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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요즘처럼 마음까지 차가워지는 날에는, 이상하게도 오래 머무는 이야기 하나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일명 ‘왕사남’으로 불리는 이 작품이 저에겐 그런 영화였습니다. 처음에는 역사 속 왕의 이야기쯤으로 생각했는데, 보고 나니 마음에 오래 남는 건 왕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권력의 중심이 아니라, 권력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좋았던 이유는 단순히 이야기가 재미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깁니다. 매년 에디터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에 ‘공익이란 무엇일까’, ‘공공성이란 어디에서 시작될까.’ 묻게 됩니다.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가면 결국 이런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약한 사람의 존엄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

    영화 속에서 공익은 거창한 말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작은 장면들 속에 숨어 있습니다.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 상대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주는 마음, 규정만 들이밀지 않고 함께 방법을 찾아보려는 노력. 이런 것들이 쌓여서 공공성이 되고, 그 공공성이 공동체를 지탱한다는 걸 영화는 조용히 보여줍니다.
     

    공익이란, 약한 사람 곁에 머무는 일 

    정태식 경북대 인문학술원 교수의 말처럼, 타인의 존엄을 지키는 책임이야말로 공익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오래 남았습니다. ‘공익’이라는 말은 보통 법이나 제도, 행정 같은 단어와 함께 떠오르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실 공익은 그보다 더 앞서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사람으로 대하는 태도, 약한 이의 말을 귀찮아하지 않고 끝까지 듣는 자세, 이해하지 못해도 다시 설명해 주는 마음. 이런 것들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도 금세 차가워집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특히 마음에 남는 건, 힘을 잃은 존재를 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왕이라는 이름을 가졌어도 실제로는 가장 약한 자리에 놓인 사람. 그 앞에서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 외면할 수도 있고, 그저 예를 갖춘 채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른 길을 보여줍니다. 함께 밥을 먹고, 말을 건네고, 곁을 지키는 일. 그것이야말로 사람을 살리는 힘이라는 걸 말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공익도 결국 그런 것 같습니다. 법과 직책만으로는 유지되지 않습니다. 설명하고, 설득하고, 책임을 나누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살아 움직입니다. 현장에서 민원을 응대하는 사람, 아이를 돌보는 교사, 환자를 살피는 의료진, 어르신의 손을 잡아 주는 복지 현장 종사자들. 이분들이 단순히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 갈 때 공공성은 비로소 숨을 쉽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에는 늘 현실적인 조건이 따라붙습니다.

    인력이 부족하면 누군가의 사정을 끝까지 듣기 어렵고, 
    예산이 부족하면 필요한 도움을 지속하기 어렵고, 
    연대가 약하면 결국 모두가 지쳐버립니다.
    그래서 공익은 이상만으로는 유지되지 않습니다.
    사람이 있어야 하고, 돈이 있어야 하고, 
    서로를 지켜 주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이 셋이 함께할 때만 공동체는 약한 사람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도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공익은 멀리 있는 거대한 개념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드는 아주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그 작은 행동은 대부분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는 것 말입니다.

    “괜찮으세요?”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제가 다시 설명해드릴게요.”
    “혼자 두지 않을게요.”

    이런 말들이야말로 사람을 살립니다. 때로는 히터보다 더 따뜻하고, 난방보다 더 깊게 마음을 녹입니다. 몸은 금세 추위를 느끼지만, 마음은 말 한마디에 오랫동안 온기를 기억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나서 공익이라는 단어를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공익이라는 말을 들으면 제도, 정책, 행정, 복지 같은 단어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물론 그런 것들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보다 먼저 사람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어떤 표정으로 말을 건네는지, 어떤 마음으로 기다려 주는지, 어떤 태도로 약한 사람을 대하는지. 공공성은 결국 그런 자리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말 한마디가 히터보다 따뜻하다

    특히 이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넘었다는 사실은 더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한동안 한국 영화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왕과 사는 남자」는 다시 한번 사람들의 마음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단순히 숫자의 성공이 아니라, 한국 영화가 다시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준 작품 같아서 반가웠습니다. 재미만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고, 스쳐 지나가는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까지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그런 영화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다는 건 참 고마운 일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래 ‘강한 사람’의 이야기만 보아 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왕과 사는 남자>는 약한 사람 곁에 머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공익은 결국 강한 사람이 더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약한 사람이 덜 외로워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걸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단지 좋은 사극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이 추운 시대에 사람의 온기를 다시 떠올리게 해 준 영화였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말들을 듣고,  또 너무 많은 말을 하며 지냅니다. 그중에서 정말 오래 남는 말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말은 이상하게도 오래 남습니다. 내 편이 되어 주는 말, 내 처지를 알아주는 말,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말.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선명하게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말 한마디가 히터보다 따뜻하다” - 유튜브 <내 이름은 춘복이> 쇼츠에서 

    이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공익과 공공성의 본질을 아주 잘 담고 있는 말 같습니다. 공동체는 결국 말로 이루어집니다.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상처받고,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다시 살아납니다. 그러니 공공성은 제도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따뜻한 말과 행동 속에서 완성된다고 믿게 됩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그걸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 준 작품이었습니다. 역사의 비극을 다루면서도 끝내 사람의 온도를 잃지 않았고, 권력의 이야기 같지만 결국은 존엄의 이야기였으며, 멀리 있는 공익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 우리 옆 사람의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아마 그래서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다시 사람을 생각하게 되고, 누군가에게 말을 건넬 때 한 번 더 조심하게 되는 영화. 그런 영화가 천만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사실은 참 반갑고, 또 희망적입니다.

    한국 영화가 힘든 시기를 지나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준 작품, 그리고 우리에게 “사람을 살리는 건 결국 따뜻한 말과 마음”이라는 사실을 다시 알려 준 작품. 저에게 <왕과 사는 남자>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영화 <왕사남>에서 공익을 묻다
    럭비공

    조회수 65

    2026-03-31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미래를 내버려 두지 말자"

    기술과 데이터,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요즘처럼 AI라는 단어가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시대에, 공익활동 현장도 이제 더 이상 기술과 무관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공익활동이라고 하면 사람을 만나고, 손을 잡고, 현장을 뛰어다니는 일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그 현장을 어떻게 기록하고, 어떤 데이터를 남기고, 그 데이터를 통해 어떻게 다시 사람을 위한 변화로 연결할 것인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익활동이 갑자기 기술 중심의 세계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기술과 데이터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 점에서 지난 3월 24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린 포럼은 참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임팩트얼라이언스, 계단뿌셔클럽, 녹색전환연구소 등 각계 활동가들이 모여, 기술과 데이터를 공익활동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약 3시간 동안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큰 메시지였습니다.

    포럼의 제목이기도 했던 “미래를 내버려 두지 말자”는 말은, 단순히 기술을 빨리 배우자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공익활동 현장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누가 서 있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공익활동은 늘 그렇듯, 가장 먼저 현실을 마주합니다. 사람들의 삶이 달라지고, 사회문제가 복잡해지고,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쌓여 가는 자리에 늘 공익활동 현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포럼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기술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 사람 이야기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24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린 '미래를 내버려 두지 않는 법 : 기술·데이터 활용 공익활동의 방향과 사례' 포럼


    건강한 데이터를 만드는 조건은 ‘시민성’ 

    기조 발제를 맡은 임팩트얼라이언스의 박정웅 팀장은 AI가 학습하는 텍스트의 기반이 점점 고갈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데이터는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 AI가 학습할 수 있는 충분하고도 건강한 데이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뜻입니다. 특히 한국어 데이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앞으로 공익활동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의 가치가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말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익활동 현장은 마냥 ‘좋은 일’을 하는 곳으로만 비치기 쉽지만, 사실은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고 새로운 증거를 쌓아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목소리, 변화의 과정, 실패와 시행착오, 반복되는 문제와 해결의 흔적들이 모두 데이터가 됩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나중에 정책을 바꾸고, 제도를 개선하고,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만드는 근거가 됩니다. 즉, 공익활동은 단순한 실천을 넘어,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록의 장이기도 한 셈입니다.

    박정웅 팀장이 강조한 또 하나의 메시지는 건강한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소수의 뛰어난 개인이 아니라 ‘시민성’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말이 참 마음에 남았습니다. 데이터를 잘 다루는 몇몇 전문가만으로는 공익활동의 세계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현장에 있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서로 다른 시선을 모을 때 더 건강한 데이터가 만들어집니다.
    공익활동의 데이터는 어디선가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의 경험으로부터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데이터가 숫자만이 아니라 삶을 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삶을 바탕으로 기술이 작동할 때 비로소 공익적 의미가 생깁니다.

     

    AI, 기술 아닌 언어로 받아들이자 

    이날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부분 중 하나는 AI를 바라보는 관점이었습니다. 보통 우리는 AI를 떠올리면 ‘기술을 잘해야 한다’, ‘남보다 더 빨리 익혀야 한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부터 느끼기 쉽습니다. 그런데 박정웅 팀장은 AI를 기술(skill)로만 보지 말고 언어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표현이 참 좋았습니다. 기술로만 보면 늘 경쟁이 생기고,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으로 나뉘기 쉽습니다. 하지만 언어로 생각하면 조금 다릅니다. 언어는 배우고 익히고 자주 쓰면서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누구나 서툴 수 있고, 누구나 배워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AI는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공익활동 현장에서 서로를 연결하는 새로운 언어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말은 “우리는 AI를 잘하는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고, 전문가와 현장 사이를 원활하게 이어줄 통역사가 되는 것이 핵심”이라는 대목이었습니다. 이 말은 공익활동의 본질과도 닿아 있습니다. 공익활동은 늘 사람과 사람 사이, 제도와 현장 사이, 말과 삶 사이를 연결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공익활동가에게 필요한 것도 결국 기술 자체를 뽐내는 일이 아니라, 그 기술이 현장에 어떻게 번역되고 적용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기술은 어렵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언어로 바꿔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움직입니다.

