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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로 그리는 환경교육, 시흥YMCA에게 길을 묻다

     / ⓒ에디터 해지

     

    기후위기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뉴스에서도, 학교에서도, 동네 게시판에서도 흔하게 마주친다. 그러나 위기를 이야기만 하는 것과, 그 위기에 대응할 교육 체계를 갖추는 것은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다. 한 사람의 목소리로는 만들 수 없고, 결국은 여러 단체가 손을 맞잡아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에서 이 물음에 가장 구체적으로 답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가 시흥시다. 시흥시는 환경부 지정 환경교육도시이며, 관내 여러 환경단체와 중간지원조직들이 힘을 모아 시흥 환경교육플랫폼이라는 협력체계를 함께 꾸려가고 있다.

    시흥시는 2023년 환경부로부터 법정 환경교육도시로 지정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하나다. 환경교육도시는 환경교육 추진 기반과 성과, 앞으로의 계획이 우수한 지자체를 환경부가 선정해 지원하는 제도로, 지정 이후 시흥시는 환경교육 전담 조직을 꾸리고 지역 환경교육 종합계획을 세우는 등 기반을 차근차근 다져왔다. 시흥환경교육플랫폼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태어난 결과물 중 하나다.

     / ⓒ에디터 해지

     
    그 협력의 한 축에는 30년 가까이 지역 청소년활동을 이어오다, 환경과 인권, 공익활동 지원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시흥YMCA가 있다. 취재를 위해 시흥YMCA 사무국을 찾았다. 오래된 단체 특유의 차분한 공기가 흐르는 사무실에서, 서종호 사무총장을 만나 환경교육플랫폼이 만들어진 과정과 그 안에서 시흥YMCA가 서 있는 자리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예상보다 솔직했다. 성과를 앞세우기보다, 지금 이 네트워크가 가진 한계와 고민까지도 가감 없이 꺼내놓는 자리였다. 미리 준비된 답변보다는, 질문을 받고 그 자리에서 곱씹어 나온 말들이 더 많았다. 그렇기에 지금 진행형인 이야기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담아보려 했다.
     / ⓒ에디터 해지

     

     

    1. 시작 : 사라진 네트워크의 빈자리에서 시작된 논의

    시흥시에는 원래도 환경교육과 관련한 네트워크가 존재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시점엔가 그 네트워크는 활동을 멈추었고, 시흥의 환경교육은 한동안 구심점 없이 각 단체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흩어져 이어가는 모양새였다. 상황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건 시흥시가 환경부 지정 환경교육도시로 선정되면서부터다. 관내에 있는 여러 환경단체와 중간조직들 사이에서 "이제는 통일된 환경교육을 함께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가기 시작했고, 그 논의는 지난해 실제 발족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지금의 환경교육플랫폼이다.

     / ⓒ에디터 해지

     

    2. 다시 나아가기 위해 연대하다.

    환경교육은 흔히 한 기관, 한 프로그램의 몫으로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역 안의 여러 주체가 자원과 정보를 나누지 않으면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한 단체가 아무리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그 단체가 힘이 빠지는 순간 지역의 환경교육 전체가 함께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흥이 겪었던 '네트워크의 공백'은 바로 이런 취약함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단체가 필요했다. 공동으로 대처할 곳이 필요했다." 서종호 사무총장이 이 지점을 짚으며 꺼낸 말이다. 개별 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환경교육을 이어가는 것과, 여러 단체가 하나의 창구를 통해 목소리를 모으는 것은 확연히 다른 무게를 가진다. 흩어져 있던 목소리들이 하나의 이름 아래 모이면, 행정을 상대할 때도, 사업을 기획할 때도 훨씬 단단한 근거를 갖게 된다. 사무총장 말에 따르면 경기도 안에서도 이런 형태의 환경 교육 협력체는 흔치 않다고 한다. 그만큼 시흥의 시도는 의미 있는 실험이기도 하다.

     / ⓒ에디터 해지
     
     

    3. 시흥YMCA의 동행

    여기서 한 가지,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환경교육플랫폼은 시흥YMCA가 만든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플랫폼의 중심에는 시흥에코센터가 있고, 시흥환경교육네트워크가 간사단체로서 실무를 지원하는 구조다. 시흥YMCA는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여러 단체 가운데 하나이며, 주도적인 위치에 있지는 않다.

     / ⓒ에디터 해지
     

    사무총장은 인터뷰 내내 이 부분을 몇 번이고 다시 짚었다. "우리가 만든 게 아니라서, 이건 꼭 참고해달라"는 당부가 유독 또렷하게 남았다. 여러 단체의 몫으로 돌려놓으려는 태도였다. 환경교육 플랫폼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여러 단체가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 맡으며 함께 걸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시흥YMCA는 그 여정에서 성실한 동행자의 자리를 택하고 있었다.

     / ⓒ에디터 해지

     

    4. 거버넌스 구축: 협력 구조로 단단해지는 환경교육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단체는 생각보다 많다. 규모가 크지 않은 단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활동하다 보니, 서로의 활동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과제였다. 최근에는 시흥시 차원의 기후 관련 행사를 여러 단체가 함께 시도했고, 올해부터는 이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환경기금의 지원을 받아 홍보를 진행한 환경교육주간에는, 6월 초를 기점으로 열 개 단체가 각자의 장소에서 체험 활동을 열었다. 한 곳에 모여 큰 규모의 통합 행사를 만드는 단계라기보다, 각 단체가 자기 자리에서 준비한 활동을 열고 서로의 소식을 공유하는 정도라고 사무총장은 담담히 말했다.

     / ⓒ에디터 해지
     

    의미 있는 지점은 또 있다.

    시흥에코센터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환경교육사 2급 양성기관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 인터뷰가 이뤄질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이런 인증을 받은 곳은 천안과 시흥, 단 두 곳뿐이었다. 이후 2026년부터는 경남환경재단이 새롭게 지정되며 세 곳으로 늘었지만, 수도권 안에서는 여전히 시흥이 유일하다. 시흥에코센터를 중심으로 이 네트워크가 발족한 배경에는 이런 전문성의 축적도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여러 단체가 모였다는 것을 넘어, 실제로 환경교육 인력을 길러내는 인증 체계까지 지역 안에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각 단체가 개별적으로 따내던 공모사업들도, 이제는 네트워크 차원에서 모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사업 하나하나를 개별 단체가 따로 준비하고 보고하던 방식에서, 네트워크가 창구가 되어 자원을 나누는 방식으로 옮겨가는 것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변화가 아니다. 단체 간의 신뢰가 쌓여야 가능한 일이고, 동시에 그 신뢰를 다시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올해부터는 현장에서 거버넌스 형태를 갖추기 위한 준비를 여러 단체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방향이 뚜렷하게 그려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 ⓒ에디터 해지
     

    5. 동마다 마을학교가 있는 도시

    네트워크 활동이 실제 시민의 삶에는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을까. 사무총장은 조심스럽게 답했다. "단체 규모가 크면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겠지만" 하고 운을 뗀 뒤, 시흥의 사례로 와글학교와 댓골마을학교를 꺼냈다. 댓골마을학교에서는 우유팩이나 폐건전지를 모아오면 화장지나 식용유로 바꿔주는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거창한 캠페인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시흥시에는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동마다 마을학교가 다 있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촘촘한 구조다. 다만 모든 마을학교가 환경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중에서도 시흥시 차원에서 환경 관련 활동을 이어가는 마을학교들이 있는 것이다. 시가 직접 관여하는 사업이기에 가능한 특이점이라고 사무총장은 짚었다. 동 단위까지 촘촘하게 퍼져 있는 마을학교의 존재는, 환경교육이 생활권 안으로 스며들 수 있는 잠재적인 통로이기도 하다. 동네 마을학교에서 반복되는 작은 실천들이 결국 더 오래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인터뷰 내내 떠나지 않았다. 댓골마을학교의 사례는, 아직 시흥 전역으로 넓게 퍼지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다른 동의 마을학교들이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6. 민(民)과 관(官) 사이, 예산이라는 현실

    네트워크가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방향은 무엇일까. 사무총장의 답은 환경 정책이라는 것이 민간이나 행정 어느 한쪽만의 힘으로 주도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함께 참여하겠다는 의제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예산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늘 따라붙는다. 좋은 취지만으로는 지속되기 어렵고, 결국 누가 어떤 자원을 대고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시흥에는 이미 몇십 년째 활동을 이어온 환경교육 연합이 있다. 그 안에서도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 캠페인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 등 성격이 저마다 다른 여러 단체가 얽혀 있다. 성격이 다른 단체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모이다 보니, 지향점을 맞추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다. 여러 단체가 모여 만든 네트워크이다 보니 한계도 뚜렷하다는 것이 솔직한 진단이다. 예산이 없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쉽게 나서기 어렵고, 상급 기관과의 협의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 ⓒ에디터 해지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환경교육네트워크가 아직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정식 등록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보니 직접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그래서 지금은 시흥YMCA라는 단체명을 빌려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환경교육주간 행사 역시 시흥YMCA가 사업을 수주하고 공모를 통해 각 단체에 나누어주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름을 갖추지 못한 네트워크가 이름을 가진 단체의 어깨를 빌려 걸음을 떼고 있는 셈이다. 겉으로 드러난 활동의 화려함 뒤에는, 이렇듯 아직 제도의 틀 안에 자리 잡지 못한 현실이 함께 있었다. 여러 단체가 뜻을 모아 만든 협의체라 하더라도, 법인격이나 고유번호증 같은 최소한의 행정적 장치가 없으면 지원 사업 하나에 지원서를 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결국 그 빈틈을 메우는 몫은 시흥YMCA처럼 이미 법인격을 갖춘 단체의 몫으로 돌아가고, 그 단체 역시 넉넉한 여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지역을 위해 기꺼이 짐을 나누어 지고 있는 셈이었다.

     


     

    "지역의 색을 담은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환경교육을 하는 이유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교육이 실제 환경 보호라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 이 지점에서 사무총장은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전제를 달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었다. 표준화된 교보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지만, 지역마다 처한 환경 의제가 다른 만큼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교육 프로그램과 교보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은 갯벌이 의제이고, 어느 지역은 대기질이 의제일 수 있다. 하나의 틀로 모든 지역을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각 단체가 필요에 따라 이를 각색해서 쓸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이런 작업을 해낸다면, 개별 단체 차원이 아니라 네트워크 차원에서 함께 추진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사무총장은 덧붙였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구상이지만, 네트워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언젠가 여러 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역 맞춤형 콘텐츠를 만드는 날이 온다면, 그 출발점은 오늘의 이 인터뷰에서 나온 소박한 바람일지도 모른다.

