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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이 단어의 뜻은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부분이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상 즉,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비꼬아 이르는 말입니다.1) 해당 단어는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기재됐었던 만큼 매우 유의미한 단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현재 우리나라는 수도권 과밀화 현상으로 인해 각종 인프라와 자원이 과도하게 서울과 경기권에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지방은 발전을 이루지 못해 나타나는 지방 소멸화 문제가 심각합니다. 특히 과거 우리나라만의 산업화와 도시개발 정책이 이에 대한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히며 주목받고 있는데요. 따라서 이번 웹진에서는 도시개발과 지방소멸의 문제, 나아가 지역 균형발전에 관해서 얘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대한민국의 도시 개발 정책이 어떻게 설계되어 왔는지 살펴볼까요? 우리나라는 도시화·산업화라는 급속한 변화를 겪으며 많은 농촌인구를 도시로 유입시키기 위해 국토개발대도시문제해결이라는 두 가지 목표의 개발 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예로 1960~1970년대는 경제성장과 함께 공업도시부터 시작한 한국형 신도시가 건설돼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을 억제하고 토지 균형 개발을 추구하였습니다. 1980~1990년대는 주택 공급 확대와 서울 중심의 부동산 투기 억제 등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를 건설하였습니다. 2000년대에는 1기 신도시의 물가 상승, 교통체증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택지의 난개발을 해소하기 위해 선계획, 후 개발 체제의 김포 한강, 화성 동탄 등 2기 신도시를 건설하였습니다. 이후 현재 3기 신도시 사업이 예정입니다.2)

     

    출처: 연합뉴스3)

    경기 성남시 판교 대장 도시개발사업 구역의 일대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4)

    판교 일대는 2029년 제3 판교 테크노밸리가 조성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주거지역뿐만 아니라 IT 메카 지역, 교통의 요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한 때 1년간 전국 시··구 중 1(3.3)당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로 나타나기도 하였다.5)

     

    이러한 도시개발 정책은 정부가 주도하여 시기별 도시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도시 빈곤과 슬럼화를 극복하여 질 높은 도시 환경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데요.6) 하지만 오히려 지속적인 신도시 개발로 인한 도시 인구 밀집, 난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 등의 다양한 도시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 중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지방 소멸화입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산업구조의 변화나 인구감소 등을 뽑을 수 있지만 1970년대 이후 거점개발 전략으로 인해 집적경제의 이점이 있는 수도권으로 경제활동과 도시성장이 가속화돼 수도권 과밀화 현상이 나타난 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7)

    그렇다면 현재 지방 소멸화를 부추길 수 있는 도시개발정책과 관련된 문제점은 크게 무엇이 있는지 3가지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신도시 정책은 지방 소멸화를 부추길 수 있습니다.

    정부의 신도시 조성 정책은 주택 공급이 주 사업이며 교통·의료·문화 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계획은 뒷순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신도시들은 베드타운으로 전락하여 수많은 인구의 유출이 일어나는 문제점이 발생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경기도의 주간인구지수는 94.5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아래에서 3등을 기록했습니다. 주간인구 지수가 100을 넘으면 낮 시간대 인구가 순순히 유입한다는 의미인데, 경기도는 통근·통학 등 이유로 순순히 유출하는 인구가 더 많다는 뜻입니다. 인구 유출은 기업의 경쟁력을 감소시켜 지역 경제를 위축시키고 이상적인 주거·생산·소비·생활 등의 통합적인 인프라가 구축될 수 없는 도시를 만들어 지방 소멸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8)무엇보다 과밀화된 수도권 내에서도 인프라가 더욱 우수한 서울로 집중하는 현상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서울공화국도시정책의 한계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출처: 조주현,사진,경기일보(240728)9)

    퇴근을 맞은 강남역 일대. 복잡한 강남역 일대에서 귀가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시민들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주말에도 서울에서의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한 경기도 인구들의 유입으로 인해 강남역은 늘 복잡하다.

     

     

    둘째. 기존 도시산업/인구 구조의 변화는 지방 소멸화를 부추길 수 있습니다.

