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전과 돌봄으로 마을을 잇는 소안지 이야기’
"우리 동네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한번 해볼 수 있을까요?“

[봉사활동 후 독서토론 책들고 인증사진]
처음 그 말을 꺼냈을 때, 솔직히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살아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 그것도 국적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살아온 배경도 전혀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팀이 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모임 구성원들은 안산에서 오랫동안 문화예술 교육을 해온 사람들입니다. 여러 봉사모임과 시민활동에 참여해왔지만, 이번 모임은 조금 달랐어요. 그 모임의 이름은 '소안지'— 소소한 일상 속 안전지킴이의 줄임말입니다.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 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거창한 구호도 아니고, 화려한 슬로건도 아닌데, 이 짧은 이름 안에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았거든요. 소소하게, 그러나 꾸준하게. 일상 속에서, 그러나 진심으로.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
소안지란 무엇인가요?
소안지는 '소소한 일상 속 안전지킴이'라는 뜻을 담은 지역사회봉사단입니다. 안전교육을 핵심 주제로 삼아 2023년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올해로 벌써 3년째 안산 지역에서 꾸준히 이어오고 있어요.
안전교육이라는 말을 들으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소안지의 안전교육은 다릅니다.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서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 상황들을 함께 배우고, 서로 알려주는 방식이에요. 이웃과 이웃이 서로를 지켜주는 안전망, 그것이 소안지가 꿈꾸는 마을의 모습입니다.
소안지는 안전교육 외에도 환경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마을의 공기와 골목길이 더 안전하고 깨끗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역 행사에 참여하고 캠페인 부스를 운영하며 이웃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왔어요.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 단단해졌습니다
소안지 팀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모임이 아니었습니다. 각자 다른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결되어 있던 분들이 '의미 있는 봉사를 함께 해보자'는 뜻으로 모였어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분들, 결혼이나 일을 이유로 한국에 정착한 이주 배경 분들, 안산에 오래 살아온 분들, 비교적 최근에 이 지역에 자리 잡은 분들까지. 40대도 있고 50대도 있어요. 언어도, 국적도, 살아온 배경도 다 달랐습니다.
처음 몇 번의 만남은 솔직히 조심스러웠습니다. 문화가 다르니 대화가 막히는 순간이 있었고, 비슷한 주제를 이야기해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서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도 했어요.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우리가 사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아이들 교육 걱정. 부모님 건강 걱정. 그리고 '나도 뭔가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 선주민이든 이주민이든, 40대든 50대든, 이 세 가지 고민은 정말 똑같았습니다. 표현하는 언어는 달라도, 그 마음의 무게는 같았어요. 그 공통점이 우리를 이어주는 첫 번째 다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이어준 두 번째 다리는, 바로 각자가 가진 재능이었습니다.
손뜨개질을 잘하는 분은 그 솜씨를 팀에 나눠주고, 요리를 잘하는 분은 프로그램에 활용하고, 그림을 그리는 분은 교육 자료를 만들고, 여러 언어를 하는 분은 통역을 맡았습니다. 각자의 재능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 되는 순간, 팀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안전, 함께 배웁니다
소안지의 핵심 활동은 안전교육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안전교육은 단순히 소화기 사용법이나 대피 요령을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아요.
팀원들이 처음 안전교육을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했던 건 이거였어요. '선주민 아이에게도, 이주민 아이에게도 모두 도움이 되는 교육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볼 수 없을까?' 그 질문에서 소안지 교육 프로그램의 방향이 잡혔습니다.
언어가 달라도, 나이가 달라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교육 내용. 함께 웃으면서 참여할 수 있는 활동. 배운 내용을 일상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 이 세 가지 원칙이 소안지 안전교육의 뼈대가 되었습니다.지역 행사에서 부스를 운영하며 주민들과 직접 만나기도 하고, 환경 캠페인에서는 우리가 직접 만든 자료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이 환경 문제를 조금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안산은 이런 활동이 자라기에 참 특별한 땅입니다. 안산 원곡동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이주민 밀집 거주 지역 중 하나예요. 2002년, 원곡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국경없는 마을'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지역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이주민과의 공존을 만들어왔습니다. 그 오랜 역사가 오늘날 안산을 '한국의 다문화 으뜸 도시'로 불리게 했어요. 하지만 제도와 정책만으로는 진짜 공동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진짜 이웃은 서류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같이 밥 먹고, 같이 일하고, 서로의 걱정을 들어주는 일상에서 만들어지니까요. 소안지는 바로 그 일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팀입니다.
어르신 곁에 앉아, 마음을 잇다 — 시니어 인지케어 봉사

[와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자역사회봉사단 활동전 인사]
소안지의 활동에 새로운 챕터가 열린 건 작년 일이었어요.
팀원들 중 몇 분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어요. "저희 부모님이 요즘 많이 힘드시더라고요. 예전 같지 않으신 것 같고... 뭔가 도움이 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자리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 나이가 되면 피할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 있습니다. 내 부모님이 나이가 드신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도 그 자리에 서게 된다는 것. 그 마음이 소안지를 시니어 인지케어 봉사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시니어 인지케어 봉사는 단순히 어르신들을 '돌봐주는' 활동이 아니에요. 함께 시간을 보내며, 어르신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생각하고 웃을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는 활동입니다. 소안지의 시니어 봉사 프로그램은 총 3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한 회기 1시간 동안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요.

[지역사회 봉사단 – 신체활동중]
첫 번째는 신체 활동입니다.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간단한 스트레칭과 체조예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 동작이 이렇게 시원한지 몰랐어요" 하며 활짝 웃으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팀원들 마음도 덩달아 가벼워진답니다.
두 번째는 인지 케어입니다. 두뇌를 자극하는 퀴즈, 속담 게임, 낱말 맞추기 등 다양한 인지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정답을 맞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 자체가 즐거울 수 있도록 합니다. 기억 속 옛날이야기를 꺼내시는 어르신들의 눈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느끼기 어려운 감동이에요.
세 번째는 소근육 활동입니다. 손을 쓰는 만들기 활동인데요, 에코 소품 만들기, 손뜨개, 종이접기 등 다양하게 진행해왔어요. 작은 손 동작들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내가 이걸 만들었어요!" 하며 완성품을 들어 보이시는 어르신들의 표정이 가장 큰 보람이었습니다.
매달 한 번 와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되는 이 봉사는 11월까지 이어질 예정이에요. 한 달에 한 번이지만, 그 한 번이 어르신들에게, 그리고 우리 팀원들에게도 한 달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됩니다.

[지역사회 봉사단 – 소근육활동 만들기]
'낀 세대'가 마을의 중심이 됩니다
흔히 40~50대를 '낀 세대'라고 부릅니다. 윗세대와 아랫세대 사이에서 양쪽을 다 챙겨야 하는 세대. 자녀를 키우면서 동시에 부모님을 돌보는 세대. 아직 한창 일해야 하는데 체력은 예전 같지 않은 세대.
그런데 저는 이 '낀 세대'가 사실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연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르신들의 언어를 이해하면서도 아이들과도 소통할 수 있고, 지역의 변화를 오래 지켜봐온 눈이 있으면서도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일 유연함도 있거든요. 선주민과 이주민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오랜 경험과 삶의 무게를 가진 중장년층이 함께 앉으면, 이야기는 깊어지고 관계는 단단해집니다. 소안지가 3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도 바로 그 단단함에서 왔다고 저는 믿어요.
전국 곳곳에서 중장년 여성들이 중심이 된 마을 공동체들이 지역 돌봄과 교육, 문화 활동을 이끌고 있어요. 경기도 역시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하는 통합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단순한 지원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소안지의 활동은 그 정책의 바깥이 아니라, 바로 그 안에서 자라고 있는 작은 씨앗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독서토론하는 모습]
다음 한 걸음을 함께 내딛기를
소안지의 이야기가 거창하거나 특별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봉사가 끝난 후 잠깐 앉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테이블 하나, 책 몇 권, 서로의 재능을 나눌 수 있는 작은 프로그램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 소소한 것들이 모여서 소안지가 되었고, 소안지가 3년을 이어왔습니다.
선주민도 이주민도, 40대도 50대도, 각자의 언어도 각자의 재능도 다 달라도 괜찮아요. 오히려 다르기 때문에 더 풍성해지는 게 공동체니까요.
10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제2의 삶, 어쩌면 제3의 삶까지 준비해야 하는 시대. 그 긴 시간을 혼자 버텨내는 것보다, 함께 돌보고 함께 나누고 함께 연결되는 것이 훨씬 더 잘 살아가는 길이라는 걸 저는 이 팀을 통해 배웠습니다.
당신의 동네에도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이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웃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소안지는 그 첫 걸음을 이미 내딛었습니다. 그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어요. '그냥 한번 나와보자, 한번 해보자'— 그 작은 용기 하나였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 한 걸음을 내딛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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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1※「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 pexels
1. 도입 — 같은 기술, 다른 속도
생성형 AI는 이제 비영리 현장에서도 낯선 단어가 아니다. 후원자에게 보낼 감사 메시지를 다듬고, 보도자료 초안을 잡고, 행사 포스터 문구를 고민하는 활동가들의 책상 위에 챗GPT 창이 열려 있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풍경이 아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개인이 이렇게 AI를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데도 정작 조직 차원에서는 그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2026년 2월 국내 비영리조직 활동가 3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비영리조직 종사자의 생성형 AI 활용 현황 및 인식조사'는 이 간극을 숫자로 보여준다. 응답자의 92.7%가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었고, 그중 77.8%는 주 2~3회 이상, 51.3%는 거의 매일 AI를 쓴다고 답했다. 그런데 조직 차원에서 생성형 AI를 공식 도입한 비율은 26.8%에 그쳤고,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보유한 조직은 약 10%에 불과했다. 개인은 이미 AI와 함께 일하고 있는데, 조직은 아직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조사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는 2026년 4월 9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AI와 비영리, 네 가지 얼굴로 마주하는 변화의 파도'라는 공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발표자들은 비영리조직의 AI 활용 방식을 실험형, 전략형, 전망형, 신중형이라는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봤다. 발표자로는 아름다운재단 공익마케팅팀의 이윤희 매니저와 월드비전 디지털혁신팀의 김준호 과장이 함께 나서, 두 기관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AI를 조직에 들여온 과정을 공유했다.
같은 시기, 같은 비영리 섹터 안에서, 한쪽은 실험으로, 다른 한쪽은 전략으로 AI에 접근했다. 이 두 갈래 길을 따라가 보면 비영리조직이 AI 시대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보인다.
2. 월드비전의 선택 — 전략형, 조직 전체를 위한 플랫폼

월드비전은 2025년 10월 27일, 국제구호개발 NGO로서는 처음으로 자체 구축한 인공지능 기반 통합 서비스 플랫폼 'HALO(헤일로)'를 공식 오픈했다. 'HALO'라는 이름은 성인이나 천사 머리 위에 비치는 빛을 뜻하며, '선한 영향력을 비추는 빛'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HALO는 단순한 챗봇이 아니다. IT 전문기업 아이티센씨티에스와의 협력을 통해 고도화된 검색 증강 생성(Advanced RAG)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됐으며, 조직 내에 축적된 방대한 지식과 자료를 활용해 실시간 답변, 문서 요약, 보고서 생성 등 다양한 업무를 지원하는 올인원 AI 어시스턴트로 설계됐다.
이 프로젝트가 추진된 배경은 명확하다. 조직 내 누적된 방대한 지식과 자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직원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의응답과 정보 탐색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사내 자료, 연락처, 협업 채널 등 필요한 정보를 직원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HALO의 핵심 목표였다.
HALO 도입의 효과는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하고 구체적이었다.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질의응답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직원들은 더 본질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 향상됐다. 월드비전 디지털혁신팀 김학일 팀장은 "HALO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비영리조직의 일하는 문화를 바꾸는 출발점"이라며, "직원들이 AI와 함께 성장하고,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사례가 '전략형'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개인이 산발적으로 AI 도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직접 플랫폼을 기획하고, 외부 기술 파트너와 협력해 구축하고, 전사적으로 배포했다. 처음부터 '조직의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AI로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체계적 접근이었다.
3. 아름다운재단의 선택 — 실험형, 현장에서 시작된 시도

