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2026년 3월 24일 화요일 오후 2시,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4.16생명안전교육원 미래희망관 4층 민주홀을 찾았습니다. 이날 열린 ‘4.16생명안전 웨비나 4차’는 <기후 위기와 재난, 모두의 안전을 묻다>라는 주제로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현장과 4.16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안산에서 오랫동안 안전교육 활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이 웨비나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질문 앞에 다시 서는 일이었습니다. 기후 위기가 만들어내는 재난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 동네,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되고 있었습니다.

416생명안전교육원에 부착된 안내포스터
기후 위기로 인한 한국 사회의 재난 경험
첫 번째 발표는 녹색전환연구소 황정화 연구원이 맡아주셨습니다. 스크린 가득 펼쳐진 자료에는 충격적인 통계가 담겨 있었습니다. 기상특보 발령 현황을 보면 2010년과 2024년을 비교할 때 경보와 주의보 모두 급격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온열 환자 수는 2024년 3,704명에서 2025년 4,460명으로 1년 만에 크게 늘었습니다.
또한 1910년부터 100년간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9도 상승했지만, 최근 10년 만에 0.9도 오르면서 기온 상승이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제기되었습니다. 2025년 여름 평균 기온은 25.7도, 평균 최고 기온은 30.7도로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한 해로 기록되었습니다.

'기후 위기로 인한 한국 사회의 재난 경험'을 주제로 발제하는 황정화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황정화 연구원은 지금의 재난은 단지 불운이 아니라 기후 변화가 원인이며, 이는 이미 확정적인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목표로 해야 할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습니다.
“재난을 운 좋게 피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재난을 당하고도 회복할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재난 이후 심리 회복과 관계 회복, 두 가지 모두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강릉의 산불 피해 사례를 인용하며, 보상과 재기를 이뤄냈어도 마을과 이웃이 사라진 상실감이 회복을 가로막는다는 이야기는 자리에 앉은 모든 이의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연대하고 연결될 수 있다는 경험, 피해자를 수동적인 지원 대상이 아닌 회복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 기후 재난 대응의 핵심 원칙이라는 발표였습니다.
폭염과 재난, 더위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두 번째 발표는 환경정의 활동가 김명철 선생님이 맡아주셨습니다. 기후 위기 당사자들을 직접 취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발표였습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온열 질환 추정 사망자 29명 중 70%가 어르신과 장애 당사자였습니다. 신체적, 생물학적 취약성뿐 아니라 경제적 취약성과 주거 취약성이 복합적으로 겹칠수록 피해가 커진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폭염과 재난, 더위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주제로 발표하는 김명철 환경정의 활동가
발표에서 소개된 사례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실제 삶의 이야기였습니다. 고시원 거주자는 복도에 에어컨이 한 대 있지만 온도 조절 권한은 관리자에게만 있었습니다. 시원한 공기를 쐬려면 방문을 열어야 하는데, 그러면 사생활이 침해되기 때문에 결국 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달장애 당사자는 낮에는 지하철에서, 밤에는 공원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이분에게 가장 필요한 대책이 무엇이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옥상 탈출’이었습니다.
동자동 쪽방에 거주하는 어르신은 에어컨도 없이 여름을 버티면서, 공공임대주택 신청 대기 번호가 260번 대였다고 하셨습니다. 2년이 지났어도 겨우 몇 십번 대로 내려갔을 뿐이었습니다. 어르신이 바라는 집은 “욕실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결코 과한 바람이 아닌데도 현실에서는 너무 멀었습니다.
쪽방촌 주민들의 연간 탄소 발자국은 3.98톤으로 한국인 평균 12.7톤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기후 위기를 만든 책임은 훨씬 작은데, 피해는 훨씬 크게 받는 불균형이 숫자로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에너지 바우처 정책, 무더위 쉼터 정책 등의 한계도 짚었습니다. 지원 제도가 있어도 모르거나, 지원금이 초과될까봐 에어컨을 켜지 않고, 대피소까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은 이용조차 어렵습니다. 또한 관련 정보가 발달장애 당사자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형식으로 전달되어 실질적으로 무용지물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알아보는 '재난 속 지역공동체'
세 번째는 2023년 7월 15일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현장에서 활동해온 김혜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의 발표였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극한 호우 속에서 미호강 인근 제방이 무너지며 약 6톤의 강물이 430미터 지하차도로 유입되어 14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당한 참사였습니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발생한 명백한 인재였습니다.
충북도의 지하차도 침수 통제 기준은 50cm, 청주시는 30cm였는데 서울·부산의 10~15cm와 비교하면 매우 느슨한 기준이었습니다. 미호강 폭 확장 계획이 오랫동안 지연되다 급하게 추진되면서 안전을 무시하고 제방 절개가 먼저 이루어진 점도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충북도와 청주시의 재난안전본부가 각자 따로 대응하며 정보 공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드러났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충북도는 당시 3년 연속 재난안전 평가 우수 기관이었습니다. 형식적인 훈련과 현실 대응 사이의 괴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이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알아보는 재난 속 지역 공동체 구축 방안'에 대해 발표 중인 김혜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참사 4일 만에 충북 시민사회, 노동단체, 진보 정당이 결집해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4.16재단이 피해자 권리 교육을 지원했고,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위와도 연대했습니다. 시민 주도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지역 자원을 총동원해 사고 경위를 밝혔고, 이는 2025년 국회 국정조사로 이어졌습니다. 국정조사 결과보고서에는 재난 대응 체계 전면 개편, 피해자 중심의 회복과 배상이라는 대안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록 최고 책임자인 충북도지사는 불기소 처분 상태이며, 충북도의회는 추모 조형물 예산을 삭감하고 ‘혐오 시설’이라는 말로 2차 가해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합동 분향소는 아직도 청주시청 좁은 별관에 머물러 있습니다.
경북 산불로 알아보는 재난 속 시민사회의 역할
마지막으로 4.16재단 부설 재난피해자권리센터의 김서린 활동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2025년 3월 20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무려 10일간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과 경남 산청·하동·울산 등 10개 시군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총 10만 3,879헥타르의 산림이 소실되어 1987년 산불 피해 통계 작성 이래 단일 산불 중 최대 규모로 기록되었습니다. 사망자 31명, 총 이재민 3,509명, 피해액 1조 818억 원으로 2022년 동해안 산불의 4.51배에 달하는 규모였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만 약 366만 톤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산불 직후 성명을 내고, 피해 실태 조사, 시민사회 간담회, 주민 간담회, 언론 보도 모니터링, 토론회를 체계적으로 이어나갔습니다. 임시 대피소에서 원불교 단체가 식사를 배급하고, ‘덕 프라미스’라는 단체가 비누 받침대를 제공하는 등 국가가 채우지 못한 빈틈을 시민사회가 채우는 모습이 현장 곳곳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안동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에는 5개 피해 지역 주민 40명이 모였습니다. 지역별 주민대책위원회는 있었지만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이 자리가 서로를 연결하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실태 조사 결과에서는 고령 피해자 지원 체계 미비, 임시 주택의 사생활 침해, 재난 심리 회복 체계 부족, 피해 주민의 권리 보장 부재 등이 핵심 과제로 도출되었습니다.
새로 조성될 마을에 대해 피해 주민들이 바라는 모습을 물었을 때, “에너지 자립 마을”, “공동체가 활발한 마을”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더 나은 공동체를 꿈꾸는 목소리가 남아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경북 산불로 알아보는 재난 속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 발제한 김서린 4.16재단 부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활동가
이날 웨비나에서 네 명의 발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모두 하나였습니다. 기후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오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아프고, 홀로인 사람에게 더 깊이, 더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재난 앞에 서는 일은 곧 불평등의 문제를 마주하는 일입니다.
4.16 이후 안산에서 안전교육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서 다시 다짐하게 됩니다. 안전은 지식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혼자 아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웃이 안전한지, 내 마을이 괜찮은지, 함께 묻고 함께 행동하는 것이 진짜 안전의 시작이라는 것을 오늘 이 자리가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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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1※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지난 3월 17일 화요일 오후 2시 안산 지역 시민사회, 사회적경제, 문화예술, 마을, 노동, 청년, 장애인, 이주민 단체 등 130개 단체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저마다 활동하는 영역도 다루는 이야기도 달랐지만, 이들이 이날 모인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모두가 안전한 도시는 어떻게 가능한가.” 이 질문 하나를 붙들고 지난 1년을 준비해 온 안산 시민사회가, 마침내 시민추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출범을 선언하는 날이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12년이 흘렀습니다. ‘4.16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고 다짐해 왔던 말들이, 실행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 날인 거죠. 안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민주진위원회 전체회의 및 출범식 장소 입구 포스터사진

