언어를 만드는 자리였다면, 워크숍은 그 언어를 각 부문의 현장으로 가져간 과정이었습니다. "나의 안전이 도시의 안전"이라는 인식이 확장되고, 서로 다른 부문의 주체들이 연결되면서 비로소 이번 출범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여기에 지역 23곳, 30회에 걸친 '찾아가는 사업 설명회'를 통해 100명 이상의 활동가들이 공감대를 함께 형성한 것도 빼놓을 수 없어요. 이 모든 과정이 쌓여, 130개 단체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죠.



    지난 1월 30일 열린 2차 워크숍 현장사진
     

    정식 출범 : 다른 목소리, 하나의 결론

    이번 출범식에서 가장 핵심적인 순서는 ‘안전약자 릴레이 발언’이었어요. 청년, 장애인, 이주민, 노동자를 대표하는 네 명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자신이 살아온 현장의 이야기를 꺼내놓았습니다.

    가장 먼저 청년 대표로 나선 영화감독 김윤정 씨가 2014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처음 광장에 나섰던 기억을 꺼내 놓았어요. 당시 친구를 잃은 많은 또래들이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25시 광장’에 모였고, 그 역시 처음 그곳에서 목소리를 냈다고 했습니다. 스물여섯이 됐을 때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스물여덟이 됐을 때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났어요. 

    “왜 우리는 삶의 시간을 지나올 때마다 또 하나의 참사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는 걸까요. 참사는 한순간에 일어나지만, 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불안은 우리의 일상 속에 계속 존재합니다. 안전은 구조입니다. 누구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위험을 말할 수 있는지, 책임지는 시스템이 있는지 그 구조가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은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안산나무를심는장애인야학 교장 김선영 씨는 장애인의 일상에서 안전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구체적으로 전했습니다. 저상버스가 언제 올지 몰라 불안과 초조함으로 기다리는 시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면 집 밖을 나올 수도,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 재난 매뉴얼 속에 장애인은 빠져 있는 현실까지. 청각장애인은 대피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없고, 시각장애인은 누군가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화재나 붕괴 사고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어요. 

    “장애인 안전은 복지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입니다. 사고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입니다.”

    와이즈우멘협회 대표 도르카스 씨는 이주민의 목소리를 전해주었어요. 안산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위험한 노동 환경과 정보 비대칭으로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생명과 안전은 국적을 넘어 모든 사람의 권리입니다. 위기 상황이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모든 이주민이 차별 없이 예방, 지원, 구조, 보상 체계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안산지회장 황순화 씨는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했습니다. 2025년 3월 기준, 185명이 결원인 상황에서 만성적인 인력 부족은 학교 급식 노동 현장에서 산재 사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검진 대상 중 폐결절 등 이상 소견을 보인 급식실 노동자는 3,981명에 달했고, 폐암으로 15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200여 명이 폐암 의심 진단을 받았다고 해요.

    “노동자가 아프고 떠나는 급식실에서 안전한 급식은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안전은 사고가 난 뒤에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에 지켜야 할 권리입니다.”

    네 사람의 상황과 이야기는 각자 달랐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였어요. 안전은 개인이 알아서 챙겨야 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지자체가 구조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것. 그리고 그 구조를 바꾸는 힘은 바로 시민의 참여에서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출범 선언문 : 함께 외친 세 마디


    공동선언문 읽는 모습

    이어서 출범 선언문 낭독이 이어졌어요. 공동추진위원장들이 함께 단상에 올라 선언문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선언문은 이렇게 시작됐어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묻습니다. 생명과 안전은 이 사회에서 어디에 놓여 있어야 하는가. 우리는 그 질문 앞에서 다짐했습니다. ‘4.16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지금도 사회적 재난과 일상의 위험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기억은 남아 있지만 변화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선언문의 핵심 다짐은 세 가지였습니다. ▲ 생명과 안전을 도시 운영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세우겠다 ▲ 위험이 집중되는 사람들의 삶을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겠다, ▲ 시민의 참여가 도시를 변화시키는 힘이 되도록 하겠다. 

    선언문 낭독이 끝나자 회의장은 한 목소리로 물들었습니다. "함께 만드는 변화, 모두가 안전한 도시, AN전도시에 SAN다!" 박수와 함께 울려 퍼진 세 마디차 출범식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2026 활동 계획 : 기억이 정책이 될 때까지

    시민추진위원회가 올해 추진하는 활동은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됩니다. 

    첫째, 시민 공론 형성이에요. 가장 먼저 3월 17일부터 4월 5일까지 ‘생명안전도시 안산 시민 설문조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데, 목표는 안산 시민 1,000명 이상입니다. 전체 회의에서 위성태 사무국장은 “130개 단체가 각각 10명씩만 조직해도 1,300명이 됩니다. 천 명, 2천 명, 만 명까지 한번 우리의 실력대로 해봅시다.”라고 독려했고, 현장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졌습니다.

    4월 11일에는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아 안산문화광장에서 '304개의 노란 테이블' 시민 대토론회가 열립니다. 304는 희생자의 수이자, 시민 1,000명이 직접 둘러앉아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테이블의 수이기도 합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시민이 직접 논의하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둘째, 시민 참여 확대예요. 5월 한 달간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벌이고, 5월 9일 오후 3시에는 안산문화광장에서 생명·안전 시민대행진 ‘노란 빛 동행’이 펼쳐질 예정이라고 해요. 시민들과 함께 거리로 나가 안산의 안전을 우리 사회 전체의 의제로 만드는 자리기도 합니다.

    셋째, 정책·제도 변화 추진입니다. 시민 공론의 결과를 생명 안전 정책 요구안으로 정리해 6·3 지방선거 출마 후보와 정당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전체 회의에서 정책 협약 무용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시민추진위원회 측은 “약속해놓고 당선되면 아무것도 안 지키더라는 말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행을 관철하기 위한 후속 액션까지 철저하게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넷째, 시민 참여 거버넌스 구축입니다. 올해 하반기 8월부터 11월까지 시민 참여 안전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하는데요, 교육 4회와 워크숍 1회로 역량을 키운 뒤, 법·조례·위원회·현장을 시믿늘이 직접 점검하고 모니터링합니다. “모니터링 → 시민공론 → 정책 요구 → 캠페인”의 선순환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시민추진위원회의 주요활동 방향을 논의하는 공동추진위원장 14인


    시민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준비 되었던 활동안내 자료

     

    맺음말 : 현장을 기록하며

    이날 전체회의에서 나온 한 마디가 오래 머릿 속을 맴돌았습니다. “우리는 쉽게 연결되어 있지만, 뭘 할 수 있는 힘은 약해졌다.” 130개 단체가 모였음에도, 연결이 실행의 힘으로 전환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솔직한 성찰이었습니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 12주기이자, 안산시 승격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거기에 6·3 지방선거까지 맞물린 해이기도 하지요. “역사적인 도시 전환의 분기점이 돼야 한다”는 말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안산은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피해를 경험한 도시입니다. 그 아픔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도시의 정책과 구조를 실제로 바꾸어 내는 것, 그것이 시민추진위원회 스스로가 부여한 역할입니다. 취재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면서, 안산의 이번 실험이 경기도, 나아가 대한민국의 다른 도시에서도 롤모델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워크숍 참가자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안산에서 진짜 안전한 도시, 생명의 도시가 탄생한다면, 아마 세계적인 롤모델이 되지 않을까요.” 기억이 정책이 되고, 정책이 일상이 되는 날을 향한 안산 130개 단체의 발걸음이 시작됐습니다.
     


    기억을 넘어 정책으로, 안산이 움직인다
    안산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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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01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부천 보육교사의 비극과 ‘쉴 권리’

    젊은 20대 돌봄 노동자는 독감 확진 후에도 출근했다. 그리고 사망했다. 경기도 부천, 한 사립유치원 교사에게 벌어진 일이다. 그는 1월 27일 B형 독감 확진을 받고도 사흘간 근무한 후 1월 30일 오후 조퇴했다. 그 후 31일에 입원한 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2월 14일에 20대 돌봄 노동자는 사망했다. 사인은 B형 독감으로 인한 연쇄 구균 독성쇼크 증후군과 패혈성 쇼크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황당하고 원망스럽다. 밥 먹고 살려고 일하는 건데, 아픈 몸을 제때 돌보지 못하고 출근해야 하는 상황은 모순적이다. 일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걸까? 인간은 목적 그 자체여야 한다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파본 노동자라면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회사 업무에 차질이 생길 때, 회사에 눈치가 보였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출근을 못 한 만큼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는 걱정, 나를 대신해 업무를 떠맡을 동료에 대한 미안함, 해고라는 두려움. 이 셋 중 하나 이상을 경험한다. 

    병가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의무 사항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업무와 관련없는 질병이나 부상은 무급으로 허용되나, 회사 규정에 따라 유급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소득 감소에 따른 생계유지 어려움을 예상해 아픈 몸을 일으켜 회사로 출근한다. 카드값과 월세, 자녀 학원비, 부모 요양비 등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술이나 입원 등으로 출근조차 하지 못하면 소득 감소로 인한 타격은 고스란히 노동자 개인의 몫이 된다. 비상금 대출을 알아보거나 지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아프면 쉴 권리 보장 3법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 9월, 49개 시민사회노동단체가 모여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출범했다. 공동행동의 주된 목적은 제대로 된 상병수당 제도화의 실현이다. 공동행동은 2024년 7월,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아프면 쉴 권리 보장 3법' 발의 기자회견을 했는데, 3법이라고 하면 「국민건강보험법」,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개정을 의미한다.