     


     

    시흥 YMCA의 뿌리

    시흥의 환경 활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체가 하나 더 있다. 시흥에서 가장 오래 활동해온 시흥 환경운동연합이다. 전국 단위의 플로깅 활동은 물론, 철새를 비롯한 생태 모니터링까지 폭넓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이런 활동들이, 지금의 환경교육 플랫폼이 설 수 있는 토양이 되어주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시흥YMCA가 있다. 시흥YMCA가 가장 공을 들여온 활동은 생태환경 보전이다. 터널 건설을 반대하며 생태 보존을 지켜낸 운동은 지금까지도 시흥YMCA를 대표하는 활동으로 꼽히며,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30년 가까이 청소년활동을 중심에 두었던 단체가, 어느새 생태를 지키는 일에도 오랜 시간 발을 담가온 것이다. 처음부터 환경단체로 출발한 곳이 아니기에, 시흥YMCA가 걸어온 궤적은 조금 다르게 읽힌다. 청소년의 삶을 고민하던 자리에서 출발해, 그 삶을 둘러싼 자연과 지역 사회, 그리고 인권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넓어져 온 셈이다. 청소년활동과 환경활동, 인권활동이 서로 멀지 않다는 것을 시흥YMCA의 걸음이 보여주고 있다. 이번 환경교육플랫폼 참여 역시, 그런 오랜 확장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 밖의 활동 연혁은 시흥YMCA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함께 걷는다는 것

    환경교육플랫폼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시흥의 단체들은 저마다 다른 역사와 방식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몇십 년째 생태를 지켜왔고, 누군가는 마을 단위에서 우유팩과 폐건전지를 모으며, 누군가는 아직 정식 등록조차 마치지 못한 채로 활동을 이어간다. 그 사이에서 시흥YMCA는 동행자의 자리를 지키며, 네트워크의 한 축을 묵묵히 받치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국을 나서며 든 생각은 하나였다. 완성된 체계를 자랑하는 것보다, 지금 가진 한계를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어쩌면 더 단단한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 네트워크가 다른 단체의 이름을 빌려 사업을 이어가고, 큰 통합 행사 대신 몇 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체험을 여는 지금의 모습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음이다. 예산도, 제도적 근거도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여러 단체가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가며 걷고 있다는 것. 그것이 지금 시흥의 환경교육이 서 있는 정직한 자리다. 그리고 그 걸음의 한편에는, 30년 가까이 지역과 함께 걸어온 시흥YMCA가 여전히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흥YMCA에게 환경교육네트워크를 묻다
    해지

    조회수 213

    2026-07-29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함께 걷는 우리, 더 나은 세상을 그리다"

     

    지난 72일 목요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에리카 컨벤션 3층에서 2026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가 열렸습니다. 오후 1시부터 저녁 630분까지 이어진 이번 행사는 도내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익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활동을 소개하고, 그동안의 고민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뜻깊은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행사는 사전부스 체험, 특강, 공연, 평등문화약속문 낭독, 그리고 대화테이블 순서로 진행되었으며, 저는 6기 에디터로서 이 모든 과정을 직접 참여하고 기록했습니다.


     / 한양대학교 에리카 컨벤션센터 3층에 마련된 2026년 경기도 공익활동가대회 안내 스크린 에디터 안산사라

     

    1. 다양한 체험이 가득했던 사전부스

    행사장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여러 단체가 마련한 사전부스였습니다. 각 단체별로 부스를 운영하며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참가자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두고 있었습니다. 행사 시작 전부터 많은 활동가들이 부스를 돌며 서로 인사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사전부스에서 진행된 공예 체험 현장 에디터 안산사라

     

    각 단체의 활동을 짧은 시간 안에 접할 수 있었던 사전부스는, 본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활동가들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의 장이 되어주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직접 재료를 다루며 만들기 체험에 참여 에디터 안산사라

     / 대나무 솟대 만들기 부스 현장 모습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만들기 체험을 통해 만들어진 세월호 매듭팔찌의 모습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홍보부스를 운영하는 단체의 모습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포토부스에 참여하는 참여자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2. 한양대 에리카 학생 발표 - "공익잇다"

    한양대학교 에리카 학생들이 인공지능기초 수업의 IC-PBL 프로젝트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홍보 업무에 AI를 접목한 결과물을 발표했습니다. 대표 서비스 '공익잇다'는 관심 분야나 지역을 입력하면 맞춤형 공익활동을 추천해주는 AI 챗봇입니다. 이 외에도 조별로 콘텐츠 자동생성, 다국어 확산, 숏폼 제작 자동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포스터로 소개했습니다.


    무대에서 질의응답을 이어가는 한양대에리카학생 모습 에디터 안산사라

     

    본격적인 식은 사회자의 평등문화약속문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 속에서 활동해나가겠다는 다짐을 나누는 순서였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오늘 하루 행사가 단순한 프로그램의 나열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무대에서 질의응답을 이어가는 한양대에리카학생 모습 에디터 안산사라

     

    본격적인 식은 사회자의 평등문화약속문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 속에서 활동해나가겠다는 다짐을 나누는 순서였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오늘 하루 행사가 단순한 프로그램의 나열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 강의하는 정보라 작가의 모습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4. 지구인수어합창단의 감동적인 무대

    강연에 이어 지구인수어합창단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이주민과 농인 가족이 함께 어우러진 이 합창단은 무대 위에서 수어와 노래를 함께 담아내며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습니다. 여러 수어 경연대회에서 수상 경력을 쌓아온 만큼, 무대 구성과 완성도 모두 남달랐고,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하나의 무대에서 마음을 모으는 모습은 이번 행사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 지구인수어합창단 공연후 소개하는 모습 에디터 안산사라

     

    5. 존중과 연결이 있는 대화테이블

     

    이어서 대화테이블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원형으로 둘러앉아 서클(둘러앉기)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었으며, 진행요원(가디언)의 안내에 따라 짧은 발언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각 테이블에는 대화를 이끄는 질문지가 마련되어 있었고, 참가자들은 경청을 바탕으로 안전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습니다.


     / 테이블마다 마련된 질문지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대화테이블 진행 모습(1) 에디터 안산사라

     / 테이블마다 마련된 질문지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대화테이블 진행 모습(2)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테이블마다 마련된 질문지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대화테이블 진행 모습(3)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6. 나의 테이블 이야기 - "활동가 번아웃과 소진"

     

    저는 이날 여러 대화테이블 중 '활동가 번아웃과 소진'이라는 주제의 테이블에 참여했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활동가분들은 각자의 현장에서 겪은 번아웃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어주셨습니다. 기력 저하, 갑작스러운 의욕 상승 후 찾아오는 급격한 침체, 과도한 피로감, 수면 과다 등 다양한 형태의 소진 증상이 공유되었고, 그 원인으로는 과중한 업무량과 행정·회계·공모사업 등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아야 하는 구조,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정성 등이 공통적으로 언급되었습니다.

     

     / "경기도 공익활동가의 '번아웃과 소진'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요~" 테이블에서 참가자들이 포스트잇에 남긴 다양한 의견들 에디터 안산사라

     

    각자의 대응 방법도 다양했습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거나, 사진 촬영과 같은 취미 활동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거나, 일부러 외부 활동을 만들어 숨 돌릴 틈을 마련하거나, 퇴근 후에는 집에서 일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소진은 스스로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료들의 세심한 관심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는 공감대였습니다.

    대화 말미에는 조직 차원의 개선 방안도 함께 논의되었습니다. 인원 확충을 통한 업무 부담 완화,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연월차 문화 조성, 개인 상담 비용 지원 확대, 4일제 도입(인원 보충 및 급여 유지·인상 포함) 등 실질적인 제안들이 나왔습니다. 특히 한 참가자는 자신이 속한 기관에서 활동가 재충전 사업의 명칭을 바꾸고 개인 상담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례를 소개하며, 이러한 지원이 실제로 활동가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저 혼자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라, 많은 활동가들이 비슷한 고민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함께 고민을 나누는 것 자체가 소진을 예방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송성영 공동대표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명화 센터장의 폐회사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다양한 체험이 있는 사전부스부터 시작해 강연, 공연, 그리고 가장 의미 있었던 대화테이블까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알찬 시간이었기에 참여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공익활동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많은 활동가들 덕분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씩 더 따뜻하고, 더 살기 좋게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 역시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보탬이 되는 활동가로 거듭나야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 단체사진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2026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 현장 스케치
    안산사라

    조회수 233

    2026-07-1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안전을 지나친다.

    휴대전화가 울린다.

    고령 어르신 실종. 발견 시 신고 바랍니다.”

    호우경보 발효. 외출을 자제하시고 침수 위험지역 접근을 삼가 바랍니다.”

    잠시 후 길을 걷다 이런 표지들을 마주친다.

    미끄럼 주의”, “공사 중”, “어린이 보호구역”.

    우리는 이런 문구들을 지나치게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때로는 무심코 넘기고, 때로는 알림을 끄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짧은 문장과 작은 표지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사고를 막고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경고가 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서 안전은 더 이상 개인의 주의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사회 전체가 위험을 감지하고, 알리고, 함께 행동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안전안내문자와 안전표지판은 이러한 공익적 안전망의 가장 가까운 현장에 있다.

    이번 취재에서는 우리 일상 속 안전안내문자와 안전표지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실제 생활 속 예방 효과는 무엇인지, 그리고 시민이 함께 만들어야 할 안전문화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 ⓒ에디터 럭비공
     

    위험은 갑자기 오지만 안전은 미리 준비된다

    사고는 대부분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특징이 있다.

    집중호우, 폭염, 강풍, 산불, 화재, 교통사고, 감염병 등은 순간적으로 우리의 일상을 멈추게 만든다. 그러나 많은 위험은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안전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사고를 줄이는 핵심 요소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위험의 인지

    둘째, 정보 전달

    셋째, 행동 변화

    이 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작동하는 것이 바로 안전안내문자와 안전표지판이다.

    안전은 사고가 난 뒤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멈추게 하는 것이다.

     

    손안의 경고 시스템, 안전안내문자

    안전안내문자는 재난 발생 또는 위험 상황을 시민에게 신속하게 전달하는 공공 커뮤니케이션이다.

    예전에는 재난 소식을 뉴스나 주변 사람을 통해 뒤늦게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전화 문자 한 통으로 위험을 실시간 공유한다.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 야외활동 자제를 안내하고,

    한파가 오면 수도 동파 예방을 알린다.

    호우가 예상되면 하천 접근 금지를 전달한다.

    문자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행동을 유도하는 공익 메시지.

    예를 들어,

    외출 자제

    창문 고정

    지하차도 통행 금지

    실내 냉방 유지

    이런 문장은 시민이 위험을 인식하고 행동을 바꾸도록 돕는다.

     

    왜 사람들은 안전문자를 귀찮아할까

    인터뷰를 해보면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너무 자주 와서 안 보게 돼요.”

    지역이 아닌데 문자 와서 불편했어요.”

    알림 소리가 놀라워요.”

    실제로 반복되는 알림은 피로감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문자의 개수가 아니라 경각심의 감소다.

    사람은 익숙해질수록 위험을 과소평가한다.

    이를 정상성 편향이라고 부른다.

    설마 별일 있겠어.”

    이번에도 괜찮겠지.”

    이 생각이 사고를 키운다.

    안전문자는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위험을 현실로 인식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사회적 장치다.

     

    거리 위의 무언의 안내자, 안전표지판

    안전표지판은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위험을 알려준다.

    학교 앞의 어린이 보호구역,

    공사장 접근금지 표시,

    엘리베이터 비상안내,

    지하철 대피 유도선.

    우리는 매일 수십 개의 안전표지를 지나친다.

    표지판의 목적은 단순하다.

    사고를 예방하는 것.’

    표지판은 정보를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색과 형태, 상징으로 즉시 이해하게 만든다.

    빨간색은 금지,

    노란색은 주의,

    파란색은 지시,

    초록색은 안전과 피난.

    눈으로 보는 즉시 행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작은 표시 하나가 만드는 큰 변화

    지역 생활 현장을 취재해 보면 안전표지는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있다.

    아파트 계단의 미끄럼 방지 안내,

    공원의 야간 이용 주의 표시,

    시장 내 소화기 위치 안내,

    횡단보도 주변 교통안전 표시.

    이 표지들은 평소에는 존재감이 없다.

    하지만 위급한 순간에는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된다.

    실제로 화재 상황에서 비상구 안내 표지가 생존율을 높였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재난은 순간이지만, 안전은 평소의 준비에서 시작된다.

     

    공익은 일상, 서로의 안전을 지키는 일

    공익이라는 말을 들으면 거대한 정책이나 국가사업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공익은 멀리 있지 않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지키는 것,

    재난문자를 확인하는 것,

    안전표지를 훼손하지 않는 것,

    위험 상황을 신고하는 것.

    이 작은 행동이 공동체 전체의 안전 수준을 높인다.

    특히 고령자, 어린이, 장애인처럼 정보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안전 정보는 더 중요하다.

    누군가에게는 문자 한 통이,

    표지 하나가,

    귀가할 수 있는 길이 된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안전문화

    최근 안전 시스템은 더 똑똑해지고 있다.

