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세계 아이들 셋 중 하나는 배움에서 소외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6억 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인터넷에 연결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이는 수억 명의 아이들이 질 높은 교육 자료를 접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 세계에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은 무려 2억 4천만 명에 달하며, 저소득국가에서는 전체 인구의 85%가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냉혹한 현실 앞에서, "인터넷 없이도 AI가 가르칠 수 있다"는 역발상을 실현해 나가는 단체가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부를 둔 글로벌 비영리단체 러닝이퀄리티(Learning Equality)다.
2. 러닝이퀄리티는 어떤 단체인가

러닝이퀄리티는 2012년 UC 샌디에이고 인지과학 박사과정생이던 제이미 알렉상드르(Jamie Alexandre)가 공동 창립했다. 창립 당시 전 세계 아이들의 3분의 1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인터넷 접속 인구도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그는 "단순히 기술을 갖다 붙이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교육 형평성을 달성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들의 핵심 프로젝트는 콜리브리(Kolibri)다. 콜리브리는 오프라인 우선(offline-first) 교수·학습을 위해 설계된 개방형 제품 생태계로, 콜리브리 학습 플랫폼, 커리큘럼 정렬 도구(Kolibri Studio), 공개 교육 자료(OER) 라이브러리, 그리고 다양한 교육 환경을 위한 구현 툴킷으로 구성되어 있다.
콜리브리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터넷 연결 없이도 완전히 작동한다는 점이다.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나 재활용 노트북 같은 저가 기기에 설치해 로컬 서버를 구성하면, 주변 기기들이 이 서버에 접속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교실 내부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전기와 기기만 있다면 오지의 난민 캠프든, 교도소든, 산간 농촌 학교든 디지털 교육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인상적이다. 2024년 기준으로 콜리브리는 31개 언어로 제공되며, 22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고, 2024년 한 해에만 5만 3천여 건의 신규 설치가 이루어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 UNICEF, 세계비전(World Vision) 등 국제기구들도 콜리브리를 교육 프로그램에 공식 편입했다.
3. GPT-4를 '변환 AI'로 쓰다 — 커리큘럼 자동 정렬

콜리브리가 제공하는 교육 자료가 아무리 방대해도, 그 자료가 각 나라의 학교 교육과정에 맞춰 정렬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기 어렵다. 케냐 중학교 1학년 수학 시간에 미국식 커리큘럼 기반의 Khan Academy 영상이 그대로 뜬다면, 교사와 학생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닝이퀄리티는 GPT-4를 핵심 도구로 채택했다. 단순한 채팅 보조 도구가 아니라, 교육 자료를 각국 교육과정 체계에 맞게 자동으로 분류·구조화하는 '변환 AI(Transformative AI)'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케냐 Form I(9학년) ICT 교육과정을 예로 들면, 그 커리큘럼은 열(column), 행(line), 섹션으로 구성된 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인간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기존 자동화 시스템이 처리하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였다. 러닝이퀄리티는 GPT-4를 활용해 이 이미지로부터 교과 주제 트리(topic tree)를 실시간으로 추출하고, 커리큘럼 주제 및 하위 주제를 자동으로 식별하도록 했다. 이 구조는 이후 자동화된 추천 모델과 결합돼 해당 주제 체계에 맞는 콘텐츠를 탐색·정렬하는 데 활용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다. 커리큘럼 정렬 작업은 단순하다고 해도 지루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며, 이는 비용과 인력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긴급 상황에서 새로운 기준에 맞춰 빠르게 정렬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UNHCR은 이 과정의 자동화를 강력히 지지해 왔다.
4. 캐글 경진대회로 AI 모델을 고도화하다

러닝이퀄리티는 AI 모델 개선을 내부 개발팀에만 맡기지 않았다. 전 세계 머신러닝 전문가들을 초대해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택했다.
이들은 학습 에이전시 랩(The Learning Agency Lab) 및 UNHCR과 파트너십을 맺고 캐글(Kaggle) 머신러닝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교육 콘텐츠가 특정 커리큘럼 주제에 얼마나 잘 맞는지를 예측하는 모델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2,000만 건 이상의 콘텐츠 항목과 1만여 개의 교육자 큐레이션 폴더로 구성된 다언어·다과목 데이터셋(STEM 강조)을 활용해, 참가자들은 수동 정렬 프로세스를 크게 능가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대회를 통해 발견된 핵심 인사이트는 앙상블 임베딩 모델의 효과였다. 단일 AI 모델이 아닌 여러 특화 임베딩 모델을 결합함으로써, 다양한 교육 자료와 커리큘럼 기준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었다. 알렉상드르 대표는 비영리 단체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명확한 목표 설정, 엄밀한 테스트 데이터 기반의 평가, 그리고 이런 경진대회 같은 개방적인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5. 오디오·영상 자료도 AI로 처리한다 — Whisper 연동
텍스트로 된 교육 자료를 커리큘럼에 정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콜리브리 라이브러리에는 방대한 분량의 동영상과 오디오 자료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정렬하려면 내용을 먼저 텍스트로 변환해야 한다.
러닝이퀄리티는 2023년 구글 서머 오브 코드(GSoC)를 통해 기여자와 협력해 OpenAI의 Whisper를 활용한 전사(轉寫) 편집기를 Kolibri Studio에 시범 탑재했다. 이 프로젝트는 모든 멀티미디어 OER 자료를 위한 전처리 파이프라인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UI 기능을 제공했다.
이로써 러닝이퀄리티의 AI 파이프라인은 텍스트 문서는 물론, 동영상·오디오 콘텐츠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반자동 커리큘럼 정렬 시스템으로 발전하게 됐다. 현재 콜리브리 라이브러리에는 173개 언어의 교육 자료가 수록되어 있으며, STEM, 공중보건, 인터넷 안전, 교사 연수, 코딩, 생활 기술 등 K-12 전 과정을 포괄하는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6. 한국 교육 현장에 주는 시사점 — 가능성과 한계 사이에서
러닝이퀄리티의 사례는 기술이 교육 자원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국내 교육 환경에 적용할 때는 가능성과 함께 뒤따르는 위험과 한계를 균형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교육부와 교육단체, 학부모단체 사이에서 AI·디지털 교육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술의 도입은 신중한 설계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보조 수단으로서의 가능성. 우선 AI 기반 커리큘럼 정렬 기술은 교육 지원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율화 수단이 될 수 있다. 국내 교육 지원 비영리단체들은 교육부 교육과정이나 학년별 성취 기준에 맞는 콘텐츠를 선별하는 데 상당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 자동 분류 기술을 보조적으로 활용한다면 이 과정을 단축하고, 절약된 자원을 실제 교육 현장 지원에 집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를 교사나 교육 전문가의 대체재가 아닌 조력자로 위치시키는 것이다. 러닝이퀄리티 역시 자동화된 정렬을 최종 판단은 아니라, 교육자의 검토를 전제한 '반자동' 프로세스로 설계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 교육 도구의 혜택은 특정 계층에 한정될 때보다, 보편적 복지의 관점에서 설계될 때 더 넓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효과를 낸다. 그렇기 때문에 도서·산간 지역, 경제적 취약계층, 학습 결손이 누적된 학생 등 교육 접근성이 낮은 다양한 상황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오프라인 우선 설계 철학이 이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인터넷 접근성이 불안정한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교육 솔루션은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키기보다 오히려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고려해야 할 위험과 한계. 그러나 AI 교육 도구의 도입이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도 직시해야 한다. AI가 생성하거나 추천하는 콘텐츠에는 편향이 내재될 수 있으며, 자동화된 커리큘럼 정렬이 교육의 다양성이나 지역적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또한 디지털 기기와 AI 도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교사-학생 관계나 현장 중심의 교육 문화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학부모와 교사, 교육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도입 논의 과정이 기술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러닝이퀄리티의 모델이 남기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기술 자체보다 설계 철학에 있다. 명확한 교육적 목표, 엄밀한 평가, 그리고 교육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열린 협업. 이 세 가지가 갖춰질 때, AI는 교육 형평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출처>
- 전 세계 2.6억 명 오프라인, 아이들 셋 중 하나 교육 소외 Learning Equality 공식 홈페이지 (learningequality.org)
- 저소득국 인구 85% 인터넷 미접속 GuideStar, Foundation for Learning Equality INC 프로필 (guidestar.org)
- 학교 미취학 아동 2억 4천만 명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unesco.or.kr)
- 콜리브리 220+ 국가·지역 설치, 2024년 5만 3천 건 신규 설치, 31개 언어 제공 GuideStar (guidestar.org, 2024)
- Whisper 연동 전사 기능 (GSoC 2023) Learning Equality Medium 블로그 (medium.com/learning-equality, 2026.04.08)
- 173개 언어 K-12 콘텐츠 제공 About Kolibri (learningequality.org/kolibri/about-kolibri)
- 카메룬 수학 점수 14% 향상, 창의·비판적 사고 36% 향상 AI for Cause (aiforcause.org, 2026.03.15)
- 과테말라 수학 향상, 미국 교정시설 GED 취득 지원 HundrED (hundred.org/en/innovations/kolibri)
- 우간다 난민 교사 훈련 및 콜리브리 활용 사례 UNHCR (unhcr.org, 2021)
- 케냐 카쿠마 난민 캠프 활용 사례 Offline Internet (offlineinternet.org, 2024.09)
- AI와 교육 형평성 — AI 격차(AI divide) 이슈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멀티미디어언어학습 저널, Vol.27 No.4 (2024)
- 제이미 알렉상드르 창립 배경 및 비전 Fast Forward (ffwd.org, 20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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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8※「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모두를 위해 필요한 배리어프리, 장벽을 넘어 모두를 위한 세상으로
안녕하세요. 2026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에디터 Hana입니다.
저는 비장애인으로서 계속 경기도와 수도권에서 생활하며 지냈는데, 관공서, 공원, 산, 바다 등 다양한 공간에 다녀가며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유아, 유모차에 탑승한 어린이, 노인, 젋은 휠체어 이용자 등) 특히 학교와 비교하면, 외부에서는 휠체어 이용자가 더 자주 보입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년도 등록장애인 현황 통계>에서는 등록장애인의 수가 2,627,761명으로 2024년 기준인 2,631,356명보다 3,595명이 감소했으나, 2025년에도 여전히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5.1%라는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절대 무시할 수 있는 비율이 아닙니다.
장애는 여러 유형으로 나뉩니다.
(1) 내부장애: 신장, 호흡기, 간 등 신체 기능에 장애가 있어 외관으로는 쉽게 알아보기 힘든 유형
(2) 정신장애: 비슷하게 외관으로는 크게 다른 점이 없지만, 자기조절, 신체 표현, 언어, 지적 능력 등이 불충분-불완전하여 적응하기 힘들어 행동 및 정서에서 특징을 찾아볼 수 있는 유형(지적장애, 자폐, 정신장애 등)
(3) 외부장애: 신체 기능에 장애가 있는 유형(시각, 청각, 뇌병변, 지체, 안면, 언어 등)
위와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제도적인 보호를 받기 위해서 시-군-구에 엄격한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무분별한 등록을 막기 위해 시-군-구에 등록하는 절차는 불가피합니다만, 이러한 등록 절차가 낳는 폐해도 있습니다. 예시로 ‘3개월 이상의 투석 기록(신장 장애), 질환이 발생한 후에도 충분히 치료하였으나 장애가 고착화된 경우(6개월 또는 2년)’ 등의 기준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공백기가 생기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따라서 공백기에는 장애인 등록이 불가해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만약에 기준이 미달된다면, 장애가 있음에도 비장애인으로 등록되어 계속 지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까지 고려한다면, 통계 그 이상으로 더 많은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비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사회에서는 점차 배리어프리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물리적-심리적-제도적 장벽이 되는 요소를 없애는 모든 것을 의미하며 배리어프리 활성화 정책-사업을 실현하거나 경사로 설치 기준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배리어프리를 실천합니다. 지자체, 시민 단위의 활동부터 국가에서의 홍보 활동 등 여러 활동이 있다 보니, 배리어프리는 공익, 사회적경제 등에서도 자주 관심을 두는 주제입니다.
대표적으로 경사로,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이 덕분에 휠체어-유모차 이용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오랫동안 걷거나 계단을 오르기 힘든 고령자, 화물 등을 고층까지 운반해야 하는 사람들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취지는 장애인이 일상을 사는 데에 생기는 불편함을 개선하자는 의미였지만, 이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배리어프리의 목표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PEOPLE/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지향하며 연령, 성별, 국적, 장애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제품, 건축, 서비스 등을 이용하고, 누릴 수 있게 합니다.

