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환경연대
안녕하세요~ 4기 아카이브 에디터 심지입니다. 5월에는 뜻깊은 날들이 많은데요. 혹시 5월 28일도 기념일이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매년 5월 28일은 세계 월경의 날입니다! 2013년 독일의 비영리단체 ‘워시 유나이티드(WASH United)’가 월경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정한 기념일입니다. 평균 여성의 월경 기간인 5일과 월경 주기인 28일의 의미를 담아 5월 28일로 지정하였습니다.
출처: WASH United 홈페이지
‘그날’이 아니라 ‘월경’이에요.
여러분은 ‘월경’과 ‘생리’ 중 어떤 표현이 익숙하신가요? 생리는 월경을 에둘러 표현한 단어입니다. 생리적 현상이라고 할 때 ‘생리’로 돌려 말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생리’조차도 제대로 불리지 못하고 ‘그날’이나 ‘마법’으로 불려왔어요. 월경용품 광고에서조차 ‘그날’로 통용되고 있죠. 또 최근의 월경용품 광고에서 여자친구를 살뜰히 챙기는 자상한 남자친구 역할로 남성배우들이 등장하였는데요. 이는 매우 세련되어 보이지만 사실, 월경하는 여성을 배려 받아야 하는 약자로 설정하는 기존의 담론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임신/출산과 직결되는 월경의 의미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연상시켜 공적 공간에서 월경 경험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또 월경하는 몸은 더럽거나 부정한 몸으로 인식되었으며, 여성이 월경혈을 묻히거나 월경용품을 보이는 것에 대해 자기 몸을 관리하지 못하며 조신하지 못한 여성이라고 보는 여성혐오가 만연했습니다. 저도 초경을 했을 때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월경용품을 구입하면 검은색 봉지에 담아야 한다고 배우곤 했습니다. 학교 화장실에 생리대를 교체하러 갈 때면 가방에서 남들 눈에 보이지 않게 후다닥 주머니에 넣어가곤 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이 월경 경험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리는 만무했지요.
출처: 여성환경연대
여성들의 월경운동
이처럼 여성들의 월경 경험이 인정되지 못하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며 1999년, 월경 경험을 드러내는 “월경페스티벌”이 처음으로 개최되었습니다. 대학 내 여성들의 모임과 ‘불턱’이 주최하여 월경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들을 생산해냈는데요. 축제 참여자들이 각 의제에 대한 서명 운동 등에 동참하며 생리대 부가가치세 면제, 월경 여성에 대한 수영장 할인제, 대안생리대, 생리공결제의 문제들을 공론화시키는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월경 드러내기’의 목표를 매우 성공적으로 달성했다고 할 수 있겠죠? 2007년 이후 맥이 끊겼던 월경페스티벌은 여성환경연대와 여러 여성단체들의 연합으로 2018년, “어떤 피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라는 제목으로 재차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여성환경연대는 “블러디 페미니스트” 팟캐스트에서 여성 건설근로자의 월경, 여성 지체장애인의 월경 등 다양한 월경 경험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보편적이라고 여겨지는 월경만이 아니라 소외되었던 다양한 월경하는 몸들을 초대하며 계속해서 또 다른 월경을 드러내는 것이지요.
월경 금기를 깨고 드러내는 운동들이 지속적으로 다양한 단체와 주체를 통해 이뤄져왔습니다. 2003년에는 ‘피자매 연대’가 대안 생리대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였는데요. 깨끗함을 강조하는 생리대 광고들은 일회용 생리대에 흡수된 월경혈을 곧장 휴지통에 버려야 하는 쓰레기로 묘사했지만 월경혈을 쓰레기통으로 버리지 않고, 대안 생리대를 손으로 빨고 직접 혈을 씻고 다시 사용하는 경험은 이전에 없던 몸에 대한 긍정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2004년도에는 한국여성민우회의 목소리로 시작한 생리대 부가세 면제가 이뤄졌고, 2006년에는 생리공결제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에는 정부에서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게 무상으로 생리대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경기도는 2021년부터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여성운동은 2017년 여성환경연대를 중심으로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을 고발하고 2019년에 생리대 전 성분 표시제를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월경은 부정도 긍정도 아니다
월경에 대한 사회적 변화를 위해 청소년들의 월경 교육에 힘을 쏟는 여성운동이 다양한 지차제,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통해 이루어져왔습니다. 생리대와 탐폰 사용 방법, 초경 경험, 부모님과의 소통 등 터부시되는 월경을 드러내는 시간들을 가지는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월경을 시작하였을 때 월경파티 등을 통해 축하해 주는 가족들의 모습도 많이 보이는데요. 하지만 “너도 드디어 여자가 되었다”, “너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이니, 이제부터 더 조신해야 하고 몸조심해야 한다”와 같은 말을 한다면, 월경과 이어진 임신과 출산을 ‘여성성’의 징표처럼 여기게 만들게 되기 때문에 안 하느니만 못한 월경파티가 될지도 몰라요. 여성이라고 모두가 월경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며, 월경하는 사람이 모두 여성인 것만은 아니에요. 월경은 인류의 거의 절반이 겪는 보편적인 신체 현상으로 다뤄야 합니다. 그리고 월경에 부정적 의미와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동안 여성들을 정상성의 범주 안에 가두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과 그렇지 않은 몸, 주기적으로 월경을 하는 건강한 몸과 그렇지 않은 몸 등으로 나누며 억압해온 권력에 대해 질문할 수 있어야 해요.
폐경이 아니라 완경이에요
한편 월경하는 몸을 위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완경을 경험하는 여성들을 위한 여성운동도 등장하였습니다. 월경이 끝난 상태를 ‘폐경’이라고 부르는 것은 완경기 여성에게 부정적 의미를 부여하는데요. ‘폐경’은 여성으로서의 삶이 끝났다거나 더 이상 임신할 수 없는 몸이라는 결핍, 결여의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폐경’ 대신 ‘완경’을 사용하면 여성이 스스로의 몸을 더 긍정할 수 있는 용어로 바꿀 수 있습니다. 완경과 관련한 대표적 활동으로 ‘달고리(DALGORI)’의 완경파티 ‘완두콩파티’가 있는데 ‘부정적인 의미로 인식됐던 중년 여성의 갱년기와 완경(폐경)에 대한 건강한 이해를 돕고 새로운 삶의 도약으로 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합니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월경운동들은 여성들의 경험, 그것이 가치 있다는 전제로 월경 경험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월경에 대한 사회적 편견들을 제거해왔습니다. 수많은 경험들이 만나 수다를 떨게 될 때, 그동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된 것들이 정치적 문제였음을 깨닫게 되고 여성들은 피의 연대를 맺으며 월경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자기 몸에 대한 인식의 변화, 당당하게 월경을 말하는 것, 월경에 필요한 제도와 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는 모든 것이 조금씩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이제 더 나아가서 월경하는 여성에 일반적으로 포함되기 어려운 장애여성 또는 희발월경여성, 무월경여성, 완경여성, 트랜스여성들의 다양한 월경이 더욱 드러나고, 월경하는 몸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네이버영화
끝으로, 월경과 관련한 콘텐츠 하나를 추천해 드려요.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2018)>인데요. 이 다큐는 생리컵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여성의 몸과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열어갑니다. 김보람 감독님은 월경과 생리대의 ‘연대기’와, 자신의 몸에서 벌어지는 일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의 결정적 ‘연대’의 순간을 담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 모두의 다양한 몸이 인정되고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칠게요.
<참고자료>
씨네플레이. 누구나 겪지만 아무도 같지 않은 월경 이야기 : <피의 연대기> (최종검색일: 24.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