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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2030 여성이 있다면, 사람들은 있는 집 딸이라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 로스쿨생 중 압도적으로 가난해서 국가장학금으로 공부해 변호사 시험 합격증을 받은 사람이 있다.

    인생의 가장 큰 변곡점이 대포통장 사기 사건이었고, 진흙탕 바닥이 인생의 길을 가르쳐 주었단다.

    안산의 새내기 법조인, 정민지 변호사의 꿈과 포부를 들어보자.

     

    Q 시간 내 줘서 고맙다. 자기소개부터 부탁한다.

    나는 대한민국 30대 여성이고 한 달 전에 제15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까, 즐거운 상상 속에 지내고 있다. 목회자 부모의 세 자녀 중,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 낀 외딸이다. 부모가 나를 고명딸이라며 떠받들어 키우지도 않았고, 오빠랑 연년생이라 쌍둥이처럼 자랐다. 그래서인지 태어난 순서로는 장녀가 아닌데, 현실에서는 ‘K-장녀로 자랐다. 진짜 장녀들이랑 만나면 말이 되게 잘 통하더라. 나 또한 나를 항상 큰딸로 정체화한다.

     

    Q 살면서 지금처럼 신나고 여유 있는 시기가 없었을 거 같다. 축하합니다.

    맞다. 대한변협이 하는 합격자 연수를 들으면서, ‘의식적으로천천히, 내가 가고 싶은 일자리를 찾아보려 한다. 안산시 공무원 3년 하고 2021년 로스쿨에 진학했으니, 지금 5년 만에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려 한다. 공무원은 대학 졸업하고 당장 돈을 벌어야 해서 시작했었지만, 이제는 돌고 돌아 내가 하고 싶은 거, 해야 하는 일, 살고 싶은 삶을 찾았다. 아무 데나 들어가서 대충 시작하기 싫어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찾고 있다. 굉장히 설레고 기대된다.

     

    Q 안산시 9급 일반 행정직으로 3년 일하고 그만두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가정형편 상 취준생으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어서, 졸업 전에 합격해 놓고 졸업과 함께 일했다. 공무원으로 일하며 내 길을 찾아볼 작정이었다. 민원 업무든 행정사무든 일은 잘 해냈지만 조직 문화가 힘들었다. “이제 공무원 됐으니, 시집만 잘 가면 된다라는 말을 지겹도록 들었다. 어린 여성이라고 친절, 애교, 미소 같은 태도 요구를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남자 상사랑 있을 땐 전문 직업인이 아니라 위안을 줘야 할 거 같은, 내가 너무 대상화되는 위치에 놓이더라. 그때마다 뻔뻔하게 받아칠 짬밥이랄까 요령이랄까, 그게 없어서 미치겠더라.

     

    내 능력에 비해 너무 소박한 보상과 인정만 주어지는 현실에 회의감이 컸다. 누군가의 권력과 위계에 따르기보다 내 목소리를 내며 세상에 영향을 끼치고 싶었다. 2019년 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다큐 영화 를 보고 강하게 깨달았다. ‘저런 법조인이 되자. 그러면 내 능력을 발휘하고 합당한 보상을 받으며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 그날 탈출을 결심했다.

     

    Q 청소년기부터 변호사를 꿈꾼 건 아니었나 보다. 어린 시절 이야기가 궁금하다.

    초등학교 통지표에 용모 단정하고 질서를 잘 지키나 의사 표현이 부족함이라고 적힌 소심한 모범생이었는데, 신기하게 운동할 땐 날아다녔다. 아빠가 형제들이랑 차별 없이 축구, 야구, 배구, 농구에 자전거까지 다 가르쳐줬다. 우리집에서 유일한 사교육으로 수영, 태권도도 배웠다. 덕분에, 나는 운동선수가 될까 한 적도 있다. 몸을 내 마음대로 통제하는 독보적인 아이였다. 그러다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운동선수가 될 사람은 이미 여기 없어야 한다고 툭 던지는 말에 나는 늦었구나싶어 마음을 접고 공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고교 비평준화 시절 안산 동산고에 진학했다. 입학하자마자 바닥을 치는 성적에 충격을 받았다. 가장 어려웠던 건 수학이었는데, 1년 내내 슬럼프였다. 1학년을 마친 후 어떻게든 수학을 정복해야겠다 마음먹었다. 부모의 교육철학과 경제적 사정으로 어릴 때부터 학원이나 과외 없이 공부했던 나에게 선택지는,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하기그것뿐이었다.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겨울방학 내내 수학에만 매달렸다. 그런데 고2 첫 모의고사에서 수학을 반타작했다. 좌절감에 울고 있는 나에게 아빠는 공부를 똑바로 안 한 거다라며 비수를 꽂았다. 그 말에 오기가 생겼는지 나는 계속 밀고 나갔다. 지난한 자기 싸움 끝에 수학을 가장 잘하는 과목으로 만들며 정시로 서울의 한 사범대에 합격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는 공부 맛을 청소년기에 익힌 셈이다.

     

    Q 대학 생활과 청소년기 공부는 달랐을 거 같다. 자기 길 찾기는 어땠나?

    모범생으로만 살아서인지, 대학에서 스스로 길을 뚫는 게 무서웠다. 등록금은 국가 장학금으로 해결됐지만 용돈은 벌어 써야 했다. 안산에서 2시간 통학하며 공부하고 알바하느라 늘 시간이 부족했다. 4학년 앞두고, 진로도 안 잡히고, 학점도 별로고, 휴학하고 돈을 좀 벌며 길을 찾고자 했다. 마침, 월급 200만 원에 물류창고 알바 공고가 뜨더라.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엄마가 간암 수술 후 퇴사해 요양 중이었고, 아빠는 투잡을 뛰며 목회했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완벽한 결과를 내놓고 싶다는 강박에 쫓기고 있었다.

     

    돈에 혹하고, 출입증 등록용이라는 말에 속아, 체크카드와 통장과 비밀번호를 넘겨주고 말았다. 이상하다 싶었을 땐 이미 내 통장이 보이스피싱 대포통장으로 쓰인 후더라. 나도 모르는 사람들 이름으로 수백만 원씩 돈이 들어왔다 빠진 기록을 다음 날 확인했다. 가해자 신분이 되어 버렸다. 빨간 줄이 그어질 대형 사고 앞에서 나는 속수무책 바닥을 경험했다. 이 사건으로 전혀 계획에 없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되면서 내 인생의 방향이 급선회했다.

     

    Q 대포통장 사건이, 정민지라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줬나?

    그전까지는 보이스피싱 뉴스를 보면, 사람들이 조심성이 없어서 당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궁지에 몰려 휘말리고 보니, 내 뜻대로 안 되는 삶의 영역이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요양 중이던 엄마가 내 소식을 듣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소통이 부재해서 일어난 문제라고 하더라. 혼자 완벽하게 잘하고 결과만 짜잔!~” 보여주려 하지 말고 못난 모습도 나눠야 함을 깨달았다. 통장이 정지되고, 경찰조사를 받고, 검찰에서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결정을 받기까지 반년을 보내며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인생 바닥에 던져질 때 현실을 받아들이게 해주었다. 그 바닥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Q 공무원을 그만두고 로스쿨에 도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나도 로스쿨은 돈스쿨이지 내가 어떻게 가라고 생각했었다. 3년 학비와 생활비 하면 억 단위가 든다. 나는 로스쿨생 중 압도적으로 가난했다. 소득 분위 장학금을 신청할 때 부모 재산이 들어가는데, 우리 부모는 수입과 재산이 바닥이었다. 엄마는 간암 수술 후 퇴사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공부하느라 고정 수입이 없었고, 아빠도 미자립 교회의 투잡 목사였다. 그런데 이 사정들이 역설적으로 완벽히 증명되면서 나는 3년 내내 전액 국가 장학금으로 공부했다. “엄마 아빠 가난한 김에 제대로 가난해서 고맙다.”라고 농담을 즐길 정도였다.

     

    Q 로스쿨 학생들도 사교육(학원 인터넷 강의) 한다고 들었다.

      변호사 시험 시장의 현실 이야기와 자기 주도적 공부 과정도 들려달라.

    로스쿨은 변호사 시험(변시) 통과를 위한 입시 학원으로 전락했다고들 한다. 대부분 사법시험 출신이거나 학계에만 있던 교수들 강의에 대한 만족도가 학원보다는 낮았다. 대다수 학생이 수업 시간에 뒤에 앉아 대형 학원 인터넷 강의(인강)를 듣거나 학원 교재를 보는 게 현실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고집스럽게 교수님 강의와 책을 붙잡고 독학을 밀고 나갔다. 인강에 쓸 돈도 없거니와, 처음부터 하나하나 스스로 해나가는 공부가 나에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령이란 걸 모르니 법의 1부터 100까지가 다 중요해 보여서 공부 분량이 살인적일 수밖에 없다. 삼수 때까지도 이 방법이 맞나?” 수없이 의심하며 두려움을 늘 끼고 공부했다. 독학 합격은 보편적인 레퍼런스가 없으니, 스스로 실험하고 시도하며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해야 했다. 시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도 완전히 자신할 수 없었는데,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다.

     

    Q 그 억눌린 멘탈을 어떻게 붙잡아 끝까지 버텨낼 수 있었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시험 점수가 안 나오면 흔들리다가도 결국 내가 해야 끝나는 싸움이라며 크게 울고 금방 일상으로 돌아왔다. 특히 부모님과 교회 공동체와 토론 모임에서 내 취약함과 어려움을 나눴다. 가족이 무조건적인 안전 기지였다. 그리고 삼수 중에도 매월 3개의 페미니즘 토론 모임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법조계 자체가 본질적으로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이라, 공부하다 보면 ? 이게 말이 돼?’ 싶은 판례가 많더라. 그런 판례로 쌓인 스트레스를 토론 모임에서 거지 같은 법리들이다!”라고 소리 지르고 날카로운 성평등의 칼을 벼렸다. 멀리 보는 자기주도적 공부였다.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아무래도 나의 엄마다. 내가 속한 여성단체 회원이고 내가 참여하는 토론 모임들의 모임장이기도 하다. 앞에서 말한 영화를 모녀가 같이 보고 토론했다. 엄마는 너도 저런 길을 갈 수 있다라며, 영화를 내 현실로 끌어와 주었다.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책 읽고 질문하고 글 쓰는 사람이다., 작가요 활동가로 사는 여성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엄마가 옆에 있다는 것 자체가 내 인생의 가장 큰 자원이다.

     

    Q 수험생들에게, 꿈을 찾아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노하우가 있다면.

       2030 여성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책도 추천해 달라.

    수험생들에겐 내가 왜 이 힘든 길을 가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절대 놓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답 찾기 공부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되겠다는 배짱을 가지길 바란다. 비혼 여성으로서 한국 사회를 보면 숨이 막힐 때가 많다. 여전히 이성애적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고집하는 사회다. 2030 여성들이 쉽게 비혼을 선택하는 것 같지만, 그 깊은 고뇌를 사회가 모르는 거 같다. 소수자가 되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엄청난 용기를 내는 거다. 가부장제 구조는 여성을 주체가 아니라 인구수를 채울 애 낳는 도구로 취급하는 거 같다, 젊은 여성들이 출산과 자아실현 중 하나를 강제 포기해야 하니 여성 우울을 겪는다. 국가는 다양한 생활동반자를 법적 가족으로 확장해야 한다. 비혼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재생산권을 보장해야 한다. 법조인이자 페미니스트로서 내 과제이자 살고 싶은 세상이다.

     

    이 맥락에서 역사 속 금기를 깨고 주체적으로 길을 개척한 여성 서사를 생생하게 복원해 낸 역사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 붉은 궁,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추천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정민지 변호사의 미래 설계와 포부를 이야기해 달라.

    실제 법조 생태계에서 기득권의 목소리를 더 키우는 데 법률 기술이 쓰이는 게 보이더라. 나는 침묵 당하고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이크로 일조하고 싶다. 좋은 동료들과 연대해서 누구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안전한 법률사무소를 차리고 싶다.

    그리고 부모님께 말하는 포부가 있다. 두 분은 젊은 날부터 사람들과 하나님을 사랑하고 약한 데로 가서 힘을 나누며 사느라 평생 가난하다. 내가 돈을 벌면 건물을 지어서, 한쪽에는 엄마가 집필하고 책을 공유하는 사랑방이자 작가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다. 다른 한쪽에는 아빠가 돈 걱정 없이 소신을 펼치는 목회 공간을, 그 위에 내 변호사 사무실을 갖고 싶다. 지역에서 여성단체와 연대하는 변호사로 살 것이다.

     

    나아가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갈 주체적인 실험으로서, 나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다정한 파트너를 만나 내 다음 세대를 키워내는 확장의 경험도 기꺼이 해보고 싶다. 5년 후, 10년 후 내가 이 포부대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세상이 꼭 검증해 주길 바란다.

     
    진흙탕 바닥이 가르쳐준 것들— 안산의 새내기 법조인, 정민지 변호사 인터뷰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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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20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1. 도입 - 쫓겨나지 않는 공간이 공동체를 살린다


     

    1997612,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에서 12마일 떨어진 작은 섬 에이그(Eigg)에서 68명의 주민이 환호성을 질렀다. 수십 년간 외부 지주에게 퇴거 위협을 받으며 살아온 그들이, 마침내 자신들이 사는 섬을 직접 사들이는 데 성공한 날이었다.

    그 이후 에이그 섬에서는 이전에 불가능했던 일들이 일어났다. 새 주택이 지어졌고, 인구가 늘었으며, 세계 최초로 풍력·태양광·수력만으로 24시간 전력을 공급하는 재생에너지 전력망이 주민들의 손으로 구축됐다. 땅의 주인이 바뀌자, 섬의 미래가 바뀐 것이다.

    공익활동 단체가 가장 자주 부딪히는 현실적 문제 중 하나도 공간이다. 모임을 열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주민들이 찾아올 수 있는 거점이 없으면 아무리 뜻이 좋아도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다. 임차료가 올라 쫓겨나고, 재개발로 터전을 잃고, 지원 사업이 끝나면 공간도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 공익활동의 지속 가능성은 단순히 재정이나 사람의 문제만이 아니다. 어디서 뿌리를 내리느냐는 물리적 기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스코틀랜드의 공동체 토지 매입 운동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수백 년간 소수 지주에게 집중돼온 토지를 주민들이 직접 사들여 공동체 자산으로 전환하는 이 운동은, 공간의 소유가 공동체의 자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20년 넘게 실증해왔다.

    스코틀랜드의 경험은 한국의 도시재생·마을공동체 사업과 놀랍도록 닮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지만, 해법의 방향은 크게 다르다. 한국이 정부 주도의 시설 공급 방식으로 공동체 공간 문제에 접근하는 반면, 스코틀랜드는 공동체가 직접 땅과 건물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이 차이가 무엇을 만들어내는지가 이 글의 핵심이다.

