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신문을 살펴보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주민소환은 독단적 시정에 대한 엄중 경고”(고양신문, 2023-11-03)라는 무게감 있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해당 기사는 ‘시청 이전과 복지 예산 삭감, 소각장 일방 추진을 비롯하여 시정 전반에 비민주적, 불통행정, 시민무시로 앞으로 4년의 시정이 우려되는 고양시 주요 주민조직과 시민단체에서 ‘이동환 고양시장 주민소환단’을 꾸려 주민투표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두 달간의 서명운동에 돌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민의 직접 참여를 확대하고 지방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주민소환제도입니다. 주민소환제도는 낯선 듯하지만, 생각 외로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10.29 이태원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해 주민소환 추진 의견이 나왔고,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경우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과 관련해서 ‘김영환 충북도지사 주민소환 운동본부’가 꾸려져 주민소환 청구 서명을 받는 중입니다.
도지사나 시장 등 선출된 지방공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주민소환제는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주민의 직접 참여를 확대하기는커녕 주민소환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번 아카이브에서는 도지사/시장/시의원 등 ‘선출직 지방공직자’에 대해서, 정해진 절차와 조건을 충족하면 그 직을 상실하게 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와 관련한 법률과 이슈를 소개합니다. 시민의 삶을 이롭게 하는 정치가 아닌 ‘싸움’의 정치만 보이는 요즘, 시민들이 직접 나설 수 있는 제도가 실효성이 있다면 우리의 삶도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요?
※ “주민소환은 독단적 시정에 대한 엄중 경고”, 고양신문, 2023-11-03.
https://www.mygoy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76048
※ ‘오송 참사’ 김영환 주민소환 서명 접수 시작…국힘은 ‘구명’ 나서, 한겨레, 2023-08-16. https://www.hani.co.kr/arti/area/chungcheong/1104571.html
1.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하, 주민소환법)
1) 2006년에 제정된 주민소환법은 ‘지방자치에 관한 주민의 직접참여를 확대하고 지방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 법안 바로가기 :
※ 출처 : 국가법령센터 캡처
2) 주민소환법은 ‘청구 기간, 청구 서명자 비율, 투표율’ 등 까다로운 청구 요건으로 인해 법의 실효성을 살리기 위해 개정 요구가 많았습니다. 이에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 개정안이 올라와 2022년 12월 1일 소관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위원회에서 통과한 법안은 ‘주민소환투표권자 기준 연령 19세에서 18세 하향 조정, 전자서명으로도 서명 가능, 비대면 방식의 서명 요청 활동 가능, 주민소환투표결과 확정 요건을 주민소환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의 득표결과 확정에서 주민소환투표권자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 득표’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2023년 11월에도 주민소환법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관련 법안을 확인한 결과, 법사위에 계류 중입니다.
※ 출처 : 의안정보시스템 캡처
3) 주민소환투표 청구 절차
※ 출처 : 놀뫼신문 ‘주민소환’이란 무엇인가? 기사 내용 일부 캡처
* ‘주민소환’이란 무엇인가?, 놀뫼신문, 2023-07-03.
2. 주민소환 관련 이슈
지금까지 실제로 주민소환제가 추진된 사례를 살펴볼까요? 서울시장부터 제주도지사, 경기 하남 시의원부터 전남 곡성 군의원까지 전국 곳곳의 선출직 지방공직자를 대상으로 주민소환이 추진되었습니다. 추진 사유 또한 관광성 해외연수, 공약사업 미추진, 뇌물수수로 인한 구속 수감, 장기간 직무정지에 따른 시정 공백, 시의회 출석 거부, 화장장 건립 추진 관련 갈등, 제주해군기지 건설관련 주민 의견 수렴 부족 등 다양했습니다. 주민소환법 시행부터 2022년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사유로 청구된 주민소환은 125건이며 이중 투표가 진행된 것은 11건, 실제로 소환된 것은 경기 하남 시의원 2명뿐입니다.
1) “주민소환법 아닌 주민소환 방해법” 악마는 디테일에…, 한겨레21, 2023-10-13.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4520.html
2007년 경기 하남, 2009년 제주, 2013년 강원 삼척, 2016년 경남에서 주민소환을 추진한 주역들을 만난 기사입니다. 이들은 주민소환법이 아니라 주민소환 방해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주민소환을 방해하는 대표적 이유를 꼽자면 서명용지 한 장에 같은 읍/면/동만 서명받아야 하고, 온라인을 통해 소환운동 홍보를 할 수 없으며, 주민소환 서명에 대한 선관위의 심사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더불어 ‘김태환 제주도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주민소환이 성사되지 못하도록 주도면밀한 방해공작 또한 있었다고 합니다.
2) "무능하다" 지자체장 10명 주민소환 추진…물러난 사람은 0명, 중앙일보, 2023-11-04.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4694#home
2023년 11월 4일, 경기 고양시장/성남시장/파주시장, 강원 태백시장/철원군수, 경북 상주시장, 경남 통영시장, 전북 남원시장, 서울 용산구청장 등에 대한 주민소환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무능 및 도덕성, 자질 부족으로 주민소환을 추진한다는 입장과 갈등 및 분열로 지역 경제가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입장도 있습니다. 한편, 주민소환제는 주민소환으로 물러단 단체장이 한 명도 없는 등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3) 첫 주민소환제도 '절반의 성공', 경인일보, 2007-12-13.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357890
2007년 12월 12일 전국 최초로 하남시에서 시장과 시의원을 대상으로 주민소환 투표가 열렸습니다. 당시 시장이던 김황식 시장이 ‘광역화장장’ 유치를 추진하면서 시작된 주민소환은 하남시 유권자의 25.5%의 서명을 받아 투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주민소환 해당자는 김황식 시장과 기초의원 3명이었는데, 투표결과 김황식 시장과 기초의원 1명은 투표율 저조로 개표가 진행되지 못했으며, 남은 기초의원 2명에게만 주민들의 직접 파면이 성사되었습니다.
4) '유명무실' 주민소환제, 문턱 낮춘다…투표율 ⅓→¼ 요건 완화, 연합뉴스, 2022-12-04.
https://www.yna.co.kr/view/AKR20221202138800530
2007년 도입된 주민소환제는 ‘청구 기간, 청구 서명자 비율, 투표율’ 등 까다로운 청구 요건으로 인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에 2022년 12월 ‘투표 청구 서명인 수 요건 완화, 전자서명 이용해 투표 청구 서명 가능, 주민소환 투표권자 연령 18세로 하향 조정’ 등 담은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본회의 통과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행안부 측은 예상했는데요,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