    박정웅 팀장은 또 데이터와 기술 활용의 핵심은 결국 ‘증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부분도 매우 현실적이었습니다. 공익활동은 많은 경우 좋은 의도와 열정으로 시작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왜 이 문제가 중요한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어떤 지원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익활동 현장에서의 데이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변화의 증거입니다. 사람들은 숫자를 보면 움직이고, 사례를 보면 이해하며, 근거를 보면 설득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일과 그 결과를 텍스트로 남기고, 데이터로 정리하고, 필요하면 공공과 민간이 함께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일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은 결국 상향 평준화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차이는 어디에서 생길까요? 바로 어떤 현장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생성하고, 개방하고, 축적하느냐에서 차이가 생긴다는 말이 깊게 남았습니다.
     


    공익활동 현장에서 기술·데이터 활용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사람과 현장에 답이 있다

    이어진 사례 발표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기술과 데이터가 어떻게 사람과 연결되는지 더 생생하게 다뤄졌습니다. 먼저 ‘계단뿌셔클럽’의 박수빈 대표는 이동약자의 이동권 문제를 시민 참여형 데이터 수집으로 풀어가는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사실 이동권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문제이지만,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계단 하나, 턱 하나, 경사로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큰 장벽이 됩니다. 이런 문제를 시민이 직접 기록하고, 함께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매우 뜻깊습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참여자들이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아닌 “함께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갖도록 커뮤니티를 설계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말은 결국 공익활동의 핵심이 참여자들의 세계를 넓히는 데 있다는 뜻처럼 들렸습니다. 나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던 일에 참여하면, 그 순간 나의 세계도 함께 넓어집니다. 공익활동은 바로 그런 확장의 경험을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녹색전환연구소의 고이지선 팀장이 소개한 ‘1.5℃ 계산기’ 역시 기억에 남았습니다. 개인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시민들의 일상과 탄소 문제를 연결해 보여주는 도구라는 점에서 굉장히 직관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녹색전환연구소가 원래 기술이나 데이터에 익숙한 조직이 아니었다는 고백이었습니다. 데이터가 부족한데 가능할까 고민했지만, 해보니 되더라는 말은 많은 공익활동가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을 것 같습니다. 기술에 겁먹지 말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공익활동 전반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결국 도구는 도구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그 도구를 통해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 하는 질문입니다.

    질의응답에서 나온 “사람과 현장에 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AI를 쓴다”는 말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AI를 쓰는 이유가 편리함 그 자체가 아니라, 결국 사람을 만나고 현장에 머무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공익활동의 진짜 변화는 늘 현장에서 시작됩니다. 책상 앞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같이 고민하고, 함께 움직이는 시간 속에서 생깁니다. 그렇다면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를 AI로 줄이고, 그 시간만큼 사람을 더 만나고 현장을 더 깊게 보는 것은 오히려 공익활동의 본질에 가까운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기술·데이터 활용한 공익활동으로 소개된 '녹색전환연구소' 사례 


    기술과 데이터가 공익활동이 만날 때 

    이번 포럼이 특별했던 이유는, AI가 공익활동의 위기라는 식의 비관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기술과 데이터가 공익활동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물론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잘못 쓰이면 사람을 더 배제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향으로 쓰느냐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을 정하는 것은 결국 현장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현장을 아는 사람, 사람의 사정을 아는 사람, 제도와 삶 사이의 간격을 경험해 본 사람들만이 기술을 공익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공익에서 기술과 데이터 활용은 결코 기술 만능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각기 다른 상황과 조건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는 일입니다. 어떤 사람은 계단 하나가 장애가 되고, 어떤 사람은 긴 설명이 필요하고, 어떤 사람은 숫자보다 먼저 마음의 안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공익활동에서 기술과 데이터는 사람을 다 같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서로 다른 조건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도구여야 합니다. 그 이해가 있을 때 비로소 데이터는 살아 있고, 기술은 따뜻하며, 공익활동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습니다.

    결국 AI 시대에 공익활동 현장이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합니다. 기술을 얼마나 빨리 배우느냐보다, 그 기술을 통해 누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쌓느냐보다, 그 데이터가 누구의 삶을 바꾸는 근거가 되는가. 그리고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보다, 그 시간과 에너지를 사람과 현장에 얼마나 더 쓸 수 있게 되느냐. 그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는 현장이야말로, AI 시대에도 가장 인간적인 공익활동 현장일 것입니다.
     


    기술ㆍ데이터를 활용 공익활동의 방향과 사례 포럼
    럭비공

    조회수 56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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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이자 교육의 현장을 지켜봐 온 시민으로서, 저는 문득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과연 학교는 아이들에게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 처음 큰아이가 초등학교 문턱을 넘을 무렵, 저의 고민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현실적이었습니다. 내성적인 아이가 낯선 환경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혹여나 학교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상처받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했습니다. 당시의 저에게 교육이란 이미 정해진 환경이었고, 저는 그저 우리 아이가 그곳에 잘 적응하기만을 바라는 평범한 학부모에 불과했습니다.

     

    " 좋은 학교는 학부모가 함께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참여하게 된 참교육학부모회의 강의에서 제 인생을 바꾼 한 문장을 만났습니다. “좋은 학교는 학부모가 함께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제게 신선한 충격이자 새로운 가능성이었습니다. 학교를 주어진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가꾸고 변화시킬 수 있는 유기적인 공동체로 바라보게 된 시발점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교육 정책에 관심을 두고 학부모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이런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은 우리가 직접 그런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변모했습니다.

     

    그 실천의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와글와글 놀이터였습니다. 큰아이가 저학년이던 시절, 매주 월요일 오후면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만났습니다. 거창한 프로그램이나 교구는 없었습니다. 그저 두 시간 동안 마음껏 뛰어노는 것,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처음엔 네 명으로 시작했던 모임이 어느덧 수십 명의 아이로 북적였습니다. 아이들은 놀이 속에서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갈등을 해결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저는 그 천진난만한 모습들을 지켜보며 교육의 진정한 주체는 아이들이며, 어른의 역할은 그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을 마련해 주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꿈의학교와 독서 모임으로 이어지며 저와 아이들 모두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당시 경기교육이 지향했던 혁신교육의 흐름과 마을교육공동체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습니다. 학교의 문턱이 낮아지고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로 당당히 설 수 있었던 그 시절, 우리는 학교 안팎이 연결되는 소중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물론 모든 시도가 완벽했던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시행착오도 있었고 형식적인 운영에 그친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학교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교육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문법이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 와글와글 놀이터의 힘 "

    제가 목격한 가장 경이로운 장면은 사회적 실천의 현장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선 아이들은 이미 완성된 시민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보며 교육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결국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주체적인 시민을 길러내는 데 있어야 함을 다시 한번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경기교육의 현실을 바라보는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과거 우리가 쌓아온 신뢰와 협력의 가치들이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이 다시 보수적이고 관리 중심적인 방향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특히 가장 안타까운 변화는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때 혁신학교를 함께 일구던 파트너였던 두 주체는, 이제 민원인대응 주체라는 차가운 관계로 멀어지고 있습니다.

     

    아이의 성장은 결코 가정이나 학교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교사와 부모가 서로를 신뢰하며 아이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올바른 성장의 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변해도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계가 단절된 지금이야말로 신뢰와 협력이라는 교육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협력과 성장의 언어로 이어가는 경기교육으로 "

    2026, 우리는 다시 중요한 선택의 시점에 서 있습니다. 이번 선택은 단순히 한 명의 교육 행정가를 뽑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교육 철학을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저는 경기교육이 경쟁의 언어가 아닌 협력의 언어로, 관리의 시스템이 아닌 성장의 시스템으로 다시 설계되기를 바랍니다. 학부모를 교육의 동료, 교사를 존중받는 파트너로 대우하는 문화가 회복되어야 합니다.

     

    교육은 효율성이나 단기적인 성과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숭고한 영역입니다. 아이들의 삶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진심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숙의하고 토론하며 만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성적의 굴레에서 벗어나 조금 덜 경쟁하고, 조금 더 서로를 배려하며 어울릴 수 있는 학교를 꿈꿉니다. 배움이 교과서에 머물지 않고 삶과 연결되며, 아이들 개개인이 이미 한 사람의 존엄한 시민으로 존중받는 현장을 소망합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얻은 결론은 분명합니다. 교육은 바뀔 수 있고, 그 변화의 시작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2026년의 경기교육이 다시 한번 그 가능성의 힘을 믿고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의 삶을 중심에 둔 방향, 조금 더 따뜻하고 공정하며,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교육을 향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경기교육에 바란다. - 다시 ‘신뢰’와 ‘연대’의 학교공동체를 향하여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 도승숙 지부장

    조회수 266

    2026-03-05
  •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경기도민의 삶을 바꾸는 경기도만들기 위한 경기시민사회의 대장정이 시작되다!

    2026년 지방선거 경기도 12대 정책과제 발표 -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6일 오전 11시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2026년 지방선거 경기도 12대 정책과제기자회견을 갖고 63일 지방선거 대응의 대장정에 나섰다.

     

    이번 12대 정책과제 선정 배경은,

    - 헌정질서를 위협한 계엄 시도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위기 속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는 중앙정치의 문제를 넘어 지방정부의 책임성과 민주성, 일상적 행정과 정책의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 그리고 이번 2026년 지방선거는 단순한 인물 선택과 성장 위주 정책이 아니라 도민주권 회복과 도민의 삶을 바꾸는 성숙한 정책 선택의 선거가 요구된다.

    - 또한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개별 의제를 넘어, 시민참여·인권·성평등·돌봄·기후·교육·평화가 연결된 종합적 경기도정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그동안의 경과는 아래와 같다.