    개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질병 또는 부상으로 소득에 손실이 있는 경우 상병급여를 지급하고, 지급액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상병급여(또는 상병수당)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일을 못 할 때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2022년부터 시범 사업을 운영하였으며 2025년 하반기부터 정식으로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2027년으로 연기되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질병휴가를 연간 60일 범위에서 유급으로 보장하고, 평균임금 해당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되 국가가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근로자에게 질병휴가급여를 직접 지원하여 사용자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국제노동기구(ILO)는 '사회보장 최저기준에 관한 조약'을 통해 유급질병휴가를 법률로 보장하도록 각 국가에 권고해왔으나 우리나라는 이를 보편적 공적 제도로 도입하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은 업무상 재해 인정과 산재 요양급여 결정하기 전에 「국민건강보험법」상 상병급여를 노동자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산재 요양급여 결정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아프면 쉴 권리 보장 3법’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노동자가 소득 감소라는 생계 위협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보호한다. 개정안을 읽으면서 필자에겐, “아프면 걱정하지 말고 쉬어라. 소득을 유지할 수 있게 하겠다.”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이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2024년 11월 14일 상임위원회에 처음 법안이 소개되었고 소위원회로 넘어갔으나, 2026년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쉬겠다” 말할 수 있는 환경부터 보장돼야

    공동행동 출범식에서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이 “우선 쉬겠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1고 말한 것처럼, ‘아프면 쉴 권리’는 월급 보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유급병가나 유급휴가가 있더라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 인력이 없어, 나의 휴식이 곧 동료의 독박 노동으로 이어지는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이다. 인력 공백을 개별 노동자의 희생으로 메우는 구조는 노동자를 제때 쉴 수 없게 한다. 내가 휴식을 가질 때, 내 업무로 인해 옆자리 동료가 야근해야 하는 상황인 게 눈앞에 뻔히 펼쳐진다면 무리해서라도 출근하게 된다. 동료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보육교사 근로환경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2018)2에 따르면 어린이집 내 휴가 사용에 대한 분위기는 자유롭지 않으며(63.9%) 그 이유로는 '동료가 힘들어진다'(34.9%)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미 1인분의 업무를 하고 있는 동료에게 전가할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만약 모든 직원이 평소 70~90%의 업무량만 맡는다면 어떨까? 소프트웨어 개발과 프로젝트 매니저로 20년 넘는 경력을 가진 톰 디마르코는 그의 저서『SLACK』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100% 가동률을 목표로 하는 조직은 역설적으로 가장 비효율적인 조직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직원이 1인분의 업무량을 갖고 있다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시스템이 마비되거나 동료들의 과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직이 건강하게 작동하려면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남은 자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돌봄 종사자는, 자신의 업무 공백으로 인해 동료뿐만 아니라 돌봄의 대상 또한 희생될 처지에 놓인다. 「경상남도 사회서비스 종사자 처우개선 연구-돌봄노동자를 중심으로」(2020)3를 살펴보면,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기관 이용자들에 대한 서비스 공백에 대한 우려’(28.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보육교사 역시 “보육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15일간의 유급휴가를 여름과 방학기간에 몰아 쓸 수 있을 뿐 개인의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가 견고하다는 것을 알 수있다. 

    이러한 노동 환경에서 노동자는 아프면 안 된다. 상상해 보자.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온몸이 아프다. 출근은커녕 몸도 일으키기 어렵다. 당신은 직장 상사에게 뭐라고 말할 것인가? “안녕하세요. 부장님. 제가 몸이 너무 아파서요. 죄송하지만 오늘 출근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다. 아픈 것은 잘못이 된다. 

    질병이나 부상이 있는 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비단 노동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쉽게 아픈 몸을 지워버린다. 건강하고 효율적인 몸만을 기본값으로 여기며, 그렇지 않을 때는 개인 관리의 부족으로 떠넘긴다. 건강은 선이고, 질병이나 부상은 악이 된다. 그러나, 질병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노동 현장이 질병을 포용하기 위해선 사회가 먼저 질병이 있는 몸도 시민으로 인정하고 사회 정책과 제도를 수립하여야 한다. 그리하였을 때, 노동 현장에서도 안 아픈 상태로 복귀할 때까지만 유예해 주는 방식이 아닌 아픈 몸을 가친 채로도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B형 독감 판정 후에, 20대 교사가 부담 없이 원장과 동료에게 “독감에 걸렸습니다. 병가를 내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원장과 동료는 “걱정하지 마시고 푹 쉬고 오세요”는 진심 어린 걱정과 위로를 건넬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이미 늦었지만, 더 늦지 않기를 소망한다.

    1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 출범... 상병수당 제도화 촉구”, <오마이뉴스>, 2025.09.10., (접속일: 2026.03.28.)
    2 이주연, 「전라북도 보육교사 근로환경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 정책연구 2018-11, 전북연구원, 2018,  여성정책연구소, 158쪽
    3 임채영, 염동문, 박해긍, 「경상남도 사회서비스 종사자 처우개선 연구∥-돌봄노동자 중심으로」, 연구보고서 2020-2, 경상남도사회서비스원, 81쪽

     


    아픈 몸은 죄가 아니다 : 부천 보육교사의 비극과 ‘쉴 권리’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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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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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미리캔버스 PIXABAY 
     
    
    ●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증가하는 위험
     
    2024년 현재, 한국의 성인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전·현 파트너로부터 신체적, 성적, 정서적, 경제적 폭력 또는 통제와 같은 피해를 최소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1년 대비 증가한 수치로, 단순히 일회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화된 폭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해당 폭력은 법적으로 '가정'이라는 틀 안에 포함되지 않는 관계에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전통적인 혼인 관계뿐 아니라 사실혼, 동거, 연애 등의 관계에서도 폭력이 발생하지만,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이러한 다양한 관계 유형을 충분히 규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법적 보호를 받는 데 한계를 만들고 있으며, ‘사적 관계’라는 이유로 사회와 제도가 폭력을 방임하고 있는 현실을 방증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단순한 우발적 사건이 아닌 반복성과 지속성을 지닌다는 데 있습니다. 피해자는 관계의 친밀함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경제적·정서적 요인들로 인해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만큼 제도적 개입과 보호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친밀관계 폭력을 독립적 범주로 인식하고 다루는 법·제도적 전환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통계로 드러난 현실: 폭력의 일상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여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친밀한 관계에 있는 파트너로부터 한 번 이상 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비율은 1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 2021년 조사에서 기록된 16.1%보다 3.1% 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짧은 기간 동안 피해 경험률이 유의미하게 상승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신체적·성적 폭력 유형에 한정해도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같은 기간 10.6%에서 14.0%로 증가해, 여성들이 단순히 말로 그치지 않는 폭력에 노출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친밀한 관계가 오히려 여성에게 가장 큰 위험 공간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입니다.
     
    연령별로는 피해 양상이 차이를 보입니다. 전·현 배우자 등과 같이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한 중장년층 여성의 피해율이 전반적으로 높은 반면,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제 폭력의 경우는 20대 여성층에서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20대 여성 중 최근 1년 이내 5개 유형의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2.3%로, 이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폭력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높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연인이라는 이름 아래 정서적·신체적 폭력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피해를 당한 횟수에 머무르지 않고, 폭력이 젊은 여성의 일상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폭력은 특정 연령이나 관계에 국한되지 않으며, 친밀한 관계라는 특성상 외부에 드러나기 어렵고, 그만큼 구조적인 대응이 절실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 피해자의 침묵을 강요하는 문화적 요인
     
    ‘왜 도망치지 않았느냐’, ‘왜 그동안 참고 살았느냐’는 질문은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되묻는 행위로,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는 가족을 유지하는 것을 여성의 책임으로 여기는 관념이 강하게 작동하며, 이로 인해 피해자는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거나 침묵을 택하게 됩니다. 주변의 시선과 비난, 피해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가족이나 지인의 반응도 피해자의 말 하기를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문화는 피해자에게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며, 폭력을 견디는 것이 도리라는 착각 속에 갇히게 만듭니다. 결국 사회 전체가 피해자의 침묵을 조장하는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 관계성 범죄로서의 재정의 필요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히 ‘사랑이 엇나간 결과’나 ‘사적인 다툼’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이용해 폭력을 반복하고, 그 속에서 피해자는 쉽게 고립됩니다. 관계 안에서 지속적이고 은폐된 폭력이 발생하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기존의 형사법체계처럼 사건을 단편적으로 나눠서 다루는 방식으로는 실효성 있는 대응이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관계성 범죄’라는 독립된 개념으로 재정립하고, 이에 걸맞은 법적 틀과 처벌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지 법률 개정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 예방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
     
    그동안의 여성폭력 대응 정책은 주로 폭력이 발생한 이후의 사후 처리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 폭력을 사전에 막기 위한 예방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선 교육현장에서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와 더불어, 직장과 지역사회에서도 일상적인 성평등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특히 대중매체와 SNS에서 반복 재생산되는 성차별적 콘텐츠에 대한 규제와 감시 또한 필요합니다.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폭력 예방 교육을 제도화하고,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 피해자 지원 체계의 현실과 과제
     
    현재 존재하는 피해자 지원 시스템은 상담, 법률 자문, 긴급 쉼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지만, 실제 피해자에게 닿는 데에는 여러 장벽이 존재합니다. 특히 지방 거주자나 청년층, 이주여성처럼 제도적 정보 접근이 어려운 집단의 경우, 지원을 받는 데 한계가 큽니다. 더불어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연속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합니다. 의료, 심리, 경제 자립, 주거 지원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각각의 피해자 상황에 맞춘 맞춤형 대응이 가능하도록 전문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예산과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노력이 동반돼야 합니다.
     
     
    ● 법의 사각지대: 제도는 여전히 ‘가정’ 안에 머물러
     
    우리나라에서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제도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요 법령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그러나 이 법은 법적 혼인 관계나 혈연 중심의 전통적 가족 구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사실혼 관계나 연인, 동거 파트너 간의 폭력은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제도는 여전히 ‘가정’이라는 고정된 틀 안에 갇혀 있으며, 변화하는 사회적 관계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적 한계로 인해, 혼인 관계 외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 체계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연인 또는 동거인에게 지속적인 폭력이나 통제를 당한 경우에도, 피해자는 개별 범죄로만 접근해야 하며, 스토킹, 협박, 상해 등 각기 다른 범죄 항목에 따라 분리된 법적 대응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피해가 반복적이며 관계 속 권력 구조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제대로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구조적 맥락이 무시된 채, 일회적 사건으로만 처리되는 한계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친밀한 관계의 형태는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제도 역시 이에 발맞추어 변화해야 하며, 관계성 폭력을 독립적인 범주로 인정하고, 포괄적 대응이 가능한 법적 틀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 반복되는 비극과 사회적 구조의 책임
     