4.16안산시민연대 공동대표 김은호 공동추진위원장 진행모습
전체회의 : 지난 1년의 여정을 돌아보다
출범식에 앞서 먼저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회의에서는 지난 1년간의 추진 경과와 2026년 주요 활동 계획이 공유됐어요. 회의를 이끈 김은호 4.16안산시민연대 공동대표이자 공동추진위원장은 이렇게 운을 뗐습니다.
“2024년, 우리는 안산을 생명과 안전의 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담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생명안전도시 안산 만들기 프로젝트가 작년부터 시작되었고, 지난 1년의 여정은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여덟 번의 포럼이 쌓아올린 공통의 언어
그중 2025년 8월부터 10월까지 총 8회에 진행된 ‘안산생명안전포럼은’ 이 모든 준비의 출발점이었습니다.
1강 ‘위험사회의 이해와 시민의 안전한 권리’로 시작한 포럼은 2강에서 안전권이 헌법과 국제 인권 규범에 근거한 사회적·국가적 책임임을 짚었고, 3강에서는 광주 5·18 사례를 통해 회복적 도시 모델의 가능성을 탐색했습니다. “기억은 과거를 묻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반복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광주가 인권 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약속을 제도와 문화로 확장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4강은 경주 지진 사례를 통해 ‘마을이 곧 매뉴얼’이라는 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재난 발생 후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매뉴얼이 아니라 서로의 얼굴을 아는 관계다.”
5강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시 재난·안전 분야 실태 연구 용역 결과가 발표되었죠. 결론은 냉정했습니다. “안산시는 생명안전도시를 만들어갈 충분한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세권 중심의 고밀도 복합 개발에 집중하면서 생명과 안전이 외면되고 있다.”
6강에서는 거버넌스 전략을 논했습니다. “작더라도 시민이 직접 정책을 이야기하는 경험을 쌓으면, 그것이 행정의 방향을 바꾼다.” 7강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 시민사회 활동에 대한 성찰적 진단이었어요. 우리는 쉽게 연결되어 있지만, 뭘 할 수 있는 힘은 약해졌다는 뼈아픈 자기 점검이었죠.
그리고 마지막 재난과 안전에 관한 지역사회 커뮤니티의 역할을 다룬 8강까지, 총 여덟 번에 걸친 포럼은 안산 시민들의 공통 언어를 만들어냈어요. 그것은 바로 안전은 특정 사고에 대응하는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조건이라는 것,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와 도시의 책임이라는 것, 그리고 시민 참여 없이 지속가능한 안전 정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홉 번의 워크숍이 연결한 다양한 목소리
포럼 다음에는 전체 비전 수립 워크숍 2회, 노동·마을·이주민·여성·청년·청소년·장애인 7개 부문 워크숍을 합해 총 9회 워크숍이 이어졌고, 150여 명이 참여해 각자의 경험으로 도시 안전을 이야기했어요. 포럼이 공통의 언어를 만드는 자리였다면, 워크숍은 그 언어를 각 부문의 현장으로 가져간 과정이었습니다. "나의 안전이 도시의 안전"이라는 인식이 확장되고, 서로 다른 부문의 주체들이 연결되면서 비로소 이번 출범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여기에 지역 23곳, 30회에 걸친 '찾아가는 사업 설명회'를 통해 100명 이상의 활동가들이 공감대를 함께 형성한 것도 빼놓을 수 없어요. 이 모든 과정이 쌓여, 130개 단체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죠.

지난 1월 30일 열린 2차 워크숍 현장사진
정식 출범 : 다른 목소리, 하나의 결론
이번 출범식에서 가장 핵심적인 순서는 ‘안전약자 릴레이 발언’이었어요. 청년, 장애인, 이주민, 노동자를 대표하는 네 명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자신이 살아온 현장의 이야기를 꺼내놓았습니다.
가장 먼저 청년 대표로 나선 영화감독 김윤정 씨가 2014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처음 광장에 나섰던 기억을 꺼내 놓았어요. 당시 친구를 잃은 많은 또래들이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25시 광장’에 모였고, 그 역시 처음 그곳에서 목소리를 냈다고 했습니다. 스물여섯이 됐을 때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스물여덟이 됐을 때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났어요.
“왜 우리는 삶의 시간을 지나올 때마다 또 하나의 참사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는 걸까요. 참사는 한순간에 일어나지만, 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불안은 우리의 일상 속에 계속 존재합니다. 안전은 구조입니다. 누구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위험을 말할 수 있는지, 책임지는 시스템이 있는지 그 구조가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은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안산나무를심는장애인야학 교장 김선영 씨는 장애인의 일상에서 안전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구체적으로 전했습니다. 저상버스가 언제 올지 몰라 불안과 초조함으로 기다리는 시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면 집 밖을 나올 수도,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 재난 매뉴얼 속에 장애인은 빠져 있는 현실까지. 청각장애인은 대피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없고, 시각장애인은 누군가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화재나 붕괴 사고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어요.
“장애인 안전은 복지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입니다. 사고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입니다.”
와이즈우멘협회 대표 도르카스 씨는 이주민의 목소리를 전해주었어요. 안산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위험한 노동 환경과 정보 비대칭으로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생명과 안전은 국적을 넘어 모든 사람의 권리입니다. 위기 상황이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모든 이주민이 차별 없이 예방, 지원, 구조, 보상 체계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안산지회장 황순화 씨는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했습니다. 2025년 3월 기준, 185명이 결원인 상황에서 만성적인 인력 부족은 학교 급식 노동 현장에서 산재 사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검진 대상 중 폐결절 등 이상 소견을 보인 급식실 노동자는 3,981명에 달했고, 폐암으로 15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200여 명이 폐암 의심 진단을 받았다고 해요.
“노동자가 아프고 떠나는 급식실에서 안전한 급식은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안전은 사고가 난 뒤에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에 지켜야 할 권리입니다.”
네 사람의 상황과 이야기는 각자 달랐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였어요. 안전은 개인이 알아서 챙겨야 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지자체가 구조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것. 그리고 그 구조를 바꾸는 힘은 바로 시민의 참여에서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출범 선언문 : 함께 외친 세 마디

