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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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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익활동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우리가 공익활동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
     
     
     
    이비스 앰배서더 수원 6층 세미나실 전경과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참가자들 / ⓒ에디터 직접 촬영
     
     
    단풍이 마지막 빛을 발하며 거리에 나뒹굴던 11월 11일, 수원 인계동의 이비스 앰배서더 호텔 6층 세미나실에는 바깥의 차가운 늦가을 공기와는 사뭇 다른, 뜨겁고 열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날은 ‘2025년 경기도 민관협력 네트워크 연찬회’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이 행사는 경기도 공익활동 기본 계획 3기 수립을 위해 소통하고 고민을 나누며, 경기도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민·관이 함께 노력해야하는 의제들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였는데요. 「경기도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조례」에 의거해 수립되는 ‘제3기 경기도 공익활동 기본계획’이 책상 위 보고서가 아닌, 활동가들의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대지가 되길 바라는 간절함이 담긴 자리였습니다.
    기본 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노력만 있어서는 안 되겠죠. 이날 행사에는 3기 기본 계획 수립 연구를 맡은 조철민 위원을 비롯하여 경기도 시민사회 활성화 위원회 위원들, 경기도청 소통협치관실 공무원과 안양, 광명, 평택 등 시군 공익활동지원센터 관계자와 활동가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이날의 행사는 유명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장의 개회사로 시작되었습니다.
     
     
     
    경기도시민사회활성화위원회 이정아 위원장, 경기도소통협치관 김정훈 인사말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명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장의 개회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 ⓒ에디터 직접 촬영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의 증진은 우리 사회의 공존과 지속 가능성을 견인하는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공익활동의 증진을 위해 늘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런 분들이 모인 자리여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자리를 마련하면서도 마음이 참 많이 쓰였답니다. 저는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때가 많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서 앞으로 3년 동안의 행보에 대해 논의하고 힘을 모아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어서 이 자리의 중요 안건이기도 한 경기도 공익활동 기본 계획 수립과 관련한 의견도 전달했습니다.
     
    “저는 한 과정이 계획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도 곳곳에서 살아 움직이고 그 살아 움직이는 것이 다시 우리들 삶의 변화로 연결되기 위한 긴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의견이 경기도의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명화 센터장님의 말처럼, 이날 자리는 지난 4년간 쉼 없이 달려온 경기도 공익활동의 성과를 자축하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 앞에 멈춰 서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생존을 고민하는 치열한 성찰의 장이었습니다. 나아가 이날의 성과를, 다음을 위한 도약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자리였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2025년 경기도 민관협력 네트워크 연찬회에 참석하게 된 취지와 활동 의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내빈들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를 방증하듯, 통상적인 관공서 행사와는 다른 내빈 소개가 눈에 띄었습니다. 본래라면, 인사말은 의례적으로 빠르게 지나갔을 테지만, 이날은 달랐습니다. 내빈들이 하나하나 돌아가면서 행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향후의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허정호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운영위원장 역시 이번 연찬회의 취지가 단순한 회의가 아닌, ‘같은 고민을 나누는 자리’임을 강조했습니다. 이 밖에도 자리에 참석한 이들의 참여 취지와 활동 의지를 들으면서 40여 명의 참석자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연대감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는 민관협력이란 문서상의 협약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눈 맞춤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2.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를 그리는 시간
     
    먼저, 기존 1기와 2기 계획을 점검하고 3기 계획안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경기도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기본계획 이행 진단 및 발전 방안 연구’라는 이름 아래 조철민 (사)시민 이사의 발표로 진행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위해서는 기존 정책을 돌아보고 이를 점검하는 시간이 필수겠죠!
     
     
    3기 계획안 수립 관련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조철민 (사) 시민 이사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1기의 지원 정책 계획은 초창기 지원 정책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연결’, ‘확산’, ‘역량강화’와 이를 추진하기 위한 기본적인 ‘기반’을 구축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2기는 2022년 조례 계정을 통해 ‘공익활동 촉진 및 지원’에서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으로 확장된 정책의 지평을 반영하기 위한 목표 아래 계획 수립이 진행되었습니다. 1기 기본계획 시기가 황무지에 센터를 세우고 조직을 만드는 '기반 조성'의 시기였다면, 2기는 그야말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꽃피운 '실험의 시대'였다고 정리해 볼 수 있겠네요.
     
     
    3기 계획안 수립과 관련한 논의를 위해 설명을 경청하고 있는 참가자들 / ⓒ에디터 직접 촬영
     
     
    3기는 1기와 2기의 계획을 발판 삼아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여러분 피자 좋아하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피자의 토핑이 피자의 장르를 정하므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피자의 기본은 도우에 있습니다. 저는 시민사회는 도우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라는 탄탄한 도우 위에 토핑이 들어가야 완성되는 것이죠. 문제는 아무도 이 도우를 가꾸는 것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유일하게 도우를 신경 쓰는 기본 계획이 바로 저는 이 기본 계획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기본 계획에 대해서 논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철민 이사는 참가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비유를 해가면서 기본 계획이 지닌 중요한 이유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우리가 궁극적인 목적에 집중하게 된 이유 역시 이런 ‘기본’과 ‘근본’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에 대비하기에는 정책 역량이 한정적이죠. 그래서 3기의 비전·전략 체계를 세 가지로 압축했습니다. 첫 번째는 ‘지속가능한 지원’입니다. 이는 기존에 진행되던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잘 유지하는 지원입니다. 정책이나 정권이 바뀌면 기존에 잘 운영되고 있던 지원 사업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업을 단순히 정책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폐기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일입니다. 실제로 제가 참여했던 공익활동 단체의 한 영역이 지원 사업 중단으로 사라졌던 경험도 있었답니다. 이미 해당 공익사업을 진행하면서 노하우가 쌓였는데,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사업의 내용을 확장하거나 수정하지 않고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낭비가 아닐 수 없죠. 3기 계획안에서는 이 점을 인지하고 더 나은 사업을 만들어 나가는 효율적인 방법을 지향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유기적인 연결과 협력’입니다. 공익사업은 절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죠. 그런데 공익사업을 막상 시작하면 공익활동지원센터에 부담이 가중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민-관이 서로 협력하고 비영리 단체와 기업체, 도민이 각자의 영역을 맡아 함께 할 수 있는 방식을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공익활동 영향력 확산’입니다. 세 번째 과제는 앞선 두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조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시민사회는 무척이나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눈에 잘 보이지 않죠. 완성이라는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 지닌 가치보다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세 번째 과제는 그 영향력을 높여보자는 의도에서 설정된 것이랍니다.
     
     
     
    비전 전략 체계에 관한 설명을 듣고 열정적으로 질의하는 참가자들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에디터 직접 촬영
     
     
    저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조철민 이사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각자가 느꼈던 공익활동 현장은 어땠는지, 3기 계획안 수립에는 어떤 내용들이 더 들어가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3기 계획안의 핵심 과제를 비롯한 설명을 경청하였습니다. 이후, 참가자들은 설명을 들은 것에 대해 깊이 있는 질의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세심하고 현실적인 질문에 듣고 있는 저도 생각과 고민의 깊이가 심화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3. 오늘의 노력이 계획을 어느새 현실로 만든다.
     
     
    점심 식사 시간에도 모여서 공익활동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현장 / ⓒ에디터 직접 촬영
     
     
    도시락은 일반식과 비건식으로 준비되었습니다. 참가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도시락에서도 느껴져,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의 나아가는 방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맛있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은 이후, 2부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2부 행사에서는 지역별 시민사회 활성화 관련 현황과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시민사회 활성화 관련 현황과 사례를 공유하고 있는 모습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활동지원센터가 경기도 각 지역에 나뉘어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현황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지 않는 이상 서로의 어려움을 알게 되기 쉽지 않습니다. 참가자들은 정책적 측면과 현실적 측면에서의 현황과 사업 사례를 공유한 내용을 듣고 서로 머리를 맞대어 개선안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후에는 자유 토론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날 하루 동안 들었던 여러 현황과 사례, 정보, 계획 등과 관련하여 시민사회 활성화에 도움 될만한 협력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시간이었기에 참석자들의 열의도 뜨거웠습니다.
     
     
    자유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우리 경기도가 31개 시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직 개수 자체는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권역별로 센터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떤 방향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할까요?”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다각적 측면의 논의를 이어가는 모습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부족한 인프라나 시설,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부족한 예산과 효율적인 자원 활용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고,
     
     
     
    공익활동을 위한 현실적인 문제에 관한 논의를 이어 나갔던 참가자들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에디터 직접촬영
     
     
    “아까도 청년 신규 활동가 육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청년들이 무엇을 바라고 여기에 와서 공익활동을 할 수 있는 걸까요?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사회라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는데, 이제 전처럼 인건비 없이 공익이라는 이름에만 기대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간은 이런 문제를 잘 논의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드러내 놓고 이야기해 보아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와 공익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아주 현실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를 토의의 장으로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협치형 중간조직에 관한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혹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지는 않을까요? 이에 대한 안전장치는 고민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제언에 더해서 현황 공유 순서에 나왔던 사업 계획에 대한 날카로운 질의도 있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도 허투루 듣지 않고 실질적인 조언과 질의를 하기 위해 애쓰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바로 시민사회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의 시작은 문제를 정확하게 아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지 못하고 현재 상태를 알지 못한다면 결코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을 할 수 없죠. 오늘의 자리는 우리의 현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었습니다.
     
     
    단체사진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시민사회 활성화도, 공익활동의 증진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늘 어려움이 따르죠. 하지만 눈에 보이는 화려한 것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의 희망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떠나는 이들의 곁에는 언제나 동료들이 있습니다.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이들이 있기에 더욱 힘이 되었던 오늘 이 자리가 공익활동과 시민사회의 발전을 위한 마중물이 되길 바랍니다.
     

     
    [현장스케치] 오늘의 협력은 미래가 된다_경기도 민관협력 네트워크 연찬회
    옐로 구피

    조회수 116

    20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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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타래, 그리고 이야기의 시작.
     
    ‘실타래처럼 얽혔다’라는 말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사용됩니다. 하지만 홀로 떨어져 있는 실이 홀로 있지 않고 하나로 뭉쳐 있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실타래가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실 한 올, 한 올은 손끝을 지나며 방향을 틀고 때로는 얽히면서 다시 이어지죠. 이 실은 한 줄의 기록일 수도, 사람일 수도, 오래된 사건일 수도, 오래된 사건 혹은 잊힌 기억일 수도 있습니다. 2025 시민기록 컨퍼런스의 현장은 그런 실들에 주목하고 이들이 얽혀 만든 실타래에 주목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2025 시민기록 컨퍼런스가 진행된 경기상상캠퍼스 전경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에디터 직접 촬영
     
     
    2025년 11월 8일 토요일 경기상상캠퍼스 멀티벙커로 시민기록자들이 속속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올해 시민기록 컨퍼런스의 부제는 ‘깁다, 엮다, 잣다, 잇다’였습니다. 기록 속에 담긴 마음을 꿰매고, 함께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엮고, 진동하는 사유를 잣고, 각자의 결을 맞대어서 잇는 이 모든 과정의 끝에 있는 기록에 관해 다 함께 사유하고 대화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날의 컨퍼런스는 실타래를 풀고 다시 묶는 여정이었는데요. 그 매듭을 꿰는 바늘이자 매개는 바로 ‘공익(公益)’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익이란 단어는, 사전 속에서는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만 남고 말죠. 그리고 그 정의만으로는 흩어진 것을 잇고, 찢어진 것을 기워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는 그 정의의 바깥에서, 몸으로 공익을 잇는 사람들, ‘시민기록자(에디터)’들이 모였습니다!
     
    우리 에디터들은 세월호의 노래를 기록하고, 만세길의 발걸음을 담으며, 영케어러의 하루를 글로 남기고, 이주민의 언어를 번역하며, 기후 정의 행진과 시민 햇빛 발전소, 전세사기 대응까지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하였습니다. 에디터들이 포착한 현실은 때로는 처절했고 어떤 때는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이번에는 특히 1기부터 5기까지의 에디터들이 남겨온 기록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그간 에디터들이 모아온 세상의 목소리를 엮고 이어서, 세상과 유리되지 않은 숨 쉬는 기록을 만들기 위하여, 오늘의 자리가 마련된 것이랍니다.
     