이번에 방문한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토당청소년수련관의 경우에는 공원 안에 시설이 있어 경사가 낮은 공원 입구에서 경사로를 따라 올라갈 수 있고, 시설 내에도 경사로, 엘리베이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시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건물의 구조를 넓게 잡아둠으로써 배리어프리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배리어프리, 모두를 포용하기 위해 넘어야 할 한계점
배리어프리의 취지가 정말 좋지만, 아직 넘어야 할 한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오래전에 건설한 시설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건물의 구조를 변경하기 어려워 경사로 설치 외에는 다른 방법으로 배리어프리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건물 구조의 한계로 경사로가 좁거나 경사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번째, 배리어프리는 지체·시각·청각·발달장애 등 다양한 장애 유형의 접근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실제 논의와 정책은 경사로, 엘리베이터처럼 물리적 이동 장벽을 없애는 데 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배리어프리 정책은 휠체어 사용자를 포함한 지체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이동편의시설 확충 중심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건복지부의 「2025년도 등록장애인 현황」에 따르면 등록장애인 262만 7,761명 가운데 지체장애인은 42.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청각장애인(17.1%), 시각장애인(9.3%), 지적장애인(9.0%), 뇌병변장애인(8.9%)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배리어프리 정책 역시 이처럼 다양한 장애 유형별 접근의 어려움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과 사업이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수가 배리어프리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됩니다. 배리어프리가 단순히 경사로, 에스컬레이터 설치처럼 기존의 방법뿐만 아니라 그 외의 다양한 방법으로도 실현할 수 있기에 소수인 장애 유형을 생각하는 것도 정말 필요합니다.
실제로 지금의 배리어프리는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시설(경사로, 엘리베이터 등)을 중심으로 설치-운영됩니다. 물론, 오래전부터 운영했던 시설에는 점자 건물 안내도도 일부 있고, 몇몇 미술관 및 박물관 등에서는 자막, 해설 등을 제공하지만, 보편적인 배리어프리 사례는 아닙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시-청각장애인을 포함한 몇몇 장애인들은 배리어프리를 체감하지 못하는 현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처음에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이하 ‘HAFS’)가 2024년(18~20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교내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던 중, 버튼에 붙여진 점자가 반대로 설치되었던 충격적인 사실, 그리고 카페, 문화시설, 정류장 등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메뉴판, 팜플렛 등이 구비되지 않았던 점을 계기로 배리어프리 점자를 직접 설치하는 ‘Project Tob(Trail of Braille)’를 시작했습니다.
Project Tob의 꿈은 “즐겁게 여행하면서 세상을 바꾸자!”입니다.
또한, Project Tob 부원들은 유엔 공보국 협력 NGO인 <미래희망기구>의 제안으로 UN 출판 도서 및 장애인 권리 선언 등 6권의 책을 녹음하고, 국내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맹학교 중 한 곳에 전달했습니다.


2026년에는 Project Tob 2기(20~22기)가 시작됩니다.
2기를 맞이하며 “모두에게 배울 기회가 있는, 모두에게 즐길 기회가 있는, 모두에게 권리를 주장할 기회가 있는 배리어프리 사회(Barrier Free Socity)”를 목표로 활동을 더욱 활기차게 이어갔습니다.
먼저, 국내 최대 규모 시각장애인 복지센터(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센터) 산하 기관 <설리번학습지원센터>에 방문해 라벨점자도서 제작 교육(2026.3.)을 진행해 점자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닷의 점자 닷패드를 사용하며 그림, 글자, 점자 버튼을 통해 비장애인의 문장, 단어가 점자로는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교육을 통해 역량을 강화한 후, 교내에서 펀드레이징(2026.3.)을 기획-진행해 활동 자금 약 1,200,000원을 모았습니다. 점자 키링/학교 굿즈 판매 및 시각장애인 체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교내 구성원인 청소년, 교사, 그 외의 근로자들에게 시각장애인 및 배리어프리에 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었습니다.


펀드레이징으로 확보한 금액은 점자 라벨도서 만들기 사업에 사용했습니다. 먼저, 기증받은 도서 30권을 한글로 타이핑하고, 한국점자인쇄라는 점자 인쇄 기업에 타이핑한 내용을 전달해 점자로 번역한 점자 라벨을 받았습니다. 점자 라벨은 Project ToB 부원들이 한번 검토한 후, 도서에 부착해 점자 도서를 완성했습니다.


완성한 점자 도서는 지난 7월 8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 기증했습니다. 점자 도서 1권당 약 20장 정도의 분량(전체 약 600장)의 도서를 기부했으며 실제로 도서를 읽을 유아-어린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와 내용을 점자책으로 번역해 준비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실제 점자책은 책 위에다 점자를 부착한 모습이었으며 제목, 내용마다 꼼꼼하게 부착해 시각장애인도 동화를 읽고, 이해할 수 있게 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이후,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전문가(사회복지사 등)를 만나 시각장애인이 직접 겪는 점자, 불편함 등에 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어 관련 체험 활동을 진행했는데요. 바로 ‘[2차 시도] 목소리가 빛이 되는 순간(Guide)’입니다.
이 활동은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는 동행자 및 당사자 체험 활동으로, 한 명이 안대를 쓰고, 파트너가 가이드가 되어 구체적인 말로만 안내하는 활동입니다.
비장애인의 경우에는 거리에 관한 개념을 어느 정도 인지하기 쉽지만, 실제 시각장애인은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기 쉽지 않아 걸음걸이, 보폭 등으로 짐작하여 걸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동행하는 사람을 붙잡고 이동하는 경우가 꽤 있으며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을 체감해보고, 시각장애인의 삶에 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과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점자도서관에 방문해 기부한 도서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과 점자책에 관한 설명도 들었습니다. 사회복지사의 말에 따르면, 안대와 지팡이를 짚는 시각장애인의 이야기, 시각장애인을 위한 센서 제품들(보행 보조기기, 스마트 안경 등)이 사람들의 움직임만으로도 감지되어 센서가 울리는/오류가 많은 애로사항, 시각장애인이 생활할 때는 보조인 및 자신의 감각에 의지하는 현실, 전자책을 읽을 때에 온라인에서는 줌으로 소통하고, 보호자(부모님, 그중 주로 엄마)가 대독을 도와준다는 점, 점자를 읽는 시각장애인들도 맞춤법에 상당히 예민하다는 경험 등 궁금할 만한 경험들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HAFS Project Tob 부원들은 점자책을 만드는 기간이 6개월(점역 프로그램 1차 변환 후, 점역사 및 교정사의 소리 내어 읽는 과정)이 걸린다는 점, 그래프나 그림을 만드는 과정(점자 프린터로 출력 후, 점을 하나씩 수작업으로 추가해 입체적으로 제작), 후천적 시각장애인을 기준으로 꾸준한 교육 시에 점자 활용까지 약 1년/장인처럼 읽으려면 약 4~5년이 걸린다는 점 등 다양한 질문을 통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술, 경험이 어떤 상황인지를 상세하게 배웠습니다.
작은 관심에서 시작해 배리어프리로 세상을 배운 Tob 프로젝트!

1)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황은서 A: 안녕하세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HAFS’) 국제계열 3학년(20기)이자 ToB에서 2년 차로 함께하고 있는 황은서입니다. Tob는 처음에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우리의 활동이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의 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에 많은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사회에 보이지 않는 베리어들을 없애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지안 A: 안녕하세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국제계열 3학년(20기) 이지안입니다. 저는 사회의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데 관심이 많아 이를 계기로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Tob 활동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겪는 학습의 사각지대를 이해하고, 이를 해소하는 데 작게나마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반수은 A: 안녕하세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국제계열 3학년(20기) 반수은입니다. 뇌과학 관련 진로를 희망하고 있으며 작년부터 Project ToB 멤버로 활동해 왔습니다.
2) Project Tob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Tob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HAFS 인권문화제 부스에서의 체험이었습니다. 안대를 쓰고 학교 복도를 걸어보았는데,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던 공간들이 시각장애인에게는 커다란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 주변의 작은 문제부터 찾아보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학교 주변 카페들의 메뉴판이었습니다. 실제로 점자 메뉴판을 갖춘 카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휴대용 점자 인쇄기로 점자 라벨을 제작해 메뉴판에 부착한 뒤, 이를 카페들에 무료로 보급하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활동의 영향력을 넓힐 방법을 고민하다가 시각장애인의 자립에는 어릴 때부터의 점자 교육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교내 펀드레이징 및 점자도서 제작 활동으로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3) 이번 기증에서 겪은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A: 점자책 기증을 준비하며 가장 많았던 에피소드는 바로 점자 라벨 붙이기에서 나왔습니다. 라벨을 잘못 자르거나 잘못 붙이거나 혹은 라벨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몇 페이지들은 직접 볼로기로 일일이 뽑아서 하기도 했습니다. ㅎㅎ) 그 때문에 여러 번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여러 번 확인해야만 했었고, 오탈자가 있으면 고치는 과정을 수없이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에겐 사소한 실수가 이 책을 읽을 시각장애인 분들에게는 엄청나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라는 가장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을 직접 방문해서 시각장애인분들이 점역된 책을 사용해 공부하는 법을 배웠는데, 복잡한 그래프와 긴 글, 심지어 사진들까지 점자로 만지며 배울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복지관 관계자분들께 점자의 인식과 현실에 대해 여쭤보며 다음 방향성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ToB가 시각장애인분들께 직접 한발 다가갈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4) 청소년으로서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두고, 알아가려는 노력이 왜 필요할지, 그리고 경기도 청소년이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두고, 알아가면 생기게 될 긍정적인 변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배리어프리는 “모두가 결계 없이 함께하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형성하는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사회에 이제 막 들어가는 과정을 겪고 사회에 대해 올바르게 적응해야 하는 시기인 청소년기야말로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리어프리 자체가 ‘장애는 특별한 소수기 때문에 도와줘야 한다.’라는 일차원적인 생각뿐만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문제가 다양한 이들에게는 어떻게 인식이 될지 아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기에서는 학교-사회에서 정식적으로 체험하고 배우는 과정이기에 이런 상황을 점차 겪을 수 있고 배리어프리를 미리 알게 된다면, 사회에 불편을 겪는 자들을 도울 수 있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배리어프리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주위에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깨닫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도 미치고 동아리원들도 직접 사회에서 배리어프리가 어떻게 실천되는지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가지면 이렇게 작은 실천이 누적되어 사회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5) 향후 활동 계획, 목표가 궁금합니다!