     

    2. 스코틀랜드의 토지 문제 - 유럽에서 가장 집중된 토지 소유

    스코틀랜드의 토지 문제를 이해하려면 그 역사적 맥락부터 살펴야 한다. 스코틀랜드는 유럽에서 토지 소유가 가장 극단적으로 집중된 나라 중 하나다.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하이랜드 클리어런스(Highland Clearances)'는 지주들이 양 방목을 위해 소작농들을 대규모로 강제 축출한 사건으로, 수만 명의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났다. 이 역사적 트라우마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게 토지 개혁이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닌 역사적 정의의 문제임을 각인시켰다.

    2024년 기준으로도 스코틀랜드 농촌 지역의 83%는 여전히 사유지가 차지한다. 토지 개혁 전문가 앤디 와이트먼(Andy Wightman)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스코틀랜드 사유 농촌 토지의 50%를 단 433명의 지주가 소유하고 있다. 이 토지 불평등 구조가 스코틀랜드 토지 개혁 운동의 배경이 된다.

    정치적 전환점은 1997년 스코틀랜드 의회 분권화였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2000년 봉건적 토지 보유제를 폐지하는 법률을 통과시켰고, 2001년에는 국가복권 기금으로 1,000만 파운드 규모의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Scottish Land Fund)'을 출범시켜 농촌 공동체가 토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3, 결정적인 법률인 '토지개혁법(Land Reform (Scotland) Act 2003)'이 제정되었다.

    이 법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공동체 우선 매입권(Community Right to Buy)'으로, 10,000명 이하 규모의 공동체가 자신들의 지역 토지에 관심을 등록하면 해당 토지가 매물로 나왔을 때 우선 매입할 권리를 갖는다.

    둘째, '크로프팅 공동체 매입권(Crofting Community Right to Buy)'으로, 크로프팅(소규모 자작농) 공동체는 토지가 매물로 나오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구매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후 2015'공동체 권한 강화법(Community Empowerment (Scotland) Act 2015)'으로 도시 공동체도 공공기관 소유 토지와 건물을 매입 또는 임차할 수 있는 권리가 추가되었고, 2016년 토지개혁법은 스코틀랜드 장관이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고 판단하면 지주에게 강제 매각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

     

    3. 에이그 섬 - 공동체 매입의 첫 씨앗

    공익활동 단체가 가장 자주 부딪히는 현실적 문제 중 하나는 공간이다. 모임을 열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주민들이 찾아올 수 있는 거점이 없으면 아무리 뜻이 좋아도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다. 임차료가 올라 쫓겨나고, 재개발로 터전을 잃고, 지원 사업이 끝나면 공간도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 공익활동의 지속 가능성은 단순히 재정이나 사람의 문제만이 아니다. 어디서 뿌리를 내리느냐는 물리적 기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가장 정면으로 다룬 사례가 스코틀랜드의 공동체 토지 매입 운동이다. 수백 년간 소수 지주들에게 집중되어 온 토지 소유를 주민들이 직접 사들여 공동체 자산으로 전환하는 이 운동은, 공간의 소유가 공동체의 자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20년 넘게 실증해왔다.

    스코틀랜드의 경험은 한국의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사업과 놀랍도록 닮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지만, 해법의 방향은 크게 다르다. 한국이 정부 주도의 시설 공급 방식으로 공동체 공간 문제를 접근하는 반면, 스코틀랜드는 공동체가 직접 땅과 건물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이 차이가 무엇을 만들어내는지가 이 글의 핵심이다.

     

    3. 에이그 섬의 기적 - 공동체 매입의 첫 씨앗

    법과 제도가 갖춰지기 전, 에이그 섬은 이미 주민들의 힘으로 그 길을 열었다.

    에이그 섬은 1970년대부터 여러 사유 지주들 아래에서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주민들은 퇴거 위협에 시달렸고, 건물과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섬의 미래에 대한 결정권이 전혀 없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주민들, 하이랜드 카운슬, 스코틀랜드 야생생물 트러스트가 연대해 '에이그 섬 헤리티지 트러스트(Isle of Eigg Heritage Trust)'를 결성했다.

    19974, 당시 독일인 예술가였던 섬 소유자가 매각에 동의하면서 매입 캠페인이 본격화됐다. 150만 파운드(25억 원)의 매입 자금이 필요했다. 전국 각지의 시민들이 기부에 참여했고, 누군지 밝히지 않은 한 익명의 여성 기부자가 75만 파운드를 단독 기부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이랜드 앤드 아일랜드 엔터프라이즈(HIE)17천 파운드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1997612, 에이그 섬은 마침내 주민들의 손으로 넘어왔다.

    그 이후의 변화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당시 68명이었던 섬 인구는 202225주년 기념일 기준으로 110명으로 늘었고, 방문객 수도 두 배로 증가했으며, 새 주택이 건설됐다. 가장 인상적인 성취는 에너지 독립이다. 섬은 디젤 발전기 의존에서 벗어나 풍력, 태양광, 수력을 결합한 지역 전력망인 '에이그 일렉트릭(Eigg Electric)'을 구축해 세계 최초로 이 세 가지 재생에너지만으로 24시간 전력을 공급하는 지역이 됐다. 이 전력망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도 주민들이다.

    에이그 섬의 성공은 이후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수백 건의 공동체 매입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됐다. 2002년에는 기가(Gigha) 섬이 4백만 파운드에 공동체 매입을 완료했고, 그 이후 섬 인구가 92명에서 170명으로 늘었으며, 공동체가 운영하는 세 기의 풍력 발전기가 호텔, 상점, 레스토랑, 숙박 시설 등 지역 사업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4. 법과 기금이 만든 생태계 - 제도화된 공동체 매입

    에이그 섬이 선구자적 사례라면, 그 이후에 만들어진 제도적 기반이 운동 전체를 확산시켰다.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Scottish Land Fund)은 현재 스코틀랜드 정부가 재원을 대고 내셔널 로터리 커뮤니티 기금(National Lottery Community Fund)과 하이랜드 앤드 아일랜드 엔터프라이즈(HIE)가 파트너십으로 운영한다. 5,000파운드에서 최대 100만 파운드까지의 보조금을 지역 공동체가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는 데 지원한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은 300개 이상의 공동체 조직에 5,000만 파운드(850억 원) 이상을 지원했다. 지원 대상은 농촌에 그치지 않는다. 에든버러의 코르스토핀 커뮤니티 센터(Corstorphine Community Centre)2023년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으로 96만 파운드를 지원받아 에든버러 시의회로부터 건물을 매입했고, 글래스고파트릭의 아넥스 커뮤니티는 248천 파운드 지원으로 37년간 임차해온 건물의 소유권을 확보해 지역 건강·복지 허브를 영구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수치는 운동의 규모를 보여준다. 스코틀랜드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코틀랜드에서 공동체 소유 자산은 853개이며, 503개 공동체 그룹이 이를 소유하고 있다. 이 자산들이 포괄하는 토지 면적은 213,803헥타르로, 스코틀랜드 전체 면적의 2.7%에 해당한다. 2000년에 비해 161,832헥타르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난 10년간 스코틀랜드 나머지 지역의 공동체 소유 토지 면적은 두 배 이상 늘었다.

    202412월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 지원 사례들을 보면, 던운의 오크뱅크 커뮤니티 인은 147천 파운드를 지원받아 지역 선술집과 레스토랑을 공동체 공간으로 재개방할 예정이고, 오크니의 스트롬니스 커뮤니티 발전 트러스트는 138천 파운드를 받아 공동체 센터 소유권을 확보했다. 로컬샤의 발마카라 커뮤니티 트러스트는 162천 파운드로 산림청 소유였던 야영지를 매입해 지역 커뮤니티 자연 공간으로 보존한다.

     

    5. 소유가 만드는 차이 - 왜 토지 매입이 공동체를 바꾸는가

    단순히 공간을 쓰는 것과 공간을 소유하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에이그 섬과 기가 섬, 수백 곳의 스코틀랜드 공동체 매입 사례가 보여주는 차이는 명확하다.

    첫째, 임차와 달리 소유는 장기적 계획을 가능하게 한다. 임대 공간에서는 계약 갱신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10, 20년을 내다보는 투자와 프로그램 기획이 어렵다. 에이그 섬 헤리티지 트러스트가 섬 전체를 소유하면서 비로소 장기적인 주택 건설,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인구 유입 계획이 가능해졌다.

    둘째, 소유는 지역 자원의 수익을 공동체 내부에 머물게 한다. 기가 섬의 풍력 발전기 수익은 지역 사업체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외부 지주에게 임대료를 납부하는 구조에서는 지역에서 창출된 수익이 외부로 유출되지만, 공동체 소유 구조에서는 그 수익이 지역 내 재투자로 순환된다.

    셋째, 소유는 주민의 의사결정 권한을 만든다. 에이그 섬은 매입 직후 워크숍과 주민 공청회를 열어 새 주택을 어디에 지을지, 기반 시설을 어떻게 개발할지를 주민들이 직접 결정했다. 공간의 소유자가 됐을 때 비로소 주민들은 자신들의 마을에 대한 진정한 결정 권한을 갖게 됐다.

    넷째, 소유는 외부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높인다. 사유 지주가 섬을 팔거나, 지가가 급등하거나, 재개발이 추진될 때 임차인에 불과한 공동체는 속수무책이다. 반면 공동체가 소유권을 갖고 있으면 외부의 투기적 압력으로부터 지역을 보호할 수 있다.

    커뮤니티 랜드 스코틀랜드의 린세이 찰머스(Linsay Chalmers) 이사는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이 "농촌 인구 감소와 도시 쇠퇴라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른 접근 방식들이 실패한 경우에도 종종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6. 한국의 현황과 비교 - 공간은 있지만 소유는 없다

    한국의 도시재생과 마을공동체 사업은 2013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제정 이후 본격화됐다. 전국 각지에 '도시재생 거점시설', '마을공동체 공간' 이라는 이름의 시설들이 만들어졌다. 커뮤니티 공간, 주민 카페, 공동 작업장 등 형태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 공간들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공간은 정부 보조금으로 조성되지만 공동체가 소유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 소유 건물을 공동체에 위탁하거나, 임차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시재생 사업 기간이 끝나면 지원이 중단되고, 공간 운영을 담당할 주민 주체를 찾지 못하면 시설이 방치되는 사례도 생긴다.

    뉴스타파의 도시재생 10주년 기획 보도에 따르면 사업 기간이 끝난 후 방치되는 거점시설 문제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위탁할 주민 그룹을 찾지 못해 지자체가 직접 시설을 운영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연구한 학자들은 공동체가 시설의 '이용자'에 머물고 '소유자'가 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지속 가능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스코틀랜드와 한국의 차이는 여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스코틀랜드는 공동체가 직접 자산을 소유하는 것을 목표로 법률과 기금을 설계했다. 공동체가 땅이나 건물의 실제 소유자가 될 때, 비로소 장기적 관리와 지속 가능한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국의 경우 공간 제공에는 적극적이지만, 그 공간의 소유권을 공동체에 이전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물론 맥락의 차이도 있다. 스코틀랜드는 농촌 과소화와 대지주 문제가 결합된 특수한 역사적 조건 위에서 운동이 전개됐다. 한국의 도시 밀집 환경에서 토지 소유의 문제는 훨씬 복잡하다. 지가가 높고 개발 압력이 강한 도시에서 공동체가 토지를 직접 매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러나 도시재생 연구자들이 제안하는 '시민자산화' 개념, 즉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등이 도시재생 사업지 내 자산을 실제로 매입하거나 장기 임차하는 방식은 스코틀랜드 모델과 같은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소유 여부가 지속 가능성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한국에서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7.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남기는 질문

    스코틀랜드 사례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와 연결되는 시사점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공간의 안정성이 활동의 지속성을 결정한다.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활동하는 공익단체들이 가장 많이 직면하는 문제 중 하나가 공간 문제다. 임차료 부담, 재개발, 지원 사업 종료 후 공간 상실이 반복된다. 스코틀랜드는 공동체가 소유하는 자산, 즉 쫓겨나지 않는 공간이 공동체 지속성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경기도 내 유휴 공공시설의 장기 임차나 자산 이전, 또는 공동체 기금을 통한 소규모 자산 매입 등을 공익활동 지원 정책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공동체 소유는 외부 충격에 대한 면역력이다. 지가 상승, 재개발, 정책 변화로 공간을 잃는 것은 단순히 장소를 잃는 게 아니라 그 공간에 축적된 관계망과 활동 역사를 잃는 것이다. 공동체가 자산 소유권을 가질 때 그 역사가 보존된다.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공익활동 현장을 기록하는 것처럼, 그 현장 자체가 지속될 수 있는 물리적 기반도 공익 생태계의 일부다.

    셋째, 제도적 지원이 운동의 확산을 결정한다. 에이그 섬의 선구적 매입이 운동 전체를 촉발했다면,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과 토지개혁법이 그 운동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었다. 시민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동체가 공간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 권리와 재정적 지원이 결합될 때 운동은 체계적으로 성장한다. 한국에서도 공동체 자산 확보를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마무리 - 땅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

    1997년 에이그 섬의 68명 주민이 1.5백만 파운드를 모아 자신들이 사는 섬을 샀다는 것은 단순한 부동산 거래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되찾는 행위였다. 세계 어디에서도 한 번도 이루어진 적 없는 100% 재생에너지 전력망을 주민 스스로 구축한 것도, 그 소유권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간이 없으면 공동체의 이야기도, 활동도 사라진다. 경기도에서 공익활동을 이어가는 단체들이 기록하는 이야기들이 오래 남으려면, 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공간도 지속되어야 한다. 스코틀랜드는 그 지속성을 소유에서 찾았다. 공동체가 땅을 갖는다는 것은, 그 공동체의 미래가 자기 손 안에 있다는 것이다.