    미래 대체 산업의 증가와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해 기존 도시생태계가 위협받으면 지역 경제가 쇠퇴할 수 있습니다. 예로 최근 대한민국 제2 도시인 부산 지역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상호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2년 서구·중구·동구·영도구의 4곳에 불과했던 소멸 위험지역이 2024년 서구·금정구·동구·영도구 등 11곳으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원인 중 하나로 부산 지역의 전통 산업인 운수·창고, 섬유 산업 등의 불황과 함께 장기 소득과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일자리 감소와 청년층의 유출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2022년의 부산 기업체 수는 실제 142천 개에서 138천 개로 4천 개가 줄었는데 이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6만 개가 늘어난 것에 비해 급감한 수치라고 합니다.10) 이러한 지역 경제의 붕괴는 도시 기반을 약화해지방 소멸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셋째. 소규모 도시의 발전을 위한 정책 부재는 지방 소멸화를 부추길 수 있습니다.

    국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 기조는 대규모 혹은 중규모의 지방 도시에 집중하여 일종의 낙수효과를 바라는 형식을 다소 추구하였는데요. 하지만 이는 대략 우리나라에서 90개에 달하는 소도시(인구감소 지역)의 소멸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로 소도시 중 읍 단위보다 작은 면 단위는 1만 명 미만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어 생활 서비스 공급에 차질이 있으며 지자체 재정 부족으로 공공서비스의 제공도 어려워질 확률이 높아 읍의 활성화가 마을의 존속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데요.11) 따라서 작은 규모의 도시 발전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지방 소멸화의 도미노 현상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대표적으로 지역 균형발전의 총책임자라고 볼 수 있는 국가와 함께 국민의 참여가 담긴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국가 정책 사례 3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첫째. 국가는 세종특별자치시의 스마트시티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는 특별 조성 광역자치단체를 새롭게 형성해 지방 인프라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세종특별자치시의 스마트시티 건설을 들 수 있습니다. 세종특별자치시는 2012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특별 조성된 행정중심복합도시로써 공공기관의 이전과 함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개선하였는데요. 이후 2022년 세종시는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민간사업자와 국가시범 도시인 세종 지능형도시(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을 실시해 2025년을 목표로 건설·정보통신기술 등을 융·복합하여 건설된 도시기반시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12) 이러한 도시서비스를 통해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삶의 질이 향상되는 세종시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습니다.13) 이처럼 국가는 각 지역의 정체성과 미래를 설계하는 사업을 기반으로 지방 소멸화 방지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둘째. 국가는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을 통해 소멸 지역의 부흥을 꿈꾸고 있습니다.

    국가는 지역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 경제 기반을 활성화하고자 하는데요. 예로 행정안전부의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을 들 수가 있습니다. 해당 사업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는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사업 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만 39세 이하 미취업(또는 이에 준하는 자) 청년들은 취업과 동시에 거주할 수 있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근로자 임금 지원, 직무 교육, (인구감소 지역/서울 외 지역)청년 창업 비용 등 실용적이고 다양한 지원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14) 이러한 국가의 지원책은 청년과 지역 자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링크-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 소개

    https://www.mois.go.kr/frt/sub/a06/b07/localyouthjob/screen.do

     

    셋째. 국가는 농촌 빈집 정비 활성화사업을 통해 마을을 살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소규모 마을을 활성화하고자 하는데요. 특히 낙후된 농촌 지역의 빈집을 정비하고 재활용하는 정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예로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 빈집 정비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농촌 빈집 수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요. 특히 현재 실시하는 농촌주택개량 사업의 주택개량융자금을 개편하고 마을 단위로 빈집을 정비하는 것에 대한 집단대출 등 융자지원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빈집을 귀농·귀촌인의 임대주택, 어린이·청소년 공간, 마을 호텔 등으로 탈바꿈하는 계획을 수립하였는데요. 프로젝트 1호 대상지가 해남으로 지정되면서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15) 무엇보다 빈집이라는 생소한 지역 콘텐츠 활용은 젊은 층의 관심과 더불어 SNS 파급력을 높여 지역 방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은 지방 소멸화를 막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에서 하는 활동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지방분권 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를 비롯한 영남·호남·제주 시민사회단체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공동의제를 통해 지방 소멸화를 막기 위한 지역연대를 선언했습니다.