A: 동화책 점역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교내 2차 펀드레이징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굿즈, 점자 키링 등을 제작해 판매하며 재료비를 마련할 계획이며 저희가 동화책 30권을 기부한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외에도 시각장애를 가진 초등학생이 쉽고 재밌게 점자를 학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서를 점역하여 기부할 예정입니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학습 격차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갈 것입니다. 시각장애인의 수학 학습을 위한 교재를 제작하고,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다양한 문화와 진로 등을 묻는 인터뷰 프로젝트를 계획 중입니다.
시각장애인에게 학습 시 겪는 불편과 어려움을 묻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나가며 “점자로 시작하는 시각장애인의 학습 격차 해소”라는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배리어프리는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수혜자)들이 직접 체감하여 의견을 제기하면, 이를 정부 및 지자체에서 반영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왔습니다. 즉, 당사자의 목소리와 의견을 거치며 배리어프리는 이용자의 편의를 수용할 수 있게 변화해왔던 것입니다. 이동 약자의 막힘없는 이동(배리어프리)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인 <계단뿌셔클럽>, 장애인의 여행을 위한 여러 단체 및 기업들(무빙트립, (사)그린라이트 등)처럼 장애인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간격을 좁히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넓게 본다면, 일자리, 보조기기 등 생활 전반으로 확대하는 기술-제도적인 변화도 포함됩니다.)
한편, 이를 뒷받침할 법제화 및 의무화도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장애인의 권리를 역으로 침해하거나 불편함을 끼치는 사례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소상공인의 사정을 듣지도 않고, 무작정 도입하려고 하니, 정책 실현 과정에서 마찰이 생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목적은 근린시설의 배리어프리 확대였지만, 반발이 심했다는 뉴스가 있었고,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서 반기지 않았던 정책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정책과 실제 현장에서 실현되는 배리어프리의 실효성을 위해 현장을 확인하고,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해 당사자들이 만족하는 배리어프리가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에디터 역시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두고, 현장에서 상시로 점검하는 사람으로서 청소년들이 배리어프리 활성화를 위해 생각했었고, 경사로, 엘리베이터 등 배리어프리 시설이 많지만, 여전히 불편함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지역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배리어프리가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습니다.
지금도 지자체, 정부, 단체, 기업에서 여러 방법으로 배리어프리를 활성화하는 움직임이 보이지만, 그중에서 향후 자라날 청소년들의 활동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배리어프리를 실천하는 모습이 더 와닿았던 것만 같습니다.
무엇보다 점자 동화책 발간, 캠페인 등의 활동을 통해 학교, 점자도서관 기부까지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공익 활동에서는 고민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는 과정, 실행력이 정말 중요하다.”라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HAFS 청소년들이 시작한 Project Tob는 시각장애인 배리어프리를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청소년들이 다른 장애 유형을 위한 배리어프리 활동을 시작한다면,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에 한층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청소년들이 배리어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상황을 체감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게 성장할 수 있었으면, 그리고 배리어프리가 지역으로 확대되어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경기도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청소년들의 배리어프리 활동이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 https://test.kbuwel.or.kr/Braille
- https://nise.go.kr/onmam/front/M0000155/agency/list.do
- https://youtu.be/YrWWIXkrGFE?si=mhb-9KBjdd2jViez
- https://www.043w.or.kr/www/contents.do?key=151
- https://barrierfreefilms.or.kr/board_hrgp25/679
- https://blog.naver.com/ggsic/223294444290
- https://www.nrc.go.kr/portal/html/content.do?depth=td&menu_cd=04_01_02
- https://www.nrc.go.kr/portal/html/content.do?depth=td&menu_cd=04_01_01
- https://www.nrc.go.kr/portal/html/content.do?depth=td&menu_cd=04_01_03
-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3883
- 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2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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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7※「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소수의 활동가가 255개 위원회를 감시하다
비영리 시민단체에서 일한다는 것은 늘 자원의 부족을 안고 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력은 적고, 예산은 빠듯하며, 분석해야 할 행정 정보는 방대하다. 지방자치단체 하나만 해도 수십에서 수백 개의 위원회가 운영되고, 수조 원 단위의 예산이 집행되며, 수천 건의 행정 결정이 이루어진다. 이 모든 것을 소수의 활동가들이 수작업으로 추적하고 분석해 시민에게 알리는 것은 구조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대전참여연대)는 2026년 5월, 대전시 행정의 불투명성과 선거 공약의 편향성을 고발하는 두 건의 전수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첫째, 대전시 255개 위원회의 운영 실태 분석 결과, 17.3%(44곳)는 최근 4년간 회의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고, 41.2%(105개)는 연평균 1회 미만에 그쳤다. 특히 개최된 회의(2,489회) 중 63.8%의 결과가 비공개 처리됐으며, 도시계획위원회(87회)와 주택건설사업통합심의위원회(43회) 등 주요 위원회는 위원 구성 및 회의 결과를 단 한 건도 공개하지 않았다.
둘째, 지역 시민단체들과 합동으로 6·3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선거공보물 공약 2,920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89%가 개발·시설 중심 공약에 편중된 반면, 기후정의·성평등·시민참여·평화 공약은 5%에 불과했다.
이 사례들은 소수 활동가들이 어떻게 이처럼 방대한 공익 데이터를 분석해냈는지, 그리고 향후 효과적인 데이터 감시 활동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과제를 남긴다.
공공데이터 감시란 무엇인가 ㅡ 민주주의의 기반으로서의 정보
대전참여연대의 활동을 이해하려면 '공공데이터 감시'라는 개념부터 살펴야 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민이 정부의 행위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결정이,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내려졌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시민은 판단할 수도, 개입할 수도 없다. 이 원칙이 제도적으로 표현된 것이 정보공개 제도이고, 시민단체들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행정의 투명성을 추적하는 것이 공공데이터 감시 활동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정보는 지자체 홈페이지와 정보공개포털(open.go.kr)을 통해 일정 수준 공개된다. 하지만 공개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해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예컨대 255개 위원회의 운영 현황을 일일이 방문해 엑셀로 정리하고 통계를 내는 작업은 수십 시간이 소요되는 단순 반복 업무다. 이는 인적 실수의 위험이 크고 정기적인 재분석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때 기술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웹 크롤링, 데이터 정리 자동화, 시각화 도구는 이러한 작업을 자동화하고 정확성을 높일 수 있으며, 생성형 AI의 등장은 그 가능성을 한층 더 확장시키고 있다.
공공데이터로 행정을 비추다 ㅡ 대전참여연대 활동의 의의
대전참여연대의 255개 위원회 전수 분석과 공약 분석 발표는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다.
첫째, 2021년 이후 5년 만에 수행된 추적 조사다. 위원회 수가 219개에서 255개로 16.4% 늘었음에도 투명성 지표는 개선되지 않거나 후퇴했음을 비교를 통해 입증했다.
둘째, 구체적인 수치로 반박 불가능한 근거를 제시했다. "2,489회 회의 중 63.8% 비공개"라는 명확한 데이터는 당국의 반론을 막고 여론 형성과 정책 변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됐다.
셋째, 회의 개최율, 정보 공개율과 함께 성별 균형까지 아우른 다층적 분석이었다. 여성 참여율 법정 기준(40%) 미달 위원회가 61.1%, 여성 위원이 한 명도 없는 곳이 23개에 달함을 파악해냈다.
공약 2,920건 분석 역시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후보들의 공약을 가치 기준으로 분류·재평가한 작업으로, 유권자에게 객관적인 가치 판단의 근거를 제공했다.
자동화가 가져올 변화 ㅡ 산업공학적 시각으로 보는 시민단체

산업공학(IE)의 핵심인 '프로세스 최적화'를 시민단체의 데이터 감시 활동에 적용하면 작업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대전참여연대의 전수 조사 과정을 분해해 각 단계별로 자동화를 도입하면 구체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데이터 수집·정리 단계에서는 255개 페이지를 직접 방문하는 수작업 대신 파이썬 크롤러를 활용해 수집 시간을 수십 분의 일로 단축할 수 있다. 분석 단계에서는 공약 2,920건 분류와 같은 텍스트 범주화를 생성형 AI가 초안 작성하고 사람이 검수하는 방식을 통해 속도를 높인다. 시각화 단계에서는 파이썬 라이브러리나 태블로를 활용해 작성 시간을 줄이고 실시간 대시보드로 주기적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자동화는 단순한 시간 절약을 넘어선다. 산업공학의 '린(Lean) 방식'처럼 단순 반복이라는 낭비 공정을 줄임으로써, 활동가가 정책 제언이나 시민 소통 같은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소수 인력으로도 더 넓은 영역을 더 자주, 빠르게 감시하는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다.
시빅테크의 등장 ㅡ 기술이 시민사회의 손에 들어올 때

'시빅테크(Civic Technology)'는 디지털 기술로 시민 참여를 강화하고 공공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과 생태계다. 정부가 아닌 시민이 기술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전자정부 서비스와 구별된다.
한국에서 시빅테크의 잠재력이 드러난 대표적 사건은 2020년 코로나19 공적 마스크 앱 개발이다. 정부가 마스크 재고 데이터를 API로 공개하자 이틀 만에 200여 명의 시빅해커가 앱을 개발했고, 이 경험을 계기로 '코드포코리아(Code for Korea)'가 결성됐다.
코드포코리아는 2020년 2월 빠띠 활동가들이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공공데이터 공개 요청 제안서에서 출발했다. 요청 데이터가 공공 API로 제공되며 정부의 재난 시 공공데이터 개방 기조 수립과 14만 건 이상 데이터 공개 방침에 영향을 주었으며, 이후 데이터 품질 평가와 크롤링 활동 등을 이어오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는 데이터 액티비즘의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다. 공공 데이터 공유로 정부 투명성을 높이려는 이 운동에 대해 빠띠는 '인공지능 시대, 데이터 액티비즘과 거버넌스'를 연구하며 시민의 데이터 역량이 민주주의의 기반임을 강조한다. 정부가 놓친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적 접근이 이들의 핵심 철학이다.
주목할 점은 기술 전문가만이 주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엔지니어 외에 기획자, 디자이너, 변호사, 시민운동가 등 다양한 인원이 참여하는 만큼, 대전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가 데이터 활동을 펼칠 때 시빅테크 생태계와의 연결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시빅테크와 시민단체의 협력 ㅡ 남은 과제

기술의 잠재력이 크다고 해서 모든 시민단체가 당장 파이썬 코드를 짜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현실적인 장벽이 있다.
우선 기술 역량의 문제다. 대부분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프로그래밍 전문가가 아니다. 파이썬 크롤러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는 최소한의 기술 지식이 필요하고, 이를 내부에서 습득하거나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코드포코리아 같은 시빅테크 커뮤니티와의 협력이 이 문제의 현실적인 해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데이터 접근성의 문제도 있다. 한국의 공공데이터 개방 수준은 많이 향상됐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행정 정보는 기계가 읽기 어려운 PDF 형태나 비정형 구조로 제공된다. 크롤링이 기술적으로 가능해도, 실제 데이터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으면 후처리 작업이 상당히 필요하다. 공공데이터 개방의 질을 높이는 것은 시민단체뿐 아니라 정부와의 협력이 필요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은 분명하다. 대전참여연대가 수작업으로 해낸 일을 기술의 도움으로 더 빠르고 정확하고 자주 반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행정의 투명성을 감시하는 시민사회의 역량은 비교할 수 없이 강화된다. 결국 공익활동의 자동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협력의 문제다.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대전참여연대의 사례와 한국 시빅테크의 경험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수 있는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소규모 단체도 데이터 기반 감시를 수행할 수 있다. 대전참여연대는 거대 조직이 아님에도 255개 위원회 전수 조사와 2,920건의 공약 분류를 해냈다. 이미 공개된 공공데이터와 지자체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출발점이다.
둘째, 시빅테크 커뮤니티와의 연결이 역량을 증폭시킨다. 코드포코리아처럼 기술을 나누려는 커뮤니티와 경기도 공익단체가 협력하면 공공데이터 분석과 시각화를 통해 공익 임팩트를 높일 수 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이 연결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셋째, 기록이 장기적 변화의 힘이다. 대전참여연대가 2021년과 2026년 분석을 비교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전 기록이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공익활동 결과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공개하는 아카이브 작업은 단기 보고서를 넘어 장기적 추적과 비교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
마무리 ㅡ 투명한 행정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대전시의 255개 위원회 중 절반에 가까운 위원회가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대전참여연대가 그것을 찾아내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데이터는 있었지만, 분석된 적이 없었다. 정보는 존재했지만, 아무도 연결하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투명한 행정 위에서만 작동한다. 그리고 투명한 행정은 누군가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물어보고 기록해야 가능해진다. 대전참여연대가 해온 일이 그것이다. 앞으로 데이터 기술이 그 손을 강화해준다면, 더 적은 힘으로 더 넓은 행정을 감시하고, 더 많은 시민에게 더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다. 그리고 그 도구를 시민의 손에 쥐어주는 것, 그것이 시빅테크가 공익활동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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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7※「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함께 걷는 우리, 더 나은 세상을 그리다"
지난 7월 2일 목요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에리카 컨벤션 3층에서 「2026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가 열렸습니다. 오후 1시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이어진 이번 행사는 도내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익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활동을 소개하고, 그동안의 고민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뜻깊은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행사는 사전부스 체험, 특강, 공연, 평등문화약속문 낭독, 그리고 대화테이블 순서로 진행되었으며, 저는 6기 에디터로서 이 모든 과정을 직접 참여하고 기록했습니다.

1. 다양한 체험이 가득했던 사전부스
행사장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여러 단체가 마련한 사전부스였습니다. 각 단체별로 부스를 운영하며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참가자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두고 있었습니다. 행사 시작 전부터 많은 활동가들이 부스를 돌며 서로 인사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각 단체의 활동을 짧은 시간 안에 접할 수 있었던 사전부스는, 본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활동가들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의 장이 되어주었습니다.





2. 한양대 에리카 학생 발표 - "공익잇다"
한양대학교 에리카 학생들이 인공지능기초 수업의 IC-PBL 프로젝트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홍보 업무에 AI를 접목한 결과물을 발표했습니다. 대표 서비스 '공익잇다'는 관심 분야나 지역을 입력하면 맞춤형 공익활동을 추천해주는 AI 챗봇입니다. 이 외에도 조별로 콘텐츠 자동생성, 다국어 확산, 숏폼 제작 자동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포스터로 소개했습니다.

