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지난 3월 17일 화요일 오후 2시 안산 지역 시민사회, 사회적경제, 문화예술, 마을, 노동, 청년, 장애인, 이주민 단체 등 130개 단체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저마다 활동하는 영역도 다루는 이야기도 달랐지만, 이들이 이날 모인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모두가 안전한 도시는 어떻게 가능한가.” 이 질문 하나를 붙들고 지난 1년을 준비해 온 안산 시민사회가, 마침내 시민추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출범을 선언하는 날이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12년이 흘렀습니다. ‘4.16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고 다짐해 왔던 말들이, 실행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 날인 거죠. 안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민주진위원회 전체회의 및 출범식 장소 입구 포스터사진

4.16안산시민연대 공동대표 김은호 공동추진위원장 진행모습
전체회의 : 지난 1년의 여정을 돌아보다
출범식에 앞서 먼저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회의에서는 지난 1년간의 추진 경과와 2026년 주요 활동 계획이 공유됐어요. 회의를 이끈 김은호 4.16안산시민연대 공동대표이자 공동추진위원장은 이렇게 운을 뗐습니다.
“2024년, 우리는 안산을 생명과 안전의 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담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생명안전도시 안산 만들기 프로젝트가 작년부터 시작되었고, 지난 1년의 여정은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여덟 번의 포럼이 쌓아올린 공통의 언어
그중 2025년 8월부터 10월까지 총 8회에 진행된 ‘안산생명안전포럼은’ 이 모든 준비의 출발점이었습니다.
1강 ‘위험사회의 이해와 시민의 안전한 권리’로 시작한 포럼은 2강에서 안전권이 헌법과 국제 인권 규범에 근거한 사회적·국가적 책임임을 짚었고, 3강에서는 광주 5·18 사례를 통해 회복적 도시 모델의 가능성을 탐색했습니다. “기억은 과거를 묻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반복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광주가 인권 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약속을 제도와 문화로 확장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4강은 경주 지진 사례를 통해 ‘마을이 곧 매뉴얼’이라는 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재난 발생 후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매뉴얼이 아니라 서로의 얼굴을 아는 관계다.”
5강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시 재난·안전 분야 실태 연구 용역 결과가 발표되었죠. 결론은 냉정했습니다. “안산시는 생명안전도시를 만들어갈 충분한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세권 중심의 고밀도 복합 개발에 집중하면서 생명과 안전이 외면되고 있다.”
6강에서는 거버넌스 전략을 논했습니다. “작더라도 시민이 직접 정책을 이야기하는 경험을 쌓으면, 그것이 행정의 방향을 바꾼다.” 7강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 시민사회 활동에 대한 성찰적 진단이었어요. 우리는 쉽게 연결되어 있지만, 뭘 할 수 있는 힘은 약해졌다는 뼈아픈 자기 점검이었죠.
그리고 마지막 재난과 안전에 관한 지역사회 커뮤니티의 역할을 다룬 8강까지, 총 여덟 번에 걸친 포럼은 안산 시민들의 공통 언어를 만들어냈어요. 그것은 바로 안전은 특정 사고에 대응하는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조건이라는 것,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와 도시의 책임이라는 것, 그리고 시민 참여 없이 지속가능한 안전 정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홉 번의 워크숍이 연결한 다양한 목소리
포럼 다음에는 전체 비전 수립 워크숍 2회, 노동·마을·이주민·여성·청년·청소년·장애인 7개 부문 워크숍을 합해 총 9회 워크숍이 이어졌고, 150여 명이 참여해 각자의 경험으로 도시 안전을 이야기했어요. 포럼이 공통의 언어를 만드는 자리였다면, 워크숍은 그 언어를 각 부문의 현장으로 가져간 과정이었습니다. "나의 안전이 도시의 안전"이라는 인식이 확장되고, 서로 다른 부문의 주체들이 연결되면서 비로소 이번 출범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여기에 지역 23곳, 30회에 걸친 '찾아가는 사업 설명회'를 통해 100명 이상의 활동가들이 공감대를 함께 형성한 것도 빼놓을 수 없어요. 이 모든 과정이 쌓여, 130개 단체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죠.

