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평화·통일교육을 고민하는 “경기평화교육센터”를 소개합니다.
1945년 8월 15일. 일제강점기의 마침표? 한반도분단의 시작점?
35년간의 일제강점기를 끝낸 한반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반도분단’의 시작이 언제부터냐는 질문을 한다면 어떤 답변이 많을까?
아마도 1953년 7월27일 전쟁을 끝내고 맺은 정전협정 이후라는 답변이 많을 것이다.
또한 해방을 맞이하여 한 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 국가에 대한 희망을 꿈꾸고 있는 순간 ‘분단’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알아챈 사람들은 얼마나 있었을까?
1948년 남쪽에는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북쪽에는 소련의 지원을 받은 김일성이 ‘조선민주주의 공화국’을 탄생시키며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재편된 냉전 시대의 첫 격전지가 된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남과 북의 군인은 물론이고, 적의 숨은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가정만으로 남과 북 양쪽 진영에서 민간인들을 이런저런 명목으로 학살했으며 가족, 친구라는 관계로 오랫동안 한마을에 살아왔던 사람들이 서로를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때의 악몽은 땅의 분절뿐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도 공포와 분노의 그 시절에서 멈추게 했다.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한반도 분단이 70년을 넘기면서 남·북한 사회는 어떤 식으로 비정상화되었는지 우리는 체감하고 있을까? 세계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평화’라는 감수성이 이 땅에서는 자유롭게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
내가 어릴 적 학교에서 자주 불렀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랫말의 ‘통일’이란 단어가 점점 낯설어지고 젊은 세대들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은 분단된 세월만큼이나 당연한 걸까?
태어나보니 분단국가였고 살다 보니 ‘북’은 5천 년을 같이 살아온 한민족이자 ‘적’이라는 어리둥절한 소리를 듣게 된다. 어떨 때는 같은 단군의 자손이라고 하면서 단일민족임을 강조하고 어떨 때는 우리의 ‘주적’이라고 말한다.
자연재해나 분쟁으로 굶주림이나 고통에 시달리는 타국의 사람들에겐 인도적 차원의 식량. 의료. 물자 등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북한 사람들의 고통을 나누자고 하면 이념적 차이를 내세우며 주저한다. 오히려 도와주자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북’이니 ‘빨갱이’라며 몰아세운다.
예전의 ‘반공교육’에서 ‘평화교육’이라고 명칭은 달라졌지만 서로 적대시하며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본질은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문득, 반공교육의 대표적인 ‘똘이장군’이 기억난다. 북한 사람들을 인간의 모습이 아닌 붉은 얼굴과 머리에 뿔이 달린 늑대 모습으로 묘사하고 이들을 용감하게 물리치는 ‘똘이장군’의 활약상을 다룬 만화영화는 당시 나를 비롯한 많은 학생에게 북한 사람들은 인간이 아닌 짐승이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며 ‘반공교육’을 강화시켰다. 지금은 북한 사람들이 늑대의 모습이라고 믿는 학생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여전히 서로를 적대시하는 ‘평화교육’을 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을 미제의 앞잡이라고, 남한은 북한을 3대 세습의 독재국가라고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며 분단의 세월만큼이나 남·북의 사회체제, 생활방식, 생각 등은 이질화되어 가고 있다.
우리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규제나 법률, 생각들이 ‘분단’으로 인해 기형적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을 나이가 한참 들어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땅에 ‘평화’와 ‘통일’을 소환하고 결실을 맺기 위해 진정한 평화·통일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고민을 공유하고 잘못 알려진 역사적 사실과 북의 현실을 사실에 근거하여 알리는 통일교육 단체인 “경기평화교육센터” 소개하고자 한다.
올해로 10년 차 평화. 통일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경기평화교육센터’는 경기도 수원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30여 명의 강사와 집행부가 시민들의 기부금과 경기도교육청 공모사업의 진행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본조직으로는 기행팀, 그림책연구팀, 성인대상교육연구팀, 교안연구팀, 교구개발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업주체와 강의방식에 따라 수시로 팀이 꾸려지기도 한다. 경기도 소재 초. 중. 고등학교 출강 수업을 주로 하며 민주평통의 요청으로 타지역(충청, 전라, 경상 등)에서도 수업을 진행한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학교 수업 교안 외에 ‘톡투유’, ‘파주퀴즈대회’, ‘그림책을 통한 평화감수성’, ‘평화기행(파주,강화,철원지역)’, ‘미디어 리터러시’ 등이 있다.
특히 그림책을 활용한 통일교육은 학교에서 인기가 좋아 작년에는 예상했던 수업 횟수를 훌쩍 초과하기도 했다. 통일과 평화를 주제로 한 그림책을 찾아 수준별(초·중·고)로 구분하여 교안을 만들고, 수업을 진행하여 학생 및 교사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그리고 기행팀의 탐방 수업은 파주 및 철원, 강화의 민통선과 관련 장소를 찾아가면서 분단이 무엇인지. 분단의 영향이 무엇인지. 평화와 통일을 외치는 일이 왜 필요한지 참가자에게 질문해보기도 하고 기존 장소 외에 새로운 탐방지를 찾아 다양한 시각에서 전쟁을 바라보고 전쟁을 개인의 삶으로 끌고 들어와 평화의 필요성을 다지기도 한다.
특히 작년에는 강화에서 새로운 탐방지(민간인 학살추모비)를 찾아내어 그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눈시울을 붉히는 참가자가 많다.
이처럼 역사와 접목된 기행팀의 평화. 통일교육은 Text로만 접했던 학생들에게 역사는 책 속의 옛날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살아있는 유기체임을 알게 한다.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현재를 판단하며 미래를 예견하게 한다.
또한, ‘톡투유’라는 프로그램은 보통 100명 이상 참여함에도 모든 참가자의 의견을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학교 및 성인단체의 신청이 많다.
한 TV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여 구성했는데 질문을 던지면 모든 참가자가 스케치북에 답이나 의견을 적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잘못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를 화면에 띄워 설명해준다.
경기평화교육센터는 현장 교육뿐 아니라 “교실에서 만나는 평화·통일교육 24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남북짝카드”라는 교구(보드게임)를 만들어 학교 수업에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책은 이론과 수업 실제 사례 등을 기재하여 학교 선생님들에게 평화·통일 수업 시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체 개발한 교구인 “남북짝카드” 도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남과 북이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지 않으며 공통점이 많은 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다는 친근함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시민강좌를 기획하여 국·내외 평화통일 관련 교수 및 관계자들의 강의를 일반인들이 들을 수 있었으며, 2021년에는 국내외 대학생들로 구성된 ‘한반도 평화학교’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8년 잠시 평화가 찾아올 듯 했으나 현재의 한반도는 긴장이 고조되고 갈등이 심화되면서 남·북 모두 국방력 증강에 힘을 쏟고 있다.
북쪽의 계속된 핵 개발과 세계 6위의 국방력을 자랑하는 남쪽은 아이러니하게도 평화를 위한다고 똑같이 외치고 있다.
힘으로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
서로에 대한 공감, 소통, 배려로 평화를 만들어 갈 수는 없을까?
남과 북의 평화. 통일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
분단의 현실에서 능력주의. 결과주의로 치닫는 우리 사회가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평화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교육의 중심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외치는‘경기평화교육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