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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쑤~~” 민요나 판소리를 부를 때 자주 쓰는 추임새다. 흥을 돋우고 소리꾼을 응원하며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마법의 소리다. 안산에는 한 20년 “얼쑤!”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광폭 시민 활동가 얼쑤 김미숙의 일문일답 추임새를 들어 보자. “각자도생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로, 얼쑤!”
     
     
    후원하고 활동하는 단체 목록을 세어보니 26개더라. 조금만 소개해 달라.
     
    안산YWCA의 평생회원이자 현재 회장이다. 활동비를 받는 자리가 아닌 비상근 활동가다. 4.16안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안산평화연대 공동대표, 안산 기후위기 비상행동 공동대표기도 하다. 오라는 데 많고, 가야 할 데도 많다. 사랑하는 4.16합창단 소프라노 단원, 시화호생명지킴이와 안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이자 강사이며 (사)안산공동체미디어 단원FM에서 환경 방송 ‘얼쑤의 얼쓰Earth’를 진행하고 있다.
     
    안산·시흥 지역 노동자들의 생활안정과 권익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사)일하는 사람들의 생활공제회 ‘좋은이웃’의 생활안정팀에서 오래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캄보디아 노동자들과 만나 잔치 음식도 해 먹고 지지하는 만남을 6번 진행하는데, 8월에는 여행도 간다. 양계장에서 일하는 한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는 한 달에 휴일이 두 번뿐이다. 이동의 자유도 이웃과의 소통도 없다. 외부에서 병원균이 옮겨 와 닭이 조류독감에 감염될 수 있다는 이유다. 모임에서 뭐가 좋았냐 물으니, 올 때 전철도 타고 나무도 보고 자동차도 보고, 사람들과 얘기한 거라고 하더라.
     
     
     
    안산환경운동연합 활동사진(왼), 안산YWCA 활동사진(오) / 사진출처: 얼쑤
     
     
    단원FM 활동사진(왼), 4.16합창단 활동사진(오) / 사진출처: 단원FM, 4.16합창단
     
     
    단체 상관없이 제일 신경 쓰는 건 탈핵이다. YWCA가 2년마다 집중 과제를 선정하는데 10년 넘게 ‘탈핵’이 있다. 우리 아이 초등학교 6학년 때 환경운동연합, 안산YWCA 등이 버스 한 대로 월성 원전 이별 퍼포먼스에 갔다. 후쿠시마 핵폭발 사고는 정말 무서웠다. 핵에너지가 안전하고 경제적이라 하지만 잘못된 정보다. 고장도 잦고 터지면 끝이다. 탈핵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운동이 중요하다.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에서는 작년에 발전 수익으로  사회 기여를 1억 원 했다. 발전 수익을 낼 수 있고,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미친 귀한 사례다. 그래서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홍보위원으로 활동하며 햇빛발전에 대해 홍보하고 조합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열심히 권유하고 있다.
     
     
    월성 원전 이별여행 / 사진출처: 얼쑤
     
     
    여성 단체 YWCA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이를 낳고 나니 환경이 망가진 게 보이더라. 내가 배워서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 무언가 기여하고 싶었다. 당시에 돌도 안 된 아기의 사교육을 위해 선생님을 집으로 부르는 주변 사람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이와 직접 재미있게 놀고 싶어 아이를 안고 도서관, 서점, 미술관을 다녔다. 아이 교육에 대해 좀 더 배우고 싶어 찾아간 게 YWCA였다.
     
    처음 권유받은 게 NIE(Newspaper In Education) 지도사였다. 당시 N.I.E.가 붐이었다. 신문을 활용한 교육 자료로 아이들의 생각을 키우는 활동이다. 심화 과정 수료 요건이 60시간인가 80인가 봉사 후 보고서 제출이었다. 5살 딸아이를 데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N.I.E. 교육 봉사를 했다. 2년, 3년 계속하니 ‘검증된 강사’ 소리 들으며 강의 요청을 받았다. 새로 문을 연 지역아동센터나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작은 도서관에서 봉사 수업을 하다 보니 입소문이 나고 점점 강사 경험이 쌓였다. ‘시화호생명지킴이’라는 단체도 찾아가 교육을 받고 지역에 봉사하게 되었다. 지금 내 주업이 강사다. 독서 강사, N.I.E. 강사, 환경 강사 등으로 영역이 넓어졌다.
     
     
    아이 잘 키우려던 엄마가 광폭 시민 활동가가 된 어떤 전환점이 있었나?
     
    4.16세월호 참사였다. 단체라고는 YWCA, YMCA, 시화호생명 지킴이, 환경운동연합 정도만 알다가 4.16 참사를 계기로 수많은 시민과 연결되었다. 안산에 연대하는 작은 시민단체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 이상하게 여겼던 이 사회가 그래도 여기까지 굴러온 건 이분들 덕분이겠구나, 알겠더라. 시간이 되면 달려가 힘을 보태고, 행동하고 후원하게 됐다. 내 삶이 '각자도생'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로 전환했다.
     
    우리 집이 단원고등학교 근처 빌라 101호다. 302호가 단원고 2학년 4반 고 박수현 군의 집이었다. 2002년 3월에 이사 와서 제일 처음 사귄 이웃이 수현이 엄마 영옥 언니였다. 언니는 “배추전 먹으러 와.” “떡볶이 했으니 올라와.” 하고많은 날 우리를 불러주거나 음식을 갖다주었다. “밥이 똑떨어졌어, 밥 한 공기 줄 수 있어?” “언니 달걀 좀 주세요.” 이게 우리 일상이었다. 수현이가 고2 때 우리 딸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외동인 딸에게 수현이는 가장 가까운 오빠요, 놀이 상대이었다. 수현이는 연년생인 누나의 가방을 들어주고, 밤이 늦으면 누나 마중을 나가는 동생이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2014년 4월 16일, 집에서 컴퓨터로 N.I.E. 수업 자료를 만들다 인터넷 속보를 본 거다. 세월호와 단원고, 이걸 보는 순간 수학여행 간 수현이 생각이 나 바로 영옥 언니한테 전화했다. “걱정하지 마, 다 구했대. 그래도 다 젖었을 테니 깨끗한 옷 챙겨서 지금 형부랑 내려가는 중이야.” 그랬다. “너무 다행”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놀란 가슴에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 게 없어 밥을 물에 말아 후루룩 먹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애들을 못 구했다는 거다.
     
     
    세월호가 내 이웃의 일이자 내 일로 연루되었군요.
     
    그날 아이가 학교에서 오길래 “수현이 오빠가 어떻게 됐는지 모른대. 우리 같이 학교로 가볼까? 사람들이 모여 소식을 듣는 것 같아.” 말하며 단원고에 갔다. 4월 16일,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랐던 첫 번째 촛불 기도회로 4.16활동이 시작됐다. 멈출 수가 없었다. 영옥 언니가 진상 규명이라든가 서명 활동을 계속하니 나는 뭐라도 언니를 도와야 했고 돕고 싶었다. 참사 4일째, 남편과 아이랑 셋이 진도 체육관에 갔다. 영옥 언니와 은희 언니와 유가족이 된 지인들을 보았다. 두 언니는 당시 내 인생의 롤 모델이었다. 울고 소리 지르고 쓰러지고, 민간 잠수사가 어떻고, 왜 찍어, 카메라 뺏고, 막 드잡이하고, 그걸 다 보았다. 사복 경찰이 진짜 많았다.
     
     
    얼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 사진출처: 얼쑤
     
     
    감히 그분들만큼 큰 아픔, 슬픔에 빠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그 슬픔을 같이 겪었다. 너무 끔찍한 세월이었다. 영옥 언니가 진도에 계시면서, “뉴스에서 나오는 거 저거 다 거짓말이야”라며 진실을 알려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뜨거운 폰을 얼마나 눌러댔던지 오른쪽 집게손가락이 아파서 아직도 잘 못 쓴다.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거의 20년 가까이 지낸 지인하고 의절하는 일도 있었다. 참사 후 며칠 안 돼서 노란 리본 이미지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쓰는데, 저작권에 걸린다고 1인당 몇백만 원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딸 학교 보내기 전에 노란 리본으로 머리를 묶어주고 뒤통수를 찍어서 그걸 지금까지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다. 못 바꾸겠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세월호 참사는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군요?
     
    그렇다. 나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언니와 함께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했다. 대학을 왜 가는지 몰랐다. 그런데 내가 대학에 갔더라면 더 일찍 진보적인 사상을 접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했을 텐데, 모르고 살아 너무 안타깝더라. 나는 부당한 일을 보면 조용히 떠나는 식으로 살았다. 일만 하다 결혼했고, 아이 낳고서야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는 거리를 둘 수 없는 내 일이었다. 우리 애는 수현이네 집에서 먹고 놀기 좋아했다. 오빠 놀아 줘, 하면 수현이는 뭐 하고 놀까, 물어보며 다리에 미끄럼을 태워주는 오빠였다. 수현이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유치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커서 오빠랑 결혼한다고 했다. 수현이가 부모님에게 무언가 사 달라고 하면 “넌 1층 장모님한테 가서 얘기해라” 놀림받을 정도였다. 그런 수현이가 우리 곁을 떠나 너무 안타까웠다.
     
     
    참사가 아이한테도 큰 영향을 미쳤을 거 같은데 괜찮은지?
     
     
    2014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찾은 얼쑤 가족 / 사진출처: 얼쑤
     
     
    아이가 한동안 수현이를 입 밖에 못 내더라. 딸은 모태신앙이었는데 참사 후 하나님은 없다 했다. 수현이 오빠가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던 거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 수업 중에 자꾸 다른 책을 읽었다. 왜 그러느냐니까 “내일 죽을지도 모르잖아. 지금 안 읽으면 모르고 죽잖아.” 그랬다. 수현이 오빠를 며칠 만에 찾았냐 하길래 일주일쯤이라 했더니, 배 안에서 하루만 살고 죽었으면 좋겠다더라. 살아 있었으면 얼마나 슬프고 고통스럽고 무섭고 춥고 보고 싶고 그랬겠냐고. 딸아이는 여주로 고등학교를 갔는데, 어느 날 택시 기사가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안산이라 했더니 ‘세월호!’ 라며, “말 잘 듣는 애들은 가만히 있어서 다 죽고, 말 안 듣는 애들만 살았다”라고 하더란다. 아이가 “그 기사를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났다”라면서, 그 자리에서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세월호의 기억은 여전히 아이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애도하고 있었다.
     
     
    시민 활동가로서 바쁜 중에 4.16 합창단 활동도 한다.
     
     
    4.16합창단 공연장에서 얼쑤 가족(왼쪽부터 친언니 만주벌판, 얼쑤님 어머니, 얼쑤)과 단원고 2학년 5반 이창현 군 엄마 최순화님 / 사진출처: 얼쑤
     
     
    4.16합창단이 생길 때부터 마음이 갔는데 몇 년 전에야 결합했다. 친언니 ‘만주벌판(별명)’도 단원이다. 좋은 목소리와 건강한 정신을 주신 엄마도 합창단 행사로 자주 본다. 아픔이 있는 곳에서 노래로 폭넓게 연대하니 참 좋다. 최근엔 전태일 의료 센터 건립을 위한 공연도 했다.
     