     
    마음을 깁다 - 전시 체험 부스
     
    경기상상캠퍼스는 완연한 가을이었습니다. 더운 여름에 고통받으며 가을을 그리워하던 때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가을 풍경이 펼쳐져 있었는데요. 상상캠퍼스의 잔디밭과 건물 사이에 참가자들이 시민기록자들의 활동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와 참여형 부스가 운영되었습니다. 먼저 기록자들의 실제 필체를 따라 원고 속 문장을 직접 써볼 수 있는 ‘필사 체험’과 타자기로 엽서를 직접 완성할 수 있는 ‘타자기 엽서 체험’ 부스가 운영되었습니다. 타자기는 최근에는 만나보기 힘든 물건이다 보니 ‘타닥타닥’ 타자기 소리를 직접 들어보면서 가을의 낭만과 함께 신기한 기분을 느껴보려는 참가자들이 많았습니다.
     
     
     
    타자기 엽서 체험을 해보고 있는 참가자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오)
     
     
    귀로 듣는 기록물 전시 체험 중인 참가자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오)
     
     
    한쪽에서는 헤드셋을 착용하고 자리에 앉아 기사를 귀로 감상하고 있는 참가자들이 보였습니다. 원고를 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에디터들의 음성으로 느껴볼 수 있는 기록 전시 방식이었습니다. ‘심지’ 에디터를 비롯한 3인의 에디터가 자신의 기록물을 직접 녹음하여 귀로 들을 수 있는 전시를 마련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신기한 체험은 ‘챗봇과 대화하면서 글쓰기’였는데요. 최근에는 AI가 아주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죠. 그래서 AI와 나누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나만의 기록집이 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준비되었습니다. AI가 어떻게 기록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아주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실뜨기 놀이 체험 부스 현장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다음으로는 추억의 ‘실뜨기 놀이’ 부스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추억을 되새겨보는 참가자들도, 어른들에게 실뜨기 놀이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도 즐겁게 부스 체험을 이어 나갔습니다.
     
     
     
    ‘단어 교환소(우드 버닝)’ 체험 현장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단어 교환소(우드 버닝)’ 부스에서는 나무 조각 위에 불로 그림을 새기며 ‘기록의 흔적’을 남기는 체험이 진행되었습니다. 뜨거운 인두펜의 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나무에서 나는 향은 마치 한 해의 기억을 조심스레 새기는 의식 같았답니다. 그리고 이 부스의 이름이 단어 교환소인 이유! 그건 바로 내가 새긴 글귀를 내가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앞선 사람이 새긴 글귀를 내가 가져가고 나의 기록은 뒷사람을 위해 남겨두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기록을 내가 이어받아 보관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오늘의 주제이기도 한 ‘잇다’를 직접 체험하는 것만 같았답니다.
     
     
     
    닉네임 상상도 부스 체험 현장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마지막 부스는 ‘닉네임 상상도(아날로그 감성 그림 그리기)’였습니다. 에디터들의 개성 있는 닉네임을 부스 참가자들이 그림으로 그리는 활동이었습니다. 하나의 단어도 누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결과물을 낸다는 사실이 정말로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부스 체험을 즐긴 참가자들은 본격적으로 1부 행사에 참여하였습니다. 이 시간은 원고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함께 토크쇼를 진행하는 시간이었답니다.
     
     
    생각을 잣다 - 1부: 원고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공연이 있는 토크쇼!
     
     
     
    개회사를 하고 있는 유명화 센터장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유명화 센터장님의 개회사가 본격적인 행사의 출발을 알렸습니다.
     
    “저희가 여기서 행사를 하자고 결정하면서 에디터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기획하고 꾸밀지가 참 기대됐습니다. 그런데 어제 미리 와서 보니, 저희가 5기까지 진행되어 오는 과정, 노력, 역량의 성장이 다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타래라는 말을 들으면 각자 실타래라는 말에서 느끼는 느낌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우리가 실타래를 깁고 엮고, 잣고 잇기도 하니까요. 이 네 가지 표현들이 그동안 우리 에디터들이 해온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은 글을 쓴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부분이에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활동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이 매우 멋진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익활동지원센터가 공익 활동의 다양한 부분들을 기록으로 남기면 그 기록은 현장을 남기는 의미뿐만 아니라, 공익활동 활성화의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 행사는 5기 에디터들이 8월부터 기획을 시작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낸 것이 여기에 이렇게 구현이 잘 되어 기쁩니다. 이런 공간에서 우리가 그동안 어떻게 성장했는지 또 앞으로는 어떻게 성장할지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 주시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푸른 잎이었던 에디터들이 이제 단풍나무의 빛깔처럼 각자만의 색깔로 피어나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많은 얘기들을 나누고 또 하나의 역사와 기록을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의 공연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연영상 보기 @지구인수어합창단
     
     
    센터장님의 개회사 뒤에는 이번 컨퍼런스를 더욱 뭉클하게 만든 특별한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바로 지구인 수어 합창단의 공연이었는데요. 이들은 수어로 노래하는 팀으로, 언어의 경계를 넘어 마음으로 소통하는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이 무대의 주인공들은 5기 에디터 윤 작가님의 글, '손으로 노래하는 지구인들' 속 주인공들이기도 했습니다. 이 공연은 노래의 새로운 정의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몸과 눈으로 부르는 노래를 감상하니 이날의 자리가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공연을 마친 후, 본격적인 토크쇼가 시작되었습니다. 토크쇼의 주인공이 될 기록 속 주인공들은 5기 에디터 두 분(윤 작가님, 꿀벌님)과 그 기록 속의 주인공 두 분(전연 단장님, 얼쑤 활동가님)이었습니다.
     
     
     
     
    1부 토크쇼 진행 현장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지구인 수어 합창단의 단장인 전연 님은 중국에서 오셔서 안산에서 다문화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에디터 ‘윤작가’와의 인연을 통해 글의 주인공이 된 전연 단장님은 한국에 처음 오셨을 때의 어려움과 수어를 배우게 된 계기를 솔직하게 들려주셨답니다.
     
    “한국어도 못하는 외국인들이 왜 한국 수어를 배우는지 많이 질문해 주십니다. 처음에 제가 한국에 왔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어요. 문화도, 언어도 달라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몰랐어요. 그때 안산시 외국인 지원본부에 한국어를 배우러 다녔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는 없었어요. 그때 우연히 안산 작은 다문화 도서관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 도서관에 중국어책이 있더라고요. 그 책장을 보았을 때, 처음으로 이 땅에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도서관의 여러 프로그램에 참석하게 되었고 수어 수업을 들은 것은 아주 우연이었어요. 그런데 그 수어는 제 인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전연 단장님이 겪었던 이국땅에서의 어려움과 외로움은 새로운 따뜻함을 찾아 나서는 원동력이 되었고 결국 수어가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기회가 되어 주었다고 하는데요.
     
    “저는 수어를 배우기 전에 청각 장애인분들이 저와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수업을 하면서 서로가 다르지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이주 여성들은 한국말이 서툴러서 마음에 있는 말을 다 전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는데, 이런 것이 청각 장애인분들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말하지 않아도 눈빛과 손짓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수어를 통해 배웠습니다. 같은 언어를 통해야만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더라고요. 언어를 진심으로 느낀 그 마음의 울림이야말로 진짜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장님이 생각하는 소통에 대해 들으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소통과 협력이 아니라 표면적인 관계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기록이 기록 대상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대상과의 진정한 소통이 필수적인데요. 진정한 소통의 본질이 비단 말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단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토크쇼의 다른 주인공인 얼쑤 활동가님은 안산 YWCA, 환경운동연합 등에서 44년째 활동하고 계시는 '찐찐 안산 시민'이십니다. 꿀벌 에디터님은 4.16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활동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얼쑤 활동가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워낙 광폭으로 활동하는 시민 활동가라서 어디 가나 계신 분"이라고 소개하셨습니다. 토크쇼를 통해서 얼쑤님의 헌신적인 공익 활동 방식에 관해서도 설명해 주셨습니다. 자그마치 26개의 단체를 후원하면서도 나중에 자신의 수입이 줄어들 것에 대비하여 8개 단체에 평생 회비를 납부했다는 얼쑤 활동가의 행보는 최선을 다해 공익을 위해 헌신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해 보게 만들었습니다.
     
    함께 토크쇼에 참여한 꿀벌 에디터님의 이야기 중에서는 글쓰기를 ‘침묵에 길들여진 여성’으로서 자신을 깨는 하나의 방식임을 역설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기 해소 과정으로서의 글쓰기에 관해 들으면서 많은 참가자가 기록과 기록자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금 곱씹게 되었답니다.
     
     
    서사를 엮다 - 2부: 실타래를 만들며 소감을 공유하기
     
    2부에서는 '지금, 우리 이야기'라는 주제로 모든 참석자가 함께하는 '실타래 엮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사회자가 던진 실타래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에게 실타래를 굴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물리적인 실타래가 얽히면서 참가자들의 이야기와 마음도 함께 연결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행사의 주요 키워드인 ‘실타래’를 통해 행사의 의미를 살려낸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실타래를 옮겨 가면서 참가자들에게 기록에 관한 생각을 들어보고 있는 의미 있는 현장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실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기록에 대한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쌓여갔습니다. 유명화 센터장님은 이 자리에서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나누셨습니다. 과거 권위적이고 평가 중심으로 여겨졌던 '기록'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이 많았지만, 에디터들의 활동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셨습니다. 센터장님은 이러한 '말랑말랑한' 기록의 힘이 공익 활동의 영역을 더 넓힐 수 있음을 강조하며, 자신도 다시금 기록 활동에 열정을 쏟아보겠다는 다짐을 전하셨습니다. 전시 기획에 참여하신 한 분은 에디터들의 글을 접한 소감을 나누며 깊은 통찰을 주셨습니다. 그는 에디터들을 '삶으로서의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며, 이들의 '진실 말하기'가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어떤 때는 물러나거나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아도 그것들이 어느 지점에는 나선형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시민 기록 활동이 당장 눈에 띄지 않더라도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나선형의 진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인식하고 있다면 잠깐의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힘이 될 수 있겠죠.
     
    또한, 기록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이야기들도 이어졌습니다. 한 에디터는 구술 기록 작업을 하며 제대로 된 기록이 부재한 상황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례를 본 경험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활자 권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기록이라는 게 글을 쓸 수 있고 글로 남길 수 있는 사람들의 권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옛날 기지촌 할머니나 이런 분들을 보면 자기 얘기를 남길 수가 없었죠. 국가가 남긴 기록은 그분들의 역사를 대신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그런데 이런 기록들이 체계적으로 관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동두천에는 쌓아 두었던 공공 기록물이 홍수로 인해 소실되어 1950년대 자료는 없고 이런 일도 있었어요. 이런 일들을 보면서 누구의 기록을 어떻게 남길까, 또 이런 기록을 어떻게 잘 보존할까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기록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 때, 이것이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힘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잊곤 하는데 이 말을 들으면서 우리가 지금 맡고 있는 기록이 먼 미래에는 참 절실한 자료가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기록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이기도 하고 기록자인 내가 사라져도 세상에서 오래 살아남을 테니까요.
     
     
    사람을 잇다.
     
    이번 제5회 시민 기록 컨퍼런스 ‘실타래’는 단순한 기록의 공유를 넘어, 우리 시대의 진정한 공익 활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선사한 자리였습니다. 물리적인 실타래가 얽히고설키며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냈듯, 각자의 자리에서 써 내려간 시민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서로를 만나고 엮이며 거대한 ‘연대의 실타래’를 완성했습니다. 이는 컨퍼런스의 이름처럼 각자의 이야기가 “결국은 하나의 큰 흐름이 된다는 뜻”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실타래'라는 이름처럼, 우리의 삶은 단순히 각자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감싸안고 엮어지는 하나의 공동 운명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에디터와 그 삶의 주인공이 만나 서로의 존재를 빛나게 했듯이, 기록은 우리가 세상 속에서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의 사소한 발걸음이 이웃의 삶과 사회 변화의 큰 그림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민 기록이 가진 근원적인 힘입니다.
     
    이제 컨퍼런스는 막을 내렸지만, 우리 안의 기록자 정신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입니다. 기록은 우리가 더 이상 타인의 역사를 읽는 방관자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진실한 삶을 기록하여 타인에게 마음의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존재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는 다짐입니다. 필사에서 AI에 이르는 기록의 진화처럼, 우리의 소통 방식 역시 단순한 정보의 전달을 넘어선 깊은 공감의 영역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오늘도 단단한 발걸음을 내딛겠지요.
     