    최근 연이어 발생한 교제 살인 사건들은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부평에서는 접근금지 명령이 해제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여성이 전 남편에게 살해당했고, 의정부에서는 보호 조치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일터에서 가해자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외에도 울산, 동탄 등지에서 연인 간 폭력이 극단적 범죄로 이어진 사건들이 잇따랐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 간의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법과 제도가 친밀한 관계에서의 반복적 폭력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가해자들은 종종 “사랑해서 그랬다"라는 말로 폭력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이 같은 언행은 실제로는 상대를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권력의 표현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권력의 행사가 개인의 심리적 일탈이 아닌,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한 사회 구조 속에서 정당화되고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여성에게 부여된 전통적인 성역할, 예를 들어 양육 책임이나 가정 유지에 대한 도덕적 의무는 피해자가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주변 시선에 대한 두려움 또한 피해를 외부에 알리는 것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반복되는 폭력의 이면에는 여성에게 침묵과 인내를 요구해온 사회의 오래된 문화와 시선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참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 제도 개선의 방향: 친밀관계 폭력을 ‘사회적 폭력’으로 인식해야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을 더 이상 사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또는 혼인이라는 제도적 틀 밖에서 벌어지는 폭력 역시 본질적으로는 성별 권력에 기반한 사회적 폭력이며,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해결해야 할 공적 사안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여성 인권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관련 제도 개편을 촉구해 왔습니다. 특히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 조항을 기존의 ‘가정 보호’에서 ‘피해자 인권 보호’ 중심으로 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이 가능한 반의사불벌죄의 폐지, 상담을 조건으로 형사 처벌을 유예하는 기소유예 제도의 폐지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또한 반복적으로 한국 정부에 위와 같은 제도 개선을 권고했으나, 실질적인 입법 변화는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밀관계 폭력을 독립된 범주로 인정하고 관계성 범죄로 규정하는 새로운 법적 틀 마련이 시급합니다. 단순히 전통적인 ‘가정’ 개념에 의존하지 않고, 동거, 교제, 비혼 동반자 등 다양한 관계 유형을 포함할 수 있도록 법률의 정의와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또한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연령, 성별, 관계 유형 등을 세분화한 통계 시스템 구축과 정기적인 통합 실태조사 또한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는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며, 여성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이 될 것입니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히 개인 간의 갈등이나 일탈 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성별 위계와 불평등한 권력 구조가 일상 속에서 작동한 결과이며, 사회 전체가 공유해온 왜곡된 성 역할 인식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성평등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여성폭력 발생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는, 제도와 문화적 환경이 여성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결정적 요소임을 보여줍니다. 단지 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성인지 교육과 문화적 변화가 병행되어야만 진정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되는 통제와 희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거나 지배하려는 감정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나누는 말투, 책임을 나누는 방식, 돌봄의 균형 등 작은 실천들이 곧 관계의 권력 구도를 바꾸는 시작이 됩니다. 더 이상 ‘사적인 일’이라는 이유로 관계 내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가 아니라, 친밀한 관계일수록 인권과 안전이 더 우선시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상식’입니다.
    

     
    사랑이라 불린 폭력, 사회는 왜 눈 감았나
    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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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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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미리캔버스 creator: kimup
     
     
    ● 10대 중심으로 확산되는 디지털 성범죄의 실태와 구조적 문제
     
    최근 대한민국 사회는 청소년 사이에서 급격히 확산되는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찰청의 사이버 성폭력 집중 단속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검거된 피의자 3,557명 중 절반에 가까운 1,761명이 10대로 확인되었으며, 딥페이크 범죄에 한정할 경우 그 비율은 61.8%에 달합니다. 이는 단순히 청소년 일부가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수준을 넘어, 디지털 성범죄가 10대 문화 내부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더욱이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 중 96% 이상이 여성으로 나타났으며, 피해자의 대다수가 10대 및 20대 청년층이라는 점은 이 문제가 단순한 일탈 행위를 넘어서 구조적 젠더 폭력임을 시사합니다. 특히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34명이었던 디지털 성폭력 피해 학생 수는 2023년에는 1,898명으로 4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는 단기간 내에 급증한 수치로, 범죄의 양상과 파급력이 학교 커뮤니티 내에서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단순히 영상물 유포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일상과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칩니다. 피해 사실을 인지한 피해자들은 불안감과 수치심, 사회적 낙인 우려로 인해 신고를 주저하거나, 결국 학교를 자퇴하거나 전학을 택하는 등 2차 피해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 피해자들은 범죄의 특성상 ‘장난’ 또는 ‘실수’로 치부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충분한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디지털 성범죄가 단지 기술적 악용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과 대응 체계의 미비에서 비롯된 구조적 폭력임을 다시금 드러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10대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지금 우리 사회는 단순한 범죄 처벌을 넘어, 예방과 회복을 위한 통합적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실태로 드러난 구체적 범죄 사례
     
    디지털 성범죄는 단순히 온라인 공간에서 음란물을 주고받는 수준을 이미 훨씬 넘어섰습니다. AI 기반 딥페이크 기술, 메시징 플랫폼을 이용한 접근, 아동·청소년 대상 성 착취 유도, 지인·교사 등 가까운 관계를 악용한 범죄까지 그 양상은 점점 교묘하고 잔혹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범죄는 피해자가 직접 찍지 않은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피해로 이어지며, 주변 인간관계·학교생활·정서 발달 등에 심각한 파장을 낳습니다.
     
    최근 송치된 1인 2역 신종 접근 사건은 디지털 범죄가 현실의 성범죄와 결합할 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가해자는 중고거래로 접근해 연락처를 확보한 뒤, ‘전 여자친구’라는 가계정을 활용해 피해자의 신뢰를 얻고, 결국 나체 영상을 전송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이후 피해자들에게 “경찰에 신고하겠다"라고 협박하며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까지 저지른 이 사건은 디지털 범죄가 물리적 범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부산 지하철 불법 촬영 사건 역시 현행 대응 체계의 허점을 보여줍니다. 가해자는 이전에도 동일 범죄로 처벌받았음에도 재범을 반복했고, 심지어 검찰 조사를 받는 기간에도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이는 디지털 성범죄자에게 재범 위험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며, 현행 처벌 수위로는 범행 억제가 어렵다는 지적을 더욱 강화합니다.
     
    아동 대상 성착취물 요구 사건은 특히 심각합니다. 19세 대학생이 10세 아동에게 게임 아이템을 미끼로 성착취물을 요구하고 이를 유포하려 한 사건은, 청소년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그리고 디지털 공간에서의 성적 착취가 얼마나 손쉽게 이뤄지는지를 명확히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해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이처럼 여러 사건들은 디지털 성범죄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부족, 미흡한 처벌, 불완전한 피해자 보호 체계가 결합된 복합적 문제임을 보여주며, 청소년 가해·피해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경고 신호이기도 합니다.
     
     
    ● 왜 10대가 중심인가?
     
    전문가들은 10대 청소년들이 디지털 성범죄의 주요 가해자 및 피해자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 다양한 구조적 요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기술의 대중화 및 접근성의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전문가만이 활용할 수 있었던 딥페이크 기술이 이제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사진 한 장만으로도 실제처럼 보이는 음란 합성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재미’나 ‘호기심’ 수준에서 범죄에 접근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디지털 리터러시와 윤리 교육의 부재입니다. 성교육 자체는 연간 15시간으로 의무화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체육·과학·도덕 등의 수업 중에 일부 내용으로만 다뤄지거나, 추상적인 개념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범죄 유형이나, 불법 촬영물·딥페이크 영상의 법적 책임,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학생들이 이러한 행위를 단순한 장난이나 놀이로 오인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제재가 약하다는 점입니다. 촉법소년 제도와 소년법에 따라 일정 연령 이하 청소년은 형사처벌이 어렵거나 경미한 처벌만 받는 구조 속에서, 범죄에 대한 죄책감이나 두려움 없이 범행을 반복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불법 촬영이나 딥페이크 제작·유포로 적발된 청소년들 중 일부는 적발 이후에도 같은 방식의 범죄를 되풀이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예방적 차원의 처벌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전면화된 사회 구조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SNS, 오픈 채팅방, 온라인 게임 등을 통해 익명으로 타인과 소통하고 이미지를 공유하는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흐려지고, 친구나 교사의 얼굴을 합성하거나 장난처럼 음란물을 유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결국 디지털 성범죄를 단순한 ‘놀이 문화’로 받아들이게 만들며, 청소년들이 스스로 범죄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심각한 피해를 양산하는 주체가 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 피해자 지원 시스템의 현실과 한계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정부는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도적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큽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2023년 기준 약 30만 건에 달하는 성착취물 삭제 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단 13명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한 명의 직원이 하루 평균 50건 이상의 삭제 요청을 처리해야 하는 비현실적인 구조가 유지되고 있으며, 긴급한 삭제가 필요한 피해자의 경우에도 즉각적인 조치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피해 영상이 온라인에서 단 몇 시간 내에 수백만 건 이상 유포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인력 부족은 심각한 2차 피해를 유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인력을 기존 13명에서 23명으로 증원하고, 24시간 상담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과부하 상태에 있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피해자의 요청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플랫폼과 즉시 협력하여 삭제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인력 증원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습니다.
     
    또한, 피해자 지원 범위 역시 제한적입니다. 심리상담, 법률지원, 영상 삭제 지원 등이 제공되고 있으나,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지원 체계는 아직 미흡한 편입니다. 특히 청소년 피해자의 경우, 가족이나 교사에게조차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혼자 고통을 감내하는 사례가 많아, 익명성 보장과 접근성 높은 상담 시스템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요컨대, 현재의 피해자 지원 체계는 폭증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감당하기에 구조적으로 한계에 직면하고 있으며, 보다 실질적이고 촘촘한 대응 시스템 마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과 방심위의 한계
     
    디지털 성범죄 대응에서 온라인 플랫폼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기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딥페이크 영상, 불법 촬영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을 심의하고 차단하는 법적 권한을 갖고 있으나, 이를 실질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2008년 21명이던 통신심의 인력은 2024년 43명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처리 건수는 무려 12배 이상 증가해 1인당 연간 수만 건의 심의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는 인력 1명당 하루 수백 건에 달하는 불법 콘텐츠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실상 심층적인 검토는커녕 단순 필터링 수준에 그치는 부실 심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플랫폼 측의 책임 문제도 심각합니다. 유튜브, X(구 트위터), 메타 등 글로벌 플랫폼에 접수되는 불법 촬영물 및 성착취물 신고는 2023~2024년 한 해에만 39만 건을 넘어섰지만, 실제 삭제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낮고, 대부분 자체 내부 기준에 따라 처리 여부가 결정됩니다. 특히 신고 이후 심의 착수까지 수 주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흔해,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수천, 수만 건으로 복제·확산된 뒤에야 뒤늦은 삭제 조치가 이루어지는 구조적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플랫폼은 국내법보다는 본사 정책을 우선시하여 삭제 요청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거나,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문제 영상을 방치하기도 해 피해자 보호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디지털 성범죄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재 제도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 제도적·사회적 개선 방안
     
    디지털 성범죄의 확산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 교육적, 기술적, 사회적 차원의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의 실질적인 강화가 필요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 성교육은 추상적이고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실제 사례 기반의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딥페이크 제작이나 불법 촬영, 음란물 공유가 명백한 범죄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젠더 감수성, 디지털 시민의식, 책임감 등을 포함하는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교사에 대한 전문 연수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둘째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법적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단순한 ‘자율 규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삭제 지연 시 과징금 또는 벌칙을 부과하는 강제력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하며, 해시 기반 불법 콘텐츠 자동 탐지 시스템, AI 기반 모니터링 툴 등 기술적 대응 시스템의 도입을 의무화하여 실시간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셋째,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인력과 기능도 대폭 확대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수도권 중심의 집중 구조로 인해 지역 피해자는 접근조차 어려운 실정이며, 삭제 요청부터 심리상담, 법률 지원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시스템의 전국적 확대가 필요합니다. 또한 24시간 긴급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특히 청소년 피해자를 위한 익명 기반 상담, 트라우마 치료, 학교 복귀 지원 등 세분화된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합니다. 넷째로, 청소년 가해자에 대한 대응 역시 형벌 중심이 아닌 교정·교육 중심의 처벌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자’는 접근보다는, 범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재범 방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보호관찰 제도 등을 통해 가해자 스스로 책임을 인식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접근금지, 영상 유포 방지 조치, 2차 피해 예방 장치 등의 제도적 보완도 필수적입니다.
     
