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휴대전화, SNS, 영상 구독 서비스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많은 물과 자재 그리고 흑연/금/리튬 등의 많은 물질을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탄소배출을 측정하는 것은 생산의 결과물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산의 모든 과정과 폐기에 이르기까지 투입되는 자원의 총량을 측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책을 봤습니다. 그 책의 사례 중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새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 구매한 개인이 구매한 물품을 직접 수리하지 못하게 하는 시도와 유럽과 미국에서 소비자들이 수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든 법률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수리할 권리’에 관한 내용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언론 기사 등을 살펴보다, 우리나라에서 수리할 권리는 활달하고 적극적이진 않지만 관련 법안이 발의되는 있는 등 의외로 국회와 정부에서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아카이브에서는 수리할 권리에 관한 기사와 법안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쟁점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럼 ‘수리할 권리’에 대해 살펴보러 가볼까요?
1. 수리할 권리란?
1) ‘구매한 후 단계의 협의의 소비자 수리권에서 나아가 생산 및 구매단계의 광의의 소비자 수리권까지 포괄하는 개념’(지현영, 2023, 순환경제 사회 전환을 위한 수리할 권리 활성화 방안 토론회 자료집 8쪽)
2) ‘일정 기간 부품 단종을 금지하고 사설 수리센터를 통한 수리도 허가해,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자원 절약을 통한 ‘탄소 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게 하는 것’(아이폰·갤럭시 고장나도, 한국엔 ‘직접 수리할 권리’가 없다, 한겨레, 2023-02-15.)
2. 수리할 권리에 관한 법률 발의안 주요 내용(강은미의원 등 11인이 2021년 발의)
※ 출처 : 의안정보시스템 캡쳐
1) 제안 취지
유럽과 미국에서 수리할 권리가 주목받고 있으며, 이를 보장하는 법 시행. 시행된 법은 일정 기간 부품 단종 금지와 사설 수리센터를 통한 수리 허가로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자원 절약을 통화 탄소중립 기여의 취지가 있음. 한국도 소비자의 제품 수리권을 보장함으로써 탄소배출 저감과 자원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 발의.
2) 주요 내용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수리권 보장 정책을 수립, 제조 사업자는 수리권 대상 제품에 대한 설명서 작성/배포하고, 수리 부품 책임 사업자는 부품 재고 확보/유지하여 공급. 수리 사업자는 수리 대행 가능.
3) 법안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 중 주요 검토 필요 사항
설명서 작성/배포는 제품의 핵심 기술 유출 또는 지적재산권 보장받지 못할 경우 발생 가능성, 수리 시 더 큰 고장 발생이나 배터리 폭발 등 안전사고 발생 결과 초래 가능성, 수리 용이성 강조하게 되면 디자인/품질/무게 등에 있어 과도한 제한 가능성 등
※ 해당 법률 살펴보기(의안 원문과 검토보고서, 회의록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likms.assembly.go.kr/bill/billDetail.do?billId=PRC_D2I1M0X9O2I9M1J0Z3M8Y1U4J5E1J8
3. 정부 정책 : 환경부
※ 출처 : 환경부 2023 업무보고 홈페이지 캡쳐
환경부는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 핵심과제 중 ‘순환경제 실현으로 자원안보에 기여’ 영역에서 수리권을 다루고 있습니다.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핸드폰, 가전제품 등 주요 제품의 사용주기 연장을 위해 수리 가능성 등급제 및 수리권 보장의 법적 근거 마련(‘23) *(EU) 스마트폰 수명 1년 연장 시 역내 210만톤/년 CO2 배출 감소 추정’
※ 2023년 환경부 업무보고 살펴보기(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내려받으면 관련 내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 http://www.me.go.kr/2023briefing/index.html
4. 수리할 권리와 관련한 주요 기사
1) 아이폰·갤럭시 고장나도, 한국엔 ‘직접 수리할 권리’가 없다, 한겨레, 2023-02-15. 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079727.html
애플은 미국과 유럽에서 휴대전화와 노트북 일부 기종의 정품 부품과 수리 도구를 별도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수리할 권리 보장 활동을 펼치는 것은 관련 법률 시행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애플은 맥북과 아이폰 12 등을 소비자가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매뉴얼과 부품, 수리 도구 등의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는데, 우리나라는 언제 시행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2) 환경부, '수리할 권리' 초안 논의 나선다, 뉴스펭귄, 2023-01-27.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3368
정부는 올해 핸드폰 등 주요 제품의 수리권 보장을 위해 법적 근거를 논의할 예정이며, 제품 사용주기를 늘릴 수 있도록 수리 가능성 등급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는 지난 말 공포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과 관련 있다고 합니다.
