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메뉴열기

공익웹진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2030 여성이 있다면, 사람들은 있는 집 딸이라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 로스쿨생 중 압도적으로 가난해서 국가장학금으로 공부해 변호사 시험 합격증을 받은 사람이 있다.

    인생의 가장 큰 변곡점이 대포통장 사기 사건이었고, 진흙탕 바닥이 인생의 길을 가르쳐 주었단다.

    안산의 새내기 법조인, 정민지 변호사의 꿈과 포부를 들어보자.

     

    Q 시간 내 줘서 고맙다. 자기소개부터 부탁한다.

    나는 대한민국 30대 여성이고 한 달 전에 제15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까, 즐거운 상상 속에 지내고 있다. 목회자 부모의 세 자녀 중,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 낀 외딸이다. 부모가 나를 고명딸이라며 떠받들어 키우지도 않았고, 오빠랑 연년생이라 쌍둥이처럼 자랐다. 그래서인지 태어난 순서로는 장녀가 아닌데, 현실에서는 ‘K-장녀로 자랐다. 진짜 장녀들이랑 만나면 말이 되게 잘 통하더라. 나 또한 나를 항상 큰딸로 정체화한다.

     

    Q 살면서 지금처럼 신나고 여유 있는 시기가 없었을 거 같다. 축하합니다.

    맞다. 대한변협이 하는 합격자 연수를 들으면서, ‘의식적으로천천히, 내가 가고 싶은 일자리를 찾아보려 한다. 안산시 공무원 3년 하고 2021년 로스쿨에 진학했으니, 지금 5년 만에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려 한다. 공무원은 대학 졸업하고 당장 돈을 벌어야 해서 시작했었지만, 이제는 돌고 돌아 내가 하고 싶은 거, 해야 하는 일, 살고 싶은 삶을 찾았다. 아무 데나 들어가서 대충 시작하기 싫어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찾고 있다. 굉장히 설레고 기대된다.

     

    Q 안산시 9급 일반 행정직으로 3년 일하고 그만두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가정형편 상 취준생으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어서, 졸업 전에 합격해 놓고 졸업과 함께 일했다. 공무원으로 일하며 내 길을 찾아볼 작정이었다. 민원 업무든 행정사무든 일은 잘 해냈지만 조직 문화가 힘들었다. “이제 공무원 됐으니, 시집만 잘 가면 된다라는 말을 지겹도록 들었다. 어린 여성이라고 친절, 애교, 미소 같은 태도 요구를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남자 상사랑 있을 땐 전문 직업인이 아니라 위안을 줘야 할 거 같은, 내가 너무 대상화되는 위치에 놓이더라. 그때마다 뻔뻔하게 받아칠 짬밥이랄까 요령이랄까, 그게 없어서 미치겠더라.

     

    내 능력에 비해 너무 소박한 보상과 인정만 주어지는 현실에 회의감이 컸다. 누군가의 권력과 위계에 따르기보다 내 목소리를 내며 세상에 영향을 끼치고 싶었다. 2019년 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다큐 영화 를 보고 강하게 깨달았다. ‘저런 법조인이 되자. 그러면 내 능력을 발휘하고 합당한 보상을 받으며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 그날 탈출을 결심했다.

     

    Q 청소년기부터 변호사를 꿈꾼 건 아니었나 보다. 어린 시절 이야기가 궁금하다.

    초등학교 통지표에 용모 단정하고 질서를 잘 지키나 의사 표현이 부족함이라고 적힌 소심한 모범생이었는데, 신기하게 운동할 땐 날아다녔다. 아빠가 형제들이랑 차별 없이 축구, 야구, 배구, 농구에 자전거까지 다 가르쳐줬다. 우리집에서 유일한 사교육으로 수영, 태권도도 배웠다. 덕분에, 나는 운동선수가 될까 한 적도 있다. 몸을 내 마음대로 통제하는 독보적인 아이였다. 그러다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운동선수가 될 사람은 이미 여기 없어야 한다고 툭 던지는 말에 나는 늦었구나싶어 마음을 접고 공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고교 비평준화 시절 안산 동산고에 진학했다. 입학하자마자 바닥을 치는 성적에 충격을 받았다. 가장 어려웠던 건 수학이었는데, 1년 내내 슬럼프였다. 1학년을 마친 후 어떻게든 수학을 정복해야겠다 마음먹었다. 부모의 교육철학과 경제적 사정으로 어릴 때부터 학원이나 과외 없이 공부했던 나에게 선택지는,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하기그것뿐이었다.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겨울방학 내내 수학에만 매달렸다. 그런데 고2 첫 모의고사에서 수학을 반타작했다. 좌절감에 울고 있는 나에게 아빠는 공부를 똑바로 안 한 거다라며 비수를 꽂았다. 그 말에 오기가 생겼는지 나는 계속 밀고 나갔다. 지난한 자기 싸움 끝에 수학을 가장 잘하는 과목으로 만들며 정시로 서울의 한 사범대에 합격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는 공부 맛을 청소년기에 익힌 셈이다.

     

    Q 대학 생활과 청소년기 공부는 달랐을 거 같다. 자기 길 찾기는 어땠나?

    모범생으로만 살아서인지, 대학에서 스스로 길을 뚫는 게 무서웠다. 등록금은 국가 장학금으로 해결됐지만 용돈은 벌어 써야 했다. 안산에서 2시간 통학하며 공부하고 알바하느라 늘 시간이 부족했다. 4학년 앞두고, 진로도 안 잡히고, 학점도 별로고, 휴학하고 돈을 좀 벌며 길을 찾고자 했다. 마침, 월급 200만 원에 물류창고 알바 공고가 뜨더라.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엄마가 간암 수술 후 퇴사해 요양 중이었고, 아빠는 투잡을 뛰며 목회했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완벽한 결과를 내놓고 싶다는 강박에 쫓기고 있었다.

     

    돈에 혹하고, 출입증 등록용이라는 말에 속아, 체크카드와 통장과 비밀번호를 넘겨주고 말았다. 이상하다 싶었을 땐 이미 내 통장이 보이스피싱 대포통장으로 쓰인 후더라. 나도 모르는 사람들 이름으로 수백만 원씩 돈이 들어왔다 빠진 기록을 다음 날 확인했다. 가해자 신분이 되어 버렸다. 빨간 줄이 그어질 대형 사고 앞에서 나는 속수무책 바닥을 경험했다. 이 사건으로 전혀 계획에 없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되면서 내 인생의 방향이 급선회했다.

     

    Q 대포통장 사건이, 정민지라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줬나?

    그전까지는 보이스피싱 뉴스를 보면, 사람들이 조심성이 없어서 당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궁지에 몰려 휘말리고 보니, 내 뜻대로 안 되는 삶의 영역이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요양 중이던 엄마가 내 소식을 듣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소통이 부재해서 일어난 문제라고 하더라. 혼자 완벽하게 잘하고 결과만 짜잔!~” 보여주려 하지 말고 못난 모습도 나눠야 함을 깨달았다. 통장이 정지되고, 경찰조사를 받고, 검찰에서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결정을 받기까지 반년을 보내며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인생 바닥에 던져질 때 현실을 받아들이게 해주었다. 그 바닥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Q 공무원을 그만두고 로스쿨에 도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나도 로스쿨은 돈스쿨이지 내가 어떻게 가라고 생각했었다. 3년 학비와 생활비 하면 억 단위가 든다. 나는 로스쿨생 중 압도적으로 가난했다. 소득 분위 장학금을 신청할 때 부모 재산이 들어가는데, 우리 부모는 수입과 재산이 바닥이었다. 엄마는 간암 수술 후 퇴사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공부하느라 고정 수입이 없었고, 아빠도 미자립 교회의 투잡 목사였다. 그런데 이 사정들이 역설적으로 완벽히 증명되면서 나는 3년 내내 전액 국가 장학금으로 공부했다. “엄마 아빠 가난한 김에 제대로 가난해서 고맙다.”라고 농담을 즐길 정도였다.

     

    Q 로스쿨 학생들도 사교육(학원 인터넷 강의) 한다고 들었다.

      변호사 시험 시장의 현실 이야기와 자기 주도적 공부 과정도 들려달라.

    로스쿨은 변호사 시험(변시) 통과를 위한 입시 학원으로 전락했다고들 한다. 대부분 사법시험 출신이거나 학계에만 있던 교수들 강의에 대한 만족도가 학원보다는 낮았다. 대다수 학생이 수업 시간에 뒤에 앉아 대형 학원 인터넷 강의(인강)를 듣거나 학원 교재를 보는 게 현실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고집스럽게 교수님 강의와 책을 붙잡고 독학을 밀고 나갔다. 인강에 쓸 돈도 없거니와, 처음부터 하나하나 스스로 해나가는 공부가 나에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령이란 걸 모르니 법의 1부터 100까지가 다 중요해 보여서 공부 분량이 살인적일 수밖에 없다. 삼수 때까지도 이 방법이 맞나?” 수없이 의심하며 두려움을 늘 끼고 공부했다. 독학 합격은 보편적인 레퍼런스가 없으니, 스스로 실험하고 시도하며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해야 했다. 시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도 완전히 자신할 수 없었는데,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다.

     

    Q 그 억눌린 멘탈을 어떻게 붙잡아 끝까지 버텨낼 수 있었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시험 점수가 안 나오면 흔들리다가도 결국 내가 해야 끝나는 싸움이라며 크게 울고 금방 일상으로 돌아왔다. 특히 부모님과 교회 공동체와 토론 모임에서 내 취약함과 어려움을 나눴다. 가족이 무조건적인 안전 기지였다. 그리고 삼수 중에도 매월 3개의 페미니즘 토론 모임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법조계 자체가 본질적으로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이라, 공부하다 보면 ? 이게 말이 돼?’ 싶은 판례가 많더라. 그런 판례로 쌓인 스트레스를 토론 모임에서 거지 같은 법리들이다!”라고 소리 지르고 날카로운 성평등의 칼을 벼렸다. 멀리 보는 자기주도적 공부였다.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아무래도 나의 엄마다. 내가 속한 여성단체 회원이고 내가 참여하는 토론 모임들의 모임장이기도 하다. 앞에서 말한 영화를 모녀가 같이 보고 토론했다. 엄마는 너도 저런 길을 갈 수 있다라며, 영화를 내 현실로 끌어와 주었다.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책 읽고 질문하고 글 쓰는 사람이다., 작가요 활동가로 사는 여성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엄마가 옆에 있다는 것 자체가 내 인생의 가장 큰 자원이다.

     

    Q 수험생들에게, 꿈을 찾아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노하우가 있다면.

       2030 여성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책도 추천해 달라.

    수험생들에겐 내가 왜 이 힘든 길을 가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절대 놓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답 찾기 공부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되겠다는 배짱을 가지길 바란다. 비혼 여성으로서 한국 사회를 보면 숨이 막힐 때가 많다. 여전히 이성애적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고집하는 사회다. 2030 여성들이 쉽게 비혼을 선택하는 것 같지만, 그 깊은 고뇌를 사회가 모르는 거 같다. 소수자가 되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엄청난 용기를 내는 거다. 가부장제 구조는 여성을 주체가 아니라 인구수를 채울 애 낳는 도구로 취급하는 거 같다, 젊은 여성들이 출산과 자아실현 중 하나를 강제 포기해야 하니 여성 우울을 겪는다. 국가는 다양한 생활동반자를 법적 가족으로 확장해야 한다. 비혼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재생산권을 보장해야 한다. 법조인이자 페미니스트로서 내 과제이자 살고 싶은 세상이다.

     

    이 맥락에서 역사 속 금기를 깨고 주체적으로 길을 개척한 여성 서사를 생생하게 복원해 낸 역사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 붉은 궁,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추천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정민지 변호사의 미래 설계와 포부를 이야기해 달라.

    실제 법조 생태계에서 기득권의 목소리를 더 키우는 데 법률 기술이 쓰이는 게 보이더라. 나는 침묵 당하고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이크로 일조하고 싶다. 좋은 동료들과 연대해서 누구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안전한 법률사무소를 차리고 싶다.

    그리고 부모님께 말하는 포부가 있다. 두 분은 젊은 날부터 사람들과 하나님을 사랑하고 약한 데로 가서 힘을 나누며 사느라 평생 가난하다. 내가 돈을 벌면 건물을 지어서, 한쪽에는 엄마가 집필하고 책을 공유하는 사랑방이자 작가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다. 다른 한쪽에는 아빠가 돈 걱정 없이 소신을 펼치는 목회 공간을, 그 위에 내 변호사 사무실을 갖고 싶다. 지역에서 여성단체와 연대하는 변호사로 살 것이다.

     

    나아가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갈 주체적인 실험으로서, 나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다정한 파트너를 만나 내 다음 세대를 키워내는 확장의 경험도 기꺼이 해보고 싶다. 5년 후, 10년 후 내가 이 포부대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세상이 꼭 검증해 주길 바란다.