    경기도 공익활동 지원센터가 시작하고 이어가고 있는 기록의 역사는 이 자리에 함께 한 모든 이들에게 큰 뿌듯함과 희망을 주었습니다. 각자가 잡고 있는 기록의 끈을 놓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계속 엮어 나간다면, 우리는 분명 더 따뜻하고 의미 있는 공동체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겠죠? 손으로 노래하고, 삶으로서의 작업을 이어가는 모든 기록자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끝없이 이어질 다음 페이지를 기대합니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적으로 남기는 퍼포먼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현장스케치] 오늘의 인연으로 오늘과 내일을 잇다 – 2025 시민기록 컨퍼런스
    옐로 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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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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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미리캔버스 @midaspil
     
     
    
    ● 무연고자의 정의 및 현황
     
    무연고자는 일반적으로 연고자가 존재하지 않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거나,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를 모두 포함하여 정의합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무연고 시신의 범위를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의 지침에서는 여기에 “연고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를 추가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법과 행정 지침은 현실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사망자의 상황을 반영하고자 범위를 확대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무연고자’라는 단어에 고립되고 외로운 삶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무연고 사망자’라는 표현은 개인의 삶을 단순히 ‘연결된 사람이 없는 사람’으로 오해하게 만들고, 고인의 복잡하고 다면적인 삶의 맥락을 지워버립니다. 그러나 실제로 무연고 사망자의 다수는 고립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적 인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유로 장례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무연고 사망자의 약 70% 이상은 ‘연고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경우’로 분류됩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고립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 가족 간 단절, 법적 책임 회피 등의 현실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을 보여줍니다. 2020년 기준으로 시신 인수를 거부한 연고자는 약 2,200명 수준이었지만, 2023년에는 약 4,000명 이상으로 급증하였으며, 그 비율 또한 7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통계는 단지 숫자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에서 고령화와 빈곤, 가족 해체가 죽음의 양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무연고 사망자의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는 1,025명이었던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23년 기준으로 5,415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불과 10년 만에 약 5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며, 그 배경에는 고령화 사회의 가속화, 급속한 1인 가구 증가, 전통적인 가족 구조의 해체, 사회적 고립 등의 다양한 요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층이 약 41.5%, 60대가 약 31.5%를 차지하고 있으며, 50대 이하의 중장년층도 상당수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성별로는 남성이 약 74%로 여성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이러한 통계는 특히 노년기에 이르러 사회적 관계가 끊기고, 경제적 기반이 없는 이들이 쉽게 무연고자로 전락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무연고 사망자 수는 지역별로도 편차가 존재합니다. 경기도는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인구 규모,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무연고 사망자가 많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8년 경기도의 무연고 사망자 수는 466명, 2019년에는 615명, 2020년에는 681명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처럼 무연고 사망자는 단순히 고립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의 결과이며, 이제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의 마지막 장면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무연고자의 증가는 단지 장례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복지체계와 공동체의 책임, 그리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문제입니다.
     
     
    ● 무연고자의 주요 특징
     
    무연고자의 특징은 단순히 ‘연고자가 없는 사람’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들은 연령적, 경제적, 사회적, 제도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무연고’라는 분류에 이르게 된 사람들입니다. 특히 이들의 삶의 배경과 죽음의 과정을 살펴보면,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첫 번째로, 무연고자의 연령 분포는 명확히 고령층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무연고 사망자 중 60세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특히 70세 이상 고령자는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0대와 70대가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80대 이상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고령자들은 은퇴 후 정기적인 소득원이 끊기고, 배우자의 사망이나 자녀와의 관계 단절 등으로 인해 돌봄의 범위가 급격히 좁아지게 됩니다. 특히 1인 가구로 노후를 보내는 이들은 육체적·정서적 고립 상태에 놓이기 쉬워 무연고자로 분류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경제적 빈곤은 무연고자가 되는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입니다. 무연고 사망자의 가족이나 연고자가 존재하더라도, 장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합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무연고 사망자의 약 74%는 가족이 있음에도 경제적 사정 등으로 장례를 포기한 사례였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에 발표한 장례비용 관련 자료에 따르면 평균 장례비는 1,380만 원에 달하며, 이는 중산층 이하 가정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의금 등으로 일부 충당이 가능하더라도, 초기 비용과 급작스러운 사망의 경우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은 장례 참여를 포기하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세 번째로, 사회적 고립 역시 무연고자 발생의 중대한 배경입니다. 특히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된 이후 공동체 기반이 무너지고, 이웃과의 교류가 줄어든 것이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1인 가구로 살아가는 노인들 중에는 가족은 물론 이웃과도 단절된 채 지내는 경우가 많으며, 병원이나 요양 시설, 고시원, 쪽방 등에서 홀로 숨을 거두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평소부터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었고, 사망 이후에도 아무도 그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고립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공동체 전체의 돌봄 시스템이 약화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네 번째로는 법적·제도적 한계가 있습니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나 관련 지침에서는 연고자의 범위를 부모, 자녀, 배우자, 형제자매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하며, 사실혼 배우자, 오랜 친구, 며느리나 사위 등 실질적 관계가 법적 관계를 대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법적으로 연고자가 아니기 때문에 시신 인수나 장례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10년 이상 함께 살아온 사실혼 배우자가 있어도, 그 관계를 증명할 법적 문서가 없다면 장례 절차에 참여조차 하지 못하고, 행정적으로는 ‘무연고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러한 제도적 제한은 단지 형식적인 문제가 아니라, 고인의 삶과 관계를 부정하고, 남겨진 사람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기는 원인이 됩니다. 결국 무연고자로 분류되는 많은 사례들은 진정한 ‘무연고’가 아닌, 법과 제도의 한계, 사회적 구조의 문제, 경제적 불평등이 만들어낸 행정상의 ‘무연고’일 뿐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무연고자 문제를 단순한 장례 문제로 국한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이는 고령화, 빈곤, 가족 해체, 사회적 단절이라는 사회 구조 전반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으며,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공동체적 인식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경기도의 공영장례 정책
     
    경기도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 절차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이들의 죽음이 외롭고 소외된 방식으로 마무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주요 목적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통해 사망자의 존엄을 지키고, 위생상 위해 요소를 방지하며,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지원 대상은 경기도 내에서 사망한 무연고자로 한정되며,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거나,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자’가 모두 포함됩니다. 이는 단순히 혈연이 없다는 개념을 넘어, 현실적으로 관계가 단절되었거나, 경제적·법적 사유로 인해 가족이 시신을 인수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포괄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 절차에 필요한 비용을 시·군 보조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1인당 최대 160만 원까지 장례비를 지원합니다.
     
    이 비용에는 장례식장 사용료, 염습, 수의, 입관, 운구, 화장 또는 매장, 위패 설치, 추모의식 등의 기본적인 장례 절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일부 시군에서는 여건이 허락되는 경우, 조문객을 위한 간소한 빈소를 마련하거나, 지역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시민참여형 공영장례를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공영장례의 신청은 온라인 또는 관계 기관의 협조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일반적으로 병원, 요양기관, 경찰서, 사회복지기관, 장례업체 등에서 무연고 사망자를 확인한 후 관할 지자체에 장례 지원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후 지자체가 대상 여부를 판단하고, 협약을 맺은 장례업체를 통해 장례가 집행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실질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유족의 배제’입니다.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되면,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순간부터 모든 장례 절차의 주체가 장례업체와 지자체로 넘어가게 되며, 유족은 더 이상 장례에 개입할 수 없게 됩니다. 시신 처리 위임서를 제출한 유족에게 장례 일정이나 진행 상황이 통보되지 않아, 고인의 마지막을 지켜볼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인간적인 상실감과 죄책감을 더욱 깊게 만들며,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경기도만의 상황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서는 ‘나눔과 나눔’이라는 시민단체와 협력하여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에 일반 시민들이 조문할 수 있도록 빈소를 개방하고 있으며, 고인을 기억하는 기록도 함께 남기고 있습니다. 부산의 경우도 ‘반빈곤센터’와 같은 단체가 공영장례에 참여하고, 사별자를 위한 애도 공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단순히 행정 절차로서의 장례를 넘어,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동체적 장례문화’로 발전하고 있는 사례입니다. 반면 경기도는 제도적 토대는 마련되어 있지만, 서울이나 부산처럼 전용 빈소를 운영하거나 시민 참여를 장려하는 구조는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공영장례의 신청과 집행이 대부분 장례업체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장례의 공공성과 인간적 의미가 희석될 위험도 있습니다. 일부 장례업체는 공영장례를 ‘사진만 찍고 곧바로 처리하는 형식적 절차’로 운영하며, 고인을 추모할 최소한의 공간과 시간을 마련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경기도는 앞으로 공영장례 제도의 실질적 의미를 살리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유족에게 장례 일정을 안내하고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 시민들이 조문할 수 있는 공간 마련, 장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그리고 공영장례 운영 전담 조직의 설치 등이 필요합니다. 장례는 단순한 시신 처리 과정이 아니라, 고인을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는 중요한 의식이라는 점에서, 행정 효율보다 인간 존엄에 무게를 두는 접근이 절실합니다.
     
     
    ● 공영장례의 사회적 의미와 향후 과제
     
    공영장례는 단순히 고인의 장례 절차를 국가나 지자체가 대신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사회가 마지막까지 한 개인의 삶과 죽음을 책임지고, 그의 존재를 잊지 않겠다는 공동체의 의지를 보여주는 실천입니다. 무연고 사망자에게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애도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공영장례는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공영장례의 의미가 온전히 실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첫째, 공영장례의 대상자, 절차, 일정 등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어야 하며, 유족이나 지인, 시민이 장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 체계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시신 처리 위임서를 작성한 유족조차 장례 일정을 알지 못하는 일이 많아, 애도할 기회조차 잃고 있습니다. 둘째, 장례업체 중심의 획일적인 집행 구조를 개선하고, 유족이나 시민사회가 장례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편해야 합니다. 무연고 사망자라고 해도 고인을 애도할 사람이 존재하며, 이들의 참여를 막는 현 체계는 장례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셋째, 부고 알림 시스템 구축도 시급합니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조문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장례 일정, 장소, 고인의 기본 정보 등이 공개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별빛버스’나 온라인 추모 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나, 전국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영장례는 고인을 기억하는 사회적 의식의 장이며, 살아 있는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죽음의 형태를 미리 고민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경기도는 단순히 비용을 지원하는 행정 차원을 넘어, 공영장례를 통해 ‘삶의 마지막을 존중하는 지역사회’라는 가치를 실현해야 합니다. 무연고 사망자라는 단어가 더 이상 외로움의 상징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마지막까지 함께한 존재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전환이야말로 공영장례의 궁극적인 사회적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누가 이들을 ‘무연고자’라 부르는가… 죽음마저 외롭게 만드는 사회
    주야

    조회수 1568

    202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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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부부, 전 세계를 휩쓸다.
     
    최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인형, ‘라부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라부부는 못생긴 듯 귀엽고 매력적인 얼굴, 큰 눈과 주근깨, 가장 포인트인 뾰족한 이빨, 그리고 발톱으로 전 세계 MZ 세대를 사로잡은 캐릭터이다. 랜덤 뽑기 콘텐츠, 가방에 거는 키링, 피규어, 인형 뽑기 등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의 팝마트(POP MART)에서 판매하는 이 캐릭터의 인형 키링은 품절 대란이 일어나 리셀 시장1)에서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 한정판으로 출시되는 상품은 금세 품절되고,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민트색 라부부 인형 (131cm 크기)은 경매가 108만 위안 (약 2억 원)에 낙찰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라부부 열풍은 가수 블랙핑크 리사, 로제, 팝스타 리한나 같은 유명 연예인들이 가방에 매달고 나오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현재, 라부부에 이어서 팝마트(POP MART)의 다른 캐릭터인 ‘크라이베이비’, ‘스컬판다’ 등의 인형도 인기를 얻으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팝마트의 ‘랜덤 마케팅’과 ‘리셀 시장’, 그리고 젊은 세대의 ‘감성 소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소비’가 결합하여 이와 같은 시너지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이러한 소비 경향들은 단순히 팝마트의 인형들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MZ 세대의 감성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문화는 시장과 사회에 여러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나를 위한 소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소비’가 더욱 주목받고, 이러한 소비 성향을 충족시켜 주는 ‘굿즈’가 오늘날 트렌드의 중심축을 이루게 된 것이다. 라부부 열풍이라는 단편적인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으며, 우리가 추구하는 소비 전반을 돌아보게끔 만든다. 과연 우리는 왜 라부부와 같은 것들에 열광하는 걸까? 그러한 소비가 우리에게 진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왼쪽에서 순서대로 라부부 인형, 크라이베이비 인형 / 사진 출처 : POP MART 공식 인스타그램
     