공동선언문 읽는 모습
이어서 출범 선언문 낭독이 이어졌어요. 공동추진위원장들이 함께 단상에 올라 선언문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선언문은 이렇게 시작됐어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묻습니다. 생명과 안전은 이 사회에서 어디에 놓여 있어야 하는가. 우리는 그 질문 앞에서 다짐했습니다. ‘4.16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지금도 사회적 재난과 일상의 위험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기억은 남아 있지만 변화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선언문의 핵심 다짐은 세 가지였습니다. ▲ 생명과 안전을 도시 운영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세우겠다 ▲ 위험이 집중되는 사람들의 삶을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겠다, ▲ 시민의 참여가 도시를 변화시키는 힘이 되도록 하겠다.
선언문 낭독이 끝나자 회의장은 한 목소리로 물들었습니다. "함께 만드는 변화, 모두가 안전한 도시, AN전도시에 SAN다!" 박수와 함께 울려 퍼진 세 마디차 출범식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2026 활동 계획 : 기억이 정책이 될 때까지
시민추진위원회가 올해 추진하는 활동은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됩니다.
첫째, 시민 공론 형성이에요. 가장 먼저 3월 17일부터 4월 5일까지 ‘생명안전도시 안산 시민 설문조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데, 목표는 안산 시민 1,000명 이상입니다. 전체 회의에서 위성태 사무국장은 “130개 단체가 각각 10명씩만 조직해도 1,300명이 됩니다. 천 명, 2천 명, 만 명까지 한번 우리의 실력대로 해봅시다.”라고 독려했고, 현장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졌습니다.
4월 11일에는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아 안산문화광장에서 '304개의 노란 테이블' 시민 대토론회가 열립니다. 304는 희생자의 수이자, 시민 1,000명이 직접 둘러앉아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테이블의 수이기도 합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시민이 직접 논의하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둘째, 시민 참여 확대예요. 5월 한 달간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벌이고, 5월 9일 오후 3시에는 안산문화광장에서 생명·안전 시민대행진 ‘노란 빛 동행’이 펼쳐질 예정이라고 해요. 시민들과 함께 거리로 나가 안산의 안전을 우리 사회 전체의 의제로 만드는 자리기도 합니다.
셋째, 정책·제도 변화 추진입니다. 시민 공론의 결과를 생명 안전 정책 요구안으로 정리해 6·3 지방선거 출마 후보와 정당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전체 회의에서 정책 협약 무용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시민추진위원회 측은 “약속해놓고 당선되면 아무것도 안 지키더라는 말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행을 관철하기 위한 후속 액션까지 철저하게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넷째, 시민 참여 거버넌스 구축입니다. 올해 하반기 8월부터 11월까지 시민 참여 안전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하는데요, 교육 4회와 워크숍 1회로 역량을 키운 뒤, 법·조례·위원회·현장을 시믿늘이 직접 점검하고 모니터링합니다. “모니터링 → 시민공론 → 정책 요구 → 캠페인”의 선순환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시민추진위원회의 주요활동 방향을 논의하는 공동추진위원장 14인

시민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준비 되었던 활동안내 자료
맺음말 : 현장을 기록하며
이날 전체회의에서 나온 한 마디가 오래 머릿 속을 맴돌았습니다. “우리는 쉽게 연결되어 있지만, 뭘 할 수 있는 힘은 약해졌다.” 130개 단체가 모였음에도, 연결이 실행의 힘으로 전환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솔직한 성찰이었습니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 12주기이자, 안산시 승격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거기에 6·3 지방선거까지 맞물린 해이기도 하지요. “역사적인 도시 전환의 분기점이 돼야 한다”는 말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안산은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피해를 경험한 도시입니다. 그 아픔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도시의 정책과 구조를 실제로 바꾸어 내는 것, 그것이 시민추진위원회 스스로가 부여한 역할입니다. 취재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면서, 안산의 이번 실험이 경기도, 나아가 대한민국의 다른 도시에서도 롤모델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워크숍 참가자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안산에서 진짜 안전한 도시, 생명의 도시가 탄생한다면, 아마 세계적인 롤모델이 되지 않을까요.” 기억이 정책이 되고, 정책이 일상이 되는 날을 향한 안산 130개 단체의 발걸음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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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1※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요즘처럼 마음까지 차가워지는 날에는, 이상하게도 오래 머무는 이야기 하나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일명 ‘왕사남’으로 불리는 이 작품이 저에겐 그런 영화였습니다. 처음에는 역사 속 왕의 이야기쯤으로 생각했는데, 보고 나니 마음에 오래 남는 건 왕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권력의 중심이 아니라, 권력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좋았던 이유는 단순히 이야기가 재미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깁니다. 매년 에디터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에 ‘공익이란 무엇일까’, ‘공공성이란 어디에서 시작될까.’ 묻게 됩니다.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가면 결국 이런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약한 사람의 존엄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
영화 속에서 공익은 거창한 말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작은 장면들 속에 숨어 있습니다.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 상대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주는 마음, 규정만 들이밀지 않고 함께 방법을 찾아보려는 노력. 이런 것들이 쌓여서 공공성이 되고, 그 공공성이 공동체를 지탱한다는 걸 영화는 조용히 보여줍니다.
공익이란, 약한 사람 곁에 머무는 일
정태식 경북대 인문학술원 교수의 말처럼, 타인의 존엄을 지키는 책임이야말로 공익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오래 남았습니다. ‘공익’이라는 말은 보통 법이나 제도, 행정 같은 단어와 함께 떠오르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실 공익은 그보다 더 앞서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사람으로 대하는 태도, 약한 이의 말을 귀찮아하지 않고 끝까지 듣는 자세, 이해하지 못해도 다시 설명해 주는 마음. 이런 것들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도 금세 차가워집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특히 마음에 남는 건, 힘을 잃은 존재를 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왕이라는 이름을 가졌어도 실제로는 가장 약한 자리에 놓인 사람. 그 앞에서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 외면할 수도 있고, 그저 예를 갖춘 채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른 길을 보여줍니다. 함께 밥을 먹고, 말을 건네고, 곁을 지키는 일. 그것이야말로 사람을 살리는 힘이라는 걸 말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공익도 결국 그런 것 같습니다. 법과 직책만으로는 유지되지 않습니다. 설명하고, 설득하고, 책임을 나누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살아 움직입니다. 현장에서 민원을 응대하는 사람, 아이를 돌보는 교사, 환자를 살피는 의료진, 어르신의 손을 잡아 주는 복지 현장 종사자들. 이분들이 단순히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 갈 때 공공성은 비로소 숨을 쉽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에는 늘 현실적인 조건이 따라붙습니다.
인력이 부족하면 누군가의 사정을 끝까지 듣기 어렵고,
예산이 부족하면 필요한 도움을 지속하기 어렵고,
연대가 약하면 결국 모두가 지쳐버립니다.
그래서 공익은 이상만으로는 유지되지 않습니다.
사람이 있어야 하고, 돈이 있어야 하고,
서로를 지켜 주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이 셋이 함께할 때만 공동체는 약한 사람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도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공익은 멀리 있는 거대한 개념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드는 아주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그 작은 행동은 대부분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는 것 말입니다.
“괜찮으세요?”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제가 다시 설명해드릴게요.”
“혼자 두지 않을게요.”
이런 말들이야말로 사람을 살립니다. 때로는 히터보다 더 따뜻하고, 난방보다 더 깊게 마음을 녹입니다. 몸은 금세 추위를 느끼지만, 마음은 말 한마디에 오랫동안 온기를 기억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나서 공익이라는 단어를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공익이라는 말을 들으면 제도, 정책, 행정, 복지 같은 단어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물론 그런 것들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보다 먼저 사람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어떤 표정으로 말을 건네는지, 어떤 마음으로 기다려 주는지, 어떤 태도로 약한 사람을 대하는지. 공공성은 결국 그런 자리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말 한마디가 히터보다 따뜻하다
특히 이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넘었다는 사실은 더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한동안 한국 영화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왕과 사는 남자」는 다시 한번 사람들의 마음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단순히 숫자의 성공이 아니라, 한국 영화가 다시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준 작품 같아서 반가웠습니다. 재미만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고, 스쳐 지나가는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까지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그런 영화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다는 건 참 고마운 일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래 ‘강한 사람’의 이야기만 보아 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왕과 사는 남자>는 약한 사람 곁에 머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공익은 결국 강한 사람이 더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약한 사람이 덜 외로워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걸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단지 좋은 사극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이 추운 시대에 사람의 온기를 다시 떠올리게 해 준 영화였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말들을 듣고, 또 너무 많은 말을 하며 지냅니다. 그중에서 정말 오래 남는 말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말은 이상하게도 오래 남습니다. 내 편이 되어 주는 말, 내 처지를 알아주는 말,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말.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선명하게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말 한마디가 히터보다 따뜻하다” - 유튜브 <내 이름은 춘복이> 쇼츠에서
이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공익과 공공성의 본질을 아주 잘 담고 있는 말 같습니다. 공동체는 결국 말로 이루어집니다.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상처받고,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다시 살아납니다. 그러니 공공성은 제도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따뜻한 말과 행동 속에서 완성된다고 믿게 됩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그걸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 준 작품이었습니다. 역사의 비극을 다루면서도 끝내 사람의 온도를 잃지 않았고, 권력의 이야기 같지만 결국은 존엄의 이야기였으며, 멀리 있는 공익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 우리 옆 사람의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아마 그래서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다시 사람을 생각하게 되고, 누군가에게 말을 건넬 때 한 번 더 조심하게 되는 영화. 그런 영화가 천만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사실은 참 반갑고, 또 희망적입니다.
한국 영화가 힘든 시기를 지나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준 작품, 그리고 우리에게 “사람을 살리는 건 결국 따뜻한 말과 마음”이라는 사실을 다시 알려 준 작품. 저에게 <왕과 사는 남자>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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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31※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미래를 내버려 두지 말자"
기술과 데이터,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요즘처럼 AI라는 단어가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시대에, 공익활동 현장도 이제 더 이상 기술과 무관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공익활동이라고 하면 사람을 만나고, 손을 잡고, 현장을 뛰어다니는 일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그 현장을 어떻게 기록하고, 어떤 데이터를 남기고, 그 데이터를 통해 어떻게 다시 사람을 위한 변화로 연결할 것인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익활동이 갑자기 기술 중심의 세계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기술과 데이터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 점에서 지난 3월 24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린 포럼은 참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임팩트얼라이언스, 계단뿌셔클럽, 녹색전환연구소 등 각계 활동가들이 모여, 기술과 데이터를 공익활동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약 3시간 동안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큰 메시지였습니다.
포럼의 제목이기도 했던 “미래를 내버려 두지 말자”는 말은, 단순히 기술을 빨리 배우자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공익활동 현장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누가 서 있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공익활동은 늘 그렇듯, 가장 먼저 현실을 마주합니다. 사람들의 삶이 달라지고, 사회문제가 복잡해지고,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쌓여 가는 자리에 늘 공익활동 현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포럼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기술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 사람 이야기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24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린 '미래를 내버려 두지 않는 법 : 기술·데이터 활용 공익활동의 방향과 사례' 포럼
건강한 데이터를 만드는 조건은 ‘시민성’
기조 발제를 맡은 임팩트얼라이언스의 박정웅 팀장은 AI가 학습하는 텍스트의 기반이 점점 고갈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데이터는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 AI가 학습할 수 있는 충분하고도 건강한 데이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뜻입니다. 특히 한국어 데이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앞으로 공익활동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의 가치가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말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익활동 현장은 마냥 ‘좋은 일’을 하는 곳으로만 비치기 쉽지만, 사실은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고 새로운 증거를 쌓아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목소리, 변화의 과정, 실패와 시행착오, 반복되는 문제와 해결의 흔적들이 모두 데이터가 됩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나중에 정책을 바꾸고, 제도를 개선하고,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만드는 근거가 됩니다. 즉, 공익활동은 단순한 실천을 넘어,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록의 장이기도 한 셈입니다.
박정웅 팀장이 강조한 또 하나의 메시지는 건강한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소수의 뛰어난 개인이 아니라 ‘시민성’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말이 참 마음에 남았습니다. 데이터를 잘 다루는 몇몇 전문가만으로는 공익활동의 세계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현장에 있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서로 다른 시선을 모을 때 더 건강한 데이터가 만들어집니다.
공익활동의 데이터는 어디선가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의 경험으로부터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데이터가 숫자만이 아니라 삶을 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삶을 바탕으로 기술이 작동할 때 비로소 공익적 의미가 생깁니다.
AI, 기술 아닌 언어로 받아들이자
이날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부분 중 하나는 AI를 바라보는 관점이었습니다. 보통 우리는 AI를 떠올리면 ‘기술을 잘해야 한다’, ‘남보다 더 빨리 익혀야 한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부터 느끼기 쉽습니다. 그런데 박정웅 팀장은 AI를 기술(skill)로만 보지 말고 언어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표현이 참 좋았습니다. 기술로만 보면 늘 경쟁이 생기고,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으로 나뉘기 쉽습니다. 하지만 언어로 생각하면 조금 다릅니다. 언어는 배우고 익히고 자주 쓰면서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누구나 서툴 수 있고, 누구나 배워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AI는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공익활동 현장에서 서로를 연결하는 새로운 언어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말은 “우리는 AI를 잘하는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고, 전문가와 현장 사이를 원활하게 이어줄 통역사가 되는 것이 핵심”이라는 대목이었습니다. 이 말은 공익활동의 본질과도 닿아 있습니다. 공익활동은 늘 사람과 사람 사이, 제도와 현장 사이, 말과 삶 사이를 연결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공익활동가에게 필요한 것도 결국 기술 자체를 뽐내는 일이 아니라, 그 기술이 현장에 어떻게 번역되고 적용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기술은 어렵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언어로 바꿔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움직입니다.
박정웅 팀장은 또 데이터와 기술 활용의 핵심은 결국 ‘증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부분도 매우 현실적이었습니다. 공익활동은 많은 경우 좋은 의도와 열정으로 시작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왜 이 문제가 중요한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어떤 지원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익활동 현장에서의 데이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변화의 증거입니다. 사람들은 숫자를 보면 움직이고, 사례를 보면 이해하며, 근거를 보면 설득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일과 그 결과를 텍스트로 남기고, 데이터로 정리하고, 필요하면 공공과 민간이 함께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일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은 결국 상향 평준화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차이는 어디에서 생길까요? 바로 어떤 현장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생성하고, 개방하고, 축적하느냐에서 차이가 생긴다는 말이 깊게 남았습니다.