    지역 맞춤형 재난 알림,

    실시간 위험 안내,

    스마트 교통 표지,

    음성 안내 시스템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 안전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정보를 읽고,

    이해하고,

    실천하는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안전은 전문가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참여할 때 완성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 감수성

    안전 감수성이란 위험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예방 행동으로 연결하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 생활 속에서 다음을 실천할 수 있다.

    안전안내문자는 반드시 확인하기

    안내 내용을 가족과 공유하기

    표지판을 무시하지 않기

    위험 요소 발견 시 신고하기

    아이와 어르신에게 안전정보 설명하기

    안전은 특별한 날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평범한 하루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생활 습관이다.

     

    안전은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다

    표지판은 인간의 실패를 전제로 만들어진다.

    멈추지 않을 수 있으니 신호를 만들고,

    넘어질 수 있으니 경고를 만든다.

    하지만 성숙한 사회는 규칙보다 문화가 앞선다.

    누가 보지 않아도 멈추고,

    알려주지 않아도 배려한다.

    공익은 통제가 아니라 관계의 기술이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안전 규칙이 아니라 서로의 안전을 자연스럽게 챙기는 안전 감수성이다.

    우리는 하루를 평범하게 보내길 원한다.

    무사히 출근하고,

    안전하게 귀가하고,

    가족과 저녁을 먹는 일.

    그 평범함 뒤에는 수많은 안전장치가 있다.

    휴대전화의 짧은 문자,

    골목의 작은 표지판,

    누군가의 신고,

    보이지 않는 예방 시스템.

    안전안내문자와 안전표지판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가 서로에게 보내는 약속이다.

    당신의 일상이 안전하기를 바랍니다.”

     
     
    안전안내문자와 안전표지판, 우리 일상을 바꾸는 공익의 언어
    럭비공

    조회수 366

    2026-06-29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애인 노동권 현장에서 만난 권리를 만드는 노동

     

    장애인들이 지하철에서 비장애인들로부터 왜 기어 나왔냐라는 말을 들으면 처음에는 다 울어요.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해 고개를 숙이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말해요. ‘우리도 함께 살아가는 시민입니다.”

    매주 화요일,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이 지하철 문턱을 넘는 순간 지하철은 한동안 멈춰 서고, 사람들의 시선은 한곳으로 몰린다.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리고, 누군가는 대놓고 혐오의 말을 던진다. 그러나 그들은 매번 지하철에 오르고 서울로 향한다. 그리고 거리에서 외친다.

    이것도 노동이다.”

     

    / ⓒ에디터 다참
     

    2025년부터 김포장애인야학 권리중심팀에서 일하고 있는 염은정 활동가는 장애인 노동권 운동을 노동의 개념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보통 노동을 생산성과 이윤으로 판단하잖아요. 그런데 장애인의 권리를 알리고, 인식을 바꾸고,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것도 노동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활동은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진 인권 감수성이 34년간의 교육개혁 운동을 지나 장애인 노동권 운동으로 이어졌다.

     

    학생 인권운동에서 장애인 노동권 운동까지

    1989년 전교조 교사들이 해직되던 시절,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염은정 활동가는 해직 교사들과 함께 교문 앞에 섰다.

    학생들과 소통도 잘되고, 공부도 잘 가르쳐주시던 선생님들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해고를 당한 거예요. 그때 처음에는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저 선생님들을 지켜야 한다라는 생각은 강했죠.”

    해직 교사들의 출근 투쟁을 돕기 위해 교문을 열어주고, 선생님들과 함께 목소리를 냈다. 그 경험은 곧 학생 인권 문제로 이어졌다.

    당시 학교는 두발 규제와 복장 검사, 소지품 검사까지 일상이었다. 그는 속옷 색깔을 검사하고, 치마를 들쳐 속바지까지 검사하던 시대였다고 회상했다. 학생회 출마에도 성적 제한이 있었고, 학생들은 학교의 주체가 아니었다.

    그래서 염은정 활동가는 학생회 성적 제한 철폐’, ‘두발 자유화’, ‘복장 자율화운동을 시작했다. 학교 안의 작은 문제 제기는 지역 다른 학교와의 연대로 이어졌고, 교육운동으로 이어졌다.

    이후 참교육학부모회 활동과 교육 운동으로 30년 넘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 제정, 친환경 학교급식 운동, 고교평준화 운동 등 굵직한 교육 현안 속을 쉼 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몸이 무너졌다. 이석증으로 쓰러지고, 이에 따라 운전 중 사고까지 겪었다. 활동을 잠시 멈추며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장까지 하면서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쉬면서 생각해 보니 현장과 조금 멀어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영역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 무렵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이 김포장애인야학이었다. 평소 장애인 평생교육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매주 화요일, 중증장애인과 지하철을 타는 이유

    그리고 지금 염은정 활동가는 매주 화요일이면 중증장애인 노동자들과 함께 서울로 향하는 지하철을 탄다. 서울시의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폐지에 맞서 해고된 장애인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사람들에게 우리도 여기 함께 살고 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우리가 이동하는 것 자체가 캠페인이에요.”

    휠체어가 지하철에 오르려면 열차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지하철이 지연된다고 사람들은 불편해하고, 눈살도 찌푸린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비로소 장애인의 현실이 드러난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안 보이게 만드는 사회였잖아요. 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는 무슨 죄라도 지은 듯 쉬쉬하며 밖에도 나오지 못하게 만들고, 안 보이니까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여겼던 거죠.”

     / 김포장애인야학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과 염은정 활동가가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결의대회에서 문화 공연과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계속 거리로 나온다. 축제에서 공연도 하고, 투표소 접근권을 조사한다. 사회 속에 함께 존재한다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보장하는 것

    염은정 활동가는 처음 장애인 운동을 접하며, “저 자신도 오랫동안 장애인을 도움받아야 하는 존재로만 바라봤다라고 털어놓았다.

    우리는 도와주면 착한 줄 알고 살아왔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먼저 물어봐야 하더라고요. 도움이 필요한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동안 우리는 장애인의 선택권 자체를 빼앗아 온 사회였던 거죠.”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일방적인 시혜나 복지보다 장애인의 권리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운동 현장에 들어와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동권 현실이었다. 비장애인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작은 턱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엘리베이터 타면 집에나 있지 왜 돌아다니냐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요. 그런데 사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지하철 엘리베이터도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결과물이거든요.”

    2000년대 초반, 장애인 이동권 운동은 생존의 문제였다. 리프트 추락사고가 이어졌고, 장애인들은 지하철 선로에 내려가며 싸워야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지하철 엘리베이터다. 그리고 이 엘리베이터는 장애인보다 비장애 교통약자들의 이용률이 훨씬 높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더디게 변하고 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우리가 한다.”권리 중심 일자리의 의미

    현재 염은정 활동가가 가장 집중하는 것은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운동이다.

    김포장애인야학에는 현재 30명의 중증장애인 노동자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거리에서 권익옹호 캠페인을 하고, 문화예술 공연을 하고, 이동권을 모니터링하고, 시민들에게 장애 인권을 알리는 모든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 생산이다.

    염은정 활동가는 말했다.

    국가가 UN이 정한 장애인권리협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말해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우리가 할 테니 우리의 노동으로 인정해 달라. 그런데 현실은 눈에 보이는 생산만 노동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저는 노동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의 짐인 줄 알았다노동이 바꾼 삶의 감각

    권리중심 일자리에서는 다르다. 비록 긴 시간은 일하지 못하지만, 노동자로 인정받는다. 월급을 받고, 지역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인한다.

    그 변화는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다. 표정과 태도, 삶의 감각이 달라진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 노동자분이 그러셨어요. ‘나는 평생 부모의 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번 돈으로 어버이날 선물을 사드렸는데, 부모님께서 펑펑 우셔서 둘이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라는 거예요. 그분이 자기 존재를 스스로 인정하게 된 순간이잖아요. 내 존재가 쓸모 있다고 느끼는 거죠. 그 변화가 너무 커요.”

     

    생산성이 없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밖에 놓인 사람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현재 중증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이다.

    생산성이 없으니, 최저임금도 줄 필요 없다는 거잖아요. 결국 인간의 가치를 생산성으로만 판단하는 사회예요라고 꼬집었다.

    염은정 활동가는 장애인의무고용제 역시 실효성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일부 공공기관과 기업은 장애인 의무 고용 대신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고 의무 고용을 회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고용부담금이 최저임금 보다 낮게 산정돼 있어 고용보다 부담금 납부가 경제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처럼 장애인 고용을 돈으로 해결하는 구조로는 안 바뀌어요. 정부도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거죠. 궁극적으로는 장애인 일자리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는 사회가 되어야 해요. 장애인도 떳떳한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요.”

    실제로 서울대병원의 경우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고용부담금으로 148700만 원을 내 공공기관 중 최다 납부액을 기록했다.

    / 429일 혜화역에서 진행된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모습이다.

     

    이에 따라 매일 아침 8시 혜화역에서는 장애인 의무 고용을 요구하는 피케팅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2026520일 현재 1,079일째를 맞고 있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인간 중심 사회로

    인터뷰 말미,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염은정 활동가는 살짝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저에게 장애인 노동권 운동은 이제 시작이에요. 10년은 해야죠.”

     

    이석증을 앓고 난 후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이제는 밤샘 활동이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일에 미쳐 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겼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인간 중심의 사회로 갔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인간은 아주 포괄적인 의미예요.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는 사회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가 말하는 장애인 노동권은 단지 일자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누군가를 도움받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자 노동자로 인정하는 일.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다시 배우는 일이었다.

     

     

    “이것도 노동입니다”…34년 교육운동가가 장애인 노동권 현장으로 들어간 이유
    다참

    조회수 303

    2026-05-2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권리가 되는 안산을 꿈꾸며

    안산시 장애인권리보장 정책실현 시민대토론회를 다녀와서

    2026429|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

     
      / 투쟁을 하는 장애인, 하트를 하는 정치인 ⓒ에디터 윤작가

     

    [ 토론회 순서 ]

    좌 장 권달주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


    발 제 안산시 장애인 정책의 현재와 대안 / 김병태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안산시지부 지부장]


    사례1 장애인 이동권은 삶이다 오성현 (상록수IL센터 동료상담가)

    사례2 장애인 학습권 보장하라 임영채 (경기IL센터협의회 안산시지부 동료상담가)

    사례3 우리도 일하며 살고 싶어요 김문경 (상록수IL센터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노동자)

    사례4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멋에 산다 임현수 (전국장애인탈시설연대 경기지부장)


    토론1 안산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역할 이재민

    토론2 장애인 평생교육 김선영 (안산나무를심는장애인야학 교장)

    토론3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조례의 필요성 조은소리

    토론4 안산시 장애인 탈시설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과제 전유리

    토론5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 이동권의 행정 장벽 철폐와 주거 선택권의 확장 김정아

    토론6 장애인건강보건관리종합계획의 의의와 한계, 안산 지역에서의 실천 과제 팔도


    종합토론 질의·응답

     

     
     / 자료집과 순서와 목차 ⓒ에디터 윤작가
     
    우리나라에서 휠체어가 다니기 제일 좋은 곳

    우리나라에서 휠체어가 다니기 가장 좋은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공항이다.

    캐리어를 끄는 사람들 때문에 공항 바닥은 반질반질하다. 턱도 없다. 경사로도 있다. 엘리베이터가 아주 넉넉하다. 모든 이동 동선이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건 휠체어 타는 장애인을 위해서가 아니다. 캐리어를 끄는 비장애인이 불편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씁쓸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오래도록 이런 세계에서 살아왔다.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진 편의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조건이 되는 세계. 그러나 그 '다른 누군가'는 처음부터 설계의 이유가 아니었던 세계.

    429,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안산시 장애인권리보장 정책실현 시민대토론회'는 그 씁쓸함에 정면으로 맞서는 자리였다. 회의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얼굴에는 오래 참아온 사람들 특유의 조용한 단단함이 있었다.