    - 2025225() 정기총회 : 2026년 지방선거 대응 결의

    - 2025910() 운영위원회 : 2026년 지방선거 대응 TF 구성 결정

    - 2025929() 2026년 지방선거 대응 TF 1차회의 : TF 구성 및

    방향 수립과 정책과제 선정 추진 일정 확정

    - 2025115() 각 영역별 정책과제 제안 취합 및 정리

    - 20251210() 운영위원회 및 1차 정책워크숍 : 제안 정책 총정리

    - 20251223() 2차 정책워크숍 : 각 정책과제 발표 및 핵심정책과제 선정 논의

    - 20251229() 2026년 지방선거 대응 TF 2차회의 : 12대 핵심정책과제 선정 및 기자회견 준비 논의

     

     

    또한 이번 12대 정책과제 선정의 원칙은,

    - 민주주의·기본권 중심 원칙으로 시민 참여 확대와 행정의 투명성·책임성 강화, 차별 없는 도민의 존엄과 권리 보장, 일상에서 체감 가능한 정책을 핵심 기준으로 설정했다.

    - 위기 대응과 사회전환 원칙으로 기후위기, 사회적 양극화, 성차별, 돌봄 위기에 대응하는 구조적 전환 과제를 우선 반영했다.

    - 실행·협치 기반 원칙으로 지방정부의 조례 등의 제도화가 가능하며, 시민사회·도민·의회가 함께하는 거버넌스 방식으로 추진 가능한 정책 중심으로 선정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도민의 삶을 바꾸는 경기도라는 슬로건 아래 내세운 경기도 12대 정책과제는 아래와 같다.

     

    ① 시민참여 : < (가칭)경기도민주권 시민참여위원회(또는 경기도시민참여위원회) 설치를 통한 경기도정의 민주성·개방성·책임성·혁신성 강화 >

    - (가칭)경기도민주권 시민참여위원회(또는 경기도시민참여위원회) 설치

    - 경기도 시민참여 플랫폼 및 정책환류 시스템 구축

    ② 성평등 : < 경기도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 >

    - 포괄적 성평등 기준의 도입을 반영한 「경기도 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

    - 여성 노동환경 개선 정책 확대를 위한 추진체계 강화

    - 「경기도 여성 평화 정책 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 성평등 기후 정책 추진을 위한 전담 부서 신설

    - 젠더 정의 실현을 위한 노동·돌봄 정책 추진체계 구축

    ③ 기후환경 : < 경기도 물관리 일원화 정책 시행 – 수자원관리국(가칭) 신설 및 물순환·하천복원 전략 구축 >

    - 경기도 물관리 일원화 및 수자원관리국’(가칭) 신설

    - 경기도 물순환 촉진 종합계획 수립

    - 경기도 하천 복원 및 재자연화 전면 추진

    - 물순환 취약성 개선형 인프라 구축

    ④ 교육 : < 경기도-·군 공동 교육격차 해소 종합전략수립 >

    - 경기도 차원의 교육격차 해소 종합계획 수립 및 지역 맞춤형 예산 배분

    - 원도심·농촌 교육력 회복을 위한 별도 교육·문화·진로 인프라 집중 투자

    ⑤ 문화·예술 : < 예술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사회보장 확대 >

    - 청년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

    - 예술인 참여소득 도입

    - 예술인 기회소득 대상 및 금액 확대

    ⑥ 복지 : < 모든 경기도민이 누리는 돌봄 보장 – 경기도형 통합돌봄 구축 >

    - 경기도통합돌봄지원 체계 확대 및 강화

    - 경기도형 단기회복형 지원주택(중간집) 모형 개발 및 확산

    - 경기도형 지역사회 재활모델 개발

    ⑦ 사회적경제 : <행정-당사자조직-NGO-의회가 함께하는 정책결정 거버넌스 제도화>

    - 「경기도사회적경제 4자 협치 위원회」 설치 및 실질적 권한 부여

    - ‘기본사회핵심 공급 주체 지정

    - ·군별 '균형발전 로드맵' 추진

    - 다자간 합동 정책 평가 및 환류

    ⑧ 언론미디어 : <지역신문 공적 지원 체계 구축>

    ⑨ 인권 : <경기도 차별금지 조례 제정>

    ⑩ 장애인 : <장애인의 권리가 권리답게 보장되는 경기도>

    -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인건비 별도 편성 및 도비 지원 확대를 통한

    도입대수당 운전원 2.5인 보장 계획 수립

    - UN탈시설가이드라인에 기반한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5개년 계획 수립 및 탈시설 지원 강화

    ⑪ 주거·도시계획 : 공사 완전 후분양제 도입 및 정착 방안>

    - GH 공급 주택 '100% 사용 승인 후 분양' 의무화

    - 후분양 재원 안정화 기금 조성 및 재무 구조 개혁

    - 무주택자 맞춤형 '경기도형 후분양 브릿지론' 도입

    ⑫ 평화통일 : <경기도의 평화정책 사업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참여·협력 제도화>

    - (가칭)경기도 평화센터 신설 및 (가칭)경기평화회의 구성

    - (가칭)경기도 평화.통일.민주시민교육위원회 구성

     

     

     

     

    함께 참여한 단체는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단체와 연대단체들인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경기복지시민연대, 경기시민사회포럼, 경기여성단체연합, 경기여성연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기환경운동연합, 경기민예총, 경실련경기도협의회, 다산인권센터,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 평화비경기연대, YMCA경기도협의회, YWCA경기도협의회,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사회적경제활성화 경기네트워크, 경기자주통일평화연대, 경기평화교육센터 등 경기도 내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월 말까지 경기도 소재 각 정당을 찾아 12대 정책과제를 전달하고 경기도지사 공약반영을 요구하였다.

     

    앞으로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출마예정자, 후보자들 대상으로 정책간담회와 정책제안서를 공식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언론 홍보(보도자료, 기자회견, 언론 정책과제 공론 및 인터뷰) 그리고 대도민 대상 정책과제 온오프라인 홍보(카드뉴스, SNS 캠페인 등)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각 정당의 후보자들이 선정이 되면 후보자별 정책협약식 추진(공개적 서명·사진 공개)과 지방선거 이후에는 후보자별 공약 및 정책 반영 현황을 분석하고 정책선거 대응 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 개최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당선자 공약 이행 점검 시스템 가동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다.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경기도민의 삶을 바꾸는 경기도” 만들기 위한 경기시민사회의 대장정이 시작되다!
    송원찬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전)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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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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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로 본격 진입함에 따라, 고령 운전자의 교통안전을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다룰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권고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고령자의 이동권 보장과 생계유지라는 현실적인 문제까지 고려한 입체적인 정책 접근이 요구됩니다. 고령자 운전 사고는 단순한 운전 미숙이나 차량 고장 때문이 아니라, 나이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 인지력 감소, 시력 약화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신체적 변화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인 연령 기준만으로 운전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와 직업 선택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특히 생계를 위해 운전을 지속해야 하는 고령 운전자에게는 직접적인 생계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나이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정확한 운전 능력 평가를 통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는 고령자의 안전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와 전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교통 환경 조성의 필수 조건이기도 합니다.
     
     
    ● 고령 운전자 사고의 현황과 특성
     
    1. 고령자 교통사고는 지속 증가
    최근 5년간 통계를 살펴보면, 고령 운전자가 유발한 교통사고는 34.7% 증가한 반면, 65세 미만 운전자의 사망자 수는 오히려 1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고령 운전이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교통안전 리스크로 대두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에 의한 사고는 단순한 접촉 사고를 넘어 사망 등 중대한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고령 운전자의 전체 사고 발생 비율은 다른 연령대보다 낮을 수 있으나, 사고 1건당 사망자 수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고령화가 계속될수록 그 위험도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2. 사망자 위험도 높음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 운전자는 같은 유형의 사고에서도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2~3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특히 교차로, 횡단보도, 이면 도로처럼 복잡한 상황 판단과 빠른 반응이 필요한 도로 환경에서는 사고 발생률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확률도 현저히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교차로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70~74세의 중기 고령자는 사망 위험이 약 1.7배,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는 무려 2.9배까지 증가했고, 횡단보도에서도 각각 1.8배, 3.3배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고령 운전자가 특정 도로 환경에서 겪는 위험성이 젊은 운전자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며, 이에 따라 도로 설계와 정책 차원의 정밀한 개선책 마련이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3. 인지능력과 신체 기능 저하
    고령 운전자의 인지 기능 저하와 신체적 능력 약화는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일반 운전자와 비교했을 때, 고령자의 평균 반응 시간은 약 17% 이상 느리며, 특히 도심 내 돌발 상황에서는 반응 속도가 두 배 이상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속도로에서도 17.4% 정도 반응이 늦어지는 경향이 확인되어, 급작스러운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더해 시력 저하, 시야 축소, 청력 감소, 관절의 경직 및 근육의 유연성 저하 등은 운전 중 주변 상황 인식과 제어 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신체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단순 통계 수치를 넘는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위험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의 단순 발생 건수보다 사고의 성격, 심각도, 발생 장소, 운전자의 건강 상태 등 다각적인 요소를 종합 분석하여, 보다 정밀하고 현실성 있는 맞춤형 정책 수립이 필요합니다.
     