     

      
     

    참고 자료

    영국 법률 Land Reform (Scotland) Act 2003 : https://www.legislation.gov.uk/asp/2003/2/contents

    Isle of Eigg Heritage Trust 공식 홈페이지 Community Buyout : http://isleofeigg.org/ieht/community-buyout/

    Isle of Eigg 공식 홈페이지 : https://isleofeigg.org/

    Scottish Housing News 에이그 섬 공동체 매입 25주년 : https://www.scottishhousingnews.com/articles/25-years-of-community-ownership-marked-on-isle-of-eigg

    Press & Journal 에이그 섬 25주년 : https://www.pressandjournal.co.uk/fp/news/highlands-islands/4401513/eigg-marking-25-years-of-community-buyout-and-inspiring-others/

    The Conversation 에이그 섬 공동체 매입에서 배울 것 : https://theconversation.com/what-other-communities-can-learn-from-this-islander-buy-out-in-scotlands-hebrides-75896

    스코틀랜드 정부 공식 통계 Community Ownership in Scotland 2024 : https://www.gov.scot/publications/community-ownership-in-scotland-2024/

    스코틀랜드 정부 커뮤니티 소유 면적 변화 : https://www.gov.scot/publications/community-ownership-in-scotland-2024/pages/area-in-community-ownership-changes-over-time/

    스코틀랜드 정부 Scottish Land Fund : https://www.gov.scot/policies/land-reform/scottish-land-fund/

    National Lottery Community Fund Scottish Land Fund : https://www.tnlcommunityfund.org.uk/funding/programmes/scottish-land-fund

    Scottish Housing News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 갱신 : https://www.scottishhousingnews.com/articles/renewed-land-fund-vital-for-continued-community-ownership-success

    HIE 202412SLF 지원 : https://www.hie.co.uk/news-and-blogs/news/2024/december/06/community-groups-receive-slf-funding/

    TFN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 지원 보도 : https://tfn.scot/news/community-groups-get-2million-from-scottish-land-fund

    Land Matters Who Owns Scotland 2024 : https://andywightman.scot/2024/03/who-owns-scotland-2024-a-preliminary-analysis/

    Law Society of Scotland 토지개혁 25: https://www.lawscot.org.uk/members/journal/issues/vol-66-issue-01/land-reform-25-years-in-perspective/

    뉴스타파 도시재생 10, 방치된 거점시설 : https://www.newstapa.org/article/hgFPz

    커뮤니티 랜드 스코틀랜드 Isle of Eigg Heritage Trust : https://www.communitylandscotland.org.uk/members/isle-of-eigg-heritage-trust/

     

     
    공간없이 공익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 -스코틀랜드 토지개혁 운동이 한국 공익활동에 주는 시사점
    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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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11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1. 버려지는 음식과 굶는 사람이 같은 도시에 산다

    2002년 겨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사는 샤크와 클라라 시스 부부는 슈퍼마켓 뒷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팔리지 않아 버려지는 식품들을 모아, 끼니를 잇지 못하는 이웃 30가구에 나눠주기 위해서였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었다. 버려지는 것이 아깝고, 굶는 이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작은 시작은 전국 179개 거점과 500개 이상의 배급 포인트를 갖춘 시민 주도 공익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매주 155,000명 이상이 이 네트워크를 통해 식품을 받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운영하는 것은 약 11,000명의 무보수 자원봉사자들이다.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은 규모 때문이 아니다. 세계 10대 농업 수출국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농업 기술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동시에 수십만 명이 식품 지원 없이는 한 주를 버티지 못하는 현실이 공존한다는 역설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역설에 맞선 방식이 정부 정책이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 연대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나라이면서, 결식 아동·독거 노인·저소득층의 먹거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음식은 단순한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함께 먹는다는 것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음식을 나누는 방식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단순한 구호 활동이 지역 공동체를 잇는 공익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2. 로테르담의 한 부부에서 시작된 이야기

    세계 최초의 푸드뱅크는 1967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탄생했다. 존 반 헹겔이라는 자원봉사자가 지역 교회 급식소에서 일하다가 슈퍼마켓에서 버려지는 멀쩡한 식품들을 모아 가난한 가정에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였다. 그의 아이디어는 미국 전역으로 퍼졌고, 이후 유럽으로 건너가 1984년 프랑스에서 최초의 유럽 푸드뱅크가 열렸다. 벨기에가 1986년 뒤를 이었다.

    네덜란드는 상대적으로 늦었다. 2002, 샤크와 클라라 시스 부부가 네덜란드 최초의 푸드뱅크를 설립했다. 두 사람은 사업 실패로 직접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후, 과잉 생산된 식품과 빈곤층의 식품 부족이라는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싶었다. 이들이 세운 비영리단체 '마이너스플러스(MinusPlus)'는 처음에 30가구에 식품을 전달하는 작은 프로젝트였다.

    초기에는 기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러다 200211, 지역 신문에 기사 하나가 실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다음 날부터 전화가 폭주했다. 차량, 창고, 로고 디자인 지원이 쏟아졌고, 도움을 원하는 가정과 식품을 기부하겠다는 기업이 동시에 몰려왔다. 20032월에는 TV 뉴스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로테르담의 작은 실험은 빠르게 확산됐다.

    20059월 전국에 22개였던 푸드뱅크는 불과 석 달 만인 12월에 40개를 넘어섰다. 2008년 경제 위기를 계기로 전국 단위 재단 '스티흐팅 푸드뱅크 네덜란드(Stichting Voedselbanken Nederland)'가 결성됐고, 2013년에는 '네덜란드 푸드뱅크 연합(Vereniging van Nederlandse Voedselbanken, VNV)'으로 재편되어 공식 전국 조직으로 자리잡았다.

     

    3. 구조와 운영방식 - 시민이 만들고 시민이 운영한다.

    오늘날 네덜란드 푸드뱅크 네트워크의 가장 큰 특징은 CEO부터 식품 포장 담당자, 배송 기사까지 모든 역할이 무보수 자원봉사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약 11,000명의 자원봉사자가 이 거대한 조직을 움직인다.

    운영 방식은 단순하고 효율적이다.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 사이, 자원봉사자들이 슈퍼마켓·식품 제조사·유통 업체를 돌며 판매하지 못하는 잉여 식품을 수거한다. 유통 기한이 임박했거나 포장이 손상됐지만 식품으로서는 문제가 없는 것들이다. 목요일에는 수거한 식품을 가정별 꾸러미로 포장하고, 금요일에는 이용자들이 직접 방문해 꾸러미를 가져가거나 거동이 어려운 경우 배달을 받는다. 로테르담 지부의 경우 주당 약 80,000kg의 식품을 처리하며 6,700가구를 지원한다.

    식품 공급의 안정성은 오랜 협력 관계 덕분에 가능해졌다. 푸드뱅크 연합은 알버트 하인(Albert Heijn), 점보(Jumbo), 리들(Lidl), 알디(Aldi) 등 주요 슈퍼마켓 체인과 장기 계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잉여 식품을 공급받는다. 네덜란드 정부도 2018'음식 낭비 제로(United Against Food Waste)' 캠페인을 통해, 기업이 잉여 식품을 기부할 경우 법인세를 전액 공제해주는 제도적 지원을 도입했다.

    지원 대상은 명확한 기준을 갖는다.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이고, 임대료·의료비·채무 상환 등 의무 지출을 제외한 가처분 소득이 거의 없는 가구다. 지원은 원칙적으로 일시적이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자립을 돕는다는 철학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지역 푸드뱅크는 채무 상담·취업 연계·지역 복지 서비스 등 다른 공익 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해 이용자의 자립을 지원한다.

    세계 10대 농업 수출국 중 하나인 네덜란드. 좁은 국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농업 기술로 막대한 식품을 생산하는 이 나라에서, 동시에 수십만 명이 식품 지원 없이는 한 주를 버티지 못하는 현실이 공존한다. 풍요와 결핍이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이 역설은 비단 네덜란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4. 공동체 - 음식너머에서 만나는 사람들

    네덜란드 푸드뱅크 운동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식품 지원 그 너머의 기능이다. 연구자들은 푸드뱅크가 단순한 식품 재분배 기관을 넘어, 빈곤과 고립 속에 있는 사람들이 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고 강조한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만나고, 자원봉사자와 이용자가 관계를 형성하며, 지역 사회의 유대가 생겨난다.

     

    5. 음식 너머의 공동체 - 나눔이 만드는 사회적 연결

    네덜란드 푸드뱅크 운동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식품 지원 자체를 넘어선 공동체적 기능이다. 연구자들은 푸드뱅크가 단순한 식품 재분배 기관을 넘어, 빈곤과 고립 속에 있는 사람들이 사회와 연결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만나고, 자원봉사자와 이용자가 관계를 형성하며, 지역 사회의 유대가 만들어진다.

    암스테르담의 푸드뱅크 지부는 주당 1,300가구에 약 5유로(7,000)의 비용으로 식품 꾸러미를 전달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대규모 지원이 가능한 이유는 자원봉사 기반 운영 구조와 기업의 잉여 식품 기부 시스템 덕분이다.

    이 흐름은 푸드뱅크 밖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식품 나눔 운동은 푸드뱅크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붜르트뷔크(BuurtBuik, 동네 배)' 같은 이니셔티브는 슈퍼마켓과 레스토랑의 잉여 식품으로 지역 주민이 함께 무료 식사를 만들어 나누는 방식으로, 음식 나눔이 동시에 고립과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장이 된다.

    '테이스트 비포 유 웨이스트(Taste Before You Waste)'2012년 설립된 단체로 음식 낭비 방지와 공동체 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암스테르담, 위트레흐트 등에서 매주 '낭비 없는 저녁 식사(Wasteless Dinner)'를 열어 버려질 뻔한 식품으로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며 음식 낭비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 헤이그에서 활동하는 '버르스 앤 브레이(Vers & Vrij)'는 지역 레스토랑의 남은 음식을 도시 곳곳의 공용 냉장고 26개에 채워두는 방식으로 누구나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게 한다. 신뢰와 연대를 원칙으로 운영되며, 각 냉장고는 월 약 250명에게 식품을 제공한다.

    이 모든 이니셔티브들이 공통으로 지향하는 것이 있다. 식품 낭비를 줄이는 환경적 목표와 빈곤층을 지원하는 사회적 목표, 그리고 이웃 간의 연결을 만드는 공동체적 목표가 하나로 묶인다는 점이다. 음식은 그 모든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는 매개가 된다.

     

    6. 수치로 보는 현황 - 성장의 이면에 있는 과제

    2026년 초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네덜란드 푸드뱅크 이용자 수는 전년도 144,750명에서 7.5% 증가한 155,600명으로 늘었다. 연합 측은 보충 연금이 없는 고령자, 자영업자, 저임금 근로자 등 새로운 계층이 점점 더 식품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요금 급등이 겹치면서 20224분기 이용자가 전 분기 대비 30% 급증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네덜란드 푸드뱅크 네트워크는 총 4,000만 킬로그램의 식품을 190,000명에게 배분했다. 이는 동시에 엄청난 양의 음식물 낭비를 막은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푸드뱅크의 성장 자체가 역설적인 측면도 있다. 연합 측은 이 지원이 어디까지나 임시적이어야 하며, 복지 국가가 충분한 안전망을 갖추고 있다면 장기 이용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용자의 9%가 최대 허용 기간인 3년 내내 푸드뱅크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풍요로운 사회에서도 구조적 빈곤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푸드뱅크 연합은 단순한 식품 배분에 그치지 않고, 네덜란드 정부에 빈곤 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정책 제언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친다. 2026년 초에는 의회 원내교섭단체 대표들에게 서한을 보내 노동 참여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취약 계층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시민 주도 공익단체가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7. 한국 푸드뱅크와의 비교 -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한국에도 푸드뱅크가 있다. 1998IMF 경제 위기 직후 노숙인과 결식 아동 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한국 푸드뱅크는, 현재 전국 푸드뱅크 1개소, 광역 17개소, 기초 푸드뱅크 297개소, 기초 푸드마켓 131개소 등 총 450여 개소가 운영 중이다. 2022년 기준 월평균 약 41만 명이 이용하고, 한 해 약 1,517억 원 상당의 식품이 지원됐다.

    구조적으로 보면 한국 푸드뱅크는 보건복지부의 지도·감독 아래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위탁 운영하는 반관반민 체계다. 광역 자치단체와 기초 자치단체의 행정 체계 안에서 작동하며, 정부 예산이 운영의 핵심 재원이 된다.

    네덜란드 푸드뱅크와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난다. 네덜란드 모델은 완전한 시민 주도 자원봉사 체계로 운영되며, 운영 비용의 상당 부분을 기업 후원과 자원봉사로 충당한다.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제도적 지원을 하지만, 운영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시민 자원봉사 조직이다. 반면 한국 모델은 정부 보조금과 행정 체계에 의존하는 구조가 강하다. 이로 인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민 자발성과 지역 밀착성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측면도 있다.

    또 다른 차이는 네트워크의 성격이다. 네덜란드의 각 지역 푸드뱅크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도 연합 조직으로 연결되어 있다. 지역별 필요와 특성에 맞게 운영 방식을 조정할 자율성이 있으며, 지역 기업, 교회, 지역 단체와의 협력 관계를 각자 구축한다. 한국의 경우 전국 단위 물류 체계와 행정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만, 지역 단위의 자발적 공동체 형성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차이는 함께 먹는다는 경험의 유무다. 네덜란드의 붜르트뷔크나 테이스트 비포 유 웨이스트처럼 음식을 함께 준비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이웃과 연결되는 경험은 한국의 지원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한국의 경우 공동체 식사 문화가 사라지는 추세와 함께, 먹거리 지원이 '물건을 전달하는 행위'에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운영방식의 차이가 아니다.

     

    8.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네덜란드 푸드뱅크 운동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수 있는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음식은 공익활동의 강력한 접점이다. 먹거리는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누구나 공감하며, 가장 일상적인 방식으로 공익에 참여하게 만든다.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농산물 잉여 문제와 저소득층 먹거리 지원 문제는 동시에 존재한다. 지역 농산물 잉여를 취약 계층에 연결하는 방식, 지역 기업과 식품업체의 잉여 물품을 지역 내에서 순환시키는 구조 설계는 충분히 가능한 과제다.

    둘째, 자원봉사가 공익 생태계의 뼈대가 된다. 네덜란드 푸드뱅크가 전국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11,000명의 자원봉사자가 이 모든 것을 운영한다. 공익활동의 지속 가능성은 재정만큼이나 사람의 참여에 달려 있다. 자원봉사자 참여를 공익활동의 중심에 놓고, 그 경험이 의미 있게 기록되고 공유될 때 생태계는 자생력을 갖는다.

    셋째, 나눔은 고립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급격한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인해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붜르트뷔크처럼, 음식을 함께 준비하고 나누는 활동이 이웃 간 연결을 만들고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는 방식은 경기도의 다양한 시·군에서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다. 먹거리 복지가 단순한 지원을 넘어 공동체 형성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마무리 - 음식 한 꾸러미가 만드는 세계

    2002년 로테르담의 샤크와 클라라 시스 부부는 한 달에 30가구에 식품을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시작한 운동은 매주 155,000명 이상을 먹이고, 수천만 킬로그램의 음식이 쓰레기가 되는 것을 막으며, 수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지역 공동체를 잇는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이 성장은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이웃의 어려움을 보고, 버려지는 음식이 아깝다는 생각으로, 가능한 것부터 시작한 것이었다. 경기도 곳곳에서 공익활동을 이어가는 단체들과 활동가들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변화는 종종 가장 일상적인 것, 가장 구체적인 것에서 시작된다. 음식 한 꾸러미, 이웃의 밥 한 끼, 함께하는 식사 한 번이 공동체를 잇는 씨앗이 될 수 있다.