    기다림이라는 이름의 차별

    발제를 맡은 김병태 지부장이 첫 말을 꺼냈다. "장애인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헌법과 UN 장애인권리협약이 보장하는 당당한 권리의 주체입니다." 안산에 살아가는 32천여 명의 장애인 시민들이 예산의 효율성이라는 벽 앞에서 더 이상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선언이었다.

    이동권 사례를 발표한 오성현 님의 말은 그 선언을 삶의 언어로 번역해주었다.

    "어쩌다 시간에 맞게 딱 콜이 잡히는 날에는 정말 로또라도 맞은 것처럼 기분 좋은 날입니다."

    하모니콜. 안산시의 특별교통수단이다. 관내 평균 대기시간 28, 관외 38. 출퇴근 시간대에는 최대 2시간을 기다린다. 하루 이용 횟수는 4번으로 제한되어 있다. 눈비가 오면 더 오래 기다린다. 오성현 님은 퇴근도 못 한 채 휠체어에서 잠이 든 날이 있다고 했다.

    비장애인에게 이동은 그냥 나가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이동은 계획이고, 기다림이고, 운이다. 같은 도시에 살면서, 같은 시민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발제에서는 차량 1대당 운전원 2.5명 확보와 일일 16시간 운행 전면 보장, 수도권 즉시콜 시스템 도입, 와상장애인 전용 특별교통수단 도입이 요구됐다. 또한 모든 버스정류장과 보도의 배리어프리 전수조사, 소규모 상업시설 경사로 설치 비용 전액 지원도 제안됐다. 이것들은 요청이 아니라 권리다. 공항 바닥이 반질반질한 것처럼, 당연해야 할 것들이다.

     
     / 좌측부터 사례발표자 김문경님, 임현수님, 발제자 김병태님 ⓒ에디터 윤작가

    배움과 일, 그리고 존엄

    임영채 님이 조용하게 말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데, 우리에게 배움은 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안산에서 장애인이 교육받을 수 있는 공간은 '안산나무를심는장애인야학' 단 한 곳뿐이다. 장애 성인의 54.4%가 중졸 이하의 학력에 머물러 있다.

    배움이 닫히면 지역사회로 나가는 문도 함께 닫힌다. 장애인 평생교육지원센터 신설과 문해교육 기본교육과정 지원, 이것은 교육부의 일이 아니라 안산시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다.

    권리중심맞춤형공공일자리에서 일하는 김문경 님의 말은 달랐다. 이전 직장에서 그는 늘 눈치를 봐야 했다. 낮은 임금과 비장애인 중심의 환경 속에서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일은 생계를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존엄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실현하는 중요한 기반입니다."

    토론에서는 안산형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 조례 제정이 제안됐다. 최중증장애인 100명 고용, 12개월 근로계약, 3년 위탁 보장. 숫자들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이 있다.

    얼마 전, 수어 통역을 했던 농인 이야기가 생각났다. 공공일자리 주차요금 징수 업무에 농인이 지원했다. 주차장을 오가며 요금을 받는 일이다. 요즘은 카드로 결제하니 말이 필요 없다. 카드 받고, 계산하고, 인사하면 끝이다.

    그런데 안 된다고 했다.

    수어 통역을 통해 일단 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만두겠다고 했지만, 무조건 안 된다고 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안 된다고 했다. 말이 안 들리면 일을 못 한다는, 설명되지 않는 논리. 농인은 말을 못 듣는 게 아니라 다르게 소통할 뿐인데.

    공항 바닥이 반질반질한 건 설계의 문제다. 농인이 주차요금을 못 받는다는 건 상상력의 문제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너무 많은 곳에서 상상하기를 멈추어 있다.

     
     / 좌측부터 발제자 김병태, 좌장 권달주, 사례발표자 오성현, 임영채 ⓒ에디터 윤작가

    시설 밖 세상으로

    임현수 님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그는 어릴 적 경기도 광주의 '향림원'이라는 시설에서 살았다. 20132월의 어느 밤, 선생님이 장애인 동료들을 벽에 세우고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 역시 빗자루와 글루건 심으로 발바닥과 손바닥을 맞고 발이 부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 2015년 다른 시설로 옮겨졌지만 폭력의 그림자는 그대로였다. 시설 밖으로 나가 살고 싶다고 말했을 때, 원장은 욕을 하며 탈시설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마침내 2024102, 그는 세상으로 나왔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제가 결정하고 제가 책임지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매일 느낍니다."

    탈시설 5개년 로드맵, 지원주택 조례 제정,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자립생활센터 역량 강화. 이것들이 실현될 때, 임현수 님 같은 사람이 10년을 더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토론회 마지막, 지방선거 후보자가 물었다. 탈시설 비율이 몇 퍼센트냐고. 담당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다.

    "시설에 있는 사람이 정확히 몇 명인지, 자립을 원하는 사람은 몇 명인지 통계조차 없습니다. 그런데 몇 퍼센트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숫자가 없다는 것은 존재를 세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지 않은 것은 보지 않은 것이다. 보지 않은 것은 없는 것으로 취급한 것이다.

     
     / 토론자는 명패와 동일함 ⓒ에디터 윤작가

    저녁 7시 수업을 듣고 싶었던 친구에게

    토론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한 친구가 떠올랐다. 수어 교실에서 만난 전동휠체어를 탄 그 친구. 회사에 농인 동료가 생겨 수어를 배우러 온다고 했다.

    저녁 7시 수업인데 그는 항상 5, 6시에 와 있었다. 궁금해서 물었다. 오후 4시에 퇴근하자마자 하모니콜을 부른다고 했다. 퇴근 시간대에는 콜이 잘 안 잡힌다고. 저녁도 거른 채 빵 하나로 끼니를 때우며 일찍 오는 게 낫다고 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갈 때는?

    9시에는 콜이 더 안 잡힌다고 했다. 11시에 콜이 잡혀서 집에 간 적도 있다고. 추운 겨울, 온기 하나 없는 복지관 입구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 모습이 눈에 밟혔다.

    그러면 일찍 가지, 라고 내가 말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어렵게 왔는데 수업은 다 듣고 가고 싶어요."

    추석에는 혼자 전철을 타고 수원 스타필드에 다녀왔다고 했다. 처음으로 혼자 나들이를 한 것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쳤다. 전동휠체어는 무거워서 아무도 들어줄 수 없다. 보도 턱에 막혀 집으로 돌아간 날도 많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토론회를 끝까지 들어보며 작년에도 했던 말들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아마, 내년에도 반복될 것이다.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는 말들이 구호로만 머무는 한.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왜냐하면 언젠가 이 질문들이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더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행복하게 살 것인가'.

    공항 바닥이 반질반질한 건 캐리어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처음부터 휠체어를 위해 설계된 도시가 생겨날 것이다. 그 도시에서는 장애인 이동이 로또가 아닌 당연한 일상이 될 것이다. 농인이 주차요금을 받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거창한 미래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일상이다. 그 평범함이 모든 사람에게 권리가 되는 안산을, 나는 오늘도 꿈꾼다.

     

     
      / ⓒ에디터 윤작가

    2026429,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평범한 일상이 권리가 되는 안산을 꿈꾸며
    윤작가

    조회수 523

    2026-05-11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뉴스레터 필진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필자의 의견과 관점이 담길 수 있으며 일부 내용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경기도민의 삶을 바꾸는 경기도
    만들기 위한 경기시민사회의 대장정이 시작되다!

    -2026년 지방선거 경기도 12대 정책과제 발표 -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6일 오전 11시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2026년 지방선거 경기도 12대 정책과제기자회견을 갖고 63일 지방선거 대응의 대장정에 나섰다.

     

    이번 12대 정책과제 선정 배경은,

    - 헌정질서를 위협한 계엄 시도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위기 속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는 중앙정치의 문제를 넘어 지방정부의 책임성과 민주성, 일상적 행정과 정책의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 그리고 이번 2026년 지방선거는 단순한 인물 선택과 성장 위주 정책이 아니라 도민주권 회복과 도민의 삶을 바꾸는 성숙한 정책 선택의 선거가 요구된다.

    - 또한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개별 의제를 넘어, 시민참여·인권·성평등·돌봄·기후·교육·평화가 연결된 종합적 경기도정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그동안의 경과는 아래와 같다.

    - 2025225() 정기총회 : 2026년 지방선거 대응 결의

    - 2025910() 운영위원회 : 2026년 지방선거 대응 TF 구성 결정

    - 2025929() 2026년 지방선거 대응 TF 1차회의 : TF 구성 및 방향 수립과 정책과제 선정 추진 일정 확정

    - 2025115() 각 영역별 정책과제 제안 취합 및 정리

    - 20251210() 운영위원회 및 1차 정책워크숍 : 제안 정책 총정리

    - 20251223() 2차 정책워크숍 : 각 정책과제 발표 및 핵심정책과제 선정 논의

    - 20251229() 2026년 지방선거 대응 TF 2차회의 : 12대 핵심정책과제 선정 및 기자회견 준비 논의

     

    또한 이번 12대 정책과제 선정의 원칙은,

    - 민주주의·기본권 중심 원칙으로 시민 참여 확대와 행정의 투명성·책임성 강화, 차별 없는 도민의 존엄과 권리 보장, 일상에서 체감 가능한 정책을 핵심 기준으로 설정했다.

    - 위기 대응과 사회전환 원칙으로 기후위기, 사회적 양극화, 성차별, 돌봄 위기에 대응하는 구조적 전환 과제를 우선 반영했다.

    - 실행·협치 기반 원칙으로 지방정부의 조례 등의 제도화가 가능하며, 시민사회·도민·의회가 함께하는 거버넌스 방식으로 추진 가능한 정책 중심으로 선정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도민의 삶을 바꾸는 경기도라는 슬로건 아래 내세운 경기도 12대 정책과제는 아래와 같다.

    ① 시민참여 : < (가칭)경기도민주권 시민참여위원회(또는 경기도시민참여위원회) 설치를 통한 경기도정의 민주성·개방성·책임성·혁신성 강화 >

    - (가칭)경기도민주권 시민참여위원회(또는 경기도시민참여위원회) 설치

    - 경기도 시민참여 플랫폼 및 정책환류 시스템 구축

     

    ② 성평등 : < 경기도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 >

    - 포괄적 성평등 기준의 도입을 반영한 「경기도 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

    - 여성 노동환경 개선 정책 확대를 위한 추진체계 강화

    - 「경기도 여성 평화 정책 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 성평등 기후 정책 추진을 위한 전담 부서 신설

    - 젠더 정의 실현을 위한 노동·돌봄 정책 추진체계 구축

     

    ③ 기후환경 : < 경기도 물관리 일원화 정책 시행 – 수자원관리국(가칭) 신설 및 물순환·하천복원 전략 구축 >

    - 경기도 물관리 일원화 및 수자원관리국’(가칭) 신설

    - 경기도 물순환 촉진 종합계획 수립

    - 경기도 하천 복원 및 재자연화 전면 추진

    - 물순환 취약성 개선형 인프라 구축

     

    ④ 교육 : < 경기도-·군 공동 교육격차 해소 종합전략수립 >

    - 경기도 차원의 교육격차 해소 종합계획 수립 및 지역 맞춤형 예산 배분

    - 원도심·농촌 교육력 회복을 위한 별도 교육·문화·진로 인프라 집중 투자

     

    ⑤ 문화·예술 : < 예술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사회보장 확대 >

    - 청년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

    - 예술인 참여소득 도입

    - 예술인 기회소득 대상 및 금액 확대

     

    ⑥ 복지 : < 모든 경기도민이 누리는 돌봄 보장 – 경기도형 통합돌봄 구축 >

    - 경기도통합돌봄지원 체계 확대 및 강화

    - 경기도형 단기회복형 지원주택(중간집) 모형 개발 및 확산

    - 경기도형 지역사회 재활모델 개발

     

