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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615일은 6·15남북공동선언 25주년이었습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발표한 6·15남북공동선언은 한반도 분단 장벽을 허물고, 전쟁 없는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는 이정표라 불려 왔습니다.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후, 민간 차원에서 통일운동을 펼쳐나가기 위해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해외 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그 흐름에 발맞추어 2005년 안산에도 지역본부가 꾸려졌습니다. 그 이듬해부터 코로나19 등 특별한 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매년 꾸준히 안산에서 시민이 함께하는 통일걷기대회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참여 부스 / 출처: 안산평화연대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무대행사 / 출처: 안산평화연대
     
     
    올해에도 25주년을 맞아 614() 안산문화광장 물의광장에서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가 열렸습니다. 무더위가 시작된 날씨에도 8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성황리에 진행되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민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는 안산평화연대가 주최하고 안산희망재단의 후원으로 열렸습니다.
     
    전쟁, 분단, 내란을 넘어! 평화로, 통일로, 새로운 세상으로!’라는 기조로 진행된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졌는데요. 대회 준비 과정에 <문턱 캠페인 OO넘어 OO으로>를 열어 각자의 삶에 어떤 문턱이 있는지 문장으로 공모 받았습니다. 또 일상에서 평화글씨를 발견해 사진으로 찍어 보낼 수 있도록 해 행사 당일 현장에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통일걷기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모금도 진행해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가기도 했습니다.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사전행사(풍물패 길놀이) / 출처: 안산평화연대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행진 / 출처: 안산평화연대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는 사전 기념식과 행진, 문화제로 이어졌는데 먼저 기념식에서 대회를 주최한 안산평화연대 강신하 상임공동대표(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가 무대에 올라 대회사로 시민들을 맞이했습니다.
     
    최근 새 정부가 들어서며 남쪽의 대북 적대정책의 일환이었던 대북 확성기를 멈추었고 이에 북이 바로 호응하며 대남 확성기를 멈췄습니다.”
    평화는 힘과 적대가 아니라, 먼저 내미는 손과 상대에 대한 존중에서 나오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분단 80년의 세월을 극복하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지향하는 관계로 복원되길 바랍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모아 힘차게 행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강신하 상임공동대표는 현재 상황이 쉽지 않지만, 평화의 의미를 강조하며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함께 하자고 호소했습니다.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행진 / 출처: 안산평화연대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행진 / 출처: 안산평화연대
     
     
    800여 명의 시민들은 기념식에 참여한 후 안산문화광장에서 중앙역 인근과 고잔동 일부 약 3km를 행진하며 남북 대결이 아닌 대화, 전쟁이 아닌 평화가 필요함을 외쳤습니다, 1시간 정도 행진 과정에서 시민들이 신청한 음악을 틀고, 단일기와 다양한 메시지가 담긴 부채 등을 흔들며 함께 걸었습니다.
     
    행진을 마치고 다시 안산문화광장 물의광장에서 모인 시민들은 문화제에 참여했습니다. 6·15공동선언의 의미를 담은 다양한 공연이 이어지고,평화통일의 제시어로 쓴 시민들의 4행시 시상이 이어졌습니다. 또 통일걷기대회에 참여한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경품 추첨도 이어져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평 화로운 우리나라
    화 사한 우리나라
    통 일까지 되면
    일 등 우리나라
     
    평 생 싸우지 말자
    화 해하면서 살자
    통 일이 빨리 되었으면 해요
    일 년 중 아이들과 오늘 다 걸은거 같아요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행진 / 출처: 안산평화연대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행진 / 출처: 안산평화연대
     
     
    다시 광장으로 돌아온 시민들을 격려하기 위해 안산평화연대 김미숙 상임공동대표(안산YWCA 회장)가 무대에 올라 환영사를 했습니다.
     
    우리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열망과 이를 이루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분단 체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도한 세력에 의해 자행된 불법계엄과 내란에 맞섰던 시민들의 빛의 혁명을 보며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 더 평화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내란을 이겨낸 시민들의 힘으로 분단 세력, 내란 세력을 청산하고 평화로운 사회, 자주로운 사회, 우리 시민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사회로 나아갑시다.”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현장에서 만난 한 참가자(안산시 반월동)가 소감을 전해줬는데요.
     
    비상계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남북 긴장 상태를 악용해 무력 충돌을 유도했다는 것을 보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빌미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하며 분노했어요.”
    그래서 더더욱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한반도 통일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렇게 시민들이 참여하는 통일행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행진 / 출처: 안산평화연대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무대행사 / 출처: 안산평화연대
     
     
    한편, 이번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안산평화연대가 주최했는데요. 지난 20년 동안 안산 지역에서 평화와 통일,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다양한 사업과 평화통일 실천을 전개해 온 6.15안산본부가 안산평화연대로 조직 전환을 한 것입니다. 안산평화연대는 ‘6.15안산본부의 성과를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포부로 지난 411일 출범했습니다. 출범 후 두 달 만에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를 추진한 것입니다.
     
    안산평화연대 김현주 사무국장은 이번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를 통해 한반도의 자주와 평화, 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내고 평화 행진을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준비했습니다. 또 분단 80년을 맞는 올해 시민들과 함께 분단의 시대를 넘어 평화의 시대, 새로운 시대를 상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우리는 분단을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분단은 현재까지 우리 사회의 제도, 사고방식, 언론, 교육 속에 여전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듯 일상에서의 평화 실천이야말로 변화의 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번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의 제목인 전쟁, 분단, 내란을 넘어! 평화로, 통일로, 새로운 세상으로!”를 다시금 되뇌어 봅니다.
     
     

     
     
     
    전쟁 넘어 평화로,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레지스타

    조회수 191

    202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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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내리는 13일의 금요일, 악령도 날씨도 장거리도 꺾지 못한 발걸음들이 평택으로 향했으니... 이름하여 청년 활동가들의 간담회 “청플 로그인: 활동가 계정 생성 완료”.
     
     
    청플 2기 1차 간담회 인트로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여기서 문제 나갑니다. ‘청플’이란 청년+‘○○○’의 줄임말인데요, 다음 보기 중 옳은 것은? ➀플러스 ➁플레이 ➂플로우 ➃플러팅
    공익 웹진을 꾸준히 받아보는 분들이라면 너무나 쉽죠? 정답은 ➂플로우(flow). 청플은 경기도의 19~39세 청년들이 물 흐르듯 바꾸어나갈 변화의 물줄기를 뜻합니다. 이날은 청플2기의 세 번째 만남으로, 지난 3월 발대식과 4월 회의에 이어 네트워킹 중심의 1차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 참고)
     
     
    로그인 화면 접속 중… “청플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청플 2기 1차 간담회 만찬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간담회의 취지는 청플2기 위원들끼리 먼저 친해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뷔페식 만찬을 즐기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어요. 공익활동가들답게 일회용품 사용 대신 용기를 챙겨왔고 음식물 쓰레기도 최소화했습니다. 마침 생일이었던 김보라 위원은 케이크와 서프라이즈 축하를 받기도 했네요. 세심하게 준비한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사용자 가이드 다운로드 '평택' 사용설명서 열람하기
     
    당초 이번 간담회는 5월로 예정되었으나 조기 대선이라는 국가적 이슈로 일정이 연기됐습니다. 그 바람에 장소도 용솟음 위원의 청년 공간 ‘비상구’에서 평택시공익활동지원센터로 변경됐는데요. 아무튼 평택에서 모인 만큼 이 지역 활동가 두 분을 모시고 사례 발표를 들었습니다.
     
     
    청플 2기 1차 간담회 사례발표1: 평택안성흥사단 이종규 회장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평택’ 하면 미군 기지나 쌍용차 해고 사태를 먼저 떠올리지요. 평택안성흥사단 이종규 회장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평화통일운동, 풀뿌리 시민운동 등 지금껏 거쳐온 다양한 활동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회장님은 한일 청년교류, 전쟁 없는 한반도를 여전히 꿈꿉니다. 조직에 도움이 되면서도 본인이 소진되지 않으려면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선배로서의 당부도 기억에 남네요.
     
    두 번째 발표는 또래 활동가 이야기,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펼치는 평택 청년 단체 ‘툴(TOOL)’의 이태준 대표 사례입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도시 평택에서 오히려 이웃의 열악한 주거에 눈을 돌린 토박이 청년의 이야기가 울림을 전했습니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동한 투자모델은 몇몇 청플 위원에게 신선한 영감을 주었고요.
     
     
    청플 2기 1차 간담회 사례발표2: 평택 청년 단체 '툴(TOOL)' 이태준 대표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활동가 계정 정보 입력 중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
     
    이제 본격적인 라포 형성 시간입니다. 참가자들은 이그나이트 방식으로 자기소개를 합니다. 30초마다 자동 전환되는 사진 6장에 맞춰 설명하니 시간 늘어질 일 없고 듣는 이도 경청하게 되네요. 소개 후 질문은 3개까지 허용됐는데, 재미난 질문들 속에서도 김정현 위원장이 매번 진지한 질문으로 의미를 더했습니다.
     