     

    참고 자료

    Voedselbank Rotterdam 공식 홈페이지 역사 : https://voedselbank.nl/20jaar/verhaal/lesje-geschiedenis

    Canon Sociaal Werk Nederland 2002년 푸드뱅크 로테르담 : https://mobile.canonsociaalwerk.eu/nl/details.php?cps=47

    IsGeschiedenis 푸드뱅크의 역사 : https://isgeschiedenis.nl/nieuws/de-geschiedenis-van-de-voedselbank

    IamExpat 네덜란드 푸드뱅크 : https://www.iamexpat.nl/expat-info/dutch-news/food-banks-netherlands

    Leiden International Centre 네덜란드의 푸드뱅크 : https://www.leideninternationalcentre.nl/get-advice/blogs/food-banks-in-the-netherlands

    Food Bank Limburg South 일반 정보 : https://www.voedselbanklimburg-zuid.nl/en/algemene-info/

    NL Times 2026년 푸드뱅크 이용자 증가 : https://nltimes.nl/2026/03/09/food-bank-use-netherlands-jumps-75-155600-amid-rising-cost-living

    NL Times 2023년 이용자 안정화 : https://nltimes.nl/2023/03/06/number-people-requiring-food-bank-help-stabilized

    PMC Food insecurity and the covid pandemic: uneven impacts for food bank systems in Europe :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9628314/

    BuurtBuik Amsterdamian 소개 : https://amsterdamian.com/see/photos/food-waste-initiatives-netherlands/

    Taste Before You Waste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tastebeforeyouwaste.org/

    전국푸드뱅크 공식 홈페이지 - 기관 소개 : https://www.foodbank1377.org/introduce/foodbank.do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복지넷 - 푸드뱅크 사업 소개 : https://www.bokji.net/ssn/bin/08.bokji

     

    음식으로 잇는 지역 공동체-네덜란드 푸드뱅크(Voedselbank) 운동이 한국 공익활동에 주는 시사점
    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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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11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공익활동의 지속 가능성 문제 : 재원을 어디서 만드는가

    공익활동을 지속하는 데 있어 가장 현실적인 장벽 중 하나는 재원이다.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단체가 아무리 좋은 뜻을 갖고 있어도, 사람을 고용하고 공간을 유지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많은 공익활동단체들이 정부 보조금과 위탁사업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예산이 삭감되거나 사업이 중단되면 단체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된다.

    한국의 공익 생태계에서 이 문제는 오래된 숙제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기부금 총액은 16.8조 원으로 증가했지만, 개인 기부금 증가폭은 크게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기부참여율과 평균기부금액 역시 2021년 61.2%, 32만 4,000원에서 2023년 59.8%, 26만 2,000원으로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기부의 구조다. 한국의 기부는 전국 단위 대형 모금 단체나 특정 구호·복지 기관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의 공익활동을 위해, 내 이웃들의 필요를 위해 지역 차원에서 자원을 모으고 운용하는 구조는 아직 취약하다. 


    110년 전, 이러한 문제를 이미 생각하고 해결책을 만들어낸 사람이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변호사이자 은행가였던 프레더릭 해리스 고프Frederick Harris Goff다. 그가 1914년 세운 클리블랜드 파운데이션은 오늘날 '커뮤니티 파운데이션Community Foundation'이라는 글로벌 운동의 출발점이 됐다.
     

    ‘죽은 손의 자선’과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의 등장  

    고프는 자선적 기부금이 시대에 뒤떨어진 취소 불가능한 유언장에 묶여버리는 이른바 '죽은 손dead hand' 문제를 없애고자 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기부를 하면 그 돈을 설립자 의도에 따라 특정 목적에만 쓰도록 묶이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흘러 사회가 변해도 기부금은 낡은 목적에 고정된 채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고프는 이것을 '죽은 손의 자선'이라 부르며, 지역 사회가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금 구조를 고안했다.

    클리블랜드 파운데이션의 기부는 특정 사업이 아닌 파운데이션에 투자함으로써 시간이 흘러도 세대를 넘어 지역사회 변화와 필요에 부응하게 하는 것이 핵심 원칙이다.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모델은 이후 미국 전역에 빠르게 퍼져나갔으며, 클리블랜드 파운데이션 설립 5년 만에 시카고, 보스턴, 밀워키, 미니애폴리스, 버팔로 등에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이 생겨났다. 

    오늘날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의 정의는 명확하다. 특정 지역의 사회적 개선을 주된 목적으로 기부금을 통합 투자하고 지원금을 지급하는 시민사회의 도구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은 현재 전 세계 약 1,700개가 존재하며, 그중 700개 이상이 미국에 있다. 미국 재단 협의회
    Council on Foundations가 집계한 2023년 데이터에 따르면, 참여 커뮤니티 파운데이션들은 1,52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160억 달러 이상의 기부를 받고, 190억 달러에 가까운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알려진다. 


    이러한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이 다른 재단과 구별되는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특정 개인이나 가족이 아닌 지역사회 전체를 위해 설립된다. 둘째, 다양한 기부자들의 기금을 통합 운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 셋째, 기금의 사용 방향은 지역사회 리더십이 결정한다. 정부 보조금도 아니고, 대기업의 단발성 사회공헌도 아니다. 지역이 스스로 자산을 키우고 지역을 위해 사용하는 구조인 것이다.


    기부를 설계하는 방식 : 기부자 조언 기금(DAF)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운영에서 빠질 수 없는 개념이 바로 '기부자 조언 기금DAF, Donor-Advised Fund'이다. DAF는 기부자가 재단에 기금을 납입하면 즉시 세금 혜택을 받고, 이후 원하는 시점에 지원할 단체와 금액을 추천하는 방식을 말한다. 재단이 자금을 운용하고, 기부자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반영하며 기부를 이어갈 수 있다. 이 구조는 단순히 편리한 것을 넘어, 기부를 '일회성 행위'에서 '지속적 관계'로 전환 시킨다. 기부자는 재단과 파트너가 되어 지역사회 현안을 이해하고, 자신의 기부가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추적한다. 기부가 재산 이전이 아니라 시민적 실천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미국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의 기부자 조언 기금 자산은 2022년 기준 전체 자산의 약 36%를 차지하는데, 이는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이 운용하는 자산의 상당 부분이 기부자들의 적극적 참여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테크 기부문화의 허브 : 실리콘밸리 커뮤니티 파운데이션(SVCF)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의 현대적 성공 사례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또 다른 사례는 실리콘밸리 커뮤니티 파운데이션SVCF, Silicon Valley Community Foundation이다. SVCF는 캘리포니아 산마테오와 산타클라라 카운티를 핵심 지역으로 삼아 운영되며, 구글, 애플, 메타 같은 세계적 테크 기업들과 그 기업에서 부를 일군 개인들이 밀집한 실리콘밸리의 자원을 지역 공익에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실리콘밸리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은 2023년 기준 8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며 정치적인 좌우를 가리지 않는 기금 지원 조직이다. 규모도 인상적이다. 2023년 SVCF는 5,500개 이상의 비영리단체와 지역사회 조직에 총 45억 8,000만 달러(약 6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이 중 31억 달러는 베이 에어리어 10개 카운티의 단체들을 직접 지원했다. 이는 캘리포니아주 어떤 단체보다 많은 금액이다. SVCF는 미국에서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기부 재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게이츠 재단과 달리 SVCF는 특정 지역에 집중하는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SVCF의 핵심 지원 분야는 금융 안정성, 영유아 발달, 주거 문제다. 실리콘밸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이지만, 동시에 극심한 주거 불안정과 소득 격차 문제를 안고 있다. SVCF는 이 모순에 정면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다. 2024년 SVCF는 지역사회 행동 보조금 프로그램을 통해 산마테오와 산타클라라 카운티에서 역사적으로 차별받고 자원 접근이 제한되어 있던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는 115개 비영리단체를 지원했다. 예술·문화, 환경 보호, 지역 언론, 보건 서비스, 사회 운동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었다.

    DAF를 통한 기부 방식도 특징적이다. SVCF가 보유한 DAF 가운데 상당수는 잔액이 25,000달러 이하로, 거액 자산가가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는 비교적 개방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SVCF는 기부자들이 2년 이상 지급 추천을 하지 않을 경우 해당 자금을 지역 공익 기금으로 전환하는 정책도 운영하며, 기금이 실제로 지역에 흘러가도록 적극 관리한다.


    데이터 기반의 백 년 지원 : 뉴욕 커뮤니티 트러스트(NYCT) 

    또 다른 사례로는 1924년 설립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중 하나인 뉴욕 커뮤니티 트러스트NYCT, The New York Community Trust를 들 수 있다. 뉴욕시, 롱아일랜드, 웨스트체스터를 주요 지원 지역으로 삼아 100년 가까이 운영되어온 이 재단은 규모와 역사 모두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2024년 뉴욕 커뮤니티 트러스트는 10,546개 단체에 총 2억 390만 달러(약 2,7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단순히 많은 금액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 지원받는 단체 수가 1만여 개라는 것은 뉴욕의 수많은 소규모 비영리단체들이 이 재단을 통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NYCT의 특징은 데이터와 연구에 기반한 지원 방식이다. 교육, 주거, 이민자 지원, 환경, 보건, 장애인 서비스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뉴욕시의 현안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어느 분야에 자원이 부족한지 파악해 전략적으로 지원한다. 모든 지원 내역과 수혜 단체 정보는 공개되어 투명성을 보장한다.

    NYCT의 2024년 연간보고서가 집중한 주제는 '돌봄 노동자'였는데, 보육을 위한 운동, 24시간 교대근무 종료 캠페인 등 돌봄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피지원 단체들의 활동을 조명하며, 더 접근 가능하고 공정한 지역 사회를 위한 핵심 의제로 다루었다. 매년 다른 주제를 설정해 지역사회의 핵심 현안을 공론화하는 방식은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이 단순한 자금 전달자를 넘어 지역 공론장의 설계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NYCT의 지원 철학은 개별 수혜자 지원을 넘어 시스템 변화, 정책 영향, 분야 전체의 개선을 지향한다. 즉 근본 원인을 다루고 확장 가능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사업을 우선시한다. 


    한국의 기부 문화, 무엇이 다르고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미국의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모델과 한국의 기부 생태계를 비교하면 몇 가지 구조적 차이가 드러난다.

    먼저 규모와 지역성의 차이다. 미국에는 약 900개의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이 있으며, 이들은 연간 148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고 1,127억 달러 이상의 자선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각 파운데이션은 자신이 속한 지역을 위해 특화된 방식으로 운영된다. 반면 한국의 공익 기부는 전국 단위 대형 단체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지역 단위에서 자산을 형성하고 지역 필요에 맞게 운용하는 구조는 아직 부족한 단계다.

    둘째, 세제 구조의 차이다. 미국의 DAF 시스템은 기부자가 기금을 납입하는 즉시 세금 혜택을 받고, 이후 여러 해에 걸쳐 나눠서 지원할 수 있다. 이 구조는 특히 주식이나 부동산 등 비현금 자산의 기부를 촉진한다. 반면 한국의 세제 지원 구조는 기부 즉시 사용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 자산 형성과 운용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모델이 뿌리내리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에도 지역 기부문화를 활성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BTS 멤버 제이홉이 고향인 광주 북구에 동참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고향사랑기부제가 바로 그것이다. 2023년부터 본격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자가 특정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받는 방식으로, 지역 자원의 지역 환류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다만 기금의 운용 방식, 지역 시민사회와의 연계, 장기적 자산 형성 측면에서는 아직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모델과 격차가 크다.


    지역이 만든 기금, 지역으로 흐른다

    미국의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모델에서 한국의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수 있는 점을 세 가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성이 기부의 동력이 된다. SVCF가 실리콘밸리 거주자들의 거대한 기부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은 "내 이웃의 문제를 내가 해결한다"는 지역적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생산되는 공익활동 콘텐츠와 정보가 지역 주민들의 기부 동기와 연결될 때, 더 강한 지역 기부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투명성과 데이터가 신뢰를 만든다. NYCT가 매년 어디에 얼마를 지원했는지 전체 목록을 공개하는 것처럼, 공익 자원의 흐름이 투명하게 공개될 때 기부자의 신뢰가 높아진다. 한국에서 기부 문화 저평가의 주요 이유로 '기부금 횡령·유용 사례가 많아서'(54%)와 '기부 기관의 신뢰도가 낮아서'(51%)가 꼽혔다. 이 신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데이터 기반의 투명한 공개다.


    셋째, 기부 참여의 문턱을 낮추되 기금의 지속성을 높인다. SVCF의 DAF 기금 중 3분의 1 이상이 25,000달러 이하의 소규모라는 것은, 부자만의 기부가 아님을 보여준다. 소액이라도 지역 공익을 위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그 기금이 장기적으로 지역 내에서 운용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의 핵심이다.
     

    1914년 프레더릭 고프가 클리블랜드에서 시작한 작은 아이디어는 110년이 지나 전 세계 1,700개의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으로 자랐다. 그 아이디어의 핵심은 간단하다. 지역의 자산이 지역을 위해 쓰일 때, 그리고 그것이 세대를 넘어 지속될 때, 공익 생태계가 자생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공익활동 생태계가 정부 보조금 의존 구조를 넘어서려면, 지역 사회 내에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자원 흐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 자료
    클리블랜드 파운데이션 공식 홈페이지 
    지역이 스스로 키우는 공익-미국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모델 
    디어

    조회수 369

    2026-04-13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공익활동, 혼자서는 지속되지 않는다

    경기도 어느 시·군의 작은 공익활동 단체를 상상해 보자. 환경, 아동, 복지, 문화 등 각자의 분야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모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로 마주치는 현실은 이상과 다를 때가 많다. 단체를 법인으로 등록하는 절차는 복잡하고, 보조금 신청서 작성은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며, 회원 모집과 홍보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같은 고민을 나눌 동료나 단체를 찾기 어렵다. 공익에 뜻은 있지만 그것을 지속시킬 자원과 구조가 부족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중간지원조직'이다. 중간지원조직은 공익활동 단체와 행정, 기업, 시민 사이를 연결하고 조율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이 중간지원조직의 생태계가 가장 체계적으로 발달한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이다. 

    일본 내각부(2022) 정의에 따르면 중간지원조직이란 "다원적 사회에서 공생과 협동이라는 목표를 향해, 지역사회와 NPO의 변화와 필요를 파악하고 인재·자금·정보 등의 자원 제공자와 NPO를 연결하며, 넓은 의미에서 각종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을 조율하는 조직"이다. 요약하자면 'NPO를 지원하는 NPO'다.

    1990년대 후반부터 약 30년에 걸쳐 전국 단위와 지역 단위의 지원 구조를 촘촘하게 구축해 온 일본의 경험은, 현재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를 포함해 여러 행정구역 단위의 공익활동 중간지원조직 생태계를 키워가고 있는 한국에 여러 시사점을 전한다.


    자원봉사 원년 1995년, 일본 NPO 생태계의 출발점

    일본의 NPO 생태계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데는 하나의 결정적인 사건이 있다. 1995년 1월 17일 새벽, 일본 효고현 남부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대지진, 한신·아와지 대지진이다. 사망자 6,434명이라는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 이 재난에서, 지진 직후 피해 지역에서 이재민을 지원하는 자원봉사에 참여한 사람은 하루 평균 2만 명이 넘었으며 3개월간 연인원 117만 명에 이른다. 현지에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헌혈이나 기부, 물자 지원 등 후방 지원에 자원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최대 16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1995년은 일본에서 '자원봉사 원년'으로 불린다. 수십만 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일본 사회는 처음으로 시민사회의 힘을 실감했다. 그리고 동시에 한계도 드러났다. 자원봉사자들의 열의는 넘쳤지만 이들을 조직하고 연결할 구조가 없었다는 점이다. 자원은 넘치는데 배분이 안 되고, 현장마다 중복 지원이 발생하는가 하면 사각지대가 생기기도 했다. 시민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그것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졌다.