    ⑦ 사회적경제 : <행정-당사자조직-NGO-의회가 함께하는 정책결정 거버넌스 제도화>

    - 「경기도사회적경제 4자 협치 위원회」 설치 및 실질적 권한 부여

    - ‘기본사회핵심 공급 주체 지정

    - ·군별 '균형발전 로드맵' 추진

    - 다자간 합동 정책 평가 및 환류

     

    ⑧ 언론미디어 : <지역신문 공적 지원 체계 구축>
     
    ⑨ 인권 : <경기도 차별금지 조례 제정>
     
    ⑩ 장애인 : <장애인의 권리가 권리답게 보장되는 경기도>

    -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인건비 별도 편성 및 도비 지원 확대를 통한

    도입대수당 운전원 2.5인 보장 계획 수립

    - UN탈시설가이드라인에 기반한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5개년 계획 수립 및 탈시설 지원 강화

     

    ⑪ 주거·도시계획 : 공사 완전 후분양제 도입 및 정착 방안>

    - GH 공급 주택 '100% 사용 승인 후 분양' 의무화

    - 후분양 재원 안정화 기금 조성 및 재무 구조 개혁

    - 무주택자 맞춤형 '경기도형 후분양 브릿지론' 도입

     

    ⑫ 평화통일 : <경기도의 평화정책 사업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참여·협력 제도화>

    - (가칭)경기도 평화센터 신설 및 (가칭)경기평화회의 구성

    - (가칭)경기도 평화.통일.민주시민교육위원회 구성

     

    함께 참여한 단체는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단체와 연대단체들인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경기복지시민연대, 경기시민사회포럼, 경기여성단체연합, 경기여성연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기환경운동연합, 경기민예총, 경실련경기도협의회, 다산인권센터,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 평화비경기연대, YMCA경기도협의회, YWCA경기도협의회,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사회적경제활성화 경기네트워크, 경기자주통일평화연대, 경기평화교육센터 등 경기도 내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월 말까지 경기도 소재 각 정당을 찾아 12대 정책과제를 전달하고 경기도지사 공약반영을 요구하였다.

    앞으로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출마예정자, 후보자들 대상으로 정책간담회와 정책제안서를 공식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언론 홍보(보도자료, 기자회견, 언론 정책과제 공론 및 인터뷰) 그리고 대도민 대상 정책과제 온오프라인 홍보(카드뉴스, SNS 캠페인 등)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각 정당의 후보자들이 선정이 되면 후보자별 정책협약식 추진(공개적 서명·사진 공개)과 지방선거 이후에는 후보자별 공약 및 정책 반영 현황을 분석하고 정책선거 대응 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 개최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당선자 공약 이행 점검 시스템 가동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다.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경기도민의 삶을 바꾸는 경기도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송원찬 (전)소장

    조회수 103

    2026-01-2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로 본격 진입함에 따라 고령 운전자의 교통안전을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다룰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권고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고령자의 이동권 보장과 생계 유지라는 현실적인 문제까지 고려한 입체적인 정책 접근이 요구됩니다. 고령자 운전 사고는 단순한 운전 미숙이나 차량 고장 때문이 아니라, 나이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 인지력 감소, 시력 약화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신체적 변화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인 연령 기준만으로 운전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와 직업 선택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특히 생계를 위해 운전을 지속해야 하는 고령 운전자에게는 직접적인 생계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나이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정확한 운전 능력 평가를 통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는 고령자의 안전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와 전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교통환경 조성의 필수 조건이기도 합니다.

     


     

    ● 고령 운전자 사고의 현황과 특성

    1. 고령자 교통사고는 지속 증가

    최근 5년간 통계를 살펴보면, 고령 운전자가 유발한 교통사고는 34.7% 증가한 반면 65세 미만 운전자의 사망자 수는 오히려 1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고령 운전이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교통안전 리스크로 대두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에 의한 사고는 단순한 접촉 사고를 넘어 사망 등 중대한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고령 운전자의 전체 사고 발생 비율은 다른 연령대보다 낮을 수 있으나, 사고 1건당 사망자 수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고령화가 계속될수록 그 위험도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2. 사망 위험도 높음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 운전자는 같은 유형의 사고에서도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2~3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특히 교차로, 횡단보도, 이면도로처럼 복잡한 상황 판단과 빠른 반응이 필요한 도로 환경에서는 사고 발생률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확률도 현저히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교차로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70~74세의 중기 고령자는 사망 위험이 약 1.7배,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는 무려 2.9배까지 증가했고, 횡단보도에서도 각각 1.8배, 3.3배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고령 운전자가 특정 도로 환경에서 겪는 위험성이 젊은 운전자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며, 이에 따라 도로 설계와 정책 차원의 정밀한 개선책 마련이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3. 인지 능력과 신체 기능 저하

    고령 운전자의 인지 기능 저하와 신체적 능력 약화는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일반 운전자와 비교했을 때 고령자의 평균 반응 시간은 약 17% 이상 느리며, 특히 도심 내 돌발 상황에서는 반응 속도가 두 배 이상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속도로에서도 17.4% 정도 반응이 늦어지는 경향이 확인되어, 급작스러운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더해 시력 저하, 시야 축소, 청력 감소, 관절의 경직 및 근육의 유연성 저하 등은 운전 중 주변 상황 인식과 제어 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신체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단순 통계 수치를 넘는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위험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의 단순 발생 건수보다 사고의 성격, 심각도, 발생 장소, 운전자의 건강 상태 등 다각적인 요소를 종합 분석하여 보다 정밀하고 현실성 있는 맞춤형 정책 수립이 필요합니다.

     


     

    ● 해외의 고령 운전자 관리 제도

    1. 미국

    미국은 고령 운전자와 관련된 교통안전 문제를 다층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관리하는 대표적 국가입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그리고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도로안전재단, 민간 전문기관 등이 협력 체계를 구성하여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고령 운전자에게는 면허 갱신 주기를 3년 이내로 단축하고, 갱신 시 인지 기능과 신체 능력을 평가하는 검사를 시행하며, 일부 주에서는 도로 주행 시험까지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에서는 70세 이상 고령자가 면허를 갱신하려면 의료 진단과 추가적인 도로 주행 평가를 통과해야 합니다.

    아울러 NHTSA는 ‘2012~2017 고령 운전자 전략 계획’을 수립하여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는 도로 설계 기준을 고령 운전자의 특성에 맞게 개선하는 인프라 중심의 안전 강화 방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AARP 고령 운전자 안전 교육 프로그램’이나 ‘플로리다 고령 운전자 가이드’와 같은 교육 콘텐츠를 통해 고령자가 자신의 운전 능력을 점검하고 반응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입니다. 이러한 제도는 고령자의 운전 지속 여부를 보다 정확하고 과학적으로 판단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2. 영국

    영국에서는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정책이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와 민간단체의 주도 아래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로는 ‘SAGE(Safer Driving with Age)’ 프로그램이 있으며, 이는 글로스터셔 지역 자치단체에서 시행 중입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고령자 전문 상담과 함께 심리 및 신체 기능 평가, 그리고 실제 도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주행 훈련이 결합된 종합 관리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교육 프로그램인 ‘Drive Confident Scheme’은 운전 능력 저하로 인해 자신감을 잃은 고령 운전자들이 다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습 중심의 교육과정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 이론 교육에 그치지 않고, 실제 운전 상황에 맞춘 반복 훈련을 통해 안전운전 습관 형성에 중점을 둡니다.

    아울러 영국의 고급운전자협회(Institute of Advanced Motorists)는 전문 교관이 동승하여 고령 운전자와 함께 실제 도로 주행을 진행하면서 부주의하거나 잘못된 운전 습관을 직접 지도하고 개선하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고령자의 실질적 운전 능력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인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3. 프랑스

    프랑스는 고령 운전자 관리에 있어 의료 기반 평가를 중심으로 한 정책 접근이 두드러집니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고령 운전자용 의료지침서’를 개발하여 일반의, 가정의, 신경과 전문의 등 다양한 의료 전문가들이 고령자의 운전 지속 가능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활용하고 있습니다. 해당 지침서는 운전자의 시력, 반응 속도, 인지력, 약물 복용 상태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 전반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필요시 도로 주행 가능성까지 의료진과 전문가가 함께 결정하게 됩니다.

    또한 프랑스는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 중인 농촌 지역의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로 설계 개선, 신호 체계 보완, 속도 제한 강화 등 물리적 인프라 측면에서도 제도적 보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고령자의 운전 능력을 단순히 연령으로 판단하지 않고, 의료적 진단, 실제 주행 평가, 교육 프로그램 등을 결합한 통합 시스템을 통해 사고를 줄이고 고령자의 이동권을 함께 보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 모델은 우리나라가 현실적으로 도입 가능한 참고 사례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 우리나라의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대책 현황

    1. 3년 주기 적성검사 제도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3년마다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치매안심센터의 인지기능선별검사(CIST)와 도로교통공단이 주관하는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고령자의 실제 운전 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지검사는 문답형 간이평가 수준에 머무르고, 교육도 이론 중심의 강의 방식에 그쳐 실제 주행 상황에서 필요한 판단력이나 반응 능력, 돌발 상황 대처 능력 등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입니다.

     

    2. 면허 반납 제도

    정부와 지자체는 고령자의 자발적 운전면허 반납을 장려하기 위해 일정 금액이 충전된 교통카드, 지역화폐, 현금 등을 인센티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에도 불구하고 전국 평균 면허 반납률은 2%대에 머물고 있으며, 실효성은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그 이유로는 면허 반납 이후 겪게 되는 이동의 불편함이 가장 크게 꼽힙니다. 특히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 및 중소도시 지역에서는 차량이 사실상 필수 이동 수단이기 때문에 반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반납 혜택이 일회성에 그치고 보편적이지 않아 고령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유인이 부족한 것도 낮은 반납률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3. 지역별 위험도 차이

    우리나라의 고령 운전자 사고 발생은 지역에 따라 큰 편차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경북, 경남, 전남 등 일부 지방에서는 후기 고령자의 교통사고 치사율이 수도권보다 최대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도로의 물리적 환경, 교통 인프라 수준, 보행자 안전 설계, 지역 내 차량 보급률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특히 도시 외곽이나 고령화 속도가 빠른 지역의 경우 고령 운전자 수가 급증하는 반면, 도로 설계나 관리 체계는 그에 비해 미비한 상황이라 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지역 맞춤형 교통안전 정책과 인프라 보완, 그리고 ‘고령 운전자 안전운전 증진 운동본부’와 같은 지역 단위의 조직적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개선을 위한 정책 제언

    1. 교통 인프라 개선 및 기술 활용

    고령 운전자의 시야 확보와 반응 시간 보완을 위해 교통표지판의 글자를 확대하고, 가로수 정비 및 전방 신호등 설치, 야간 가로등 강화 등 교통환경 개선이 필요합니다. 특히 사고 다발 지역인 이면도로와 군도에는 노인보호구역처럼 시속 30km 이하 속도 제한을 제도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별도의 법령 정비와 단속 체계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차량 안전기술로는 차선 이탈 경고장치, 전방 추돌 방지장치, 자율주행 보조 기능 등을 저소득 고령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구매 보조금 및 장착 비용 지원이 절실합니다.

     

    2. 운전 능력 검증 제도 개선

    기존의 인지검사와 이론 교육만으로는 고령자의 실제 운전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가상현실(VR)을 포함한 실제 도로 주행 기반 평가 시스템의 확대가 필요하며, 운전자의 능력에 따라 운전 시간, 노선, 지역 등을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제도 도입이 요구됩니다. 프랑스처럼 의료진이 운전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전국 단위의 고령자 맞춤형 의료지침서를 도입하여 객관성과 일관성을 높이는 것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3. 교육 및 자가 진단 기회 확대

    도로교통공단 또는 전문 교육기관을 통해 ‘운전 자신감 회복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음주 위험성을 체감할 수 있는 음주 가상 체험, 실제 법규 위반 사례 중심의 사례 기반 교육을 확대해야 합니다. 아울러 온라인 기반 자가 진단 시스템을 개발하여 고령자 스스로 자신의 운전 능력을 점검하고 반성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육 수강도 일정 연령 이상부터는 의무화하고, 교육 이수 여부를 면허 갱신에 반영해야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습니다.