    이처럼 다층적 대응이 수반되어야만, 기술을 앞질러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포함한 사회 전체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편리함과 연결성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그 그늘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얽히는 디지털 성범죄는 이제 단순한 청소년 일탈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는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기술의 진보를 따라가는 단속만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켜낼 수 있는 윤리적 기준과 교육, 그리고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입니다. 딥페이크나 불법 촬영물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한 사람의 인격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현대의 폭력’이며, 이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데 있어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됩니다. 청소년들이 무지와 호기심 속에서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피해자들이 침묵 속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우리는 지금보다 더 빠르고 깊은 고민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성범죄 없는 안전한 온라인 환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모두가 지켜야 할 필수적인 권리입니다.
    

     
    딥페이크 영상 590개 만든 15살…아이들은 왜 괴물이 되었나
    주야

    조회수 2332

    202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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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통신·전자상거래·금융과 같은 기업에서 무분별로 정보가 대량 유출되며 허술한 보안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예로 최근 한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유출된 고객 계정은 당초 4500건이었지만 이후 3370만 건의 규모로 늘어난 상황이어서1) 막대한 피해 규모가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지, 해결책은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되는데요. 따라서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보안 시스템의 이미지 / 출처: TheDigitalArtist / Pixabay
     
     
    개인정보 유출 피해 사례
     
    우선 역대 개인정보 유출 피해 사례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됐었는지 살펴볼까요? 관련 통계를 찾아보았습니다. 다음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부터 접수된 사이버 침해 사고 신고를 분석한 결과인데요. 예로 2023년 1,277건, 2024년 1,887건, 2025년 상반기 1,034건이 접수됐습니다. 특히 올해 수치는 전년 동기 대비 15% 상승하여 약 3년간 전반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는데요. 이에 대한 원인으로 lot 등을 활용한 DDoS 공격, Web Shell(원격 조종용 악성 스크립트)과 악성 URL 삽입을 통한 서버 해킹 등을 들 수 있습니다.2)
     
    그렇다면 대규모 유출 사건이 발생했던 구체적인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요? 2014년 여러 카드사에서는 경제활동 인구의 75% 즉, 약 2,000만 명의 고객이 보유한 8,000만 건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습니다.3) 올 초 한 통신사에서는 약 2,300만 명의 고객 정보**가 침해돼 사실상 국민 절반이 피해를 입었습니다.4) 또한 앞서 언급한 전자상거래 기업 사례에서는 정보 유출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을 사칭한 피싱과 스미싱 범죄의 2차 피해도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5)
     
    * 기업/가맹점/사망자 배제한 개인 정보
    ** 법인·공공기관 회선 및 다회선 등을 배제한 실제 이용자 고객 정보
     
    이러한 사고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고 발생하는 이유는 분명 있을 텐데요. 따라서 주요 원인을 세 가지의 측면에서 분석해 보았습니다.
     
     
    개인 정보 유출의 원인
     
    1. 기업의 안정적인 정보 보안 시스템 체계를 구축하는 투자가 미비합니다.
     
    기업의 서버 보안 체계에 대한 미비한 투자는 불안정한 보안 환경을 만듭니다. 예로 데이터 백업6), 레거시(기존 시스템) 구조 교체, 설정 오류 개선 등의 요소7)를 갖춘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유효 인증키 관리 미흡8)으로 인한 DB 접속 인증 체계의 취약점도 문제가 됐는데요. 근본적으로 개인정보 피해 원인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활동 부족 등의 요소도 거론됐습니다.
     
    실제 앞서 언급한 통신사 해킹 사건의 경우 과거 해커의 중요 시스템에 접근하는 관리자 권한 확보9)와 BPFDoor 악성 프로그램 유입 등이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기업에서는 유심 정보의 암호화와 패치 같은 보안 시스템에 600억 원의 미비한 투자10)를 실행해 피해를 키운 사례가 있습니다.
     
     
    ▶ 휴대전화 개인정보 유출을 보고 놀란 사람의 모습  / 출처: ⓒ AI 생성 이미지
     
     
    2. 기업의 정보 보안 문제를 담당하는 조직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의 보안 사고를 담당하거나 연관된 내·외부 인력의 권한 통제 체계가 미흡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한 주요 원인으로 인력 부족11), 접근 권한 관리의 소홀함, 관제 시스템의 실패12)를 꼽는데요. 예로 앞서 언급한 전자상거래 기업 해킹 사건에서도 전직 직원의 유효 인증키의 방치가 피해 원인으로 분석됐지만 고객 정보 유출이 회원의 신고로 먼저 알려졌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13)
     
    또한 CIO(IT 운영 조직)·CTO(IT 개발 조직)의 보안 업무 범위 문제와 CISO(정보보호최고 책임자)의 제한적 보안 점검 및 조치 권한과 관련한 조직 체계 문제14)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로 미루어 보아 기업 내·외부 인력 관리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3. 정보 보안 관련 법의 미흡함과 기업의 보안 인식 부재가 존재합니다.
     
    현행 보안 관련 주요 법에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이 있는데요. 우선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분실·도난·유출 시 개인정보처리자의 72시간 이내 알림15) 및 기술적·관리적·물리적 안전조치와 전체 매출액의 3%를 초과하지 않는 과징금 조항이 있습니다.16) 하지만 사후 처리, 낮은 경제적 제재, 모호한 안전조치 시행이라는 비판들도 존재합니다.
     
    아울러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침해 사고 인지 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24시간 이내 우선 신고 및 24시간 이내 보완 신고와 재발 방지 조치 이행 ‘명령’·시정명령 불이행 시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조항*이 있는데요.17) 하지만 66건의 늦은 혹은 미신고의 발생과 기업들의 한국인터넷진흥원 기술 지원 거부율이 58.3%를 기록해 당국의 관련 자료 제출 요구만 발생한다는 한계도 드러났습니다.18)
     
    *과태료 5000만 원 상향 조정 및 시정명령 불 이행시 매일 이행강제금이 발생하는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상태19)이므로 추이를 지켜봐야 합니다.
     
    동시에 기업의 보안 인식 부재도 문제가 되는데요. 비용 절감, 기업 윤리 부족, 미비한 처벌 등의 이유로 보안 체계의 부족함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실제 민·관 영역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는 근 5년간 8천854만 건에 달했지만 건당 과징금은 평균 1천 원 정도의 매우 낮은 금액을 기록했습니다.20)
     
    지금까지 기업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 보았는데요. 그렇다면 이에 대해 정부, 기업, 시민사회는 어떠한 해결책을 갖추고 있는지 혹은 제시해야 할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정부의 해결책
     
     
    1. 민·관이 건강한 사이버 보안 생태계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정부는 민·관의 원활한 사이버 보안 생태계를 구축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범부처 정보보호 종합대책」21)을 통해 실천하고자 하는데요. 예로 약 1,600개의 생활 기반 IT 시스템 보안 점검 및 보안 인증 제도(ISMS, ISMS-P) 현장 심사·관리, 모의해킹 및 화이트 해커를 통한 보안 훈련 강화 조치를 마련하였습니다. 또한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이용자 보호 매뉴얼 및 과징금 기반의 피해자 지원 기금 신설을 계획하였습니다.22)
     
    나아가 공공데이터 보안을 위해 공공 정보 보호 예산·인력 확보, 민간 상장사의 정보보호 공시 의무·보안 능력 등급화를 확대하였습니다. 동시에 국제 보안 환경 수준에 부합하는 AI 기반 이상 탐지 시스템, 획일적인 물리적 망 분리의 데이터 보안 중심화, IT 제품군의 보안 평가를 계획하였습니다. 정보 보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차세대 보안 기업·전문가 확충, 양자내성 암호 기술 개발, 정보보호 서비스 확대 방향도 제안하였습니다.23)
     
    이를 위해서 범국가적인 교류도 필요한데요. 따라서 핵심 정보통신 기반 시설 지정 확대, 민·관 합동의 국가사이버위기관리단과 정부의 유기적인 해킹 예방·대응 협력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24)
     
     
    ▶지문 인식 보안 프로그램의 이미지 / 출처: kalhh / Pixabay
     
     
    2. 사이버 보안과 관련된 인재 양성과 민·관 조직 체계를 혁신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높은 진입장벽과 수요 폭발 등의 이유로 부족한 사이버 보안 전문가를 활발하게 육성하는 사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예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 30%까지의 사이버 보안 R&D 확대와 인력 지원, 보안 교육·창업 지원 ‘S-개발자’ 프로그램, 화이트 해커 양성 ‘화이트햇 스쿨’ 등을 통해 10만 명의 사이버 보안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25)
     
    또한 조직 혁신을 위해 CEO의 보안 책임 조항을 법제화하고 CISO·CPO(개인정보 보호 책임자)에게 이사회 보고 의무와 예산 권한을 보장할 예정입니다. 반면 소규모 사업체에는 정보보호지원센터의 도움을 제공할 예정입니다.26) 나아가 사이버전(戰)·범죄 대응 전략도 마련하였는데요. 민·관·군 협의체를 기반으로 사이버 작전·수사 분야의 대학 육성, 군 사이버 안보 종사자 취·창업 연계의 ‘사이버 탈피오트’ 체계, NATO “락드 쉴즈”·美 “사이버 플래그” 등의 국제 훈련 참가 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27)
     
    결과적으로 정부는 이에 기반한 국가 전반의 안전한 데이터 망을 건설하고자 합니다.
     
    3. 개인정보보호법을 강화하고 업계의 정보 보안 인식 제고를 위한 지원을 병행해야 합니다.
     
    미비한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개정하여 합당한 처벌과 피해 보상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예로 정부는 보안 사고 발생 시 한국인터넷보안기구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강제 조사 권한인 특사경(특별사법경찰권) 도입, 피해자 집단소송, 최근 3년간 “제일 매출액이 높은 연도의 3% 과징금” 및 지속적이고 상당한 규모의 개인정보 침해 시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부과하는 특례”* 도입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28)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상태이며 추이를 지켜봐야 합니다.28-1)
     
    아울러 업계의 정보 보안 인식을 제고할 지원책도 고민해 봐야 합니다. 예로 한 통신사는 올해의 해킹 사건에 대해 정부의 구독 취소 수수료 면제 연장29)과 1인당 30만 원 배상 조정안30)을 거부하였고 특정 전자상거래 기업은 피해 규모 축소와 실질 보상책 마련에 미완적인 태도를 보이며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2014년 카드사 유출의 경우 신용평가사 직원이 개인정보를 유출시켜 발단됐지만 기업의 책임 회피와 KCB 무료 개인정보보호 서비스 1년 제공의 조치31) 이외에는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존재하였습니다.
     