본격적인 식은 사회자의 평등문화약속문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 속에서 활동해나가겠다는 다짐을 나누는 순서였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오늘 하루 행사가 단순한 프로그램의 나열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식은 사회자의 평등문화약속문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 속에서 활동해나가겠다는 다짐을 나누는 순서였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오늘 하루 행사가 단순한 프로그램의 나열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지구인수어합창단의 감동적인 무대
강연에 이어 지구인수어합창단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이주민과 농인 가족이 함께 어우러진 이 합창단은 무대 위에서 수어와 노래를 함께 담아내며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습니다. 여러 수어 경연대회에서 수상 경력을 쌓아온 만큼, 무대 구성과 완성도 모두 남달랐고,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하나의 무대에서 마음을 모으는 모습은 이번 행사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5. 존중과 연결이 있는 대화테이블
이어서 대화테이블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원형으로 둘러앉아 서클(둘러앉기)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었으며, 진행요원(가디언)의 안내에 따라 짧은 발언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각 테이블에는 대화를 이끄는 질문지가 마련되어 있었고, 참가자들은 경청을 바탕으로 안전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습니다.



6. 나의 테이블 이야기 - "활동가 번아웃과 소진"
저는 이날 여러 대화테이블 중 '활동가 번아웃과 소진'이라는 주제의 테이블에 참여했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활동가분들은 각자의 현장에서 겪은 번아웃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어주셨습니다. 기력 저하, 갑작스러운 의욕 상승 후 찾아오는 급격한 침체, 과도한 피로감, 수면 과다 등 다양한 형태의 소진 증상이 공유되었고, 그 원인으로는 과중한 업무량과 행정·회계·공모사업 등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아야 하는 구조,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정성 등이 공통적으로 언급되었습니다.

각자의 대응 방법도 다양했습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거나, 사진 촬영과 같은 취미 활동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거나, 일부러 외부 활동을 만들어 숨 돌릴 틈을 마련하거나, 퇴근 후에는 집에서 일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소진은 스스로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료들의 세심한 관심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는 공감대였습니다.
대화 말미에는 조직 차원의 개선 방안도 함께 논의되었습니다. 인원 확충을 통한 업무 부담 완화,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연월차 문화 조성, 개인 상담 비용 지원 확대, 주 4일제 도입(인원 보충 및 급여 유지·인상 포함) 등 실질적인 제안들이 나왔습니다. 특히 한 참가자는 자신이 속한 기관에서 활동가 재충전 사업의 명칭을 바꾸고 개인 상담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례를 소개하며, 이러한 지원이 실제로 활동가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저 혼자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라, 많은 활동가들이 비슷한 고민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함께 고민을 나누는 것 자체가 소진을 예방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체험이 있는 사전부스부터 시작해 강연, 공연, 그리고 가장 의미 있었던 대화테이블까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알찬 시간이었기에 참여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공익활동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많은 활동가들 덕분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씩 더 따뜻하고, 더 살기 좋게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 역시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보탬이 되는 활동가로 거듭나야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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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0※「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도입 — 같은 기술, 다른 속도
생성형 AI는 이제 비영리 현장에서도 낯선 단어가 아니다. 후원자에게 보낼 감사 메시지를 다듬고, 보도자료 초안을 잡고, 행사 포스터 문구를 고민하는 활동가들의 책상 위에 챗GPT 창이 열려 있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풍경이 아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개인이 이렇게 AI를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데도 정작 조직 차원에서는 그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2026년 2월 국내 비영리조직 활동가 3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비영리조직 종사자의 생성형 AI 활용 현황 및 인식조사'는 이 간극을 숫자로 보여준다. 응답자의 92.7%가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었고, 그중 77.8%는 주 2~3회 이상, 51.3%는 거의 매일 AI를 쓴다고 답했다. 그런데 조직 차원에서 생성형 AI를 공식 도입한 비율은 26.8%에 그쳤고,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보유한 조직은 약 10%에 불과했다. 개인은 이미 AI와 함께 일하고 있는데, 조직은 아직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조사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는 2026년 4월 9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AI와 비영리, 네 가지 얼굴로 마주하는 변화의 파도'라는 공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발표자들은 비영리조직의 AI 활용 방식을 실험형, 전략형, 전망형, 신중형이라는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봤다. 발표자로는 아름다운재단 공익마케팅팀의 이윤희 매니저와 월드비전 디지털혁신팀의 김준호 과장이 함께 나서, 두 기관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AI를 조직에 들여온 과정을 공유했다.
같은 시기, 같은 비영리 섹터 안에서, 한쪽은 실험으로, 다른 한쪽은 전략으로 AI에 접근했다. 이 두 갈래 길을 따라가 보면 비영리조직이 AI 시대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보인다.
2. 월드비전의 선택 — 전략형, 조직 전체를 위한 플랫폼

월드비전은 2025년 10월 27일, 국제구호개발 NGO로서는 처음으로 자체 구축한 인공지능 기반 통합 서비스 플랫폼 'HALO(헤일로)'를 공식 오픈했다. 'HALO'라는 이름은 성인이나 천사 머리 위에 비치는 빛을 뜻하며, '선한 영향력을 비추는 빛'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HALO는 단순한 챗봇이 아니다. IT 전문기업 아이티센씨티에스와의 협력을 통해 고도화된 검색 증강 생성(Advanced RAG)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됐으며, 조직 내에 축적된 방대한 지식과 자료를 활용해 실시간 답변, 문서 요약, 보고서 생성 등 다양한 업무를 지원하는 올인원 AI 어시스턴트로 설계됐다.
이 프로젝트가 추진된 배경은 명확하다. 조직 내 누적된 방대한 지식과 자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직원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의응답과 정보 탐색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사내 자료, 연락처, 협업 채널 등 필요한 정보를 직원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HALO의 핵심 목표였다.
HALO 도입의 효과는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하고 구체적이었다.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질의응답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직원들은 더 본질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 향상됐다. 월드비전 디지털혁신팀 김학일 팀장은 "HALO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비영리조직의 일하는 문화를 바꾸는 출발점"이라며, "직원들이 AI와 함께 성장하고,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사례가 '전략형'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개인이 산발적으로 AI 도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직접 플랫폼을 기획하고, 외부 기술 파트너와 협력해 구축하고, 전사적으로 배포했다. 처음부터 '조직의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AI로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체계적 접근이었다.
3. 아름다운재단의 선택 — 실험형, 현장에서 시작된 시도

아름다운재단의 접근은 결이 다르다. 아름다운재단 공익마케팅팀의 이윤희 매니저가 공유회에서 발표한 사례는 '실험형' 유형으로 분류됐다. 조직이 거대한 플랫폼을 먼저 구축하기보다, 현장의 실무자들이 일상 업무 속에서 AI 도구를 직접 써보며 가능성을 탐색하는 방식이다.
실험형 접근의 특징은 유연함과 속도다. 별도의 플랫폼 구축이나 외부 기술 파트너십 없이도, 이미 존재하는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콘텐츠 제작, 카피라이팅, 자료 정리 같은 실무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이 낮고,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마케팅과 콘텐츠 제작처럼 창의적 작업이 많은 업무 영역에서 특히 이런 실험형 접근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이 실험형 접근은 아름다운재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92.7%의 비영리 활동가가 이미 개인 차원에서 생성형 AI를 쓰고 있다는 조사 결과 자체가, 한국의 많은 비영리조직이 사실상 '실험형'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조직의 공식 결정이 아니라, 현장 실무자 개개인의 판단과 필요에 의해 AI 활용이 자생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실험형 접근이 가진 한계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조사는 다수의 조직이 명확한 기준 없이 개인의 판단에 따라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의 정확성 확보를 위한 기준 마련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험이 자유로운 만큼, 책임의 경계도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4. 두 모델의 비교 —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가
월드비전의 전략형 모델과 아름다운재단으로 대표되는 실험형 모델을 나란히 놓으면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드러난다.
접근의 출발점이 다르다. HALO는 '조직 전체의 지식 관리'라는 명확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방대한 내부 자료와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다룰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체계적인 답이었다. 반면 실험형 접근은 보통 개별 실무자가 마주한 구체적이고 작은 문제, 예를 들어 한 편의 콘텐츠를 더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에서 시작된다.
투자의 규모와 속도가 다르다. 전략형 모델은 외부 기술 파트너와의 협력, 자체 플랫폼 구축이라는 상당한 초기 투자를 요구한다. 그만큼 도입 과정도 길고 신중하다. 실험형 모델은 이미 존재하는 상용 AI 도구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부담이 거의 없고, 시도와 적용까지의 속도가 빠르다.
지속 가능성의 기반이 다르다. 전략형 모델은 조직이 플랫폼의 소유권과 운영 책임을 갖기 때문에, 담당 직원이 바뀌어도 시스템 자체는 유지된다. 실험형 모델은 개인의 숙련도와 관심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 그 개인이 조직을 떠나면 노하우도 함께 사라질 위험이 있다.
위험 관리의 체계성이 다르다. HALO처럼 조직이 직접 설계한 플랫폼은 처음부터 데이터 보안, 접근 권한, 정보의 출처 관리 등을 시스템 차원에서 고려할 수 있다. 반면 개인이 외부 AI 도구를 자유롭게 쓰는 실험형 환경에서는, 후원자 개인정보나 민감한 조직 정보가 본인도 모르게 AI 서비스에 입력될 위험이 상존한다. 아름다운재단 조사에서 가이드라인을 보유한 조직이 10%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 위험이 추상적인 우려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두 모델이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 조직 안에서도 공존할수 있으며, 비영리조직의 AI 도입 여정에서 실험형은 전략형으로 가는 자연스러운 전 단계일 수 있다. 현장에서 충분히 시도되고 검증된 활용 방식이, 이후 조직 차원의 체계적인 투자로 이어지는 경로다.
5. 전망형과 신중형 — 나머지 두 갈래 길

아름다운재단 조사가 제시한 네 가지 유형 중 나머지 둘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유회에는 사회혁신 컨설팅 기업 엠와이소셜컴퍼니의 김정태 대표와 참여연대 권력감시1팀의 김희순 팀장도 발표자로 참여해, 각기 다른 조직 성격에서 AI를 바라보는 방식을 보여줬다.
전망형은 아직 본격적인 도입 전이지만, AI가 가져올 변화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미래 전략을 준비하는 유형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신중형은 AI의 잠재적 위험, 특히 비영리조직이 다루는 민감한 정보의 특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유형이다. 인권, 권력 감시처럼 정보의 정확성과 출처의 신뢰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활동 영역에서는 이런 신중한 태도가 자연스럽다.
네 가지 유형이 공존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모든 비영리조직이 같은 속도로, 같은 방식으로 AI를 도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조직의 규모, 다루는 정보의 민감도, 보유한 자원에 따라 적합한 접근 방식은 다를 수 있다.
6. 한국 비영리 섹터에 던지는 질문