     
    청플 2기 1차 간담회 자기소개 '이그나이트'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13명의 자기소개를 다 듣고 보니 지역과 관심 분야만큼이나 성향도 다양한 청플2기입니다. 거버넌스, 노동인권, 햇빛발전, 다문화, 평화교육.... 공통점이라면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 그래서 이들이 공익활동가인가 봅니다.
     
     
    보너스 아이템 수신함 도착! 랜덤 선물로 마음 전송하기
     
    야심찬 마지막 순서는 선물 교환. 5천 원 이하의 실용적인 품목으로 하나씩 준비해오라는 사전 안내가 있었죠. 비밀리에 포장된 선물들을 모아놓고 조한나 부위원장이 스릴 넘치는 ‘화이트 코끼리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특이하게도 간담회에 가장 늦게 온 사람부터 선물을 고릅니다. 왜냐면 앞사람의 선물을 ‘훔쳐 가기’ 할 수 있거든요. 향초, 미니탁구, 비누 등을 제치고 주인이 여러 번 바뀐 최고의 인기 선물은 레몬 파운드케이크와 드립 커피였답니다.
     
     
    청플 2기 1차 간담회 선물교환 '화이트 코끼리 게임'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친구 목록 동기화 중… “함께할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어때요? 청플2기, 전보다 훨씬 가까워졌나요? 흥미로운 질문에 따라 소통하는 네트워킹 프로그램도 준비했지만 시간 관계상 건너뛰었는데, 못다 한 이야기는 아마도 뒤풀이 자리에서 충분히 이어졌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청플 2기 1차 간담회 단체사진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사회가 청년에게 각종 혜택을 지원하는 이유는 청년이 약자여서가 아니라 미래이기 때문일 겁니다. 더 이상 몸도 마음도 청년 아닌 저는 청년이 특권으로만 느껴지네요. 하지만 그것은 언젠가 끝나는 특권, 모두가 한번은 누리는 특권. 그러니 청년이라는 정체성만큼은 누구나 역지사지가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름 장마가 막 시작되었네요. 난폭한 물난리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요. 부디 청플의 물줄기는 무섭게 범람하는 홍수가 아니라 신영복 선생이 즐겨 인용하셨던 도덕경 구절처럼 아래로 아래로 더 낮은 곳을 골고루 적시는 ‘하방연대’이기를 기원합니다. 이제 활동가 계정이 생성 완료되었으니 언제든 자유롭게 로그인하시지요. 잊지 마세요! 패스워드는 ‘공익을 향한 청년 활동가의 열정’입니다.
    
     

     
     

     

    [현장스케치] 청플2기 1차 간담회 : 활동가 계정 생성 완료
    참비움

    조회수 148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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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천하무적 독서단’이라는 독서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은 경기도와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의 지원으로 구성된 독서 공동체로, 지역 주민들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며 지식과 감성을 나누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책은 사람을 바꾼다.’라는 말, 어쩌면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습니다. 특히 누군가와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있다면, 그 변화의 힘은 훨씬 더 커지겠죠.
     
    이런 활동을 이어오던 중, ‘프로젝트 젠지캠프 독서캠프’를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캠프는 충주 ‘깊은 산속 옹달샘’ 연수원에서 5월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되었고, 저는 그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취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촬영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의 지원을 받은 이 연수는, 경기도 내 독서동아리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책을 매개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서로를 연결하며, 앞으로의 활동을 다시 그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를 쓰고, 인생을 다시 디자인하는 시간”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연수는, 단순한 독서 워크숍을 넘어서 몸과 마음의 쉼, 관계의 회복, 그리고 동기 부여의 자리를 제공했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촬영
     
     
    첫째 날 – ‘책을 통해 나를 발견하다’
     
    5월 16일 금요일. 깊은 산속 옹달샘의 푸르른 숲과 물소리를 배경으로 참가자들이 하나둘 도착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진행된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이틀간의 프로그램 안내와 숙소 배정이 이어졌고, 이어 ‘첫 장을 넘기다’ 세션에서 참가자들은 조를 이루어 자기소개를 나누고 네트워킹 시간을 가졌습니다.
     
    본격적인 시작은 16시부터 진행된 고도원의 강연이었고, ‘책을 읽다, 나를 읽다’라는 제목의 이 강연은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이 직접 진행했으며, “지식으로서의 책 읽기를 넘어 존재로서의 책 읽기를 할 때, 인생이 바뀐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기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듯 보이지만 중요한 가치는 시대를 넘어선다. 자신의 성공을 위한 노력에서 나아가 세상의 소외된 이들을 품고 돕는 사회를 꿈꾸는 그의 비전은 우리가 잊고 살지만 버려선 안 될 가치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한다.”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엔 ‘비움 명상’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단순히 몸을 쉬는 것이 아닌, 마음을 정돈하고 사색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구성은, 책을 매개로 하는 활동가들에게 사려 깊은 기획이었고, 도심에서 분주하게 활동하던 이들이 짧은 명상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귀한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날 – ‘책을 통해 서로를 연결하다’
     
    이튿날인 5월 17일은 새벽부터 움직임이 바빠졌습니다. 7시 30분, ‘몸짱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 참가자들은 식사 후 숲속 산책과 명상 프로그램으로 자연 속에서 자신을 정돈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촬영
     
     
    이후 진행된 ‘나의 책을 펼치다’ 프로그램은 도서관 내 소장된 책 제목만을 보고 그 책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기서 참가자들은 단순한 독서 소개를 넘어, 각자의 삶을 이야기했고, 독서가 어떻게 사람의 방향을 바꾸는지를 서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원서 그림책 읽기와 마이크홀레 음악회가 이어졌습니다. 한국 전통 그림책을 영어로 읽고, 정리하며 외국인에게 소개할 우리의 이솝이야기를 소개하며, ‘텍스트’보다는 ‘이미지’와 ‘감성’에 집중하는 새로운 독서 체험이 이루어졌고, 음악회는 하루의 감정선을 부드럽게 정리해 주는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촬영
     
     
    저녁 시간에는 영화와 문학을 접목한 ‘영화 인문학’ 시간으로 책과 영상, 그리고 삶의 이야기를 결합한 독서동아리 활동가들이 평소 쉽게 접근하기 위한 ‘융합형 콘텐츠’로의 소개가 있었습니다.
     
     
    셋째 날 – ‘책을 통해 다시 피어나다’
     
    연수의 마지막 날인 18일은 조용한 정리의 시간이 중심이었습니다. ‘나의 삶, 나의 비전 쓰기’ 프로그램에서는 지금까지의 독서 활동을 통해 형성된 내면의 방향성을 되짚어보고, 향후 지역 독서 동아리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다짐을 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어서 ‘마무리 및 설문 작성’ 시간을 통해 소감을 나누고, 연수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촬영
     
     
    참가자들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따뜻하고 다양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앞으로 지역에서 활동할 때 더 깊이 있는 소통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라는 등의 소감을 전했습니다. 특히 참가자 간의 관계 형성, 감성적인 안정, 새로운 독서 콘텐츠 체험이 유익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이번 연수는 단순한 독서 방법 교육이 아니었습니다.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개인의 성찰, 타인과의 연결, 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던 독서 활동가들이 다시 연결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동기를 얻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정적(靜的)인 요소(명상, 글쓰기)와 동적(動的)인 요소(운동, 산책, 음악회)가 조화롭게 구성되어, 참여자들의 몰입과 만족도를 높였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부 아쉬운 점은, 예를 들어 독서동아리 운영에 대한 실무 중심 세션 부족, 운영자들이 실제로 겪는 문제(구성원 모집, 지속성, 콘텐츠 개발 등)에 대한 실용적 강의나 사례 공유가 있었다면 더욱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전체 참여자 대상으로 운영되다 보니, 깊이 있는 소통이 어려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관심사 기반의 소그룹 활동이나, 공동 프로젝트 기획 시간이 마련되었다면 더 밀도 있는 토론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나아가 프로그램의 성과를 수기집, 카드 뉴스, 영상 등 기록물로 남기고 이후 활동과 연계했다면, 지속성과 확장성 면에서도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비록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가자들은 “다시 돌아가도 책을 함께 읽는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곧 자신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책은 그렇게 다시 한번 사람을 바꾸고, 그 변화는, 함께할 때 더 멀리 갈 것입니다.
    
     
     

     
     

     

    천권 인생 학교 - 독서 캠프
    럭비공

    조회수 160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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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로 지역을 읽다
     
    2024년 초여름, 부천시민미디어센터의 한 강의실에선 작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보이는 라디오, 팟캐스트, 영상 촬영과 편집 등 미디어의 다양한 세계를 배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았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에 귀 기울이면서 하나의 공동체로 발전해 나갔다. 지금은 미디어라는 이름 아래, 지역을 비추고, 책을 매개로 사람을 연결하며, 소상공인의 삶을 기록하는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모임의 구성원들은 저마다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자신의 일상을 브이로그로 공유하는 분도 있고, 수년간 출판 편집 일을 하며 책과 삶을 이어온 분, 그리고 전문 라디오 작가로 방송 현장을 오랫동안 경험한 분까지. 다양한 경험과 시선이 모인 덕분에 이들의 콘텐츠는 결코 단조롭지 않다.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 일상에 스며든 기록,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을 향한 따뜻한 관심이 이들의 미디어 작업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올해 2025, 경기마을미디어 성과 공유회에서 이들이 택한 주제는 '독서''소상공인', 그리고 '지역 활동가'. 단어만 놓고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책을 읽고, 지역을 걷고, 사람을 만나며 만들어낸 이야기들을 미디어로 풀어내는 이들에게 이 세 가지는 모두 같은 선 위에 있는 가치다.
     