3) [소비자칼럼]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 수리할 권리, 대전일보, 2023-03-09.
http://www.daej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051681
수리할 권리에서 핵심적인 쟁점 중 하나는 소비자가 수리서비스에 관해 제조사가 지정한 서비스 외의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인데, 국내에서는 해외와 달리 수리할 권리의 도입이 불필요하다는 업체의 주장도 있습니다.
4) [주말판] 요즘 빅테크들, 수리할 권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보아뉴스, 2023-03-18.
https://www.boannews.com/media/view.asp?idx=115072
수리권과 관련해서 법률적 측면과 윤리적 측면에서 살펴볼 것이 있지만, 수리할 권리는 소비자의 기본 권리적 측면과 환경 문제로 인해 도입 될 것이라고 합니다. 다만,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것은 세부 내용이라고 합니다.
5)'고장나면 고쳐주지는 않고 새제품만' 이제 그만!...'수리권' 국내 도입 첫발, SBS, 2023-01-23. / 뉴스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twubhtM7kLE
수리권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신이 소유한 물건인데 직접 수리하면 불법이 되는 사례부터, 수리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준비상황, 수리권과 관련된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사례 소개, 소유권이 어디까지 포함되는지와 제품 제조방식 등 수리권과 관련해서 짚어봐야 할 지점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5. 기타 자료
1) 순환경제 사회 전환을 위한 수리할 권리 활성화 방안 토론회 자료집(2023-06-23)
- 주최 : 서울환경연합, 에코시티서울
- 주요 내용 : 해외 수리할 권리 동향, 국내 전기자동차 수리할 권리 동향, 인라이튼 전자제품 수리 비즈니스 사례
https://blog.naver.com/seoulkfem/223148658816 (서울환경연합블로그에서 토론회 관련 내용을 다룬 꼭지입니다. 토론회에 관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했으며, 블로그에서 토론회 자료집 내려받기와 영상 다시 보기가 가능합니다.)
2) 한국무역협회_해외시장뉴스(2023-03-24)
- 주요 내용 : EU 집행위는 제품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손상된 제품의 교체 대신 수리 권장 등을 담은 ‘수리할 권리’ 도입 관련 지침(안) 제안, 유럽의회 녹색당 및 소비자단체 등은 제품 생애주기 전체로 법적 보증기간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
3) 해외 수리권 사례
※ 출처 : 고상근(2022), 수리할 권리에 관한 법률안 검토보고 65쪽 캡처
지금까지 ‘수리할 권리’에 관한 법안, 정책, 기사 등을 살펴봤습니다. 내용을 보면서 몇 년 전 일이 생각났습니다. 자동차 핸들이 움직이지 않아서 고치러 갔는데, 작은 부품 하나만 교체하면 되는데 전자식으로 나와서 부품만 바꿀 수 없고 통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컴퓨터와 휴대전화는 더욱 그런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휴대전화 카메라 문제 또는 전원계통의 작은 문제인데 부품 전체를 바꾸어야 하고 그러면 새로 사는 것만큼 비용이 들어서 결국 새로 사게 되는 경우 말이죠.
7월 중순, 우리는 ‘장마’라는 단어 대신 ‘우기’라는 단어가 적합해진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새로운 물건을 만들기 위해 산을 깎아 광물을 캐는 등 필요 이상으로 생산하는 행위가 기후에 영향을 준 결과입니다. 이제, 물건을 새로 사는 소비가 우리의 일상에 더 깊고 큰 영향을 끼치는 시대입니다.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방법은 무엇인가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계속 소비하는 삶을 돌아봐야 한다는 게 ‘수리할 권리’가 말하는 진짜 메시지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