    다소 각 지역의 발전에만 치우칠 수 있는 개별 시민단체의 활동을 통합하기 위한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하는데요. 따라서 올해 7월 지방분권 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를 비롯해 영남·호남·제주 시민사회단체는 10일 오후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남부권 발전 전략과 방향 토론회'를 열고 남부권 지역연대를 선언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영남·호남·제주 등을 아우르는 남부권 발전 축을 형성해 수도권과 더불어 양대 축으로 국가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며 앞으로의 연대 활동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는데요.16) 이처럼 시민사회단체의 연합에서 오는 행동과 메시지는 지역 상생에 더욱 큰 파급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전국귀농운동본부는 소규모 도시의 귀농·귀촌 정착을 위한 생활 기술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농촌 지역이 많은 소규모의 도시 특성상 시민사회단체는 귀농/귀촌과 관련한 교육, 지원, 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해 귀농 인구를 유치하고 지역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예로 ()전국귀농운동본부를 들 수 있습니다. 해당 단체에서는 대표적으로 농부에게 필요한 생활 기술학교강좌를 제공하여 귀농 선배들에게 예초기 조작법, 생활 매듭법, 도끼 사용법 등 다양한 농사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실제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의 이름으로 적정기술을 교육하는 비영리법인으로써 농림부 우수 교육기관 2년 연속(21, 22) 선정되는 성과를 이루기도 하였습니다.17) 특히 초보 농부들이 많은 청년층에게 체험형 교육과 멘토와의 소통을 제공해 귀농·귀촌의 큰 동기부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링크-농부에게 필요한 생활 기술학교 강좌 상세 보기

    http://www.refarm.org/edu/view/637/

     

    셋째. 지리산 작은 변화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작은 변화 공모 지원사업을 통해 지리산권 지역의 지방 소멸을 막거나 늦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리산 작은 변화지원센터에서는 지역의 시민사회를 지원하는 작은 변화 공모 지원사업을 통해 지리산 권역과 이웃이 공존하며 일상 속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는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지리산 소멸단활동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지리산 소멸단은 하동 지역의 소멸을 늦추거나 없애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제공하는 단체인데요. 1호 사업인 <하동 보물찾기>를 통해 지역의 청년 소상공인들을 소개하는 팝업 전시와 함께 이들의 삶과 사업을 조명하는 인터뷰지를 발간 하여 하동 젊은이들의 교류 장을 만드는 성과를 냈습니다. 향후 얼기설기 공유 공방’, ‘빈 상가 셰어하우스 활용등 지역 주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하동 거주민들을 유치하는 사업들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18) 이처럼 시민사회단체의 지원과 주민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합쳐진 사업들이 많아질수록 지방을 더욱 소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지리산 작은 변화지원센터 홈페이지19)

    하동 동네 책방 시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지리산 소멸단의 모습이다. 지리산 소멸단의 이름은 지방 소멸의 심각함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소멸이라는 단어를 포함해 지어졌다. 해당 단체는 지자체 공무원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하동 지역과 지리산 권역의 지속가능성 있는 미래를 위해 늘 고민한다.

     

    지방 소멸화의 문제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요.