아름다운재단의 접근은 결이 다르다. 아름다운재단 공익마케팅팀의 이윤희 매니저가 공유회에서 발표한 사례는 '실험형' 유형으로 분류됐다. 조직이 거대한 플랫폼을 먼저 구축하기보다, 현장의 실무자들이 일상 업무 속에서 AI 도구를 직접 써보며 가능성을 탐색하는 방식이다.
실험형 접근의 특징은 유연함과 속도다. 별도의 플랫폼 구축이나 외부 기술 파트너십 없이도, 이미 존재하는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콘텐츠 제작, 카피라이팅, 자료 정리 같은 실무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이 낮고,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마케팅과 콘텐츠 제작처럼 창의적 작업이 많은 업무 영역에서 특히 이런 실험형 접근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이 실험형 접근은 아름다운재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92.7%의 비영리 활동가가 이미 개인 차원에서 생성형 AI를 쓰고 있다는 조사 결과 자체가, 한국의 많은 비영리조직이 사실상 '실험형'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조직의 공식 결정이 아니라, 현장 실무자 개개인의 판단과 필요에 의해 AI 활용이 자생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실험형 접근이 가진 한계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조사는 다수의 조직이 명확한 기준 없이 개인의 판단에 따라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의 정확성 확보를 위한 기준 마련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험이 자유로운 만큼, 책임의 경계도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4. 두 모델의 비교 —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가
월드비전의 전략형 모델과 아름다운재단으로 대표되는 실험형 모델을 나란히 놓으면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드러난다.
접근의 출발점이 다르다. HALO는 '조직 전체의 지식 관리'라는 명확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방대한 내부 자료와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다룰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체계적인 답이었다. 반면 실험형 접근은 보통 개별 실무자가 마주한 구체적이고 작은 문제, 예를 들어 한 편의 콘텐츠를 더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에서 시작된다.
투자의 규모와 속도가 다르다. 전략형 모델은 외부 기술 파트너와의 협력, 자체 플랫폼 구축이라는 상당한 초기 투자를 요구한다. 그만큼 도입 과정도 길고 신중하다. 실험형 모델은 이미 존재하는 상용 AI 도구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부담이 거의 없고, 시도와 적용까지의 속도가 빠르다.
지속 가능성의 기반이 다르다. 전략형 모델은 조직이 플랫폼의 소유권과 운영 책임을 갖기 때문에, 담당 직원이 바뀌어도 시스템 자체는 유지된다. 실험형 모델은 개인의 숙련도와 관심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 그 개인이 조직을 떠나면 노하우도 함께 사라질 위험이 있다.
위험 관리의 체계성이 다르다. HALO처럼 조직이 직접 설계한 플랫폼은 처음부터 데이터 보안, 접근 권한, 정보의 출처 관리 등을 시스템 차원에서 고려할 수 있다. 반면 개인이 외부 AI 도구를 자유롭게 쓰는 실험형 환경에서는, 후원자 개인정보나 민감한 조직 정보가 본인도 모르게 AI 서비스에 입력될 위험이 상존한다. 아름다운재단 조사에서 가이드라인을 보유한 조직이 10%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 위험이 추상적인 우려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두 모델이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 조직 안에서도 공존할수 있으며, 비영리조직의 AI 도입 여정에서 실험형은 전략형으로 가는 자연스러운 전 단계일 수 있다. 현장에서 충분히 시도되고 검증된 활용 방식이, 이후 조직 차원의 체계적인 투자로 이어지는 경로다.
5. 전망형과 신중형 — 나머지 두 갈래 길

아름다운재단 조사가 제시한 네 가지 유형 중 나머지 둘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유회에는 사회혁신 컨설팅 기업 엠와이소셜컴퍼니의 김정태 대표와 참여연대 권력감시1팀의 김희순 팀장도 발표자로 참여해, 각기 다른 조직 성격에서 AI를 바라보는 방식을 보여줬다.
전망형은 아직 본격적인 도입 전이지만, AI가 가져올 변화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미래 전략을 준비하는 유형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신중형은 AI의 잠재적 위험, 특히 비영리조직이 다루는 민감한 정보의 특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유형이다. 인권, 권력 감시처럼 정보의 정확성과 출처의 신뢰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활동 영역에서는 이런 신중한 태도가 자연스럽다.
네 가지 유형이 공존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모든 비영리조직이 같은 속도로, 같은 방식으로 AI를 도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조직의 규모, 다루는 정보의 민감도, 보유한 자원에 따라 적합한 접근 방식은 다를 수 있다.
6. 한국 비영리 섹터에 던지는 질문

출처 : https://dem-labor.org/praxis/global-movements/5168
월드비전과 아름다운재단의 사례, 그리고 아름다운재단 조사가 드러낸 92.7%와 26.8%라는 숫자의 격차는 한국 비영리 섹터 전체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가장 시급한 질문은 가이드라인의 부재다. 개인 차원의 AI 활용이 이미 일상이 된 상황에서, 조직 차원의 명확한 기준 없이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은 위험하다. 후원자 정보, 수혜자의 개인정보, 조직의 내부 자료가 어떻게 AI 도구에 입력되고 처리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도 이 점을 명확히 짚었다.
또 다른 질문은 자원의 격차다. HALO와 같은 전략형 플랫폼 구축은 상당한 기술적, 재정적 투자를 요구한다. 대형 국제 NGO인 월드비전이기에 가능했던 측면도 있다. 소규모 공익단체들이 이런 투자를 할 수 없다면, 이들에게는 실험형 접근이 현실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실험형 접근이라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다.
마지막 질문은 지식의 공유다. 월드비전이 HALO를 구축하며 쌓은 경험, 아름다운재단이 실험형 접근에서 얻은 노하우가 공유회라는 자리를 통해 공개적으로 나눠진 것은 의미가 크다. 한 조직의 시행착오가 다른 조직의 시간과 비용을 아껴줄 수 있다. 비영리 섹터 전체가 이런 지식 공유의 장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7.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월드비전과 아름다운재단의 사례를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비춰보면 세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작게 시작하는 것이 틀린 길이 아니다. 경기도 31개 시·군의 소규모 공익단체들은 대부분 월드비전 같은 대규모 플랫폼을 구축할 자원이 없다. 그러나 아름다운재단의 실험형 사례가 보여주듯, 개별 활동가가 콘텐츠 제작이나 자료 정리에 생성형 AI를 시도해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후원자나 수혜자의 민감한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주의가 필요하다.
둘째, 가이드라인은 규모와 무관하게 필요하다. 가이드라인 보유 비율이 10%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는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이 공익단체들을 위한 기본적인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유한다면, 개별 단체가 각자 시행착오를 겪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셋째, 사례의 공유가 생태계 전체를 키운다. 아름다운재단의 공유회처럼, 한 조직의 AI 도입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는 자리가 한국 비영리 섹터 전반의 학습 속도를 높인다. 경기도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기록하는 공익활동 콘텐츠에도, 지역 공익단체들이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시도와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담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지역 생태계의 자산이 될 수 있다.
마무리 — 같은 파도, 다른 항해법
월드비전과 아름다운재단은 같은 시기, 같은 기술적 변화의 파도 앞에 서 있었다. 한쪽은 큰 배를 짓고 항로를 미리 설계해 출항했고, 다른 한쪽은 작은 보트로 먼저 물살을 느껴보며 나아갔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조직의 규모, 자원, 다루는 정보의 성격에 따라 적합한 항해법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제 어느 비영리조직도 이 파도를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92.7%라는 숫자가 보여주듯 활동가들은 이미 AI와 함께 일하고 있다. 남은 질문은 조직이 그 흐름을 어떻게 책임감 있고, 또 전략적으로 끌어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실험에서 전략으로, 혹은 신중함에서 전망으로, 각 조직이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이 변화에 응답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지금 한국 비영리 섹터가 통과하고 있는 가장 흥미로운 실험이다.
참고 자료
http://www.dailypop.kr/news/articleView.html?idxno=92518
http://www.livesnews.com/news/article.html?no=55768
http://www.lkp.news/news/articleView.html?idxno=70954
http://www.financialreview.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264
https://www.ngo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27519
https://futurechosun.com/archives/146016
https://research.beautifulfund.org/
https://beautifulfund.org/category/event/
조회수 47
2026-06-30※「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도입 — 기부와 거래 사이, 제3의 길
기부와 소비, 둘 중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영역이 있다. 누군가에게 돈을 보내지만 그 대가로 무언가를 받는다. 마음은 기부자의 것이지만, 손에 쥐는 것은 소비자의 것과 닮았다. 이 어중간한 자리에 보상형 크라우드펀딩이 있다.
한국의 공익 모금 생태계를 둘러보면 익숙한 두 갈래 길이 보인다. 하나는 카카오같이가치나 네이버 해피빈처럼 순수하게 기부금을 모으는 길이다. 후원자는 돈을 보내고, 그 대가로 받는 것은 영수증과 마음의 평안뿐이다. 다른 하나는 텀블벅이다. 이곳에서는 후원이 곧 거래처럼 보인다. 돈을 보내면 에코백이 오고, 책이 오고, 한정판 굿즈가 온다.
그런데 흥미로운 역설이 있다. 겉보기에 가장 상업적으로 보이는 텀블벅이, 때로는 가장 순수한 기부 플랫폼보다 더 강력하게 공익 프로젝트를 키워내곤 한다.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디자인 프로젝트가 전국적 화제를 모으고, 부상 소방관을 돕기 위해 만든 가방이 입소문을 타고, 작은 사회적기업이 텀블벅 펀딩 하나로 브랜드의 첫발을 뗀다. 보상이라는 거래의 외피를 두른 플랫폼이 어떻게 공익의 동력이 되는지, 그 구조를 들여다본다.
2. 텀블벅이라는 플랫폼 — 창작의 놀이터에서 시작된 길

텀블벅은 2011년, 국내에 마땅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가 없다는 이유로 직접 만들어진 플랫폼이다. 출발은 예술과 문화였다. 영화, 음악, 출판, 디자인, 게임처럼 창작자가 무언가를 만들고 싶지만 자금이 없을 때, 그 아이디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미리 돈을 보내고 완성된 결과물을 받는 구조였다.
텀블벅의 성장 곡선은 가파르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누적 후원금 100억 원을 돌파했고, 2015년 8월부터 1년 사이에만 50억 원이 더 쌓이며 빠르게 가속이 붙었다. 이후 성장세는 더 거세졌다. 2023년 9월 기준으로는 5만여 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펀딩에 성공했고, 누적 후원 금액은 3,000억 원을 넘어섰다.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 업체로는 국내 최초로 누적 후원금 500억 원을 달성한 곳이기도 하다.
이 성장의 비결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커뮤니티의 밀집도다. 텀블벅은 초기부터 외형적인 마케팅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30만에서 40만 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단단한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성과를 쌓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 초기 다른 플랫폼들이 마케팅이나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 매달리는 동안, 텀블벅은 결제 시스템의 편의성과 예약 결제 방식의 개발에 주력했다. 오직 보상형 펀딩만으로 이런 성과를 냈다는 점이 특히 주목받는 지점이다.
텀블벅의 수수료 구조도 이 플랫폼의 성격을 보여준다. 창작자는 모금이 확정된 날로부터 7영업일 안에 서비스 수수료 5%와 결제 대행 수수료 3%를 제외한 금액을 정산받는다. 다른 보상형 플랫폼인 와디즈가 7~14%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해온 것과 비교하면, 텀블벅의 구조는 상대적으로 창작자에게 유리한 편이다.
3. 보상형이라는 설계 — 왜 '교환'이 공익을 끌어당기는가

텀블벅의 펀딩 방식이 다른 공익 플랫폼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모금의 목적 그 자체에 있다. 텀블벅 헬프센터는 이 차이를 명확히 규정한다. 텀블벅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개인이나 단체에 전달할 순수 후원금을 모으는 목적의 프로젝트는 진행할 수 없다. 텀블벅의 미션은 어디까지나 창조적인 시도를 위한 자금을 모으는 것이고, 기부금 모금처럼 성격이 다른 프로젝트는 애초에 플랫폼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제약은 역설적으로 텀블벅 공익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만들어낸다. 텀블벅에서 성공하는 공익 프로젝트는 반드시 '무엇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단순히 어려운 이웃을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그 메시지를 담은 구체적인 창작물, 즉 티셔츠, 가방, 책, 영상 같은 결과물을 함께 제시해야 펀딩이 가능하다.
이것이 보상형 펀딩의 진짜 힘이다. 후원자는 두 가지 동기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 사회적 가치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과, 손에 쥘 수 있는 무언가를 갖고 싶은 마음이다. 다만 이 관찰은 '연구 동향 분석' 논문 자체의 결론이라기보다, 참여 동기를 다룬 개별 실증 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경향에 가깝다. 실제로 이선희·이상윤(2023)의 국내 크라우드펀딩 연구 동향 분석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33개 학술지에 실린 204편의 논문을 종류·성과·해외·분야별·기타의 다섯 갈래로 정리한 문헌 고찰로, 국내 크라우드펀딩 연구가 이미 상당한 규모로 축적돼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매력적인 리워드는 그 이타적 동기를 행동으로 옮기게 만드는 마지막 한 걸음의 역할을 한다.
이런 구조적 특징 때문에 텀블벅에서는 '공익 목적과 창작이 결합된 프로젝트'라는 독특한 장르가 형성됐다. 위안부 피해자를 후원하기 위한 디자인 프로젝트 '기억+소녀 나비 티셔츠'가 대표적이다. 단순한 모금이 아니라 티셔츠라는 창작물을 매개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금이 모이는 구조였다.
4. 실제 사례들이 보여주는 것 — 메시지가 상품이 될 때

