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9월, 경기도 수원의 한 노래방에서 중학생 7명이 초등학생 A양을 집단 폭행한 사건이 밝혀졌다. 가해자들은 피해 학생의 비명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등 잔혹한 폭행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을 자아냈다. 청소년 범죄의 잔혹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 출처 : 경인방송(http://www.ifm.kr/news/264938)
2020년 3월 29일, 중학생 8명이 훔친 렌터카를 몰다 사망사고를 일으켰다. 신호 위반과 과속을 하던 차량이 교차로를 달리고 있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사건의 가해자 모두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바로 ‘형사 미성년자’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러한 ‘소년’인의 범죄 행태가 우리 사회에서 점점 집단화되고 흉포화되는 실정이다.
국민들은 성인 악성 범죄 못지않은 청소년 범죄 행태에 많은 이들이 소년 범죄 연령 하향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리얼미터가 발표한 ‘미성년 범죄 처벌’ 소년법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 12.9%가 현행법 유지, 21.0%가 현행 소년법 폐지, 62.6%가 처벌 강화를 위한 개정을 원했다. 개정을 원하는 사람들은 소년 범죄의 연령 하향을 주장하며 보호와 개선보다는 엄중한 형사 망을 도입함으로써 비행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심지어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구금형을 도입함으로써 자유를 박탈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질문 하나를 던져 보자면, 과연 연령 하향을 통한 처벌 강화만이 능사일까?
첫째, 소년 시절 사회적 낙인은 재범률을 높이는 데에 관여한다. 소년법은 “반사회성 있는 소년에 대하여 그 환경의 조정과 성행의 교정에 관한 보호처분을 행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행함으로써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기하려는 것”이라는 목적 아래 1953년 제정되었다. 나는 이러한 소년법의 이념을 최대한 지키면서 어린 나이의 낙인을 예방하고, 교육을 통한 재사회화를 강조하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어릴 적 찍힌 사회적 낙인은 소년범의 재범을 부추기는 치명적인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낙인이론의 논의에 따르면, 사회적 낙인을 경험한 청소년은 부정적 자아를 형성하고, 비행을 반복하는 등 과거보다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다고 한다.
둘째, 신체적 발달과 정신적 발달은 별개이다.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가 소년법이 1953년에 제정되었다는 점이다. 즉, 당시의 연령과 지금의 연령에는 청소년 발달 측면에서 차이가 있으며 이에 따라 연령 기준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신체적으로 조숙해진 것은 사실이나 정신적으로도 유의미한 발달적 차이를 보이는가? 역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도덕성 발달, 정신적 성숙도 부분에서 신체적인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에 계속해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셋째, 현행법을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입장처럼 솜방망이 처벌로 인한 재범을 우려해서라도 소년범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연령 기준 하향은 국가 형벌권을 확장하는 것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소년범의 연령을 하향한다고 했을 때, 청소년 범죄의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인가? 그것조차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즉, 현재로서는 개정보다는 현행 소년법을 효율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경찰청에서 실시한 ‘학교폭력 가해 학생 및 소년범 선도프로그램’을 이수한 소년범의 재범률은 6.1%로 미이수 시 12.8%에서 대폭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다. 또 다른 연구 결과로, 소년범의 뇌 구조를 연구하는 서울대학교병원 김붕년 의사의 말에 따르면, 가해 학생들은 일반 학생과 뇌 구조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바로, 전두엽에서 관할하는 공감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6개월간의 체계적인 교화 프로그램을 실시해 보니, 충동과 공격성을 조절하고 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뚜렷하게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상대방의 표정과 관련된 감정을 해석하는 두정엽 역시 활성화되었다. 즉, 공격성은 줄고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소년 범죄는 성인 범죄자보다 높은 교정의 가능성을 보이며 현행법안 만으로도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현행법을 효율적으로 실행하며 개개인에게 맞는 교화와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굳이 우리나라의 형사법 체계, 특히 청소년에 대한 형사법 체계 근간 자체를 뒤흔드는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나아가 한국 사회가 과연 청소년에 대한 기본적인 보호 의식에 관심이 있는지 회의감이 들 뿐이다.
넷째, 특정 흉악 범죄를 사례로 정책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연령 하향을 찬성하는 입장의 가장 큰 문제는 특정 사례를 선별하여 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에 대한 문제를 논의할 때는 그 연령대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지적 수준이나 지적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청소년 중 몇몇 집단만을 표출하여 특화해 그것이 마치 청소년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틀림없이 문제가 있다. 현재 우리 법은 범죄의 정도가 경하기 때문에 소년범들을 처벌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소년법의 기본전제는 범죄의 경중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직 연령만을 가지고 따지는 것이기에 소년범들을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범죄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강력범죄를 저질렀으니 그들을 처벌해야 하고, 그게 정의라고 하는 것은 소년 범죄에 대한 기본 이해 자체에서 어긋난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특정 사례들을 사회적 증거로 내세우며 정책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현재 소년 범죄율이 내려가는 추세이며 그중 흉포한 범죄는 극히 일부라는 점에서 개정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이만을 낮추는 손쉬운 형사 정책보단 기존의 소년사법이 담고 있는 이념과 교육적 기능을 우리 사회가 잘 이해하고, 적용하고 있는 지에 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열악한 환경으로부터 소년들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다.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청소년 범죄가 과연 그들만의 잘못인가? 대부분의 소년 범죄는 가정해체와 열악한 생활환경,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인터넷이나 방송 매체의 역기능이 주된 원인이다. 즉, 소년 개인보다 그들 주변의 오염된 환경으로 인해 비행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재범자와 비재범자 간의 차이를 발생시키는 요소로 ‘부모의 양육 태도, 가족 간 의사소통 정도, 부모 등의 보호 의지 및 보호 능력, 가족소득, 부모의 직업, 가출 경험 및 횟수’ 등이 유의미하다고 분석되었다. 즉, 소년 범죄자들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무조건 나무랄 게 아니라 보호 기능 약화로 그들이 가정에서 겪었을 아픔 또한 헤아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년범 각각의 상황에 맞는 개별적인 맞춤형 교정·교화 대책들을 세우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일이다. 그것을 통해 소년범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와 자극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포기하고 처벌 강화와 연령 하향만을 주장하는 것은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이다.
현재 교화 대책 부분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처벌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고, 연령 하향만이 능사가 아니다. 연령 하향과 같은 새로운 제도를 논의하기보단 그들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대안의 검토가 우선시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청소년 대책에 있어서 연령 하향이 바람직한 정답일 수 없다. 우리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볼 필요가 있다. 당장 소년법의 연령을 하향한다고 했을 때, 그 실효성을 확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뿐더러 만에 하나 범죄 예방률이 올라갔다 하더라도 성급한 형벌권 확장은 재범률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소년 범죄에 대해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국 사회가 청소년들을 위해 힘써야 할 점은 한 번의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들은 어린 나이인 만큼 충분히 교정 가능성이 있고, 우리는 그 부분을 잘 헤아려 올바른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범죄행위는 잘못된 것이지만, 그들 스스로 죄를 뉘우치게 함으로써 교화시키는 것이 모두에게 긍정적인 방향이다. 그들도 우리 사회에 있어서는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소년법 연령 하향으로 처벌을 확대하는 것보단 비행 예방을 위한 학교와 교육청의 공동대응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각적인 교육을 통해 바른 인재로 성장시키는 것이 최선이며 교육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 본 원고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에디터가 작성한 원고로, 센터의 공식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