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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모두를 위해 필요한 배리어프리, 장벽을 넘어 모두를 위한 세상으로

    안녕하세요. 2026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에디터 Hana입니다.

    저는 비장애인으로서 계속 경기도와 수도권에서 생활하며 지냈는데, 관공서, 공원, , 바다 등 다양한 공간에 다녀가며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유아, 유모차에 탑승한 어린이, 노인, 젋은 휠체어 이용자 등) 특히 학교와 비교하면, 외부에서는 휠체어 이용자가 더 자주 보입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년도 등록장애인 현황 통계>에서는 등록장애인의 수가 2,627,761명으로 2024년 기준인 2,631,356명보다 3,595명이 감소했으나, 2025년에도 여전히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5.1%라는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절대 무시할 수 있는 비율이 아닙니다.

    장애는 여러 유형으로 나뉩니다.

    (1) 내부장애: 신장, 호흡기, 간 등 신체 기능에 장애가 있어 외관으로는 쉽게 알아보기 힘든 유형

    (2) 정신장애: 비슷하게 외관으로는 크게 다른 점이 없지만, 자기조절, 신체 표현, 언어, 지적 능력 등이 불충분-불완전하여 적응하기 힘들어 행동 및 정서에서 특징을 찾아볼 수 있는 유형(지적장애, 자폐, 정신장애 등)

    (3) 외부장애: 신체 기능에 장애가 있는 유형(시각, 청각, 뇌병변, 지체, 안면, 언어 등)

    위와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제도적인 보호를 받기 위해서 시--구에 엄격한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무분별한 등록을 막기 위해 시--구에 등록하는 절차는 불가피합니다만, 이러한 등록 절차가 낳는 폐해도 있습니다. 예시로 ‘3개월 이상의 투석 기록(신장 장애), 질환이 발생한 후에도 충분히 치료하였으나 장애가 고착화된 경우(6개월 또는 2)’ 등의 기준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공백기가 생기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따라서 공백기에는 장애인 등록이 불가해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만약에 기준이 미달된다면, 장애가 있음에도 비장애인으로 등록되어 계속 지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까지 고려한다면, 통계 그 이상으로 더 많은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비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 ⓒ에디터 Hana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사회에서는 점차 배리어프리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물리적-심리적-제도적 장벽이 되는 요소를 없애는 모든 것을 의미하며 배리어프리 활성화 정책-사업을 실현하거나 경사로 설치 기준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배리어프리를 실천합니다. 지자체, 시민 단위의 활동부터 국가에서의 홍보 활동 등 여러 활동이 있다 보니, 배리어프리는 공익, 사회적경제 등에서도 자주 관심을 두는 주제입니다.

    보통 배리어프리는 공공시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행정복지센터(동사무소), 청소년시설, -사립학교, 공원, 국립으로 운영되는 박물관 및 미술관 등 예술 공간과 도서관, 지하철 등

    대표적으로 경사로,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이 덕분에 휠체어-유모차 이용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오랫동안 걷거나 계단을 오르기 힘든 고령자, 화물 등을 고층까지 운반해야 하는 사람들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취지는 장애인이 일상을 사는 데에 생기는 불편함을 개선하자는 의미였지만, 이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배리어프리의 목표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PEOPLE/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지향하며 연령, 성별, 국적, 장애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제품, 건축, 서비스 등을 이용하고, 누릴 수 있게 합니다.

     
      / ⓒ에디터 Hana

     

    이번에 방문한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토당청소년수련관의 경우에는 공원 안에 시설이 있어 경사가 낮은 공원 입구에서 경사로를 따라 올라갈 수 있고, 시설 내에도 경사로, 엘리베이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시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건물의 구조를 넓게 잡아둠으로써 배리어프리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배리어프리, 모두를 포용하기 위해 넘어야 할 한계점

    배리어프리의 취지가 정말 좋지만, 아직 넘어야 할 한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오래전에 건설한 시설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건물의 구조를 변경하기 어려워 경사로 설치 외에는 다른 방법으로 배리어프리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건물 구조의 한계로 경사로가 좁거나 경사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번째, 배리어프리는 지체·시각·청각·발달장애 등 다양한 장애 유형의 접근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실제 논의와 정책은 경사로, 엘리베이터처럼 물리적 이동 장벽을 없애는 데 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배리어프리 정책은 휠체어 사용자를 포함한 지체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이동편의시설 확충 중심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건복지부의 2025년도 등록장애인 현황에 따르면 등록장애인 2627,761명 가운데 지체장애인은 42.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청각장애인(17.1%), 시각장애인(9.3%), 지적장애인(9.0%), 뇌병변장애인(8.9%)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배리어프리 정책 역시 이처럼 다양한 장애 유형별 접근의 어려움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과 사업이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수가 배리어프리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됩니다. 배리어프리가 단순히 경사로, 에스컬레이터 설치처럼 기존의 방법뿐만 아니라 그 외의 다양한 방법으로도 실현할 수 있기에 소수인 장애 유형을 생각하는 것도 정말 필요합니다.

    실제로 지금의 배리어프리는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시설(경사로, 엘리베이터 등)을 중심으로 설치-운영됩니다. 물론, 오래전부터 운영했던 시설에는 점자 건물 안내도도 일부 있고, 몇몇 미술관 및 박물관 등에서는 자막, 해설 등을 제공하지만, 보편적인 배리어프리 사례는 아닙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시-청각장애인을 포함한 몇몇 장애인들은 배리어프리를 체감하지 못하는 현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우리 주변, 더 나아가 지역에서의 배리어프리를 알아가기 위해 시작한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의 배리어프리 프로젝트, Project Tob

     

     / ⓒproject tob 인스타그램
     

    처음에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이하 ‘HAFS’)2024(18~20)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교내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던 중, 버튼에 붙여진 점자가 반대로 설치되었던 충격적인 사실, 그리고 카페, 문화시설, 정류장 등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메뉴판, 팜플렛 등이 구비되지 않았던 점을 계기로 배리어프리 점자를 직접 설치하는 ‘Project Tob(Trail of Braille)’를 시작했습니다.

    Project Tob의 꿈은 즐겁게 여행하면서 세상을 바꾸자!”입니다.

    이에 맞춰 Project Tob 부원들은 먼저, 생활 공간 곳곳에서 점자 표기를 보완하거나 점자 메뉴판을 제작해 전달했습니다.*
    *경기 군포시 공공 도서관 온·냉수 점자 표기 보완[경기도 군포시(2024.2.)]
    *카페 점자 메뉴판 제작 및 전달[경상북도 구미 다르마키친’(2024.2.) / 서울특별시 경남커피’ / 경기도 용인시 카페도리’(2024.6.)]

    또한, Project Tob 부원들은 유엔 공보국 협력 NGO<미래희망기구>의 제안으로 UN 출판 도서 및 장애인 권리 선언 등 6권의 책을 녹음하고, 국내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맹학교 중 한 곳에 전달했습니다.

    이러한 여러 배리어프리 활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점역-교정사*가 한 학교에서 장애이해교육 활동 중 긍정적인 사례로 Project Tob를 소개했고, 2025년에도 점자 카페 메뉴판을 제작-보급하는 활동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점역-교정사: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이용해 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일반 문자를 점자로 번역-교정 역할을 수행한다.[()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 ⓒproject tob 인스타그램
     

    2026년에는 Project Tob 2(20~22)가 시작됩니다.

    2기를 맞이하며 모두에게 배울 기회가 있는, 모두에게 즐길 기회가 있는, 모두에게 권리를 주장할 기회가 있는 배리어프리 사회(Barrier Free Socity)”를 목표로 활동을 더욱 활기차게 이어갔습니다.

    먼저, 국내 최대 규모 시각장애인 복지센터(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센터) 산하 기관 <설리번학습지원센터>에 방문해 라벨점자도서 제작 교육(2026.3.)을 진행해 점자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닷의 점자 닷패드를 사용하며 그림, 글자, 점자 버튼을 통해 비장애인의 문장, 단어가 점자로는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 ⓒproject tob 인스타그램

     

    교육을 통해 역량을 강화한 후, 교내에서 펀드레이징(2026.3.)을 기획-진행해 활동 자금 약 1,200,000원을 모았습니다. 점자 키링/학교 굿즈 판매 및 시각장애인 체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교내 구성원인 청소년, 교사, 그 외의 근로자들에게 시각장애인 및 배리어프리에 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었습니다.

     

     / ⓒproject tob 인스타그램
     

    펀드레이징으로 확보한 금액은 점자 라벨도서 만들기 사업에 사용했습니다. 먼저, 기증받은 도서 30권을 한글로 타이핑하고, 한국점자인쇄라는 점자 인쇄 기업에 타이핑한 내용을 전달해 점자로 번역한 점자 라벨을 받았습니다. 점자 라벨은 Project ToB 부원들이 한번 검토한 후, 도서에 부착해 점자 도서를 완성했습니다.

     

     / ⓒ에디터 Hana
     

    완성한 점자 도서는 지난 78,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 기증했습니다. 점자 도서 1권당 약 20장 정도의 분량(전체 약 600)의 도서를 기부했으며 실제로 도서를 읽을 유아-어린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와 내용을 점자책으로 번역해 준비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 ⓒ에디터 Hana
     

    실제 점자책은 책 위에다 점자를 부착한 모습이었으며 제목, 내용마다 꼼꼼하게 부착해 시각장애인도 동화를 읽고, 이해할 수 있게 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 ⓒ에디터 Hana

     

    그 이후,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전문가(사회복지사 등)를 만나 시각장애인이 직접 겪는 점자, 불편함 등에 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어 관련 체험 활동을 진행했는데요. 바로 ‘[2차 시도] 목소리가 빛이 되는 순간(Guide)’입니다.

    이 활동은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는 동행자 및 당사자 체험 활동으로, 한 명이 안대를 쓰고, 파트너가 가이드가 되어 구체적인 말로만 안내하는 활동입니다.

    비장애인의 경우에는 거리에 관한 개념을 어느 정도 인지하기 쉽지만, 실제 시각장애인은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기 쉽지 않아 걸음걸이, 보폭 등으로 짐작하여 걸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동행하는 사람을 붙잡고 이동하는 경우가 꽤 있으며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을 체감해보고, 시각장애인의 삶에 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 ⓒ에디터 Hana

     

    그리고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과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점자도서관에 방문해 기부한 도서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과 점자책에 관한 설명도 들었습니다. 사회복지사의 말에 따르면, 안대와 지팡이를 짚는 시각장애인의 이야기, 시각장애인을 위한 센서 제품들(보행 보조기기, 스마트 안경 등)이 사람들의 움직임만으로도 감지되어 센서가 울리는/오류가 많은 애로사항, 시각장애인이 생활할 때는 보조인 및 자신의 감각에 의지하는 현실, 전자책을 읽을 때에 온라인에서는 줌으로 소통하고, 보호자(부모님, 그중 주로 엄마)가 대독을 도와준다는 점, 점자를 읽는 시각장애인들도 맞춤법에 상당히 예민하다는 경험 등 궁금할 만한 경험들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HAFS Project Tob 부원들은 점자책을 만드는 기간이 6개월(점역 프로그램 1차 변환 후, 점역사 및 교정사의 소리 내어 읽는 과정)이 걸린다는 점, 그래프나 그림을 만드는 과정(점자 프린터로 출력 후, 점을 하나씩 수작업으로 추가해 입체적으로 제작), 후천적 시각장애인을 기준으로 꾸준한 교육 시에 점자 활용까지 약 1/장인처럼 읽으려면 약 4~5년이 걸린다는 점 등 다양한 질문을 통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술, 경험이 어떤 상황인지를 상세하게 배웠습니다.

     


     

    작은 관심에서 시작해 배리어프리로 세상을 배운 Tob 프로젝트!

     
     / ⓒ에디터 Hana

     

    1)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황은서 A: 안녕하세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HAFS’) 국제계열 3학년(20)이자 ToB에서 2년 차로 함께하고 있는 황은서입니다. Tob는 처음에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우리의 활동이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의 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에 많은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사회에 보이지 않는 베리어들을 없애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지안 A: 안녕하세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국제계열 3학년(20) 이지안입니다. 저는 사회의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데 관심이 많아 이를 계기로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Tob 활동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겪는 학습의 사각지대를 이해하고, 이를 해소하는 데 작게나마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반수은 A: 안녕하세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국제계열 3학년(20) 반수은입니다. 뇌과학 관련 진로를 희망하고 있으며 작년부터 Project ToB 멤버로 활동해 왔습니다.