     

    4. 지역 맞춤형 대응 체계 구축

    광역시·도 단위로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센터’를 설립하여 지역 내 교통사고 다발 지점에 대한 모니터링, 사고 유형 분석, 맞춤형 교육 제공 등을 추진해야 합니다. 시민 참여형 교통안전 모니터링단 운영과 함께 지역사회, 민간단체, 의료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 협력형 캠페인도 병행해야 합니다. 특히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며, 교통 인프라 보완 예산, 교육 예산, 차량 안전장치 지원 예산 등이 포함되어야 지속 가능한 정책 실행이 가능합니다.

     


     

    고령 운전자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회적 과제입니다. 이는 고령자의 인지력과 신체 능력 저하로 인한 사고 위험성이라는 문제뿐 아니라, 여전히 많은 고령자가 일상생활과 생계를 위해 운전에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에서 비롯됩니다. 특히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 지역이나 소도시에서는 운전이 곧 생존 수단이기 때문에 단순히 면허 반납을 권고하거나 연령 기준으로 운전을 제한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낮고, 오히려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생활 불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노인의 이동권과 생계 유지, 그리고 교통안전이라는 상충할 수 있는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다층적이고 정교한 대책 마련이 필수적입니다. 선진국들의 조건부 면허제도, 의료 기반의 판단 시스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등의 사례를 참고하고 국내 고령자의 사고 특성을 반영한 제도 정비, 교통 인프라 개선, 지역사회 기반의 예방 전략이 병행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고령자 교통안전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노인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전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운전대를 놓지 못하는 노인들…당신의 부모일 수도 있습니다
    주야

    조회수 1215

    2026-01-07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증가하는 위험

    2024년 현재, 한국의 성인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전·현 파트너로부터 신체적, 성적, 정서적, 경제적 폭력 또는 통제와 같은 피해를 최소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1년 대비 증가한 수치로, 단순히 일회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화된 폭력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해당 폭력은 법적으로 '가정'이라는 틀 안에 포함되지 않는 관계에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전통적인 혼인 관계뿐 아니라 사실혼, 동거, 연애 등의 관계에서도 폭력이 발생하지만,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이러한 다양한 관계 유형을 충분히 규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법적 보호를 받는 데 한계를 만들고 있으며, ‘사적 관계’라는 이유로 사회와 제도가 폭력을 방임하고 있는 현실을 방증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단순한 우발적 사건이 아닌 반복성과 지속성을 지닌다는 데 있습니다. 피해자는 관계의 친밀함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경제적·정서적 요인들로 인해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만큼 제도적 개입과 보호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친밀관계 폭력을 독립적 범주로 인식하고 다루는 법·제도적 전환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통계로 드러난 현실: 폭력의 일상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여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친밀한 관계에 있는 파트너로부터 한 번 이상 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비율은 1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 2021년 조사에서 기록된 16.1%보다 3.1%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짧은 기간 동안 피해 경험률이 유의미하게 상승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신체적·성적 폭력 유형에 한정해도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같은 기간 10.6%에서 14.0%로 증가해, 여성들이 단순히 말로 그치지 않는 폭력에 노출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친밀한 관계가 오히려 여성에게 가장 큰 위험 공간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입니다.

    연령별로는 피해 양상이 차이를 보입니다. 전·현 배우자 등과 같이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한 중장년층 여성의 피해율이 전반적으로 높은 반면,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제폭력의 경우는 20대 여성층에서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20대 여성 중 최근 1년 이내 5개 유형의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2.3%로, 이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폭력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높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연인이라는 이름 아래 정서적·신체적 폭력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피해를 당한 횟수에 머무르지 않고, 폭력이 젊은 여성의 일상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폭력은 특정 연령이나 관계에 국한되지 않으며, 친밀한 관계라는 특성상 외부에 드러나기 어렵고, 그만큼 구조적인 대응이 절실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 피해자의 침묵을 강요하는 문화적 요인

    ‘왜 도망치지 않았느냐’, ‘왜 그동안 참고 살았느냐’는 질문은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되묻는 행위로,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는 가족을 유지하는 것을 여성의 책임으로 여기는 관념이 강하게 작동하며, 이로 인해 피해자는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거나 침묵을 택하게 됩니다. 주변의 시선과 비난, 피해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가족이나 지인의 반응도 피해자의 말하기를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문화는 피해자에게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며, 폭력을 견디는 것이 도리라는 착각 속에 갇히게 만듭니다. 결국 사회 전체가 피해자의 침묵을 조장하는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 관계성 범죄로서의 재정의 필요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히 ‘사랑이 엇나간 결과’나 ‘사적인 다툼’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이용해 폭력을 반복하고, 그 속에서 피해자는 쉽게 고립됩니다. 관계 안에서 지속적이고 은폐된 폭력이 발생하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기존의 형사법 체계처럼 사건을 단편적으로 나눠서 다루는 방식으로는 실효성 있는 대응이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관계성 범죄’라는 독립된 개념으로 재정립하고, 이에 걸맞은 법적 틀과 처벌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지 법률 개정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 예방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

    그동안의 여성폭력 대응 정책은 주로 폭력이 발생한 이후의 사후처리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 폭력을 사전에 막기 위한 예방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선 교육현장에서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와 더불어, 직장과 지역사회에서도 일상적인 성평등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특히 대중매체와 SNS에서 반복 재생산되는 성차별적 콘텐츠에 대한 규제와 감시 또한 필요합니다.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폭력 예방 교육을 제도화하고,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 피해자 지원 체계의 현실과 과제

    현재 존재하는 피해자 지원 시스템은 상담, 법률 자문, 긴급 쉼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지만, 실제 피해자에게 닿는 데에는 여러 장벽이 존재합니다. 특히 지방 거주자나 청년층, 이주여성처럼 제도적 정보 접근이 어려운 집단의 경우, 지원을 받는 데 한계가 큽니다. 더불어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연속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합니다. 의료, 심리, 경제 자립, 주거 지원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각각의 피해자 상황에 맞춘 맞춤형 대응이 가능하도록 전문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예산과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노력이 동반돼야 합니다.

     

    ● 법의 사각지대: 제도는 여전히 ‘가정’ 안에 머물러

    우리나라에서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제도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요 법령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그러나 이 법은 법적 혼인 관계나 혈연 중심의 전통적 가족 구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사실혼 관계나 연인, 동거 파트너 간의 폭력은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제도는 여전히 ‘가정’이라는 고정된 틀 안에 갇혀 있으며, 변화하는 사회적 관계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적 한계로 인해, 혼인 관계 외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 체계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연인 또는 동거인에게 지속적인 폭력이나 통제를 당한 경우에도, 피해자는 개별 범죄로만 접근해야 하며, 스토킹, 협박, 상해 등 각기 다른 범죄 항목에 따라 분리된 법적 대응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피해가 반복적이며 관계 속 권력 구조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제대로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구조적 맥락이 무시된 채, 일회적 사건으로만 처리되는 한계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친밀한 관계의 형태는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제도 역시 이에 발맞추어 변화해야 하며, 관계성 폭력을 독립적인 범주로 인정하고, 포괄적 대응이 가능한 법적 틀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 반복되는 비극과 사회적 구조의 책임

    최근 연이어 발생한 교제 살인 사건들은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부평에서는 접근금지 명령이 해제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여성이 전 남편에게 살해당했고, 의정부에서는 보호조치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일터에서 가해자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외에도 울산, 동탄 등지에서 연인 간 폭력이 극단적 범죄로 이어진 사건들이 잇따랐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 간의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법과 제도가 친밀한 관계에서의 반복적 폭력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가해자들은 종종 “사랑해서 그랬다”는 말로 폭력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이 같은 언행은 실제로는 상대를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권력의 표현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권력의 행사가 개인의 심리적 일탈이 아닌,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한 사회 구조 속에서 정당화되고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여성에게 부여된 전통적인 성역할, 예를 들어 양육 책임이나 가정 유지에 대한 도덕적 의무는 피해자가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주변 시선에 대한 두려움 또한 피해를 외부에 알리는 것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반복되는 폭력의 이면에는 여성에게 침묵과 인내를 요구해온 사회의 오래된 문화와 시선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참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 제도 개선의 방향: 친밀관계 폭력을 ‘사회적 폭력’으로 인식해야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을 더 이상 사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또는 혼인이라는 제도적 틀 밖에서 벌어지는 폭력 역시 본질적으로는 성별 권력에 기반한 사회적 폭력이며,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해결해야 할 공적 사안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여성 인권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관련 제도 개편을 촉구해 왔습니다. 특히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 조항을 기존의 ‘가정 보호’에서 ‘피해자 인권 보호’ 중심으로 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이 가능한 반의사불벌죄의 폐지, 상담을 조건으로 형사 처벌을 유예하는 기소유예 제도의 폐지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또한 반복적으로 한국 정부에 위와 같은 제도 개선을 권고했으나, 실질적인 입법 변화는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밀관계폭력을 독립된 범주로 인정하고 관계성 범죄로 규정하는 새로운 법적 틀 마련이 시급합니다. 단순히 전통적인 ‘가정’ 개념에 의존하지 않고, 동거, 교제, 비혼 동반자 등 다양한 관계 유형을 포함할 수 있도록 법률의 정의와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또한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연령, 성별, 관계 유형 등을 세분화한 통계 시스템 구축과 정기적인 통합 실태조사 또한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는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며, 여성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이 될 것입니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히 개인 간의 갈등이나 일탈 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성별 위계와 불평등한 권력 구조가 일상 속에서 작동한 결과이며, 사회 전체가 공유해온 왜곡된 성 역할 인식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성평등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여성폭력 발생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는, 제도와 문화적 환경이 여성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결정적 요소임을 보여줍니다. 단지 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성인지 교육과 문화적 변화가 병행되어야만 진정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되는 통제와 희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거나 지배하려는 감정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나누는 말투, 책임을 나누는 방식, 돌봄의 균형 등 작은 실천들이 곧 관계의 권력 구도를 바꾸는 시작이 됩니다. 더 이상 ‘사적인 일’이라는 이유로 관계 내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가 아니라, 친밀한 관계일수록 인권과 안전이 더 우선시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상식’입니다.