    성과 공유회에 앞서, 모임의 대표인 이상하 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컴퓨터 강사와 마을 동호회 회장으로 일해온 그는 지금은 지역 활동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사진출처: 함께하는 미디어 모임 이상하대표 제공
     
     
    Q. 처음 미디어 교육을 받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영상이나 라디오는 저와 거리가 먼 세계라고 생각했어요. 컴퓨터 강의와 책을 다루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기록은 글로 남기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죠. 그런데 우연히 부천시민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한 번쯤 배워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매력적인 방식이더라고요. 무엇보다 음성과 화면이라는 매체가 사람의 감정을 훨씬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걸 체감했어요.“
     
     
    Q. ‘함미모는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나요?
     

    2024, 원미도서관과 상동도서관에서 진행된 부천시민미디어센터 주관 교육 프로그램이 계기였어요. 보이는 라디오, 팟캐스트, 영상 기본 촬영 등 다양한 미디어 교육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분들이 모이게 되었죠. 처음엔 동아리 명도 없이 활동하다가, 교육 프로그램 명인 함미모(함께하는 미디어 모임)’를 그대로 이어받아 ‘함미모’'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Q. 교육을 통해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나요?
     
    "무엇보다 기록의 방식이 다양해졌다는 점이에요. 전엔 글로만 표현했다면 지금은 음성으로, 영상으로, 때로는 팟캐스트 대화로 풀어낼 수 있게 됐죠. 또 교육을 함께 받은 분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면서 나 혼자에서 우리 함께만드는 작업으로 바뀌었어요. 이게 가장 큰 변화이자 의미 있는 전환이었죠."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Q. 이번 성과 공유회에서는 어떤 내용을 발표하게 되나요?
     
    "저희는 책을 읽는 사람, 책을 나누는 사람, 책을 통해 지역과 연결된 사람들에 주목하고 있어요. 단순히 독서를 주제로 한 게 아니라,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지역 소상공인이나 활동가들이 어떻게 삶을 나누고 있는지를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냈어요. 책방을 운영하는 분, 마을에서 독서모임을 꾸려가는 분, 작은 상점을 열고 책 코너를 만들어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는 분들이죠."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3개월간 매달 2개의 보이는 라디오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튜브와 팟캐스트에 업로드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동시에 공모전 참여, 개인 SNS 콘텐츠 강화, 기술적 역량 향상도 함께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동아리 내부에 역할을 명확히 나눠서 각자의 장점을 살리고 협업을 잘할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사진출처: 함께하는 미디어 모임 이상하대표 제공
     
     
    Q. 실제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요?
     
    "한 소상공인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책은 손님을 머무르게 하는 공간이에요라고요. 가게 한쪽에 책 몇 권을 놓아두었을 뿐인데, 그걸 계기로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손님도 생겼다고 해요. 그 말을 들으면서 책이 단순히 지식이 아니라 사람을 묶는 매개체가 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Q. 활동을 지속하면서 느낀 지역 미디어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거창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 주변의 이야기, 평범한 일상, 소박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느껴요. 미디어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돕는 도구잖아요. 그게 영상이든, 소리든, 글이든. 저희가 만든 콘텐츠를 통해 누군가 , 저런 분도 있구나’,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네하고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단순히 콘텐츠를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함께 배우고 나누는 활동도 계속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매월 원미도서관에서 자체 블로그 강의를 열고 있어요. 짐벌을 이용한 촬영 실습도 병행하면서 실전 감각도 익히고 있고요. 그리고 오는 616일에는 복사골문화센터에서 직접 기획한 독립영화 상영회도 열릴 예정이에요. 우리와 같은 지역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 또는 잊혀진 작은 목소리를 소개하려는 자리죠."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요?
     
    "올해 말 성과 공유회도 있지만, 오는 616, 부천 복사골문화센터에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독립영화 *‘’*이 상영합니다. 이 영화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출품되었던 작품으로, 작고 섬세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지역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삶의 결, 평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우리 곁의 현실을 차분히 들여다보게 합니다."
     
    "이번 상영은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지역 안에서의 미디어 활동을 보다 확장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번 독립영화 상영도 그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영화제 출품작이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역 안에서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고, 느낄 수 있는 을 만든다는 데 큰 의미가 있고, 상영 후에는 짧은 대화 시간도 마련되어 있어 단순히 관람에 그치지 않고, 영화를 통해 마주한 감정과 생각을 지역 주민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합니다.“
     
    "우리는 전문가도, 거대한 기획자도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사는 지역을 좋아하고, 그 안의 사람과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입니다. 이번 상영은 그 마음을 담은 첫 번째 실험이자 제안이 될 것입니다. "
     
    "끝으로, 지금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지역을 담아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어요. 저희 구성원들도 다들 바쁜 일상 속에서 틈틈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런 열정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개 녹음이나 영상 상영회 같은 오프라인 소통 자리도 자주 만들어보고 싶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을 여는 거죠."
     
     
    영화 포스터 / 출처: 함께하는 미디어 모임
     
     
    부천시민미디어센터에서 시작된 작은 모임은 이제 지역의 이야기를 품은 미디어 그룹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들은 말한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지역의 이야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라고. 마을과 사람, 그리고 책 사이를 잇는 그들의 기록은 지금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지역의 서점을 인터뷰하거나, 동네 소상공인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내고, 독서와 생활이 만나는 공간들을 소개하는 등, 미디어를 통해 지역을 잇고 기록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
     
    미디어는 어렵지 않다. 중요한 건 기술보다도 진심이다. 그리고 그 진심은 영상을 통해, 목소리를 통해, 글과 이미지로 얼마든지 전해질 수 있다. 지역을 읽고, 기록하고,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미디어로 지역을 읽다-함미모 이상하 대표 인터뷰
    럭비공

    조회수 224

    202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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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교육비 증가 현황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초·중·고등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약 29조 2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7%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수치로, 실질적인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과 대비되는 결과입니다. 전체 학생 중 사교육에 참여한 비율은 80.0%로 나타났으며, 주당 평균 사교육 참여 시간도 7.6시간에 달해 과거보다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89.1%로 가장 높았으며, 고등학생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사교육비 지출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처럼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현상은 공교육 시스템에 대한 불신, 입시 제도의 불확실성, 그리고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특히 의대, 약대 등 고소득 전문직 진출을 목표로 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조기부터 입시 준비에 뛰어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교육은 필수가 아닌 '생존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 8학군을 중심으로 한 학군 프리미엄은 여전히 유효하며, 특정 학원을 다니기 위해 전세를 옮기거나 거주지를 이전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학부모 커뮤니티나 SNS를 통한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사교육의 수요는 더욱 정교하고 조기화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많은 학부모는 여전히 "공교육만으로는 대학 입시에 부족하다"라고 인식하고 있어 사교육 시장의 팽창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결국 교육의 사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회 전반의 교육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
     
    가구의 소득 수준에 따라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고착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이 800만 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의 학생은 1인당 월평균 67만 6천 원을 사교육에 지출한 반면, 300만 원 미만의 저소득 가구 학생은 20만 5천 원을 지출하는 데 그쳐 약 3.3배에 달하는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교육비의 부담이 단순히 가계의 선택 문제가 아닌, 소득 수준에 따라 자녀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고소득 가구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예컨대 1:1 과외, 프리미엄 학원, 국제 학교 준비반 등-을 선택할 수 있으며, 필요시 거주지를 옮겨 ‘명문 학군’으로 이동하는 전략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저소득층 가구는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사교육 참여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참여하더라도 주로 저비용 단과 위주의 한정된 선택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곧 학생의 학업 성취도, 진학률,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직업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계층 간 교육 격차를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더욱이 이와 같은 사교육비 격차는 지역 간 격차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고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대도시와 교육 특화 지역은 다양한 사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농어촌이나 저소득층 밀집 지역은 기본적인 학원조차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업 성취는 물론, 사회적 이동 가능성 자체를 결정짓는 결정적 요소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교육이 더 이상 공정한 기회의 장이 아닌, 자본의 대물림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 지역 간 사교육비 차이
     
    우리나라의 사교육비는 지역별로도 뚜렷한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202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전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7만 3천 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약 15만 원가량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소재 고등학생 중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의 경우,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무려 102만 9천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방 소재 고등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차이 나는 금액입니다.
     
    이 같은 격차는 단순히 경제적 여건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 교육 인프라와 정보 접근성, 지역 내 학부모들의 교육열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수도권, 특히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고소득층이 밀집해 있을 뿐 아니라, ‘명문 학군’과 대형 입시학원이 집결된 지역입니다. 이러한 환경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사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더욱 치열한 경쟁을 조장하여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구조를 형성합니다. 반면,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의 경우 학원 선택지가 제한적이며, 입시 전문 인력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하여 상대적으로 사교육의 질과 양 모두 열악한 실정입니다.
     