     
    ● 해외의 고령 운전자 관리 제도
     
    1. 미국
    미국은 고령 운전자와 관련된 교통안전 문제를 다층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관리하는 대표적 국가입니다.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그리고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도로안전재단, 민간 전문 기관 등이 협력 체계를 구성하여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고령 운전자에게는 면허 갱신 주기를 3년 이내로 단축하고, 갱신 시 인지 기능과 신체 능력을 평가하는 검사를 시행하며, 일부 주에서는 도로 주행 시험까지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에서는 70세 이상 고령자가 면허를 갱신하려면 의료 진단과 추가적인 도로 주행 평가를 통과해야 합니다.
    아울러 NHTSA는 ‘2012~2017 고령운전자 전략 계획’을 수립하여,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는 도로 설계 기준을 고령 운전자의 특성에 맞게 개선하는 인프라 중심의 안전 강화 방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AARP 고령운전자 안전 교육 프로그램’이나 ‘플로리다 고령운전자 가이드’와 같은 교육 콘텐츠를 통해, 고령자가 자신의 운전 능력을 점검하고 반응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입니다. 이러한 제도는 고령자의 운전 지속 여부를 보다 정확하고 과학적으로 판단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2. 영국
    영국에서는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정책이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와 민간단체의 주도 아래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로는 ‘SAGE(Safer Driving with Age)’ 프로그램이 있으며, 이는 글로스터셔 지역 자치단체에서 시행 중입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고령자 전문 상담과 함께 심리 및 신체 기능 평가, 그리고 실제 도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주행 훈련이 결합된 종합 관리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교육 프로그램인 ‘Drive Confident Scheme’은 운전 능력 저하로 인해 자신감을 잃은 고령 운전자들이 다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습 중심의 교육과정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 이론 교육에 그치지 않고, 실제 운전 상황에 맞춘 반복 훈련을 통해 안전운전 습관 형성에 중점을 둡니다.
    아울러, 영국의 고급운전자 협회(Institute of Advanced Motorists)는 전문 교관이 동승하여 고령 운전자와 함께 실제 도로 주행을 진행하면서, 부주의하거나 잘못된 운전 습관을 직접 지도하고 개선하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고령자의 실질적 운전 능력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인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3. 프랑스
    프랑스는 고령 운전자 관리에 있어 의료 기반 평가를 중심으로 한 정책 접근이 두드러집니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고령 운전자용 의료지침서’를 개발하여, 일반의, 가정의, 신경과 전문의 등 다양한 의료 전문가들이 고령자의 운전 지속 가능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활용하고 있습니다. 해당 지침서는 운전자의 시력, 반응 속도, 인지력, 약물 복용 상태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 전반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필요시 도로 주행 가능성까지 의료진과 전문가가 함께 결정하게 됩니다.
    또한, 프랑스는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 중인 농촌 지역의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로 설계 개선, 신호 체계 보완, 속도 제한 강화 등 물리적 인프라 측면에서도 제도적 보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고령자의 운전 능력을 단순히 연령으로 판단하지 않고, 의료적 진단, 실제 주행 평가, 교육 프로그램 등을 결합한 통합 시스템을 통해 사고를 줄이고 고령자의 이동권을 함께 보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 모델은 우리나라가 현실적으로 도입 가능한 참고 사례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 우리나라의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대책 현황
     
    1. 3년 주기 적성검사 제도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3년마다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치매안심센터의 인지기능선별검사(CIST)와 도로교통공단이 주관하는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고령자의 실제 운전 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지검사는 문답형 간이평가 수준에 머무르고, 교육도 이론 중심의 강의 방식에 그쳐, 실제 주행 상황에서 필요한 판단력이나 반응 능력, 돌발 상황 대처 능력 등을 평가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입니다.
     
    2. 면허 반납 제도
    정부와 지자체는 고령자의 자발적 운전면허 반납을 장려하기 위해, 일정 금액이 충전된 교통카드, 지역화폐, 현금 등을 인센티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에도 불구하고 전국 평균 면허 반납률은 2%대에 머물고 있으며, 실효성은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그 이유로는 면허 반납 이후 겪게 되는 이동의 불편함이 가장 크게 꼽힙니다. 특히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 및 중소도시 지역에서는 차량이 사실상 필수 이동 수단이기 때문에, 반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반납 혜택이 일회성에 그치고 보편적이지 않아, 고령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유인이 부족한 것도 낮은 반납률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3. 지역별 위험도 차이
    우리나라의 고령 운전자 사고 발생은 지역에 따라 큰 편차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경북, 경남, 전남 등 일부 지방에서는 후기 고령자의 교통사고 치사율이 수도권보다 최대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도로의 물리적 환경, 교통 인프라 수준, 보행자 안전 설계, 지역 내 차량 보급률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특히 도시 외곽이나 고령화 속도가 빠른 지역의 경우, 고령 운전자 수가 급증하는 반면, 도로 설계나 관리 체계는 그에 비해 미비한 상황이라 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지역 맞춤형 교통안전 정책과 인프라 보완, 그리고 ‘고령운전자 안전운전 증진 운동본부’와 같은 지역 단위의 조직적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개선을 위한 정책 제언
     
    1. 교통 인프라 개선 및 기술 활용
    고령 운전자의 시야 확보와 반응시간 보완을 위해 교통 표지판의 글자를 확대하고, 가로수 정비 및 전방 신호등 설치, 야간 가로등 강화 등 교통 환경 개선이 필요합니다. 특히 사고 다발 지역인 이면 도로와 군도에는 노인보호구역처럼 30km/h 이하 속도 제한을 제도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별도의 법령 정비와 단속 체계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차량 안전기술로는 차선이탈 경고 장치, 전방 추돌 방지 장치, 자율주행 보조 기능 등을 저소득 고령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구매 보조금 및 장착 비용 지원이 절실합니다.
     
    2. 운전 능력 검증 제도 개선
    기존의 인지검사와 이론 교육만으로는 고령자의 실제 운전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가상현실(VR)을 포함한 실제 도로주행 기반 평가 시스템의 확대가 필요하며, 운전자의 능력에 따라 운전 시간, 노선, 지역 등을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제도 도입이 요구됩니다. 프랑스처럼 의료진이 운전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전국 단위의 고령자 맞춤형 의료지침서를 도입하여 객관성과 일관성을 높이는 것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3. 교육 및 자가 진단 기회 확대
    도로교통공단 또는 전문 교육기관을 통해 ‘운전 자신감 회복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음주 위험성을 체감할 수 있는 음주 가상 체험, 실제 법규 위반 사례 중심의 사례 기반 교육을 확대해야 합니다. 아울러 온라인 기반 자가 진단 시스템을 개발하여 고령자 스스로 자신의 운전 능력을 체크하고 반성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육 수강도 일정 연령 이상부터는 의무화하고, 교육 이수 여부를 면허 갱신에 반영해야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습니다.
     
    4. 지역 맞춤형 대응 체계 구축
    광역시·도 단위로 ‘고령운전자 교통안전센터’를 설립하여 지역 내 교통사고 다발지점에 대한 모니터링, 사고 유형 분석, 맞춤형 교육 제공 등을 추진해야 합니다. 시민참여형 교통안전 모니터링단 운영과 함께 지역 사회, 민간단체, 의료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 협력형 캠페인도 병행해야 합니다. 특히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며, 교통 인프라 보완 예산, 교육 예산, 차량 안전장치 지원 예산 등이 포함되어야 지속 가능한 정책 실행이 가능합니다.
     
     
    고령 운전자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회적 과제입니다. 이는 고령자의 인지력과 신체 능력 저하로 인한 사고 위험성이라는 문제뿐 아니라, 여전히 많은 고령자가 일상생활과 생계를 위해 운전에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에서 비롯됩니다. 특히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 지역이나 소도시에서는 운전이 곧 생존 수단이기 때문에 단순히 면허 반납을 권고하거나 연령 기준으로 운전을 제한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낮고, 오히려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생활불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노인의 이동권과 생계유지, 그리고 교통안전이라는 상충할 수 있는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다층적이고 정교한 대책 마련이 필수적입니다. 선진국들의 조건부 면허제도, 의료 기반의 판단 시스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등의 사례를 참고하고, 국내 고령자의 사고 특성을 반영한 제도 정비, 교통 인프라 개선, 지역사회 기반의 예방 전략이 병행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고령자 교통안전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노인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전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운전대를 놓지 못하는 노인들…당신의 부모일 수도 있습니다
    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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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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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미리캔버스 PIXABAY 
     
    
    ●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증가하는 위험
     
    2024년 현재, 한국의 성인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전·현 파트너로부터 신체적, 성적, 정서적, 경제적 폭력 또는 통제와 같은 피해를 최소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1년 대비 증가한 수치로, 단순히 일회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화된 폭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해당 폭력은 법적으로 '가정'이라는 틀 안에 포함되지 않는 관계에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전통적인 혼인 관계뿐 아니라 사실혼, 동거, 연애 등의 관계에서도 폭력이 발생하지만,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이러한 다양한 관계 유형을 충분히 규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법적 보호를 받는 데 한계를 만들고 있으며, ‘사적 관계’라는 이유로 사회와 제도가 폭력을 방임하고 있는 현실을 방증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단순한 우발적 사건이 아닌 반복성과 지속성을 지닌다는 데 있습니다. 피해자는 관계의 친밀함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경제적·정서적 요인들로 인해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만큼 제도적 개입과 보호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친밀관계 폭력을 독립적 범주로 인식하고 다루는 법·제도적 전환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통계로 드러난 현실: 폭력의 일상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여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친밀한 관계에 있는 파트너로부터 한 번 이상 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비율은 1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 2021년 조사에서 기록된 16.1%보다 3.1% 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짧은 기간 동안 피해 경험률이 유의미하게 상승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신체적·성적 폭력 유형에 한정해도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같은 기간 10.6%에서 14.0%로 증가해, 여성들이 단순히 말로 그치지 않는 폭력에 노출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친밀한 관계가 오히려 여성에게 가장 큰 위험 공간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입니다.
     
