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혼자 남겨진 사회
세대별 사례 탐구를 중심으로 본 현대사회의 외로움 보고서
아무도 몰랐다
냉장고 안에는 오래된 음식이 있었다. 현관 앞에는 며칠치 우유가 쌓여 있었다. 택배 기사가 초인종을 눌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발견됐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고독사’라는 단어는 특별한 사건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뉴스와 지역사회 현장에서 흔히 접하는 사회문제가 되었다. 혼자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 연락이 끊긴 뒤 며칠 혹은 몇 달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죽음은 이제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는 노년층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청년과 중장년층에서도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1인가구 증가, 경제적 불안, 인간관계 단절, 디지털 중심 사회 변화는 사람들을 점점 사회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고독사는 단순히 혼자 죽는 현상이 아니다. 살아 있는 동안 관계가 끊어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고립사’라는 표현도 함께 사용된다.
고독사와 고립사,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고독사란 무엇인가
고독사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상태에서 혼자 사망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1인가구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반드시 혼자 사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 있어도 관계가 단절되어 있다면 고독사의 위험은 존재한다.
고독사의 핵심은 단순한 ‘혼자 죽음’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부재다. 즉 살아 있는 동안 누구와도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다뤄진다.
고립사란 무엇인가
고립사는 사회적 관계와 교류가 거의 없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다가 발생하는 죽음을 의미한다. 고독사가 결과 중심의 개념이라면 고립사는 그 과정에 초점을 둔 표현이다.
직장을 잃고 사람들과의 연락이 끊기며 사회활동이 중단되고, 결국 건강관리와 생활 유지가 어려워지는 과정 자체가 사회적 고립이다.
즉 고립은 삶의 과정이고, 고독사는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숫자가 말하는 현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고독사 위험군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 1인가구의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 2023년 기준 국내 1인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약 35%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세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혼자 사는 시대라는 의미다.
고독사 사망자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남성 비율이 높으며 50~60대 중장년층 비중이 가장 크다. 최근에는 경제적 불안정과 취업난 속에서 청년층 고립 문제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초고령사회가 본격화되면 노년층 고독사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왜 사람들은 고립되는가
1) 관계 단절의 시대
과거에는 동네 공동체와 대가족 문화가 존재했다. 이웃 간 왕래가 있었고 서로의 안부를 자연스럽게 확인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개인 중심 구조로 변화했다. 아파트 생활은 익명성이 강해졌고, 사람들은 서로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다. 편리함은 늘었지만 관계는 줄어들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인간관계 단절은 더욱 심화됐다.
2) 경제적 불안
실직과 빈곤 역시 중요한 원인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사람들을 사회관계 밖으로 밀어낸다.
직장을 잃으면 인간관계도 함께 끊기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실패에 대한 자존감 하락은 스스로 사회와 거리를 두게 만든다.
특히 중장년 남성층은 은퇴 이후 관계망이 급격히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3) 디지털 사회의 역설
스마트폰과 SNS는 연결의 도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깊은 외로움을 만들기도 한다.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실제로 대화할 사람은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년층은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사회적 소외를 경험하기도 한다.
4) 가족 구조의 변화
비혼 증가와 이혼, 1인가구 확대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예전에는 가족이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가족 내부에서도 관계 단절이 늘어나고 있다.
“연락하지 않는 가족”은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돌봄 관계는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고독사의 현장 사례(출처.한국장례협회)
사례 1 – 은퇴 후 혼자가 된 중년 남성
수도권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수개월 전 직장을 잃은 뒤 사람들과 연락을 끊었다. 가족과의 왕래도 거의 없었다.
주민들은 “조용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했지만 정작 그의 일상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발견 당시 집 안에는 배달 음식 용기와 약봉지가 쌓여 있었다.
사례 2 – 청년 고립의 그림자
취업 준비를 하던 20대 청년은 장기간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며 은둔 생활을 이어갔다.
원룸생활을 하였으며, 체납고지서와 이력서, 빈통장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숨진 뒤 2주가 경과한 후에 발견되었다..