     
    진흙탕 바닥이 가르쳐준 것들— 안산의 새내기 법조인, 정민지 변호사 인터뷰
    꿀벌

    조회수 280

    2026-05-20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인생의 절반을 살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지금까지는 가족을 위해, 직장을 위해 달려왔는데, 이제 남은 시간은 어떻게 채워야 할까.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새로운 일상을 맞이한 중장년층에게 이 질문은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런 분들을 만나러 화성으로 향했습니다.

     

    4월 한 달 동안 화성 중장년 행복 캠퍼스를 두 차례 직접 방문해 수업 현장을 취재했는데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풀어보려 합니다. 캠퍼스가 어떤 곳인지, 어떤 프로그램들이 운영되는지, 그리고 제가 직접 들어가 본 향기로운 인생 향수 수업이 수강생들에게 어떤 의미인지까지 함께 나눠볼게요.

     
     
    [화성시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강의 장소 입구 배너]
     

    1. 화성 중장년 행복캠퍼스, 어떤 곳인가요?

    화성 중장년 행복캠퍼스는 말 그대로 중장년층을 위한 전용 배움터입니다. 단순한 문화센터나 취미 교실과는 결이 다릅니다. 이곳은 은퇴 전후의 중장년이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성공적인 노후 생활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공간이에요. 

    캠퍼스가 내세우는 비전은 이렇습니다.

    중장년과 함께 건강한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기 위해, 위기를 행복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

    이 한 문장에 이곳의 철학이 담겨 있어요. 중장년기를 위기나 쇠퇴의 시간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출발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실제로 캠퍼스는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세 가지 전략적 추진 과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인생 2막의 새 출발, 둘째는 평생 배움, 셋째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 인프라 구축입니다.

     
     
    [화성시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강의장 곳곳에 붙어 있는 홍보지]
     

    구체적인 사업 구조를 보면 더 명확하게 이해가 됩니다.

    캠퍼스는 크게 네 가지 축으로 운영되는데요, 교육과정 동아리 활동 사회공헌팀 일자리 연계 및 인큐베이팅 순으로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교육으로 시작하지만, 배움이 끝나도 관계와 활동은 계속 이어지는 구조예요.

    이 흐름 속에서 개인의 성장이 지역사회 기여로 자연스럽게 확장됩니다.

     

    공간도 중장년 전용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동아리실과 휴게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서, 수업이 끝난 후에도 수강생들이 자유롭게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어요.

    재취업 및 창업 지원, 공유 사무실 운영, 코칭·심리 검사·집단 상담 등의 종합 상담 서비스도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화성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홈페이지 포토갤리러]
     

    2025년 한 해 동안의 운영 성과를 보면 이 캠퍼스가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정규 교육과정 31개를 운영했고, 인문·교육 특강과 야간 과정도 운영했습니다. 커뮤니티 동아리 활동은 19개 팀에서 94, 사회공헌팀은 18개 팀에서 193회의 활동을 수행했어요. 이 숫자들은 단순한 실적이 아닙니다. 그 뒤에는 각자의 이유로 이곳 문을 두드린 수백 명의 중장년이 있습니다.

     

    2. 2026년 상반기 17개 프로그램과 사회공헌 활동

    2026년에는 경기도와 화성 특례시의 지원이 더욱 확대되면서 상반기에만 17개 교육과정이 개설되었습니다. 정원 262명으로 계획했지만 신청자가 넘쳐 317명으로 확정되었을 만큼 관심이 뜨거웠어요. 이 중 처음 참여하는 신규 수강생이 179명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습니다. 그만큼 새롭게 문을 두드리는 분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분들 한 명 한 명이 새로운 출발을 결심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화성시 배이비부머 행복캠퍼스 개강식 당일 프로그램소개 시간]
     

    17개 과정의 이름을 보면 그 다양함에 먼저 놀라게 됩니다.

    행복 육아 영상, 웰라이프 플래너, 예비 부모를 위한 행복 지수, 행복한 옷·가구 만들기, AI로 말하는 직장인의 비밀, 아는 만큼 보이는 현대미술, 부스트 자격 과정, AI로 여는 디지털 추억 앨범, 코치 인증 자격 과정, 사주 명리, 시니어 브레인 음악 놀이 지도사(2), 어반 스케치, 꽃차 소믈리에 양성 과정, 향기로운 인생 향수, 화성형 혁신 통합 돌봄 리더 양성 과정, 목조각 예술, 그리고 시민 전문가 소양 과정까지입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예술과 기술, 자격증과 취미가 고루 섞여 있어요.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든, 어떤 삶을 꿈꾸든 자신에게 맞는 문을 찾을 수 있는 구성입니다.

     

    교육과정이 끝난 후에는 동아리 활동으로 이어집니다. 같은 과정을 함께 들은 수강생들이 자연스럽게 모임을 만들고, 캠퍼스에서는 활동비와 전용 공간을 지원해줍니다. 그리고 이 동아리 활동이 사회공헌팀으로 발전하는 구조예요. 취미에서 시작해 이웃을 돕는 활동가로 성장하는 과정, 그것이 이 캠퍼스가 설계한 흐름입니다.

     

    [화성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홈페이지 사회공헌 소개 영상자료 ]
     

    2025년 기준으로 운영된 18개 사회공헌팀의 활동 분야는 정말 폭넓습니다. 돌봄 및 복지 분야에서는 화성형 혁신 통합 돌봄 리더 양성 과정 수료자들이 지역사회 돌봄 체계 강화를 위해 활동합니다. 생명 존중 분야에서는 생명지킴이(게이트키퍼) 교육을 수료한 분들이 화성시 자살예방센터와 협력해 이웃의 위험 신호를 파악하고 전문 서비스와 연결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시니어 교육 지도 분야에서는 시니어 브레인 음악 놀이 지도사, 꽃차 소믈리에, 웰라이프 플래너 등 전문 자격을 취득한 분들이 지역사회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화성시 배이비부머 강의장 내부에 걸린 사회공헌소개액자]
     

    디지털 및 AI 활용 분야에서는 AI로 여는 디지털 추억 앨범 수료자들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고, 문화 예술 및 공예 분야에서는 어반 스케치, 목조각 예술, 향기로운 인생 향수 수료자들이 재능을 지역사회와 나눕니다. 특히 반려견 관련 공모사업인 '가치로운 비'처럼 독특한 사회공헌 모델이 발굴되어 운영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배움이 멈추는 게 아니라, 배운 것이 이웃에게 흘러가는 구조. 화성 중장년 행복캠퍼스가 추구하는 진짜 목표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3. "향기로운 인생 향수" 수업 현장 속으로

    제가 직접 참여해 취재한 과정은 17개 중 향기로운 인생 향수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향수를 만드는 수업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천연 성분을 활용한 비누와 입욕제를 만들며 내 몸을 직접 돌보는 법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기술이 나중에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취미 수업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었어요.

     
     
    [화성시 배이비부머 향기로운인생수업 강의장 내부 입욕제실습]
     

    첫 번째 방문 입욕제 만들기

    강의실 문을 여니 책상 위에 파란 그릇, 유리 비커, 작은 저울, 투명한 비닐봉지 가득 담긴 흰 가루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수강생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강사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었어요.

    이날의 주제는 천연 입욕제, 흔히 배쓰봄이라고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수업은 만들기 전에 입욕의 효능부터 짚어주는 것으로 시작됐어요. 반신욕은 15, 족욕은 42도 이하의 물에 발을 담그며 15분이 적당합니다. 핵심은 뜨거운 온도 자체가 아니라 온도 차를 이용해 몸의 순환을 돕는 원리예요. 하부와 말단 부위를 따뜻하게 하면 따뜻한 기운이 위로 올라가 순환이 일어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꾸준히 반복하면 3주쯤 지나면서 등 쪽으로 온기가 퍼지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하셨어요. 운동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특히 권장하는 방법이고, 일주일에 두세 번이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재료는 베이킹 소다, 구연산, 옥수수 전분을 기본으로, 호호바 오일, 글리세린·비타민히알루론산 혼합 보습제, 정수기 물이 들어갑니다. 여기에 한방 약재를 선택해 더할 수 있어요. 황금(黃芩)은 항균·미백 효능이, 정향(丁香)은 강력한 항균·살균력이, 감초(甘草)는 피부를 진정시키는 효능이 있습니다. 수강생들은 본인의 피부 상태와 목적에 맞는 약재를 직접 골랐어요. 자신을 위해, 또는 가족을 위해 고르는 그 선택 하나하나가 이미 배움의 과정이었습니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강의실 안에는 은은한 아로마 향이 퍼졌습니다. 페퍼민트, 라벤더, 레몬, 유칼립투스 등 각기 다른 향을 직접 맡아보고, 오늘 만들 입욕제에 넣을 향을 고르는 시간도 있었어요. 같은 재료라도 어떤 향을 고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의 제품이 완성된다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이 내 취향이자 내 몸의 필요를 반영한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화성시 배이비부머 향기로운인생수업 강의장 내부 천연비누실습]
     

    두 번째 방문 MP 비누 만들기

    두 번째 방문에서는 MP(Melt & Pour) 비누 만들기가 진행됐습니다. 비누 베이스를 녹여 색과 향, 기능성 성분을 더해 굳히는 방식으로, 비누 제조법 중 가장 접근성이 높은 방법입니다. 유치원생도 도전할 수 있다는 강사님의 말에 수강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어요.

    이날 배운 재료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노란색의 핵심 성분인 토코트리에놀은 파의 씨눈에서 추출한 천연 항산화제로, 피부 재생과 여드름 케어에 효과적입니다. 화이트 비누 베이스에는 동백기름과 시어버터가 혼합되어 보습 효과가 뛰어나고, 파란색 계열에는 쪽(藍草)에서 추출한 인디고 색소가, 빨간색 계열에는 선인장에 기생하는 연지충(Cochineal)의 천연 색소가 활용됩니다. 자연에서 이렇게 다양한 색과 효능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화성시 배이비부머 향기로운인생수업 강의장 내부 강사님 강의중]

     

    수업 중간에 강사님이 꺼낸 이야기가 강의실을 잠시 조용하게 만들었습니다. 조개는 몸속에 들어온 이물질로 진주를 만들어낸다는 이야기였어요. "우리도 삶에서 받은 상처를 어떤 보석으로 만들어갈 것인지 생각해 보세요." 비누를 만들면서 나온 말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누구에게나 다르게 가닿았을 것 같은 문장이었습니다. 인생을 오래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더 특별하게 울렸겠죠.

     

    4. 수업 이후, 이들이 꿈꾸는 활동들

    수강생들과 짧게 이야기를 나눠보니 등록 이유가 저마다 달랐습니다. 오래전부터 천연 제품에 관심이 있었던 분, 건강이 안 좋아진 뒤 내 몸을 직접 챙겨보고 싶어진 분, 은퇴 후 무기력하게 지내다가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던 분, 자녀에게 직접 만든 것을 주고 싶었던 분까지요. 시작은 각자 달랐지만, 몇 주를 함께 배우다 보니 공통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건강을 위해 시작했는데, 이제는 요양원 어르신들께 직접 만든 비누를 드리고 싶어졌어요. 그게 진짜 사회공헌인 것 같아요."

    "내가 이걸 배워서 가족한테 더 나아가 지역에 도움이 되는 활동가가 되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

     

    앞으로 동아리를 결성해 정기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논의 중이라고 했어요. 개인의 관심으로 시작한 배움이 지역사회를 향한 나눔으로 확장되는 과정, 그것이 이 캠퍼스가 처음부터 그려온 그림이기도 합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강의실 게시판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 문구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함께 따뜻한 나눔으로 발전해 나가자!"

     


    [화성시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강의장 외부 벽면에 액자]
     

    화성 중장년 행복캠퍼스는 그 문장을 매일 조금씩 실현해가는 공간이었어요. 배움이 동아리로, 동아리가 사회공헌으로, 사회공헌이 일자리로 이어지는 이 선순환 구조가 중장년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고 있었습니다. 은퇴 이후가 막막하게 느껴지신다면, 혹은 뭔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화성 중장년 행복캠퍼스의 17개 문 중 하나를 두드려보세요. 향기는 이미 그 안에서 시작되고 있으니까요.

     
     
    화성 중장년 행복캠퍼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
    안산사라

    조회수 91

    2026-05-20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작은 가게에서 시작된 변화, 아이들의 삶에 닿다 - 스시히로미 이형락 대표의 일상 속 공익 실천

     

    그 아이가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아이의 첫 초밥이 제가 만든 것이라면, 그 기억 하나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익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우리는 공익을 이야기할 때 종종 거창한 장면을 떠올립니다. 많은 사람이 모인 현장이나 조직화된 캠페인, 혹은 이름이 알려진 활동가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면 공익은 어딘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는 조금 다른 곳에서 시작됩니다. 의정부의 한 초밥집, 그리고 그곳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는 한 사람의 실천입니다.

    스시히로미를 운영하고 있는 이형락 대표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저는 그냥 초밥집 하는 사람입니다.”

    짧은 말이지만, 그 안에는 삶의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그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역아동센터를 찾아가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음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준비하고 만들어 아이들에게 건네는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처음, 그냥 지나칠수 없었습니다.