공익활동 현장에서 기술·데이터 활용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사람과 현장에 답이 있다
이어진 사례 발표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기술과 데이터가 어떻게 사람과 연결되는지 더 생생하게 다뤄졌습니다. 먼저 ‘계단뿌셔클럽’의 박수빈 대표는 이동약자의 이동권 문제를 시민 참여형 데이터 수집으로 풀어가는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사실 이동권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문제이지만,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계단 하나, 턱 하나, 경사로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큰 장벽이 됩니다. 이런 문제를 시민이 직접 기록하고, 함께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매우 뜻깊습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참여자들이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아닌 “함께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갖도록 커뮤니티를 설계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말은 결국 공익활동의 핵심이 참여자들의 세계를 넓히는 데 있다는 뜻처럼 들렸습니다. 나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던 일에 참여하면, 그 순간 나의 세계도 함께 넓어집니다. 공익활동은 바로 그런 확장의 경험을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녹색전환연구소의 고이지선 팀장이 소개한 ‘1.5℃ 계산기’ 역시 기억에 남았습니다. 개인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시민들의 일상과 탄소 문제를 연결해 보여주는 도구라는 점에서 굉장히 직관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녹색전환연구소가 원래 기술이나 데이터에 익숙한 조직이 아니었다는 고백이었습니다. 데이터가 부족한데 가능할까 고민했지만, 해보니 되더라는 말은 많은 공익활동가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을 것 같습니다. 기술에 겁먹지 말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공익활동 전반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결국 도구는 도구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그 도구를 통해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 하는 질문입니다.
질의응답에서 나온 “사람과 현장에 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AI를 쓴다”는 말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AI를 쓰는 이유가 편리함 그 자체가 아니라, 결국 사람을 만나고 현장에 머무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공익활동의 진짜 변화는 늘 현장에서 시작됩니다. 책상 앞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같이 고민하고, 함께 움직이는 시간 속에서 생깁니다. 그렇다면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를 AI로 줄이고, 그 시간만큼 사람을 더 만나고 현장을 더 깊게 보는 것은 오히려 공익활동의 본질에 가까운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기술·데이터 활용한 공익활동으로 소개된 '녹색전환연구소' 사례
기술과 데이터가 공익활동이 만날 때
이번 포럼이 특별했던 이유는, AI가 공익활동의 위기라는 식의 비관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기술과 데이터가 공익활동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물론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잘못 쓰이면 사람을 더 배제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향으로 쓰느냐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을 정하는 것은 결국 현장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현장을 아는 사람, 사람의 사정을 아는 사람, 제도와 삶 사이의 간격을 경험해 본 사람들만이 기술을 공익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공익에서 기술과 데이터 활용은 결코 기술 만능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각기 다른 상황과 조건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는 일입니다. 어떤 사람은 계단 하나가 장애가 되고, 어떤 사람은 긴 설명이 필요하고, 어떤 사람은 숫자보다 먼저 마음의 안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공익활동에서 기술과 데이터는 사람을 다 같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서로 다른 조건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도구여야 합니다. 그 이해가 있을 때 비로소 데이터는 살아 있고, 기술은 따뜻하며, 공익활동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습니다.
결국 AI 시대에 공익활동 현장이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합니다. 기술을 얼마나 빨리 배우느냐보다, 그 기술을 통해 누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쌓느냐보다, 그 데이터가 누구의 삶을 바꾸는 근거가 되는가. 그리고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보다, 그 시간과 에너지를 사람과 현장에 얼마나 더 쓸 수 있게 되느냐. 그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는 현장이야말로, AI 시대에도 가장 인간적인 공익활동 현장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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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31※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부천 보육교사의 비극과 ‘쉴 권리’
젊은 20대 돌봄 노동자는 독감 확진 후에도 출근했다. 그리고 사망했다. 경기도 부천, 한 사립유치원 교사에게 벌어진 일이다. 그는 1월 27일 B형 독감 확진을 받고도 사흘간 근무한 후 1월 30일 오후 조퇴했다. 그 후 31일에 입원한 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2월 14일에 20대 돌봄 노동자는 사망했다. 사인은 B형 독감으로 인한 연쇄 구균 독성쇼크 증후군과 패혈성 쇼크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황당하고 원망스럽다. 밥 먹고 살려고 일하는 건데, 아픈 몸을 제때 돌보지 못하고 출근해야 하는 상황은 모순적이다. 일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걸까? 인간은 목적 그 자체여야 한다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파본 노동자라면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회사 업무에 차질이 생길 때, 회사에 눈치가 보였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출근을 못 한 만큼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는 걱정, 나를 대신해 업무를 떠맡을 동료에 대한 미안함, 해고라는 두려움. 이 셋 중 하나 이상을 경험한다.
병가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의무 사항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업무와 관련없는 질병이나 부상은 무급으로 허용되나, 회사 규정에 따라 유급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소득 감소에 따른 생계유지 어려움을 예상해 아픈 몸을 일으켜 회사로 출근한다. 카드값과 월세, 자녀 학원비, 부모 요양비 등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술이나 입원 등으로 출근조차 하지 못하면 소득 감소로 인한 타격은 고스란히 노동자 개인의 몫이 된다. 비상금 대출을 알아보거나 지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아프면 쉴 권리 보장 3법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 9월, 49개 시민사회노동단체가 모여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출범했다. 공동행동의 주된 목적은 제대로 된 상병수당 제도화의 실현이다. 공동행동은 2024년 7월,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아프면 쉴 권리 보장 3법' 발의 기자회견을 했는데, 3법이라고 하면 「국민건강보험법」,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개정을 의미한다.
개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질병 또는 부상으로 소득에 손실이 있는 경우 상병급여를 지급하고, 지급액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상병급여(또는 상병수당)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일을 못 할 때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2022년부터 시범 사업을 운영하였으며 2025년 하반기부터 정식으로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2027년으로 연기되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질병휴가를 연간 60일 범위에서 유급으로 보장하고, 평균임금 해당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되 국가가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근로자에게 질병휴가급여를 직접 지원하여 사용자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국제노동기구(ILO)는 '사회보장 최저기준에 관한 조약'을 통해 유급질병휴가를 법률로 보장하도록 각 국가에 권고해왔으나 우리나라는 이를 보편적 공적 제도로 도입하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은 업무상 재해 인정과 산재 요양급여 결정하기 전에 「국민건강보험법」상 상병급여를 노동자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산재 요양급여 결정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아프면 쉴 권리 보장 3법’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노동자가 소득 감소라는 생계 위협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보호한다. 개정안을 읽으면서 필자에겐, “아프면 걱정하지 말고 쉬어라. 소득을 유지할 수 있게 하겠다.”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이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2024년 11월 14일 상임위원회에 처음 법안이 소개되었고 소위원회로 넘어갔으나, 2026년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쉬겠다” 말할 수 있는 환경부터 보장돼야
공동행동 출범식에서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이 “우선 쉬겠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1고 말한 것처럼, ‘아프면 쉴 권리’는 월급 보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유급병가나 유급휴가가 있더라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 인력이 없어, 나의 휴식이 곧 동료의 독박 노동으로 이어지는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이다. 인력 공백을 개별 노동자의 희생으로 메우는 구조는 노동자를 제때 쉴 수 없게 한다. 내가 휴식을 가질 때, 내 업무로 인해 옆자리 동료가 야근해야 하는 상황인 게 눈앞에 뻔히 펼쳐진다면 무리해서라도 출근하게 된다. 동료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보육교사 근로환경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2018)2에 따르면 어린이집 내 휴가 사용에 대한 분위기는 자유롭지 않으며(63.9%) 그 이유로는 '동료가 힘들어진다'(34.9%)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미 1인분의 업무를 하고 있는 동료에게 전가할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만약 모든 직원이 평소 70~90%의 업무량만 맡는다면 어떨까? 소프트웨어 개발과 프로젝트 매니저로 20년 넘는 경력을 가진 톰 디마르코는 그의 저서『SLACK』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100% 가동률을 목표로 하는 조직은 역설적으로 가장 비효율적인 조직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직원이 1인분의 업무량을 갖고 있다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시스템이 마비되거나 동료들의 과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직이 건강하게 작동하려면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남은 자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돌봄 종사자는, 자신의 업무 공백으로 인해 동료뿐만 아니라 돌봄의 대상 또한 희생될 처지에 놓인다. 「경상남도 사회서비스 종사자 처우개선 연구Ⅱ-돌봄노동자를 중심으로」(2020)3를 살펴보면,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기관 이용자들에 대한 서비스 공백에 대한 우려’(28.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보육교사 역시 “보육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15일간의 유급휴가를 여름과 방학기간에 몰아 쓸 수 있을 뿐 개인의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가 견고하다는 것을 알 수있다.
이러한 노동 환경에서 노동자는 아프면 안 된다. 상상해 보자.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온몸이 아프다. 출근은커녕 몸도 일으키기 어렵다. 당신은 직장 상사에게 뭐라고 말할 것인가? “안녕하세요. 부장님. 제가 몸이 너무 아파서요. 죄송하지만 오늘 출근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다. 아픈 것은 잘못이 된다.
질병이나 부상이 있는 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비단 노동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쉽게 아픈 몸을 지워버린다. 건강하고 효율적인 몸만을 기본값으로 여기며, 그렇지 않을 때는 개인 관리의 부족으로 떠넘긴다. 건강은 선이고, 질병이나 부상은 악이 된다. 그러나, 질병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노동 현장이 질병을 포용하기 위해선 사회가 먼저 질병이 있는 몸도 시민으로 인정하고 사회 정책과 제도를 수립하여야 한다. 그리하였을 때, 노동 현장에서도 안 아픈 상태로 복귀할 때까지만 유예해 주는 방식이 아닌 아픈 몸을 가친 채로도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B형 독감 판정 후에, 20대 교사가 부담 없이 원장과 동료에게 “독감에 걸렸습니다. 병가를 내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원장과 동료는 “걱정하지 마시고 푹 쉬고 오세요”는 진심 어린 걱정과 위로를 건넬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이미 늦었지만, 더 늦지 않기를 소망한다.
1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 출범... 상병수당 제도화 촉구”, <오마이뉴스>, 2025.09.10.,
2 이주연, 「전라북도 보육교사 근로환경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 정책연구 2018-11, 전북연구원, 2018, 여성정책연구소, 158쪽
3 임채영, 염동문, 박해긍, 「경상남도 사회서비스 종사자 처우개선 연구∥-돌봄노동자 중심으로」, 연구보고서 2020-2, 경상남도사회서비스원,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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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31※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두루미와 함께 머문 겨울, 공존을 배우는 시간
올겨울 저는 연천 왕징면 북삼리에 있는 나룻배마을을 찾았습니다. 두루미가 머문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시간을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연천의 겨울 논은 조용했습니다. 수확이 끝난 들판에는 사람의 발길도 드물고,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만 길게 남았습니다. 비어 있는 풍경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에 어느 순간 흰 점들이 하나둘 내려앉기 시작했습니다. 두루미였습니다. 멀리서 보면 정지한 풍경처럼 보이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다른 움직임이 보입니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고, 천천히 발을 옮기고, 서로 간격을 유지한 채 논 위를 걷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람도 저절로 속도를 늦추게 됩니다.
처음에는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싶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더 선명하게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누가 막은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그 자리에서 멈춰 서게 됐습니다. 두루미가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피는 순간, 사람도 함께 숨을 죽이게 됩니다. 아무도 “가까이 가지 마세요”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 공간에는 이미 지켜야 할 거리와 태도가 있었습니다.
이 장면은 두루미를 보는 일이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생태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더 가까이 보는 일이 아니라, 그 존재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머무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두루미는 사람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소리, 빠른 걸음, 가까이 다가오는 발걸음 하나에도 날아오르거나 자리를 옮기고는 합니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두루미들은 연천을 더 이상 안전한 장소로 여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한 사람의 행동은 단순한 예절을 넘어 서식 환경을 지키는 문제와 연결됩니다.