     
    현재 가장 마음 쓰는 활동이나 고민도 좀 나누자.
     
     
    2025 안산YWCA 김미숙 회장(얼쑤) 취임식이 진행되었다. / 사진출처: 얼쑤   
     
     
    아무래도 YWCA 회장이라는 중책이 마음 쓰인다. 지금 회원 증모 기간인데, 이걸 내가 잘 못한다. 대신 남편이 평생회원에 가입하게 했고, 내년에 우리 딸 돈 벌면 평생회원 가입시키려 한다. YWCA는 기독청년여성회(Young Women Christian Association)이다. 나도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지만, 기독교 신앙이 왜 필요한가, 계속 질문한다. 내가 나가는 교회와 한국 기독 교회들이 정말 예수를 따르는지, 세상의 빛과 소금인지, 우는 자와 같이 울고 웃을 때 함께 좋아해 주는가, 의심스러웠다.
     
    남편은 교회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내가 “왜 교회를 비판하지 않아?”라고 하면 그는 "나는 좋은 것만 들으려고해, 부분적으로 동의되지 않는다 해서 굳이 기분나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라는 식이다. 답답함을 느끼지만, 그 말이 또 틀린 건 아니다. 나는 일부 교회가 없어져도 된다고 본다. 교회 안에만 하나님이 계시는 게 아니니까. 헌금도 교회 말고 사회로 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인데, 남편은 다르다. 그가 우리 가정의 주 수입을 담당하니 내 뜻대로 할 수 없다. 내 수입은 사회로 12조 13조도 낸다. YWCA가 있어서 사회 정의나 연대의 갈증이 해소되고 내 신앙을 이어가는 거 같다.
     
     
    YWCA 활동가로서 정체성을 좋아하는군요?
     
    그렇다. 7월 초 YWCA 신입 직원 교육이 있었다. 작년에 못 해서 올해 교육 대상이 꽤 많았다. 사람들은 삼성이나 SK에 입사 지원할 때 그 회사에 대해 공부한다. 그런데 모 법인에 대해서는 모르고 오는 사람이 태반이다. 회장으로서 YWCA의 100년 역사와 안산YWCA의 40년 역사를 강의하며, “YWCA를 알고 나면 내가 참 좋은 기관에서 일하고 있구나, 자부심을 느낄 거예요.”라고 말해 줬다. YWCA가 교회는 아니지만, 이젠 교회보다 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목소리와 행동을 계속해야 한다.
     
     
    안산YWCA 소속으로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연대활동을 하고 있는 얼쑤님 모습 / 사진출처: 안산시민사회연대, 4.16안산시민연대
     
     
    YWCA 회장으로서 자부심 뿜뿜인데, 어려움은 없는지?
     
    역사 인물 최용신 선생은 안산의 자랑이자 YWCA의 자랑이다. YWCA에서 공부하고 농촌 계몽 운동(을) 하셨는데, YMCA로 아는 사람들이 있더라. 최근에는 내가 어느 단체에 가니 안산 YMCA에서 오신 얼쑤라고 소개를 해서 ‘YWCA’라고 바로잡곤 한다. 최용신 기념관 관련 기사에도 몇 년에 한 번씩 YMCA라고 나온다. 재작년에도 메일로 항의했다. 시에서 발행한 책자도 스티커로 다 수정하게 한 적 있다. 남성이 디폴트인 사회라 여성 단체를 더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얼쑤 / 사진출처: 얼쑤
     
     
    ‘회장님’, ‘이사님’ 호칭 보다 ‘얼쑤’가 좋다. 사람들은 ‘얼쑤’ 말고 ‘회장 김미숙’을 쓰라 한다. 공적인 자리에서야 어쩔 수 없지만, 활동가로서는 ‘얼쑤’가 편하다. 지금까지의 내 활동을 보고 “대단하다, 기왕이면 학위를 좀 업그레이드해서 더 많이 강의하고 돈도 더 받아봐”라고 말한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러면 지역에서 적은 돈만 줄 수 있는 데서 누가 활동하나.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지.” 더러는, “왜 그렇게 활동이 많냐", “정치할 거냐” 한다. 정치하란 말은 10년 전부터 들었지만, 내 대답은 같다. 너무 열심히 하다 병나서 죽을 거라고. YWCA 회장만으로도 ‘거룩한 부담감’이 큰데 더는 아니다.
     
    효순이 미선이 저금통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우리 딸이 재작년엔가 “엄마 생일 선물 뭐해줄까?” 하다가 “엄마는 물건은 안 좋아하니까 엄마 이름으로 기부해 줄게.” 그러더니 효순이 미선이 평화공원 짓는 데 딸이 5만 원을 기부해 준 적 있다.
     
    그때그때 마음 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위해, 내 할 만큼만 한다.

    

     
     
     
    “회장님”보다 활동가 “얼쑤”가 좋아요!
    꿀벌

    조회수 295

    20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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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아가며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질문을 떠올립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이 사회는 왜 이렇게 돌아가는 걸까?”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이런 질문들은 쉽게 묻혀버립니다. 혹은 답을 찾기도 전에 “그런 게 뭐가 중요해”라는 말에 스스로 입을 닫아버리기도 하고요. 때로는 이런 고민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만큼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진행된 ‘청년질문학교’는 그런 질문을 마음껏 꺼내놓을 수 있는 곳입니다. 누구도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며 ‘질문하는 태도’를 배워보는 자리입니다. 정답을 찾기보다 질문을 잊지 않는 것, 그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안내 표지판(왼), 굿즈(질문&스티커)(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올해로 4번째를 맞는 ‘청년질문학교 시즌4’는 “내가 만들 다정한 세계에서”라는 부제를 달고 진행됐습니다. 이번 청년질문학교는 ‘평등평화세상 온다’라는 단체가 주최했는데요. 6월 20일부터 7월 4일까지 3주 동안 매주 금요일 저녁, 청년들이 모여 강연을 듣고, 이야기 나누고,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 프로그램으로는 7월 12일부터 13일까지, 경기도 화성의 용주사에서 1박 2일 템플스테이도 함께 했습니다.
     
    이번 시즌의 주제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평화”였습니다. ‘평등평화세상 온다’의 임윤희 사무국장은 청년질문학교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전쟁과 혐오, 배제와 고립의 시대에 살고 있어요. 이런 현실 속에서 ‘평화’는 멀리 있는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지금 여기서 시작할 수 있는 삶의 ‘방식’입니다. 나의 평화는 타인의 평화와 연결되어 있고, 작은 질문 하나가 함께 살아갈 사회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강연을 통해 다양한 평화의 얼굴을 만났는데요. 광장과 연대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배제 없는 사회를 상상해 보기도 하고, 전쟁 없는 일상을 꿈꾸며 일상과 평화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우리 사회 구조 속에 무수히 존재하는 외로움을 직시하고, 그 상황들을 끊어내기 위해 시도하는 새로운 시선을 모색해 보기도 했어요.”라고 청년질문학교에서 준비한 강연들에 관해 설명해 주기도 했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1강 '정보라 작가' / 사진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3주 동안 진행된 청년질문학교의 강연도 참 흥미로웠습니다. 첫 번째 시간(6월 20일)에는 소설가 정보라 작가가 함께했습니다. 『다시 만날 세계에서』, 『아무튼 데모』, 『저주 토끼』 등의 여러 작품을 통해 혐오와 차별, 그리고 평화의 감각을 전해온 정보라 작가가, 청년들과 함께 “우리가 만드는 다정한 세계”를 주제로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 모든 소수자성과 취약성과 교차성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포용하고 이 모든 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남의 인생을 다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존재하니까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이번 청년질문학교의 특징 중 하나는, 강연이 시작되기 전에 강연자가 직접 쓴 책의 한 구절을 함께 낭독하는 시간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첫 시간에는 정보라 작가의 『다시 만날 세계에서』의 한 부분을 공유했습니다.
     
    정보라 작가는 ‘연대의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소수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 등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연대의 모습들을 나누며, ‘연대’라는 것이 멀리 있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강연을 통해 ‘다정한 세계’와 ‘연대’에 대해 새롭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2강 '이용석 작가' / 사진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두 번째 시간(6월 27일)에는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평화는 처음이라』를 쓴 이용석 작가가 청년들을 만나 “우리의 일상과 전쟁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옥분 할머니가 영어를 배워야 했던 이유는 바로, 전쟁 때 겪은 일을 국제사회에 증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옥분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 ‘위안부’였습니다. 평소 ‘위안부’였던 과거를 숨기고 살아왔지만 절친한 친구이자 아픈 과거를 공유한 정심이 쓰러지자, 정심을 대신해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위안부’로 끌고 간 여성들에게 저지른 끔찍한 전쟁범죄를 증언하기 위해 나섭니다. 미국 의회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영어로 떳떳하고 당당하게 증언하는 장면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동적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강의를 시작하며 이용석 작가의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의 한 부분을 낭독했습니다. 바로 ‘옥분 할머니’의 이야기였습니다. 이용석 작가는 전쟁과 평화를 거창한 이야기로만 다루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전쟁들이 우리와 얼마나 가까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려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전쟁에 쓰일 무기들을 지원하고 있고, 우리는 그 무기를 만드는 기업의 제품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해주었습니다. 이날 강연을 통해 참가자들은 평화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문제라는 것을 질문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3강 '턱괴는여자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마지막 세 번째 강연(7월 4일)에는 ‘턱괴는여자들’의 정수경·송근영 대표가 함께했습니다. ‘턱괴는여자들’은 인문학과 공감 능력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으며 연구하고, 책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는 팀입니다. 이날 강연의 제목은 “서로 마주 보며 오래된 소외 끊기”였습니다
     
    “이제 외로움의 땅을 파헤치는 여정을 시작한다. 외로움의 구조를 읽어내고, 그 원인을 개인에게 전가하던 단편적인 구조를 읽어내고, 그 원인을 개인에게 전가하던 단편적인 관례를 끊어내며, 외로움을 형성하는 단단한 토대에 끼어들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맑은 눈의 연대를 도모한다.”
     
    강연의 시작은 역시 책 낭독으로 열었습니다. ‘턱괴는여자들’의 책, 『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의 한 구절을 함께 읽었습니다. 강연은 “과연 외로움은 개인적인 감정일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세상의 다양한 외로움을 조명했습니다. ‘턱괴는여자들’은 외로움을 사회구조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나누었습니다. 브라질의 사진가 카로우 셰지아크가 양로시설의 노인들을 찍은 사진을 함께 보며, 외로움이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문제라는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우리 모두는, 특히 이 시대의 청년들은 관계에서도, 일터에서도, 세상에서도 ‘평화’보다는 구조적인 폭력과 소외, 혐오와 차별 속에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런 일들은 뉴스 속에서만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요. 청년질문학교는 그런 문제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누구나 질문하고, 쓰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자신과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갔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강사 저서 전시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청년질문학교 시즌4 템플스테이 / 사진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청년질문학교는 앞으로 어떤 질문을 이어가게 될까요? 이에 대해 ‘평등평화세상 온다’의 임윤희 사무국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번 강연을 통해 평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마주하고, 질문을 통해 나와 사회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앞으로는 그 질문을 우리 삶으로 옮겨보려 해요.
     