     
    ‘작은 사치’와 ‘소확행’ 소비의 심리
     
    라부부의 인기를 단순히 하나의 ‘유행’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열풍 속엔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이 담겨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한정판 라부부나 랜덤 박스 속 ‘시크릿’ 라부부처럼 구하기 어려운 종류의 상품들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들은 리셀 가격이 붙고 비싼 편에 속하지만 2030세대가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가격에 해당한다. 즉, 누구나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해당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잠시나마 기분을 전환하고 정서적으로 ‘자기 돌봄’을 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요즘 젊은 소비층이 작은 사치와 소확행 소비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발성의 큰 지출이나 장기적인 지출은 부담스럽지만, 유행하는 작은 아이템을 구매하는 ‘작은 사치’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확실한 만족감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라부부 인형의 마케팅 전략 중 하나였던 ‘랜덤 박스’에 주목해 볼 수 있다. 라부부 인형 외에도 다양한 ‘랜덤’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는 요즘이다. 특히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 우연의 즐거움을 소비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경향이 크다. 더 나아가 이러한 마케팅 속에는 극히 소량만 제작되어 그 가치가 높아지는 ‘시크릿 에디션’이 숨어있다. 이러한 전략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우연한 즐거움’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여 이른바 ‘도파민’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확실하지 않은, 예측할 수 없는 보상에서 오는 도파민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흥미를 고조시키고, 구매를 더욱 유발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더 나아가 소비자들은 이러한 시크릿 에디션을 리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자극을 받아, 구매를 통해 ‘작은 도박’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반복되는 일상에서 부족했던 감각과 즐거움을 채워주는 심리적 탈출구로써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도파민’의 존재는 상당히 강력하게 작용하기에, 구매를 더욱 촉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소비 심리들을 기반으로 라부부 열풍이 나타날 수 있었으며, 이를 시작으로 또 새로운 소비 경향이 두드러질 수 있었다. 라부부 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세대적 심리 현상’인 것이다. 작은 사치와 소확행, 도파민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소비는 개인적인 만족뿐 아니라 사회적 소속감까지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단순히 나만의 경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유하는 경험으로 작용하여 사회적 관계성까지 형성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의 소비가 개인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과연 이러한 소비가 우리에게 진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라부부, 진짜 행복을 주는가.
     
    라부부와 같은 작은 사치 소비, 소확행 소비, 도파민 지향적 소비는 분명 우리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연예인과 똑같은 인형”, “요즘 유행하는 인형”, “구하기 어려운 인형”을 가짐으로써 자부심과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얻는 행복이 정말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인 것일까?
     
    위에서 언급했던 오늘날의 소비는 대부분 순간에 그친다. 유행에 따라갔다는 사실에서 얻는 즐거움, 시크릿 에디션을 손에 넣었을 때 얻는 짜릿함. 이러한 것들은 대개 휘발성을 지닌다.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쾌감을 주지만, 유행이 지나가거나 혹은 유행이 지나기도 전에 금세 사라지고 더 강렬한 자극, 더 새로운 자극을 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순간의 소소한 행복을 얻기 위한 소비는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말뿐인 ‘소소한’ 행복을 지나치게 왜곡된 방식으로 추구하게 된다면 행복을 얻기 위해 시작한 소비가 끝없이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만들어낼 것이다. 진정으로 본인의 행복을 위한 소비라는 판단하에 구매를 결정했다면, 그것이 설령 유행에 따르는 소비일지라도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진정한 행복보다는 더 큰 즐거움,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등에서 야기된 소비는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다. 행복을 소유와 같게 만드는 소비는 분명 장기적인 만족을 주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결핍과 갈증을 장기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이러한 소비는 때론 행복을 비교와 경쟁으로 전락시키기도 한다. 분명 나의 행복을 위해 행했던 소비가 어느새 타인과의 비교를 통한 우월감에 초점이 맞춰져 버리기도 한다. 남들은 가지지 못한 것을 나는 가졌다는 사실에서 오는 쾌감은 진정한 행복이 아닌, 행복하다는 착각에 가깝다. 이처럼 라부부 열풍이 현 사회에 보여주는 메시지는 ‘소비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불안과 스트레스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스스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고자 하는 마음에서 행한 소비가 끊임없이 새로운 소비와 소유를 요구하는 ‘공허함’을 낳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하기 전, 본인의 소비 목적에 대해 깊은 성찰과 생각이 필요하다. 내가 진짜 행복해지기 위한 소비인지, 행복이라는 이름의 공허함을 주는 소비인지 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해 보는 것이다. 작은 소비에서도 스스로 만족과 행복을 찾되, 그것이 진짜 나를 돌보는 길인지 늘 한 번 더 점검한다면 라부부 같은 유행도 단순한 유행을 넘어 우리 삶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건강한 요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사진 출처 : Chat gpt 이미지 생성
     
     
     
     

     
     
     
     
    라부부, 네가 대체 뭔데?!
    코코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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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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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복 80주년 특별전] 여성독립운동가 12인 목소리 전시회 포스터 /출처: 이회영 기념관 
     
     
    
    ● 광복 80주년의 의미
     
    2025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이 일제 식민 지배로부터 벗어난 지 정확히 8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광복절은 단순한 국가 기념일을 넘어, 억압과 폭력 속에서도 자유와 독립을 갈망한 민중의 피와 눈물의 역사를 되새기는 날입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패망과 함께 찾아온 해방은 한국인들에게 단순한 정치적 독립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되찾는 순간이었습니다. 특히 올해 80주년은 더욱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은 전쟁, 분단, 산업화, 민주화라는 험난한 길을 걸어왔지만, 여전히 역사 왜곡과 분단의 상처는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렇기에 80주년은 과거를 단순히 기념하는 차원을 넘어, 앞으로 우리가 어떤 나라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주 간과되었던 주제가 바로 여성 독립운동가입니다. 남성 중심의 역사 서술 속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종종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러나 여성들은 총을 들고 싸우거나, 첩보 활동에 나서거나, 해외에서 외교 활동을 이어가는 등 결코 작은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더 나아가 가정과 사회의 억압적 관습을 깨고 독립운동에 헌신한 여성들의 행보는 오늘날 성평등과 인권의 시각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우리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다시금 조명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들은 역사의 공백 속에 묻힌 존재가 아니라, 독립의 완성을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 여성 독립운동가의 역사적 역할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직접적 무장 투쟁에 참여한 여성들입니다. 대표적으로 남자현 지사는 만주와 중국에서 항일 무장투쟁에 참여하며 일본 군인 암살과 폭탄 투척 계획을 주도했습니다. 그녀는 "내 몸이 썩어 없어져도 조선 독립의 밑거름이 된다면 영광"이라며 생을 바쳤습니다. 둘째, 문화·교육 활동을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한 여성들입니다. 김마리아, 박인덕 등은 여성 교육 운동을 통해 식민지 상황 속에서도 민족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를 키우려 했습니다. 이들의 활동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여성에게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부여하는 혁명적 의미를 가졌습니다. 셋째, 국제 무대에서 외교적 활동을 벌인 여성들입니다. 유관순 열사가 3·1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남았다면, 그 외에도 독립운동을 국제사회에 알린 여성들이 존재했습니다. 김알렉산드라(고려인 독립운동가)는 러시아 혁명과 연계해 활동했고, 정정화 지사는 임시정부의 자금을 전달하며 항일 외교의 실질적 지원을 했습니다. 이렇듯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단순한 보조적 역할을 넘어, 독립운동 전선의 다양한 층위에서 주체적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들의 헌신은 총칼 앞의 용맹뿐 아니라, 문화·교육·외교 전선에서 ‘조국의 독립은 남성과 여성 모두의 몫’이라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 유관순 (1902~1920)
     
    유관순은 충청남도 천안 병천에서 태어났습니다.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하며 어려서부터 교육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랐습니다. 당시 조선은 일제 식민 지배로 민족의 자존심이 짓밟히던 상황이었고, 유관순 역시 어린 나이부터 나라 잃은 설움을 체감했습니다. 그는 아버지 유중권, 어머니 이소제와 함께 기독교 신앙을 지켰으며, 이는 이후 독립운동에 나서는 데 정신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1915년 이화학당 보통과에 입학한 유관순은 신여성으로 성장하며 민족 문제에도 관심을 키웠습니다. 특히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그는 이화학당 동급생들과 함께 만세운동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고종 황제의 서거가 전국적 분노를 불러일으킨 가운데, 유관순은 “나라를 되찾는 데 여성도 앞장서야 한다"라는 신념으로 행동에 나섰습니다. 3월 1일 서울 파고다공원에서 시작된 시위에 참여한 그는 이후 고향으로 내려가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이 시위에는 수천 명의 군중이 모였으며, 일본 헌병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수십 명이 사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관순의 부모 역시 일본군의 총탄에 쓰러졌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비극 속에서도 그는 굴하지 않고 만세를 외쳤습니다. 체포된 유관순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습니다. 감옥에서도 그는 동료 수감자들을 이끌며 독립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1920년 3·1운동 1주년을 맞아 옥중 만세운동을 벌였고, 일본 간수들에게 심한 고문을 당했습니다. 결국 1920년 9월, 만 18세의 나이로 순국했습니다. 유관순 열사의 죽음은 전국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일본 당국은 장례조차 통제했지만, 민중들은 그녀를 ‘대한의 딸’, ‘조선의 잔다르크’라 부르며 기렸습니다. 그녀는 비록 짧은 생애를 살았으나, 3·1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하며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았습니다.
     
     
    ● 남자현 (1872~1933)
     
    남자현은 경상북도 의성에서 태어났습니다. 19세기 말 조선은 외세의 침략으로 혼란스러웠으며, 그는 어려서부터 강한 애국심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일찍 결혼했으나 남편을 병으로 잃고 홀로 아들을 키워야 했습니다. 그러나 일제의 국권 침탈이 본격화되자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독립운동에 바치기로 결심했습니다. 남자현은 만주로 건너가 독립군을 지원하는 활동에 나섰습니다. 그는 식량과 자금을 마련해 전달하는 것은 물론, 직접 무기를 다루며 항일 무장투쟁에도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여성으로서 무기를 들고 전투에 참여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지만, 그는 “나라 없는 여성에게는 가정도, 삶도 없다"라며 투쟁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일본군 고관 암살을 계획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1932년에는 하얼빈에서 일본의 대사와 관리들을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사전에 발각되어 체포되었습니다. 체포 후 일본 경찰의 가혹한 고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동지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감옥에서 단식을 이어간 끝에 1933년 옥중에서 순국했습니다. 남자현 지사의 투쟁은 두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첫째, 여성으로서 ‘직접 무장투쟁’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이는 독립운동이 단지 남성의 몫이 아니었음을 증명했습니다. 둘째, 그는 조국 독립을 위해 자신의 삶을 철저히 희생했으며, 심지어 자녀에게조차 “나는 조국을 위해 살다 갈 것이다”라는 신념을 남겼습니다. 남자현 지사는 비록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못했으나, 실제로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인물로 평가됩니다. 그의 생애는 여성 독립운동가의 저항 정신을 대표하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 정정화 (1900~1991)
     
    정정화는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받으며 새로운 사상을 접했고, 1919년 3·1운동을 계기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많은 여성들이 거리 시위에 참여했으나, 정정화는 단순한 시위 참여에 머물지 않고 임시정부와의 연결 고리를 자처했습니다. 1920년대 그는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긴밀히 협력했습니다. 임시정부가 운영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자금난이었는데, 정정화는 국내에서 모은 독립운동자금을 중국으로 전달하는 위험한 임무를 맡았습니다. 일본 경찰의 감시가 삼엄했지만, 그는 어린 딸을 데리고 위장해 국경을 넘나들며 자금을 전달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심부름’이 아니라 임시정부 존립의 핵심을 떠받치는 일이었습니다. 또한 정정화는 임시정부 요인들의 가족을 돌보는 역할도 했습니다. 그녀는 독립운동가의 아내라는 위치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운동가’로서의 자각을 갖고 행동했습니다. 실제로 훗날 회고록 『장강일기』에서 “나는 독립운동가의 아내가 아니라, 나 자신이 독립운동가였다"라고 밝힌 것은 여성 독립운동의 주체성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광복 이후에도 정정화는 독립운동가 가족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광복 후 혼란스러운 시국 속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잊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이들의 공적을 알리기 위해 기록을 남겼습니다. 1991년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우리의 독립운동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정신을 간직했습니다. 정정화 지사의 삶은 여성의 역할이 단순히 보조적이라는 편견을 넘어섰습니다. 그녀는 독립운동의 현장에서 자금·외교·생활 전반을 지탱한 보이지 않는 중심축이었으며, 여성 독립운동가의 대표적 상징으로 평가됩니다.
     