월드비전과 아름다운재단의 사례, 그리고 아름다운재단 조사가 드러낸 92.7%와 26.8%라는 숫자의 격차는 한국 비영리 섹터 전체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가장 시급한 질문은 가이드라인의 부재다. 개인 차원의 AI 활용이 이미 일상이 된 상황에서, 조직 차원의 명확한 기준 없이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은 위험하다. 후원자 정보, 수혜자의 개인정보, 조직의 내부 자료가 어떻게 AI 도구에 입력되고 처리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도 이 점을 명확히 짚었다.
또 다른 질문은 자원의 격차다. HALO와 같은 전략형 플랫폼 구축은 상당한 기술적, 재정적 투자를 요구한다. 대형 국제 NGO인 월드비전이기에 가능했던 측면도 있다. 소규모 공익단체들이 이런 투자를 할 수 없다면, 이들에게는 실험형 접근이 현실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실험형 접근이라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다.
마지막 질문은 지식의 공유다. 월드비전이 HALO를 구축하며 쌓은 경험, 아름다운재단이 실험형 접근에서 얻은 노하우가 공유회라는 자리를 통해 공개적으로 나눠진 것은 의미가 크다. 한 조직의 시행착오가 다른 조직의 시간과 비용을 아껴줄 수 있다. 비영리 섹터 전체가 이런 지식 공유의 장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7.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월드비전과 아름다운재단의 사례를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비춰보면 세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작게 시작하는 것이 틀린 길이 아니다. 경기도 31개 시·군의 소규모 공익단체들은 대부분 월드비전 같은 대규모 플랫폼을 구축할 자원이 없다. 그러나 아름다운재단의 실험형 사례가 보여주듯, 개별 활동가가 콘텐츠 제작이나 자료 정리에 생성형 AI를 시도해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후원자나 수혜자의 민감한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주의가 필요하다.
둘째, 가이드라인은 규모와 무관하게 필요하다. 가이드라인 보유 비율이 10%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는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이 공익단체들을 위한 기본적인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유한다면, 개별 단체가 각자 시행착오를 겪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셋째, 사례의 공유가 생태계 전체를 키운다. 아름다운재단의 공유회처럼, 한 조직의 AI 도입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는 자리가 한국 비영리 섹터 전반의 학습 속도를 높인다. 경기도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기록하는 공익활동 콘텐츠에도, 지역 공익단체들이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시도와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담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지역 생태계의 자산이 될 수 있다.
마무리 — 같은 파도, 다른 항해법
월드비전과 아름다운재단은 같은 시기, 같은 기술적 변화의 파도 앞에 서 있었다. 한쪽은 큰 배를 짓고 항로를 미리 설계해 출항했고, 다른 한쪽은 작은 보트로 먼저 물살을 느껴보며 나아갔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조직의 규모, 자원, 다루는 정보의 성격에 따라 적합한 항해법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제 어느 비영리조직도 이 파도를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92.7%라는 숫자가 보여주듯 활동가들은 이미 AI와 함께 일하고 있다. 남은 질문은 조직이 그 흐름을 어떻게 책임감 있고, 또 전략적으로 끌어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실험에서 전략으로, 혹은 신중함에서 전망으로, 각 조직이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이 변화에 응답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지금 한국 비영리 섹터가 통과하고 있는 가장 흥미로운 실험이다.
참고 자료
http://www.dailypop.kr/news/articleView.html?idxno=92518
http://www.livesnews.com/news/article.html?no=55768
http://www.lkp.news/news/articleView.html?idxno=70954
http://www.financialreview.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264
https://www.ngo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27519
https://futurechosun.com/archives/146016
https://research.beautifulfund.org/
https://beautifulfund.org/category/e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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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30※「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될 수 있었을까?
30여 년 전인 1990년대 후반부터 시민사회에서는 아파트를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생활 공동체'로 바라보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특히 1998년 한 시민단체가 아파트공동체연구소를 설립해 아파트 분쟁 중재, 임대아파트 주민 권리 확대, 주민자치조직 활성화, 공동체 프로그램 개발 등에 나서며 이웃 간 단절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모델을 모색했다. 당시만 해도 아파트는 관리와 소유의 대상일 뿐 '마을'로 인식되지 않았지만, 시민사회는 꾸준히 아파트 공동체의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특히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임차인이라는 이유로 관리비 내역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고, 입주자대표회의와 같은 주민자치조직을 구성할 권리도 보장받지 못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주민들의 노력 끝에 2000년 1월 임대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임차인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관리규약의 제·개정, 관리비 운영, 공용시설 유지·보수 등에 대해 임대사업자와 협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위스테이별내
경기도 남양주에 조성된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현재 491세대 약 1,400명의 주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단순한 아파트를 넘어 주민들이 직접 공동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마을형 주거 모델’을 실현하며 주목받아 왔다.
단지 내에는 6개의 협동조합과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운영되고 있으며, 30여 개 동아리에서 300여 명의 주민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주민들의 재능과 시간을 나누는 활동화폐 ‘별’을 운영하며 공동체 경제를 실험하고 있다.
위스테이별내는 공동육아와 돌봄, 주민자치와 사회적경제가 어우러진 새로운 주거 공동체 모델로 평가받으며 한국 사회의 대안적 주거 문화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6월 8일, 서울 명동의 커뮤니티 공간 '동네마실'에서 열린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되었나』 북토크 현장을 찾으며 자연스럽게 30여 년 전 아파트 공동체를 꿈꾸던 사람들의 고민이 떠올랐다. 그들이 상상했던 공동체의 모습이 오늘날 위스테이별내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구현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당시의 문제의식과 실천들이 20여 년의 시간을 거쳐 협동조합형 주거 모델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위스테이별내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주거 실험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져 온 아파트 공동체 운동과 주민자치의 흐름 위에서 탄생한 결과물처럼 보였다. 과연 위스테이별내 주민들과 협동조합은 어떻게 아파트를 공동체로, 마을로 만들어 왔을까?
"8년 임대 아파트인데 의무 임대 종료 기간이 28년까지 2년 정도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조합이 만들어지고 입주하기 전까지 약 3년, 그리고 입주해서 지금까지 약 6년. 그 9년의 시간 동안 아파트 곳곳에서 마을을 만들며 살아왔습니다. 그 기억과 기록들을 이제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놓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이 그간의 공동체 활동을 기록한 단행본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되었나』 출간을 기념하는 북토크의 시작이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상우 상임이사는 "이 자리는 엄숙한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왔는지 편하게 대화하며 나누는 축제"라며 행사의 문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출판 기념회를 넘어, 수직적이고 단절된 공간으로 여겨지던 아파트가 어떻게 수평적이고 연결된 '마을'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자리였다. 40여 명의 주민 작가들이 직접 써 내려간 360페이지 분량의 생생한 기록은, 주거 불안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공동체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었다.
절박함과 자부심이 빚어낸 10년의 기록
위스테이별내 사회적협동조합 김경환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책을 출간하게 된 두 가지 이유를 밝혔다.

첫째는 '절박함'이었다.
"우리는 의무 임대 기간 8년 종료를 2년 정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토록 많은 성과를 내고 수직적 구조의 아파트에서도 수평적 마을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음에도, 이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있었습니다. 이런 아파트를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인지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둘째는 '자부심'과 '책임감'이었다.
김 이사장은 "우리는 대한민국 최초의 협동조합 공동체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많은 시행착오와 모범 사례를 갖고 있다"며, "이 사회적 자산을 묻혀두기 아까워 또 다른 위스테이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이자 매뉴얼로 이 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책은 기획부터 원고 작성, 편집까지 모든 과정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 491세대 1,400여 명의 주민 중 300여명이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로 참여하고 있으며, 그중 40여 명이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냈다.
변호사에서 주거 혁신가로, 양동수 대표가 말하는 '시작’

이날 북토크의 첫 번째 토크 세션 '시작의 이야기'에는 위스테이 모델을 설계한 사회혁신기업 '더함'의 양동수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한국 사회의 가장 구조적인 문제인 금융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겠다는 절박함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난민, 이주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돕다 보니, 한국 사회가 점점 각자도생의 사회로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 전체가 점점 더 어려워지겠구나 싶었죠. 해외 사례를 보니 공동체 토지 신탁(CLT) 같은 좋은 제도가 많았지만 한국 법체계에서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임대주택 관련 법이 바뀌는 것을 보고, 일반 건설사가 아닌 사회적 경제 주체가 관여하면 훨씬 좋은 방안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양 대표는 위스테이별내 부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를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당시엔 허허벌판이었지만 뒤로 보이는 불암산과 청명한 날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여기서 뭔가를 하면 정말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그는 이후 국토부, LH와 협의하며 사회적 협동조합 방식, 지분 구조 설계, 커뮤니티 공간 확보 등 위스테이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형제 아파트의 연대, 그리고 주거 중립성의 실현
이날 자리에는 위스테이별내의 '형제 아파트'라 불리는 고양시 위스테이지축 사회적협동조합의 전승욱 이사장도 참석해 축하를 전했다. 전 이사장은 "별내가 2년 먼저 시작하며 겪은 어려움과 시행착오, 이를 풀어가는 방법들이 책에 잘 정리되어 있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다"며, "집이 돈이 아니라 삶을 지켜주는 공간이자 이웃과 연결되는 플랫폼으로서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행사의 깊이를 더한 것은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隨處作住)'의 최경호 소장의 미니 강연이었다. 최 소장은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주거 문제, 특히 청년 세대의 '임대 세대화' 현상을 지적하며 위스테이 모델의 사회적 의미를 짚었다. 그는 현재 한국 사회의 주거 사다리가 끊어진 상황에서, 임대와 자가 사이의 이분법을 깨는 '주거 중립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0년, 40년을 저축해도 살 수 없는 집값을 빚내서 사게 하는 구조는 결국 다음 세대의 진입 장벽만 높일 뿐입니다. 임대와 자가 사이에 큰 구분이 없는 상황, 즉 '주거 중립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협동조합을 통해 간접 소유하면서도 임대차 관계를 맺는 위스테이가 바로 그 대안적 영역입니다."

"협동조합을 통해 간접 소유하면서도 임대차 관계를 맺는 위스테이는 소유이면서도 소유가 아니고, 임대인이면서도 임대가 아닌 제3의 영역입니다. 이런 모델이 많아져야 임대로 살든 자가로 살든 큰 차이가 없는 사회가 됩니다. 또한, 위스테이처럼 다양한 평형이 섞여 있어야 노후에도 평생 살던 동네를 떠나지 않고 그 안에서 이사하며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가 가능해집니다.”
최 소장은 특히 '커뮤니티 시행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건축물만 짓는 시행사가 아니라, 갈등을 조율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마을 활동가와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위스테이별내가 보여준 9년의 기록은 바로 그 커뮤니티 시행의 성공적인 사례입니다.”라며 위스테이별내가 커뮤니티 공간을 단지 외부와 나누고, 다양한 평형을 섞어 세대 간, 계층 간 어울림을 만들어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는 아파트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지역 사회와 호흡하는 진정한 의미의 마을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파트, 다시 마을을 꿈꾸다


북토크 현장은 주민 작가들이 자신들의 얼굴이 새겨진 도장을 찍어주며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는 따뜻한 풍경으로 가득 찼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등 다양한 주거 공동체 관계자들도 참석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행사를 진행한 이상우 상임이사는 "위스테이별내의 아파트 공동체가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만의 섬으로 고립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청년과 시니어가 함께 어우러지고, 지역 사회와 소통하며 계속해서 흐르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때로는 서툴고 때로는 치열했던 우리들의 이야기, 그 속에는 내 집을 넘어서 우리 마을을 고민했던 진심이 녹아 있습니다."
김경환 이사장의 말처럼,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되었나』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이웃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콘크리트 숲 속에서도 온기 넘치는 마을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다.
의무 임대 기간 종료라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도, 위스테이별내 주민들은 여전히 함께 밥을 먹고, 신문을 만들고, 책을 펴내며 마을을 가꾸고 있다. 이들의 치열하고도 따뜻한 기록이 앞으로 대한민국 주거 문화에 어떤 변화의 씨앗을 틔울지 기대해 본다.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되었나』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이웃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콘크리트 숲 속에서도 온기 넘치는 마을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다. 의무 임대 기간 종료라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도, 위스테이별내 주민들은 여전히 함께 밥을 먹고, 신문을 만들고, 책을 펴내며 마을을 가꾸고 있다. 이들의 치열하고도 따뜻한 기록이 대한민국 주거 문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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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6여러분들은 공익활동가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강력한 신념과 투지가
넘치는 혁신가? 삶이 여유 있어 활동하는 사람? 수입이 적은 사람? 이처럼 다양
한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공익활동가를 확실히 정의하기에는 어려운 면도 다소
있는데요. 특히 자원봉사의 개념이 상대적으로 자리 잡은 공익활동의 일자리에 대
한 사회적 논의는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는 공익활동과 비영리 일자리의 사회적 인정과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연구 결과와 토론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기도 비영리 생
태계를 만들기 위한 경기도 시·군센터 네트워크 협력 사업(포럼)을 개최하였습니
다. 현장으로 떠나보실까요?