    참가자들과 함께 템플스테이를 하며 일상의 속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개인의 평화를 되짚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이제는 그 경험과 질문을 담아 에세이집을 만들 예정입니다. 각각의 에세이는 질문에서 시작된 여정의 기록이 될 거예요. 나의 평화가 사회의 평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글을 통해 그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다가오는 8월 23일(토) 오후 4시, ‘평등평화세상 온다’ 공간에서 ‘청년질문학교 시즌4 에세이집 출판기념회’도 열린다고 하니 함께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정말 필요한 건 정답을 강요하는 사회가 아니라, 질문을 품고 살아도 괜찮은 사회가 아닐까요? 안산에서 매년 이어지고 있는 ‘청년질문학교’는 그 소중한 ‘시작’을 청년들에게 건네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작은 질문 하나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저도 질문해도 될까요?”
    레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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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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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년 만의 국민연금 개혁, 그 의미와 과제 : 국가와 사회의 존재 이유

     

    제갈현숙(한신대학교 강사)

      대한민국은 노인을 위한 나라일까?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본 사람보다 보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인구에 회자했고, 무엇보다 제목이 담고 있는 강렬함으로 한 번 듣게 되면 잊기 어렵다. 영화의 제목처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어떤 나라이고, 대한민국은 그런 국가가 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노인빈곤율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했던 2009년부터 한국은 줄곧 1위를 차지해 왔다. 최근 발표된 노인빈곤율은 38.2%(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은 빈곤층에 속한다. 눈부신 경제성장과 K-컬처로 부상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는 상당히 모순되는 우리 사회의 이면이다.

    누구든 노인이 되고, 노인이 되면 소득 활동에 제한이 온다. 사회적으로는 은퇴가 강요되고, 새로운 일자리는 구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신체적 노화로 마음먹은 대로 일하기도 어렵다. 사회적, 신체적 배경으로 노인이 되면, 대다수 사람은 소득단절에 직면하고, 소득이 단절되면 누구든 빈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산업화와 함께 발전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생산성 높은 노동력 확보를 위해서 고령 노동자 퇴출을 요구했고, 이를 위해서 노년기 소득단절 문제에 대한 해법이 필요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은 고령 노동자 퇴출을 위해 퇴직제도를 본격화하면서,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공적 연금제도를 보편화하기 시작했다. 즉 퇴직이라는 강제 규정은 퇴직 이후의 소득보장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전제로, 국가가 공적연금제도를 운영해야 하는 배경이 됐다.

    노인을 위한 나라의 출발은 공적연금제도를 통해 적어도 노인 빈곤을 예방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높은 노인빈곤율을 보면,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여전히 매우 부족하다.

     

    국민연금이 내 돈 내 산또는 적금이라고요?

     

    국가가 국민연금을 운영하는 목적은 노후 빈곤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노후 빈곤 예방을 위해 국민연금 급여를 통해 보장돼야 할 소득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정 방식은 어떻게 돼야 할지가 가장 제도의 핵심축이 된다. 국민연금은 사회보험방식으로 운영한다. 대부분 국가에서도 사회보험방식으로 공적연금을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처럼 GDP2/3 이상인 1,200조 원 이상을 연금기금을 적립하지 않는다.

    사회보험은 민간보험과 다르게 각자가 낸 보험료만큼을 급여로 지급하지 않는다. 그 대신 소득대체율을 적용해서, 모든 가입자의 월평균 소득 대비 연금급여 수령액의 비율을 사회적으로 정한다. 이번 개혁 이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 은퇴 전 월평균 소득이 200만 원이라고 가정할 때, 80만 원을 보장하는 것이다. 즉 급여 수준을 결정한다는 의미에서 확정급여(Defined Benefit) 제도이다. 그러므로 가입자 각자가 낸 보험료 총액과 받게 될 급여 수준은 직접 관련되지 않고, 전체 경제활동 상태가 중요하다. 한 사회에서 일정 나이에 이르러, 소득 활동을 하게 되면 강제적으로 공적연금에 가입되고, 사회가 파괴되지 않는 한 새로운 가입자와 새로운 수급자는 연속해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경제활동을 하는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기반으로 연금 수급자에게 급여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필요 재정 이상의 재원을 적립할 필요가 없다. 한국의 건강보험처럼 대다수 국가는 연금기금을 적립하지 않고 그 해 필요한 재원을 걷어서 바로 지급한다. 그러므로 많은 미디어에서 국민연금을 내 돈, 내 산처럼 또는 적금처럼 취급하는 것은,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의도적인 혼란 야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은 국회와 정부로부터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3차 국민연금 개혁, 왜 오래 걸렸을까?

     

    대통령선거 전인 320, 국회는 지난 3년간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국민연금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198810인 이상 사업장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시작됐던 국민연금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개혁 이후 18년 만에 제도적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1, 2차 연금개혁은 제도가 시행된 이후 매우 빠르게 진행됐던 반면, 3차 국민연금 개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차이는 이전 두 번의 연금개혁이 모두 소득보장은 축소하면서 보험료만 인상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고, 그 결과 노후 빈곤 예방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다는 비판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선 두 차례의 연금개혁을 통해 보험료율은 3%에서 현재 9%로 세 배 인상됐지만, 소득대체율은 70%에서 40%로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서 초기 제도 유입을 위해 낮게 설정했던 보험료 수준이 정상화됐고, 더 인상해야 한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그러나 제도 도입 20년 만에 소득대체율을 이렇게 낮춘 국가는 이례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인하지 않는다. 그 결과 한국의 공적연금은 OECD 국가 중 낮은 소득대체율 국가에 머물고 있다. OECD 회원국 평균 소득대체율은 50%를 넘지만, 한국은 31.2%19.5% 낮다. 두 번에 걸친 소득대체율 인하 조치로 국민연금을 통한 노후 빈곤 예방은 어려워졌다.

     

    : 평균소득자 기준의 의무연금(mandatory schemes: 공적연금+의무민간연금) 제도의 소득대체율로,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가정함.

       자료: OECD(2023), Pension at a glance 2023

     

    낮은 소득대체율은 결국 급여 적정성으로 연결된다. 국민연금 수급자의 73.7%60만 원 미만의 저급여 상태에 머물고 있다. 기초연금을 추가하더라도 노후최소생활비에 도달하지 못한다.

     

    : 국민연금 공표통계(2023. 11월 말 기준)

     

    이러한 이유로 3차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 사항을 소득보장 강화를 위한 소득대체율 인상과 적립 기금의 규모를 국민연금의 안정으로 보면서 소득대체율은 더 낮추고 보험료율을 인상하자는 의견으로 갈리며 대립해왔다. 이에 지난해 국회에서는 연금개혁 최초로 시민대표단을 조직하면서 연금개혁 공론화를 추진했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두 입장에 대해 시민들은 똑같은 조건에서 학습하고 토론하면서, “더 내고(보험료율 13%), 더 받는(소득대체율 50%)” 개혁안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윤석열 내란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새롭게 정부안을 내면서, 세대 간 갈등을 조장했다. 1년 넘는 사회적 쟁점은 올해 국회 협의를 통해 표면상 더 내고, 더 받는연금개혁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보험료는 9%에서 13%44.4% 인상됐지만,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7.5% 상향됐을 뿐이다. 이러한 개혁은 시민대표단의 결정과는 상당한 거리가 존재한다.

     

    국민연금 개혁은 계속될 테지만, 어떻게?

     

    3차 연금개혁이 단행된 이후 당시 일부 언론과 대통령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세대 갈등의 불씨가 더욱 지펴졌다. 이번 개혁을 통해 기성세대가 더 많이 받고, 청년세대는 덜 받게 됐다는 불공정 시비였다. 이 시비를 가리기 위해서 먼저 소득대체율 하락 과정을 봐야 한다.

    1차 개혁으로 70%에서 60%로 축소, 2차 개혁으로 50%로 하락시킨 후, 2028년까지 매해 0.5%씩 하락시켜 40%까지 낮추도록 했다. 이는 뒤집어 보면, 1970년생 이상은 국민연금 시행과 동시에 가입할 수 있었고, 그러므로 소득대체율이 높았던 시기의 적용을 받으므로 최근 가입자에 비대 소득대체율이 높은 편이다. 바로 이 점을 시민대표단은 중요하게 봤다. 현세대 노인 빈곤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 즉 청년세대의 노인 빈곤을 줄이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득대체율 상향이 정답이 된다. 소득대체율이 43%가 아니라 50%로 상향될 때, 노후최소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제10차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노후최소생활비는 월 1361천 원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43%일 때 급여액 평균은 1195천 원으로 최소생활비에 미치지 못하지만, 소득대체율 50%로 상향하면 급여액 평균은 139만 원으로 최소생활비를 달성하게 된다. 소득대체율 50%로 상향할 때, 실제 혜택을 받게 되는 세대는 50대 이상이 아니라, 보험료 기여 기간이 많이 남은 청년세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언론과 일부 정치인들은 이러한 측면을 부각하지 않고, 단지 보험료 총액과 급여액 총액만 단순 비교하며 세대 간 위화감을 조성했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세대 내 연대(계층 간 재분배)뿐만 아니라, 세대 간 연대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핵심이 된다. 그런데 재정을 둘러싸고 세대 간 연대보다는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국가는 내가 노인이 돼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를 불식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키워왔다. 대한민국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국민연금은 중단될 수 없다. 또한 연금기금이 설혹 고갈돼도, 이는 국민연금 중단과 관련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공적연금을 운영해 온 독일에서 나치 정권은 전쟁을 일으키며, 적립됐던 기금을 모두 탕진했지만, 현재까지 연금제도는 잘 유지되고 있다. 대신 전쟁 후 적립식 재정 운용에서 부과식, 즉 한 해에 지출된 재원을 가입자에게 걷어서 그 해 지급하도록 개혁했다. 이는 국가가 노후소득 자금을 멋대로 사용하거나, 거대 기금으로 국민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줄이기 위한 개혁으로 평가됐다. 독일의 연금기금은 총급여의 한 달 정도의 규모보다 적게 적립되어 운영한다. 독일제도에 비추어 보면, 국민연금기금은 거대규모로 2064년까지 유지될 뿐만 아니라(기금 유지를 위한 개혁 지속), 보험료의 급격한 인상을 완충해 줄 수 있다. , 국민연금기금은 제도를 좌우하는 키가 아니라, 보험료 인상을 조절해 줄 수 있는 완충 기금 또는 준비금적 성격을 띤다. 이 오해를 국가가 제대로 풀 때, 청년들의 불안은 연대로 전환될 수 있다.