    나의 거주지역이 아니어도 우리가 모두 살고 있는 터전인 대한민국의 문제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크게 가져야 하는 사회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방에 사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등 가족과 친인척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에 와닿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제는 수도권/비수도권, 서울/지방 등 지역 격차와 차별에서 벗어나 더 큰 미래와 포용을 보여줘야 하는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 같이 발전하는 미래, 대한민국을 꿈꾸며 이번 웹진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각주>

    1)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서울공화국"

    2) 출처: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도시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 신도시 개발"

     

     

     

    서울공화국_도시개발과 지방소멸
    초스코스

    조회수 73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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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총선이 끝나 앞으로 이번에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대한민국 제22대 국회를 구성하여 국민이 부여한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정치인들이 함부로 입에 달고 사는 국민은 이름만 있는 허수아비가 아님을 그들이 명심하기를 바란다. 한편 국민에게 있는 주권은 선거 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더 깊이 자각해야 사회를 제대로 이끌어가야 하는 본연의 정치가 가능해질 것이라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살펴봐야 할, 법제화가 필요한 한 가지 중요한 안건이 있다. 다름 아닌, 마을공동체 활성화와 관련된 법안이다. 2016년부터 이미 4차례 발의되었던 기존의 법안1)들이 명칭과 내용이 조금씩 바뀌어왔으므로 여기서는 편의상 마을기본법이라 칭한다.

     

    마침 지난 43일에 수원에서 주민주권과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마을지원 법제화 추진 대화모임이 있어서 그 자리에 다녀왔다. 경기도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마을기본법 법제화 추진을 위한 제안서를 보내고 협약식을 맺는 등 각 지역 마을공동체네트워크 중심으로 이런 저런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주제로 한 대화모임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고 참석해보니 역시 직접적인 만남을 통한 인식의 확인과 소통과정이 중요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 현장 취재를 토대로 마을기본법 법제화의 필요성과 당위성, 그간의 흐름과 현 상황, 핵심 쟁점, 과제 등을 정리해 공유할 수 있게 됨도 뜻깊다 할 것이다.

     

    수원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있었던 이 대화모임은 가칭 수원 마을지원법제화 추진위원회가 주관, 주최하고 마을만들기경기네트워크, 경기시군마을넷(), 경기마을공동체미디어연대가 공동주최하였으며 마을활동가, 마을공동체, 마을만들기협의회, 주민자치회, 관심 있는 시민 등을 대상으로 한 열려있는 대화모임이었다. 이 날 참석자 수는 20여명 남짓으로 많지 않았으나 참석자의 면면은 매우 다양해서 좋았다. 주최 측인 수원에서는 진행을 맡은 이경남 마을살이 사회적협동조합 대표를 비롯해 그동안 오랜 마을활동 경력을 가진 마을활동가, 주민자치회 위원, 마을만들기협의회 위원, 지역봉사단 활동가, 부녀회 회원, 수원시 마을자치지원센터, 지속가능사회단체포럼, 지속가능협의회, 수원공동체 라디오, 행정 등에서 참여하였고 타 지역에서는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여주, 용인 등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참석자 소개 후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 곽현지 마을정책팀장이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법제화 전망과 과제에 대해 발제를 한 후, 질의응답, 참석자들의 의견 교환 등이 이어진 후, 앞으로 지속적인 대화모임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며 이날 대화모임은 마무리되었다. #마을법_필요해, #경기도 마을공동체 인식확산 캠페인 #마을하자 외에도 각자의 의견을 종이에 써서 들고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오고간 이야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전국적으로도 마을기본법 법제화를 위한 공론장이 꾸준히 이어져오고는 있으나 경기도에서는 특히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중심으로 2023년에 총 8회 토론회와 한 차례 포럼이 개최된 바 있다.

    그 자세한 내용을 담은 마을공동체 지원 법제화 전망 경기 권역별 순회토론회 종합자료집은 유용한 참고자료로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홈페이지 자료실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의 지향과 내용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와 이에 따른 쟁점 사항, 마을기본법 법제화의 효과, 마을기본법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우선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또한 법제화 추진에 마을활동가, 마을공동체는 물론 주민과 단체, 행정, 의회 의원 등 다양한 단위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마을기본법설명을 위해 제작한 카드뉴스 중 한 장