     

     

    사랑이라 불린 폭력, 사회는 왜 눈 감았나
    주야

    조회수 1175

    2026-01-06
  • ●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증가하는 위험
    2024년 현재, 한국의 성인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전·현 파트너로부터 신체
    적, 성적, 정서적, 경제적 폭력 또는 통제와 같은 피해를 최소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1년 대비 증가한 수치로, 단순히 일회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화된 폭력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해당 폭력은 법적으로
    '가정'이라는 틀 안에 포함되지 않는 관계에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법의 사각
    지대가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전통적인 혼인 관계뿐 아니라 사실혼, 동거, 연애 등
    의 관계에서도 폭력이 발생하지만,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이러한 다양한 관계 유
    형을 충분히 규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법적 보호를 받는 데 한계
    를 만들고 있으며, ‘사적 관계’라는 이유로 사회와 제도가 폭력을 방임하고 있는
    현실을 방증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단순한 우발
    적 사건이 아닌 반복성과 지속성을 지닌다는 데 있습니다. 피해자는 관계의 친밀
    함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경제적·정서적 요인들로 인해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만큼 제도적 개입과 보호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친밀관계
    폭력을 독립적 범주로 인식하고 다루는 법·제도적 전환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통계로 드러난 현실: 폭력의 일상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여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친밀
    한 관계에 있는 파트너로부터 한 번 이상 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비율은 1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 2021년 조사에서 기록된 16.1%보다
    3.1%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짧은 기간 동안 피해 경험률이 유의미하게 상승했음
    을 보여줍니다. 특히 신체적·성적 폭력 유형에 한정해도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같
    은 기간 10.6%에서 14.0%로 증가해, 여성들이 단순히 말로 그치지 않는 폭력에
    노출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친밀한 관계가 오히려 여성에게 가장 큰 위험
    공간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입니다. 연령별로는 피해 양상이 차이를 보입니다. 전·현 배우자 등과 같이 오랜 기간 관
    계를 유지한 중장년층 여성의 피해율이 전반적으로 높은 반면, 연인 관계에서 발
    생하는 교제폭력의 경우는 20대 여성층에서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20대 여성 중

    최근 1년 이내 5개 유형의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2.3%로, 이는 다른 연령대에 비
    해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폭력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높을 것으
    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연인이라는 이름 아래 정서적·신체적 폭력이 지속되고 있
    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피해를 당한 횟수에 머무르지 않고, 폭력이 젊은
    여성의 일상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폭
    력은 특정 연령이나 관계에 국한되지 않으며, 친밀한 관계라는 특성상 외부에 드
    러나기 어렵고, 그만큼 구조적인 대응이 절실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 피해자의 침묵을 강요하는 문화적 요인
    ‘왜 도망치지 않았느냐’, ‘왜 그동안 참고 살았느냐’는 질문은 폭력의 책임을 피해
    자에게 되묻는 행위로,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는 가족을 유지하
    는 것을 여성의 책임으로 여기는 관념이 강하게 작동하며, 이로 인해 피해자는 스
    스로를 비난하게 되거나 침묵을 택하게 됩니다. 주변의 시선과 비난, 피해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가족이나 지인의 반응도 피해자의 말하기를 더욱 어렵게 만
    듭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문화는 피해자에게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왜곡된 인식
    을 심어주며, 폭력을 견디는 것이 도리라는 착각 속에 갇히게 만듭니다. 결국 사
    회 전체가 피해자의 침묵을 조장하는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 관계성 범죄로서의 재정의 필요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히 ‘사랑이 엇나간 결과’나 ‘사적인 다툼’ 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이용해 폭력을
    반복하고, 그 속에서 피해자는 쉽게 고립됩니다. 관계 안에서 지속적이고 은폐된
    폭력이 발생하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기존의 형사법 체계처럼 사건을 단편적으로
    나눠서 다루는 방식으로는 실효성 있는 대응이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친밀한 관계
    에서의 폭력을 ‘관계성 범죄’라는 독립된 개념으로 재정립하고, 이에 걸맞은 법적
    틀과 처벌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지 법률 개정의 문제
    가 아니라,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 예방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
    그동안의 여성폭력 대응 정책은 주로 폭력이 발생한 이후의 사후처리에 집중되
    어 왔습니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 폭력을
    사전에 막기 위한 예방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선 교육현장에서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와 더불어, 직장과 지역사회에서도 일상적인 성평등 문화
    를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특히 대중매체와 SNS에서 반복 재생
    산되는 성차별적 콘텐츠에 대한 규제와 감시 또한 필요합니다. 나아가 정부와 지
    자체 차원에서 폭력 예방 교육을 제도화하고,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 피해자 지원 체계의 현실과 과제
    현재 존재하는 피해자 지원 시스템은 상담, 법률 자문, 긴급 쉼터 등 다양한 서
    비스를 포함하고 있지만, 실제 피해자에게 닿는 데에는 여러 장벽이 존재합니다. 특히 지방 거주자나 청년층, 이주여성처럼 제도적 정보 접근이 어려운 집단의 경
    우, 지원을 받는 데 한계가 큽니다. 더불어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연속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합니다. 의료, 심리, 경제 자립, 주거 지원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각각의 피해자
    상황에 맞춘 맞춤형 대응이 가능하도록 전문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예산과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
    는 노력이 동반돼야 합니다. ● 법의 사각지대: 제도는 여전히 ‘가정’ 안에 머물러
    우리나라에서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제도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요 법령은 ‘가정
    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그러나 이 법은 법적 혼인 관계나 혈연
    중심의 전통적 가족 구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사실혼 관계나 연인, 동거 파트너
    간의 폭력은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제도는 여전히
    ‘가정’이라는 고정된 틀 안에 갇혀 있으며, 변화하는 사회적 관계의 다양성을 충분
    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적 한계로 인해, 혼인 관계 외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 체계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연인 또는 동거인에게 지속적인 폭력이나
    통제를 당한 경우에도, 피해자는 개별 범죄로만 접근해야 하며, 스토킹, 협박, 상
    해 등 각기 다른 범죄 항목에 따라 분리된 법적 대응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이러
    한 방식은 피해가 반복적이며 관계 속 권력 구조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제대로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구조적 맥락이 무시된 채, 일회적 사건으로만 처리되는 한계 속에
    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친밀한 관계의 형태는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제도 역시 이에 발맞추어 변화해야 하며, 관계성 폭력을 독
    립적인 범주로 인정하고, 포괄적 대응이 가능한 법적 틀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 반복되는 비극과 사회적 구조의 책임
    최근 연이어 발생한 교제 살인 사건들은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부평에서는 접근금지 명령
    이 해제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여성이 전 남편에게 살해당했고, 의정부에서는 보호
    조치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일터에서 가해자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외에도 울산, 동탄 등지에서 연인 간 폭력이 극단적 범죄로 이어진 사건들이 잇
    따랐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 간의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법과 제도가 친밀한
    관계에서의 반복적 폭력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가해자들은 종종 “사랑해서 그랬다”는 말로 폭력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이 같은
    언행은 실제로는 상대를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권력의 표현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권력의 행사가 개인의 심리적 일탈이 아닌,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한 사회
    구조 속에서 정당화되고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여성에게 부여된 전통적인 성역할, 예를 들어 양육 책임이나 가정 유지에 대한 도덕적 의무는 피해자가 관계에서 벗
    어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주변
    시선에 대한 두려움 또한 피해를 외부에 알리는 것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반복되는 폭력의 이면에는 여성에게 침묵과 인내를 요구해온 사회의
    오래된 문화와 시선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참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 제도 개선의 방향: 친밀관계 폭력을 ‘사회적 폭력’으로 인식해야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을 더 이상 사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또는 혼인이라는 제도적 틀 밖에서 벌어지는
    폭력 역시 본질적으로는 성별 권력에 기반한 사회적 폭력이며, 국가와 사회가 적
    극적으로 개입하고 해결해야 할 공적 사안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여성 인권 전
    문가들은 오랫동안 관련 제도 개편을 촉구해 왔습니다. 특히 가정폭력처벌법의 목
    적 조항을 기존의 ‘가정 보호’에서 ‘피해자 인권 보호’ 중심으로 개정할 것을 주장
    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이 가능한 반의사불벌죄의 폐지, 상

    담을 조건으로 형사 처벌을 유예하는 기소유예 제도의 폐지도 중요한 과제로 지
    적되고 있습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또한 반복적으로 한국 정부에 위와 같은 제도 개선을
    권고했으나, 실질적인 입법 변화는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밀관계폭력을 독립된 범주로 인정하고 관계성 범죄로 규정하는 새로
    운 법적 틀 마련이 시급합니다. 단순히 전통적인 ‘가정’ 개념에 의존하지 않고, 동
    거, 교제, 비혼 동반자 등 다양한 관계 유형을 포함할 수 있도록 법률의 정의와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또한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연령, 성별, 관계 유형 등을 세분화한 통계 시스템 구축과 정기적인 통합 실태조
    사 또한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는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며, 여성의 안전을 실질적
    으로 보장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이 될 것입니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히 개인 간의 갈등이나 일탈 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성별 위계와 불평등한 권력 구조가 일상
    속에서 작동한 결과이며, 사회 전체가 공유해온 왜곡된 성 역할 인식의 산물이기
    도 합니다. 실제로 성평등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여성폭력 발생률이 낮다는 연
    구 결과는, 제도와 문화적 환경이 여성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결정
    적 요소임을 보여줍니다. 단지 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성인지 교육과 문화적 변화가 병행되어야만 진정한 예방 효과
    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되는 통제와 희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진정
    한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거나 지배하려는 감정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하
    게 대하는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나누는 말투, 책
    임을 나누는 방식, 돌봄의 균형 등 작은 실천들이 곧 관계의 권력 구도를 바꾸는
    시작이 됩니다. 더 이상 ‘사적인 일’이라는 이유로 관계 내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
    가 아니라, 친밀한 관계일수록 인권과 안전이 더 우선시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
    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상식’입니다.

    “나를 때린 건, 사랑해서래”...이런 말이 통하는 사회
    주야

    조회수 60

    2025-12-12
  • [1-1~1-2 2025 경기도 시군센터 네트워크 협력 포럼이 열린 군포시공익활동지원
    센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현장의 역동성에 주목하면서 미래를 향한 진취적인 태
    도를 견지해 왔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숨겨진 곳을 밝히고 공동체
    의 가치를 지켜온 공익 활동가들. 그들의 헌신적인 활동이 이제는 ‘좋은 일’을 넘
    어 ‘좋은 일자리’로 당당히 인정받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익활동을 하는 사람이 웃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 비영리 일자리”

    11월 18일 화요일, 군포시공익활동지원센터 와글와글터에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
    터가 주최하고 시군 센터가 협력하여 진행한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 정책
    연구 공론화 포럼’은 이 중요한 전환점을 알리는 희망의 장이었습니다. 이 자리는
    공익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활동가의 안정적인 삶에서 찾고, 그들의 노동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함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며 정책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1-3. 포럼의 취지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박은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정책협
    력팀장]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2025년 한 해, 연구 사업으로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 정책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연구 사업을 담당한 박은주 정책협력팀장님
    은 이번 연구에 대해 “아주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적은 예산이지만 굉장히 괄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저희는 자평하고 있습니다”라며 그 성과에 대한 자부
    심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이 연구 결과가 단순한 보고서로 끝나는 것이 아
    니라 “경기도 전역에서 한번 같이 얘기를 나누고 지역에서 비영리 일자리가 좀
    자리 잡고 비영리 일자리에 대한 어떤 인식이라든지 제도 개선에 대한 제안들을
    끌어낼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는 포럼”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히기도 했습

    니다. 이날은 비영리 일자리 관련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것과 더불어, 비영리 일
    자리에 관한 인식을 확장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행사의 시작은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 박은주 정책협력팀장님의 진행과
    함께, 공익 활동의 미래를 향한 희망적인 비전이 담긴 인사말로 문을 열었습니다.

    [1-4. 유명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장님이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유명화 센터장님은 서두에서 이 연구가 단순히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 활동가들
    의 삶과 직결된 중요한 과제였음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연구 결과가 나온 직후의
    벅찬 감동을 나누며, “우리가 드러내지 않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우리가 우
    리의 활동이 가치 있는 활동으로만 평가했던 이 부분이 경제에 있어서의 하나의
    축을 담당하고 있었구나라는 긍지와 자부심”이 있었다고 강조하면서 공익 활동이
    사회경제적으로 기여하는 바를 가시적으로 정리하고, 이와 관련한 논의를 확장해
    나갈 기회를 마주하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나아가, 이 중요한 연구 결과가 보고서로만 머물지 않고 “어떻게 경기 지역에 있
    는 활동가들과 이거를 공론화하고 알릴 건가에 대한 고민”에서 이 포럼이 시작되
    었음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센터장님은 최근 행안부의 조직 개편 등 국가적 차
    원에서 시민사회 활성화에 대한 방향 전환의 물꼬가 터지고 있음을 언급하며, 비
    영리 일자리나 사회적 가치를 국가 정책적 변화라는 큰 틀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배우기도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
    다.