     

    2) Project Tob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Tob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HAFS 인권문화제 부스에서의 체험이었습니다. 안대를 쓰고 학교 복도를 걸어보았는데,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던 공간들이 시각장애인에게는 커다란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 주변의 작은 문제부터 찾아보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학교 주변 카페들의 메뉴판이었습니다. 실제로 점자 메뉴판을 갖춘 카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휴대용 점자 인쇄기로 점자 라벨을 제작해 메뉴판에 부착한 뒤, 이를 카페들에 무료로 보급하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활동의 영향력을 넓힐 방법을 고민하다가 시각장애인의 자립에는 어릴 때부터의 점자 교육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교내 펀드레이징 및 점자도서 제작 활동으로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3) 이번 기증에서 겪은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 ⓒ에디터 Hana
     

    A: 점자책 기증을 준비하며 가장 많았던 에피소드는 바로 점자 라벨 붙이기에서 나왔습니다. 라벨을 잘못 자르거나 잘못 붙이거나 혹은 라벨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몇 페이지들은 직접 볼로기로 일일이 뽑아서 하기도 했습니다. ㅎㅎ) 그 때문에 여러 번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여러 번 확인해야만 했었고, 오탈자가 있으면 고치는 과정을 수없이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에겐 사소한 실수가 이 책을 읽을 시각장애인 분들에게는 엄청나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라는 가장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을 직접 방문해서 시각장애인분들이 점역된 책을 사용해 공부하는 법을 배웠는데, 복잡한 그래프와 긴 글, 심지어 사진들까지 점자로 만지며 배울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복지관 관계자분들께 점자의 인식과 현실에 대해 여쭤보며 다음 방향성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ToB가 시각장애인분들께 직접 한발 다가갈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4) 청소년으로서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두고, 알아가려는 노력이 왜 필요할지, 그리고 경기도 청소년이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두고, 알아가면 생기게 될 긍정적인 변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에디터 Hana

     

    A: 배리어프리는 모두가 결계 없이 함께하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형성하는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사회에 이제 막 들어가는 과정을 겪고 사회에 대해 올바르게 적응해야 하는 시기인 청소년기야말로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리어프리 자체가 장애는 특별한 소수기 때문에 도와줘야 한다.’라는 일차원적인 생각뿐만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문제가 다양한 이들에게는 어떻게 인식이 될지 아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기에서는 학교-사회에서 정식적으로 체험하고 배우는 과정이기에 이런 상황을 점차 겪을 수 있고 배리어프리를 미리 알게 된다면, 사회에 불편을 겪는 자들을 도울 수 있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배리어프리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주위에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깨닫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도 미치고 동아리원들도 직접 사회에서 배리어프리가 어떻게 실천되는지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가지면 이렇게 작은 실천이 누적되어 사회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5) 향후 활동 계획, 목표가 궁금합니다!

     / ⓒ에디터 Hana
     

    A: 동화책 점역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교내 2차 펀드레이징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굿즈, 점자 키링 등을 제작해 판매하며 재료비를 마련할 계획이며 저희가 동화책 30권을 기부한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외에도 시각장애를 가진 초등학생이 쉽고 재밌게 점자를 학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서를 점역하여 기부할 예정입니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학습 격차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갈 것입니다. 시각장애인의 수학 학습을 위한 교재를 제작하고,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다양한 문화와 진로 등을 묻는 인터뷰 프로젝트를 계획 중입니다.

    시각장애인에게 학습 시 겪는 불편과 어려움을 묻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나가며 점자로 시작하는 시각장애인의 학습 격차 해소라는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배리어프리는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수혜자)들이 직접 체감하여 의견을 제기하면, 이를 정부 및 지자체에서 반영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왔습니다. , 당사자의 목소리와 의견을 거치며 배리어프리는 이용자의 편의를 수용할 수 있게 변화해왔던 것입니다. 이동 약자의 막힘없는 이동(배리어프리)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인 <계단뿌셔클럽>, 장애인의 여행을 위한 여러 단체 및 기업들(무빙트립, ()그린라이트 등)처럼 장애인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간격을 좁히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넓게 본다면, 일자리, 보조기기 등 생활 전반으로 확대하는 기술-제도적인 변화도 포함됩니다.)

    한편, 이를 뒷받침할 법제화 및 의무화도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장애인의 권리를 역으로 침해하거나 불편함을 끼치는 사례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소상공인의 사정을 듣지도 않고, 무작정 도입하려고 하니, 정책 실현 과정에서 마찰이 생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목적은 근린시설의 배리어프리 확대였지만, 반발이 심했다는 뉴스가 있었고,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서 반기지 않았던 정책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정책과 실제 현장에서 실현되는 배리어프리의 실효성을 위해 현장을 확인하고,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해 당사자들이 만족하는 배리어프리가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에디터 역시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두고, 현장에서 상시로 점검하는 사람으로서 청소년들이 배리어프리 활성화를 위해 생각했었고, 경사로, 엘리베이터 등 배리어프리 시설이 많지만, 여전히 불편함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지역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배리어프리가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습니다.

    지금도 지자체, 정부, 단체, 기업에서 여러 방법으로 배리어프리를 활성화하는 움직임이 보이지만, 그중에서 향후 자라날 청소년들의 활동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배리어프리를 실천하는 모습이 더 와닿았던 것만 같습니다.

    무엇보다 점자 동화책 발간, 캠페인 등의 활동을 통해 학교, 점자도서관 기부까지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공익 활동에서는 고민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는 과정, 실행력이 정말 중요하다.”라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HAFS 청소년들이 시작한 Project Tob는 시각장애인 배리어프리를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청소년들이 다른 장애 유형을 위한 배리어프리 활동을 시작한다면,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에 한층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청소년들이 배리어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상황을 체감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게 성장할 수 있었으면, 그리고 배리어프리가 지역으로 확대되어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경기도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청소년들의 배리어프리 활동이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https://test.kbuwel.or.kr/Braille

    https://nise.go.kr/onmam/front/M0000155/agency/list.do

    https://youtu.be/YrWWIXkrGFE?si=mhb-9KBjdd2jViez

    https://staircrusher.club/

    https://www.043w.or.kr/www/contents.do?key=151

    https://barrierfreefilms.or.kr/board_hrgp25/679

    https://blog.naver.com/ggsic/223294444290

    https://www.nrc.go.kr/portal/html/content.do?depth=td&menu_cd=04_01_02

    https://www.nrc.go.kr/portal/html/content.do?depth=td&menu_cd=04_01_01

    https://www.nrc.go.kr/portal/html/content.do?depth=td&menu_cd=04_01_03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3883

    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2768

    https://www.nld.go.kr/home/cardNewsDetail.do?seq=77&tcnt=285&rn=256&page=29&searchGb=all&searchword=&menu=menu_05_03_06&low=N

     

     

    다 같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배리어프리 : 청소년의 탐구와 활동이 가져올 새로운 변화!
    HANA

    조회수 122

    2026-08-27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갑작스러운 집중호우와 산불 소식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기후 위기는 이제 뉴스 속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와 일상에서 직접 마주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하남도 예외는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를 체감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지역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시민들의 움직임이 있다.
    바로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이다.
     
     
      /ⓒ에디터 시골아저씨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함께 만든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은 기후 위기를 특정 단체나 몇몇 활동가만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다. 주민 한 사람의 작은 실천에서 출발해 시민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지역의 정책과 예산까지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남지역 100여 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으며 상임대표와 공동대표, 집행위원 등이 매월 지역의 기후 위기 과제를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현재 약 420명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2025년에는 18개 사업을 추진하면서 모두 271회의 활동을 펼쳤고, 5,20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올해도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

     

    거창한 행동보다 오늘 할 수 있는 것부터

    기후 위기라고 하면 거대한 산업 구조나 탄소배출량 같은 어려운 이야기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이 강조하는 것은 의외로 소박하다.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고기 없는 월요일을 실천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등을 끄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고,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 올바른 분리배출을 실천하고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업사이클링에 참여하는 것도 기후 행동이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작은 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행동이 반복되고 여러 사람의 행동이 모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에디터 시골아저씨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은 기후예산학교와 에너지 정책 교육, 에너지 프로슈머 교육 등을 통해 시민들이 기후와 에너지 문제를 배우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프로슈머 교육은 시민을 단순히 에너지를 사용하는 소비자에 머물게 하지 않고, 에너지를 생산하고 지역의 에너지 문제에 참여하는 주체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시민들의 관심은 2021년 에너지협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배움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다시 지역의 변화로 이어진 셈이다.

     
     /ⓒ에디터 시골아저씨
     

    아이들의 플로깅에서 발견한 기후행동의 의미

    기후 행동이 꼭 거창한 캠페인일 필요는 없다.

    미사 호수 공원에서 한 초등학생이 친구들과 함께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일이 그 좋은 예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놀이처럼 시작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쓰레기를 줍다 보니 주변의 쓰레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떤 쓰레기가 많이 버려지는지, 왜 제대로 분리 배출되지 않는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활동은 매주 토요일로 이어졌고 함께하는 친구들도 조금씩 늘어났다어른들이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직접 쓰레기를 하나 줍는 행동이 더 큰 울림을 줄 때도 있다이처럼 기후 행동은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쓰레기 하나를 줍는 것, 일회용품 하나를 줄이는 것,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이 매년 진행하는 나무 심기 역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탄소를 줄이고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에디터 시골아저씨
     

    한 사람의 실천을 넘어 시민의 연대로

    물론 개인의 실천만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내가 텀블러를 사용하고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실천이 수천 명, 수만 명의 실천으로 이어지고,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책과 제도를 움직일 때 더 큰 변화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은 생활 속 실천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역 개발사업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며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에디터 시골아저씨
     

    기후위기 대응은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시민은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문제를 발견하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시민사회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정책으로 제안해야 한다. 지방정부와 정치인은 이를 정책과 예산, 제도로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 기업 역시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탄소와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전문 활동가가 아니어도 작은 활동가가 될 수 있습니다

    기후·환경 활동이 확대되면서 또 하나의 고민도 생긴다. 일부 전문 활동가에게 너무 많은 역할이 집중되면 활동가들이 지치고 결국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 H대표는 모두가 전문적인 활동가가 될 필요는 없다각자의 여력에 맞게 작은 활동가가 되어 참여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기후 위기 앞에서 느끼는 우리의 무력감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어 보인다. 하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함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누군가는 나무를 심고, 누군가는 플로깅을 하고, 누군가는 정책을 공부하고, 또 누군가는 주변 사람에게 기후 위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각자의 작은 행동이 모이면 하나의 커다란 시민의 힘이 된다.

     

    나 하나쯤이야에서 나부터’, 그리고 우리 함께

    기후 위기는 우리에게 거대한 결심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변화는 언제나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나부터 해보자고 마음먹는 것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함께 해보자고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것.

    그렇게 한 사람의 실천이 두 사람이 되고, 두 사람의 행동이 마을의 움직임이 되고, 마을의 목소리가 정책과 제도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길에 정답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오늘 내가 걸어가는 길에서 쓰레기 하나를 줍는 것부터, 사용하지 않는 전등 하나를 끄는 것부터, 이웃과 기후 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작은 실천이 시민의 연대가 되고, 시민의 연대가 정책의 변화가 될 때 하남의 내일도 달라질 수 있다.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의 활동이 단순한 환경 캠페인을 넘어 시민이 주인이 되어 지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움직임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에디터 시골아저씨
     
     
     
    기후 위기 하남 : 작은 실천이 시민의 연대로 이어질 때
    시골아저씨

    조회수 117

    2026-08-25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공동체 안전강사, 그들이 지키는 우리 동네 

    큰 사고는 늘 제도의 허점을 드러냅니다. 세월호 참사도 그랬습니다. 국가 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반성과 함께,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위기의 순간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사회 전반에 던져졌습니다.

    그 질문은 법과 제도를 바꾸자는 큰 목소리로도 이어졌지만,
    동시에 아주 작은 단위인 마을에서부터 답을 찾으려는 조용한 움직임도 이어졌습니다.
     
     / 공동체 안전강사 화재안전교육 하는모습-복지관 ⓒ에디터 안산사라

     

    그 움직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공동체 안전강사'입니다. 이들은 관공서가 주도하는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주민들이 늘 오가는 도서관, 협동조합 강의실, 경로당 같은 생활 공간을 직접 찾아가 교육합니다. 크고 화려한 행사가 아니라, 작지만 꾸준한 만남을 통해 마을의 안전 감수성을 조금씩 높여가는 방식입니다.

    올해로 이 활동은 4년째를 맞이했습니다. 한 번의 교육으로 끝나지 않고 해마다 이어지는 이 활동이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마을에 어떤 변화를 남기고 있는지를 이번 호에서 짚어보고자 합니다.