청년 고립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불안과 우울, 사회적 단절이 지속되면 심각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례 3 – 혼자 남겨진 노년 여성
남편 사별 이후 홀로 생활하던 80대 여성은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외출이 줄었다.
동네 복지사의 방문이 끊긴 뒤 점차 사회와 단절됐다.
이웃들은 가끔 보던 모습이 사라졌지만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몇 주 뒤 관리비 연체 문제로 집을 찾은 관계자에 의해 발견됐다.
마지막으로 그의 이름을 부른 사람은 누구였을까..
‘고독력’ – 혼자 견디는 힘이 아니라 연결을 유지하는 힘.
세 사람의 이야기에서 공통점이 있다.
고립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조금씩, 천천히, 아무도 모르게 진행이 되었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수 있을까.
최근 심리학과 사회학에서는 ‘고독력’이라는 표현이 주목받고 있다. 고독력은 단순히 혼자 견디는 힘이 아니다.
외로움을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혼자 있는 시간을 삶의 균형 속에서 활용하는 능력이다.
현대사회에서 혼자 사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고립되지 않는 것이다.
혼자 살아도 사회와 연결되어 있고, 자신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세대별 고독력 키우기
① 청소년·청년 세대 - 디지털 관계를 넘어 실제 관계 만들기
청년층은 온라인 소통에 익숙하지만 실제 인간관계 경험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청년 고립은 "혼자 있기 좋아서"가 아니라 "관계를 시작하기 어려워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 모임 참여, 독서모임 및 동호회 활동, 봉사활동 참여, 공동체 프로젝트 경험 등 만나고,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② 중장년 세대 - 일 외의 관계망 만들기
중장년층은 직장을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해온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은퇴 이후 관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고립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취미 공동체 만들기, 지역 활동 참여, 평생학습 프로그램 참여,
걷기 모임, 문화모임 참여 등 특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버티려는 태도는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
③ 노년 세대 – 작은 연결을 꾸준히 유지하기
노년층은 건강 악화와 이동 제한으로 인해 쉽게 고립된다.
매일 한 번 전화하기, 경로당 및 복지관 이용, 마을 프로그램 참여,
라디오와 공동체 활동 참여, 디지털 교육 받기처럼 작은 연결이라도 꾸준히 유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노년층에게는 “누군가 자신의 안부를 기억하고 있다”는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
공동체 회복이 필요한 시대
고독사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하는 공동체 과제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안부 확인 서비스와 AI 돌봄, 반려식물 사업, 주민 관계망 사업 등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사람을 살리는 것은 사람의 관심과 연결이다.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는 일, 동네 가게에서 안부를 묻는 일,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하는 작은 행동들이 관계를 이어주는 시작이 된다.
최근 공동체라디오와 마을미디어 활동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의 목소리는 관계를 만든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다시 사회와 연결된다.
특히 시니어와 1인가구에게 공동체 미디어 활동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활력과 사회적 관계 회복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혼자 살아도 혼자 남지 않기 위해
현대사회에서 외로움은 특별한 감정이 아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의 감정이다.
하지만 외로움이 단절이 되고, 단절이 고립이 되며, 결국 삶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고독력을 키운다는 것은 혼자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돌보고, 타인과 연결되며,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다.
혼자 살아가는 시대일수록 더 필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작은 연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연결은 제도가 아니라 “잘 지내세요?”라는 짧은 안부 한마디에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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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0※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성남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킹덤 작은 도서관에는 매일 책 향기만큼이나 따스한 미소로 이웃을 맞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서 1년째 실무자로 자원활동을 하며 도서관의 살림을 도맡고 있는 김은경 자원활동가님을 만나,
도서관이라는 공익공간이 우리 지역에 전달하는 보람과 기쁨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성남시 분당구 미금로 170, 남현문화센터 402호에 있는 킹덤작은도서관을 소개합니다.
Q1. 도서관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들의 만남이다.