지난 1월 30일 열린 2차 워크숍 현장사진
정식 출범 : 다른 목소리, 하나의 결론
이번 출범식에서 가장 핵심적인 순서는 ‘안전약자 릴레이 발언’이었어요. 청년, 장애인, 이주민, 노동자를 대표하는 네 명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자신이 살아온 현장의 이야기를 꺼내놓았습니다.
가장 먼저 청년 대표로 나선 영화감독 김윤정 씨가 2014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처음 광장에 나섰던 기억을 꺼내 놓았어요. 당시 친구를 잃은 많은 또래들이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25시 광장’에 모였고, 그 역시 처음 그곳에서 목소리를 냈다고 했습니다. 스물여섯이 됐을 때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스물여덟이 됐을 때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났어요.
“왜 우리는 삶의 시간을 지나올 때마다 또 하나의 참사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는 걸까요. 참사는 한순간에 일어나지만, 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불안은 우리의 일상 속에 계속 존재합니다. 안전은 구조입니다. 누구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위험을 말할 수 있는지, 책임지는 시스템이 있는지 그 구조가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은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안산나무를심는장애인야학 교장 김선영 씨는 장애인의 일상에서 안전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구체적으로 전했습니다. 저상버스가 언제 올지 몰라 불안과 초조함으로 기다리는 시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면 집 밖을 나올 수도,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 재난 매뉴얼 속에 장애인은 빠져 있는 현실까지. 청각장애인은 대피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없고, 시각장애인은 누군가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화재나 붕괴 사고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어요.
“장애인 안전은 복지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입니다. 사고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입니다.”
와이즈우멘협회 대표 도르카스 씨는 이주민의 목소리를 전해주었어요. 안산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위험한 노동 환경과 정보 비대칭으로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생명과 안전은 국적을 넘어 모든 사람의 권리입니다. 위기 상황이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모든 이주민이 차별 없이 예방, 지원, 구조, 보상 체계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안산지회장 황순화 씨는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했습니다. 2025년 3월 기준, 185명이 결원인 상황에서 만성적인 인력 부족은 학교 급식 노동 현장에서 산재 사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검진 대상 중 폐결절 등 이상 소견을 보인 급식실 노동자는 3,981명에 달했고, 폐암으로 15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200여 명이 폐암 의심 진단을 받았다고 해요.
“노동자가 아프고 떠나는 급식실에서 안전한 급식은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안전은 사고가 난 뒤에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에 지켜야 할 권리입니다.”
네 사람의 상황과 이야기는 각자 달랐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였어요. 안전은 개인이 알아서 챙겨야 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지자체가 구조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것. 그리고 그 구조를 바꾸는 힘은 바로 시민의 참여에서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출범 선언문 : 함께 외친 세 마디

공동선언문 읽는 모습
이어서 출범 선언문 낭독이 이어졌어요. 공동추진위원장들이 함께 단상에 올라 선언문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선언문은 이렇게 시작됐어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묻습니다. 생명과 안전은 이 사회에서 어디에 놓여 있어야 하는가. 우리는 그 질문 앞에서 다짐했습니다. ‘4.16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지금도 사회적 재난과 일상의 위험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기억은 남아 있지만 변화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선언문의 핵심 다짐은 세 가지였습니다. ▲ 생명과 안전을 도시 운영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세우겠다 ▲ 위험이 집중되는 사람들의 삶을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겠다, ▲ 시민의 참여가 도시를 변화시키는 힘이 되도록 하겠다.
선언문 낭독이 끝나자 회의장은 한 목소리로 물들었습니다. "함께 만드는 변화, 모두가 안전한 도시, AN전도시에 SAN다!" 박수와 함께 울려 퍼진 세 마디차 출범식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2026 활동 계획 : 기억이 정책이 될 때까지
시민추진위원회가 올해 추진하는 활동은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됩니다.
첫째, 시민 공론 형성이에요. 가장 먼저 3월 17일부터 4월 5일까지 ‘생명안전도시 안산 시민 설문조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데, 목표는 안산 시민 1,000명 이상입니다. 전체 회의에서 위성태 사무국장은 “130개 단체가 각각 10명씩만 조직해도 1,300명이 됩니다. 천 명, 2천 명, 만 명까지 한번 우리의 실력대로 해봅시다.”라고 독려했고, 현장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졌습니다.