    일본 정부는 비영리단체를 손쉽게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1997년에 '특정비영리활동 촉진법(NPO법)'을 제정했는데, 이는 일본의 시민사회와 비영리 섹터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NPO법 제정 이전에는 일본의 소규모 시민단체들은 법인격을 취득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1980년대 중반부터 대거 등장한 소규모 풀뿌리 시민단체들은 기존의 공익법인제도의 틀 내에서는 법인격을 부여받기가 쉽지 않아 임의단체로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조직 기반이 약하고, 인지도나 사회적 신용도가 낮아 공익활동에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NPO법 제정으로 이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법인격을 취득한 단체는 은행 계좌를 법인 명의로 개설하고, 계약의 주체가 되며, 사회적 신용도를 얻을 수 있었다. NPO법의 제정·시행을 계기로 그동안 임의단체로 활동해 왔던 시민단체들이 대거 법인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NPO법 시행 이후 일본의 NPO법인 수는 꾸준히 늘어 현재 수만 개에 달하는 생태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중간지원조직의 구조 : 전국 단위와 지역 단위의 촘촘한 네트워크

    NPO법 제정과 함께 일본 전역에서 중간지원조직도 빠르게 증가했다. 중간지원조직의 설립 시기를 조사한 결과, 1995년 이후에 설립된 것이 전체의 82%를 차지했으며, 특히 민설·민영 형태의 중간지원조직은 그 비율이 92%에 달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과 NPO법 제정이 중간지원조직 확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잘 보여준다. 일본의 중간지원조직 구조는 크게 두 층위로 나뉜다.

     

    - 전국 단위 : 일본NPO센터

    일본NPO센터는 1996년 11월 NPO 관계자들의 협력으로 설립되었으며, 1999년 특정비영리활동법인, 2011년에는 인정특정비영리활동법인*으로 인정받았다. 정보 교류, 인재 개발, 조사·연구, 정책 제언 등의 활동을 통해 NPO의 기반을 강화하고, 기업·행정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일본NPO센터는 분야와 법인격의 유무에 상관없이 NPO 등 민간비영리 섹터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드는 데 힘쓰며, 각종 연수와 네트워킹 기회 제공, IT 지원, 자금 중개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활동을 뒷받침한다. 기업을 대상으로는 NPO와의 협동 사업을 제안하고 상담하는 창구 역할도 한다.


    NPO 법인중에서 운영조직 및 사업활동이 적정하고, 공익의. 증진에 기여가큰 법인으로, 관할기관 (도도부현・정령시)으로부터 인정을받은 NPO
     

    - 지역 단위: 도도부현 NPO지원센터 네트워크

    일본NPO센터는 전국 도도부현별로 NPO지원센터 목록을 관리하고 있으며, 각 지역의 지원조직과 지원시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각 지역 센터는 NPO의 조직 상담에 대응할 수 있는 상근 스태프를 두고, 분야를 가리지 않는 종합 지원을 원칙으로 한다.

    중간지원조직의 형태는 NPO, 타운 매니지먼트 기관 등 제3섹터적인 것, 자치체 내부에 설치된 것, 사회복지협의회가 설치한 것 등 다양하다. 공설
    公設 및 민설民設 양쪽의 형태가 있으며, 공설 중에는 민영(운영을 NPO법인 등 민간에 위탁하는) 형태도 있어 '공설민영' 형태가 증가하는 추세다. 

    중간지원조직의 주요 기능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상담과 정보 제공이다. 법인 설립부터 보조금 신청, 회계 처리까지 단체가 필요로 하는 실무적 지식을 지원한다. 둘째는 역량 강화 교육이다. 단체 운영, 모금, 홍보 등 다양한 주제의 연수를 제공한다. 셋째는 자원 연계다. 기업의 사회공헌 자금이나 재단 보조금을 NPO와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넷째는 네트워크 구축이다. 단체들이 서로 만나고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


    일본NPO지원센터의 구체적 활동 : NPO서포트센터와 협동 모델

    일본의 중간지원조직 가운데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사례는 NPO서포트센터다. NPO서포트센터는 1993년에 설립되어 일본 최초의 민간에 의한 NPO 지원 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설립 당시는 NPO라는 개념이 '발견'되어 이입되기 시작한 시기로, 버블 붕괴, 한신·아와지 대지진, 지하철 사린 사건 등으로 상징되는 저성장과 혼미의 시대이기도 했다. 그 가운데서 선구자들은 NPO의 가능성에 목소리를 높여 NPO법이라는 기반을 만들었다. 

    NPO서포트센터는 도쿄 중앙구와 협력해 '협동스테이션 중앙을 운영하며, 행정과 NPO의 실질적 협동을 위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모델에서 핵심은 행정이 공간과 일정 재원을 제공하지만 운영의 주도권은 민간 NPO가 갖는다는 점이다. 행정 주도로 운영될 경우 나타나는 경직성 문제를 최소화하면서도 공공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일본NPO센터가 행정과의 협동을 정의할 때 "이종·이질의 조직이 공통의 사회적 목적을 위해 각자의 자원과 특성을 모아 대등한 입장에서 협력하여 함께 일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협동이 공동 의존이나 유착 관계가 되지 않도록 정보 공개를 철저히 하고 사업마다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원칙은 매우 중요하다. 행정으로부터 지원을 받되 독립성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중간지원조직의 존재 의의이기 때문이다. 일본NPO센터는 행정과 협동하는 NPO가 갖춰야 할 자세로 "행정에 의존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독립할 것"을 핵심 덕목으로 꼽는다.




    국내 중간지원조직과의 공통점 및 차이점   

    필자가 6기 아카이브 에디터로 활동 중인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경기도민과 공익단체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하고 증진하기 위해 경기도와 시민사회가 함께 설립한 중간지원조직으로, 일본의 중간지원조직 구조와 비교할 때 몇 가지 공통점과 차이점이 드러난다. 유사점으로는 먼저 행정과 시민사회의 협력 구조가 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도 경기도의 지원 아래 운영되면서도 시민사회의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구조를 갖고 있다. 공익활동 단체 지원, 네트워크 구축, 콘텐츠 아카이빙 등 일본 중간지원조직의 주요 기능과 상당 부분 겹친다. 양성교육 프로그램 운영, 정기회의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 공익매거진 발간 등은 일본 지역 센터들의 활동과 흡사하다.

    차이점에서는 역사의 두께가 가장 크다. 일본의 중간지원조직 생태계는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과 1998년 NPO법 제정을 출발점으로 삼아 약 30년의 축적을 가지고 있다. 전국 단위에 일본NPO센터가 있고, 47개 도도부현에 각각 지역 지원 조직이 있으며, 더 아래로는 시·구·정·촌 단위의 자원봉사센터와 협동 거점들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국의 경우 2000년대 이후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었고,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도 그 흐름 위에서 성장하고 있지만 역사의 두께 면에서는 아직 차이가 있다.

    또한 일본은 NPO법이라는 명확한 법적 근거 위에 전체 생태계가 세워져 있어, 어느 지역에 어떤 종류의 지원 조직이 있는지 체계적으로 파악된다. 한국은 공익 관련 법인 형태가 분산되어 있고, 중간지원조직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법적 근거가 상대적으로 덜 명확하다.

    기업 연계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일본은 기업의 사회공헌(CSR·CSV) 활동과 NPO를 연결하는 매개 기능이 중간지원조직의 중요한 역할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 자원이 공익활동 생태계에 흘러드는 구조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반면, 한국은 이 연계가 아직 초기 단계인 경우가 많다.


    일본 사례가 보여주는 중간지원조직의 세 가지 원칙

    일본의 사례에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를 비롯한 국내 중간지원조직 생태계가 참고할 만한 점을 세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첫째, 법적 기반이 생태계를 안정시킨다. 일본 NPO 생태계의 폭발적 성장은 1998년 NPO법 제정 이후에 일어났다. 법인격 취득이 쉬워지자 단체들이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었고, 그 위에서 중간지원조직도 자라날 수 있었다. 한국도 공익활동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의 논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단체 등록, 세제 혜택, 보고 의무 등 법·제도적 환경이 공익활동의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둘째, 지역 밀착성이 핵심이다. 일본의 중간지원조직은 전국 단위와 지역 단위가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연결되어 있다. 전국 단위 센터가 정책 제언과 정보 허브 역할을 한다면, 지역 센터는 실제로 단체들의 현장과 맞닿아 개별 상담, 역량강화 교육, 지역 네트워크 구축을 담당한다. 경기도는 31개 시·군이라는 방대한 지역을 아우르는 만큼, 남부센터와 북부센터 체계를 기반으로 지역별 밀착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독립성을 지켜야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살아난다. 일본의 중간지원조직들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이 '행정 의존 탈피'다. 재정 지원을 받되, 공익활동 현장의 목소리를 행정에 전달하는 정책 제언 기능, 단체들이 서로 연대하는 네트워크 기능을 유지하려면 운영의 자율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도 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생태계 전체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일본의 NPO 중간지원조직 생태계와 국내 중간지원조직 생태계를 비교하면 역사의 차이가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1995년 대지진을 계기로 자원봉사의 원년을 선언하고, 1998년 NPO법을 제정하고, 그 위에서 30년에 걸쳐 촘촘한 지원 구조를 쌓아온 일본과, 공익활동의 제도화가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된 한국의 차이는 단순히 따라잡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방향은 같다. 공익활동이 혼자서는 지속될 수 없다는 인식, 그것을 지원할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는 인식, 그리고 그 중간지원조직이 행정과 시민 사이를 '진짜 다리'로 연결해야 한다는 인식은 일본과 한국이 공유하고 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아카이브 에디터와 함께 공익활동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쌓아가는 것도 그 방향의 일부다. 30년 전 일본의 시민들이 대지진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보여준 시민사회의 힘처럼, 오늘 경기도의 공익활동을 기록하는 한 줄, 한 줄이 미래의 생태계를 위한 토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카드뉴스 제작 6기 아카이브 에디터 남철우(디어) 


    참고 자료
    일본NPO센터 공식 홈페이지 https://www.jnpoc.ne.jp/
    내각부 - 중간지원조직의 현황과 과제에 관한 조사 보고(2002) 
    https://www.npo-homepage.go.jp/uploads/h13b-2.pdf
    NPO CROSS - "중간지원조직이란 무엇인가" https://npocross.net/1881/
    복지타임즈 - "한신·아와지 대지진과 재해 지원 시스템 구축" https://www.bokj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865
    민병로 (2010). 일본 시민 사회의 구조와 법인화 - NPO법인 제도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10(2), 125-160.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469758


    시민사회를 잇는 다리 : 일본 NPO법과 중간지원조직
    디어

    조회수 376

    2026-04-13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부천 보육교사의 비극과 ‘쉴 권리’

    젊은 20대 돌봄 노동자는 독감 확진 후에도 출근했다. 그리고 사망했다. 경기도 부천, 한 사립유치원 교사에게 벌어진 일이다. 그는 1월 27일 B형 독감 확진을 받고도 사흘간 근무한 후 1월 30일 오후 조퇴했다. 그 후 31일에 입원한 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2월 14일에 20대 돌봄 노동자는 사망했다. 사인은 B형 독감으로 인한 연쇄 구균 독성쇼크 증후군과 패혈성 쇼크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황당하고 원망스럽다. 밥 먹고 살려고 일하는 건데, 아픈 몸을 제때 돌보지 못하고 출근해야 하는 상황은 모순적이다. 일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걸까? 인간은 목적 그 자체여야 한다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파본 노동자라면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회사 업무에 차질이 생길 때, 회사에 눈치가 보였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출근을 못 한 만큼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는 걱정, 나를 대신해 업무를 떠맡을 동료에 대한 미안함, 해고라는 두려움. 이 셋 중 하나 이상을 경험한다. 

    병가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의무 사항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업무와 관련없는 질병이나 부상은 무급으로 허용되나, 회사 규정에 따라 유급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소득 감소에 따른 생계유지 어려움을 예상해 아픈 몸을 일으켜 회사로 출근한다. 카드값과 월세, 자녀 학원비, 부모 요양비 등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술이나 입원 등으로 출근조차 하지 못하면 소득 감소로 인한 타격은 고스란히 노동자 개인의 몫이 된다. 비상금 대출을 알아보거나 지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아프면 쉴 권리 보장 3법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 9월, 49개 시민사회노동단체가 모여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출범했다. 공동행동의 주된 목적은 제대로 된 상병수당 제도화의 실현이다. 공동행동은 2024년 7월,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아프면 쉴 권리 보장 3법' 발의 기자회견을 했는데, 3법이라고 하면 「국민건강보험법」,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개정을 의미한다.

    개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질병 또는 부상으로 소득에 손실이 있는 경우 상병급여를 지급하고, 지급액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상병급여(또는 상병수당)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일을 못 할 때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2022년부터 시범 사업을 운영하였으며 2025년 하반기부터 정식으로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2027년으로 연기되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질병휴가를 연간 60일 범위에서 유급으로 보장하고, 평균임금 해당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되 국가가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근로자에게 질병휴가급여를 직접 지원하여 사용자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국제노동기구(ILO)는 '사회보장 최저기준에 관한 조약'을 통해 유급질병휴가를 법률로 보장하도록 각 국가에 권고해왔으나 우리나라는 이를 보편적 공적 제도로 도입하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은 업무상 재해 인정과 산재 요양급여 결정하기 전에 「국민건강보험법」상 상병급여를 노동자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산재 요양급여 결정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아프면 쉴 권리 보장 3법’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노동자가 소득 감소라는 생계 위협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보호한다. 개정안을 읽으면서 필자에겐, “아프면 걱정하지 말고 쉬어라. 소득을 유지할 수 있게 하겠다.”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이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2024년 11월 14일 상임위원회에 처음 법안이 소개되었고 소위원회로 넘어갔으나, 2026년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쉬겠다” 말할 수 있는 환경부터 보장돼야

    공동행동 출범식에서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이 “우선 쉬겠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1고 말한 것처럼, ‘아프면 쉴 권리’는 월급 보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유급병가나 유급휴가가 있더라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 인력이 없어, 나의 휴식이 곧 동료의 독박 노동으로 이어지는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이다. 인력 공백을 개별 노동자의 희생으로 메우는 구조는 노동자를 제때 쉴 수 없게 한다. 내가 휴식을 가질 때, 내 업무로 인해 옆자리 동료가 야근해야 하는 상황인 게 눈앞에 뻔히 펼쳐진다면 무리해서라도 출근하게 된다. 동료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보육교사 근로환경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2018)2에 따르면 어린이집 내 휴가 사용에 대한 분위기는 자유롭지 않으며(63.9%) 그 이유로는 '동료가 힘들어진다'(34.9%)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미 1인분의 업무를 하고 있는 동료에게 전가할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만약 모든 직원이 평소 70~90%의 업무량만 맡는다면 어떨까? 소프트웨어 개발과 프로젝트 매니저로 20년 넘는 경력을 가진 톰 디마르코는 그의 저서『SLACK』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100% 가동률을 목표로 하는 조직은 역설적으로 가장 비효율적인 조직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직원이 1인분의 업무량을 갖고 있다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시스템이 마비되거나 동료들의 과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직이 건강하게 작동하려면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남은 자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돌봄 종사자는, 자신의 업무 공백으로 인해 동료뿐만 아니라 돌봄의 대상 또한 희생될 처지에 놓인다. 「경상남도 사회서비스 종사자 처우개선 연구-돌봄노동자를 중심으로」(2020)3를 살펴보면,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기관 이용자들에 대한 서비스 공백에 대한 우려’(28.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보육교사 역시 “보육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15일간의 유급휴가를 여름과 방학기간에 몰아 쓸 수 있을 뿐 개인의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가 견고하다는 것을 알 수있다. 