    당장 적은 소득과 월급으로 사회보험료를 내는 게 부담되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국민연금제도가 강제 가입이 아니라면, 우선 절반의 재정 책임을 지고 있는 기업은 당장 사회보험료를 거부할 수 있다. 또한 시민들도 인생의 다양한 질곡에서 먼 미래의 보장을 위해 현재 보험료 기여를 피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개인 투자나 개인연금으로 시장을 통한 상품계약으로 진행될 경우, 시장의 위험 요소를 개인이 감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일정 소득 이상이 되지 못할 경우, 미래를 위한 대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연금이 제도화되기 이전 세대는 노후를 위한 준비가 불가능했다. 그때보다 경제가 발전했으므로 개인의 상황이 좋아졌다고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임금노동자 8명 중 1명이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이고, 5명 중 1명은 200만 원 미만 임금을 받고 있다. 즉 노후소득 보장은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일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서 국가와 사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간 사회적 부양제도에 국가가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한국 사회는 초저출생이 심화되었고,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인간에 대한 존엄이 노후까지 보장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통한 노후 빈곤 예방이 실현돼야 한다. 이에 대한 국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감시가 절실하다

    [기획]18년 만의 국민연금개혁, 그 의미와 과제 국가와 사회의 존재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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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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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 한 통이 누군가에겐 희망입니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최근 수년간 전국 자살률 통계에서 꾸준히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지역의 생명을 지키고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돌보고자 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이 물결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7월 1일 화요일 저녁 7시, 남양주시 가까운 교회(담임목사 이영길)에서는 「나봄 나눔」 1기 수료식이 열렸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연일 무더위가 한창이던 날 저녁, 수료식을 앞둔 강의장은 평일 오후 7시라는 늦은 시간에도 각자의 일상을 마치고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이영길 목사님의 따뜻한 미소와 구수한 햇감자 향기였다. 한 교육생이 “어쩜 감자가 이렇게 맛있죠?”라고 물으니, 목사님은 웃으며 “사랑으로 쪄서 그렇습니다”라고 답해 강의장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무더위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듯 정성과 사랑이 담긴 삶은 감자와 김밥을 나누며, 참석자들은 가벼운 식사와 함께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 마지막 강의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공감으로 지역을 살리는 교육, 「나봄 나눔」의 시작
     
    「나봄 나눔」 교육은 남양주 지역 구성원의 마음 돌봄을 통한 공익활동에 참여할 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경기북부 공익의제 해결형 프로젝트로 기획된 특별 프로그램이다. 총 6회차로 구성된 이번 교육에는 사회복지법인 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을 비롯해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조철민 연구위원, 남양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지연 센터장, 남양주정신건강복지센터 박희중 부센터장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했다. 공익활동의 이해, 자살 위기 상담, 의미 요법, 청소년 상담의 이해, 정신질환의 이해, 지역사회 치유활동 사례 등 지역사회 구성원의 마음 돌봄 공익활동에 필요한 폭넓은 주제를 심도 있게 다뤄졌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수료식과 함께 진행된 마지막 강의는 사회복지법인 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이 직접 맡았다. 하 원장은 총 6회차로 기획된 이번 「나봄 나눔」 교육의 취지와 의미를 강조하며, 실질적인 자살 예방 전화상담 기술과 위기 상황 대처법, 지역사회 내 사회적 안전망 구축 등 폭넓은 내용을 다루었다.
     
    하 원장은 강의를 시작하며 충격적인 통계 수치를 제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14,439명이며, 최근 40년 동안 무려 37만 7천 명에 달하는 생명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라며, 우리 사회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이어 그는 "특히 남양주 지역이 경기도 내에서도 자살률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이제는 지역사회가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자살 예방 활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하 원장은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사회적 단절과 소외감을 지적했다. 그는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개입방법으로 전화 상담을 강조했다. 그는 "전화상담은 익명성이 보장되며 24시간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극도의 외로움과 절망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전하며, 강의를 듣는 교육생들에게 자살 예방 활동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구조화된 자살위기 전화상담 4단계, 생명을 붙잡는 전략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하상훈 원장은 강의 중반, 자살위기 전화상담이 단순한 대화가 아닌 체계적인 개입 절차임을 강조하며 상담자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4단계 구조'를 제시했다. 그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는 말 한마디, 질문 하나가 생사를 가를 수 있다"라며, 전화 상담자에게는 정확한 판단력과 절차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1단계는 측진적 관계 형성과 정보 수집이다. 하 원장은 “처음 연결된 그 순간부터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라며, “목소리 톤, 말의 속도, 언어 선택까지 모두 상담자의 태도를 비추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 단계에서는 전화자의 신상, 현재 위치, 주변 환경, 자살 계획 유무 등을 자연스럽게 파악해야 한다.
     
    2단계는 문제를 확인하고 명료화하는 과정이다. 전화자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짚어야 한다. 단순히 ‘죽고 싶다’는 말 이면에 있는 외로움, 실직, 관계 단절 등 구체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3단계는 자살의 가능성과 치명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자살 시도 여부나 계획의 구체성, 수단의 접근성, 과거 자살 시도 경험 등이 포함된다. 하 원장은 이 단계를 "전화상담의 핵심"이라 지적하며, “위기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효과적인 개입도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4단계는 전화자를 돕기 위한 계획 수립과 약속의 단계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위로가 아닌 실질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과정으로, 앞서 설명한 내용과 연계된다. “이 약속이 전화자에게는 삶을 이어가게 하는 마지막 끈이 될 수 있다"라는 하 원장의 말은 상담의 책임감을 다시금 일깨웠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 구조화된 4단계 상담 모델은 위기 개입 현장에서 활동하게 될 교육생들에게 실제적인 지침이 되었고, 단순한 이론 이상의 생명존중 실천 도구로 자리 잡았다.
     
     
    전화 위기개입의 실제: 작지만 강력한 약속의 힘
     
    하 원장은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을 지지해 줄 이가 없다고 느끼기에, 전화 한 통이 절실한 연결선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위기 상황에 놓인 전화자를 실질적으로 돕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위기개입 상담자가 실제로 내담자와 어떤 방식으로 '현실적인 연결'을 만들어나가야 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자살기도 실행을 일정으로 돌려놓아라”, “가스 밸브를 잠그고 칼을 멀리 치워라”, “약을 화장실에 버려라” 등 구체적인 행동 유도는, 위기에 처한 전화자에게 실질적인 생존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하 원장은 “막연한 감정적 공감만으로는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약속을 함께 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화자에게 자신의 능력과 자원을 되찾도록 돕고, 개인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망을 확보하게 하는 것이 상담자의 중요한 역할임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내일 11시에 병원에 갈 수 있습니까?” 혹은 “누구와 함께 갈 수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은 단순하지만, 내담자의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 원장은 “상담자가 당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화자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다시 한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위기의 순간에 가장 큰 힘은 결국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임을 교육생들은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실제 상담 사례는 교육생들에게 더욱 큰 울림을 주었다. 하 원장은 한 임신한 청소년이 상담 과정에서 자살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공유했다. "상담자가 그 학생의 혼란과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심 어린 경청과 공감을 보여준 것이 자살 충동을 이겨내는 힘이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례를 통해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일은 비판과 조언이 아니라 경청과 공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교육 과정의 하이라이트는 전화상담 실습이었다. 교육생들은 직접 상담자와 내담자의 역할을 맡아 상담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한 교육생은 실습 후 “상담을 하기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자 내담자의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전화 한 통이 누군가에게 생명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하 원장은 “상담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 간의 진정한 관계 형성에 있다"라며, “여러분의 작은 관심과 전화 한 통이 누군가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라고 교육생들에게 격려를 전했다.
     
     
    "사랑과 공감, 삶의 의미로 절망을 넘어서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강의 마지막, 하 원장은 세 명의 사상가를 인용하며「나봄 나눔」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먼저 딘 오니쉬의 『Love & Survival』을 언급하며 "사랑이 곧 생명을 살리는 힘이며, 우리는 타인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생명도 지켜낼 수 있다"라고 전했다. 다음으로 제러미 리프킨의 『The Empathetic Civilization』을 인용해 "공감은 문명을 발전시키는 핵심 가치이며,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공감의 능력을 확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빅터 프랭클의 『Will to Meaning』을 소개하며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가 절망을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역설했다.
     
    하 원장은 "오늘 우리가 함께한 이 강의가 여러분 개인의 삶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정신 건강을 위한 뜻깊은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라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응답하며,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와 다짐을 마음에 새겼다.
     
     
    공감에서 공익 실천으로, 지역사회에 닿은 희망의 손길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날 수료식에서는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 전략사업팀 이상화 팀장이 직접 교육생들에게 수료증을 전달하며 그동안의 노력을 격려했다. 이상화 팀장은 "여러분의 활동이 앞으로 남양주 지역의 자살 예방과 정신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공익활동지원센터 전략사업팀 정동호 차장은 "선거 등 여러 외부적인 이유로 중간에 두 달간 교육이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계획을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했다. 교육생들도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이웃을 위한 지속적 활동과 청소년, 정신건강 분야의 심화된 상담 실습 과정 도입 등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함께한 3개월, 삶을 변화시킨 진솔한 목소리들
     
    교육생들의 소감은 「나봄 나눔」이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삶의 전환점이었음을 보여줬다.
     
    한 교육생은 “처음에는 봉사를 위한 상담 교육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의를 들으며 나 자신의 상처와 가족 문제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라며 “상담 기술뿐만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생은 “청소년 상담 강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라며 “이미 자녀를 키웠지만, 앞으로 손주를 돌보는 데 꼭 필요한 내용이었고, 우리 주변의 청소년들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 참석자는 “조현병 등 정신질환 강의를 듣고 나니, 이전까지는 언론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바라봤던 환자들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라며,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다른 교육생은 “공황장애를 겪었던 딸을 둔 부모로서, 강의를 통해 딸의 고통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라며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나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한 교육생은 “처음엔 막연히 참여했지만, 나 자신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라며 “상담 과정에서 중요한 경청과 공감을 나의 일상생활에서도 더 자주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다양한 소감을 통해, 교육생들은 배운 내용을 자신과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적용하며, 지속적인 나눔과 배움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절망 위에 피어난 희망, 나봄 나눔의 공익 물결이 시작되다
     
    수료식을 마친 교육생들의 얼굴에는 사명감과 희망이 가득했다. 교육생들은 이제 '자살률 최상위'라는 무거운 현실에 직면한 남양주시를 변화시키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날의 수료식은 단순히 교육 과정의 마침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웃들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실천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삶의 벼랑 끝에서 외로움과 절망감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나봄나눔의 온기를 전하겠다는 지역사회의 그늘에서 외롭게 힘들어하던 이들에게 이제 이들은 따뜻한 손길을 건네려 한다.
     