▶ 개회식
3차 경기도 시·군센터 네트워크 협력 사업
1. 발제
이번 3차 경기도 시·군센터 네트워크 협력 사업에 앞서 열린 2차 포럼도 있었는
데요. 당시 논의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비영리경영연구소(이명신 소장)가 함
께 발간한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 정책 연구 보고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발
제가 진행되었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해당 연구의 목적은 비영리 부문의 공공·사회경제적 기여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경
기도형 비영리 일자리 정책 모델을 제시하고 지속 가능한 공익 일자리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올해 경기도는 비영리 일자리 정책을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
사업’과 함께 ‘청년 공익활동 일자리 지원 사업’의 통합 체계로 재편하였는데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사업으로도 추진되었지만 예산의 규모와 안정성 문제로
성과는 미비했습니다. 아울러 중앙정부와 경기도 일자리 정책은 중소기업, 사회적기업, 공공기관 등을
중점으로 계획돼 비영리 영역은 여전히 소외되고 정규직 전환 고용 연계 사업인
‘청년 일자리 매치업 취업지원 사업’은 비영리단체의 열악한 재정구조로 사실상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영리 일자리는 타 산업에 비해 노동집약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투입 예산의 규모가 클수록 고용 유발 효과도 크다고 볼 수 있는데
요. 예로 향후 3년 동안 총 300억 원을 비영리 일자리에 투자할 경우 생산유발효
과 약 489.9억 원, 고용유발효과 약 198.42명, 부가가치 유발효과 214.8억 원의
성과와 최종 GRDP(지역 내 총생산) 기여율도 0.00366%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향후 과제 및 종합 제언으로는 1. 비영리 통계 기반 강화 2. 사회경제적
효과 검증 체계화 3.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4. 협력적 거버넌스 및
사회적 대화 5. 청년 공익활동가 정책 강화 6. AI와 비영리 일자리 대응 7. 기본
사회 및 기본소득 연계 8. 일의 패러다임 전환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 정책 연구 최종 보고서 내용 링크: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data1_detail.php?board_type=no
tice&board_idx=9377
2. 패널 토론
3차 협력 사업에서는 2차 포럼에서의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 정책 연구 보
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패널 분들의 토론을 이어가기로 하였습니다. 패널로 노주현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사무국장), 김혜영(헤이영 대표/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
위원), 손석환(사회적협동조합 마을로 상임이사), 조철민((사)시민 이사)께서 참여
해주셨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 패널 토론
1-1. 비영리 일자리의 발전 가능성
(경기도청년공익활동인턴일 경험 사업을 중심으로) -노주현- ●공익활동가의 낯선 영역
가족들조차도 본인의 공익활동가로서의 직업·정의·경계에 대해 모를 때가 많습니
다. 스스로도 행정 일을 진행할 때 공익활동가가 속한 직업·직군 분류표는 존재하
지 않는다는 걸 느낄 때 불편하다고 생각합니다. ● 청년 공익활동가 인턴 면접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청년 공익활동 일자리 지원 사업’을 통해 청년 공익활
동가 인턴을 선발하고자 면접을 진행하였습니다. 면접자들의 공익활동가라는 직업
에 대한 관심과 열의 뒤에는 가려진 청년 취업 실태의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예로
조직의 경직성, 지속되는 비정규직 신분, 단기간에 능력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스
템의 부정적인 경험을 겪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공익활동’을 통해 다른 장점을
찾고자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비영리 일자리와 가능성
청년과 함께 가꾸어 갈 비영리 일자리에서의 핵심은 신선하고 유연한 조직문화라
고 생각했습니다. 예로 몇 가지 원칙을 마련해 봤습니다. þ 처음부터 너무 많은 일을 하지 말자. þ 단체의 특성상 바쁠 때는 아주 바쁘니 한가할 때 여유를 누리자. þ 늘 (본인이) 혼자 일을 해와서 일을 공유하는 것이 어설플 수 있으니 이해 바
란다. þ 퇴근 시간이 되면 주저 없이 일어나자. 결론적으로 일반 사회에서의 경쟁 시스템·지속적인 비정규직 구조·능력을 빨리 증
명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시스템·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들과의 차별점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처음 공익 활동을 경험하는 청년들이 비영
리 일자리의 가능성에 주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 겪은 청년 공익활동 일자
리 지원 사업처럼 공익 활동의 가치·의미와 경력이 사회 전반에 걸쳐 인정받아
비영리 일자리가 활발히 개발되기를 바랍니다.
1-2. 지역의 다양한 비영리 일자리를 통해 바라본 과제
-손석환- ● 비영리 일자리의 지속 가능성
비영리 일자리는 ‘착한 일’을 하므로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에 적은 급여
가 당연시되었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이에 필요한 ‘돈’
도 중요합니다. 예로 중앙정부 일자리 정책에서는 비영리 영역이 지원 사업에서
다수 배제되어 있습니다. 한편 경기도는 비영리 일자리를 중소기업·소상공인·사회
적 경제 섹터 내에서 해석하며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거시적으로 보
자면 비영리 일자리는 공공의 지원 제도 없이 자생할 수 없는 문제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기에 청년들에게는 한계가 있는 직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회 소득 제도도 다소 의문이 생기는데요. 좋은 취지이지만 지원
제도를 넘어 실질적인 일자리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비영리 일자리의 과제
물론 사회적 경제 영역은 지속적인 양적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로 투입되는 시간·에너지·업무량에
비해 낮은 급여, 철학·희생·보람에 의존하는 일자리, 초라한 법적 지위·제도, 폐쇄
적 조직문화와 같은 한계들은 10년 전에도 똑같은 논의를 했었던 부분입니다. 따라서 향후 5가지의 측면에서 비영리 일자리의 과제가 논의됐으면 좋겠습니다. þ 비영리 영역의 가난은 정당한 것인가?
þ 매년 논의되는 뻔한 문제와 대안 얘기는 바뀔 수 있을까?
þ 청년의 미래가 기대되는 영역인가? 비영리 영역의 주된 대상은 누구일까?
þ 비영리의 경제적 기반은 최소 어느 정도의 규모여야 할까?
þ 실효성 있는 일자리 정책이 수립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 토론 발언을 하고 있는 손석환 패널
1-3. 2030 세대에게 매력적인 비영리 일자리 고찰
-김혜영- ● 서두
청년 활동가가 사라지며 공공 의제를 다루고 정책·공익 활동을 수행하는 조직은
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활동가에 대한 인식
은 여전히 자원봉사자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비영리 영역은 매력적인 경력
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합니다. 따라서 커리어 성장·인정 요소를 제안하며 청년 맞
춤형 커리어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커리어 성장
청년들은 비영리 영역에서 높은 연봉·복지와 같은 안정감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위
한 성장감을 상대적으로 크게 고려합니다. 따라서 이를 위해 ‘전문가 교육’을 실시
해야 합니다. 경영·기획·마케팅 등의 역량 함양 및 비영리 영역에 특화된 ‘사회적
임팩트 설계·측정 능력’, ‘지역 사회 기반 문제 해결 역량’, ‘커뮤니티 조직화 및
시민 참여 촉진 능력’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추천합니다. 조직·개인의 성과 및 전
략 분기별 점검, 해외 연수·장학생 지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커리어 인정
비영리 활동가를 자원봉사자 정도로 인식하는 데 전환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전문
인정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예로 ‘비영리 활동가 인증 제도’를 통해 연수·교육· 현장 경력 등의 점수가 기준 충족 시 커리어로 인정해 줘야 합니다. 또한 ‘사회적
회계’의 도입으로 역량 강화·조직 관계·공동체 신뢰 등의 성과를 지표화해 자기효
능감과 사회적 환원율을 가시화해야 합니다. 이는 활동가의 삶의 기반을 보장하는
수단이 돼야 합니다.
1-4. 지역의 비영리 일자리, 어떤 과제가 필요한가_사례와 제안
-조철민- ● 비영리 일자리 관련 사업 사례
경기도는 관련 조례에 ‘비영리 일자리’ 조항을 명시하는 등 선도적인 흐름을 보이
고 있는 만큼 여러 비영리 일자리 정책 사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로 ‘청년 공
익활동 일자리 지원 사업’,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의 공익활동 사회적 인정에 관
한 연구 조사 및 담론 형성 사업,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가 계획 중인 공익활동
사회적 인증 시범 사업인 ‘안양 공풀’이 있습니다. ● 비영리 일자리 정책의 방향
þ 공공인재 양성 과정이라는 변화된 관점
비영리 일자리 지원은 예산을 받는 ‘수혜적 관점’이 지배적이어서 투자 비용을 줄
여야 한다는 인식도 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민사회 발전을 위한 공공인재
양성의 ‘투자’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는 담론과 홍보 활동이 필요합니다. þ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비영리 일자리
국제노동기구(ILO)의 ‘괜찮은 일자리’ 지표를 적용해 비영리 조직 스스로 재정적
기반 확충·민주적인 조직문화 형성·공익활동 역량 강화 등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또한 비영리 조직 지원, 특히 중·소 규모의 비영리 조직들의 안정적 일자리를 위
한 불필요한 규제나 편견 해소도 중요합니다. 나아가 비영리 일자리의 원활한 채
용을 위한 박람회 개최 등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þ 비영리 일자리의 가치·관심 제고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비영리 시민사회·공익활동의 가치를 이해하고 관련 일자리
에 대한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예로 공교육 혹은 청소년 교육·체험
과정에서 시민사회·공익활동의 이해와 비영리 일자리의 가능성에 대한 내용이 다
루어져야 합니다. 나아가 청년·중장년·경력단절 여성 등의 공익 일자리를 제공하
는 사업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종합 토론
자리에 참석해 주신 공익활동가와 센터 관계자분들도 패널분들과 종합 토론을 이
어가기로 했는데요. 주요 내용을 흐름 순으로 담아보았습니다. *패널 이외 토론자: 이명신(비영리경영연구소), 유일영(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이명신) 비영리 일자리가 직업으로써 인정받은 경우가 전무하다 보니 우리의 생계
와 환경과 관련된 고민이 많은데요. 하지만 이를 넘어 AI가 비영리 일자리에 주
는 변화까지 고민하면서 더욱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사실 공익활동은 소통·공감과
같은 대면 서비스의 일이라 비교적 안전하고 AI 기술은 업무에 활용하는 정도로
생각했지만 상황은 예측 불가한 형태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예로 경기도는 3인 이하의 소규모 단체가 많아 행정 일이나 단순 업무에 있어서
인력 소모가 많은데요. 이에 AI 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화를 시도할 수 있습니
다. 또한 10인 이상의 단체도 자동화에 따라 직원이 불필요하게 될 수 있는데요.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가 소멸해 가는 미래에 비영리의 대 공황이 올 수 있는 만
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유일영) 김혜영 대표에게 2030 세대의 입장을 질문하고 싶어요. 커리어의 성장과
인정을 통해 비영리 일자리의 활력을 되찾아 온다고 하셨는데 활력이 있었던 시
기는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또한 활동가가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명칭은
무엇이 좋을까요?

▶토론 중 경청하는 서울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관계자
김혜영) 시민사회단체에 속해 있을 때 4·50대 활동가가 막내라는 소리를 자주 들
었습니다. 따라서 이분들의 2·30대 시절이 활력이 있던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
다. 사실 활동가라는 단어 자체가 ‘돈은 포기하고 사회적 가치를 쫓는다’는 상징으
로만 된 것 같아요. 앞으로는 활동가의 분류를 세분화한 하나의 단어가 등장했으
면 좋겠어요.
(사)시민) 개인적으로 오히려 활동가라는 단어를 더 쓰려고 해요. 중간지원조직들
이 생겨나면서 단어에 대한 의문점이 생겼다고 봐요. 예로 매니저·코디네이터 등
의 직급으로 표현하는 것에 비해 직업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단어는 부족한 경우
도 생기거든요. 또한 NPO·시민단체 보다 임팩트 지향 조직·소셜 섹터라는 단어들
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좀 더 상징성 있는 단어가 생겨야 한다고 봅니다. 추가로 이명신 소장께 질문하고 싶어요. 현재 사회연대 경제는 정부의 123대 국
정 과제에 들어갔지만 시민 사회 과제는 564개 세부 과제에 크게 포함되지 않았
습니다. 마찬가지로 비영리민간단체의 범위 설정 문제도 있는데요. 정부 정책 대
상에서의 단체 등록 시 비영리성과 공익성이 필수지만 민법상에는 공익성이 없어
도 가능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비영리사업으로 구분되지만 공익 단체로는 모호
한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고민도 하셨을까요?
이명신) 비영리성·공익성·자율성 요소들의 논란은 발생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비영리의 Member-serving(회원 기반 활동)과 Public-serving(공익활동)의 관점을
볼까요? 우리는 주로 시민 사회 활성화 관련 논의에서 Public-serving과 비정치
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큽니다. 반면 미국은 둘의 구분은 있으되 혼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로 총기 협회의 경우 Member-serving 및 501(c)(4)*에 해당하는 비
영리 조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한 Council on Foundations(재단협의회)는
재단을 지원하는 것이 주 업무이므로 관련 정책 옹호 활동을 활발히 전개합니다.
*501(c)(3): 제한된 정치 참여와 시민 참여 활동이 가능한 자선공익 조직
501(c)(4): 적극적인 정치 참여와 시민 참여 활동이 가능한 사회복지 조직
결론적으로 모두는 ‘비영리성’이라는 목록으로 묶이는데요. 우리도 굿즈 판매·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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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통한 부가적인 수익은 발생하지만 수익 목적의 활동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비영리 일자리와 사업의 경계를 엄격하게 나누기보다 유연하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혜영) 향후 비영리 일자리는 구조·문화적인 변화가 맞물려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의식적인 변화가 없으면 물리적인 변화도 한계가 있는 것처럼요. 아!
공익활동가의 명칭을 떠올려보니 몇 가지 아이디어가 생각나요. 저처럼 정책활동
에 참여하는 경우 정책 참여 구조설계사는 어떨까요?
이명신) 사회문제 해결 전문가, 지역사회 공동체 서비스 기획자, 의제 정책 설계
자라는 단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념 촬영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는 오늘 나눈 얘기들을 토대로 비영리 일자리와 지역
의 미래를 고민하는 데 동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실증 데이터를 통해 증명
한 공익 활동의 가능성은 경기도 시·군 센터와 함께 비영리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영리사업의 아픈 손가락이기도 했던 투
자 가치가 낮은 ‘부실주’라는 편견은 이제 회복됐을까요? 당당하게 말해봅시다! 비
영리 일자리가 돈 잡아먹는 하마라고? 오히려 돈 찍어 내는 황금 거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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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2장수·행복·건강·평안이 깃든 곳
시흥 미얀마 법당에서 피어난 마음의 공동체
-. 작가 노트
시흥의 한 건물 5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미얀마어로 벽에 붙은 문장 하나
가 내 발을 멈추게 했다. "장수·행복·건강·평안이 깃든 곳." 내전과 군부, 불안정한
체류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만들어낸 이들의 공동체는 종교를 넘어선 연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방인들이 스스로 세운 이 법당에서, 나는 '공동체'의 새로운 얼굴을 보았다. 국
경을 넘어선 마음의 안식처, 그곳에서 들려온 이야기를 기록한다.
1. 다섯 층 위, 새로운 고향이 피어나다. 시흥시 정왕대로 233번길 32. 국민체육센터 맞은편 다섯 층짜리 건물. 겉으로
보면 평범한 상가 건물이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오르는 순간 공기가 달라
진다. 복도엔 시큼한 땀 냄새와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감돈다. 법당 입구엔 신발들
이 빽빽하게 놓여 있었다. 작은 슬리퍼, 해진 운동화, 먼지 묻은 작업화. 그 신발
마다 한 사람의 하루가, 삶의 무게가 묻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황금빛 부처님이 중심에 앉아 계셨다. 그 앞에는 네 분의 스님
이, 그 주위로 미얀마 사람들이 빙 둘러앉아 있었다. 오늘은 시흥 미얀마 법당의
낙성식. 이곳은 단순한 법당이 아니었다. 타지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이 모여
세운 하나의 집이었다.