    [1-5. 정나원 군포시협치지원 팀장님이 참가자들에게 포럼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
    다]

    이날 포럼의 시작을 함께해 준 군포시공익활동지원센터 센터장을 겸직하고 있는
    정나원 군포시 협치지원팀장님은 이 자리가 “현장 체험을 가진 활동가 정책 전문
    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비영리 일자리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 전략을 모색하는
    뜻깊은 시간”임을 강조했습니다. 정 센터장님은 현장의 노력이 곧 정책의 방향이
    될 것이라 확신하면서, “여러분들의 경험과 의견이 비영리 현장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힘이 될 것이고 지역사회의 공익 가치를 확장하고 사회적 인정을 받는 출발
    점이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인사말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포럼이 시작되었습니다. 포럼의 첫 순서로 이명선
    비영리경영연구소장님이 발제를 담당해 주셨습니다. 이명선 연구소장님은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 정책 연구 결과’를 주제로 시작된 발제는 비영리 일자리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그 사회경제적 기여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유했습니
    다.

    “비영리 일자리는 사회적 가치 실현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수익 배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영리 조직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입니다.”

    이 소장님은 시민사회 활성화 논의에서 공익 활동가의 노동 인권과 일자리 개선
    문제가 오랫동안 소외되어 왔음을 지적하며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2-1. 이명신 소장님의 발제]

    활동가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지만, 정작 자신의 노동 인권에 대해서는 적극
    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소장님은 이
    움직임이 “떼를 쓰는 게 아니라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했
    습니다. 헌법에 명시된 모든 국민의 ‘일할 권리’ 보장을 비영리 분야에서도 강력히
    요구해야 함을 역설한 것이죠. 시민사회 활성화의 핵심이 바로 ‘사람’과 ‘권리’에
    있다는 본질을 짚어 내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를 위해서, ‘일’을 재정의하고 일자리의 경제적 기여에 관해 분석할 필요가 있었
    습니다. 일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인정과 존경 등 관계에 기반이 되고 자신
    을 성장시켜 자기실현과 사회의 공익에 기여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죠. 일
    자리가 담당하는 역할이 광범위해지면서 일자리 관련 정의도 포괄적이 수밖에 없
    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포괄적인 정의로는 정책을 만들 수가 없죠. 그래서 포
    괄적인 정의를 바탕으로 비영리 일자리를 “사회적 가치 실현과 공공성 강화를 위
    해 수익 배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영리 조직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로 정의
    했습니다. 소장님은 비영리 일자리 종사자의 규모와 경제적 기여 효과를 통계적으
    로 분석한 결과를 공유하며, 비영리가 실제적으로 지역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를 경제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정책 활성화의 근거를 만든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
    함을 강조했습니다. 소장님은 경기도의 다양한 일자리 정책 속에서 비영리 분야가 지원 정책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음을 구체적인 통계로 제시하며, 특히 규제 정책은 많으나 지원을
    위한 정책이 부족함을 지적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철학자 마이클 샌델의 논의를 인용하며 ‘기여적 정의(Contributive Justice)’를 위
    한 투자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사회 모든 구성원이 공동선에 기여하는 역할에 따
    라서 존엄과 존경을 받는 그런 사회가 돼야 한다.”라는 비전을 제시하는 슬로건인
    데요. 연구는 이러한 비전 아래 일자리 기반 조성, 창출 지원 강화, 거버넌스 구
    축 등 촘촘한 활성화 정책 타겟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발제를 들으면서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공익활동이
    언제까지나 ‘선행’으로만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행은
    누군가의 자발성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공익활동의 수요는 사회의 다변화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익활동에도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요한
    영역이 있으니 공익활동 역시 하나의 일자리로 상정하고 어떻게 ‘좋은 일자리’로
    탈바꿈 시킬 수 있을지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을 경험하게 되었
    답니다.

    “공익 활동은 나의 비약적인 성장 터전”

    두 번째 발제는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의 3년간의 연구 중, 올해 진행된 광명시
    공익 활동가 FGI(표적집단심층면접) 결과를 중심으로, 박영선 (사)시민 정책위원께
    서 맡아주셨습니다. 박영선 위원님은 한양대학교에서 제3섹터연구소에서 연구교수
    로도 활동하고 계시는 분이랍니다. 두 번째 발제에서는 활동가들이 실제로 느끼는
    자기 성장과 사회적 인정에 대한 간절한 목소리를 선명하게 들어볼 수 있었습니
    다.

    [2-2. 박영선 (사)시민 정책위원의 두 번째 발제]

    박영선 위원님은 FGI를 통해 활동가들이 활동 과정에서 경험하는 개인적 성취와
    변화가 매우 역동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활동
    가들은 공익 활동을 통해 ‘내가 변했어’,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됐어’ 혹은 ‘인생의

    다음 단계로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라는 식의 생각을 하곤 한다고 합니
    다. 생각해 보면, 저 역시 공익활동을 하면서 기존에 접할 일이 거의 없었던 영역
    에 새로 도전하게 되기도 하고, 전혀 보지 못했던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보면서 제 역량을 더 발전시키고 싶다는 열정과 투지에 불타오르기도
    했는데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생각일 뿐이었던 제 안의 변화를 이렇게 다른 사람
    의 말로 들으니 새로운 기분이었습니다. 공익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은 타인을 위한
    헌신을 넘어, 활동가 스스로의 삶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키는 동력을 느끼고 있었다
    는 걸 다시금 깨달았답니다. 하지만 박영선 위원님은 여기서 더 나아가서, 우리 사회가 활동가들을 향한 사회
    적 인정이 단순한 개인적 만족을 넘어, 공익 활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
    와 사회적 임팩트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
    이 활동가의 일을 지나치게 가볍게 생각하는 인식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죠. 사실 공익활동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일례로 한 활동가는
    결혼 전 상견례에서 장인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이해시키기 위해 거의 1시간 동
    안의 설명을 거쳐야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는 공익 활동의 정체성이 사회적으로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현실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박영선 위원님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사회적 자산화’ 의 중요성을 제시했습니다. 가령 매달 ‘이달의 활동가’나 ‘이달의 사업’을 선정하여
    그들의 활동 기록을 활동가 아카이빙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겠죠. 박 위원님은 활
    동가 아카이브가 갖는 교육적 가치의 중요성도 제시했습니다. 오늘의 활동 기록
    자체가 미래 세대에게 전달하는 강력한 교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지려면, 시민사회의 성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신
    뢰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공공 홍보의 장에 단체의 성과를 공공적으
    로 게시하면서 점진적으로 공익활동이 비영리 일자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
    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3-1. 발제가 마무리 된 후 이어진 토론의 현장]

    발제가 마무리 된 이후에는 앞선 발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한 의견을 듣
    고 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처한 현실을 여러 사람의 시각으로 다각화할 수 있
    어, 좋은 논의의 장이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익활동의 범주 설정을 위해서는 사회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협상이 필요합니
    다.”

    [3-2. 토론에 참여하고 있는 이하나 문화공동체 히응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 전
    대표]

    토론의 첫 번째 주자인 이하나 문화공동체 히응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 전 대표
    는 오랫동안 현장 활동가로 지내온 경험을 바탕으로, 비영리 일자리가 직면한 현
    실적인 문제들을 짚어주었습니다. 이하나 전 대표는 공익 활동의 범주 설정에 있
    어 ‘정치 활동’의 경계 문제를 언급하며, 공익활동의 범주와 관련한 해석이 정권이
    나 지자체 단체장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불
    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죠. 이하나 전 대표님은 우리가 이런 논의에 뛰어들어. 계
    속해서 대화와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 공익활
    동이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역동성을 지니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하나 전 대표님은 지역사회에서 청년 지원을 받은 활동가를 길게 고용할 수 없
    어 결국 내보내야 했던 사례나, 행복마을관리소의 단기 계약직 고용 관행을 언급
    하며 비영리 일자리의 고용 불안정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 공익
    활동이 좋은 일자리가 되기 어렵게 만드는 난관이므로 우리가 극복해 나가야 할
    요소겠지요. 가장 뜨거운 주제였던 ‘비영리는 왜 돈을 얘기하지 못하는가’에 대해서도 이하나
    전 대표님은 피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일자리에 관한 질문을 우리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비영리 분
    야에 10년 넘게 일하면서 돈 달라는 이야기 하는 사람 저밖에 없었습니다. ‘얼마
    를 줄 거냐’라는 이 질문을 저만 수월하게 하고 대부분 못 물어봐요. 남의 급여를
    위해서는 열심히 투쟁하면서, 본인 문제는 하나도 챙기지 못하는 상황은 옳지 않
    아요. 현재 비영리 일자리로는 생존이 불가능할 지경입니다.”

    이하나 전 대표님은 돈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물어본 사람을 민망하게 만드는 문
    화를 꼬집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영리와 이윤 추구, 그리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인건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할 때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특히 선배 활동가들
    이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하여 후배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모범을 보여
    야 함을 피력했습니다.

    사실 저 역시 이 토론을 듣기 전에는 인건비와 영리 추구에 대한 구분이 희미했
    던 것 같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인건비를 받으면 공익활동이 아닌 것만 같았
    어요. 하지만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었는데, 일단 저부
    터가 비영리 일자리에 관한 생각을 고쳐먹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개인적인 성장이 사회적 과제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력 인정’ 되는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3. 토론 및 질의에 참여하고 있는 강은숙 광명평생교육사협회 이사]

    마지막 토론자인 강은숙 광명평생교육사협회 이사님은 현장에서 겪는 노동의 실
    질적 가치 문제와 사회적 인정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끌었습
    니다. 강은숙 이사님은 공익 활동 영역에서 노동이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
    이 너무 당연시되고 그런 문화를 선배들이 계속 학습을 시켰던 관습을 큰 문제점
    으로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활동가들의 노동은 보상받아야 하며, 이는 활
    동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본 전제입니다. 강은숙 이사님은 공익 활동가의 정당
    한 보상에 대한 인식을 사회 전반적으로 끌어올려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강 이사님은 공익 활동가들이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내는 경력 설
    계와 성장 경험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
    다. 경력 인정 체계가 확립되지 않으면 공익활동은 일자리로서 인정받기 어려워질
    수도 있겠죠.

    “우리 스스로 변하고, 당당히 요구하고, 권리를 인정받는 비영리 일자리 노동자가
    되자!”

    토론이 마무리되고 플로어에서는 발제와 토론에 대한 여러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4-1~4-4. 발제와 토론에 대한 질의응답이 열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

    비영리 일자리의 범위 설정에 대한 플로어 질문에 대해, 이명선 소장님은 “비영리
    의 어떤 캐파를 크게 가져가는 것이 저희가 대정부나 대기업 또는 대시민과 소통

    할 때도 저는 오히려 오히려 이게 더 전략적으로도 맞다”라며 전략적 포괄성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처럼 비영리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는 것이 유리하
    다는 것입니다. 다만, 정책의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포괄적인 범위 속에서도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영리 민간단체에 맞춤화된 정책을 따로 만들어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정책은 항상 포용성을 가지게 되어 있으므로, 그 안에서
    가장 힘든 대상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오늘 포럼은 공익 활동가 스스로가 ‘명예로운 활동’을 넘어 ‘전문적인 노동’으로서
    의 권리와 가치를 주장하고, 그에 합당한 사회적 인정과 제도적 지원을 요구하는
    긍정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비영리 일자리의 경제적 기여를 통계로 확인하고, 활
    동가들의 깊은 내면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도 하면서, 경기도 공익 활동 생태계가
    더욱 성숙하고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논의가 연구로 끝나지 않고 현실화할 수 있도록, 현장 활동가와 정책 전문
    가들은 직면한 현실의 문제와 난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협력할 것입니다. 공익 활동이 우리 사회를 이끄는 견고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 공익
    웹진을 접하신 여러분께서도 이 희망의 움직임에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
    다!

    비영리 일자리로 지역의 미래를 말하다 -2025 경기도 시군센터 네트워크
    옐로 구피

    조회수 55

    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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