     
      / 공동체 안전강사 화재안전교육 하는모습 -학교 ⓒ에디터 안산사라

     

    1. 공동체 안전강사,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공동체 안전강사는 특별한 국가자격을 가진 외부 전문가가 아닙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온 주민이 직접 자격과정을 이수하고, 스스로 마을의 강사가 되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을 운영하는 곳은 청소년이꿈꾸는사월 공동체이며, ()4·16재단과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을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 공동체 안전강사 화재안전교육 하는모습-가치키움터 ⓒ에디터 안산사라
     

    4·16재단은 세월호 가족과 국민이 함께 세운 비영리 민간 재단으로,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는, 일상이 안전한 사회"라는 비전 아래 생명과 안전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4·16생명안전공원 조성이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입니다.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따라 설립된, 국내에서 유일하게 법으로 정해진 모금·배분기관입니다. 아동과 청소년, 장애인, 노인, 여성, 지역사회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국민의 성금을 공정하게 나누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이처럼 신뢰할 수 있는 두 기관의 후원을 받는다는 사실은, 공동체 안전강사 활동이 특정 개인의 의욕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검증된 체계 위에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격과정을 마쳤다고 곧바로 혼자 강의에 나서는 것도 아닙니다. 먼저 경험 많은 선배 강사의 수업에 동행하며 실제 현장을 참관하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뒤에야 독립적으로 교육을 맡게 됩니다. 이런 단계적인 양성 방식은 강사에 따라 교육 품질이 들쭉날쭉해지는 것을 막고, 어느 마을에서든 일정한 수준의 교육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 공동체 안전강사 지진안전 실습교육 ⓒ에디터 안산사라
     
     
    2. 무엇을, 누구에게 가르치는가

    공동체 안전강사가 다루는 내용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넓어졌습니다. 처음에는 화재 발생 시 대처 요령, 비상구를 찾는 법 같은 기본적인 생활 안전 지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여기에 지진이 났을 때의 행동 수칙, 화재 발생 인명피해 자료 같은 근거 자료를 곁들여,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구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안전 수칙의 필요성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교육 범위는 민주시민교육까지 확장됐습니다. 재난 상황에서의 행동 요령만이 아니라, 평소 이웃을 살피고 서로를 돌보는 태도 역시 넓은 의미의 안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화재 대피 상황에서 거동이 불편한 이웃을 먼저 챙기는 태도, 낯선 이웃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작은 습관까지도 이제는 이들의 교육 안에 포함됩니다.

    2026년부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강의실에서의 이론 수업을 넘어 실외에서 진행하는 대피훈련도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머리를 감싸고 몸을 낮추는 동작을 실제로 반복해서 몸에 익히는 방식입니다. 지식으로만 알고 있는 것과, 몸이 먼저 반응할 정도로 익힌 것 사이에는 실제 위기 상황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 그동안 현장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교육을 듣는 대상 역시 폭이 넓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부터 성인, 시니어, 장애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참여자가 있으면 대피 동선을 미리 점검하고, 참여자 구성에 따라 설명 속도나 용어, 실습 강도를 매번 다르게 조정합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나란히 앉아 같은 내용을 배우는 풍경은, 이 활동이 지향하는 '안전은 예외 없이 모두의 몫'이라는 가치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 공동체 안전강사 화재안전 대피훈련하는 모습 ⓒ에디터 안산사라

     

    3. 매년 반복되는 배움, 강사들의 보수교육

    공동체 안전강사에게는 한 번의 자격취득으로 끝나지 않는 배움의 과정이 있습니다. 해마다 진행되는 전문 보수교육이 그것입니다. 새롭게 알려진 재난 대응 지침이나 실제 사고 사례를 분석해 교안에 반영하고, 강사들끼리 서로의 수업 방식을 참관하며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됩니다. 한 강사가 현장에서 얻은 노하우가 다른 강사들에게 공유되면서, 전체적인 교육의 질이 함께 높아지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수교육 체계 덕분에 공동체 안전강사는 한때의 캠페인성 활동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전망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강사가 해마다 같은 마을을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보니, 교육이 거듭될수록 강사와 주민 사이의 신뢰도 함께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4년이라는 기간은 한 사람의 강사가 초보에서 숙련자로 성장하기에도, 마을 주민들에게 익숙한 얼굴로 받아들여지기에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4. 안전누리교육원 진임순 대표에게 듣다

    이 활동을 현장에서 이끌어 온 안전누리교육원 진임순 대표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Q. 처음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마을 단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화재나 지진 같은 기본적인 생활 안전교육에서 출발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안전이라는 게 단순히 대처 요령을 아는 것 이상이라는 걸 느꼈어요."

     

    Q. 교육 내용이 민주시민교육까지 넓어진 배경이 궁금합니다.

    "평소에 서로를 돌아보는 태도가 쌓여야 정작 위급한 순간에도 서로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난 대응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이웃을 돌보는 마음까지도 안전교육의 범위로 넣게 됐습니다."

     

    Q.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싶으신가요?

    "마을에서 시작한 작은 교육이 지역 전체의 안전망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계속 기록하고 싶습니다. 대피훈련처럼 몸으로 익히는 교육도 앞으로 더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 공동체 안전강사 지진안전교육 하는모습-장애인시설 ⓒ에디터 안산사라
     
     

     

    공동체 안전강사 활동이 마을에 남기는 의미는 교육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 과정은 경력단절여성이 다시 전문 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육아나 가사로 오랫동안 일을 쉬었던 여성들이 자격과정을 거쳐,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안전교육 전문가로 다시 서게 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력단절여성에게 재취업의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 오랜 공백 기간과 낯선 업무 환경에 대한 부담, 자녀 돌봄과 병행해야 하는 현실적인 제약까지 겹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동체 안전강사 과정은 학력이나 이전 경력보다 마을에 대한 이해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교육 일정도 마을 단위로 비교적 유동적으로 편성되는 경우가 많아, 가사나 돌봄과 병행하며 활동을 이어가기에도 수월한 편입니다.

     
     / 공동체 안전강사 지진안전교육 실습하는 모습 ⓒ에디터 안산사라

     

    이는 한 개인의 재취업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습니다. 마을 공동체가 스스로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고, 그렇게 길러진 인재가 다시 마을을 돌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 과정을 거쳐 또 다른 진임순 대표가 마을 곳곳에서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세월호 참사가 남긴 물음은 여전히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물음을 잊지 않고 마을에서부터 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하나의 희망입니다. 생활 속 재난 대응 교육에서 출발해 시민의 태도를 가르치는 일로, 그리고 경력단절여성의 새로운 진로로까지 뻗어가는 공동체 안전강사의 걸음은 이제 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 공동체 안전강사 지진안전 대피훈련 ⓒ에디터 안산사라
     

    거창한 구호보다 반복되는 실습이, 일방적인 강의보다 눈높이를 맞춘 대화가 마을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들은 지난 4년간 몸으로 보여줬습니다. 이들이 남긴 것은 단지 화재 대피 요령이나 지진 발생 시 행동 수칙 같은 지식만이 아닙니다. 위기 앞에서 이웃을 먼저 살피는 마음, 낯선 이에게도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려는 꾸준함이야말로 이들이 마을에 남긴 진짜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시니어까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배우는 이 교실이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그리고 그 배움이 실제 위기의 순간 얼마나 많은 이웃을 지켜낼지는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이 걸음이 5, 10년으로 이어지며 더 많은 마을에 안전의 씨앗을 심어가기를 기대합니다.

     

     

    마을에서 피어난 안전의 씨앗
    안산사라

    조회수 111

    2026-08-25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4.16안산시민연대
     

    1. 화요일 저녁 7, 스페이스오즈에서

    화요일 저녁이면 스페이스오즈의 불이 켜진다. 퇴근한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는다. 누구는 가방을 무릎에 올려둔 채, 누구는 아직 다 식지 않은 커피를 들고.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다.

    그런데 이 평범한 풍경이, 사실은 10년이 걸려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 8,799명의 서명, 그리고 조례 한 장

    2017, 안산 시민 8,799명이 서명을 했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조례 하나를 스스로 만들겠다고, 59개 단체와 400여 명이 손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결과로 남은 건 '4.16정신 계승 및 도시비전 실천 조례'라는, 다소 딱딱한 이름의 문서 한 장. 하지만 그 문서 뒤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우리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질문은 곧 하나의 확신으로 자랐다. 안전은 운이 좋으면 지켜지는 행운이 아니다. 국가가 베푸는 시혜는 더더욱 아니다. 시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다. 이 확신이야말로 4.16 안산시민대학이 서 있는 자리다. 그러니 이 대학이 시민들에게 건네려는 건 지식 이전에 태도다. 안전을 요구할 자격이 우리에게 있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좀처럼 배운 적 없는 태도.

     
      /ⓒ에디터 윤작가
     

    3. 슬픔에서 시작해 넓어진 강의실

    그 질문에서 4.16 안산시민대학이 태어났다. 지금은 벌써 5기째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같은 무거운 단어들만 다루던 강의실은 어느새 AI와 기후위기와 민주주의와 문학까지 끌어안는 자리로 넓어졌다. 안전이라는 게 사고 하나 막는 일이 아니라, 결국 우리가 사는 방식 전체와 맞닿아 있다는 걸 시민들 스스로 배워온 셈이다.

    그 배움은 강의실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노동 현장의 위험을 시민이 직접 살피는 모니터링, 여성과 장애인과 이주민의 일상까지 넓혀간 감시의 눈. 배운 사람이 다시 지키는 사람이 되는 순환. 시민대학이 정말로 의도한 건 아마 이것이었을 것이다.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을 행동하는 주체로 세우는 자리.

     

    4. 그런데 왜, 아는 사람들만 올까

    솔직히 말하면 아쉬운 지점이 있다. 강의실을 채우는 얼굴들이 대체로 낯익다.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해온 분들, 이미 안산의 아픔을 오래 통과해온 분들. 정작 이 강의가 가닿아야 할 '보통의 시민'들은 좀처럼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는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퇴근하고 나서까지 무거운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루치의 피로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무거운데. 하지만 그 무거움을 피해가면, 정작 그 이야기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영영 닿지 못한다. 시민대학이 진짜 넓히고 싶었던 건 강의 주제만이 아니라, 이 문턱을 넘는 사람들의 폭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했다.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건네는 방법은 없을까.

     
      /ⓒ에디터 윤작가

     

    5. 소설 이야기만 하는 강의

    818, 5기의 문을 연 사람은 김애란 작가였다. 강연 제목은 소설의 음계, 삶의 사계. 세월호 이야기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사계와 음계, 평범한 일상과 시간, 성장과 상실과 애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과 세상을 쉽게 단정하지 않고, 떨림과 망설임 속에서 계속 살피고 이해하려는 태도. 그게 강연 내내 흘렀다.

    삶이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난 뒤에도, 사람들은 서로의 숨소리를 듣고 자신의 숨을 보태며 살아간다. 그 말이 유난히 오래 남았다. 4.16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꺼내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았을 것이다. 결국 이것도 같은 이야기라는 걸. 무장하지 않은 채로 슬쩍 들어와, 마음 한켠에 무언가를 놓고 가는 강의. 시민대학이 앞으로 더 많이 시도해야 할 방식은 아마 이런 것일 테다.

     

    6. 다음 화요일, 그리고 그다음

    다음 순서는 김혜정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대표다. '3대 메가프로젝트'라는, 언뜻 딱딱해 보이는 제목으로 기술의 발전이 우리 삶에 던지는 질문을 다룬다. 이 역시 시민대학이라는 간판을 굳이 앞세우지 않는다. 그저 지금 우리 삶과 맞닿은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을 뿐이다.

    문학으로 열고, 기술로 잇는다. 그 사이 어딘가에 안전과 생명이라는 말이 조용히 놓여 있다. 굳이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 시민대학은 그렇게 스며들 준비를 하고 있다.

     
      /ⓒ에디터 윤작가

     

    7. 결국 남는 건 사람

    시민대학이 안산 시민들에게 주는 것은 지식이 아니다. 지식이라면 책 한 권으로도 충분하다. 이곳이 진짜로 주는 건, 화요일 저녁마다 낯선 얼굴들과 나란히 앉아 같은 이야기를 듣는 경험. 그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 순간 '우리'라는 말이 조금 더 넓어진다. 그리고 그 넓어진 '우리',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기든 서로를 먼저 챙기는 도시를 만든다.

    10년 전 안산은 슬픔의 도시라 불렸다. 지금의 안산은 그 슬픔을 배움으로, 배움을 다시 일상의 안전으로 옮겨 심고 있는 도시다.

    김애란 작가의 문장처럼, 삶은 아름답기만 하지 않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살아간다. 다음 화요일, 스페이스오즈의 불은 또 켜질 것이다. 이번엔 조금 더 낯선 얼굴들이 섞여 앉아있기를 바란다.

     

     

    4.16 안산시민대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윤작가

    조회수 116

    2026-08-24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노조하면 왜 남성 노동자를 떠올렸지?