4월 11일에는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아 안산문화광장에서 '304개의 노란 테이블' 시민 대토론회가 열립니다. 304는 희생자의 수이자, 시민 1,000명이 직접 둘러앉아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테이블의 수이기도 합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시민이 직접 논의하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둘째, 시민 참여 확대예요. 5월 한 달간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벌이고, 5월 9일 오후 3시에는 안산문화광장에서 생명·안전 시민대행진 ‘노란 빛 동행’이 펼쳐질 예정이라고 해요. 시민들과 함께 거리로 나가 안산의 안전을 우리 사회 전체의 의제로 만드는 자리기도 합니다.
셋째, 정책·제도 변화 추진입니다. 시민 공론의 결과를 생명 안전 정책 요구안으로 정리해 6·3 지방선거 출마 후보와 정당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전체 회의에서 정책 협약 무용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시민추진위원회 측은 “약속해놓고 당선되면 아무것도 안 지키더라는 말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행을 관철하기 위한 후속 액션까지 철저하게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넷째, 시민 참여 거버넌스 구축입니다. 올해 하반기 8월부터 11월까지 시민 참여 안전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하는데요, 교육 4회와 워크숍 1회로 역량을 키운 뒤, 법·조례·위원회·현장을 시믿늘이 직접 점검하고 모니터링합니다. “모니터링 → 시민공론 → 정책 요구 → 캠페인”의 선순환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시민추진위원회의 주요활동 방향을 논의하는 공동추진위원장 14인

시민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준비 되었던 활동안내 자료
맺음말 : 현장을 기록하며
이날 전체회의에서 나온 한 마디가 오래 머릿 속을 맴돌았습니다. “우리는 쉽게 연결되어 있지만, 뭘 할 수 있는 힘은 약해졌다.” 130개 단체가 모였음에도, 연결이 실행의 힘으로 전환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솔직한 성찰이었습니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 12주기이자, 안산시 승격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거기에 6·3 지방선거까지 맞물린 해이기도 하지요. “역사적인 도시 전환의 분기점이 돼야 한다”는 말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안산은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피해를 경험한 도시입니다. 그 아픔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도시의 정책과 구조를 실제로 바꾸어 내는 것, 그것이 시민추진위원회 스스로가 부여한 역할입니다. 취재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면서, 안산의 이번 실험이 경기도, 나아가 대한민국의 다른 도시에서도 롤모델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워크숍 참가자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안산에서 진짜 안전한 도시, 생명의 도시가 탄생한다면, 아마 세계적인 롤모델이 되지 않을까요.” 기억이 정책이 되고, 정책이 일상이 되는 날을 향한 안산 130개 단체의 발걸음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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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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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4인류는 한 몸, 한 뿌리에서 나온 영혼
정혜실((사)안산공동체미디어 단원FM 본부장)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 입구에는 이란인 사디1)가 쓴 시가 있다.

사디책 사디인물사진
12월 1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인권선언의 날이다.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 세계 2차 대전을 겪은 후 국제사회가 더 이상의 전쟁을 원치 않으며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뜻에서 제정한 날이다. 잔혹한 인종 청소가 있었던 나치즘을 경험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전 세계가 확인했다.
나치즘의 해악은 정상성의 기준을 세워 비정상적이라고 규정한 사람들을 눈앞에서 없애고자 한 것이다.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대상은 장애인들이었다. 또한 이성애중심의 사고를 하던 이들은 인구를 재생산하지 못하는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성소수자들을 없애려고 했다. 그리고 누구나 익히 아는 끔찍한 말살정책이 유대인을 향해 일어났다. 이와 같이 ‘우리’라는 범주에 포함되지 않거나 비정상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정당해온 행위에 대하여 ‘증오범죄’라고 명명하며, 그렇게 죽게 된 상태를 일컬어 제노사이드(Genocide)라고 부른다. 차이가 차별의 이유가 되었다. 차별받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파괴했으며, 살던 곳으로부터 추방하고, 가두고, 착취하고, 잔인하게 살해하였다.