     
    ● 김마리아 (1892~1944)
     
    김마리아는 황해도 장연에서 태어났습니다. 기독교 집안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서양식 교육을 받으며 민족의식을 키웠습니다. 1910년 국권 피탈 이후, 그는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길을 찾다가 교육과 계몽을 통한 독립운동을 결심했습니다. 일본 유학 시절, 그는 기독교계와 학생운동을 통해 민족 문제를 접했고, 점차 정치적 투쟁으로 방향을 확장했습니다. 1919년 3·1운동 당시 그는 도쿄 유학생 시위에 적극 가담했습니다.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옥중에서 가혹한 고문을 당했으나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귀국한 김마리아는 국내 여성들을 규합해 대한민국 애국 부인회를 조직했습니다. 이 단체는 여성들의 조직적 항일운동을 주도하며, 독립군 자금 모금과 애국 계몽 활동을 펼쳤습니다. 여성들이 단순한 가정의 역할을 넘어 독립운동의 주체로 나선 상징적 사례였습니다. 1920년대 이후 김마리아는 상하이 임시정부와도 연계했습니다. 해외 독립운동가들과 교류하며 여성 교육과 독립운동을 병행했으며, 미국에서도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미주 지역 교포 사회와 기독교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제적으로 조선의 독립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그의 삶은 끊임없는 탄압 속에서 이어졌습니다. 일본 경찰은 그를 “위험인물”로 분류했고, 체포와 감시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건강이 악화되어 광복을 보지 못한 채 1944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마리아는 독립운동사에서 여성 지도자로 평가됩니다. 그는 무장투쟁 대신 교육과 조직, 국제 외교 활동을 통해 독립운동의 기반을 확장했습니다. 특히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고, 사회적 역할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해방 이후 여성운동의 초석을 놓은 인물로 평가됩니다.
     
     
    ● 윤희순 (1860~1935)
     
    윤희순은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를 온몸으로 겪은 여성 독립운동가였습니다. 그는 일찍이 유학자 집안의 며느리로 들어가 전통적인 여성의 삶을 살았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에 나섰습니다. 특히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을미사변 이후, 그는 의병운동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습니다. 윤희순은 단순히 의병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병가와 격문을 지어 민중의 저항 의지를 고취했습니다. 그는 당시 여성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문학적 수단을 항일운동의 무기로 삼았으며, 이는 일종의 ‘문화적 무장투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시와 노래는 남성 의병들에게 전해지며 투쟁 의지를 불태우는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윤희순은 직접 의병을 모집하고, 군수품과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부상자들을 간호하며 후방 지원에도 헌신했습니다. 그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자리가 부엌과 가정에 한정되었던 시대를 넘어, ‘의병장과 같은 여성’으로 활동했습니다. 1907년 정미의병 이후 일제가 무력 진압을 강화하자 윤희순은 만주로 망명해 독립운동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만주 지역에서도 의병 잔여 세력을 규합하며 항일 투쟁을 지속했지만, 일제의 끊임없는 탄압 속에서 고난의 삶을 살았습니다. 1935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는 “내가 죽어도 조선은 반드시 독립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해집니다. 윤희순은 여성 독립운동가 중에서도 최초의 의병 여성 지도자로 평가되며, 후대에 ‘의병장 할머니’라는 별칭으로 불립니다.
     
     
    ● 오늘날 여성 독립운동가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여성 독립운동가를 조명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공로를 기리는 차원이 아닙니다. 이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역사 정의의 문제입니다. 첫째, 역사적 균형의 회복입니다. 그동안 독립운동 서술은 남성 중심적이었고, 여성의 활동은 부차적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는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여성 독립운동가를 다시 조명하는 것은 역사의 공백을 메우는 작업입니다. 둘째, 성평등의 관점에서 본 재조명입니다. 여성들은 식민지 상황뿐 아니라 가부장적 사회 구조라는 이중 억압 속에서도 싸워야 했습니다. 이들의 투쟁은 단순한 독립운동이 아니라, 여성 해방의 기초를 닦은 운동이기도 했습니다. 셋째, 청년 세대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오늘날 자유와 민주주의는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일은 현재 세대가 누리는 권리와 자유의 뿌리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오늘, 우리는 단순히 기념식에 머무르지 말고, 기억의 확장을 해야 합니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불러내고, 그들의 이야기를 교육과 문화 속에서 계승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광복의 완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자라서 더 잔혹하게 죽었다, 그러나 끝까지 싸웠다
    주야

    조회수 1418

    20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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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미리캔버스 @masary78 제공
     
     
    
    나는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한 사람이다. 살면서 “멍을 때린다.”라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남들처럼 입을 벌려도 보고 눈자위를 풀어 보기도 하고 “에라 모르겠다!” 하며 大 자로 누워도 봤지만 항상 뇌는 1초도 안 돼 잡생각에 잠식당한다. 몇십 년의 세월 동안 언젠가 내 두(頭)는 과부하에 걸려 폭발해 버릴 것이 틀림없다는 위기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늘 답을 찾기 위해 방황하였다.
     
    이렇다 보니 무교긴 하지만 문득 종교에 호기심이 생기게 됐다. 뜬금없지만 “종교인들은 가르침을 받으며 깨닫고 완성된 인격으로 살아간다는데 인생이 편하지 않을까?” 하는 다소 일차원적인 생각 때문이었다. 주위에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있어 궁금증이 새어 나오면 설교를 들어보거나 행사에 참여해 보기도 하고 가끔은 동영상으로 교리를 연구해 보는 흉내를 내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에게 뭔가 큰 영감이 떠오르진 않았다.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다뤄야 하다 보니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무언가 응어리진 마음이 헤쳐지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나에 대하여 들여다보는 찰나였다.
     
     
    
    ▶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종교에서의 ‘사색’과 ‘명상’의 정의는 각각 다르다. 대표적인 예로 명상을 들자면 불교에서 명상은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번뇌를 없애며 깨달음(해탈)에 이르는 길이고 기독교에서의 명상은 말씀 묵상과 함께 하나님과 교감하여 뜻을 깨닫는 것이다. 천주교에서의 명상은 기도와 묵상을 통해 하느님과 더 깊이 만나는 시간이며 영적 독서를 행하는 것을 말한다.
    ※ 종교에 따라 명상과 사색의 정의는 상이하며, 본문은 그 일반적 특징을 요약한 것입니다.
     
    하지만 의미는 일맥상통한다. 외부 세계가 아닌 나의 세상에 집중한다. 어쩌다 심연까지 내려가게 되면 나조차 무시하던 가냘픈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신 앞에서 혹은 나만의 상상 속 무언가 앞에서 돌아볼 수도 있다. 계속 헤매다 보면 나의 영혼을 마주하게 된다. 침묵과 고요 속에서 진리와 본질에 마주하고자 한다. 마침내 생명과 삶, 지구의 구성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나를 모르면서 남을 알고 세상을 알고자 하는 것. 어쩌면 오만일 수도 있지 않을까.
     
    꽤 복잡한 과정이지만 우리에겐 이 자체가 ‘쉼’으로 다가온다. 혼돈과 불안의 시대 아니던가. 갈피를 못 잡는 마음을 재정비해 심지를 곧게 세울 수 있다면 여간 반가운 일이다. 실제 정신 건강학 관점에서도 사색과 명상은 큰 의미가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에 따르면, “마음 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MBSR)는 암, 류마티스 관절염, 섬유근육통, 건선, 다발성 경화증 등 주로 만성적인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에서 전반적인 증상을 줄이고 스트레스와 정신적 문제를 감소시킨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었다"라고 밝혔다.1)
    
    ※사진 출처: 전등사 템플스테이 (공공누리 제1유형)
     
    
    시대의 흐름을 탄 종교계에서도 ‘종교 휴식’을 위한 프로그램을 활발히 만들고 있다. 예로 불교에서는 정부와 협력해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며 시민들의 지친 정신을 회복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 대한불교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행복 두 배 템플스테이'를 진행하였다. 내·외국인 1만여 명에게 할인 혜택 제공과 함께 전국 113개 사찰에서 사색을 통한 마음 건강 챙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2)
     
    또한 천주교에서도 동참하고 있다. 예로 지난해 서울 명동 대성당에서는 생활성서사가 희망의 순례 희년을 기념해 시민과 함께하는 종교문화 행사를 열었다. 서울특별시와 가톨릭 언론사들의 후원과 함께 ‘행복한 북 콘서트 2024’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홍성남 신부와 박재찬 신부는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에 대해 대한 이해에 관한 이야기를 했으며, 특히 영적 쉼과 관계 개선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 모인 참가자들은 신앙을 통해 삶을 성찰하고 내면의 평화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3)
     
    기독교에서는 어떨까?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는 올해 청년 상담 센터 위드(WITH) 마음 성장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청년들의 가족 갈등,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 대인관계 문제 등과 같은 심리 문제를 사역 활동을 통해 해결하는 노력을 시작했다. 예로 상담사와 함께 에니어그램을 하며 기본 성향을 분석해 나를 발견하고 타인과 공존하는 법, 센터장의 주도로 크리스천 욕구 코칭을 하며 나와 공동체의 욕구 파악 등의 수업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 세대는 자아 성장과 심신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4)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종교의 내면 치유는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큰 특효약을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공과의 협력도 이러한 필요성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종교가 우리 시대의 현실을 꽤 잘 그린 자화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스스로 깨침은 생각보다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 퍽 대단한 발견을 한 건 아니었지만 어제보다 오늘의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정신이 개운해지니 몸도 깨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달가움은 잠시. 곧 다가온 6월의 절반은 나에게 잊지 못할 고통을 선사하였다.
     
    일을 끝내고 귀가하는 동안 목이 이상하리만치 아팠다. 집에 도착하며 나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과 함께 꽥꽥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리고 응급실로 향하였다. 목에 심한 담이 온 것이었다. 약물 알레르기가 있어 진통제 효과가 덜 해 쉽사리 나아지지 않았지만 “담인데 뭐…” 하는 안일한 마음은 끝내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하루 뒤 극심한 통증으로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을 재방문 했기 때문이다. 이후 혼자 침대에서 일어나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하기까지 어언 2주가 걸렸다.
     
    이후 내 인생의 방향이 달라졌다. 나에게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게 됐다. 스스로 씻으며 밥을 먹고 걷게 된 회복의 힘에 감사하였다. 나아가 의료진의 돌봄과 종교적 실천이 한 사람을 살렸다는 것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치료받은 병원이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대학병원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종교계에서는 ‘신체 건강권’에 주목한다. 왜냐하면 대부분 종교에서 생명 보존과 인도주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예로 인간 존엄성과 생명 존중의 가치, 돌봄, 공동체 유지와 치유의 일환 등의 신념을 통해 단순한 개인적 자선이나 봉사에서 오는 윤리적 행동을 넘어 교리 실천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이를 치료, 생활 교육, 활동 보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며 사회복지 증진에 도움을 주고 있다.
     
    ※ 종교에 따라 신체 건강권에 대한 정의는 상이하며, 본문은 그 일반적 특징을 요약한 것입니다.
     