    인터뷰가 계속될수록 내 안에 올라오는 질문이었다. 80년대 마산수출자유지역 여공으로 일하다 TC전자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조위원장이 된 사람. 16개월의 옥고를 치른 후, 안산과 서울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 경기지부장, 서울지부장을 역임한 사람. 고등학교 급식조리원들의 연장근로 수당 2.5배 쟁취하고, 서울 초등돌봄전담사 4시간 시간제 노동자들의 차별 시정 소송을 대법원 승소로 이끈 사람. 김정임 님은 싸우는 만큼 세상이 변한다.”라고 말한다. 그의 이야기는 대한민국 여성 노동운동의 역사였다.

     
     / ⓒ인터뷰이 제공
     

    Q 역대급 폭염에 건강하게 활동하며 일하는 일상이 궁금하다.

    현재 요양보호사로 주 5일 일하고 있다. 요즘 퇴근길에 더워서 서점에 들른다. 책 보며 마음을 식히다가 선선할 때 집에 와서 저녁 먹고, 공원 산책하며 운동한다. 한 달에 한 번 수지 에니어그램 강사 모임에 참여하고, 줌(Zoom)을 통해 화상으로 스님과 책을 읽는다. 인사동에서 써클댄스도 추고 친구와 만나 노래방에서 목청껏 노래도 부른다. 8월에는 딸과 사위들 생일에 부모님 제사까지 집안 행사로 바쁘지만 아주 즐겁게 보내고 있다.

     

    Q 요양보호사로 좀 멀리 출퇴근한다고 들었다.

    영등포에서 마곡으로 출근한다. 돌보는 어르신은 69세 파킨슨병으로 요양 등급 2급이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식탁과 의자를 깨끗이 닦는다. 파킨슨병 환자는 거동이 불편해 음식을 자꾸 흘리기 때문이다. 나는 식사 수발하고, 목욕시키고, 빨래 청소 음식 조리까지 한다. 가끔 휠체어로 공원산책도 하고 같이 장도 보고, 수명산 도서관에서 큰 글자 유아용 책을 빌려와 읽어드리거나 색칠 공부, 누워서 하는 요가 동작도 함께 한다.

    왕복 출퇴근 시간만 2시간 넘지만, 서로가 잘 맞아 정성으로 마주하고 있다. 예전에 안산에서 서울로 경기도 전역으로 하루 4시간 출퇴근하며 활동하던 경험이 쌓여서 힘든 줄 모르고 한다. 한 달에 120~150만원 4대 보험 빼면 빠듯한데, 큰 빚 없이 자립해서 감사하다.

     

    Q 강사로 활동한다는 수지에니어그램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소개한다면?

    '수지에니어그램'180장의 카드를 가슴과 양팔에 붙였다가 떼어가며 내가 누구인지, 나답게 사는 게 뭔지 참 나를 찾는프로그램이다. 수산나(수지) 선생님이 대안학교 청소녀들을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 시작했는데 전국에 10개 센터와 해외에 2개센터를 두고 있다. 나는 9번 유형인데, 생명을 살리고 사람을 넉넉하게 품어주는 넓은 품과 조용한 힘이 있는 유형이다. 나를 제대로 알면 나다운 삶을 살게 된다. 2018년부터 지인들에게 성당, 학교, 상담실과 집에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나눔을 하였고 일하는여성아카데미 교육위원으로 강의해 왔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부담 없이 수지에니어그램을 하는 게 꿈이다.

     
     / ⓒ일하는여성 아카데미
     

    Q 청년 시절 마산수출자유지역 노동자로 들어갔고, 그 지역에서 노동 운동한 걸로 안다.

    나는 거제도 출신이고 15녀 중 셋째 딸이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며 당연히 대학에 갈 줄 알고 모범생으로 공부했는데, 어머니가 강하게 반대했다. 남동생을 대학 보내야 한다는 이유였다. 울며 싸우다 결국 대학을 포기했다. 인문계 졸업하고 대학 안 가면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동네 친구를 따라 공장에 취업하러 마산으로 갔다.

    고등학교까지 시켜놨더니 왜 공장에 가냐.”

    내가 공장 간다니까 어머니는 울고불고 말리다가 쌀 한 되박을 싸서 보내주셨다. 마산 수출자유지역에 있는 일본계 전자 회사에 들어가 도장 날인 작업을 했다. 나중에는 임금과 환경이 훨씬 좋은 미국계 다국적 기업 ‘TC 전자로 이직해 본격적인 공장 노동자로 일했다.

     

    Q 공장 생활 중 삶의 커다란 전환점을 맞았다고 했다. ‘아욱실리움 기숙사가톨릭여성회관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가톨릭고등학교에 다닌 인연으로 살레시오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아욱실리움 기숙사에 들어가 공장에 다녔다. 거긴 수녀님들과 함께 매일 새벽미사를 하였고, 1980년 광주 항쟁 비디오도 거기서 처음 볼 수 있었다. 가톨릭 여성회관에서 이경숙 선생님이 진행하는 여성교실강좌를 들었는데, 내 눈이 번쩍 뜨이는 이야기였다. 그동안 부모님으로부터 받아온 성차별, 공장에서 여성 노동자로서 '공순이'라 불리며 받아온 차별이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노동조합이 무엇인지 알게 된 계기였다.

     

    Q 그러다 노동운동에 투신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이었나?

    1987년 노동자 대투쟁(7~9월 전국적으로 분출한 노동자들의 노동쟁의와 민주화운동) 당시 하루가 다르게 옆 공장들은 노조를 만드는데 우리 회사만 노조가 없었다. 어느 날 과장이 나를 불렀고, 현장분위기가 시끌시끌하고 일이 제대로 되지 않자 조회대 앞에 모아 놓고, 조용히 시키라며 나한테 마이크를 주었다. 내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여러분 어떻게 할까요? 일할까요? 나갈까요?” 뜻밖에도 모두 나가자!”“나가자!”소리쳤다. 순식간에 1,500명이 넘는 여공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와 임금 인상하라!” “인간답게 살고 싶다!”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회사는 목요일부터 4일간 휴업을 선포했고 우리들은 분임장 60명이 모여 아욱실리움 기숙사에 모여 밤새워 노조를 결성하였다, 월요일 노조 결성보고를 홍보하러 갔다가 회사 간부들에게 잡혀가 빨갱이라는 욕을 먹고 노조 간부였던 친구 2명과 함께 대구새마을연수 보내졌다. 2주후 회사로 복귀하니 60여명을 모아 놓고 노조강제 해산을 하게 했다. 그리고 기술과와 설비과로 부서이동을 당하였다. 온갖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19885월 비밀리에 여성 동지들과 노조를 재창립했다.

     
      / ⓒ인터뷰이 제공
     

    Q 노조를 와해하려는 구사대의 폭력이 대단했을 텐데 어떻게 계속 싸울 수 있었나.

    노조를 재창립하자 회사는 남자 구사대(救社隊, 노동운동 파괴를 목적으로 회사측이 만든 노동자 조직) 300명을 동원해 무자비한 폭행을 저질렀다. 온몸이 멍들고 집단 구타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이 소식이 창원 지역 남성 노동자들에게 전해지면서 지역 전체의 투쟁으로 번졌고, 결국 회사로부터 노조 인정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위장 폐업을 시도했고, 우리는 기계 출고를 막으며 1년 가까이 공장 점거 투쟁을 해야 했다. 198912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공권력이 투입되어 전원 연행되었고, 나는 업무방해 및 폭력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1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마산교도소와 원주교도소 독방에서 꼬박 실형을 살고 19915월에 출소했다.

     

    Q 감옥 생활은 어땠나? 감옥에 가기 전과 후를 비교해 달라.

    내가 감옥에 가기 전 농성장에서 동지들과 농성장 사수팀과 재정팀으로 다양한 재정사업을 했다. 볼펜 판매 양말 판매 대학축제 때 김치전 판매도 하고, 서울 본사 대사관 부산 영사관등을 다녔다. 교도소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독서와 편지쓰기였다. 원주교도소 독방에 홀로 수감되어 너무 외롭고 힘들 때 그에게서 편지가 왔다. 답장으로 마음을 나누었고, 출소하는 날 원주교도소 정문으로 그와 TC동지들이 대형 버스로 꽃다발과 두부를 들고 찾아왔다. 그도 나처럼 구속된 경험이 있어 노동자의 삶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했던 것 같다. 그 후 1992년에 우리는 결혼했고 두 딸을 낳았다.

     

    Q 경남의 여성 노동 활동가가 어떻게 안산시민이 되었나?

    2003년 남편이 서울에서 일하게 되면서 나를 올라오라 했다. 나는 마산창원 여성노동자회에서 일하며 지역 활동을 하고 있었다. 안산여노 회장과 남편이 먼저 만나 아파트 전세를 얻으니 나도 아이들과 함께 이사와서 다음 날부터 안산여성노동자회로 출근했다. 여성 노동자복지센터와 고용평등상담실을 맡았다. 한부모자녀들과 체험학습 등, 실업계고등학교 노동법·최저임금 내 권리찾기 등 강의활동과 직장 내 성희롱예방교육 강사 활동을 하였다.

    특히 직장 내 갑질과 최저임금 위반으로 힘들어하던 청소 노동자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를 노동부 진정으로 처벌받게 하고, 출산·육아휴직 상담, 홈플러스 매대 노동자 상담으로 수많은 여성 노동자를 노조 조합원으로 연결했다. 한양대 안산캠퍼스 청소미화원 조합원들과는 풍물과 민요를 함께 배우고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 ⓒ인터뷰이 제공
     

    Q 그러다 안산을 넘어 전국여성노동조합 경기지부장과 서울지부장이 된 건가.

    안산시흥지부, 부천지부. 영양사지회. 사서지회가 주춧돌이 되어 전국여성노동조합 경기지부를 창립하였고 나는 안산여노 고용평등상담실 일과 안산시흥지부장를 겸하다 경기지부 조직국장이 되었다. 이후 경기지부장이 되었다. 안산 한양대 청소미화원 조직과 안산 지역 고등학교 급식조리원들의 처우개선 투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중식·석식으로 하루 4시간 넘게 연장근로를 하는데 학교는 2시간만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하였다. ‘연장근로근로기준법이 바뀌는 시점이었다. 조리원들은 억울해하며 어떻게 하면 일한 만큼 댓가를 받을 수 있는지 상담해 왔다. 공동교섭을 요구했으나 경기도 교육청은 사업주가 아니라며 교섭에 임할 수 없다고 했다.

    1년 가까이 고등학교를 돌며 교섭을 벌인 결과 연장근로 수당을 1.5배가 아닌 2.5배로 받는 단체협약을 타결해 냈다. 또한 서울지부장 시절에는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을 조직하여 4시간 시간제 초등돌봄전담사들의 차별 시정 투쟁을 시작하여 지노위 중노위 지법 고법 대법원까지 가서 차별 시정 판정을 받았고 그동안 차별 받았던 것을 보상받았다. 노동조합을 하면서 억울하면 싸우는 만큼 세상이 변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급식 조리원들도 초등돌봄전담사들도 똘똘 뭉쳐 싸운 결과다. 유능한 김재진 노무사님과 공감 변호사님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연대해 준 덕분이다.

     
     / ⓒ인터뷰이 제공
     

    Q 안산여성노동자회에서의 활동과 연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가?

    안산여노에서 근무할 때 고용평등상담실 상담이 주 업무였다. 직장 내에서 여성노동자가 받는 성차별과 불합리한 차별에 대한 상담전화를 받고 무료 변호사를 선임하여 행위자인 상사가 처벌받고 억울한 노동자가 제 자리로 돌아갈 때 행복했다.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이 삭감되니 퇴사했다. 그래도 한 달 한 번 뚜뚜(뚜벅뚜벅 걷기)’ 소모임 회원들과 함께 걷고 여행한다. 늘 일에 쫓기고 바빴지만, 페미니즘 토론토임 이프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줌이라 퇴근 후 할 수 있어 좋다. 무디어지기 쉬운 여성 노동과 성평등 이슈를 다양한 연령의 남녀가 함께 책과 영화로 토론한다.

     
     / ⓒ인터뷰이 제공
     

    Q 평생 여성 노동운동을 해왔고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해 싸워왔는데, 중년에 가장 저임금 돌봄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이런 여성의 노동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20대 때는 공장에서 산업역군이라며 착취당하고, 30~40대에는 IMF를 거치며 비정규직으로 내몰렸는데, 60이 된 지금도 최저임금 수준의 돌봄 노동자다. 그동안 대학원도 나오고 사회복지사, 평생교육사 등 자격증을 땄지만 중년 여성노동은 여전히 단시간·저임금 비정규직이다. 급식, 청소, 돌봄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 노동임에도 적정임금도 정당한 대우도 거리가 멀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며 그렇게 싸웠는데 딸 세대마저 2년 계약직을 전전하는 걸 볼 땐 마음이 아팠다. 싸우는 만큼 세상이 변하는 걸 경험했는데, 세상은 여전히 쉽게 바뀌지 않는구나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요즘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평정심을 찾으려 한다.