두루미 축제가 열리는 경기도 연천 나룻배마을
지역의 생태를 보존한다는 것의 의미
연천 나룻배마을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4개월 동안 두루미가 머물렀고, 올해는 약 1,000마리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이 시기 동안 약 2,000명의 방문객도 이곳을 찾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풍경은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관광지의 모습과는 조금 다릅니다. 사람들은 두루미를 ‘보러 온다’기보다, 조용히 기다리고 같은 공간 안에 잠시 머뭅니다. 누군가는 카메라를 들고 한참을 서 있고, 누군가는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말없이 논을 바라봅니다. 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바람 소리와 두루미가 날아오를 때 스치는 깃털 소리만 공간을 채웁니다.
이 풍경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두루미가 머물 수 있도록 논을 관리하고, 먹이를 준비하고,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도록 살피는 손길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사는 아니지만, 이런 보이지 않는 돌봄이 생태 현장의 질서를 만듭니다. 성과를 내세우기 위한 일이라기보다, 잠시 이곳을 지나는 생명이 안전하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 두는 일에 가깝습니다.
이 지점에서 두루미가 머무는 겨울 논은 단순한 자연 풍경을 넘어섭니다. 이곳은 사람과 야생이 어떤 거리를 두고 함께 존재할 수 있는지 묻는 현장이 됩니다. 우리는 자연을 흔히 더 가까이 보고, 더 많이 기록하고, 더 선명하게 남기는 대상으로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오히려 덜 다가가는 태도, 오래 기다리는 태도, 조용히 물러서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보는 방식이 달라질 때 관계도 달라진다는 것을 이 겨울 논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생물다양성은 거창한 말처럼 들릴 때가 많지만, 현장에서는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어떤 생명이 이곳을 안전하다고 느끼고 다시 찾아오는가, 그 조건을 사람이 얼마나 해치지 않고 지켜낼 수 있는가의 문제처럼 보입니다. 두루미가 아무 곳에나 내려앉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 마을이 아직 자연과 연결된 조건을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그 조건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냅니다. 지역의 생태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이용 방식과 태도 속에서 쉽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DMZ 접경지에서 겨울 철새 두루미를 만날 수 있다
두루미가 인간에게 남기고 간 질문
그래서 이곳에서의 경험은 두루미를 가까이서 본 기억보다, 조용히 기다렸던 시간으로 더 오래 남습니다. 조금 물러서 있었던 거리, 서로를 의식하며 조심했던 태도, 무엇인가를 하기보다 함부로 하지 않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감각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연을 ‘이용하는 법’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던 셈입니다.
내년에는 평일 방문도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라기보다, 이곳의 시간을 조금 더 천천히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향이라고 합니다. 방문객 수는 약 5,000명 정도 예상한다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이곳을 어떤 태도로 만나고 돌아가느냐일 것입니다. 많이 보는 것보다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겨울이 끝나면 두루미는 떠나고 마을은 다시 조용해집니다. 하지만 이곳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에게 나룻배마을은 이전과 같은 장소로 남지 않습니다. 두루미가 머물다 간 자리에는 질문이 남기 때문입니다.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줄여야 할까. 생태를 지킨다는 말은 얼마나 거창해야 하는 걸까.
어쩌면 답은 멀리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조금 덜 가까이 가는 일, 조금 더 기다리는 일, 조금 더 조용히 머무는 일. 공존은 특별한 선언보다 이런 작은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룻배마을의 겨울은 그렇게 두루미를 보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 되고 있었습니다.