    「나봄 나눔」이 뿌린 작은 씨앗은 이제 ‘생명존중’이라는 더 큰 물결로 번져나가고 있다. 남양주에서 시작된 이 따뜻한 움직임이, 머뭇거리는 많은 이들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전해주길, 그리하여 희망이라는 이름의 큰 파도를 만들어내길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현장스케치] 공감으로 피어난 변화, 전화 한 통의 기적 - ‘나봄 나눔’ 1기 수료식
    공익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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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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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2일 목요일 오전 10시. 더함 파크에서 열린 공익활동가 학교 전문가 과정 입학식에 다녀왔습니다. ‘공익 활동’이라는 단어는 익숙했지만, 뒤에 붙는 ‘전문가’라는 말에 저는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생겼는데요. 공익 활동의 전문가 과정이란 어떤 프로그램일지,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었던 것은 ‘공교히’라는 단어였습니다. 우리에게는 보통 ‘공교롭다’라는 말로 익숙한데요. ‘공교히’는 이번 공익활동가 전문과정의 메인 키워드이자 익활동가 육에서 망 찾자”의 줄임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밑에 적혀있는 말풀이가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우연히 일어나다.’는 뜻 외에 ‘솜씨 있고, 실력 있다.’라는 또 다른 뜻이 있다는 건데요. 여기서는 이 두 가지 의미를 중의적으로 사용하여, ‘성실한 노력으로 솜씨 있고 실력 있는 수준에 올라서면, 생각지도 못했던 (바라던) 일이 우연히 일어난다.’라는 뜻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마음속으로 잔잔한 울림을 느끼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도 떠올랐는데요. 전문가 과정을 앞두고 공익활동가로서의 마음가짐을 새로이 한다는 의미에서 정말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대의 말을 전하는 유명화 센터장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곧 입학식이 시작되었는데요. 먼저 경기도 공익활동 지원센터 유명화 센터장님이 따스한 환대의 말로 활동가들을 맞이하여 주었습니다. ‘그토록 염원했던 새로운 세상을 함께 맞이할 수 있어서 기쁘지만,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던 문제들이 수면으로 올라오는 것 같다.’며, 공익활동가들의 앞으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당부와 기대도 잊지 않았습니다.
     
     
     
    아이스브레이킹 시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어 참여자 간의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이 이어졌는데요. 각자 오면서 이 자리에 가지고 온 ‘마음’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물음표, 느낌표, 졸지 않겠다는 마음, 아파도 꼭 참여하겠다는 굳은 의지 등등 저절로 웃음이 새어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교육에 임하는 각자만의 진지한 각오가 엿보여, ‘공익활동 전문가’라는 말에 어울리는 분들이 이곳에 모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강의 주제는 <공익활동 조직 내에서 만나는 인권 감응성>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인권교육센터 '들'의 배경내 강사님은 먼저 ‘인권’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대체 인권이 무엇이기에 우리가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서요.
     
     
     
    <공익활동 조직 내에서 만나는 인권 감응성>이라는 주제로 배경내 강사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공익활동이란 세상의 문제를 발견하고 개인이 아닌 모두에게 도움이 될 변화를 시도하는 활동입니다. 여기서 필요한 세상의 문제를 발견하는 것, 즉 세상을 읽기 위한 필수적인 문법이 바로 인권입니다”
     
    배경내 강사님은 먼저 재난 참사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습니다. 우리가 재난 참사에 대해 생각할 때 단순하게 ‘우연히 발생한 사고’,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 ‘불가항력’ 정도로 알고 있지 않냐고, 그리고 바로 그러한 생각에는 ‘재난 인권 감수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난 인권 감수성’이란 재난이 왜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재난이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재난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변화해야 하는지를 읽는 역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든 재난 참사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사회적 참사이기에, 재난은 ‘인재’라고 불러야 하지만, 더 나아가서 그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는 용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인재 대신 ‘관이 만든 재난’, ‘기업 재난’ 등 그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는 용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배경내 강사님이 제시한 두 번째 예시는 한때 세상을 뜨겁게 달구었던 주호민 작가의 이야기였습니다. 단순하게 자폐아의 부모와 특수학교 선생의 갈등과 대립으로만 보면, 이 문제는 결국 서로를 향한 혐오, 그리고 상처와 2차 피해만이 남겨지게 될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볼 때 그 너머의 문제를 바라봐야 하며, 그것은 환경과 구조의 문제. 개개인이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갈등 상황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시스템의 문제임을 읽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제의 근원을 읽어내는 힘, 그것이 바로 ‘인권 감응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인권교육을 처음 듣는 저에게도 너무나 깊이 와닿았습니다. 어느새 취재를 왔다는 사실을 잊은 채로 강의에 몰두하게 되었죠. 그동안 자극적인 뉴스로만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사건들이 떠오르며, 그 이면에 있을 각자의 사연들이 제 사고의 문을 두드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권 감응성'으로 살펴보는 조별 활동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2부는 각자의 조직 안의 문제를 ‘인권 감응성’이라는 시각으로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조별 활동으로 커다란 전지 위에 자신이 생각하는 조직 내의 문제를 떠올려 적어보는 그런 시간이었죠. 1부를 통해서 평소에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 약간의 불편함으로 잊고 넘겨버렸던 것들을 떠올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활동가들 모두가 비슷한 환경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들이었기에 이야기들은 술술 흘러나왔습니다.
     
     
    조직의 문제 찾기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어 조별로 각자 적었던 조직 내의 문제들을 발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두드러졌던 것은 ‘ 고쳐지지 않는 서열 기반 문화’, ‘업무와 비업무시간의 구분되지 않음’ 등이었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공감했던 것은 ‘대표자 혹은 핵심 인물에게 모든 정보가 집중되는 현상’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정보는 권력으로 이어지기에, 정보의 독점은 곧 권력의 독점과 같은 이야기였고, 그런 사람에게 반대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만약 그 사람이 나가기라도 하면 그 사람에게 집중되던 자원들이 모조리 사라져서 조직의 존속 자체가 어려워지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조별 발표 및 토론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모두가 이곳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그동안 활동하면서 쌓아왔던 이야기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열띤 토론의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그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만 생각했던 것들,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문제인 줄 몰랐던 일들이 ‘인권 감응성’이란 틀로 바라보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된 공익 활동을 위해서는 우리 내면의 문제부터 다시 들여다보아야겠다’는 마음이 말이 되고 다짐이 되어 오갔고. 활동가들의 얼굴에서는 후련함과 비장함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습니다.
     
    취재원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어느새 저도 모르게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도 몰랐던 공익활동가 전문가 과정 입학식. 솔직히 앞으로 수업을 듣게 될 활동가분들이 너무 부러워지는 시간이었는데요. 앞으로의 탄탄한 강의 그리고 토론과 소통을 통해 졸업식을 맞이할 활동가분들이 얼마나 성장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현장스케치] 공익활동가 학교 전문가 과정 입학식 “인권 감응성으로 세상을 읽다” 
    마시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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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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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이 반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너무나 흔히들 하는 말인데 대부분은 그냥 의미 없는 새해 인사로 넘기거나 지루한 위로 정도로 여기곤 하죠. 하지만 우리가 아카이브 에디터로서 발을 내디뎠던 순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그 말의 의미를 문득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시작’이라는 출발점을 찍지 않는다면, 결코 끝을 맺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포기조차도 할 수 없죠. 시작점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그저 무의미하게 표류하며 흘러가는 배와 같아질지도 모르겠네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의 의미가 새삼스레 중요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저는 지금으로부터 석 달 전, 봄바람과 함께 출발한 우리의 모습을 여러분께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1) 그 사이 우리 에디터들은 공익 웹진을 통해 여러분을 만나며 공익활동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노력해 왔습니다. 불도저처럼 돌진하는, 여름과도 같은 열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때론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고 나아갈 힘을 보충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카이브 에디터들의 정기 회의는 서로 공익활동의 확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달려 나가던 에디터들이 잠시 한 공간에 모여 서로를 보듬기도 하고, 때로는 조언을 주고받기도 하면서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 시간입니다. 거기에 우리의 역량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배움의 시간도 있었습니다. 우리와 공익활동의 여러 면모를 함께 지켜보셨던 여러분도 우리의 모임에 글로나마 초청하고자 합니다. 에디터들이 남은 하반기를 위해 배우고 고민하면서도 연대하는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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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기 아카이브 에디터 2차 정기 회의
     
     
    아카이브 에디터 2차 정기 회의 및 교육 장소는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날씨가 서서히 무더워지는 6월,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임시 개관이고 7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게 된다고 합니다.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는 안양역 지하상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안양시민뿐만 아니라 5기 아카이브 에디터들 사이에서도 기대가 큰 만큼 관심 또한 많았습니다.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6월 2차 정기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에 에디터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무더운 여름 오후 공기에 연신 굵은 땀방울을 흘렸지만 모두들 기대되는 표정으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눈 에디터들의 2차 정기 회의가 곧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그간 발행되었던 공익 웹진을 비롯한 콘텐츠 제작 현황을 공유했습니다.
     
     
    5기 아카이브 에디터 2차 정기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고무적이었던 것은 콘텐츠별 평균 조회 수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콘텐츠 조회수는 작년 대비 15,300회 이상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콘텐츠별 평균 조회 수가 약 470회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요. 공익 웹진의 운영을 꾸준히 이어오면서 에디터들의 관심사도 점차 다양해지고 웹진을 작성하는 방식도 다채로워지다 보니 얻은 수확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의 덕이 가장 크겠지요?
     
     
    한 걸음 카드와 회의자료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한 걸음 카드를 작성하며 지난 1분기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간단한 성과 보고를 마치고 에디터들은 ‘한 걸음 카드’ 피드백을 진행하면서 1분기 활동을 점검하고 2분기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난 1차 회의 때 자신이 에디터 활동을 하면서 이루고자 생각했던 목표를 적고 지금까지 목표를 향해 한 자신의 노력과 변화한 점을 작성하면서 지난 활동을 돌아보았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작성한 내용을 다른 에디터들과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정말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한 걸음 카드를 작성한 뒤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아카이브 에디터들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한 걸음 카드를 작성한 뒤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아카이브 에디터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바쁜 현실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에디터로 임명이 되고 나니 공익활동 행사나 활동가분들을 만날 때 훨씬 집중하게 되는 것을 느꼈어요. 책임감도 생겼고요. 다른 에디터들이 작성한 글을 보면서 공익활동 현장에서 치열하게 논의되고 있는 현안과 관련한 내용이나 공익활동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는 내용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저도 이 부분을 제 글에 적용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현장 스케치를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천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첫 원고는 작성해 보았으니 이제 원래 제가 세웠던 목표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관심 있었던 분야에 대한 글을 작성하겠다고 마음먹었고 실천했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확장된 시각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공익활동 현실, 정책을 다루고 사례 발굴까지 시도해 보고 싶어요.”
     