    또한, 정보의 비대칭성도 지역 간 격차를 키우는 요소입니다. 수도권 학부모들은 입시 관련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반면, 비수도권 학부모들은 동일한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어 사교육 전략 수립 자체에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교육과 관련된 SNS 커뮤니티나 사교육 컨설팅 서비스는 수도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정보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수도권 학생들은 양질의 사교육을 통해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장기적으로 더 나은 직업 선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반면, 비수도권 학생들은 동일한 노력을 하더라도 구조적 한계로 인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지역 간 교육 격차는 결국 사회 전체의 계층 간 이동성을 제한하고, 교육이 계층 재생산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이처럼 사교육비의 지역 간 차이는 단순한 경제적 수치의 문제가 아닌, 교육 자원의 편중과 구조적 불균형을 반영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 사교육비 증가의 사회적 영향
     
    사교육비의 증가는 단순히 교육 영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영향은 교육 기회의 불균형 심화입니다. 고소득 가구의 자녀는 1:1 과외, 프리미엄 학원, 입시 컨설팅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 참여를 통해 높은 수준의 학습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반면, 저소득 가구의 자녀는 사교육비 부담으로 인해 이러한 기회를 갖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동일한 교육 과정을 이수하더라도 결과는 현격히 달라지며, 결과적으로는 대학 입시, 취업, 소득 등 인생 전반에 걸쳐 격차가 확대되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특히 사교육은 ‘사전 준비된 경쟁력’을 요구하는 대학 입시와 맞물리며, 공교육으로만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미래를 결정짓는 현실을 고착화시키며,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다시 말해, 교육이 더 이상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계층 간 격차를 재생산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사교육비의 증가는 저출생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데 드는 비용 중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많은 가구는 자녀 수를 줄이거나 아예 출산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1% 상승할 경우, 합계출산율은 0.192%에서 0.262%까지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교육비 부담이 가족계획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더 나아가 사교육비 증가는 사회 전반의 소비 구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중산층 이하 가구의 경우 소득의 상당 부분이 자녀 교육비로 지출되면서 주거, 노후, 건강 등의 필수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가계의 경제적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로 인해 교육비가 사회적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학부모의 정신 건강 문제나 가족 갈등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결과적으로 사교육비의 증가는 단순한 가계 지출 확대를 넘어 교육 격차 심화, 출산율 저하, 가계 불안정, 사회적 위화감 조성 등 다방면에서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낳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의 사회통합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사교육비 증가 문제를 단순한 개인의 선택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국가 차원의 제도적 대응이 필수적입니다.
     
     
    ● 사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
     
    사교육 격차 문제는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불평등과 직결되므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우선 공교육 강화를 통해 학교 교육만으로도 충분한 학습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이고, 다양한 수준의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교육복지를 확대해야 합니다.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방과 후 학교, 온라인 튜터링, 학습 멘토링 등의 공공 사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여 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 교육청의 ‘서울런’과 같은 무료 교육 콘텐츠 플랫폼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입시제도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현재의 대학입시는 다양한 전형이 존재하지만, 이를 준비하는 데 있어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고소득층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평가 항목을 단순화하고 공교육 내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해야 합니다. 더불어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도 필요합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교육 자원과 학원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지역 교육청에 자율성을 부여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지방대학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 마을 교육 공동체의 활성화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와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과도한 사교육 의존은 '뒤처지지 않기 위한 경쟁'이라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으며, 다양한 성장 경로와 학습 방식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교육 문화가 조성돼야 합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들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의 통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 결론 및 시사점
     
    사교육비의 지속적인 증가는 단순한 가계 부담을 넘어 사회 전반의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켜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저소득 가구를 위한 교육 지원 정책을 강화하여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요구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교육 자원 배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교육의 기회가 부모의 경제력이나 거주 지역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 공정한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사교육비 29조 시대, 교육은 부모의 지갑 크기 따라 결정된다
    주야

    조회수 802

    202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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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 분야 활동가 및 당사자들이 바라는 우리 사회의 모습

    계엄으로 인해 치러진 조기 대선을 맞이하여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이하 경기공익센터)에서는 도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이주민, 장애인, 청소년, 청년, 퀴어, 풀뿌리단체 등 6개 분야의 활동가와 당사자 약 60명을 대상으로 515~ 26일까지 '내가 바라는 우리사회의 모습'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주민 분야: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핵심 키워드: 결혼이민자, 일자리 확대, 교육, 한국생활 적응

     

    이주민 분야에서는 특히 결혼이민자를 위한 실질적 지원이 가장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일자리 확대와 교육 기회 제공, 한국생활 적응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의 이중언어 교육환경 조성과 지역별 다문화 커뮤니티 운영을 통한 정보 공유도 중요한 요구사항이었습니다.

     

    "시혜의 대상이 아닌 변화의 주체로 서고 싶다"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장애인 분야: "당연한 일상을 꿈꾸며"

    핵심 키워드: 장애, 평등, 평화, 소망, 희망, 배리어프리, 장애인이동권, 함께

     

    장애인 분야에서는 **'평등''장애인이동권'**이 가장 강조되었습니다.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웃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도 비 오는 날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는 사회, 계단 때문에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배리어프리 환경이 절실합니다.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아주 작은 관심"이라는 한 마디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청소년 분야: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핵심 키워드: 공정한 세상, 정의, 행복한 사회, 청소년 권리, 인권, 양심, 안전

     

    청소년들은 무엇보다 '공정한 세상''정의'를 강조했습니다. 나이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공정한 대가를 받으며 지낼 수 있는 사회, 돈과 권력이 아닌 정의와 양심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원했습니다.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에서 청소년의 권리와 인권이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세요. 청소년이 행복한 나라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듭니다"라는 메시지가 울림을 줍니다.

     

     

     

     

     

     청년 분야: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핵심 키워드: 다양성, 청년, 민주주의 회복, 사회적 불평등 해소, 차별 없는 세상, 존중, 기후위기 대응, 협치, 청년일자리, 노동권

     

    청년들은 '다양성''민주주의 회복',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가장 많이 언급했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에서 서로 존중받으며 살아가기를 원하고, 경력이 없어도 도전할 수 있는 청년일자리와 노동권 보장을 바랐습니다. 또한 서로 비난하기보다 국민을 위해 협력하는 협치 정부를 원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 균형발전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습니다.

     

     

     

     

     

     

     

    퀴어 분야: "사랑하는 권리, 존재하는 권리"

    핵심 키워드: 차별금지법, 혼인평등, 성소수자 인권, 혐오 반대, 동성혼 법제화, 성별정정법, 트랜스젠더·퀴어, HIV/AIDS 감염인

     

    성소수자들은 '차별금지법''혼인평등'을 가장 절실하게 요구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혼 법제화를 통해 법적 보호와 사회적 인정을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 보장과 혐오 반대, 성별정정법 개선 등을 통해 직장과 학교에서 더 이상 숨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원했습니다.

    소수자 안에서도 더욱 소외되기 쉬운 트랜스젠더나 HIV/AIDS 감염인에 대한 관심도 컸습니다.

     

    "모두가 서로를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표현이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풀뿌리단체 분야: "지역에서 시작하는 변화

    핵심 키워드: 풀뿌리단체, 지속가능성, 연대, NGO 자생력, 공존사회, 청소년, 이주민, 성평등, 평화

     

    풀뿌리단체 활동가들은 '풀뿌리단체'의 역할과 '지속가능성', '연대'를 가장 강조했습니다. 지역사회가 변화의 출발점이며, NGO의 자생력을 키워 공존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청소년과 이주민이 배제되지 않는 사회, 성평등이 실현되는 사회, 평화를 중심으로 한 사회를 바랐습니다.

     

    "평화는 노력과 연대로 만들어집니다"라는 메시지가 인상 깊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세상

    6개 분야 모든 응답자들의 목소리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키워드는 '존중', '평등', '공정', '함께'였습니다.

     

    이들이 바라는 사회는 특별히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각자의 목소리가 존중받으며,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입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 "모두의 공익이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도민 여러분의 참여와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관심과 배려로 시작하는 변화가 모여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다시 한번 6개 분야(이주민, 장애인, 청소년, 청년, 퀴어, 풀뿌리단체) 설문에 참여해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기획]모두의 공익으로 공존의 길을 묻다
    6개분야 관련 활동가 및 당사자

    조회수 216

    20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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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반환공여지1), 무엇이 문제이고 경기북부에 무엇을 남겼나?

    경기북부는 대한민국 수도권임에도 불구하고 군사시설과 개발제한,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중첩 규제로 인해 수십 년간 낙후되어 왔습니다. 특히 의정부·동두천·포천 등은 전국 기초지자체 중 재정자립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지역주민들의 교육, 복지, 문화생활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미군기지의 집중 배치입니다. 1953년 한국전 정전협상 이후 경기북부는 한미안보협력을 이유로 수많은 주한미군기지를 받아들였고, 이는 국방이라는 대의 속에서 지역의 개발 가능성과 자산을 오랜 기간 제약받게 만든 구조였습니다. 경기북부에는 반환된 기지만 해도 30여 개에 이르며, 그 면적은 약 2,000(600만 평)이상입니다. 예를 들어 의정부의 CRC(Camp Red Cloud)2)는 약 87, 캠프 스탠리3)250이상입니다. 반환 대상 기지 중 상당수는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 장기간 도시계획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들 기지가 차지했던 자산 가치(공시지가 기준)2023년 기준 약 5조 원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그러나 이 땅은 수십 년간 무상으로 사용되었으며, 지역은 오히려 출입제한과 환경오염, 보상 부재에 시달렸습니다.