    이 활동은 특별한 계획에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개인적인 기억에서 출발했습니다.

    저도 어릴 때는 어려운 환경에서 살았습니다. 시골에서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서울에 와 보니까 다르더라고요.”

    그는 장사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초밥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아이들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고아원을 찾아가고 싶었지만, 구조적인 이유로 지속적인 활동이 어려웠습니다. 결국 지역아동센터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고, 그 선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계획보다 마음이 먼저였다는 점입니다. 한 번의 마음이 반복되면서 지금의 활동이 만들어졌습니다.

     

     

    음식이 아니라 경험을 줍니다

    이형락 대표의 활동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단순한 나눔이 아니라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처음부터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모자를 씌워주고, 직접 초밥을 만들어 보게 하며 ‘1일 요리사상장을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돈은 금방 사라집니다. 그런데 경험은 남습니다.”

    현재는 여건상 체험을 줄이고 식사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남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해본 기억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그는 한 아이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자기 것을 먹지 않고 할머니께 가져다드리겠다고 싸 가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장면에서 그는 결핍이 아니라 마음을 보았습니다.

    그런 아이를 보면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익활동은 단순히 주는 행위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따뜻한 마음을 발견하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3년 넘게 활동을 이어오는 이유를 묻자 그는 담담하게 답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초밥 한 접시는 하루, 이틀의 추억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며 웃는 모습은 제 마음속 오래도록  따뜻한 행복으로 남습니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이 자신에게 더 깊이 남는다고 합니다. 그는 이 감정을 '중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못 갔을 때 미안할 뿐입니다."

    실제로 그는 봉사 일정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 일정을 맞추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공익활동이 삶의 일부가 된 것이 아니라, 삶의 기준이 된 모습입니다.


     

    혼자 잘났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이형락 대표는 자신의 활동을 개인의 선행으로 보지 않습니다.

    제가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가게 손님들이 함께하는 일입니다.”

    손님들이 지불한 금액의 일부가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직원들과 함께 준비하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이 활동은 자연스럽게 공동의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같이 하는 거지, 혼자 잘났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이 말에는 공익이 개인이 아닌 공동체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인식이 담겨 있습니다.

    그에게 공익의 의미를 묻자 그는 간단하게 답했습니다.

    자기 만족입니다. 그게 아니면 못 합니다.”

    공익은 의무로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느껴야 이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것, 그의 말은 공익활동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그는 자영업자 역시 공익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영업자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미 세금을 내고,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는 현실적인 조건도 함께 이야기합니다.

    장사가 잘 되어야 할 수 있습니다. 여유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공익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유지되지 않고, 현실과 구조가 함께해야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그의 실천을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초밥 한 접시가 향하는 곳

    아이들을 만나온 시간은 이형락 대표의 시선을 조금씩 넓혔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더 많아졌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특히 그는 최근 탈북민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삶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탈북민분들도 혼자 살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라도 도와보고 싶습니다.”

    이 생각은 별도로 계획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어온 나눔 속에서 자연스럽게 확장된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초밥을 만들어 주던 경험이 누구를 더 도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고, 그 시선이 더 넓은 사회로 향하게 된 것입니다.

    , 초밥 나눔은 하나의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했는가

    이형락 대표는 거창한 변화를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매달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했는가.”

    공익은 어쩌면 거창한 일이 아니라, 오래 이어지는 작은 실천일지도 모릅니다. 초밥 한 접시가 세상을 바꾸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한 접시가 누군가의 기억이 되고, 그 기억이 또 다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 아이의 첫 초밥이 제가 만든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일지도 모릅니다.


     
     
     
    작은 가게에서 시작된 변화, 아이들의 삶에 닿다.
    지디터

    조회수 324

    2026-05-11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평범한 일상이 권리가 되는 안산을 꿈꾸며

    안산시 장애인권리보장 정책실현 시민대토론회를 다녀와서

    2026429|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


    투쟁을 하는 장애인, 하트를 하는 정치인
     

    [ 토론회 순서 ]

    좌 장 권달주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

     

    발 제 안산시 장애인 정책의 현재와 대안

    김병태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안산시지부 지부장)

     

    사례장애인 이동권은 삶이다 오성현 (상록수IL센터 동료상담가)

    사례장애인 학습권 보장하라 임영채 (경기IL센터협의회 안산시지부 동료상담가)

    사례우리도 일하며 살고 싶어요 김문경 (상록수IL센터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노동자)

    사례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멋에 산다 임현수 (전국장애인탈시설연대 경기지부장)

    토론안산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역할 이재민

    토론장애인 평생교육 김선영 (안산나무를심는장애인야학 교장)

    토론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조례의 필요성 조은소리

    토론안산시 장애인 탈시설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과제 전유리

    토론발달장애인 지원 정책, 이동권의 행정 장벽 철폐와 주거 선택권의 확장 김정아

    토론장애인건강보건관리종합계획의 의의와 한계, 안산 지역에서의 실천 과제 팔도

     

    종합토론 질의·응답

     
     
    자료집과 순서와 목차
     
    우리나라에서 휠체어가 다니기 제일 좋은 곳
     

    우리나라에서 휠체어가 다니기 가장 좋은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공항이다.

    캐리어를 끄는 사람들 때문에 공항 바닥은 반질반질하다. 턱도 없다. 경사로도 있다. 엘리베이터가 아주 넉넉하다. 모든 이동 동선이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건 휠체어 타는 장애인을 위해서가 아니다. 캐리어를 끄는 비장애인이 불편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씁쓸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오래도록 이런 세계에서 살아왔다.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진 편의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조건이 되는 세계. 그러나 그 '다른 누군가'는 처음부터 설계의 이유가 아니었던 세계.

    429,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안산시 장애인권리보장 정책실현 시민대토론회'는 그 씁쓸함에 정면으로 맞서는 자리였다. 회의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얼굴에는 오래 참아온 사람들 특유의 조용한 단단함이 있었다.


     
    기다림이라는 이름의 차별
     

    발제를 맡은 김병태 지부장이 첫 말을 꺼냈다. "장애인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헌법과 UN 장애인권리협약이 보장하는 당당한 권리의 주체입니다." 안산에 살아가는 32천여 명의 장애인 시민들이 예산의 효율성이라는 벽 앞에서 더 이상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선언이었다. 토론회는 그 선언을 네 개의 삶으로 증명해 보였다. 이동, 배움, 노동, 탈시설. 각각의 이야기는 달랐지만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왜 이것들이 아직도 권리가 아닌가.

    로또가 된 외출

    이동권 사례를 발표한 오성현 님의 말은 그 선언을 삶의 언어로 번역해주었다.

    "어쩌다 시간에 맞게 딱 콜이 잡히는 날에는 정말 로또라도 맞은 것처럼 기분 좋은 날입니다."

    하모니콜. 안산시의 특별교통수단이다. 관내 평균 대기시간 28, 관외 38. 출퇴근 시간대에는 최대 2시간을 기다린다. 하루 이용 횟수는 4번으로 제한되어 있다. 눈비가 오면 더 오래 기다린다. 오성현 님은 퇴근도 못 한 채 휠체어에서 잠이 든 날이 있다고 했다.

    비장애인에게 이동은 그냥 나가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이동은 계획이고, 기다림이고, 운이다. 같은 도시에 살면서, 같은 시민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나는 이 말을 들으며 한 친구가 떠올랐다. 수어 교실에서 만난 전동휠체어를 탄 그 친구. 회사에 농인 동료가 생겨 수어를 배우러 온다고 했다. 저녁 7시 수업인데 그는 항상 5, 6시에 와 있었다. 궁금해서 물었더니 오후 4시에 퇴근하자마자 하모니콜을 부른다고 했다. 퇴근 시간대에는 콜이 잘 안 잡힌다고. 저녁도 거른 채 빵 하나로 끼니를 때우며 일찍 오는 게 낫다고 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갈 때는?

    9시에는 콜이 더 안 잡힌다고 했다. 11시에 콜이 잡혀서 집에 간 적도 있다고. 추운 겨울, 온기 하나 없는 복지관 입구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 모습이 눈에 밟혔다.

    그러면 일찍 가지, 라고 내가 말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어렵게 왔는데 수업은 다 듣고 가고 싶어요."

    추석에는 혼자 전철을 타고 수원 스타필드에 다녀왔다고 했다. 처음으로 혼자 나들이를 한 것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쳤다. 전동휠체어는 무거워서 아무도 들어줄 수 없다. 보도 턱에 막혀 집으로 돌아간 날도 많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발제에서는 차량 1대당 운전원 2.5명 확보와 일일 16시간 운행 전면 보장, 수도권 즉시콜 시스템 도입, 와상장애인 전용 특별교통수단 도입이 요구됐다. 또한 모든 버스정류장과 보도의 배리어프리 전수조사, 소규모 상업시설 경사로 설치 비용 전액 지원도 제안됐다. 이것들은 요청이 아니라 권리다. 공항 바닥이 반질반질한 것처럼, 당연해야 할 것들이다.

     
    좌측부터 사례발표자 김문경님, 임현수님, 발제자 김병태님
     
    배움과 일, 그리고 존엄
     

    임영채 님이 조용하게 말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데, 우리에게 배움은 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안산에서 장애인이 교육받을 수 있는 공간은 '안산나무를심는장애인야학' 단 한 곳뿐이다. 장애 성인의 54.4%가 중졸 이하의 학력에 머물러 있다.

    배움이 닫히면 지역사회로 나가는 문도 함께 닫힌다. 장애인 평생교육지원센터 신설과 문해교육 기본교육과정 지원, 이것은 교육부의 일이 아니라 안산시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다.

    권리중심맞춤형공공일자리에서 일하는 김문경 님의 말은 달랐다. 이전 직장에서 그는 늘 눈치를 봐야 했다. 낮은 임금과 비장애인 중심의 환경 속에서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일은 생계를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존엄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실현하는 중요한 기반입니다."

    토론에서는 안산형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 조례 제정이 제안됐다. 최중증장애인 100명 고용, 12개월 근로계약, 3년 위탁 보장. 숫자들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이 있다.

    얼마 전, 수어 통역을 했던 농인 이야기가 생각났다. 공공일자리 주차요금 징수 업무에 농인이 지원했다. 주차장을 오가며 요금을 받는 일이다. 요즘은 카드로 결제하니 말이 필요 없다. 카드 받고, 계산하고, 인사하면 끝이다.

    그런데 안 된다고 했다.

    수어 통역을 통해 일단 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만두겠다고 했지만, 무조건 안 된다고 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안 된다고 했다. 말이 안 들리면 일을 못 한다는, 설명되지 않는 논리. 농인은 말을 못 듣는 게 아니라 다르게 소통할 뿐인데.

    공항 바닥이 반질반질한 건 설계의 문제다. 농인이 주차요금을 못 받는다는 건 상상력의 문제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너무 많은 곳에서 상상하기를 멈추어 있다.


    좌측부터 발제자 김변태, 좌장 권달주, 사례발표자 오성현, 임영채
     
    탈시설, 스스로 결정하는 삶
     

    임현수 님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그는 어릴 적 경기도 광주의 '향림원'이라는 시설에서 살았다. 20132월의 어느 밤, 선생님이 장애인 동료들을 벽에 세우고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 역시 빗자루와 글루건 심으로 발바닥과 손바닥을 맞고 발이 부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 2015년 다른 시설로 옮겨졌지만 폭력의 그림자는 그대로였다. 시설 밖으로 나가 살고 싶다고 말했을 때, 원장은 욕을 하며 탈시설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마침내 2024102, 그는 세상으로 나왔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제가 결정하고 제가 책임지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매일 느낍니다."

    탈시설 5개년 로드맵, 지원주택 조례 제정,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자립생활센터 역량 강화. 이것들이 실현될 때, 임현수 님 같은 사람이 10년을 더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토론회 마지막, 지방선거 후보자가 물었다. 탈시설 비율이 몇 퍼센트냐고. 담당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다.

    "시설에 있는 사람이 정확히 몇 명인지, 자립을 원하는 사람은 몇 명인지 통계조차 없습니다. 그런데 몇 퍼센트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숫자가 없다는 것은 존재를 세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지 않은 것은 보지 않은 것이다. 보지 않은 것은 없는 것으로 취급한 것이다.

     
    토론자는 명찰과 동일함
     
    멈추지 않는 실문 :  어떻게 더 행복하게 살 것인가
     

    토론회를 끝까지 들어보며 작년에도 했던 말들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아마, 내년에도 반복될 것이다.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는 말들이 구호로만 머무는 한.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왜냐하면 언젠가 이 질문들이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더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행복하게 살 것인가'.

    공항 바닥이 반질반질한 건 캐리어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처음부터 휠체어를 위해 설계된 도시가 생겨날 것이다. 그 도시에서는 장애인 이동이 로또가 아닌 당연한 일상이 될 것이다. 농인이 주차요금을 받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거창한 미래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일상이다. 그 평범함이 모든 사람에게 권리가 되는 안산을, 나는 오늘도 꿈꾼다.