    이러한 노동 환경에서 노동자는 아프면 안 된다. 상상해 보자.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온몸이 아프다. 출근은커녕 몸도 일으키기 어렵다. 당신은 직장 상사에게 뭐라고 말할 것인가? “안녕하세요. 부장님. 제가 몸이 너무 아파서요. 죄송하지만 오늘 출근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다. 아픈 것은 잘못이 된다. 

    질병이나 부상이 있는 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비단 노동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쉽게 아픈 몸을 지워버린다. 건강하고 효율적인 몸만을 기본값으로 여기며, 그렇지 않을 때는 개인 관리의 부족으로 떠넘긴다. 건강은 선이고, 질병이나 부상은 악이 된다. 그러나, 질병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노동 현장이 질병을 포용하기 위해선 사회가 먼저 질병이 있는 몸도 시민으로 인정하고 사회 정책과 제도를 수립하여야 한다. 그리하였을 때, 노동 현장에서도 안 아픈 상태로 복귀할 때까지만 유예해 주는 방식이 아닌 아픈 몸을 가친 채로도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B형 독감 판정 후에, 20대 교사가 부담 없이 원장과 동료에게 “독감에 걸렸습니다. 병가를 내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원장과 동료는 “걱정하지 마시고 푹 쉬고 오세요”는 진심 어린 걱정과 위로를 건넬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이미 늦었지만, 더 늦지 않기를 소망한다.

    1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 출범... 상병수당 제도화 촉구”, <오마이뉴스>, 2025.09.10., (접속일: 2026.03.28.)
    2 이주연, 「전라북도 보육교사 근로환경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 정책연구 2018-11, 전북연구원, 2018,  여성정책연구소, 158쪽
    3 임채영, 염동문, 박해긍, 「경상남도 사회서비스 종사자 처우개선 연구∥-돌봄노동자 중심으로」, 연구보고서 2020-2, 경상남도사회서비스원, 81쪽

     


    아픈 몸은 죄가 아니다 : 부천 보육교사의 비극과 ‘쉴 권리’
    연두

    조회수 454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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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공익을 말할 때 보통 거창한 장면을 떠올리곤 합니다. 이름이 붙은 운동, 조직화한 캠페인, 많은 사람이 모인 현장 혹은 뉴스에 등장하는 활동가들의 모습일 수도 있겠네요. 개인보다는 공익을 생각하는 사람은 무엇인가 특별하거나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내 코가 석 자다’라는 자조적인 말이 내 마음 밖으로 새어 나오는 순간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는 춘삼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뉴스레터 <공익ON>은 군포의 한 동네의 작은 빵집에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이 작은 빵집을 운영하는 사람은 고재영 대표인데요. 구호보다는 루틴으로, 특별한 자격보다는 진실한 마음으로. 일상의 공익을 실천하는 분입니다. 여러분도 <공익ON> 3월호의 주인공인 고재영빵집의 고재영 대표님을 함께 만나보시면서 함께 일상 속 공익활동의 비밀을 파헤쳐 보지 않으시겠어요? 
     


    <공익ON> 3월호의 주인공인 고재영빵집의 고재영 대표님

     

    일상 속 공익활동의 비밀, 첫 번째. “저는 군포에서 빵집하는 고재영입니다.” 

    군포시 오금동 퇴계 1차 아파트 상가 1층에 위치한 고재영 빵집은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빵을 사랑하는 마음과 빵으로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고재영 대표님은 늘 간결하게 자신을 소개합니다. ‘군포에서 빵집을 하는 고재영입니다’. 이 담백한 말 안에는 어떠한 과장도 없죠. 하지만 고재영 대표가 매일 문을 열고, 반죽을 치대고 오븐을 달구는 그 공간에서는 작지만 분명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늘 변함없이 빵을 구워내고 있는 고재영 대표님


    고재영 대표가 꾸준히 하고 있는 공익활동 중 하나는 빵을 기부하는 것입니다. 매화종합사회복지관, 늘푸른 노인복지관, 군포시노인복지관, 1388공유냉장고, 군포시노인요양센터, 늘푸른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비롯한 여러 곳에 빵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식단에 늘 유의해야 하는 당뇨 환자를 위한 현미미강건강 빵을 만들기도 했죠. 고재영 대표는 자신이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해 나갔습니다. 고재영 대표에게 빵은 추억이자, 현실이고 동시에 사랑이었습니다. 그런 빵을 나누면서 자신의 따뜻했던 추억과 사랑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빵으로 추억과 사랑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헌혈증을 모아서 기부하는 활동에도 동참했습니다. 현재는 민원이 제기되어 잠시 쉬어가고 있지만, 시민들이 헌혈증을 가지고 가면 식빵과 바꾸어 주고 필요시 위급 환자에게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20여 년 동안 약 3,000여 장이 기부되었답니다. 이 역시 고재영 대표의 빵에서 시작된 활동입니다. 고재영 대표는 이 활동을 통해서 여러 공익활동에 대한 참여를 권유받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다시 참여하게 된 활동이 바로 ‘미리내 가게 운동’입니다. 그는 군포에서 1호로 미리내 가게에 참여한 사람이기도 한데요. 미리내 가게 운동은 전국 약 600여개의 점포가 참여하고 있는 공익활동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이탈리아의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운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은 다음 사람을 위해 카페에 간 사람이 미리 돈을 내주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고재영빵집 역시 누군가 뒷사람을 위해 빵을 더 계산하고 가면 빵조차 사 먹기 어려운 이들이 빵을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고재영 대표의 공익활동은 현재까지도 빵에서 시작해서 점차 더 많은 사람을 위한 공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활동에는 중요한 공익활동의 전환이 숨어 있는데요. ‘도와주는 사람’과 ‘도움받는 사람’을 구분하기 보다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도움이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는 점입니다. 손님은 자신의 선의를 남기고, 가게는 관리를 하면서 이어주고 이를 통해 누군가는 도움을 받죠. 그렇게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이 다시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하면서, 누군가 주체가 되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도움의 선순환 속에 있게 되는 것입니다.

    고재영빵집은 거창하지 않은 단순한 방식으로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업을 이어 나가면서도 주변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으려는 노력이 지금의 고재영빵집과 고재영 대표를 만든 것이죠.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하려고 하지 마시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로 다른 이들을 도울 방법을 떠올려 보는 것이 일상 속 공익의 첫걸음이 아닐까요? 

     

    일상 속 공익활동의 비밀, 두 번째. “내가 시작한 공익활동이지만, 모두의 도움으로 완성된다.”


    고재영 대표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는 늘 자신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소감보다는 활동에 참여해 준 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줍니다. 가령, 이사 갔던 주민이 다시 자신의 빵집을 찾아와 크리스마스 때 저소득층을 위해 케이크값을 미리 내고 가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는 이야기나, 멀리서 빵을 배달하는 손님이 주문한 금액보다 더 결제하면서 미리내 가게 운동에 동참해 주었다는 이야기는 모두 그의 남다른 ‘자랑’입니다. 가수를 하는 분들은 노래교실 무료 이용권을 놓고 가기도 한다는 그의 말에는 일상처럼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향한 자랑스러움이 묻어 있으니 말입니다. 
     


    군포시자원봉사센터 홍보 기자단으로 활동하는 고재영 대표님

     

    고재영 대표님의 공익 실천은 빵을 매개로 하고 있지만 결국 사람을 향합니다. 군포시자원봉사센터 홍보 기자단, 군포시직업체험처, 교육부인증진로체험기관, 군포시 1388 청소년지원단으로 활동하고 군포시 100인 위원회의 지역경제 소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지역의 프로그램에 적극적인 관심을 두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죠. 그리고 이런 이유로 고재영 대표님이 유독 관심을 두고 하는 활동 중 하나가 바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지원입니다.
     


    (위, 아래) 청소년들에게 재능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고재영 대표님

     

    고재영빵집은 교육기부 진로체험 인증기관이 되어 파티시에(patissier)라는 직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고재영 대표님은 경기도교육청에서 진행한 휴먼 라이브러리 활동에 참여하면서 빵집과 나눔에 대해서 학교마다 찾아다니면서 강의를 진행하기도 하면서 인생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이기도 한 청소년기에 더 많은 학생이 자신의 직업과 기부, 공익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그의 값진 노력입니다. 특히 요즘 청소년기에 있는 학생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동체와 단체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이 사라지기도 했는데요.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인 만큼 그들이 일상 속 공익활동에 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우리가 모두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공익활동이지만, 모두의 참여와 관심으로 이어지고 완성된다는 사실을 늘 잊지 않는 것이 오래 행복한 마음으로 공익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의 비밀이 아닐까요? 
     

    일상 속 공익활동의 마지막 비밀. “공익활동은 원래 우리 삶의 일부였습니다.”


    사실 고재영 대표의 빵집은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후기가 여럿 나오는 군포 맛집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매장에 들어서면 여러 표창장과 활동 인증서들이 놓여 있죠. 방송 출연도 여러 번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빵집에 더 많은 표창장과 상이 놓여도, 맛집을 인증하는 후기들이 계속 쌓여가도 그가 공익활동에 참여하면서 떠올리는 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김제의 시골 마을입니다. 

    고재영 대표님은 전라북도 김제 시골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그곳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기억은 ‘무엇이든 함께 했던 기억’이라고 하는데요. 어려운 일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나서던 사람들, 밥을 안 먹은 사람이 있으면 들어와서 한술 뜨고 가라고 권했던 목소리가 고재영 대표를 자연스럽게 나눔의 길로 이끌었다고 합니다. 김제농업고(현 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에서 식품가공과를 나와 제빵사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여러 제과점에서 일을 배웠죠.

    이후 먼저 군포시에 자리 잡고 있던 처형을 따라 군포에 자리를 잡으며 고재영빵집을 열기까지 아주 바쁜 삶을 이어왔습니다. 가정을 꾸리고 먹고 살길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도 그렇듯,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죠. 군포시로 오기 전에도 고재영 대표님은 굿네이버스에 기부하는 등 일상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에서 무엇인가 빠진 것만 같은, 부족한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이든 자연스럽게 나누고 함께 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자신을 부르는 것만 같은 자신 안의 마음에 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고재영빵집을 열면서는 화려한 결과보다는 지속성과 선순환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군포소상공인 소셜클럽 일원으로서 코로나-19로 고생하는 보건소에 물품을 기부한 모습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 중인 고재영 대표님


    그 옛날 우리가 자연스럽게 나누었던 따뜻한 정의 회복을 꿈꾸며, 고재영빵집은 오늘도 매일 같은 시간에 가게 문을 열고 닫습니다. 공익활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 아닐까 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큰 이벤트를 만드는 것도 물론 나름의 역할이 있지만 오래 이어지는 작은 실천을 유도하는 것이 공익의 확산에 있어서는 필수적이죠. 고재영 대표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익활동의 방향이 ‘우리가 잊었던 것을 기억해 내는 것’에 있음을 시사합니다. 바쁜 일상에 존재해 왔지만, 우리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마음을 되돌아보는 것이 바로 일상 속의 공익을 실천하는 마지막 비밀이 아닐까요? 

     

    안녕, 2026! 올해는 일상 속의 공익을 실천하는 해!

    <공익ON> 3월호의 주인공인 고재영빵집의 고재영 대표님을 만나보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저는 공익활동에 임하는 내 마음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심의 크기보다는 지속의 길이가 중요하다는 아주 간단한 사실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실천하고 계시는 고재영 대표님을 보면서 공익활동의 본질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게 되었답니다. 흔한 격언이기는 하지만, 성공의 비결은 바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죠. 빵이 발효를 거쳐야 비로소 제맛을 내듯, 실천도 그만큼의 시간과 지속이 필요한 것이죠. 오늘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재영 대표님의 빵집과 꼭 똑같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분의 공간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일상은 과거의 어떤 따뜻한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될까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질문을 하고 싶은 날입니다. 여러분의 일상 속 공익도 따뜻한 봄에 태양을 만난 새싹처럼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언제나 한결 같이 일상 속 공익을 실천하는 고재영 대표님 

     


     

    혼자여도 공익입니다
    옐로 구피

    조회수 539

    202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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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미리캔버스 creator: Anemone123
     
    
    ● 청년 우울증 증가 현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청년기(19~39세) 우울증 환자는 2014년 약 11만 명에서 2023년 36만 명 수준으로 증가해 10년 사이 225%라는 매우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통계적 변화가 아니라, 청년층의 정신건강이 구조적·사회적 압박 속에서 점점 취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특히 청년기 우울증이 2020년 이후 만성질환 1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통적으로 만성질환을 주도하던 고혈압·간질환 등을 제치고 정신질환이 1순위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가 큽니다.
     
    세계적 추세를 보더라도 보통 우울증은 노년층에서 높게 나타나지만, 한국은 예외적으로 20~30대의 유병률이 70대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내는 독특한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청년들이 경제적 불안, 고용 불안정, 사회적 경쟁, SNS 비교 압박 등 복합적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중장년층 못지않은 정신적 과부하를 견디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다시 말해 청년층의 우울은 개인적 취약성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정책적 허점이 누적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민감한 그룹을 직접적으로 압박한 결과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청년 우울증 증가세는 단순한 건강 지표가 아니라, 청년 세대의 삶의 질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 청년 우울증의 구조적 원인
     
    청년 우울증은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취약성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아니라, 청년을 둘러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특히 사회 구조의 변화 속에서 청년층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고, 이러한 압박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며 정신건강을 크게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먼저 경제적 불안정은 청년 우울증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정규직 일자리는 줄어드는 반면 단기 계약직과 플랫폼 노동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청년들은 안정적인 소득과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여기에 전세 사기, 급격한 월세 상승, 주거 안정성까지 겹치며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경험을 반복하게 됩니다. 주거는 인간의 기본권과 밀접한 요소인 만큼, 이 영역에서의 불안은 곧 삶 전체가 위협받는 감각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취업난과 과도한 경쟁 문화는 청년들이 성장기부터 지속적으로 느껴온 압박을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 확대시키는 구조입니다. 청소년기 입시 경쟁, 대학 입학 이후 스펙 경쟁, 졸업 직후 취업 경쟁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실패는 곧 낙오로 간주된다는 공포가 형성됩니다. 이는 스스로를 과도하게 평가절하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회피하게 만드는 심리적 위축으로 연결됩니다.
     