    연령별로는 피해 양상이 차이를 보입니다. 전·현 배우자 등과 같이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한 중장년층 여성의 피해율이 전반적으로 높은 반면,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제 폭력의 경우는 20대 여성층에서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20대 여성 중 최근 1년 이내 5개 유형의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2.3%로, 이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폭력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높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연인이라는 이름 아래 정서적·신체적 폭력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피해를 당한 횟수에 머무르지 않고, 폭력이 젊은 여성의 일상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폭력은 특정 연령이나 관계에 국한되지 않으며, 친밀한 관계라는 특성상 외부에 드러나기 어렵고, 그만큼 구조적인 대응이 절실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 피해자의 침묵을 강요하는 문화적 요인
     
    ‘왜 도망치지 않았느냐’, ‘왜 그동안 참고 살았느냐’는 질문은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되묻는 행위로,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는 가족을 유지하는 것을 여성의 책임으로 여기는 관념이 강하게 작동하며, 이로 인해 피해자는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거나 침묵을 택하게 됩니다. 주변의 시선과 비난, 피해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가족이나 지인의 반응도 피해자의 말 하기를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문화는 피해자에게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며, 폭력을 견디는 것이 도리라는 착각 속에 갇히게 만듭니다. 결국 사회 전체가 피해자의 침묵을 조장하는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 관계성 범죄로서의 재정의 필요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히 ‘사랑이 엇나간 결과’나 ‘사적인 다툼’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이용해 폭력을 반복하고, 그 속에서 피해자는 쉽게 고립됩니다. 관계 안에서 지속적이고 은폐된 폭력이 발생하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기존의 형사법체계처럼 사건을 단편적으로 나눠서 다루는 방식으로는 실효성 있는 대응이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관계성 범죄’라는 독립된 개념으로 재정립하고, 이에 걸맞은 법적 틀과 처벌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지 법률 개정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 예방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
     
    그동안의 여성폭력 대응 정책은 주로 폭력이 발생한 이후의 사후 처리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 폭력을 사전에 막기 위한 예방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선 교육현장에서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와 더불어, 직장과 지역사회에서도 일상적인 성평등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특히 대중매체와 SNS에서 반복 재생산되는 성차별적 콘텐츠에 대한 규제와 감시 또한 필요합니다.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폭력 예방 교육을 제도화하고,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 피해자 지원 체계의 현실과 과제
     
    현재 존재하는 피해자 지원 시스템은 상담, 법률 자문, 긴급 쉼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지만, 실제 피해자에게 닿는 데에는 여러 장벽이 존재합니다. 특히 지방 거주자나 청년층, 이주여성처럼 제도적 정보 접근이 어려운 집단의 경우, 지원을 받는 데 한계가 큽니다. 더불어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연속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합니다. 의료, 심리, 경제 자립, 주거 지원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각각의 피해자 상황에 맞춘 맞춤형 대응이 가능하도록 전문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예산과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노력이 동반돼야 합니다.
     
     
    ● 법의 사각지대: 제도는 여전히 ‘가정’ 안에 머물러
     
    우리나라에서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제도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요 법령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그러나 이 법은 법적 혼인 관계나 혈연 중심의 전통적 가족 구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사실혼 관계나 연인, 동거 파트너 간의 폭력은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제도는 여전히 ‘가정’이라는 고정된 틀 안에 갇혀 있으며, 변화하는 사회적 관계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적 한계로 인해, 혼인 관계 외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 체계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연인 또는 동거인에게 지속적인 폭력이나 통제를 당한 경우에도, 피해자는 개별 범죄로만 접근해야 하며, 스토킹, 협박, 상해 등 각기 다른 범죄 항목에 따라 분리된 법적 대응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피해가 반복적이며 관계 속 권력 구조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제대로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구조적 맥락이 무시된 채, 일회적 사건으로만 처리되는 한계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친밀한 관계의 형태는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제도 역시 이에 발맞추어 변화해야 하며, 관계성 폭력을 독립적인 범주로 인정하고, 포괄적 대응이 가능한 법적 틀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 반복되는 비극과 사회적 구조의 책임
     
    최근 연이어 발생한 교제 살인 사건들은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부평에서는 접근금지 명령이 해제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여성이 전 남편에게 살해당했고, 의정부에서는 보호 조치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일터에서 가해자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외에도 울산, 동탄 등지에서 연인 간 폭력이 극단적 범죄로 이어진 사건들이 잇따랐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 간의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법과 제도가 친밀한 관계에서의 반복적 폭력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가해자들은 종종 “사랑해서 그랬다"라는 말로 폭력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이 같은 언행은 실제로는 상대를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권력의 표현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권력의 행사가 개인의 심리적 일탈이 아닌,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한 사회 구조 속에서 정당화되고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여성에게 부여된 전통적인 성역할, 예를 들어 양육 책임이나 가정 유지에 대한 도덕적 의무는 피해자가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주변 시선에 대한 두려움 또한 피해를 외부에 알리는 것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반복되는 폭력의 이면에는 여성에게 침묵과 인내를 요구해온 사회의 오래된 문화와 시선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참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 제도 개선의 방향: 친밀관계 폭력을 ‘사회적 폭력’으로 인식해야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을 더 이상 사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또는 혼인이라는 제도적 틀 밖에서 벌어지는 폭력 역시 본질적으로는 성별 권력에 기반한 사회적 폭력이며,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해결해야 할 공적 사안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여성 인권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관련 제도 개편을 촉구해 왔습니다. 특히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 조항을 기존의 ‘가정 보호’에서 ‘피해자 인권 보호’ 중심으로 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이 가능한 반의사불벌죄의 폐지, 상담을 조건으로 형사 처벌을 유예하는 기소유예 제도의 폐지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또한 반복적으로 한국 정부에 위와 같은 제도 개선을 권고했으나, 실질적인 입법 변화는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밀관계 폭력을 독립된 범주로 인정하고 관계성 범죄로 규정하는 새로운 법적 틀 마련이 시급합니다. 단순히 전통적인 ‘가정’ 개념에 의존하지 않고, 동거, 교제, 비혼 동반자 등 다양한 관계 유형을 포함할 수 있도록 법률의 정의와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또한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연령, 성별, 관계 유형 등을 세분화한 통계 시스템 구축과 정기적인 통합 실태조사 또한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는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며, 여성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이 될 것입니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히 개인 간의 갈등이나 일탈 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성별 위계와 불평등한 권력 구조가 일상 속에서 작동한 결과이며, 사회 전체가 공유해온 왜곡된 성 역할 인식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성평등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여성폭력 발생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는, 제도와 문화적 환경이 여성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결정적 요소임을 보여줍니다. 단지 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성인지 교육과 문화적 변화가 병행되어야만 진정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되는 통제와 희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거나 지배하려는 감정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나누는 말투, 책임을 나누는 방식, 돌봄의 균형 등 작은 실천들이 곧 관계의 권력 구도를 바꾸는 시작이 됩니다. 더 이상 ‘사적인 일’이라는 이유로 관계 내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가 아니라, 친밀한 관계일수록 인권과 안전이 더 우선시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상식’입니다.
    

     
    사랑이라 불린 폭력, 사회는 왜 눈 감았나
    주야

    조회수 666

    202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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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푸른에코학습마을
    ― 환경·인문·공동체가 어우러지는 의왕시 오전동의 지속가능 배움터
     
     
    ● 늘푸른에코학습마을 김미경 대표 인터뷰로 살펴보는 에코학습마을의 현재와 미래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거창한 정책이나 캠페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일상의 작은 선택들, 물 한 컵을 줄이는 일, 쓰레기를 분리하는 습관, 공동체 안에서 자연을 함께 돌보는 시간이 모여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갑니다.
     
    의왕시 오전동에 자리한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은 바로 이러한 작은 실천을 일상 속 배움과 연결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글누리도서관이 환경 특화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한 이 마을학습공동체는, 환경·인문·공동체 활동을 종합적으로 담아내며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평생학습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는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의 프로그램과 특징을 소개하고, 활동을 이끌고 있는 김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이 마을이 추구하는 가치와 미래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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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푸른에코학습마을 김미경 대표 / 출처: 에디터 럭비공
     
     
    “환경교육은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지는 배움입니다”
     
    Q1. 늘푸른에코학습마을 활동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환경과 공동체 활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평소에도 지역에서 작은 실천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글누리도서관이 환경 특화 도서관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주민분들과 함께 환경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 역할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김대표는 환경 교육뿐 아니라 주민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데 큰 열정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환경학습’은 단순 교육이 아니라 주민이 서로 관계를 맺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Q2. 기억에 남는 활동이나 인상적인 변화가 있으신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처음에는 환경 문제가 멀게 느껴졌던 주민분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실천을 제안하고, 지역 환경의 변화를 이야기해 주실 때입니다. 예를 들면 플로깅 활동을 통해 쓰레기 문제를 직접 체감하고,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분들이 늘어났습니다.”
     
    “아이들이 자연을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며 ‘이 활동이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Q3. 활동가로서 어려움은 어떤 점에 있으신가요?
     
    “환경 교육은 단기간에 효과가 보이는 활동이 아니어서, 참여를 꾸준히 이어가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또 예산이나 장기 프로그램 운영의 안정성이 부족해 지속 관점에서 어려움도 있습니다.”
     
    김대표는 자원·공간·협력체계가 지속가능한 교육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Q4. 앞으로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이 지향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일상 속에서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삶의 배움터’가 되고 싶습니다. 또 지역 단체, 학교, 시민단체와의 연계를 더욱 확대하여 지역 전체가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생태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포부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세대 간 환경학습 플랫폼 확대, 지역환경 기반 시민 프로젝트 강화, 환경활동가 및 녹색 일자리 모델 구축으로 환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입니다. 이 필수적인 가치를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곳이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하셨습니다.
     
     
     
     
    활동사진 / 출처: 에디터 럭비공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은 글누리도서관이 운영하는 환경 특화 학습공동체로, 환경·인문학·공동체·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환경 감수성 교육, 인문학 강좌, 주민 참여형 생태 활동, 환경 일자리·활동가 양성을 통해 시민이 일상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도록 돕는 지역 기반 생태 교육 모델입니다.
     