텀블벅이 직접 개최한 '소셜 임팩트를 위한 텀블벅 크라우드펀딩' 설명회는 이런 공익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바 있다. 2019년 1월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약 60명의 참석자가 모여 공익적 성격의 크라우드펀딩 노하우를 공유받았다.
이 자리에서 소개된 대표적 사례가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다. 평화의 소녀상을 모티프로 한 이 프로젝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슈에 대한 관심을 전국적으로 환기시킨 성공 사례로 꼽혔다. 또 다른 사례는 '러닝타임30'이다. 부상당한 소방관들을 지원하기 위해 낡은 소방복 원단을 재활용해 가방과 지갑을 만든 이 프로젝트는, 버려질 운명이었던 소방복에 새로운 쓸모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소방관 처우 문제에 대한 공감을 끌어냈다.
비영리 영역에서도 비슷한 구조를 가진 사례가 있다. 사회적기업 마리몬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그림을 활용한 에코백, 뱃지, 휴대전화 액세서리 등을 리워드로 제공하며 펀딩과 사업을 연계해온 모범 사례로 꼽힌다. 더나은미래의 비영리 모금 콘텐츠 기획 시리즈에서도,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리워드를 갖춘 것이 마리몬드 펀딩의 핵심 성공 요인으로 분석됐다. 순수하게 선의만으로 후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리워드를 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참여 여부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텀블벅에서 성공한 공익 프로젝트들이 사회적 메시지와 매력적인 결과물을 동시에 설계했다는 점이다. 메시지만 있고 갖고 싶은 결과물이 없으면 펀딩으로 이어지기 어렵고, 결과물만 매력적이고 메시지가 빈약하면 화제성을 만들기 어렵다. 이 둘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텀블벅형 공익 펀딩의 핵심 역량이다.
5. 카카오같이가치·해피빈과의 비교 — 구조가 다른 세 갈래 길

한국의 온라인 공익 모금 생태계를 구성하는 세 플랫폼, 텀블벅과 카카오같이가치, 네이버 해피빈을 나란히 놓으면 각자의 설계 철학이 뚜렷이 드러난다.
카카오같이가치는 2007년부터 운영되어온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이다. 누구나 공익 프로젝트를 위한 모금함을 직접 개설해 모금받을 수 있는 구조이며, 최근에는 일회성 기부를 넘어 매달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매달기부'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같이가치의 독특한 지점은 이용자의 참여 자체가 기부로 이어지는 구조다. 사이버 머니 없이도 댓글, 공감, 공유 같은 참여 행동을 하면 카카오가 대신 건당 100원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후원자가 직접 돈을 내지 않고도 기부에 동참하는 진입장벽 낮은 모델을 운영한다. 모금 수수료는 최종 모금액의 7% 수준이다.
네이버 해피빈은 2005년 국내 최초의 온라인 기부 포털로 시작했다. '콩'이라는 사이버 화폐를 통해 후원자가 직접 기부에 참여하거나, 기업이 콩을 후원해 네티즌들이 대신 기부할 수 있게 하는 독특한 생태계를 만들었다. 해피빈 안에는 '공감펀딩'이라는 별도의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도 있는데, 사회문제 해결 활동이나 공익적 창작 활동, 소셜벤처 등 공익적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단체와 개인 모두 펀딩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일반 모금함 개설은 1년 이상의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증이나 사업자 등록증을 갖춘 단체로 자격이 제한된다.
세 플랫폼의 구조적 차이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자금의 성격이다. 같이가치와 해피빈의 기본 모금함은 순수한 기부금을 모은다. 후원자는 대가 없이 돈을 보낸다. 반면 텀블벅은 구조적으로 '제작비'를 모은다. 후원자가 보내는 돈은 어떤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자금이고, 그 결과물이 후원자에게 돌아간다.
둘째, 참여자의 자격이다. 해피빈의 일반 모금함은 등록된 비영리단체만 개설할 수 있다는 진입장벽이 있다. 텀블벅은 이런 법인격 제한이 상대적으로 느슨해, 개인 창작자도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프로젝트를 직접 시작할 수 있다. 같이가치 역시 누구나 모금함을 개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낮다.
셋째, 참여의 동기 구조다. 같이가치는 참여 행동 자체에 보상을 거는 방식으로 부담 없는 일상적 참여를 유도한다. 해피빈은 신뢰할 수 있는 단체를 통한 전통적 기부 모델에 가깝다. 텀블벅은 결과물에 대한 욕구와 사회적 공감을 동시에 자극하는 구조로, 세 플랫폼 중 가장 적극적인 의사결정과 더 큰 단위의 후원 금액을 끌어내는 경향이 있다.
6. 팬덤과 커뮤니티 — 강력한 연결이 자금이 되는 메커니즘
텀블벅이 공익 프로젝트의 스케일업에 유리한 이유 중 하나는 이 플랫폼이 가진 커뮤니티의 성격이다. 텀블벅은 30만에서 4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외부 마케팅이 아니라 플랫폼 자체에 대한 신뢰와 애착으로 모인 사람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올라오면 이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반응하고, 그 반응이 다시 입소문으로 확산되는 구조다.
이런 커뮤니티 구조는 공익 프로젝트에 특히 유리하게 작동한다. 일반적인 상업 광고는 낯선 소비자를 설득해야 하지만, 텀블벅의 공익 프로젝트는 이미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려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 앞에 놓인다. 창작과 공익이 결합된 메시지는 이 커뮤니티의 정체성과 맞아떨어진다.
여기에 더해 보상형 펀딩 특유의 구전 효과가 있다. 후원자가 받은 리워드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그 프로젝트에 동참했다는 증거물이 된다. 마리몬드의 에코백을 든 사람,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의 굿즈를 가진 사람은 일상 속에서 그 메시지를 계속 노출시키는 매개체가 된다. 기부금 영수증은 서랍 속에 남지만, 리워드는 가방에 매달리고 책장에 꽂힌다. 이 가시성의 차이가 공익 메시지의 생애주기를 늘린다.
물론 이런 커뮤니티 기반 모델에는 그늘도 있다. 텀블벅은 2022년 3월 이전까지 결제 실패분에 대한 수수료까지 창작자가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한 정책을 운영해 비판을 받은 바 있고, 프로젝트 심사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부실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프로젝트가 섞여 올라온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공익을 표방한 프로젝트라 해도 텀블벅이라는 플랫폼 자체가 모든 프로젝트의 진정성을 보증하지는 않는다는 점은 후원자와 창작자 모두가 인지해야 할 부분이다.
7. 초기 자금 확보를 넘어 — 스케일업의 다음 단계
보상형 크라우드펀딩이 공익 프로젝트나 소셜벤처에 줄 수 있는 가치는 단순히 초기 자금을 마련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 창업 분야 크라우드펀딩 연구는 창업 분야의 펀딩이 문화예술 프로젝트와 달리 일회성 콘텐츠 제작이 아니라 사업의 개시 자체에 필요한 기반 자금을 모은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 번의 후원금 모집으로 상품이나 서비스 생산의 기반을 다지고 나면, 이후에는 그 사업 수익을 통해 자생적으로 운영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은 후원금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인 파급 효과를 가진 종잣돈이 될 수 있다.
또한 크라우드펀딩 과정 자체가 시장 검증의 역할을 한다. 이는 연구 차원에서도 뒷받침되는데, 크라우드펀딩이 단순한 자금 조달 수단을 넘어 홍보·마케팅, 테스트 베드, 사회적가치 캠페인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점은 국내 크라우드펀딩 연구 동향 분석에서도 확인된 특징이다. 실제로 한 브랜드 사례에서는 크라우드펀딩을 단순히 자금 조달 수단으로만 쓰지 않고, 시제품 단계에서부터 수십 명의 후원자로부터 직접 피드백을 받는 소통 창구로 활용해 제품력을 검증받은 사례도 확인된다. 공익 프로젝트와 소셜벤처도 마찬가지다. 펀딩 과정에서 어떤 메시지에 사람들이 반응하는지, 어떤 결과물에 후원이 몰리는지를 통해 이후 사업 방향을 가다듬을 수 있는 살아있는 데이터를 얻게 된다.
다만 모든 텀블벅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목표 금액을 최소 수준으로 설정하고도 후원자를 모으지 못해 실패하는 프로젝트가 적지 않으며,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타겟 후원자층에 대한 이해 부족이 꼽힌다. 공익 프로젝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좋은 취지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취지에 공감할 구체적인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리워드에 반응할지를 명확히 설계해야 펀딩으로 이어진다.
8.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텀블벅의 보상형 크라우드펀딩 모델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수 있는 지점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공익 메시지에 '갖고 싶은 형태'를 부여하는 기획력이 필요하다. 작은 소녀상이나 러닝타임30, 마리몬드의 사례가 보여주듯, 좋은 취지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취지를 담을 구체적이고 매력적인 결과물을 함께 설계하는 역량이 펀딩의 성패를 가른다. 경기도 내 공익단체와 소셜벤처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단순한 호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갖고 싶어 할 결과물로 번역하는 기획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둘째, 플랫폼별 특성에 맞는 모금 전략의 분리가 필요하다. 순수한 운영 자금이나 위기 대응 자금이 필요하다면 해피빈이나 같이가치 같은 기부형 플랫폼이, 창작물이나 상품을 매개로 한 사업화 초기 자금이 필요하다면 텀블벅 같은 보상형 플랫폼이 더 적합하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단체들에게 모금 전략을 컨설팅할 때, 이 구조적 차이를 명확히 안내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으로 이어진다.
셋째, 커뮤니티는 모금이 끝난 뒤에도 자산이 된다. 텀블벅의 후원자는 한 번의 거래로 끝나지 않고, 리워드를 통해 프로젝트의 메시지를 일상에서 계속 노출시키는 사람이 된다. 경기도의 공익 프로젝트들도 펀딩 종료를 캠페인의 끝이 아니라 후원자 커뮤니티 형성의 시작으로 바라본다면, 한 번의 펀딩이 장기적인 지지 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무리 — 거래의 외피, 연결의 본질
겉으로 보면 텀블벅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거래다. 돈을 보내고 물건을 받는다. 그러나 그 거래의 안쪽을 들여다보면, 위안부 피해자를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다친 소방관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작은 사회적기업의 첫걸음을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보상형 펀딩이 증명하는 것은, 공익과 거래가 반드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잘 설계된 보상은 막연한 선의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다리가 된다. 에코백을 메고, 가방을 들고,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 그것이 모금함에 적힌 숫자보다 더 오래, 더 멀리 메시지를 실어 나른다.
경기도의 31개 시·군에서 활동하는 공익단체와 소셜벤처들에게도 같은 질문이 던져진다. 우리의 메시지를, 사람들이 매일 손에 들고 다니고 싶어 할 무언가로 만들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다음 세대의 공익 펀딩 사례를 만들어낼 것이다.