두루미는 인간에게 자연을 이용하는 법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존재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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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30※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겨울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느덧 3월이 되었죠. 따뜻해지면 보통은 다가오는 봄에 대해 이야기하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겨울은 어땠나요? 차가운 얼음과 눈, 건조한 공기, 잎을 떨군 앙상한 나무가 먼저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한겨울의 가운데, 나는 마침내 내 안에 꺼지지 않는 여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겨울은 춥고 차가운 계절이지만 누군가는 혹독한 겨울을 견디면서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뜨거운 열정을 깨닫기도 합니다. 지나간 겨울을 추억하는 봄, 겨울 동안 공익활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깨닫고 한 자리에 모인 청년들이 있습니다. 열정적인 청플(청년 플로우) 3기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청플 3기 위촉식 및 1차 정기 회의가 열린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
2026년 3월 19일,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 대회의실에서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청플(청년 플로우)’ 3기 발대식과 1차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날 자리는 청년 활동가 15명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소개하고, 앞으로 어떤 흐름을 함께 만들어갈지 이야기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청플 3기를 환영하는 유명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장의 환영사가 있었습니다.
“청플 관련 이야기를 하면 다들 청년들이 모여서 뭘 하냐고 물어봐요. 그러면 저는 그냥 ‘네트워크’를 한다고 답합니다. 당연히 궁금하니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 거냐고 물어보겠죠? 하지만 저는 그것 외에는 자세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세히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우리의 사업이 협소해지게 될 수 있거든요. 청플 1기와 2기에서는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를 만드는 기회였다면, 3기에 중점을 둔 부분은 청년 여러분들이 활동하고 있는 분야와 활동에 대한 ‘의제 연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면접을 진행하면서 느낀 부분이지만, 지금 이 자리에 모여 계시는 분들이 정말 다양한 배경을 지니고 계십니다. 공익활동, 네트워크를 처음 경험하시는 분들도 있고 이미 다양한 경험을 하신 분들도 있고, 청년 활동의 목표를 찾지 못하신 분들도 있죠. 그래서 이런 부분을 오히려 잘 살려서 지역 활동들을 더 풍성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의제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연결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이런 고민들을 풍성하게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청플 3기 활동가들을 위한 환영사를 하고 있는 유명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장
이 말을 듣고 나니 청플 3기가 단순히 “모이는 모임”은 아니라는 점이 더욱 또렷하게 다가왔습니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연결되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각자의 활동과 고민, 의제를 서로 이어보는 것. 어쩌면 청플 3기의 핵심은 바로 그 지점에 있는 듯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그 다름을 어떻게 연결의 언어로 바꿔낼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처럼 느껴졌습니다.
청플 3기의 세가지 활동 방향과 비전
연결을 통해 더 나은 청플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여정의 출발선에 서 있는 청년들을 환영하는 말 뒤에는 청플 3기의 활동 방향을 공유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 핵심이었는데요, 사회의 변화와 공익활동의 미래를 남이 짜 놓은 틀 안에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의 청년들이 직접 질문을 던지고 길을 내보겠다는 청플의 기획 의도가 느껴졌습니다.
이어 간단하게 각자 자기 소개하는 시간을 먼저 가졌습니다. “우리가 직접 흐름을 좀 만들어 가겠다”, “흘러가는 대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회의 흐름을 질문하고 청년 활동가들이 직접 새로운 물줄기도 만들어 보겠다”라는 힘 있는 말들이 이어졌습니다. 그 말들을 들으며 회의실 안의 어색한 공기가 조금씩 풀려 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누구나 긴장하기 마련이지만, 각자 비슷한 열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사람들 사이의 거리도 조금씩 가까워지기 마련이니까요. 기록을 위해 자리에 함께하고 있던 저 역시 그 열정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단지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는 감각보다, 어떤 새로운 시작의 현장에 함께 서 있다는 기분이 더 컸습니다.
청플 3기가 그리는 활동 방향을 뒷받침할 구체적 비전도 공유했습니다. ▲ 참여 기반의 네트워크, ▲ 지역과 의제의 확장, ▲ 청년 활동가 간 연결을 통한 교류와 협업 관계 형성 이 세 가지 비전이 청년들의 목표이자 과제가 될 예정입니다. 짧게 적으면 간단해 보이는 말들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꽤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참여 기반의 네트워크란 소수의 사람이 이끌고 나머지가 따라가는 구조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조금씩 의견을 내고 방향을 함께 만드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지역과 의제의 확장은 저마다 다른 현장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자신의 울타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서로의 관심사와 실천을 넘나드는 경험을 의미할 테고요. 마지막으로 교류와 협업 관계 형성은 서로 아는 사이가 되는 것을 넘어, 실제로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처럼 들렸습니다. 짧은 말 속에 담겨 있는 막중한 과제와 책임을, 청플 3기 활동가들은 ‘함께’라는 힘으로 이겨내겠죠?