    실제 관련 연구도 이를 증명한다. 비영리 의료기관 Mayo Clinic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신앙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모바일 헬스 프로그램(FAITH! 앱) 연구에서 6개월간 사용 시 LS7(심혈관 건강을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한 7가지 핵심 지표) 점수가 1.9점(대조군 0.7점) 증가해 심혈관 건강이 유의미하게 개선됐다고 밝혔다.5) 이처럼 각 신앙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신체 회복을 위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성공회에서는 2010년 요양원을 설립해 사회에서 고립되기 쉬운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의료 서비스와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정식 명칭은 ‘구립용산노인전문요양원’으로 성공회의 관리 아래 당시 30만 용산 구민 중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층의 지원에 힘쓰기로 하였다. 서울 교구장 김근상 주교는 “함께 일하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복지 혜택을 받는 이들도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는 복지관이 되도록 성공회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히며 헌신의 의지를 내비쳤다.6)
     
    원불교에서는 2024년 원광대병원·원광학원 산하기관 80여 명의 합동 의료봉사단이 30여 명의 베트남 현지 봉사자와 함께 베트남 롱안성 롱안병원에서 무료 의료를 실시하였다. 예로 원광대병원 내과·외과·산부인과 등의 진료과에서 질병 상담과 약물·수술 치료, 초음파 검사 등을 실시했다. 나아가 원광보건대는 안경 제작과 미용(헤어, 네일아트) 서비스를 제공하였고 원광디지털대는 한복 입기와 매듭 만들기 등 한국 문화 체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거주민들은 의료 서비스와 문화적 교류까지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7)
    
    ※사진 출처: Pixabay, 사진제공: drshohmelian
     
    
    천주교에서는 국내 최초의 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써 1991년 개관한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들의 수중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예로 물속에서 부력, 수압, 수온 등 물의 특징을 이용한 종류별 기법으로 장애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취약한 기능을 회복하고 발전시키는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였다. 또한 임산부, 관절염 환자,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을 위한 수중운동을 통한 건강 회복에도 주력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소통과 이해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도 담당하였다.8)
     
    종교마다 가치관과 실천 방식은 다르지만, 많은 종교에서 나눔과 돌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화합하고자 하였다. 또한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해 왔다. 지친 일상에서 길을 잃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종교는 때로 부드러운 손길로 다가와 인류애의 온기를 전한다. 그 따뜻함은 가벼운 솜털처럼 은은하게, 두꺼운 솜 이불처럼 묵직한 포근함으로 삶을 감싸안으며 우리 사회에 공익적 역할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약 10만 년의 시간 동안 인류와 종교는 샤머니즘의 시대부터 인공지능 시대까지 발전해 오며 공존하였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신앙인들이 마음의 불빛을 쫓으며 세상을 치유하는 꿈을 꾸어왔기 때문 아닐까?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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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불빛, 치유의 길
    초스코스

    조회수 647

    202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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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활동가 추천 콘텐츠 괜찮아, 엘리스

    추천활동가 : 강경남

     

     

    #청소년다큐 #행복찾기 #사회불안 #장애 #괜찮아엘리스 #청소년인권 #학업스트레스

    괜찮아,엘리스 영화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는 입시와 성적에 내몰린 청소년들이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배경이 되는 꿈틀리인생학교는 교실 밖에서 스스로의 삶을 탐색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미래를 위한 준비가 아닌, ‘지금 당장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떠난 아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용기와 진심이 전해집니다.

     

    사회 불안, 섭식장애, 가족과의 갈등 등 각기 다른 상처를 가진 청소년들이 조금씩 자신만의 속도로 회복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이 진솔하게 그려집니다. 아이들의 여정은 단순히 공부를 쉬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 내려가는 시간입니다. 진로와 입시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의 삶을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주는 어른들의 모습입니다.

     

    <괜찮아, 앨리스>는 경쟁 중심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함께 묻고 있습니다.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와 교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변화의 시작을 보여줍니다.

     

    <괜찮아, 앨리스>힘들고 어두운 시대,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은 어떤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동시에, 지친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더욱 단단한 연대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며, 앞만 보고 달려가기보다 남들과 함께하는 길을 선택한 용감한 앨리스들을 응원합니다.

     

     

     

     

     

     

    공익활동가 추천 콘텐츠 기차

     

    그림책「기차」책표지[글쓴이 천미진, 그림 설동주] (출처 : 도서출판(주) 키즈엠)

     

    추천활동가 : 김민희

     

    #그림책 #기차 #평화통일 #남북분단 #비밀의숲 #함흥역 #휴전선 #이산가족

     

    여름휴가, ‘기차라는 그림책을 여러분께 추천드립니다. 녹음이 우거지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기차에 앉아서 창밖을 보고 있으면 온갖 시름이 다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림책 기차는 기차 타고 여행하는 설렘을 생각하며 남한과 북한이 자유롭게 왕래하게 되었을 때를 상상하는 그림책입니다. ‘비밀의 숲을 지나 보고 싶었던 북쪽의 가족을 만나고 영국 런던까지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19458월 광복과 함께 그어진 38선은 한국전쟁 이후 휴전선(군사분계선)으로 그 이름이 바뀌며 수많은 이산가족과 가슴 아픈 분단의 이야기를 만들어왔습니다. 분단 이전에는 기차 타고 광활한 대륙까지 왕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해서 국외 여행을 생각하면 비행기를 떠올리는 분단국 사람이 되고 만 것이지요. 그러나 그림책 속 기차는 분단선을 넘고 비밀의 숲을 지나 함흥역에 내립니다. 그곳에서 보고 싶었던 가족을 만나고 대륙을 지나 평화가 일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림책 기차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기차 타고 어디까지 가고 싶나요?”

     

     

    공익활동가 추천 콘텐츠 대도시의 사랑법

     

     

    대도시의 사랑법 책표지[글쓴이 박상영](출처 : 창비)

     

    추천활동가 : 랄라

     

    #인권 #사랑 #30#성소수자 #퀴어 #다양성 #대도시의사랑법 #출판사창비

     

    이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사는 곳, 생김새, 살아가는 방식, 생각이 모두 다르지요. 비슷한 사람은 있겠지만, 똑같은 사람이 둘일 수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세계를 갖고 있기에, 한 사람의 고유한 세상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각 개인이 가진 고유성을 보장하는 것이 바로 인권이고, 나를 나로서 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시작입니다. 모두 다른 사람의 수만큼 사랑의 방향도 모양도 다양합니다. 사랑하는 대상, 방식, 깊이 등 모두가 자신의 사랑을 만들어가지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 영화, 드라마도 어딘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박상영 작가가 쓴 <대도시의 사랑법>이 바로 그 책입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책, 영화, 드라마로 제작되어 있는데요. 각 콘텐츠마다 고유의 느낌이 있으니 선호하시는 매체를 골라보시면 됩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주인공인 성소수자 영이 만난 다양한 사람과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대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과 허기, 온기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작품인데요. 주인공 영이 정체성으로 인해 마주하게 되는 부딪침, 뜨거웠던 사랑과 이별, 이 사회를 살아가는 30대 초반이 겪는 흔들림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책은 무겁다가도 때로는 위트있고, 외롭다가도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지금도 이 사회에서 누군가는 이렇게 살아가고 또 이별을 합니다. 언젠가의 나였고, 또 누군가의 과거이자, 현재, 미래일 이야기.. 여름만큼 뜨거운, 대도시의 사랑 이야기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시면 어떨까요?

     

     

    공익활동가 추천 콘텐츠 지구 위 블랙박스

     

     

    지구 위 블랙박스 예능 포스터(출처 : KBS 공식사이트)

    추천활동가 : 이영란

     

    #지구위블랙박스 #KBS #기후위기 #환경예능 #지속가능성 #지구를지키는방법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는 시대에서 소개해드릴 콘텐츠는! 환경 예능인 지구 위 블랙박스입니다. 자칫 무겁게 느낄 수 있는 기후 재난 주제를 드라마와 콘서트 형식으로 구성해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4년이 지난 2049, 기후 재난으로 생명이 살 수 없어진 지구에 유일하게 남은 데이터 센터인 블랙박스에서 2023년 생명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지구의 모습을 영상으로 감상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그 영상에서는 기후변화로 파괴되고 있는 국내·외 여섯 곳이 배경이 되어 아티스트들이 지구에서 음악으로 남긴 마지막 기록을 확인하게 됩니다.

     

    어쩌면 지구 위 블랙박스는 지금처럼 기후위기가 멈추지 않고 가속화된다면, 우리에게도 지구의 아름다움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영상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요?

     

    뜨거워지는 지구에 대한 관심과 함께 우리의 삶의 방식을 고민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공익활동가 추천 콘텐츠 미션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 / F1 더 무비

                    

     

    미션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                   F1 더 무비(출처 : 네이버 영화)

      

    추천활동가 : 김은주

     

    #노인 #중장년 #헐리우드노장배우 #톰크루즈 #브래드피트 #여름휴가 #영화추천 #긍정

     

     

    휴가철에 즐길 만한 노인관련 여러 콘텐츠를 찾아보았지만 마음을 신나게 사로잡는 작품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나이가 들면서 화사한 감정의 끌림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10년째 복용 중인 혈압약의 효과가 워낙 뛰어나서인지, 무슨 일을 해도, 누구를 만나도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의 설렘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런 저 자신을 돌아보며, 요즘 들어 자꾸만 나이 탓을 하게 되는 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자랑도 아닌 나이를 핑계 삼는 스스로에게 혀를 차며 머리를 하고 친 기분이 들게 했던 노인(?) 영화 두 편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최근 저는 헐리우드 노장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를 두 편 보았습니다.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 누구나 아는 이 두 배우는 이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여전히 당당하게 주연을 맡고 있습니다. 그에 맞춰 파트너 역을 맡은 배우들과 조연들도 대부분 중장년 이상의 배우들입니다. 일부러 노인 영화를 고른 것이 아닌데, 이제 많은 영화에서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첫 번째 영화는 만 63세의 톰 크루즈가 주연한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입니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이 영화에서 그는 비행기에 맨몸으로 매달리는 엄청난 액션을 직접 소화해내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열정과 체력을 보여줍니다. 매일 이제 늙었어” “나이 탓이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저에게 깊은 반성과 함께 묵직한 자극을 안겨준 영화였습니다.

     

    두 번째는 만 61세의 브래드 피트가 은퇴 후 복귀한 F1 레이서로 등장하는 더 무비>입니다. 자동차 경주의 긴박함과 더불어, 세대 간의 충돌과 화해, 그리고 우정을 세련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브래드 피트는 자신감과 매력이 넘치는 모습으로, 나이를 뛰어넘는 매력을 뽐냅니다. 젊은 배우들과의 호흡뿐 아니라, 여성 배우와의 로맨스 장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설렘을 전해줄 만큼 자연스러웠습니다. 그의 모습을 보며 이제는 정말 시대가 바뀌었구나, 나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 여름, 휴가철에는 저처럼 젊은 시절의 우상이었던 배우들의 노년의 영화를 보며, 자신의 긍정적인 노년도 함께 응원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기획]여름휴가, 쉼과 성찰을 함께! 공익활동가 콘텐츠 서재에 초대합니다!
    경기도공익활동가 5인

    조회수 590

    20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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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우리는 공익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그려나가는 중이다···
     
    2025년 7월 18일 오후 4시, 안양시 공익 활동 지원센터 대회의실에서 「청년활동가 네트워크 위원회 청플 2기」의 4차 회의가 열렸다.
     
    이번 회의는 단순히 다음 일정을 정하고 안건을 정리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막연한 단어를, ‘쉼’과 ‘연결’이라는 그들만의 언어로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였다. 회의를 통해 필자는 청년들이 직접 그려나가는 지속 가능한 공익활동의 청사진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은 지금, 지속을 가능하게 만드는 길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참고)
     
     
    이번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위원회 청플 2기 4차 회의는 어떤 내용들을 다루었을까? 지역 주제별 정보 교류 및 토론, 제2차 청년 활동가 간담회 TF 추진 현황 공유 및 세부 추진 계획 논의, 1박 2일 네트워크 캠프 TF 추진 현황 공유 및 세부 추진 계획 논의, 공동 프로젝트 아이디어 공유 및 차기 회의 일정 조율까지. 이번 회의에서도 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회의가 이루어진 안양시 공익 지원 활동 센터 대회의실 (사진 출처: 본인 직접 촬영)
     
     
    쉼도 회복도 네트워킹도 기획 중 ··· <1박 2일 네트워크 캠프>
     
    이날 회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1박 2일 네트워크 캠프 TF의 진행 현황 공유 및 세부 사항 논의였다.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캠프 (가)“쉼, 그리고 시작”은 쉼과 회복, 성찰, 네트워킹이 조화를 이루는 청년 공익활동가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이번 캠프를 통해 공익활동가 간의 심리적 연결을 촉진시키고, 활동의 지속 의지를 북돋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회의 중 청년 위원들은 공익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며, 공익활동가들에게 ‘진정한 쉼’이 필요한 이유를 나눴다. 이번 캠프는 단순한 워크숍이 아닌, 공익활동가들의 몸과 마음, 일상이 회복되는 네트워킹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 가능한 공익 활동을 위해 청년들이 직접 스스로 설계한 회복 캠프가 상당히 기대된다.
     
    우선, 캠프 TF 회의 내용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한나 위원(이끔이)이 캠프의 구체적인 추진 현황을 설명했다. 이번 캠프의 장소는 용인산림교육센터(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초부로 196-11)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캠프의 대상은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청플’ 위원 및 연계 청년 공익활동가 25명 내외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활동가로서의 지속가능성과 연결성을 되짚는 활동, 자연 속 공간에서의 쉼 중심 프로그램을 통한 활동가 개별 성찰과 집단 회복의 시간, 간담회에서 다룬 지속가능성 논의에 대한 교류, 지속적으로 공익 활동을 이어나갈 힘과 기회 제공 등을 논의하였다.
     
     
     
    좌-조한나 위원의 발언, 우-회의에 참여하는 위원들 (사진 출처 : 본인 직접 촬영)
     
     
    회의에서는 캠프 운영의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특히 신청 후 무단 불참, 이른바 ‘노쇼’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참여자들의 책임감을 높이면서도 부담은 줄이는 방법, 그리고 프로그램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책들이 활발히 논의됐다.
     