    2026년 4월 29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평범한 일상이 권리가 되는 안산을 꿈꾸며
    윤작가

    조회수 239

    2026-05-11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ESG로 피어나는 생명의 터전

    경기도 의왕 포일습지, 민관협력으로 맹꽁이의 귀환을 준비하다

    식목일을 맞은 202643일 오후, 의왕시 포일동의 한 습지 일원이 이례적인 활기로 가득찼습니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현대로템, 의왕시청 환경과, 한국환경보전원, 시민환경단체 자연의 벗관계자 분들이 참여했습니다.

     

    식목일 참여자 사진

    포일습지 자연환경복원 및 생물다양성 증진사업 겸 ESG 환경실천 행사'로 열린 이날 행사는 민간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과 지자체의 환경복원정책이 맞닿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이번 사업은 현대로템이 추진하는 ESG 사회공헌 캠페인 블루리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습니다.블루리본은 수소 에너지의 상징인 블루와 생태계 복원의 의미를 담은 리본(Re-BORN)’을 결합한 개념으로, 미래 산업과 자연 환경의 공존을 지향하는 기업 철학이 반영된 프로젝트입니다. 단순한 환경 정화 활동을 넘어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포일습지는 과거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던 공간이었으나, 도시 개발과 환경 변화로 인해 점차 기능이 약화되었습니다. 습지는 물을 저장하고 정화하는 역할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로서 중요한 생태적 가치를 지니지만, 관리 부재와 오염으로 인해 점점 그 역할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와 기업, 환경단체가 협력하여 복원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본격적인 식목에 앞서 진행된 에코플로깅활동은 참여자들에게 환경 보호의 의미를 몸소 체험하게 했습니다. 습지 주변 곳곳에 방치된 폐기물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자연 회복의 시작이 정화라는걸 몸으로 알게 됩니다. 참여자들은 이후 직접 삽을 들고 나무를 심고, 흙을 고르고, 묘목의 뿌리를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한 뒤, 다시 단단히 다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생태 복원의 중요성을 체감했습니다.

    현대로템은 이날 행사를 통해 포일습지를 지속가능한 환경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리와 지속적인 복원 활동을 통해 지역 생태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고, 기업이 지역사회와 협력해 환경 문제 해결에 나서는 ESG 경영의 좋은 사례로 평가될 것입니다.

    의왕시는 지난 202579일 시청 소회의실에서 현대로템과 한국환경보전원과 '자연환경복원 및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의왕시는 행정적 지원을 뒷받침하고, 한국환경보전원은 전문적 자문을 지원하고, 자연의벗은 시민 참여 기반의 활동을 담당하며 각자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서 지역 주민에게 새로운 생태 교육의 장을 제공하고,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자연교실과 시민들에게는 휴식과 공존의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묘목이 자라 숲을 이루듯, 이번 복원 사업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더할 것이고, 사라진 습지에 다시 초록을 심는 일. 포일습지에서 시작된 이 작은 변화가 지속가능한 환경을 향한 더 큰 움직임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포일습지
     

    맹꽁이(학명: Kaloula borealis)는 여름 장마기에 맞춰 번식하는 양서류로, 오염에 매우 민감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습지의 수질 오염이 심하면 알이 자라지 못하고, 농약이나 폐수의 영향으로 개체가 급감합니다. 따라서 맹꽁이가 서식하는 곳은 오염이 적고 생태균형이 잘 유지된 지역으로 평가됩니다

    환경단체들은 맹꽁이를 일종의 도시생태계 건강지표종으로 분류합니다.

    , 포일습지에 다시 맹꽁이가 돌아온다면 이는 단순히 한 종의 복원이 아니라, 그 생태계가 지닌 물·식물·곤충·조류 등 다양한 생명의 순환이 복원되었다는 상징입니다.

     

    시민참여형 학습장으로서의 생태학습장

    포일습지는 단순한 서식지 복원이 아닌 시민 참여형 학습장으로 개발 중입니다. 의왕시는 관내 학교와 협력해 맹꽁이 생태교실’, ‘도시생태 모니터링 체험’, ‘수질 변화 관찰 수업등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같은 교육활동은 자연보전의 세대 간 인식 차이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지역 전체의 환경의식을 높이는 사회적 효과로 이어집니다.

     

    ② '시민참여형 관리모델의 필요성

    포일습지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맹꽁이 서식지 복원과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맹꽁이는 수질과 환경 변화에 민감해 습지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종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생태복원은 조성보다 사후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습지는 수질·식생·기온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향후 시민참여를 넓히려면 일회성 행사보다 정기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의왕시 환경과가 주관하는 공공일자리 사업이나 포일습지 지킴이단’, 가족 참여형 생태탐방, 학교 연계 관찰수업, 계절별 정화활동 같은 방식이 있으면 참여의 문턱이 낮아집니다. 여기에 생태DB나 스마트 모니터링이 더해지면, 시민의 참여가 기록과 데이터로 축적되어 더 신뢰도 높은 복원 관리가 가능합니다.

    또한 복원 성과를 주민들에게 주기적으로 알리는 소통도 중요합니다. 눈에 보이는 변화, 예를 들면 새로 자란 식생, 돌아온 곤충, 관찰된 양서류 같은 정보를 공유하면 우리 동네 이야기가 되고 나의 삶에 반영이 됩니다. 관심은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커지고, 참여는 보이는 성과가 있을 때 더 오래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시민의 관심이 단순한 응원을 넘어 생태 감시와 기록으로 이어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주민들이 수질 변화, 식생 변화, 생물 출현 여부를 함께 살피고 공유한다면 복원 사업의 지속성은 훨씬 높아질 수 있습니다. 포일습지는 그런 의미에서 시민이 생태 회복의 결과를 함께 확인하는 열린 현장으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시민기반 ESG 생태관리 모델은 투명성, 지역 사회를 향한 진정성, 그리고 협력을 통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주민 스스로가 환경복원의 주체가 되면서 기업의 공시 자료 너머에 있는 실제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시민들이 알 수 있고 이해관계자의 거버넌스를 통해 지역 사회의 필요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어서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생태DB(디지털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스마트 모니터링 체계의 단계적으로 도입도 지속가능한 생태계 보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겠습니다.

     

    복원 이후의 과학적 관리와 습지의 사회·문화적 가치 확산

    일반적으로 복원을 위한 관리로 3단계 관리시스템으로 운영이 됩니다.

    (1) 기초 모니터링 단계 수질, 식생변화, 생물 출현 종수 조사

    (2) 안정화 단계 맹꽁이 번식 밀도 및 알 산란지 확인

    (3) 지속 관리단계계절별 식생 순환 맞춤 

     

    한국환경보전원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생태음향 장비를 도입해 맹꽁이의 울음소리를 자동 인식·분석하는 ‘AI 음향 모니터링 시스템을 검토 중입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관리가 도입되면, 생태변화를 계량적으로 기록하여 효율적 유지관리가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습지는 생물의 서식지이자 시민의 휴식처, 나아가 도시문화공간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지닙니다. 향후 습지 내 둘레길 및 생태전시 공간을 조성해 문화·교육·관광이 결합된 ESG 생태공원 형태로 발전시킨다면 이는 단순한 환경보전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체험하는 생활 속 ESG’의 구체적인 모델이 됩니다.

    포일습지는 지금 막 첫 단추를 끼운 단계입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보여준 민관의 협력, 시민의 참여, 기업의 ESG 실천, 그리고 생명에 대한 존중은 이미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습지의 물길은 느리게 흐르지만, 그 속에 자연의 회복력과 사람의 의지가 함께 흐르고 있습니다. 포일습지의 변화는 도시 한복판에서 이루어지는 생명의 회복 실험이며, 나아가 우리 사회가 환경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의 증거입니다.

    맹꽁이의 울음이 다시 퍼질 그날, 포일습지는 단순한 자연복원지가 아닌 ESG 실천의 상징이자 세대를 잇는 생태교육의 장이 되어 있을 것이며, 꾸준한 관심과 참여가 이어질 때 포일습지는 앞으로 시민이 자주 찾고, 배우고, 돌보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복원은 한 번의 조성으로 끝나지 않으며,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습지로 지역 주민, 학교, 봉사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관리 체계가 자리 잡을 때, 진정한 생태 회복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ESG로 피어나는 생명의 터전
    럭비공

    조회수 310

    2026-04-23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길을 따라온 게 아니라 휠체어와 함께 길을 만들며 여기까지 왔어요.” 

    그의 이야기는 이 한 문장에서 시작한다. 늦게 시작한 공부와 일, 아이를 키우며 멈춰야 했던 시간, 그리고 다시 장애인 활동가로 살기까지, 그는 휠체어로 스스로 길을 내며 살아왔다.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총괄팀장이자 동료상담가 조은상 활동가를 소개한다.


    = ‘동료상담가’라는 말이 생소한 분들을 위해 소개부터 부탁해요.

    - 저는 안산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IL’)에서 동료상담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장애인이라고 하면 도움과 서비스를 ‘받는 사람’을 상상하잖아요. 자립생활센터 동료상담의 정신은 장애인을 세상을 바꾸는 주체로 바라보는데요, 장애인 당사자가 또 다른 장애인 동료와 하는 상담이죠. 단순히 ‘비슷한 처지끼리 하는 대화’가 아니라, 기존의 전문가 중심 상담 모델로부터 해방된 고도의 정치·사회적 치유와 임파워먼트
    Empowerment 과정이라 할 수 있어요.

    정신과 의사나 사회복지사가 장애인을 진단과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상담이죠. 동료상담은 그런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로부터의 해방된 평등한 관계 모델이라 할 수 있어요. 장애인 스스로가 자기 삶의 전문가라고 선언하는 거죠. 자격증의 권위가 아니라 장애를 안고 살아온 ‘생존의 역사’ 자체가 상담의 강력한 도구죠. 상담의 목표 역시 상담가가 아니라 내담자 스스로 ‘자기결정권’으로 설정하고요.

    동료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대등한 관계로 진행해요. 한쪽이 가르치거나 답을 주는 게 아니라, “나도 그랬다”는 공감을 서로 나누는 거죠. 이 모든 과정이 자립생활 모델과 결합해요. 내면의 힘을 길러서 결국 시설이나 집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살아가게 하는 힘. 더 나아가 개인의 변화를 넘어, 사회의 책임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동력이 되고요.


    = 와~ 자립생활센터가 어떤 곳인지도 소개해 주셔야겠어요.
     

    장애인복지관과 비교해 볼게요. 이전엔 서비스를 받거나 이용하러, 즉 이용자로서 장애인복지관을 드나들었어요. IL센터에서는 장애인이 행동의 주체가 돼요. 이용 시설이 아니라 장애인이 직접 일하고 활동하고 사회를 바꾸기 위해 움직이는 단체죠. 환경과 사회를 장애물이 없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사회 변혁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을 돕는 것을 넘어서 사회를 바꾸는 일이에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은 삶의 운동이자 삶의 일부예요.

    IL의 가장 기본 정신이 권리옹호, 자기결정권과 자기선택권인데요. 어디서 살지, 무엇을 먹을지, 누구를 만날지와 같은 일상의 아주 작은 부분부터 인생의 큰 항로까지,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선택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고자 해요. 거기엔 실패할 권리도 포함돼 있고요. ‘장애인을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 장애인이 없어서는 안 된다’라는 당사자주의고요. 소장부터 내부의 주요 의사결정자들까지 센터 인력의 과반수가 장애 당사자인 것도 그 때문이고요.

    장애가 있다고 사회와 격리된 시설에서 살아야 할까요? IL은 비장애인과 똑같이 지역사회 안에서 어우러져 사는 것을 지향해요. 물리적 건물만이 아니라 교육·노동·문화생활 등 모든 사회적 기회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죠. 장애인이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을 문제로 보는 사회적 장벽Social Barrier’이 문제라고 보는 겁니다. 이 운동의 핵심은 개인의 재활이나 극복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 있는 거죠.


    = 어쩌다 이렇게 엄청난 곳에 발을 들이게 되었을까요?

    - 처음엔 아는 언니 따라왔죠. 사진 동아리 ‘포커스휠’에 나가면서도 별로 적극적인 회원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센터에서 동료상담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고 동료상담을 진행해본 게 첫 출발이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센터활동도 하게 되고 그러다가 집단동료상담 리더 교육을 받으면서 생각이 크게 바뀌었어요. 제 자신과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죠. 내가 ‘불쌍하고 불행한’ 장애인이 아니라, 사회적 차별과 구조적 모순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거죠. 장애인 동료상담가들이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그전에는 직업을 갖기 위해 자격증도 따고 사회가 원하는 기준에 나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면 센터 활동과 동료상담을 하면서 왜 자립생활 운동을 해야 하는지, 왜 이 일을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까지 센터에서 간사부터 팀장, 센터장까지 경험했고, 지금은 상록수IL센터 총괄팀장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IL센터이지만 일에 집중하다 보면 가끔 장애 당사자의 목소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갈등이 생길 때도 있어요. 그래서 현장의 동료들을 만나면서,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를 계속 스스로 돌아보게 돼요.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업무 회의 사진제공 조은상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사무실 책상 앞에서 사진제공 조은상


    IL센터 활동 동료상담 사진제공 조은상



    = 공부를 늦게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장녀로 태어나 돌 무렵에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걷지 못하게 됐어요. 동생이 셋이었으니 넉넉지 않은 형편에 부모님은 저만 집중해서 돌보기 어려웠을 거예요. 입학할 나이가 됐지만 학교까지 이동하는 것도 어려웠고, 동생들을 희생시킬 순 없지 않냐는 말을 듣고 자랐어요. 그럴 때마다 부모님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아무 말 못 하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집에서 가정교사를 통해 조금씩 공부했지만 늘 공부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책을 읽었어요. 