참고 자료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4407
https://platum.kr/archives/64596
https://brunch.co.kr/@allaboutfunding/4
https://brunch.co.kr/@tumblbug/53
https://duckduck.palms.blog/tumblbug-learning
https://www.kakaocorp.com/page/detail/10957
https://www.futurechosun.com/archives/28284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2953856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190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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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30※「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안전’을 지나친다.
휴대전화가 울린다.
“고령 어르신 실종. 발견 시 신고 바랍니다.”
“호우경보 발효. 외출을 자제하시고 침수 위험지역 접근을 삼가 바랍니다.”
잠시 후 길을 걷다 이런 표지들을 마주친다.
“미끄럼 주의”, “공사 중”, “어린이 보호구역”.
우리는 이런 문구들을 지나치게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때로는 무심코 넘기고, 때로는 알림을 끄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짧은 문장과 작은 표지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사고를 막고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경고가 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서 안전은 더 이상 개인의 주의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사회 전체가 위험을 감지하고, 알리고, 함께 행동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안전안내문자와 안전표지판은 이러한 공익적 안전망의 가장 가까운 현장에 있다.
이번 취재에서는 우리 일상 속 안전안내문자와 안전표지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실제 생활 속 예방 효과는 무엇인지, 그리고 시민이 함께 만들어야 할 안전문화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위험은 갑자기 오지만 안전은 미리 준비된다
사고는 대부분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특징이 있다.
집중호우, 폭염, 강풍, 산불, 화재, 교통사고, 감염병 등은 순간적으로 우리의 일상을 멈추게 만든다. 그러나 많은 위험은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안전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사고를 줄이는 핵심 요소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위험의 인지
둘째, 정보 전달
셋째, 행동 변화
이 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작동하는 것이 바로 안전안내문자와 안전표지판이다.
안전은 사고가 난 뒤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멈추게 하는 것이다.
손안의 경고 시스템, 안전안내문자
안전안내문자는 재난 발생 또는 위험 상황을 시민에게 신속하게 전달하는 공공 커뮤니케이션이다.
예전에는 재난 소식을 뉴스나 주변 사람을 통해 뒤늦게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전화 문자 한 통으로 위험을 실시간 공유한다.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 야외활동 자제를 안내하고,
한파가 오면 수도 동파 예방을 알린다.
호우가 예상되면 하천 접근 금지를 전달한다.
문자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행동을 유도하는 공익 메시지”다.
예를 들어,
‘외출 자제’
‘창문 고정’
‘지하차도 통행 금지’
‘실내 냉방 유지’
이런 문장은 시민이 위험을 인식하고 행동을 바꾸도록 돕는다.
왜 사람들은 안전문자를 귀찮아할까
인터뷰를 해보면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너무 자주 와서 안 보게 돼요.”
“지역이 아닌데 문자 와서 불편했어요.”
“알림 소리가 놀라워요.”
실제로 반복되는 알림은 피로감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문자의 개수가 아니라 경각심의 감소다.
사람은 익숙해질수록 위험을 과소평가한다.
이를 ‘정상성 편향’이라고 부른다.
“설마 별일 있겠어.”
“이번에도 괜찮겠지.”
이 생각이 사고를 키운다.
안전문자는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위험을 현실로 인식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사회적 장치다.
거리 위의 무언의 안내자, 안전표지판
안전표지판은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위험을 알려준다.
학교 앞의 어린이 보호구역,
공사장 접근금지 표시,
엘리베이터 비상안내,
지하철 대피 유도선.
우리는 매일 수십 개의 안전표지를 지나친다.
표지판의 목적은 단순하다.
‘사고를 예방하는 것.’
표지판은 정보를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색과 형태, 상징으로 즉시 이해하게 만든다.
빨간색은 금지,
노란색은 주의,
파란색은 지시,
초록색은 안전과 피난.
눈으로 보는 즉시 행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작은 표시 하나가 만드는 큰 변화
지역 생활 현장을 취재해 보면 안전표지는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있다.
아파트 계단의 미끄럼 방지 안내,
공원의 야간 이용 주의 표시,
시장 내 소화기 위치 안내,
횡단보도 주변 교통안전 표시.
이 표지들은 평소에는 존재감이 없다.
하지만 위급한 순간에는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된다.
실제로 화재 상황에서 비상구 안내 표지가 생존율을 높였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재난은 순간이지만, 안전은 평소의 준비에서 시작된다.
공익은 일상, 서로의 안전을 지키는 일
공익이라는 말을 들으면 거대한 정책이나 국가사업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공익은 멀리 있지 않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지키는 것,
재난문자를 확인하는 것,
안전표지를 훼손하지 않는 것,
위험 상황을 신고하는 것.
이 작은 행동이 공동체 전체의 안전 수준을 높인다.
특히 고령자, 어린이, 장애인처럼 정보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안전 정보는 더 중요하다.
누군가에게는 문자 한 통이,
표지 하나가,
귀가할 수 있는 길이 된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안전문화
최근 안전 시스템은 더 똑똑해지고 있다.
지역 맞춤형 재난 알림,
실시간 위험 안내,
스마트 교통 표지,
음성 안내 시스템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 안전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정보를 읽고,
이해하고,
실천하는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안전은 전문가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참여할 때 완성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 감수성’
안전 감수성이란 위험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예방 행동으로 연결하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 생활 속에서 다음을 실천할 수 있다.
① 안전안내문자는 반드시 확인하기
② 안내 내용을 가족과 공유하기
③ 표지판을 무시하지 않기
④ 위험 요소 발견 시 신고하기
⑤ 아이와 어르신에게 안전정보 설명하기
안전은 특별한 날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평범한 하루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생활 습관이다.
안전은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다
표지판은 인간의 실패를 전제로 만들어진다.
멈추지 않을 수 있으니 신호를 만들고,
넘어질 수 있으니 경고를 만든다.
하지만 성숙한 사회는 규칙보다 문화가 앞선다.
누가 보지 않아도 멈추고,
알려주지 않아도 배려한다.
공익은 통제가 아니라 관계의 기술이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안전 규칙이 아니라 서로의 안전을 자연스럽게 챙기는 안전 감수성이다.
우리는 하루를 평범하게 보내길 원한다.
무사히 출근하고,
안전하게 귀가하고,
가족과 저녁을 먹는 일.
그 평범함 뒤에는 수많은 안전장치가 있다.
휴대전화의 짧은 문자,
골목의 작은 표지판,
누군가의 신고,
보이지 않는 예방 시스템.
안전안내문자와 안전표지판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가 서로에게 보내는 약속이다.
“당신의 일상이 안전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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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9※「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942년 2월 3일 오전 6시,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앞바다. 해저 탄광 장생탄광(長生炭鉱)에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당시 갱 안에 있던 183명은 탄광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 중 다수가 조선에서 끌려온 노동자들이었다. 사고는 단 몇 시간 만에 183명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오랫동안 역사의 기록 바깥에 머물러야 했다.
이 사고는 천재지변이 아니다. 인재이고, 산업재해다. 해저탄광은 안전을 위해 해저면으로부터 47m 이상 깊이에서 작업해야 했다. 그러나 장생탄광의 가장 깊은 곳에서 해저면으로부터 깊이가 법적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37m였다. 너무 얕게 판 탄광이었고, 그것이 바닷물 유입으로 이어졌다. 규정을 어긴 채 운영되던 탄광이었다. 더 많은 석탄을 캐내기 위해 안전을 무시한 결과였다. 위험한 작업환경 탓에 일본인들은 그곳에서 일하기를 피했고, 그 자리를 강제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들이 채웠다. 게다가 그들은 창씨개명으로 이름마저 바뀐 상태였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뒤에도, 그들은 본래의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고, 가족들은 사고 사실조차 알 수가 없었다. 식민지 지배의 구조가 죽음 이후까지 사람의 흔적을 지운 셈이었다.
그 이름을 되찾으려는 시도가 시작된 건 사고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1990년대였다. 1991년에 일본 시민단체 ‘장생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새기는 모임’)이 발족했다. 일본 시민들은 조선인 희생자 명부를 발견하고, 한국으로 편지를 보냈다. 희생자들의 창씨 성이 아닌, 본래 성을 찾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국가도 기관도 아닌, 평범한 시민들의 손에서 출발한 연락이었다. 그 편지 한 통이 한국 유족회 창설로 이어졌고, 이후 추모비도 세울 수 있었다. 오랫동안 이름 없이 바다 아래 잠들어 있던 희생자들에게, 비로소 추모의 공간이 생긴 것이다.

[사진 1] 빗속의 장생탄광 수몰사고 희생자 추모비. 나란히 선 두 기둥에는 각각 '강제연행 한국 조선인 희생자', '일본인 희생자'라고 새겨져 있다. 두 기둥이 분리된 데는 이유가 있다. 희생자 중에는 조선인뿐 아니라 일본인도 있었지만, 조선인 유족회는 일본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새기는 모임'은 그 마음을 받아들여, 두 개의 기둥을 따로 세웠다.
이 흐름의 중심에 있는 단체가 바로 ‘새기는 모임’이다. 일본 현지에서 활동하는 시민 모임으로, 탄광 현장 안내와 추모 행사, 유족과의 연대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현재 이노우에 요코(井上洋子)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교류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2019년에는 문재인 정부에 장생탄광 현장 방문을 요청하는 서한을 직접 보내기도 했다. 이 요청은 실제로 이어져, 행정안전부 담당 부서가 현장을 방문했고, 이후 한국 정부는 유족 약 80명의 DNA를 보관하기로 했다. 언젠가 유골이 수습될 때 유족과 연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림 자료화면 : 오마이 포토 2026.02.27. 김지운
그리고 그 '언젠가'가 현실이 됐다. ‘새기는 모임’은 시민들의 후원금을 모아 2024년, 오랫동안 닫혀 있던 탄광 입구(갱구)를 다시 여는 작업을 시작했다. 여러 시민과 단체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일이었고, 자원한 잠수부들이 직접 수중 작업에 나섰다. 2025년 8월과 2026년 2월에, 각각 유골 한 구를 수습하는 데 성공했다. 유골에 붙어 있던 치아 덕분에 유전자 감식도 가능해졌다. 2026년 1월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장생탄광 DNA 감정 추진이 합의됐고, 한국 정부는 같은 해 5월 발굴 유해를 대상으로 DNA 감정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2] 2024년 재개방된 장생탄광 갱구. 파란 방수포와 모래주머니로 둘러싸인 갱구 입구에 "희생자의 존엄 회복을 위해, 일본정부의 신속한 유해 수습과 반환을 요구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갱구까지 이어지는 접근로는 탄광을 운영했던 회사의 자손이 소유한 사유지로, 작업에 있어 협조를 얻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작업 중 잠수부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의 이름은 웨이 수, 대만 국적의 베테랑 잠수사였다. 웨이 수는 장생탄광 유해 발굴 소식을 듣고 “국적은 다르지만,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고 싶다”고 자원한 사람이다. ‘새기는 모임’은 그를 추모하는 의미로, 1년간 유골 수습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림 자료화면 : 현대불교 2026.02.09. 관음종 “웨이 수 잠수사, 왕생극락 기원”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바다 아래 있던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기억하고, 이름을 돌려주려는 사람들도 있다. 국경을 넘은 편지에서 시작해, 유족회와 추모비로, 정부 방문 요청으로, 갱구 재개방으로 이어진 이 흐름은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새기는 모임’의 활동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묵묵히, 오래,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계속되고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KBS 창 508회 수몰83년 – 갱구를 열었다. https://youtu.be/WsWUD5KRnZU?si=W02zGBzdtFreWS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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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9※「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문화도시, 유네스코도시가 되기 위해 문화 활성화에 이바지해온 경기도 부천시>

안녕하세요. 2026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에디터 Hana입니다. 학창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 거주하는 동안 부천에 거주하면서 가장 많이 봤던 문구는 바로 <문화도시>였습니다. 이에 맞게 부천시에서는 전국의 영화-만화 산업의 진흥을 위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국제만화축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까지 3대 축제를 중심으로 문화 산업을 활성화했으며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진행해왔습니다. (시민들이 주역이 되는 축제 다락, 미디어를 활용해 문화-예술 범위를 확장하는 시민미디어교육 및 축제 등) 이처럼 부천시 내에서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덕분에 부천시는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유네스코 창의도시는 문학, 공예 및 민속예술, 미디어아트, 영화, 디자인, 음식, 음악, 건축까지 총 8개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주요 전략으로 창의성을 반영하는 도시를 지정하는 유네스코의 사업을 의미합니다. 그중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는 이러한 도시의 영향을 통해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성공하는 것이 목표이며 전 세계 중 6개 대륙, 44개 국가, 63개 도시가 지정되어 언론의 자유를 지지하고, 광범위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부천시의 경우, 동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가입했다는 점, 세계에서는 21번째로 지정되었다는 점, 그리고 평화와 인권 존중에 초점을 두어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추구한다는 걸 인정받았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부천시와 부천문화재단에서 관련 산업만 잘 진행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적극적-열정적으로 참여하기에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가 될 수 있었습니다.


<문화도시, 유네스코도시로 알려진 부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부천악기은행>
그리고 여러 사업들 중 부천문화재단에서는 2026년에 새로운 문화-예술 사업으로 <부천악기은행>을 시작했습니다. 부천악기은행은 경기도 부천시 시민(경기도 부천에 주소를 두고 있거나 소재 학교 및 직장에서 근무하는 경우)이라면 누구나 악기를 통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공공 대여 서비스입니다. 이에 따라 악기를 처음 시작하고 배우고 싶은 입문자나 초보자 중심의 시민들이 부담 없이 저렴하게 악기를 대여하여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악기는 꾸준히, 조심히 관리해야 하기에 일반 시민들이 관리하기 쉽지 않으며 가격도 비싸기에 일반 국민들이 악기를 이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악기를 활용한 예술 분야가 확대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를 고려해 악기 구입이 부담스러운 시민 및 청소년들을 위해 공공에서 악기를 확보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끔 하여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경기도 부천시의 음악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부천문화재단 차원에서 부천악기은행 서비스를 준비했습니다.
<부천악기은행 악기 대여, 적절한 규칙을 통해 원활한 이용을 돕는다.>

부천악기은행은 저렴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으로 다양한 악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026년을 기준으로 타악기/건반악기/현악기/타악기/국악기를 대여하고 있는데, 부천악기은행은 음악을 처음 시작하려는 초보자들과 입문자들이 부담 없이 다룰 수 있는 대중적인 악기들 중심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현악기, 타악기, 국악기 등 다채로운 종류가 마련되어 있어, 처음 악기를 접하는 시민들도 본인의 취향에 맞는 악기를 폭넓게 선택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피아노처럼 이동이 어려운 무거운 악기는 대여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대여한 악기는 1개월(30일) 이용 기간을 중심으로 대여 가격을 매기며 기존 가격 외에 대여한 악기는 1개월(30일) 이용 기간을 기준으로 저렴한 대여료가 책정됩니다. 그래도 취약계층을 고려해 부천악기은행에서도 이용요금 감면 혜택과 정확한 환불기준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증빙서류를 제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장애인, 노인 등에게 대여료의 50%를 감면하는 혜택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만료일까지 반납하지 않을 경우에는 연체료를 부과하며 악기 파손 및 관리에 대여자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조)