     
     
     
    늘푸른에코학습마을 / 출처: 에디터 럭비공
     
     
    “책과 사람, 환경이 이어지는 열린 배움터”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은 환경을 배우고, 삶을 돌아보고, 공동체 속에서 실천하며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의왕시의 중요한 환경학습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배움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참여한 주민 한 분 한 분이 스스로 환경의 주체로 성장하고, 그 변화가 마을로 확장되며, 마을의 변화는 다시 시민의 삶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환경으로 배우고, 사람으로 성장하고, 공동체로 실천하는 공간 그것이 바로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이 지향하는 미래입니다.
    

     
     
     
    책과 사람, 환경이 이어지는 열린 배움터
    럭비공

    조회수 562

    202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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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미리캔버스 creator: kimup
     
     
    ● 10대 중심으로 확산되는 디지털 성범죄의 실태와 구조적 문제
     
    최근 대한민국 사회는 청소년 사이에서 급격히 확산되는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찰청의 사이버 성폭력 집중 단속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검거된 피의자 3,557명 중 절반에 가까운 1,761명이 10대로 확인되었으며, 딥페이크 범죄에 한정할 경우 그 비율은 61.8%에 달합니다. 이는 단순히 청소년 일부가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수준을 넘어, 디지털 성범죄가 10대 문화 내부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더욱이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 중 96% 이상이 여성으로 나타났으며, 피해자의 대다수가 10대 및 20대 청년층이라는 점은 이 문제가 단순한 일탈 행위를 넘어서 구조적 젠더 폭력임을 시사합니다. 특히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34명이었던 디지털 성폭력 피해 학생 수는 2023년에는 1,898명으로 4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는 단기간 내에 급증한 수치로, 범죄의 양상과 파급력이 학교 커뮤니티 내에서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단순히 영상물 유포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일상과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칩니다. 피해 사실을 인지한 피해자들은 불안감과 수치심, 사회적 낙인 우려로 인해 신고를 주저하거나, 결국 학교를 자퇴하거나 전학을 택하는 등 2차 피해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 피해자들은 범죄의 특성상 ‘장난’ 또는 ‘실수’로 치부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충분한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디지털 성범죄가 단지 기술적 악용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과 대응 체계의 미비에서 비롯된 구조적 폭력임을 다시금 드러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10대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지금 우리 사회는 단순한 범죄 처벌을 넘어, 예방과 회복을 위한 통합적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실태로 드러난 구체적 범죄 사례
     
    디지털 성범죄는 단순히 온라인 공간에서 음란물을 주고받는 수준을 이미 훨씬 넘어섰습니다. AI 기반 딥페이크 기술, 메시징 플랫폼을 이용한 접근, 아동·청소년 대상 성 착취 유도, 지인·교사 등 가까운 관계를 악용한 범죄까지 그 양상은 점점 교묘하고 잔혹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범죄는 피해자가 직접 찍지 않은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피해로 이어지며, 주변 인간관계·학교생활·정서 발달 등에 심각한 파장을 낳습니다.
     
    최근 송치된 1인 2역 신종 접근 사건은 디지털 범죄가 현실의 성범죄와 결합할 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가해자는 중고거래로 접근해 연락처를 확보한 뒤, ‘전 여자친구’라는 가계정을 활용해 피해자의 신뢰를 얻고, 결국 나체 영상을 전송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이후 피해자들에게 “경찰에 신고하겠다"라고 협박하며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까지 저지른 이 사건은 디지털 범죄가 물리적 범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부산 지하철 불법 촬영 사건 역시 현행 대응 체계의 허점을 보여줍니다. 가해자는 이전에도 동일 범죄로 처벌받았음에도 재범을 반복했고, 심지어 검찰 조사를 받는 기간에도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이는 디지털 성범죄자에게 재범 위험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며, 현행 처벌 수위로는 범행 억제가 어렵다는 지적을 더욱 강화합니다.
     
    아동 대상 성착취물 요구 사건은 특히 심각합니다. 19세 대학생이 10세 아동에게 게임 아이템을 미끼로 성착취물을 요구하고 이를 유포하려 한 사건은, 청소년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그리고 디지털 공간에서의 성적 착취가 얼마나 손쉽게 이뤄지는지를 명확히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해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이처럼 여러 사건들은 디지털 성범죄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부족, 미흡한 처벌, 불완전한 피해자 보호 체계가 결합된 복합적 문제임을 보여주며, 청소년 가해·피해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경고 신호이기도 합니다.
     
     
    ● 왜 10대가 중심인가?
     
    전문가들은 10대 청소년들이 디지털 성범죄의 주요 가해자 및 피해자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 다양한 구조적 요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기술의 대중화 및 접근성의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전문가만이 활용할 수 있었던 딥페이크 기술이 이제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사진 한 장만으로도 실제처럼 보이는 음란 합성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재미’나 ‘호기심’ 수준에서 범죄에 접근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디지털 리터러시와 윤리 교육의 부재입니다. 성교육 자체는 연간 15시간으로 의무화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체육·과학·도덕 등의 수업 중에 일부 내용으로만 다뤄지거나, 추상적인 개념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범죄 유형이나, 불법 촬영물·딥페이크 영상의 법적 책임,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학생들이 이러한 행위를 단순한 장난이나 놀이로 오인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제재가 약하다는 점입니다. 촉법소년 제도와 소년법에 따라 일정 연령 이하 청소년은 형사처벌이 어렵거나 경미한 처벌만 받는 구조 속에서, 범죄에 대한 죄책감이나 두려움 없이 범행을 반복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불법 촬영이나 딥페이크 제작·유포로 적발된 청소년들 중 일부는 적발 이후에도 같은 방식의 범죄를 되풀이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예방적 차원의 처벌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전면화된 사회 구조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SNS, 오픈 채팅방, 온라인 게임 등을 통해 익명으로 타인과 소통하고 이미지를 공유하는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흐려지고, 친구나 교사의 얼굴을 합성하거나 장난처럼 음란물을 유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결국 디지털 성범죄를 단순한 ‘놀이 문화’로 받아들이게 만들며, 청소년들이 스스로 범죄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심각한 피해를 양산하는 주체가 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 피해자 지원 시스템의 현실과 한계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정부는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도적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큽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2023년 기준 약 30만 건에 달하는 성착취물 삭제 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단 13명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한 명의 직원이 하루 평균 50건 이상의 삭제 요청을 처리해야 하는 비현실적인 구조가 유지되고 있으며, 긴급한 삭제가 필요한 피해자의 경우에도 즉각적인 조치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피해 영상이 온라인에서 단 몇 시간 내에 수백만 건 이상 유포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인력 부족은 심각한 2차 피해를 유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인력을 기존 13명에서 23명으로 증원하고, 24시간 상담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과부하 상태에 있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피해자의 요청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플랫폼과 즉시 협력하여 삭제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인력 증원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습니다.
     
    또한, 피해자 지원 범위 역시 제한적입니다. 심리상담, 법률지원, 영상 삭제 지원 등이 제공되고 있으나,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지원 체계는 아직 미흡한 편입니다. 특히 청소년 피해자의 경우, 가족이나 교사에게조차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혼자 고통을 감내하는 사례가 많아, 익명성 보장과 접근성 높은 상담 시스템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요컨대, 현재의 피해자 지원 체계는 폭증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감당하기에 구조적으로 한계에 직면하고 있으며, 보다 실질적이고 촘촘한 대응 시스템 마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과 방심위의 한계
     
    디지털 성범죄 대응에서 온라인 플랫폼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기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딥페이크 영상, 불법 촬영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을 심의하고 차단하는 법적 권한을 갖고 있으나, 이를 실질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2008년 21명이던 통신심의 인력은 2024년 43명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처리 건수는 무려 12배 이상 증가해 1인당 연간 수만 건의 심의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는 인력 1명당 하루 수백 건에 달하는 불법 콘텐츠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실상 심층적인 검토는커녕 단순 필터링 수준에 그치는 부실 심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플랫폼 측의 책임 문제도 심각합니다. 유튜브, X(구 트위터), 메타 등 글로벌 플랫폼에 접수되는 불법 촬영물 및 성착취물 신고는 2023~2024년 한 해에만 39만 건을 넘어섰지만, 실제 삭제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낮고, 대부분 자체 내부 기준에 따라 처리 여부가 결정됩니다. 특히 신고 이후 심의 착수까지 수 주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흔해,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수천, 수만 건으로 복제·확산된 뒤에야 뒤늦은 삭제 조치가 이루어지는 구조적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플랫폼은 국내법보다는 본사 정책을 우선시하여 삭제 요청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거나,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문제 영상을 방치하기도 해 피해자 보호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디지털 성범죄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재 제도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 제도적·사회적 개선 방안
     
    디지털 성범죄의 확산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 교육적, 기술적, 사회적 차원의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의 실질적인 강화가 필요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 성교육은 추상적이고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실제 사례 기반의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딥페이크 제작이나 불법 촬영, 음란물 공유가 명백한 범죄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젠더 감수성, 디지털 시민의식, 책임감 등을 포함하는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교사에 대한 전문 연수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둘째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법적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단순한 ‘자율 규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삭제 지연 시 과징금 또는 벌칙을 부과하는 강제력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하며, 해시 기반 불법 콘텐츠 자동 탐지 시스템, AI 기반 모니터링 툴 등 기술적 대응 시스템의 도입을 의무화하여 실시간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셋째,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인력과 기능도 대폭 확대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수도권 중심의 집중 구조로 인해 지역 피해자는 접근조차 어려운 실정이며, 삭제 요청부터 심리상담, 법률 지원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시스템의 전국적 확대가 필요합니다. 또한 24시간 긴급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특히 청소년 피해자를 위한 익명 기반 상담, 트라우마 치료, 학교 복귀 지원 등 세분화된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합니다. 넷째로, 청소년 가해자에 대한 대응 역시 형벌 중심이 아닌 교정·교육 중심의 처벌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자’는 접근보다는, 범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재범 방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보호관찰 제도 등을 통해 가해자 스스로 책임을 인식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접근금지, 영상 유포 방지 조치, 2차 피해 예방 장치 등의 제도적 보완도 필수적입니다.
     