세계인권선언 1조는“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고 선언한다. 예외 없는 모든 사람이며, 모두가 존엄하고 권리는 평등한 존재가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 몸이며, 한 뿌리에서 나온 영혼이다. 타인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 될 수 있는 것은 선언 때문이 아니라 인류가 같은 사람이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의 아픔에 공명하지 못한 채 잔인해질 수 있다면 결코 사람일 수 없다고 사디는 시를 통해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제노사이드에 희생되었던 아픔의 역사를 기억하자며 홀로코스트를 잊지 않도록 고통의 장소로 기념하는 이스라엘 민족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전쟁을 일삼고, 사람들을 격리하고, 살던 곳을 파괴하고, 감시와 통제를 넘어 영토를 장악하고 키우던 올리브나무를 쓰러뜨린 땅위에서 호화로운 호텔과 집을 짓고 그 위에서 이들의 참사를 구경하거나, 동조하거나, 폭력에 뛰어들고 있다.
제노사이드의 피해자들이었던 그 후손들이 이제는 제노사이드를 저지르는 가해자가 되었다. 살던 곳에서 떠나 유랑하던 디아스포라(Diaspora)된 존재였던 그들은 정착의 욕망을 시오니즘(Zionism)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드러내어 팔레스타인들이 살던 곳을 야금야금 빼앗아 가다가 급기야 모두 차지하겠다는 야욕으로 전쟁을 일삼으며 강탈 중이다. 이러한 행위에 저항하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은 한국주재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전쟁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전쟁반대포스터
1945년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대한민국이 전쟁을 겪고 분단이 되어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이라는 강대국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작년 12월 3일은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을 이용하여 전쟁 도발을 통한 권력의 영구 장악을 획책하던 전 대통령이 계엄포고령을 선포하기도 했다. 늘 정권에 따라 평화모드에서 전쟁위기 발발까지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휴전 국가체제인 것이다.
1947년 영국의 지배를 받던 팔레스타인 영토에 두 개의 국가를 허용하는 국제사회의 인정 결과가 2025년 현재의 분쟁을 만든 것이다. 해방되지 못한 팔레스타인 국가는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되어 온 역사인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있었지만 선언에 쓰인 말처럼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우린 날마다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너무나 잘못이 선명해서 비난하기도 싶고, 저항하기도 싶다. 다만 세계를 움직일 힘이 우리에게 없을 뿐이다. 그래서 우린 쉽게 남의 일로 치부하며 외면할 수 있기도 하다. 왜냐하면 내가 사는 땅위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 전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 팔레스타인 전쟁에 말이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그래서 한국석유공사가 연류되어 있다며 서명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또는 대한민국의 기업이 이 전쟁에 가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문제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한다. 일상을 살아가는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저 먼 나라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서 일어난 2014년 세월호참사도, 2022년의 이태원참사도, 그리고 2024년 화성 아리셀참사도 못 본채 하거나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자들도 있다. 안산이라는 지역의 권력 없는 부모를 둔 아이들이어서, 또는 놀러가다가 당한 참사여서, 아니면 3D업종인 더럽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담당해 온 파견·일용직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목숨을 동등하게 대하지 않는다. 진상규명은 더디고 책임자 처벌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남은 자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유학생이라는 신분으로 한국에서 공부를 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미등록신분으로 남아 일하다가 단속 추방을 피해 숨어 있다가 25살의 베트남여성 뚜안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노동자로 필요해서 불러들인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왜 죽었는지 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한 줌 재가 되어 유골함에 담겨 차가운 밀실에 남겨 있다.
2만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의 임금 체불액은 2025년 기준으로 1인당 503만원, 전체 1,108억 원이라고 한다.2) 그런가하면 혹한의 날씨에 열악한 기숙사에서 거주하다 사망하는 사례도 있다.3)
일부 시민들과 정치인들은 K-팝과 드라마·영화 산업으로 인해 전 세계의 환호를 받고 있기에 소위 국뽕에 취해 있거나 심한 나르시즘에 빠져 있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정작 이 나라에 들어와서 살아가며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이주민들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거나 착취의 대상으로 삼고 있어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결혼이민자, 전문가, 유학생, 이주노동자, 난민, 동포 등 체류자격으로 등급을 매겨 차별한다. 우리는 다양성을 말하지만, 실상은 다른 방식의 차별을 만들 뿐이다. 이제 그 차별을 넘어 계엄이후 극우집단들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혐오하고 증오를 선동하는 가짜뉴스들을 내보내고 있다.