1인당 1개의 악기를 대여할 수 있으며, 기본 대여 기간 1개월에서 시작해 연장을 통해 최대 6개월까지 대여가 가능합니다. 다만, 해당 악기에 대기자가 있을 경우에는 연장이 불가하므로 장기 대여를 계획 중이시라면 대기 현황과 대여 규칙을 미리 확인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무엇보다 악기 재고가 없을 경우에는 대여 기간 연장이 불가하다는 점도 참고해주세요.) 또한, 부천악기은행 신청 홈페이지에서 사용 희망일을 기준으로 최소 2일 전, 최대 14일 전까지 온라인으로 예약신청이 가능합니다. (부천시 통합회원으로 가입한 이후에 부천악기은행 온라인 서비스 이용 가능)
- 부천악기은행 이용 정보: 주소(복사골문화센터(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장말로 107, 4층(상동))), 운영시간(화요일~토요일(일요일 및 월요일과 법정 공휴일에는 휴무), 오전 10시~오후 5시(단, 통상적인 점심시간 오전 12시~오후 1시에는 업무가 중단되며 점심시간 이후부터 다시 대여-반납 등 업무를 진행합니다.))
<부천악기은행은 방치되고, 버려지는 악기의 새 삶을 부여하는 데에 이바지한다.>

부천악기은행이 있는 복사골문화센터 4층에는 <당신의 나눔이 누군가의 첫 연주가 됩니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 문장처럼 부천악기은행을 운영하는 주체는 바로 시민 개인, 단체가 된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악기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기타를 배우기 위해 구매하였으나, 바빠지고, 관심이 떨어지면서 어느 순간에는 기타를 쓰지 않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중고로 판매할까 생각해봤지만, 시중에 좋은 제품들이 많고, 다른 중고 물품들과 비교해도 크게 메리트가 없을 것으로 보여 결국에는 버렸습니다.
이를 고려해 부천악기은행에서는 가정, 학교, 단체 등에서 사용하지 않는 악기를 기증받아 공공 자원으로 순환합니다. 기증자의 관점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아 많은 공간을 뺏기는 단점, 관리하지 않을 경우에는 나중에 악기를 사용할 때,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단점보다 지속적인 관리를 확실하게 보장받고, 저렴한 가격에 대여하는 부천악기은행으로 기증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부천악기은행에서는 공공이 관리한다는 관점에서 악기 자체는 개인 및 단체에게서 기증받고, 부천악기은행에 기증한 악기들을 관리-대여하고 있습니다. 단, 연주가 불가능할 정도의 악기는 기증받지 않고 있으므로 기증 이후에 악기가 원활하게 활용될 수 있는 상태인지 미리 확인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악기 기증자에게는 기증 증서를 발급하고, 복사골문화센터 4층 벽면에 있는 부천악기은행 명예의 전당에 기증 악기 목록 및 이름 기재 혜택을 제공합니다. 이 기재를 통해 악기 공공 기여를 인증할 수 있습니다. (기부자 명단은 부천악기은행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단, 공공자산으로 편입된 이후에는 기증한 악기를 반환할 수 없으니, 신중하게 생각하고 기증해주세요.)
<부천악기은행에서 예술 및 기술을 나누는 활동도 같이 진행합니다.>

부천악기은행은 단순히 악기를 대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술을 나누는 교육 활동도 진행합니다. 그 시작은 이달의 악기 워크숍으로 무료로 진행하여 교육생의 부담을 덜어주고, 새로운 악기를 연주해본다는 점에서 문화-예술에 관한 인식을 확대하는 장점이 있으며 경기도 부천시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역시 문화를 나누는 주체가 되므로 서로의 니즈를 충족하는 win-win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부천악기은행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맺은 <부천악기은행 파트너스>>

지난 3월 30일, 부천악기은행 개소식을 알림과 동시에 시민의 음악 시작을 위해 경기도 부천시에서 활동하는 여러 기관이 모여 <부천악기은행 파트너스>를 결성했습니다. (여기서 <부천악기은행 파트너스>는 (1) 악기 관리, 교육, 공연 등 실제 사업 운영에 함께하는 실행 파트너 실무협력단 (2) 악기 기증 및 후원을 통해 사업 기반을 지원하는 후원 파트너 기부후원단 (3) 음악교육, 문화 활동에 참여해 문화복지 확산을 함께 만드는 참여 파트너 문화나눔단으로 구성됩니다.)
부천악기은행 개소식을 진행할 때, <부천악기은행 파트너스>의 역할을 체감할 수 있었는데, 악기대여자들은 현장에서 기타, 바이올린, 가야금을 대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실무자들은 부천악기은행이 가져올 장점을 현장에서 알기 쉽게 소개했습니다. 이후에 부천악기은행에 마련된 데스크, 악기보관실, 악기교육실 공간을 둘러보면서 피드백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특히 악기보관실에 직접 다녀갔을 때는 악기 보관을 위해 항온항습기를 상시로 가동하는 모습을 통해 악기 관리에 필수불가결인 존재, 공기 질을 크게 신경 쓰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부천악기은행 파트너스>를 통해 부천시립예술단 아드리앙 페뤼숑 상임지휘자가 홍보대사를 맡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부천시 내 협력 지정악기사, 관내 대학교수, 협회 관계자 등이 지닌 풍부한 실무 경험과 전문 자문을 바탕으로 한층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복사골문화센터의 경우, 공간 자체가 배리어프리가 보장되어 있기에 누구나 악기를 대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돋보입니다. 복사골문화센터는 복사골스포츠센터, 부천문화재단, 부천시청소년센터 및 부천여성청소년재단 등 여러 기관이 입주하며 경기도 부천시 시민들의 이용률이 높은 생활 공간인데, 부천문화재단이 있는 4층의 유휴 공간을 활용했다는 점, 해당 공간이 엘리베이터 및 경사로가 잘 갖춰졌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공간에 부천악기은행을 마련한 덕분에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부천악기은행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악기은행의 활성화는 문화-예술 활성화라는 공익적 목적을 입증하였다.>

한편, 부천문화재단 부천악기은행이 개설되기 이전에 경기도 화성시에서는 이미 2022년에 화성시 악기은행을 오픈했고, 경기도 오산시에서는 2019년에 전국 최초 악기 전문 도서관이자, 대여가 가능한 시설로 소리울도서관을 시작했으며 경기도 성남시에서는 2016년부터 악기도서관 악기랑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각각 시작한 시기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시민 및 생활권자(학교, 직업 등)들에게 악기를 저렴한 가격에 대여한다는 점을 통해 지역에서 문화를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악기은행이라는 공공 차원에서 대여하는 공익적인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는 제주월드컵경기장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서귀포시 악기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시에서는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 및 송파구(사업명: 뮤직스튜디오)에서 악기공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육 목적으로 제한되긴 하지만, 경상남도교육청 예술교육원 해봄/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 악기뱅크 카테고리/충청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원 악기지원센터 및 잠자는 악기 깨우기(학교별 안 쓰는 악기를 이관하는 사업), 서울특별시교육청 체육건강예술교육과 예술교육팀 악기공유마당 사업에서도 대여를 진행합니다.
즉, 부천문화재단에서 해당 사업을 새롭게 실시했다는 점은 방치되는 악기를 나누는 환경적인 측면, 그리고 이를 활용해 문화를 나눈다는 공익적인 역할 및 영향력이 이미 입증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아직 해당 문화가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파주시, 수원시 등 문화재단 내에서 공간과 함께 악기를 이용할 수는 있겠으나, 외부에서 활용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했기에 지자체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른 점이 원인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지역 내에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해 악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연주하며 문화의 주체가 되려는 방향, 이를 지원하는 것을 통해 문화의 주체가 되고, 다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양질의 문화 확산으로 이어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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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9※「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청소년을 위해 지역의 자원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꾸마 청개구리>
안녕하세요. 2026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에디터 Hana입니다. 2026년을 돌아보면, 그 어느 때보다 청소년이라는 이슈를 돌아볼 때, 빼놓을 수 없는 몇몇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스트레스 인지율, 우울감 경험률, 학습-교육입니다. 실제로 성평등가족부가 발간한 <2025 청소년 통계>를 살펴보면, <건강>에서는 스트레스 인지율, 우울감 경험률, 경제활동, 학습-교육 등 총 8가지 지표를 다루고 있으며 스트레스 인지율이 전체 청소년의 42.3%, 우울감 경험율은 27.7%, 여가는(인터넷 이용 시간) 20%로 나타났습니다. 학교에 가는 상황이 즐거운가에 관해서는 초등학생 79.4%, 중학교 71.2%, 고등학교 66.2% 결과가 나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스에서도 청소년의 우울감이 증가했다, 정부 및 학교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지역-국가 차원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니즈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서 나오는 결과이며, 저 역시 청소년 시기를 보내며 정책과 사업이 제 니즈에 맞게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직접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청소년 시설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 시설은 청소년의 니즈를 고려한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역에서 청소년들의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게 돕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여러 청소년 시설들의 사업 중 지역 차원에서 청소년의 니즈를 찾고, 지역과 교류하는 고리울청소년센터(약칭 꾸마)의 활동 사례인 <청개구리>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청소년들이 언제든지 방문해도 좋은, 무엇이든 배워갈 수 있는 꾸마 청개구리>

꾸마 청개구리는 매년 3~12월까지 진행하는 꾸마만의 청소년 사업으로 지역 내에서 학교에 다니고, 생활하는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청소년활동입니다. (*청소년기본법 제3조 정의 제1항을 기준으로 25세까지를 기준으로 정함.)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도 하고, 세상을 배워갈 수 있는 다양한 부스 및 체험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 실제로 참여한 청소년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큽니다.
원래는 한 건물을 대여해 해당 공간과 인근 공간(공원 등)에서 식사 및 체험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되었으나 공간의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부천시 오정구 고강본동에서 청소년들이 가깝게 방문할 수 있는 초등학교와 지역 공원에서 청개구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식사의 경우, (1) 참여 청소년이 카운터에다 1,000원을 지불하면, (2) 식사 및 뒷정리를 마친 후, (3) 카운터에 정리를 완료했음을 확인한 후에 500원을 돌려받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뒷정리는 책상 정리, 설거지를 의미합니다. 공간에서 활동하는 경우에는 설거지를 진행하고, 초등학교 및 공원에서 진행하는 경우에는 쓰레기를 정리하고, 분리수거를 하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책임지고 정리하는 방법과 환경을 생각하는 분리수거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식사 전/후로 부스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매주 부스의 내용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다음과 같은 부스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육체적-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나고, 새로운 정보들을 배워갈 수 있어 청소년들의 호응이 좋습니다.
(1) 신체 활동으로는 엉터리청소년센터 부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서 배드민턴, 프로펠러 장난감 등을 대여해 청개구리를 진행하는 동안에 자유롭게 가지고 놀 수 있습니다. 이때, 같이 노는 친구들과 함께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청소년 지도사, 청소년/청년 자원봉사자, 청년 상근 활동가들과 함께 놀 수 있습니다. 때로는 기획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운동장을 활용한 놀이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경찰과 도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2) 만들기 활동으로는 요리/체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요리의 경우에는 청소년들의 입맛을 고려해 부스를 운영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청소년/청년 자원봉사자들이 쉽게 만들 수 있는 활동으로는 청소년 다방(아이스티, 레몬에이드 등 간단한 음료 제조)이 있으며 요리사인 청년 자원봉사자가 주도하는 샌드 만들기 부스를 운영합니다. (경우에 따라 다른 음식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달고나처럼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활동도 진행합니다.
대표적인 체험활동으로는 물품 만들기(와펜, 키링 등), 미니게임(신발 던지기, 공 굴리기 등) 부스가 있으며 그 외에도 타로, 벚꽃사진관, 가족사랑 이벤트(사랑의 문구 작성 등)처럼 청소년/청년 자원봉사자와 청년 상근 활동가들에게 의견을 받아 체험활동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 오정보건소(금연클리닉: 금연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부스), 대학교 동아리(체험활동)처럼 다른 단체나 기관에서 부스를 운영해 정책-사업을 홍보하고, 동시에 부천시 오정구 고강본동에서 거주하는 청소년들과 소통-교류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과 협력으로 만들어지고, 이어가는 꾸마 청개구리>