    일차적으로 마을기본법 제정 당위성의 근거는 헌법이 부여한 주권재민과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데 있다. 그리고 필요성은 사회적 난제 해결의 열쇠를 민주주의의 최소 기본단위인 마을이 쥐고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그간 제안되었던 마을기본법안의 명칭은 지역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안’ ‘마을공동체 기본법안’ ‘마을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안’ ‘마을공동체 및 지역사회혁신 활성화 기본법안등으로 약간씩 변화가 있다. 이는 마을의 범주, 마을공동체에 대한 개념2)이 확고하게 정립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마을기본법의 실질적 내용을 어떻게 담을 지와도 관련이 있다고 할 것이다. 가장 주된 쟁점은 기본법으로 하느냐 지원법(개별사업법)으로 하느냐의 문제와 주민자치법안도 추진 중이므로 양자 간의 조율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밖에도 여러 요소에서 다양한 의견과 충돌 지점이 있을 수 있기에 법안 제정의 목적을 해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서복경(더가능연구소 대표): 전환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마을의 역할과 법제화 방향 발제 자료에서,  2023 마을공동체 지원 법제화 전망 2023 경기 권역별 순회토론회 종합자료집 20

     

    현 시점에서 마을기본법 법제화의 핵심적 의미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지방자치 30, 마을정책 제도화 20년을 지나며 지방자치법, 지방자치분권법, 217개 마을조례 등에서 주민자치의 원리를 명시 또는 배경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경기도만 해도 2007년 안산시를 필두로 31개 모든 시군이 마을공동체 조례를 제정하였고, 주민자치회도 5개 시군을 제외하고는 시범 또는 전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활동 및 자치 자체의 가치를 인정/보호 하거나, 이를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 하는 체계에 관한 법제도가 부재하기 때문에 주민참여형 정책이 일시적이거나 한시적, 매우 제한적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주민의 공적 활동 가치와 참여를 뒷받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주민의 주권이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 법적 근거의 필요성 외에도 마을기본법이 갖는 더 큰 의미는 사회문제의 해결에 있다. 개인의 고립, 관계와 신뢰 저하로 야기되는 점점 심각해져가는 각종 사회문제의 해결이 필요한 상황에서 내가 사는 삶터에서의 사회적 관계망과 안전망은 점점 더 중요해져가고 있다. 공동체 생태계 강화를 통해서만이 지방소멸, 초고령화, 인구 감소, 경기 침체, 기후 위기, 4차 산업혁명과 다문화사회의 현실에 구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도 사실이다. 저변적인 삶의 질 개선은 일시적인 지원정책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으며 보다 근본적으로 필요한 활동을 지속적이고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만드는 기본 틀, 즉 사회시스템이 갖추어지고 정착되어야만 하기에, 또한 여러모로 시도 중이나 안정화되지 못하고 있는 민관 거버넌스의 안착과 성공을 위해서도 마을단위의 체계가 가장 효율적이고 유용하기에 마을기본법 제정이 꼭 필요한 것이다.

     

    마을기본법 제정의 효과는 제안 법안 원문에도 필요성으로 명시되어 있듯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사회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 하도록 함으로써 지역의 공동체 전통을 회복하여 주민의 행복증진과 지역발전에 기여3)하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마을(지역)공동체를 고유한 정책영역으로 자리매김하여 지역 간 편차를 해소하고, 향상된 주민역량, 마을자원을 활용하여 우리사회를 궁극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마을기본법 제정의 당위성과 필요성, 효과를 부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발제 후 질의응답과 발언 시간에는 다양한 주체가 참여한 만큼 발전적 보완적 시각은 물론, 적극적인 인식과 행동의 필요 외에도 이런 저런 우려가 솔직하고 조심스럽게 제기되기도 하였다. 가령, 주민자치법과 대치되지 않는 상호보완적인 법 제정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 지속가능발전기본법으로서의 명제와 내용에 대한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는 의견, 마을자치와 주민자치가 협력하는 방안이 강구되었으면 한다는 의견, 법제화 의미를 내재화하기 위한 공론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의견, 법이 제정됨과 함께 주민의 자발성이 시들고 중앙통제식으로 가면 곤란하고 마을공동체의 핵심인 자발성이 보장, 육성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의견, 획일화에 대한 우려, 마을권 확보를 위해 모법으로서 마을기본법이 필요하다는 의견, 법과 문화가 대치되지 않고 법이 문화를 포용, 지지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리라는 의견, 재정지원과 동시에 관변단체로 전락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우려 등등. 모든 의견이 소중하다는 생각과 함께 한편으로는 법과 법의 집행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생기는 본질적 혼선이 살짝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다양한 관계 주체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가 필요하고, 마을기본법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이해, 설명과 토론이 선행될 때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마을기본법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기본법 제정은 가장 기본적인 민주주의 논에 물을 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마을활동은 근본적으로 나보다는 우리, 사익보다는 공익을 앞세우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보더라도 마을활동을 활성화시키는 밑거름이 될 법제화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윤리, 공익적 가치 향상을 위해서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건강한 미래사회를 앞당길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아무 대가도 없는 대화모임의 자리에 진정성, 공익성, 공공성, 자발성을 장착하고 참여하는가 하면 또 이런 자리를 마련한 마을주민과 활동가, 시민단체야말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살리는 생생한 풀뿌리임을 다시 한 번 자각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이들과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일들이 다시 활기 있는 초록빛을 뿜어내야 때가 지금이다.