    이 밖에도 자신이 글을 쓰는 형식이 지나치게 단조로운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 위해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는 노력, 다른 공익활동가들의 행사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 자신이 작성한 공익 웹진을 본 공익활동가들의 반응 등을 함께 공유했습니다. 공익활동에 참여한 경험을 진솔하게 공유하니 공감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와 경험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민기록자 양성교육 3강 - 나의 기록이 사회적 기록으로, 기록이 바꾼 세상 (은유 작가)
     
     
    <나의 기록이 사회적 기록으로-기록이 바꾼 세상> 강연 현장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2부에서는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자 양성교육 심화 과정 세 번째 순서로 은유 작가님이 <나의 기록이 사회적 기록으로-기록이 바꾼 세상>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은유 작가님이 자신이 글을 쓰게 된 과정부터 시작해서 글을 쓰면서 했던 고민까지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면서 강연을 진행해 주신 덕분에 아주 많은 부분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강연을 들으며 저는 작가님이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던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고 공익활동을 기록하고 있는 주체 역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곧잘 잊곤 하죠.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간과하면 진솔한 글쓰기도 어렵고 글쓰기의 원동력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은유 작가님의 자기소개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은유 작가님은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사회의 모순과 폭력을 조명하신 분이지만 처음부터 사회적 기록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글을 쓰는 것과 관련한 전공을 하거나 따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많은 독서를 통해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늘 글을 쓰고 글쓰기를 배우면서도 특별한 자격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내심 불안했던 적도 있었던 저 역시 은유 작가님의 경험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은유 작가님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후 은유 작가님이 책을 쓰신 경험을 공유해 주셨는데 그 과정을 너무 흥미롭게 풀어주셔서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폭력과 존엄 사이』라는 책을 쓰는 과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국가폭력 피해자 어르신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는데요. 작가님은 처음에 국가폭력 피해자 어르신들의 증언 녹취를 윤문하는 정도의 작업으로 알고 시작했지만, 녹취록에 의존하지 않고 다시 국가폭력 피해자 어르신들을 하나하나 찾아 인터뷰하러 전국을 누비면서 사람이 지닌 사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가폭력 피해 어르신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빈곤, 노동, 젠더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경험을 진솔하게 전달해 주셨습니다. 작가님의 글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폭력, 권력의 불균형 상황을 포착해 내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개인과 사회는 분리될 수 없으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나 저도 은연중에 이런 사회의 폭력에 노출이 되어 있는 것이겠죠. 작가님은 바로 우리가 아직 모르는 상처, 폭력 혹은 사회가 내게 강요하는 모습을 인지하는 것으로부터 글쓰기가 시작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자기 생각과 감정을 궁금해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과 능력에 대한 객관화가 되지 않으면 겉도는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게 되니까요. 무엇보다 사회가 강요하고 있는 모습이나 관습적 역할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더욱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겠죠. 작가님은 “자신이 외면하는 곳에 글을 쓸 주제가 있다.”라는 말을 전해주기도 하셨습니다. 저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늘 글쓰기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그동안 아카이빙의 기본기를 제대로 다지면서 글을 쓰고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강연은 제가 공익활동 아카이빙을 하면서 늘 마음 깊숙이 품고 있던 질문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는 기회가 되기도 했는데요. 공익활동 아카이빙이 즉각적인 효과나 영향력을 지니지는 않는 활동이다 보니 “늘 무엇인가 적극적인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활동이 아닌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활동이 정말로 도움이 되는 것일까?”, “내가 맞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늘 자신에게 하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이렇게 사회의 고통을,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말하는 것이 고통을 통해 우리가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작가님의 책을 인용하자면 “고통이 고통을 알아보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 바로 이런 공익활동 아카이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나니 제가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활동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사실 공익활동 현장에서는 정말 행복하고 보람찬 감정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씁쓸하고 우울한 장면을 마주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은 한 번에 해결되는 게 아니다 보니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강연을 듣다 보니 작가님은 더욱 어두운 사회의 단면들을 마주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이런 상황을 호소력 있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지만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아이, 간첩으로 몰렸지만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아 딸마저 가난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만 주부 등 수많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발견했던 작가님의 여정을 함께 돌아보면서 이 모든 이야기의 끝에서 ‘글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강연 내용에 대해 질의하면서 열정적으로 수강 중인 아카이브 에디터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강의가 끝나고 에디터와 시민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한 질문자는 글쓰기를 하면서 생기는 힘든 일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이겨내는지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글쓰기도 결국은 노동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혹시 글쓰기를 하면서 불행했던 경험이나 글쓰기 때문에 너무 괴로울 때가 생기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다고 했던 것처럼 규칙적으로 글을 쓰시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쨌든 부자가 아닐까요? 그리고 배우자도 있고 아이가 없고 별장도 있고 그런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루틴을 지키는 삶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저처럼 양육자인 경우에는 아이들의 시간에 맞춰서 제 시간표가 결정되는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 그래서 저처럼 활동가형 혹은 생계형 작가인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마감일이 언제다 하면 그 일주일 전까지는 글쓰기를 미리 마감하자는 식으로 시간표를 짰습니다. 글을 쓰면 육체가 많이 소진돼요. 하지만 그만큼 고통스러워도 좋은 것도 그만큼이니까 계속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 에디터는 평소 인터뷰를 하면서 갖고 있었던 애로사항에 관해 묻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은 인터뷰 글도 쓰셨잖아요. 저희가 인터뷰를 많이 하는데 인터뷰는 그냥 적어 놓으면 너무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혹시 인터뷰 원고를 작성하는 팁이 있을까요?”
     
    작가님은 평소 인터뷰 원고를 쓰는 자신만의 철학을 공유하면서 에디터들의 고민에 조언해 주기 위해 애써주셨습니다.
     
    “저는 모든 예술은 뺄셈이라고 생각해요. 잘 덜어내는 게 너무 중요합니다. 인터뷰를 녹취한 게 곧 글은 아니거든요. 작가는 마치 영화감독처럼 편집을 해주는 사람이에요. 이 사람이 쏟아낸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심는 게 아니라 읽을만한 글로 주제를 담아서 그 주제를 향해 가는 거죠. 나중에 인터뷰를 다 읽고 나면 그 사람의 매력이 보여야 좋은 인터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글쓰기 강사인 저를 인터뷰하면서 글쓰기 노하우만 잔뜩 적어놓는다면 굳이 인터뷰여야 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래서 이때는 글쓰기 노하우보다는 은유라는 사람 자체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은유 작가님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진솔하게 나누며, 에디터들의 고민에도 깊이 공감하고 함께 고민해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님이 글쓰기의 힘에 관해 이야기 한 부분도 매우 기억에 남았습니다.
     
    “제가 항상 주장하는 건 글을 쓰면서 내가 바뀐다는 거예요. 글 쓰는 사람은 적어도 바뀌어요. 나도 세상의 일부니까, 내가 바뀐 만큼은 세상이 바뀝니다.”
    누구나 하게 되는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감을 이토록 명료하게 극복해 나가는 모습에 많은 에디터들이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열심히 강연을 듣고 질문하는 시민 기록자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자신의 독서 경험 혹은 글쓰기 경험을 바탕으로 평소에 갖고 있던 고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은유 작가님의 팬이라며 감명 깊이 읽은 책을 들고 온 시민,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라며 수원에서 오느라 조금 늦었다며 조용히 맨 뒤에서 듣던 시민까지 한자리에 모여 강의실이 가득 찼습니다. 강연은 에디터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참여로 인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의 더위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익활동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늘 애쓰고 있는 아카이브 에디터들은 함께 모여서 서로의 활동에 영감을 받고, 다음 활동을 구상하기도 하면서 남은 날 동안 더 활기찬 활동을 다짐했습니다.
     
    공익활동은 한 집단 혹은 한 사람만의 영향력만으로는 절대 이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가 품은 열정의 씨앗은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만나야 비로소 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남은 기간 동안 이어질 우리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기대해 주세요!
     
     
    단체사진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현장스케치] 아카이브 에디터들의 열정이 여름의 태양처럼 공익활동을 무르익게 한 날
    옐로 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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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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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키비스트, 이제 우리에게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죠.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6월 한 달간 4회에 걸쳐 경기시민사회 공익활동 아키비스트 양성과정을 마련했습니다. ‘공익활동 아키비스트’란 공익활동 자료 수집 및 보존을 통해 가치를 확산하는 활동가를 말합니다.
     
    경기도 전역의 활동가와 도민 대상이기 때문에 강의는 의정부와 수원을 오가며 진행되었습니다. 센터 북부에서 진행된 1-2차시에는 (협)아카이빙네트워크연구원 손동유 원장을 모시고 공익활동 아카이브의 이해와 방법, 특히 구술 아카이브에 대해 들었습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이선민 변호사를 통해 저작권 관련 내용도 배웠습니다.
    

    아키비스트 양성과정 웹자보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활동을 위한 아카이브 활용법
     
    저는 경기도여성비전센터 나혜석홀에서 진행된 3차시에 참여했는데, 잠시 그 현장으로 가보실까요? 5번째 강의를 맡은 분은 한국외대 정보기록학연구소 겸임교수이신 김태현 강사님입니다.
     
    ‘우리는 기록의 민족’이라는 얘기로 강의가 시작됐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이 1997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하지만 일제의 역사 말살에 많은 기록이 유실되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실제로 아카이브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두루 쓰이게 된 것은 2000년대 이후라네요.
    
     
    3차시 강연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기록과 콘텐츠와 아카이브의 관계
     
    사람들이 직접 만든 역사의 경험을 기억이라 부릅니다. 우리는 기억을 기록함으로써 과거를 수집하고 현재를 생산하여 미래를 준비합니다. 즉, 기록은 역사적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액션입니다. 이 기록에 서사를 입혀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면 콘텐츠가 됩니다. 기록을 인과관계로 배열한 것이 콘텐츠라면 상관관계로 배열한 것은 아카이브입니다. 아카이브는 논리적인 시스템으로 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합니다. 이 세 가지는 구분되면서도 서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기억을 기반으로 세 가지 개념이 상호 연결될 수 있는 게 바로 시민사회의 일상사 영역이라고 교수님은 설명합니다.
     
     
    기록의 수집과 생산
     
    기록의 수집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멈춤 기능’이 있습니다. 멈춤 그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어떤 내용을 수집할 것인가? 어떻게 수집할 것인가? 기록을 모으는 방식도 중요한데 저인망식 무작위 수집보다는 주제를 가지고 수집해야 훨씬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창고에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을 창고에 넣어놓기만 해도 일단 없어지는 일은 막게 되죠. 더 나아가 그것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어떤 물건이 창고 몇 번째 선반에 있는지 정리해 놓는 게 아카이브이고, 그 노동을 하는 사람이 바로 아키비스트입니다.
     
     
    콘텐츠와 아카이브로 활용된 사례들
     
    강의 후반부에는 기록이 하나의 주제에 따라 콘텐츠로 재탄생한 사례들을 소개했습니다. 모두 교수님이 직접 진행한 프로젝트인데요, 그중 몇 가지만 추려봅니다.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전 <1987, 우리들의 이야기> 포스터와 디지털 콘텐츠 / 출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 전시회 <1987, 우리들의 이야기>는 박종철 열사 하숙집 아주머니, 시내버스 운전기사 등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캐릭터 작업을 거친 보통 시민 30명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한 것입니다. 수채화로 그려낸 서울시청 일대가 인상적이죠? 전국 순회 전시회와 함께 오마이뉴스를 통한 웹 전시회도 병행했습니다.
    