청개구리 활동은 지역 청소년들이 배우고, 놀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고,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도움을 주었기에 지금까지 청개구리가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당장 장소만 하더라도 기존의 공간이 사라졌을 때는 새롭게 활동할 공간을 찾는 것 자체가 과제였는데요,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게 쉽지 않았기에 당시에 여러 공원들을 후보로 정하고, 심각하게 고민했었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다행히 초등학교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청개구리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 학교 차원에서 청소년들에게 공간을 대여한 덕분에 지역에서 거주하는 청소년들도 학교 공간(운동장, 산책로 등)을 폭넓게 이용할 수 있었으며 청개구리 활동을 통해 학교라는 공간에서 안정감을 찾고, 안전이 보장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지역 주민 및 단체와도 자연스럽게 교류-소통할 수 있으니, 한 번 청개구리를 이용한 청소년들은 계속 청개구리를 찾아오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청소년들과 만나기 위해 청개구리 트럭을 사용해 물건을 옮기고, 청개구리 활동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약 2년 동안 청개구리 활동을 유지해왔습니다. 매번 공간을 다시 조성해야 하는 만큼 번거로울 수 있지만, 꾸마에서 근무하는 청소년 지도사와 청소년/청년 자원봉사자, 청년 상근 활동가들이 매번 힘써주는 덕분에 학교에 다니는 3~12월, 매주 수요일에 청개구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 지도사, 청소년/청년 자원봉사자, 청년 상근활동가들이 청개구리 공간에서 부스 운영, 안전 관리의 역할도 맡으며 부스 운영만을 도와주는 지역 주민 단체들의 역할도 더해져 안정적인 청개구리 운영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지금 청개구리에서는 총 6곳 이상의 지역 단체, 유관기관(청개구리맘, 고강본동새마을협의회/부녀회, 루모스봉사단, 고강본동주민자치회, 고강마을탐사단, 오정보건소)이 자원봉사 형태로 꾸마에 참여하고 있으며 단체들은 청소년들의 행복 증진과 교류-소통을 위해 매주 수요일에 모여서 즐겁게 활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로 체험활동 부스/식당 운영을 지원하며 특히 3주에는 수주체크인(미니게임, 타로상담)을 정기적으로 운영해 청개구리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몇몇 인원들이 카운터와 식당 운영을 지원하여 원활한 청개구리 활동 운영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매번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날 때에 청개구리 활동을 도와주고, 참여해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요리 부스를 선보이는 자원봉사자, 대학생 자원봉사자 등) 이처럼 청개구리 기획부터 운영(부스, 질서 유지, 청소년과의 소통-교류 등), 피드백까지 모두 지역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청개구리의 역사는 지역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개구리는 청소년들이 배우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그래서 꾸마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지역에서 거주하는 청소년들이 청개구리를 찾고, 이를 계기로 새로운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청개구리와 꾸마 청소년운영위원회(약칭 청운위)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청소년 자격으로 운영하는 자치기구인 청운위를 스스로 홍보하는 모습, 꾸마 소속 동아리가 직접 청소년 버스킹 무대를 선보이는 모습 등 기존에 꾸마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이 청개구리에서 활동을 더 넓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청개구리는 부천시 오정구 고강본동 청소년들과 지역이 교류하는 만남의 장!>

청개구리가 왜 만남의 장이 되는지는 지역자문회의, 성과보고회에서 나온 자료를 통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개구리에서는 향후 활동 방향을 정할 때. 참고할 자료로 참여 청소년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합니다. 제가 활동하는 2024~2025년에는 제가 그 역할을 맡았는데요, 직접 2024~2025년에 청개구리를 방문하는 이유를 물어본 결과, 재미/활동(37.0%), 식사(39.1%), 사람/관계(13%), 기타(10.9%)라는 결과가 나왔으며 좋았던 점에 관한 서술형 답변에서도 <어른들이 착하고 활기가 넘친다.>, <밥이 맛있다. / 밥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행사가 많아졌다. 노래방이 재밌었다.>라는 답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즉, 경제적, 지리적, 심리적 상황을 고려해 청소년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결과, 청소년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동시에 지역 주민들은 청소년들의 니즈와 관심 분야 등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어 향후 청소년 대상 공익 정책과 사업을 준비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지역 주민(청소년 지도사 등)들과 친해지면서 상대적으로 큰 고민도 조금씩 털어놓을 수 있게 되며 이는 앞에서 언급한 건강-심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을 빠르게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청개구리 활동 중에 발생한 사고나 다툼이 있으면, 지역 주민들이 직접 중재하고, 해결하는 만큼 청소년들은 청개구리에서 활동하는 지역 주민들을 믿을 수 있다는 점도 청개구리의 특징입니다.
<청개구리를 통해 공익을 위한 청소년 사업이 지향해야 할 길을 짚어봅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사업은 해당 지역의 자원(사람, 자연, 공간 등)을 고려하고, 니즈를 파악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기관, 단체에서는 청소년의 니즈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하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방법만으로는 청소년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자료로서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의견을 수렴하여 실제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소년들에게 의견을 적극 보내는 것으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청소년들의 참여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청소년들이 변화를 위한 고민을 시작하는 것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 향상으로도 이어져 초반에 언급했던 청소년들의 심리적-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청개구리는 제가 경기도 부천시에 거주하며 초중고등학교에 다녔을때도 이미 운영하고 있었을 정도로 16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거쳐온 청소년 사업입니다. 비록 저의 경우에는 성인이 되고, 청년 상근활동가에 지원하면서 그때서야 청개구리 사업을 알게 되었지만, 만약 제가 청소년이었을 때에 청개구리에 참여했다면, 지금의 저는 어떤 모습일지, 어떤 의견을 제시했을지 궁금증이 생기고, 한편으로는 어렸을 적부터 참여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세대 간에 쌓인 격차를 풀어내고, 니즈를 반영하는 것은 청소년 사업에서 제일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러한 사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가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도 정책-사업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애로사항을 줄여가는 방향이 이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역 사회가 청소년을 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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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9※「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단원고 2학년 2반 박혜선 양 엄마 임선미 님
날씨가 더워지니 올해 첫 수박을 샀다. 큰 쟁반에 놓고 쩍! 소리내며 가른다. 붉은 과육에 까만 씨에, 단물이 쟁반에 흐른다. 이래서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는 생의 마지막에 그린 수박 정물화에 ‘인생 만세(Viva la Vida)’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 수박을 한입 베어 먹으며, 나도 모르게 “비바 라 비다”를 외치니 말이다. 스페인어는 전혀 모르면서도 수박이 주는 달콤한 청량감에 삶의 기쁨을 노래한다.
수박만이랴. 꽃과 나무와 하늘과 햇빛이 생명의 기운을 뿜어내는 계절이다. 안산 상록구청 1층 갤러리 ‘혜안’에 가면 생명 가득한 그림을 볼 수 있다. 세월호 유가족 엄마들의 유화전(6월 12일~7월 3일)이다. 삶의 고통을 생명의 빛으로 그린 “빛의 정원, 또바기 유화전’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는 치유되고, 삶은 아름다웠다.”라 고백하는 사람. 세월호의 별 단원고 2학년 2반 박혜선 양 엄마 임선미 님을 만나 보았다.

또바기 유화전 갤러리 지킴이
Q 또바기 유화전 축하합니다. 자기소개와 근황을 들려주세요.
단원고 2학년 2반 박혜선 엄마 임선미입니다. 이번 전시회에 유화 여섯 작품을 냈어요. 한 10년 또바기 모임에서 그림을 배우고 있어요. ‘또바기’는 아름다운 순우리말인데요.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겠다”는 모임이죠. 저는 원래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세월호 참사 전에는 어린이집 교사도 하고 아이돌보미도 했어요. 참사 이후에 도저히 아이들 보는 게 어려워서 못 하다가 올해 3월 다시 일을 시작했어요. 어린이집 등원 도우미로 오전 두 시간 돌보는데, 세 살 네 살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아이들이 안기고 웃어주면 저도 모르게 웃게 돼요. 오늘도 아이들과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왔어요. 아이들이 주는 에너지가 참 커요. 집에 돌아올 때 기분이 좋아지고 삶에 의욕이 생겨요.

연년생 두딸과 젊은 부부, 평범한 행복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Q 결혼 후에 계속 일하셨나요?
결혼 전에는 광명시청에서 비정규직 공무원으로 근무했어요.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두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애들 키웠죠. 그때는 당연하게 그랬어요. 아이들도 직접 키우고 싶었고요. 두 딸을 연년생으로 낳아 키우며 전업주부로 오래 지냈죠. 둘째인 혜선이가 IMF 때 태어났는데, 남편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아끼고 살아도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웠죠. 그래도 아이들 키우는 재미로 버텼어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만 봐도 행복했거든요. 애들이 중학교 가면서 어린이집 보조교사 일을 시작했고, 아이돌봄 서비스도 했어요. 저는 원래 아이들하고 있는 걸 좋아했어요. 아이들 눈높이에서 이야기하고 노는 게 즐거웠어요.

빛의 정원 또바기 유화전 리플릿 양면

안산상록구청 1층 갤러리 혜안은 입구쪽 전시공간과 안쪽 공간이 벽 하나로 나뉘어진 열린 전시공간이다(좌)
또바기 유화전은 갤러리 '혜안'의 안쪽 전시 공간. '빛의 정원' 포스터가 보인다(우)
Q 지금 하고 있는 ‘빛의 정원-또바기 유화전’에는 언제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세월호 참사 이후 천주교 수원교구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한 ‘생명센터’를 운영했어요. 그 안에 여러 치유 프로그램이 있었죠. 도예도 하고 천아트도 하고 미술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끝난 프로그램들이 많았지만, 그림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그림 선생님 강사료, 작업실에 그림 도구며 밥값까지 다 지원되니 계속할 수 있었어요. 와동성당 홍 신부님이 정말 큰 힘이 돼주셨어요. 신부님은 늘 우리를 가족처럼 대해주셨어요. 기도도 함께하고, 엄마들이 조금이라도 숨 쉴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셨죠. 그 덕분에 그림을 배우고 이렇게 전시회도 할 수 있게 됐어요.

혜선이를 생각하며 걸어가는 길, 임선미 님 작품 '아득히 먼 곳'
Q 그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나요?
그림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어요. 학교 다닐 때도 미술 시간이 제일 싫었어요. 소질도 없고 자신도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도 그림이 그리고 싶어서 1년 늦게 들어왔어요. 다른 엄마들이 너무 잘 그리는 거예요. 저는 창피해서 제 그림을 다른 사람이 못 보게 돌려놓고 다녔어요. ‘나는 왜 이것밖에 못 그리지?’ 그랬는데 하다 보니까 조금씩 달라졌어요. 색을 쓰는 법도 배우고 빛을 표현하는 방법도 배우고요. 생각하며 그리다 보니 ‘똥손’이 ‘은손’ 정도는 된 거 같아요. 지금도 어렵지만 처음보다는 훨씬 나아졌죠. 그림 그리는 시간을 좋아하고요.
Q 그림 그린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던가요?
가장 큰 건 마음이 치유되는 거죠.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그 시간만큼은 그림에 집중하게 돼요. 저는 원래 음악 들으면서 뭘 못 하는 사람이에요. 그림을 그릴 때는 그림만 봐야 해요. 색을 맞추고 명암을 넣고 붓질하다 보면 집중하게 되고 마음이 정리되고 시간이 훌쩍 지나가요. 힘들어서 한동안 쉰 적도 있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시 하고 싶더라고요. 왔더니 엄마들이 예전과 똑같이 맞아줬어요. 마치 어제 본 사람처럼요. 그게 참 고마웠어요. 우리 세월호 엄마들은 서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거든요. 왜 힘든지, 왜 말이 없는지, 왜 갑자기 울게 되는지, 왜 쉬고 싶은지, 다 아니까요.

꽃의 생명력이 뿜뿜하는 또바기 작품들
Q 지금 함께 그림을 그리는 엄마들 이야기도 좀 해 주실까요?
지금은 여덟 명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어요. 8반 엄마들이 많아요. 강지은(지상준 엄마), 고이경(임건우 엄마) 송미점(박선균 엄마), 이미숙(임현진 엄마) 이지연(김제훈 엄마), 그리고 1반 안명미(문지성 엄마), 10반 김경애(구보현 엄마), 그리고 저. 예전에 더 많을 때도 있었지만 힘들어서 떠난 분들도 있고 건강 문제로 못 나오는 분들도 있어요. 우리는 매주 화요일에 본오성당에 모여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그림을 그려요. 그림 한 점 완성하기까지 몇 달 걸리기도 해요. 부지런한 어떤 엄마는 집에서도 계속 작업하지만 저는 화요일만 해요. 전시회를 열 때면 서로 작품을 봐주고 응원해요. 서로 비교하기보단 자기 작품을 끝까지 해낸다는 게 더 중요해요. 서로 응원하며 하죠. 건우 엄마가 디테일 표현이 탁월해요.