    이처럼 다층적 대응이 수반되어야만, 기술을 앞질러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포함한 사회 전체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편리함과 연결성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그 그늘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얽히는 디지털 성범죄는 이제 단순한 청소년 일탈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는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기술의 진보를 따라가는 단속만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켜낼 수 있는 윤리적 기준과 교육, 그리고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입니다. 딥페이크나 불법 촬영물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한 사람의 인격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현대의 폭력’이며, 이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데 있어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됩니다. 청소년들이 무지와 호기심 속에서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피해자들이 침묵 속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우리는 지금보다 더 빠르고 깊은 고민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성범죄 없는 안전한 온라인 환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모두가 지켜야 할 필수적인 권리입니다.
    

     
    딥페이크 영상 590개 만든 15살…아이들은 왜 괴물이 되었나
    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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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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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미리캔버스 creator: Anemone123
     
    
    ● 청년 우울증 증가 현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청년기(19~39세) 우울증 환자는 2014년 약 11만 명에서 2023년 36만 명 수준으로 증가해 10년 사이 225%라는 매우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통계적 변화가 아니라, 청년층의 정신건강이 구조적·사회적 압박 속에서 점점 취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특히 청년기 우울증이 2020년 이후 만성질환 1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통적으로 만성질환을 주도하던 고혈압·간질환 등을 제치고 정신질환이 1순위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가 큽니다.
     
    세계적 추세를 보더라도 보통 우울증은 노년층에서 높게 나타나지만, 한국은 예외적으로 20~30대의 유병률이 70대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내는 독특한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청년들이 경제적 불안, 고용 불안정, 사회적 경쟁, SNS 비교 압박 등 복합적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중장년층 못지않은 정신적 과부하를 견디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다시 말해 청년층의 우울은 개인적 취약성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정책적 허점이 누적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민감한 그룹을 직접적으로 압박한 결과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청년 우울증 증가세는 단순한 건강 지표가 아니라, 청년 세대의 삶의 질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 청년 우울증의 구조적 원인
     
    청년 우울증은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취약성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아니라, 청년을 둘러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특히 사회 구조의 변화 속에서 청년층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고, 이러한 압박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며 정신건강을 크게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먼저 경제적 불안정은 청년 우울증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정규직 일자리는 줄어드는 반면 단기 계약직과 플랫폼 노동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청년들은 안정적인 소득과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여기에 전세 사기, 급격한 월세 상승, 주거 안정성까지 겹치며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경험을 반복하게 됩니다. 주거는 인간의 기본권과 밀접한 요소인 만큼, 이 영역에서의 불안은 곧 삶 전체가 위협받는 감각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취업난과 과도한 경쟁 문화는 청년들이 성장기부터 지속적으로 느껴온 압박을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 확대시키는 구조입니다. 청소년기 입시 경쟁, 대학 입학 이후 스펙 경쟁, 졸업 직후 취업 경쟁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실패는 곧 낙오로 간주된다는 공포가 형성됩니다. 이는 스스로를 과도하게 평가절하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회피하게 만드는 심리적 위축으로 연결됩니다.
     
    더불어 SNS가 강화한 비교 압력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노출되는 타인의 화려한 일상, 성공담, 자기 계발 콘텐츠는 실제보다 과장되거나 편집된 경우가 많지만, 이를 접하는 청년들은 ‘나는 뒤처지고 있다’는 감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러한 비교는 자존감 저하와 자기혐오를 유발하며, 때로는 현실과 스스로 간의 격차를 극단적으로 왜곡해서 받아들이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고립과 관계의 얕아짐도 우울감을 심화시키는 원인입니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디지털 의존도 증가로 관계의 깊이가 줄어들고, 청년들은 자신의 감정을 안정적으로 지탱해 줄 지지망을 찾기 어렵습니다. 겉으로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된 듯 보이지만 정작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상대는 사라졌고, 이로 인해 외로움과 고립감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형성됩니다.
     
    결국 청년 우울증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사회 구조적 압력이 겹겹이 쌓인 결과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주거·노동·디지털 환경 전반에서의 정책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의 심리학적 영향
     
    심리학에서는 외로움이 우울증의 가장 강력한 촉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연결돼 있다는 감각이 약해지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해 줄 타인이 없다고 느껴질 때 발생하는 깊은 심리적 허기와 같습니다. 특히 청년기는 인간관계가 빠르게 변하고, 정체성과 역할이 유동적으로 재구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외로움이 자리 잡으면 그 영향이 더욱 크게 확대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청년들은 학창 시절의 비교적 안정된 관계망을 벗어난 뒤, 사회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스스로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나 취업 준비, 경제적 불안, 반복되는 실패 경험 등 다양한 압박 속에서 관계 형성은 점점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을 찾지 못하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사소한 문제에도 자기비난이 과도하게 커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심리적 변화는 점차 ‘나는 혼자다’, ‘누구도 나를 돕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굳어지며 고립감을 강화합니다. 또한 외로움은 스트레스 상황을 크게 증폭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같은 어려움이라도 주변에 공유할 사람이 있으면 감정의 충격이 완화되지만, 고립된 상태에서는 작은 실패도 삶 전체를 위협하는 사건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확대 해석은 우울한 생각을 반복시키고, 사고의 폭을 극도로 좁히며 현실 판단력을 약화시키게 됩니다. 결국 외로움이 지속되면 청년은 자신이 사회로부터 분리된 존재라고 느끼고, 이 감정이 장기화될수록 우울증 발병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외로움이 개인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관계를 맺기 어렵게 만드는 노동 환경, 심리적 지지체계를 약화시키는 경쟁 중심 사회, 온라인 소통이 대면 교류를 대체하며 생긴 관계의 얕아짐 등이 구조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외로움은 개인이 만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연결망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구조적 손상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공동체와 정책의 개입이 함께 필요합니다.
     
     
    ● 개인의 경험이 드러내는 현실
     
    청년 우울증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는, 어린 시절과 성인기에 걸쳐 연속적인 상처를 겪은 한 30대 초반 창작자의 경험을 들 수 있습니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폭력과 따돌림을 겪었고, 성인이 된 뒤에는 부모를 연달아 떠나보내는 극심한 상실을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심리적 기반을 흔들어 놓는 강한 외상으로 작용했고, 결국 일상적인 대면조차 어려워지는 대인기피와 깊은 우울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한동안 자신이 예전처럼 생기 있고 빛나던 사람이 아니게 된 것만 같다는 느낌을 반복했다고 말합니다. 이는 트라우마가 개인의 자존감과 정체성에 얼마나 근본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우울증이 단순한 기분 저하가 아니라 ‘존재의 변화’를 동반하는 질환임을 시사합니다.
     
    또 다른 사례는 20대 후반 여성으로, 극심한 피로감과 무기력으로 인해 일상 기능을 수행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던 경험을 들려줍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책 한 줄을 읽는 것조차 버거워졌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기본적인 행동도 큰 노력이 필요해졌습니다. 이처럼 기능이 급격히 저하된 상태는 우울증의 주요 징후 중 하나입니다. 그는 고립감이 심해질수록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사고가 강화되었고, 작은 문제도 돌이킬 수 없는 위기로 느껴졌다고 회상합니다. 결국 전문 상담을 통해 자신의 사고 패턴이 부정적 방향으로 과도하게 왜곡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이를 교정해 나가면서 점차 회복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 두 사례는 청년 우울증이 단순히 감정적인 슬픔을 넘어, 사고·행동·관계·기능 전반을 침식하는 질병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개인이 혼자 감당하거나 의지로 버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외상 경험·사회적 고립·경제적 압박이 누적되면서 나타나는 복합적 결과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들의 경험은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는 가벼운 표현과는 전혀 다른, 삶의 기반을 뒤흔드는 중대한 문제임을 분명히 드러내며, 한국 사회가 청년 정신건강을 바라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 국가·사회 정책의 변화와 과제
     
    최근 정부는 청년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여러 제도적 개선을 추진 중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변화는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기존 10년에서 2년으로 대폭 단축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보다 빠르게 정신질환을 발견하고 치료로 연결하려는 취지입니다. 특히 우울증뿐만 아니라 조현병, 조울증 등 주요 정신질환까지 검진 항목에 포함시켜 조기 개입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청년층 특성을 반영한 전문 심리 상담 서비스나 회복 지원 프로그램 등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우선 공공 상담기관에 대한 낮은 신뢰도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과거 상담 경험에서 충분한 공감이나 실질적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느낀 청년들이 이후 다시 상담을 시도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접근성의 한계도 존재합니다. 많은 청년들이 시간적 여유나 지리적 거리,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으로 인해 공공 심리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거나 이용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경우 해당 시설 자체가 부족하거나 접근이 어려운 문제가 빈번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정책 홍보의 부재입니다. 상담 프로그램이나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년들이 그러한 서비스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홍보 방식이 일방적이거나 청년층이 주로 활용하는 채널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결국 정책은 문서상 존재할 수 있으나, 실제로 당사자들이 정보를 접하고 이용할 수 없는 구조라면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건강 관련 제도는 단순히 ‘있느냐’보다 ‘얼마나 쉽게, 신뢰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한 제도 마련을 넘어, 정책에 대한 인식 제고, 신뢰 회복, 현실적인 접근성 개선이 병행되어야 하며, 청년이 자신의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실질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데 정책적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 청년이 활용할 수 있는 정신건강 관리 전략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청년이 스스로의 심리 상태를 인식하고 회복력을 기를 수 있도록, 단계별 접근 방식을 제안합니다. 이 전략은 단기적인 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정신건강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1단계는 ‘기본 생활 패턴 점검’입니다. 정신건강의 붕괴는 대개 수면장애, 불규칙한 식사, 신체 활동 부족 등 일상 리듬의 무너짐과 함께 시작됩니다. 이른바 ‘생리적 기반’이 흔들릴 때 감정 조절 능력 역시 급격히 떨어지게 되며, 이는 우울의 초기 징후로 작용합니다. 특히 햇빛 노출이 부족하거나 야간 활동이 많을 경우 세로토닌 등의 기분 조절 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2단계는 ‘정서 안정화 전략’입니다. 요가, 명상, 복식호흡과 같은 신체 기반 안정 기법은 교감신경의 과잉 흥분을 가라앉히고 불안 완화에 효과적입니다. 또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인지 거리 두기’ 기법은, 반복되는 부정적 사고의 고리를 끊는 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실패자야"라는 자동적 사고를 "내가 지금 그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로 전환하는 방식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습니다. 3단계는 ‘전문 치료 개입 시점’입니다. 만약 기능 저하가 2주 이상 지속되고, 수면이나 식욕, 집중력, 대인관계 유지가 어려워질 정도라면 즉시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정신과 진료는 단지 약물 처방에 국한되지 않으며, 인지행동치료(CBT), 대인관계치료(IPT), 트라우마 치유 상담 등 다양한 맞춤형 접근이 가능하며, 치료 반응도 일반적으로 빠른 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개입이며, 늦어질수록 회복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됩니다.
     