    또한, 주어진 시간에 비해 계획된 프로그램들이 다소 많은 것은 아닌지 우려도 나왔다. ‘쉼’이라는 목적에 저해될 수도 있다는 의견에 더하여 동적인 활동과 정적인 활동, 두 가지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나누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캠프를 신청할 때 두 가지 중 참여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획하면 좋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프로그램명에 캠프의 목적과 정체성이 더 담기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쉼, 그리고 시작”이라는 제목도 좋지만, “쉼, 그리고 ( )”이라는 제목으로 바꾸면 어떨지에 대한 의견이었다. 즉, 괄호 안을 활동가들이 스스로 채워 넣음으로써 프로그램이 지닌 의미를 더욱 심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이 괄호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구상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더해졌다. 이 외에도 캠프 진행 시, 자기소개 진행 방식과 활동 프로그램, 셔틀버스 운행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등이 이루어졌다. 더 논의가 필요한 사항들은 차후에 캠프 TF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이 기획하는 ‘쉼’은 회복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전략이며, 지속 가능한 공익 활동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캠프가 공익 활동의 긴 여정에 다시금 불씨를 지피는 소중한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간담회도 기획 중 ··· <제2차 청년 활동가 간담회>
     
    다음으로, 다가오는 “제2차 청년 활동가 간담회”의 준비 상황을 공유하고, 세부 사항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프로젝트는 청년 공익활동가가 지속 가능한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들에 대해 탐색하고, 주요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또 다른 교류의 장이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공익활동가 지수’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적합한 발제자와 패널을 추천받았고, ‘공익활동가 지수’에 대한 발표를 요청할 기관에도 섭외 요청을 이미 보낸 상태라고 TF 팀은 전했다.
     
    또 하나 눈길을 끌었던 건, 패널 토크 제목에 대한 이야기였다. “3년 뒤, 나는 여전히 활동가일까?”라는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는 제목을 두고, 보다 열린 상상과 긴 호흡의 대화를 가능케 하기 위해 ‘n 년 뒤’로 확장해 보자는 제안도 나왔다. ‘3년’이라는 시점이 주는 구체성과 현실감도 중요하지만, 더 확장된 가능성을 이야기해 보자는 고민이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간담회 TF에서 추가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고, 더불어 8월 초에는 대면 회의를 한차례 더 진행해 기획의 빈틈을 점검하고 마무리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번 회의를 통해 간담회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이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추상적인 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스스로 활동을 돌아볼 수 있는 무대를 만들자는 시도다. 간담회는 아직 열리지 않았으나, 그 안에 담길 질문들은 이미 오늘 청년들의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간담회에 대해 회의 중인 청년 위원들 (사진 출처 : 본인 직접 촬영)
     
     
    축제도 기획 중? ··· <2025년 공익활동 페스타 주제 세션 공동 주관>
     
    마지막으로 다뤄진 핵심 안건은 ‘청년 플로우 2기’에 제안된 2025년 공익활동 페스타 주제 세션 공동 주관에 대한 논의였다. 청플 2기가 단순히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세션을 직접 기획하고 공동 주관하는 ‘주체’로 참여해야 하는 행사인 것이다. 따라서 우선 위원들 간 해당 제안을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결론적으로, 공동 주관으로 참여한다 결정했고, 행사 날짜인 9월 30일에 위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좋겠다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추후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모집하여 TF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을 논의하였다.
     
    다가오는 9월 30일, 수원컨벤션센터(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중앙로 140)에서 열릴 2025년 공익활동 페스타는 청년 활동가들의 기획력을 바탕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해당 행사를 통해 공익 활동 분야 경기도 주요 의제 및 정보를 공유하고, 공익활동가 교류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국내외 정책 개선 및 혁신 사례를 발굴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곳에서 청년들이 힘차고 푸른 물결을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바이다.
     
     
    맺으며...
    지금도, 우리는 지속가능성에 접속 중..!
     
    이번 회의에서 모든 것이 완성된 건 아니었다. 완벽하게 정해진 답도 없었고, 아직 진행 중인 기획들도 많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함께 질문을 던지고 연결하고 그려나갔다는 사실 자체로 지속가능성을 향한 가장 구체적인 실천을 이뤘다는 것이다. 청년 플로우 2기 청년들이 직접 이끄는 회의, 그 안에서 그려지는 쉼과 기획, 연결의 이야기들은 공익이 계속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속가능성을 가능케 하는 또 하나의 시작점이다.
     
    이 청년들의 고민과 시도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그 안에는 공익의 미래를 바꾸는 실마리들이 분명히 담겨 있다. 청년들이 직접 설계하고, 서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움직이고 있는 이 ‘flow(흐름)’에 더 많은 연대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이어질 그들의 이야기에 더 많은 이들이 진심 어린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청플 2기 4차 회의 시작과 끝! (상-사진 출처 : 에디터 직접 촬영 / 하-사진 출처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그림 디자인 : 에디터)
    
     

     

     

    [현장스케치] 지속가능성, 접속 중 ···「청플 2기」4차 회의
    코코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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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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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6월 3일, 제21대 대통령이 선출됐습니다. 4월 4일 탄핵이 선고된 이후 약 2개월의 짧고도 긴 국정 공백기의 마침표가 찍혔는데요. 무엇보다 45년 만의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긴장과 혼란 속 이루어진 선거라는 점에서 국민과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동시에 법사위 청문회,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대선 후보별 유세 발언 등의 중대 국면에 이례적인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기도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는 최종 투표율 79.4%를 기록하며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였습니다.1) 이에 대한민국 정치사의 중요한 분기점에서 뜨겁고도 무거웠던 민심이 표현된 선거 현장을 돌아보며 오늘날 민주주의에 대하여 고찰해 보았습니다.
     
     
     
    (왼) 사전 투표소, (오) 본 투표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경기도 양주시 옥정 2동의 5월 30일 사전 투표소와 6월 3일 본 투표소를 방문하였습니다. 에디터도 먼저 투표에 참여한 후 13명의 시민과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민주주의를 학습한 세대부터 민주주의를 쟁취해 온 세대를 포함하는 20~70대 시민을 아우르며 폭넓고 균형 잡힌 정치 참여에 대한 시각을 담고자 하였습니다. 이후 세대 흐름을 고려해 2·30, 4·50, 6·70대로 연령층을 묶은 후 각 세대별 인식을 비춰 볼 수 있는 세 분을 중심으로 정치에 대한 인식, 민주주의의 의미, 선거의 상징성 등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을 기록하였습니다. 
     
     
    ※ 다음의 인터뷰는 녹음을 기반으로 가명을 사용해 정리하였고, 발언의 취지는 유지한 채 표현 방식만 다듬거나 편집자 판단에 따라 주요 발언을 인용해 재구성했습니다.
     
     
    1. 이전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를 치르고 느낀 소감은 어떠셨나요?
    (이공익.25세) - 유권자들이 후보 공약의 중요성을 덜 느낀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로 제 또래들이 생각보다 후보 공약에 집중하지 않고 인터넷 여론에 치중을 많이 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혐오를 드러내는 행동들이 보일 때마다 안타까웠습니다.
    (최미연.42세) -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기에, 무언가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민수.60세) - 지금의 정치적 혼란을 투표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2. 매번 선거에 임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시나요?
    (이공익.25세) - 내 소중한 한 표가 어떻게 될지 몰라도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기에 반드시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성이 참정권을 가지게 된 지 얼마 안 됐기에 여성분들이 투표에 활발히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최미연.42세) - 자식들과 미래를 위한 마음으로 늘 투표에 임했습니다.
    (강민수.60세) - 이전에는 잘하는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고, 혹여 아니더라도 맞춰가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지금은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3. 사전투표 첫날의 투표율이 19.5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습니다. 그만큼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세상을 꿈꾸며 투표에 참여하셨나요?
    (이공익.25세) -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의사 표현하며 특히 여자나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이들이 안전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투표하였습니다.
    (최미연.42세) - 우리 사회가 가짜 뉴스도 많고 색깔론으로 너무 나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사라지고 정치적 갈등이 해소됐으면 좋겠습니다.
    (강민수.60세) - 부모 세대보다는 우리 후 세대들이 살만한 세상을 꿈꾸며 투표하였습니다. 저는 87항쟁의 주역이었습니다. 과거의 민주화운동을 통해 사회가 진보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한편, 12월 3일 이후 우리 사회가 마주한 현실을 깊이 성찰하며 투표에 참여하였습니다.
     
    4.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광장에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이를 보면서 느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평가해 주실 수 있나요?
    (이공익.25세) -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집회에 참석한 경험이 있습니다. 광장에 모인 각각의 시민들에게 어려운 결정일 수도 있는데 국민으로서 당연하게 나서야 한다는 태도가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민이 없으면 나라도 없는 거니까요!
    (최미연.42세) - 놀랄 정도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에 대한 자긍심이 솟기도 하였습니다.
    (강민수.60세) - 100점 이상입니다. 뒤에 서서 지켜보는 것이 아닌 누구나 나서서 민의를 전달하는 참여 민주주의를 직접 하고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또한 이를 표현하는 것이 비폭력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며 선진화된 민주주의 의식의 가치가 실현되는 현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5. 20/40/60대 시민의 관점에서 민주주의와 투표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공익.25세) - 20대는 투표를 처음 하거나 몇 번 경험한 세대입니다.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더욱 가지거나 혐오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미연.42세) - 투표는 국민이 최대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고 전반적으로 언행일치가 되는 후보들이 당선되는 것에서 제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민수.60세) - 사실 민주주의를 완전히 구현하는 표현 방식은 한계도 존재할 수 있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 투표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이런 수단이 작동이 잘 안될 때 광장에 나가서 목소리를 낼 수도 있죠.
     
    6.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태도나 행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공익.25세) -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혐오를 접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미연.42세) - 지역감정을 버리고 젊은 세대들을 생각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민수.60세) - 뜻이 다른 상대의 의견도 들어주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약속입니다. 약속을 어긴다는 것은 정치적 혼란을 만듭니다. 시민과 정치세력 등 모든 사회 구성원이 나라의 시스템을 움직이는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7.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나 공공기관들도 어떤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공익.25세) - 용기 내서 말하지 못하는 민의를 모아서 전달하는 일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관련 시민 운동을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특히 시민단체가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인터넷으로 홍보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최미연.42세) - 국민을 대변하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관련 설문조사도 자주 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매체가 되길 바랍니다.
    (강민수.60세) - 우선 만들어진 목적에 충실해 적극 활동해야 합니다. 사회가 이를 원할 시 자연스레 융성시키고 원하지 않으면 저절로 쇠퇴하게 할 것입니다.
     
    8. 우리 사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잘 반영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이공익.25세) - 서로 달라도 경청하고 수용하려는 태도와 정부, 지자체, 시민사회가 국민의 정치 참여도를 올릴 수 있게 가깝게 다가오길 바랍니다. 예로 학교에서 청소년이나 대학생에게 정부와 지역사회의 좋은 활동을 소개하거나 체험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역센터에서는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노력을 하길 바랍니다.
    (최미연.42세) - ‘소통’이 중요합니다. 특히 매일매일 소통한다는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민수.60세) - 과거 공직사회가 국민들의 1-10까지의 기본적인 요구를 해결했다면 현시대는 매우 복잡해 1.5, 3.75 등의 다양하고 세부적인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소외하지 않고 폭넓게 대변하는 조직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표하는 시민의 모습 / 출처 : Pixabay © geralt
     
     
    이번 선거는 단순히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절차를 넘어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체감하고 참여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투표에 숨겨진 현장의 목소리는 정치가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일상의 선택과 행동에서 비롯됨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나아가 선거를 준비하며 각계각층의 시민들은 스스로 다양한 사회적 의제와 정치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 참여하며 온 오프라인에서 활발히 토의하고 연대하였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를 집단적인 퍼포먼스와 상징으로 만들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승화했다는 것입니다. 바로 약 7개월간 펼쳐진 빛의 물결로 불린 ‘응원봉 집회’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등장한 독창적이고 자발적인 집회 형태는 단순히 즐기는 K-POP 문화가 아닌 비폭력·비 대립, 세대 통합, 시민 주체성 등의 가치를 전달하였습니다. 궁극적으로 정치적 위기 상황을 꺼지지 않는 LED와 풍자하는 피켓으로 극복하며 지속적인 주권 의지와 해학적인 면모를 선보였기에 큰 신선함을 주었습니다.
     