    20대에 직업 훈련원에서 옷 만드는 기술을 배워 취업을 하고 보니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20대 후반에 검정고시를 시작했어요. 결혼하고 보니 아이를 키우면서 공부하는 건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힘들다는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느낌이 더 컸어요. 방송대 교육학과를 계속 장학금 받으며 졸업했어요.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했어요. 서로 과제를 알려주고 시험 정보를 나누면서 함께했던 경험이 컸어요. 그때 공부는 혼자보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하는 것이라는 걸 느꼈어요. 
     

    = 장애 여성으로서 전에 하신 일과 사회생활에 대해 들려주실 수 있어요?

    - 장애인이라고 하면 부모가 희생하거나 당사자가 희생하거나 그런 구조잖아요. 공부 기회를 놓치고 사회에 나갔기 때문에 저는 더 열심히 배우고 일했어요. 장애인기능대회가 있었는데 나가서 금메달을 땄어요. 이제 세계 대회를 나갈 수가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열심히 연습했고 프라하 세계 장애인 기능대회 나갈 티켓도 땄어요. 그런데 저한테 기술 가르쳐준 선생님들이 그렇게까지 할 거 있냐고 반대하시더라고요. 처음부터 하지 말라고 하든지, 장애인에 대한 기대가 아예 없구나, 상처를 많이 받았죠. 튀지 않고 착한 장애인이길 원했던 것 같아요.

    제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도 그랬어요.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작업장이었는데, 수녀님들이 제 결혼을 걱정하고 반대했어요. 부모님도 심하게 반대해서 5년을 미루다 결혼했어요. 동료상담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도 비슷했어요. 장애 여성은 교육, 결혼, 출산, 일 등 여러 선택에서 뒤로 밀리고 편견의 대상이에요. 직장에 다닌다고 하면 놀라고, 집이 깨끗하다고 놀라고, 아이를 키운다고 해도 놀라요. 장애인은 돌봄을 받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해요. 저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그 평범함이 오히려 특별한 일이 되는 느낌이 있어요.


    = 비장애인 여성도 두려워하는 결혼인데 참 씩씩하게 사셨어요. 아이 낳고 키우며, 또 워킹맘으로 살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 30대 후반에 아이를 가졌을 때도 일을 쉬지 않았어요. 배가 불러서 운전하기 힘든데 사장님이 나와서 같이 밥이라도 먹자며 부르셨어요. 당시엔 생소했던 강아지 옷 만드는 일이었는데 일이 많아서 새벽 7시에 출근해서 야근까지 하는 날이 많았어요. 한번은 폭설이 내려 청계 터널에서 2시간을 갇혀 있었는데, 다음 날 보니 타이어가 터져 있더라고요. 저는 천주교 신자인데 아이랑 저랑 정말 주님이 살려주셨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었어요.

    결혼할 때도 그랬어요. 장애인이 어떻게 살 거냐, 아이는 어떻게 키울 거냐. 저도 아이는 낳지 말자 생각했었죠. 일을 계속하고 싶었고 양육에 자신도 없었죠. 어느 날 밤늦게 퇴근하면서, 일만 하는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를 갖기로 했어요. 임신과 출산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이동도 어렵고 병원 가는 것도 힘들었어요.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는 일을 할 수 없었어요. 맡길 곳이 없어서 제가 아이를 돌보게 되었어요.


    안산의 리프트 택시 사진제공 조은상


    상록수 센터에서 진행된 안산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사진제공 조은상


     

    = ‘착한 장애인’이라는 기대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 가족 안에서 화목하게 살기 위해서는 많이 참아야 했어요. 장애인이기도 하고 여성이라는 점이 겹치면 어떨까요? 장애인 여성은 더 많이 참고 더 많이 양보해야 한다는 기대가 있어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존엄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자존감은 많이 낮아져 있었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남들보다 사회생활도 그렇고 뭐든 다 늦었으니까 나는 더 빨리 잘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생각이었어요. 이걸 ‘맏딸 콤플렉스’라고 하죠? 부모님한테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고, 장애인이라 못한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아서, 딱딱 다 잘 해내려고 했어요. 하지만 10년 IL 활동을 하며 조금씩 달라졌어요. 착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서로 힘들게 하잖아요. 이제는 못 하는 건 못 한다고 말해요. 어머니에게도 이번에는 못 간다고 말하게 되었어요. 그럴 힘이 생겼죠. 


    =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 아이를 키우다가 어느 순간 다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한 언니가 등록금을 내줄 테니 공부를 꼭 하라고 말했어요. 누군가가 나를 믿어준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버지도 응원해 주셨어요. 마흔 넘어 다시 공부할 때 아버지가 정말 좋아하셨어요. 엄마가 보내준 김치 통 사이에 아버지가 학비에 보태라고 몰래 30만 원이 든 봉투를 넣어두셨는데, 김칫국물에 젖은 그 봉투를 보고 마음이 짠했던 기억이 지금도 나요.


    =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나 삶의 전환점이 있었나요?
     

    - 2014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저를 많이 도와주던 언니도 돌아가시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였어요. 그 시기에 세월호 참사도 있었고요. 솔직히 우울함도 있었어요. 제가 사는 곳에서 일어난 일이고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 사건이 너무 크게 다가왔어요. 그냥 뉴스에 나오는 사건이 아니라 내 아이의 일처럼 느껴졌죠. 앞으로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이래도 되는가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힘든 시기를 통과하며 지역에서 하는 집회나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됐어요. 큰 역할은 아니지만 그냥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어요. 연대하고 같이 있는 사람,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4.16시민대학 사진제공 조은상


    세월호참사 10주기 4160인 합창에 참여하고 사진제공 조은상


    안산시민연대 촛불문화제에서 사진제공 조은상



    = 장애인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라고 보십니까?

    - 일은 삶을 바꾸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센터에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일자리에 참여하는 분이 “내가 번 돈으로 가족들에게 짜장면 한 그릇을 사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라던 말을 잊을 수 없어요. 큰 변화라고 느꼈어요. 일하고 돈을 벌고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이게 장애인의 삶의 위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주체로 살게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중증 장애인에게 일자리는 단순한 수입 이상의 의미를 가져요. 사회의 구성원으로 지역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가 더 커요.

    그래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 불러요. 시혜적 성격을 거부하고, 이동권, 탈시설, 교육 등 장애인 권리 쟁취를 위해 투쟁하는 날이죠. 올해도 3월 26일에 청와대 앞에서 <22회 3.26 전국장애인대회 및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식>을 열었어요. 최옥란 열사 기일에 열린 22회 3.26 대회였죠. 효자동 복지센터 인근에서 출발해서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하고 집회와 열사들을 기리는 추모제도 진행했어요. 많은 활동가들이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전국에서 모여요. 



    3.26 전국장애인대회 사진제공 비마이너



    장애인 권리 보장 다이인(
    die-in) 행동 사진제공 조은상


    장애인 접근권 보장 기자회견 참여 중 발언 사진제공 조은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삭발 투쟁 사진제공 조은상 


    = 앞으로의 삶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 지금까지 활동하고 또 아이를 기르면서 앞만 보고 살아온 것 같아요. 그런데 작년부터인가 앞으론 어떻게 살지? 이런 고민이 들었어요. 앞만 보고 가지 말고 소소하게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과 차도 마시고 서로를 지지하고 나누면서 사는 삶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요. IL센터의 활동가로, 동료상담가로 목소리를 내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면서 살아야죠.

    돌아보면 누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온 게 아니라 그때그때 부딪히며 길을 만들어 온 것 같아요. 앞으로도 큰 계획보다는 지금처럼 살 것 같아요. 필요한 자리에 가 있고 연대하며 살고 싶어요.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살았다 싶어요. 앞으로도 휠체어와 함께 제가 길을 만들며 살아갈 것 같아요.
     


    “휠체어와 함께 길을 만들며 여기까지 왔어요.”
    꿀벌

    조회수 493

    2026-04-16
  •  
     
     
    
    늘푸른에코학습마을
    ― 환경·인문·공동체가 어우러지는 의왕시 오전동의 지속가능 배움터
     
     
    ● 늘푸른에코학습마을 김미경 대표 인터뷰로 살펴보는 에코학습마을의 현재와 미래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거창한 정책이나 캠페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일상의 작은 선택들, 물 한 컵을 줄이는 일, 쓰레기를 분리하는 습관, 공동체 안에서 자연을 함께 돌보는 시간이 모여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갑니다.
     
    의왕시 오전동에 자리한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은 바로 이러한 작은 실천을 일상 속 배움과 연결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글누리도서관이 환경 특화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한 이 마을학습공동체는, 환경·인문·공동체 활동을 종합적으로 담아내며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평생학습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는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의 프로그램과 특징을 소개하고, 활동을 이끌고 있는 김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이 마을이 추구하는 가치와 미래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
     
    늘푸른에코학습마을 김미경 대표 / 출처: 에디터 럭비공
     
     
    “환경교육은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지는 배움입니다”
     
    Q1. 늘푸른에코학습마을 활동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환경과 공동체 활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평소에도 지역에서 작은 실천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글누리도서관이 환경 특화 도서관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주민분들과 함께 환경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 역할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김대표는 환경 교육뿐 아니라 주민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데 큰 열정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환경학습’은 단순 교육이 아니라 주민이 서로 관계를 맺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Q2. 기억에 남는 활동이나 인상적인 변화가 있으신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처음에는 환경 문제가 멀게 느껴졌던 주민분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실천을 제안하고, 지역 환경의 변화를 이야기해 주실 때입니다. 예를 들면 플로깅 활동을 통해 쓰레기 문제를 직접 체감하고,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분들이 늘어났습니다.”
     
    “아이들이 자연을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며 ‘이 활동이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Q3. 활동가로서 어려움은 어떤 점에 있으신가요?
     
    “환경 교육은 단기간에 효과가 보이는 활동이 아니어서, 참여를 꾸준히 이어가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또 예산이나 장기 프로그램 운영의 안정성이 부족해 지속 관점에서 어려움도 있습니다.”
     
    김대표는 자원·공간·협력체계가 지속가능한 교육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Q4. 앞으로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이 지향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일상 속에서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삶의 배움터’가 되고 싶습니다. 또 지역 단체, 학교, 시민단체와의 연계를 더욱 확대하여 지역 전체가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생태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포부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세대 간 환경학습 플랫폼 확대, 지역환경 기반 시민 프로젝트 강화, 환경활동가 및 녹색 일자리 모델 구축으로 환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입니다. 이 필수적인 가치를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곳이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하셨습니다.
     
     
     
     
    활동사진 / 출처: 에디터 럭비공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은 글누리도서관이 운영하는 환경 특화 학습공동체로, 환경·인문학·공동체·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환경 감수성 교육, 인문학 강좌, 주민 참여형 생태 활동, 환경 일자리·활동가 양성을 통해 시민이 일상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도록 돕는 지역 기반 생태 교육 모델입니다.
     
     
     
     
    늘푸른에코학습마을 / 출처: 에디터 럭비공
     
     
    “책과 사람, 환경이 이어지는 열린 배움터”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은 환경을 배우고, 삶을 돌아보고, 공동체 속에서 실천하며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의왕시의 중요한 환경학습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배움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참여한 주민 한 분 한 분이 스스로 환경의 주체로 성장하고, 그 변화가 마을로 확장되며, 마을의 변화는 다시 시민의 삶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환경으로 배우고, 사람으로 성장하고, 공동체로 실천하는 공간 그것이 바로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이 지향하는 미래입니다.
    

     
     
     
    책과 사람, 환경이 이어지는 열린 배움터
    럭비공

    조회수 757

    2026-01-05
  •  

    출처: 미리캔버스 creator: Anemone123
     
    
    ● 청년 우울증 증가 현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청년기(19~39세) 우울증 환자는 2014년 약 11만 명에서 2023년 36만 명 수준으로 증가해 10년 사이 225%라는 매우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통계적 변화가 아니라, 청년층의 정신건강이 구조적·사회적 압박 속에서 점점 취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특히 청년기 우울증이 2020년 이후 만성질환 1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통적으로 만성질환을 주도하던 고혈압·간질환 등을 제치고 정신질환이 1순위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가 큽니다.
     