청플 3기 위촉장 수여
이어 연간 활동 계획도 구체적으로 안내되었습니다. 청플은 월 1회 정기 회의를 통해 서로의 활동과 지역의 활동, 생각하고 있는 의제를 나눌 예정입니다. 하지만 공익활동에 있어 논의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필요하다면 각자가 가진 네트워크를 다른 청플 위원들에게 소개해 주기 위해 방문을 하기도 하고,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해보면서 청플만의 다채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랍니다.
그리고 이어진 대망의 위촉장 수여 시간! 활동가들은 이름이 불릴 때마다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 위촉장을 받아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기대와 설렘으로, 또 누군가는 책임감과 약간의 긴장감으로 위촉장을 받았을 테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청플 활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이 펼쳐질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하는 감각이 회의실 안에 선명하게 퍼지고 있었습니다.
함께 만든 슬로건 "이어진 연대, 즐기는 문화, 흔드는 공익"
이후 청플 3기의 첫 번째 정기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청플의 활동가로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같은 구성원들을 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청플 활동가들은 이름과 소속만 공유하는 대신, 자신을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와 지금의 고민, 청플에서 해보고 싶은 이야기를 함께 나눴습니다. 한 활동가는 자신을 “낯가림, 고민, 활동가”라고 소개하며 “내가 지금 이 활동을 해서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어떤 걸 바꿀 수 있을지, 여기에 미래가 있는지 사실 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자신의 현재 고민을 공유하기도 했고, 다른 활동가는 “회의할 때는 점잖고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청플 논의의 분위기를 제안하기도 했답니다.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청플에 참여한 청년들이 얼마나 다채로운 배경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유명화 센터장님이 환영사에서 전했던 기대처럼 다채로운 배경을 바탕으로 새로운 청년 공익활동 네트워크를 넓혀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기회의 다음 안건은 ‘청플’의 슬로건을 정하는 일이었는데요. 조별로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다시 합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별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결과물은 제각각 달랐지만, 막상 모아놓고 보니 ‘존중’, ‘실천’, ‘지속되는 연결’이라는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겹쳤습니다. 옆에서 청플의 활동을 지켜보며 인상적이었던 의견은 “청년들이 모여서 기특한 활동을 한다가 아니라 동료 시민으로서 우리와 함께 무언가를 한다라는 이미지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과, “청년은 그냥 미래의 무언가로 그려지지만, 청년의 현재도 강조되었으면 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의견에 힘입어 청년을 ‘곧 무엇이 될 사람’으로만 보지 않고, 이미 지금 여기서 활동하고 있는 현재의 동료 활동가로 자리 잡아 나가기 위한 슬로건을 결정했는데요. 여러 쟁쟁한 슬로건 후보 중 최다 표를 받은 이번 청플 3기의 슬로건은 바로! “이어진 연대, 즐기는 문화, 흔드는 공익”이었습니다.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는 활동을 표방하지만, 누군가 시켜서 하거나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익활동의 변화를 이루어 나갈 청플 3기의 목표 의식이 명료하게 드러나는 슬로건이 완성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만들었으니 슬로건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이겠죠?

슬로건을 정하기 위해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는 청플 3기 활동가들
공동 프로젝트 선정을 위한 안건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정답을 찾는 회의라기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일지 고민하고 의견을 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든 것을 한 번에 완벽하게 하기보다는 먼저 친해지고, 서로의 입장과 배경에 대해 알아가면서 목표를 정해나가려는 이들의 진정성에 몹시 감탄하게 되었답니다. 누군가 몇 명만 이끌어 가는 구조가 아니라 다 같이 조금씩 맡아 활동을 이끄는 운영 방식도 공유됐습니다. 각자 그달의 이끔이를 자율적으로 정하고 이끔이가 역할 분담을 맡아 진행하는 방식으로 활동이 진행된답니다. 1차 회의 진행, 다음 달 회의 진행, 공동 프로젝트, 기록물 역할을 하나씩 나누는 과정도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큰 직함보다 함께 책임을 나누는 청플의 모습에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청플 3기 발대식과 1차 회의는 거창한 선언으로 가득한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대신 처음 만난 사람들이 조금씩 말을 붙이고, 고민을 꺼내고, 웃고, 맞장구를 치고, 앞으로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청년 활동가 간의 교류와 연결, 자율적인 정기회의 운영, 서로의 활동을 더 깊이 알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청플 3기의 취지가 그날만큼은 딱딱한 문장보다 실제 장면으로 더 잘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마 청플 3기의 시작은 위촉장을 받던 순간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동료 시민으로서”, “현재를 좀 강조해졌으면”, “자유분방한 분위기”, “어떻게 끝까지 끌고 갈 것인가” 같은 말들이 회의실 안을 오가던 바로 그 순간들, 그때부터 이미 청플 3기의 흐름은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촉장을 들고 단체사진을 찍는 청플 3기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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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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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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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0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센터 공익기록활동가인 ‘아카이브 에디터’와 함께 ‘공익웹진’콘텐츠를 매주 발행하고 있습니다. ‘공익웹진’은 다양한 공익활동에 대한 정보와 공익활동단체들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2023년 공익웹진 만족도 조사에 이어 2024년에 두 번째 공익웹진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였고 총 614명의 참여로 만족도 조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2024년 12월 11일부터 12월 19일까지 실시된 2024 공익웹진 구독자 만족도 조사 결과를 아래와 같이 공유 드립니다.
[이용 경로 및 현황 / 구독이유]