대림동 거리에서는 이들의 혐중시위로 인해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영화적 재미를 위해 중국인들을 범죄자로 그려온 영화들을 보며 사람들은 웃고 즐기고 있다. 그러는 사이 커져 온 편견은 고정관념이 되고 다시 차별을 일으키고, 차별은 혐오로 변하여 그들을 쫒아내라며 추방을 부르짖는 무리들이 되어 나타나게 만들었다.
코로나19 때는 우환에서 발생한 질병이라며 모든 원인을 중국인 탓을 했다. 검증되지 않은 사실은 진실이 되었고, 중국인들과 동포들은 마치 죄인처럼 숨어 지내야만 했던 적도 있다. 그렇게 누적되어 온 사건들이 폭발적으로 계엄 때 계엄의 이유가 또는 원인이 되어 비난의 화살을 고스란히 맞아야 했던 것이다. 외국인혐오는 이방인이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로서 특정 종족이나 민족, 인종 등에 대하여 우월감을 느끼든, 열등감을 느끼든 ‘우리는 너희들과 다르다’라는 정서나 의식과 관련된 개념이다. 다르다는 것은 배제를 해야 한다는 의식을 포함하기에 차별을 정당화한다. 4)그러한 차별은 결국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폭력이 되어 제노사이드로 이어진다.

혐오의 피라미드
혐오의 대상이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등을 향해 일어난 후에 그 다음은 누구를 향할 것인가. 어린이, 노인, 가난한자, 학력이 낮은 자, 신분이 낮은 자, 그냥 싫은 자인가. 세계인권선언 제2조에는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의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이, 이 선언에 제시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한다.
2018년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소에서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열렸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보고서를 대응하는 팀을 꾸려 함께 활동한 적이 있고, 직접 제네바까지 다녀왔다. 당시 큰 이슈는 제주도로 입국한 난민을 반대하고, 대구 이슬람성원 건축을 반대하고 무슬림을 혐오하는 문제와 단속추방을 피해 달아나다 추락하여 사망한 미얀마 이주노동자 사건 등이 있었던 때였다. “국민이 우선”이라는 말들이 넘치던 때였다. 당시 유엔은 대한민국정부에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인종혐오발언에 대한 대처에 관한 일반권고 35호(2013)에 비추어, 혐오발언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조치를 취하고, 미디어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를 계속 주시하여 인종적 우월성에 기반한 관념을 전파하거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식별하고 그 행위를 조사하여 유죄판결이 있는 경우 개인이나 단체에 적절한 처벌을 가하라고 했다.
2025년, 유엔은 다시 대한민국 정부에 차별금지법제정과 혐오표현 규제, 미등록이주민보호, 이주구금개선, 난민권리 보장, 시민권 접근성 확대 등 여섯 분야를 “특별히 강조되는 권고”로 지정하였다.
2025년 경기도는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해 ‘인종차별금지’ 조례를 제정하였다.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다수당인 여당이 포괄적차별금지법제정을 통해 전국적으로 해나가야 할 차별 철폐 과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다름이 다양성이 되어 풍성한 삶이 각자에게 주어질 수 있어야 하고, 서로 상호 돌봄 속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완성되고 연결되는 존재여야 한다. 사디의 시처럼 한 몸이자 한 뿌리의 영혼인 우리가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며 살아 낼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람인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의 날 우리가 다시 곱씹을 것은 모든 사람은 존엄하며 평등한 존재라는 것이다.