     

    주한미군기지 및 한국군 주둔지는 군사시설보호구역, 고도제한, 출입통제를 낳고 이는 개발지연, 토지 이용 제한, 지역 공동화를 유발했습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해당 지역을 과밀 억제권역으로 지정하여 대기업·대학·공공기관 유치를 제한했고 일자리 부족·인구 유출 등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 환경보호 명목의 개발 제한 구역 시행은 개발제한, 도시 성장의 왜곡을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군부대 인근 토지 개발 행위 제한, 토지매매·건축행위 제한 등으로 재산권 침해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산림보호구역 및 수변구역 규제는 산림,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을 통해 친환경 개발조차 지연시켰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균형개발 총량규제는 국토부의 광역권 개발 총량제인데 이 때문에 산업단지 조성, 공공시설 이전 등 제약이 가해졌습니다. 상수도보호구역 및 환경규제는 수질보호를 이유로 공장과 공공시설을 제한하였고 산업단지 유치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지역산업 기반을 약화시켰습니다.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지만 군 공항, 미군기지 인근 비행안전구역 등을 사유로 고도제한을 실시하여 고층건물 높이 제한 등으로 도심 발전에 한계를 설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중첩 규제가 경기북부에 끼친 핵심 악영향은 경기북부의 전 지역에 오랜 세월동안 그늘을 짙게 드리웠습니다. 경제 낙후와 일자리 감소, 대기업·공공기관 이전 제한으로 청년층 이탈, 저생산성 산업 구조 고착이 고질적인 병폐가 되었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심화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정주 여건의 악화는 인구 유출을 초래했고, 이는 지역 공동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지속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문화 기반의 부족으로 젊은 세대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도시 공간의 불균형과 난개발, 정비계획에서 소외된 구도심의 슬럼화, 그리고 개발 가능한 토지의 부족으로 인해 외곽 위주의 확장이 이루어지면서 도시 기능의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주거·교통·문화 인프라 부족에 국책사업·광역교통망 투자 우선순위에서 제외됨으로 인해서 수도권에 있음에도 수도권답지 않은 생활환경 속에서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서 재정자립도 최하위권 고착화 되었고 세수 기반 약화 자체 사업 추진력 부족과 중앙정부 의존도 상승 정책 독자성 결여라는 심각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중첩 규제는 경기북부가 수도권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지방보다 열악한 처지에 놓이게 만든 구조적 원인입니다. 규제 완화 또는 지역특례법 제정 없이는 근본적인 전환이 어렵다는 점이 정책적 교훈입니다.

     

     

    오염된 자연을 다시 지역의 품으로

    반환된 미군기지의 또 다른 문제는 심각한 토양·지하수 오염입니다. 환경부와 국방부의 합동 조사 결과, 벤젠·석유계 탄화수소(TPH)·납 등의 오염이 다수 기지에서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었습니다. 이러한 오염을 정화하는 데 드는 비용은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화 주체가 한국 정부로 되어있다는 점입니다. 미군 측은 SOFA(주한미군지위협정)에 의거 현재 상태로 반환을 고수하고 있고 오염 정화 의무를 지지 않습니다. 또한 정화 방식에서 자연경관·건물 보존과의 충돌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CRC 내 예배당과 벙커는 보존 가치가 있지만, 해당 부지에 유류오염이 존재할 경우 철거 없이 정화가 어렵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는 다음이 요구됩니다.

    - 국방부 주관이 아닌 지자체 주도형 정화 및 보존 계획 수립

    - SOFA 개정 요구, 또는 한미 간 정화비용 분담 협정체결

    - 문화재·환경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지별 맞춤형 개발 가이드라인 마련

     

    철수 이후의 공동화(空洞化)4), 경제적 재설계는 필수

    반환된 기지들은 지역 공동화(空洞化)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동두천의 캠프 케이시, 인천의 캠프 마켓, 의정부의 CRC 그보다 더 큰 캠프 스탠리 등은 반환 이후 수년이 지나도 개발 지연으로 방치되거나, 군사시설로 제한된 용도만 부여된 상태입니다. 이는 경기북부가 자체 재정이나 개발역량이 부족한 반면, 중앙정부의 관심과 투자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성남 판교는 1990년대 초 공군비행장 이전과 함께 국책개발지구로 지정되어 첨단산업단지로 전환되었습니다.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프로젝트는 항만·미군기지를 시민 친화적 상업·문화지구로 개발해 도시의 대표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경기북부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나오길 바라는 것은 그간의 희생에 대한 당연한 권리입니다.

     

    따라서 경기북부는 국가 주도의 종합개발계획 수립을 통하여 경기북부형 판교 또는 메디-웰니스 산업지구 모델 등의 종합개발계획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광역교통망 확충 연계형 개발 죽 GTX-C 노선, 순환도로 등과 연계한 상권·인프라 구축이 요구됩니다. 그간의 희생을 고려할 때, 공익적 기능과 수익 모델을 병행한 공원·박물관, 창업 지원 시설, 의료 복합 시설 등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절실합니다.

     

    의정부의 선도적 사례: CRC 공론장의 의미

    2025, 의정부시는 전국 최초로 미군기지 반환을 둘러싼 시민 공론장(CRC 공론장)을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시민, 전문가, 정치인, 공무원 등 100여 명이 참여해 다양한 주제로 숙의하고, 실질적 대안을 도출했습니다.

     

    공론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핵심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첫째, CRC 부지는 시민의 땅으로 무상양여 되어야 한다.

    둘째, 개발은 정부가 주도하되, 시민의 참여와 지역의 이익이 우선되어야 한다.

    셋째, 보존과 경제개발이 균형 잡힌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민주도 공론장은 참여민주주의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향후 전국 미군기지 반환 논의의 새로운 모델로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나아가야 할 방향 : 도민과 함께 만드는 공정한 전환

    미군기지 문제는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닙니다. 미군기지는 국가 안보라는 대의로 지역민의 희생을 담보로 사용되었기에, 반환 후에는 그 희생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시민 모두의 공유지(Commons)로 전환될 당위성이 있습니다. 공동체 복원, 환경·역사 보존,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무상양여와 공공적 활용은 필수적입니다. 이는 환경 정의, 지역 균형발전, 그리고 참여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이제는 전문가와 정치인만이 아닌 경기북부 주민과 전 도민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시기입니다.

     

    경기북부는 오랜 시간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해 왔습니다. 이제 그 땅은 희생의 상징에서 희망의 공간이자 공공의 공간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헌법이 말하는 정의이고, 지속가능한 지역의 미래입니다.

     

    1) 미군반환공여지 : 한국정부가 주한미군에 기지, 시설, 군사훈련 등에 필요한 땅을 공여해 미군이 사용권을 가지고 있는 땅으로, 미군기지와 시설을 포함해 미군의 군사훈련을 위해 확보한 땅이었으나 사용목적 종료 후 한국정부에게 반환된 땅을 뜻함 (출처 : 경기뉴스포털)

    2) 캠프 레드 클라우드(Camp Red Cloud) : 2018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과 녹양동에 걸쳐있던 주한 미국 육군의 군영으로, 시설관리사령부 태평양 지역대에서 관리하였다.(출처 : 위키백과)

    3) 캠프 스탠리 :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에 위치한 주한미군 제8군의 군영으로, 46수송중대 등 여러 부대가 주둔했었다. 1955년 천막 마을로 시작해 1969년부터 본격적으로 건물이 들어섰다. 2017년을 기점으로 대부분 폐쇄되었다.(출처 : 위키백과)

    4) 공동화(空洞化) : 으레 있어야 할 것이 없어져 텅 비게 됨(출처 : 네이버 한자사전)

     

     

     

     

     

     

     
    [기획]미군반환공여지, 도민과 함께 만드는 공정한 전환이 필요하다
    미군반환공여지 시민참여위원회 위원장 최경호

    조회수 260

    20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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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주에도 꼭 오실 거죠?”
     
    첫 주 교육을 마치고 돌아서려는 나를, 나기님이 조용히 붙잡았다. "오늘 즐거웠어요. 다음 주에도 꼭 오세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던 내 눈빛을 읽은 것일까? 선뜻 대답 못하고 머뭇거리는 내게, 나기님이 다시 쇄기를 박았다. “오늘 나눈 이야기, 정말 좋았어요. 다음 주에도 듣고 싶어요.”그 말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내가 뭘… 나이 먹었다고 아는척하며, 말만 많았는데, 다른 분들에게 미안해 죽겠어요." “아니에요. 저에게는 새롭고,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제가 모르는 이야기, 꼭 더 들려주세요.”“어쩔 수 없이 또 와야겠네요. 그런데 나기님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해요. 자기는 낮추고, 남을 올리는 배려, 마음 씀씀이가 참 곱네요. 그 모습에 제가 반했답니다. 다음 주에 뵈어요.”
     