공익웹진 이용 경로에 대한 질문에 대해 ‘센터 SNS’ 및 ‘센터 홈페이지’를 통한 방문율이 높았습니다. 특히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SNS를 통한 이용 경로가 확연히 늘어난 것을 보아 2024년 신설된 인스타그램의 영향으로 센터 홍보가 원활히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향후 SNS활용을 통한 이용자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해관계자 추천 및 소개는 2023년과 비슷한 응답자로 확인 됨에 따라 센터 직원 및 내부 이해관계자의 홍보활동 노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타 응답으로는 ‘2022년 센터 단체지원사업 참여를 통해 알게되었다’는 응답이 있었는데 위와 마찬가지로 센터사업과 연계된 공익활동가들에게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공익웹진의 존재와 홍보가 원활히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23년에는 PC를 통한 접속이 55.1%로 모바일을 통한 접속보다 높게 나왔으나 2024년에는 모바일 접속이 PC접속 보다 높은 응답율을 보였습니다. 위 결과로 보아 모바일 기기이용자가 점차 많아짐에 따라 채널에 적합한 뷰어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확인하였습니다.
공익웹진 접속 주기의 경우 지난 2023년과 마찬가지로 ‘월 1~4회’ 방문하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으며, 주요 이용자 그룹은 주기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덜 빈번한 이용을 선호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공익웹진이 업로드 주기인 주 3회 이상 방문하는 사람은 65명으로 2023년 만족도 조사의 비슷한 수준(71명)으로 응답함에 따라 약 10%이상의 응답자들은 지속적으로 공익웹진을 주기적으로 빈번하게 이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타의견으로는 비정기적 방문, 필요시 방문 이라는 의견을 제출하였습니다.
대다수 응답자(88.5%)가 월 1~10회 이내로 방문하는 것으로 보아 2025년에는 공익웹진 콘텐츠를 홍보하기 위한 전략과 업데이트 주기 조정방안 마련이 필요함을 확인했습니다.

공익웹진 구독 이유는 ‘경기도 및 시·군 공익활동지원센터 활동 소식 및 사업 현황을 알고 싶어서’와 ‘공익활동정보 및 지역현황과 이슈를 알고 싶어서’의 이유가 가장 높은 비율로 나왔습니다. 위 결과를 통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소식과 지역별 공익활동 정보 수집에 목적성을 둔 공익웹진이 충분히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2023년도와 비교하였을 때 ‘경기도의 공익활동단체를 알고 싶어서’라는 답변과 ‘아카이브 에디터 및 시민기록 활동 전반에 관심이 많아서’라는 응답 비율이 줄어든 것을 보아 향후 사업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알릴 필요성이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공익웹진 만족도]

공익웹진 전반에 관한 만족도는 85.3%로 대부분의 구독자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023년 대비 만족도가 3%올랐음을 확인했습니다.
매우불만족(1점)~보통(3점)으로 응답한 응답자의 의견을 통해 ‘공익웹진 내용 간소화’, ‘임팩트 있는 전달’, ‘디자인개선’, ‘이벤트 개최’, ‘유튜브나 SNS를 활용한 홍보’ 등 다양한 홍보채널을 활용하여 다채로운 공익웹진 콘텐츠를 선보이길 원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공익웹진을 통해 원하는 공익활동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85.6% 응답자가 얻을 수 있었다는 의견을 제출해주었습니다.

공익웹진 정보의 유익성 부분에서는 86.6%(4.34 / 5)의 응답자가 유익하였다고 답하였으며 공익웹진을 통해 공익활동에 대한 관심도가 올랐다는 응답자가 85.8%(4.29 / 5)로 공익웹진을 통해 공익활동 활성화가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익웹진 주제의 다양성에 대한 만족도 결과는 84.8%(4.24 / 5)로 공익웹진 주제가 다양한 주제로 발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응답자분들께서 준 공익웹진에 대한 전반적 개선의견을 통해 다양한 홍보채널과 콘텐츠활용으로 웹진을 좀 더 도민들에게 친화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 있었습니다. 특히 독자들과의 소통이 가능한 이벤트 등을 개최하여 흥미롭게 진행되면 좋겠다는 의견과 2023년에 진행했던 ‘성향테스트’나 2024년 운영된 ‘공익위키-메타버스’와 같이 흥미로운 방법으로 공익활동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콘텐츠와 ▲가독성 개선을 위한 시각적 자료 활용(인포그래픽 등)에 대한 의견이 다수 제출되었습니다.
긍정적 의견으로는 초심 잃지 않고 끝까지 진보하는 공익웹진이 되길 바라며 응원한다는 의견과 다양한 공익활동정보와 단체이야기를 소개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의견, 유용한 정보와 다양한 이슈거리를 다뤄서 좋았다는 의견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공익웹진을 응원해주시는 구독자분들의 성원에 힘을 받아 사회적 가치를 확산시키는 공익활동 정보와 단체정보를 공유해드리도록 노력하곘습니다!

공익웹진 구독자 의견 반영 여부의 경우 지난 2023년에 진행한 공익웹진 구독자 만족도 조사결과로 나온 개선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하였습니다. 발행주기 관련 개선사항에서는 84.4%(4.22 / 5)의 만족도를 기록했으나 앞서 언급된 공익웹진 응답자의 주기와 실제 발행주기가 현실적인 차이가 있어서 개선이 되어야 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상대적 만족도가 낮은 ‘카테고리별 디자인 차이 구분’은 81.8%(4.09 / 5)로 향후 가독성을 높이고 ‘후킹’할 수 있는 썸네일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응답자 기본정보]

설문 응답자 중 대다수인 56.2%는 일반회사원이었으며 공공기관 공무원, 시민기록자/기록활동가, 공익활동단체는 각 11%씩의 비율을 차지하였습니다.
2023년과 비교하였을 때 일반도민(일반회사원)의 참여가 약 7% 이상 높아진 것을 통해 공공 또는 비영리분야 활동가들 뿐 아니라 일반도민들의 참여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구독자들의 연령대 분포는 30~40대가 72.6%로 가장 많은 참여를 보이며 중·장년층이 웹진을 선호하고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였습니다. 2023년 30~40대(54.6%)응답률과 비교했을 때 약 18%가 늘어난 것으로 보아 중·장년층의 공익웹진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50~60대는 2023년에는 98명(21.6%)이 참여하였으나 2024년에는 66명(10.7%)으로 줄어들어 세대별 연령대에 맞는 만족도 조사 홍보와 콘텐츠 제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응답자 지역 분포는 고양, 과천, 광명, 광주, 구리, 군포, 김포, 남양주, 동두천, 부천, 성남, 수원, 시흥, 안산 등 경기도 28개 시·군 및 서울, 인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경남 충북, 울산 등 에서 참여했습니다.
응답자 중 서울이 197명으로 가장 많은 지역을 차지하며 수원, 의정부 등도 상당한 수의 응답률을 보였습니다. 수도권 지역(서울, 수원, 의정부, 성남, 안양 등)이 전체 사용자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함에 따라 웹진이 주로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해당 지역의 다양한 공익활동에 관심을 가진 사용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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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도 설문에서 응답자 중 85.6%(4.28 / 5)가 높은 공익웹진 전반에 대한 만족도를 보이고지난 2023년 공익웹진 구독자 의견 반영여부 83.6%(4.18 / 5)의 만족도 결과로 보아 전반적인 공익웹진에 대한 만족도는 좋으나 디자인, 가독성 등 추가로 개선할 사항이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웹진 디자인의 경우 사용자 편의성, 시각적 가독성, 레이아웃 등에 대한 피드백을 수용하여 웹진의 디자인을 더욱 사용자 친화적으로 개선이 필요함을 확인하였습니다. 참여 경로는 센터 SNS(페이스북, 블로그 등),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등을 통한 접근이 가장 높았으며, 참여자 연령대는 30~40대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SNS를 통한 이용 경로가 확연히 늘어난 것을 통해 향후 SNS를 활용한 다양한 공익웹진 콘텐츠 제작 필요함을 확인했습니다. 향후, 만족도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익웹진 및 아카이브 에디터 운영에 관한 발전방안 계획을 수립하여 효과성을 제고할 계획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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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