     
    
    증평기록관 개관 전시 <증평, 첫 번째 기억> 전시실과 주제 아카이브 / 출처: 증평기록관
     
     
    증평은 기록 분야를 줄곧 앞서가는 지자체인데요. 2020년 증평기록관 개관 전시 <증평, 첫 번째 기억> 이래로 훌륭한 기획의 전시가 계속됩니다. ‘주간 증평’이라는 디지털 주제 아카이브도 흥미롭습니다. 기록관의 보수적 풍토를 뒤엎고 힙한 형광색을 메인 컬러로 고집하여 결국 온 마을을 핫핑크로 물들였다는 일화가 재미있네요. 증평기록관 콘텐츠는 유튜브에 다양한 쇼츠로도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JPArchives)
    
     
    
    세월호 참사 1주기 기억 전시 <아이들의 방> 포스터와 디지털 콘텐츠 / 출처: 4.16기억저장소
     
     
    세월호 참사 1주기 기억 전시 <아이들의 방>은 죽은 이의 물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깨고 주인 잃은 방을 사진과 글로 남겼습니다. 전시회는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오스트리아 시골 라디오에서까지 인터뷰 요청을 해왔습니다. 규모가 어떻든 메시지가 강하면 사람들은 스스로 찾아온다는 걸 확인했지요. 처음에 공개를 거부했던 유족들도 마음을 돌려서 2015년 61개였던 방이 지금은 200개 가까이 열렸습니다. 오마이뉴스 디지털 콘텐츠에서 그 아이들의 방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Event/416memory/index.aspx)
     
     
    아카이브도 브랜드가 되는 시대
     
    한때 외래어 대신 기록은행이라는 말을 사용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카이브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도 교수님이 어디 가든 첫 번째 받는 질문은 ‘기록관이 뭐냐’는 질문이랍니다. 누구나 아는 도서관처럼 더 이상 이 질문이 안 나오는 날이 곧 오겠지요.
     
    그러려면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아카이브의 주인이 누구인가? 지금껏 역사 콘텐츠에서 스스로 주인이 된 적이 없었던 시민들이 목적의식을 갖고 풀뿌리 방식으로 아카이브의 주권자가 될 때 아카이브는 브랜드가 됩니다. 12.3 비상계엄 아카이브도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갈 것입니다.
     
     
     
    
    공익활동 아키비스트 양성과정 3차시 단체사진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강의를 마치고 수강자 두 분의 소감을 살짝 들어보았는데요.
     
    “저는 다산인권센터 자원활동가이고 지금은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카이빙 활동을 해보려고 신청했는데, 앞선 강의들에 비해 이번 강의는 조금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아카이빙과 실제 아키비스트로서의 아카이빙이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욕심도 더 들었어요.” (다산인권센터 듬솔)
     
    “제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2027년이면 30주년이에요. 선배님들이 그동안 쭉 해오셨던 것들을 정리해 보고 싶어서 온라인 아카이빙을 고민하는데, 오늘 구체적인 예시로 실무 얘기를 해주셔서 가닥이 좀 잡히고 주의할 점들도 도움이 됐습니다. 저희가 몇 년 전 ‘숲과 나눔’ 재단 통해서 기록물을 1천 건 이상 온라인에 올려놓긴 했는데, 단순히 창고여서는 안 되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이걸 가공해서 뭔가 다른 가치를 창출해 볼까? 그런 아이디어를 오늘 많이 얻게 돼서 30주년 때는 뭔가 좀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 이동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생각나네요. 구슬 한 알 한 알이 기록이라면 그 구슬들을 꿰어 만든 목걸이나 팔찌는 콘텐츠, 구슬의 아름답고 일정한 패턴은 아카이브쯤 될까요? 그중 독창적이고 고유한 스타일의 목걸이는 뜨거운 반응을 얻고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나겠죠. 양성과정을 수강하는 분들 모두 자기 브랜드를 가진 보배 같은 공익활동 아키비스트가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얼마 전 개관한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떠나게 될 마지막 4차시 현장 탐방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현장스케치] 공익활동 아키비스트 양성과정 3차시_기록을 콘텐츠로! 아카이브를 브랜드로!
    참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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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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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로 지역을 읽다
     
    2024년 초여름, 부천시민미디어센터의 한 강의실에선 작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보이는 라디오, 팟캐스트, 영상 촬영과 편집 등 미디어의 다양한 세계를 배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았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에 귀 기울이면서 하나의 공동체로 발전해 나갔다. 지금은 미디어라는 이름 아래, 지역을 비추고, 책을 매개로 사람을 연결하며, 소상공인의 삶을 기록하는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모임의 구성원들은 저마다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자신의 일상을 브이로그로 공유하는 분도 있고, 수년간 출판 편집 일을 하며 책과 삶을 이어온 분, 그리고 전문 라디오 작가로 방송 현장을 오랫동안 경험한 분까지. 다양한 경험과 시선이 모인 덕분에 이들의 콘텐츠는 결코 단조롭지 않다.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 일상에 스며든 기록,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을 향한 따뜻한 관심이 이들의 미디어 작업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올해 2025, 경기마을미디어 성과 공유회에서 이들이 택한 주제는 '독서''소상공인', 그리고 '지역 활동가'. 단어만 놓고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책을 읽고, 지역을 걷고, 사람을 만나며 만들어낸 이야기들을 미디어로 풀어내는 이들에게 이 세 가지는 모두 같은 선 위에 있는 가치다.
     
    성과 공유회에 앞서, 모임의 대표인 이상하 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컴퓨터 강사와 마을 동호회 회장으로 일해온 그는 지금은 지역 활동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사진출처: 함께하는 미디어 모임 이상하대표 제공
     
     
    Q. 처음 미디어 교육을 받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영상이나 라디오는 저와 거리가 먼 세계라고 생각했어요. 컴퓨터 강의와 책을 다루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기록은 글로 남기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죠. 그런데 우연히 부천시민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한 번쯤 배워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매력적인 방식이더라고요. 무엇보다 음성과 화면이라는 매체가 사람의 감정을 훨씬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걸 체감했어요.“
     
     
    Q. ‘함미모는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나요?
     

    2024, 원미도서관과 상동도서관에서 진행된 부천시민미디어센터 주관 교육 프로그램이 계기였어요. 보이는 라디오, 팟캐스트, 영상 기본 촬영 등 다양한 미디어 교육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분들이 모이게 되었죠. 처음엔 동아리 명도 없이 활동하다가, 교육 프로그램 명인 함미모(함께하는 미디어 모임)’를 그대로 이어받아 ‘함미모’'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Q. 교육을 통해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나요?
     
    "무엇보다 기록의 방식이 다양해졌다는 점이에요. 전엔 글로만 표현했다면 지금은 음성으로, 영상으로, 때로는 팟캐스트 대화로 풀어낼 수 있게 됐죠. 또 교육을 함께 받은 분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면서 나 혼자에서 우리 함께만드는 작업으로 바뀌었어요. 이게 가장 큰 변화이자 의미 있는 전환이었죠."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Q. 이번 성과 공유회에서는 어떤 내용을 발표하게 되나요?
     
    "저희는 책을 읽는 사람, 책을 나누는 사람, 책을 통해 지역과 연결된 사람들에 주목하고 있어요. 단순히 독서를 주제로 한 게 아니라,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지역 소상공인이나 활동가들이 어떻게 삶을 나누고 있는지를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냈어요. 책방을 운영하는 분, 마을에서 독서모임을 꾸려가는 분, 작은 상점을 열고 책 코너를 만들어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는 분들이죠."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3개월간 매달 2개의 보이는 라디오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튜브와 팟캐스트에 업로드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동시에 공모전 참여, 개인 SNS 콘텐츠 강화, 기술적 역량 향상도 함께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동아리 내부에 역할을 명확히 나눠서 각자의 장점을 살리고 협업을 잘할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사진출처: 함께하는 미디어 모임 이상하대표 제공
     
     
    Q. 실제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요?
     
    "한 소상공인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책은 손님을 머무르게 하는 공간이에요라고요. 가게 한쪽에 책 몇 권을 놓아두었을 뿐인데, 그걸 계기로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손님도 생겼다고 해요. 그 말을 들으면서 책이 단순히 지식이 아니라 사람을 묶는 매개체가 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Q. 활동을 지속하면서 느낀 지역 미디어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거창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 주변의 이야기, 평범한 일상, 소박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느껴요. 미디어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돕는 도구잖아요. 그게 영상이든, 소리든, 글이든. 저희가 만든 콘텐츠를 통해 누군가 , 저런 분도 있구나’,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네하고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단순히 콘텐츠를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함께 배우고 나누는 활동도 계속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매월 원미도서관에서 자체 블로그 강의를 열고 있어요. 짐벌을 이용한 촬영 실습도 병행하면서 실전 감각도 익히고 있고요. 그리고 오는 616일에는 복사골문화센터에서 직접 기획한 독립영화 상영회도 열릴 예정이에요. 우리와 같은 지역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 또는 잊혀진 작은 목소리를 소개하려는 자리죠."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요?
     
    "올해 말 성과 공유회도 있지만, 오는 616, 부천 복사골문화센터에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독립영화 *‘’*이 상영합니다. 이 영화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출품되었던 작품으로, 작고 섬세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지역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삶의 결, 평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우리 곁의 현실을 차분히 들여다보게 합니다."
     
    "이번 상영은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지역 안에서의 미디어 활동을 보다 확장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번 독립영화 상영도 그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영화제 출품작이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역 안에서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고, 느낄 수 있는 을 만든다는 데 큰 의미가 있고, 상영 후에는 짧은 대화 시간도 마련되어 있어 단순히 관람에 그치지 않고, 영화를 통해 마주한 감정과 생각을 지역 주민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합니다.“
     
    "우리는 전문가도, 거대한 기획자도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사는 지역을 좋아하고, 그 안의 사람과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입니다. 이번 상영은 그 마음을 담은 첫 번째 실험이자 제안이 될 것입니다. "
     
    "끝으로, 지금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지역을 담아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어요. 저희 구성원들도 다들 바쁜 일상 속에서 틈틈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런 열정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개 녹음이나 영상 상영회 같은 오프라인 소통 자리도 자주 만들어보고 싶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을 여는 거죠."
     
     
    영화 포스터 / 출처: 함께하는 미디어 모임
     
     
    부천시민미디어센터에서 시작된 작은 모임은 이제 지역의 이야기를 품은 미디어 그룹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들은 말한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지역의 이야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라고. 마을과 사람, 그리고 책 사이를 잇는 그들의 기록은 지금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지역의 서점을 인터뷰하거나, 동네 소상공인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내고, 독서와 생활이 만나는 공간들을 소개하는 등, 미디어를 통해 지역을 잇고 기록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
     
    미디어는 어렵지 않다. 중요한 건 기술보다도 진심이다. 그리고 그 진심은 영상을 통해, 목소리를 통해, 글과 이미지로 얼마든지 전해질 수 있다. 지역을 읽고, 기록하고,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미디어로 지역을 읽다-함미모 이상하 대표 인터뷰
    럭비공

    조회수 379

    202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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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활동 현장 취재 에디터로 3년째 활동하며 늘 고민해온 질문은 “공익이란 무엇일까?”, “나는 공익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공익활동의 가치를 잘 실천하고 있는가?”, “내가 쓴 공익활동 현장 취재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어떤 생각의 변화를 경험할까?”였습니다.
     