    세계적 추세를 보더라도 보통 우울증은 노년층에서 높게 나타나지만, 한국은 예외적으로 20~30대의 유병률이 70대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내는 독특한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청년들이 경제적 불안, 고용 불안정, 사회적 경쟁, SNS 비교 압박 등 복합적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중장년층 못지않은 정신적 과부하를 견디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다시 말해 청년층의 우울은 개인적 취약성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정책적 허점이 누적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민감한 그룹을 직접적으로 압박한 결과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청년 우울증 증가세는 단순한 건강 지표가 아니라, 청년 세대의 삶의 질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 청년 우울증의 구조적 원인
     
    청년 우울증은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취약성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아니라, 청년을 둘러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특히 사회 구조의 변화 속에서 청년층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고, 이러한 압박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며 정신건강을 크게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먼저 경제적 불안정은 청년 우울증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정규직 일자리는 줄어드는 반면 단기 계약직과 플랫폼 노동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청년들은 안정적인 소득과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여기에 전세 사기, 급격한 월세 상승, 주거 안정성까지 겹치며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경험을 반복하게 됩니다. 주거는 인간의 기본권과 밀접한 요소인 만큼, 이 영역에서의 불안은 곧 삶 전체가 위협받는 감각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취업난과 과도한 경쟁 문화는 청년들이 성장기부터 지속적으로 느껴온 압박을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 확대시키는 구조입니다. 청소년기 입시 경쟁, 대학 입학 이후 스펙 경쟁, 졸업 직후 취업 경쟁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실패는 곧 낙오로 간주된다는 공포가 형성됩니다. 이는 스스로를 과도하게 평가절하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회피하게 만드는 심리적 위축으로 연결됩니다.
     
    더불어 SNS가 강화한 비교 압력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노출되는 타인의 화려한 일상, 성공담, 자기 계발 콘텐츠는 실제보다 과장되거나 편집된 경우가 많지만, 이를 접하는 청년들은 ‘나는 뒤처지고 있다’는 감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러한 비교는 자존감 저하와 자기혐오를 유발하며, 때로는 현실과 스스로 간의 격차를 극단적으로 왜곡해서 받아들이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고립과 관계의 얕아짐도 우울감을 심화시키는 원인입니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디지털 의존도 증가로 관계의 깊이가 줄어들고, 청년들은 자신의 감정을 안정적으로 지탱해 줄 지지망을 찾기 어렵습니다. 겉으로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된 듯 보이지만 정작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상대는 사라졌고, 이로 인해 외로움과 고립감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형성됩니다.
     
    결국 청년 우울증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사회 구조적 압력이 겹겹이 쌓인 결과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주거·노동·디지털 환경 전반에서의 정책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의 심리학적 영향
     
    심리학에서는 외로움이 우울증의 가장 강력한 촉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연결돼 있다는 감각이 약해지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해 줄 타인이 없다고 느껴질 때 발생하는 깊은 심리적 허기와 같습니다. 특히 청년기는 인간관계가 빠르게 변하고, 정체성과 역할이 유동적으로 재구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외로움이 자리 잡으면 그 영향이 더욱 크게 확대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청년들은 학창 시절의 비교적 안정된 관계망을 벗어난 뒤, 사회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스스로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나 취업 준비, 경제적 불안, 반복되는 실패 경험 등 다양한 압박 속에서 관계 형성은 점점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을 찾지 못하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사소한 문제에도 자기비난이 과도하게 커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심리적 변화는 점차 ‘나는 혼자다’, ‘누구도 나를 돕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굳어지며 고립감을 강화합니다. 또한 외로움은 스트레스 상황을 크게 증폭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같은 어려움이라도 주변에 공유할 사람이 있으면 감정의 충격이 완화되지만, 고립된 상태에서는 작은 실패도 삶 전체를 위협하는 사건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확대 해석은 우울한 생각을 반복시키고, 사고의 폭을 극도로 좁히며 현실 판단력을 약화시키게 됩니다. 결국 외로움이 지속되면 청년은 자신이 사회로부터 분리된 존재라고 느끼고, 이 감정이 장기화될수록 우울증 발병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외로움이 개인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관계를 맺기 어렵게 만드는 노동 환경, 심리적 지지체계를 약화시키는 경쟁 중심 사회, 온라인 소통이 대면 교류를 대체하며 생긴 관계의 얕아짐 등이 구조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외로움은 개인이 만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연결망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구조적 손상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공동체와 정책의 개입이 함께 필요합니다.
     
     
    ● 개인의 경험이 드러내는 현실
     
    청년 우울증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는, 어린 시절과 성인기에 걸쳐 연속적인 상처를 겪은 한 30대 초반 창작자의 경험을 들 수 있습니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폭력과 따돌림을 겪었고, 성인이 된 뒤에는 부모를 연달아 떠나보내는 극심한 상실을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심리적 기반을 흔들어 놓는 강한 외상으로 작용했고, 결국 일상적인 대면조차 어려워지는 대인기피와 깊은 우울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한동안 자신이 예전처럼 생기 있고 빛나던 사람이 아니게 된 것만 같다는 느낌을 반복했다고 말합니다. 이는 트라우마가 개인의 자존감과 정체성에 얼마나 근본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우울증이 단순한 기분 저하가 아니라 ‘존재의 변화’를 동반하는 질환임을 시사합니다.
     
    또 다른 사례는 20대 후반 여성으로, 극심한 피로감과 무기력으로 인해 일상 기능을 수행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던 경험을 들려줍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책 한 줄을 읽는 것조차 버거워졌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기본적인 행동도 큰 노력이 필요해졌습니다. 이처럼 기능이 급격히 저하된 상태는 우울증의 주요 징후 중 하나입니다. 그는 고립감이 심해질수록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사고가 강화되었고, 작은 문제도 돌이킬 수 없는 위기로 느껴졌다고 회상합니다. 결국 전문 상담을 통해 자신의 사고 패턴이 부정적 방향으로 과도하게 왜곡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이를 교정해 나가면서 점차 회복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 두 사례는 청년 우울증이 단순히 감정적인 슬픔을 넘어, 사고·행동·관계·기능 전반을 침식하는 질병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개인이 혼자 감당하거나 의지로 버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외상 경험·사회적 고립·경제적 압박이 누적되면서 나타나는 복합적 결과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들의 경험은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는 가벼운 표현과는 전혀 다른, 삶의 기반을 뒤흔드는 중대한 문제임을 분명히 드러내며, 한국 사회가 청년 정신건강을 바라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 국가·사회 정책의 변화와 과제
     
    최근 정부는 청년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여러 제도적 개선을 추진 중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변화는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기존 10년에서 2년으로 대폭 단축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보다 빠르게 정신질환을 발견하고 치료로 연결하려는 취지입니다. 특히 우울증뿐만 아니라 조현병, 조울증 등 주요 정신질환까지 검진 항목에 포함시켜 조기 개입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청년층 특성을 반영한 전문 심리 상담 서비스나 회복 지원 프로그램 등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우선 공공 상담기관에 대한 낮은 신뢰도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과거 상담 경험에서 충분한 공감이나 실질적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느낀 청년들이 이후 다시 상담을 시도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접근성의 한계도 존재합니다. 많은 청년들이 시간적 여유나 지리적 거리,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으로 인해 공공 심리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거나 이용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경우 해당 시설 자체가 부족하거나 접근이 어려운 문제가 빈번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정책 홍보의 부재입니다. 상담 프로그램이나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년들이 그러한 서비스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홍보 방식이 일방적이거나 청년층이 주로 활용하는 채널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결국 정책은 문서상 존재할 수 있으나, 실제로 당사자들이 정보를 접하고 이용할 수 없는 구조라면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건강 관련 제도는 단순히 ‘있느냐’보다 ‘얼마나 쉽게, 신뢰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한 제도 마련을 넘어, 정책에 대한 인식 제고, 신뢰 회복, 현실적인 접근성 개선이 병행되어야 하며, 청년이 자신의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실질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데 정책적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 청년이 활용할 수 있는 정신건강 관리 전략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청년이 스스로의 심리 상태를 인식하고 회복력을 기를 수 있도록, 단계별 접근 방식을 제안합니다. 이 전략은 단기적인 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정신건강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1단계는 ‘기본 생활 패턴 점검’입니다. 정신건강의 붕괴는 대개 수면장애, 불규칙한 식사, 신체 활동 부족 등 일상 리듬의 무너짐과 함께 시작됩니다. 이른바 ‘생리적 기반’이 흔들릴 때 감정 조절 능력 역시 급격히 떨어지게 되며, 이는 우울의 초기 징후로 작용합니다. 특히 햇빛 노출이 부족하거나 야간 활동이 많을 경우 세로토닌 등의 기분 조절 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2단계는 ‘정서 안정화 전략’입니다. 요가, 명상, 복식호흡과 같은 신체 기반 안정 기법은 교감신경의 과잉 흥분을 가라앉히고 불안 완화에 효과적입니다. 또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인지 거리 두기’ 기법은, 반복되는 부정적 사고의 고리를 끊는 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실패자야"라는 자동적 사고를 "내가 지금 그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로 전환하는 방식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습니다. 3단계는 ‘전문 치료 개입 시점’입니다. 만약 기능 저하가 2주 이상 지속되고, 수면이나 식욕, 집중력, 대인관계 유지가 어려워질 정도라면 즉시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정신과 진료는 단지 약물 처방에 국한되지 않으며, 인지행동치료(CBT), 대인관계치료(IPT), 트라우마 치유 상담 등 다양한 맞춤형 접근이 가능하며, 치료 반응도 일반적으로 빠른 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개입이며, 늦어질수록 회복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됩니다.
     
     
    ● 살아남는 것의 가치
     
    오늘날 청년들은 생애 주기의 가장 역동적인 시기를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수많은 불확실성과 사회적 압박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와 미래 가능성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용 불안정, 주거 문제, 비대면 시대의 관계 단절, 그리고 SNS를 통한 비교 스트레스는 이들이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와 회복 경험자들은 공통적으로 강조합니다. 우울증은 의지력이나 성격 탓이 아닌 치료 가능한 질병이며, 혼자의 힘만으로 벗어나야 하는 고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꾸준한 치료와 정서적 지지를 통해 다시 삶의 균형을 회복하고, 이전보다 더 탄탄한 자아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죽지 않는 선택"은 생존 자체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고통 속에서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서의 가능성을 믿고 지키려는, 절박하지만 가장 용기 있는 선언입니다.
     
    청년 우울증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나 일시적 감정의 기복으로 치부될 수 없습니다. 이는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인권적 과제이자 복지 정책의 핵심 영역이며, 노동 구조 전반을 재설계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사회적 경고입니다. 그 해결은 거창한 제도 이전에, 청년들의 고통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고, 함께 버텨낼 수 있도록 사회가 역할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
    

     
    나는 왜 무기력한가…정답은 ‘이것’에 있었다
    주야

    조회수 1381

    2025-12-29
  •  

     
    
    세월이 쏜살같이 지나간 올해의 뒷모습을 감상하다 눈을 떠 보니 벌써 크리스마스가 조용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2025년 연말은 어떠신가요? 아침 공기가 코끝을 시큰하게 하는 요즘처럼 아릿했던 감동과 환희도 있었지만 이미 지나간 후회와 미련을 상상하자니 꽤 묵직한 쓸쓸함도 밀려옵니다.
     
    문득 지금의 멀고도 가까운 이웃들의 삶은 어떤지 궁금해졌습니다. 1인 가구가 800만을 초월한 시대입니다.1) 수많은 콘크리트 속에 많은 생명이 가려져 있지만 옆 옆집의 외로운 사정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겠죠. 혼자 의식주를 해결하는 삶은 주체적인 걸까요? 고독한 걸까요?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가 3천900명이 넘었다2)는 것을 보면 전자라고 단언하기는 아마도 힘들어 보입니다.
     
    바라던 질문을 꺼내봅니다. 이처럼 씁쓸한 현실 속, 넘쳐나는 쓸쓸한 사람들을 챙겨주는 천사는 과연 있을까요? 1인 가구라는 이름으로 단순히 정의된 모습 뒤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꿈틀거리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사실 이런 사람들을 찾고 싶었습니다. 회색 지대의 세상 속에서 밝은 금빛 햇살을 내리쬐며 삶의 의미를 되찾게 해주는 존재는 흔치 않으니까요.
     
    한 해의 끝에서 언젠가 이들의 귀중함을 알리고자 했던 소망을 지금 풀어보려 합니다.
     
     
    ▶1인 가구 청년들이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는 모습 / 출처: AI 생성 이미지
     
     
    1인 가구 청년
     
    활기찬 청춘이란 옛말일까요? 2024년 기준 전체 1인 가구 중, 29세 이하와 30~39세에 해당하는 청년층의 비율은 35.2%를 기록하며3) 꽤 큰 규모를 보였습니다. 이 중에는 ‘고용·주거·경제 배제형’, 경제·건강·사회관계의 ‘다중 배제형’, ‘건강·주거 부분 배제형도’ 속해있었습니다.4) 이처럼 다양한 문제에서 결핍과 외로움을 겪고 있는 1인 가구 청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시민사회조직들이 있었습니다.
     