    따라서 기업의 안일한 문제 인식 해결을 위해서 정부는 CEO·임원진 보안 의무 교육, 우수 보안 기업 인센티브제, 중소·영세기업의 보안 패키지 보급 활성화 등의 지원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해결책
     
     
    1. 기업은 사이버 보안 시스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시행해야 합니다.
     
    개인정보 침해 사고는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기업은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통합 보안 시스템 마련에 대한 활발한 투자를 시행해야 합니다. 즉, 사고 발생-원인 분석-대응의 프로토콜을 마련하는 것인데요. 예로 SOC(보안 관제센터)를 설립해 이상 로그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적절한 대응 방식을 구축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보안 프로그램의 변화도 추구해야 하는데요. 예로 레거시 구조에서 벗어나 고객·인사·상품 등의 데이터 분류, 우선순위 위험 평가, 정기 점검 프로그램을 통해 정보 보호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전반적인 관리·운영 체계도 필요한데요. 대표적으로 Secure SDLC(보안 내재형 개발)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 접근·권한 관리를 진행하고 유지·보수 자동화 프로그램을 통해 OS·서버·클라우드 등의 정보를 정기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 악성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사이버 보안 전문가의 모습 / 출처: ⓒ AI 생성 이미지
     
     
    2. 기업의 사이버 보안을 담당하는 조직 체계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기업의 일원화된 의사결정 조직을 통해 사이버 보안에 대응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즉, IT 팀·개발팀·운영팀 등 개별 부서의 책임 회피 대신 CISO·보안 위원회에 유출 사고 책임 권한을 부여하고 전 부서가 유기적으로 이에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또한 외부 민·관 업체, 시민 단체, 전문가의 사이버 보안 조직 혁신 주제의 컨설팅·세미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특히 보안을 부가적인 항목이 아닌 기업의 성과 요소로 바라봐야 합니다. 즉, 조직의 유출 사고 처리 기간·대응 방식·보안 개선율 등의 지수를 상시 점검해 경영 평가에 반영하여 하나의 투자 사업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나아가 외부 인력 운영·관리에도 집중해야 하는데요. 예로 협력사 공동 보안 기준·교육 마련, 계정 발급·회수 인증키와 권한 표준 마련, 접속 로그 공동 관리 등의 방침을 통해 효율적인 사이버 보안 조직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3. 기업의 부족한 개인정보보호 의식을 함양하는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합니다.
     
    종종 기업은 개인정보 보호 영역보다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분야에 상대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부족한 CSR의 실천으로 사고 책임을 회피해 부가적인 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기업은 보안 사고 방지와 해결책을 고심하며 안전한 사이버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는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따라서 사고 방지-사고 대응-사후관리에 맞춘 보안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로 사고 방지 단계에서는 직원·외부 인력 대상 필수 보안 교육 및 훈련과 피드백의 절차를 통해 직원들의 보안 의식을 고취시켜야 합니다. 또한 사고 대응 단계에서는 관련 방침 숙지와 훈련을 실시하고 사후관리에서는 사고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한 뒤, 상담 창구를 운영해 피해 구제·보상 절차를 안내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기업의 신뢰를 높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성해야 합니다.
     
     
    시민사회의 해결책
     
     
    1. 사이버 보안 프로그램의 발전과 보안 생태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합니다.
     
    시민 사회는 민·관의 안전한 사이버 보안망을 마련하기 위해 활용될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하는 활동에 참여해야 합니다. 예로 사고 발생 전·중·후 절차에 따른 권한 운영·관리 시스템, SOC의 침해 사고 대응 시스템, 피해 고객 데이터의 분석·보상 시스템의 마련을 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규모 기업도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야 하고 기관 혹은 기업 대상 체험·자문을 제공하며 홍보 활동도 병행해야 합니다.
     
    아울러 사이버 보안 생태계의 현실과 해결책은 무엇인지에 관한 연구 활동도 진행할 수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기업·정부 등 관계자와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정확한 연구 보고서를 제공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예로 보안 구조의 취약점·개선책 분석, 조직의 비효율성·극복 전략, 사이버 보안 인식·문화 체계 등을 연구 주제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건강한 보안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야 합니다.
     
     
    ▶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는 시민단체·정부·기업의 모습 / 출처: ⓒ AI 생성 이미지
     
     
    2. 민·관의 사이버 보안 조직 혁신을 지원하는 활동을 펼쳐야 합니다.
     
    민·관을 아우르는 사이버 보안 조직의 발전을 지원하는 활동을 통해 사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예로 정부·기업·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개 토론회·공청회에 참여하여 반복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피해와 조직의 문제점에 관해 얘기하고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습니다. 나아가 보안 인력의 형식적 배치 금지, 외부 보안 인력의 책임과 권한 문서화, 조직 공동 대응 훈련 등의 원칙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이해당사자와 충분히 교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외부 전문가와 연계하여 조직 혁신에 필요한 교육과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데요. 나아가 ‘보안 조직 적합성 진단’ 등과 같은 수치를 제공해 책임자의 권한·조직 투명성·보안 프로그램의 체계성 등의 평가를 실행하고 분석하여 조직 발전을 꾀할 수 있습니다. 한편 보안 협의체도 구성해 관련 이슈와 해결책을 제공하는 도움을 공유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노력은 시민사회 전반의 보안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3. 유출 사건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기업의 보안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펼쳐야 합니다.
     
    대부분의 정보 유출 사건의 피해자는 시민들 대상인 경우가 많기에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우선 정부에 피해 규모에 따른 합당한 처벌을 촉구할 수 있습니다. 예로 버그 바운티(취약점 제보 보상 제도), 과징금 상향, 고의/중과실 기준 강화 등의 내용을 법제화하기 위한 국민 캠페인을 벌일 수 있습니다. 또한 반복 유출 기업의 사건에 관한 정보 즉, 피해 원인, 행정처분 수위, 피해 규모 등의 내용을 공공데이터로 만들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받는 운동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의 정보 보안 인식 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도 전개할 수 있는데요. 정부 혹은 시민 단체끼리 연대하여 사이버 보안 체계 구축과 문화 형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합동 포럼을 열어 타 기업의 긍정·부정 사례 분석과 조언을 통한 새로운 비전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민 합동 체험·토론을 통해 업계의 보안 인프라 구축은 ‘비용’이 아닌 ‘합리적인 투자’라는 인식을 형성하게끔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자동화 기기에 노출될 때마다 세상의 변화에 어색할 때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이 IT 강국임을 몸소 체감하며 인상 깊었던 적도 많았는데요.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는 다르게 유출 이슈는 지속되며 우리 사회의 건강하지 못한 사이버 보안 문화가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과연 오늘의 고민이 평화로운 ‘보안 세계관’으로 작용할까요? 혹여 그렇다면 K-디지털 세상은 세계에 더욱 큰 영감을 줄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

    <참고>

     
    내 개인정보는 공공정보야! 이젠 놀랍지 않으신가요?
    초스코스

    조회수 876

    2025-12-30
  •  
     
    
    저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이하 센터) 에디터로 3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에디터 활동 자체를 기록할 생각은 못 했지만, 한 해의 마침표를 찍는 시점이 되니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2025년은 1월 1일이 아니라 2024년 12월 3일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날은 북부 센터가 있는 의정부에서 4기 에디터 수료식이 있었습니다. 수료식과 함께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애도하며 유가족과 기록 활동가분들을 만나 뵐 기회도 가졌습니다. 참사 이후 산산이 부서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는 이런 고통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는데요. 그날 밤 무슨 날벼락처럼 12.3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 비상계엄이었습니다. 한 해가 저무는지 밝아오는지, 감각을 잃어버린 채 2025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분들이 많았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2024년 12월 8일 여의도국회앞 / 출처: 에디터 다름
     
     
    영영 안 올 것만 같던 봄이 왔습니다. 5기 에디터로 제가 처음 찾아간 곳은 봄을 닮은 풋풋한 청년들의 발대식 현장이었습니다. 경기도에서 공익활동을 하는 청년들의 네트워크 ‘청플’이 2기를 맞아 한 해 활동 계획과 다짐을 나누는 자리였죠. 이주민, 주거, 에너지, 환경 등 관심 의제도 참 다양했습니다. 활동을 하며 생긴 질문과 의미를 ‘청플’에서 나눌 수 있기를, 연결되는 감각에 울림이 있기를 함께 바라보았습니다.
     
     
    2025년 3월 12일 청플2기 발대식 / 출처: 에디터 다름
     
     
    무척 더울 거라는 올여름에 대한 소문이 무성할 즈음, 5월에는 기후 위기를 고민하는 수원시 세류동 ‘가치가게’를 찾았습니다. ‘옷장 해방일지’라는 행사가 열렸기 때문인데요. 각자의 옷장에 좀비처럼 숨어있는 멋있지만 안 입는 옷들을 꺼내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하는 장터였습니다.
     
    “나의 소비와 취향이 더 이상 지구를 해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공유하고 실천할 때입니다.”
     
    이 말이 절로 떠오르는 현장이었어요. 5기 에디터 참비움 님도 장터에서 만났는데요. 그날 구입한 중고 체크무늬 셔츠가 최애 옷이 되었다는 후문을 TMI(Too Much Information)지만 덧붙입니다.
     
     
    2025년 5월 25일 세류동 가치가게 / 출처: 에디터 다름
     
     
    소문대로 쨍쨍하고 일렁이는 무더운 여름이 왔습니다. 5기 에디터들이 수원 행궁동에서 사진 실습을 한 날입니다. 에디터 활동을 하며 제가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사진 촬영인데요. 이날 포토이즘 대표 최중명 작가님이 알려준 촬영 비법 중 ‘그림자를 담으라’는 부분에 무릎을 탁 쳤습니다. 7월 한낮, 행궁동 골목을 누비며 사진을 찍었는데요. 빛이 강할수록 짙은 그림자가 또 다른 매력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한 번의 실습으로 사진을 갑자기 잘 찍게 되지는 않았지만, “사물의 그림자를 담으라”는 말은 우리가 어떤 현장에 가서도 기록을 할 때 통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빛나기 위해 오랫동안 드리웠을 그림자에 대해 생각해 보기, 무엇이든 단면만 보지 말고 여러 각도로 조명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촬영 후 식사 시간, 냉면과 함께 맛본 뜨끈한 단팥 옹심이는 정말 별미였습니다. 옆자리 5기 에디터 나미 님이 권해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맛입니다.
     