혜선이는 아빠를 무척 좋아했다
Q 혜선이 이야기해 주세요. 어떤 아이였나요?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였어요. 제가 혜선이를 너무 이뻐해서 ‘우래기(우리애기)라 불렀어요. 연년생이었지만 혜원이도 동생을 ‘우래기’라고 했죠. 언니와 엄마를 무수리처럼 부리는데도 우리는 혜선이 말이라면 무조건 오케이였어요. 참 신기했어요. 삼겹살 비계도 발라 주고 바지락도 까줘야 하는 상전이었죠. 여섯 살 때부터 안경을 썼어요. 아기가 거꾸로 있어서 수술로 낳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태변을 먹어서 눈이 나빠진 게 아닌가 싶었어요. 선천적이라 라식도 라섹도 할 수 없는 상태라니 늘 마음이 쓰였죠. 집에서는 조용한 애가 학교 행사에선 노래하고 춤추는 걸 너무 잘했어요. 무대만 올라가면 완전히 달라지는 거죠. 안산시 청소년 종합예술제에 나가서 2등을 한 적도 있어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혜선이가 집에 와서 울더라고요. 자기 팀이 더 잘했는데 친구가 1등을 한 게 억울했대요. 그때 처음 알았어요. ‘아, 우리 딸이 승부욕이 있구나. 노래를 정말 잘하는구나!’ 깜짝 놀랐어요. 평소에는 잘 몰랐던 모습이었죠.
Q 혜선이의 꿈은 방송작가 국어 선생님이었잖아요?
글 쓰는 걸 참 좋아했어요. 처음에는 문예창작과에 가고 싶다고 했고, 나중에는 동국대 국문학과에 진학해서 방송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나 꿈을 정했어. 수학여행 갔다와서 공부 열심히 할 거야.”라던 말이 지금도 귓가에 맴돌아요. 2018년 11월 사단법인 한국방송작가협회가 혜선이를 ‘명예 방송작가’로 위촉해 줬어요. 명예회원증으로 혜선이의 꿈을 기억해 주니 감사히 받았어요. 저는 글쓰는 건 혜원이가 잘하고 음악 쪽 재능은 혜선이가 많다고 생각했어요. 일기도 열심히 썼고 글 쓰기 좋아했지만, 피아노도 잘 쳤고 노래도 정말 잘했어요. 절대음감이 있었어요. 혜원이가 먼저 음악 쪽으로 방향을 정하니 혜선이는 공부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어떤 길을 가도 자기 몫은 충분히 해냈을 아이였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혜선(세실리아)
Q 엄마로서 가장 미안한 기억은 무엇인가요?
사춘기 때 일이에요. 친구 관계 때문에 왕따 비슷한 경험으로 힘들어했는데 제가 “혹시 너한테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한 적이 있어요. 부모로서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 건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큰딸 혜원이도 이야기했어요.
“엄마는 그때 무조건 혜선이 편을 들어줬어야 해.”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혜선이는 엄마에게 위로받고 싶었을 텐데 저는 오히려 상처를 준 거죠. 지금도 미안해요. 그리고 더위를 타고 땀을 많이 흘리는 혜선이는 에어컨 집에 살아본 적 없다는 게 마음 아파요. 에어컨 켜는 게 미안해요. 이모네 갔다오면 “엄마, 우리는 언제 화장실 두 개 있는 집으로 이사가?”라고 말하던 걸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요. 지금 우리는 화장실 두 개 있는 집에 사는데 혜선이는 없네요.

사랑스런 혜선이
Q 참사 이후 새롭게 알게 된 혜선이의 모습이 있나요?
친구들을 만나면서 많이 알게 됐어요. 친구들이 하나같이 그러더라고요.
“혜선이는 늘 남을 먼저 챙겼어요.”
“배려심이 많았어요.”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어요. 남을 배려하느라 자기 속마음은 얼마나 숨겼을까 싶은 거죠. 그리고 엄마는 몰랐던 첫사랑 이야기도 있었어요. 학원 같이 다니던 친구였는데, 일기장에 그 아이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아, 우리 혜선이도 그런 감정을 느낄 만큼 컸구나’ 싶었어요.

고2 수학여행 앞둔 봄날의 혜선
Q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마지막 기억은 무엇인가요?
아직도 생생해요. 수학여행 가기 전에 캐리어를 사달라고 해서 분홍색 캐리어를 사줬어요.
집 계단을 내려가면서 그러더라고요.
“엄마, 나 이거 끌고 가기 창피해.”
그래서 제가 웃으면서 말했어요.
“가방 메고 가는 애들이 더 창피하지. 너 인기 짱일 거야.”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지금도 분홍색 캐리어만 보면 그날 모습이 떠올라요. 계단을 내려가던 뒷모습, 목소리, 표정까지 다 기억나요. 내가 해 준 마지막 음식은 유부초밥이었어요. 평소에 별로 안 좋아하던 아이가 그날은 다섯 개나 먹고 갔어요. 제가 지금도 유부초밥을 잘 못 먹고 있어요.
Q 지난 12년간 가족들은 어떻게 버텨왔나요?
참사 후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활동을 같이 하면서도 남편은 힘들어하며 술로 버티는 시간이 길었어요. 일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았고요. 큰딸 혜원이도 마찬가지였어요. 원래 음악하던 아이였는데 결국 그 길을 포기해야 했어요. 참사 났을 때 같은 단원고 3학년이었으니 어땠겠어요. 혜원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곤 했어요. 세 식구 중에 제일 힘든 사람이 혜원이었으니까요. 글쓰기 응모에서 당첨돼서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어요. 여행을 통해 자기 미래를 다시 설계하고 돌아왔어요.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재수해서 대학에 갔어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일 잘하다가 최근 더 높은 연봉으로 스카우트 돼서 이직한 게 너무 기특해요. 가족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버텨온 것 같아요.

혜선이를 생각하며 그렸어요. 작품 앞에서 전시회장 임선미 님(좌)/ 그림 앞에 선 혜선 아빠 박진오 님(우)
Q 세월호 이후 임선미 님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독해졌어요. 예전에도 할 말은 하는 성격이었지만 지금은 더 그래요. 남 눈치를 덜 보고 남한테만 좋게 하려 하지 않게 됐어요. 가족들 챙기고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믿었건만, 세월호를 겪고 나니까 세상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는지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어요. 하느님께 삿대질하며 원망하기도 했고, 세상을 원망하기도 했어요. 그 과정을 버텨내면서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Q 지금 혜선이를 다시 만난다면 무엇을 보여주고 싶나요?
많은 말을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엄마가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 너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 마음을 치유하며 삶의 아름다움을 볼 수도 있게 됐다는 그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다시 어린이집 아이들과 잘 놀고 있다는 것도요. 혜선이는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아이예요. 그래서 저는 그림을 그릴 때도, 어린이집 아이들과 놀 때도, 혜선이만 생각하면 미소가 넘쳐요. 제가 새로운 꿈을 꾸고 있어요. 혜선이가 음악을 좋아했듯, 저도 피아노를 배워서 성당에서 봉사하고 싶어요. 혜선이가 이런 엄마를 보면 환하게 웃으면서 말하지 않을까요. “엄마, 잘하고 있어.” 이 한마디면 충분할 것 같아요.
Q ‘빛의 정원, 또바기 유화전’의 그림은 꽃과 자연이 많다. 특히 노란 해바라기가 생명력이 넘치게 피어 있다. 소재를 자연으로 택한 의미가 있을 거 같다.
그렇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도 그렇지만 꽃과 자연이 우리 마음을 많이 위로하고 치유해 줬다. 나는 자연을 좋아한다. 노란색 꽃을 좋아하는 엄마들에게 노란 해바라기는 아이들 같다. 아이들의 웃음, 아이들의 생명력, 아이들과의 추억, 그리고 꿈, 모든 걸 떠올리는 시간이었다. 꽃으로 피는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이었다. 내 그림도 그렇다. 혜선이에게로 가는 ‘아득히 먼 곳’은 혜선이를 생각하며 그렸다. 빨간 동백꽃은 혜선이에게 못다 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림 그리기는 사랑스러운 우래기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모두가노란꽃만그린건아니다. 현진 엄마 이미숙 님은 장미를 그리고 또 그렸다
호박꽃도 노란색, 보현 엄마 김경애님 작품
지성이 엄마 안명미 님은 자연과 함께 지성이 아빠 얼굴도 그렸다
나무와 숲이 주는 치유. 선균 엄마 송미정님 작품 '힐링'

파란 하늘과 하얀 목련이 혜선이로 보인다. 임선미 님 작품 '너와의 추억'
아이를 생각하며 다녀온 '졸업여행'사진으로 그린 건우 엄마 고이경님 작품

처연한 동백꽃 꽃술이 노랗다. 임선미 님의 작품 '못다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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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9※「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될 수 있었을까?
30여 년 전인 1990년대 후반부터 시민사회에서는 아파트를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생활 공동체'로 바라보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특히 1998년 한 시민단체가 아파트공동체연구소를 설립해 아파트 분쟁 중재, 임대아파트 주민 권리 확대, 주민자치조직 활성화, 공동체 프로그램 개발 등에 나서며 이웃 간 단절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모델을 모색했다. 당시만 해도 아파트는 관리와 소유의 대상일 뿐 '마을'로 인식되지 않았지만, 시민사회는 꾸준히 아파트 공동체의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특히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임차인이라는 이유로 관리비 내역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고, 입주자대표회의와 같은 주민자치조직을 구성할 권리도 보장받지 못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주민들의 노력 끝에 2000년 1월 임대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임차인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관리규약의 제·개정, 관리비 운영, 공용시설 유지·보수 등에 대해 임대사업자와 협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위스테이별내
경기도 남양주에 조성된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현재 491세대 약 1,400명의 주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단순한 아파트를 넘어 주민들이 직접 공동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마을형 주거 모델’을 실현하며 주목받아 왔다.
단지 내에는 6개의 협동조합과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운영되고 있으며, 30여 개 동아리에서 300여 명의 주민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주민들의 재능과 시간을 나누는 활동화폐 ‘별’을 운영하며 공동체 경제를 실험하고 있다.
위스테이별내는 공동육아와 돌봄, 주민자치와 사회적경제가 어우러진 새로운 주거 공동체 모델로 평가받으며 한국 사회의 대안적 주거 문화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6월 8일, 서울 명동의 커뮤니티 공간 '동네마실'에서 열린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되었나』 북토크 현장을 찾으며 자연스럽게 30여 년 전 아파트 공동체를 꿈꾸던 사람들의 고민이 떠올랐다. 그들이 상상했던 공동체의 모습이 오늘날 위스테이별내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구현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당시의 문제의식과 실천들이 20여 년의 시간을 거쳐 협동조합형 주거 모델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위스테이별내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주거 실험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져 온 아파트 공동체 운동과 주민자치의 흐름 위에서 탄생한 결과물처럼 보였다. 과연 위스테이별내 주민들과 협동조합은 어떻게 아파트를 공동체로, 마을로 만들어 왔을까?
"8년 임대 아파트인데 의무 임대 종료 기간이 28년까지 2년 정도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조합이 만들어지고 입주하기 전까지 약 3년, 그리고 입주해서 지금까지 약 6년. 그 9년의 시간 동안 아파트 곳곳에서 마을을 만들며 살아왔습니다. 그 기억과 기록들을 이제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놓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이 그간의 공동체 활동을 기록한 단행본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되었나』 출간을 기념하는 북토크의 시작이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상우 상임이사는 "이 자리는 엄숙한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왔는지 편하게 대화하며 나누는 축제"라며 행사의 문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출판 기념회를 넘어, 수직적이고 단절된 공간으로 여겨지던 아파트가 어떻게 수평적이고 연결된 '마을'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자리였다. 40여 명의 주민 작가들이 직접 써 내려간 360페이지 분량의 생생한 기록은, 주거 불안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공동체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었다.
절박함과 자부심이 빚어낸 10년의 기록
위스테이별내 사회적협동조합 김경환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책을 출간하게 된 두 가지 이유를 밝혔다.