미얀마는 인구의 85% 이상이 불교를 믿는 나라다. 절은 그들에게 단순한 신앙의
장소가 아니라 삶의 중심이자 공동체의 심장이다. 시흥과 안산에는 약 500명 이
상의 미얀마 노동자와 이주민이 산다. 그들이 조금씩 모은 돈으로, 그들의 손길로, 그들의 기도로 세워진 이 법당은 이방의 땅 위에서 피어난 또 하나의 연꽃이었다.
2. 300개의 마음이 모여 세운 집
"작년 여름에 기획한 일이 오늘 이루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어
요."
인눼소 선생님이 보여준 기부 명단에는 300명의 이름이 빼곡했다. 한국 각지에서
일하는 미얀마 사람들이 조금씩 모은 돈, 3,300만 원. 그 돈은 단순한 숫자가 아
니었다. 300명의 손, 300명의 월급, 300명의 간절한 마음이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한 달에 몇만 원씩, 농촌에서 일하는 이들은 팁을
조금씩 모았다. 어떤 이는 고향에 보낼 돈을 아꼈고, 어떤 이는 명절 보너스를 통
째로 내놓았다. 그렇게 모인 마음들이 벽돌이 되고, 창문이 되고, 부처님을 모시는
법당이 되었다.

예불이 시작되었다. 낯선 리듬의 염불이 공기를 흔들며 법당 안을 채웠다. 나는
언어를 알지 못했지만, 소리 자체가 기도였다. 그때 스님이 설법 중 나를 향해 바
라보며 천천히, 한국어로 말했다.
"첫째, 세상 마지막 날에 우리가 가져갈 것은 무엇입니까?" "둘째, 선하게 살아야 선한 것이 옵니다." "셋째, 날마다 선행을 쌓으며 기도해야 합니다."
낯선 나라의 스님이 내 모국어로 건넨 세 문장. 그 짧은 순간, 마음 한켠이 뜨겁
게 흔들렸다. 이곳이 단지 미얀마 사람들만의 법당이 아니라, 서로의 언어로 마음
을 건네는 자리임을 알았다. 예불이 끝날 즈음, 항아리에서 사탕이 흩뿌려졌다. 아이들이 웃고, 어른들이 손을
내밀었다. 사탕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축복 같았다. 그 단순한 장면에
나는 문득 울컥했다.

3. 돌아갈 수 없는 고향, 머물 수 없는 타향
예불이 끝난 뒤, 나는 두 사람을 만났다. 탄진과 줄라이.
탄진은 서른한 살의 미얀마 노동자다. 한국 생활 6년째, 지난해 고향으로 돌아가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예식이 끝나자마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여유 있게 사진 한 장 찍을 시간도 없었어요. 예식장 문 밖 거리에 군인들이 있
었으니까요."
내전 중인 미얀마에서는 젊은 남자가 거리로 나서다 군대에 끌려갈 수도 있다. 그의 말에는 두려움보다도,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했던 아픔과 무게가 실려 있었
다. 무술을 좋아하는 그는 일하는 틈틈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언젠가 미얀마로 돌아가 태권도 학원을 차리고 싶어요."
그의 눈빛엔 꿈이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이 언제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
었다. 줄라이는 한국어 통역사 출신의 결혼 이주민이다. 미얀마에서 통역을 하다 만난
남편과 함께 시흥에서 살며 아이를 키운다.
"아이가 내년이면 초등학교 들어가요. 아이를 보면..., 부모님이 그리워요. 제가 외
동딸이라서요."
그녀의 미소는 조용했지만, 그 안에는 긴 그리움의 강이 흘렀다.

4. 2.7%의 벽 —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
내전이 길어지며 미얀마를 떠난 사람들은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다. 한국에도 수
천 명의 미얀마 난민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난민으로 인정받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다.
1994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의 난민 신청은 12만 2천 건. 그러나 난민으로 인
정된 비율은 2.7%. 백 명 중 두세 명에 불과하다. 심사 기간은 평균 4년. 그 긴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이 불안정한 신분으로 공장과 농촌, 건설 현장에서 하루를
버틴다.
"내전 초기에 반대 시위를 했던 사람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미얀마에 갈 수
없어요. 그래서 한국에 미얀마 난민들이 많아요. 하지만 난민 신청이 어려워서 힘
들어하는 분들이 많죠. 약속된 기간은 끝나가고, 그렇다고 고국으로 돌아가기에는
위험하고..., 진퇴양난이에요."
줄라이의 말이 가슴에 박혔다. 돌아갈 수도 없고, 머물 수도 없는 사람들. 그들
에게 시흥의 이 법당은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법당의 스님이 말했다.
"여기는 기도하는 곳이자, 회복하는 곳입니다. 숙소가 없는 분들에게는 잠자리도
되어주지요. 미얀마 사람들에게는 절은 마음의 고향이에요."
그 말은 단순한 종교적 언어가 아니었다. 이곳은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는 마음의
집이었다. 그 말속에는 신앙보다 더 깊은 인간의 사랑이 있었다.

5. 지역을 넘어, 마음의 공동체로
밖으로 나서며 다시 엘리베이터 안 5층 버튼 옆 문장을 바라보았다.
"장수, 행복, 건강, 평안이 깃든 곳."
그것은 단지 스티커가 아니었다. 이 땅의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삶으로 새겨 넣은
존재의 문장이었다.

한국에서 '공동체'는 여전히 지역 단위로 정의된다. 같은 동네, 같은 학교, 같은
아파트 단지. 하지만 이 작은 법당은 그 경계를 넘는다. 언어도, 국적도, 종교도
다르지만, 이곳에서는 서로의 안녕을 빌고, 함께 기도하며, 함께 살아간다. 진정한 공동체는 이제 더 이상 같은 동네, 같은 국적의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마음, 이방인을 환대하는 감수성, 그리고 국경
을 넘어선 연대의 온기로 이루어진다. 법당 문 앞에 놓인 여러 켤레의 신발을 다시 보았다. 작은 슬리퍼, 해진 운동화, 먼지 묻은 작업화. 그 신발들이 이제는 단순한 신발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로 보였다. 하늘은 비 온 뒤의 햇살로 정왕동 거리를 환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 빛 속에
서 나는 문득, 새로운 공동체의 얼굴을 보았다. 탄진의 바람이 시흥의 하늘 아래
오래 머물기를, 줄라이의 그리움이 언젠가 고향의 하늘에 닿기를 빌었다.
"모두가 평안하기를. 모두가 행복하기를."
그 소리는 멀리서 흘러온 염불 같기도, 가만히 내 마음속에서 울리는 기도 같기도
했다.
2025년 10월, 시흥 정왕동의 한 법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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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6– 안산 다문화도서관, 박서연 관장 인터뷰
안산역 지하보도 2번 출구에서 다문화 거리로 향하는 길. 이곳은 분명 한국임에
도 한국어보다 외국어가 더 많이 들리는 골목이었다. 그 길 끝에 마주하는 '모두
어린이도서관'. 몇 번 방문한 경험이 있는 도서관이었다. 이제는 간판만 남은 텅
빈 건물이 되었다. 왼쪽으로 접어들면 새로 지은 공영 주차장이 보인다. 주차장
옆 작은 공원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사시사철 외국인들이 모여 카드제임을 즐기는
평범한 일상이 펼쳐진다. 외국인 상담 지원센터 옆에 있는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
1층에 안산 다문화 도서관이 조용히 문을 열고 있다.