     

    Q 현재 삶에 어려움, 또는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말해 달라.

    남편과의 관계가 숙제로 남아 있다. 동지적으로 잘 살 줄 알았는데 그는 지금 나 말고 다른 곳이 좋다고 멀리 떠나 산다. 내가 오래 가슴에 품어온 버킷리스트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10월에 1617일로 친구들과 함께 다녀오게 됐다. 그리고 곧 태어날 첫 손주 만날 날을 설레며 기다리고 있다. 노동조합 활동할 때 가장 당당하고 에너지 넘쳤던 것처럼, ‘수지 에니어그램이라는 좋은 도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따뜻한 활동을 마음껏 펼치며 살아가고 싶다.

     / ⓒ인터뷰이 제공

     

     

    여공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장까지
    꿀벌

    조회수 326

    2026-08-13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단원FM’ 미디어리터러시 모임이 던진 질문들

     / ⓒ에디터 윤작가
     

    안산역 2번 출구, 유통 상가를 지나 걷다 보면, 골목 끝에 라디오 방송국이 3층에 있다. 단원FM, 주파수는 88.7MHz. 문턱이 낮은 방송국이다. 전국에서 이주민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답게, 여기서는 여러 언어로 재난 소식이 나가고, 선주민과 이주민의 목소리가 나란히 흘러나온다.

    그 방송국 안에 미디어리터러시 모임이 하나 있다. 매달 모여 책을 읽고, 미디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다. 처음 이 모임을 시작할 때 우리가 생각한 미디어리터러시는 단순했다. 단원FM은 정부에서 허가받은 방송국이니 가짜 뉴스를 가려내고, 팩트체크하는 법을 가르쳐야 했다. 그런데 AI가 하루가 다르게 언어를 대신 구사하기 시작하면서,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다. 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기술을 넘어, 기술 앞에서 인간이 인간으로 남는 법을 함께 고민해야 했다. 그래서 방송국 안에 미디어리터러시 모임이 생겼다.

     / ⓒ에디터 윤작가

     

    1. 열네 살들의 화면 시간

    지난 6, 관산중학교 1학년 전체 학생들과 만났다. 단원FM 미디어리터러시 모임 회원들이 각 반에 찾아가 미디어리터러시 수업을 했다. 성인 대상 수업만 해오던 우리에게, 중학생 수업은 처음이라 준비가 만만치 않았다.

    시작은 질문 하나부터였다. "AI 시대라고 해서 우리가 AI가 주는 정보를 다 믿어도 될까?" 아이들은 처음엔 심드렁했다. 그런데 어제 하루 스마트폰을 몇 시간 들여다봤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섯 시간, 어떤 아이는 아홉 시간. 스스로도 놀란 눈치였다.

    3반 김ㅇㅇ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휴대폰 가지고 방 안에서 맨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친구들과 노는 게 전부였어요. 하지만 이제는 하루 3시간 이하로 줄이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원칙을 세웠어요!” 박수가 터졌다. 청소년 SNS 금지법을 두고 토론하며, 처음엔 반대만 하던 아이들이 어른들은 왜 이런 법을 만들려 하는지 스스로 돌아보기도 했다.

    수업을 함께 진행한 염ㅇㅇ 교사는 이번 수업에서 인상 깊었던 점 세 가지를 꼽았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오래 휴대폰을 붙들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고백한 것, 그리고 하루 3시간 이하 사용, 10시 이후 사용 금지 같은 구체적인 약속을 스스로 만든 것. 가르쳐서 안 게 아니라, 스스로 발견한 것이었다. 아이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 태어나, 개념을 다 깨치기도 전에 이미 너무 많은 것에 노출되어 있었다.

    / ⓒ경기도안산교육지원청

     

    2. 나도 모르게 열게 되는 창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요즘 나는 글을 쓰거나 생각을 정리할 때, 자연스럽게 노트북LM 같은 AI 도구를 연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스크랩 자료, 논문, 직접 적어둔 메모들을 한곳에 집어넣으면, 인공지능은 순식간에 핵심 요약본을 만들어내고 신기하리만큼 논리적인 뼈대를 제시해 준다. 방대한 정보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글의 자양분을 풍성하게 채우는 데, 이보다 유용한 조력자는 없을 듯하다.

    그런데 편리함이 궤도에 오를수록, 마음 한구석에는 묵직한 질문 하나가 고개를 든다. AI가 이렇게 수많은 자료를 요약하고, 심지어 매끄러운 언어로 논리를 대신 완성해 줄 때, '생각하는 주체'로서의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열네 살은 스마트폰 화면 앞에서, 나는 프롬프트 창 앞에서. 세대는 다르지만, 질문은 같다. 편리함에 익숙해질수록, 스스로 헤매고 고민하던 시간은 조용히 사라진다. 그리고 그 사라짐을 알아채는 사람은 많지 않다.

     / ⓒ에디터 윤작가

     

    3. 결과가 과정을 삼킨 시대

    8월 모임에서는 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를 함께 읽었다. 마크 코겔버그와 데이비드 J. 건컬이 쓴 이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쌓는다. AI는 정말 언어를 이해하는가, 아니면 그럴듯한 토큰 배열에 불과한가. AI가 만든 결과물의 저자는 누구인가?

    이번 모임에서 내가 맡은 발제는 '결과가 과정을 삼킨 시대'였다. 예전의 글쓰기와 생각하기는 느리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관련 도서를 뒤적이고, 펜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밤을 지새우고, 거듭된 수정 속에서 비로소 고유한 문장 하나를 건져 올렸다. 그 막막했던 방황의 시간이야말로 생각이 단단해지고, 사유가 깊어지는 진짜 배움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AI 시대의 언어는 그 과정을 과감히 생략한다. 질문을 입력하기가 무섭게 명확하고 완성도 높은 답이 쏟아진다. 첫째, 둘째, 셋째 흠잡을 데 없는 논리로 정렬된다. 효율성은 극대화되었지만, 생각의 근육을 키울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모임의 한 참여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AI가 내놓은 매끄러운 결론에 매료되다 보면, 내가 고민하고, 실패하며 도달했어야 할 사유의 여정이 찰나에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 듭니다."

    AI가 쓰는 문장에는 삶의 무게나 아픔, 온기가 담겨 있지 않다. 제주 올레길을 실제로 걸어본 사람과, 걸어본 적 없는 기계가 쓰는 문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반면 인간의 언어는 불완전하고, 서툴지만, 경험과 고뇌라는 뿌리를 둔다. 슬픔을 통과해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이 있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해 본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단어가 있다. 그 감성이 지저분함으로, 난잡함으로, 매끄럽지 않음으로, 결국 결함 취급받는 순간, 문학적 글쓰기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 ⓒ에디터 윤작가

     

    4. 그래도 누군가는 싸워야 한다.

    열네 살의 휴대폰 화면, 프롬프트 창 앞의 나, 그리고 매끄러움에 자리를 내주는 문장들. 이 세 장면을 나란히 놓고 보면, AI가 몰고 올 미래는 솔직히 무섭다. 기술을 배척하자는 뜻이 아니다. 다만 AI가 제공하는 결과물에 내 삶의 언어와 주관적인 사유를 입히는 주도권만큼은, 넘겨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단원FM 미디어리터러시 모임이 이 흐름을 막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모여 책을 읽고, 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휴대폰 시간을 세어보는 정도로 무엇이 달라질까 싶은 날도 있다. 그런데 막을 수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다. 기술은 멈추지 않고, 그 속도는 갈수록 빨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그 옆에서 계속 질문을 던지고, 계속 싸워야 한다.

    결과가 과정을 삼키는 세상에서 과정을 붙드는 일,
    매끄러운 답 대신 지저분한 진심을 고집하는 일. 그것이 이 시대에 우리에게 남은 역할이다.
     

     
    * 단원FM 공동체라디오, 88.7MHz. 안산역 2번 출구 안산유통상가.
    * 미디어리서러치 모임 문의 031-495-0887.
     
      / ⓒ에디터 윤작가
     
     
    단원FM 미디어리터러시 모임이 던진 질문들
    윤작가

    조회수 244

    2026-08-07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뉴스레터 필진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필자의 의견과 관점이 담길 수 있으며 일부 내용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고통스런 역사, 그러나 기억해야 할 역사

    -14차 세계 일본군위안부기림일을 맞이하며-


    /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잊어서는 안 될 그 역사- 일본군위안부역사

    일본은 중일전쟁을 시작하던 1930년대 초부터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던 1945815일까지 식민지였던 조선과 대만, 점령지였던 중 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동티모르 등 여성들을 전쟁터로 끌고 가 일본 군인들의 성노예로 삼았다. 그러나 그 당시 일본군 문서에는 그 여성들을 위안부라고 표시했다. 피해여성의 수는 20여만 명을 비롯해 여러 추정치가 있으나 관련 자료가 전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알기 어렵다. 한국인 생존 여성들의 경우 동원 당시 나이가 11세의 어린 나이에서 27세까지로 보고되어 있으며, 14~19세 때 동원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위안부여성은 일본 육군성의 직접적인 지시와 정부 기관, 조선총독부, 대만총독부 등이 협력을 통해 강제 동원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UN 특별보고관은 이 문제를 명확하게 전시 중 군대 성노예제(Military sexual slavery in wartime)로 규정하였다

     

    위안부여성들은 엄격한 감시와 통제 아래 하루에 많게는 몇십 명에 이르는 군인들을 상대해야 했고, 병사들로부터 폭력, 고문, 자살 강요 등의 학대를 받았다. 성병이나 임신, 질병 등이 확인되면 강제적인 시술이나 낙태를 받아야 했고 군인들을 통해 마약을 주사 받거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마약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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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소에 있던 여성들은 종전이 되자 자살을 강요당하거나 집단 죽임을 당하였고, 머나먼 타지에서 고국으로 생환하기 위해 갖은 어려움을 겪거나 귀환을 포기하기도 했다. 고국으로 돌아온 위안부피해 여성들은

    위안소에서 얻은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대다수가 성병, 자궁 이상, 불임, 가혹행위로 인한 외상 등이 확인됐고, 대인공포증, 불안, 수치심, 자기 비하 등의 심리적 후유증도 심각했다.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인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죄인으로 여기며 숨죽여 살아야 했고 그리하여 대부분 빈곤과 궁핍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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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일본군위안부피해 역사는 해방 후 알려지지 않았다. 1980년대에 이르러 윤정옥 이화여자대학교 교수(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초대 공동대표 1925 ~ )가 해방 후 돌아오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의문과 책임감으로 집념 어린 조사를 시작했고. 한국교회여성연합회와 한국여성운동 단체들이 힘을 모아 1988년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세상에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아직 세상으로 드러난 피해자가 없던 당시, 1991814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임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김학순(1924~1997)의 기자회견은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개설된 정신대 신고 전화를 통해 피해 사실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과 피해자 접수가 시작되었지만, 일본은 정부의 관여를 계속 부인했고, 이에 정대협과 여성계는 199218,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곱 가지 요구사항-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교과서 수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을 촉구하며 첫 번째 수요시위를 시작했다. 이후 수요시위는 매주 수요일 정대협 주최로 이어져 20111214일에 1000회를 맞이하여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했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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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위안부역사에 대한 일본과 세계인의 반응

    이러한 일본군위안부역사는 세계인의 각성을 불러일으켰다. 전쟁 범죄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규탄하고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 물꼬를 튼 것이 미국 연방의회 일본군 위안부 사죄(HR121) 결의안이다. 2007730,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일본계 미국인인 마이클 혼다(Michael Honda)의원이 제기한 일본군위안부 관련 결의안이 미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그 결의안은 일본군위안부역사를 명백하게 인정하고 사죄할 것과 끔찍한 범죄 행위에 대하여 현재와 미래 세대들에게 교육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를 계기로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새로운 국면를 맞이했다. 20081030, 유엔인권이사회(UNHRC)와 유럽의회 등 각국의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피해 여성들의 적극적인 증언과 국내외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의 헌신적인 활동, 재미 한인 사회의 노력이 함께 이룬 결과였다.

    2014UN 인권위원회의 최종 권고문은 이러한 세계의 목소리를 집약하고 있다. 이 권고문은 일본의 제6차 국가보고서를 심의한 뒤 채택한 최종 견해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에 권고한 최종 내용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다음과 같은 내용에 대하여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입법 및 행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

    1. 전시 중에 일본군이위안부에 대해 저지른 모든 성노예 또는 기타 인권 침해 혐의가 효과적이고

        독립적이며 공정하게 조사되고 가해자는 기소되고 유죄 판결 시 처벌을 받도록 한다.

