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기'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부모님께 질문한 적 있지 않나요?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질문이지만, 과거에는 이런 질문은 '난감한 질문'으로 불렸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님은 자신의 아이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다리 밑에서 주워왔지", "황새가 물어다 줬어"라며 말을 돌리고 어떻게 태어났는지 제대로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성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 인식 등이 달라지면서 성교육에 대한 필요성들이 높아졌고, 2020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N번방' 사건 이후 청소년 시기 성교육의 중요성이 언급됐습니다.
출처 : 김예나 기자, ‘n번방’ 사태에 걱정스러운 부모들... 자녀 성교육 관심 급증, 연합뉴스, 2020.4.12.
오세진 기자, “n번방 성착취 접하고 충격...남성청소년 성교육 필요성 절감”, 한겨레, 2024.2.2.
성교육 필요성 관심 증가 뉴스
필요성에 힘입어 성교육, 성평등, 성적지향을 위해 다양한 성교육•성평등 도서들이 생겼습니다. 성교육•성평등 도서에는 내 몸을 이해하고, 타인의 몸과 내 몸의 차이를 이해하는 등 불문율로 불리던 '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도서들은 '성교육'을 진행하는 학교 선생님과 부모들에게 소중한 교보재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성교육•성평등 도서들을 '금지 서적', '유해 도서', '음란물'로 얘기하면서 수많은 도서들이 도서관에서 폐기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2,528권의 성교육•성평등 도서가 폐기됐고, 충북에서는 100권 이상이 제한 도서로 지정됐습니다. 심지어 폐기된 2,528권의 책 중 몇 권은 성교육과 무관한 철학, 문학, 과학 분야의 서적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교육과 무관한 도서 목록. 출처 경기도교육청(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실 제공)
성교육•성평등 도서가 정말 나쁜 것일까요?
최근 폐기된 2,528권은 국제인권규범과 교육현장주체들이 필수적이라고 이야기 하는 ‘포괄적 성교육’을 실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만큼 폐기된 도서는 성적인 환상을 표현하는 성표현물이 아닙니다.
이렇게 책들이 폐기되고 유해도서로 지정되어 학교에서, 일상에서 읽을 수 없다면 ‘성’에 대한 궁금증을 어떻게 해결할까요? 21세기인 만큼 인터넷 검색을 하겠죠. 정보를 빠르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은 양면성이 있습니다. 성과 관련된 것이라면 유익한 정보라도 검색어 자체가 차단되어 알 수 없거나, 잘못되고 편협하며 유해한 정보가 과도하게 쏟아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로부터 ‘성’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성교육•성평등 도서인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성평등 도서 폐기와 유해도서 지정은 학생들이 성지식, 성 가치관, 성평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았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폐기한 도서를 다시 도서관으로 되돌리기에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간행물윤리위원회(이하 간윤위)도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도서를 ‘청소년유해간행물’로 심의 했었습니다. 도서 폐기와 유해도서 지정과 같이, 간윤위도 도서의 문구와 삽화가 유해성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유해도서로 처리했었습니다. 결정이 있고 두 달이 지난 지금 간윤위는 재심위를 열어 도서에 대한 유해도서 결정을 철회했습니다.
간윤위는 결정을 번복하는데 2달이 걸렸습니다. 도서관에서 성교육•성평등 도서가 폐기 된지 이제 한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경기도 교육청이 폐기한 도서를 되돌려 놓기에 늦지 않았습니다.
성교육•성평등 도서는 내 몸, 타인의 몸, 성정체성을 존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금(禁)서’가 아닌 ‘금(金)’서 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