1) 사디는 필명으로 본명은 ‘아부모하마드 모슈레포딘 모슬레흐 벤 압돌라 벤 사라지’이다. 중세 페르시아의 실천 도덕의 시인이다. 2) https://www.khan.co.kr/article/202502181500001#ENT 경향신문, 조혜령기자, 2025.02.18
3)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19691.html 한겨레신문, 이나영기자 2025.09.19. “영하 18도 한파에 숨진 이주노동자... 2심서 ‘한국정부 책임’ 판단”
4) 김세균, 김수행 외 (2006), 『유럽의 제노포비아』, 문화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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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분야 활동가 및 당사자들이 바라는 우리 사회의 모습
계엄으로 인해 치러진 조기 대선을 맞이하여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이하 경기공익센터)에서는 도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이주민, 장애인, 청소년, 청년, 퀴어, 풀뿌리단체 등 6개 분야의 활동가와 당사자 약 60명을 대상으로 5월 15일 ~ 26일까지 '내가 바라는 우리사회의 모습'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주민 분야: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핵심 키워드: 결혼이민자, 일자리 확대, 교육, 한국생활 적응
이주민 분야에서는 특히 결혼이민자를 위한 실질적 지원이 가장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일자리 확대와 교육 기회 제공, 한국생활 적응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의 이중언어 교육환경 조성과 지역별 다문화 커뮤니티 운영을 통한 정보 공유도 중요한 요구사항이었습니다.
"시혜의 대상이 아닌 변화의 주체로 서고 싶다"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장애인 분야: "당연한 일상을 꿈꾸며"

핵심 키워드: 장애, 평등, 평화, 소망, 희망, 배리어프리, 장애인이동권, 함께
장애인 분야에서는 **'평등'과 '장애인이동권'**이 가장 강조되었습니다.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웃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도 비 오는 날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는 사회, 계단 때문에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배리어프리 환경이 절실합니다.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아주 작은 관심"이라는 한 마디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청소년 분야: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핵심 키워드: 공정한 세상, 정의, 행복한 사회, 청소년 권리, 인권, 양심, 안전
청소년들은 무엇보다 '공정한 세상'과 '정의'를 강조했습니다. 나이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공정한 대가를 받으며 지낼 수 있는 사회, 돈과 권력이 아닌 정의와 양심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원했습니다.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에서 청소년의 권리와 인권이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세요. 청소년이 행복한 나라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듭니다"라는 메시지가 울림을 줍니다.
청년 분야: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핵심 키워드: 다양성, 청년, 민주주의 회복, 사회적 불평등 해소, 차별 없는 세상, 존중, 기후위기 대응, 협치, 청년일자리, 노동권
청년들은 '다양성'과 '민주주의 회복',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가장 많이 언급했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에서 서로 존중받으며 살아가기를 원하고, 경력이 없어도 도전할 수 있는 청년일자리와 노동권 보장을 바랐습니다. 또한 서로 비난하기보다 국민을 위해 협력하는 협치 정부를 원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 균형발전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습니다.
퀴어 분야: "사랑하는 권리, 존재하는 권리"

핵심 키워드: 차별금지법, 혼인평등, 성소수자 인권, 혐오 반대, 동성혼 법제화, 성별정정법, 트랜스젠더·퀴어, HIV/AIDS 감염인
성소수자들은 '차별금지법'과 '혼인평등'을 가장 절실하게 요구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혼 법제화를 통해 법적 보호와 사회적 인정을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 보장과 혐오 반대, 성별정정법 개선 등을 통해 직장과 학교에서 더 이상 숨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원했습니다.
소수자 안에서도 더욱 소외되기 쉬운 트랜스젠더나 HIV/AIDS 감염인에 대한 관심도 컸습니다.
"모두가 서로를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표현이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풀뿌리단체 분야: "지역에서 시작하는 변화“

핵심 키워드: 풀뿌리단체, 지속가능성, 연대, NGO 자생력, 공존사회, 청소년, 이주민, 성평등, 평화
풀뿌리단체 활동가들은 '풀뿌리단체'의 역할과 '지속가능성', '연대'를 가장 강조했습니다. 지역사회가 변화의 출발점이며, NGO의 자생력을 키워 공존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청소년과 이주민이 배제되지 않는 사회, 성평등이 실현되는 사회, 평화를 중심으로 한 사회를 바랐습니다.
"평화는 노력과 연대로 만들어집니다"라는 메시지가 인상 깊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세상
6개 분야 모든 응답자들의 목소리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키워드는 '존중', '평등', '공정', '함께'였습니다.
이들이 바라는 사회는 특별히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각자의 목소리가 존중받으며,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입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 "모두의 공익이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도민 여러분의 참여와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관심과 배려로 시작하는 변화가 모여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다시 한번 6개 분야(이주민, 장애인, 청소년, 청년, 퀴어, 풀뿌리단체) 설문에 참여해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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