    그리고 일주일 뒤, “오셨네요. 반갑습니다.” 나기님의 환한 인사가 나를 맞았다. 가볍게 손을 흔들며 자리에 앉는다.
     
    조금 늦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선 2교시 ‘내가 공익위키 모임을 연다면’ 수업 준비를 먼저 했다. 내가 준비한 공익위키 주제는 ‘중도입국 청소년의 꿈.’ ‘꿈’이라는 단어를 넣었다가, 지웠다가, 다시 넣기를 반복했다. 제안이 추상적이라는 피드백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결국, 내가 중도 입국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소 추상적인 단어지만 꿈을 넣어서 수정했다. 30분쯤 지났을까?
     
     
    2교시 내가 공익위키 모임을 연다면 수업 자료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1교시는 권오현 빠띠 대표님의 강의였다. ‘연결과 협력으로 완성되는 디지털 민주주의.’디지털도 알겠고, 민주주의도 알겠는데, 디지털 민주주의는 무슨 말일까?
     
     
    1교시 강연 주제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대표님의 낮은 목소리는 자장가처럼 나른했고, 나는 연신 하품하며, 허벅지를 꼬집어 깨어 있으려 애썼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시민의 집단 지성과 행동을 촉진하고… 존중과 포용의 가치를 실현하는…”
     
    용어는 여전히 어렵지만, 시민이 함께 협력해 인터넷으로 사회를 이끌어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더 많은 민주주의, 일상의 민주주의, 더 나은 민주주의를 디지털로 만들자는 강의였다. 하지만 악플이 넘쳐나는 인터넷 세상, 키오스크 앞에서 쩔쩔매는 나, 초등학생에게 게임 중 욕먹은 경험, 키보드 워리어들이 판치던 아고라 시절… 그런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런 세상에서 더 나은 민주주의가 과연 가능할까? 불신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몇몇 성공 사례가 있다니, 마음 한구석이 조금 놓인다. 혹시, 내가 너무 부정적인 시선으로 인터넷 세상을 바라보았던 건 아닐까?
     
    2교시는 실습 시간이었다. 운영자로서 공익위키를 만들고, 이어 참여자로서 다른 주제를 접하는 시간이었다.
     
     
    2교시 실습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촬영
     
     
    1시간은 공익위키 운영자로, 마지막 1시간은 공익위키 참여자로 진행되었다. 3명씩 3개조를 만들었다. 시작하기 앞서 함께 지킬 약속과 그라운드 룰에 관하여 교육을 받았다. 이제 더 이상 몰라서 그랬다는 말은 안 통하는 시대가 왔다.
     
     
    2교시 실습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촬영
     
     
    내가 맡은 주제 ‘중도입국 청소년의 꿈.’ 처음엔 ‘중도입국’이라는 말조차 생소해하는 분도 있었다. 많은 이들이 ‘다문화 청소년’ 안에 그들을 넣지만, 중도 입국 청소년은 그 자체로 고유한 존재다. 부모를 따라 한국에 들어온 청소년들. 한국어가 서툰 채 공교육에 바로 편입되지만, 언어 장벽으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이내 낙오되기도 한다.
     
    쉼터나 한국어 교육기관이 있긴 하지만, 접근성은 낮다. 제도권에서 벗어난 이 아이들은 학교 밖으로 밀려나고, 한국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홀로 남겨진다. 그들의 부족한 한국어 실력은 곧 일상생활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히 언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보호와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교육권은 단지 ‘학교에 다니는 권리’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 권리,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게 되는 첫걸음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운영자로서 한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내가 더 잘 준비했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밀려왔다.
     
    2교시 실습 중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자리 이동 후, 이번엔 참여자로서 민경님의 주제에 함께했다. ‘은둔 고립 청년’이라는 단어에 처음부터 마음이 찔렸다. 청년이면 성인인데, 성인이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두더지 땅굴’이라는, 은둔 청년들을 위한 커뮤니티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들었다. 나는 그들을 단순히 혼자 있길 좋아하는 성향, 혹은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단정 지었던 것 같다. 민경님은 단호히 말했다.
     
    “은둔과 고립은 같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는 둘을 아무렇지 않게 붙여 써요. 거기서부터 문제예요.”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은둔은 어쩌면 벗어날 의지가 있는 상태, 고립은 의지조차 없는 상태일까요?”
    민경님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의지라는 단어, 너무 좋아요.”그 순간, 내가 가진 시선이 얼마나 단편적이었는지, 부끄러웠다.
     
    민경님은 주장했다.‘은둔’, ‘고립’이라는 단어에는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인식과 낙인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아, 당사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드러내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 위키는 이러한 용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될 필요가 있음을 알리고, 다양한 청년들의 상황을 더 정확하고 존중하는 언어로 이해하고자 합니다. 청년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선 안 된다. 다양한 청년의 삶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 모두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업의 마지막은 타운홀 미팅. 운영자와 참여자의 입장을 오가며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타운 홀 마지막 질문은 “위스퍼 활동, 계속 참여하시겠어요?”였다. 나는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마음속엔 작은 불씨가 생겼다. 우리는 늘 배우고 있다. 우리가 놓쳐온 이야기를, 누군가의 현실을, 다른 삶의 속도를. 이토록 조심스럽게, 그러나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시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조금 더 괜찮아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체사진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3주 차 교육이 끝나고, 그 불씨가 “위스퍼 활동, 계속 참여하시겠어요?”라는 질문에‘네’라는 대답으로 자라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첫 공익위키 체험기(2회차)
    윤작가

    조회수 433

    20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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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에서 한 말이다. 5.18민주화운동 이야기인 《소년이 온다》를 쓸 때 그와 함께 한 질문이라 했다. 그 책을 쓰는 동안만의 질문이었을까. 지난 5월 17일(토) 광주의 5.18전야제를 다녀오는 동안 내게도 살아 있는 질문이었다. 과거가 현재를,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는 현장을 보았기 때문이다. 45년 전의 광주가 오늘 대한민국을 구하고 있었다. 총칼이 아니라 노래와 시로, 춤과 연극으로 연대하는 민주주의 대축제였다.
     
    부끄러운 고백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1980년 5월에 나는 대구에 사는 여고 2학년이었다. 당시 TV 화면에 나오는 광주는 ‘폭도’와 ‘빨갱이’의 도시였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광주는 두려운 ‘벽’이었다. 독재와 냉전 시대 교육에 길든 아이가 광주의 진실을 마주하기까지는 20년이 더 걸려야 했다.
     
    제45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로 올해도 광주를 다녀오는 복을 누렸다.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4.16합창단으로서 ‘민주주의 대합창’ 공연에 서는 덕분이었다. 구묘역 신묘역을 방문하고 5.18민중항쟁기념행사의 꽃이라 일컬어지는 전야제도 즐길 수 있었다. 올해는 18일 밤까지 1박 2일로 확대 진행된 전야제를 하루만 보고 돌아온 게 아쉽다. 5.18 민주 광장, 동구 금남로 1~3가 차 없는 거리, 동구 중앙로 일대는 시민 참여 부스 물결이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질 때마다 누구라도 목청껏 함께 부르는 축제였다.
     
     
    행사장 일대 사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다시 만난 소년, 아! 오월이여
    17일(토) 오전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추모식부터 소개하고 싶다. 안산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해 구묘역을 들르고 신묘역에 도착했을 땐 5·18민주유공자유족회가 주최 주관하는 추모식은 끝나고 있었다. 식전 공연으로 놀이패와 장애인 예술단의 공연이 있었고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전통 제례 의식을 마친 전통 한복을 입은 분들을 볼 수 있었다. 2부 순서인 국민의례로 시작하는 추모식(10시 30분)은 내빈 소개, 추모사, 유가족 대표의 인사가 있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헌화와 분향이 있었다.
     
    추모식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은 순서는 ‘다시 만난 소년, 아 오월이여!’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5·18민주화운동 추모 시 낭송 퍼포먼스’였다. 광주시낭송협회 사람들이 5·18 광주 추모 시를 모아서 한 편 한 편 낭송하는 공연이었다. 오월 광주를 추모하되 시와 음악으로, 피로 쓴 민중항쟁의 역사가 노래와 시로 살아나는 시간이었다.
     
    이창병의 ‘망월동에서’ 첫 자락을 보자. “광주 금남로에서/ 이 나라 최후의 거리마다 쓰러진 넋들의 통곡은/ 우리들의 침묵 속에 깊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고정희는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라고 읊었다. 김준태의 ‘오 광주여! 우리나라 십자가여!’는 광주일보(구 전남일보) 1980년 6월 2일 자 조간 1면에 실렸던 시다. 계엄 당국의 검열에 기자들이 사표로 저항한 그 시였다.
     
     

     
     
    “우리는 사람이 개처럼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하지만 신문에는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 45년 전 전남일보 기자들의 그 절규가 시로 다시 살아나는 시간이었다. “끝나지 않는 오월 다시 찾은 민주주의 당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80년 오월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날을 잊지 않겠습니다.” 시와 노래로 하는 기억의 다짐이었다.
     