    고민했던 물음의 답을 찾고자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공익활동 사회적 가치 측정’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4월 9일, 16일, 23일(수요일), 총 3회에 걸쳐 ‘공익활동의 의미와 사회적 가치 측정의 필요성’,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의 이해’, ‘사회적 가치 측정 실습’이라는 주요 교육 내용으로 오후 2부터 4시까지 센터 내 주고받음실에서 김수진(한국사회가치평가 이사) 님이 강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교육이 진행중이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4월 9일. 첫 번째 강의, “공익활동의 의미와 사회적 가치 측정의 필요성”에서 먼저 공익활동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익활동은 「서울특별시 시민공익활동의 촉진에 관한 조례」제2조 1항에 따르면 “시민공익활동”이란 시민이 자발적으로 행하는 공익성이 있는 활동으로 영리 또는 친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활동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하는 활동으로 자격이 따로 필요하지도 않고, 이웃과 사회 전체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활동을 결심했다면 바로 공익활동가라는 뜻입니다.
     
    공익성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므로 우선은 추구하는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지 구성원 스스로가 명확히 정의해야 하고, 추구하는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규정하고,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이 커지면 법 제도적 일정한 자격과 활동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건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다음으로 “공익활동 사회적 가치 측정의 개념”은,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나 활동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변화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수치화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한 활동 실적(산출)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정도(결과와 영향)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익활동 사회적 가치 측정”이 왜 필요할까요?
     
    강사님은 먼저 “단순히 ‘좋은 일’을 했다는 자부심만으로는 그 활동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활동이어도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평가절하되거나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 “공익활동 사회적 가치 측정은 실질적 변화 확인, 성과의 가시화, 자원배분의 합리화, 신뢰성 강화, 정책적 활용, 혁신 촉진 등 공익활동의 효과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라고 설명하였습니다.
     
    그래서 공익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적, 공통의 가치 이해, 이해관계자 참여, 측정 가능한 지표, 실현 가능한 시스템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강의자료 / 출처: 한국사회가치평가 김수진이사
     
     
     
    또한 공익활동 사회적 가치 측정의 핵심 개념으로 조직이 사회성과 실현을 위해 어떤 전략과 기제를 마련하고, 이를 실제 사업과 운영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사회에 어떤 긍정적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평가합니다.
     
    평가를 위한 측정의 범위는 사회적 미션의 실현, 경제적 성과(고용 창출, 재정성과 등), 혁신 성과(새로운 해결 방식 도입 등) 등 다양한 측면을 포함하며, 측정 원칙에는 첫 번째로 측정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과 합의를 반영하여, 직접적 수혜자의 변화와 편익·비용을 파악합니다. 두 번째로 조직 활동을 통해 나타난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결과(outcome)에 초점을 둡니다. 세 번째로 사회성과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SROI 등) 하여 비교와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네 번째로 조직의 미션과 핵심 사업을 통해 창출된 직접적 사회성과 만을 측정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합의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중요한 성과만을 포함합니다.
     
    성과 측정 방식 및 원칙으로 정량적 지표는 고용 창출 수, 매출액, 사회서비스 제공 건수 등 수치로 측정 가능한 성과이며, 정성적 지표는 사업의 사회적 가치, 조직의 민주성, 사회적 환원 노력 등 수치화가 어려운 영향력은 서술형 또는 단계 평가로 측정합니다. 그리고 화폐가치 환산으로 사회성과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해 SROI(Social Return On Investment) 등으로 측정합니다. 성과의 구분은 산출(output), 결과(outcome), 영향(impact) 등으로 나누어 평가합니다.
     
     
    강의자료 / 출처: 한국사회가치평가 김수진이사
     
     
    이러한 절차를 통해 조직은 활동의 실제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4월 16일에 진행된 두 번째 강의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의 이해’에서는, 활동이 기대하는 결과와 사회적 효과를 미리 정해두어야 그에 맞는 측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가?”, “누가 이 변화의 대상인가?”, “변화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가?”, “이 변화는 얼마나 가치 있는가?”, “이 가치를 누구와,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사회적 가치 측정이 단순히 ‘성과를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사회적 가치 측정은 공익 활동이 세상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설명하는 도구이자, 앞으로의 활동을 더 잘 설계하고 확산할 수 있도록 돕는 전략적인 기반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사회적 가치 측정은 우리의 활동이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는지를 숫자나 지표로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 표: 실제 사례로 보는 사회적 가치 측정 / 출처: 한국사회가치평가 김수진이사
     
     
    두 번째 강의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4월 23일 세 번째 강의는 ‘사회적 가치 측정 실습’으로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가장 핵심적인 편익을 측정하기 위해 지표 1, 2개를 설정해 측정 방법을 각자 조사해오고 함께 공유하며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회차 실습 강의 자료 / 출처: 한국사회가치평가 김수진이사
     
     
    이번 현장 취재를 통해 단순히 공익활동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활동의 실제 효과와 변화를 구체적으로 묻고, 수치와 증거로 보여주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즉, 단순히 “좋은 일을 했다”라는 막연한 생각을 넘어, 이제는 “공익활동의 가치를 어떻게, 얼마나 잘 증명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교육이었습니다.
    
     

     
     

     

    공익활동의 사회적 가치 측정
    럭비공

    조회수 435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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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단된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통일’의 문제는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주제입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모두가 알고 있고, 대통령 선거에서도 항상 통일 정책은 중요하게 거론됩니다. 하지만 분단된 지 80여 년이 가까워지고, 현재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세대는 분단된 대한민국만 경험하다 보니 남과 북이 하나 되는 통일의 문제는 사실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매년 실시하고 있는 「통일의식 조사(2023)」 결과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3.8%입니다. 이는 정기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최저치라고 합니다. 반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조사 이래 최고치인 29.8%까지 상승했다고 합니다.
     
    분단을 논하며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평화’의 문제입니다. 1950년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을 겪은 후 현재까지 남과 북은 '종전'이 아니라 '정전' 상태입니다. 한반도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엄밀히 말하면 언제 전쟁이 다시 개시될지 모르는 그런 상황인 것입니다. 외국 군대인 주한미군이 아직 주둔하고 있으며, 남과 북의 접경 지역을 비롯해 한반도 곳곳에서 끊임없이 전쟁 훈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단지 남과 북 사이의 대결만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반의 대결 구도, 그 한가운데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가 놓여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평화’의 문제는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제40기 평화통일지도자과정 입학식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런 현실에서 꾸준히 평화 통일을 주제로 시민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비영리 공익 단체가 있습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20년이 넘게 지속적으로 ‘평화통일 지도자 과정’을 진행해 오고 있는 사단법인 한겨레평화통일포럼입니다. 지난 4월 17일 제40기 평화통일 지도자 과정을 시작한 (사)한겨레평화통일포럼을 찾아가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40기 평화통일 지도자 과정 입학식에는 (사)한겨레평화통일포럼 강신하 이사장·이천환 상임대표를 비롯해 동문, 40기 입학생 등 7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입학식은 (사)한겨레평화통일포럼 동문들과 입학생들을 맞이하는 강신하 이사장의 환영 인사말로 시작됐습니다. 강 이사장은 "국가보안법에 의해 북에 대한 왜곡된 정보만 알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번 평화통일 지도자 과정 강의를 통해 북을 제대로 알고 통일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평화통일이 아닌 멸공통일을 추구했던 지난 정부의 논리를 넘어, 헌법에 근거한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라며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이천환 상임대표는 "한국전쟁이라는 어마어마한 역사적 과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참사를 후대들에게 물려주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라며 "좋은 강의 듣고, 서로 토론하며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배움의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지도자 과정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제40기 평화통일지도자과정 강의 현장 / 사진출처: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제공
     
     
    이어 입학식의 주요한 순서로 40기 입학생 한 명 한 명 서로 소개하고 기대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입학생들은 “솔직히 평소 통일에 관해 관심을 가지지 못했는데, 강사진을 보니 기대됩니다.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지인의 추천을 받아 큰 고민 없이 참여했는데, 그 마음이 지도자 과정을 수료할 때는 소중한 경험으로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라는 등의 소감을 전했습니다.
     
    평화통일 지도자 과정 40기는 입학식을 시작으로 6월 26일까지 매주 다양한 분야의 전문 강사를 초청해 강연을 진행하며, 접경 지역인 연천·동두천 현장 기행을 통해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시간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재봉 원광대 명예교수, 김진향 前)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장창준 한신대학교 교수, 김태형 심리학자, 최현진 평화통일 기행 전문 해설사,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 진천규 통일 TV 대표, 신대광 지역사교육연구소 소장, 손미희 우리 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공동대표가 나서 평화통일에 대한 강의를 진행합니다.
     
    이번에 40기를 시작한 평화통일 지도자 과정은 (사)한겨레평화통일포럼이 창립한 이후 연 2회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매 기수마다 40~5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11주간 진행되는 과정을 마치면 총동문회에 소속되고, (사)한겨레평화통일포럼 회원으로 가입해 시민이 주축이 되는 평화통일 운동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안산 지역에서 역사성을 지닌 시민 교육 프로그램 ‘평화통일 지도자 과정’을 주최하고 있는 (사)한겨레평화통일포럼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남북공동선언 발표 이후 평화통일의 흐름에서 창립했습니다.
     
     
    5.18영화 공동체 상영 현장 / 사진출처: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제공
     
    백두산-단둥 평화번영탐방(백두산 천지) / 사진출처: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제공
     
    인문학 기행 현장 / 사진출처: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제공
     
    다문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체험활동 현장 / 사진출처: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제공
     
     
    (사)한겨레평화통일포럼 김현주 사무국장은 “평화통일에 대한 인식을 넓혀가고, 평화통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정책사업 등을 실천하는 단체로 시민들과 함께 통일 운동을 만들어 가는 곳입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사)한겨레평화통일포럼이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교육 사업인 평화통일 지도자 과정은 평화통일 문제를 비롯해 국내외 정세, 남북의 역사·경제·문화 등을 주제로 강연을 듣고 비전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한겨레평화통일포럼은 평화통일 지도자 과정 외에도 ‘남북경제교류협력아카데미’, ‘백두산-단둥 평화번영탐방’, ‘청소년 평화통일교육’, ‘고려인·새터민·다문화 아이들과 함께하는 문화 체험’, ‘이북 영화 상영’, ‘인문학 기행’, ‘평화통일 관련 정책활동’(토론회, 심포지움, 기자회견 등) 등 다양한 평화통일 관련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 조금은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평화’와 ‘통일’은 반드시 생각해 보고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입니다. 더불어 시민으로서 평화통일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기 위한 다양한 시민운동에 참여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는 6월 15일은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25주년입니다. 25년간 남북 관계는 수없이 부침을 거듭하고 있고, 오히려 분단이 더 고착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번 더 평화통일에 대해 생각해 보는 6월이 되기를 바랍니다.
    
     

     
     

     

    평화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시민 교육, ‘평화통일 지도자 과정’
    레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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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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