    1. 안산청년협동조합
     
    경기청년지원사업단은 경기도 청년 1인 가구의 건강한 생활과 원활한 사회적 교류를 형성하도록 지원하는 「경기도 청년 1인 가구 지원 프로그램 공모사업」을 실시했던 적이 있는데요.5) 이에 안산청년협동조합이 최종 선정됐었습니다. 해당 조합은 안산시 다농마트 청년몰의 청년 상인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다양한 문화 사업을 형성하기 위해 설립한 협의체인데요. 1인 가구 지원 활동으로 그린 테라피, 감정 식사 워크숍, 독서와 필사 등의 활동을 제공하기로 하였습니다.6)
     
    이를 통해 청년들이 문화 활동을 매개로 서로 소통하며 공동체의 연대감도 체감할 수 있었는데요. 이렇듯 시민사회조직이 청년과 소통해 왔던 행보들은 혼자 사는 청년들에게 고독함을 넘어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는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2. 사각지대청년지원센터 봄
     
    사각지대청년지원센터 봄은 사각지대 청년이 겪는 문제 해결과 자립을 지원하는 단체인데요.7) 대표 활동으로 “청소년 쉼터 퇴소 청년의 따뜻한 겨울을 응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사랑의 열매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었습니다. 이를 통해 자립 청년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8) 생활 기반을 형성해 주려는 모금 활동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해당 사업은 2024.11.08. ~ 2025.02.10.의 기간 동안 223명의 시민들이 총 2,635,000원을 모금했었는데요. 이를 기반으로 센터는 겨울철 생활비 지원, 자립 상담, 당사자 모임의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9) 이처럼 시민사회가 제공한 따뜻한 마음은 청년들의 연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3. 민달팽이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은 비영리 주거 모델 실험과 제도 개선을 기반으로 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입니다.10) 특히 상당한 피해를 일으켰던 전세 사기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예로 전/월세 주거 상담 및 교육, 세입자 네트워크 구축, 전세 사기 대응 정책 제언 등의 활동11)을 통해 1인 가구 청년들의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달팽이집’ 사업은 청년들이 낮은 거주비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요. 최소 6개월 이상 거주 기간을 보장하면서 이웃들과의 모임을 통해 단절감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12) 이처럼 시민사회의 청년 주거권을 지키기 위한 책임감은 1인 가구 청년들에게 큰 지지대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청년이 시민단체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 출처: AI 생성 이미지
     
     
    1인 가구 중·장년
     
    ‘끼인 세대’라 불리는 중·장년층의 1인 가구 규모는 상당합니다. 2024년 기준 전체 1인 가구 중, 40~69세 중·장년층의 비율이 45%를 차지하며 절반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습니다.13) 또한 2017~2023년 동안 40~60대의 고독사가 전체의 75%를 기록하며 심각한 규모를 보여주었습니다.14) 이는 불안정한 경제 상황, 정서적 지지의 부재, 구조적 배제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요. 따라서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동참하는 시민사회 주체들이 늘어났습니다.
     
    1. 중·장년 잡(JOB) 페스타
     
    올해 부천시는 부천고용센터·부천 일자리센터·부천지역 노사민정협의회 등 12개 관계 기관과 함께 주관한 ‘2025 중장년 잡(JOB) 페스타’를 개최하였습니다. 본 행사에서는 구직자에게 취업(이력서·자기소개서·면접) 컨설팅, 취업 타로, 이력서 사진 촬영 등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였습니다. 또한 실시간 면접을 시행하는 현장 채용 부스도 운영하였습니다.15)
     
    특히 중·장년 집중 취업 지원 주간을 따로 마련하여 경력·노무·창업 상담을 제공하였는데요. 이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구조와 패러다임에 적응하고 경력 단절, 조기 퇴직, 나이 차별 등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취업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16) 이번 행사는 중·장년 1인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컸습니다.
     
    2. 외로움 없는 서울
     
    서울시는 시민들의 외로움을 해소하고 정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외로움 없는 서울’ 사업을 기획하였습니다.17) 특히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제공자와 수혜자의 역할을 담당하며 시민사회의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것이 큰 장점인데요. 예로 외로운 시민들이 기부된 라면 식사와 함께 고립·은둔 회복 시민의 상담을 받는 ‘서울 마음 편의점’, ‘외로움 없는 주간’에 진행되는 시민들의 ‘외로움 토크 콘서트’, 고립·은둔을 겪은 인플루언서의 고립·은둔 시민을 격려하는 캠페인18)을 통해서 ‘고독함’이라는 문제를 더욱 이해할 수 있는 체험 활동을 만들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서울시는 함께 잇다, 연결 잇다, 소통 잇다의 미래 도시를 구상하였는데요.19) 이러한 행보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사회에 건강한 정신문화가 형성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1인 가구 중·장년 사람들끼리 라면 식사와 함께 교류하는 모습 / 출처: AI 생성 이미지
     
    3. 한국한아름복지회(現 오픈도어)
     
    한국한아름복지회(現 오픈도어)는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소외된 부문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를 만드는 활동에 힘써왔습니다. 예로 1인 가구 주제와 관련한 지자체 컨설팅20), 약 3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오픈도어' 포럼, 법 연구 등의 노력을 이어왔습니다. 특히 재단법인 숲과 나눔과 함께한 '1인 가구 권리 시리즈'라는 부제의 토론회를 통해 제안된 정책들을 실현시키고자 국회, 서울시, 구의회와 협력하였습니다.21)
     
    5번의 토론 동안 분석한 300개 이상의 관련 정책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안전, 건강, 고립 등의 의제들은 특수청소업체 대표, 경찰, 사회복지사 등의 1인 가구 방문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도움과 함께 정교하게 분석되었는데요. 따라서 9개 분야의 122개 정책을 담은 제안서를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22) 혹여 한 두 문장의 조항들이 있다 하더라도 어딘가에 혼자 지내고 있는 중·장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 것입니다.
     
     
    1인 가구 노년
     
    말년의 외로움은 부담스러운 상황이 더욱 발생합니다. 2024년 기준 전체 1인 가구 중, 70세 이상에 해당하는 노년층의 비율은 19.8%를 기록하였는데요.23) 인생의 마무리로 향하고 있는 만큼 돌봄 공백, 건강 붕괴, 안전 문제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이러한 위협을 잊지 않고 어르신에게 편안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 오산돌봄사회적협동조합
     
    오산돌봄사회적협동조합은 노인 장기 요양 사업을 진행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예로 기본적으로 몸을 가꾸고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신체 활동 지원을 제공합니다. 또한 가사 서비스를 담당합니다. 나아가 장기 요양 5등급(치매 등급) 수급자에게는 인지 자극과 훈련을 통한 재활형 방문요양을 지원합니다.24)
     
    활동 지원사와 요양보호사 정기 회의를 통해 조합의 발전도 추구하고 있는데요. 나아가 타 단체 후원과 지역 사회 돌봄 토론회도 진행하며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25) 최종적으로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실버산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2. 한마음 봉사단
     
    을지대학교 한마음 봉사단은 생명 존중을 위한 연구와 봉사활동을 합니다.26) 올해에는 의정부 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25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힐링 스페이스(Healing Space)' 행사를 개최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였습니다. 예로 혈압·혈당 측정 및 교육, 치매 자가 진단 및 예방 안내, 스트레스 볼링 및 긍정 처방 등의 지원을 계획하였습니다.27)
     
    이를 통해 학부생들은 의료 실력을 함양하고 지역 어르신들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이유로 돌보지 못했던 심신 건강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민간 의료 서비스 향상과 다양한 계층의 소통 창구를 마련함으로써 올해의 지역사회를 충만하게 만들었습니다.
     
    3. (사)대전‧세종소비자공익네트워크
     
    (사)대전·세종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소비자 주권을 확보하고 공정한 시장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는 조직인데요.28) 관련 사업으로 어르신 대상 보이스피싱을 방지하기 위해 대전시 서구종합재가센터와 업무 협약을 맺었습니다. 예로 소비자 교육, 공익 캠페인, 협력 사업 및 상호 지원의 체계를 마련29)하겠다는 전반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울러 탄소중립을 기준으로 소비하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에도 같이 참여하겠다고 밝혔는데요.30) 우리 사회의 데이터 안보와 건강한 소비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걸로 해석됩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활동이 모여 신종 사기 범죄에 낯선 노년층의 개인정보 보호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에 유의미한 기여를 할 것입니다.
     
     
    ▶시민단체의 어르신 대상 보이스 피싱 예방 교육이 진행되는 모습 / 출처: AI 생성 이미지
     
     
    모든 1인 가구가 소외된 채 불만족한 삶을 사는 것은 물론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 있듯이 혼자 버텨야 하는 삶에서 오는 고민과 압박감의 무게는 꽤 묵직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무의식적으로 세상은 이상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가정을 내린 채 살아갑니다. 사별한 배우자를 떠올리며 혼자 잠에 드시는 어르신, 취업을 못 해 돈이 없어 나가지 못하는 한 청년, 초라한 밥상을 겨우 차린 채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중·장년의 모습을 떠올리며 착잡한 마음에 시달리는 게 힘들 때도 있었으니까요. 이후 벅차게 밀려오는 표현하기 힘든 응집된 감정 덩어리는 스스로 더욱 쓸쓸하게 만들었습니다.
     
    외로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겨울 눈이 오면 매서움과 포근함에 사로잡히고 싶어 어김없이 외투를 걸친 후 쏟아져 나온 사람들을 관찰합니다. 가끔 혼자 바라봐야 하는 풍경을 못 견뎌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사랑했던 사람과 첫눈을 맞았을 때의 허전함보다는 좋았습니다. 식어가고 있진 않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고독함의 본질은 혼자라는 물리적 상태를 넘어 마음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혹은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하는 무언가에 찔려가면서도 앉아있는 가시방석과 같은 표면적인 상황에서 오는 정서적 결손이 내 상태를 흔드는 핵심 요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눈을 헤치고 집에 도착한 순간에도 알 수 있었습니다. 데워지는 장판 위에 누워 문득 불안함과 외로움이 덧없음과 눈곱만큼의 차이인 것을 깨달은 걸 후회할 찰나, 어머니는 제게 손으로 주무른 말랑한 귤을 건네셨습니다. 지나치게 멍든 귤의 달콤함과 따뜻함은 제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만들어 낸 촉감, 말, 눈빛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고독이 지겨워 삶의 의미를 못 찾았던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살아갈 유일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오는 크리스마스. 올해만큼은 여러분들이 홀로 버티는 사람들을 먼저 품어주려 다가가 보는 산타가 되는 건 어떨까요? 아직 크리스마스는 오지 않았고 한 사람의 소망도 남아있으니까요.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요?
     
     
    ▶산타가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1인 청년·노년·중장년의 모습 / 출처: AI 생성 이미지
    
    [참고자료]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요?
    초스코스

    조회수 957

    2025-12-24
  •  
     
    
    여러분들은 공익활동가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강력한 신념과 투지가 넘치는 혁신가? 삶이 여유 있어 활동하는 사람? 수입이 적은 사람?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공익활동가를 확실히 정의하기에는 어려운 면도 다소 있는데요. 특히 자원봉사의 개념이 상대적으로 자리 잡은 공익활동의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는 공익활동과 비영리 일자리의 사회적 인정과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연구 결과와 토론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기도 비영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경기도 시·군센터 네트워크 협력 사업(포럼)을 개최하였습니다. 현장으로 떠나보실까요?
    
     
    개회식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3차 경기도 시·군센터 네트워크 협력 사업
     
    1. 발제
     
    이번 3차 경기도 시·군센터 네트워크 협력 사업에 앞서 열린 2차 포럼도 있었는데요. 당시 논의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비영리경영연구소(이명신 소장)가 함께 발간한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 정책 연구 보고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발제가 진행되었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해당 연구의 목적은 비영리 부문의 공공·사회경제적 기여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경기도형 비영리 일자리 정책 모델을 제시하고 지속 가능한 공익 일자리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올해 경기도는 비영리 일자리 정책을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 사업’과 함께 ‘청년 공익활동 일자리 지원 사업’의 통합 체계로 재편하였는데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사업으로도 추진되었지만 예산의 규모와 안정성 문제로 성과는 미비했습니다.
    