     
    민주주의 대축제 대합창
    3부로 구성된 민주주의 대축제 5·18전야제는 지정남 배우가 진행했다. 1부 ‘오월광주 환영대회’는 오월길맞이굿을 시작으로 금남로에 집결하는 수만 명의 민주 평화 대행진 대열을 노래와 춤으로 환영하는 행사였다. 2부는 ‘민주주의 축제’로 뮤지컬과 노래로 꾸며지고 3부는 ‘빛의 콘서트’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비롯한 노래 밴드들의 무대였다. 전야제 중앙무대는 금남로 4가역 교차로에 설치되고 양방향으로 여러 개의 대형 스크린이 있었다.
    내가 416합창단으로 참여하는 ‘민주주의 대합창’ 공연은 17일(토) 오후 3시 반에 시작했다.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였다. 서울 부산 안산 광주 등에서 온 7개 시민합창단이 개별 공연으로 두 곡씩 부른 후 대합창단으로 함께 두 곡을 불렀다. 광주는 광주였다. 7개 합창단 중 푸른솔합창단, 1987합창단, 광주흥사단합창단 3개가 광주 소재 합창단이었다.
     
     
    박종철 합창단(부산)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1987합창단(광주)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7개 민주주의 합창단이 함께 대합창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출전가'를 불렀다. / 사진출처: 4.16합창단
     
     
    푸른솔합창단(광주): 2015년 6월 ‘합창’을 통해 민주 인권 평화로 상징되는 ‘광주정신’을 전달하고, ‘광주공동체’의 희망을 노래하고자 창단했다. 2017년, 2018년 창작 뮤지컬 ‘빛의 결혼식-임을 위한 행진곡’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615시민합창단(서울): 2009년 8.15행사 공연을 시작으로, 민족의 역사와 겨레의 삶에 수많은 아픔을 안긴 분단 장벽을 허물고 남북 화해와 평화통일의 새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 창단했다.
    1987합창단(광주): 광주 전남의 1980년 5.18민중항쟁의 불꽃을 1987년 6월 항쟁의 횃불로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헌법을 쟁취한 그 뜻을 노래와 합창으로 계승하고자 2018년 창단했다.
    광주흥사단합창단(광주): 1913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창립한 민족운동 단체 흥사단. 독립운동, 대한민국의 민주화, 청소년 계몽, 육성 운동으로 2017년 3월 창단, 형화와 자유를 노래한다.
    박종철합창단(부산):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와 6월 항쟁의 정신을 기리고, 시민문화운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2016년 8월 16일 창단했다.
    416합창단(경기 안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 일반 시민으로 2014년 창단됐다. 소외와 불의, 불평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에 함께 한다.
    이소선합창단(서울):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의 영결식을 계기로 2011년 결성된 노동자 합창단이다. 서울시로부터 2020년 전문예술 단체로 지정받았다.
     
     
     
    민주주의 대합창에서 불린 노래 제목을 소개해 본다. 아, 민주정부/ 무궁화/ 다시 만난 세계/ 타는 목마름으로/ 죽창가/ 깍지손 평화/ 그날이 오면/ 죽순밭에서/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개벽/ 껍데기는 가라/ 인간의 노래/ 돌덩이/ 오월의 노래2/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체 합창단이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출전가’를 불렀다.
     
     
    <봄의 겨울, 겨울의 봄> 뮤지컬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출처: 뉴시스
     
     
     
    전야제 2부 순서를 연 뮤지컬 <봄의 겨울, 겨울의 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80년 봄과 2025년의 겨울이 중첩되는 판타지 스토리의 뮤지컬. 공연은 “계엄이 계엄이 계엄이 계엄이 계엄이 선포됐다.”를 반복해 부르면서 시작했다. 이어서 “2024년 12월 3일 도시를 통제하고 국회를 해산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붙잡아 가두겠다고 계엄령이 선포됐다.”라는 가사는 45년 광주와 현재의 서울을 관통하는 ‘계엄’을 보여 주었다.
     
    “응 엄마, 나? 여의도 가는 길.”
    “응 여보. 걱정 말게. 서울 다 와 부렀어. 아 어치게 가만히 있나. 국회 앞에 탱크가 처들어와부렀다는디!”
     
    이어서 노래한다.
     
    “하늘에는 헬리콥터가 거리에는 탱크부대가. 상상해 본 적 없어. 이런 세상이 다시 올 거란 걸.”
     
    그랬다. 45년 전의 그 계엄령 세상이 21세기에 다시 올 줄은 나도 상상하지 못했다. “추운 겨울이 더욱 추워질지도 모른다”라고 노래하면 “안 돼! 우리가 만든 나라야”라고 화답했다. “어떻게 가만히 있어. 학교에서 배웠는데. 나도 다 알아. 이거 5·18 때랑 똑같은 거잖아. 우리도 광주 사람들처럼 나서야 되는 거잖아.”라고 젊은 여성이 외치면 “어쩌면 다시 봄이 오지 않을지 모른다”라고 노래했다. 현재와 과거를 노래와 춤으로 연결해 주었다. 1980년 오월은 2024년 12월이 되었고, 광주의 영령이 오늘의 우리를 구했음을 알렸다.
     
    가수 이은미가 작곡가 김형석이 해석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광주에서 사람들과 같이 부르고 싶었단다. ‘서른 즈음에’, ‘가슴이 뛴다’ 그리고 ‘애인 있어요’를 열창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라서 일까, 시종 가슴 뭉클하고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작곡가 김종률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존경,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의 찬사 그리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담아” 작곡했다고 했다. 5·18전야제 브로슈어의 글을 옮겨 본다.
     
     
    민주항쟁의 연원 오월광주로 연어처럼 몰려오는 민주시민들. 고향 집 부모의 마음으로 뜨겁게 환영하는 오월 광주 공동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금남로에서 새로운 세계를 전망하다.
    항쟁의 연원 5·18: 계엄의 밤, 장갑차 앞을 맨몸으로 가로막은 시민들의 용기는 광주 시민군의 헌신이었습니다. 남태령의 새벽, 고립된 농민들을 끝내 지켜낸 연대의 마음은 오월 어머니들의 사랑이었습니다. 한남동의 눈보라를 맞으며 새로운 세계를 꿈꾸던 낭만은 민주대성회의 횃불이었습니다.
    승리의 약속 5·18: 오월의 기억으로 내란과 맞서 싸우고 있는 국민들이 민주주의 승리의 염원을 안고 광주로 달려올 것이며, 광주 공동체가 고향 집 부모의 마음으로 뜨겁게 환영할 것입니다. 서로에게 감사를 표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내란 청산과 민주 승리를 약속하는 축제를 펼칩니다.
    미래의 표상 5·18: 5·18은 미래의 표상으로 승화할 것입니다.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민주국가, 국가 주권이 실현되는 자주 국가는 오월 광주가 꿈꾸었던 대한민국입니다. 계급과 계층, 성별과 세대를 넘어 누구나 서로를 귀하게 여기며 존중하는 대동세상을 오월 광주가 먼저 체험했던 미래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그리고 ‘5.18헌법’
    5·18전야제 시민참여 부스의 인상을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올해도 45년 전 오월의 ‘주먹밥’이 있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와 사랑의 밥을 3개나 받아먹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모델인 독일 기자 한스 패터를 기리는 초록 택시와 운전자가 있었다. 그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광주의 소주 ‘잎새주’ 샘플 한 병 받을 수 있었다. 소주 병 라벨에는 “1980년 5월, 광주로 간 택시운전사”라는 문구와 초록 택시가 새겨져 있었다.
     
     
    주먹밥 나눔, 택시운전사x잎새주 인증사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이라 불리는 광주인권상을 아는가? 5·18기념재단이 2000년부터 인권과 평화를 위해 기여한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 수상자는 동남아시아에서 군사 폭력과 인권침해에 맞서 생존자 보호, 진실 규명, 평화 구축 활동을 펼쳐온 인권 단체 ‘아시아 정의와 권리(Asia Justice and Rights, AJAR)’다. 특별상은 필리핀 코르딜레라 지역에서 34년간 예술을 통해 인권과 공동체 권리를 옹호해 온 ‘DKK문화동맹’이 받았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인 고 문재학 열사를 비롯한 민주유공자들의 묘비를 찾아보자. 구묘역에도 신묘역에도 너무나 어리고 젊은 얼굴들을 보라. “5·18정신 계승 민주유공자법 제정하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유족과 가족들을 위한 교육 지원, 취업 지원, 의료 지원, 대부와 양로 지원, 양육 지원 등 다양한 지원뿐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각종 기념·추모 사업을 실시하고 민주화 운동 관련 시설과 교양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라는 내용이다.
     
     
    5·18정신 계승 민주유공자법 제정 손피켓(왼쪽),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부채(오른쪽)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라 적힌 부채를 보았다. 홍보 부스에서는 “청원 참여”를 유도하는 유인물이 배포되고 있었다. 5·18정신을 국가가 책임지고 헌법에 새겨야 한다는 요지였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광주의 희생과 단호한 투쟁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지켜졌다. 12·3 불법 계엄의 국민 승리가 바로 오월광주의 승리”라며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통해 대한민국을 지켜온 힘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새기겠다"라고 말했다.
     