     
    2025년 7월 12일 수원행궁동 with 포토이즘 최명중 작가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발 빠른 은행잎이 살짝 노란 기운을 띠기 시작하는 초가을입니다. 노란색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안전한 사회를 염원하는 상징색이기도 합니다. 마침 5기 에디터들은 시민기록자 양성교육으로 4.16생명안전교육원이 있는 안산으로 기행을 가게 되었는데요, 그날의 감상을 메모로 남겨두었기에 공유합니다.
     
    “2025년 9월 13일 토요일, 안산 단원고 4.16기억교실에 다녀왔다.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서른의 청년일 이들은 여전히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 남아있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 야간 자율학습까지 아이들이 일상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교실에는 이들이 품었던 장래 희망, 좋아한 음식, 노래 등을 기록한 명패가 책상마다 놓였다. 생전의 메모와 교실에 다녀간 추모객들의 인사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언제라도 이승을 떠난 이들이 교실로 돌아와 살아 숨 쉴 것만 같다. 최근 읽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생각난다. 제주 4.3으로부터 세월호, 이태원, 최근 아리셀 참사까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되지 못한 숱한 이별들에 숨이 차다. 공동체를 훼손하는 부정의 뿌리가 뽑힐 때까지 죽은 이와 산자는 고단하지만, 함께 부둥켜안아야 한다.”
     
     
    2025년 9월 13일 4.16기억전시관 / 출처: 에디터 다름
     
     
    9월의 마지막 날엔 ‘공익활동 페스타 세계시민대회’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초대 손님으로 지난봄 ‘청플’ 2기 발대식 때 만났던 최승환 위원의 모습이 보여 반가웠고요. 기조 강연을 맡은 국립대만대학교 사회학과 허밍슈 교수의 발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내란 정국에 저항하는 대한민국 시민들의 모습을 외신들은 역동적이라고 표현하는데요. 허밍슈 교수가 이날 시민대회에 참여한 소감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대만에서 NGO 패널 토론은 이렇게 흥미롭지 않습니다. 창의적인 의견 교환이 인상적입니다. 공익 활동의 생명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요. 한국 공익활동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이날 함께한 활동가들 모두 공감하며 힘을 내는 시간이었습니다.
     
     
    2025년 9월 30일 세계시민대회 / 출처: 에디터 다름
     
     
    다시 돌아온 겨울, 이 글을 쓰며 되돌아본 에디터의 사계절이 어제 일처럼 생생한 것은 남아있는 기록의 힘 덕분입니다. 센터 공익웹진 아카이브와 휴대전화에 저장된 파편적인 메모와 사진들을 다시 조립하며 새삼 깨닫습니다. 다양한 사람과 몰랐던 공익 활동과 연결되었던 순간들이 참 소중하며, 별로 한 일 없다고 생각했던 한 해가 실은 이렇게 풍성했구나를 말입니다.
     
    저는 에디터 활동을 통해 세상을 빛나게 하는 공익활동의 빛뿐만 아니라, 그 빛이 있기 위해 오랫동안 드리웠던 그림자의 깊이까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부둥켜안아야 할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기록은 멈추지 않고 연결은 이어집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공익 활동가분들의 걸음과 다음 계절을 기대하게 됩니다.
     
     

     
    에디터의 사계절
    다름

    조회수 686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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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은 유난히 ‘남겨두는 일’을 많이 생각하게 하는 계절입니다. 사진첩을 넘기고, 한 해를 돌아보는 짧은 회고를 쓰고, 쓰던 다이어리를 정리하거나 새 다이어리를 펼쳐보기도 하죠. 일상을 잘 기록하는 사람도, 기록에 서툰 사람도, 이 시기만큼은 무언가를 남겨두기 위해 자연스럽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출처 : AI활용 일러스트 이미지 제작
     
     
    올해 저는 여러 현장에서 ‘기록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시민기록자 양성교육, 공익활동 사례발굴, 활동 현장 스케치까지 다양했지만, 그 현장들을 거치며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기록은 개인의 회고를 넘어서 활동의 의미를 붙잡아두는 일이라는 것. 흩어지기 쉬운 장면들을 붙들고, 누군가의 목소리를 다음 사람에게 건네는 일이 공익활동의 기반이 된다는 것을, 저는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 사라질 뻔한 순간들이 남는다는 것
     
    어떤 현장에서든, 기록은 늘 비슷한 순간을 데려옵니다. 당장은 사소해 보이는 장면이 시간이 지나면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하고, 한 사람의 말 한 줄이 다음 사람에게는 시작점이 되기도 합니다.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캠프를 스케치하던 날, 한 참여자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여기서 나온 얘기, 내일 되면 반은 잊힐 텐데 기록해두면 좋겠어요.”
    제가 “기록할게요”라고 답하자,
    다른 한 명은 “우리 활동이 남는다고 생각하니 힘이 나요”라며 웃었습니다.
     
     
    청년활동가 네트워크 캠프 프로그램 중 / 출처 : 에디터 또봉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가 이어가는 활동은 대부분 과정 중심이고, 과정은 기록하지 않으면 증발합니다. 누군가의 문제의식, 한 문장 짜리 제안, 회의의 뉘앙스, 현장에서 느낀 온도 같은 것들. ‘남겨진다는 것’이 사람에게 어떤 힘이 되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기록이란, 어떤 멋진 글쓰기 기술보다도 ‘사라질 뻔한 일을 존재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실감했습니다. 기록이 없었다면 금방 잊힐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페이지에 남는 순간, 활동은 더 이상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공동의 자산이 됩니다.
     
     
    2.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흐르게 할 것인가
     
    기록을 하다 보니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비워야 할지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현장의 이야기를 정리할 때도, 사진을 고를 때도, 어떤 문장을 앞에 둘지 고민하는 과정이 길었습니다. 지금은 사소해 보여도 나중에 빛날 장면은 무엇일까. 이 이야기가 공동의 기억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록은 ‘모든 것을 남기는 작업’이 아니라, 다음 사람이 다시 걸어갈 때 도움이 되는 길을 다듬어두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불필요한 설명을 덜어내고 핵심만 남기는 이 과정에서 기록은 단순 정리를 넘어 ‘해석’이 되고, 그 해석이 쌓이면 활동의 역사가 됩니다. 올해 기록을 하며 배운 가장 큰 점은 이것이었습니다. 기록은 거창한 작업이 아니라, 작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의 기준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기록은 결국 다음 사람을 향한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올해 깊이 체감했습니다.
     
     
    3. 공익활동에서 기록이 사라졌을 때
     
    공익활동은 대체로 과정 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만나고, 논의하고,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긴 호흡의 과정을 거칩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기록되지 않으면 쉽게 끊어집니다. 그 단절이 반복되면 결국 ‘처음부터 시작하는 활동’만 늘어가게 됩니다. 올해 저도 많은 횟수는 아니지만 여러 현장을 보면서, 기록이 남아 있을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어려웠던 지점들이 올해는 자연스럽게 개선되었다는 참가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고, 한 활동가의 문제의식이 다음 기수의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기록은 공익활동을 끊어지지 않는 흐름으로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문서 한 장, 사진 몇 장, 인터뷰 한 줄이 다음 사람에게는 소중한 지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청년활동가 네트워크 캠프 프로그램 중 / 출처 : 에디터 또봉
     
     
    4. 올해 만난 기록의 새로운 감각
     
    올해 여러 현장을 기록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시민기록컨퍼런스에서 마주한 전시형 아카이브였습니다. 종이 문서나 보고서로만 남아야 했던 기록들이 천 위에 인쇄된 이야기들, 설치물과 이미지의 구조로 확장되어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기록이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록된 문장들이 하나의 전시 구조 안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2025 시민기록 컨퍼런스 전시 서문 / 출처 : 에디터 또봉
     
     
    특히 전시 서문 앞에서 오래 멈춰 서 있었습니다. ‘실타래는 본디 풀기 위해 뭉친다’는 문장으로 시작해, 서로 다른 사람들의 기록이 한 맥락으로 연결되어가는 과정을 조용히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 문장을 읽는 동안, 올해 내가 남긴 원고들도 그 실타래의 일부로 걸려 있다는 사실이 조금 낯설고 조금 기뻤습니다. 혼자 써 내려간 글이 누군가의 기록 옆에서 공존하고, 전시를 보러 온 사람이 그 글을 읽고 잠시 멈춰 설 수도 있다는 사실이 새로운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기록이라는 일이 누군가의 시간과 마음을 ‘없어지지 않게’ 만드는 일이라는걸, 전시장 안에서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2025 시민기록 컨퍼런스 전시 내용 중 / 출처 : 에디터 또봉
     
     
    또한 전시의 구성 자체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작가 은유의 강의에서 들었던 “글을 쓰면 적어도 내가 바뀐다. 내가 바뀌면 세상이 조금은 바뀐다.”라는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전시는 개별 기록자들이 경험한 변화의 흔적을 한데 모아 보여주고 있었고, 그 덕분에 기록자의 변화가 공동체의 변화로 번져가는 흐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은 기록자라는 역할을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함께 연결되는 자리’로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기록이 문서를 넘어 이야기와 공간, 전시와 구조,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방식으로 확장된다는 것. 그것이 올해 내가 만난 기록의 가장 큰 변화이자 가능성이었습니다.
     
     
    5. 내년으로 건너가게 하는 기록의 힘
     
    12월이 되면 저는 늘 사진 정리를 합니다. 폴더 속 흐릿한 사진들을 지우고, 남길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한 해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결됩니다. 그러고 나면 자연스럽게 내년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떠오르곤 합니다. 기록은 결국 ‘다음 해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라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들입니다. 기록이 쌓인다는 것은 단순히 저장이 아니라 준비입니다. 올해의 흐름을 정리해야 다음 해의 방향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에디터 활동을 통해 ‘기록자는 특별한 전문가가 아니라, 그 자리에 있었던 ‘누군가’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은 모임이라도, 한 장의 사진이라도, 짧은 인터뷰 한 줄이라도 기록되는 순간 그것은 사회적 의미를 갖고 공유할 수 있는 자원이 됩니다. 우리의 일상이, 누군가의 활동이, 지역의 공익 실험이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일. 그 일을 하는 사람은 부족하지 않고, 더 많아져야 합니다.
     
     
    출처 : AI활용 일러스트 이미지 제작
     
     
    공익활동은 기록될 때 비로소 힘을 갖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함께 걸어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기록 한 줄이 지역의 공익활동을 더 오래이어주고, 당신의 사진 한 장이 누군가에게는 다음 활동의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년의 공익활동은, 당신의 기록으로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기록의 계절, 남겨두는 일에 대하여
    또봉

    조회수 585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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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이 쏜살같이 지나간 올해의 뒷모습을 감상하다 눈을 떠 보니 벌써 크리스마스가 조용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2025년 연말은 어떠신가요? 아침 공기가 코끝을 시큰하게 하는 요즘처럼 아릿했던 감동과 환희도 있었지만 이미 지나간 후회와 미련을 상상하자니 꽤 묵직한 쓸쓸함도 밀려옵니다.
     