    2.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정의로운 접근과 완전한 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3. 가능한 모든 증거들을 공개해야 한다.

    4. 적절한 참고 자료를 포함시킨 교과서로 성노예제 문제에 대하여 학생과 일반 대중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5. 당사국의 책임에 대하여 공식 인정하고 공개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

    6. 위안부 역사를 부정하거나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비난받아야 한다.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응

    유엔과 양심적인 세계인의 반응과 달리 일본 정부가 내민 것은 1965년에 체결된 -일 청구권 협정이었다. 일본은 이 협정을 근거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인 배상 문제는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도의적인 수준의 책임'으로 대응해왔다. 일본의 최고 재판소는 1990년대 제기된 위안부 피해자, 징용자 소송에서 "한국이 식민지 조선을 대표하여 최종적으로 청구권을 소멸시켰으므로 더 이상 청구권은 없다"며 패소 결정을 내렸다.

    이후 한국과 세계의 여론에 밀려 1992,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의 과오 인정과 사과 발언이 있었고, 이어 1993년에는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담화와 1995, 무라야마 총리 담화를 통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는 공식 발언이 나왔다.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 옛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밝혀 위안부 문제의 책임이 군에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19957, 무라야마 도미이치 내각은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국민기금(아시아여성기금)'을 설립했다. 기금은 한국 피해자에게 '쓰고 나이킨(償い金, 속죄금, 당시 언론은 위로금으로 해석)' 명목으로 지원했고, 국민 모금 방식으로 기금을 조성함으로 피해 여성들이 요구했던 정부의 사죄와 법적 배상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한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 게 바로 2015 한일 위안부 협상’(이하 2015 한일 합의)이다.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201512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 방안에 합의하고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했으나, '굴욕 협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TF’의 보고서는 이 합의의 문제점을 공식 확인했다. 국가 간 협약이기에 파기는 못하지만, 문제가 많은 굴욕적인 외교 협상이었다는 게 중론이었다. ..일 간의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해 한일 간의 걸림돌이 되었던 일본군위안부문제를 졸속으로 처리한 외교 참사였다는 것이다. UN 인권위원회의 지적대로 무엇보다 협상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이뤄졌다는 점, 그리고 평화의 소녀상 처리에 대한 이면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은 인권문제를 다루는 기본자세가 결여된 외교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는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하여 사실상 진정성 있는 사죄나 배상을 한 적이 없다. 겉으로는 외교적인 수사로 일관하며 뒤로는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는 것을 방해하고, 학생들에게는 위안부 역사에 대해서는 전혀 가르치지 않고 있으며 국내외 극우 세력을 통해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를 능욕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국회에서는 2026212, ‘일본군위안부피해자 보호법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서 위안부 피해 여성을 모욕하는 경우 처벌할 근거를 마련하였다.

     

    계속해서 기억하고 언급해야 할 이 역사

    명백한 증인과 증언, 증거가 존재하는 일본군위안부역사를 대하는 일본 정부와 대비되는 국가가 있다. 바로 일본과 같은 2차세계대전 전범국인 독일이다.

     

    2차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역에서 행해진 유대인 학살은 인류의 근현대사 가운데 가장 비극적인 역사 중 하나다. 그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모아 그 유대인 학살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폴란드 바르샤바에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재단(Auschwitz-Birkenau Foundation)2009년에 설립하였다. 이 재단은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유적의 보존과 관리 기금 조성을 맡고 있으며 수많은 유물·문서의 보존, 복원, 목록화하여, 고통스러운 기억을 미래 세대에 전하는 그것을 핵심 사명으로 삼고 있다. 2019126, 재단 설립 10주년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안젤라 메르켈 총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이 역사는 (계속)언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현재와 미래에 모든 개인의 존엄을 지켜낼 수 있으며, 그것이 그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을 명예롭게 하는 것입니다.”

     

    독일의 총리는 아우슈비츠를 방문할 때마다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독일의 수도 베를린 한복판(브란덴부르크 문 남쪽)에 크기가 다른 2,711개의 격자형 콘크리트를 세운 유대인 학살 추모 공원이 약 19,073(5,750)의 광대한 면적에 조성되어, 전 세계인들이 방문하는 추모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나치 정권의 전쟁과 유대인학살에 대한 역사교육은 독일에서 의무화되어 있다. 다시는 그런 역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전 세계인에게 밝힌 셈이다.


    베를린 브란텐부르크 근처에 조성된 유대인 학살 추모공원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일 년 내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추모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그곳에는 수용되었던 이들의 신발과 가방, 그리고 머리카락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당시의 참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반지하실로 조성된 가스실과 화장장 화로를 보고 있으면 모두가 숙연해진다. 전쟁이 인간의 양심과 지성을 어디까지 파괴하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역사적인 현장이다.

    그 수용소 현장 벽면에 걸려있던 스페인 태생 미국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George Santayana, 1863~1952)의 글귀가 많은 방문객의 시선을 머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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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자들은 그것을 다시 겪게 될 것이다.”

    일본군위안부역사가 고통스러운 역사지만 잊지 말고 계속해서 말하고 기억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 기억의 시도는 1991814일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이후 일본대사관 앞 정기 수요집회로 시작되었다. 수요집회 1000번째 맞이하는 시점인 20111214, 일본대사관 앞에 위안부 여성을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조형물의 제작과 건립의 모든 과정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이후 평화의 소녀상(평화비)는 다양한 형태와 이름으로 국내외에 확산되어, 20267월 현재, 국내 155, 일본과 미국, 중국, 호주, 독일 등 10개국 35곳에 세워져 있다. 이제 평화의 소녀상은 전쟁 중에 당한 성노예제 피해 여성들의 고통을 기억하고 정의로운 해결과 전쟁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평화의 상징이 된 것이다.

     

    기억 문화는 기록문화와 함께 인류의 양심을 일깨우고 보편적인 가치와 원리를 추구함으로 인간 내면에 자리한 야만성을 극복하는 데 기여하는 인류 문화의 두 축이다. 기억은 과거의 경험을 저장하고 되살리는 행위다. 현재의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 맥락에 의해서 과거는 기억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됨으로 역사의 진보를 이루는데 기여한다. 기억 문화로서 평화의 소녀상은 과거 고통스러운 역사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쟁 없는 평화 세상을 염원하는 인류의 소망을 담아내면서 세계적인 평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4차 세계 일본군위안부기림일

    매년 814일은 세계 일본군 위안부기림일로 지킨다. 이날은 1991814,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성노예 피해 사실을 처음 공개 증언한 날을 기려 정해졌다. 이후 2012년 타이완에서 열린 제11차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매년 814일을 세계 기림일로 정했고, 한국에서는 2017년 법 개정을 거쳐 2018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정해졌다.

     

    이날은 단순한 추모일이 아니다. 피해자의 용기와 증언을 기억하고 일본군 성노예제의 진실 규명, 사죄, 배상, 역사 교육을 촉구하는 날이다. 전시 성폭력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가 책임 있게 배우고 행동하자는 의미에서 우리가 기억하고 지켜야 할 기념일이다.

     

    14차 세계 일본군위안부기림일 총주제는 그들의 굳센 바람, 우리의 힘찬 바람이 만나로 정해졌다. 기억은 말에서 멈추지 않아야 한다. 기억은 책임으로 이어져야 하고, 책임은 교육과 연대로 이어져야 한다.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현실에서, 기림의 날은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 앞에 서서 정의와 화해의 길을 묻는 날이 되어야 한다. 특히 다음 세대에게 이 역사를 정확히 전하는 일은,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시민의 책무이기도 하다.


    2026년 제14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홍보 웹자보 / 수원평화나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8.14)
    수원평화나비 상임대표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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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8-05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부천청소년인권공동체 세움 활동가 이계은 님을 만났다.

    이계은 활동가는 대학생 시절 학보사에서 글을 썼다. 어느 날, 시민단체인 부천연대 활동가가 찾아왔다. 청소년 언론학교를 준비하는데 이 활동가가 대학 신문기자로서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주길 요청했다. 비청소년인 이계은 활동가 삶에서 청소년을 만날 첫 계기였다. 이계은 활동가는 ‘포로리’라는 별명으로 청소년을 만났다. 포로리는 청소년을 만나며 자신의 꿀꿀했던 청소년 시절을 회고하기 시작했다.

     
      / 2017년 세움 창립 기념식 ⓒ에디터 연두

     

    포로리는 ‘부천청소년IT기자단 놀토’에서 활동을 시작하여, 청소년들과 함께 ‘부천시청소년인권공동체 세움’을 창립했다.

    포로리는 청소년 시절, 삶은 불안정했고 그 불안을 해석할 자기 언어가 없었다. 학교 교사나, 부모, 사회가 규정하는 청소년의 모습만 둥둥 떠다녔다. 그건 지금 청소년들도 비슷하다. 그래서 부천시청소년인권공동체 세움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자기 언어를 갖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비청소년이 먼저 청소년 이야기를 듣는다. “원래 그래”, “그럴 때야, 괜찮아”라며 이야기를 허투루 넘기지 않고 귀하게 듣는다. 청소년은 말하고 또 말하면서 자기 삶을 자기 언어로 해석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자기 언어를 가진 세움 청소년들과 비청소년들은 작년에 영화 상영회를 열었다. 11월 3일 학생의날을 기념하며 부천노동영화제에서 한 꼭지로 ‘3학년 2학기’를 상영했다. 상영 후에는 세움 청소년들이 자기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행사를 진행했다. 포로리는 “청소년은 주인공이 되기 위해 거쳐 가는 시기로 여겨지지만, 토크 행사에서는 그들이 주인공이었고 그들의 삶을 그들의 언어로 타인에게 들려주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2025년 노동영화제 주관 ⓒ에디터 연두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선 여러 사람의 노력이 들어간다. 행사를 알리고 장소를 섭외하고 음향과 각종 기기를 만진다. 그런 노력은 보통 유명하거나 지위가 있는 사람에게 쏠리기 마련이다. 이 행사는 달랐다. 유명하지 않은, 입시를 준비하거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준비해 가는 청소년들이 무대 주인공이 되어 발언권과 관객의 집중을 독점했다. 그것은 관객으로 온 청소년과 비청소년, 그리고 무대에 서 있는 청소년에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기존 사회가 청소년에게 부여하는 위치성에 어긋나는 것이었고, 변화의 씨앗이었다.

    세움에 회원이 늘 북적북적했던 것만은 아니다. 7년 전에는 입시제도의 변화,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점점 모이지 않게 되었다. 입시제도의 변화 측면에서는 학교 밖에서 하는 활동(자원봉사 등)이 입시에 쓸모없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청소년들은 세움을 찾아오지 않았고 양육자 또한 내 자녀가 입시에 도움이 안 되는 세움에 가지 않기를 바라게 되었다. 새로운 회원들이 등장하지 않았고, 기존 회원들이 학교를 졸업하면서 분위기는 어두워졌다. 포로리는 청소년이 다양한 경험을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입시제도에서 그런 다양성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세움은 밥 모임을 시작했다. 청소년과 만나는 공간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었다. 밥을 짓고 먹으면서 포로리는 생각했다. 청소년이 자기 힘을 가지려면 사회와 어른으로부터 어떤 정성과 힘을 받아야 하는데, 밥을 주는 것도, 그런 에너지를 주는 방법이다. 그래서 포로리는 더 열심히 밥을 차려 함께 먹었다. 지금은 밥을 같이 차려 먹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공동체 활동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밥은 주문해서 먹는다. 지금 세움은 카메라로 소통하는 사진 모임을 하고 있고, 글로 소통하는 언론학교를 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포로리와 함께 걸어온 ‘부천청소년인권공동체 세움’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세움을 지켜온 포로리는 이계은이라는 사람의 일부일 뿐이다. 활동가라는 타이틀 하나로 다 정의할 수 없을 만큼, 이계은 님은 삶의 여러 자리에서 자신만의 언어를 깊이 있게 쌓아왔다.

    이계은 님은 본인을 ‘책을 출간했으며 육아를 전담하는 불안정 노동자이자 활자 중독자’로 소개한다. 두 아이를 키우고, 노동인권 강사이며, 자기 언어로 난임 경험을 써 내려간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이계은 님은 노동인권을 청소년에게 가르친다. 청소년이 듣고 싶은 수업을 하기 위해 청소년의 언어를 공부하고, 청소년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한다. 청소년 대상으로 강의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잘 소통하고 싶은 청소년과 교육 현장에서도 계속 만날 수 있기에 덕업일치인 셈이다.

