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0일과 21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 장애인차별철폐의 날(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주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를 통해 2023년 장애운동의 주요 주제와 운동방식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지하철탑승행동을 시작하면서, 지하철 탑승 자체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아카이브를 통해 갈등 상황만이 아니라 전장연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 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전체적인 일정은 아래 보도자료를 보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보도자료] 제22회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 투쟁, https://sadd420.notion.site/22-420-584994c58341426baf8260653131d80c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에서 자주 사용하던 구호, 직접 촬영
[장애인차별철폐의 날_첫날(4월 20일)]
4월 20일, 따뜻하지만 구름이 잔뜩 낀 아침이었습니다. 오전 10시, 63빌딩 컨벤션센터 앞으로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으며, 도로에는 형광 옷을 입은 경찰들이 2개 차선을 막기 위해 차량 통행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오전 8시경에는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탑승시도가 있었습니다).
2개 차선에는 화면이 있는 무대가 설치되었고, “장애인날 ‘거부하는 날’들의 제22회 장애인차별철폐의날 기념식”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63빌딩 컨벤션센터 앞에 모인 이유는, 정부에서 주관하는 장애인의 날 행사가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제22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기념식에는 다양한 의원과 단체들의 축사와 연대발언이 있었으며,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과 전장연이 주최하는 제1회 장애인권리보도상 수상식이 있었습니다. 신문 부문에는 박지영 기자(한겨레신문), 방송 부문에는 성기연 PD(MBC)가 수상했습니다.
기념식 중 공연이 흥미로웠습니다. 중증장애인대상 일자리인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의 공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증장애인들이 공연하는 것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주변에서 중증장애인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공연을 보기란 더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활기차고 저마다의 흥을 보여준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이란, 예술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 [보도자료]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는 자들의 제22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기념식(420 공투단 작성)
https://sadd420.notion.site/22-1968f601b99d463bab34f48bfcd5a0ee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당일인, 4월 20일은 여기저기서 다양한 일정이 많았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오전 지하철 선전전, 63빌딩 컨벤션센터 앞 장애인차별철폐 날 기념식을 비롯하여 오후에는 삼각지역 인근에서 420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촉구대회,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 기반 구축 촉구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집중결의대회,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 삼각지역부터 시작해 서울시청까지의 행진, 문화제까지 빡빡한 일정이 이어졌습니다.
행진 도중, 주요 요구사항을 담은 현수막을 펼치는 과정에서 활동가 2명이 경찰에게 연행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행사에 참여한 장애인들은 서울시청 인근에서부터 연행된 활동가 석방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기도 했습니다.
행진사진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빡빡한 일정들을 소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에서 요구한 주요 정책을 소개합니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아래에 공유해 드리는 링크를 통해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 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페공동투쟁단 주요 요구사항 >
- 노선버스 저상버스 및 고속(시외)버스 휠체어접근차량 100% 도입
- 장애인평생교육권리 보장 및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지원 강화
- 최저임금법 제7조,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
-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한 탈시설 가이드라인 국내 이행
-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및 개인별 서비스 확대를 전제한 예산 증액
- 보건소 중심 장애인 지역사회 의료지원체계 구축 및 건강권법 이행
- 공공임대주택 공급 시 유니버셜디자인 적용 의무화
- 장애아동 조기개입 지원체계 구축
발언, 공연, 영상 등으로 이루어진 문화제를 마지막으로 장애인차별철폐의 날_첫날은 마무리되었습니다. 1박 2일로 진행되는 일정이니만큼 숙소가 중요했는데요, 1박 2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서울시청 옆 도로에서 노숙을 진행했습니다. 차들이 지나다니는 도로, 아직까지 새벽이슬이 맺히는 상황에서 노숙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차들이 지나다니는 도로와 지붕도 없는 곳에서 노숙하면서까지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노숙하는 공간(서울시청 옆 도로)
[장애인차별철폐의 날_둘째 날(4월 21일)]
둘째 날은 회현역 등에서 장애인권리입법∙예산 쟁취를 위한 지하철 행동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아침이 되어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행진하는 사람들에게 횡단보도를 빠르게 건너길 요청하면서 가벼운 마찰이 있었는데, 지하철 행동의 사회적 파장을 체감할 정도로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회현역에서 진행한 ‘장애인권리입법∙권리예산 쟁취’를 위한 지하철 행동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이 담담함은 익숙함인지 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끊임없이 갈라친 결과로 무덤덤해진 것인지, 시민들의 마음이 궁금했습니다.
회현역에서 진행한 지하철 행동
드디어 1박 2일의 마지막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제22회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날 맞이 장애인평생교육법 쟁취 결의대회 및 1박2일 투쟁 해단식’은 서울시청 옆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장애인평생교육법 쟁취 결의대회’에서 주로 나온 이야기는, 중증장애인이 전 생애에 걸쳐 생애주기에 알맞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이미 발의된 「장애인평생교육법」 공청회를 4월 내 개최하라, 법 제정을 상반기 내로 하라는 요구였습니다.
해단식까지 1박 2일을 함께 있으면서 드는 생각이 있어 간단한 소회를 남깁니다. 저는 사람은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에게 의존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취약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상태도 일시적이고, 시간이 흘러 노화가 진행되면 다시금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태는 모두에게 다가옵니다. 장애인에 관한 통계를 보면 장애인 중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되는 비율은 80% 이상입니다. 그렇기에 장애인 등을 비롯해 사회적 소수자들이 일상생활을 함에 있어 불편함이 없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장애인에 관한 정책과 제도들은 한 발짝 나가기가 어렵고 무수한 갈등이 생기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는 사회가 무엇을 중요시하고, 정권을 획득한 세력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아카이브를 읽고 있는 분이 있다면, 한국사회에서 우선으로 필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매년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기록하고 공유할 기회가 생긴다면, 2023년의 요구사항과 운동방식으로부터, 무엇이 변했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다루고 싶습니다.
■ 관련 읽을꺼리 및 자료
1. 정당들은 왜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부를까, 미디어오늘, 2023-04-20.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703
2. 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페의 날에 주로 나온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137pUL4IEcI&list=RD137pUL4IEcI&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