첫째는 '절박함'이었다.
"우리는 의무 임대 기간 8년 종료를 2년 정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토록 많은 성과를 내고 수직적 구조의 아파트에서도 수평적 마을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음에도, 이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있었습니다. 이런 아파트를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인지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둘째는 '자부심'과 '책임감'이었다.
김 이사장은 "우리는 대한민국 최초의 협동조합 공동체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많은 시행착오와 모범 사례를 갖고 있다"며, "이 사회적 자산을 묻혀두기 아까워 또 다른 위스테이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이자 매뉴얼로 이 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책은 기획부터 원고 작성, 편집까지 모든 과정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 491세대 1,400여 명의 주민 중 300여명이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로 참여하고 있으며, 그중 40여 명이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냈다.
변호사에서 주거 혁신가로, 양동수 대표가 말하는 '시작’

이날 북토크의 첫 번째 토크 세션 '시작의 이야기'에는 위스테이 모델을 설계한 사회혁신기업 '더함'의 양동수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한국 사회의 가장 구조적인 문제인 금융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겠다는 절박함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난민, 이주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돕다 보니, 한국 사회가 점점 각자도생의 사회로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 전체가 점점 더 어려워지겠구나 싶었죠. 해외 사례를 보니 공동체 토지 신탁(CLT) 같은 좋은 제도가 많았지만 한국 법체계에서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임대주택 관련 법이 바뀌는 것을 보고, 일반 건설사가 아닌 사회적 경제 주체가 관여하면 훨씬 좋은 방안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양 대표는 위스테이별내 부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를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당시엔 허허벌판이었지만 뒤로 보이는 불암산과 청명한 날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여기서 뭔가를 하면 정말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그는 이후 국토부, LH와 협의하며 사회적 협동조합 방식, 지분 구조 설계, 커뮤니티 공간 확보 등 위스테이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형제 아파트의 연대, 그리고 주거 중립성의 실현
이날 자리에는 위스테이별내의 '형제 아파트'라 불리는 고양시 위스테이지축 사회적협동조합의 전승욱 이사장도 참석해 축하를 전했다. 전 이사장은 "별내가 2년 먼저 시작하며 겪은 어려움과 시행착오, 이를 풀어가는 방법들이 책에 잘 정리되어 있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다"며, "집이 돈이 아니라 삶을 지켜주는 공간이자 이웃과 연결되는 플랫폼으로서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행사의 깊이를 더한 것은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隨處作住)'의 최경호 소장의 미니 강연이었다. 최 소장은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주거 문제, 특히 청년 세대의 '임대 세대화' 현상을 지적하며 위스테이 모델의 사회적 의미를 짚었다. 그는 현재 한국 사회의 주거 사다리가 끊어진 상황에서, 임대와 자가 사이의 이분법을 깨는 '주거 중립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0년, 40년을 저축해도 살 수 없는 집값을 빚내서 사게 하는 구조는 결국 다음 세대의 진입 장벽만 높일 뿐입니다. 임대와 자가 사이에 큰 구분이 없는 상황, 즉 '주거 중립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협동조합을 통해 간접 소유하면서도 임대차 관계를 맺는 위스테이가 바로 그 대안적 영역입니다."

"협동조합을 통해 간접 소유하면서도 임대차 관계를 맺는 위스테이는 소유이면서도 소유가 아니고, 임대인이면서도 임대가 아닌 제3의 영역입니다. 이런 모델이 많아져야 임대로 살든 자가로 살든 큰 차이가 없는 사회가 됩니다. 또한, 위스테이처럼 다양한 평형이 섞여 있어야 노후에도 평생 살던 동네를 떠나지 않고 그 안에서 이사하며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가 가능해집니다.”
최 소장은 특히 '커뮤니티 시행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건축물만 짓는 시행사가 아니라, 갈등을 조율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마을 활동가와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위스테이별내가 보여준 9년의 기록은 바로 그 커뮤니티 시행의 성공적인 사례입니다.”라며 위스테이별내가 커뮤니티 공간을 단지 외부와 나누고, 다양한 평형을 섞어 세대 간, 계층 간 어울림을 만들어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는 아파트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지역 사회와 호흡하는 진정한 의미의 마을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파트, 다시 마을을 꿈꾸다


북토크 현장은 주민 작가들이 자신들의 얼굴이 새겨진 도장을 찍어주며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는 따뜻한 풍경으로 가득 찼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등 다양한 주거 공동체 관계자들도 참석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행사를 진행한 이상우 상임이사는 "위스테이별내의 아파트 공동체가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만의 섬으로 고립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청년과 시니어가 함께 어우러지고, 지역 사회와 소통하며 계속해서 흐르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때로는 서툴고 때로는 치열했던 우리들의 이야기, 그 속에는 내 집을 넘어서 우리 마을을 고민했던 진심이 녹아 있습니다."
김경환 이사장의 말처럼,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되었나』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이웃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콘크리트 숲 속에서도 온기 넘치는 마을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다.
의무 임대 기간 종료라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도, 위스테이별내 주민들은 여전히 함께 밥을 먹고, 신문을 만들고, 책을 펴내며 마을을 가꾸고 있다. 이들의 치열하고도 따뜻한 기록이 앞으로 대한민국 주거 문화에 어떤 변화의 씨앗을 틔울지 기대해 본다.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되었나』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이웃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콘크리트 숲 속에서도 온기 넘치는 마을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다. 의무 임대 기간 종료라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도, 위스테이별내 주민들은 여전히 함께 밥을 먹고, 신문을 만들고, 책을 펴내며 마을을 가꾸고 있다. 이들의 치열하고도 따뜻한 기록이 대한민국 주거 문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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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6※「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공익(公益)’이라는 단어를 마주할 때 떠올리는 풍경이 있습니다. 세련된 회의실, 정갈하게 인쇄된 브로슈어, 혹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비장한 표정의 활동가들. 하지만 인간의 자잘한 발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싶은 저에게, 공익은 종종 엉뚱한 곳에서 낡은 슬리퍼를 신은 채 발견되곤 합니다. 이를테면, 안산의 어느 버스 정류장 앞, 조잡하게 쓰인 ‘커트+염색 만원’이라는 입간판 같은 곳에서 말이죠. 제가 발견한, 세상에서 가장 싸고 가장 향기로운 어느 미용실의 이야기를 만원의 공익으로 재구성했습니다.

1장. 만원이라는 비현실, 추억이라는 현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가 간판 하나를 발견했다. 손바닥만 한 입간판에 씌어 있는 네 글자. ‘커트+염색 만원’. 처음엔 뭔가 잘못 읽은 줄 알았다. 2층을 올려다보니 '김량현 헤이클럽'이라는 간판이 창문에 붙어 있었다. 창문에도 ‘커트+염색 만원’ 문구가 크게 쓰여 있었다.
요즘 세상에 ‘만원’의 가치는 어디쯤 와 있을까. 카페에 앉아 쌉싸름한 아메리카노 한 잔에 조각 케이크 하나를 더하면 가볍게 만원을 넘어선다. 내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는 비용은 동네 미용실에서도 어느덧 만 원권 지폐 한 장을 더 요구하는 시대다. 그런 시대에 ‘커트와 염색 합쳐서 만원’이라니. 이건 자본주의의 법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종의 유쾌한 도발이다.
그 낡은 입간판을 보는 순간, 내 안의 오래된 서랍 하나가 삐걱거리며 열렸다. 고등학교 시절, 동인천 대한서림 사거리에 있던 미용 기술학교. 주말이면 미용을 배우는 학생들이 실습 겸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머리를 깎아줬다. 어머니에게 이발비를 받아 싼 맛으로 이발하고, 남은 돈으로 만화책을 봤던 얄팍한 추억이 살아났다. 때로는 고등학생인 나보다 어린 학원생이 손을 바들거리며 가위를 들었다. 가끔은 쥐가 파먹은 듯 삐죽거리는 머리를 보며 속상해하기도 했지만, 뒤에서 쓱 가위를 뺏어 들고 능숙하게 수습해 주던 선생님의 손길이 있어 안심했던 시간이었다. ‘커트+염색 만원’이면 아마 그때와 비슷할 듯 속으로 웃음이 비죽 새어 나왔다.
나는 그 ‘비현실적인 가격’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설령 머리를 망친다 한들 어떠랴. 내가 카메라 불빛을 받는 연예인도 아니고, 머리카락이란 결국 자라나기 마련인 유한한 세포 뭉치일 뿐인데. 호기심이라는 유치한 연료를 채우고, 나는 2층 계단을 올랐다.


2장. 미용실의 외피를 두른 기묘한 대피소
문을 열었을 때, 나는 잠시 공간의 좌표를 잃었다. 그곳은 미용실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순수한 창고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온전한 살림집도 아니었다. 미용 도구와 정체불명의 살림살이들이 기묘한 동거를 나누는 공간 한가운데, 낡은 미용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초현실적인 풍경에 압도되어 슬그머니 발을 빼려던 찰나, 사장님이 튀어나왔다. 사냥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그러나 눈빛만큼은 지독하게 해맑은 얼굴로.
“머리 깎으러 오셨어요?”
“아, 아니에요. 지나가다 궁금해서… 다음에 올게요.”
“평일 오전이라 한산하지, 주말엔 장난 아닙니다. 아무도 없을 때 깎고 가세요.”
그의 자연스러운 호객에는 묘한 자력이 있어서,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 궁둥이를 붙이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의자 위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는 개 두 마리였다.
“미용실에 개가 있네요?”
“저 칸막이 뒤에 네 마리 더 있어요. 총 여섯 마리죠. 개 좋아하세요?”
“아니요… 겁이 많아서 동물은 다 무서워합니다.”
내 고백에 사장님은 호탕하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요 녀석들은 손님만 오면 알아서 창가 지정석으로 가요. 안 짖어요.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자기들이 알아서 그러네. 신기하죠?”
공간에 가득한 미약한 개 내음과 비염이 있는 내 코의 긴장감 속에서, 그렇게 기묘한 이발이 시작되었다.


3장. 안산에서 가장 싸고, 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가위질 소리 사이로 나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가격으로 운영이 돼요?”
사장의 대답은 단순했다.
“저는 강아지 밥값만 벌면 돼요.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딱 필요한 만큼만 벌죠.”
그는 이전에 본오동에서 미용실을 할 땐 커트와 염색에 6천 원을 받았다고 했다. 국회의원도 단골이었고, 직원도 둘이나 뒀던 ‘잘나가는 원장님’이었다. 혼자 이곳으로 옮겨오며 가격을 ‘인상’한 게 고작 만원이란다. 이야기 도중, 사장님이 갑자기 창문으로 돌진하더니 창밖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
“엄마! 그거 열무야? 맛있겠다! 나도 줄 거지? 땡큐! 그럼, 내일 9시에 와요, 파마하게! 나 지금 일하는 중이야!”
돌아선 그의 얼굴엔 멋쩍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동네 어르신인데 파마할 때가 지났는데도 안 보이시길래, 언제 지나가나 창밖을 매일 살폈단다.
“여기로 이사 온 후부터는 혼자라 파마는 안 하는데, 80세 이상 할머니들만 아침 일찍 해드려요. 우리 가게는 80세 이상이면 파마든 커트든 염색이든 다 무료거든. 폐지 줍는 어르신들도 오시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공짜 손님만 치러요.”
“그럼, 강아지 밥값은요?”
내가 걱정스레 묻자,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
“대신 주말에 손님이 많아요. 평일엔 택시 기사님들이 오시고. 강아지 밥값은 충분합니다.”

4장.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의 무게
염색약이 머리카락에 스며드는 긴 시간 동안, 나는 한 남자의 행복론을 들었다. 강아지들과 살다 보니 아무리 청소해도 개 냄새가 나고, 그게 미안해서 손님들에게 비싸게 돈을 못 받겠다는 남자. 어르신들을 보면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서 가위를 쥔 손에 차마 돈을 쥐지 못하겠다는 남자. 저녁 6시에 문을 닫고 청소를 끝낸 뒤, 창밖을 보며 소주 한 잔을 기울일 때 세상 부러운 것이 없다는 남자. 머리가 끝났다. 거울 속 내 모습은 꽤 단정했고, 마음은 그보다 훨씬 더 묵직해져 있었다.
“고맙습니다. 여기 만 원이 참 부끄럽네요.”
지갑을 열려는데 사장님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이왕이면 계좌이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보통은 세금이나 탈세를 떠올리며 의아해할 타이밍이다. 하지만 그의 다음 대답은 내 세속적인 짐작을 기분 좋게 무너뜨렸다.
“다음에 오실 땐 현금 주시고요, 오늘 처음이잖아요.
첫 손님은 계좌이체로 받으면 고마우신 손님 이름이 찍히니까. 이름을 기억하고 싶어서 그래요.”
“싸게 머리 깎은 내가 더 고마운데요.”
“아니에요. 나한테는 우리 애들 밥값 주시는 고마운 분입니다. 이름은 알고 있어야죠.”
타인의 이름을 기억하겠다는 것. 그것은 단순한 상거래를 넘어, 당신과 나 사이에 하나의 유대를 맺겠다는 선언이었다. 만 원짜리 한 장에 이름의 기억을 덤으로 주는 미용실이라니. 이 얼마나 위트있고, 다정한 경영 방식인가.
5장. 창밖의 소주 한 잔, 우리가 잊었던 공익
그 후로 종종 나는 그 2층 창가를 바라본다. 어떤 날은 사장님이 홀로 창밖을 보며 쓸쓸히, 그러나 유연하게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고, 또 어떤 날은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시끌벅적하게 잔을 부딪치고 있다. 그 풍경을 보며 나는 ‘공익’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다시 쓴다. 공익은 멀리 있지 않다. 거창한 사회 운동이나 대단한 기부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버려진 유기견들을 거두어 제 식구로 키워내고, 지나가는 동네 노인의 안부를 창문 너머로 소리 높여 물으며,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의 머리를 대가 없이 다듬어주는 것. 그리고 나를 찾아온 낯선 손님의 이름을 기억하려 애쓰는 것.
비염이 있는 나에게 그 미용실은 코끝이 간지러운, 그리 녹록지 않은 공간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만간 그곳의 문을 다시 열 것 같다. 이미 그 남자의 따뜻한 가위질에 중독되어 버렸으니까. 행복이 만 원짜리 한 장으로 거래되는 그 이상한 미용실은, 오늘도 안산의 한구석에서 세상을 아주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구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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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