     
    이명신 소장(비영리경영연구소)의 발제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아울러 중앙정부와 경기도 일자리 정책은 중소기업, 사회적기업, 공공기관 등을 중점으로 계획돼 비영리 영역은 여전히 소외되고 정규직 전환 고용 연계 사업인 ‘청년 일자리 매치업 취업지원 사업’은 비영리단체의 열악한 재정구조로 사실상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영리 일자리는 타 산업에 비해 노동집약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투입 예산의 규모가 클수록 고용 유발 효과도 크다고 볼 수 있는데요. 예로 향후 3년 동안 총 300억 원을 비영리 일자리에 투자할 경우 생산유발효과 약 489.9억 원, 고용유발효과 약 198.42명, 부가가치 유발효과 214.8억 원의 성과와 최종 GRDP(지역 내 총생산) 기여율도 0.00366%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향후 과제 및 종합 제언으로는 1. 비영리 통계 기반 강화 2. 사회경제적 효과 검증 체계화 3.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4. 협력적 거버넌스 및 사회적 대화 5. 청년 공익활동가 정책 강화 6. AI와 비영리 일자리 대응 7. 기본 사회 및 기본소득 연계 8. 일의 패러다임 전환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 정책 연구 최종 보고서 내용 링크:
     
     
    2. 패널 토론
     
    3차 협력 사업에서는 2차 포럼에서의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 정책 연구 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패널 분들의 토론을 이어가기로 하였습니다. 패널로 노주현(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사무국장), 김혜영(헤이영 대표/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위원), 손석환(사회적협동조합 마을로 상임이사), 조철민((사)시민 이사)께서 참여해 주셨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패널토론/ ⓒ에디터 직접촬영
     
    
    1-1. 비영리 일자리의 발전 가능성
    (경기도청년공익활동인턴일 경험 사업을 중심으로)
    -노주현-
     
     
    
    노주현 패널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활동가의 낯선 영역
     
    가족들조차도 본인의 공익활동가로서의 직업·정의·경계에 대해 모를 때가 많습니다. 스스로도 행정 일을 진행할 때 공익활동가가 속한 직업·직군 분류 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느낄 때 불편하다고 생각합니다.
     
    ● 청년 공익활동가 인턴 면접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청년 공익활동 일자리 지원 사업’을 통해 청년 공익활동가 인턴을 선발하고자 면접을 진행하였습니다. 면접자들의 공익활동가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과 열의 뒤에는 가려진 청년 취업 실태의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예로 조직의 경직성, 지속되는 비정규직 신분, 단기간에 능력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스템의 부정적인 경험을 겪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공익활동’을 통해 다른 장점을 찾고자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비영리 일자리와 가능성
     
    청년과 함께 가꾸어 갈 비영리 일자리에서의 핵심은 신선하고 유연한 조직문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로 몇 가지 원칙을 마련해 봤습니다.
     
    □ 처음부터 너무 많은 일을 하지 말자.
    □ 단체의 특성상 바쁠 때는 아주 바쁘니 한가할 때 여유를 누리자.
    □ 늘 (본인이) 혼자 일을 해와서 일을 공유하는 것이 어설플 수 있으니 이해 바란다.
    □ 퇴근 시간이 되면 주저 없이 일어나자.
     
    결론적으로 일반 사회에서의 경쟁 시스템·지속적인 비정규직 구조·능력을 빨리 증명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시스템·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들과의 차별점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처음 공익 활동을 경험하는 청년들이 비영리 일자리의 가능성에 주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 겪은 청년 공익활동 일자리 지원 사업처럼 공익 활동의 가치·의미와 경력이 사회 전반에 걸쳐 인정받아 비영리 일자리가 활발히 개발되기를 바랍니다.
     
     
    1-2. 지역의 다양한 비영리 일자리를 통해 바라본 과제
    -손석환-
     
     
    
    손석환 패널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비영리 일자리의 지속 가능성
     
    비영리 일자리는 ‘착한 일’을 하므로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에 적은 급여가 당연시되었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이에 필요한 ‘돈’도 중요합니다. 예로 중앙정부 일자리 정책에서는 비영리 영역이 지원 사업에서 다수 배제되어 있습니다. 한편 경기도는 비영리 일자리를 중소기업·소상공인·사회적 경제 섹터 내에서 해석하며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거시적으로 보자면 비영리 일자리는 공공의 지원 제도 없이 자생할 수 없는 문제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기에 청년들에게는 한계가 있는 직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회 소득 제도도 다소 의문이 생기는데요. 좋은 취지이지만 지원 제도를 넘어 실질적인 일자리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비영리 일자리의 과제
     
    물론 사회적 경제 영역은 지속적인 양적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로 투입되는 시간·에너지·업무량에 비해 낮은 급여, 철학·희생·보람에 의존하는 일자리, 초라한 법적 지위·제도, 폐쇄적 조직문화와 같은 한계들은 10년 전에도 똑같은 논의를 했었던 부분입니다.
     
    따라서 향후 5가지의 측면에서 비영리 일자리의 과제가 논의됐으면 좋겠습니다.
     
     비영리 영역의 가난은 정당한 것인가?
     매년 논의되는 뻔한 문제와 대안 얘기는 바뀔 수 있을까?
     청년의 미래가 기대되는 영역인가? 비영리 영역의 주된 대상은 누구일까?
     비영리의 경제적 기반은 최소 어느 정도의 규모여야 할까?
     실효성 있는 일자리 정책이 수립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1-3. 2030 세대에게 매력적인 비영리 일자리 고찰
    -김혜영-
     
     
    
    김혜영 패널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서두
     
    청년 활동가가 사라지며 공공 의제를 다루고 정책·공익 활동을 수행하는 조직은 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활동가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자원봉사자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비영리 영역은 매력적인 경력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합니다. 따라서 커리어 성장·인정 요소를 제안하며 청년 맞춤형 커리어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커리어 성장
     
    청년들은 비영리 영역에서 높은 연봉·복지와 같은 안정감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성장감을 상대적으로 크게 고려합니다. 따라서 이를 위해 ‘전문가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경영·기획·마케팅 등의 역량 함양 및 비영리 영역에 특화된 ‘사회적 임팩트 설계·측정 능력’, ‘지역 사회 기반 문제 해결 역량’, ‘커뮤니티 조직화 및 시민 참여 촉진 능력’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추천합니다. 조직·개인의 성과 및 전략 분기별 점검, 해외 연수·장학생 지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커리어 인정
     
    비영리 활동가를 자원봉사자 정도로 인식하는 데 전환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전문 인정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예로 ‘비영리 활동가 인증 제도’를 통해 연수·교육·현장 경력 등의 점수가 기준 충족 시 커리어로 인정해 줘야 합니다. 또한 ‘사회적 회계’의 도입으로 역량 강화·조직 관계·공동체 신뢰 등의 성과를 지표화해 자기효능감과 사회적 환원율을 가시화해야 합니다. 이는 활동가의 삶의 기반을 보장하는 수단이 돼야 합니다.
     
     
    1-4. 지역의 비영리 일자리, 어떤 과제가 필요한가_사례와 제안
    -조철민-
     
     
    
    조철민 패널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비영리 일자리 관련 사업 사례
     
    경기도는 관련 조례에 ‘비영리 일자리’ 조항을 명시하는 등 선도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여러 비영리 일자리 정책 사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로 ‘청년 공익활동 일자리 지원 사업’,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의 공익활동 사회적 인정에 관한 연구 조사 및 담론 형성 사업,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가 계획 중인 공익활동 사회적 인증 시범 사업인 ‘안양 공풀’이 있습니다.
     
    ● 비영리 일자리 정책의 방향
     
     공공인재 양성 과정이라는 변화된 관점
    비영리 일자리 지원은 예산을 받는 ‘수혜적 관점’이 지배적이어서 투자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도 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민사회 발전을 위한 공공인재 양성의 ‘투자’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는 담론과 홍보 활동이 필요합니다.
     
    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비영리 일자리
    국제노동기구(ILO)의 ‘괜찮은 일자리’ 지표를 적용해 비영리 조직 스스로 재정적 기반 확충·민주적인 조직문화 형성·공익활동 역량 강화 등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또한 비영리 조직 지원, 특히 중·소 규모의 비영리 조직들의 안정적 일자리를 위한 불필요한 규제나 편견 해소도 중요합니다. 나아가 비영리 일자리의 원활한 채용을 위한 박람회 개최 등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 비영리 일자리의 가치·관심 제고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비영리 시민사회·공익활동의 가치를 이해하고 관련 일자리에 대한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예로 공교육 혹은 청소년 교육·체험 과정에서 시민사회·공익활동의 이해와 비영리 일자리의 가능성에 대한 내용이 다루어져야 합니다. 나아가 청년·중장년·경력단절 여성 등의 공익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종합 토론
     
    자리에 참석해 주신 공익활동가와 센터 관계자분들도 패널분들과 종합 토론을 이어가기로 했는데요. 주요 내용을 흐름 순으로 담아보았습니다.
    *패널 이외 토론자: 이명신(비영리경영연구소), 유일영(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김유리(사단법인 시민)
     
    이명신) 비영리 일자리가 직업으로써 인정받은 경우가 전무하다 보니 우리의 생계와 환경과 관련된 고민이 많은데요. 하지만 이를 넘어 AI가 비영리 일자리에 주는 변화까지 고민하면서 더욱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사실 공익활동은 소통·공감과 같은 대면 서비스의 일이라 비교적 안전하고 AI 기술은 업무에 활용하는 정도로 생각했지만 상황은 예측 불가한 형태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예로 경기도는 3인 이하의 소규모 단체가 많아 행정 일이나 단순 업무에 있어서 인력 소모가 많은데요. 이에 AI 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화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10인 이상의 단체도 자동화에 따라 직원이 불필요하게 될 수 있는데요.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가 소멸해 가는 미래에 비영리의 대 공황이 올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유일영) 김혜영 대표에게 2030 세대의 입장을 질문하고 싶어요. 커리어의 성장과 인정을 통해 비영리 일자리의 활력을 되찾아 온다고 하셨는데 활력이 있었던 시기는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또한 활동가가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명칭은 무엇이 좋을까요?
     
     
    
    서울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박승배 센터장(왼), 유일영 팀장(오)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김혜영) 시민사회단체에 속해 있을 때 4·50대 활동가가 막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따라서 이분들의 2·30대 시절이 활력이 있던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활동가라는 단어 자체가 ‘돈은 포기하고 사회적 가치를 쫓는다’는 상징으로만 된 것 같아요. 앞으로는 활동가의 분류를 세분화한 하나의 단어가 등장했으면 좋겠어요.
     
    김유리) 개인적으로 오히려 활동가라는 단어를 더 쓰려고 해요. 중간지원조직들이 생겨나면서 단어에 대한 의문점이 생겼다고 봐요. 예로 매니저·코디네이터 등의 직급으로 표현하는 것에 비해 직업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단어는 부족한 경우도 생기거든요. 또한 NPO·시민단체 보다 임팩트 지향 조직·소셜 섹터라는 단어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좀 더 상징성 있는 단어가 생겨야 한다고 봅니다.
     
    추가로 이명신 소장께 질문하고 싶어요. 현재 사회연대 경제는 정부의 123대 국정 과제에 들어갔지만 시민 사회 과제는 564개 세부 과제에 크게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비영리민간단체의 범위 설정 문제도 있는데요. 정부 정책 대상에서의 단체 등록 시 비영리성과 공익성이 필수지만 민법상에는 공익성이 없어도 가능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비영리사업으로 구분되지만 공익 단체로는 모호한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고민도 하셨을까요?
     
    이명신) 비영리성·공익성·자율성 요소들의 논란은 발생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비영리의 Member-serving(회원 기반 활동)과 Public-serving(공익활동)의 관점을 볼까요? 우리는 주로 시민 사회 활성화 관련 논의에서 Public-serving과 비정치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큽니다. 반면 미국은 둘의 구분은 있으되 혼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로 총기 협회의 경우 Member-serving 및 501(c)(4)*에 해당하는 비영리 조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한 Council on Foundations(재단협의회)는 재단을 지원하는 것이 주 업무이므로 관련 정책 옹호 활동을 활발히 전개합니다.
     
    *501(c)(3): 제한된 정치 참여와 시민 참여 활동이 가능한 자선공익 조직 501(c)(4): 적극적인 정치 참여와 시민 참여 활동이 가능한 사회복지 조직
     
     
    결론적으로 모두는 ‘비영리성’이라는 목록으로 묶이는데요. 우리도 굿즈 판매·바자회를 통한 부가적인 수익은 발생하지만 수익 목적의 활동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비영리 일자리와 사업의 경계를 엄격하게 나누기보다 유연하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혜영) 향후 비영리 일자리는 구조·문화적인 변화가 맞물려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의식적인 변화가 없으면 물리적인 변화도 한계가 있는 것처럼요. 아! 공익활동가의 명칭을 떠올려보니 몇 가지 아이디어가 생각나요. 저처럼 정책활동에 참여하는 경우 정책 참여 구조설계사는 어떨까요?
     
    이명신) 사회문제 해결 전문가, 지역사회 공동체 서비스 기획자, 의제 정책 설계자라는 단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단체 기념 촬영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는 오늘 나눈 얘기들을 토대로 비영리 일자리와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는 데 동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실증 데이터를 통해 증명한 공익 활동의 가능성은 경기도 시·군 센터와 함께 비영리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영리사업의 아픈 손가락이기도 했던 투자 가치가 낮은 ‘부실주’라는 편견은 이제 회복됐을까요? 당당하게 말해봅시다! 비영리 일자리가 돈 잡아먹는 하마라고? 오히려 돈 찍어 내는 황금 거위란다!
     
     

     
    [현장스케치] 2025 경기도 시군센터 네트워크 협력 3차 포럼(의정부) - 돈 잡아먹는 하마? 돈 찍어 내는 비영리 일자리는 어때?
    초스코스

    조회수 973

    2025-12-19
<<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