     
      / 노동인권 교육 현장 ⓒ에디터 연두

     

    또한, 난임을 당사자의 언어이자 페미니즘 시각으로 바라보는 에세이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를 출간했다. 이계은 님에게 난임은 삶에서 몸도 마음도 고된 시간이었다. 임신 성공 수기 말고는 난임 당사자의 서러움이나 고통에 관해 참고할 텍스트는 너무 적어서 더 외로웠다. 그 어려움을 풀기 위해 익명성을 두고 블로그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아이를 출산했지만, 난임 시기에 본인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들과 대답, 이런저런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공적인 목소리로 표현하고 싶었다. 난임 시절에 외로웠던 나를 생각하며, 다른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싶었다.

    활동가이자 양육자이고, 작가이자 강사라는 여러 역할을 소화하는 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이계은 님은 그것을 ‘숨구멍이자 변명거리’라고 표현했다. 양육자로서 자기 욕구와 아이들의 필요가 갈등하고 협상하며 큰 중압감을 느낄 때, 작가 이계은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숨구멍을 가진다. 활동가로서 자기 자신에게 기대하는 성취나 성과를 이룰 수 없을 거라는 꿀꿀한 기분이 들 때면 두 아이의 양육자 이계은이 변명거리가 되어준다.

     
      / 2024년 출간기념북토크, 첫째 아이가 이계은 작가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는 모습 ⓒ에디터 연두

     

    이계은 님은 여러 역할로 벅찰 때 ‘내가 활동가이자 양육자로서 살아가지 않는다면, 과연 내가 쓸 자기 언어가 있었을까?’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서로 시간을 내어달라며 역할끼리 충돌하지만, 그 역할들이 서로 보완과 성장의 기제로 작동한다. 더 나아가 작가 혹은 읽는 사람으로서 부족한 시간임에도 이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으니까 더 읽고 싶고 더 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다층적인 정체성을 가지고서 자기 삶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들의 글을 더 찾아서 읽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직장인이면서 작가였던 조지 오웰, 아이 다섯을 키우면서 글을 쓴 박완서의 글처럼 말이다. 이계은 님 또한, 활동가로서 여러 모습의 맥락을 가지고 조율하면서 협상하면서 자신을 완성하고 있는 과정일 것이다.

    이계은 님에게 앞으로의 꿈에 대해 질문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동지를 만나고 싶다. 좋은 관계를 만난다면 뭐든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활동가로서 대답이 먼저 나왔다. 그리고 곧, 지금 하는 것들을 잘 해내고 싶다는 말이 뒤따랐다. 갈등하면서도, 숨구멍이 되고, 성장을 촉구하는 역할들, 그 자체가 이계은 님의 자기 언어였다.

    이계은 님은 여러 정체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협상하며 자신만의 언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단 하나의 직함이나 역할로 정의되지 않는 삶, 그 어지럽고도 치열한 과정 자체가 자기 언어를 만드는 여정임을 깨닫는다.

     

    삶의 수많은 역할 속에서 오늘도 스스로의 언어를 찾기 위해 애쓰는 모든 이들에게,
    이계은 님의 이야기가 작은 숨구멍이자 따뜻한 응원이 되길 바란다.

     

    밥을 짓고 글을 쓰며 자기 언어를 엮어가는 청소년 인권 활동가를 만나다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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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3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로 그리는 환경교육, 시흥YMCA에게 길을 묻다

     / ⓒ에디터 해지

     

    기후위기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뉴스에서도, 학교에서도, 동네 게시판에서도 흔하게 마주친다. 그러나 위기를 이야기만 하는 것과, 그 위기에 대응할 교육 체계를 갖추는 것은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다. 한 사람의 목소리로는 만들 수 없고, 결국은 여러 단체가 손을 맞잡아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에서 이 물음에 가장 구체적으로 답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가 시흥시다. 시흥시는 환경부 지정 환경교육도시이며, 관내 여러 환경단체와 중간지원조직들이 힘을 모아 시흥 환경교육플랫폼이라는 협력체계를 함께 꾸려가고 있다.

    시흥시는 2023년 환경부로부터 법정 환경교육도시로 지정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하나다. 환경교육도시는 환경교육 추진 기반과 성과, 앞으로의 계획이 우수한 지자체를 환경부가 선정해 지원하는 제도로, 지정 이후 시흥시는 환경교육 전담 조직을 꾸리고 지역 환경교육 종합계획을 세우는 등 기반을 차근차근 다져왔다. 시흥환경교육플랫폼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태어난 결과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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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협력의 한 축에는 30년 가까이 지역 청소년활동을 이어오다, 환경과 인권, 공익활동 지원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시흥YMCA가 있다. 취재를 위해 시흥YMCA 사무국을 찾았다. 오래된 단체 특유의 차분한 공기가 흐르는 사무실에서, 서종호 사무총장을 만나 환경교육플랫폼이 만들어진 과정과 그 안에서 시흥YMCA가 서 있는 자리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예상보다 솔직했다. 성과를 앞세우기보다, 지금 이 네트워크가 가진 한계와 고민까지도 가감 없이 꺼내놓는 자리였다. 미리 준비된 답변보다는, 질문을 받고 그 자리에서 곱씹어 나온 말들이 더 많았다. 그렇기에 지금 진행형인 이야기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담아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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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작 : 사라진 네트워크의 빈자리에서 시작된 논의

    시흥시에는 원래도 환경교육과 관련한 네트워크가 존재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시점엔가 그 네트워크는 활동을 멈추었고, 시흥의 환경교육은 한동안 구심점 없이 각 단체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흩어져 이어가는 모양새였다. 상황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건 시흥시가 환경부 지정 환경교육도시로 선정되면서부터다. 관내에 있는 여러 환경단체와 중간조직들 사이에서 "이제는 통일된 환경교육을 함께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가기 시작했고, 그 논의는 지난해 실제 발족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지금의 환경교육플랫폼이다.

     / ⓒ에디터 해지

     

    2. 다시 나아가기 위해 연대하다.

    환경교육은 흔히 한 기관, 한 프로그램의 몫으로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역 안의 여러 주체가 자원과 정보를 나누지 않으면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한 단체가 아무리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그 단체가 힘이 빠지는 순간 지역의 환경교육 전체가 함께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흥이 겪었던 '네트워크의 공백'은 바로 이런 취약함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단체가 필요했다. 공동으로 대처할 곳이 필요했다." 서종호 사무총장이 이 지점을 짚으며 꺼낸 말이다. 개별 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환경교육을 이어가는 것과, 여러 단체가 하나의 창구를 통해 목소리를 모으는 것은 확연히 다른 무게를 가진다. 흩어져 있던 목소리들이 하나의 이름 아래 모이면, 행정을 상대할 때도, 사업을 기획할 때도 훨씬 단단한 근거를 갖게 된다. 사무총장 말에 따르면 경기도 안에서도 이런 형태의 환경 교육 협력체는 흔치 않다고 한다. 그만큼 시흥의 시도는 의미 있는 실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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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시흥YMCA의 동행

    여기서 한 가지,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환경교육플랫폼은 시흥YMCA가 만든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플랫폼의 중심에는 시흥에코센터가 있고, 시흥환경교육네트워크가 간사단체로서 실무를 지원하는 구조다. 시흥YMCA는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여러 단체 가운데 하나이며, 주도적인 위치에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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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총장은 인터뷰 내내 이 부분을 몇 번이고 다시 짚었다. "우리가 만든 게 아니라서, 이건 꼭 참고해달라"는 당부가 유독 또렷하게 남았다. 여러 단체의 몫으로 돌려놓으려는 태도였다. 환경교육 플랫폼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여러 단체가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 맡으며 함께 걸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시흥YMCA는 그 여정에서 성실한 동행자의 자리를 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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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거버넌스 구축: 협력 구조로 단단해지는 환경교육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단체는 생각보다 많다. 규모가 크지 않은 단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활동하다 보니, 서로의 활동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과제였다. 최근에는 시흥시 차원의 기후 관련 행사를 여러 단체가 함께 시도했고, 올해부터는 이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환경기금의 지원을 받아 홍보를 진행한 환경교육주간에는, 6월 초를 기점으로 열 개 단체가 각자의 장소에서 체험 활동을 열었다. 한 곳에 모여 큰 규모의 통합 행사를 만드는 단계라기보다, 각 단체가 자기 자리에서 준비한 활동을 열고 서로의 소식을 공유하는 정도라고 사무총장은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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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미 있는 지점은 또 있다.

    시흥에코센터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환경교육사 2급 양성기관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 인터뷰가 이뤄질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이런 인증을 받은 곳은 천안과 시흥, 단 두 곳뿐이었다. 이후 2026년부터는 경남환경재단이 새롭게 지정되며 세 곳으로 늘었지만, 수도권 안에서는 여전히 시흥이 유일하다. 시흥에코센터를 중심으로 이 네트워크가 발족한 배경에는 이런 전문성의 축적도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여러 단체가 모였다는 것을 넘어, 실제로 환경교육 인력을 길러내는 인증 체계까지 지역 안에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각 단체가 개별적으로 따내던 공모사업들도, 이제는 네트워크 차원에서 모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사업 하나하나를 개별 단체가 따로 준비하고 보고하던 방식에서, 네트워크가 창구가 되어 자원을 나누는 방식으로 옮겨가는 것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변화가 아니다. 단체 간의 신뢰가 쌓여야 가능한 일이고, 동시에 그 신뢰를 다시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올해부터는 현장에서 거버넌스 형태를 갖추기 위한 준비를 여러 단체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방향이 뚜렷하게 그려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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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동마다 마을학교가 있는 도시

    네트워크 활동이 실제 시민의 삶에는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을까. 사무총장은 조심스럽게 답했다. "단체 규모가 크면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겠지만" 하고 운을 뗀 뒤, 시흥의 사례로 와글학교와 댓골마을학교를 꺼냈다. 댓골마을학교에서는 우유팩이나 폐건전지를 모아오면 화장지나 식용유로 바꿔주는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거창한 캠페인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시흥시에는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동마다 마을학교가 다 있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촘촘한 구조다. 다만 모든 마을학교가 환경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중에서도 시흥시 차원에서 환경 관련 활동을 이어가는 마을학교들이 있는 것이다. 시가 직접 관여하는 사업이기에 가능한 특이점이라고 사무총장은 짚었다. 동 단위까지 촘촘하게 퍼져 있는 마을학교의 존재는, 환경교육이 생활권 안으로 스며들 수 있는 잠재적인 통로이기도 하다. 동네 마을학교에서 반복되는 작은 실천들이 결국 더 오래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인터뷰 내내 떠나지 않았다. 댓골마을학교의 사례는, 아직 시흥 전역으로 넓게 퍼지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다른 동의 마을학교들이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6. 민(民)과 관(官) 사이, 예산이라는 현실

    네트워크가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방향은 무엇일까. 사무총장의 답은 환경 정책이라는 것이 민간이나 행정 어느 한쪽만의 힘으로 주도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함께 참여하겠다는 의제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예산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늘 따라붙는다. 좋은 취지만으로는 지속되기 어렵고, 결국 누가 어떤 자원을 대고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시흥에는 이미 몇십 년째 활동을 이어온 환경교육 연합이 있다. 그 안에서도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 캠페인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 등 성격이 저마다 다른 여러 단체가 얽혀 있다. 성격이 다른 단체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모이다 보니, 지향점을 맞추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다. 여러 단체가 모여 만든 네트워크이다 보니 한계도 뚜렷하다는 것이 솔직한 진단이다. 예산이 없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쉽게 나서기 어렵고, 상급 기관과의 협의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 ⓒ에디터 해지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환경교육네트워크가 아직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정식 등록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보니 직접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그래서 지금은 시흥YMCA라는 단체명을 빌려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환경교육주간 행사 역시 시흥YMCA가 사업을 수주하고 공모를 통해 각 단체에 나누어주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름을 갖추지 못한 네트워크가 이름을 가진 단체의 어깨를 빌려 걸음을 떼고 있는 셈이다. 겉으로 드러난 활동의 화려함 뒤에는, 이렇듯 아직 제도의 틀 안에 자리 잡지 못한 현실이 함께 있었다. 여러 단체가 뜻을 모아 만든 협의체라 하더라도, 법인격이나 고유번호증 같은 최소한의 행정적 장치가 없으면 지원 사업 하나에 지원서를 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결국 그 빈틈을 메우는 몫은 시흥YMCA처럼 이미 법인격을 갖춘 단체의 몫으로 돌아가고, 그 단체 역시 넉넉한 여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지역을 위해 기꺼이 짐을 나누어 지고 있는 셈이었다.