     
    ▶ 여의도 국회 응원봉 집회를 담아낸 일러스트 / 출처: AI 기반 도구를 활용해 제작
     
     
    기존 시민 주도 활동도 능동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전형적인 소셜 미디어 캠페인, 거리의 발언, 지역 커뮤니티의 활동 등이 이어졌고 우리 사회는 노동, 환경, 예술 등 시민사회의 다양한 요구들이 교류되고 발전하는 공론의 장으로 변모하였습니다. 점차 이를 뛰어넘어 국민 청원과 고발장 제출, 헌법재판소 공개 변론의 국민 참여,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토론회 등 실제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신·구의 융복합적인 정치·문화적 현상은 일종의 ‘생활 민주주의’의 형태로 오늘날 민주주의를 탄생시켰습니다.
     
    투표함은 닫혔지만 민주주의는 계속됩니다. 제도적 혼란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스스로 민주 질서를 판단하고 느끼며 한 표를 행사하는 시민들을 목도하였습니다. 특히 개개인의 적극적 참여와 집단적 표현 문화는 향후 일종의 ‘감각의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몸소 실천하며 체득했던 민주적 경험은 선거 결과를 넘어 온몸의 감각으로 남아 후대에 전해지고 민주주의를 진화시키는 불씨가 돼 다가오는 시대에 깊은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민심은 물과 같아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방향을 잃은 배를 가라앉히기도 한다.” 다양한 시민들과 소통했던 2일간의 기록은 직접 대의민주주의를 체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습니다. 무엇보다 극단적인 정치 갈등 속 허무주의를 느끼기보다 작아 보이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투표용지에 주권을 행사하는 시민들을 보며 민심의 무서움과 민주주의가 생생히 살아있어 작동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952년부터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직접 선출해 온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하지만 그 이후 민주주의의 정착 과정은 멀고도 험난했습니다. 2024년 12월 3일의 밤과 대통령 선거, 그리고 헌정질서의 의미와 민주주의의 방향에 대해 우리 역사는 어떤 평가를 할까요?
     
     
     
    ▶에디터의 투표 인증샷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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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초스코스

    조회수 817

    202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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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글은 에디터가 5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웃어른부터 아이들까지 어우러져 가족의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시기인데요. 따라서 이번 달은 작은 공동체인 가정의 모습부터 나아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룬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지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7세 고시’에 주목하며 가정에서의 조기 교육과 아동의 정신 건강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따라서 이번 웹진에서는 과도한 사교육 문화와 아동 인권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며 어린이들이 건강한 유년 시절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그려보고자 합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7세 고시가 무엇이죠?
    7세 고시. 빠르면 4세 고시도 등장하였습니다. 어린 나이에서부터 영어, 수학 등의 입시 공부를 과도하게 시키는 문화가 심해지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한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예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약 81만 명이었던 초·중·고등학생 수는 2010년 약 73만 명, 2020년에는 54만 명으로 감소했고, 2024년에는 52만 명 수준으로 예측되는데요.1) 학생들은 줄었지만 오히려 작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는 총 27조 1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2) 극단적인 사교육 행태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7세 고시를 왜 시키는 거죠?
    이른 조기 교육에 몰두하는 원인에는 여러 사회 요인들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다양한 관점에서 세 가지의 이유로 추려보았습니다.
     
    첫째. 과도한 경쟁 사회와 보편적으로 획일화된 성공 전략
    현재 우리 사회는 IMF, 취업난, N포 세대에 이르는 불안정성과 양극화로 인해 “생존을 위해 경쟁한다!”라는 위기의식이 굳게 자리 잡아 과잉 사교육과 조기 경쟁이라는 부작용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예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개인의 소득은 임금구조뿐 아니라 개인이 처한 생애 주기적, 가족적 상황에 의해 빈곤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영향력의 자기장 속에 놓여있다.”3)라고 지적합니다. 즉, 조기 교육 열풍이 경제적 빈곤과 계층 하락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고 부모 세대가 겪은 성공 방향=생존 전략으로 자식에게 대물림돼 획일화된 성공 로드맵을 제공할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둘째. 공교육의 기능 상실과 소통 부재
    ‘공교육의 비효율성’은 학교 교육의 기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로 매일경제와 모노리서치가 2023년 10월 18일 실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성인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 중 45.6%는 한국 공교육을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4) 개선 방안으로는 기초학력 보장과 자기주도 학습 확대가 가장 많이 꼽혔고(23.1%), 이어 대입 제도 변화(18.7%), 교사 역량 강화(15.3%), 다양한 학교 유형 확대(12.7%) 등이 제안돼 공교육 질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드러났습니다.5) 또한 교육 당국의 소통 부재도 원인이 될 수 있는데요. 예로 최근 몇 년간 입시 제도는 해마다 변화해 정시 40% 확대(2021학년도), 통합 수능 도입(2022학년도), 킬러 문항 배제(2024학년도), 의대 정원 및 무전공 전형 확대(2025학년도)로 이어졌습니다.6) 이렇듯 잦은 교육 정책 변화와 학교 현장과의 소통 부족은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요소로 지적됩니다.
     
    셋째. 공격적인 사교육 시장의 마케팅 전략과 규제 미흡
    사교육 시장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의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한국교육정책연구원과 국회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7세 고시: 유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전쟁’ 정책 간담회에서 김경년 교수는 “유아 조기교육은 실질적인 필요보다 또래 집단에 뒤처질까 하는 불안을 이용한 학원의 마케팅에 의해 일반적인 선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7) 따라서 서울시 교육청 같은 경우, 사교육 과열 억제를 위해 교습비와 선행학습 광고에 대한 특별 점검을 벌였으며, 특히 의대 입시반 광고나 교습비 초과 징수 등 불법 사항 5가지를 중점 단속했는데요.8) 하지만 사교육 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단일 법률은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7세 고시를 받은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그렇다면 7세 고시를 받은 아이들은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살아가게 될지 아동 인권(UN 아동권리협약) 측면에서 세 가지의 악영향을 추려보았습니다.
     
     
    첫째. 아이의 발달권 침해
    UN 아동권리협약 제6조는 “당사국은 가능한 최대한도로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29조는 “아동의 인격·재능 및 정신적·신체적 능력의 최대한의 계발”을 목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9)  또한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천근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실제 논리적 추론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기도 전에 중·고교에서 배우는 수준의 문제를 아이에게 풀라고 시키는 건 학대이며 불안‧우울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될 가능성도 높다."10)라고 우려했습니다. 따라서 과잉 조기 교육을 받을 경우 아이의 정상적인 발달에 따른 성장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아이의 놀이와 휴식권 침해
    UN 아동권리협약 31조는 “당사국은 문화적·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촉진하며 문화·예술·오락 및 여가 활동을 위한 적절하고 균등한 기회의 제공을 장려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11) 예로 2018년 아동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여가 시간은 49분, 학습 시간은 6시간 49분에 달합니다.12) 국제아동복지기관협의회(ISCI)가 주관한 'Children’s Worlds' 조사에서는, 한국 8세 아동 삶의 만족도는 조사 대상 22개국 중 하위권인 평균 3.30 점이며, 9.4%가 자기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13) 이는 학습 중심의 환경이 아동의 놀이와 휴식권을 제약해 비만, 면역력 약화, 성장호르몬 분비를 방해해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셋째. 아이의 심리적 안정권 침해
    지속적인 시험과 경쟁은 아동에게 큰 스트레스입니다. 강남·서초·송파 등 사교육 밀집 지역의 9세 이하 아동은 정신건강 문제로 진단받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14)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우울증 및 불안장애 관련 건강 보험 청구 건수는 서울 평균(291건)을 크게 웃돌며 송파구 1442건, 강남구 1045건, 서초구 822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15) 상대적으로 아이들은 주체적인 감정 조절과 균형을 잡는 능력이 덜 발달됐기 때문에 더욱 심적으로 타격이 클 수 있는데요. 이는 아동의 심리적 안정성을 저해하고 분노를 키우며 이후 성인이 돼서도 사회성과 자존감을 갖추는 데 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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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7세를 보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행복한 7세를 보내게 하려면 교육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 보아야 하는데요. 주요 해결책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기회의 평등과 폭넓은 직업 교육 장려
    누구나 평등한 기회를 받고 자라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예로 경기도 교육청의 ‘꿈의 학교’ 프로젝트는 지역사회가 주도해 학생들이 다양한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진로 탐색 활동을 제공하고 있습니다.16) 제과제빵, 농업, 1인 미디어 등 학생 주도 참여형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17) 이러한 사업이 성행한다면 기회의 다양성과 실질적 진로를 보상해 사교육 과열을 낮출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독일의 이원화 직업 교육제도(Dual System)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독일의 고등학교 졸업생 중 약 절반은 2년에서 3년 반 정도 회사와 직업 학교의 두 곳에서 실습과 이론을 통해 300개 이상의 (기술 분야) 직업 훈련을 받고18) 사회에 진출합니다. 이는 청년 실업률을 낮추고 산업 경쟁력을 높여 왔는데요. 우리 사회도 민관 협의체의 일자리 개혁을 시도한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인문학 교육과 교육 주체들의 공동체 설립
    인문학을 통해 비판적 사고와 자아 성찰 등의 정신적 가치에 대해 교육해야 합니다. 예로 올해 태국에서는 유네스코와 함께 ‘아동 및 청소년과 함께하는 철학(PwCY)’을 통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윤리적, 철학적 질문을 토의하기 시작했는데요.19) 실제 영국의 48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한 연구에서 철학 교육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은 또래보다 읽기와 수학에서 더 높은 점수를 보였으며 불우한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큰 향상이 관찰됐다20)고 하니 국·영·수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교육 주체들이 활발히 소통하는 기구가 필요합니다. 예로 지리산에 위치한 토지 달빛 놀이터(토지 마을 학교)와 토지 초등학교는 드물게 교사,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가 함께 하는 운동회를 기획하며 교류하였습니다.21) 이렇듯 공동체 문화를 교육계에서 장려하면 당사자 간의 요구를 절충하고 수용해 균형 있는 교육 개혁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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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 사교육 시장에 대한 규제 기준 확립
    현재 우리나라는 사교육과 관련한 법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예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공정거래법,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법령에 걸쳐 규제가 이루어져 일관성이 없고 온라인 강의 콘텐츠와 같은 신종 사교육 형태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기존 법령의 집행이 느슨하여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단일화된 법률과 강화된 규제 원칙을 마련해야 합니다. 최근 정부에서는 사교육 업체와 문항 거래가 적발된 교원에 대해 시·도 교육청 엄정 조치, 수능 출제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퇴직 입학 사정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의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였는데요.22) 실효성이 있길 바라며 무엇보다 교육청 중심의 정기적 실태조사 및 제재 방안이 보완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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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세. 나이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러운 시기인데요. 마냥 행복하고 신나게 건강한 유년 시절을 누리는 것이 권리인 시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꼬마들에게 포근한 둥지를 제공해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비단 부모만의 문제도 아닌 사회의 압박이 아이들을 병들게 한 것 아닌가 싶은 씁쓸함이 몰려왔습니다.
     
    유년 시절의 기억은 평생을 간다죠? 에디터에게도 어렸을 적 가족, 친구들, 동네 사람들과 놀았던 기억이 오래 남아있는데요. 때로는 추억을 떠올리며 힘든 날의 위로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죠. 아이들이 뛰노는 웃음소리가 널리 퍼져도 불편하지 않을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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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소윤·이우연,“9살 손잡고 떨어지면 편입대치동 그 학원 1800명 북새통”,한겨레, 2024.11.05.
    2) 신소윤·이우연,“9살 손잡고 떨어지면 편입대치동 그 학원 1800명 북새통”,한겨레, 2024.11.05.
    4) 박나은,“점수 줄세우기가 무너뜨린 공교육수능 이걸로 바꾸면 된다는데”,매일경제,2023.10.18.
    5) 박나은,“점수 줄세우기가 무너뜨린 공교육수능 이걸로 바꾸면 된다는데”,매일경제,2023.10.18.
    6) 구무서, “경제불황·저출생 다 뚫어버린 사교육비'잦은 제도 변경이 불안감 키워'”,뉴시스,2025.03.14.
    7) 이영일,“부모 불안 이용한 돈벌이, ‘7세고시’...쏟아진 전문가들 우려”,교육언론[],2025.04.30.
    8) 김성웅 ,“의대 증원에 '초등 의대반'까지 과열 조짐… 政, 강남 주요학원 단속”,뉴데일리경제,2024.02.23.
    9) 구리시립도서관. (n.d.). UN 아동권리협약 전문 [PDF 파일]. 구리시립도서관. (접근일: 2025.05.20.)
     

     
     

     

     

    엄마아빠가 시키는대로 하면 저 성공해요?
    초스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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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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