    더불어 SNS가 강화한 비교 압력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노출되는 타인의 화려한 일상, 성공담, 자기 계발 콘텐츠는 실제보다 과장되거나 편집된 경우가 많지만, 이를 접하는 청년들은 ‘나는 뒤처지고 있다’는 감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러한 비교는 자존감 저하와 자기혐오를 유발하며, 때로는 현실과 스스로 간의 격차를 극단적으로 왜곡해서 받아들이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고립과 관계의 얕아짐도 우울감을 심화시키는 원인입니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디지털 의존도 증가로 관계의 깊이가 줄어들고, 청년들은 자신의 감정을 안정적으로 지탱해 줄 지지망을 찾기 어렵습니다. 겉으로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된 듯 보이지만 정작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상대는 사라졌고, 이로 인해 외로움과 고립감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형성됩니다.
     
    결국 청년 우울증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사회 구조적 압력이 겹겹이 쌓인 결과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주거·노동·디지털 환경 전반에서의 정책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의 심리학적 영향
     
    심리학에서는 외로움이 우울증의 가장 강력한 촉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연결돼 있다는 감각이 약해지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해 줄 타인이 없다고 느껴질 때 발생하는 깊은 심리적 허기와 같습니다. 특히 청년기는 인간관계가 빠르게 변하고, 정체성과 역할이 유동적으로 재구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외로움이 자리 잡으면 그 영향이 더욱 크게 확대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청년들은 학창 시절의 비교적 안정된 관계망을 벗어난 뒤, 사회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스스로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나 취업 준비, 경제적 불안, 반복되는 실패 경험 등 다양한 압박 속에서 관계 형성은 점점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을 찾지 못하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사소한 문제에도 자기비난이 과도하게 커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심리적 변화는 점차 ‘나는 혼자다’, ‘누구도 나를 돕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굳어지며 고립감을 강화합니다. 또한 외로움은 스트레스 상황을 크게 증폭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같은 어려움이라도 주변에 공유할 사람이 있으면 감정의 충격이 완화되지만, 고립된 상태에서는 작은 실패도 삶 전체를 위협하는 사건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확대 해석은 우울한 생각을 반복시키고, 사고의 폭을 극도로 좁히며 현실 판단력을 약화시키게 됩니다. 결국 외로움이 지속되면 청년은 자신이 사회로부터 분리된 존재라고 느끼고, 이 감정이 장기화될수록 우울증 발병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외로움이 개인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관계를 맺기 어렵게 만드는 노동 환경, 심리적 지지체계를 약화시키는 경쟁 중심 사회, 온라인 소통이 대면 교류를 대체하며 생긴 관계의 얕아짐 등이 구조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외로움은 개인이 만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연결망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구조적 손상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공동체와 정책의 개입이 함께 필요합니다.
     
     
    ● 개인의 경험이 드러내는 현실
     
    청년 우울증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는, 어린 시절과 성인기에 걸쳐 연속적인 상처를 겪은 한 30대 초반 창작자의 경험을 들 수 있습니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폭력과 따돌림을 겪었고, 성인이 된 뒤에는 부모를 연달아 떠나보내는 극심한 상실을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심리적 기반을 흔들어 놓는 강한 외상으로 작용했고, 결국 일상적인 대면조차 어려워지는 대인기피와 깊은 우울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한동안 자신이 예전처럼 생기 있고 빛나던 사람이 아니게 된 것만 같다는 느낌을 반복했다고 말합니다. 이는 트라우마가 개인의 자존감과 정체성에 얼마나 근본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우울증이 단순한 기분 저하가 아니라 ‘존재의 변화’를 동반하는 질환임을 시사합니다.
     
    또 다른 사례는 20대 후반 여성으로, 극심한 피로감과 무기력으로 인해 일상 기능을 수행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던 경험을 들려줍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책 한 줄을 읽는 것조차 버거워졌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기본적인 행동도 큰 노력이 필요해졌습니다. 이처럼 기능이 급격히 저하된 상태는 우울증의 주요 징후 중 하나입니다. 그는 고립감이 심해질수록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사고가 강화되었고, 작은 문제도 돌이킬 수 없는 위기로 느껴졌다고 회상합니다. 결국 전문 상담을 통해 자신의 사고 패턴이 부정적 방향으로 과도하게 왜곡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이를 교정해 나가면서 점차 회복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 두 사례는 청년 우울증이 단순히 감정적인 슬픔을 넘어, 사고·행동·관계·기능 전반을 침식하는 질병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개인이 혼자 감당하거나 의지로 버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외상 경험·사회적 고립·경제적 압박이 누적되면서 나타나는 복합적 결과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들의 경험은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는 가벼운 표현과는 전혀 다른, 삶의 기반을 뒤흔드는 중대한 문제임을 분명히 드러내며, 한국 사회가 청년 정신건강을 바라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 국가·사회 정책의 변화와 과제
     
    최근 정부는 청년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여러 제도적 개선을 추진 중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변화는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기존 10년에서 2년으로 대폭 단축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보다 빠르게 정신질환을 발견하고 치료로 연결하려는 취지입니다. 특히 우울증뿐만 아니라 조현병, 조울증 등 주요 정신질환까지 검진 항목에 포함시켜 조기 개입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청년층 특성을 반영한 전문 심리 상담 서비스나 회복 지원 프로그램 등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우선 공공 상담기관에 대한 낮은 신뢰도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과거 상담 경험에서 충분한 공감이나 실질적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느낀 청년들이 이후 다시 상담을 시도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접근성의 한계도 존재합니다. 많은 청년들이 시간적 여유나 지리적 거리,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으로 인해 공공 심리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거나 이용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경우 해당 시설 자체가 부족하거나 접근이 어려운 문제가 빈번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정책 홍보의 부재입니다. 상담 프로그램이나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년들이 그러한 서비스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홍보 방식이 일방적이거나 청년층이 주로 활용하는 채널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결국 정책은 문서상 존재할 수 있으나, 실제로 당사자들이 정보를 접하고 이용할 수 없는 구조라면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건강 관련 제도는 단순히 ‘있느냐’보다 ‘얼마나 쉽게, 신뢰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한 제도 마련을 넘어, 정책에 대한 인식 제고, 신뢰 회복, 현실적인 접근성 개선이 병행되어야 하며, 청년이 자신의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실질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데 정책적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 청년이 활용할 수 있는 정신건강 관리 전략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청년이 스스로의 심리 상태를 인식하고 회복력을 기를 수 있도록, 단계별 접근 방식을 제안합니다. 이 전략은 단기적인 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정신건강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1단계는 ‘기본 생활 패턴 점검’입니다. 정신건강의 붕괴는 대개 수면장애, 불규칙한 식사, 신체 활동 부족 등 일상 리듬의 무너짐과 함께 시작됩니다. 이른바 ‘생리적 기반’이 흔들릴 때 감정 조절 능력 역시 급격히 떨어지게 되며, 이는 우울의 초기 징후로 작용합니다. 특히 햇빛 노출이 부족하거나 야간 활동이 많을 경우 세로토닌 등의 기분 조절 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2단계는 ‘정서 안정화 전략’입니다. 요가, 명상, 복식호흡과 같은 신체 기반 안정 기법은 교감신경의 과잉 흥분을 가라앉히고 불안 완화에 효과적입니다. 또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인지 거리 두기’ 기법은, 반복되는 부정적 사고의 고리를 끊는 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실패자야"라는 자동적 사고를 "내가 지금 그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로 전환하는 방식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습니다. 3단계는 ‘전문 치료 개입 시점’입니다. 만약 기능 저하가 2주 이상 지속되고, 수면이나 식욕, 집중력, 대인관계 유지가 어려워질 정도라면 즉시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정신과 진료는 단지 약물 처방에 국한되지 않으며, 인지행동치료(CBT), 대인관계치료(IPT), 트라우마 치유 상담 등 다양한 맞춤형 접근이 가능하며, 치료 반응도 일반적으로 빠른 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개입이며, 늦어질수록 회복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됩니다.
     
     
    ● 살아남는 것의 가치
     
    오늘날 청년들은 생애 주기의 가장 역동적인 시기를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수많은 불확실성과 사회적 압박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와 미래 가능성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용 불안정, 주거 문제, 비대면 시대의 관계 단절, 그리고 SNS를 통한 비교 스트레스는 이들이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와 회복 경험자들은 공통적으로 강조합니다. 우울증은 의지력이나 성격 탓이 아닌 치료 가능한 질병이며, 혼자의 힘만으로 벗어나야 하는 고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꾸준한 치료와 정서적 지지를 통해 다시 삶의 균형을 회복하고, 이전보다 더 탄탄한 자아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죽지 않는 선택"은 생존 자체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고통 속에서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서의 가능성을 믿고 지키려는, 절박하지만 가장 용기 있는 선언입니다.
     
    청년 우울증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나 일시적 감정의 기복으로 치부될 수 없습니다. 이는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인권적 과제이자 복지 정책의 핵심 영역이며, 노동 구조 전반을 재설계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사회적 경고입니다. 그 해결은 거창한 제도 이전에, 청년들의 고통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고, 함께 버텨낼 수 있도록 사회가 역할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
    

     
    나는 왜 무기력한가…정답은 ‘이것’에 있었다
    주야

    조회수 1380

    202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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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이 쏜살같이 지나간 올해의 뒷모습을 감상하다 눈을 떠 보니 벌써 크리스마스가 조용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2025년 연말은 어떠신가요? 아침 공기가 코끝을 시큰하게 하는 요즘처럼 아릿했던 감동과 환희도 있었지만 이미 지나간 후회와 미련을 상상하자니 꽤 묵직한 쓸쓸함도 밀려옵니다.
     
    문득 지금의 멀고도 가까운 이웃들의 삶은 어떤지 궁금해졌습니다. 1인 가구가 800만을 초월한 시대입니다.1) 수많은 콘크리트 속에 많은 생명이 가려져 있지만 옆 옆집의 외로운 사정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겠죠. 혼자 의식주를 해결하는 삶은 주체적인 걸까요? 고독한 걸까요?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가 3천900명이 넘었다2)는 것을 보면 전자라고 단언하기는 아마도 힘들어 보입니다.
     
    바라던 질문을 꺼내봅니다. 이처럼 씁쓸한 현실 속, 넘쳐나는 쓸쓸한 사람들을 챙겨주는 천사는 과연 있을까요? 1인 가구라는 이름으로 단순히 정의된 모습 뒤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꿈틀거리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사실 이런 사람들을 찾고 싶었습니다. 회색 지대의 세상 속에서 밝은 금빛 햇살을 내리쬐며 삶의 의미를 되찾게 해주는 존재는 흔치 않으니까요.
     
    한 해의 끝에서 언젠가 이들의 귀중함을 알리고자 했던 소망을 지금 풀어보려 합니다.
     
     
    ▶1인 가구 청년들이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는 모습 / 출처: AI 생성 이미지
     
     
    1인 가구 청년
     
    활기찬 청춘이란 옛말일까요? 2024년 기준 전체 1인 가구 중, 29세 이하와 30~39세에 해당하는 청년층의 비율은 35.2%를 기록하며3) 꽤 큰 규모를 보였습니다. 이 중에는 ‘고용·주거·경제 배제형’, 경제·건강·사회관계의 ‘다중 배제형’, ‘건강·주거 부분 배제형도’ 속해있었습니다.4) 이처럼 다양한 문제에서 결핍과 외로움을 겪고 있는 1인 가구 청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시민사회조직들이 있었습니다.
     
    1. 안산청년협동조합
     
    경기청년지원사업단은 경기도 청년 1인 가구의 건강한 생활과 원활한 사회적 교류를 형성하도록 지원하는 「경기도 청년 1인 가구 지원 프로그램 공모사업」을 실시했던 적이 있는데요.5) 이에 안산청년협동조합이 최종 선정됐었습니다. 해당 조합은 안산시 다농마트 청년몰의 청년 상인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다양한 문화 사업을 형성하기 위해 설립한 협의체인데요. 1인 가구 지원 활동으로 그린 테라피, 감정 식사 워크숍, 독서와 필사 등의 활동을 제공하기로 하였습니다.6)
     
    이를 통해 청년들이 문화 활동을 매개로 서로 소통하며 공동체의 연대감도 체감할 수 있었는데요. 이렇듯 시민사회조직이 청년과 소통해 왔던 행보들은 혼자 사는 청년들에게 고독함을 넘어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는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2. 사각지대청년지원센터 봄
     
    사각지대청년지원센터 봄은 사각지대 청년이 겪는 문제 해결과 자립을 지원하는 단체인데요.7) 대표 활동으로 “청소년 쉼터 퇴소 청년의 따뜻한 겨울을 응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사랑의 열매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었습니다. 이를 통해 자립 청년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8) 생활 기반을 형성해 주려는 모금 활동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해당 사업은 2024.11.08. ~ 2025.02.10.의 기간 동안 223명의 시민들이 총 2,635,000원을 모금했었는데요. 이를 기반으로 센터는 겨울철 생활비 지원, 자립 상담, 당사자 모임의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9) 이처럼 시민사회가 제공한 따뜻한 마음은 청년들의 연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3. 민달팽이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은 비영리 주거 모델 실험과 제도 개선을 기반으로 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입니다.10) 특히 상당한 피해를 일으켰던 전세 사기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예로 전/월세 주거 상담 및 교육, 세입자 네트워크 구축, 전세 사기 대응 정책 제언 등의 활동11)을 통해 1인 가구 청년들의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달팽이집’ 사업은 청년들이 낮은 거주비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요. 최소 6개월 이상 거주 기간을 보장하면서 이웃들과의 모임을 통해 단절감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12) 이처럼 시민사회의 청년 주거권을 지키기 위한 책임감은 1인 가구 청년들에게 큰 지지대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청년이 시민단체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 출처: AI 생성 이미지
     
     
    1인 가구 중·장년
     
    ‘끼인 세대’라 불리는 중·장년층의 1인 가구 규모는 상당합니다. 2024년 기준 전체 1인 가구 중, 40~69세 중·장년층의 비율이 45%를 차지하며 절반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습니다.13) 또한 2017~2023년 동안 40~60대의 고독사가 전체의 75%를 기록하며 심각한 규모를 보여주었습니다.14) 이는 불안정한 경제 상황, 정서적 지지의 부재, 구조적 배제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요. 따라서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동참하는 시민사회 주체들이 늘어났습니다.
     
    1. 중·장년 잡(JOB) 페스타
     
    올해 부천시는 부천고용센터·부천 일자리센터·부천지역 노사민정협의회 등 12개 관계 기관과 함께 주관한 ‘2025 중장년 잡(JOB) 페스타’를 개최하였습니다. 본 행사에서는 구직자에게 취업(이력서·자기소개서·면접) 컨설팅, 취업 타로, 이력서 사진 촬영 등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였습니다. 또한 실시간 면접을 시행하는 현장 채용 부스도 운영하였습니다.15)
     
    특히 중·장년 집중 취업 지원 주간을 따로 마련하여 경력·노무·창업 상담을 제공하였는데요. 이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구조와 패러다임에 적응하고 경력 단절, 조기 퇴직, 나이 차별 등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취업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16) 이번 행사는 중·장년 1인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컸습니다.
     