     
     
     '아 오월, 다시 만난 오월'를 주제로 5·18민주화운동 45주기 기념행사 진행 / 사진출처: 아시아경제
     
     
     

     
     

     

    민주주의 대축제 5.18 전야제를 다녀와서
    꿀벌

    조회수 724

    202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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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5월, 안산의 다문화작은도서관에서 조용한 만남이 시작됐습니다. 서로 다른 여섯 나라에서 온 이주민 여성들이 '수어'를 배우기 위해 모였습니다. 말이 아닌 손짓으로, 목소리가 아닌 표정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이 특별한 언어는 곧 그들의 삶을 바꾸는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지구인 수어 합창단은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활기차게 활동 중입니다. 처음에는 엄마들만의 모임이었지만, 곧 아이들이 합류하며 그 세계는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코스모스 활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어린이 수어 팀으로 성장했습니다. 손끝으로 노래하고, 표정으로 감정을 전하는 과정은 단지 공연을 넘어서, 정체성과 자존감을 키우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회의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낯선 땅에서 만난 또 다른 '낯섦'과의 교감
    합창단의 구성원 대부분은 제2 언어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이주민 여성들입니다. 한국에 오기 전, 그들은 자국에서 당당한 한 명의 시민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는 '이방인'이 되었고, 언어 장벽으로 인해 자신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과 소외감을 경험했습니다.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할 때, 아이의 학교 알림장을 읽을 때, 병원에서 자신의 아픔을 설명할 때마다 느끼는 불안과 무력감은 그들의 일상이었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버스 타는 것조차 두려웠어요. 잘못 내리면 길을 잃을까 봐, 질문해도 못 알아들을까 봐…." 합창단의 한 회원은 회상합니다.
     
    다른 회원은 "아이 학교에서 엄마들 모임이 있을 때마다 가기 싫었어요. 대화에 끼지 못하고, 때로는 다른 엄마들이 수군거리는 것 같아서…."라고 말합니다.
     
     
    도서관에서 수어연습 중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이러한 경험들이 그들이 수어를 배우며 농인들과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소리의 언어' 안에서 느꼈던 소외감, 낯선 문화에 적응하며 겪는 불안은 농인의 세계와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감정은 닿아 있었고, 그 연대의 토대 위에 손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노래가 피어났습니다.
     
     
    드디어 초청 무대에 오르다.
    코로나 시기에도 합창단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수어 경연 대회, 뮤직비디오 제작, 찾아가는 수어 교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갔고, 2024년에는 경기도 농문화제 수어 경연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상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서로 다른 세계가 손짓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인정이었기 때문입니다.
     
     
    2024년 경기도 농문화제 수어경연대회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2021년, 2022년 경기도 수어경연대회 참가사진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올해 4월 18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시흥시 초청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일은 합창단에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농인을 포함한 관객 앞에서 손으로 노래하며, 이주민과 장애,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회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대에 섰을 때, 내가 더는 '외국인'이 아니라 '전달자'가 된 느낌이었어요. 우리의 손짓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습니다.
     
     
    시흥시 장애인의 날 기념식 초청 공연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마을행사(깐 영화제(왼쪽), 마켓포레스트(오른쪽)) 초청 공연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차별을 넘어, 다름을 존중하는 공동체로
    이주민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편견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언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지적 능력을 의심받기도 하고,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직장에서는 동등한 노동에도 불구하고 더 적은 임금을 받거나, 승진에서 배제되는 일도 흔합니다.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무시당하거나, 아이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픔도 겪습니다.
     
    "한번은 마트에서 계산할 때 직원이 나를 보지 않고 한국인 남편에게만 말을 걸더라고요. 마치 내가 없는 사람처럼요." 합창단의 한 회원이 털어놓습니다.
     
    또 다른 회원은 "아이 학교 상담 때 선생님이 나에게는 말하지 않고 통역해 준 한국인 친구에게만 이야기했어요. 내가 엄마인데도…."라고 말합니다.
     
    이런 경험들이 지구인 수어 합창단 구성원들에게는 농인들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차별과 소외의 경험이 오히려 더 강한 연대 의식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수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들은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공통된 경험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성장하는 값진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시립합창단과 콜라보 공연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손짓으로 키워낸 다음 세대의 감수성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며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그 아이들이 보여주는 높아진 장애인 감수성과 또렷해진 자존감은 코스모스 활짝 합창단이 남긴 가장 큰 선물입니다. 어떤 아이는 수어를 통해 친구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만들었고, 어떤 아이는 "장애인 친구가 생겼어요"라며 밝게 말합니다.
     
    이주민 가정의 아이들은 종종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 한국에 왔지만, 외모나 부모의 출신으로 인해 '한국인이 아닌'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어 활동을 통해 이 아이들은 새로운 정체성과 자부심을 발견했습니다.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이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될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한 것입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은 단순한 예술 단체가 아닙니다. 이들의 활동은 공감 교육이자, 문화 다양성과 장애 감수성을 일깨우는 살아 있는 실천입니다. 각종 수어 축제와 행사에 참여하며 수어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무엇보다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25년 1월 소년원에서의 봉사 공연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연대와 이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정심학교(소년원) 공연사진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이들이 손으로 노래하는 그 모습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 같은 언어를 쓴다고 다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닿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의 손짓은 오늘도 우리 사회에 조용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말이 아닌 마음으로, 손끝으로 이어지는 이 노래가 더 많은 사람의 가슴에 닿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손짓 속에는 차별과 편견을 넘어, 더 포용적이고 따뜻한 세상을 향한 꿈이 담겨 있습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 전연 회장의 글
     
    전연 회장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제가 한국에 처음 온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13년 2월, 추운 겨울이었어요. 바람이 차갑고 마음도 외로웠습니다. 모든 소리가 낯설고, 모든 글자는 마치 암호처럼 느껴졌어요. 한국어를 배우려고 외국인 지원본부에 다녔지만, 마음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다문화 작은 도서관’을 알게 됐어요. 지하 1층에 있는 그 도서관 문을 열었을 때, 전 세계 언어로 된 책들이 저를 반겨줬어요. 특히 중국어 책이 많은 책장을 봤을 때, 저는 처음으로 이곳이 조금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여기 자주 와요?”
     
    도서관에서 일하던 중국인 언니가 물었을 때, 저는 웃기만 했어요.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했습니다. 그 도서관은 저에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도서관에서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고, 2018년 5월 29일, 한국 수어 수업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그 수업은 제 인생을 많이 바꿔줬어요.
     
    수업에는 저처럼 다른 나라에서 온 엄마들, 또 한국 엄마들도 있었어요. 모두 책과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무언가 배우고 싶은 마음도 같았어요. 그리고 또 하나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바로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느꼈던 경험이었습니다. 매일 저녁, 도서관에 아이들 손을 잡고 엄마들이 들어왔어요. 피부색도 다르고 말도 달랐지만, 인사를 주고받는 손짓에는 차별이 없었어요. 손끝으로 “안녕하세요”를 처음 배운 날, 저는 마음속으로 울었습니다. 말로는 잘 못해도, 손으로는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감동이었어요.
     
     
    2018년 경기도 농문화제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수어를 배우면서 저는 농인들과 제가 비슷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수 언어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소외되고 외로운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몇 달 뒤, 우리는 ‘지구인 수어 합창단’을 만들어 대회에 나가게 되었어요. 2018년 10월 6일, 경기도 농문화제에서 우리는 수어로 노래를 했습니다. 여섯 나라에서 온 엄마들이 한국 수어로 하나의 노래를 표현한 거예요. 무대에 설 때는 많이 떨렸지만, 손으로 노래하기 시작하자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 순간, 저는 더 이상 외국인도, 이방인도 아니었어요. 그냥 감정을 전하는 사람, 그 자체였습니다.
     
     
    안산시 수어제 대상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노래가 끝나고 관객들이 손박수를 보내줄 때, 저는 눈물이 났어요. 정말 처음으로 이 땅에서 ‘나도 이곳의 일부다’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2018년 11월에는 안산 수어제에서 아이들과 같이 무대에 올라 대상을 받았어요. 아이들의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가득했고, 저도 정말 기뻤습니다. 이주민 아이들은 종종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런데 수어를 통해 아이들은 ‘다름’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특별한 것이라는 걸 배웠어요. 아이들의 눈빛이 부드러워졌고, 친구들을 더 따뜻하게 대하게 되었어요.
     
    여섯 나라에서 온 엄마들과 함께한 이 경험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수어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언어였고, 누구도 먼저 잘하지 않았어요. 그저 같은 지구인으로, 손끝의 언어로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했어요. 우리는 ‘우리’와 ‘함께’라는 말을 손끝으로 배웠습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은 올해도 계속됩니다. 다른 피부, 다른 언어를 가진 우리가 손짓으로 사랑을 전합니다. 말이 없다고 해서 마음이 없진 않다는 것,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깊은 소통은,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걸요.
     
     
    2025.05.08. 지구인 수어 합창단 회장 전연
    

     
     
     
    손으로 노래하는 지구인들 - 언어의 경계를 넘는 연대와 감수성의 힘
    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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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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