     


     

    "지역의 색을 담은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환경교육을 하는 이유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교육이 실제 환경 보호라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 이 지점에서 사무총장은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전제를 달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었다. 표준화된 교보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지만, 지역마다 처한 환경 의제가 다른 만큼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교육 프로그램과 교보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은 갯벌이 의제이고, 어느 지역은 대기질이 의제일 수 있다. 하나의 틀로 모든 지역을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각 단체가 필요에 따라 이를 각색해서 쓸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이런 작업을 해낸다면, 개별 단체 차원이 아니라 네트워크 차원에서 함께 추진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사무총장은 덧붙였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구상이지만, 네트워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언젠가 여러 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역 맞춤형 콘텐츠를 만드는 날이 온다면, 그 출발점은 오늘의 이 인터뷰에서 나온 소박한 바람일지도 모른다.

     


     

    시흥 YMCA의 뿌리

    시흥의 환경 활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체가 하나 더 있다. 시흥에서 가장 오래 활동해온 시흥 환경운동연합이다. 전국 단위의 플로깅 활동은 물론, 철새를 비롯한 생태 모니터링까지 폭넓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이런 활동들이, 지금의 환경교육 플랫폼이 설 수 있는 토양이 되어주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시흥YMCA가 있다. 시흥YMCA가 가장 공을 들여온 활동은 생태환경 보전이다. 터널 건설을 반대하며 생태 보존을 지켜낸 운동은 지금까지도 시흥YMCA를 대표하는 활동으로 꼽히며,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30년 가까이 청소년활동을 중심에 두었던 단체가, 어느새 생태를 지키는 일에도 오랜 시간 발을 담가온 것이다. 처음부터 환경단체로 출발한 곳이 아니기에, 시흥YMCA가 걸어온 궤적은 조금 다르게 읽힌다. 청소년의 삶을 고민하던 자리에서 출발해, 그 삶을 둘러싼 자연과 지역 사회, 그리고 인권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넓어져 온 셈이다. 청소년활동과 환경활동, 인권활동이 서로 멀지 않다는 것을 시흥YMCA의 걸음이 보여주고 있다. 이번 환경교육플랫폼 참여 역시, 그런 오랜 확장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 밖의 활동 연혁은 시흥YMCA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함께 걷는다는 것

    환경교육플랫폼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시흥의 단체들은 저마다 다른 역사와 방식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몇십 년째 생태를 지켜왔고, 누군가는 마을 단위에서 우유팩과 폐건전지를 모으며, 누군가는 아직 정식 등록조차 마치지 못한 채로 활동을 이어간다. 그 사이에서 시흥YMCA는 동행자의 자리를 지키며, 네트워크의 한 축을 묵묵히 받치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국을 나서며 든 생각은 하나였다. 완성된 체계를 자랑하는 것보다, 지금 가진 한계를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어쩌면 더 단단한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 네트워크가 다른 단체의 이름을 빌려 사업을 이어가고, 큰 통합 행사 대신 몇 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체험을 여는 지금의 모습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음이다. 예산도, 제도적 근거도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여러 단체가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가며 걷고 있다는 것. 그것이 지금 시흥의 환경교육이 서 있는 정직한 자리다. 그리고 그 걸음의 한편에는, 30년 가까이 지역과 함께 걸어온 시흥YMCA가 여전히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흥YMCA에게 환경교육네트워크를 묻다
    해지

    조회수 213

    2026-07-29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년 경기도 평생학습 정책연구과제 수요조사」 참여로 더 나은 평생학습 정책을 제안하다

    급변하는 인공지능(AI) 시대와 초고령사회,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는 평생학습의 의미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

    이제 평생학습은 단순한 취미 활동이나 자기계발을 넘어 일자리, 디지털 역량, 사회참여,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필수적인 사회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정책 연구에 반영하기 위해 '2026년 경기도 평생학습 정책연구과제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수요조사는 경기도 평생학습 정책이 행정 중심이 아닌 현장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앞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연구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현장의 의견을 담는 '2026년 경기도 평생학습 정책연구과제 수요조사', 이번 조사는 2026년 7월 13일부터 7월 24일 오후 6시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경기도 내 평생학습 관련 기관과 단체, 평생교육시설 종사자, 강사, 활동가, 연구자 등 평생학습 분야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매년 정책연구를 통해 경기도 평생학습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올해 역시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주제를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는 단순한 설문조사에 그치지 않는다. 평생학습 정책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지, 어떤 분야를 우선적으로 연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장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수렴하여 향후 정책 개발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평생학습은 지역마다 환경이 다르고 학습자의 특성도 다양하기 때문에 현장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수요조사는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관계자들의 경험을 정책으로 연결하는 의미 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어떤 내용을 제안할 수 있을까

    이번 수요조사는 크게 세 가지 내용을 중심으로 의견을 받고 있다.

    첫 번째는 평생학습 정책 현안 및 연구가 필요한 주제이다. 예를 들어 AI 시대 디지털 문해력 교육, 중장년 재취업 교육, 노년층 스마트폰 활용교육,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평생학습, 장애인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평생교육 확대 등 현재 현장에서 필요성을 느끼는 다양한 정책을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연구 분야이다. 최근 평생학습은 단순한 강좌 운영을 넘어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연계되고 있다. AI 활용 교육, 디지털 격차 해소, 1인 가구 평생학습, 베이비부머 재도약 지원, 탄소중립과 환경교육, 시민참여형 학습공동체 마을교육 활성화, 평생학습도시 발전 모델 등 앞으로 경기도가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할 분야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기타 정책 제안 및 자유 의견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이나 제도 개선사항, 행정지원, 강사 역량 강화, 예산 지원, 프로그램 운영 방식 등 평소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내용을 자유롭게 작성하면 된다. 특히 구체적인 정책 아이디어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제안서를 제출하여 보다 심층적인 연구과제로 제안할 수도 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조사

    참여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포스터에 안내된 QR코드 또는 온라인 설문 주소에 접속하면 5~10분 정도의 시간만으로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연구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경우에는 별도의 제안서를 작성하여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온라인 설문은 짧은 시간이면 참여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내년 경기도 평생교육 정책 연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즉, 현장에서 활동하는 강사 한 사람의 경험, 작은 학습공동체의 의견 하나가 새로운 정책 연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평생학습 정책은 현장에서 시작된다.

    평생학습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생애 전 과정에 걸쳐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이다. 최근에는 AI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 고령화, 기후위기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중장년층의 재취업,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는 평생학습이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또한 지역 공동체 활성화와 시민참여 확대, 문화예술 활동, 환경교육, 건강한 노후 준비까지 평생학습이 담당하는 역할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행정기관만의 고민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강사와 기관 종사자, 학습자들의 생생한 경험이 함께 반영될 때 비로소 현실적인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수요조사는 단순한 의견조사가 아니라 경기도 평생학습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중요한 정책 참여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장의 작은 의견이 미래 정책을 만든다

    평생학습 현장에는 수많은 경험과 아이디어가 존재한다. 강사는 교육과정 운영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알고 있으며, 학습자는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알고 있다. 기관 종사자는 지역의 특성과 행정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들이 정책 연구로 이어질 때보다 실효성 있는 평생학습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특히 AI 활용 교육, 디지털 문해력, 고령사회 대응, 지역공동체 활성화, 1인 가구 지원, 평생학습 강사 전문성 강화 등은 앞으로 경기도가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할 분야이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실시하는 이번 정책연구과제 수요조사는 이러한 현장의 경험을 정책으로 연결하는 소중한 통로가 될 것이다.

    5분 남짓한 설문 참여가 내년 경기도 평생학습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평생학습의 미래는 행정기관만이 아닌,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모든 관계자와 도민이 함께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이번 수요조사는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평생학습 정책과 현장의 간극,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현실

     / ⓒ에디터 럭비공

     

    평생학습 정책은 매년 발전하고 있다.

    전국의 평생학습도시는 늘어나고 있고, 디지털 문해교육과 AI 활용교육, 마을공동체 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정책 보고서에는 참여 인원과 운영 횟수, 만족도 등의 성과가 기록된다. 그러나 현장을 취재하면서 만난 시민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현실을 보여주었다. 정책은 분명 좋은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작은 불편과 제도의 한계가 시민들의 참여를 가로막고 있었다.

     


     

    사례 1. "교육은 좋은데, 갈 방법이 없습니다."

    경기도의 한 학습마을에서 스마트폰 교육을 수료한

    78세 김모 어르신은 이렇게 말했다.

    "집에서 평생학습관까지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해요.

    교육은 정말 좋은데 왕복 두 시간이 걸립니다."

    정책은 '누구나 평생학습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교통이 가장 큰 장벽이었다.

    도심에서는 다양한 강좌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외곽 지역이나 농촌에서는 이동 자체가 어려워

    교육 참여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 평생학습 담당자는 "예산은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돼 있지만,

    이동지원 예산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의 기회는 마련했지만,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까지는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것이다.

     


     

    사례 2. 디지털 교육은 끝났지만, 집에 가면 다시 막막하다

    최근 많은 지자체가 스마트폰 활용교육과 AI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을 마친 어르신들은 키오스크 사용법과 모바일 뱅킹을 배웠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의왕시의 한 교육장에서 만난 수강생은 말했다.

    "수업 시간에는 잘 따라갔는데 집에 오니까 순서를 다 잊어버렸어요.

    옆에서 한 번만 더 알려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

    평생학습은 대부분 2시간짜리 강의로 끝난다.

    그러나 디지털 역량은 반복 연습과 사후 지원이 있어야

    비로소 생활 속에서 정착된다.

    강사는 "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 이후"라고 말했다.

    정책은 교육 횟수를 성과로 평가하지만,

    시민들은 지속적인 디지털 멘토링을 더 필요로 하고 있었다.

     


     

    사례 3. 배운 사람이 봉사하고 싶어도 연결되지 않는다

    평생학습을 통해 스마트폰 활용법을 익힌 한 수강생은 교육을 마친 뒤

    강사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이제 저도 다른 어르신들을 도와드리고 싶은데 어디에 신청하면 되나요?"

    안타깝게도 이를 연결해 줄 체계는 없었다.

    평생학습관, 자원봉사센터, 공익활동지원센터는 각각 운영되고 있었지만

    정보가 연계되지 않아 시민들이 참여할 창구를 찾기 어려웠다.

    결국 많은 시민들은 배우는 데서 멈추고 있었다.

    배움이 공익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망이 부족한 것이다.

     


     

    사례 4. 강좌는 많지만 주민이 원하는 내용은 부족하다

    한 평생학습관의 강의실 게시판에는 수십 개의 프로그램이 안내되어 있었다.

    캘리그래피, 꽃꽂이, 요가, 라인댄스 등 다양한 강좌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주민들이 실제로 원하는 교육은 조금 달랐다.

    인터뷰에 참여한 주민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AI를 배우고 싶어요."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이 필요합니다."

    "유튜브 영상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전자책 출판을 해보고 싶습니다."

    프로그램은 여전히 문화·취미 중심이었고,

    시민들이 체감하는 디지털 전환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정책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따라가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프로그램 개편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본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일본의 공민관과 마을공동체에서는 교육이 끝나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동아리와 자원봉사 활동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강좌를 수료한 주민은 '디지털 서포터'가 되어 다른 고령층을 돕고, 환경교육을 받은 주민은 하천 정화 활동과 생태 모니터링에 참여한다. 행정은 교육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움과 실천을 연결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즉, 평생학습이 개인의 경험으로 끝나지 않고 공동체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정책은 '몇 명이 배웠는가'보다 '얼마나 삶이 달라졌는가'를 물어야 한다. 평생학습 정책의 성과는 흔히 참여 인원, 강좌 수, 운영 횟수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변화를 이야기했다. 한 어르신은 스마트폰 교육을 받은 뒤 처음으로 손주와 영상통화를 했고, 또 다른 시민은 AI 글쓰기 교육을 통해 자신의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디지털 금융사기를 피할 수 있었고, 누군가는 평생학습을 계기로 마을기록 활동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통계표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지역사회를 바꾸는 가장 중요한 성과다.

    현장 취재를 통해 확인한 정책과 현장의 간극은 예산 부족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연결'의 부족이 더 큰 문제였다. 평생학습 정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육 운영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학습자의 필요와 경험을 중심에 두는 전환이 중요하다. 주민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교육 수요를 꾸준히 살피고, AI·디지털 문해력·금융안전·1인 미디어와 같은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 또한 교육은 수업이 끝나는 순간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실천과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이를 위해 디지털 멘토단이나 학습동아리와 같은 지속적 학습 기반을 함께 지원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평생학습관, 자원봉사센터, 공익활동지원센터 간의 연계를 강화해, 교육을 마친 시민이 자연스럽게 공익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배움이 개인의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로 확장될 수 있도록 돕는 연결 체계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참여 인원이나 강좌 수를 넘어, 학습 이후 시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지역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함께 반영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배움은 교실에서 시작되지만, 그 가치가 완성되는 곳은 마을이다.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평생학습은 단순한 교육사업을 넘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공공정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생학습 정책과 현장의 간극 :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현실
    럭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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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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