    문득 지금의 멀고도 가까운 이웃들의 삶은 어떤지 궁금해졌습니다. 1인 가구가 800만을 초월한 시대입니다.1) 수많은 콘크리트 속에 많은 생명이 가려져 있지만 옆 옆집의 외로운 사정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겠죠. 혼자 의식주를 해결하는 삶은 주체적인 걸까요? 고독한 걸까요?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가 3천900명이 넘었다2)는 것을 보면 전자라고 단언하기는 아마도 힘들어 보입니다.
     
    바라던 질문을 꺼내봅니다. 이처럼 씁쓸한 현실 속, 넘쳐나는 쓸쓸한 사람들을 챙겨주는 천사는 과연 있을까요? 1인 가구라는 이름으로 단순히 정의된 모습 뒤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꿈틀거리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사실 이런 사람들을 찾고 싶었습니다. 회색 지대의 세상 속에서 밝은 금빛 햇살을 내리쬐며 삶의 의미를 되찾게 해주는 존재는 흔치 않으니까요.
     
    한 해의 끝에서 언젠가 이들의 귀중함을 알리고자 했던 소망을 지금 풀어보려 합니다.
     
     
    ▶1인 가구 청년들이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는 모습 / 출처: AI 생성 이미지
     
     
    1인 가구 청년
     
    활기찬 청춘이란 옛말일까요? 2024년 기준 전체 1인 가구 중, 29세 이하와 30~39세에 해당하는 청년층의 비율은 35.2%를 기록하며3) 꽤 큰 규모를 보였습니다. 이 중에는 ‘고용·주거·경제 배제형’, 경제·건강·사회관계의 ‘다중 배제형’, ‘건강·주거 부분 배제형도’ 속해있었습니다.4) 이처럼 다양한 문제에서 결핍과 외로움을 겪고 있는 1인 가구 청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시민사회조직들이 있었습니다.
     
    1. 안산청년협동조합
     
    경기청년지원사업단은 경기도 청년 1인 가구의 건강한 생활과 원활한 사회적 교류를 형성하도록 지원하는 「경기도 청년 1인 가구 지원 프로그램 공모사업」을 실시했던 적이 있는데요.5) 이에 안산청년협동조합이 최종 선정됐었습니다. 해당 조합은 안산시 다농마트 청년몰의 청년 상인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다양한 문화 사업을 형성하기 위해 설립한 협의체인데요. 1인 가구 지원 활동으로 그린 테라피, 감정 식사 워크숍, 독서와 필사 등의 활동을 제공하기로 하였습니다.6)
     
    이를 통해 청년들이 문화 활동을 매개로 서로 소통하며 공동체의 연대감도 체감할 수 있었는데요. 이렇듯 시민사회조직이 청년과 소통해 왔던 행보들은 혼자 사는 청년들에게 고독함을 넘어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는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2. 사각지대청년지원센터 봄
     
    사각지대청년지원센터 봄은 사각지대 청년이 겪는 문제 해결과 자립을 지원하는 단체인데요.7) 대표 활동으로 “청소년 쉼터 퇴소 청년의 따뜻한 겨울을 응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사랑의 열매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었습니다. 이를 통해 자립 청년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8) 생활 기반을 형성해 주려는 모금 활동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해당 사업은 2024.11.08. ~ 2025.02.10.의 기간 동안 223명의 시민들이 총 2,635,000원을 모금했었는데요. 이를 기반으로 센터는 겨울철 생활비 지원, 자립 상담, 당사자 모임의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9) 이처럼 시민사회가 제공한 따뜻한 마음은 청년들의 연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3. 민달팽이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은 비영리 주거 모델 실험과 제도 개선을 기반으로 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입니다.10) 특히 상당한 피해를 일으켰던 전세 사기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예로 전/월세 주거 상담 및 교육, 세입자 네트워크 구축, 전세 사기 대응 정책 제언 등의 활동11)을 통해 1인 가구 청년들의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달팽이집’ 사업은 청년들이 낮은 거주비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요. 최소 6개월 이상 거주 기간을 보장하면서 이웃들과의 모임을 통해 단절감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12) 이처럼 시민사회의 청년 주거권을 지키기 위한 책임감은 1인 가구 청년들에게 큰 지지대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청년이 시민단체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 출처: AI 생성 이미지
     
     
    1인 가구 중·장년
     
    ‘끼인 세대’라 불리는 중·장년층의 1인 가구 규모는 상당합니다. 2024년 기준 전체 1인 가구 중, 40~69세 중·장년층의 비율이 45%를 차지하며 절반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습니다.13) 또한 2017~2023년 동안 40~60대의 고독사가 전체의 75%를 기록하며 심각한 규모를 보여주었습니다.14) 이는 불안정한 경제 상황, 정서적 지지의 부재, 구조적 배제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요. 따라서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동참하는 시민사회 주체들이 늘어났습니다.
     
    1. 중·장년 잡(JOB) 페스타
     
    올해 부천시는 부천고용센터·부천 일자리센터·부천지역 노사민정협의회 등 12개 관계 기관과 함께 주관한 ‘2025 중장년 잡(JOB) 페스타’를 개최하였습니다. 본 행사에서는 구직자에게 취업(이력서·자기소개서·면접) 컨설팅, 취업 타로, 이력서 사진 촬영 등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였습니다. 또한 실시간 면접을 시행하는 현장 채용 부스도 운영하였습니다.15)
     
    특히 중·장년 집중 취업 지원 주간을 따로 마련하여 경력·노무·창업 상담을 제공하였는데요. 이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구조와 패러다임에 적응하고 경력 단절, 조기 퇴직, 나이 차별 등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취업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16) 이번 행사는 중·장년 1인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컸습니다.
     
    2. 외로움 없는 서울
     
    서울시는 시민들의 외로움을 해소하고 정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외로움 없는 서울’ 사업을 기획하였습니다.17) 특히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제공자와 수혜자의 역할을 담당하며 시민사회의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것이 큰 장점인데요. 예로 외로운 시민들이 기부된 라면 식사와 함께 고립·은둔 회복 시민의 상담을 받는 ‘서울 마음 편의점’, ‘외로움 없는 주간’에 진행되는 시민들의 ‘외로움 토크 콘서트’, 고립·은둔을 겪은 인플루언서의 고립·은둔 시민을 격려하는 캠페인18)을 통해서 ‘고독함’이라는 문제를 더욱 이해할 수 있는 체험 활동을 만들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서울시는 함께 잇다, 연결 잇다, 소통 잇다의 미래 도시를 구상하였는데요.19) 이러한 행보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사회에 건강한 정신문화가 형성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1인 가구 중·장년 사람들끼리 라면 식사와 함께 교류하는 모습 / 출처: AI 생성 이미지
     
    3. 한국한아름복지회(現 오픈도어)
     
    한국한아름복지회(現 오픈도어)는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소외된 부문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를 만드는 활동에 힘써왔습니다. 예로 1인 가구 주제와 관련한 지자체 컨설팅20), 약 3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오픈도어' 포럼, 법 연구 등의 노력을 이어왔습니다. 특히 재단법인 숲과 나눔과 함께한 '1인 가구 권리 시리즈'라는 부제의 토론회를 통해 제안된 정책들을 실현시키고자 국회, 서울시, 구의회와 협력하였습니다.21)
     
    5번의 토론 동안 분석한 300개 이상의 관련 정책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안전, 건강, 고립 등의 의제들은 특수청소업체 대표, 경찰, 사회복지사 등의 1인 가구 방문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도움과 함께 정교하게 분석되었는데요. 따라서 9개 분야의 122개 정책을 담은 제안서를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22) 혹여 한 두 문장의 조항들이 있다 하더라도 어딘가에 혼자 지내고 있는 중·장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 것입니다.
     
     
    1인 가구 노년
     
    말년의 외로움은 부담스러운 상황이 더욱 발생합니다. 2024년 기준 전체 1인 가구 중, 70세 이상에 해당하는 노년층의 비율은 19.8%를 기록하였는데요.23) 인생의 마무리로 향하고 있는 만큼 돌봄 공백, 건강 붕괴, 안전 문제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이러한 위협을 잊지 않고 어르신에게 편안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 오산돌봄사회적협동조합
     
    오산돌봄사회적협동조합은 노인 장기 요양 사업을 진행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예로 기본적으로 몸을 가꾸고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신체 활동 지원을 제공합니다. 또한 가사 서비스를 담당합니다. 나아가 장기 요양 5등급(치매 등급) 수급자에게는 인지 자극과 훈련을 통한 재활형 방문요양을 지원합니다.24)
     
    활동 지원사와 요양보호사 정기 회의를 통해 조합의 발전도 추구하고 있는데요. 나아가 타 단체 후원과 지역 사회 돌봄 토론회도 진행하며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25) 최종적으로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실버산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2. 한마음 봉사단
     
    을지대학교 한마음 봉사단은 생명 존중을 위한 연구와 봉사활동을 합니다.26) 올해에는 의정부 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25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힐링 스페이스(Healing Space)' 행사를 개최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였습니다. 예로 혈압·혈당 측정 및 교육, 치매 자가 진단 및 예방 안내, 스트레스 볼링 및 긍정 처방 등의 지원을 계획하였습니다.27)
     
    이를 통해 학부생들은 의료 실력을 함양하고 지역 어르신들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이유로 돌보지 못했던 심신 건강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민간 의료 서비스 향상과 다양한 계층의 소통 창구를 마련함으로써 올해의 지역사회를 충만하게 만들었습니다.
     
    3. (사)대전‧세종소비자공익네트워크
     
    (사)대전·세종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소비자 주권을 확보하고 공정한 시장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는 조직인데요.28) 관련 사업으로 어르신 대상 보이스피싱을 방지하기 위해 대전시 서구종합재가센터와 업무 협약을 맺었습니다. 예로 소비자 교육, 공익 캠페인, 협력 사업 및 상호 지원의 체계를 마련29)하겠다는 전반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울러 탄소중립을 기준으로 소비하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에도 같이 참여하겠다고 밝혔는데요.30) 우리 사회의 데이터 안보와 건강한 소비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걸로 해석됩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활동이 모여 신종 사기 범죄에 낯선 노년층의 개인정보 보호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에 유의미한 기여를 할 것입니다.
     
     
    ▶시민단체의 어르신 대상 보이스 피싱 예방 교육이 진행되는 모습 / 출처: AI 생성 이미지
     
     
    모든 1인 가구가 소외된 채 불만족한 삶을 사는 것은 물론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 있듯이 혼자 버텨야 하는 삶에서 오는 고민과 압박감의 무게는 꽤 묵직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무의식적으로 세상은 이상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가정을 내린 채 살아갑니다. 사별한 배우자를 떠올리며 혼자 잠에 드시는 어르신, 취업을 못 해 돈이 없어 나가지 못하는 한 청년, 초라한 밥상을 겨우 차린 채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중·장년의 모습을 떠올리며 착잡한 마음에 시달리는 게 힘들 때도 있었으니까요. 이후 벅차게 밀려오는 표현하기 힘든 응집된 감정 덩어리는 스스로 더욱 쓸쓸하게 만들었습니다.
     