    2. 외로움 없는 서울
     
    서울시는 시민들의 외로움을 해소하고 정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외로움 없는 서울’ 사업을 기획하였습니다.17) 특히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제공자와 수혜자의 역할을 담당하며 시민사회의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것이 큰 장점인데요. 예로 외로운 시민들이 기부된 라면 식사와 함께 고립·은둔 회복 시민의 상담을 받는 ‘서울 마음 편의점’, ‘외로움 없는 주간’에 진행되는 시민들의 ‘외로움 토크 콘서트’, 고립·은둔을 겪은 인플루언서의 고립·은둔 시민을 격려하는 캠페인18)을 통해서 ‘고독함’이라는 문제를 더욱 이해할 수 있는 체험 활동을 만들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서울시는 함께 잇다, 연결 잇다, 소통 잇다의 미래 도시를 구상하였는데요.19) 이러한 행보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사회에 건강한 정신문화가 형성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1인 가구 중·장년 사람들끼리 라면 식사와 함께 교류하는 모습 / 출처: AI 생성 이미지
     
    3. 한국한아름복지회(現 오픈도어)
     
    한국한아름복지회(現 오픈도어)는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소외된 부문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를 만드는 활동에 힘써왔습니다. 예로 1인 가구 주제와 관련한 지자체 컨설팅20), 약 3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오픈도어' 포럼, 법 연구 등의 노력을 이어왔습니다. 특히 재단법인 숲과 나눔과 함께한 '1인 가구 권리 시리즈'라는 부제의 토론회를 통해 제안된 정책들을 실현시키고자 국회, 서울시, 구의회와 협력하였습니다.21)
     
    5번의 토론 동안 분석한 300개 이상의 관련 정책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안전, 건강, 고립 등의 의제들은 특수청소업체 대표, 경찰, 사회복지사 등의 1인 가구 방문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도움과 함께 정교하게 분석되었는데요. 따라서 9개 분야의 122개 정책을 담은 제안서를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22) 혹여 한 두 문장의 조항들이 있다 하더라도 어딘가에 혼자 지내고 있는 중·장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 것입니다.
     
     
    1인 가구 노년
     
    말년의 외로움은 부담스러운 상황이 더욱 발생합니다. 2024년 기준 전체 1인 가구 중, 70세 이상에 해당하는 노년층의 비율은 19.8%를 기록하였는데요.23) 인생의 마무리로 향하고 있는 만큼 돌봄 공백, 건강 붕괴, 안전 문제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이러한 위협을 잊지 않고 어르신에게 편안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 오산돌봄사회적협동조합
     
    오산돌봄사회적협동조합은 노인 장기 요양 사업을 진행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예로 기본적으로 몸을 가꾸고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신체 활동 지원을 제공합니다. 또한 가사 서비스를 담당합니다. 나아가 장기 요양 5등급(치매 등급) 수급자에게는 인지 자극과 훈련을 통한 재활형 방문요양을 지원합니다.24)
     
    활동 지원사와 요양보호사 정기 회의를 통해 조합의 발전도 추구하고 있는데요. 나아가 타 단체 후원과 지역 사회 돌봄 토론회도 진행하며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25) 최종적으로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실버산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2. 한마음 봉사단
     
    을지대학교 한마음 봉사단은 생명 존중을 위한 연구와 봉사활동을 합니다.26) 올해에는 의정부 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25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힐링 스페이스(Healing Space)' 행사를 개최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였습니다. 예로 혈압·혈당 측정 및 교육, 치매 자가 진단 및 예방 안내, 스트레스 볼링 및 긍정 처방 등의 지원을 계획하였습니다.27)
     
    이를 통해 학부생들은 의료 실력을 함양하고 지역 어르신들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이유로 돌보지 못했던 심신 건강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민간 의료 서비스 향상과 다양한 계층의 소통 창구를 마련함으로써 올해의 지역사회를 충만하게 만들었습니다.
     
    3. (사)대전‧세종소비자공익네트워크
     
    (사)대전·세종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소비자 주권을 확보하고 공정한 시장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는 조직인데요.28) 관련 사업으로 어르신 대상 보이스피싱을 방지하기 위해 대전시 서구종합재가센터와 업무 협약을 맺었습니다. 예로 소비자 교육, 공익 캠페인, 협력 사업 및 상호 지원의 체계를 마련29)하겠다는 전반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울러 탄소중립을 기준으로 소비하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에도 같이 참여하겠다고 밝혔는데요.30) 우리 사회의 데이터 안보와 건강한 소비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걸로 해석됩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활동이 모여 신종 사기 범죄에 낯선 노년층의 개인정보 보호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에 유의미한 기여를 할 것입니다.
     
     
    ▶시민단체의 어르신 대상 보이스 피싱 예방 교육이 진행되는 모습 / 출처: AI 생성 이미지
     
     
    모든 1인 가구가 소외된 채 불만족한 삶을 사는 것은 물론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 있듯이 혼자 버텨야 하는 삶에서 오는 고민과 압박감의 무게는 꽤 묵직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무의식적으로 세상은 이상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가정을 내린 채 살아갑니다. 사별한 배우자를 떠올리며 혼자 잠에 드시는 어르신, 취업을 못 해 돈이 없어 나가지 못하는 한 청년, 초라한 밥상을 겨우 차린 채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중·장년의 모습을 떠올리며 착잡한 마음에 시달리는 게 힘들 때도 있었으니까요. 이후 벅차게 밀려오는 표현하기 힘든 응집된 감정 덩어리는 스스로 더욱 쓸쓸하게 만들었습니다.
     
    외로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겨울 눈이 오면 매서움과 포근함에 사로잡히고 싶어 어김없이 외투를 걸친 후 쏟아져 나온 사람들을 관찰합니다. 가끔 혼자 바라봐야 하는 풍경을 못 견뎌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사랑했던 사람과 첫눈을 맞았을 때의 허전함보다는 좋았습니다. 식어가고 있진 않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고독함의 본질은 혼자라는 물리적 상태를 넘어 마음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혹은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하는 무언가에 찔려가면서도 앉아있는 가시방석과 같은 표면적인 상황에서 오는 정서적 결손이 내 상태를 흔드는 핵심 요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눈을 헤치고 집에 도착한 순간에도 알 수 있었습니다. 데워지는 장판 위에 누워 문득 불안함과 외로움이 덧없음과 눈곱만큼의 차이인 것을 깨달은 걸 후회할 찰나, 어머니는 제게 손으로 주무른 말랑한 귤을 건네셨습니다. 지나치게 멍든 귤의 달콤함과 따뜻함은 제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만들어 낸 촉감, 말, 눈빛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고독이 지겨워 삶의 의미를 못 찾았던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살아갈 유일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오는 크리스마스. 올해만큼은 여러분들이 홀로 버티는 사람들을 먼저 품어주려 다가가 보는 산타가 되는 건 어떨까요? 아직 크리스마스는 오지 않았고 한 사람의 소망도 남아있으니까요.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요?
     
     
    ▶산타가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1인 청년·노년·중장년의 모습 / 출처: AI 생성 이미지
    
    [참고자료]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요?
    초스코스

    조회수 956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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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4기 에디터 바람자전거입니다.
    최근 저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AI로 재편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뉴스를 봐도 AI, 내년도 준비 회의나 워크숍을 해도 AI가 빠지지 않습니다. 업무에서 만이 아니라 AI로 편지를 쓰고, 사주도 보고, 상담도 하는 지금, 이러한 AI의 발전으로 가장 먼저 IT 기업의 일자리들이 줄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는 불안감이 사회적 스트레스가 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비영리 일자리로 지역의 미래를 말하다’는 주제로 경기도-시·군 센터 네트워크 협력포럼이 열렸습니다. 비영리 일자리 AI시대에 어떤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비영리 일자리로 지역의 미래를 말하다’ 포럼은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 정책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지역의 비영리 일자리 현실과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포럼은 경기도의 지역 특성상 1차 군포, 2차 평택 안성, 3차로 의정부로 나눠서 진행되었습니다. 필자는 2025년 11월 28일 금요일 오후2시, 평택대학교 제2피어선빌딩 2층 소강당에서 개최된 포럼에 참여했습니다.
     
     
     
    진행을 맡아주신 김낙빈 안성시공익활동지원센터장님(좌)과 발제 후 질문에 답하고 계시는 이명신 비영리경영연구소장님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2차 포럼의 사회는 김낙빈 안성시공익활동지원센터장, 발제는 이명신 비영리경영연구소 소장, 토론으로는 김혜련 평택안성흥사단 운영위원, 용솟음 비상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조철민 (사)시민 이사 3분과 현장에는 평택, 안성, 수원 등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활동가들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포럼 참석자들과 현장 질의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비영리 일자리가 지역의 미래에 어떤 포지션으로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읽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1.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 정책 연구 결과
     
    이명신 비영리경영연구소 소장이 발표한 연구는 2025년 6월부터 10월까지 4개월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연구의 핵심은 비영리 일자리의 개념 정립, 생태계 진단, 규모 추계, 그리고 정책 제안입니다.
     
     
     
     
    #2.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규모와 경제적 기여
     
    연구결과, 경기도의 비영리 부문은 상당한 규모와 경제적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놀라운 발견부가가치 기준 경기도 GRDP의 비영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료 14.35%에 이릅니다. 이는 미국의 GDP 대비 비영리 비중 5.4% 보다 훨씨 높은 수치입니다. 비영리는 생산 유발, 고용 유발,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상당합니다.
    특히 고용 유발 효과는 전 산업 평균 1.1명 대비 6.1명으로 훨씬 높습니다. 비영리는 노동 집약적이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큽니다.
     
     
    #3. 비영리 일자리 정책의 현실: 텅 빈 지원
     
    연구 결과 비영리 일자리 정책의 현실은 한마디로 “텅 빔”이었습니다. 아무데도 주문할 데가 없습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활성화 정책 예산은 청년 공익활동가 통합 지원 체계 구축(3억 1천만원)과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 사업(1억 3,600만원)을 합쳐 약 4억 4,600만원 입니다. 반면 기회소득 정책(농업인, 체육인, 아동 돌봄, 장애인, 기후 행동 등)에는 수백억 원이 투입됩니다.
     
     
    #4. 경기도형 비영리 일자리 정책 제안
     
    연구진은 “기여적 정의를 위한 투자”라는 슬로건 아래 경기도형 비영리 일자리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기여적 정의를 위한 투자란 단순히 물질적 투자만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비영리 공익 활동을 가치 있는 활동으로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자리는 생존이고 자존감이며, 모든 사회 구성원이 자신의 삶을 자리 잡게 하는 매개체입니다.
     
     
     
     
    3개년 예산 제안: 1단계 100억 원 2단계 100억 원, 3단계 100억 원, 총 300억 원을 투입했을 때 경기도 GRDP에 기여하는 효과와 고용 창풀 효과를 분석했습니다. 
     
    ※ 해외 사례 참고: 일본과 폴란드의 세금 1% 기부 제도, 네이버후드 매칭 펀드(공익 활동에 쓰인 시간·재능·현물·현금에 정부가 보조금을 매칭), 비영리 일자리 플랫폼 등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토론과 질의 응답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연구자의 발제에 이어 현장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의 생생한 토론이 이어졌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3명의 토론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토론1 : 비영리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로 이어지려면
     
    김혜련 평택안성홍사단 운영위원은 평택 지역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평택시민사회단체연대 담쟁이에는 24개 단체가 가입되어 있지만, 상근 활동가가 있는 곳은 반상근까지 포함해도 약 7곳 정도입니다. 자체 활동 공간을 가진 곳은 더 적습니다.
     
    “활동가로 일하면서 사회 이슈에 민감해야 하고, 지역사회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내가 고용주인지 고용되는 노동자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김혜련 위원은 연차가 오래되면서 경력에 맞는 급여를 받지 못해 위탁 운영 기관으로 이동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비영리 일자리의 업무 역역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행정인지 마케팅인지 구분이 어렵고, 닥치는 일을 모두 해야하며, 메뉴얼도 없습니다. 활동가의 입장에서 3가지 정책 제안을 하였습니다.
     
     
     
    토론 2: 공익과 생존사이, 지역 비영리 일자리의 현실
     
    용솟음 비상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청년 활동가의 관점에서 생생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비상구는 “어떻게 하면 평택에서 더 재미있게 청년들이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청년 공간을 만들고 공익 활동을 시작했지만, 수익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했습니다. 행사나 단기 프로그램 등 외부 사업을 병행하면서 처음 설립 목적과 방향성이 흔들리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공익을 위한 활동도 지속 가능한 기반이 있을 때 비로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한 고민은 저희만의 고민이 아니라 지역에서 활동하는 많은 비영리 단체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구조적 과제입니다.”
     
     
    비영리 일자리는 단순히 고용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의 지속 가능성 그 자체입니다. 공익을 위해 출발한 단체들이 생존 때문에 방향을 잃지 않도록,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이 오래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토론 3: 지역의 비영리 일자리, 어떤 과제가 필요한가
     
    조철민 (사)시민 이사는 사례와 제안을 중심으로 비영리 일자리의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비영리 일자리 관련 사업은 많지 않습니다. 청년 일경험 지원 사업(청년 인턴제), 공익 활동의 사회적 인정(직업 분류 코드 상향), 활동가 진로와 노동권 논의, 참여 수당 제도(광주광역시 광산구) 정도입니다. 
    경기도는 비영리 일자리 조례에 비영리 일자리 조항이 명시된 유일한 광역 조례를 가지고 있으며, 청년 인턴 사업과 기회소득 정책 등을 선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공익 활동이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데, 인식의 전환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로부터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리하자면, 비영리 일자리, 지역의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비영리 일자리는 단순한 고용 정책이 아닙니다. 이것은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투자이며,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지키는 기반입니다. 경기도 비영리 부분은 GRDP의 14.35%를 차지하며, 67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고용 유발 효과는 전 산업 평균보다 높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경제적 기여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텅 비어 있습니다. 정책적 지원은 미비하고, 사회적 인식은 낮으며, 활동가들은 생존과 공익사이에서 고민합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인식전환: 공익 활동가를 공공인재로 인정하고, 비영리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야 합니다. 정책적 지원: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쓸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합니다. 비영리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우리로부터 시작: 선배 활동가든 청년 활동가든, 우리 스스로가 먼저 주장하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지역 특성 반영: 시군마다 공익 활동 환경이 다릅니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일자리 구조가 필요합니다.
     
    “모든 비영리 활동가에게 비영리 일자리 정책이 에어비엔비 같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꿈꿉니다.”
     
    이명신 비영리경영연구소 소장
     
    단체사진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지역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활동가가 오래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 때, 좋은 공익 활동도 장기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공익을 위해 출발한 단체들이 생존 때문에 방향을 잃지 않도록,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며 오래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이것이 AI의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현장스케치] 2025 경기도 시군센터 네트워크 협력 2차 포럼(평택)
    바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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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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