더위 탓인가 도서관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24개국의 책들이 빼곡히 꽂힌 서가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처럼, 이곳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모여들
었다. 문 바로 앞 작은 원형 테이블에 아이를 안은 엄마부터 다섯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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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부터 시작된 따뜻한 여정
박서연 관장과의 인터뷰는 도서관 한편에 마련된 작은 책상에서 이루어졌다. "2008년 문을 열고 2015년부터 한양대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첫
마디에서 다문화 작은 도서관의 17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느껴졌다. 박서연 관장
은 이곳에서 3년째 관장을 하고 있었다.
“24개국 책들이 있어요. 중국, 러시아 책들이 제일 많고, 또한 그 두 나라 분이
제일 많이 찾아온답니다.” 책은 일 년에 두 번씩 들어오고, 기증받은 책들도 있다. 희망 도서를 추천하면 구매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어린이책과 문학 관련 책이 인기다.
"근처에 있던 모두 어린이도서관이 문을 닫으면서 어린이책 비중이 늘어났죠." 그
이야기 속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건물 리모델링이었지만, 도서
관이 문을 닫은 지 3년이 넘도록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도서관 관장으로서 3
년이라는 시간이 조금 아쉬운 대목이죠."
인터뷰 도중 곁에서 지켜보던 중국인 어머니가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 아이와 저
는 모두 어린이도서관에서 한국어를 배웠어요. 아침 문 열 때 가서 사서분들과 같
이 퇴근했죠." 외국에서 온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읽으면서 한국어를 익
혔다. 하지만 근처에 있는 원곡 도서관 안에 있는 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만 출입
가능'이라는 규정 때문에 엄마들이 들어갈 수 없어 이곳으로 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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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국어로 찾은 자존감과 안정감
다문화 도서관 이용자들은 여성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도
서관에는 중장년 남성 이용자들도 제법 눈에 띈다. 그들은 고단한 노동의 삶 속에
서 작은 틈을 내어 책을 읽는다. “밤늦게까지 운영된다면 더 많은 분이 오시겠지
만, 현실적으로는 낮에만 운영되고 있어서 노동 현장에 계신 분들이 자주 오시진
못해요.”
나는 궁금했다. 힘든 노동에 지친 그들이 잠을 쪼개가며, 왜 책을 읽는 걸까? 박
관장은 되묻듯 말한다. “만약에 우리가 외국에서 지낸다면 삶이 어떨까요? 뜻 모
를 언어 속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어딘가에서 한국어를 보고나 들으면 얼
마나 반가울까요? 그분들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삶 속에서
익숙한 글자, 모국어로 된 책을 보면서 때로는 위안을 얻고, 때로는 자기 자신을
다시 찾는 거죠. 다시 말하면 그분들은 모국어로 된 책을 읽으면서 안정감을 느끼
고, 무너진 자존감을 채우는 것 같아요." 그들은 타국 생활에서 겪은 수많은 좌절
감을 모국어로 된 책을 읽으면서 달래는 것이다. "글이 때로는 힘이 되는 법이니
까요." 박서연 관장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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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상의 것을 품은 사랑방
‘도서관 자랑 좀 해주세요’라는 말에 박서연 관장은 잠시 눈을 깜박이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 도서관은 사랑방이에요."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생활에서
어려운 점이 생기면 그들은 이곳으로 온다. 특히 관공서에 갈 일이 생기면 먼저
도서관에서 직원이나 먼저 입국한 동포들을 만나 정보를 얻는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관공서에 가는 일은 저희도 쉽지 않잖아요. 더구나 말도 잘 못한다면 더욱
힘들겠죠."
매일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이곳의 자랑이지만, 공간의 한계는 아쉬운
부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더 많은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데 한계가 있어요. 이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많이 앉아도 5명이면 꽉 차요."
나는 개인적으로 10년 전부터 다문화 도서관을 드나들었다. 때로는 프로그램에 참
여하기도 했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제가 다녔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간은 한 뼘도 늘지 않았어요. 대신 책은 많이 늘어 보입니다.” 박서연 관장은
책장에 빼곡히 채워진 책들과 늘어난 책장들이 오히려 공간을 더 좁게 만들었다
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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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 부족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
도서관 이용자는 계속 늘고 있지만 확장은 요원했다. "지원 부족이죠. 요 몇 년
예산이 늘기는커녕 삭감만 되고 있어요." 친구가 근무하는 외국인 복지센터에서도
예산 삭감으로 상담사들을 줄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나의 말에 박 관장은 고
개를 끄덕였다. "다문화, 다문화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다문화 특성이나 외국인들
에 관하여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실이죠. 현재 등록된 외국인 수만
봐도 매년 늘면 늘었지, 줄지 않고 있어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최근 공개한 '2023년 12월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체류
외국인은 250만 7천584명으로, 전년보다는 11.7% 늘어났다. 이 수치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4.89%에 해당한다. 역대 최다 외국인 수를 기록한 2019년(252만 4천656명) 보다 1만 7천72
명 적지만, 비율로는 2019년(4.86%)을 넘어선다. 통상 한 나라의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는 경우 다문화사회로 본다는 것을 참고하면 저출생
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한국이 이제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로의 진
입을 앞둔 셈이다. 2021년 기준 총인구 대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비율을 보면 충북 음
성군(15.9%), 경기 안산시(14.2%), 전남 영암군(14.2%) 등 일부 지역에서는 10%를 넘어서기
도 했다. 국내 외국인 251만 명...전체 인구 4.9%로 '다문화사회' 목전(종합)
체류 외국인 수는 2016년 200만 명, 2019년 252만 명을 각각 돌파하다가 코로나19로 주춤했
다. (출처 한국경제신문. www.hankyung.com/article/202401167927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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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많은 것을 품고 싶은 마음
다문화 도서관이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까요? 나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박 관장의 답변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안산보다 더 큰 건물에 장서도 많은 다문
화 도서관이 있지만, 운영하는 주체들이 다문화에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아쉽다
고 했다. 일반적인 작은 도서관처럼 생각하고 운영한다는 것이다.
"다문화 도서관은 도서관 이전에 많은 것을 품어야 하고 품고 있어요. 사라진 모
두 어린이도서관 이야기할 때 중국인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뿐만이 아니
라 어머니도 동화책으로 한글을 배웠다고 했잖아요. 이 모습이 대표적인 다문화
도서관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덧붙였다. "직장에 다니는 외국인들을 위해 저녁
에도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중간중간 도서관에 들어오는 이용자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박 관장
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도서관 입구 한쪽에 마련된 두 개의 책상이 관장과 사서
의 자리였다. 책상 둘 곳도 변변치 않은 작은 공간에서, 그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치며 웃고 있었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이 그 미소에서
느껴졌다. 좁지만 따뜻한 이 도서관에서, 오늘도 누군가는 모국어로 된 책 한 권을 통해
하루의 위로를 얻고 있다. 모국어로 된 책 한 권이 건네는 위로, 작은 원형 테이
블에서 나누는 배움의 기쁨,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관심으로 맞아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 안산 다문화 도서관은 그저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낯선 땅에서 살
아가는 이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선사하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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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1최근 인공지능(AI)은 과제물 작성, 디자인, 음악, 글쓰기 등 다양한 창작 활동 영
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생들의 리포트 작성이나 기업의 마케팅
콘텐츠 제작, 예술 창작 분야까지 그 영향력이 확장되면서, AI는 더 이상 단순한
기술이 아닌 창작 주체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저작권 체계가
전제로 했던 ‘인간 중심 창작’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법적·윤리적 논쟁을 야기
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창작이라는 행위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간주되었으나, 이제는 AI
가 수백만 개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자동 생성함으로써 인간의
창작을 보조하거나 심지어 대체하기까지 합니다. 이는 단지 기술적 진보에 그치지
않고, 저작물의 정의, 창작자의 범위, 저작권의 귀속과 같은 근본적인 법적 개념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법적 보호 여부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창작자와 플랫폼, 이용자 간의 권리 충돌과 법적 분쟁이 계속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AI 창작물과 저작권의 관계를 재정립하
는 논의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 AI란?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는 인간의 인지 능력을 모방하거나 이를 능가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기반 기술입니다. 이 중에서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한 후, 인간의 개입 없이
도 새로운 이미지, 텍스트, 음악, 영상 등을 자동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텍스트 생성 기능을 제공하는 OpenAI의 ChatGPT,
이미지 생성 도구인 Midjourney, 그리고 음악 제작 플랫폼 Suno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생성형 AI는 기존의 단순 자동화 기술을 넘어서 창작의 영역까지 진입함
으로써, 기존의 창작 개념과 저작권 체계에 새로운 도전과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
다. ● AI 창작물의 저작권 인정 여부
AI 창작물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오늘날 AI 시대의 저작권법
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 중 하나입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따른
법적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의 본질에 대한 재정의를 요구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행위’를 보호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AI가 스스로 생성한 이미지, 텍스트, 음악 등 결과물이 아무리 창의적이고 독창적
이라 하더라도, 인간이 창작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현행 법체계 하에서는 이
를 ‘저작물’로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실제 창작 과정에서는 대부분 인간이
AI에게 특정한 지시를 내리거나, 생성된 결과물 중 일부를 선택하고 편집·수정하
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처럼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저작권 보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단순히 “고양이 사진을 그려줘”라는 명령을 AI에게 내린 경
우, 창작에 기여한 부분이 거의 없으므로 인간의 창작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
나 반대로 사용자가 수십 개의 프롬프트를 실험하고, 그중에서 창의성이 드러나는
결과물을 선별해 세부적으로 편집하거나 다른 이미지와 조합하여 최종 작품을 완
성했다면, 이러한 행위는 창작성 있는 창작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는 사용자가 AI 도구를 마치 디자인 소프트웨어처럼 활용해 이미지의 구조, 색상, 구도, 스타일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
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를 평가할 수 있
는 기준이 필요하며, 이는 저작권 인정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
다. 또한 AI가 생성한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 주체에 대한 문제도 중요한 논점입니
다. AI 자체는 법적 인격체가 아니므로, 창작물의 권리를 AI에게 귀속시킬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그 권리를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
으며, 크게 세 가지 입장이 존재합니다. 첫째는 AI를 활용한 이용자에게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인간이 AI를 도구로 활용해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했음을 강조하는 시각입니다. 둘째는 AI 개발자나 플랫폼 운영자에게 귀속해
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생성된 결과물이 AI의 설계 구조와 알고리즘에 따라 달라
지기 때문에, 기술적 기반을 제공한 자에게 일정한 권리를 부여할 수 있다는 논리
입니다. 셋째는 AI가 완전 자율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무저작물로 간주하고 공공
의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창작물 이용의 자유
와 기술의 개방성을 중시하는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은 2023년 기준,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생성한 작품에 대해 저작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이 생성 과정에 실질적으로 개입했음을
입증할 수 있다면, 예외적으로 해당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입
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창작 기여도에 따라 AI 결과물에 대한 권
리 귀속을 유연하게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와 관련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나 판례가 없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법 해석의
통일성과 입법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AI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추어 인간의 창작 개입 범위를 어떻게 정의할지, 그 경계를 법적
으로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
합니다. ● 생성형 AI 플랫폼의 법적 책임
생성형 AI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매우 강력한 창작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
니다. 사용자는 간단한 명령어 몇 줄만으로 문학 작품, 이미지, 음악, 영상 등을
손쉽게 생성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능은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을 크게 높이고 있
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생성형 AI 플랫폼은 저작권 침해, 명예훼손, 허위정보 생
성 등의 잠재적인 법적 위험성을 함께 내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플랫폼의 책임
범위와 한계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플랫폼 사업자는 자신이 직접 창작에 관여하지 않으며, 단지 기술적
도구를 제공하는 중립적인 입장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이용자가 입력한 프롬
프트와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플랫폼이 직접적인 통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과거 인터넷 포털이나 동영상 공유
사이트처럼 플랫폼의 기술적 중립성을 인정받는 논리와 유사합니다. 그러나 반대 입장에서는 플랫폼이 생성형 AI의 작동 방식을 설계하고, 학습 데이
터를 선택하며, 결과물의 특성과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저작권 침해나 명예훼손과 같은 문제가 반
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플랫폼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나 정책적 장치
를 마련하지 않았다면 ‘방조’ 혹은 ‘과실’에 따른 법적 책임이 성립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3년 게티이미지(Getty Images)가 생성형 AI
기업 스태빌리티 AI(Stability AI)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있습니다. 게티이미지
는 자사의 저작권 이미지 수천만 장이 Stability AI의 학습 데이터로 무단 사용되
었다며,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특히 AI가 생성한 이미지
에 게티이미지의 워터마크가 그대로 나타나는 경우도 포착되면서, AI가 원본 저작
물을 단순히 학습하는 수준을 넘어 ‘재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
다. 이 사건은 AI 플랫폼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생성물이 제3자의 권리를 침해
할 경우, 플랫폼에도 일정한 법적 책임이 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판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미국에서 코미디 작가 사라 실버먼(Sarah Silverman)을 포함
한 작가들이 메타(Meta)와 오픈AI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
신의 책과 텍스트가 사전 동의 없이 AI 학습에 사용되었다고 주장하며, AI 플랫
폼이 타인의 저작물을 학습한 결과를 이용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간접적인 침해 책
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단순한 ‘도구 제공자’로서의 책임을 넘어서, AI 플랫폼이 결과물의 법적 문제에 대해 일정 수준의 감시 및 통제 의무를 지닌
다는 주장으로 해석됩니다. 이처럼 생성형 AI 플랫폼의 법적 책임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히 기술적 기능의
제공을 넘어, AI의 작동 방식과 결과물에 대한 사회적 책임, 나아가 윤리적 기준
수립과도 연결됩니다. 앞으로 플랫폼 사업자는 저작권 침해나 권리 침해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를 강화해야 하며, 이용자가 생성한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공, 신고 시스템 운영, 침해 시 신속한 삭제 조치 등을 통해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입법기관은 플랫폼의 책임 범위
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기술 발전과 권리 보호의 균형을 도모해야 합니다. ● 향후 과제와 정책적 제언
AI의 발전과 함께 창작 환경은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는 인간의 창작 활동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는 저작권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향후 저작
권법은 기술의 발전을 수용하면서도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균형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첫째, AI 창작물에 대한 창작성 기준을 법적으로 명확히 정립해야 합니다. 현재
는 인간의 개입 정도에 따라 저작권 인정 여부를 판단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
이 없어 실무에서 혼란이 큽니다. 프롬프트 제공, 결과물 선택, 편집 및 조합 등
의 창작 행위 중 어떤 수준 이상이 되어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명확
히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AI 학습 데이터의 수집과 이용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합니
다. AI가 무단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학습해 생성한 콘텐츠가 원 저작물과 유사하
거나 이를 침해할 경우, 이는 심각한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
개발자는 학습 데이터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 저작자의 동의를 받거나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용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원 저작자에게 일정한 보상이나 수익 배
분이 가능한 시스템 도입도 고려해야 합니다. 셋째, AI 플랫폼에 대한 책임 기준도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성형 AI 플
랫폼이 생성한 결과물이 법적 문제를 일으킬 경우, 단순한 도구 제공자라는 입장
에서 벗어나 일정 수준의 주의 의무를 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신고 시스
템 강화, 사전 필터링 기술 도입, 침해 콘텐츠에 대한 신속한 삭제 조치 등의 기
술적·정책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넷째, 저작권 보호와 기술 혁신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입법이 필요합니다. 무분별
한 규제는 AI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으며, 반대로 무제한적 자유는 창작자
의 권리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정 범위 내에서의 공정 이용을 인정
하면서도, 창작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 설계가 요구
됩니다. 마지막으로, 국제적 기준 마련과 협력이 중요합니다. AI는 국경을 초월하여 작동
하기 때문에, 개별 국가의 법제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습니다. 국제 저작권 협
약과 AI 기술 규범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수적입니
다. 한국 역시 이에 적극 참여하여, 국제적 기준 형성과 국내 입법 간의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처럼 AI 시대의 저작권 문제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창작과 소유, 공정
성과 책임, 법과 윤리의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는 중요한 사회적 의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제도의 정비와 함께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공론화, 교
육, 그리고 국제적 연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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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