"가장 즐거운 건 역시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예요. 아이들이 도서관 문을 열고 새로 들어온 책이 있나 설레는 표정으로 들어와 책장을 훑어보는 모습이 너무 예뻐요. 삶며시 들어오는 녀석들, 우당탕 들어오는 녀석들 다양하지만 책을 읽는 모습이나 저희가 준비한 독서 프로그램에 즐겁게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면 ’이 일을 잘했구나‘ 싶어 저도 모르게 힘이 납니다. 아이들이 도서관이 집처럼 편안하고 즐거운 공간으로 여기며 찾아와 주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Q2. 이곳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경험하나요?
"도서관은 독서를 통해 생각을 넓히고 창의적이 사고력을 키우며 세상에 이로움을 주는 성장 플랫폼으로 자유 민주주의의 시민으로 성장을 돕는 평생학습관입니다. 특히 작은 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이웃 사랑방으로 안심하고 누구나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지요.
이 곳에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책이 어떻게 관리가 되는지를 어린이 청소년들과 함께 나눕니다. 도서 대출과 반납에 대한 전산 시스템 사용법도 배우고요. 수많은 책이 도서관에 들어와 이용자를 만날 준비를 마치는 전 과정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책과 도서관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독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 2025년에는 그림책으로 하는 영어 교실을 통해서 영어는 언어로 쉽게 소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2,500권으로 시작해서 현재 약 7,000권을 갖게 되었고 지금도 희망 도서를 꾸준히 구입하며 학생과, 성인 모두가 성장하는 모습 속에서 보람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Q3. 운영하시면서 보람찼던 특별한 기억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최근에 진행했던 ‘북큐레이션’ 전시가 기억에 남아요. 특정 주제를 정해 책을 전시했는데, 평소 눈에 띄지 않던 책들이 주제별로 묶어서 새롭게 소개되는 모습이 좋았어요. 아이들도 평소보다 더 큰 관심을 보이며 즐겁게 참여해 주었고요. 다양한 책속에서 길을 찾고 새로운 관점에 대한 발견으로 지속적인 독서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는데, 아이들이 책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많이 뿌듯했습니다.”


Q4. 자원활동가로서 어려운 점도 있으실 텐데, 그럼에도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사실 제가 성격상 아주 꼼꼼한 편은 아니라서, 새로 도입된 시스템을 배우거나 도서관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일이 가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책과 아이들 곁에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옵니다. 현재 저를 포함해 총 7명의 자원활동가가 함께 마음을 모으고 있는데, 이 일이 주는 '보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Q5. 앞으로 도서관이 나아갈 방향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요즘 아이들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다 보니 책 읽기를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서관이 조금 더 편안한 사랑방 같은 곳이 된다면 아이들이 다시 책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도 유익한 특강이나 프로그램을 더 활성화해서, 아이들에게 더 많은 독서의 기회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성남시의 지속적인 지원 덕분에 도서관이 3년째 잘 성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지역 주민들의 소중한 공간으로 남길 바랍니다.“
[기자의 시선]
김은경 선생님과의 인터뷰 내내 도서관은 단순한 '책 저장소'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아이들의 꿈이 자라나는 '살아있는 공간'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이 공간을 지켜가는 사랑은 전하는 분들이 함께 하고 있어서 우리의 내일은 한 권의 좋은 책처럼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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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3
두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이자 교육의 현장을 지켜봐 온 시민으로서, 저는 문득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과연 학교는 아이들에게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 처음 큰아이가 초등학교 문턱을 넘을 무렵, 저의 고민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현실적이었습니다. 내성적인 아이가 낯선 환경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혹여나 학교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상처받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했습니다. 당시의 저에게 교육이란 ‘이미 정해진 환경’이었고, 저는 그저 우리 아이가 그곳에 잘 ‘적응’하기만을 바라는 평범한 학부모에 불과했습니다.