     
    ● 살아남는 것의 가치
     
    오늘날 청년들은 생애 주기의 가장 역동적인 시기를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수많은 불확실성과 사회적 압박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와 미래 가능성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용 불안정, 주거 문제, 비대면 시대의 관계 단절, 그리고 SNS를 통한 비교 스트레스는 이들이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와 회복 경험자들은 공통적으로 강조합니다. 우울증은 의지력이나 성격 탓이 아닌 치료 가능한 질병이며, 혼자의 힘만으로 벗어나야 하는 고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꾸준한 치료와 정서적 지지를 통해 다시 삶의 균형을 회복하고, 이전보다 더 탄탄한 자아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죽지 않는 선택"은 생존 자체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고통 속에서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서의 가능성을 믿고 지키려는, 절박하지만 가장 용기 있는 선언입니다.
     
    청년 우울증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나 일시적 감정의 기복으로 치부될 수 없습니다. 이는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인권적 과제이자 복지 정책의 핵심 영역이며, 노동 구조 전반을 재설계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사회적 경고입니다. 그 해결은 거창한 제도 이전에, 청년들의 고통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고, 함께 버텨낼 수 있도록 사회가 역할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
    

     
    나는 왜 무기력한가…정답은 ‘이것’에 있었다
    주야

    조회수 928

    202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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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은 유난히 ‘남겨두는 일’을 많이 생각하게 하는 계절입니다. 사진첩을 넘기고, 한 해를 돌아보는 짧은 회고를 쓰고, 쓰던 다이어리를 정리하거나 새 다이어리를 펼쳐보기도 하죠. 일상을 잘 기록하는 사람도, 기록에 서툰 사람도, 이 시기만큼은 무언가를 남겨두기 위해 자연스럽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출처 : AI활용 일러스트 이미지 제작
     
     
    올해 저는 여러 현장에서 ‘기록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시민기록자 양성교육, 공익활동 사례발굴, 활동 현장 스케치까지 다양했지만, 그 현장들을 거치며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기록은 개인의 회고를 넘어서 활동의 의미를 붙잡아두는 일이라는 것. 흩어지기 쉬운 장면들을 붙들고, 누군가의 목소리를 다음 사람에게 건네는 일이 공익활동의 기반이 된다는 것을, 저는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 사라질 뻔한 순간들이 남는다는 것
     
    어떤 현장에서든, 기록은 늘 비슷한 순간을 데려옵니다. 당장은 사소해 보이는 장면이 시간이 지나면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하고, 한 사람의 말 한 줄이 다음 사람에게는 시작점이 되기도 합니다.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캠프를 스케치하던 날, 한 참여자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여기서 나온 얘기, 내일 되면 반은 잊힐 텐데 기록해두면 좋겠어요.”
    제가 “기록할게요”라고 답하자,
    다른 한 명은 “우리 활동이 남는다고 생각하니 힘이 나요”라며 웃었습니다.
     
     
    청년활동가 네트워크 캠프 프로그램 중 / 출처 : 에디터 또봉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가 이어가는 활동은 대부분 과정 중심이고, 과정은 기록하지 않으면 증발합니다. 누군가의 문제의식, 한 문장 짜리 제안, 회의의 뉘앙스, 현장에서 느낀 온도 같은 것들. ‘남겨진다는 것’이 사람에게 어떤 힘이 되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기록이란, 어떤 멋진 글쓰기 기술보다도 ‘사라질 뻔한 일을 존재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실감했습니다. 기록이 없었다면 금방 잊힐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페이지에 남는 순간, 활동은 더 이상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공동의 자산이 됩니다.
     
     
    2.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흐르게 할 것인가
     
    기록을 하다 보니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비워야 할지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현장의 이야기를 정리할 때도, 사진을 고를 때도, 어떤 문장을 앞에 둘지 고민하는 과정이 길었습니다. 지금은 사소해 보여도 나중에 빛날 장면은 무엇일까. 이 이야기가 공동의 기억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록은 ‘모든 것을 남기는 작업’이 아니라, 다음 사람이 다시 걸어갈 때 도움이 되는 길을 다듬어두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불필요한 설명을 덜어내고 핵심만 남기는 이 과정에서 기록은 단순 정리를 넘어 ‘해석’이 되고, 그 해석이 쌓이면 활동의 역사가 됩니다. 올해 기록을 하며 배운 가장 큰 점은 이것이었습니다. 기록은 거창한 작업이 아니라, 작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의 기준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기록은 결국 다음 사람을 향한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올해 깊이 체감했습니다.
     
     
    3. 공익활동에서 기록이 사라졌을 때
     
    공익활동은 대체로 과정 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만나고, 논의하고,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긴 호흡의 과정을 거칩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기록되지 않으면 쉽게 끊어집니다. 그 단절이 반복되면 결국 ‘처음부터 시작하는 활동’만 늘어가게 됩니다. 올해 저도 많은 횟수는 아니지만 여러 현장을 보면서, 기록이 남아 있을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어려웠던 지점들이 올해는 자연스럽게 개선되었다는 참가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고, 한 활동가의 문제의식이 다음 기수의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기록은 공익활동을 끊어지지 않는 흐름으로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문서 한 장, 사진 몇 장, 인터뷰 한 줄이 다음 사람에게는 소중한 지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청년활동가 네트워크 캠프 프로그램 중 / 출처 : 에디터 또봉
     
     
    4. 올해 만난 기록의 새로운 감각
     
    올해 여러 현장을 기록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시민기록컨퍼런스에서 마주한 전시형 아카이브였습니다. 종이 문서나 보고서로만 남아야 했던 기록들이 천 위에 인쇄된 이야기들, 설치물과 이미지의 구조로 확장되어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기록이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록된 문장들이 하나의 전시 구조 안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2025 시민기록 컨퍼런스 전시 서문 / 출처 : 에디터 또봉
     
     
    특히 전시 서문 앞에서 오래 멈춰 서 있었습니다. ‘실타래는 본디 풀기 위해 뭉친다’는 문장으로 시작해, 서로 다른 사람들의 기록이 한 맥락으로 연결되어가는 과정을 조용히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 문장을 읽는 동안, 올해 내가 남긴 원고들도 그 실타래의 일부로 걸려 있다는 사실이 조금 낯설고 조금 기뻤습니다. 혼자 써 내려간 글이 누군가의 기록 옆에서 공존하고, 전시를 보러 온 사람이 그 글을 읽고 잠시 멈춰 설 수도 있다는 사실이 새로운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기록이라는 일이 누군가의 시간과 마음을 ‘없어지지 않게’ 만드는 일이라는걸, 전시장 안에서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2025 시민기록 컨퍼런스 전시 내용 중 / 출처 : 에디터 또봉
     
     
    또한 전시의 구성 자체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작가 은유의 강의에서 들었던 “글을 쓰면 적어도 내가 바뀐다. 내가 바뀌면 세상이 조금은 바뀐다.”라는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전시는 개별 기록자들이 경험한 변화의 흔적을 한데 모아 보여주고 있었고, 그 덕분에 기록자의 변화가 공동체의 변화로 번져가는 흐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은 기록자라는 역할을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함께 연결되는 자리’로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기록이 문서를 넘어 이야기와 공간, 전시와 구조,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방식으로 확장된다는 것. 그것이 올해 내가 만난 기록의 가장 큰 변화이자 가능성이었습니다.
     
     
    5. 내년으로 건너가게 하는 기록의 힘
     
    12월이 되면 저는 늘 사진 정리를 합니다. 폴더 속 흐릿한 사진들을 지우고, 남길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한 해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결됩니다. 그러고 나면 자연스럽게 내년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떠오르곤 합니다. 기록은 결국 ‘다음 해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라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들입니다. 기록이 쌓인다는 것은 단순히 저장이 아니라 준비입니다. 올해의 흐름을 정리해야 다음 해의 방향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에디터 활동을 통해 ‘기록자는 특별한 전문가가 아니라, 그 자리에 있었던 ‘누군가’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은 모임이라도, 한 장의 사진이라도, 짧은 인터뷰 한 줄이라도 기록되는 순간 그것은 사회적 의미를 갖고 공유할 수 있는 자원이 됩니다. 우리의 일상이, 누군가의 활동이, 지역의 공익 실험이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일. 그 일을 하는 사람은 부족하지 않고, 더 많아져야 합니다.
     
     
    출처 : AI활용 일러스트 이미지 제작
     
     
    공익활동은 기록될 때 비로소 힘을 갖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함께 걸어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기록 한 줄이 지역의 공익활동을 더 오래이어주고, 당신의 사진 한 장이 누군가에게는 다음 활동의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년의 공익활동은, 당신의 기록으로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기록의 계절, 남겨두는 일에 대하여
    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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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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