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오물풍선 살포로 인한 위기와 그 해결책
이바다 대표(평화누리 상임대표)
지난 6월 26일 임진각은 한여름 퇴약볕이 내리쬐는 속에서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관광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중에는 외국에서 단체여행을 온 사람들에게 임진각을 소개하는 그룹도 눈에 띄었다. 설명을 듣는 외국인들은 ‘남북 분단의 현장’이 신기한 듯 귀 기울여 듣는 모습이었다.
오전 11시가 되자 30여명의 시민들이 망배단 계단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이날 ‘대북전단살포 즉각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위해 고양·파주 지역에서 온 시민단체와 종교단체 회원들이었다. 이 기자회견 모습에 외국 관광객들은 더 큰 호기심을 보였다.
그날 기자회견은 최근 북한 대남오물풍선 살포로 인한 한반도 정세의 불안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알리고 그 해결을 촉구하고자 고양·파주 지역 24개 시민사회단체가 주관한 것이었다. 이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토대로 대북전단풍선과 대남오물풍선 살포의 상관관계와 그로 인해 촉발된 한반도 위기 그리고 접경지역 시민의 고통을 멈추기 위해 시민들이 제시하는 요구를 살펴보고자 한다.
임진각 망배단 기자회견 2024. 6. 26.
1. 북한 대남오물풍선 살포의 원인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을 주축으로 한 탈북민단체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살포를 지속적으로 행해 왔다. 이로 인해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으며 남북관계 악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쳐왔다. 그러던 중 2018년 체결된 9.19군사합의로 인해 남북간 첨예한 군사적 갈등, 특히 접경지역에서의 우발적 충돌 위험은 한동안 잦아들었으며 그에 따라 접경지역 주민들은 오랜만에 평온한 일상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5월 13일 박상학 대표는 “10일 밤 11시쯤 대형풍선 20개를 인천 강화도에서 북쪽으로 보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 남쪽 국경과 일부 중심지대에서 대한민국 쓰레기들이 날린 대형풍선이 발견됐다”며 “처참하고 기막힌 대가를 각오하라”며 강력 경고했다.
이 경고 이후 북한은 5월 28일부터 현재까지 12차례에 걸쳐 오물과 분뇨, 생활쓰레기를 담은 대형 오물풍선을 남쪽으로 살포해 오고 있다. 이로써 접경지역에서의 짧았던 평화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으며 9.19군사합의 폐기로 인해 접경지역내 군사활동 재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으로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었다.
이렇듯 북한의 대남오물풍선이 살포돼 한동안 유지됐던 접경지역내 평화가 사라지게 된 직접적 원인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라고 할 수 있다.
2. 현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방치
문재인 정부는 대북전단 내용이 “외설적 선전 및 가짜뉴스로 채워졌다”며 2020년 12월 대북전단금지법인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상당기간 대북전단 살포는 중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23년 9월 26일 이 법에 대해 일부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판결은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의 입법 목적은 정당하지만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했기에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됐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보수언론들과 소위 우파들은 이 위헌 판결을 편의적으로 해석해 대북전단살포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표현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이 결정을 계기로 탈북단체의 대북전단살포는 재개되었으며, 이에 윤석열 정부는 대북전단살포를 법으로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
3. 대북전단 내용과 문제점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들은 이 행위가 북한의 인권 개선과 민주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북 전단의 내용을 보면 리설주에 대한 외설적 합성 사진과 자극적이고 저급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김정은에 대한 인신공격과 대안없이 북한 당국과 맞서 싸우라는 선동은 오히려 북한 주민들의 반감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풍선을 이용해 날려 보내는 대북전단은 실제로 북한 땅에 떨어질 확률이 높지 않다.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사계절 내내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편서풍 영향으로 풍선이 북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4. 강대강 대응으로 군사적 대결 격화
7월 26일 현재까지 북한의 대남오물풍선 살포는 11차에 걸쳐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정부는 “9·19 군사합의” 폐기로 맞대응하고 있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지상·해상·공중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원인인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는 내용의 남북한 간의 합의이다. 이번 ‘9·19 군사합의’ 폐기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바 있으며, 군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각종 군사훈련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접경지역에서의 우발적 도발에 의한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5. 한반도 정세 악화와 접경지역 시민의 삶 피페화
현재 북·러 관계의 심화와 미·중 갈등으로 인해 한반도 정세는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쪽 탈북단체 중심의 대북전단살포로 인한 북한 당국의 대남오염풍선 살포로 촉발되는 위기는 남북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증폭시켜 전쟁위협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더불어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는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생활권마저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6. 시민단체들의 제안
이날 기자회견에 담긴 시민들의 제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대북전단풍선 살포를 즉각 중단하라
풍선을 이용한 대북전단살포는 남북간의 불필요한 긴장을 조장하고, 한반도 평화에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대북전단살포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전쟁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일에 다름아님을 깨닫고 즉각 중단해야 한다.
(2)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라
접경지역 주민들이 불안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경기도는 물론 관련 당국에서는 대북전단살포 행위를 철지히 단속하고, 주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풍선을 활용한 대북전단살포 행위는 ‘항공안전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확인된 만큼 수사당국은 신속한 수사로 관련법 위반 행위가 중단되도록 해야 한다.
(3) 평화적인 방법을 통한 남북대화를 재개하라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해결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대북전단살포와 같이 북측을 자극하는 방법보다는 남북 상호이해를 기반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7. 신뢰구축이 최우선
대남오물풍선 살포를 막는 방법은 자명하고 간단하다. 그 직접적 원인이 된 대북전단살포를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 상대를 자극하고 갈등을 부추키는 방식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그 상황을 이용해 자기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얄팍한 방책에 불과하며 그 결과는 공멸이다.
남북문제는 신뢰구축이 최우선이다. 대남오물풍선 문제 역시 남북한 신뢰구축 선상에서 되짚어봐야 하고, 그 점에 심각한 손상이 야기됐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상황이 아무리 어렵다해도 신뢰를 다시 쌓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