" 좋은 학교는 학부모가 함께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참여하게 된 참교육학부모회의 강의에서 제 인생을 바꾼 한 문장을 만났습니다. “좋은 학교는 학부모가 함께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제게 신선한 충격이자 새로운 가능성이었습니다. 학교를 주어진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가꾸고 변화시킬 수 있는 유기적인 공동체로 바라보게 된 시발점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교육 정책에 관심을 두고 학부모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이런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은 “우리가 직접 그런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변모했습니다.
그 실천의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와글와글 놀이터’였습니다. 큰아이가 저학년이던 시절, 매주 월요일 오후면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만났습니다. 거창한 프로그램이나 교구는 없었습니다. 그저 두 시간 동안 마음껏 뛰어노는 것,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처음엔 네 명으로 시작했던 모임이 어느덧 수십 명의 아이로 북적였습니다. 아이들은 놀이 속에서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갈등을 해결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저는 그 천진난만한 모습들을 지켜보며 교육의 진정한 주체는 아이들이며, 어른의 역할은 그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꿈의학교’와 독서 모임으로 이어지며 저와 아이들 모두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당시 경기교육이 지향했던 ‘혁신교육’의 흐름과 마을교육공동체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습니다. 학교의 문턱이 낮아지고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로 당당히 설 수 있었던 그 시절, 우리는 학교 안팎이 연결되는 소중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물론 모든 시도가 완벽했던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시행착오도 있었고 형식적인 운영에 그친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학교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교육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문법이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 와글와글 놀이터의 힘 "
제가 목격한 가장 경이로운 장면은 사회적 실천의 현장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선 아이들은 이미 완성된 ‘시민’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보며 교육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결국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주체적인 시민’을 길러내는 데 있어야 함을 다시 한번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경기교육의 현실을 바라보는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과거 우리가 쌓아온 신뢰와 협력의 가치들이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이 다시 보수적이고 관리 중심적인 방향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특히 가장 안타까운 변화는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때 혁신학교를 함께 일구던 파트너였던 두 주체는, 이제 ‘민원인’과 ‘대응 주체’라는 차가운 관계로 멀어지고 있습니다.
아이의 성장은 결코 가정이나 학교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교사와 부모가 서로를 신뢰하며 아이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올바른 성장의 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변해도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계가 단절된 지금이야말로 ‘신뢰와 협력’이라는 교육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협력과 성장의 언어로 이어가는 경기교육으로 "
2026년, 우리는 다시 중요한 선택의 시점에 서 있습니다. 이번 선택은 단순히 한 명의 교육 행정가를 뽑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교육 철학을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저는 경기교육이 경쟁의 언어가 아닌 ‘협력’의 언어로, 관리의 시스템이 아닌 ‘성장’의 시스템으로 다시 설계되기를 바랍니다. 학부모를 교육의 ‘동료’로, 교사를 존중받는 ‘파트너’로 대우하는 문화가 회복되어야 합니다.
교육은 효율성이나 단기적인 성과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숭고한 영역입니다. 아이들의 삶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진심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숙의하고 토론하며 만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성적의 굴레에서 벗어나 조금 덜 경쟁하고, 조금 더 서로를 배려하며 어울릴 수 있는 학교를 꿈꿉니다. 배움이 교과서에 머물지 않고 삶과 연결되며, 아이들 개개인이 이미 한 사람의 존엄한 시민으로 존중받는 현장을 소망합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얻은 결론은 분명합니다. 교육은 바뀔 수 있고, 그 변화의 시작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2026년의 경기교육이 다시 한번 그 가능성의 힘을 믿고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의 삶을 중심에 둔 방향, 조금 더 따뜻하고 공정하며,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교육을 향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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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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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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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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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6

2024년, 원미도서관과 상동도서관에서 진행된 부천시민미디어센터 주관 교육 프로그램이 계기였어요. 보이는 라디오, 팟캐스트, 영상 기본 촬영 등 다양한 미디어 교육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분들이 모이게 되었죠. 처음엔 동아리 명도 없이 활동하다가, 교육 프로그램 명인 ‘함미모(함께하는 미디어 모임)’를 그대로 이어받아 ‘함미모’'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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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