    외로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겨울 눈이 오면 매서움과 포근함에 사로잡히고 싶어 어김없이 외투를 걸친 후 쏟아져 나온 사람들을 관찰합니다. 가끔 혼자 바라봐야 하는 풍경을 못 견뎌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사랑했던 사람과 첫눈을 맞았을 때의 허전함보다는 좋았습니다. 식어가고 있진 않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고독함의 본질은 혼자라는 물리적 상태를 넘어 마음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혹은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하는 무언가에 찔려가면서도 앉아있는 가시방석과 같은 표면적인 상황에서 오는 정서적 결손이 내 상태를 흔드는 핵심 요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눈을 헤치고 집에 도착한 순간에도 알 수 있었습니다. 데워지는 장판 위에 누워 문득 불안함과 외로움이 덧없음과 눈곱만큼의 차이인 것을 깨달은 걸 후회할 찰나, 어머니는 제게 손으로 주무른 말랑한 귤을 건네셨습니다. 지나치게 멍든 귤의 달콤함과 따뜻함은 제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만들어 낸 촉감, 말, 눈빛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고독이 지겨워 삶의 의미를 못 찾았던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살아갈 유일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오는 크리스마스. 올해만큼은 여러분들이 홀로 버티는 사람들을 먼저 품어주려 다가가 보는 산타가 되는 건 어떨까요? 아직 크리스마스는 오지 않았고 한 사람의 소망도 남아있으니까요.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요?
     
     
    ▶산타가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1인 청년·노년·중장년의 모습 / 출처: AI 생성 이미지
    
    [참고자료]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요?
    초스코스

    조회수 732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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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을 가져본 적 있나요? 어릴 적 누군가는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이 되거나 위대한 발명가가 되거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개척자와 같은 꿈을 꾸기도 했었는데요. 하지만 어른이 되면 현실에 순응해 원대했던 꿈을 잃기도 합니다. 반면 현실에 맞서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꿈을 잊지 않고 실현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있는데요. 바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5기 아카이브 에디터입니다. 특히 에디터의 글은 2025년 우리 사회의 실상을 알리고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연료가 되고자 하였는데요. 한 해의 끝인 에디터 수료식과 함께 이들의 발자취를 돌아봤습니다.
     
     
     
    ▶ 개회식(왼), 정선미 운영총괄실장(오) /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인사말>
     
    수료식에 앞서 정선미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운영총괄실장께서 인사말을 해주셨습니다. 11월에 진행된 2025 시민 기록 컨퍼런스 예시를 들며 포문을 열었는데요. 당시 체험 부스에 시민들도 같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인상 깊었던 것처럼 에디터의 ‘공익’ 매개 역할의 의미에 대해 들여다보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글 솜씨보다 가치관이 더욱 주목받는 시간을 마련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두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현장 기록과 탐방 요소를 넣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모종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자 하였는데요. 여러 고민과 애정을 가지고 함께 공익 활동을 해온 에디터들에게 감사의 뜻도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연말을 잘 마무리하며 내년에도 함께 지속적인 참여를 바란다는 격려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5차 정기 회의>
    1. 5기 아카이브 에디터 활동 성과 보고
     
    5기 에디터 정기 회의와 교육은 2025년 3월 7일에 진행된 발대식을 시작으로 수료식인 11월 29일 사이에 총 9차례 진행됐습니다. 예로 1차 회의에서는 에디터 운영계획 안내와 글쓰기 교육/저작권 준수에 대한 강의가 이루어졌습니다. 2차 회의에서는 1분기 활동 점검과 2분기 계획을 수립하고 은유 작가의 강연과 함께 시민 기록자의 역할과 기록의 힘에 대해 들여다보았습니다.
     
    3차 회의에서는 상반기 활동 보고와 하반기 운영계획과 함께 2025 시민 기록 컨퍼런스 기획을 하였습니다. 이후 수원 행궁 답사를 통해 기록을 위한 사진 찍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4차 회의에서는 3분기 활동 보고와 4분기 운영계획과 함께 2025 시민 기록 컨퍼런스 점검을 하였습니다. 또한 4.16 기억저장소를 방문해 국가 재난이 주는 시사점과 기록의 중요성을 돌아보았습니다.
     
     
    ▶ 2025 시민기록 컨퍼런스 현장 영상회 / ⓒ 에디터 직접 촬영
     
     
    추가로 실을 깁고, 잣고, 엮고 있는 것처럼 기록이라는 실로 우리의 이야기를 타래로 엮은 '실타래' 전시행사가 담긴 "2025 시민기록 컨퍼런스" 현장 영상을 감상하는 상영회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과정이 에디터들에게 어떠한 긍정적 영향을 끼쳤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다음의 성과 보고에서 수치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공익 웹진 콘텐츠 제작 현황
     
    우선 아카이브 에디터들의 공익 웹진 콘텐츠 제작 현황을 살펴볼까요? 2025년 3월 7월부터 11월 24일 기준의 수치입니다. 수집한 113건의 원고 중 106건의 공익 웹진(센터 홈페이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발행되었고 총 조회수는 약 166,051회, 콘텐츠별 평균 조회 수는 1,277회 이상을 기록하였습니다. 이는 전년*(총 조회수: 92,524회/ 평균 조회수 571회 이상) 대비 총 조회수는 1.8배(79.5%), 평균 조회수는 약 2.2배(123.6%) 증가한 수치입니다.
    cf) *2024.11.29. 기준
     
    특히 공익 웹진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섬네일 디자인을 개선하며 시의성 있고 각 지역/공간/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다룬 콘텐츠를 발행하거나 공익 웹진에 출연한 공익활동가의 네트워크 홍보 효과 등의 요소를 통해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 5기 에디터 활동 성과 보고회 자료 /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3. 5기 아카이브 에디터 활동 평가회의
     
    1차와 2차 정기 회의 때 작성했었던 에디터들의 활동 계획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를 통해 시민 기록자로서의 2025년 활동을 상기하면서 현재를 점검해 보는 기회를 마련하였습니다. 예로 에디터가 작성한 대표적인 내용을 세 가지로 추려보았습니다.
     
    꿀벌 에디터는 다양하고도 평범한 사람의 현장 목소리를 전하고 특히 배제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목표를 세웠었습니다. 또봉 에디터는 여성, 기후 문제와 관련된 현안 혹은 ‘기록’에 대한 원고도 작성하려는 목표를 마련했었습니다. 또한 현장 취재 경험도 쌓고자 하였습니다. 미리내 에디터는 누구나 공익활동가를 할 수 있는 ‘쉬운 공익’을 만들고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다루는 원고를 작성하고자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연말에 초·중반 시기의 계획을 복기하며 깨달은 에디터들의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해지기도 했는데요. 다음의 소감 발표에서 더욱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였습니다.
     
     
    ▶ 에디터들의 회의 발언 모습 /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5기 아카이브 에디터 소감 나눔>
     
    에디터 활동 소감 나눔은 자유 발언으로 진행되었는데요. 모두가 각자의 소회와 함께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든 에디터들의 발언을 요약해 기록하였습니다.
    옐로구피: 과거에는 글을 못 쓴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었는데 현재는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센터도 함께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모든 관계자분들 고생 많으셨고 감사했습니다.
    심지: 새롭게 시작한 일이 글을 보는 업무에요. 그렇다 보니 추가적인 글 쓰는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었던 순간도 있었어요. 하지만 에디터로서 작성한 글에 회사가 관심을 가지거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같은 플랫폼을 경험했던 것은 지금의 공익을 다루는 일에 도움이 돼서 좋았습니다.
     
     
    ▶ 수료 소감을 발표하는 심지 에디터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또봉: 고등학교 때 논술을 준비했던 이후로 글을 쓴 거는 정말 오랜만이에요. 글을 작성했던 시간이 뿌듯했고 여러 주제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들었던 경험은 너무 좋았어요. 내 공익 웹진 링크를 보내며 자랑하기도 했답니다.(웃음) 종종 생계를 병행하며 활동에 소홀하기도 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재도전하고 싶어요! 뽑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참비움: 2025 시민 기록 컨퍼런스에 우리의 이야기를 반영했던 것이 좋았어요. 정말 멋있는 행사였기에 한 번 더 열리기를 기대합니다. 아쉬웠던 건 개인 사정으로 4.16 기억 저장소를 방문하지 못했던 것이에요. 공익 웹진을 더욱 활발히 작성하지 못했던 것도 마음에 걸리네요. 지금도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하며 답을 찾고 있는데요. 아무쪼록 모두 애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미리내: 활동하면서 거리 문제가 다소 힘들었었지만 여러 지역을 방문해 본 경험은 의미가 있었어요. 올해는 사건 사고가 많았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진전 없는 사회에 무기력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하지만 에디터의 글을 보면서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 명의 독자로서 너무 좋았답니다.
    레지스타: 안산 시민사회 활동을 하면서 청년 활동과 노동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4.16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사회 구축 관련 활동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특정한 글을 쓰고 나면 관련 단체의 담당자나 회원이 이를 홍보해 주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도 알려지는 게 좋았어요. 또한 지역 공익활동가와 소규모의 단체들을 응원하는 것도 보람찼습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SNS가 더욱 활성화돼 우리의 글이 많이 퍼지는 것입니다!
    꿀벌: 소수자의 목소리를 발굴하는 글을 쓰고 이를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는 자체가 좋았어요. 취재 원고의 경우 인터뷰한 사람들이 웹진을 읽으며 부끄러워하면서도 좋아하더군요!(웃음) 공익이라는 영역에서 뻔한 얘기들 외에 다양한 목소리가 오고 가길 바라요. 공공을 느끼고 다른 글들을 보며 배울 점이 많아 좋았습니다.
     
     
    ▶ 활동 인증서 수여식 기념 촬영 모습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글 좀 쓴다고 세상이 바뀌진 않아!"라는 말은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그리 이상적으로 돌아가기만 하지는 않는 법이거든요. 무엇보다 AI 시대가 다가오며 사람의 손 냄새가 밴 문자의 가치는 점점 소외돼 언어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에 아카이브 에디터들은 수년 동안 글을 지키며 각자가 바랬던 세상을 일구고자 하였습니다. 과연 글이 세상을 바꾸긴 힘들다는 의문에 올해의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남긴 마지막 답변은 무엇이었을까요? 어쩌면 “작은 목소리라도 기록되면 역사가 된다.” 아닐까요?
     
     

     
    [현장스케치] "글 좀 쓴다고 세상이 바뀌진 않아!" 5기 에디터의 마지막 답변은?
    초스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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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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