     

     

    [각주]

    1) 지역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안: 유민봉 외(2016) 마을공동체 기본법안: 진선미 외(2017) 마을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안; 이해식 외 (2020) , 마을공동체 및 지역사회혁신 활성화 기본법안; 서영교 외(2023)

    2) 마을은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 특성을 지닌 장소로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사회적 관계를 이루면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최소범역마을활동은 자치, 자조, 협동과 책임의 원리로 공동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마을이 당면한 문제 해결을 통해 마을 및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활동마을공동체는 마을활동을 하기 위해 주민들이 결성한 모임, 단체, 법인 등” - 곽현지 발제자료에서 발췌, 일부 수정

    3) 마을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안, 이해식의원 등 41인 발의| 제2104140 (2020. 9. 23.) 원문 중

     

     

     

    [참고 자료]

    * 문서

    - 마을공동체 지원 법제화 전망 2023 경기 권역별 순회토론회 종합자료집,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 홈페이지 자료실

     

    * 영상

    1) 마을만들기지방정부협의회 마을만들기 정책포럼 가칭마을기본법 토론(2016621) https://www.youtube.com/watch?v=3Vgd1VoeRnc

    2) 마을기본법 제정을 위한 입법토론회 (20161121) 국회의원회관 https://www.youtube.com/watch?v=JR6jbpKKxsk

    3) 마을(지역공동체) 기본법 강원도 1차 토론회 (20161128https://www.youtube.com/watch?v=_ez3tYLyvm8

    4) 시민들이 준비하는 십시일반 토론회 마을(지역공동체)기본법 경남토론회(20161219) https://www.youtube.com/watch?v=JwASNCayUm4

    5) 마을자치 이슈와 포럼 5(2020.11.10) 마을관련법으로 보는 마을민주주의 1차 공청회 https://www.youtube.com/watch?v=jIx50WRQoAA

    6) 마을진담 : [마을자치 이슈와포럼 4] 전은호 센터장의 “Localism Act의 가능성발제! 마을관련법으로 보는 마을민주주의 1차 공청회 https://youtu.be/CmV6gjrCvaQ?si=ySLLhKX-EdlbLU6j

    7) 마을진담 : [마을자치 이슈와포럼 - 3] 유창복 소장의 마을·주민관련법 현황 및 마을기본법의 필요성입니다. 마을관련법으로 보는 마을민주주의 1차 공청회 https://youtu.be/3EDHxALyrhs?si=Kgi6blNpsnZvRyw1

    8) 마을진담 : [마을자치 이슈와포럼 - 5] 최인수 박사의 마을기본법(지역주권법)의 기본방향입니다. 마을관련법으로 보는 마을민주주의 1차 공청회 https://youtu.be/jIx50WRQoAA?si=tl0g02B8r1KeW0XD

     

     
    우리가 알아야 할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법제화’의 의미
    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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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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